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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주범 검거 한편의 액션 드라마

    서울 은평경찰서 불광 1파출소 소속 주인(朱忍)순경이 7일 법정 탈주범 정필호(鄭弼鎬)를 검거한 순간은 한편의 액션 활극을 방불케 했다. 주 순경은 키 167㎝,몸무게 60㎏의 가냘픈 몸매지만 태권도 3단으로 파출소에서 ‘깡다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날 오전 6시45분.순찰을 마친 주 순경은 파출소 문을 여는 순간 박우재(朴宇載)경사로부터 “사복으로 갈아 입고 불광역 쪽으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주 순경은 자신의 승용차로 의경 3명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주 순경은‘골목길로 가야 범인을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 불광동 삼익아파트 입구 골목길로 차를 몰았다.순간 모자를 쓴 건장한 체격의 남자 모습이 눈에 띄었다.‘눈썹이 짙고 코가 유난히 큰 얼굴’은 영락없이 몽타주의정필호 얼굴이었다. 맥박이 뛰기 시작했으나 주 순경은 침착하게 400∼500m쯤 정필호를 따랐다. 차 안의 주 순경과 눈길이 마주치자 정필호는 달아나기 시작했다.길로 달아난 정필호는 붉은색 라노스승용차를 세우고 여자 운전자를 흉기로 위협,차를빼앗았다.여자 운전자는 비명을 지르며 차에서 내렸다. 정필호는 차를 돌려 주 순경을 향해 돌진했다.주 순경은 38구경 권총을 빼들어 허공에 공포탄 한 발을 쏘았다.차와의 거리가 2∼3m에 불과했을 때 실탄을 승용차 왼쪽 타이어와 트렁크 쪽으로 쏘았다.타이어의 공기가 빠진 승용차는 지하철 공사장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멈췄다.정필호는 차에서 내려 녹번동 쪽으로 달아나다 오토바이를 세워 뒷자리에 탔으나 10m도 못 가 길바닥에 떨어졌다.정필호는 통일로를 건넌 뒤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문을 열고 흉기로 운전사를 위협했다. 택시 앞까지 쫓아간 주 순경은 차 안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정필호의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으나 빗나갔다.이어 정필호의 오른쪽 옆구리와 머리를 권총 손잡이로 내리치자 정필호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흉기를 떨어뜨렸다.주 순경이 격투 끝에 정필호를 붙잡은 것은 오전 7시30분쯤이었다.91년대구 경상공고를 졸업한 주 순경은 의무경찰로 복무한 뒤 96년 11월 경찰에입문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정민혁 혼자 6명 눕혔다

    [테네리페(스페인) 송한수 특파원] 이태현(24·현대중공업)과 정민혁(25·강원태백건설)이 스페인에서 ‘모래판 스타’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지난 17일 한-스페인 ’민속씨름’교환경기 한국선수단으로 스페인을 찾은이태현은 도착 이후 줄곧 현지 매스컴의 인터뷰에 응하느라 짬짬이 관광을즐기려던 일정까지 미뤄야 할 형편이다.또 정민혁은 19일 오후 10시부터 산타크루즈 ‘루차 카나리아’ 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국가대항 1차전에서 6전승을 거둬 루차 카나리아 팬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냈다. ‘한-스페인 천하장사 대결’에 초대된 이태현은 페네리페도(道)의 라 프로빈샤를 비롯한 5개 지역신문과 텔레비전 21 등 3개 방송국으로부터 개인 신상에 대해 극성스러우리 만큼 자세한 관심을 표시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있다. 이태현의 프로무대 우승 경력과 키,몸무게,소속팀 등에 대해 질문공세를 편 디아리오 데 아비쇼 신문의 루이스 데 라 기자(36)는 “루차 카나리아는 170만 도민에게 프로축구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세계에서 경기방식과 기술이 가장 비슷한 민속씨름과 루차 카나리아 경기의 챔피언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태현(195㎝ 136㎏)은 94년부터한시즌 3개 대회 우승컵을 싹쓸이 한 루차 카나리아 최고 인기스타 프란시스 페레스(25·198㎝ 156㎏)와의 대결에서 1-3으로 져 경기장을 찾은 100여명의 교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가 열리자 막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쪽은 정민혁(180㎝ 130㎏).각팀 12명의 선수가 한명씩 루차 카나리아 선수와 번갈아 겨뤄 한경기 5판3선승제‘녹다운 리그’로 한팀 모두가 질 때까지 우승을 가리는 이번 경기에서 그는 뒤집기 등 화려한 묘기로 루차 카나리아 선수들을 물리쳐 6,000여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특히 첫 출전자로 나선 정민혁은 홀수판의 루차 카나리아 대결에서 마저 카나리아제도 7개 섬의 대표를 차례로 꺾으며 한국 승리를 이끌어 매스컴의 플러시 세례를 받았다. 한국은 정민혁이 혼자 6명을 모래판에 뉘는 활약에 힘입어 4시간에 걸친 국가 대항전을 12-10 승리로 장식했다.2차전은 22일 라스팔마스 아루카스경기장으로 옮겨 치러진다. onekor@
  • 공천반대 2차 명단선정 기준과 뒷얘기

    총선연대의 공천반대 2차 명단은 1차 명단 선정 때와 같은 기준으로 확정됐다.1차 때와 같이 ‘막판’에 구제된 인사들도 여러명 있었다. 백승헌(白承憲·변호사)상임집행위원장은 “부정·부패,선거법 위반,헌정파괴·반인권 전력을 우선 적용하고 반유권자적 행태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전직 고위관료는 고위직 진출 경로,직무능력 등을 참고했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출마가 예상되는 전직의원,차관급 이상의 전직 관료 등 원외인사 600여명의 명단을 확보,기초 및 소명자료 검토에 돌입했다.1차 발표때 빠졌으나 문제가 있던 15대의원 30명도 포함시켰다. 지난달 31일 1차로 원외인사 251명과 15대 의원 19명의 명단을 작성,상임공동대표 및 집행위원장 연석회의에 제출했다. 연석회의는 이 자료를 근거로 다시 원외인사 60명과 15대 의원 8명의 명단을 만든 뒤 유권자 100인 위원회 심의와 법률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2일 새벽 2시쯤 최종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배심원’ 지위가 부여된 유권자 위원회의 최종 토론이 1차선정 때와 마찬가지로 ‘경계선’에 있는 의원들을 포함시키는지 여부의 ‘잣대’가 됐다. 유권자위원회 김정아(金貞娥·여·28·학원강사)위원은 “‘기준을 바꿔서라도 넣어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인사들이 1∼2명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15대 대선 당시 경선결과에 불복해 신한국당을 떠났던 민주당 L씨와 전직 대통령 동생 C씨는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명단에서 빠졌지만 유권자 위원회에서 명단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논란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명단에 올랐던 15대 의원 8명 가운데 자민련 L의원 및 한나라당 S의원등 2명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제외됐다. 총선연대 김기식(金起式)사무처장은 “명단에 올랐던 원외인사 10여명도 뒤늦게 불출마를 선언해 뺐다”고 밝혔다. 이랑기자 rangrang@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1)창 달린 방

    ◈창 달린방-안은영◈◆등장인물해희·해우·미라·초코파이 아줌마·주인남자◆무대지하단칸방(씽크대가 방 안에 있는 원룸,창문이 없는 게 특징)성당(연못가)정신병원 매점(입원실 내에 위치)성당과 방이 한꺼번에 보여진다. 방 보여질 때도 미라의 기도하는 모습은 풍경처럼 계속된다. 1.거미줄 뜯어먹기조명 밝아지면서 해우의 신음소리 더 고통스럽게 난다. 해우,붕대 감긴 팔목을 감싼 채 까만 봉지에 얼굴 처박고 있다.호흡 빨라지다가 잠시 후 스르르 방바닥에 웅크리고 눕는다.일회용 부탄가스,해우의 몸에 깔리고 부딪쳐서 쇠소리 낸다. 해우:으으으으…으으으으…. 해희:(방문 삐그덕 열고 들어 와)미친사람한테 파묻혀 나까지 도는 건 아닌지 몰라.(해우보고)너 또!(해우를 일으켜 흔든다)해우:(신음소리만)해희:(해우 쥐어뜯으며)너 감옥 가!더 이상은 나도 못 참아.(식탁보로 덮어놓은 밥상을 들쳐보고)며칠 째 밥도 안 먹고 죽으려고 작정 했어!(부탄가스통 내 동댕이치고)나가 죽어!나가!(주저앉아 얼굴 감싸고 흐느껴 운다)낮은 천장에 매달린 오래된전구,깜박깜박. 2.사팔뜨기 사랑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 연못에 꼬챙이 담궈 휘젓다가 돌멩이 두 개 찾아낸다.각자 발등에돌멩이 얹고 절룩절룩 연못가로 향한다. 해우:저 신랑 신부,주말 마다 성당서 섹스한 거 아니?미라:설마. 해우:(발등의 돌멩이 떨어뜨려 안타까워 하며)어제도 봤어. 미라:(떨어지려는 돌멩이,똑바로 얹고 절룩다리로 연못가 가깝게 가며)왜 여기서 했을까?해우:(돌멩이 다시 발등에 얹고)우리도 그러자. 미라:(돌멩이,연못에 던지고 넘어진다.물 조금 튄다)뭘?해우:(돌멩이,연못에 던지고 넘어질 뻔 한다.물 조금 튄다)사랑. 미라:(한쪽다리 들고 발등의 흙 털면서)사랑?해우:(새끼손가락 보이며)약속 해. 미라:(새끼손가락 걸고 흔들며)꼬옥-꼬옥-약속해. 3.거미줄 뜯어먹기전구,깜박깜박. 해희:(훌쩍거리며 설거지한다)해우:(몽롱한 얼굴)누나,일찍 왔네. 해희:…해우:(몸에 전율이 온 듯 재빨리 두리번거리다가 한쪽 구석에 부탄가스통이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머리를 떨군다)해희:경찰서 가자. 해우:(머리가 아파 미간을 찌푸리고)다신 안 그래. 해희:팔목은 또 뭐야?말 안 해?해우:고무장갑 치워.앗,차갑다니까.(천장 본다)전구,깜박 깜박. 해우:(서랍장 뒤지며)불 나가겠다.전구 사 둔 거 있지?해희:미라 때문이니?해우:(서랍장 뒤지면서)없네. 해희:그 년이 나보다 중해?해우:미라 얘긴 하지마. 해희:(비웃으며)왜?해우:(문 박차고 나가며)씨팔. 해희:어디 가!4.까마귀야 안녕?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 앉아서 연못에 흙가루 뿌린다. 해우:(눈에 흙 들어가 눈 비비며)세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게 뭔 줄 아니?미라:(해우 눈에 바람불어주며)후--하늘과 후--땅. 해우:(연못에 조약돌 던지고)그건 세상에 속하지 않아. 미라:(해우가 쥐고있는 조약돌 빼앗아 연못에 던지고)죽음인가?생명?해우:(손 털고)누나는 햇빛이라는데 난 지금 들리는 결혼 축하곡 같아. 미라:(바지에 손 닦고 해우 뒤에 가서 허리 꼭 잡으며)오토바이 탈 때만 빼고 넌 시시해. 해우:(뒤돌아보고)좋아?미라:(눈 살짝 감고 입맛 다시며)오토바일 타는 니가 싫지만 멋 나. 해우:(속삭이듯)오토바이는 우리 존재만 빼고 세상을 다 녹여 주잖아. 미라:(눈 꼭 감고 해우 귀에 대고 귓속말)우릴 따라 잡지도 못해. 5.거미줄 뜯어먹기전구,깜박깜박. 해우,전구 보고 눈살 찌푸리며 들어온다. 해희:어디 갔다 와?해우:(힘없이)전구 사러.(전구를 갈려다가 바닥에 떨어뜨린다)전구,깨진다. 해희:(비명)해우:(깨진 전구,쓰레받기에 주워 담는다)해희:(비명)해우:(전구에 찔려)아!해희:(더 큰 비명)해우:(찔린 손을 빨며)시끄러! 해희:(해우의 손보고)유리 박혔어?해우:(붕대 감긴 손목이 해희의 몸에 부딪치자)아야. 해희:얼마나 다쳤길래 그래?풀어. 해우:누나가 의사라도 돼?해희:풀어!해우:됐어. 해희:안 풀래?해우:됐어. 해희:어휴!(주저앉아 해우보고 눈 흘기고 흐느껴 운다)해우:(미안한 듯)하긴,누나는 정신병원 있으니까 환자들 가끔 봐주기도 하겠다. 해희:(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은 채)내가 왜 봐주니?의사,간호사는 노니?(손등으로 눈물 닦고)나갔다 올게.(방문 열려다 깜짝 놀라)왜요?주인남자,실실 웃으며 방에 들어온다. 주인남자:(해희의 어깨를 어루만지며)퇴근한 건가? 해희:방 빼라구요?주인남자:(투덜대며)전구가 와이래?와이리 빤딱빤딱 난리야. 해우:나이먹은 전구,뒈질려구 그러죠. 주인남자:(놀라며)도,동생 왔어?(애써 웃는 얼굴 만들며)언제 온거야. 해우:전구 하나만 얻읍시다. 주인남자:오늘안으로 방 값이나 내. 해우:변태 같은 새끼. 주인남자:어이?해우:나이 먹어 가지고 미친놈. 주인남자:어이?해우:설마 했더니 진짠가 보네. 해희:(해우의 팔 잡아끌려고 애쓰며)내일 월급 받는다 했잖아요,퇴근하자마자 줄께요. 해우:(해희의 말 끝나기도 전에)어린 계집들 앞에서 불알 놀려댄다구?주인남자:얼어죽고 싶어 환장했구먼!해우:환장은 당신이 잘하는 거고!주인남자:쫓겨나고 싶나!해우:(비꼬아)누나 병원 가고싶어 몸에 두드러기라도 났수!해희:해우야!(주인남자에게 굽신거리며)가세요,예?죄송해요. 해우:누나!해희:가세요,예?주인납자:(해희의 엉덩이 톡톡 치고 윙크하며)희야는 난중 커피 한 잔 하자구. 해우:개놈. 해희:쉿!주인남자,문 모서리에 머리 부딪쳐 신경질 내며 나간다. 해우:조심해. 해희:그러니까 집 비우지 마.(큰 자물쇠가 걸려 있는 방문고리를 가리키며)솔직히 나도 겁나. 해우:앞으론 집 안 비울께. 해희:공터에서 아줌마끼리 주인아저씨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해우:어디?해희:집 앞 공터. 해우:불타 없어진 집?해희:나까지 이상하게 본단 말야. 해우:누나가 뭘!해희:(잠바를 걸치며)전구나 새로 사와야겠다. 6.벽안의 벽,또 그 벽 속의 벽. 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와 미라,발등에 조금 무거운 돌멩이 얹고 절룩절룩 연못가로 향한다. 미라:빨 주 노 초 파 남 보.빨 주 노 초 파 남 보. 해우:빨 주 노 초 파 남 보,빨 주 노 초 파 남 보. 미라:(절룩걸음 점점 빠르게 가서 돌멩이,연못에 던지며)빨주노초파남보,빨주노초파남보!(물 튄다)해우:(미라 뒤를 이어 돌멩이,연못에 던진다)빨주노초파남보!(물 튄다)미라:(발등 털면서)하숙생,집나갔어. 해우:(주저앉으며)어?미라:(해우 옆에 앉고)돌 할머니를 훔쳐갔어. 해우:소원들어 준다던 돌?미라:(애처로워서)일 억 년밖에 안된 젊은 돌인데. 해우:그럼 소원은?미라:(하늘보고)소원은 소원이기에 소원인거야. 해우:(장난스럽게 울먹이는 표정)불쌍한 소원. 미라:(해우보고)소원의 소원은 뭘까?7.거미줄 뜯어먹기해희:(전구를 갈아 끼우며)됐다. 흔들리는 환한 전구. 전구 빛이 방안을 왔다갔다한다. 해희:(빛처럼 환하게)꿈같아. 해우:(어둠처럼 시무룩하게)꿈 깨. 해희:(숨 깊게 들이마신다)해우:꿈 깨라구. 해희:(눈 찌푸리고)새 전구 갈 때마다 눈부셔.엄마 만나는 것 같아. 해우:(해희 툭,툭 치고)꿈 깨. 해희:(고개 갸우뚱,갸우뚱)엄만 꿈처럼 멀까?빛처럼 가까울까?제자리를 찾는 전구,작게 떨린다. 해우:(건들대며)미쳐가는군. 해희:정신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미친 거니?해우:같이 미쳐갈 수는 있겠지. 해희:멀쩡한 사람,환자취급 받더라,뭐.꿈을 쫓다 미칠 수도 있지.그걸 모르는 니가 가엾다. 해우:(비웃으며)꾸미기 숙제해?해희:(편안하게 누워 전구 보면서)난 느껴. 해우:(어이없어 하다가 전구에 어깨를 부딪친다)흔들리는 전구. 사방을 도는 빛. 해우:(물 벌컥 들이키다가 일부러 엎지르고)현실은 이런 거야. 해희:(일어나 찌푸린 얼굴로 걸레질하며)뭐하는 짓이야!해우:쏟고,마르고,걸레같은 데 몸긁히고 색깔도 없이 죽는 게 현실이라구. 해희:겁을 온 몸에 바르고 사는 인간이나 그런 식으로 둘러대기에 바쁘겠지,(손가락질)너같이. 해우:꿈을 못 꾸게 만든 것도 엄마가 저지른 죄야. 해희:니 스스로 내린 생각일 테지. 해우:꿈은 꿈일 뿐이야. 해희:(설득하려는 듯이)우리도 엄마가 있었다면. 해우:(말 가로막고)그래,꿈같은 거 먹어가면서 별보고 기도도 하겠지. 해희:세상을 바로 못봤을지도 몰라. 해우:(실실 웃으며)세상을 뒤집는 게 내 꿈이야,소원이구. 해희:힘들고 차가운 세상일지라도 세상 준 엄마한테 감사해. 해우:그래서 주인남자한테 언제 당할 지 몰라 자물쇠로 무장하고 살어?해희:(능청스레)내 공간을 갖고 싶었을 뿐이야. 해우:쥐새끼도 살기 싫어 도망가는 이런 방이 그렇게도 아늑하셔?해희:(전구를 가리키며)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해. 해우:이런 방에서 상상력까지 키웠어?해희:(전구를 가리키며)저건 아무한테도 도둑 당할 염려 없는 우리 빛이야. 해우:숨막히게 할 뿐이지.가스통이 없으면 아무 것도 상상 못 해. 해희:(화가 나서)뭐?(치워놓은 가스통 봉지를 쥐어뜯으며)이게 니 머리를 썩게 만들었어!(비명 지르며 가스통을 이리저리 집어던진다)가스통에 전구가 부딪쳐 ^^,소리를 내면서 깨진다. 어둠. 해희:(소리,지친 목소리로)니가 말한 게 이거니?좋아?해우:(소리)유리 조심해. 어둠 속에서 깨진 전구를 치우는 해우의 몸소리. 해희:(소리)그래 넌 어떤 상상을 하게 되는데?해우:(소리,유리에 찔려)아야!해희:니 가슴으로 세상을 보면 갈기갈기 찢겨서 결국엔 피만 토하게 될꺼야. 문이 삐그덕 열리는 소리. 주인남자:(소리,간드러지게)희야?(놀라서)엄마나,이 놈들이 집 갖고 튀었네!방!방을 갖고 도망을 갔어
  • [새해특집] 축시

    ◈福 音 庚辰年 첫아침에…황지우 내가 태어난 날 남쪽 지평선의 그 낡은 집 처마에서 울음의 사다리 타고 올라가 하느님의 다른 별들에게 신고한 물병자리의 자리 貰;그 덕분에 내가 이 세상에서 겪은 젤 끔직한 것 두 가지는 굶주림과 고문이었네. 빈 그릇을 글썽글썽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는 한,北역 대합실에 하느님도 노숙자들 틈에 끼어 주무실거야. 낭하 끝에서 누군가 질렀던 비명이 태양 흑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아,한세기 얼음 낀 그 별에게 고별을 고하고 이제 福된 말을 건네고 싶네. 한때 나의 적들에게,난민들에게, 손을 놓아버린 어린 것들에게, 세상천지에 혼자 남은 여자에게,파키스탄 노동자에게, 늙은 반공주의자에게,집 나온 자들에게 그 별에 닿은 내 더운 입김의 복된 말,전하고 싶네. 거리의 간판들이 모두 모두 읽혀지는 날,불우한 산책자의 어깨에 버즘나뭇잎 떨어지듯 삶이 자꾸 벌금을 뜯어갈 때도 그대에게 내,좀더 의연하게 복된 말,왜 남기지 못했을까? 갈비집 푸른 연기가 그 별에서 새어나올 때 내가 모른 채 한죄들;그대 몰래 오바이토 하고 눈물 닦고 뒤돌아보는 골목처럼 한 세기가 저 만치 침을 흘리고 입 벌리고 있는데 나는 그때에도 복이 되는 말을 해야지 않았을까? 그대 가슴에 얼음들이 굴러가는 별, 그대 굳이 극지에 가서 맞는 새 아침; 동쪽 지평선의 그 집 무너진 지붕에서 잠시 물병 쥐고 내려와 잠이 깨면 인사할 거지? 그래도 한글로 말할 수 있는 한 사람,곁에 있으니 또한 이별에서 죽을 만하지 않겠냐고 말야. 하물며 살아봄직 하지 않겠냐고 말야. 그대,내 지독한 복이야 새 천년이래. ◆시인 약력 ·1952년 전남 해남 출생 ·서울대 미학과졸업·홍대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 수료 ·중앙일보 신춘문예시부문 당선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등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교수
  • 인터넷시대 연하장 퇴출 위기

    인터넷시대에는 카드도 인터넷으로 보낸다.인터넷 이용자가 630만명을 넘으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이 사이버카드나 전자카드로 대체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종이로 만든 카드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28일 M문구사 강남점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지철(金址哲·60)씨는 “보름 전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를 내놓았지만 하루 5만∼6만원어치밖에 팔리지않았다”면서 “2∼3년 전 매출액의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그는 “요즘 종이로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면 ‘원시인’ 또는 ‘쉰세대’ 소리를듣는다”면서 “구색 갖추기로 갖다놓았다”고 덧붙였다. B카드사 관리부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크리스마스 카드는96년의 3분의 1 수준인 200만장 정도만 만들었다”면서 “잉크젯 컬러프린터가 등장하고 사이버카드가 활성화하면서 종이카드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M문구사 마케팅 관계자는 “경기회복으로 기업체의 연하장 수요는 늘었지만크리스마스 카드는 96년에 비해 20∼30%가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에 전자카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은 즐거운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6일 ‘send2u’라는 e-card 서비스 제공 웹사이트를 연 ㈜옥시 인터넷 사업부 이선명(李善明·38)차장은 “사이트 방문객이 17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6월 항쟁 기념카드’,‘부음카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에 무료 사이버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30∼40개에이른다. 회사원 문유경(文有卿·여·28)씨는 “사이버 카드는 성의 없이 보일 수도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라면서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는 5장을 받은 반면 사이버카드는 50여통이었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대한광장] 21세기가 무릉도원인가

    ‘산 너머 저쪽…’에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있을 것 같아 오로지 그 쪽하늘만 바라보며 살던 시대가 있었다.산 너머 저쪽은,꿈의 요람지요 자기 삶의 목표이자 이상향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의 샘물을 범람케 하던 신비한 영역이었다.그러나 그곳을 향해 앞서 떠난 사람들이 산을 넘어 그곳에 이르러 보아도 내가 찾던 행복은 어디에도 있지 않아 실의와 허허로움으로 휘청거리며 삶을 마감했다던가. 새 천년이 흡사 ‘산 너머 저쪽’인양 사람마다 들떠 있다.방송국은 매일매일 카운트 다운으로,신문은 매 장마다 뉴 밀레니엄! 연발로 앞장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천년맞이 탑을 세우고 축제를 벌이려 하고 있고 총책임자는 그 행사의 의미를 만들고자 머리굴려 온갖 미문(美文)을 구사하는 허상을 보이고 있다. 거리에는 자선냄비 종소리와 예수를 믿으면 천당에 간다는 전도사들의 부르짖음이 전파상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절규하듯 소란스럽고,담밑의 노숙자와 땅바닥에 엎드린 걸인들이 그런 광경을 구경하며 히죽히죽웃고 있다. 뿐인가,정부와 매스컴은 경제가 회복되었다고,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팡파르를 울리고 있고 그래서인지 시내 호텔들은 송년회 예약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고,외국여행객들은 IMF 이전보다 배로 늘었다 하며 새천년 해맞이 관광열차도 1분만에 표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이다.또한 내년부터 공무원이 대량 진급되고 월급이 인상되며,정치 잘 하라고 뽑아 놓은 국회의원들도 경기가 좋아져서인지 자신들의 세비를 은근슬쩍 올려놓았다. 그런데 과연 경제와 경기가 회복된 것인가? 그 듣기좋은 말들이 왜 허황스런 뜬구름인양 피부와 가슴에 조금도 닿지않고 외려 모욕감만 느껴지니 어인 심사일까. 이웃의 실직자들은 실직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참담한 생활이고 국민 1인당 빚은 더 많아지고 수출도 수익금과는 거리가 먼 거품이고 국민들의 예금률은 바닥을 기면서 향락성·소모성만 높아지고 있다는데,왜 정부는 때맞춰총선의 바람질까지 치면서 국민들을 우롱하려 드는가 싶어서다. 옷로비사건으로 생계를 걱정하는 아내들의 가슴을 난도질하고급기야 수갑을 찬 전대미문의 전 검찰총장 구속·조폐공사 파업유도는 최근 사건이라 치고,화성 씨랜드 수련원의 어린이 대참사,인천 호프집의 청소년 화재참사 등은 모두가 어른들의 탐욕스런 이기로 발생된 수치스런 비명사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상처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거늘,어인 축제의 분위기로 국민들을 몰고 가려 하는가 싶어서다. 어떤 이는 아홉 해 넘기기가 쉽지 않은데 아홉글자가 세 개나 나열된 최악의 해인 금년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일 수 있다는,우스개말투의 싱거운 해석도 했다. 세계 곳곳에 대홍수와 고강도의 지진이 발생하여 수만 명이 사망하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가져온 재난이 유독 금년에 많았던 것은 인간들의 지구 훼손에 따른 환경파괴 때문이 아니라 바로 세 개의 아홉자가 박힌 세기말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그래서 ‘산 너머 저쪽’인 2000년,21세기로 하루속히 안주하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들뜸현상이 아니겠느냐는 비약도 했다. 농처럼 가볍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펼치는 그럴듯한 전개에 미소를 머금기도 했지만,그러나 우리 인간이 숫자를 만들어 기록을 시작한 이후 드러난 ‘알파벳 숫자상의 특이함’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응수했다.내가 노력하는 만큼의 보답이 있을 ‘가능성의 공간’인 2000년이 우리앞에 광대하게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뿐만 아니라,우리의 냉정한 천착력으로,자기이득 챙길 때만 조용했던 국회의원 아닌,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선량’을 뽑을 서민의 권리가 엄존하는,중요하고 특별한 해가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저마다 신년에 기어이 실천할 야망의 계획을 세우고 다질 수는 있다.지금의 이음에 불과한 새해라 할지라도 새로운 각오와 마음자세로 그 일을 분연히향상시킬 수도 있다.그러나 다만 ‘산 너머 저쪽’의 21세기가 노숙자·실직자가 끓는 판국에 나랏돈 큰돈 들여 북치고 장구치며 맞아들일 꿈의 ‘무릉도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金芝娟 작가]
  • 연말 취객 상대 범죄 극성

    세밑 송년회 등으로 술자리가 늘면서 취객들을 노리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경찰관이라도 술에 취하면 범행 대상으로 삼을 만큼 수법도 대담해지고있다. 경찰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부축해 주거나 음료수를 건네는 등 호의를베푸는 낯선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회사원 박모씨(32)는 지난 10일 밤 술집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의 한 골목길에서 행인을 치어 50만원을 물어주었다.근처 술집에서 양주 4∼5잔을 마시고 승용차를 몰고 가려는 순간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갑자기 30대 남자가 나타나 차에 부딪쳤다. 그 남자는 “갈비뼈가 부러졌다.경찰을 불러라”며 골목길에 드러누웠다.박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100만원을 요구하는 그 남자에게 50만원을 주고 합의를 봐야 했다.남자의 행동이 수상해 보였지만 돈을뜯기는 도리 밖에 없었다. 지난 11일 밤 서울 종로에서 수원행 마지막 전철을 타고 집에 가던 한모씨(29·여·수원 권선구 세류동)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술에 취해 자고 있었는데 수원역에 다다랐을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을 때 양쪽에 앉았던 20대 남자 2명이 몸을 더듬으며 성추행을 하고 있었다. 전철 안에는 승객들이 거의 없었으며 한씨는 깜짝놀라 비명을 지르자 남자들은 황급하게 달아났다. 회사원 임모씨(30)는 지난달 17일 새벽 3시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서울강남구 신사 지하철역 앞길에서 헤어진 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낯선 승용차에 탔다. 호객꾼이 “10만원만 내면 예쁜 여자와 술을 마시게 해주겠다”고 꾀었다. 강남구 논현동 S단란주점에 도착해 술을 마신 임씨는 주문하지도 않은 가짜양주 2병과 안주 등으로 술값이 115만원이나 나온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인에게 항의했지만 호객꾼과 술집 종업원들은 “술 값을 떼먹으려 한다”며 임씨를 마구 때려 기절시키고 현금 30만원을 빼앗았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4일 술집주인 조병호씨(29) 등 3명을 식품위생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서초구 잠원동에 무허가 술집을 차리고 중구 북창동 유흥가에서 취객들을 유인,승용차에 태우고 가 고급 양주병에 가짜 양주를 담아 팔면서 술 취한 손님들로부터 신용카드를 빼앗아 돈을 인출하는 수법으로 5차례에 걸쳐 1,000만여원을 빼앗았다. 서초경찰서 이영(李榮) 형사과장은 “취객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술에 취해 술집의 위치나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해범인을 잡기가 어렵다”면서 “술을 마시더라도 반드시 술이 깬 뒤 귀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조현석 김재천기
  • ‘달러 홍수’연말 환율관리 비상

    ■1弗 1,130원대 급락 배경 원·달러 환율이 저점(低點)을 가늠하지 못한 채 곤두박질하고 있다.7일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달러당 1,130원대까지 떨어지며 달러 투매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내년 상반기엔 1,0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돌고있다. ■왜 떨어지나 달러 홍수 때문이다.월 수십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행진이 이어지고 주식시장 활황으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11월중 30억달러 가까이들어오는 등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국내 기업들의 외자 직접유치도 시중에달러화가 넘치게 한 요인이다. 국내 기업들의 달러화 매도분까지 포함할 경우 이달중 달러 공급은 100억달러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정부는 급격한 환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수요창출 정책을펴고 있지만 공급물량에 비해 훨씬 못미치는 실정이다.금융기관들의 외화대손충당금 적립 등 수요는 연말까지 많아야 50억달러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요컨대 달러화의 수급불균형이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율하락 용인해야 하나가파른 환율 하락세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수출업체 등은 가격경쟁력 하락 등을 들며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환율하락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외환당국도 연일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며 시장에 구두개입하곤 있지만 내심 대세(大勢)를 거스르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ABN암로의 백승훈 본부장은 “원·달러 환율은 올해안에 1,120원대,내년 1·4분기엔 1,00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무리한 시장개입으로 원화가치를 억지로 끌어내릴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 * 수출전선 ‘원高 한파’ 연일 계속되는 원화의 강세로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특히 7일에는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원·엔 환율까지 100엔에 17원 가량 떨어져 더욱 불안감을 짙게 하고 있다.전문가들은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원고(高)’의 여파가 내년초 우리 기업의 전반적인 수출 부진으로 현실화할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통상 국산제품의 수출가 인상이 불가피해진다.1달러에1,300원일 경우에는 1달러 어치를 팔면 1,300원이 들어오지만 환율이 1,100원으로 떨어질 경우 1,100원밖에 들어오지 않아 200원의 손해를 입게 된다. 때문에 수출업체들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올려야 하고 이는 상대국의 수입량을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엔 환율.반도체·자동차·전자·조선 등 대부분의 주력 수출품목이 일본과 경쟁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지금까지는 ‘엔고’ 덕을 톡톡히 봤다.올해 예상 수출액이 당초 목표 1,340억달러보다 7% 가량 많은 1,430억달러로 증가한 것도 지난 8월부터 본격화된 ‘엔고’ 영향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달러와 함께 엔 환율도 동반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업계는 100엔에 1,100원 이하로 하락하면 우리가 일본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타격을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동남아 등과 경쟁하고 있는 섬유·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도더욱 밀릴 수밖에 없다. 조환익(趙煥益)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한때 1,200원까지 육박했던 원·엔 환율이 최근 들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적절한 시장개입에 나서 달러 및 엔 환율의 추가하락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이문구 자전적 단편 ‘소리나는 쪽으로 ‘

    70∼80년대 민주화 운동에 관한 한 소설가 이문구는 문단의 ‘대표선수’에해당한다. 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를 만들어 간사를 맡았다.84년 창간한 ‘실천문학’은 자실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그는 89년까지 이 계간지를 이끌었다. 그가 그 시기 자신의 모습을 회고한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보다’는 글을썼다. 그의 대표 중단편을 모은 ‘관촌수필’(나남출판)의 서문을 대신한 것이다.분량은 거의 단편소설에 가깝다.‘작가수업에서 민주화 시대까지’라는부제를 단 이 글은 나아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내용도 문학평론가 김인환의 지적처럼 ‘의도적인 풍자와 해학을 삽입하고인물의 행동을 상식 이하의 어리석은 짓으로 묘사하여 인물을 골계화함으로서 미적 거리를 유지하는’ 이문구 문학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1987년 6월10일,위궤양을 앓고 있던 그는 공복의 통증이 견딜 수 없어,최루탄이 턱밑에서 터지는 데도 지하도의 간이음식점으로내려가 김밥을 샀다. 결국 ‘수만 군중속에서스티로폼 도시락을 들고 김밥을 먹고 돌아다니는 놈은,실천문학사 발행인 하나 뿐’이었다는 것이다. 한번은 한 작가의 장남이 월간지에 취직하여 ‘통일염원 40년’이라는 원고를 청탁했다.“바쁜신 줄 알지만…”이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바빠서가 아니구,여태 통일을 염원해본 적이 한번두 없어서 그려는겨.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거지,통일을 염원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여”라며 “필자를 바꾸면 되잖여”라고 일갈했다는 것이다. 그는 1988년 신문의 사회면에서 자신의 이름이 이른바 운동권의 명망가들과나란히 들어있는 것을 보고, 남의 이름에 곁다리가 되지않도록 돌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자신의 이름이 왜 문화면에 오르내리지 못하고,사회면 귀퉁이에 구색용으로 들어있는지 가슴이 메이더라는 얘기다. 그는 이처럼 “매사에 뒷걸음치기에나 부지런하던 겁쟁이가,징그러운 박씨유신시대에 감히 문인들과 꾸민 투쟁단체에서 별스럽지않은 일거리나마 맡아할 수 있었던 것은,문단의 선후배들의 애정과 그들의 불같은 정의감 덕분”이라면서도 “그러나 생리적 이유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누구라도 청각장애자가 아니라면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게 마련인데,하물며 들리는 소리의 태반이 비명,신음,한숨이었던 어둠의 시대에는 자신도 남들처럼소리나는 쪽을 먼저 돌아보는 생리구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동철기자
  • 고독한 지방작가의 화려한 上京잔치”현대미술 중심의 이동전”

    지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유망 작가들의 수작들이 패기있게 서울 미술가에 진군했다. ‘한국 현대미술 중심의 이동전’이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23일까지 열리고 있다.문진원은 지역의 우수 신진작가들을 발굴 조명하여 지역미술의 활성화 및 국제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역작가 선정초대전을 펼쳐왔다.지난해에 ‘지역작가들의 제언전’으로 열렸던 이 연례 전시회는 주최측이 기대하고 있듯이 지역작가에 대한 문진원의 시혜성 단일 이벤트나 지역작가들만의 ‘고독한’ 집안잔치 행사 수준을 벗어나 서울 미술팬들의 호응을받고 있다.이와 함께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이 진정으로 ‘이동’되어 지역과중앙은 물론 학연과 지연, 조직 및 장 르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이번 전시를 주도한 김혜경 문진원 큐레이터는 “모든 문화의 흐름이 서울로 집중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역작가들은 그동안 지역성,지역적 정체성만을 암암리에 강요받아온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정보사회의 발전과더불어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지역 정체성과 더불어 국제적 보편성을 갖춘 작가들을 선정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전국을 중부권,충청권,호남권,영남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 5명의 작가들을 선정,총 2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작가 선정은 각 지역의 협력큐레이터(김혜경 박정구 조인호 이영준)가 추천해 전체회의에서 결정했으며회화,조각,설치,매체 등 30여점이 출품됐다. 수원 인근의 공장용 건물에서 작업하는 박근용은 ‘얼음은 녹는다’는 제하의 비디오 프로젝션을 선보이고 있다.문화간,종족간 반목과 증오의 종식을지향하는 이 작품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여성의 유방을 활용한다.원주에 거주하는 이명세는 들꽃이 만발한 들판의 이미지와 한국 근현대사의 이미지들을 병치시킨 평면 회화작업을 통해 자신이 현재 영위하는 삶과 역사적 인식사이의 틈을 극복하고자 한다. 충청권의 권종환은 주변의 사물을 솜으로 감아 제시함으써 전혀 뜻밖의 세계를 만들어 놓는다.신예작가인 박영선은 매우 표현적이고 거칠며 원색이 뚜렷한 화면을 통해 컬러티브이 세대가 가진 색채의 발랄함과 즉흥적인 감수성을 드러내 주고 있다. 호남권의 나명규는 전시공간 내에서 관람객이 직접 점토작업을 하여 작가와소통하는 즐거움을 갖도록 유도한다. 조병철은 모든 생의 뿌리인 자연 및 농촌의 삶 등 농촌을 소재로 한 사실주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영남권의 손승렬은 비명횡사한 사람과 동물의 자료를 전시하거나 자살한 예술가의 이력 등을 나열하는 독특한 개념 작업을 펼치고 있다.이진이의 작품은 스틸작품 같은 인상을 주면서 일상적인 주제를 차분히 소화한다. 이밖에 박용국 안상준 이소영 사은실 유동조 이승희 신창운 주홍 채우승 김은주 차웅규 허양구 등 출품.(02)760-4602. 김재영기자 kjykjy@
  • [사설] 10대들에게 갈 곳을

    인천 호프집 참사를 지켜보면서 10대들의 해방구,10대만의 아지트가 왜 하필 술집인가 하는 자탄을 금할 수 없다.한창 발랄하고 건강하게 뛰어놀아야할 청소년들이 술 파는 거리에서 악덕 상술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자체가 민망스럽고 안타깝다. 이번 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킨 동인천역 인현동 일대만해도 전통적인 청소년집결지로서 노래방, 비디오방,당구장과 게임방 등 청소년 상대 업소 300여개가 빽빽이 들어서 있으며 생일파티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지하상가의 공중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청소년들이 유흥가에 드나들었다는 것이다.두 눈을말짱하게 뜬 채 교복 차림의 학생을 출입시킨 업소가 있는가 하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2시간에 한번씩 손님을 갈아치우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10대를 상대로 돈을 벌어들인 것은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긴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청소년에게 술·담배 판매 금지를 목적으로 하는 청소년보호법이 있으나 법을 우습게 아는 이런 악덕업자들이 있는 한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는 암담하다.대형참사가 날 때마다 안전불감증과 예고된 인재(人災)를 문제삼기 전에폐쇄명령을 받고도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는 기세등등한 업소와 경찰·구청등 단속반 간의 검은 연결고리를 뿌리째 뽑는 일이 중요하다. 청소년도 즐길 자유가 있고 인격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그러나 90년대 중반 들어 성인들의 술자리문화가 청소년에까지 퍼지면서 갈 곳 없는 10대들이입시로 인한 중압감을 술집에서 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뭔가 단단히잘못가고 있다는 증거다. 일그러진 청소년의 놀이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과 청소년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대학가와다른 번화가의 축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근 각 극장들이 벌이는 옥외축제와 구청의 구민문화회관,공원 등을 청소년 놀이공간으로 개방하는 문제를 검토해볼 만하다.장기적으로는 정부 예산으로 각 지역별 청소년 레포츠센터를 건립토록 촉구한다. 비단 이번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곳곳이 멍들고 방치되어 10대들에게 점령된 지역은 바이러스 감염에 비유될 만큼 위험 수준이다.돈을 쓸어담을 듯이벌어들 일때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지 모르지만 청소년들에게 마약이나 다름없는 술을 팔아 돈을 번 것은 윤락행위 이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관련자들을 엄벌하고 10대들에게 한 잔이라도 술을판 업소는 당장 영업을 취소시켜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도 이번 대형참사를교훈삼아 유흥업소 등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본분을 지키도록 당부한다.
  • [‘안전死角 유흥업소’] 1. 구멍뚫린 행정감독체계

    씨랜드 참사가 있은 지 꼭 4개월만에 호프집에서 54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다시 발생했다.희생자 대부분이 고교생인 이번 사고 역시 단순 화재사건이 아닌 ‘인재’(人災)였다.미성년자 출입과 불법 영업을 묵인한 경찰과 구청,소방점검을 겉치레로 한 소방서,업주의 빗나간 상혼 등이 어우러져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대형 참사에 무방비로 노출된 유흥업소의 문제점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인천시 중구 인현동 27번지 동인천역 인현상가 주변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물 좋은 동네’로 알려져 있다.상가 2층 호프러브는 중고교생들이 교복을 입고 마음놓고 들어가 술을 마시고 놀 수 있는 단속의 무풍지대였다. ■경찰 주변 상인들과 학생들은 “호프집에 미성년자들이 드나들어도 경찰과구청은 제대로 단속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더욱이 업주가 경찰관 등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들도 나타나 관청과 유흥업소와의유착관계가 고착화돼 있음을 뒷받침해준다. 호프러브는 지난 7월15일부터 무허가로 영업하다가 지난 14일 식품위생법(무허가 영업)과 청소년보호법(시간외 영업) 위반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22일에는 구청이 영업장 폐쇄 처분을 내렸으나 업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영업을 계속해 왔다.구청이 제대로 감시를 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학부모들의 진정으로 검찰이 단속에 나섰으나 가벼운벌금형에 그쳤고 불법 영업은 계속됐다. 동인천역 부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모(40)씨는 “근처에 파출소가 2곳이나 있고 수시로 경찰 순찰차가 유흥가를 돌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술집에는10대들이 넘쳐났다”고 말했다. ■구청 관할 인천 중구청은 화재 발생 4일 전인 지난 27일 영업장 폐쇄 여부를 확인했다.그러나 형식적인 점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구청 식품위생계 직원(28)은 31일 “영업을 하지 않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단속이 나오면 안에서 문을잠그고 술을 판다는 사실은 상인들이 다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화재로 희생자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하지만 이에 대한구청의 사전 규제는전혀 없었다. 호프집 벽과 천장을 꾸민 동굴 모양의 장식물은 불이 붙으면 지독한 유독성물질을 뿜는 우레탄 재질이다.대형 유리창문을 나무 판넬 등으로 멋대로 막았다.그러나 구청은 무허가 건물이란 이유로 무분별한 증·개축에 대한 제재를 아예 하지 않아 화를 불렀다. ■소방서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도 형식이었다.인현상가는 지난 6월8일 올들어 처음 소방점검을 받았으나 이상이 없는 것으로 기록됐다. 지하 1층 노래방에 있는 2∼3개와 2층 호프집에 있는 4∼5개의 소화기는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특히 소화기 한 개는 본사 취재진의 확인 결과,작동조차되지 않았다. 아울러 이 상가 건물은 지난 85년 6월과 11월에 착공 및 준공 허가를 받았다.지은 지가 오래된 낡은 건물로,화재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었지만 소방서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업주 이 호프집은 평일에도 오후 6시 이전에 가야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삐끼’ 5∼6명이 학생들을 유인하며,두시간 간격으로 주인이 물갈이를 한다며 손님을 내보내도 끊임없이 10대들이 몰려든다. 김경운기자 kkwoon@ *인천참사 희생 왜 컸을까 ‘소규모의 화재에 희생자는 메가톤급’ 30일 밤 인천에서 발생한 화재가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희생자를 낸이유는 무엇인가. 현장을 조사한 관계자들은 건물 내부구조의 불합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형참사를 일으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첫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비상구가 없다는 점이다.건축법상 연면적이 300평 이상인 경우 비상구를 설치토록 돼있으나 화재가 난 건물은 260여평으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내부 수리중인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은 급속히 계단을 타고 2층 호프집으로 올라와 입구가 봉쇄됐으나 비상구가 없어 희생자들이 탈출할 길이 없었다.불이 날 당시 지하에는 시너와 페인트에서 나온 휘발성 증기가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어 삽시간에 큰불로 이어질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호프집 내부장식이 화를 불러일으켰다.호프집은 최근 내부장식을 새로 꾸미면서 창문쪽을 나무 판넬로 막은데다 각종 음향시설을 설치,창문쪽으로의 탈출이 불가능했던 것.대부분 학생들이 창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데다 나무 판넬에 불이 급속도록 번져 접근이 힘들었다.반대편 주방에 있는 창문도 사람이 빠져나갈 수없을 정도로 작아 안에 있던 학생들은 ‘독안에 든 쥐’와 다름없었다. 더욱이 이 업소는 지난 22일 무허가로 적발된 뒤 단속에 대비,문을 걸어잠근 채 영업을 해와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60평 규모의 호프집에무려 120여명이 밀집돼 있었던 것도 탈출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3층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철문도 굳게 잠겨있어 일부 학생들은 옥상으로의탈출을 시도했다가 되돌아왔다.때문에 호프집에 있던 학생들은 연기와 불을피해 안쪽으로 밀려들어 엉켜있다 질식돼 숨지거나 중상을 입었다. 호프집에 있던 120여명 가운데 대다수가 희생됐던 것과는 달리 3층 당구장에 있던 학생 14명은 건물 뒤편쪽으로 나있는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려 전원이 목숨을 구했다. [특별취재반] * 생존자가 전하는 '그때' “호프집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하나 밖에 없는 문으로는 오히려 불길이밀려 들어왔고,실내등은 모두 꺼져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인천 호프집 화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가 건물 2층 호프러브에서 겪은 악몽의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화상을 입고 인하대 부속병원에 입원한진상오군(16·계산공고 1년)은 “눈깜짝할 사이에 검은 연기가 가득 차면서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고 발을 구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빠져나갈통로도 없어 아이들이 바닥에 엎드리거나 우왕좌왕하다 쓰러져 갔다”고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길병원에 입원한 김경호군(17·인암고 1년)은 “갑자기 역겨운 냄새가 나면서 검은 연기를 들이마시고는 정신을 잃었다”면서 “맥없이 쓰러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호프집의 통유리로 된 창문은 개·폐장치가 아예 없고,나무판으로 가려져 있어 깨뜨리고 뛰어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진화를 했던 한 소방관은 “비상계단만 있었어도 대형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호프집 실제주인 따로 있었다 ‘호프러브(라이브Ⅱ)의 실제 주인은 누구인가’ 참사를 빚은 인천시 중구 인현동 호프집의 명목상 사장은 김모씨.그러나 실제 소유주는 정모씨(37)인 것으로 알려졌다.정씨는 ‘대리 사장’을 내세워불법영업을 계속해 왔다.대리 사장들은 그동안 정씨 대신 미성년자들을 출입시킨 혐의 등으로 여러차례 벌금형을 받았다.정씨는 지난 30일 숨어서 끝까지 화재현장을 지켜본 뒤 잠적했다. 정씨는 평소 검은색 크라이슬러를 타고 다니며 재력을 과시했다.그가 움직일 때는 2∼3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동행했으며 종업원들과 청년들은 ‘회장님’으로 부르며 깍듯이 모셨다.정씨는 평소 본명 이외에 1∼2개의 가명을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상인들은 “정씨가 10여년 동안 이 일대에서 호프 집 등을 운영하며수억대의 재산을 모았다”고 말했다.지난해에는 맞은편의 4층 건물을 사들였다. 맞은편에는 지하 콜라텍,1층 PC방,2층 노래방,3층 테크노바를 꾸몄다.화재건물의 호프 러브와 지하 노래방을 합쳐 청소년들에게 풀코스의 ‘유흥’을제공해 온 셈이다.옆 건물의 ‘라이브 Ⅰ 호프’도 운영하고 있다. 상인 C씨(36)는 “주변 상인들 사이에 동인천과 신포동 일대에서 꽤 알아주는 건달이라는 얘기가 파다하지만 보복을 당할까봐 정씨에 대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현장] “촛불 지키듯 키운 자식인데…”

    “바람앞에서 촛불을 지키듯 하루하루 지성으로 키워온 자식들이라 더욱 가슴이 쓰리고 아립니다” 28일 웃으며 나간 아들 딸을 한순간에 싸늘한 시신으로 맞이해야 했던 5명의 어린이 부모들은 목이 메어 통곡마저 제대로 토해내지 못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시내버스에 어이없게 희생된 5명의 어린이가 모두 정신지체아 교육학원 ‘샘터조기교실’의 원생들이었음이 밝혀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양시 원당의 세란병원에서 아들의 죽음을 확인한 천호준(5)군의 어머니안은란(31)씨는 “조금 다쳤다고 해서 놀라 병원에 와봤더니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냐”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고 나간 호준이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는 안씨는“호준이가 숨졌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어릴 때부터 온갖 정성을 다해 키워 왔는데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끝내 넋을 잃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온 방선욱(4)군의 아버지 방창식(41·사업)씨도 아들의 죽음 소식이 믿겨지지 않는 듯 병원측에 확인 또 확인을거듭한 뒤에야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방씨는 “선욱이가 정신장애에 자폐증세까지 보여 그동안 정성을 다해 키워 왔다”며 “지난 1월부터 샘터조기교실에 보내 최근에는 증세가 다소 호전되는 것 같아 모두 기뻐했는데 웬 날벼락이냐”고 울부짖었다. 끔찍한 사고를 현장에서 보았던 부상자들도 사고 당시의 기억에 몸서리쳤다.고경실(35·여·서울 은평구 구산동)씨는 “버스가 원당 지하차도를 들어서기전 대형트럭을 스친 이후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2차 충돌사고를 냈다”며 “버스안은 승객들이 손잡이 등을 잡느라 뒤섞였고 고함과 비명으로 아비규환이었다”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씨는 “승객들이 ‘브레이크를 잡아라’고 소리쳤지만 버스는 전혀 속도가 줄지 않았다”며 “마지막으로 충돌한 뒤 정신을 차려보니 사고가 난 승합차에 어린아이들이 가득해 너무 안타까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전국팀 한만교기자mghann@
  • MBC창사기념 특별기획 ‘허준’ 새달22일 첫방송

    이 가을,남도의 들녘 어느 한자락이 아름답지 않으랴. 지난 8일 오후 전남 순천에 자리한 낙안읍성 마을.사방으로 펼쳐진 산기슭사이 자리한 들녘 한가운데,사람 키 두배는 될법한 성벽에 둘러싸인 옛 마을이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계절을 무색케 하는 다사로운 햇살이 이곳 사람들표현대로 ‘징하게’아름답다. 당장이라도 머리 땋은 악동들이 달려나올 것 같은 비좁은 골목길.어른 너댓명이 지나가려면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좁다. 갑자기 골목길이 왁자하다.젊은시절 파락호로 이름난 허준(전광렬)이 투전판에서 돈을 잃자 그를 따르는 양태가 왈자패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이 자식이?”양태의 멱살잡이에 상대가 박치기를 날리고 아녀자들의 비명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흙먼지 바람이 인다.이어 쓰러지는 왈자패들. 시야가 분명해지니 비로소 카메라와 이병훈 부국장,김영철 차장 등 스태프가 눈에 들어온다.11월 22일 첫방송이 예정된 MBC 창사기념 특별기획 40부작드라마 ‘허준’의 1회분 촬영 현장이다. “넘어질 때는 이렇게 넘어져야지”하며 몸을 젖히는 이부국장 뒤에서 ‘와르르’돌담 한켠이 무너져 내렸다.3㎜카메라를 들고 돌담에 올라가 위태하게 이 장면을 담던 이정표PD가 화면에 걸린다는 촬영팀 호령에 몸을 피하려다벌어진 사단이다.누군가 뇌까렸다.“왜 하필 거길 올라가누.”제작진은 시청자들이 “또 그 얘기냐”고 식상할까 봐 여간 신경이 쓰이지않는다.이은성씨가 지난 88년 작고함에 따라 완성하지 못한 ‘소설 동의보감’의 ‘겨울’에 해당하는 선조25년부터 광해군7년까지,정치놀음에 희생돼고향에서 동의보감 집필에 정열을 쏟는 후반기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산이다. 특히 광해군과의 인간적 관계,그의 곁에 항상 머물던 예지를 통해 궁궐에 들어간 여자의사의 생활상에 붓이 더갈 것 같다. 1964년생 동갑인,이PD와 ‘종합병원’의 작가로 유명한 최완규씨가 호흡을맞추는 것도 젊은 감각으로 사극에 새로운 맛을 얹겠다는 심산이다.MBC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설문조사해 허준에 전광렬,유의태에 이순재,예지에 황수정을 기용하는 등 적절한 배역을 자부한다.다만 허준의 부인 다희 역에 홍리나가몸이 아프다며 빼는 바람에 MBC 26기 신인탤런트 홍충민(22)을 기용한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순천 임병선기자 bsnim@
  • [취재수첩] 삼성 위해 버린 국회권위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과,아들 재용(在鎔)씨의 국감 증인 출석을 놓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의원 스스로 국회의 권위와 국정감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정무위 소속 국민회의 이석현(李錫玄)의원은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의 증인출석을 줄기차게 요구한 거의 유일한 의원이다.국감 증인 예비명단에 들어있던 재용씨가 최종 증인명단에서 사라진 뒤 부터다.재용씨가 40억원의 종자돈으로 2조원을 만든 과정 등 삼성의 내부거래를 추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의원의 주장은 실천되지 못했다.정무위에서 이회장 증인채택건은 안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국회 주변에서는 삼성측의 막강한 로비력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의원은 8일 공정거래위 국정감사에서 이회장 부자를 대신(?)해 증인으로출석한 허태학(許泰鶴) 에버랜드 사장,배동만(裵東萬)에스원 사장 등을 상대로 울분을 토했다. 재경위도 지난 7일 이회장 부자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놓고 표결까지는갔으나 24명 중 19명이반대해 무산됐다.찬성은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부총재 등 5명에 불과했다. 서슬퍼런 의원들을 이렇게 ‘무력화’시키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이석현의원의 한 측근은 “의원들이 증인채택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삼성의보이지 않는 힘(로비)에 굴복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의원들의 이번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 같다.이회장 부자의 증인 출석이 무산되자 이미 증인으로 채택됐던 다른 재벌 회장들의 증인 불참이 이어졌다.의원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림으로써 ‘줄줄이 불참’의 빌미를 준 셈이다. 강동형 정치팀 기자yunbin@
  • 유서같은 유고소설-장용학 ‘빙하기행’

    “아픔에는 어디까지라는 한계가 없었다.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어디까지라도 아파질 수 있는 육신이 저주스러웠다.그런 육신과 인연을 끊고 싶었다.비명을 흘리면서 뒹구는 자기 자신을 거기에 떼쳐 버리고 도주하고 싶었지만아픔은 놓아주지 않았다” 지난 8월31일 타계한 장용학(張龍鶴·사진)의 유고(遺稿)소설 ‘빙하기행(氷河紀行)’의 일부다.‘문학사상’이 발굴하여 10월호에 실은 이 작품은 미발표작 ‘천도시야비야(天道是也非也)’의 초고에 해당한다. 장용학은 ‘요한시집’과 ‘역성서설(易姓序說)’‘비인탄생(非人誕生)’등 실존주의적 색채를 띤 일련의 우의(寓意)적 작품들로 한국 지식인 소설의개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 읽기가 쉽지않은 편이다. ‘빙하기행’은 그러나 이례적일 정도로 정치체제의 비판이라는 현실적인문제를 다루고 있다.특히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고문에 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들과 차별적이다. 장용학은 1962년 ‘원형의전설’ 이후 반절필상태에 들어가 1987년 ‘하여가행’ 이후로는 침묵해 왔다.그런 그가 왜 이런 작품을 썼으며,왜 발표하지않았을까. 문학평론가 박창원(청양대교수)이 말년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데 따르면장용학은 1960년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나 박정희정권에 대한 부정적 입장 때문에 해직됐다. 당시 그는 ‘남산’에 두차례 끌려갔고,이후 감시를 받는 생활을 했다.이런와중에서도 ‘문학실천협회’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이런 제3공화국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칩거를 시작했으나,임종 때까지 이어질줄은 몰랐다고 한다. “개 돼지처럼 취급되는 수모에서 오는 수치감에 자기 혐오의 수렁에 빠졌고,늘 자기를 보고 있는 누구의 눈을 느껴야 했는데 암만 해도 그것은 자기의 눈인 것 같았다.그 눈앞에서 그는 나날이 비굴해지고 천해져갔고 그 눈이두렵고 부끄러워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겨울만 있는 세계로쫓겨났고,자기를 보고 있는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했다” ‘빙하기행’의 한 대목이다.바로 장용학이 왜 수모를 당한 이후 오랜 칩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작품활동도 이어갈 수 없었는지를 밝힌 대목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그런 점에서 ‘빙하기행’은 유고이자,유서라고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서동철기자]
  • 강도용의자 경찰 총맞고 숨져

    22일 오전 5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843의 6 주택가 골목길에서 은순기씨(28)가 강남경찰서 역서파출소 소속 김남주 경장(34)이 쏜 권총 실탄을머리에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은씨는 근처 Y빌라 4층 진모씨(38·여·회사원) 집에 가스관을 타고 들어가 진씨의 손발을 테이프로 묶고 현금 10만원과 백화점 상품권,반지 등을 훔쳐 나오는 길이었다. 김경장 등 경찰관 4명은 진씨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 주민 강모씨(39)의신고를 받고 출동,강씨와 함께 1㎞ 정도 은씨를 뒤쫓았다.은씨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가스총으로 위협하면서 담장을 타고 계속 달아났다.뒤쫓던 김경장은 7∼8m 떨어진 곳에서 공포탄과 실탄 1발씩을 쐈다. 김경장은 “3차례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말을 듣지 않아 담장 옆으로 위협사격을 했다”면서 “이때 은씨가 골목쪽으로 뛰어내리면서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5)’순인 삼촌’

    필화 10년 뒤인 1988년 현기영은 자신이 겪었던 고초를 ‘위기의 사내’란소설에서 그대로 재생시켜 놓았는데,이 장면은 아마 YWCA위장 결혼 사건의역사적인 증언이 될법 하여 여기 옮겨본다. “위장 결혼식의 신랑은 카네이션 꽃에 흰 장갑 끼고 서서,해사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고,손님들은 ‘신랑 그만하면 잘 생겼는걸’,‘혹시 신혼여행은 빵깐으로 가는 거 아냐’하고 농담을 걸며 입장하고,예정시간보다 훨씬늦어져 강당이 사람들로 빼곡 들어차자 돌연 단상에 현수막이 내리 걸리고잇따라 강당 곳곳에서 삐라가 분수처럼 솟아올라 사람들 머리 위로 떨어지고,마이크에서 격정적인 목소리가 폭포수처럼 터져나오고,사복들이 급히 강당을 빠져나가고,반 시간도 못되어 경찰진압대가 들이닥치고,대회장은 연행조의 난입으로 금방 수라장으로 변하고,뒤이어 벌어진 대회장 밖 명동길 시위도 얼마 후 진압되었다.상황은 끝나고 호송차량 두 대가 연행자로 만원이었다.”그 이틀 뒤인 11월26일,계엄사는 위장결혼 사건으로 함석헌·박종태·양순직·김병걸 등 96명을 포고령 위반으로 검거,조사중이라고 발표했다.바로 이날 종암동 소재의 서울사대 부속고교로 출근한 작가 현기영은 수업에 들어가려던 교실 앞 복도에서 관할 성동경찰서원들에 의하여 연행당했으나 바로 중부서로 인계되어 갇혀 있는데 실내 방송으로 수배자 명단이 흘러 나오는 속에후배들 이름이 넷이나 포함되어 있어 필시 제주 출신 친목회를 겨냥한 것이려니 여겼다.며칠 뒤 현기영은 중부서 지하실로부터 끌려나와 검정색 승용차에 실려 남산으로 넘어갔다.도착지는 유명한 서빙고동 보안사였고,당시로서는 중범자를 다뤘던 합동수사본부로 인계된 것이었다. 체험자들의 수기를 통해 알려진대로 그는 군복으로 갈아 입혀진 뒤 2박3일동안 혹독한 육체적인 학대를 당했다.애초에는 친목회 명단을 밝히라며 매질만 반복하다가 소설 ‘순이 삼촌’을 거론하고 부터는 “왜 이렇게 썼느냐”고 추궁하면서 아예 빨갱이로 몰아갔다. 소설 ‘위기의 사내’에서 작가는 당시의 고문을 이렇게 묘사했다. “해병대에서 5파운드 곡괭이 자루를 대여섯 대까지는 신음소리 내지 않고맞아본 그였지만,당장 첫 매에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매가 몸에 터질때마다 강한 충격이 살속을 파고들어 뼈를 울리고 골수를 후볐다.(중략) 매는 한쪽 허벅지 주위를 나선형으로 돌며 빈틈없이 골고루 타격한 뒤,다른쪽허벅지로 옮아가고,이어서 정강이 뒤쪽,팔뚝,어깻죽지….매는 뼈를 피해 살집만 골라 정확히 타격했다.(중략) 아,이 고통스러운 육체를 벗어버릴 수만있다면! 정신을 배반하는 육체,제 몸이 이렇게 저주스러울 줄이야.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차라리 죽을 수만 있다면! 가무라치기라도 했으면….”이어 작가는 매질의 심리학적 파급효과를 “매질이 끝났을 때 그는 교사도,작가도 아닌,세 아이의 아버지도,한 여자의 남편도 아닌,그 무엇도 아닌,팬티에 겁똥을 깔긴 한 마리의 사냥감 짐승이었다”고 쓴다. 현기영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 군에 몸 담았던 아버지를 추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그게 이 위기의 돌파구에 어느 정도 작용을 했을까. ‘빨갱이’에서 벗어난 그는 마지막 단계로 구둣발 세례를 받고는 집시법 위반으로 20일간 남부경찰서에서 구류를 살고 석방되었는데,그건 “잉크빛,보랏빛으로 물든 그의 몸뚱이”에 남겨진 맷자욱을 치유시켜 내보내려는 기간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20일 구류를 무사히 살고 출감한 작가 현기영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것은 ‘순이 삼촌’ 제 2막이었다.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徐廷旭 과학기술부장관

    세상이 물질적으론 풍요해졌지만,가족이 핵화(核化)되어 조부모의 사랑을모르고 자라는 어린이들이 많아졌다.고학력 부모들이라 영리하게 가르치긴하겠지만,어쩐지 불안하다.내가 어릴 때 할머니·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이 불쌍한 생각마저 들곤 한다.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응석도 부리고,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듣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옛날 얘기로 덕을 키우며,할머니 솜씨로 빚은 우리 음식을 먹고 자라야 심신이 바르게 자란다. 손주자랑을 하는 친구들을 은근히 부러워 해 온 터에 최근 나도 기다리던외손녀를 보게 됐다. 자주 보지 못해 아쉽고,낯을 가리다 나를 알아보는 모습이 귀여워서 해외출장을 가도 예쁜 장난감을 보면 선물로 꼬박꼬박 챙겨온다.해외에 나가봐야사올 것이 없다는 핑계로 서류뭉치나 빨래감만 가득하던 가방 속에 최근에는 손녀에게 줄 선물이 꼭 들어있다.손녀밖에 모르는 나를 보고 아내가 내심섭섭해하지는 않을까 눈치가 보인다. 자식에겐 엄하던 사람들도 손주에겐 약해지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친구들 모임에 가면,손주 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주말마다 맡겨 놓는 개구쟁이 손주들을 봐주느라 몸살이 날 지경이라는 즐거운 비명도 가끔 들린다.이를 듣고,한 친구가 묘안을 일러주었다.며느리나 딸이 보는데서 방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이거나,과일을 한입 먹고 주어보라는것이다.깔끔한 요즘 며느리들이 다시는 맡기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자다운 확신에서다. 후에 그 친구를 만나 그렇게 했느냐고 물었더니,그랬다가 정말 손주들을 영영 안 데려올까 겁이 나서 못했다는 얘기다.이것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심정이다. 핵화된 가정에서 부모만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품안을모르는 정신적 영양실조에 걸리기 쉽다.부모들의 이성(理性)교육 못지 않게조부모들의 감성(感性)교육 역시 중요하다.인간의 뇌가 좌우로 갈라져 있듯이,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가정교육을 받아야 경쟁을 하면서도 게임의 룰(Rule)을 지킬 줄 아는 도덕심의 샘이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서정욱 과학기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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