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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물에 빠진 친구 구한 中 ‘작은영웅’

    우물에 빠진 친구를 구한 4세 소년이 중국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항저우(抗州)에 사는 먀오먀오(苗苗·4·이하 먀오)는 친구 중페이(炯飛·4)와 함께 우물 근처에서 놀다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4m가 넘는 깊이의 우물은 평소 덮여 있었지만 당시에는 뚜껑이 없어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 우물 주변에 살고 있던 천(陳)씨는 “처음에 아이의 비명소리가 워낙 멀리서 들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소리가 계속돼 나와 봤더니 한 꼬마가 손에 큰 장대를 들고 우물가에 서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친구가 우물에 빠졌어요’라는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아이가 우물 안에 있었다.”면서 “놀랍게도 중페이는 긴 막대를 우물 속 아이의 옷에 걸친 후 가라앉지 않도록 위로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먀오는 우물에 빠진지 한참이 지나서야 중페이와 천씨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사고를 당한 먀오의 어머니는 “중페이는 우리 아이보다 키도 작다. 어떻게 그런 생각과 힘이 솟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마을 사람들도 “중페이는 우리 마을의 작은 영웅”이라면서 “아이의 현명함에 놀랐다.” 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천5백 핫·팬츠아가씨가 한자리에

    2천5백 핫·팬츠아가씨가 한자리에

    2천5백명 여직공들이 일제히「핫·팬츠」를 착용. 날씬한 각선미를 과시하고 있다. 전남(全南) 광주(光州)의 호남전기공업에서 여공들에게 작업능률 향상을 위해 간편한「핫·팬츠」를 입게한 것. 가쁜해서 좋고, 보기좋아 좋고, 일을 많이해서 좋더라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핫·팬츠」만세…. 비난도 받았지만 작업능률 향상엔 최고 『그거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러세요…』 호남전기 총무부 담당대리 윤선호(尹善鎬)씨(34)가 팔을 저으며 운을 뗀다. 까닭인즉 방송의「고시프」에서 빈정거리는 투로『얻어 맞았기 때문』인 것. 회사측의 의도와 또「핫·팬츠」착용을 실시한 뒤 당사자인 여직공들의 의사와는 전혀 엉뚱하게 사회에서 시빗거리로 문제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핫·팬츠」로 불려지는 것도 싫다고 말한다. 그것은「팬츠」라기 보다는 작업복이고, 회사측 공식명칭은「여름작업 반바지」라는 지극히 건전한(?)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 현재 호남전기 여직공들이 입고 있는「팬츠」는 무릎으로 부터 평균 5cm에서 10cm정도로 치켜 올라가 있다. 또 여직공 각자의 신체적 조건과 취향에따라 어떤 것은 팽팽하기도 하고, 헐렁헐렁하기도 하다. 그러니「핫·팬츠」라는 것도 부르기 나름이지 문자 그대로 반바지정도의 매력없는(?)「케이스」도 있고, 눈부시게 미끈한 멋진 아가씨의 경우도 있어 구구각색. 『가뿐하고 간편해서 좋아요.「미니·스커트」를 입고 일하면 자꾸 신경이 쓰여서 가끔 밑으로 끌어 내려야 해요』 제2생산부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李)모양(20)의「핫·팬츠」예찬론. 아무렇게나 앉아서 일해도 아랫부분으로 신경이 쓰이지 않더라는 뜻인 것 같다. 6월 12일 현재까지 2천5백명 전체종업원이 한결같이「팬츠」를 입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이 일제히 그것을 입게 되기까지에는 중역진 이하 간부들의 집요한 설득작전이 있어야 했다. 『서울에서도「팬츠」를 입으려면 아마 대단한 용기가 있어야 할것입니다. 광주도 서울에 못지않은 유행의 첨단을 걷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전통적인 지역사회의 완고한 윤리의식이 뿌리깊은 곳입니다. 물론「반바지」이지만 우리 종사원들이 처음부터 찬성했던 것은 아닙니다. 행정직 여사무원부터 시범을 보여가며 설득을 했어요』 윤선호씨의 말이다. 「반바지 작업복」착용 구상은 사장 심상우(沈相宇)씨(32)가 오래전부터 해 왔다는 것. 호남전기는 금년 1월1일부터 출근부를 폐지한데 뒤이어 3월1일부터 국내 제조업계로선 처음으로 토요일 하오 휴무제를 실시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회사운영에 참여한다는 참여의식의 고취를 위해서 과감한 모험을 해왔다는 것. 이러한 일련의 단계적 조치를 거쳐 작업능률 향상을 위한 3단계 조치로「핫·팬츠」착용 실시를 계획하게 됐다. 사장의「아이디어」에 대해서 중역진 이하 간부들의 의사는 찬·반 반반씩. 찬성보다는 반대쪽의 주장이 더 윤리적인 것 같고, 정당한듯 해서 상당한 기간 옥신각신해 왔단다. 『그게 무슨「핫·팬츠」야?「미니·스커트」를 한 가운데 바늘로 꿰매는 거하고 꼭 같은건데…』 찬성쪽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회의장은 온통 폭소의 도가니가 됐다. 결국 사장의 실시강행 방침에 따라 반대파는 반대의견을 취소(?)하고, 착용을 실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통일. 5월 20일부터 준비기간.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원단을 구입했다. 우선 조심스럽게 제 1차로 총무부와 화학실험실, 사장비서실의 여종사원들에게 원단을 주어 각자 체격과 취미에 맞도록 만들어 입게했다. 5월25일부터 행정직과 화학실험실 여종사원들이 출근하자마자 일제히 갈아입고 근무. 「핫·팬츠」를 입은 첫날, 직원들은 서먹서먹해 하며 책상에 꽉붙어 잘 움직이지도 않더라고. 남자 종사원들은 주의깊게 행정직 여직원의「핫·팬츠」착용에 대한 공장 종사원들의 반응을 살폈다. 퇴폐적인「핫·팬츠」완 질적으로 전혀 달라 그결과 반응도는 비관적인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 26일부터 전원에게 원단을 나누어 주고 일정한 규격을 알려 주었다. 무릎에서 부터 5cm 이상은 올라갈수 없다. 지나치게 밀착된 것은 안된다는 식의 계몽. 광주시내의 양장점들은 일시에 주문이 들어오는 2천5백벌「핫·팬츠」제작에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절대로 강요하지는 않았죠. 입어보고 편하면 입으라는 식으로 설득을 했어요』 6월1일부터 공장의 종사원들이 입기 시작했다. 실시 첫날의 성적은 중간쯤. 그중에는 완강하게 반대하며 입을수 없다고 버티는 아가씨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운좋게(?) 6월초의 더운 날씨가「핫·팬츠」착용에 선도자 역할을 했다. 각선미에 자신이 없어 주저하고 있던 아가씨들도 하나둘,「스커트」의 착용을 포기, 5일께부턴「스커트」를 입고 작업하는 아가씨들이 눈에 띄지않게 됐다. 『간편해서 좋고, 생활개선의 한 방법으로도 괜찮은 겁니다. 좋은 것은 과감하게 따를 줄 아는 의식구조의 형성에도 그것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비판적으로 논의되는 퇴폐적이고 반윤리적인 뜻의「핫·팬츠」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에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그것은 출근부폐지, 토요일 하오 휴무라는 종사원 복지향상과 건강관리를 위해서 결행하는 일련의 조치가운데 하나입니다』 윤씨는 한참동안 열띤 어조로 생산적(?)「핫·팬츠」론을 폈다. 앞으로 각선미를 드러내놓고 일하게 됐으니까 여공들이 자기들의 각선미를 가꾸고 다듬는 일에도 열심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적으로 동감. 『그렇지요. 그것은 아마도 부차적인 소득으로 쳐야겠지요.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인 욕망을 자연스럽게 자극하는 것이 되겠군요』 껄껄 웃으며『그러고보니「여름작업 반바지」가 1석4조로군』하며 혼자 즐겁게 웃는다. <광주=박안식(朴安植)·양해천(梁海天)기자> [선데이서울 71년 6월 27일호 제4권 25호 통권 제 142호]
  • [깔깔깔]

    ●졸부인생 한 졸부가 있었다. 그는 BMW를 타고 달리면서 “내 멋진 BMW”라며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그만 가로수를 들이받고 말았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자동차는 완전히 망가졌다. “내 BMW, 내 BMW” 그때 한 서민이 소리쳤다. “선생님, 피를 흘리고 계시잖아요. 아, 저런 왼쪽 팔이 잘려 나갔어요.” 그러자 비명을 질렀다. “내 롤렉스 시계, 내 롤렉스”●유람선 여행 영구가 유람선을 타고 여행을 하던 중 자신이 묵는 방 번호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선원에게 가서 말했다. 영구:“내 방 번호를 까먹었소.” 선원:“혹시 묵으시던 방 근처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 나십니까?” 영구:“아, 창 밖으로 등대가 하나 보였어요.”
  • 사제단“김성호·이종찬 금품받아” 청와대“자체조사 결과 근거없어”

    사제단“김성호·이종찬 금품받아” 청와대“자체조사 결과 근거없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5일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새 정부 고위인사는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라고 공개했다. 아울러 삼성의 차명계좌 개설과 관리를 주도한 인사는 삼성증권 사장을 지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금품수수 사실 등을 강력 부인하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로비 명단에 새 정부 고위 인사 2명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법조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쟁점화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삼성 특검의 정·관계 로비 수사나 금명간 이뤄질 검찰 고위직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제단은 이날 서울 상계동 수락산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건네받아 지니고 있던 삼성 로비 대상 명단 가운데 일부 검찰 출신 인사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전종훈 사제단 대표 신부는 ‘삼성과 삼성특검의 현 국면에 대한 사제단의 입장’을 통해 김 내정자와 이 수석이 검찰 재직 당시 삼성의 관리 대상으로, 평소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공개했다. 사제단은 김 내정자는 김 변호사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받은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현직 신분으로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사무실을 방문해 여름 휴가비를 직접 받아간 적도 있다고 발표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삼성증권 사장을 거치면서 재직시 삼성비자금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는 것이다. 사제단은 명단 공개 배경에 대해 “삼성과 심각한 유착관계에 있고, 정기적 뇌물공여 대상이던 사람이 새 정부 사정의 핵심직책을 맡거나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 되고 과거 금융비리의 책임자가 국가 금융감독 및 법령제정의 책임을 맡는 사태가 닥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제단은 “곧 있을 검찰 간부인사에서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보직에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훌륭한 분들을 임명해 이 같은 걱정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혀 로비명단의 추가 공개 가능성을 내비쳤다.“(오늘)명단 공개는 최소화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자체조사 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폭로한 사람이 먼저 증거를 제시한 뒤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사제단쪽에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김 내정자와 이 수석, 황 전 회장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수석은 “정부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민정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유지혜기자 icarus@seoul.co.kr
  • [길섶에서] 봄의 꿈/최태환 수석논설위원

    흘러흘러 만나는 게 강물뿐일까. 다시 3월이다. 겨울 끝자락에 휴가를 다녀왔다. 봄이 오는 줄도 몰랐다. 슈베르트의 ‘봄의 꿈’을 듣는다.‘겨울 나그네’ 24곡 가운데 하나다. 겨울 나그네는 무겁다. 젊은 음악가의 실연과 삶의 절망이 오롯이 녹아 있다. 하지만 ‘봄의 꿈’엔 희망이 담겼다. 미래를 기다리는 소망이 잔잔하다. 심장의 고동이 머릿속 혈관을 타고 전신에 맥동하는 것 같다.“시가 소리가 나도록 하고, 음악이 말을 하도록 했다.”는 그의 묘비명이 귓전을 울린다. 지인이 전화를 했다. 요즘 글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전화는 왜 꺼 놓고 사느냐.”며 핀잔한다. 신문을 멀리했던 지난 며칠을 떠올린다. 신문이 아니라, 흘러가는 삶을 잠시 회피하고 싶지 않았나 자문한다. 흘러흘러 만나는 게 강물과 절기뿐일까. 삶의 여정도 마찬가지일 터다. 돌고돌아 만나고, 엉키는 이들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 나의 존재를 확인케 하는 이들이다. 나도 그들에게 삶의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살가운 존재가 됐으면 좋으련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따뜻한 아버지가 뜬다

    따뜻한 아버지가 뜬다

    드라마 속 부성애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 드라마들에서 부성애는 보통 무뚝뚝한 말투 이면에 숨겨진 진한 자식사랑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들에서는 사뭇 다르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중´(극본 오상희, 연출 문보현). 스키장에 가는 7살짜리 아들 산이(안도규)가 배웅나온 아버지 강풍호(오지호)에게 이렇게 말한다.“아빠, 나 없다고 밥 대충 먹지 말고!” 저녁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오자 아버지는 말한다.“스키 재밌니? 내일 봐. 쪼옥!” 그러면서 전화통에다 대고 입맞춤을 퍼붓는다. 이런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자식사랑을 애써 억누르는 아버지를 보는 데만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 터. 그러나 이제 드라마 속 아버지들은 변했다. 살뜰한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는가 하면, 자식에게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엄숙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이제 희화화의 소재로나 쓰일 정도다.KBS 2TV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코너가 풍자하는 것도 바로 그런 ‘시대착오적’ 아버지상에 다름 아니다. 5일부터 시작하는 MBC 새 수·목드라마 ‘누구세요?’(극본 배유미, 연출 신현창) 역시 달라진 부성애로 눈길을 끈다. 이 드라마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비명횡사한 아버지가 ‘빙의’(영혼이 옮겨 붙음)를 통해 딸 옆에 49일 동안 머물며 못다한 사랑을 전하는 풍경을 그린다. 여기서 아빠 손일건(강남길)의 영혼은 냉혈 기업사냥꾼 승효(윤계상)의 몸 속으로 들어가 딸 영인(아라)에게 따뜻하고 절절한 사랑을 쏟아붓는다. 이에 대해 ‘누구세요?’의 연출을 맡은 신현창 PD는 “핵가족화 경향에 따라 가족간의 관계가 보다 평등해지고, 아버지들도 많이 자상해진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작은 오해로 소원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뒤늦게 후회하는 아버지나 딸들의 모습을 드라마에 담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중’의 문보현 PD도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각박해진 세상에서 아버지들도 가족에게서 위로를 얻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세태의 변화가 드라마들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 자리를 잃은 아버지,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한 아버지….IMF외환위기 이후 대중문화 속에서 주로 나타난 아버지상이다. 그러나 아버지상의 재정립 움직임은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문 PD는 “요즘은 권위의 몰락보다는 재혼가족, 편부모가족 등 다양한 가족유형 속에서 가장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갖가지 모습의 부성애를 그리는 작품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그이의「심벌」잘랐던 여인의 「플라토닉·러브」선언(宣言)

    그이의「심벌」잘랐던 여인의 「플라토닉·러브」선언(宣言)

    대구(大邱)시내 환락가의 여왕으로 화려한 각광을 받아오던 방선옥(方善玉)여인(27·가명). 3년전 사랑했던 남성의 국부를 완전 절단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수감된 이래 만기출옥 1개월여를 남긴 요즘.「일생에 단한번의 뜨거웠던 사랑을 회상」하며 비록 그이의「심벌」이 없어졌지만 그이를 못잊어 출옥하면 다시 사랑하겠다는「플라토닉·러브」선언을 했다. 대구(大邱)교도소 복역수 번호 0046호 방선옥(方善玉) 여인. 지금 비록 입은 옷은 푸른 수의지만 균형잡힌 몸매에 뛰어난 미모로 같은 복역수들간에도 인기가 높다. 교도소의 정해진 일과를 따라 기계적인 시간생활을 해오기 2년여. 그동안에도 방여인이 삶의 보람을 느낀건 많은 「팬」(?)들이 잊지 않고 면회를 와준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건 대구신사들간에 높았던 그의 인기도를 확인시켜주는 것. 『제 일생에 단 한번도 그런 뜨거운 사랑을 맛볼 수는 없었죠. 그이가 불구자라해도 만약 출옥한 뒤 사랑을 해준다면 저는 기꺼이 그이를 다시 사랑하겠어요』 만기출옥은 7월 14일. 이제 1개월 남짓한 기간을 두고 있는 그는 『너무도 사랑했기에 잊을 수 없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러나 方여인의 이런 소망은 다만 소망에 그치고 말 것 같다. 2년의 복역기간 중 그토록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던『그이는 한번도 면회를 온 일이 없었다』는 것. 섭섭한 눈치를 보이면서도 애써 그런 낌새를 나타내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오히려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성의 본능적인 모습일까? 사건은 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方여인은 대구시 수성(壽城)동에 있는 고급요정 M별장의「호스테스」. 동그스름한 얼굴에 재치있는 화술로 손님들의 인기가 높았다. 대구시내의 이렇다하는 신사님들 사이에서 방여인은 거의 우상적인 존재. 더구나 도도하기 짝이 없는 방여인의 성격탓으로 몸살을 앓는 신사님들이 부지기수였다. 그 환락가의 여왕 「미스」방을 함락시킨 남자가 문제의 주인공-본업이 「지물포 경영」인 장동수(張東泆)씨(36·가명)였다. 당시 아내 오(吳)모여인(35)과의 사이에 1남2녀까지 둔 장씨는 돈푼깨나 굴리는 한량으로 결혼생활 10년을 넘긴 탓인지 아내에게 권태감을 느끼고 있던 시기. 69년 3월 어느날 친구들과 어울려 M별장을 찾은 장씨는「미스」방을 소개받았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몇차례 M별장을 드나든 그는 갈때마다 「미스」방을 찾았고, 그녀가 벌써 다른 방에 들어가 있을량이면 결코 다른 아가씨를 부르는 법이 없이 옹고집으로 버텨 잠깐이나마 얼굴을 보고라도 기분을 풀었다. 남자의 이 「탱크」같은 돌진력에 압도되어 버렸던 탓일까? 난공불락(難攻不落)을 자랑하던 「미스」방도 드디어 스스로 문을 열어 장씨를 맞아들이기 시작했다. 다른 방에 들어가 있다가도 장씨가 왔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슬쩍 빠져 나오기 일쑤였고, 요정에서 「애인생겼다」고 소문나면 동료들끼리도 서로 감싸주며 보살펴 주는 독특한 풍습의 덕택으로 장씨 곁에만 붙어 있을 수 있게됐다. 살림차리고 꿀같은 두달. 사랑은 짙어도 독점싫어 이런 생활이 오랫동안 무사할 수는 없었다. 욕정에 눈이 멀어버린 남자는 여자의 「호스테스」생활이 불안하고 그럴수록 더욱 독점하고 싶은 욕심에서 지나친 간섭을 하게됐고…정상부부도 아닌 바에야 이러쿵저러쿵 잔소리하며 트집잡는 남자의 입장을 따뜻하게 이해하며 설득할 여자가 있을리 없었다. 가끔 말다툼이 있었고, 남자는 문을 잠가버리고 연금시키기도 했다. 장씨의 지나친 독점욕에 화가 치민 그녀는 마구 쏘아대며『날좀 놔줘요』. 이런 싸움과 불화의 생활이 1주일쯤 계속됐다. 그녀는 이젠 어떻게 해서든 잠시도 떨어질 줄 모르고 달라붙기만하는 장씨를 따돌릴 궁리에 열심이었다. 7월4일 아침. 『잘라 버려야지』-문득 이런 끔찍한 계획을 세우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소풍이나 가자고 하며 수성(壽城)못으로 장씨를 유인한 방여인은 근처의 Y여인숙으로 들어갔다. 멋모르고 좋아하는 장씨에게 극진한 「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6호실에 들게된 장씨는 방여인을 귀찮게 굴며 또 덤벼들었다. 장씨에게 시달리면서 그녀는 범행을 포기할까 말까로 다시 서너시간이나 망설였다. 장씨의 아내와 자식들이 떠올랐고 엽기적인 범행때문에 먹칠이 될 자기의 명예도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갖지도 주지도 말자」고 결심했다. 술에 취한 손길로 더듬어 “갖지도 주지도 말자” 결행 장씨가 잠깐 방을 비우자 그녀는 소주1병과 안주를 준비했다. 장씨 몰래 안주속에 수면제 3알을 넣었으나 별 무효과. 다시 수면제 10개를 흥분제라고 속여 먹였다. 이때 시간이 하오 6시께. 장씨가 잠들자 방여인은 술취한 손길로 더듬어 국부를 찾았다. 과일을 깎던 날카로운 칼을 세워 힘껏 잘라 버렸다. 격렬한 아픔의 습격을 받은 장씨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살기등등한 그녀는 장씨의 옆구리에 다시 칼질을 하고 손에쥔 그것을 변소에 가져다 버렸다. 장씨가 실신하자 죽은 것으로 오인한 그녀는 겁이나서 줄행랑, 친구의 집에 숨었다가 이튿날 상오 경찰에 잡혔다. 살인미수의 혐의로 2년징역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복역해왔다. 『악몽같은 과거를 모두 잊었어요. 꿈에라도 보일까 무섭습니다. 그 여자 얘기는 아예 꺼내지 마십쇼』 사건이후 2번이나 집을 옮긴 장씨는 펄쩍 『그 독부(毒婦)』하며 몸서리를 쳤다. 아내 오모씨는 남편을 극진히 간호하며, 남자의 바람기쯤은 이해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태도로 가정을 일구어 왔다는 것. 사랑과 미움은 종이한장차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고나 할까? <대구(大邱)=배기찬(裵基燦)기자> [선데이서울 71년 6월 13일호 제4권 23호 통권 제 140호]
  • “악!” 호나우두

    그라운드에 들어간 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진 그는 들것에 실려 나오면서 끝내 황제답지 않은 눈물을 뿌리고 말았다.‘축구황제’ 호나우두(32·AC밀란)가 14일 스타디오 산시로에서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A 16라운드 리보르노와의 홈경기 후반 14분 무릎을 크게 다쳐 들것에 실려나갔다.9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해 시즌 아웃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에선 이참에 은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호나우두는 알베르투 질라디누와 교체된 지 2분도 안 돼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따내기 위해 상대 수비수 호세 루이스 비디갈과 함께 몸을 솟구치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비디갈이 공에 손을 갖다대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둘의 별다른 접촉은 없었다. 호나우두가 쓰러졌을 때 가까이 있었던 리보르노의 골키퍼 마르코 아멜리아는 “뭔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정말 괴이쩍은 소리였다.”며 진저리를 쳤다.호나우두가 병원으로 후송된 뒤 AC밀란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1-1로 비겼고 선수들은 곧바로 호나우두가 입원한 병원으로 몰려갔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AC밀란은 홈페이지를 통해 “호나우두의 왼쪽 무릎 슬개건이 완전히 파열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즌 계약이 만료되는 그는 지난 1999년 11월과 2000년 4월 오른쪽 무릎을 다쳤는데 이번엔 왼쪽 무릎이란 점만 달랐다. 특히 부상에서 돌아와 2000년 4월 복귀전 7분 만에 다시 같은 부위를 다쳐 무려 20개월이란 끔찍하게 긴 재활을 거쳐야 했다. 지난해 7월에도 훈련 도중 허벅지를 다쳤고 4개월 뒤 복귀했지만 출전자 명단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16라운드까지 진행된 시즌에서 이번 경기가 다섯 번째 출장이었다. 경기를 앞두고도 올해 여름이 그의 선수생활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았고 끝내 ‘말이 씨가 된’ 형국이 됐다. 아드리아누 갈리아니 구단 부회장은 이탈리아 스카이TV와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심각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심각한 것만은 틀림없다.”고 털어놨다. 카를로 안첼로티 AC밀란 감독은 “시간이 흘러야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에 그의 선수생활이 끝났네 어쩌네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세 차례나 뽑혔고 월드컵 본선 최다골의 주인공인 그가 부활의 날갯짓을 펼 수 있을까. 대세는 어렵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정조가 묻는다 “지금 어디로 가냐”고

    [내 책을 말한다] 정조가 묻는다 “지금 어디로 가냐”고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던 날 열한 살의 어린 세손(世孫)은 할아버지에게,“아비를 살려 주옵소서.”라고 빌었다. 이때만 해도 세손은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자신이 없었다면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죽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전율한다. 세손이 없었다면 영조는 ‘삼종(三宗:효종·현종·숙종)의 혈맥(血脈)’인 사도세자를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모친이 그 사건에 가담한 이유도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도세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한중록’은 사도세자가 “(영조가) 세손은 귀하게 여기니 세손이 있는데 내가 없어도 관계할까?”라고 말하고, 혜경궁 홍씨에게 “자네는 세손 데리고 오래 살려 하네.”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사도세자가 부친에게 죽임을 당하는 아들의 운명을 받아들여 좁은 뒤주 속에서 여드레 동안이나 신음하다 숨을 거둔 순간 비극은 정조의 운명이 되었다. 그러나 영조가 사도세자를 애도하며 쓴 “피 묻은 적삼이여 피 묻은 적삼이여”라는 ‘금등지사(金之詞)’를 보고 할아버지 영조도 저주받은 신탁의 주인공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수많은 방해를 무릅쓰고 즉위한 정조는 과거로 돌아가는 대신 미래를 선택했다. 모친 윤씨와 장씨를 비명에 잃었던 연산군과 경종이 보여 주었던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길은 실패한 국왕의 길이기 때문이다. 즉위 일성으로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라고 선포한 정조는 그릇된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나아갔다. 대리청정하는 저군(儲君)을 뒤주에 넣어 죽인 증오의 정치, 신하가 임금을 선택하는 택군(擇君)의 정치, 노론(老論) 일당의 전제(專制) 정치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갔던 것이다. 그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는 그 도상에서 정조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의 이야기다. ‘정조 시대를 읽는 18가지 시선’이란 부제는 열여덟 가지의 다양한 시선으로 그 시대를 조망했다는 뜻이다. 정조의 즉위를 방해하는 노론, 정조를 암살하려고 존현각 지붕 위로 침입한 자객들, 정조의 이복동생을 죽이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정순왕후, 송시열의 후손 송덕상을 추대하려는 무리들, 그리고 미래를 가장해 과거로 돌아가려는 흑두봉조하 홍국영 같은 사람들과 실랑이하며 정조는 미래로 나아갔다. 이가환·이승훈, 정약용 형제처럼 열린 지식인들, 최고의 학자였으나 서얼이란 이유로 소외 당하던 이덕무·박제가·유득공 같은 서얼들, 그리고 신분제에 신음하던 백성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걸었다. 그 길 끝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조가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래서 정조와 그 시대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길로 가고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 연구소장
  • “꼭 살아다오”…화재에서 살아남은 아기

    ”너만이라도 살아다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서부의 한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 화염으로부터 구출되는 아기와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들의 사진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있다. 이날 화재는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의 한 4층짜리 주택건물에서 발생했다. 1층에서 부터 타오른 불길이 점차 위층으로 치솟자 탈출하지 못한 거주자들은 창가와 발코니로 나와 구조를 요청했다. 곧이어 아파트의 목재 층계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무너지자 한 부모는 자신의 아기만이라도 살리고자 에어매트를 향해 아이를 던졌다. 생후 2세된 이 아기는 높이 40ft(약 12m)에서 검은 연기와 화마를 뒤로하고 무사히 대형 에어매트에 안착, 경찰들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아기의 부모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9명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며 구출된 22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는 주로 터키 출신의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들을 노린 극우파 네오나치(neo-Nazis)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한편 화재 현장에서 이 장면을 찍게된 르네 베르세(Rene Werse·43)는 “당시 사고현장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발코니에 선 사람들이 서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등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동원된 조사 대원들은 목재로 이뤄진 이 건물이 화재로 붕괴될 것을 우려,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인수위 영어 공교육 로드맵] 영어교사-교대­-사대생 ‘부글’

    [인수위 영어 공교육 로드맵] 영어교사-교대­-사대생 ‘부글’

    “돈만 내면 받을 수 있는 테솔의 문제점을 알고 있기나 한가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0일 영어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전용교사’ 선발 자격에 테솔(TESOL) 이수자를 포함시키자 교대와 사대 학생 및 현직 영어 교사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돈만 내면 어렵지 않게 이수할 수 있는 영어교육 과정의 하나인 테솔이 과연 대학 4년 과정과 맞먹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반면 테솔 전문 학원은 “호황기를 맞게 됐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선생님을 6개월 만에 만든다고?” 로드맵에 따르면 테솔 등 국내외 영어교육과정 이수자는 구술면접을 통과한 뒤 6개월 이내의 연수프로그램을 거치면 교육공무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 홈페이지 ‘국민성공정책제안’ 코너에는 “테솔 이수자는 교원으로 부적합하다.”는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범대생 박모씨는 “돈으로 테솔을 간단하게 이수한 뒤 국가가 세금으로 연수까지 시켜 주는데 누가 힘들게 임용고시를 준비하겠냐.”고 주장했다. 교대생 강모씨는 “어떻게 선생님이 6개월 만에 만들어질 수 있냐.”면서 “오히려 임용고시 탈락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 영어교사 윤모(30)씨는 “외국인 교사는 엇나간 학생을 대할 줄 몰라 서로 싸우다 큰 문제가 되곤 한다.”면서 “3개월짜리 테솔 이수자가 선생님이 된다니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이 ‘3개월소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학원들 호재…공신력은? 테솔은 크게 국내 테솔과 해외 테솔로 나뉜다. 국내 테솔은 1997년 숙명여대를 시작으로 여러 대학에서 학원처럼 운영하고 있다. 해외 테솔 연수자는 주로 캐나다를 찾지만, 최근에는 호주, 미국, 필리핀 등에서도 이수할 수 있다. 하지만 자격증은 중구난방이다. 일부 대학은 자기 대학이 인정하는 수료증을 발급하고, 일부 대학은 외국 대학과 연계된 공동명의 수료증을 준다. 또한 대학이 운영하는 테솔은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만 지원할 수 있지만 전문 학원은 학력 제한이 없다. 테솔 전문업체 관계자는 “최근 문의전화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교육 이수자 중 90%는 수료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캐나다 테솔협회가 인증한 학원과 인증하지 않은 학원으로 나뉜다. 주로 토플 등의 점수가 낮아도 갈 수 있는 비인증 학원을 찾는다. 인증이든, 비인증이든 국내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테솔전문 유학원 관계자는 “최근 마음이 급해진 지원자들이 우선 캐나다로 가서 토플을 보고, 인증 학원에서 떨어지면 비인증 학원을 택한다.”고 밝혔다. 국내 대학에서 테솔을 이수한 뒤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30)씨는 “테솔은 보조일 뿐 절대로 주된 교육방법이 될 수 없다.”면서 “테솔 이수자에게 영어교사 자격을 부여하려면 커리큘럼이 강화되고, 공신력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테솔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의 약자.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이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이론, 구어 교수, 수업참관, 교수 실기수업 등의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3개월의 단기 수료부터 2년짜리 석사 과정까지 다양하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 영어권 국가의 대학과 학원에서 널리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개월 국내과정과 3개월 캐나다 과정을 주로 이수한다.
  • [길섶에서] 시인 황구/우득정 논설위원

    대학시절 세상의 자그마한 뒤틀림에도 비명을 지른다 하여 ‘황구’로 불렸던 친구. 술자리에서 목청을 높일라치면 ‘황구의 비명’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그가 첫 시집을 냈다고 알려왔다.“문화 쓰레기는 만들지 않겠다고 했잖아.”라고 놀리자 “네가 좋아할끼다.”라며 단언한다.‘지상에 남겨진 신발’-제목부터가 황구의 비명을 연상케 한다. 황구는 사슴 눈망울을 가졌다. 오십줄을 벌써 넘긴 나이에도 그 눈망울엔 핏빛 한줄기도 없다. 몸 속으로 배어드는 알코올 양만큼 눈빛이 흐려질 뿐, 아직도 무지갯빛이 눈망울에 그대로 투사된다. 그래서 황구의 눈망울은 쉽게 상처받는다. 가식의 망막 뒤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망가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 술을 끊겠다면서도 아직도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황구는 서문에서 ‘눈을 감기 전 동공에 담아갈 마지막 그림을 구하듯 사물을 노려보아라.’라고 설파한다. 무엇을 눈망울에 담기 위해 시집까지 낸 것일까. 너무나 쉽게 속기만 했던 자신의 눈이 혐오스러워진 것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길섶에서] 묘비명/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중·고 동기생들을 만났다. 친구 상가에서다.20,30년만인 친구도 있다. 잊었던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망자의 덕이 고맙다. 옛 모습은 간데없지만, 추억은 그대로다. 평온해 보이는 모습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세파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얼굴도 있다. 나는 어느 쪽일까. 나이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옛 사람들의 지적이 새삼 실감난다. 하기야 헤아려 무엇하랴. 삶, 일상이란 출발부터 고달픔과 기쁨이 함께하는, 명과 암의 이중인격인 것을. 이제 50줄이다. 세월의 가르침 때문일까. 세상을 관조하는 여유가 조금씩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가 늙어 구박받지 않으려면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단다.“잘사는 것이 최상의 복수다.”영화 러브스토리, 대부의 제작자 로버트 에번스의 말을 떠올린다. 세상을 두고 말한 것인지, 여성을 향한 말인지 헷갈린다. 아무튼 열심히 살라는 당부일 터다. 하지만 어리숙하고, 허투루한 삶이 더 정겹지 않을까.“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너무나 인간적이지 않은가.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조직 ‘빅뱅’ 지휘 행자부 ‘귀하신 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개편 발표 이후 행정자치부의 위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수위가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면 세세한 조직개편 후속 실무 작업은 행자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직개편이 큰 폭의 ‘빅뱅’이 되다보니 챙겨야 할 후속 조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초반에만 해도 행자부는 참여정부의 ‘큰 정부’를 만든 주역으로 지목돼 축소·폐지설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행자부에서 떨어져 나갔던 중앙인사위원회를 흡수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등 오히려 과거보다 힘이 쏠린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관가에서는 “역시 행자부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특히 인수위가 최근 “각 부처의 실·국도 대국, 대과주의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행자부 내부뿐만 아니라, 각 부처 내부 조직 개편의 조정자로서도 나서 이래저래 할 일이 태산이다. 따라서 행자부 직원들은 부처 통폐합 등으로 일손을 놓고 있는 다른 부처와는 달리 밀려드는 업무로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초반과는 달리 위상이 올라간 것을 감안하면 즐거운 비명인 셈이다. 게다가 통폐합되는 부처들은 향후 내부 조직개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행자부에 로비를 벌이는 것은 물론, 인수위 등의 실세를 통해 압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통폐합되는 부처의 경우 향후 실·국 등 내부 조직을 짤 때 자신들이 속한 부처의 ‘파워’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폐합되는 부처간 청사 조정도 행자부의 역할이다.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산자부와 정통부의 통폐합 등으로 포화상태인 광화문 청사, 과천 청사는 이제 ‘사무실 전쟁’을 벌일 태세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새 식구까지 맞아야 하다보니 청사 관리를 맡고 있는 행자부에 사무실 확보, 공간 재배치 등 교통정리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부처 통폐합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해야 하는 중앙 기관에 대한 재조정 작업까지 챙겨야 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마리 니미에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

    마리 니미에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

    2005년 11월10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소설가 한강이 중편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 부녀(父女)작가가 대를 이어 국내 최고의 문학상을 받은 자리였다. 딸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한승원은 “부녀가 함께 더좋은 소설로 보답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인가.1960년 전후 프랑스 파리 시내 중심가의 한 주택. 아버지가 갓난아이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위협하거나 술을 만취해 버럭 소리를 질러 경기(驚氣)를 일으키게 한다. 어린 딸이 정성껏 만들어준 장난감 계란프라이에 담뱃불을 비벼 끈다. 얼마나 참혹한 광경인가.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상반되는 두가족의 부녀는 나란히 그 나라 최고의 작가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요절한 아버지와 사후 화해 과정 그려 로제 니미에.1950년대 프랑스 문단의 새로운 사조를 대표하는 ‘경기병파’의 수장으로 당대 가장 뛰어난 작가로 꼽힌 인물.‘경기병파’는 로제 미니에의 소설 ‘푸른 경기병’에서 출발한, 1950년대 샤르트르의 실존문학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문학의 순수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3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는 사고 당시 차 안에 태우고 있던 미모의 여성 소설가와 함께 목숨을 잃어 구설에 올랐다. 딸인 마리 니미에(51).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숙명처럼 작가의 길을 택해 ‘세이렌’‘기린’‘도미노’ 등 문제작을 잇따라 발표, 프랑스 문단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마리에게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입은 상처를 극복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리 니미에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묘사한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송의경 옮김, 문학동네 펴냄))이 번역·출간됐다.2004년 프랑스의 권위 있는 메디치상을 안겨준 이 작품은 오랜 기간 무거운 짐이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죽은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아버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입은 수많은 크고작은 상처를 가슴속 깊이 안고 있는 마리는 가족사진 찍는 것을 죽기보다 더 싫어하고, 면도날로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했으며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한 아버지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마음의 상처 극복 못해 자살 시도 그는 애써 이런 악몽의 기억들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지우려고 할수록 오히려 마음의 병이 되고, 마음의 병은 ‘죽음의 사신’과 같은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면도칼에 대해 병적인 거부감도 생겼고 아버지 교통사고에 대한 환상으로 운전면허 시험에서 연거푸 탈락하는 등의 증상으로 드러난다. 이런 증상들이 중첩돼 25살 때 센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 그는 결국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글쓰기를 결심한다. “그때 글쓰기가 떠올랐다. 그것은 내가 이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도록, 그리고 아버지의 이중 명령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대답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소설가란 침묵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하는 자, 입을 다물고 말하는 자가 아니던가?” ●고통 지우려 배우서 작가의 길로 하지만 작품의 종반으로 갈수록 아버지 묘지에 처음 갔던 일, 아버지의 친구들과 오빠들의 증언, 희미하게 남아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작가의 일상과 글을 쓰는 동안 겪는 감정 변화 등 맥락이 없는듯 보이는 여러 이야기들이 퍼즐을 짜맞추어 나가듯 ‘죽은 아버지’를 복원해 낸다. 마리는 데뷔 후 20년간 작품에서 아버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한통의 편지를 발견한 뒤 더이상 아버지와의 대면을 미룰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태어난 날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버지는 이렇게 썼다.“결국, 어제 아내가 딸을 낳았네. 나는 즉시 그애를 센 강에 처넣어 버렸어. 더이상 그애 이야기를 듣고 싶지가 않거든.” 죽은 아버지의 망령이 자신을 센강에 투신하게 했고, 막연한 두려움과 고통의 원인이었음을 깨달은 것. 마음속 깊이 덮어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꺼내는 것이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었지만 마리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진실과 대면하기 위해 책을 완성한다.1만 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뮤지컬 후’ 리뷰

    ‘뮤지컬 후’ 리뷰

    이제 뮤지컬의 소재도 확실히 다양해졌다.‘뮤지컬후’(3월31일까지·대학로 문화공간 이다)는 연극적 성정이 강한 작품이다. 작품은 으레 웃음과 볼거리에 기대치가 놓인 뮤지컬의 영역에서 한발 더 용기를 냈다. 인간 심리를 탐구하는 미스터리극에, 세 남자를 단출하게 무대에 세운다. 기억을 잃은 재우(최재웅)는 살인을 저지르고 수감됐다가 가석방된다. 사랑하는 여동생 진희를 보기 위해 집에 가지만 자신을 치유했던 심리학자 장 박사(남문철)는 자신을 아버지라고 한다. 진희는 없고 남동생 준서(이훈진)가 인형을 안고 나타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셋은 실제로 실험자와 실험대상이라는 관계에 놓여 있다. 장 박사는 공포와 극도의 거부반응이 그의 기억을 없앤 것이라고 진단한다. 재우는 갈수록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재우는 왜 죽였을까, 혹은 정말 그가 죽였을까. 그의 유일한 기억, 여동생 진희는 어디간 것일까, 혹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일까. 극은 끊임없는 궁금증을 안고 미끄러진다. 극은 악∼하는 여자의 비명소리로 열린다. 무대는 핏빛 조명으로 번진다. 호흡은 피아노 선율이 조절한다. 배우 최재웅은 상처받기 쉬운 인간의 독백을 또렷한 발음과 섬세한 연기로 그린다. 인형을 분신처럼 끌어 안고 사는 준서는 “난 착해야 돼. 사랑받아야 돼.”라는 강박에 시달리면서도 극한에 몰리면 폭력성향을 드러내는 이율배반적인 캐릭터.‘맨오브라만차’의 산초로 재미를 줬던 이훈진은 일견 추리극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지만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순진한 외모에서 차가운 얼굴로 변하는 극적인 대비를 만들어 낸다. ‘뮤지컬후’는 해리 장애(한 사람이 둘 이상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정신 질환)를 소재로 가져와 세 남자의 관계를 파헤친다. 그러나 탄력있게 조이고 극적으로 고조되어야 할 추리극 특유의 긴장이 뭉쳐지지 않는 건 아쉬운 점이다. 창작 뮤지컬에서 늘 거론되는 음악도 걸리는 부분. 멜로디는 아름답지만 주제곡을 중심으로 변주되는 16곡 중 형제의 이중창 외에는 두드러지는 넘버를 찾기 힘들다. 해답, 진실, 증거 등을 열거하는 관념적인 노랫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피아노가 긴장과 이완을 조절한다는 점, 미스터리 특유의 단순하고 음울한 성정, 세 남자의 알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쓰릴 미’와 비교하는 관객도 많다. 극의 마지막, 빛과 연기가 모여 드는 소실점으로 걸어 들어가는 인물의 뒷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02)762-0010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51)양주 회암사 지공선사 부도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51)양주 회암사 지공선사 부도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회암사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걸쳐 이름을 떨친 거찰이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머물게 하고 불사가 있을 때마다 참례토록 한 것은 물론 상왕으로 물러앉은 다음에는 아예 이곳에서 도를 닦았던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하지만 조선이 성리학을 국교로 삼은 마당에 왕실의 권위를 등에 업고 번성한 회암사는 더더욱 유생들의 집중 견제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쇠락해가던 회암사는 조선 중기 이후 어느 때인가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회암사터는 1997년부터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서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지요. 발굴 현장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262칸에 이르렀다는 전성기 회암사터의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14세기의 대(大)여행가로 새롭게 주목받는 지공(持空·1300∼1363)의 부도는 그가 중창한 회암사가 있는 천보산 중턱에 법제자인 나옹과 무학의 부도와 나란히 세워졌습니다. 고려 불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지공은 본명이 디야나바드라(Dhyanabhadra·提納薄陀)로 인도의 마가다국(摩竭提國) 출신입니다. 그는 히말라야산맥을 넘고 원나라 수도 연경을 거쳐 충숙왕 13년(1326년)에는 고려에 들어와 ‘환생한 부처’로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3년 가까이 머물게 되지요. 지공은 1328년 연경으로 돌아간 뒤에는 고려인들이 세운 법원사(法源寺)에 머물렀습니다. 그러자 나옹과 백운, 무학 등이 다투어 원나라로 건너가 그의 문하에서 수학하게 되지요. 지공의 가르침에는 개혁사상이 담겨 있었던 듯 나옹은 고려 말 개혁정치를 시도한 공민왕의 왕사(王師)가 되고, 무학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왕조를 엽니다. 지공은 1361년 11월 겨울 입적하는데,1368년 원나라가 멸망하는 과정의 혼란 속에 그의 유골을 네 사람의 제자가 나누었다고 합니다. 이들 가운데 두 사람이 고려로 가져온 유골이 회암사와 장단 화장사, 묘향산 안심사에 나뉘어 안치된 것입니다. 마가다국에서 고려에 이르는 지공의 행적은 목은색이 지은 지공의 회암사 부도비명 병서에 자세히 전합니다. 지공은 인도의 동북부에서 해안을 따라 남하하여 오늘날의 스리랑카에 이르는 인도의 전역을 여행했습니다. 그럼에도 인도사(史)는 14세기 초에 이르면 인도의 대부분은 이슬람의 영향권에 들었고, 이를 전후한 시기에 힌두교가 성행하기 시작하였던 반면 불교는 거의 사라졌다고 서술하고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지공의 행적을 보면 적어도 인도의 동부는 당시 불교의 전통이 강하게 존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공은 처음엔 바닷길로 중국으로 가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의 미얀마와 말레이반도의 초입까지 진출했다가 돌아선 것으로 짐작되고 있지요. 이후 인도 서부의 사막과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티베트와 운남, 연경을 거쳐 고려에 이르게 됩니다. 그는 고려에서도 개경에만 머물지 않고 금강산과 양산 통도사에서도 설법을 했습니다. 지공은 티베트에서는 주술사가 독약을 타놓은 차를 마셔야 했고, 하성(蝦城)에서는 이교도들로부터 얻어맞아 이가 부러졌으며, 중국의 양자강 상류에 속하는 대독하(大毒河)에서는 도적을 만나서 알몸으로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지공의 발자취를 담은 기록은 당시 아시아 각국의 지리와 민속, 종교를 밝히는 매우 중요한 단서입니다. 지공을 모로코 탕헤르 출신으로 이슬람세계와 중국을 여행한 이븐 바투타(1304∼1368)와 비교되는 대여행가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회암사에 있는 지공의 부도를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dcsuh@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미스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다 보면 사람이라는 것, 그 자체가 괴물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스트’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괴물들이 몰려온다. 사람들이 공포에 떤다. 대개 비슷한 상황들이다. 괴물의 모습이 달라진다. 때론 좀비이기도 하고, 때론 살인마이기도 하며 때론 유전자가 변형된 동물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안개다. 안개의 공포는 그것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영화 ‘미스트’의 전반을 감싸는 공포감 역시 여기서 비롯된다. 안개가 우리를 포위했다. 그런데 그 안개에는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것이 숨어 있다. 그것은 생명체일까 아닐까, 아니 지구상의 것일까 아니면 외계의 것일까. 그런데, 이 영화 ‘미스트’, 만만치 않다. 그 만만치 않음은 영화의 공포가 실은 외재적인 데 있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불온한 안개와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겁을 먹는다. 누군가가 괴생물체를 목격했노라고 말하지만 쉽게 믿어주지 않는다. 대도시에서 온 똑똑한 변호사에게 사람들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바보로 만든다며 외려 자신의 조직을 구성한다. 바보들을 따돌리고 밖에 나가보자고 말이다. 이 틈을 타서 종교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는 광신도 주부가 종말론을 외친다. 이 모든 것이 신의 징벌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그녀는 ‘희생양’을 바쳐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생물체라고 믿기 어려운 희한한 괴물들이 그들을 습격한다. 그런데 더 공포스러운 것은 이 미지의 괴물 앞에 선 ‘인간’이라는, 나약하고 간교한 생물체들이다. 그들은 그 작은 공간 안에서 편을 가르고 획책한다. 의견은 사람의 수만큼 갈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성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광신도로 돌변해 살인을 저지른다. 먹을 것이 해결된 ‘마트’라는 공간, 하지만 갇혀 있다는 불안이 준비된 식량으로 달래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공포 그 자체 때문에 공포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결국 선택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죽더라도 도망쳐 보는 것, 두 번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마지막은 사이비 종교와 같은 미망에 빠져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 카메라는 죽더라도 도망쳐 보자는 낙관적 행동주의자들을 따라간다. 그렇다면 그들은 탈출에 성공할까? 답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괴물이 나타나는 순간 이미 결말이 준비 되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당신이 선택하는 것, 바로 그것이 답이 되리라는 것. 따지고 보면, 미국의 스릴러 영화들은 외계 혹은 미지에서 온 가상의 적들을 많이 그려낸다. 좀비, 외계인, 괴생물체 등등. 가상의 적들로부터의 침공이라는 설정 덕분에 SF라는 장르가, 그리고 특수 효과가 발전되어 왔겠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미국은 진짜 미국을 침범할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침범당한 역사도, 유린당한 기억도 없는 그들에게 적은 늘 외재적인 것은 아닐까? 스릴러와 미스터리 속에서도 억압당했던 여성과 침략 당한 역사를 재구하는 우리 영화와 달리, 미국의 영화들은 자유롭다. 안개와 함께 안온한 일상에 틈입해 온 괴생물체, 억압이 없는 자들은 미지의 것이 두려운가 보다.
  • 천수·정환 탈락… 병지·주영 승선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 나설 ‘허정무호’의 예비엔트리에서 이천수(네덜란드 페예노르트)와 안정환(수원)이 일단 제외됐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는 4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월드컵 예선 예비명단 50명을 제출했다. 다음달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3차예선 첫 경기 출전자는 이 명단을 기초로 정해질 전망이다. 이번 명단은 말 그대로 예비명단일 뿐이고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허 감독의 취임 후 첫 명단이란 점에서 1기 허정무호의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통상적인 출전 엔트리(23명)가 아니라 대표급을 아우른 예비엔트리에서 두 선수가 제외된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허 감독은 “대표선수는 모범이 되어야 하고, 항상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즌 중 갑자기 귀국한 데다 폭행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천수와, 재계약 불발로 이날 시작된 팀 훈련에도 제외된 안정환의 탈락 이유를 설명한 셈. 역시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징계를 받은 이운재(수원), 이동국(미들즈브러), 김상식(성남), 우성용(울산)도 선발되지 못했다. 반면 최근 그라운드에 복귀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설기현(풀럼), 이영표(토트넘), 김동진(제니트) 등 해외파는 대다수 포함됐다. 올림픽대표팀 주축인 박주영(사진 아래·서울), 이근호(대구), 이상호(울산)는 포함됐다.K-리그 최다경기 출전을 이어가고 있는 김병지(위·서울)도 올랐다. 지난해 K-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황재원, 김광석, 박원재, 최효진, 황지수(이상 포항) 등 ‘파리아스의 아이들’이 대거 승선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독일월드컵 멤버 가운데 은퇴한 최진철과 징계 중인 선수를 제외하면 이천수, 안정환과 김영철(성남), 송종국(수원), 이을용(서울)이 빠진 셈이다.30대가 4명뿐이고 23세 이하는 11명이나 뽑힌 점도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기고] NLL은 하늘에서도 군사분계선/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국제정치학 박사

    평생 국가안보를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은 천만다행이며 국민의 승리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망언으로 무척 걱정했다.30여년 전투조종사 생활 중 1975년 2월 서해공중작전의 비화(秘話)를 공개함으로써 북방한계선(NLL)은 해상뿐 아니라 공중에서도 군사분계선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나는 그때 팬텀기의 조종사였다. 갑자기 참모총장이 작전명령을 직접 하달했다. 요지는 이랬다. 김일성이 NLL의 무효화를 선언한 이래 인천∼백령도를 항해하던 황진호의 운항이 중단됐다. 이에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박정희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이것은 대통령 극비명령이다. 내일 아침 08시를 기해 황진호가 백령도로 출항한다. 북한이 공중공격시 즉각 응징하라. 적함정이 NLL 월경시 공격하라. 적기가 NLL 월경시 격추하라.”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전 항공기가 비상대기에 돌입했다. 낮 동안 적의 공중활동은 없었다. 황진호는 항해를 계속했다. 숨막히는 비상대기도 계속되었다. 밤 11시경 야식을 시작하려는 순간 비상출동 벨이 울렸다. 이륙하자마자 최대속도로 북서쪽으로 향하라는 지시다. 서산 앞바다 상공에 도착하니 눈발이 내리고 있었다. 비행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악기상에서 탐색에 집중했다.50마일 전방에 수상한 항체를 포착했다. 적기임이 확인됐다. 최대속도로 추격해 40마일-30마일-25마일 접근하면서 나는 모든 무기를 장전했다.20마일로 가까워지는 순간 AIM-7레이더 미사일 방아쇠(Trigger)를 당겼다. 이제 곧 유효사거리가 되면 자동으로 발사되어 적기를 명중시킬 것이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투기조종사가 되어 드디어 조국을 위해 충성할 기회가 왔구나. 일격에 격추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극한 상황에서 어린 딸과 아내, 늙으신 어머님의 모습이 순간 스쳐갔다. 그런데 발사 직전 적기가 북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에게도 즉각 선회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NLL을 넘지 말고 내려오라는 명령이었다. 초계비행을 계속했지만 적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귀환 착륙하니 지휘관이 마중을 나왔다.“최 대위 수고했네. 을지무공훈장 감이야.” “적기를 격추하지 못했습니다.” “아니야 자네는 격추보다 더 큰 일을 했다네. 자네가 적기를 격퇴함으로써 우리 임무는 성공했고 황진호는 백령도에 무사히 도착했네. 우리가 이긴 것이야.” 임무 결과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3시가 넘었다. 만삭이던 아내는 영문도 모른 채 다시 잠이 들었다. 나는 잠이 오질 않았다. 돌이켜보면 NLL 상공에서 공중전이 벌어졌다면 적기를 격추했겠지만 나도 고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국가최고지도자의 결단이 북한의 서해5개 도서에 대한 지배 야욕을 굴복시킨 것이다. 이와 같이 NLL은 휴전 이래 남북한 사이 실질적 군사분계선이자 영토선으로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지켜온 최후 방어선이다. 따라서 NLL을 결코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 안보에 큰 허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첫째 해상방위뿐만 아니라 영공방위 특히 수도권방위가 무척 어려워진다. 공중위협시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도 없다. 둘째, 유사시 서해 5개 도서에 주둔한 장병들과 주민의 안전과 주권 그리고 생업을 보호할 수 없다. 셋째,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나 한국방공제한구역(KLIZ) 재설정에 커다란 불이익과 위험을 준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NLL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이 순간에도 목숨 걸고 국방에 전념하는 장병들에게 새해인사를 보낸다. 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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