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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남미통신] 말싸움하다 승객 깔아뭉갠 버스기사 철창행

    [남미통신] 말싸움하다 승객 깔아뭉갠 버스기사 철창행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버스기사가 승객을 버스로 깔아뭉갠 혐의로 붙잡혔다. 기사에게는 최장 25년 징역이 선고될 전망이다. 황당한 사건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최근 발생했다. 새벽에 귀가하던 32세 현직 남자교사가 버스기사의 보복운전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다. 파티가 너무 늦게 끝난 게 화근이었다. 교사는 사고 당일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새벽 3시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근교에 살고 있는 그는 기차가 끊긴 시간이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가 귀한 시간에 한참을 기다린 끝에 신호에 걸린 버스를 보고 남자는 달려가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기사는 버스정거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했다. 화가 난 교사는 갑자기 이성을 잃고 버스 앞문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교사는 헐크(?) 같은 힘을 발휘하며 버스 앞문 유리를 깨버렸다. 공격을 당한 기사도 다혈질이었다. 기사는 차에서 내려 한참이나 목소리를 높이며 남자교사와 말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 밖에 있는 교사 쪽으로 바짝 핸들을 돌리며 속도를 냈다. 갑자기 밖에서 비명이 들리며 교사는 버스 밑으로 빨려들어갔다. 겁이 난 기사가 다시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교사는 버스 뒷바퀴에 휘감겨 깔려 있었다. 앰뷸런스를 불러 남자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교사는 사망하고 말았다. 기사는 살해혐의로 체포됐다. 유족들은 “기사가 고의로 피해자를 깔아뭉갠 것”이라며 엄중한 법의 심판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라나시온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대한민국의 하루는 바삐 돌아간다. 24시간이 모자란다. 누구라 할 것도 없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매우 역동적이다. 새로운 풍경은 사회 트렌드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바꾼다.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다. 이를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 ‘신 대한민국 24시’를 주 1회 게재한다. #풍경 하나 “이 더위에 왜 길을 나서느냐고요?” “당신도 한번 걸어 보세요 스스로 행복해진답니다.” 요지경이다.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4~5시간 걸어 보란다. 그러면 행복해진다니. 태양이 작렬하는 7월의 제주섬에는 올레꾼들이 넘쳐난다. 오직 걷기 위해서 돈 써 가며 비행기 타고 제주에 온 사람들이다. 이해불가다. 하지만 무작정 간세다리(게으름뱅이를 뜻하는 제주어)처럼 걸어 보란다. 그것도 혼자서. 그러면 왜 제주 올레길이 행복한 길인지를 스스로 알게 된다고….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둘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고 다들 행복해했다. 불 같은 7월. 사람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기꺼이 올레길을 걷는다. 푸른 바다와 오름, 곶자왈 숲을 따라 살포시 펼쳐지는 제주의 속살에 모두들 열광한다. 걸음걸음을 뗄 때마다 내 안에 쌓이고 쌓였던 무언인가가 눈녹듯 사라져 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치유’라고 불렀다. 내 안의 상처를 걷어내자 내면은 깊이를 더해 갔다. 어디 올레꾼들만 행복할까. 올레길 마을 제주섬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던 올레길 주변 동네 구멍가게는 다시 문을 열었다. 소박한 시골집은 ‘할망민박’이란 이름을 달았고 할망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절정으로 치닫는 여름. 올레길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레길에서 만나 서귀포 작은 포구에 신혼집을 차린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지….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올레길을 찾았던 어머니의 허한 가슴은 아직도 여전할까. 실연의 아픔으로 올레길에서 눈물을 떨구었던 젊은 도시 여자는 다시 사랑하게 됐을까. 직장을 잃은 막막한 마음을 올레길에 쏟아냈던 50대 가장은 다시 일터로 돌아갔을까.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서울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한 해 200만명이 자신들의 사연을 올레길에 쏟아낸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올레길은 세상사에 상처받아 치유받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친구 같은 존재”라며 “올레길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제주는 올레가 대세다. 아직도 ‘치유의 길’ 제주 올레 한번 걸어 보질 않았나요? #풍경 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신하 서복에게 동방의 나라에 있다는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명했다. 서복은 불로초를 찾아 한라산까지 왔다가 서귀포 정방폭포 암벽에 ‘서복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서복과지’(徐福過之)라는 글귀를 남겼다. 진시황이 불로초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제주섬. 제주는 요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의 세상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항저우, 하얼빈, 광저우…. 중국 전역에서 쉴 새 없이 비행기들이 유커를 제주로 실어 나른다.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은 거미줄이 다 돼 간다. 저녁 무렵 제주시내는 우루루 길거리 쇼핑에 나선 유커들로 만원이다. 가게마다 빨간 중국어 간판과 메뉴판은 필수가 됐다. 지난해 1만 2000여명의 대규모 인센티브 여행단(기업의 포상휴가)을 제주로 보낸 것에 대한 화답으로 신제주에는 중국기업 바오젠의 이름을 붙힌 거리도 등장했다. 중국어가 거리를 지배하고 중국 화폐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바오젠거리는 흡사 중국 어느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하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여권과 지갑을 넣은 작은 전대를 허리춤에 꽉 조여 맨 유커들. 좌변기를 사용할 줄 몰라 당황하기도 하고 해수탕에서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풍덩 탕 속에 뛰어들어 눈총을 받기도 한다. 떼를 지어 우루루 도로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호텔이고 식당이고 아무 곳에서나 독한 중국산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유명 관광지 화장실과 일부 식당가에는 친절한 좌변기 사용 안내문도 등장했다. 아마도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 이후 우루루 동남아로, 중국으로, 일본으로 난생 처음 해외관광을 떠났던 우리의 모습도 그러했으리라. ‘닥치고 쇼핑.’ 저녁이 되면 제주시내 쇼핑거리는 유커들 차지다. 중국에선 명품 대접을 받는다는 중저가 국산 화장품은 단연 유커들의 최고 인기상품. 인삼과 꿀, 담배, 술을 닥치고 쇼핑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여야만 지갑을 연다. 제주 오일장 할망들도 중국어 한마디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유명 면세점은 매일 즐거운 비명이다. 하루 내내 유커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고 매장 안은 밀려드는 유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유명 면세점 한 곳의 한 달 매출액만 1610만 달러 수준이다. 유커들이 제주에서 자고 먹고 쇼핑하는 데 쓰는 돈은 1인당 157만원 정도(2013년 5월 제주관광공사 외국인 관광객 실태조사)다. 큰손들도 수두룩하다. 전세기를 타고 제주의 특급호텔 카지노에 머물며 수억원을 베팅하거나 면세점 명품 가방과 고급 시계를 싹쓸이하기도 한다. 싸구려 중국 여행 가서 중국 사람들이 해주는 발마사지 한 번 안 받아본 한국 사람 어디 있을까. 제주에서는 전세 역전이다. 밤이 되면 관광에 쇼핑에 지친 유커들의 발마사지는 이제 한국 사람의 몫이다. 영주권을 주는 5억원짜리 고급 콘도도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제주에는 중국 영사관도 들어섰다. 다들 이구동성이다. 중국의 해외여행 바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1~3시간 비행의 뛰어난 접근성에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한류 바람, 세계자연유산 신비의 화산섬 제주로 유커들이 계속 몰려들 거라고. 중국인들이 뽑은 신혼여행지 1위 제주섬.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설레는 여행을 제주에서 하고 싶단다. 과연 그럴까? 한때 엔화를 팍팍 뿌렸던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제 제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김의근 제주 국제대 교수(관광학)는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아울러 중국인의 해외여행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게 불 것”이라며 “동북아에서 접근성이 우수한 제주가 이들의 휴양 관광지로 계속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풍경 셋 여행만 가지 말고 아예 제주에서 눌러살아 볼까. 먹고살기 팍팍했던 배고픈 시절 섬 사람들은 하나둘 섬을 등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뭍으로 뭍으로 떠났다. 예전에 제주섬도 그랬다. 땅은 척박했고 거센 바다는 아버지를 삼켜버리곤 했다. 믿거나 말거나,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시절, 제주섬 여성들의 일등 신랑감은 철도 기관사였다. 기차가 없는 제주섬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이니. 세상사 돌고 돈다 했던가. 제주섬은 요즘 뭍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든다. 지난해 인구가 무려 6000여명이나 늘어났다. 모두 뭍에서 제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아니 이민 온 사람들이다. 제주는 이주가 아니라 이민이라 불러야 한다. 외국어 수준의 제주 사투리와 낯선 풍습들. 어딜 가든 텃세가 없으리라만은 ‘육지것들이’ 하는 제주섬의 텃세는 등급이 다르다. 예전에는 정 붙이고 살지 못하고 다시 떠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도시 사람들은 과감하게 제주 이민에 나선다. 수두룩하던 제주 변두리 시골 빈집은 이제 모두 그들이 차지했다. 5분이면 탁 트인 푸른 바다고 5분이면 한라산 울창한 숲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서울에서 역유학 온 도시 아이들로 가득하다. 옛말에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던가? 이젠 말도 사람도 모두 제주로 보내는 시대다. “어디 제주 한적한 시골 마을에 빈집을 구할 수 있나요?” 제주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민자를 위해 시골 빈집 구하기 바쁘다. 제주에서 ‘안단테 안단테’ 느린 삶을 즐겨 보겠다는 이민자들이다. 바야흐르 르네상스 제주다. 수년 전 대구에서 이주, 섬 속의 섬 우도에 카페를 차린 이상국(48)씨는 “생각하면 할수록 제주로 이주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과 시간에 쫓기지 않는 한 박자 느린 일상 등은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한 큰 즐거움”이라고 자랑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화산은 폭발직전 괴물같은 ‘비명’ 지른다”

    인간과 주변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안기는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 ‘비명’을 지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 특정 주파수가 급격히 변한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화산학 관련 유명 학술잡지(Journal of Volcanology and Geothermal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이같은 결과는 지난 2009년 3월 폭발한 알래스카 리다우트 화산을 분석해 얻어졌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소위 화산의 ‘비명’(scream)을 사전에 인지한다면 폭발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이 공개한 화산의 비명은 한마디로 괴물이 소리를 지르는 듯한 갈라지는 소리로 공포의 화산만큼이나 오싹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엘리시아 호토벡-엘리스 박사는 “화산이 비명을 지르는 것은 폭발 직전 미진(微震) 때문”이라면서 “화산 폭발 후 마그마가 솟구치며 나오는 소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산은 폭발 직전 비명을 지르다 갑자기 침묵에 빠지며 1분 내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같은 화산의 비명이 모든 화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볼일’보던 남자, 뱀에 ‘남성’ 콱~ 물려

    ‘볼일’보던 남자, 뱀에 ‘남성’ 콱~ 물려

    한 남자가 ‘볼일’ 보다 뱀에게 ‘남성’을 물리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에 위치한 한 가정집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남자가 외마디 비명을 터뜨렸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35세 남자가 갑자기 나타난 뱀에 ‘남성’을 ‘콱’ 물렸기 때문. 갑작스러운 기습에 남자는 ‘남성’을 움켜잡고 쓰러졌고 곧바로 응급 구조대에 신고했다. 출동한 구조대는 남자를 인근 종합병원으로 후송했으며 다행히 독성이 없는 뱀으로 드러나 ‘비극’은 면했다. 남자는 “소변을 보는데 갑자기 불에 타는듯한 큰 통증을 느꼈다” 면서 “순간 작은 뱀 한마리가 휙 도망치는 것을 목격했다” 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조대원은 “내 평생 이같이 황당한 환자는 처음이었다” 면서 “환자 또한 창피했던지 후송 과정에서 실소를 터뜨렸다”고 말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환자는 뱀에 물린 자국을 제외하고는 생명에 지장이 없으며 곧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뱀 전문가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지역 내에는 독사가 많은데 남자가 정말 운이 좋았다” 면서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관문과 창문 등의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美방송, 한국조종사 비하 보도…아시아나 “명예훼손 법적대응”

    美방송, 한국조종사 비하 보도…아시아나 “명예훼손 법적대응”

    아시아나항공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착륙 사고로 입원 중이던 여학생 1명이 추가로 사망하면서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모두 3명으로 늘었다. 14일 미·중 언론에 따르면 착륙 사고로 크게 다친 중국인 여학생 류이펑(劉易芃·16)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끝내 숨졌다. 이 학생은 사고 당시 즉사한 예멍위안(葉夢圓), 왕린자(王琳佳)와 같은 저장(浙江)성 장산(江山)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이들과 마찬가지로 여름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인근 병원에 입원 중인 사고 부상자는 총 7명이며 이 중 3명이 위중한 상태로 전해졌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방송사가 사고기의 한국인 조종사 4명의 이름을 엉터리로 소개하며 인종차별적 보도를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 폭스TV의 자회사인 KTVU의 뉴스 진행자 토리 캠벨은 12일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확인해 준 이름이라면서 “캡틴 섬팅웡(Sum Ting Wong), 위투로(Wi Tu Lo), 호리퍽(Ho Lee Fuk), 뱅딩오(Bang Ding Ow)”라고 말했다. 이들 이름은 각각 ‘기장 뭔가 잘못됐어요’(Captain Something Wrong), ‘고도가 너무 낮아’(We Too Low), ‘이런 젠장할’(Holy Fu**), ‘쾅, 쿵, 오!’(Bang Ding Ow·충돌음과 비명을 가리키는 의성어)로 해석될 수 있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아시아계의 발음을 조롱할 때 왕왕 쓰이는 중국어 억양에 맞춰 표현한 것이다. NTSB는 뒤늦게 “모욕적 이름을 언론이 문의해 와 확인해 준 것은 권한을 벗어난 인턴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KTVU도 “부정확한 이름을 보도한 데 대해 사죄드린다”고 했다. MSNBC는 누군가가 인터넷에 장난으로 올려 놓은 글을 사실로 착각해 오보가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와 관련, KTVU와 NTSB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14일 “이번 보도는 조종사들은 물론이고 회사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서울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몬스타(엠넷·tvN 밤 9시 50분) 규동의 일로 칼라바 아이들은 충격을 받는다. 도남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 당황한다. 한편 선우의 고백 이후 선우, 설찬, 세이(하연수)의 관계는 점점 어색해져만 간다. 세이는 뉴질랜드에서 온 엄마와 선우의 고백에 혼란스럽다. 설상가상으로 설찬은 불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일본으로 공연을 가게 된다. ■피싱 오디세이 피크(FTV 밤 10시 25분) 앞선 장비와 기술, 낚시매너 그리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수질, 풍부한 자원을 공개한다. 낚시가 많은 이들에게 인기 레포츠로 자리잡기까지 세심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일본의 낚시 문화를 짚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송순성과 헤라렉스 정태환 회장, 그리고 일본 명인 이토 사토시와 함께한 특별한 낚시의 기술을 배운다. ■블랙 호크 다운(스크린 밤 10시) 1993년 최정상의 미군부대가 유엔 평화유지작전의 일환으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로 파견된다. 그들의 임무는 소말리아의 민군대장인 모하메드 파라 에이디드의 두 최고 부관을 납치하는 일이다. 동아프리카 전역에 몰아닥친 기아는 유엔이 제공하는 구호 식량을 착취하는 에이디드와 같은 민병대장 때문이다. ■666 파크 애비뉴(AXN 밤 10시) 제인은 피터 크레이머의 일기장에서 ‘컨스피라티’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쿠퍼 형사를 만나 의논한다. 그리고 제인은 자신이 드레이크 가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보고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제인의 집에 두 남자가 침입해 일기장을 훔쳐 간다. 한편 자기를 차로 친 사람이 루이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알렉시스는 루이즈를 죽이려 한다. ■문화갤러리 예감(국회방송 밤 8시 30분) 영화 ‘세이프’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신예 문병곤 감독을 만난다. 또한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무대에 옮겨 화제가 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다룬 공연소식에서부터 천재 음악가 말러의 명곡 ‘9번 교향곡’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한 주간 풍요로운 문화 한마당이 펼쳐진다. ■명탐정 코난(애니맥스 오후 5시) 코난과 미란, 유명한 팀장은 신정의 변호사 집 앞을 지나다가 갑작스런 비명을 듣고 집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집 안에는 한민수라는 남자가 죽어 있었다. 그 집의 애완견 존이 한민수를 공격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코난은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지켜봐온 존이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공격했을 리 없다고 여긴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길지란 어떤 곳을 가리키는 것이오?” “징세나 부역이 없고, 토호들의 발호나 관리들의 가렴주구가 없고, 양반도 없고 상것도 없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지 않아도 열매가 열리는 그런 땅이겠지요. 마당에 노루가 뛰어들고, 솥에는 꿩이 저절로 날아드는 그런 땅이겠지요.” “가관이군. 조선 땅에는 그런 별천지란 없소. 헛것을 보지 않는 이상 그런 희한한 세상은 없을 것이오.” “지성껏 찾다 보면 있겠지요.” “말본새를 보자 하니 비슷한 곳이라도 찾은 것 같은데?” “야숙하더라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계곡이나 들판이 있다면 그런 곳이 길지가 아니겠습니까.” “그 산채에서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전긍긍하였답니다.” “슬하에 소생은 두지 않았소?” 그 말에 월이는 고개를 떨구더니, 한동안 뜸들인 다음에야 겨우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산채에서 도망할 말미도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태어나면서부터 병치레로 시난고난하던 피붙이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불쌍한 것을 산기슭 진흙 속에 묻어둔 채 우리 내외만 살겠다고 허둥지둥 도망한다는 게 하늘에서 날벼락이라도 떨어질까 차마 못 할 짓이었습니다. 도무지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기약 없이 산채에 잡혀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돌림병으로 잃었소?” “아닙니다.” “아니면?” 월이는 말문을 닫고 밤하늘로 시선을 둔 채 묵묵부답이었다. “내가 아낙네에게 못 할 말을 했소?” “지난해 초여름의 일이었습니다. 산채 된비알 남새밭의 김을 맨다 하고 아이의 허리에 끈을 매고 다른 한끝은 나뭇등걸에 매어서 밭둑에서 혼자 놀도록 놓아둔 채, 김 매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지요. 멀리 두고 간혹 바라보면 혼자서 옹알이를 하며 잘 놀고 있었는데… 그런데… 언제부턴가 옹알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놀라서 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아뿔싸 허리에 맨 끄나풀이 아이의 목에 감겼구려…?” “쇤네가 짚검불같이 여위디여윈 어린것을 죽인 셈입니다. 그런데 명색 어미란 계집은 구차한 명줄을 달고 있으니… 이런 죄인이 도방 대처로 나간들 가위 담도 벽도 의지할 곳도 없거니와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 하여도 여럿 가운데서 견모만 될 뿐 어찌 고개를 들고 살 수 있겠습니까. 수치스럽고 구차한 목숨 부지하게 된 것만 천만천행으로 생각하고 화적들의 소굴에서 사는 게 팔자려니 여겼을 뿐입니다.” 정한조가 의도한 적은 없었지만, 어쩌다 비명에 간 갓난아이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이 무안하여 한동안 말없이 불당그래로 화톳불을 거두다가 슬쩍 말문을 돌려버렸다. “적당들이 십이령길 요해처 곳곳에 척후를 놓아 우리 원상들의 동정을 낱낱이 살펴서 매복하고 있다가 복물바리를 털고 살상까지 서슴지 않았소. 뿐만 아니오. 지방 수령들은 화적이 저지르는 여항간의 작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해서 저들의 간담만 키워 지금에 와서 거칠 것이 없게 되었소. 그것을 기화로 화적들이 도방 대처까지 내려와 무뢰배나 도부꾼으로 가장해 기한에 떨고 민들레를 뜯어 먹으며 송기죽이나 가죽나무를 삶아 연명하는 농투성이들 괴나리봇짐까지 탈취하는 분탕질을 예사로 저지르게 되었소. 그랬다면 산채에 있던 화적들은 필경 배불리 호궤시켰을 법한데 어째서 행색들이 굶어 죽은 송장들 같소?” “지금까지 눈 속을 헤치고 수리쉬나 참취 같은 산나물을 뜯어 삶아 소금에 찍어 먹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송기죽을 끓여 먹거나, 질경이를 뜯고 칡뿌리를 캐어 속을 채워 산채 식구 모두가 미주알이 빠져 죽을 고생들 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된비알을 기어오르며 도토리를 주워 연명하였습니다. 어쩌다 조밥에 배추고갱이로 국이라도 끓이게 되면, 그걸 숭미탕(?尾湯)이라 해서 잔칫상 받은 듯 즐겨 먹곤 하였습니다.” “그게 사실이오?” “쇤네가 어찌 거짓 발고 하겠습니까.”
  • 車충돌·비명 나는 쪽 촬영… ‘똑똑한 CCTV’ 연내 개발

    폐쇄회로(CC)TV가 똑똑해진다. 큰 소리가 나면 그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다. 미아, 치매 노인 등 실종자가 나오면 CCTV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찾아낸다. 안전행정부는 3일 “그동안 육안에만 의존해 왔던 CCTV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국민에게 더욱 안전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관제서비스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범 사업으로는 충북 진천군에서 ‘이상 음원 발생 지역 집중 관제서비스’를, 부산 금정구에서 ‘실종 사회적 약자 찾기 서비스’를 실시한다. 안행부는 두 기초단체에 2억원씩 지원해 11월까지 기술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이를 실제 생활에 활용한다. 기술적 보완을 마치면 전국 통합관제센터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상 음원 발생 지역 집중 관제서비스’는 CCTV 관제 현장에 비명이나 자동차 충돌 소리, 유리창 깨지는 소리 등이 나면 소리 감지 장치를 통해 즉시 감지한 뒤 비상벨을 울리거나 줌을 해 줘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샤이니 종현 “난 걸스데이 유라 팬”…네티즌 “안돼” 귀여운 비명

    샤이니 종현 “난 걸스데이 유라 팬”…네티즌 “안돼” 귀여운 비명

    샤이니 종현이 걸스데이 ‘유라’의 열혈팬임을 고백했다. 걸스데이는 3일 MBC FM ‘신동의 심심타파’에 게스트로 출연해 샤이니 종현으로부터 깜짝 메시지를 받았다. 이날 샤이니 종현은 “걸스데이 유라의 열혈 팬이다. 주차장에 왔는데도 내리지 못하고 ‘신동의 심심타파’를 계속 듣고 있다. 방송 너무 재밌다”고 전했다. 이에 걸스데이는 “멋진 선배 가수가 우리 무대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웃으며 답했다. 걸스데이는 지난 24일 정규 1집 리패키지 앨범 ‘여자 대통령’을 발표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종현 안돼~유라는”, “유라 정말 인기 많은 듯”, “방송이 너무 재밌어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했다니 웃기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주통신] ‘태양의 서커스’ 공연 도중 여배우 추락 사망

    [미주통신] ‘태양의 서커스’ 공연 도중 여배우 추락 사망

    세계적인 유명 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소속 여배우가 서커스 공연 도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사고는 지난 29일 저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호텔에서 열린 서커스 공연 ‘카’(Ka) 쇼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발생했다. 약 15미터 상공에서 줄에 매달려 공연을 하던 여배우 세라 가이어드-기요트(31)가 갑자기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무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처음에는 모든 관객이 쇼의 한 부분인 줄 알았으나 이내 비명과 신음이 들렸고 무대에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커스는 즉시 중단되었으며 추락한 여배우는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끝내 사망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알려진 숨진 여배우는 2006년에 시작된 ‘카’ 쇼의 첫회부터 출연했으며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곡예 배우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태양의 서커스’ 창설자인 기 랄리베르테는 이번 사건에 애도를 표하며 “우리는 그녀가 얼마나 특출한 공연을 펼쳤는지 겸손한 마음으로 기억하겠다”며 “가족으로서 서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공연 관계자 또한, “‘카’ 쇼는 다음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될 것이며, 관계기관의 조사에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자료 사진 (서커스 추락사를 보도한 미 CBS 방송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김병만 얼음 호수에 과감한 입수…“온몸이 저릿저릿”

    김병만 얼음 호수에 과감한 입수…“온몸이 저릿저릿”

    개그맨 김병만이 차가운 폭순도 얼음 호수에서 입수를 했다. 28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에서는 야크카라반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에 나선 병만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병만족은 야크에 물건을 싣고 차마고도를 횡단하는 전통 무역 방식인 야크카라반을 하기 위해 직접 야크에 올라 타 보는 경험을 했다. 그 밖에도 새끼 야크를 안고 만져보는 등 야크와의 교감을 하던 김병만은 느닷없이 폭순도 호수로 가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새끼 야크를 안았다가 야크가 김병만의 몸에 오줌을 싼 것. 이에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샤워를 하겠다며 입수를 선택한 것이었다. 폭순도 호수는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호수이기에 그야말로 얼음 호수나 다름없었다. 김병만은 망설임 없이 얼음 호수에 몸을 던졌다. 잠깐의 수영과 빠른 샤워를 마친 김병만은 황급히 밖으로 나와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게 된다”며 아찔한 느낌을 전했다. 함께 따라나선 박정철은 그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박정철이 발을 살짝 담가봤지만 “발이 저릿할 정도다”라며 김병만 입수에 혀를 내둘렀다. 김병만 입수 장면을 본 네티즌들은 “김병만 입수, 정말 몸을 사리지 않네”, “김병만 입수, 조작 논란 겪더니 진심으로 프로그램에 임하는 듯”, “김병만 입수, 절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해선 안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빈집털이범, 자살한 시체 보고 기겁…경찰 신고

    빈집털이범, 자살한 시체 보고 기겁…경찰 신고

    한몫 챙길 수 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살짝 몰래 들어간 빈 집. 하지만 밤손님을 기다린 건 끔찍한 사건현장이었다. 인기척이 없는 집에 도둑질을 하러 들어간 남자가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황당한 일이 최근 뉴질랜드에서 발생했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오클랜드 남부 해밀톤의 한 빈 집이었다.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한 도둑은 몰래 집에 숨어들었다. 도둑은 집안을 여기저기 살피다 깜짝 놀랐다. 무언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해 살펴보니 목을 매 목숨을 끊은 집주인의 시체였다. 기겁을 한 도둑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비명소리를 듣고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착각한 이웃주민까지 경찰을 부르면서 순식간에 자살현장에는 순찰차가 몰려들었다. 조사 결과 자살은 도둑이 들기 전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간단한 심문 뒤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휘한 도둑을 석방했다. 해밀튼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일이 도둑에게 긍정적으로 작용, 더 이상 도둑질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어린이 책] 모기 잡은 소녀, 저주에 걸려 모기로 변하고…

    ‘애애애앵~.’ 유리는 실눈을 뜨고 모기를 노려보면서 살그머니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짜악’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에 선명한 핏자국이 보였다. 어디선가 “안 돼!”하는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 왔다. 유리는 그만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신나는 방학이지만 열살 소녀 유리는 잔뜩 심통만 났다. 친구 지은이네는 계곡에 놀러 간다는데 유리는 학원에 가는 게 전부다. 그래서 선택한 게 ‘나홀로 여름 휴가’. 하지만 아담한 오두막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건 지긋지긋한 모기들뿐이다. 모기를 때려잡자마자 유리는 오두막집의 저주로 ‘모기소녀’로 변하는 끔찍한 운명에 빠지고 만다. 모기소녀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유리처럼 바퀴벌레로 변한 아줌마·아저씨, 모기소녀를 사사건건 골리는 까칠한 잠자리 소년, 사연 많은 울보 여왕벌, 개미 부대를 노리는 개미귀신 등 숲 속 생명들의 찬란한 하루하루를 만나게 된다. 모기소녀가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생명의 목걸이 구슬을 다 채운 뒤 태양빛에 녹여 마셔야 되는데…. 그러려면 백개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 벌레들을 없애야 하는 귀찮은 존재로만 알던 유리가 과연 목걸이의 구슬을 다 채울 수 있을까. ‘모기소녀’는 일본 유학을 떠난 작가가 지낸 도쿄 야나카 마을의 옥탑방에서 탄생했다. 모기가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사람에게 덤벼든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게 계기였다. 모기도 사람처럼 평소엔 수박이나 복숭아 같은 달콤한 과일즙을 좋아하지만 알을 품으면 단백질이 필요해 동물의 피를 노린다는 것이다. 작가는 글쓴이의 말에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곤충 친구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고 썼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2011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작으로 만화영화로 제작될 작품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중국통신] 간호사, 생후 이틀된 여아 뜨거운 물에 목욕시켜

    생후 이틀된 여아가 간호사의 무관심 속에서 뜨거운 물에 전신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허왕(大河網) 16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허난(河南)성 상웨(商岳)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딸을 출산한 후촨치(胡傳奇) 부부는 자녀 출산의 기쁨을 채 맛보기도 전에 깊은 상심에 빠져있다. 갓 태어난 딸이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 후씨 부부는 지난 5일 출산하고 이튿날 목욕 시킬 시간이라는 간호사의 말에 딸을 샤워실로 보냈다. 그러나 간호사의 품에 안겨 들어간 아이는 어쩐 일인지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신생아 샤워실 앞에서 대기 중이던 아이의 할머니가 문 밖에서 “무슨 일이냐, 물이 너무 뜨거운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간호사는 “괜찮다. 뜨거워야 좋다”며 아이의 울음을 외면했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후씨 부부에게 돌아온 아이는 전신이 빨갛게 ‘익은’ 상태였으며 온 몸 곳곳에 물집이 생겨있었다. 놀란 부부가 간호사에 이유를 물었지만 간호사는 묵묵부답이었고, 병원 측도 별다른 해명 없이 그저 “치료비를 물어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뒤늦게 폐쇄회로를 확인한 후씨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간호사는 양손에 두꺼운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고, 아이는 고통속에서 물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 한편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신생아 목욜도 시킬 줄 모르는 사람이 산부인과 간호사라니!”,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다”, “자기도 뜨거워서 고무장갑 끼고 있으면서...”라는 등 문제의 병원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슈퍼 甲’ 평가위원 갑질부터 평가해야

    직원들 도열받고, 감정 내세워 야단치고, 업무도 파악 않고 점수부터 깎고…. 60여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가 20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평가위원들의 ‘횡포’에 피평가기관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피평가기관에서는 평가 기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각 부처 산하기관 등에 따르면 현재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경영평가단 소속 위원들은 각 기관에 대한 실적 평가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평가로 100명 이상 기관장이 교체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들 위원이 사실상 기관장의 목숨줄을 쥐게 됐다는 것. 이 때문에 올해 유독 평가위원들과 피평가기관 간의 갑을 관계로 인한 부작용이 두드러진다는 게 기관들의 전언이다. 우선 평가위원들이 방문하면 기관의 전 간부가 나서 맞이하는 게 보통이다. 교육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평가위원들이 오시니까 본부장급 이상은 모두 현관으로 내려가 맞이하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아 가보니 간부, 관련 부서 직원 전원이 도열하고 있었다”며 “머쓱하게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위원들이 나타나더라”고 토로했다. 평가 과정을 두고도 말이 많다. 피평가기관 관계자들은 “평가위원들이 업무 흐름도 파악하지 못한 채 덮어 놓고 자의적인 잣대를 들이댄다”고 입을 모은다. 관계 부처나 상부 기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을’의 입장에 있는 산하기관이 부득이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전후 사정을 헤아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공사 관계자는 “수익성과 관계없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덮어 놓고 평점을 깎으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피평가기관들의 경영실적 평가 기준에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많아 평가위원들의 전횡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세부 평가지표가 있지만 ‘비계량적’인 요소가 많아 결국 평가위원이 마음먹은 대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우려다.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도 문제다. 한 건설 공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하는 기관은 정부 예산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채권이나 기금으로 돈을 구하는 구조라 부채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실적 평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기준으로 부채를 평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가위원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고압적인 자세로 얼버무린다는 불만도 있다. A공사 관계자는 “평가위원 교수들은 대부분 경영학, 행정학을 전공해 회계·업무 효율성에만 집중하니 결과적으로 현장에 대한 이해는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자존심 긁는 얘기는 기본이다. 특히 여론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방만 경영’이라는 말이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되는 것도 피평가기관 입장에서는 곤욕스러운 일이다. B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 평가가 마녀사냥처럼 돼 버린 상황에서 툭하면 방만경영 운운하니 지원사업이나 연구용역은 웬만하면 접는 게 낫다는 게 공공기관들 사이 풍토가 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기관장이 평소 평가위원을 ‘관리’하는 일도 흔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평가에 대비하는 별도 담당 인력까지 연중 상시 배치하는 기관들도 있다. C공공기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국정 철학 공유를 운운하면서 이미 기관장 교체를 천명한 상황이라 임기가 제법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보전하려고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러니 일단 평가위원에게 밉보이면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처 종합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어린이 책] 어느날 갑자기 뒤바뀐 아기들의 운명

    어느 날 아침,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집집마다 아기들이 몽땅 뒤바뀐 것이다. 대신 아기 침대에는 편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이 아기를 데려가는 대신 다른 아기를 두고 갑니다.’ 까만 머리 아기는 민머리 아기로, 여자 아기는 남자 아기로, 피부가 갈색인 아기는 흰 아기로 모두 뒤죽박죽됐다. 엄마 아빠는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다. “말도 안 돼! 누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아기를 데려갔어. 그 대신 ‘보잘것없는 아기’를 놓아 두다니!” 엄마 아빠들은 왕비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궁궐로 향했다. 배고픈 아기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린다. 두서 없는 방안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솔로몬의 재판’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두 엄마가 한 아기를 데려가고 싶어 한다면? 아무도 데려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기가 생긴다면? 진짜 우리 아기를 찾을 수 없다면? 부모들은 그만 머리가 아파온다. 1년 뒤에 다시 모여 아기들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한 부모들. 이들은 결국 어떤 선택을 내릴까. ‘우리에게 온 특별한 아기’는 다소 충격적인 설정이지만 재치있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최근 다변화하고 있는 가정의 모습을 비추고 ‘편견을 거두라’고 옆구리를 찌른다. 입양·다문화·새터민·한부모 가정 등 우리 사회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뒤바뀐 아기들의 이야기로 변주한다. 진정한 가족은 피로 연결된 게 아니라 사랑과 헌신으로 이어져 있다는 진실도 품고 있다. 지은이 페테르 리드벡은 2004년 스웨덴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 작가로 뽑힌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현대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한 일러스트와 세련된 색감이 황당한 설정과 잘 어우러져 있다. 머리색, 피부색, 표정, 행동 모두 제각각인 아기들의 천진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참 동화책에 흥미를 붙일 4~7세 어린이들에게 건네줄 책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론] ‘탈북동포의 날’이 필요하다/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탈북동포의 날’이 필요하다/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탈북자 처리하는 꼴을 보니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이 생각난다. 우왕좌왕, 엉거주춤, 어정쩡…. 뭐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사후 대책은커녕 라오스에서 북송된 9명을 놓고 책임 전가하기에 바쁘다. 늘 일어나던 일인데 마치 처음 보는 양, 엄청난 인권 문제가 터진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수천명이 이보다 더 험한 꼴을 당하면서 질질 끌려 북송됐다는 사실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이 사건으로 라오스 통로로 목숨 걸고 탈출을 시도하던 또 다른 이들은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걱정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가슴을 에는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터질 수밖에 없다. 2만 5400명. 갖은 고생 끝에 대한민국에 온 탈북자 숫자다. 한 해 3000명씩 들어오던 규모에 맞춰 화천에 제2하나원을 만들어 놨는데, 요샌 반의 반으로 줄어들어 안 하던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났다. 탈출을 못하게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재입북 기자회견으로 북한주민들의 한국행 기대심리를 꺾어놓은 결과다. 남한 가면 멸시받는다는 소문이 북한 당국의 심리전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탈북하면 거의 모두 한국행을 원할 거라고 믿고 있다. 들어오면 집도 받고 돈도 받아 본인만 열심히 일하면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열 명 중 둘셋 정도가 한국행을 맘에 두고 있을 정도며, 들어와서 만족하는 숫자도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이 싫어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을 떠난 ‘탈남’ 숫자도 벌써 1100명이 넘는다. 상황에 맞춰 탈북자 정책을 수정해 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한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맘에 안 든다고 불만이다. 숫자가 급증하고 정착 후유증이 발생할 때마다 정착금을 줄이고 정착을 제도화하는 방안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이젠 안정된 프로그램도 작동하고 지역마다 탈북자를 위한 기구도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탈북자들은 캐나다, 영국, 미국행을 꿈꾸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한마디로 탈북자 정책이 너무 차갑다. 탈북자를 위한다고 만들어 놓은 정책에 사랑이 담겨 있지 않고 통제와 경쟁이 지배하고 있다. 능력 없는 사람은 가산금도 못 받는 정착금 제도가 작동하고 있고, 영어 잘하는 사람만 어학연수 갈 수 있는 이상한 제도를 외국대사관들이 부추기고 있다. 영어 잘하는 탈북자가 진짜 평범한 탈북자일까? 수능성적이 안 되면 안 뽑는 대학도 부쩍 늘고 있다. 모자라는 학생을 뽑아 잘 가르쳐 ‘든 사람’으로 만드는 게 교육기관인데 학교수준 떨어질까 봐 외국인 전형에 포함시켜 탈북자를 뽑는단다. 처벌이 싫어 도망 나온 사람들에게 정착교육 시작부터 벌점을 부과하는 정착제도를 습관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만점에서 점수를 까 나가지 말고 기본점수에서 시작해 잘하면 점수를 얹어줘 칭찬하는 제도를 병행했더라면 수많은 초기 탈북자들이 새 삶에 더 많은 기대를 했을 것이다. 탈북 미녀만 짧은 치마 입혀 출연시키는 방송만 없었더라도 정착금 받자마자 성형수술 비용으로 날려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었을 게다. ‘자연도태 적자생존’, 이것이 탈북자 정책의 현주소다. 북의 눈치를 보느라 ‘새터민’이란 용어도 조작해 냈다. 당사자들이 그토록 싫어하는데도 말이다. 그럼 우린 ‘헌터민’인가. 이참에 ‘탈북동포의 날’을 만들자. 두 다리로 대한민국 땅에 온 사람들을 기려, 두 다리 모양새 닮은 ‘11월 11일’을 탈북동포들과 함께 살아가는 날로 하자. 기념일을 만들면 특집방송도 하고 기념식을 통해 두루 칭찬도 할 수 있다. 방송작가와 연출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탈북동포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줘 우리 사회에 이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통일 예행 연습을 위해 먼저 온 우리 반쪽을 이제부터라도 동포애로 맞자. 땅의 통일도, 화폐의 통일도 필요하지만 사람의 통일, 마음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북한 주민의 꿈이 ‘아랫동네’에서 살아보는 것이란 얘길 듣고 싶다.
  • 비명·신음·욕설까지… 시장님 9호선 한번 타보실래요?

    비명·신음·욕설까지… 시장님 9호선 한번 타보실래요?

    “악~ 그만 밀어요. 사람 죽어요.” “여기 임신부 있어요. 큰일 납니다.” 5일 오전 8시 13분 서울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 도착한 신논현 방향 급행열차.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 때문에 차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곳곳에서 비명과 신음이 터져나오고 욕설까지 오가는 등 출근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현민(34·강서구 염창동)씨는 “특히 오전 7시 40분~8시 30분 출근시간에 9호선 염창역에는 승객들이 너무 많아 지하철 타기가 겁난다”면서 “이렇게 밀고 타다가 노약자들이 열차에서 질식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식(48·강서 가양동)씨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9호선을 한번 타보면 시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라면서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객차를 늘리고 지하철 운행 간격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미 9호선 혼잡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핑계로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9호선이 완전히 개통되는 2016년까지 증차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구간의 혼잡은 수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에 따르면 지하철 혼잡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 9호선 염창역~당산역 구간으로 혼잡도가 236%(2012년 10월 기준)로 조사됐다. 정원보다 두 배 이상 승차하는 셈이다. 가장 승객이 많다는 2호선 사당~방배 구간(196%)이나 4호선 한성대~혜화 구간(180%)보다 훨씬 혼잡도가 높았다. 서울시는 9호선 혼잡도가 너무 높아 사고의 위험성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예산 부족으로 새로운 열차를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예산 등 다른 사업 예산 때문에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9호선은 4량이 한 편성(운행 단위)이다. 따라서 10량 한 편성인 2호선에 비해서 같은 인원이 타더라도 혼잡도가 두 배 이상 높을 수밖에 없다. 운행 편성당 객차를 늘리면 쉽게 혼잡도를 낮출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열차 추가 구매를 위해 예산 확보에 노력했지만, 정부의 매칭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고 무상급식과 보육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복지예산 등으로 많은 사업예산이 후 순위로 밀렸다”면서 “2016년 지하철 9호선이 강동구 보훈병원까지 완전히 개통될 때까지는 증차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일단 급행열차의 승객 몰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10분 간격인 급행열차 배차 간격을 5분으로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10분에 한 대였던 급행열차를 5분으로 줄이면 혼잡도가 20~30%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홍 한국교통시민협회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이런 지옥철을 타고 다니는 서울 시민의 심정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하다”면서 “서울시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에게 질 높은, 아니 최소한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광주구장 매진행렬의 씁쓸한 뒷맛

    프로야구 KIA는 올 시즌 관중 동원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67차례 치른 홈 경기 중 12경기가 매진된 반면 올해는 24번째 홈 경기가 열린 지난 1일까지 벌써 10경기째 매진 사례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홈 경기에 50만 2016명이 찾은 것으로 미뤄 볼 때 경기당 평균 7493명을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는 24차례 홈 경기에 24만 3952명이 들어 벌써 경기당 평균 1만명을 넘어섰다. 2일 1만 103명으로 이틀 연속 만원 사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KIA 구단의 시즌 관중 목표 60만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매진 열풍의 뒤에는 관중을 1만 2500명밖에 모실 수 없는 무등경기장 야구장의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다른 8개 구단에 훨씬 앞서는 뜨거운 ‘팬심(心)’을 담을 그릇이 터무니없이 작은 것이다. 현 구장 좌측 담장 뒤쪽에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들어서고 있는 새 구장은 지하 2층, 지상 5층의 구조물이 웅자를 드러낸 상태다. 2만 2102개의 좌석이 들어가면 빛고을의 야구 사랑을 더 많이 담을 수 있다. 분명 야구 문화의 큰 진전인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다. 여느 구장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을 주도하니 그 운용과 관리 책임도 여전히 지자체의 몫으로 남는다. 당연히 구단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의 관중 수입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홈팀이 72%, 원정팀이 28%를 나눠 갖고 있다. 홈팀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 5%, 지자체에 구장 사용료로 24%를 떼어줘야 하니 손에 쥐는 건 43%밖에 되지 않는다. 새 구장의 취재기자석으로 배정된 공간에는 큰 기둥이 버티고 있다. KIA는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광주시에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의 중요성을 잘 아는 구단이 이런 대목까지 시의 눈치를 봐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구단이 구장 신축을 주도해 경기장 시설에 붙이는 광고 사업권도 갖게 되는 날은 언제나 올까. 현 구장의 외야 담장 뒤쪽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광주시의 광고판을 바라보다 땡볕 아래 늘어선 예매 행렬을 돌아보니 가슴 한편이 답답해진다. 광주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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