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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하 17도에 내복만 입은 5세 여아… 성탄 전야에도 길에서 울고 있었다

    영하 17도에 내복만 입은 5세 여아… 성탄 전야에도 길에서 울고 있었다

    끝나지 않는 아동학대… 끝 모를 악몽의 상처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파 속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5세 여아가 길거리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친모를 입건하고 아동을 즉시 분리 조치했다. 10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5시 40분쯤 강북구의 한 편의점 앞 길가에서 내복 차림으로 울고 있던 A(5)양이 행인에게 발견됐다. A양이 행인에게 “도와 달라”고 하자 놀란 행인은 A양을 담요 등으로 감싼 뒤 편의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당시 강북구의 기온은 영하 11.6도, 체감온도는 영하 17.3도였다. 경찰은 A양의 친모 B씨를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양은 B씨가 아침에 출근한 뒤 9시간쯤 집에서 혼자 머물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까지 온 것으로 조사됐다. 출동한 학대예방경찰관(APO)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퇴근하던 B씨를 만나 자택을 확인했다. 집 내부는 청소가 되지 않는 등 청결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A양을 상습 방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A양이 발견된 곳 인근 편의점의 주인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4일 오후 6시 30분쯤 A양이 밖에서 ‘엄마’ 하면서 크게 우는 소리를 듣고 데려와 달랜 적이 있다”며 “아이 팔찌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하자 엄마가 데려갔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에 대해 학대 등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양은 몸에 멍 자국이나 상처가 없고, 영양 상태는 양호했다. 홀로 A양을 키우는 B씨는 넉달 전 보호시설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아이가 그날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잘못은 했지만 평소에도 그렇게 대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영유아 방치도 학대가 될 수 있다”면서 “A양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우선 친척집으로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아동학대 수사 강화에 따라 해당 사건은 강북서장에게 즉시 보고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신고자·목격자 등을 조사하고, A양 진술도 들을 예정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한파에 굶주린 내복차림 3세…“성탄 전날에도 거리서 울고있었다”

    한파에 굶주린 내복차림 3세…“성탄 전날에도 거리서 울고있었다”

    부모의 지속적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숨진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파 속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3세 여아가 길거리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친모를 입건하고 아동과 분리조치했다. 10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5시 40분쯤 서울 강북구의 한 편의점 앞 길가에서 A(3)양이 내복 차림으로 울고 있었다. A양이 행인에게 “도와달라”고 하자, 놀란 행인은 A양을 담요 등으로 덮어주고 편의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북구는 영하 11.6도였고, 체감온도는 영하 17.3도였다. 경찰은 A양의 친모 B씨를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양은 B씨가 아침에 출근한 뒤 9시간쯤 집에서 혼자 머물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몰라 100m 떨어진 곳에 서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출동한 경찰 학대예방경찰관(APO)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퇴근하던 B씨를 만나 자택을 확인했다. 집 내부는 청소가 되지 않는 등 청결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A양을 상습 방임한 정황을 보여주는 진술도 나온다. 인근 편의점 주인은 서울신문과 만나 “지난달 24일 오후 6시 30분쯤 A양이 밖에서 ‘엄마’하면서 크게 우는 소리를 듣고 데려와 달랜 적이 있다”면서 “아이 팔찌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하자, 엄마가 헐레벌떡 들어와 데려갔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에 대해 학대 등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양의 몸에 멍자국이나 상처가 없고, 영양 상태는 양호했다. B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며 학대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영유아 방치도 학대가 될 수 있다”면서 “A양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우선 친척집으로 분리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아동학대 수사 강화에 따라 해당 사건은 강북서장에게 즉시 보고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신고자·목격자 등을 조사하고, A양의 진술도 들을 예정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신청 당일 지급” 소상공인에 11일부터 최대 300만원 지원금

    “신청 당일 지급” 소상공인에 11일부터 최대 300만원 지원금

    280만명 대상…설 전 90% 지급집합금지 300만원·영업제한 200만원겨울 실외스포츠·숙박시설도 해당집합금지 위반업체는 지원서 제외 오는 11일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280만명은 최대 300만 원의 ‘버팀목자금’(3차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 알림 문자를 받아 신청하면 빠르면 당일 오후나 다음날 오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집합금지 위반 업체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설 명절 전까지 90%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4조 1000억 규모 3차 재난지원금 중소벤처기업부는 6일 총 4조 1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지원 계획을 밝혔다. 우선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강화 조치로 집합금지 또는 영업제한 대상이 된 소상공인은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중기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와 비수도권 2단계 시행에 따른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를 이행한 소상공인이 대상”이라면서 “지자체의 추가 방역조치로 집합금지나 영업제한이 이뤄진 경우에도 지원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된 연말연시 특별방역으로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실외 겨울 스포츠시설과 영업제한이 이뤄진 숙박시설도 지원 대상이다. 중기부는 그러나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를 위반한 업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위반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환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작년 매출액 4억 이하면서 전년比매출감소 소상공인 100만원 지원 지난해 매출액이 4억원 이하이면서 2019년 매출액보다 감소한 영세 소상공인은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매출 감소로 100만원을 받더라도 향후 국세청에 신고되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면 지원금은 환수된다.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업종, 일반업종 모두 지난해 11월 30일 이전 개업한 경우에만 버팀목자금 지급 대상이 된다. 이 가운데 지난해 개업한 소상공인은 9∼12월 매출액에 따른 연간 환산 매출액이 4억원 이하이고, 12월 매출액이 9∼11월 월평균 매출액을 밑돌 경우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사행성 업종, 부동산 임대업, 전문 직종 등 소상공인 정책자금 융자 제외 업종은 버팀목자금을 받을 수 없다.11일 지원 대상 알림 문자 받고즉시 신청시 빠르면 당일 오후 지원금 소상공인이 이달 11일 지원 대상임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즉시 신청하면 빠르면 당일 오후나 다음 날인 12일 오전에는 버팀목자금을 받을 수 있다. 오는 25일까지 감소한 매출을 신고한 소상공인에게는 이르면 3월 중순에 지원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부가세 신고기한 연장에 따라 25일 이후 매출을 신고하면 지급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3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설 명절 전까지 지원금의 90%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오는 7일부터 신청자의 편의를 위해 콜센터(1522-3500)를 운영한다. 상세한 지원 기준, 문자 메시지 안내 일정, 신청 절차 등 자세한 내용은 중기부 누리집(www.mss.go.kr)이나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시행 공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기부는 “버팀목자금 신청과 관련해 정부는 계좌 비밀번호나 오티피(OTP) 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각종 피싱 범죄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등장인물 수용 29세/ 벽을 허무는 집주인 이리 30세/벽을 허무는 집주인의 친구옥형(노파) 88세/벽이 허물어지는 집 아랫집 거주자 때2017년 어느 가을 곳수용의 집 무대 벽이 있다. 벽의 좁은 면이 관객을 향하고 있다. 벽을 가운데 두고 하수로 붉은 조명, 상수로는 햇살 같은 밝은 조명. 붉은 조명은 빌라 주민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 만든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의 붉은 천에 빛이 투과된 것이다. 무대 뒤쪽, 현관문이 벽과 같은 방향으로 있고 문과 이어지는 계단은 불투명한 박스와 닿는다. 박스는 사람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옥형의 집이다. 옥형은 수용의 집 아래층에 사는 노파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대이니만큼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용의 집보다 위에 있다고 약속하자. 공업용 마스크를 낀 수용 하수 등장. 낡은 후드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수용은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분무기와 김장비닐을 든 손에는 비장함이 은근하게 뿜어져 나온다. 수용, 비닐을 바닥에 깐다. 아주 꼼꼼히. 그사이 이리, 상수 등장. 붉은 천을 허리와 목에 두르고 양손에 커다란 망치를 하나씩 끌고 온다. 옆이 트인 롱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팔뚝의 타투들과 붉은 천, 망치의 조화는 길거리 행위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이리 (붉은 방을 둘러보며 기운을 한껏 느껴본다) 느껴져. 느껴져, 느껴져! 느낌이 팍! 온다, 와. 수용 … 이리 딱이야, 딱. 아주 먹고 죽기 딱이야. (손을 까딱거리며 허공에서 술잔을 넘긴다) 뭐랄까, 아주 옥보단스러워. 수용 일조권을 침해받는 참혹한 현장이야. 전혀 옥보단스럽지 않아. 이리 하루만 빌려줘라. 네가 우리 집에 가서 자. 수용 얼마 줄 건데. 이리 얘 봐라. 무슨 돈을 달래. 서울 살더니 양아치 다 됐다. 수용 나 원래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이리 서울시장은 뿌듯하겠어. 서울시민이 이렇게 우정보다 돈이 먼저인 양아치라서. 수용 (가만히 생각에 빠져든다) 뿌듯하기보다는 머리 아프지 않을까. 네 말대로 서울에 살면 돈만 밝히는 양아치가 되면, 서울시민은 곧 양아치란 말인데. 이 많은 양아치들을 다 관리하려면 시장은 최고의 양아치가 해야겠네. 이리 하여튼. 또 이상하게 진지해지지. 으, 진지충. 헛소리는 됐고, 하루만 빌려줘. 수용 (마스크를 하나 주며) 네 룸메 코 골아서 싫어. 이리 오랜만에 나비랑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 보자. 수용 나비? 이리 말 안 했나. 애인. 뉴 원. 수용 그새? 울고불고할 땐 언제고. 체력도 좋다. 이리 능력이 좋은 거지. 수용, 비닐을 다 깔고 일어서는데 비틀 이리 (곰곰이) 체력도 좋긴 해야겠다. 하여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하루만 빌려줘. 어? 알겠지? 수용 너 오늘 우리 집에 왜 왔어? 이리 네가 오라며 새끼야. 수용 내가 왜 오라고 했어? 이리 하, 진짜 장난치나. (가만 돌이켜보다 손에 망치를 보고) 아… 벽…! 수용 그래, 오늘이면 옥보단도 안녕인데. 뭘 자꾸 빌려 달래. 수용, 마스크를 끼고 벽 앞에 선다. 이리 진짜 하게? 수용, 이리에게 마스크 하나를 주고 망치 하나를 받는다. 심호흡. 수용, 벽을 내리친다. 엄청난 진동과 소음 그리고 뿌옇게 이는 먼지. 삭막함이 감돈다. 수용, 다시 벽을 내리치려는데 이리 말린다. 이리 야, 잠깐만. 수용 왜? 이리 아니, 아랫집에서 올라오겠어. 진동이 장난 아닌데? 수용 아랫집만 올라 오냐. 엄청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하나에 벽을 댄 게 다인데. 다 쫓아오겠지. 이리 그냥 저번처럼 해. (몸에 두르고 있던 붉은 천을 흔들며) 두 번 했는데 세 번은 쉽지. 수용 세 번짼 수선비를 청구하겠대. 이리 얼만데, 얼마면 되는데. 누나가 해결해 줄게. 멀쩡한 벽을 허무는 것보다는 수선비가 낫지 않냐. 수용 빛 없이 사는 삶을 네가 알아? 숲세권 남향에 사는 네가 빛이 없어서 사람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머리랑 마음이 건조해지다 못해 바스러지는 기분이야. 이리 빛이 많아야 바싹바싹 마르지 없는데 왜 말라. 그냥 문을 열어 놓고 살던가. 수용 문이라는 건, 열고 닫으라고 있는 거야. 그게 문의 역할이지. 한 번 열면 언젠간 닫아야 제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닫히지 않는 문은 문이 아니지. 그럴 바엔 없는 게 나아. 이리 그럼 창문을 만들자. 수용 (벽을 치며) 만들고 있잖아. 엄청 커다란. 창틀도 없고 유리판도 필요 없는 실용적인 창문. 이리 극단적인 놈. 수용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 수용, 다시 벽을 허물기 시작 이리 어떻게 세상이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굴러가. 너 그거 강박이야. 괜히 바짝바짝 마르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더라. (쿵) 수용 이렇게 살다 죽겠지 뭐. 이리 무모한 놈. (쿵) 수용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자살할 것 같아. 이리 또 데드타임!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수용 데드타임? 이리 그래, 너 죽는다는 소리 하는 거. 수용 왜 사람들은 이름 짓길 좋아할까. 이리 언젠 병에 걸려 죽을 것 같다며. 수용 엄밀히 말하면 병이긴 하지. 내 죽음의 원인은 내 안에 우울이니까. 있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대. 말이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세상을 그렇게 살아질 수가 있는 건가. 이리 오늘은 아니지? 수용 뭐가? 이리 데드타임. 수용 오늘은 벽을 허물어야지. 그때, 관리실 방송. 수용과 이리, 방송이 나오는 천장을 가만 본다. 방송 아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2시부터 특수학교 설립 반대 관련 7차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회의 후 시위가 바로 시작되니 참석을 희망하시는 모든 주민들은 2시,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1시 50분까지 늦지 않게 관리실로…. 수용 다 저기 가느라 벽이 무너지는지, 빌라가 무너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오늘 끝내야 돼. 수용,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이리,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려 먼지를 잠재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리, 수용의 얼굴에 물을 뿌린다. 수용 야! 이리 바싹바싹 마른다길래. 그때, 무대에 노파 등장. 노파가 있는 곳은 수용과 이리가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나오는 노파는 명절에 자식이 사준 듯한 빳빳한 꽃무늬 재킷에 펑퍼짐한 배바지를 입고 낡은 크로스백을 맨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를 둘러 계단으로 향한다. 이리 (창밖을 보다) 야, 근데 저기에 아랫집 할머니는 없는 것 같다? 수용 네가 아랫집을 알아? 이리 오다가다 몇 번. 그 할머니가 좀 인상적이잖아.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해야 되나? 직설적이면서 약간 자기 방어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게 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지. 괜히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잖아. 수용 순수는 무슨. 그냥 괴팍한 할머니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만 하는 딱 옛날 사람. 이리 와우. 노인 혐오야? 수용 무슨 내가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야? 이건 정당한 혐오야. 이리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정당한 혐오도 있어? 수용, 상의를 걷어 올리자 시퍼런 멍이 배에 크게 있다. 이리 그래, 언젠가 너 맞을 것 같더라. 수용 야. 이리 누구야, 누가 이랬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왜 맞고 다니냐 너는, 속상하게. 수용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계신 분. 이리 할머니한테? 이게 할머니가 만든 멍이라고? 수용 어. 이리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니까. 아니 그렇잖아. 지팡이에 겨우 의지해서 걷는 할머니가… 또 네가 싹수없게 굴었지. 수용 내 싸가지도 가릴 건 가려. 이리 근데 진짜 왜 그런 건데? 수용 이름 석 자 부탁한 대가야. 이리, 한쪽에 놓인 빈 서명지를 들어 본다. 이리 자가인가? 수용 뭐? 이리 아니, 그 정도로 반대하는 거 보면. 강경한 표현이잖아. 수용 강경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폭력적이지. 이리 너무 텅 비었다. 나라도 서명 해줄까? 학교 설립 찬성해. 수용 너는 우리 구민이 아니라서 소용없어. 빌라 주민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장애학교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이리 서명이라는 게 굉장히 순수한 방식이야. 동시에 직설적이기도 해. 굉장히 너답다. 수용 내가 순수하고 직설적이라고? 이리 나 이사 올까? 그럼 나도 지역구민 되잖아. 수용 됐어. 이리 나도 해본 말이다 뭐. 수용 불편과 불만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해소되는 건 맞지. 그게 옳은 방향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연 옳은 방향인가 의문을 던질 수는 있잖아. 저 사람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떻게 확신하고 있는 거지.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데. 나는 그게 무지라고 생각해. 그사이, 노파 집 앞에 도착해 가방을 뒤지고 깜빡깜빡하는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노트를 찾는다. 이옥형이라 커다랗게 적힌 노트를 꺼내는데 노트 사이에서 날이 시퍼런 과도가 뚝! 떨어진다. 떨어진 건 작은 과도지만 운석이 떨어진 듯한 소리와 진동이 무대를 흔든다. 수용과 이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고 잠시 사이. 노파가 과도를 주워 넣는 그사이, 무대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노파 천천히 과도를 집어넣고 비밀번호를 확인하곤 집으로 들어간다. 밖에 소리가 무대를 환기하고 이리 (창밖을 보곤) 열정적이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너무 비난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해. (수용의 시선을 느끼고) 야, 레이저 나오겠다. 분명히 말하는데 옹호하는 거 아니야. 그냥 공감능력을 지닌 인간으로서 감정이입을 해보자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누가 좋아해,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고. 수용 부동산이 떨어진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은 무지에서 시작된 삐뚤어진 믿음이야. 수용, 망치질을 시작한다. 이리 그래 좋아, 뭐가 됐든. 그 믿음이 아틀라스처럼 세상을 지탱하고 있잖아. 저 자리가 원래 학교 부지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는 뭔데. 학군 빵빵한 동네가 지하철로 네 정거장만 가면 되잖아. 그렇게 멀지도 않아. 공사부지 맞은편은 곱창에 포차, 막걸리 온갖 술집이 줄 서 있더만. 워싱턴 노래방 간판이 애들 하굣길을 밝혀 주겠지. 이 동네보다는 그 동네가 백 번 나아. 안 그래? 수용 …. 이리 기시감 들지 않아? 수용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리 한국전쟁 이후 국가적으로 밀고 있는 꽤 전통적인 방식인데. 그놈의 낙수효과야말로 삐뚤어진 믿음 아니야? 이게 진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믿음. 네 말대로 무지에서 비롯된 거지. 될 놈만 건지고 나머지는 버리겠다는 걸 그럴듯하게 이름 붙여서 포장을 해요. 항상 그럴듯해 보이는 게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들잖아. 난 그놈의 낙수효과가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수용 가부장제의 근본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이리 야 너. 짜식, 평소에 내 말을 아주 허투루 듣는 건 아니었구나. 수용 그럼. 귀는 문이 아니잖아. 닫히질 않아. 이리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용 가끔은 닫혔으면 좋겠지만…. 이리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건 중요해. 근데 이 망할 놈의 세상은 밑 빠진 독이라서 어딘가는 새게 되어 있잖아. 수용 왜 날 봐. 계속해. 이리 성장이 제1의 명분이 되는 시대는 흘러가고 있어. 이젠 희생의 이유도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거지.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수용 애들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이리 뭐가? 수용 아이들이 배울 곳이 필요하다. 이걸로는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으로 부족해? 이리 무엇보다 중요하지 수용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인류애적인 충만함을, 정신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어. 안 그래? 이리 …. 수용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리 것도 능력이야. 한 번에 양쪽을. 수용 양쪽을 뭐. 이리 아냐. (쿵) 이리 하여튼 지금은 어떤 이유도 저 사람들한텐 먹히지 않을 수도 있어. (쿵) 이리 (밖을 보며) 한껏 쫄아 있으니까. 나는 저 사람들의 확신이 무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번에도 버려질 거란 공포에서 나왔다고 봐. (쿵) 수용 시끄럽지? 수용, 음악을 튼다. life is killing - type O negative 수용 소음에는 락이지. 소음은 음악소리에 묻히고 뿌연 먼지 사이로 둘, 망치질. 벽을 타고 온 진동이 노파의 아크릴 박스를 사정없이 흔든다. 노파, 공포에 질린 비명이 락에 묻히고 노파의 사정과는 별개로 망치질을 하는 수용과 이리의 모습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 시위를 하는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어느 삭막한 공사장의 인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일순간 음악이 멈추고 노파가 있는 불투명 박스에 조명 노파 아주 발광을 허네! 수용, 노래를 멈춘다. 이리 왜? 수용 뭐라고 하지 않았어? 이리 아니. 수용 (귀를 파며) 아닌가. 이리 살살해, 스윙에 감정이 실렸다. 누구 생각해? 수용 여럿 (쾅) 생각하지. 이리, 분무기로 먼지를 잠재운다. 수용 사람들이 타격감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잖아. 복싱이나 야구공 치는 것처럼. 아무래도 난 때리고 (쾅) 던지고 (쾅) 치고 박으면서 (쾅) 스트레스 푸는 거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수용, 손목을 턴다. 이리 (덥다. 옷을 펄럭) 너도 참, 손목 아프단 말을 장황하게 한다. 수용 (보곤) 옷 빌려줄까? 이리 아니, 됐어. 수용 먼지 엄청 붙었네. 이리 블랙이 적나라하지. 수용 하나 가져다줄게. 이리 아냐, 됐어. 수용 아냐 가져다줄게. 이리 아니 괜찮아. 수용 불편해 보여. 가져다줄게. 이리 진짜 괜찮다고. 수용 나도 진짜 괜찮아. 이리 아니. 괜찮다니까? 수용 왜 화를 내. 이리 화를 낸 게 아니라. 됐다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니까. 크게 얘기 해준 거지. 수용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이리 남자들 종족 특성이야? 왜 노를 못 알아듣지? 강요하지 마. 수용 내가 언제 강요를 했다고 그래. 이리 방금. 수용 그냥 물어본 거잖아. 불편해 보이니까. 이리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일곱 번째로 말해줄게. 됐어. 필요 없어. 난 이 옷이 좋아. 불편하든 더러워지든 이미 나랑 한몸이라고. 네가 신경 쓸 거 아니란 거지. 알겠어? 수용 그래. 그럼. 이리, 망치질 이리 넌. 매사에 모든 걸 통제해야 속이 시원해? 왜 그래? (쾅) 이리 무지에서 나온 삐뚤어진 믿음? 웃기네. 야, 이름 짓기 좋아하는 건 나보다 네가 더해. 벽을 마구 치며 쏟아낼 대로 쏟아낸 이리, 숨을 고르고 이내 머쓱해진다. 수용 …. 이리 야. 미안하다. 수용 …. 이리 미안하다고. 수용 어. 이리 된 거지? 수용 …. 이리 미안해. 너도 알잖아. 내가 한 번씩 예민해지는 거. 수용 한 번씩이 아니잖아. 항상 예민해. 이리 항상은 아니지. 수용 맞아.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나도 너 못지않게 예민해. 난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어. 잘 때도 먹을 때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싶어. 그게 더 확실하잖아. 어중간하게 미쳐 있는 것보단 명백한 환자가 되는 게 낫지. 이리 무슨 그런 말이 있냐. 수용 나는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닌 경계에 서서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을 네가 알아? 이리 알지. 내가 여자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그랬지. 수용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머니한테 커밍아웃 언제 할 거야? 이리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확실한 건 네 인생만,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수용 말이 나올 만하니까 하는 거야. 성 서방 밥은 잘 먹고 다녀? 불쑥불쑥 연락 올 때마다 무시도 못하고 답장도 못하고 얼마나 난감한 줄 알아? 3년이야. 이사 도와준 대가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죄책감 드는 건 줄 알았음 도와 달라고도 안 했지. 커밍아웃을 하느냐 마느냐는 네 선택이지만 나까지 죄책감 들게 만들지는 말아 주라. 이리 … 말을 하지 그랬냐. 둘 다 입 꾹 다물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수용 나는 그렇다 쳐도 너희 어머니는 아니었을걸. 네가 보기에 내가 무모하고 강박적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넌 무책임하게 도망만 다니는 걸로 보여. 시간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그냥 유예시킬 뿐이지. 편한 선택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 이리 내가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수용 최소한 네 멋대로 사는 걸로는 보여. 이리 진짜 멋대로 사는 게 누군데. 세상이 어떻게 모 아니면 도로 돌아가. 불가능한 걸 바라면서 이게 왜 불가능하지 왜 이렇게 안 되지, 사람들이 왜 서명을 안 해 주지. 하루라도 징징거리는 걸 멈추고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궁금해하긴 해봤어? 아니지. 네가 생각할 때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니까. 안 그래? 그렇게 결론지었잖아. 왜? 그게 쉽고 편하니까. 수용 그래! 맞아! 왜냐고?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으니까! 이리 정신적 보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누가 아니래? 수용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저러지. 수용과 이리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이리 내 말 듣긴 했니? 수용 내 귀는 문이 아니니까. 이리 칸트도 너보단 융통성 있을 거야. 알지 칸트?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던 외톨이. 제발 사람 좀 만나. 글로 배우지 말고. 그러다가 너도 청혼 승낙만 7년 고민하는 수가 있어. 결혼해야 하는 이유 354가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350가지 쓰면서. 수용 … 내내 날 그렇게 생각했어? 이리 언제부터 내 생각이 중요했냐.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은 다 멍청하고 덜떨어졌다고 생각하잖아. 수용 내가 언제. 이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봐. 수용 … 그만 가주라. 이리 왜 도와 달라며. 아, 그래서 불렀니? 옛말에 무식한 놈이 힘세다고 이런 일엔 내가 나서야지. 수용 됐어, 가. 네 도움 필요 없어. 이리 정말? 수용 그래. 이리 후회 안 하지? 수용 그래! 정말 진짜로 필요 없어. 이리 그래 그럼! 이리, 돌아갈 채비 하는데 초인종 소리. 수용, 현관으로 가(계단의 문이 아닌 객석을 향해) 손님을 확인하는데 이리 간다 수용, 이리를 잡고 숨을 죽인다. 이리 왜? 문 두드리는 소리 이리 놔. 수용 (속삭이듯) 아랫집. 이리 이런 게 자승자박이란 거다. 이리, 문으로 향하고 수용 어디 가. 이리 가라며. 수용 할머니 가면 가. 이리 벽은 허물면서 저깟 문은 하나 못 여냐. 수용 그게 아니라. 손에 뭐가 있어. 이리 뭐? 수용 몰라.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쥐고 있어. 송곳이나 드라이버 같아. 이리, 현관(객석을 향해)으로 가 보면 커다란 스크린에 할머니의 모습이 뜬다. 모니터로 보이는 노파는 인터폰 렌즈에 왜곡된 모습이다. 괴이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리 진짜네…. 수용 잘못하다간 오늘 피 보겠어. 이리 피는 무슨. 수용 말했잖아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라고. 이리 나도 난데 너 너무 고정관념으로 뚤뚤 뭉친 거 아니냐. 그냥 할머니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수용 네가 안 맞아 봐서 그래! 이리 쫄았구만. 수용 … 얼마나 아픈데. 이리, 다시 현관으로 가 동태를 살피곤 이리 안 가시네…. 수용 그냥 없는 척하자. 층간소음에 살인도 난다잖아. 이리 그 난리를 쳤는데 없는 척이 돼? 수용 해보고 말해. 왜 안 해보고 그래? 이리 넌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다? 수용 넌 남 일에만 용기를 내잖아. 이리 그래, 알겠어. 집주인 마음대로 해. 말 그대로 집주인이 주인이니까. 이리, 가방을 대충 던지곤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만 보던 수용은 멀찍이 떨어진 바닥에 앉는다. 이리 왜 바닥에 앉아? 수용 왜. 이리 지금 눈치 주냐. 수용 그건 무슨 피해망상이야. 이리 네가 나중에 또 뭐라고 할까 봐 그러지. 불만 있을 땐 말 안 하고 한참 지나서 말하잖아. 수용 내가 쌓아 두는 게 아니라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지. 이리 실수가 실순지 어떻게 알아, 말을 안 하는데. 수용 어떻게 몰라? 이리 넌 아니? 수용 당연하지.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이리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넌 내가 아니잖아. 나도 네가 아니고. 수용 상식에 대한 얘기야. 이리 이젠 내가 상식도 없다? 수용 (난감하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지) 가끔. 이리 너한테 난 대체 뭐냐? 수용 친구. 이리 원래 친구한테 이래? 아님 나한테만 이래? 수용 내가 뭘…. 이리 방금! 수용 조용히 해. 이리 내가 상식이 없다며 아까는 정상 아니라고 하더니 넌 상식도 없고 정상도 아닌 애랑 왜 친구 하냐. 노파 (문 쿵쿵) 안에 없어? 있지? 수용 가끔 그렇다고. 왜 이렇게 발끈해? 나도 가끔은 상식 없이 굴어. 이리 정말 박수를 보낸다. 노파 있네. 문 좀 열어봐, 총각! 이리 저 할머니 말귀 어두운 거 맞아? 별로 크게 말 안 하는데 다 들어. 수용 그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이리 아이고, 엎드려 절 받기다. 수용 그래, 그것도 내가 미안해. 이리 할머니 아니었음 절대 안 했을 말이지.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용, 무릎을 꿇는다. 이리 뭐하냐? 수용 미안. 이리 일어나…! 수용이 일어나지 않자 이리도 같이 무릎 꿇고 이리 뭐 하자는 거야. 수용 네 방식대로 사과하잖아. 이리 이게 무슨 내 방식이야. 수용 날 감정적으로 굴복시키고 싶어 하잖아. 이리 날 그런 쓰레기로 봤어? 수용 내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질 않잖아. 이리 그건 맞는데. 수용 그것 봐. 이리, 노파가 만들어 내는 소음과 수용의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하다. 이리 나중에 하자. 제자리걸음이야. 차라리 저쪽을 선택할래. 수용, 이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리 뭐해…! 수용 가지 마. 이리 왜 이래, 얘가…! 수용 이대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이리 하지 마. 기분 되게 이상해. 두 사람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그 순간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다. 두 사람 문을 가만 바라보고 노파, 집 안 소리를 듣기 위해 문에 귀를 대 본다. 이리 봐, 조용해졌어. 수용 안 갈 거지? 이리 어! 수용, 이리를 놓아 준다. 이리, 문으로 향하니 수용은 움찔거리고 이리 안 가! 이리, 문에 귀를 대 본다. 수용 (조심스레) 갔어? 이리 (속삭이며) 몰라. 노파 이봐! 이리, 화들짝 놀라 되돌아온다. 수용 거 봐. 이리 오늘 무슨 날이냐. 미치겠네.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수용 나 말하는 거야? 이리 총체적으로 다. 노파, 문틈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놓고 돌아간다. 수용 내가 벽이면, 나도 이렇게 부숴버릴 거야? 이리 부수는 건 네 아이디어잖아. 귀찮게 뭐 하러 그래. 나였음 그냥 이사 갔어. 수용 … 지금 절교 선언한 거야? 이리 아니. 뭐래 정말. 지금 벽 얘기하던 거 아니었어? 수용 그래, 벽 얘기하고 있었지. 네가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다며. 이리 아니, 내가 말한 벽은 이 벽이고, 나라면 그냥 이사를 갔을 거라고! 네가 말한 벽은 그러니까 너고 네가 벽이라면 나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내든가 창문을 하나 뚫든가 어? 뭐가 이렇게 어렵지. 울어? 이리,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쯤 노파는 자리를 뜨고) 수용 …. 이리 미안해. 수용 네가 왜 사과하는데? 이리 내가 남자 눈물에 약하잖아.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넌 왜 우는데. 무슨 일 있어? 오늘이 그날은 아니지? 아까 분명히 아니라고 했다? 수용 무슨 날. 이리 데드타임. 수용 아니야. 그냥…. 조기 갱년기 같아. 이리 이제 스물아홉이 웃기네. 수용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요즘 애들 사춘기 일찍 온다며. 아니면 비타민D 부족 우울증이든가. 모르겠어. 세상에 거대한 벽이 느껴져. 이리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고? 수용 너도 그래? 이리 생리 전 증후군이 딱 그래. 너도 정신적 생리하니? 수용 장난치지 마. (사이) 나는 그냥 햇빛을 보며 살고 싶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이리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수용 동구에 특수학교 설립이 2012년에 결정됐어. 근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에 개교를 해야 했거든? 근데 아직 벽돌 한 장 못 얹었어. 여기는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희망이 안 보여…. 이리 희용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수용 희용소? 이리 희망, 용기, 소망. 희용소. 수용 (한숨)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리 장난치는 거 아냐. (잠시 생각을 고른다) 사랑이 눈에 보이니? 느끼는 거지. 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사소해. 아주 작은 떨림이면 충분하거든? 나는 내가 처음 좋아했던 애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끝이 떨려. 심장은 말할 것도 없지. 여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니까. 내가 그 애랑 잘되지 않았다고 해서 걜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걸까? 내 첫사랑은 지독한 이성애자고 나는 더 지독한 레즈비언이라서 영원히 평행선에 설 수밖에 없지만, 걘 여전히 내 첫사랑이야. 결과가 본질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희망도 똑같아. 느끼는 거지. 수용 그러면 더 확실하네. 왜냐면 내가 요 근래 느끼고 있는 건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뿐이거든. 이리 진동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심장인가 보지, 네가 망치인 거야. 아까 망치질해 봐서 알잖아. 망치질하는 놈 손목은 아 나는 거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 힘들고 또 뭐냐,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거야. 누군가는 네가 만든 진동을 느끼고 있어. 수용 … 희망사항이다. 이리 최소한 나는 느껴.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이리, 수용의 곁으로 가 가만 안아 준다. 수용, 이리의 어깨에 머리를 가만 기댄다. 이리의 서툰 위로가 마음에 닿는다. 수용 내가 여자가 되면 날 사랑해 줄래? 이리 무슨 소리야. 수용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이리 난 널 사랑해. 네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삶의 충만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수용 스트레스는 알겠는데 삶의 충만함은 뭐야?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줘? 이리 응. 수용 …. 수용,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느끼며 일어서 문으로 향한다. 이리 왜? 수용 좀 덥지 않아? 난 좀 덥네. 이리 열게? 수용 어. 열어드리게. 이리 이제 안 무서워? 수용 아니. 어. 아니.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러냐. 그냥, 혼란스러웠던 거지…. 가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계시면 나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 테니까…. 이리 갑자기 용감해졌네. 수용 도와주겠지 뭐…. 이리, 그런 수용을 보며 미소 짓고 수용, 머쓱하게 돌아서며 현관문(계단에 있는 문)을 연다. 무대 위 작은 무대, 노파는 종이 한 장을 날려 보낸다. 종이는 수용 앞으로 떨어진다.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서다. 이리 뭐가 적혀 있는데? 수용과 이리, 적힌 글을 보고 내가 배움이 짧아 글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되어 늦게나마 표를 줍니다. 내 이름 석 자가 좋은 일에 쓰여 참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웃사촌 김옥형. 옥형이 있는 아래를 본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옥형의 모습에서 암전.
  •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너라는 비밀번호/정명숙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너라는 비밀번호/정명숙

    너를 열 땐 언제나 처음부터 진땀이 나쳇바퀴 다람쥐처럼 단서들을 되짚는다비밀은 물음표 앞에굳게 닫혀 덧댄 빗장 하루에도 여러 번씩 바뀌는 네 취향은여기저기 흩어놓은 서투름과 내통해도자물쇠 가슴에 숨어드러나지 않는다 네 날씨 풀어내려 구름 표정 살펴보다숨겨둔 꽃대라도 찾아낼 수 있을까불현듯 네가 열린다꽃숭어리 활짝 핀다
  • [시조 심사평]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 담백·정갈한 언어로 그려

    [시조 심사평]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 담백·정갈한 언어로 그려

    자유시와 정형시(시조)를 장르 개념만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시상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하려면 자유시로, 일정한 형식에 맞추고자 할 때는 시조의 틀을 빌려 소리를 빚어야 한다. 현대시조는 현대정신을 표현하면서도 전통적 율문의 개념을 결합한다. 시조와 자유시의 경계는 형식적인 차이만 다를 뿐, 현대인의 사상과 감정을 담아내는 압축된 그릇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종심에 오른 시조들을 더 주의 깊게 읽었다. 최종심에서 거론한 작품은 ‘피레네의 성’, ‘너라는 비밀번호’, ‘그루밍’, ‘사그랑이의 말’ 등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정상미씨의 ‘너라는 비밀번호’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다양한 매체의 난립으로 웹페이지마다 다르게 설정한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혼란에 빠진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에 비유하여 담백하고 정갈한 언어로 형상화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루에도 여러 번씩 바뀌는 네 취향”이나 “구름 표정 살펴보다/ 숨겨둔 꽃대라도 찾아낼 수 있을까”와 같은 시적 진술을 통해 개인의 정서를 사회적 정서에 자연스럽게 결부시키고 있는 점이 공감을 끌었다. 다만, 첫수 초장에서 유지되던 긴장감이 셋째 수 종장에서 돌연 쉽게 풀린 것은 숙제로 남았다. ‘패스워드 증후군’이라는 현상을 소재로,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한 심리를, 다른 사람의 내면을 알고 싶어 하는 개인의 이야기에 연결한 지점이 참신했다. 다수의 시조에서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인 경우를 만난다. 시조를 쓰고 읽는 이들이 시조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앞으로의 응모작들에서도 일정한 형식 안에서 현대시조가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하며 시조의 현대성 구현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 폰으로 스마트 소통, 스마트 학적, 스마트 서비스 다 되네

    폰으로 스마트 소통, 스마트 학적, 스마트 서비스 다 되네

    경일대가 ‘스마트캠퍼스 앱’을 출시했다.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상담신청, 전자출결, 도서관 열람실 좌석 예약 등 분산되어 있던 웹 서비스를 하나의 모바일 앱을 통해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스마트캠퍼스 앱’이 도입되면서 기존 학생증이나 교직원증을 대신해 강력한 보안성을 갖춘 모바일 신분증으로 건물 출입과 발열 체크 기록 등이 더욱 정확해지고 편리해졌다. 신분 확인의 정확성과 편리성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보안을 강화한 점이 돋보인다. 모바일 신분증(QR코드, NFC, BLE)은 경일대만의 데이터베이스 암호화 기법으로 생성되어 외부 유출 걱정이 없다. 또한 개인정보 취급자가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일회용 비밀번호(OTP)로 2차 인증을 거친 후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교육기관에서도 이에 철저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교내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교수는 수강생 리스트를 활용하여 강좌 수강생들과 학사 정보와 수업 정보 등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수발신이 가능한 메시지 함을 통해 교수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해졌다. 학생상담 또한 클릭 한 번으로 전화, 메시지까지 연동되어 상담까지 걸리는 시간을 보다 단축시킬 수 있어 유용하다. 이외에도 교직원을 위한 ▲교직원 수첩 ▲급여/강의료 명세서 ▲경조사, 학생들을 위한 ▲강의 시간표 조회 ▲성적 조회 ▲장학금 수혜내역 조회 ▲등록금 납부내역 조회 ▲강의 및 수업만족도 평가 등을 모바일 기기에서 한 번의 로그인으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석봉 경일대 정보처장은 “이번 ‘스마트캠퍼스 앱’ 오픈을 통해 교내 구성원들이 각종 서비스를 철저한 보안 시스템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원활한 소통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열애설 부인’ 라비, 태연 집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갔다

    ‘열애설 부인’ 라비, 태연 집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갔다

    그룹 소녀시대 태연, 빅스 라비가 열애설을 부인한 가운데 이를 최초 보도한 기자가 두 사람이 2박 3일을 함께 보냈다며 아파트 주차장에서 몰래 찍은 데이트 영상을 추가로 공개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열애설을 보도한 기자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녀시대 태연 빅스의 라비 2박3일간의 크리스마스 자택 데이트 영상 공개’란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기자는 ”지난 10월쯤 두 사람이 열애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태연씨와 라비씨는 1년째 열애 중인 게 팩트다. 서로를 아끼고 의지하는 사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두 사람이 2박3일간 자택에서 데이트를 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정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라비는 25일 오전 10시쯤 태연의 자택에 도착해 직접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 후 라비와 태연은 같이 모습을 드러낸다. 라비는 반려견을 품에 안고 있는 태연의 어깨를 감싸며 자연스럽게 에스코트했다. 두 사람은 인근 마트에서 그릴을 구입했다. 이후 두 사람은 라비의 집 주차장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라비는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태연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를 두고 팬들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자택 앞에서 기다렸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라 분개하고 있다. 한편 앞서 태연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라비와의 열애설과 관련해 “(두 사람은) 곡 작업을 함께하는 등 친하게 지내는 선후배 사이일 뿐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라비의 소속사 그루블린 관계자 역시 “두 사람은 친한 선후배 사이다. 곡 작업 등을 통해 친분을 쌓았으며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추측성 기사는 자제 부탁드린다”고 했다. 뉴스부 seoulen@seoul.co.kr
  • “스파링 가장한 학교폭력, 피해자는 의식불명”...고등학생 2명 기소

    “스파링 가장한 학교폭력, 피해자는 의식불명”...고등학생 2명 기소

    스파링을 가장해 동급생에게 폭력을 가해 의식 불명 상태로 만든 고등학생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28일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희경 부장검사)는 중상해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A(16)군 등 고교생 2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A군 등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안에 있는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 몰래 들어가 동급생 B(16)군을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격투기 스파링을 하자며 B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쓰게 한 뒤 약 2시간 40분을 번갈아 가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휴관 중인 아파트 내 체육시설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몰래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A군 등 2명은 경찰에서 “스파링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이들의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 보강 수사를 벌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구속 기간은 10일이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추가로 한 차례(최장 10일) 연장할 수 있다. 해당 사건은 B군의 부모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가해자들의 엄벌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청원 글은 이날 현재 누리꾼 32만6000여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삼성·하나카드도 내년부터 해외직구 시 가상카드 발급 서비스 시행

    삼성·하나카드도 내년부터 해외직구 시 가상카드 발급 서비스 시행

    내년 1월부터 삼성카드와 하나카드 이용 고객도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할 때 ‘해외직구용 가상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카드사에서 시행 중인 가상카드 발급 서비스가 내년 1월부터 전체 카드사에 확대된다고 27일 밝혔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결제 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외에도 ARS 인증, 비밀번호 입력 등 추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외 온라인 가맹점에서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코드만 입력하면 된다. 이 때문에 보안이 취약한 일부 해외 가맹점에서 해킹 등으로 카드정보가 유출되면 제3자가 곧바로 이용할 수 있어 국내 소비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국내 카드사가 비자(VISA), 마스터(Master), 아멕스(AMEX), 유니온페이(UnionPay), JCB 등 국제 브랜드와 제휴해 발급한 카드를 소지한 소비자라면 각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서 가상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1주일에서 1년 사이로 유효 기간을 설정해 임의로 생성된 해외 거래용 카드번호, CVC코드 등을 발급받게 된다. 카드사에 따라 주·월간 결제한도액을 정하거나 결제 횟수를 제한할 수도 있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등은 이미 시행 중이며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신한카드는 비자와 마스터 소지 고객은 내년 1월부터, 아맥스 등은 내년 4월부터 이용 가능하다. 현대카드 이용 고객은 내년 1월부터 앱에서 신청 가능하지만 현대카드가 특정 기업과 제휴해 발급한 신용카드는 내년 5월부터 이용 가능하다. KB국민카드는 마스터 소지 고객은 이미 시행 중이지만 비자는 내년 2월, 아맥스는 내년 4월부터 이용할 수 있다. NH농협카는 비자 소지 고객은 내년 1월부터, 마스터는 내년 2월부터 가능하다. 금감원은 “일정 기간만 사용할 수 있는 가상카드를 통해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유효기간, 사용횟수 등을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박원순 휴대폰’ 5개월 만에 포렌식 완료…사망 경위만 밝힌다

    ‘박원순 휴대폰’ 5개월 만에 포렌식 완료…사망 경위만 밝힌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기 위한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이 약 5개월 만에 완료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7일 재개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이날 마쳤다. 포렌식 작업은 박 전 시장의 유족 측과 서울시 측 대리인들의 참관 하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휴대전화는 박 전 시장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유류품으로, 경찰은 지난 7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등 포렌식에 착수해 정보가 손상되지 않도록 통째로 옮기는 ‘이미징’ 작업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유족 측이 법원에 포렌식 중단을 요청하는 준항고를 내면서 일주일여 만에 중단됐고, 서울북부지법이 이달 9일 준항고를 기각하면서 5개월 만에 재개됐다. 다만 이번 포렌식을 통해 경찰이 확보한 데이터는 사망 직전 주고받은 카카오톡·문자메시지 등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국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비서실 관계자 등이 방조했다는 의혹을 푸는 데에도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박 전 시장의 변사와 관련된 경찰의 수사는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낮아지는 유언장 작성 연령…中 20대 작성자 증가추세 왜?

    낮아지는 유언장 작성 연령…中 20대 작성자 증가추세 왜?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천첸 씨(26세)는 최근 자신이 사망할 시 모든 재산을 어머니에게 상속하겠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작성한 유언장은 공증 전문 업체를 통해 공증 과정도 완료했다. 평소 특별한 지병 없는 천 씨가 유언장을 작성한 것은 만일의 사고사가 발생할 경우 자신의 모든 재산을 어머니에게 100% 상속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 줄곧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취업 4년 만에 자가 주택을 구매할 정도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연령대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고수입과 자가 주택 구매 등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천 씨가 유언장을 작성한 계기는 최근 지인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례를 목격한 것이 주요했다. 천 양의 직장 동료였던 20대 A씨가 최근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사망하자, 평생 연락이 없었던 생면부지의 아버지가 나타나 재산 상속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천 양은 지인의 사망을 통해 부양 의무를 일체 거부했던 친부가 사망자 재산 중 50%를 상속받은 사례를 직접 목격했던 것. 특히 천 양의 가족 관계도 이와 매우 유사했다는 점이 그의 유언장 작성을 고무시켰다. 천 양은 자신이 16세였던 시기,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거주했던 그가 사망 시 일부 재산을 아버지에게 상속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천 양은 “어머니와 이혼 한 아버지는 이후 우리 두 사람의 생활비를 한 푼도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태에서 아버지는 우리와 연락을 끊고 살기를 원했었다. 대학 졸업까지 모든 교육과 양육비를 어머니 혼자 감당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다행스럽게도 대학 졸업 후 (내가)안정적인 회사에 취업을 했고 생활 형편이 조금이 나아졌다”면서 “대부분의 수입을 모아서 주택을 구매하고, 일부는 예금한 상태이지만, 어머니는 모든 재산을 나의 명의로 해주셨다. 때문에 내가 사고로 사망할 시 모든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어머니에게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광저우에 거주하는 또 다른 유언장 작성자 링링 씨. 1994년 출생한 평범한 직장인인 링 씨 역시 지난 5월 유언장을 작성, 전문 업체에 공증을 받았다. 그가 유언장을 작성한 이유는 모바일 가상 계좌에 저축한 자산을 어머니에게 상속하기 위해서였다. 링 씨는 “대부분의 돈을 모바일 가상 계좌에 저축했고, 현금은 단 몇 천 위안만 소지하고 있다”면서 “가상 계좌의 경우 돈 인출 시 지문 또는 얼굴인식이 필요한데, 이 경우 어머니가 나의 자산을 인출하지 못하는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유언장을 미리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이가 많은 어머니가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가상 계좌 사용방법을 모른다”면서 “유언장 작성 업체로부터 가상 계좌 상의 재산도 유언장에 포함된다는 설명을 듣고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계정, 그리고 비밀번호를 유언장에 함께 첨부했다”고 덧붙였다.해당 유언장은 중국노령사업발전기금회와 노인건강기금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전문 유언장 공증업체 ‘중화유언고’에 보관, 인증 받았다. 해당 업체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전국에 총 57곳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총 15명의 유언장을 인증, 보관해오고 있다. 이들 집계에 따르면, 유언장 작성자의 연령이 매년 낮아지는 추세로 확인됐다. 지난 2013년 기준유언장 작성자 평균 연령은 77.43세였던 반면 지난 2018년에는 71세로 낮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20대 가운데 유언장 작성을 문의하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당 업체는 분석했다. 실제로 해당 업체에 유언장을 등록한 20대 작성자의 수는 지난 11월 기준 236명에 달했다. 가장 낮은 연령의 작성자는 18세로 확인됐다. 다만 미성년자의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 해당 업체의 설명이다. 유언장을 작성한 20대 회원의 대부분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들로, 직업군으로는 기업 사무직, 기업 창업자, 프로그래머, 보험업, 변호사 등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또, 젊은 세대의 유언장 내용에는 소액의 현금과 모바일 가상 계좌에 저축한 금액에 대한 언급이상당하다. 일부는 가상 화폐, 게임 머니 등에 대한 내용을 게재하는 사례도 상당했다. 사망 시 주요 재산 상속인은 부모였다. 이는 중장년층, 노년층의 유언 중 상당수가 부동산, 주식에 등에 한정된 것과 큰 차이다. 한편, 리스륭 베이징시 장의협회 이사는 “유언장 작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젊은이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죽음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유언장 작성을 선택하고 있다. 유언장 작성은 곧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법률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경찰, 박원순 휴대폰 포렌식 재개…이번엔 사망 경위 밝혀질까

    경찰, 박원순 휴대폰 포렌식 재개…이번엔 사망 경위 밝혀질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기 위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이 4개월여 만에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경찰청 포렌식 관련 부서에 보관 중이던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전화기의 분석을 전날 재개했다고 18일 밝혔다. 포렌식 작업은 유족 측과 서울시 측 대리인들이 참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7월 박 전 시장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등 포렌식에 착수했다. 당시 휴대전화 속 정보가 손상되지 않도록 통째로 옮기는 이미징 작업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유족 측이 법원에 포렌식 중단을 요청하는 준항고를 내면서 일주일여 만에 중단됐다. 이후 서울북부지법이 이달 9일 준항고를 기각하면서 포렌식 작업의 재개가 가능해졌다. 유족 측은 기각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비서실 관계자 등이 방조했다는 의혹을 푸는 데도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활용하고자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포렌식은 일단 사망 경위 수사에만 한정될 예정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스파링 가장해 3시간 폭행...피해자는 의식불명” 학교폭력 저지른 고1

    “스파링 가장해 3시간 폭행...피해자는 의식불명” 학교폭력 저지른 고1

    스파링을 하자는 동급생들에 불려간 한 고등학생이 3시간 가까이 폭행을 당해 의식 불명 상태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인천 중부경찰서는 중상해 혐의로 A(16)군 등 고교생 2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A군 등은 인천시 중구의 한 아파트 내 체육시설에서 동급생 C(16)군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군 등은 C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착용시킨 뒤 약 2시간 40분 동안 번갈아 가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휴관 중인 아파트 내 태권도장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C군이 기절하자 A군 등은 바닥에 물을 뿌린 뒤 끌고 다닌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스파링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군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체육시설 내 폐쇄회로(CC)TV를 통해 A군 등의 범행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등의 이유로 영장이 발부돼 A군 등을 구속했다”며 “최근에 사건을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A군 등은 지난 9월 초에도 다른 동급생을 폭행해 공동상해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어머니 “잔인한 학교 폭력, 아들 인생 망가져” C군의 어머니는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C군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 중 1명이 딸에게 ‘너희 오빠 나하고 스파링하다 맞아서 기절했다’고 연락을 했다”면서 “(그 학생들이) 아들을 두고 도망갈까 봐 아줌마가 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사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 끝이 나니 아무런 죄의식 없이 금방 풀려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아들이 깨어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국민청원 글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8만8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의 동의를 받았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부산 서면교차로 광고 전광판 해킹은 중학생 소행

    부산 서면교차로 광고 전광판 해킹은 중학생 소행

    지난해 부산 서면교차로에 설치된 한 언론사 전광판을 해킹한 범인은 중학생인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중학생 A(10대)군을 붙잡았다고 13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1시 28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건물에 설치된 B 언론사 전광판에 “OOO 전광판 중학생한테 다 털렸죠? ㅋㅋㅋㅋ”라는 문구를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전광판 운영 업체가 원격 제어 용도로 사용하던 외국 프로그램이 자동 업데이트되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포함한 로그인 화면이 전광판에 표출됐다. 이를 본 A군은 이 프로그램에 접속해 조롱성 문구를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내사에 착수,인터폴 등과 국제 공조 수사까지 벌여 A군이 범인임을 밝혔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 때문에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이 형사미성년자여서 가정법원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공인인증서 빈자리 잡아라”… 막오른 인증서 경쟁시대

    “공인인증서 빈자리 잡아라”… 막오른 인증서 경쟁시대

    21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전자서명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네이버,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과 은행들까지 인증서를 내놓으면서 공인인증서의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으로 그동안 정부가 공인인증서에 부여하던 우월적 지위는 이날부터 사라졌다. 공인인증서는 주민등록증이나 인감 날인 등을 대신해 인터넷상에서 본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정된 증명서다. 하지만 사용·보관이 불편해 이용자들에게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왔다. 금융결제원이 발급하는 기존의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로 이름을 바꿔 민간업체와 경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공인인증서가 범용성과 보안성에서 인정을 받았고, 일부 불편 사안을 개선한 터라 급속하게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발급하는 ‘금융인증서비스’도 전 금융권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간업체 전자서명 건수 벌써 6646만건 하지만 민간업체의 전자서명 서비스는 이미 공인 전자서명 발급 건수를 넘어설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이통 3사의 패스(PASS), 카카오페이 인증, 네이버 인증, 페이코 인증, 토스 인증 등 민간업체의 전자서명 발급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6646만건, 공인 전자서명 발급 건수는 4676만건이었다. 지문·홍채 같은 생체정보 방식과 간편 비밀번호 인증, 간편 가입과 발급 절차, 손쉬운 보관·이동 등이 민간 전자서명의 강점으로 꼽힌다. KB·NH농협·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들이 선보인 자체 인증서도 이러한 편의성이 강점이지만, 아직은 발급받은 금융회사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금융·공공기관 선점 인증서가 시장 장악” 민간업체의 전자서명 서비스는 업체별로 제휴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 결국 금융·공공기관을 선점하는 인증서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인증서 발급 기관과 금융기관, 플랫폼과의 제휴 경쟁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C제일은행 모바일뱅킹 앱에 카카오페이 인증이 도입된 것도 이러한 경쟁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달 말 공공기관 사업자 선정 ‘분수령’ 특히 행정안전부가 이달 말쯤 발표하는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자 선정이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금융거래와 관련한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는 폐지됐지만,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에서는 공인인증서를 고집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자 선정에서 공공기관이 사용 가능한 인증서로 자리매김하면 정부 부처나 공기업 등은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카카오, KB국민은행, NHN페이코, 삼성패스, 패스 등 5개 사업자가 후보 사업자로 선정됐다.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 1월부터 국세청, 행안부, 권익위원회 등에서 인증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말정산을 시작으로 국민신문고, 정부24 등에서 인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속 터지는’ 공인인증서 내일 폐지...유효기간 만료까지 사용 가능

    ‘속 터지는’ 공인인증서 내일 폐지...유효기간 만료까지 사용 가능

    내일부터 공인인증서 폐지1999년 개발→21년만 독점적 지위 소멸“공공기관 민간인증서 사용 가능” 내일(10일)부터 공인인증서가 폐지된다. 공인인증서는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증, 인감 날인 등을 대신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증명서로, 1999년 개발됐다. 공공기관이나 은행 등에서 본인을 인증하려면 공인인증서를 필수로 소지해야 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전자서명법’ 개정에 따라 10일부터는 그간 정부가 공인인증서에 부여하던 우월적 지위가 사라진다. 그간 정부는 한국정보인증·금융결제원 등 6개 공인인증기관을 선정해 이들 기관만 공인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이들 기관이 보유하던 독점적 지위가 소멸하면 앞으로 공인인증서와 민간업체에서 발급하는 전자서명 서비스는 모두 ‘공동인증서’가 된다. 즉 기존 공인인증서와 민간인증서 모두 같은 조건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체제가 된다. 공인인증서가 독점적 지위를 잃는다고 해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았다면 유효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유효기간이 끝나면 공동인증서로 갱신하거나, 민간인증서를 발급하면 된다. 공공기간·은행도 카카오페이·패스·NHN페이코 등 민간인증서 선택 가능 앞으로는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도 카카오페이·패스·NHN페이코 등 여러 민간인증서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 대면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했던 체제도 바뀐다. PC나 휴대전화 등 비대면으로도 인증서를 내려받을 수 있다. 공동인증서에 가입할 때 필수였던 10자리 이상 복잡한 비밀번호도 사라진다. 홍채나 지문 등 생체 정보 또는 간편 비밀번호(PIN)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는 공동인증서 또는 은행별로 발급하는 인증서를 활용하면 된다. 카카오페이나 패스 등 민간인증서는 업체별로 제휴한 보험사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향후 금융·공공 기관 등과의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결제원이 개발한 금융인증 서비스도 대부분의 은행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금융인증서를 내려받고 금융결제원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와 패스 등 민간업체는 공인인증서와 동일하게 공개키기반(PKI) 구조나 가상식별방식(Virtual ID) 등 보안 기술을 사용한다. 이들 업체는 이를 근거로 안전성을 보장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평가기관을 선정하고, 인정기관을 인정하는 기준을 마련한다. 민간업체가 위변조 방지 대책이나 시설·자료 보호조치 등을 마련하는지 평가해 안전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동안 액티브 엑스(X) 또는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필수로 설치해야 해 불편을 안겼던 공인인증서 폐지 소식에 네티즌은 반색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속 터졌던 공인인증서, 폐지 환영”, “우리 엄마, 공인인증서 하실 때마다 ‘아이고, 속 터져’ 하셨음”, “앞으로 더 간단해지네요”, “공인인증서 폐지 환영합니다”, “지금까지 폐지 안 된게 신기할 정도”등 반응을 보였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언젠가 돌아올 일상 그리며…세계 시인 56명 희망의 노래

    언젠가 돌아올 일상 그리며…세계 시인 56명 희망의 노래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하리라 노래하며 전 세계 시인들이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앤드)에서 손을 맞잡았다. 시집은 18개국 세계 시인 56명이 코로나19 극복기로 채워졌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소개하고자 설립한 쿠온출판사에서 지난 9월 말 펴낸 시집을 번역해 앤드 출판사에서 한국어판으로 출간했다. 김혜순, 김소연, 오은, 이장욱, 이원, 야마자키 가요코(일본), 피오나 샘슨(영국), 천이즈(대만) 시인 등이 참여했다. 시인들은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일상에서 느끼는 우울한 단상을 희망의 노래로 바꿔 불렀다. 여기에 대구시인협회 회원을 중심으로 발간된 코로나19 앤솔러지에 실린 시 6편도 함께 수록됐다.시인들의 시를 보다 보면 형체 없는 재난을 사는 우리들의 오늘날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나는 산책이 늘었다/나는 요리가 늘었다/ 나에게 시간이 너무나도 늘었다/축제가 사라졌다/장례식이 사라졌다/옆자리가 사라졌다/재난영화의 예감은 빗나갔다/잿빛 잔해만 남은 도시가 아니라/거짓말처럼 푸른 창공과 새하얀 구름이 날마다 아침을 연다’(24쪽, 김소연 ‘거짓말처럼’ 일부) 과거 재난영화에서나 보던 잿빛 도시는 아니지만, 푸른 창공도 평화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알게 됐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독일 등에서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 에드거 바서의 ‘랩시’도 새롭다. 그는 건강염려증 환자를 뜻하는 ‘히포콘더’라는 시에서 코로나19 시대를 살며 끊임없이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히포콘더’와 편집증을 의미하는 ‘파라노이아’가 반복해서 등장, 운율을 만들며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아파트 공동현관에 이르러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기 딱, 5초 전’의 풍경을 그린 황유원의 시 ‘여름밤 칵테일’을 읽으면 이 환난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오늘도 마스크를 끼고 보낸/숨이 턱 막히는 날의 귀가였지만/그 5초가 나를 살렸다고 생각하며/어머나,/아찔하고/짜릿했다/살면서 겨우/그런 게 좋았다’(38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국내 계정정보 2346만건 해외 웹사이트 불법 유통

    국내 웹사이트 1362곳에 담긴 이메일주소·암호 등 계정정보 2346만건이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불법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해킹 등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불법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국민들의 계정정보가 광범위하게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계정정보는 대부분 중소 규모 민간이나 공공사이트에서 나온 것이었다. 개인정보위는 해당 계정정보가 속한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계정정보 유출 여부 확인을 요청해 진위를 파악하는 중이다. 또 주요 기업에 사이버공격 대비를 공지하고 이메일서비스 기업에는 계정 이용자에 대한 추가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개인정보위는 국민들이 자신의 계정정보 유출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 계정정보 유출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이번 불법 데이터베이스 속 계정정보와 구글을 통해 확보한 계정정보 40억건을 연계해 내년부터 시스템 운영에 들어간다. 개인정보위는 이를 위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기정통부·경찰청·한국인터넷진흥원·주요 인터넷 기업과 영상회의를 열어 불법 계정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련 이용자 보호조치 상황을 공유하고 계정정보 유출 확인 시스템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윤종인 위원장은 “개인정보 불법 유통에 단호하게 대응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민들도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과 2단계 인증 로그인 등 개인정보 보호수칙을 실천해 달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아이들만 있으니…” 배달앱 개인정보 무단 보관한 업체 적발

    “아이들만 있으니…” 배달앱 개인정보 무단 보관한 업체 적발

    식당 정산프로그램 업체, 배달 정보 무단 수집·보관공동현관 비밀번호·탈퇴회원 정보 등도 삭제 안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보관하고 제공한 중계업체가 적발돼 검찰로 넘겨졌다. 문제의 업체가 보관하고 있던 정보 중엔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민감한 내용도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구리경찰서는 배달앱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제공한 혐의(개인정보 보호법 위반)로 중계업체 대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10월 말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2년간 배달앱 이용자들이 주문하면서 입력한 개인정보 2300만건을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서버에 보관한 혐의다. A씨는 주문자 개인정보를 한 달에 3만원씩 받고 식당에 제공, 1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식당의 실시간 정산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배달앱과 식당을 연결, 이 과정에서 주문정보 6600만건을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이용자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집 주소와 함께 어느 배달앱을 사용했는지, 카드 또는 현금 등 결제수단 등까지 세부적으로 수집했다. 심지어 이용자의 주문 요청사항을 수집·보관하는과정에서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나 “집에 아이들만 있으니 잘 전해달라”는 등의 민감한 내용도 그대로 포함됐다. 또 배달앱을 탈퇴한 이용자들의 정보도 삭제하지 않고 보관했다. 경찰은 주문정보 가운데 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2300만건을 보관한 혐의에 대해서만 입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개인정보가 아닌 주문정보였고 식당이 배달에 필요한 사항을 관리해 줬을 뿐”이라며 “환불이나 교환 등을 정확하게 하려면 고객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고객정보는 최소한으로 수집해야 하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보관하고 열람해선 안 된다. 개인정보 1차 수집자인 배달앱 업체 관계자들도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정보가 새나가는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이 끝나면 주문자 개인정보는 삭제해야 한다”며 “A씨는 주문자 개인정보를 서버에 보관하고 식당에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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