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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기의 스크린 1인치]부시가 사랑한 ‘셀레나’ 부활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존 레논 사망에 버금가는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 롤링 스톤즈,빌보드 등 유명 팝 전문지들은 1995년 3월 31일 텍사스주의 한 호텔 로비에서 광적인 팬이 쏜 총탄에 맞아 23살에 절명한 셀레나를 추모하는 커버 기사를 이렇게 장식했다. 셀레나(Selena)는 발표하는 곡마다 밀리언 셀러를 돌파하며 전도 유망한 가수로 기대치를 한껏 모았던 재능꾼.이듬해 텍사스 주지사였던 현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셀레나의 생일인 4월 16일(1971년생)을‘셀레나의 날’로 지정해 그녀의 음악적 업적을 추모했다.이날 셀레나의 유작 앨범 ‘Dreaming of You’도 함께 발매됐다. 제니퍼 로페즈가 1997년 그레고리 나바 감독과 의기투합해 전기 영화 비명횡사한 그녀의 일대기를 다룬‘셀레나’를 발표하면서 짧지만 위대했던 셀레나의 음악적 업적을 회상해 주었다.대표적 히트곡중 ‘I Could Fall in Love’ ‘Dreaming of You’ 등은 국내 광고 음악으로 쓰일 정도로 환대 받고 있다. 그녀의 발군의 음악성을 다시 한번 엿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영화가 2004년 초에 공개된 프랑스 세드릭 클라피시 감독의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L’Auberge Espagnole’)다. 프랑스 청년 자비에(로맹 뒤리스)는 공무원이 되기에 유리한 스페인어과 경제학 석사 학위를 이수할 것을 권유하는 부친의 명령에 따라 스페인에서 1년 동안의 유학 생활을 보낸 뒤 무사히 공무원이 된다.출근 첫날 색상별로 서류철을 분류하라는 등 엄격한 규율을 요구받자 답답함을 느껴 거리를 뛰쳐 나와 마음속에 품었던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서 경쾌하게 흘러 나오는 노래가 셀레나의 ‘밤이여 만세’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Que Viva La Noche’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멕시코 출신 가수들에게 애칭으로 붙여 주는 명칭이 ‘테하노 싱어 Tejano singer’.10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면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준 셀레나는 ‘테하노 여왕’ ‘라틴 음악계의 마돈나’라는 애칭을 받으면서 발표하는 앨범,싱글곡이 빌보드 차트 1위와 그래미 상을 석권하는 무서운 저력을 보여 주었다. 무한대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고속도로 아우토반에들어선 것 같은 히트 질주를 지속했던 셀레나.그렇지만 그녀는 총 한방에 너무나 허무한 죽음을 당했다.셀레나는 팝 음악을 아끼는 이들에게 지금도 가슴에 살아있는 가수다. 영화 칼럼니스트
  • 대선자금 수사 상보/부산지역의원 2~3명 소환 서정우씨 대우돈 15억 수수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安大熙)는 13일 부산지역 현역 국회의원 K씨와 또다른 K씨 등 2∼3명이 수억원대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검찰은 이들 의원들이 기업들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건네받은 뒤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도 확인중이다. 검찰은 또 대우건설이 지난 대선 때 서정우 변호사에게 15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포착했다.검찰은 대우건설측으로부터 대선 직전 서 변호사에게 7∼8차례에 걸쳐 현금 15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서 변호사를 상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키로 했다. ●롯데건설 협력사 5곳 수색 검찰은 대우건설이 2002년 4월과 5월,11월 3차례에 걸쳐 안희정씨에게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및 대선 자금 명목으로 1억 75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안씨는 이 자금을 수수한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대우건설 돈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이로써 안씨가 대선 이전에 수수한 불법 정치자금 규모는 19억 90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롯데건설 협력업체 5곳에 대해 추가압수수색을 실시,롯데건설과의 거래내역이 담긴 장부 등을 확보했다.검찰은 롯데건설이 이들 협력업체 등과 거래내역을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대선 때 여야 정치권에 건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 불법자금이 변수 대우건설에 대한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계속 붇고 있다.대우건설이 한나라당측에는 15억원을,민주당측에는 1억 7500만원을 제공한 혐의만 확인됐다.전달 창구는 서정우 변호사와 안희정씨로 양 캠프의 핵심 측근들이었다.그러나 대우건설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어 불법자금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삼성·LG·SK·현대차 등 4대 기업 502억원 외에 금호 10억 7000만원,대우건설 15억원 등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527억여원이다.여기에 태광실업측이 당비명목으로 건넨 10억 5000만원의 불법성까지 확인되면 530억원대로 늘어난다. 노무현 캠프의 대선자금 규모는 추가로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안희정씨가 지인들로부터받은 17억 4000만원 가운데 대우건설로부터 1억 75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노 캠프는 금호그룹에서도 10억원 안팎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이는 노 캠프도 삼성·LG·SK·현대차 등 4대 기업을 포함한 대기업들부터도 불법자금을 받았을 개연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롯데건설의 하도급 업체 5곳을 수색해 롯데측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롯데의 불법자금 규모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자금 규모는 앞으로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측에 고압적 자세로 대선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2002년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삼성구조조정본부 윤모 전무에게 “지구당 숫자만 해도 200개가 넘는데 각 지구당별로 1억원씩만 해도 200억원 아니냐.”고 말한 뒤 “삼성이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면서 압력을 넣었다.또 평소 일면식도 없는 LG그룹 강유식 부회장에게도 갑자기 연락을 하고 찾아가 “예년과는 다른 규모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거액의 정치자금을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 “정치인 못믿겠다 하더라” 기업측은 정치인보다는 정치인이 아닌 핵심 측근들에게 자금을 건넸다.정치인들은 못믿겠다는 것이 이유였다.서정우 변호사는 첫 공판에서 “기업들이 나를 통해 자금을 전달하겠다고 해서 사실 나도 당황스러웠다.”면서 “기업인들이 ‘정치인들은 못믿겠다.당신이라면 믿겠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강충식 구혜영기자 chungsik@
  • 취업성공 이공계 출신 여성들/첨단정보화시대 기술 감성으로 승부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시대이다.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취업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취업률은 59.3%에 불과했다.여성 졸업자들의 취업은 더욱 막막하다.그러나 이공계출신 여성들은 반대로 오라는 곳이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이번주부터 전국의 전문대와 기능대가 원서를 접수한다.일부 학교에서는 여성에게 가산점도 준다.이공계를 택해 당당한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통해 취업난 돌파의 방법을 알아본다. 지난 2000년 안성여자기능대학 컴퓨터응용기계설계과를 졸업한 조윤희(24)씨.조씨는 경기 화성에 있는 자동화설비 제조업체인 ㈜SFA에서 물류시스템 설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이 회사는 근로자 400명에 연매출 1000억원을 올리고 있는 탄탄한 중견기업이다.입사 4년차인 조씨는 능력을 인정받아 연봉 2500만원을 받고 있다.비슷한 또래에 비해 훨씬 높은 액수다.그녀는 대학의 전공을 살려 일찌감치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이다. 조씨는 인문계 고교를졸업했다.그러나 금속공예 명장(名匠)인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이공계로 진학했다.대학에서 2년 동안 실기 위주의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취업 후 실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그녀는 “이공계는 학벌이 아무리 좋아도 실력이 없으면 안된다.”면서 “앞으로는 학벌 위주 사회에서 기능 위주 사회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기술을 잘 가르치는 학교가 최고”라고 말했다. ●여성 취업,이공계가 훨씬 높아 최근 취업난과 이공계 기피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이공계 출신 여성들이 산업현장에서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다.남들이 기피하는 이공계를 택해,취업난을 쉽게 돌파하고 당당하게 자아를 실현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전문대 이공계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12.5%였지만 2003년에는 14.5%로 늘었다.또 전국 23개 기능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지난 2002년에는 19%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는 23.5%로 껑충 뛰어올랐다. 취업률도 높다.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03년 전문대 여성 졸업생 취업률은 71.4%에 이르렀다.인문계의 60.7%보다 무려 10.7%포인트가 높은 것이다. 오는 2월 구미기능대학 전자과를 졸업할 부정자(29)씨는 벌써 경북 칠곡에 있는 ㈜대원GSI에 입사,3개월째 수습과정을 밟고 있다.양곡선별기 제조업체인 이 회사에서 기술직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이달 말이면 정식사원이 돼 연봉 1500만원 이상을 받게 된다. 부씨는 지난 94년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7년 동안 일반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하다 대학에 진학했다.사회생활을 해서 무엇보다 취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선뜻 이공계를 택했다.재학 중 학과 수석을 놓치지 않은 그녀는 전자·무선설비 등 산업기사 자격증 2개와 통신기기·전자계산기·전자기기 기능사 자격증 3개를 땄다.덕분에 취업은 손쉬웠다. 부씨는 나중에 해외근무를 희망하고 있다.회사가 인도,중국,칠레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세계 시장을 무대로 제작·설치·애프터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남성들과 겨루겠다는 의욕을 다지고 있다. 인천기능대학 컴퓨터응용기계설계과를 졸업한 김경순(33)씨는 경기 부평에 있는 ㈜성우미크론의 설계실 계장이다.주부인 그녀는 반도체칩 생산에 필요한 금형설계 및 제작 업무를 맡아 전문 여성 기술인의 길을 14년째 걷고 있다.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회사 내에서도 꼼꼼한 업무처리로 정평이 나있다. “요즘 산업현장은 옛날과 달리 첨단화·디지털화돼 있어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에게 유리한 점이 더 많아요.” 이공계를 졸업한 뒤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2000년 서울정보기능대학 패션과를 졸업한 허남희(31)씨는 지난 98년 입학 때부터 창업을 꿈꾸었다.2년간의 실무중심 수업을 통해 실력을 갈고닦은 뒤 졸업 후 6개월 만에 ‘해갈’이라는 패션브랜드를 만들고 서울 동대문 프레야타운에서 창업했다.그녀는 창업 3년 만에 명품 전문 백화점인 서울 G백화점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현재는 일본·말레이시아·덴마크 등 해외에도 수출하는 등 연매출액 15억원을 올리고 있다.패션창업 강의를 하고 유명 디자이너 패션쇼에 참가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실습위주 수업 창업에도 도움 허씨는“대학에서 딴 패션산업기사와 한복기능사 자격증과 실습 위주의 수업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대학에서 자신감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자매가 이공계를 졸업하고 나란히 산업현장에서 뛰는 경우도 있다.태광산업 설계실에서 근무하는 언니 성주화(24)씨와 하이닉스 반도체 설계실에 근무하는 동생 주현(22)씨는 안성여자기능대학 디지털디자인과 동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지식기반 사회,정보화 사회에서는 유연하고 섬세한 사고와 감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따라서 상대적으로 이러한 특성의 여성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여성의 역할 또한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여자기능대학 이상덕 학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여성인력 양성은 주로 인문계·사범계·예능계 등에 집중돼,결과적으로 취업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이공계 여성이 늘어나면 취업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전자회사 취업 노지현씨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너무나 좋습니다.백수인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하고요.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지난해 봄 청주기능대학 자동화시스템과를 졸업하고 충남 천안의 전자부품제조업체인 ㈜신흥전자에서 일하고 있는 노지현(사진·22)씨.노씨는 주로 남자 직원들이 담당하는 금형설계 업무를 맡고 있다.금형설계팀 12명 직원 중 유일한 여성이다.부서 배치를 위한 면접 때 모든 부서에서 탐을 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2월에 고교를 졸업한 그녀는 공대에 재학 중인 오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이공계로 진학했다.재학 중 생산자동화 산업기사 자격증과 전산응용기계제도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이에 힘입어 취업도 손쉽게 해냈다. 입사 8개월째인 그녀는 연봉 1700만원을 받고 있다.1년도 안된 경력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회사에서 집까지 거리가 멀어 출퇴근이 힘들다고 하자 회사에서 아파트를 얻어주는 등 애지중지하고 있다. “이공계 선택에 대해 후회는커녕 아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후배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있지요.대학 다닐 때 실습 위주의 수업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공계 출신이라고 해서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연상해선 안된다.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깔끔한 근무복 차림으로 일한다.그녀는 결혼 비용 마련을 위해 한달에 80만원씩을 저축하는 등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특히 퇴근 후에는 회사 이웃에 있는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일본어를 배우며 더 큰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공계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적성에 맞는다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섬세함과 꼼꼼함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하지요.” 그녀는 취업도 잘되고 성취도도 높은 이공계를 사람들이 왜 기피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용수기자 ■여성에 유리한 학과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공계에 진출하는 여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의 정보기술(IT) 붐을 타고 정보산업 관련 학과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그러나 남성의 영역으로 일컬어지던 제조업 관련 학과에도 여성의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제조업에서 컴퓨터 활용 분야가 늘어나면서 섬세한 감성의 여학생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 중에서 여성에게 가장 적합한 학과로는 정밀측정과를 들 수 있다.정밀측정과는 각종 계측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정밀측정 관련 업무를 가르친다.졸업하면 기업의 실험실·검사실 등에서 측정용 장비를 활용,제품의 품질을 검사하거나 계측기의 보정 등 정밀 분야에 종사하게 된다. 컴퓨터응용금속과도 인기다.컴퓨터를 활용한 금속의 열처리 및 구조 시뮬레이션 등을 익힌다. 제품 검사 및 관련업체 실험실에서 근무하며 이 분야에 대한 여성 구인요청도 늘고 있다. 기계설계·컴퓨터응용금형·컴퓨터응용기계 등 기계관련 학과도 최근 여성들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기존 제조업 제품 생산은 수작업과 기계조작 기능에 주로 의존해 왔으나 최근에는 자동화된 설비와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CAD),컴퓨터가 내장된 CNC(자동 선반) 등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따라서 기계관련 학과도 여성들에게 적합한 직무로 발전돼가고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응용기계설계를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시스템에어컨 공조배관 설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나미(26)씨는 “아직까지는 이공계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 [씨줄날줄] 용서

    미국 스탠퍼드대에 용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좌가 있다.강좌이름은 ‘과거경험 치유(Healing Our Past Experience)’의 머리글자를 딴 HOPE.1999년 여름 북아일랜드 30년 내전에서 부모,형제자매,애인을 잃은 남녀 십여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게 시발점이 됐다. 90분 수업으로 일주일에 한번 6주간 계속되는데 지금은 참가자가 300명 가까이로 늘었다.분노를 삭이는 과정,상대를 용서하는 과정이 단계별로 체계화돼 있는데 교육효과가 매우 높다고 한다.설립자인 프레드 러스킨교수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자신을 위해서 용서가 필요한 것임을 강조한다.분노를 품고 살아간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3년만에 열린 재심법정에서 당시 자신에게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가한 신군부를 “인간적으로 원망하지 않고 마음으로나 종교적으로 용서했다.”고 말했다.캄캄한 지하실에서 욕설과 고문을 당했고 함께 구금된 민주인사들이 바로 옆방에서 지르는 비명소리를들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그 분노가 오죽했을까.하지만 팔순의 그는 용서하는 길을 택했다.그들을 질타하는 어떤 웅변보다도 더 값진 용서다. 용서의 전범을 보인 이로 교황을 빼놓을 수 없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성베드로광장에서 자신을 저격한 터키청년 알리 아그자를 감옥으로 찾아가 그를 용서하고 당국에 그의 사면까지 청했다.나치의 만행을 묵인한 죄,십자군전쟁으로 이교도를 탄압한 교회의 죄를 참회한 데는 용서를 구함으로써 상대의 분노를 덜어주려는 배려가 담겨있다. 반면 세밑 이승을 떠난 허주(虛舟)김윤환은 자신을 내친 상대방을 용서하지 못하고 화를 키워 스스로에 해가 된 경우일 것.그가 진작 스탠퍼드대의 HOPE강좌를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물론 세상에는 쉽게 용서되지 않는 죄목도 있다.힐러리는 자서전에서 남편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부정을 털어놓을 때 “그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힐러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그를 용서한다는 말은 자서전 어디에도 쓰지 않았다. 이기동 논설위원
  • 50만원 이상 기업접대비 증빙서류 의무화/‘흥청망청 접대’ 막는다

    “나눠끊기와 돌려막기가 안 된다면 현금거래나 해야죠.”(전자업체 A기업 관계자) “경기가 안좋아 접대비를 줄일 계획이었는데 명분도 생기고 잘 됐죠.이번 기회에 접대 문화도 바뀌었으면 합니다.”(기계업체 S기업 관계자) “정부가 기업의 접대비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영업활동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겁니다.”(부품하청업체 D기업 사장) 국세청이 50만원 이상의 접대비에 대해 ‘실명제’를 실시키로 하자 기업들의 반응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관련기사 2면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당장 대안 부재로 고민하고 있다.술과 골프 접대를 제외하고 특별한 접대 문화가 없는 상황에서 ‘접대 실명제’ 실시로 연초부터 ‘걱정거리’를 하나 더 안겨줬다는 시각이다. 국세청은 우리사회의 후진적인 향락성 접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입증대상 접대비와 지출증빙의 기록·보관 방법 등을 담은 ‘접대비 업무관련성 입증에 관한 국세청장 고시’를 제정,올 1월부터 시행한다고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이 접대비로 건당 50만원 이상을 지출할 때에는 접대자와 접대 상대방,접대 목적 등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증빙서류를 작성해 5년 동안 비치·보관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세법상 ‘비용’처리를 받지 못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기업의 무분별한 접대 행위가 줄어들고,기업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접대비가 업무와의 관련성이 있는지를 입증하려면 정규 영수증(신용카드 매출전표,세금계산서,계산서)의 뒷면 또는 영수증을 붙인 용지의 여백에 접대자와 접대 상대방 및 접대 목적 등 지출내역을 기록,보관하면 된다. 이런 방법이 번거로우면 접대비명세서를 전산테이프나 디스켓 등 전산으로 작성해도 상관없다.이 경우에도 영수증은 반드시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국세청은 2건 이상의 지출이라도 날짜와 장소 및 거래처가 같아 하나의 지출행위로 인정될 경우에는 1건으로 보고 건당 50만원 이상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같은 장소에서 같은 거래처에 대해 날짜를 달리해 1건의 거래금액을 50만원 미만의 소액으로 쪼개 결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증빙서류는 보관만 하고 있으면 되고 세무서에 제출할 필요는 없다.다만 세무조사를 받다가 세무당국이 기업경비의 변칙처리 등과 관련해 제출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의 접대비 지출 규모는 지난 2002년 4조 7434억원으로 2001년의 1.2배에 해당하는 등 매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또 2002년의 접대비 가운데 룸살롱,단란주점,극장식당,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금액은 32.2%인 1조 5295억원에 이른다. 세법상 접대비 손비 인정 한도액은 매출액 100억원 이하 기업은 매출액의 0.2%,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는 0.1%,500억원 초과는 0.03%이다. 오승호 김경두기자 osh@
  • 사기결혼의 종말/장인·장모·처 살해 영장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일가족 3명의 살해범은 사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익산경찰서는 25일 장인·장모와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존속살인 등)로 익산 모 대학교 시간강사 정모(3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24일 오후 6시쯤 익산시 낭산면 처가댁 거실에서 아내 최모(28)씨와 미국유학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주방에서 가져온 흉기로 아내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다.정씨는 비명을 듣고 안방에서 달려나온 장인 최모(60·농업)씨와 장모 신모(58)씨에게도 흉기를 마구 휘둘러 숨지게 했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지난 9월 장인과 장모에게 “모 화학회사 연구원으로 취업돼 연말쯤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라고 속인 뒤 아내와 결혼했으나 최근 거짓말이 들통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특히 사건당일 아내가 “왜 미국 연구원으로 취업했다고 거짓말을 했느냐.26일 출국일인데 미국비자와 항공표도 없지 않느냐.”며 모욕감을 주자 홧김에 주방에서 가져온 흉기로 처가 식구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특별한 새해맞이 2선/선상에서 사찰에서 새해 소망 빌어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계절.어디 특별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데가 없을까.이른 새벽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남보다 한발짝 먼저 해를 맞는 선상일출은 어떨까.소복소복 눈이 쌓인 산사에서 하룻밤 묵으며 차분하게 새해를 설계해도 좋을 것이다.새해맞이 선상일출 및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선상 새해맞이 ●거문도,백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중에서도 제주도와 가장 가까운 섬.31일 송년의 밤과 새해 1일 아침을 맞이하는 1박2일 선상프로그램이 진행된다.31일 오후 여수항 출발,거문도에서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거문도 등대 및 낙조 감상,거문도 숙박,백도 앞바다 선상에서 일출제 행사 참여,거문도 육로관광 등이 포함돼 있다.2인1실 기준 11만 5000원.거문도관광여행사 (061)665-4477. ●정동진 골드코스트 유람선을 타고 정동진 앞바다에서 일출을 감상한다.강릉 금진항을 출발,아름다운 어촌마을인 심곡마을,모래시계공원 등 정동진 앞바다를 유람한다.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을 따라 날아드는 갈매기를 벗삼아 관람하는 일출이 감흥을 자아낸다.일출 후엔 셔틀버스를 타고 정동진역,해돋이공원 등 인근 관광명소를 둘러본다.어른 1만 5000원,어린이 1만원.(033)644-5480. ●한려수도 유람선을 타고 한려수도의 빼어난 해안경치와 함께 일출을 감상한다.새해 1일 선상 해돋이를 위해 16척의 유람선이 모두 함께 바다로 나가는 대규모 행사를 연다.일출 조망후 연륙교,상족암,코끼리바위,동백섬 등을 유람하고 돌아온다.2시간 30분 정도 소요.어른 1만 5000원,어린이 8000원.삼천포유람선(055-835-0172·3). ●울산 간절곶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뜬다는 간절곶 앞바다에 쾌속 여객선 돌핀호를 타고 나가 일출을 감상한다.현대호텔 숙박,돌핀호 해돋이 감상,떡국 조식 등을 포함해 2인 기준 15만원.현대호텔울산(052)251-2233. ●보길도 뱃길 1일 새벽 완도에서 출발해 남해바다에서 일출 감상,보길도 윤선도 유적지 답사로 일정이 짜여져 있다.선상에서 새해맞이 떡국 먹기,소원성취 풍선날리기 등도 진행된다.어른 2만원,어린이 1만5000원.소안농협(061)553-8188.◆새해맞이 템플스테이 서울 조계사,공주 마곡사,순천 송광사,양양 낙산사 등 전국 12개 사찰이 31일부터 새해 첫 날까지 템플스테이 행사 및 다채로운 새해맞이 행사를 진행한다. 마곡사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자정 이전엔 한해의 반성을,이후엔 새해계획을 세우는 시간과 자신 및 가족,이웃에게 보내는 자비명상시간을 갖는다. 양양 낙산사에선 저녁 예불과 함께 새해 범종 타종 체험,발우공양,탑돌이,참선,다도 체험,촛불 행사 등이 이어지며,새벽엔 의상대에서 동해 일출 관람 시간을 갖는다. 경주 골굴사에선 동해안 문무대왕릉 앞 해맞이,선무도 기공 수련 등이 포함돼 있으며,서산 부석사에선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사찰별 프로그램은 표 참조).조계종 템플스테이 담당(02)732-9925,720-7060∼4. 임창용기자 sdragon@
  • “미군에 탄저균 백신 강요못한다”美법원 판결 “안전성 확인안돼… 접종 중단”

    미군이 화학탄 피해를 막기 위해 중동지역에 파견하는 군인들에게 의무적으로 투여해온 탄저균 예방백신 주사에 대해 불법판정이 내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 우려 때문에 실시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없다는 최종판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군인들을 임상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미국 국방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특별명령에 서명하지 않는 한 미군들에게 탄저균 예방주사를 강요할 수 없다고 미국 연방지법이 22일 판결했다.이에 따라 국방부는 1998년부터 강제적으로 실시해온 백신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할 입장에 처하게 됐다. 워싱턴 연방지법의 에멧 설리번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있는 미군들을 실험용 약을 위한 ‘모르모트’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국방부에 강제적 탄저균 예방접종을 중단하라는 예비명령을 내렸다.앞서 안전성이 의심된다며 강제 접종에 반발한 현역 및 예비역 민간인 6명이 국방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었다. 설리번 판사는 국방부의 행위가 ‘당사자의 동의가 있거나 대통령이 이같은 동의가 필요없다는 명령에 서명하지 않는 한 신약 또는 실험적인 약을 군인들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1998년 제정된 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미국 의회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일부 군인들이 실험적인 약을 강제로 복용한 뒤에 이른바 ‘걸프전 증후군’이라는 원인불명의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따라 이같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탄저균 백신은 원래 지난 1970년대 수의사와 탄저균을 취급하는 과학자를 대상으로 접종이 승인됐다.그러다가 이라크 등 테러지원 국가가 생화학 테러를 위해 탄저균 무기를 생산한다는 정보에 따라 1997년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이 명령을 내렸고 1998년부터 의무 접종이 실시돼 왔다. 지금까지 80만명 이상의 군인들이 탄저균 주사를 맞았으며,접종을 거부한 수백명의 군인들은 강제 퇴역 등 처벌을 받았다.이들은 탄저균 백신이 만성피로,기억력 감퇴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우려로 접종을 기피했다.정부는 안전성을 주장하면서도 일반인에게 접종을 권장하지 않아 의혹과 비난을 불렀다.판결문도 탄저균 백신 부작용 비율이 당초 0.2%에서 최근 5∼35%까지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최소 6명이 백신과 관련해 사망했다고 밝혀 안전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박상숙기자 alex@
  • 빈 라덴 “미 新십자군전쟁” 비난

    |바그다드·두바이 AFP 연합|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20일 두바이 소재 아랍어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에 보낸 음성테이프를 통해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전쟁은 이슬람교도에 대한 ‘새로운 십자군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빈 라덴은 부분적으로 방송된 테이프에서 “미국은 이제 전세계 앞에서 비명을 지르고 비틀거리고 있으며 가장 천한 사람들로부터 구조를 원하고 있는 것은 물론 동서의 용병들을 간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빈 라덴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13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 후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그다드 주둔 미 제1기갑사단의 마크 허틀링 준장은 “지난 14일 저녁 이후 몇 건의 공격이 있었으나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바그다드에서 공격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허틀링 준장은 “도로 옆에 매설된 폭약도,박격포 공격도,로켓 공격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는 제공하지 않았다.앞서 지난 18일 마크 키미트 준장도 11월까지만 해도 하루 1명 내지 2명 꼴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이 달 들어 미군 사망자가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알 아라비야 방송은 빈 라덴의 육성 테이프가 언제 작성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난 9월6일 물러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전 총리를 ‘미국에 의해 구성된 협력정부’라고 비난한 점에 비춰 수개월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 [2003 사건속 인물](3)‘지하철참사’ 故이현진양 어머니

    “그동안 잘 있었니.이곳에는 벌써 눈이 내렸구나.춥지는 않니?”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난 2월18일 오전 10시3분 불이 붙은 1080호 죽음의 전동차. “안돼 엄마.이러면 안돼.”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만 남긴 채 이현진(19·대구외국어고 3년)양은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현진이는 아버지 고향인 경북 청송의 작은마을 산자락에 가 있었다.‘작은 시지프스 이현진 잠들다.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학번 2003-10713)’이라 적힌 묘비명 위로 겨울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엄마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구나.단 한번이라도 너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현진아 현진아…” 대구에서 2시간여 가파른 산길을 달려온 이숙자(45·남구 대명동)씨의 눈가에는 금세 이슬이 맺혔다.그녀는 지난 3월3일 딸의 영정을 끌어안고 서울대 입학식에 참석해 자식을 가진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을 울려버렸다. “대학생이 된다며 입학식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네가 왜 여기 누워 있느냐.현진아 현진아…” 물을 찾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 하나를만들어주기 위해 아무리 밀어올려도 다시 떨어지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영원히 밀어올려야만 했던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를 좋아했던 소녀.직업 외교관이 돼 유엔본부에서 코리아를 위해 일하겠다는 당찬 꿈을 키우던 현진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니.낮에는 네가 좋아하던 시도,노래도 불러보고 밤에는 밤하늘의 별도 헤아려 보려무나.” 현진이가 떠난지 300여일.주말이면 어김없이 현진이를 찾아와 눈물을 쏟아내는 애절한 모정은 아직 딸을 못 보내고 있었다.친구들도 아직 현진이를 떠나 보내지 못했다.“현진아 조금만 기다려.곧 너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생길 거야.” 친구들은 내년 봄 현진이를 위해 무덤가에 시지프스 상을 세워주기로 했다.“현진아 너의 바위는 지금 어디쯤 오르고 있니.힘들지 않니.엄마가 한번만이라도 밀어줄 수만 있다면…”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애절한 모정은 짧은 겨울해가 아쉬운 듯 오랫동안 딸의 무덤가를 서성거렸다.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불타버린 역사는 다시 단장되고 멈추었던 지하철은 다시 달리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의 시계는 아직도 잔인했던 2월에 멈추어 있다.우울증에다 아직도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부상자 148명에게도 그날의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17일 대구에서는 학계,종교계,시민단체 등이 아직도 안전을 나몰라라하는 당국을 더이상 못 믿겠다며 ‘대구지하철안전시민연대’를 결성,가연성 전동차 내장재의 조속한 교체를 촉구했다. 글·사진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대한포럼] 고해성사를 아는가

    언제부턴가 혼탁한 정치판에서 ‘고해성사를 해야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상을 규명한 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지하차고 접선’에 ‘차떼기’까지 동원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대선자금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정치권이다.그런데 이 사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는 때 ‘고해성사…’얘기를 하고있어 더 이상 달아날 수도,숨길 수도 없는 극한 상황에서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처럼 들려 거북하다. 고해성사는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전례 가운데 하나다.진심으로 죄를 반성하고 진실되게 고백하며 잘못에 상응한 벌을 받음으로써 죄가 용서된다.그래야 자신의 잘못으로 상처를 입고 멀어진 이웃과 화해할 수 있다.그래서 이 성사를 ‘고백성사’ 또는 ‘화해의 성사’라고도 한다.진실한 고백과 용서와 화해를 이루고야 고해성사는 완성된다. 그러나 지금 정치판에서 들려오는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무래도 생소하다.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그 엄청난 액수의 불법자금을주고받고도 검찰 칼날의 표적이 되기 전까지는 모르쇠다.분식회계 등 부당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보험성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건네준 기업이나,조직폭력배 수준의 방법으로 돈을 뜯은 정치권이나 마찬가지다.철저한 참회와 반성을 읽을 수 없다.기업은 얼마를 어떻게 조성해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건네줬는지,정치권은 어느 정도 받아 얼마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밝혀야 하는데도 진실된 고백이 아직 없다.재계는 또 나라 경제가 걱정되니 적당히 수사해달라고 요구하고,정치권 역시 책임 전가에 여념이 없다.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하며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자세를 찾을 수 없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15일 불법 대선자금 수수를 자신이 지시한 일이라며 국민앞에 사과하고 감옥행을 자청한 일도 마찬가지다.검찰 수사로 밝혀진 불법 대선자금 500억원을 시인한 것 외에 진실규명을 위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단이다.오히려 준비 안 된 검찰에 느닷없이 출두해 수사만 방해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지금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일이 급선무다.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기에 앞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당직자들을 출두토록 해야 한다.그래서 진실을 완전히 파악한 뒤 죄상에 따라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처벌을 받고, 정계를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야 한다.이렇게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 전 총재 역시 낱낱이 고백하고 처벌을 자청해야 순서다.“500억 이외 더 드러나는 자금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대목에서는 이 전 총재 스스로 불법 자금의 규모를 파악한 것으로 들린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 고백이다. 노무현 대통령 진영의 불법 대선자금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무엇보다 도덕성을 앞세우던 386측근들이 무너지고 있다.불법 자금을 전혀 받지 않았다던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은 썬앤문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들통났고,대통령의 왼팔이던 안희정 열린우리당 충남도지부 창당준비위원장은 11억 4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아직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측근비리를 수사할 특별검사가추천되고 있는 시점에 노 대통령은 ‘직 걸고 정계은퇴’발언을 해 일파만파의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가 무슨 기준일 수 있는가.이 발언 역시 검찰 수사에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아울러 노 대통령도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를 알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그렇다면 대통령도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권은 지금이야말로 참다운 고해성사를 한 뒤 부패정치를 청산할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최 홍 운 논설위원실장 hwc77017@
  • PDP 없어서 못판다

    플래시메모리에 이어 PDP(플라마디스플레이패널)도 ‘없어서 못파는’ 공급부족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작된 PDP의 공급부족 현상은 최소한 2005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삼성SDI와 LG전자 등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5일 천안공장에서 월 8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PDP 제2라인 준공식을 갖고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이에 따라 이 회사의 PDP 생산능력은 제1라인을 포함,월 13만대로 세계 최대 규모를 갖추게 됐다.김순택 사장은 “PDP 수요가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면서 “제3라인 투자를 서둘러 이미 터파기 공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실제 PDP TV 시장 규모는 올해 170만대에서 내년 350만대,2005년 720만대 등으로 매년 두배씩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SDI가 제2라인 준공과 함께 제3라인 투자를 시작한 것도 이같은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김 사장은 “세계 주요 TV업체로부터 내년에만 벌써 200만대의 공급 요청을 받았다.”면서 “현재의 생산시설을 총 가동해도 100만대 이상을 공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월 6만 5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춰 삼성SDI에 이어 세계 2위인 LG전자도 내년 9월부터 제3라인을 가동,월 14만대 규모로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PDP가 이처럼 공급부족 현상을 빚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업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주요 생산업체는 우리나라의 두 업체와 일본의 FHP,NEC,마쓰시타,파이어니어 등 6곳에 불과하다.결국 신기술을 적용한 투자에 누가 먼저 나서느냐가 시장선점의 변수로 대두된 셈이다.삼성SDI가 이번 제2라인에 42인치를 기준으로 한장의 유리원판에서 3장의 PDP를 한꺼번에 생산할 수 있는 ‘3면취’ 공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최소한 3년 이상은 대형TV시장에서 PDP가 LCD에 비해 계속 경쟁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침체기 주택시장 IMF때와 비교/같은점 집값 하락·미분양사태 다른점청약제 부활·대기 수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해요.’ 기존의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서울·수도권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주택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외환위기 때만 해도 강남 분양시장은 괜찮았지만 요즘은 강남권에서조차 미계약 사태가 나는 등 분양시장이 더 가라앉고 있다.기존 주택시장도 거래가 중단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수요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외환위기 당시와 요즘의 주택시장 동향과 판촉전략,청약제도 등을 비교해 봤다. ●청약경쟁률과 청약전략 닮은꼴 서울·수도권 수요자들의 투자열기가 가라앉고 미분양이 난다는 것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점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에도 미분양이 많았다.당시 서울 동시분양 청약경쟁률은 1998년 5차 때 986가구 분양에 12가구만 청약,0.01대1,98년 11차 때는 5219가구 분양에 5556명이 청약,1.06대1을 기록했다. 최근에도 신규 분양아파트 청약경쟁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11차 서울동시분양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2.35대1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 논현동 동양파라곤은 지난 2일 아파트 58가구,주거용 오피스텔 142실의 청약을 받았으나 미분양 사태로 선착순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락한 것도 4∼5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다.서울의 집값이 급락세를 보인 것은 외환위기 때와 90년 신도시를 건설할 때외에는 없었다. 집값 하락과 미분양에 따른 주택업계의 판촉전략도 비슷하다.중도금 무이자나 이자후불제,계약금 분납제,마이너스 옵션제 등은 지금이나 그 때나 비슷한 방법이다. ●서울과 달리 지방은 하락세 주춤 시장 분위기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외환위기 때는 심리적 공황상태로 수요층이 엷었지만 지금은 가격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수요층이 두껍다. 또 집값이 당시에는 폭락세였지만 지금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거품이 빠지는 정도일 뿐 폭락세는 아니다.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던 서울·수도권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반면 지방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4∼5년 전과 다르다. 미분양 가구수는 99년 12월에 전국적으로 12만 800가구에 달했다.반면 지난 10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가구수는 2만여가구에 불과하다. 가장 다른 것은 청약제도.외환위기 당시인 98년 6월 정부는 청약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재당첨 금지규정을 폐지했다.이듬해 3월에는 전매제한 규정을 푼데 이어 5월에는 무주택우선공급제도를 폐지했다. 반면 지금은 이들 제도가 부활됐다.현상은 비슷한데 청약을 장려하기 위해 풀었던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시점상의 차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지금은 가격의 정점에서 하락기로 접어드는 시점이지만 당시에는 가격이 바닥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값이 더 떨어지거나 분양시장이 계속 냉각돼 건설업체들이 경영난에 봉착할 경우 다시 규제책들이 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시점상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것은 주택업계의 엄살 때문인 것 같다.”면서 “수요자들은 외환위기 때와 상황이 다른 점이 있는 만큼 통장을 썩히지 말고 좋은 아파트를 적극 청약하라.”고 조언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탈주 강도범 시민이 잡았다

    “남들도 다 하는 일을 한 것뿐입니다.딸 키우는 입장에서 여자가 얻어맞고 있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어 범인을 쫓아갔을 뿐입니다.”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연쇄강도 행각을 벌이다 검거된 뒤 지난 3일 탈주한 박모(30)씨가 7일 다시 범행을 저지르려다 용감한 40대 시민의 손에 붙잡혔다. ●“남들도 다 그렇게 했을 것” 이날 오전 6시쯤 최용학(49)씨는 평소처럼 노원구 상계동 집에서 출근길에 나섰다.그러나 동대문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는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여)씨의 ‘악’ 하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어둑어둑한 주차장 사이에서 들려왔다.새벽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김씨가 탈주범 박씨에게 머리와 얼굴 등을 돌에 맞아 쓰러지면서 가방을 빼앗기던 순간이었다. 최씨는 순간 박씨를 향해 몸을 날렸다.박씨도 아파트 뒤편으로 뛰기 시작했다.그러나 고교 시절 육상 선수였던 최씨를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결국 박씨는 사고 현장에서 30m 정도 떨어진 아파트 철조망 담에서 최씨의 손에 붙잡혔다.10여분 동안의 난투극 끝에 최씨는 탈주범을 제압하고 경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박씨의 돌에 맞아 오른쪽 눈썹 부근을 7바늘 꿰매야 하는 부상을 당했다.최씨는 “탈주한 연쇄 강도범인 것을 알고 나서 ‘큰일날 뻔했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힘 없는 여성이 당하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다들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21살 은행원과 20살 대학생 두 딸을 둔 최씨는 지난 97년 이전까지만 해도 용산 전자상가에서 사업을 하던 ‘사장님’이었다.그러나 외환 위기 이후 타격을 받아 건설일용직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이근표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병원에서 치료 중인 최씨를 방문,“범인이 붙잡히지 않았다면 제2의 신창원 사건이 될 뻔했다.”면서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데 도움을 줘 고맙다.”며 용감한 시민상과 포상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5일로 끝난 탈주 행각 박씨는 지난 90년 17살의 나이에 특수강도 혐의로 처음 교도소에 들어가 93년 출소했다.그러나 96년 또다시 강도상해 혐의로 복역생활을 하다 지난 3월 만7년 만에 나왔다.박씨는 지난 6월부터 뒤에서 따라가다가 흉기나 돌 등으로 머리를 치고 금품을 빼앗는 ‘퍽치기’ 행각을 벌였다.3개월 동안 남대문·동대문 시장을 주무대로 무려 25차례의 범죄를 저질러 상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지난 10월13일 강원 정선에서 검거된 뒤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박씨는 3일 악성빈혈로 성남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교도관들의 감시 소홀을 틈타 도주,그동안 부인과 서울 종로 근처 여관과 비디오방을 전전했다.그러나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다시 범행을 저지르려다 최씨의 손에 붙잡히면서 탈주 행각은 끝났다.박씨는 경찰에서 “평소 탈주한 뒤 죽으려고 마음먹고 있던 중 병원에서 수갑이 헐겁게 채워지고 감시가 소홀해지자 도망치게 됐다.”고 밝혔다.서울 도봉경찰서는 이날 박씨를 성동구치소로 넘겼다. 이두걸 이유종기자 douzirl@
  • 입시·졸업 업무 산적… 교육부선 “수업시간 때워라”/고3교사들도 “죽을맛”

    수능 이후 고3 교실이 일탈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교사들이 교육당국과 학생 사이에 끼여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교육당국이 수능을 마친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제시하지 않은 채 6교시 수업 이행만 지시하고 있어,실효성 없는 수업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게다가 연말과 입시철을 맞아 산적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학생관리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행정에 치여 수업엔 손도 못대 26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A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5교시 수업이 한창일 시간인데도 고3담임 교사 6명이 수업은 제쳐둔 채 컴퓨터에 머리를 파묻고 서류작성에만 몰두하고 있었다.컴퓨터 모니터에는 ‘3학년 졸업사진자료’‘포상·징계학생 명단’ 등 학교행정 업무 자료가 잔뜩 띄워져 있었다.정규 수업이나 체험학습자료 등은 찾아 볼 수 없었다.교무실 옆 3학년 교실은 학생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해 불이 모두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화학 과목을 담당하는 한 교사는 “4교시까지 수업하고 ‘졸업사정’ 업무 처리 때문에 5·6교시를 ‘담임 시간’으로 대체했다.”면서 “행정업무 처리 일정에 맞추려면 오후엔 반 학생들을 귀가시킬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강남의 B고등학교 3학년 김모(55) 교사는 이날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빨리 학교에 출근했다.학교에서 대기업 협찬으로 개최되는 ‘IT설명회’ 행사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김 교사는 오전 수업 시간 도중에도 행사 준비에 매달렸다.김 교사는 “교육청 등의 지시에 따라 교실에서 ‘성교육’‘금연’ 홍보 비디오를 틀어주고는 있지만,지금의 고3학생들의 귀에 들어오기나 하겠느냐.”면서 “나 스스로 할 일도 많고 논술 등 대입 준비에 바쁜 수험생의 입장을 잘 알기에 학생들이 딴 짓을 해도 그냥 눈감아 준다.”고 밝혔다. ●유용한 수업 프로그램 절실 강남구 G고 이모 교사는 “요즘 고3학생들에게 1시간 수업을 하는 것은 예전에 온종일 하는 것보다 2∼3배 더 힘들다.”면서 “교육당국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업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한 채 수업시간만 채우라고 난리이며,학생들은 원성이 자자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강서구 Y고 박모(45) 교사는 “학생·학부모와 학교·교육청의 요구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고3학생들에게 교실 밖을 떠나 스스로 유용한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지만,윗선의 탁상행정식 지시를 어길 수도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강서구 H고 이모(45) 교사는 “이미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고3학생들을 강제로 붙잡아 두고 실효성 없는 수업으로 시간만 허비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교육당국은 수험생에게 지금보다는 졸업 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대안적인 교육 프로그램 모델부터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X박스 VS 플스 콘솔게임 2라운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최근 내놓은 ‘X박스 라이브’ 서비스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재기의 꿈’마저 갖게 해주고 있는 것.‘라이브'는 X박스 이용자들에게 온라인 게임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진 런칭 행사에는 1만 5000여명의 게이머들이 몰려들어 업체측을 놀라게 했다.라이브를 이용하기 위한 ‘스타트킷’도 이틀 만에 초도물량 7000개가 동이 났다.한국MS 관계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면서 “앞으로 국내 콘솔 게임시장의 판도는 크게 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운 감도는 콘솔 게임시장 국내 콘솔 게임시장이 출렁이고 있다.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의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던 시장에, X박스가 ‘라이브’를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며 공략에 나선 때문.PS2는 전세계적으로 5000만대 이상이 팔린 콘솔게임의 ‘절대강자’다.국내에서도 지난해 2월 정식 판매 이후,35만대 정도가 팔려 누적 판매 대수가60여만대에 이른다.출시된 타이틀 수도 180여종. 반면 시장 2위인 X박스는 누적 판매 대수는 고작 5만 5000여대,타이틀 수도 70여 종뿐이다.그러나 콘솔 게임도 온라인을 지원하는 것이 국내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MS 제국의 역습 일단 X박스는 사전에 온라인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만큼 별도의 기기를 구입하지 않고도 실시간 음성채팅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 큰 장점.아예 국제 인터넷 폰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다.또 한 개의 아이디로 모든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는 등 각종 편의성도 상당하다. 더구나 온라인 지원 게임만 놓고 보면 X박스가 PS2를 압도하고 있다.현재 ‘라이브’를 지원하는 X박스의 타이틀은 20여개.여기에 연말까지 20여개의 X박스 라이브용 게임이 추가된다. 반면 기존 PS2의 경우는 온라인 게임을 위해 별도의 장비를 추가로 구입해야만 한다.온라인 지원 게임도 ‘소콤:유에스 네이비실’‘피파 2004’ 두개 밖에 없다.온라인 이용자 수도 적어 사실상 제대로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없는 상황. 여기에 한국MS는 연말 성수기를 맞아 의욕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한국MS는 지난 18일부터 X박스 가격을 종전 24만 9800원에서 19만 9500원으로 20%(5만여원)나 대폭 내렸다.‘스프린터 셀’‘고스트 리콘:아일랜드 선더’등 라이브용 게임 2종과 라이브 2개월 이용권 등이 포함되어 있는 ‘X박스 크리스마스 패키지’도 22만 9500원에 판매한다. 또 지난 18일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2’ 발매에 맞춰 유명 카레이서 팀과 레이싱 게임행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거푸 열고 있다.X박스 유통업체인 세중게임박스도 ‘할리데이 번들’ 등 다양한 이벤트로 가세하고 나섰다.한국MS 관계자는 “올겨울까지 선두인 SECK를 따라잡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SCEK “이변은 없다” SCEK도 이에 질세라 반격에 나섰다.지난 20일부터 기본적인 온라인 기능 지원에 DVD 플레이어 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PS2(모델명 SCPH-50005/N)를 기존 27만 2800원(네트워크 어뎁터 포함가)보다 약 23%(6만 4000여원) 싼 21만 8000원에 내놓은 것. 또 신모델 판촉을 위해 새달 4일 출시예정인 기대작 ‘아이토이’를 포함한 염가 패키지도 계획중이다.‘아이토이’는 적외선 센서가 장착된 화상카메라를 연결해 컨트롤러없이 맨손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션인식 게임. SCEK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PS2의 우위는 절대적”이라면서 “온라인 게임시장이 극도로 발달한 한국 시장에서만 보이는 특수한 경우”라고 최근 콘솔게임의 온라인 지원 트렌드를 설명했다.실제로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는 2005년이나 되어야 콘솔게임의 온라인 지원 기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이 나오면 가격을 올리지만,이번에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면서 “이는 사실상 세계 최저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연말까지 ‘워닝7’‘스맥다운5’ 등 30여종의 대작 타이틀을 출시,우위를 지키겠다는 게 SCEK의 전략이다.관계자는 “연말까지 10만여대의 추가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열린세상] “더이상 죽이지 말라”

    예외 없이 ‘수능 자살’ 보도가 있던 날,서울 대학로에 플래카드가 나붙었다.“더는 죽이지 말라!” 시험지옥을 강요하는 우리 교육 제도에 대한 10대들의 처절한 항변이다. 정말이다.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런 교육 현실에 책임이 있는 국가는 언제까지 속수무책,수수방관인가. 똑같은 구호가 전국 노동자대회 단상에 내걸렸다.“더 이상 죽이지 말라!” 이건 지난 일요일 일이다.‘손배-가압류’의 압박,비정규직 차별의 고통을 분신으로,혹은 몸을 매달아 표현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비명이다.저녁녘 종로 바닥은 불바다,격렬한 전쟁터가 되었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제도와 질서에 대한 항거가 자살,혹은 화염병으로 표출됐기 때문만은 아니다.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합리적인,이른바 민주적인 생각과 절차에 따라 방법이 모색되고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책임 있는 이들이 먼저 무책임하고,그에 앞서 더 위험한 무기력에 압도돼 있다는 인상이다.10대 소녀들이,또 가장인 노동자들이 잇달아 스스로의목숨을 던지는 사태에 정부가 어떤 문제의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외면해도 좋은 소수자 또는 낙오자의 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지 치열한 성찰이 필요하다.약자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다면,강자들의 눈치 보기에만 바쁘다면,그런 통치자는 세상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기업의 불법자금 100억원이 정당에 전달됐다.정당의 무슨 위원장실은 현찰을 쌓아두는 돈 보관소였다고 한다.언론들은 상상 그림을 보여준다. 강남의 어느 빌라에선 아버지의 회사에서 아들이 훔쳐낸 70억원이 빈 방 가득 발견됐다.보도된 현장사진이 가관이다.돈더미! 350만 신용불량자들이 로또 대박으로 꿈꾸다 마는 그 돈벼락이 거기 실물로 있다. “돈벼락을 맞았다.”는 놀라운 ‘증언’도 있었다.노무현 대통령 후보 때 측근이었다가 지금은 노 대통령을 공격하는 입장이 된 민주당 대변인이,노 당선자 시절 캠프에 있던 비서진들을 두고 뱉은 말이다.이 말은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그러나 ‘돈벼락’은 없는 서민들에게는 상상만으로 신나는 일이다.‘내게닥친다면’이 그 상상의 실체다.옳은 일이었든 그른 일로서든,돈더미에 깔려죽든 말이다. 문제는 지금 느끼는 국민적 배신이다.강력사건이 났다 하면,젊은 여자가 칼 들고 농협을 털거나 살인사건을 저지르거나 일가족 자살 사건이 나거나 간에,그 원인이 어디서나 똑같이 ‘카드 빚’인 세상에서 이 돈더미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돈더미가 어떻게 그리도 손쉽게 거래되고 쌓아두고,‘벼락’까지 맞을 수 있는가.이것이 모두 국민을 위한 정치이고,그 정치자금이므로 용서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인가. 지난 주 미국의 한 반전 운동가가 서울을 찾아 와 회견을 했다.“더 이상 이라크에 파병하지 말라.”는 것이 회견의 주제다.미국 국제행동센터 사무국장인 사라 플라운더스는 미국이 이라크에 쏟아 부은 열화(劣化) 우라늄탄의 치명적인 방사능 폐해에 대해 고발했다.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다는 핑계로 침공한 이라크에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인 열화 우라늄탄을 1991년 걸프전 때에 이어 또 썼다.그땐 사막에서 이라크 전차 1200대를 파괴하는데 썼으나 이번엔 인구밀집 지대인 바그다드에 퍼부었다.” 10년 전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69만 7000명 가운데 절반은 만성피로·피부발진·탈모·근육통·관절염·신경마비·불면증·정신착란·기억상실·호흡장애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든 후유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다.미국보훈처 장애수당 수령자가 30%나 된다고 한다. 열화 우라늄탄이 우라늄 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더러운 무기’인 탓이다.선천성 기형,면역결핍,호르몬 이상 등의 문제가 참전 군인의 2세들에게 일어나고 있다.“한국군,이라크에 가지 마시오!” 그가 회견의 결론으로 던진 말이다.이 세상에 ‘인간적인 전쟁’이 없듯이 ‘자비로운 무기’도 없다.파병 결정이 더욱 신중해야 하는 또 한 가지 까닭이다. 정 달 영 언론인 assisi61@hanmail.net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포어(Fore)

    골퍼라면 티샷한 공이 떨어질 지점이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보이지 않는 홀을 만나 보았을 것이다.이런 홀의 출발점에는 페어웨이를 조망하는 폐쇄회로 TV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거나,캐디나 진행요원이 척후병처럼 전방을 살펴서 수신호를 보내준다.하지만 원래 공이란 제멋대로 나는 존재가 아니던가. 나는 멀쩡하게 페어웨이를 걷다가 옆 홀에서 날아온 공에 맞을 뻔도 했고,티잉 그라운드에서 어드레스를 하다가 뒤 조의 공에 발목을 맞기도 했다. 언젠가 우리 조의 진행이 좀 느린 듯해서 헐레벌떡 뛰어 다음 홀로 이동했는데 페어웨이에도, 그린에도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앞 조가 홀아웃을 한 것 같아서 서둘러 티샷을 했다.탁,드라이버의 헤드에 공이 맞는 순간 오른쪽 산에서,왼쪽 숲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공은 심하게 슬라이스를 내며 오른쪽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향하여 날았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발만 굴렀고,캐디가 뭐라고 큰소리를 쳐서 위험을 알렸다.다행히 공은 남자의 발밑에 떨어졌다가 숲으로 숨었다. 위험이 물러가고 나서야 ‘포어(Fore·공이 가는 쪽에 있는 사람에게 전방이 위험함을 알리는 소리)’라고 외쳐야 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포어’라는 영어 단어를 입 속에서 수없이 굴리면서 내 공이 누군가를 위해하려고 달려가는 순간에 적절하게 써먹고자 연습을 했다.그러나 내가 친 공이 페어웨이에서 잔디 보수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의 뒤통수를 칠 기세로 나는 급박한 상황에 당면했을 때,나는 ‘포어’가 아니라 ‘옴마 옴마,으악…’같은 인간의 말이라기보다는 짐승의 울음 같은 비명을 질렀다. 200여년 전 세상에 나온 최초의 자동차에는 경적이 없었다.그 후 100년 동안도 달리는 자동차 앞에 사람이 나타나면 ‘비켜요.’라고 소리쳤다.1865년 최초의 자동차교통법이 영국에서 공포됐는데,모든 증기자동차들은 자동차 앞 50m에서 붉은 깃발을 든 신호수가 달려가면서 행인들에게 뒤에서 차가 온다는 경고를 해야 한다는 법이었다.현대식 경적은 자동차에 배터리가 부착되면서 생겨났다.1908년 전기의 파장을 이용한 나팔이 발명됐는데,‘비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클랙소’를 영어식으로 바꾸어 ‘클랙슨’이라고 명했다고 한다.자동차 앞에 사람이 나타나면 운전자가 ‘비켜요.’하고 악을 쓴 시대는 100년 전이다.자동차에도 클랙슨이 달려 있는데,‘비명’을 지르는 골프채는 왜 발명되지 않는 것일까.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이라크주둔 미군 2만5000명 감축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 국방부는 2004년 초 이라크 주둔 미군 대부분을 교대하고 주둔 병력 수도 대폭 줄일 방침이라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6일 공식 발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국방부 발표에서 이라크에 근무하는 전투부대들과 지원부대가 대부분 교대된다고 밝히고 현재 약 8만 5000명이 교체투입되기 위해 이라크 파병 준비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예비군 및 주방위군 병력 4만 3000명도 함께 동원될 예정이다. ●내년 초 다국적군으로 대체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은 점차 많은 이라크인들이 치안 및 행정을 떠맡게 됨에 따라 감소된다면서 현재 13만명의 병력이 내년에는 10만 5000명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이같은 교대작업은 내년 1월부터 4월 사이 이뤄진다.훈련을 받은 이라크인 치안병력은 현재 11만 8000명이며 내년 5월까지 17만명으로 늘어난다. 이같은 대규모 교대 배치계획에 따라 이르면 내년 2월께 이라크 북부 모술지역이나 다른 특정 지역에 파병될 것으로 알려진 한국군의 추가파병 지역 및 시기는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측은 이와 관련해 이라크 특정지역에 비전투병위주의 병력을 내년 4월 이후 파병하는 방안을 미국측에 타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터키 등 동맹 우방을 상대로 상당수 병력을 이라크에 추가파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아직 이들 우방들의 추가 파병이 실현되지 않음에 따라 불가피하게 기존의 병력교대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군 파병지역 재조정 불가피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차관보는 6일 워싱턴에서 이틀째 고위 실무협의를 갖고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스티브 해들리 백악관 안보 부보좌관,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 등과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따른 파병 성격,규모,시기 등을 협의했다.한국측은 이 자리에서 한국군 이라크 파병 대안으로 거론되는 3000명 수준의 비전투병 위주 파병안에 관한 미국측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파병의 구체적안 사안은 한국 정부가 결정하되 미국은 이라크 상황을 감안해 한국군이 특정 지역에서 독립작전을 맡을 수 있는 사단급 규모의 안정화군을 파견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한·미 양측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mip@
  • 병자호란때 삼전도비문 지은 백헌 이경석 우암 송시열을 눌렀다?/‘2004년 4월의 문화인물’에 선정

    문화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04년 이달의 문화인물’에는 주목할 만한 이름이 하나 들어 있다.‘4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백헌 이경석(1595∼1671)이 그 주인공이다.반면 이경석을 정치적 반대파로 생각한 우암 송시열(1607∼1689)은 문화인물 후보로는 추천됐지만 명단에 들지는 못했다.백헌과 우암의 관계에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우암의 문인들로부터 사문난적으로 몰렸던 서계 박세당(1629∼1703)이 이미 올해 ‘8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우암도 추천됐지만 뽑히진 못해 백헌과 우암 사이에는 서울 송파의 이른바 삼전도비에 얽힌 시비가 있었다.1637년 병자호란 때 세 차례 절하고 아홉 차례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치욕으로 청 태종에게 항복한 인조는 ‘공덕비’를 세우라는 요구를 물리치지 못했다. 명을 받은 백헌은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의 비위에 맞게 비문을 지었다.그러나 30여년이 지나 우암은 명나라를 따르고 청나라를 배격하는 이른바 춘추대의를 명분으로 “오랑캐에 아첨하여 늙도록 편안히 살았다.”며 백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1702년 백헌의 후손으로부터 신도비명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박세당은 우암을 “노성인(백헌)을 모욕한 불상(不祥)한 무리”로 규정하는 한편 삼전도 비문을 지은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백헌을 두둔했다. 우암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 문인들은 박세당을 사문난적,즉 ‘주자학을 문란하게 만든 도적’으로 몰아 삭탈관직하여 귀양보냈다.덩달아 박세당이 지은 이경석 신도비문은 불태워졌고,이경석 신도비 또한 땅속에 파묻혀야 했다. 삼전도비의 문제는 병자호란 당시 대청(對淸)문제에서 강경론을 주장한 척화파와 온건론을 편 주화파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청군에 포위되어 있는 남한산성에서 이조판서 최명길이 항복문서를 쓰자 예조참판 김상헌은 이를 찢었다.최명길은 “대감의 충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 역시 나라와 백성의 안전을 위하는 것”이라며 다시 풀로 붙였다고 한다.백헌이 최명길에 공감한다면,우암은 김상헌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나라사랑의 다양한방법 생각케 문화부가 백헌을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하는데 삼전도비에 얽힌 얘기를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흔적은 없다.선정 이유도 “조선 중기 문신으로 경학을 크게 발전시켰고 문장과 글씨에 능했다.”는 평범한 것이다. 또 우암의 선정이 늦춰진 데는 조선 후기 독단으로 치달은 노론의 영수로 당쟁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사실이 먼저 고려되었을 수도 있다.그럼에도 문화사적으로 중요하다는 인물을 선정하면서 백헌을 앞세운 것은 ‘나라 사랑하는 방법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이는 또 이라크 추가파병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현재의 국내 상황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않은 것 같다. 백헌은 효종의 아들 소현세자가 청나라의 볼모로 끌려가자 세자의 이사(貳師)로 심양으로 가,대청(對靑) 외교를 풀어나가다 명나라 선박이 선천에 들어왔을 때 조선의 관련 사실을 두둔하느라 청제의 노여움을 사 귀국한 뒤 3년간 벼슬에서 물러났다.또 효종의 북벌 계획이 청나라에 알려져 청나라가 북벌 계획의 전말을 치죄하려 하자,당시 영의정으로서 효종과 관련자들을 비호하고 두둔하면서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 극형당할 처지에 놓였다가 효종의 구명으로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해 은거생활을 하기도 했다.인조 효종 현종의 3대 50년에 걸쳐 안팎으로 얽힌 난국을 적절하게 헤쳐나간 백헌은 현종 9년에 신하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궤장(杖)을 하사받았다. 한편 내년의 문화인물로는 이밖에 ▲조희룡 ▲신흠 ▲이항로 ▲의상 ▲백광홍 ▲이첨 ▲김창조 ▲조헌 ▲최항 ▲장욱진 ▲박두진이 선정됐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 등 각계에서 추천한 37명의 후보 가운데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자문위원회의 검토와 검증 절차를 거쳐 뽑혔다.그러나 후손들의 로비와 잡음 등을 우려해 선정 자문위원은 물론 선정 과정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백헌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논란이 있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99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달의 문화인물’은 2004년까지 15년 동안 모두 175명이 선정됐다.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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