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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탄 차량 ‘쾅쾅쾅’ 고의추돌 운전자 “기억 안나”

    아기 탄 차량 ‘쾅쾅쾅’ 고의추돌 운전자 “기억 안나”

    만취 상태로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고선 이에 항의하자 고의로 3번 더 들이받은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음주운전, 사고 후 미조치, 특수재물손괴, 특수상해, 도주치상, 운전자 폭행 등 6가지 혐의로 최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쯤 부산 동래구 온천동 미남로터리 인근 도로에서 만취한 채로 1톤 트럭을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를 추돌했다. 당시 피해 차량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항의하자 최씨는 만 1~2세 자녀와 피해 운전자 부인이 타고 있던 차량을 고의로 3번 더 들이받았다.이후 경찰이 오자 500여m를 도주하다가 다른 차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추돌사고에 앞서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현장에서 측정한 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6%로 만취 상태였다. 당시 상황이 녹화된 피해 차량 내 블랙박스에는 고의 추돌 및 도주 상황과 함께 차에 타고 있는 피해자 부인과 자녀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고스란히 담겼고, 이 영상이 인터넷 상에 확산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최씨는 2번의 피의자 조사에서 “직장 동료와 술을 마시던 중 나온 것까진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음주 추돌사고에 항의하자 3차례 더 고의추돌 뒤 도주

    음주 추돌사고에 항의하자 3차례 더 고의추돌 뒤 도주

    음주 교통사고를 낸 트럭 운전자가 피해자의 항의에 아이들이 타고 있는 피해 차량을 또 여러 차례 들이받은 뒤 달아나다 잡힌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7시 55분쯤 부산 동래구 온천동 미남교차로 인근 도로에서 A(55)씨가 몰던 1톤 트럭이 신호 대기 중이던 B(30)씨의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에 B씨가 차에서 내려 트럭에 다가가 항의하자 트럭 운전사는 차에서 내려 사과하기는커녕 화풀이를 시작했다. A씨는 자신의 트럭을 1m 정도 후진한 뒤 그대로 속도를 내 피해 차량을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 조수석에는 B씨의 부인이 앉아 있었고, 뒷자리 카시트에는 만 1, 2세의 자녀 2명도 타고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 차량을 세 차례나 연달아 들이받았다. B씨의 차량 내부 블랙박스에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B씨 부인의 목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부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A씨는 B씨를 그대로 매달고 차선을 바꿔 달아나기 시작했다. A씨는 도주 과정에서 유턴을 시도하다가 뒤따라오던 차량과 부딪히기도 했다. 이후에도 계속 달아나던 A씨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당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206%의 만취 상태였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음주운전과 뺑소니는 물론 특수상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른 유충이 나비 된 순간, 온가족 멘붕 된 사연

    기른 유충이 나비 된 순간, 온가족 멘붕 된 사연

    ‘첫 비행에 애완견 입속으로 쏙~’ 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 뉴저지주의 한 가족이 멘붕에 빠지는 순간이 담긴 영상 한 편을 소개했다. 15초의 짧은 영상에는 한 엄마가 테이블 위 그물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꺼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과 함께 애지중지하며 키운 나비들.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 성충의 과정을 거쳐 나비로 변신한 곤충을 야생에 풀어주려는 순간, 테이블 옆에 앉아 있던 대형 애완견이 날아가던 나비를 낚아채 먹어버린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족들은 비명을 지른다. 사진·영상= Albanian LifeStyle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19세부터 45세까지…패기와 관록, 함께 뛴다

    19세부터 45세까지…패기와 관록, 함께 뛴다

    오는 14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선수는 호주의 공격수 대니얼 아르자니(19·멜버른시티FC)로 조사됐다. 최고령은 이집트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45·알타운FC)로, 둘의 나이 차는 스물여섯 살이다. 호주 신문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5일 “이번 대회 본선에 출전하는 32개국 736명의 명단이 모두 확정됐으며 아르자니가 유일한 1999년생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1999년 1월 4일생인 아르자니는 이란계 호주인으로 지난 1일 체코와의 평가전에 교체 선수로 투입돼 A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선수다. 아르자니보다 5개월 더 어린 폴란드의 세바스티안 스지만스키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23명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최연소 자격을 아르자니에게 넘겨줬다. 아르자니에 이어 1998년생 선수는 모두 9명인데 그중 한 명이 한국대표팀의 이승우(20·베로나)다. 이승우는 1998년 1월생으로 1998년생 중에서는 최고령(?)으로 이름을 올렸다. 선수단을 통틀어 최고령은 이집트의 골키퍼 하다리로 1973년생이다. 최연소인 아르자니보다 무려 스물여섯 살이 많은 아버지뻘이다. 골키퍼를 제외한 포지션 중에서는 멕시코 수비수 라파엘 마르케스(39·CF아틀라스)가 최고령 필드 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팀별로 보면 파나마가 평균 나이 29.6세로 가장 관록이 깊은(?) 팀이 됐고 나이지리아는 25.9세로 가장 젊은 팀인 것으로 나왔다. 평균 나이 27.8세인 한국은 32개국 가운데 14번째 젊은 팀으로 집계됐다. 최장신은 201㎝인 크로아티아 골키퍼 로브레 칼리니치(28·KAA 헨트), 최단신은 165㎝인 파나마 미드필더 알베르토 킨테로(31·리마), 사우디아라비아 미드필더 야히아 알세흐리(28·CD레가네스), 스위스 미드필더 세르단 샤키리(27·스토크시티) 등 3명이다. 한편 이번 대회 주전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클럽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로 집계됐다. 이날 확정된 최종 엔트리에 따르면 맨시티 소속은 16명으로 전체 출전 선수의 2%를 웃돌았다. 공격수 라힘 스털링과 수비수 카일 워커, 존 스톤스, 페이비언 델프 등 4명이 잉글랜드 최종 명단 23인에 포함됐다. 우승 후보 브라질 대표팀에도 가브리에우 제주스, 다닐루, 페르난지뉴, 골키퍼 이데르송까지 4명의 맨시티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리그 도움왕인 케빈 더브라위너는 뱅상 콩파니와 함께 벨기에 국기를 달고 뛰며 세르히오 아궤로와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이 밖에 다비드 실바(스페인), 베르나르두 실바(포르투갈), 일카이 귄도안(독일), 뱅자맹 망디(프랑스)도 각자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다. 맨시티 다음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각각 15명,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리그별로는 잉글랜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124명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81명), 독일(67명), 이탈리아(58명), 프랑스(49명) 순이었다. 32개국 가운데 잉글랜드가 23명의 선수 모두 자국 리그 출신인 반면 한국의 조별리그 상대인 스웨덴과 최종 평가전 상대인 세네갈은 전원 해외파로만 구성됐다. 한국 대표팀의 국내파(12명)는 참가국 중 여섯 번째로 많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인기짱’ 추미애와 ‘유세 중단’ 홍준표…상반된 처지

    ‘인기짱’ 추미애와 ‘유세 중단’ 홍준표…상반된 처지

    추미애, 밀려드는 요세 요청에 ‘행복한 비명’홍준표, “후보 돋보여야…” 셀프 유세 중단6·1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과 제1야당 당 대표의 엇갈린 처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각 지역에서 쇄도하는 지원 유세 요청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인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후보 지원 유세를 스스로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해 벌어진, 이른바 ‘홍준표 패싱’이라는 해석까지 내놨다. 추 대표는 전국 곳곳에서 들어오는 지원유세 ‘민원’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도당 위원장의 공식요청은 물론이고 전국의 후보자들이 개별적으로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꼭 와서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시시각각 바뀌는 지역 판세를 매일같이 분석,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불리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 위주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상임선대위원장이기도 한 추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선대위 지도부와 함께 수도권, 전북, 경남, 제주, 충청 지역을 돌며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엿새간 지속된 강행군에 추 대표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판세가 어려운 지역을 골라 지원 유세를 벌일 방침으로 알려졌다. 반면 홍 대표는 전날 돌연 지원 유세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자신보다 후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3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광역 후보가 이번 선거를 지역 인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면서 “내가 유세에 나서니 문·홍 대결로 고착화되고 지금은 문 대통령 세상인데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그러나 일부에서는 유세 중단이 ‘홍준표 패싱’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지방 선거 이후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지 않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홍 대표는 5일에도 “내가 선거 유세를 중단한 것은 이번 선거를 지역 후보들 대결 구도로 몰고가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패싱’ 논란을 부인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지방도시 제조업 비명… 패닉에 빠진 주택시장

    지방도시 제조업 비명… 패닉에 빠진 주택시장

    자동차·조선·기계산업 등이 몰락한 지방 도시의 주택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아파트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지만 거래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도 갈수록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져들었다. 불황이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택시장 붕괴를 걱정하는 눈치다.전북 군산시 조촌동 현대아파트 92㎡는 7년 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2011년 12월 1억 2000만원을 찍고 나서 거의 가격 변동이 없었다. 7년 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물가상승이나 금융비용 등을 참작할 때 값이 내려간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4월에는 1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준공된 조촌동 군산디오션시티 푸르지오 아파트(1400가구)는 새롭게 떠오르는 주거지역인 데다 대형 업체가 지은 아파트라서 가격 상승이 예상됐지만, 지금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빈집으로 방치된 아파트도 많다. 옆 블록에는 오는 11월 디오션시티 e편한세상 아파트 854가구가 추가 입주할 예정이다. 군산시내 아파트 월간 거래 건수는 40여건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이 침체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은 군산 산업을 떠받쳤던 기둥이었다”며 “한꺼번에 기둥 2개가 무너지면서 군산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거래계약서를 작성한 지 1년이 넘었다”며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늘고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주택시장은 공황 상태”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주택시장도 깊은 수렁에 빠졌다. 거제도 경제를 떠받쳤던 조선산업이 기울면서 부동산중개업소는 아파트 거래가 끊겨 개점휴업 상태다. 거제시 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고작 10~20건이다. 이런 현상이 1년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시장은 깊은 침체에 들어갔다. 조선산업 호황이 지속할 것을 기대하고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 물량을 늘렸지만, 지금은 미분양 물량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준공된 아파트가 1만 923가구이고 앞으로 1년 안에 3087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창원시는 전국에서 집값이 많이 내려간 도시 가운데 한 곳이다. 조선·기계산업의 쇠퇴로 젊은 직장인들이 줄어들고 주택 실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림동 현대아파트 84㎡짜리는 2억 2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2015년 10월 3억 5200만원을 기록했던 아파트다. 최근 3년 동안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10년 전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들 지역은 집값 하락과 거래량 급감뿐만 아니라 미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군산에만 미분양 아파트가 728가구나 된다. 전북 전체 미분양 물량(1651가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창원 미분양 아파트는 6137가구, 거제는 1758가구나 된다. 두 도시의 미분양 물량이 경남 전체 미분양 물량(1만 3149가구)의 60%를 차지한다. 이 밖에 통영(1414가구), 사천(1190가구), 김해(1296가구) 등 경남 남해안 ‘중공업 벨트’가 ‘미분양 벨트’로 변하고 있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도시를 떠받치던 산업이 몰락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젊은층의 생산인구가 감소해 주택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장기 침체를 예상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트럼프가 염두에 둔 美蘇 군축협상… ‘2년 밀당’ 있었다

    트럼프가 염두에 둔 美蘇 군축협상… ‘2년 밀당’ 있었다

    미·소 1985년부터 5차례 회담 레이건·고르비 첫 회담 빅딜 무산 2년 만에 부분 무기 감축 합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을 일회성이 아닌 여러 차례 열 수도 있다는 입장을 지난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수차례 회담을 통해 타결했던 전략무기 감축 협정을 협상 모델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정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감축 협상을 위해 처음으로 만난 것은 1985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였다. 전 세계가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고대했지만 두 정상은 전략무기 감축 등 주요 의제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후속 정상회담을 이듬해인 1986년 미국과 1987년 소련에서 열자는 데만 의견을 일치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아쉬움만 남긴 회담이었지만, 40년간 대치하며 서로를 비방해 온 양국의 정상이 처음으로 우정과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역사의 전환점이 된 회담이었다는 후대의 평가가 나왔다. 레이건은 회고록에서 “고르바초프와 나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우정과 대단히 유사한 뭔가를 만들어 낸 게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그로부터 1년여 만인 1986년 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두 번째 회담을 가졌지만 역시 이때도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다시 1년이 흐른 1987년 말 워싱턴 회담에서 양국은 핵탄두 장착용 중·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는 내용의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INF)을 체결했다. 처음 정상회담을 가진 뒤 2년여 만에 부분적인 전략무기 폐기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협정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두 정상은 1988년에도 모스크바와 뉴욕에서 재회하는 등 매년 회담을 가졌다. 이후 미·소 정상회담은 레이건의 후임인 조지 H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간 회담으로 이어졌다. 1989년 몰타 회담에서는 냉전 구조의 종언을 선언했고, 1991년 모스크바 회담에서 드디어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1)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데이비드 레이놀즈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저서 ‘정상회담’에서 “1985년 11월 서리 내린 제네바에서 시작돼 여러 차례 거듭된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전개됐던 냉전은 핵무기의 폭발음이나 비명소리로 끝나지 않고 다정한 악수와 함께 끝나게 됐다”고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첫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인기몰이?방문객 구름 인파

    아시아 최대 규모로 개장된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정식 개장 이후 채 1개월도 안돼 5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등 관람객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1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따르면 평일 방문객은 400∼500명, 주말은 3000∼4000명 수준이다. 지난달 말까지 누적 관람객은 5만 6000여명이다. 전국 최고의 오지로 인적이 드물었던 봉화에 요즘 들어 관광객들로 북쩍대고 있다. 봉화 지역이 온통 즐거운 비명이다. 이 같은 관람객 수는 봉화지역 단일 관광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봉화지역 주요 관광지 4곳(분천역, 승부역, 청옥산자연휴양림, 청량산 도립공원)을 찾은 전체 관광객은 69만 7000명으로, 한달 평균 곳당 1만 4500여명 정도였다. 수목원의 각종 시설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단연 백두산 호랑이 3마리가 지내는 ‘호랑이 숲’이다. 수목원 중간 지점 산 중턱에 축구장 7개를 합쳐 놓은 규모(4.8㏊)로 호랑이 종 보전·번식을 위해 조성했다. 몸길이 2m∼2m 70㎝, 몸무게 180∼250㎏에 이르는 두만(17살·수컷), 우리(7살·수컷), 한청(13살·암컷) 등 백두산 호랑이 3마리가 함께 생활한다. 매일 오전 9시∼9시 40분쯤 방사장으로 나와 생활하다가 오후 5시에 우리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백두산 호랑이는 더위에 약해 낮에는 주로 그늘에 누워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수목원 관계자는 귀뜸했다. 5179㏊에 달하는 광활한 공간에 들어선 수목원에는 호랑이 숲 뿐만 아니라 야생화 언덕, 암석원, 만병초원 등 26가지 주제원도 마련돼 희귀·특산·고산식물인 구상나무, 모데미풀, 금강초롱꽃, 한계령풀 등 2002종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수목원 관계자는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면서 “다가오는 휴가철에는 방문객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돼 봉화군 측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봉화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도덕성·문장력 최고 외교관… 유일 초강국 원의 ‘고려 편입’ 막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도덕성·문장력 최고 외교관… 유일 초강국 원의 ‘고려 편입’ 막다

    ‘도덕의 으뜸(道德之首), 문학의 종장(文章之宗).’ 고려 말 문신이었던 이색이 지은 이제현의 묘지명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힘 겨루기에 대한민국은 위태위태하다. ‘한반도의 봄’에도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강대국들을 이용하는 노련한 외교관이 필요하다. 고려 후기 문신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1287∼1367) 선생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나를 돌아보니… 홀로 공부하여 고루하였으니 도를 들은 것이 자연 늦었도다 불행은 모두 자신이 만든 것 어찌 스스로 반성하지 않으랴 백성에게 무슨 덕을 베풀었다고 네 번이나 재상이 되었단 말인가 요행으로 그렇게 된 일이기에 온갖 비난을 불러들였구나 못나고 보잘것없는 내 모습 그려서 또 무엇에 쓰겠는가만 나의 후손에게 고하여 주노니 한 번 쳐다보고 세 번 생각하여 그런 불행 있을까 경계하며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노력하라 만일 그런 요행 바라지 않는다면 불행을 면하게 될 것을 알리라 -익재난고(益齋亂藁) 제9권 ‘익재진자찬’ 중 선생이 자신의 초상화에 대해 쓴 글이다. 80세가 넘게 살며 여섯 왕을 섬기고 네 차례나 재상을 지내는 등 영화를 누렸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했다. 실은 이것이 진심일지도 모른다. 15세에 과거에 장원급제하자 선생은 ‘과거는 작은 재주이니, 이것으로 나의 덕을 크게 기르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학문 성취가 목표였던 선생에게는 평생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대제국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고려의 신하로, 두 나라를 수없이 오가며 줄타기하듯 외교술을 펼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문화의 힘으로 선생은 원나라를 통해 성리학을 받아들였고 원나라의 명사들과 교유하면서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다. 충선왕이 원나라 수도 연경에 만권당을 지어 놓고 선생을 불러들여 조맹부 등 천하의 명사들과 어울리게 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충선왕이 “닭 울음소리가 마치 문 앞의 버들가지 같도다” 하고 읊었다. 자리에 모인 중국의 문사들이 그 말의 출처를 물었다. 충선왕이 대답을 못하고 난처해하자 익재 선생이 “우리나라 시에 ‘해가 뜨자 지붕 위의 닭이 우니, 늘어진 수양버들처럼 길구나’라는 구절이 있으며 한퇴지의 시에도 이와 비슷한 시구가 있소” 하니 좌중이 다 칭찬하였다. -청장관전서 제32권 ‘청비록 계성사류’ 중 해박한 지식으로 위기에 빠진 충선왕의 체면을 살리면서 동시에 종주국에 맞서 우리 문화의 위상을 드높인 유명한 일화다. 한시를 읊으며 상대국 대표를 위압하던 모습이 겹쳐진다. #할 말은 하자 충숙왕 때 고려의 간신들이 고려를 폐하고 원나라에 편입시키려 한 일이 있었다. 원나라 황제도 이를 받아들여 고려에 정동성을 설치하려 했다. 이때 선생이 원나라에 있으면서 도당에 글을 올렸다. 중용에 이르기를 ‘무릇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 아홉 가지 떳떳한 법이 있으니, 이를 시행해 가는 방법은 한 가지이다. 끊어진 세대를 이어 주고 망하는 나라를 일으켜 주며, 혼란을 다스려 주고 위기를 돌보아 주며, 주는 것을 후하게 하고 받는 것을 박하게 함은 제후들을 감싸주는 일이다’ 하였습니다.…(중략)…패자(覇者)도 오히려 이것에 힘쓸 줄 알았는데, 더구나 큰 중국을 차지하여 사해를 한 집안으로 삼는 자이겠습니까? -익재난고 제6권 ‘원(元)나라 서울에서 중서도당에 올린 글’ 원나라는 천하의 대국이니 경전의 말씀대로 남의 나라를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생은 과거 원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고려가 도왔던 일들을 열거한 뒤 원나라가 고려왕을 부마로 삼은 은혜와 의리를 부각시킨다. 또 고려에는 쓸모없는 땅이 많으니 재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왜인들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크게 경계할 것이니 경제적, 외교적으로 조금도 실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삼가 바라건대, 집사 각하께서는 역대 황제들께서 고려의 공로를 생각하시던 의리를 본받으시고, 세상을 가르친 중용의 말씀을 명심하시어, 그 나라는 그 나라에 맡기시고 그 나라의 백성은 그곳 백성끼리 살게 하십시오. 자기들의 정사(政事)는 자기들 스스로 닦도록 직책을 부여하여 번방으로 삼으시며, 우리의 끝없는 아름다움을 누리게 하신다면 어찌 삼한의 백성들만 집집마다 서로 경하하여 천자의 성덕을 노래할 뿐이겠습니까. 종묘사직의 영령들도 모두 감격하여 지하에서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우선 상대방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 이어 과거 은혜와 의리를 거론한 뒤 실리적인 측면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강대국에 부탁하는 글이지만, 이 정도라면 오히려 당당한 요구에 가깝다. 선생의 글 덕택인지 원나라의 이 시도는 곧 중지됐다. #문인 이제현 선생은 수많은 역사서를 저술하는 한편 문학 부문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조선 말기 학자 김택영은 선생의 문학을 두고 ‘조선 3천년에 제일의 대가(大家)’라고 극찬한 바 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종이 이불 썰렁하고 등불 침침한데 어린 중은 밤새도록 종을 치지 않는구나 자던 길손 일찍 문 연다 꾸짖겠지만 암자 앞의 눈 쌓인 소나무 보려 한다네 -익재난고 제3권 ‘산중설야’ 겨울밤 눈이 내린 산사의 풍경과 나그네의 심경이 선명하다. 눈 온 새벽의 한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듯하다. 이 외에도 선생은 역사와 문학을 결합시킨 영사시도 많이 지었고, 패관문학의 대표작인 ‘역옹패설’을 남기기도 했다. 역옹패설은 일종의 수필 문학으로, 딱딱하고 골치 아픈 관직 생활과 정통 성리학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대한 선생 자신의 설명이다. “무료하고 답답함을 달래기 위하여 붓 가는 대로 기록한 것이니 실없는 이야기가 있은들 뭐 괴이할 것이 있겠는가. 공자도 ‘박혁(쌍륙과 바둑)놀음이 아무것에도 마음을 쓰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였으니, 장구(章句)를 다듬어 꾸미는 것이 박혁놀음보다는 오히려 낫지 않겠는가.” -역옹패설 중 또 익재난고 제4권 ‘소악부’에는 고려가요를 배경 설화와 함께 한역한 작품들이 수록됐다. 오늘날 고려가요 연구에 더없이 귀중한 자료다. 옛날 신라의 처용 늙은이 바닷속에서 왔노라 말을 하더니 자개 이빨 붉은 입술로 달밤에 노래하고 솔개 어깨 자줏빛 소매로 봄바람에 춤추었네 -처용가 바윗돌에 구슬이 떨어져 깨지긴 해도 구슬 꿴 실만은 끊어지지 않으리라 낭군과 천추의 이별을 하였지만 한 점 붉은 마음이야 어찌 변하리 -서경별곡 뛰어난 문장가이자 정치가로서 원나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선생의 삶은 오늘날 강대국 사이에 처한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수백 년 전의 지혜가 지금 소중한 이유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익재난고는 10권 3책의 이제현 문집 조선시대 여러 차례 重刊 1363년(공민왕 12년)에 처음 간행된 이래 조선조에 들어서도 세종, 선조, 순조 때 등 여러 차례 중간했다. 모두 10권 3책으로 됐으며 권1~4에는 시(詩), 권5에는 서(序), 권6에는 서(書)·기(記)·비문(碑文)이 실려 있다. 권7에는 비명(碑銘), 권8에는 표(表)·전()이 실렸다. 권9는 상·하 2편으로 이루어졌으며 상권은 고종의 세가이다. 하권에는 사찬(史贊)·사전서(史傳序)·책문(策問)·논(論)·송(訟)·명(銘)·찬(讚)·잠(箴)이 실려 있다. 권10에는 장단구(長短句)가 들었다. 이어 이색이 지은 선생의 묘지명과 중간할 때 추록한 습유가 실려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는 ‘익재난고’와 ‘역옹패설’ 전·후집을 합해 ‘익재집’(益齋集)이라는 이름으로 번역서를 출간했다. 한국고전종합 데이터베이스(DB)에는 원문과 번역문을 모두 구축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마크롱, 목숨 걸고 아이 구한 불법체류 청년에 ‘깜짝 시민권’

    마크롱, 목숨 걸고 아이 구한 불법체류 청년에 ‘깜짝 시민권’

    맨손으로 5층 올라 구출한 22세 엘리제 궁으로 초청·감사장 전달 프랑스 소방대원으로 채용까지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아파트 발코니에 매달린 아이를 맨손으로 구한 아프리카 출신 불법체류자 청년에게 프랑스 정부가 시민권을 부여하고 소방대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집무실인 엘리제궁으로 말리 출신인 마무두 가사마(22)를 초청해 경찰서장의 서명이 담긴 감사장을 전달하고 프랑스 국적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가사마는 지난 26일 저녁 8시쯤 파리 18구의 한 거리를 지나다가 행인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곳을 바라보니 아파트 5층 발코니에 한 아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발코니 손잡이를 붙잡고 버티는 아이가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 가사마는 즉시 아파트 발코니를 한 층씩 맨몸으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고, 30초 만에 5층까지 올라가 무사히 아이를 낚아챘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이 청년이 아이를 구하고 몇 분 뒤에야 도착했다. 아이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발코니 문이 열린 곳으로 나왔다가 변을 당할 뻔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사마는 “구조 당시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가사마는 몇 달 전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말리에서 건너왔고 사실상 불법체류자 신세였지만 이제 평생을 프랑스에 거주해도 따기 어려운 시민권과 프랑스 공무원 자리를 한꺼번에 얻게 됐다. 가사마가 아이를 구출하는 장면은 행인이 영상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해 큰 화제가 됐다. 온라인에서는 영웅적 행위를 높이 평가해 그에게 특별 체류허가를 내주라는 청원 운동도 개시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경찰 일 따로, 여경 일 따로 있나요

    경찰 일 따로, 여경 일 따로 있나요

    학폭 112신고 여청과 몰리는데 형사·강력팀 등 여경 배치 꺼려 “필요할 때만 여경 찾아 일 시켜” “여경이란 단어도 성차별 느껴” “필요할 때만 찾지 말라. 우리는 땜빵이 아니다.”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피해자 보호 업무 등 여성 경찰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견줘 턱없이 모자란 인력 탓에 여성 경찰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과 소속 여성 경찰관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여성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 자신들을 동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 여성 경찰관이 최근 경찰 내부 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에 올린 ‘여청과는 호구입니까’란 제목의 글이 경찰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조회 수는 3만 7000건이 넘었고 댓글도 450개 이상 달렸다. 여청수사팀에서 4년째 근무 중이라고 밝힌 이 경찰관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성폭력, 학교폭력, 신상정보관리, 실종업무까지 어느 것 하나 예민하지 않은 사안이 없고 날마다 떨어지는 112 신고 대부분을 여청과 특히 여청수사팀에서 맡고 있다”면서 “최근 한창 민감한 데이트폭력과 스토킹까지 ‘젠더폭력’으로 묶어서 (형사과에서) 여청과로 넘어온다는 계획을 듣고 여청과 너네가 죽어라 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적었다. 이어 “현재 여경 비율이 10%가 넘었는데도 형사당직, 강력팀, 교통사고 조사에는 여경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필요시에만 여청수사팀 여경을 찾는다”고 썼다. 이 글이 올라오자 다른 여성 경찰관들도 “당직 근무 중 관련자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청 소관 업무가 아닌데도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종종 있다”, “여경은 서로 안 받으려고 하면서 여경이 필요할 때면 여경 찾아 일 시킨다”는 등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 내부 반응이 거세자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에서는 “데이트폭력 수사의 여청과 이관은 검토된 바 없다.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해명성 답글을 올렸다. 그런데 여성 경찰관 배치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에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을 요구했지만 단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재차 행안부에 600여명의 수사 인력 증원을 요청해 둔 상태다. 미투, 여성 악성범죄 등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경찰청이 단기 해법을 내놓으면서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경찰청은 미투 대응을 위해 여청수사팀 소속 여성 경찰관(632명)을 성폭력 관련 피해 조사에 투입했다. 이날도 여성 악성범죄 관련 계획을 내놓으면서 형사과 소속 여성 경찰관(235명)이 피해자 상담, 사후 관리를 실시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 경찰관은 “성별을 특정해 업무를 배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경찰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여경’이란 표현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모두 똑같은 ‘경찰관’(Police Officer)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여경 용어 수정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업무 차별에 뿔난 여성 경찰관...“여경이라는 표현도 성차별”

    업무 차별에 뿔난 여성 경찰관...“여경이라는 표현도 성차별”

    “필요할 때만 찾지 말라. 우리는 땜빵이 아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피해자 보호 업무 등 여성 경찰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견줘 턱없이 모자란 인력 탓에 여성 경찰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과 소속 여성 경찰관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여성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 자신들을 동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28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 여성 경찰관이 최근 경찰 내부 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에 올린 ‘여청과는 호구입니까’란 제목의 글이 경찰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조회 수는 3만 7000건이 넘었고 댓글도 450개 이상 달렸다. 여청수사팀에서 4년째 근무 중이라고 밝힌 이 경찰관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성폭력, 학교폭력, 신상정보관리, 실종업무까지 어느 것 하나 예민하지 않은 사안이 없고 날마다 떨어지는 112 신고 대부분을 여청과 특히 여청수사팀에서 맡고 있다”면서 “최근 한창 민감한 데이트폭력과 스토킹까지 ‘젠더폭력’으로 묶어서 (형사과에서) 여청과로 넘어온다는 계획을 듣고 여청과 너네가 죽어라 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적었다. 이어 “현재 여경 비율이 10%가 넘었는데도 형사당직, 강력팀, 교통사고 조사에는 여경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필요시에만 여청수사팀 여경을 찾는다”고 썼다. 이 글이 올라오자 다른 여성 경찰관들도 “당직 근무 중 관련자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청 소관 업무가 아닌데도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종종 있다”, “여경은 서로 안 받으려고 하면서 여경이 필요할 때면 여경 찾아 일 시킨다”는 등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 내부 반응이 거세자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에서는 “데이트폭력 수사의 여청과 이관은 검토된 바 없다.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해명성 답글을 올렸다. 그런데 “답글이 성의가 없다”며 일선 경찰관들의 분노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에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을 요구했지만 단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재차 행안부에 600여명의 수사 인력 증원을 요청해 둔 상태다. 이는 미투, 여성 악성범죄 등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경찰청이 단기 해법을 내놓으면서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경찰청은 미투 대응을 위해 여청수사팀 소속 여성 경찰관(632명)을 성폭력 피해 전담인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날도 여성 악성범죄 관련 계획을 내놓으면서 형사과 소속 여성 경찰관(235명)이 피해자 상담, 사후 관리를 실시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 경찰관은 “성별을 특정해 업무를 배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경찰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여경’이란 표현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모두 똑같은 ‘경찰관’(Police Officer)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실 관계자는 “(여경 용어 수정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다시 찾은 두 다리… 하프코트 위 ‘인간 승리’

    다시 찾은 두 다리… 하프코트 위 ‘인간 승리’

    고3 선수 때 갑자기 신체 마비 휠체어 농구 하다 4년 만에 회복 서울마당에서 열린 코리아투어 프로 선수와도 겨루며 4강까지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3년 동안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사람이 저렇게 잘 뛸까 싶었다. 27일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이어진 대한농구협회(KBA) 3대3 코리아투어 서울대회 남자오픈부 팀의 네 번째 경기에서 강남구볼케이노를 17-14로 연장 접전 끝에 위닝샷을 날린 하피이글(남미의 부채독수리)의 에이스 정재빈(31) 얘기다. 하피이글은 전날 한국농구연맹(KBL) 현역 선수들로 구성된 KBL 윈즈에 분패한 뒤 3연승, 8강전에서 워너원을 14-10으로 제쳤으나 준결승에서 고려대에 13-21로 졌다. 결승에서 맞붙은 KBL 윈즈와 PHE가 다음달 9~10일 같은 곳에서 이어지는 최종 선발전에 나란히 올랐다. 경기 안양 호계중 동기인 이재원(31), 최세영(27), 김민호(23)와 달리 그는 홍대부고 선수 출신이다. 고교 시절 경희대와 프로농구 모비스의 입단 제의를 받을 정도였는데 운동이 싫어져 방황하다 마음을 다잡았던 3학년 때 온몸에 통증이 찾아왔다.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물론 팔까지 움직이려면 비명을 질러야 했다. 숨을 쉬려 해도 가슴이 아팠다. 병원엘 가도 병명을 들을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제대로 걷지 못한 시간이 3년이나 흘렀다.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핏속까지 염증이 95%나 퍼졌다는 것이었다. 척추 기형도 여섯 군데쯤 생겼다. “제대로 살 수 없겠다 싶어 나쁜 마음까지 먹었다.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한순간에 그렇게 됐으니….”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먼 곳을 쳐다봤다. 휠체어에 앉아 지내다 우연히 서울시청 휠체어 농구팀에 들어갔다. 휠체어농구 최초로 3점슛을 성공했다. 그러다 마비가 찾아온 지 4년 만에 기적처럼 다시 걷게 됐다. 정재빈은 “마비가 왔을 때도 그랬고, 풀릴 때도 병원에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뒤 초당대 농구부에 들어가 2부 리그에서 좋은 성적도 올렸다. 2012~13시즌 KBL 신인드래프트에 낙방하기도 했다. “다들 떨어졌다고 눈물을 흘렸는데 걷지도 못하던 저로서는 이만큼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는 한기범농구교실 강사와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일하는 틈틈이 중학 동기인 이재원과 하피이글을 만들어 운동하다가 3대3 농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는 소식에 다시 도전에 나섰다. 전날 안영준(SK), 양홍석(kt) 등 젊은 프로 선수들과 코트에서 겨루는 꿈 같은 일을 맛봤다. 정재빈은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해야 고작인 우리와 달리 그 친구들은 땀도 흘리지 않더라”며 혀를 내두르면서도 “다시 맞붙었으면 좋겠다. 팀원들에게 겁먹지 말고 해보자고 했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는데 결국 만나지 못하게 됐다. 두 경기 모두 풀타임(10분)을 뛴 그는 피로한지 자꾸 뻗정걸음을 했다. “진통제 맞고 버티고 있다. 사우나 가서 염증 풀면 된다”며 짐을 챙겼다. 한편 이틀 내내 서울마당 특설 코트에는 시민들까지 걸음을 멈추고 3대3 농구의 열정을 만끽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가능성을 확인했다. 백용현 KBA 부회장은 “3대3 농구에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많은 이들이 흥겨운 음악을 즐기며 농구를 관람하고 관중들의 열띤 호응으로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는 선순환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열린세상]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줄은 1년 전에는 정말 몰랐다. 20일도 남지 않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우리 기자단 입국을 거부하던 북한은 한ㆍ미 정상회담이 끝나자 입장을 바꿨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기자 8명이 지난 23일 서울공항을 출발해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다. 갈마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기자단과 합류했다. 일본은 초대받지 못했다. 외국 기자단은 베이징에서 북한으로 갔지만, 우리 기자단은 ‘ㄷ’ 자 동해 직항로를 이용해 두 시간 반 만에 갔다. 빠른 경로다. 더욱이 공군기지인 서울공항에서 한국 공군이 모는 공군 5호기를 타고 북한으로 갔다. 갈 수 없는 가장 먼 나라가 가장 가까운 항로가 되고 적대의 수단이 협력의 방편이 되기도 하는 것이 남북의 거리이고 시간이고 관계다. 생각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상상력이 필요한 때가 왔다. 물론 반전에 반전, 곡절에 곡절이 있을 것이지만 그렇다. 어느 공공기관 고위직을 만났다. 때가 때이니만큼 11년 전에 만든 보고서도 꺼내서 보고 통일준비위원회도 만든다고 한다. 또 급격한 인력 조정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오래된 인력들을 북한에 전진 배치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마음이 답답했다. 몇 가지 얘기를 했다. 너무 거창하니 평화협력팀 정도로 하면 좋겠다, 남들 다 하는 큰 의제 말고 기관 정체성에 맞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을 하는 게 맞겠다, 보낼 데 없는 고위직을 책임자로 하지 마라, 새로운 기술을 아는 젊은 사람들로 팀을 만들어라, 과거로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미래로 접근하라는 얘기였다. 중국이 신용카드와 개인 컴퓨터의 시대를 생략하고 기술과 플랫폼이 만나 금융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갔듯이 북한도 그렇게 보아야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두 달 전 청와대 출입 젊은 기자 몇몇과 점심을 했다. 2007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얘기도 해주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촛불시위, 대선, 청와대 입성, 그리고 남북 관계까지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는 비명이 나왔다. 나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 근래 몇몇 후배들은 이른바 386이 다 해먹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내 또래 기업 임원들은 6070세대를 향해 30대에 임원 달고 30년째 임원 하면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고 한다. 산업화, 민주화라는 젊은 날의 경험이 평생 계급이 되는 사회다. 그러니 이런 관점이 맞다. “청와대에서 역사의 전환기를 취재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기회다. 행운의 시간이다. 치열하게 이 시간을 잡아라. 그것을 자신의 근육으로 만들어라. 이 경험이 30년은 갈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해석이고 상상력이다. 10여년 전 청와대 근무할 때 외국 언론들은 이런 얘기를 했다. “너희 이웃은 왜 저 모양이야.”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아니야. 형제야.”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합의를 젊은 친구들은 불공정의 문제로 보았다. 교육의 문제로 본다면 평화체제를 향한 과정은 민족 단일성보다는 상호 협력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KBS 이산가족 행사를 눈물 흘리며 보지 않은 세대에게 민족은 교과서에서 만난 단어다. 꿈을 꾼다. 젊은 친구들이 모여 술을 먹다가 큰 소리로 누가 먼저 외친다. “내일 제끼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 보러 갈까?” 기차를 타든 자동차를 빌리든 북한을 가로질러 러시아로 그들은 갈 것이다. 경계를 넘어 새로운 언어, 문화, 기술을 배울 것이다. 외국어는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만들면서 생기는 생활 근육이 될 것이다. 미래의 젊은이들은 성을 부수고 길을 만들 것이다. 대륙과 연결된 한반도의 젊은이들은 한 달이든 일 년이든 다른 곳에서 무작정 살아 볼 수도 있다.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말할 것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선배들 그렇게 하면 안 돼.” 생각만 해도 통쾌하다. 민주화 이후의 새로운 서사나 BTS(방탄소년단), ‘급식체’도 모르는 세대들은 밀려나는 것이 역사다. 그나저나 트럼프 대통령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잘해 줘야 할 텐데.
  • 고아라X김명수 ‘미스 함무라비’ 첫 방송, 시청률 4%대로 순조로운 출발

    고아라X김명수 ‘미스 함무라비’ 첫 방송, 시청률 4%대로 순조로운 출발

    ‘미스 함무라비’가 첫 방송부터 시청률 4%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21일 JTBC 새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첫 방송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미스 함무라비’ 1회는 전국 기준 3.6%, 수도권 기준 4.2%(유료가구 기준) 시청률을 냈다.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판사가 집필, 차원이 다른 ‘진짜’ 법정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날 1회 방송에서는 첫 출근부터 법원을 발칵 뒤집어 놓은 열혈초임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과 냉철한 원리원칙주의자 임바른(김명수 분)의 극과 극 케미로 흥미를 높였다.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던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본격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팽팽하게 부딪혔다. 의료 과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할머니의 사연에 임바른은 “수술하다 사망했다고 다 의사 잘못”이냐며 “규칙대로 싸워서 진 거다. 그럼 승복해야 한다. 시스템인데”라고 철저한 원칙을 주장했다. 반면 박차오름은 “사람이 죽었는데 너무 매정하게 말씀하는 거 아니냐”고 맞받아치고는, 이어 “약자가 비명 지르는 게 떼쓰는 거로만 들리시나 보다. 왜 판사가 됐느냐”고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약자의 편에 서고, 사회 정의를 구현하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판사가 된 박차오름과 달리 원칙주의자 임바른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부터 달랐다. 임바른은 “법관의 임무는 세상을 바꾼다고 큰 소리 치는 자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겁니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세상, 더 시궁창이나 되지 않게. 어설프게 오버하지 않고 누구편도 들지 말고. 냉정하게 룰대로만, 인공지능처럼”이라고 판사의 역할을 정의했지만 박차오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과 땅 위에 선 사람이 싸우고 있으면 시궁창에 빠진 사람부터 꺼내려고 발버둥이라도 쳐 보겠다. 어설프게 오버하면서”라고 팽팽하게 맞섰다. 첫 회부터 치열했던 박차오름과 임바른의 썰전은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높였다. 살아온 환경이나 판사가 된 이유, 그리고 원칙과 기준이 다르기에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의견들은 앞으로 본격 전개될 재판에서도 액셀과 브레이크처럼 상호보완하며 극적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완벽 몰입한 고아라, 김명수의 연기는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고아라는 통쾌한 사이다부터 절절한 눈물까지 폭넓은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신의 한 수’ 캐스팅임을 스스로 입증했고, 김명수는 임바른 그 자체였다. 시니컬한 듯하지만 속 깊은 면모까지 드러내며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선사했다. 치열한 의견 대립조차도 찰떡같은 케미로 승화시키는 두 사람이 만들 재판에 기대감을 자아낸다. 한편 ‘민사44부’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2회는 이날(22일) 오후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사진=JT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4년 전 눈물, 희망으로 바꾼다

    4년 전 눈물, 희망으로 바꾼다

    선수 22명 새 단복 정장 공개 차범근 등 한국 축구 전설 참석 3000명 몰려 원정 16강 기원 신 감독 “3전 전승 반란 준비” 손흥민 “국민 얼굴 웃음꽃 피게”뜨거웠던 ‘광장의 기억’이 한 달 앞당겨 소환됐다. 축구 국가대표들과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가 화창한 2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힘찬 워킹을 선보였다. 차범근, 최순호, 홍명보, 서정원, 최진철, 이운재 등 월드컵 레전드들이 공격수, 미드필더, 골키퍼 및 수비수 포지션별로 예비 태극전사 22명과 함께 모델처럼 남색 정장 단복을 차려입고 걸어 나와 3000여명의 팬들에게 출정 인사를 건넸다.경기 일정이나 항공편에 어려움을 겪었던 정우영, 김승규(이상 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권경원(톈진 취안젠)과 전날 아킬레스건을 다친 권창훈(디종)이 빠졌다. 무릎이 여전히 좋지 않은 이근호(강원)는 선수단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남아 있었다. 신 감독은 권창훈 대체 선수를 선발하지 않고 이날부터 경기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되는 훈련을 27명으로 치르기로 했다. 따라서 보름여 동안의 훈련과 두 차례의 국내 평가전(오는 28일 온두라스, 6월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을 치르고 다음달 3일 출국 때는 4명만 제외한다.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맨 처음 무대에 나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김신욱(전북) 공격 트리오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후배들이 끼를 발휘해서 견고한 (상대 수비)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고,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때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은 “내 눈물은 큰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국민과 축구팬이 우리 팀을 응원하면서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게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생애 첫 성인 대표팀 승선이란 기쁨을 누린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문선민(인천), 오반석(제주)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승우는 팬들의 사인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다섯 글자로 소감을 밝혀 달라는 주문에 “이게 실화냐”라고 재치 넘치는 답을 내놨다. 그 뒤 ‘가자 러시아’ 5행시, ‘월드컵’, ‘신태용’ 3행시로 선수들은 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국민들에게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코치, 전력분석원들과 함께 나온 신 감독은 “흔히들 3전 전패라고 생각하는데 첫 경기 스웨덴을 잡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3전 전승 통쾌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저부터 최선의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비롯한 선수단은 “부족한 전력과 잇단 부상 소식으로 어렵지만 일방적인 응원을 업는다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한축구협회가 사상 처음 광장 출정식을 기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고 이는 일정 부분 충족된 분위기였다. 일찌감치 찾은 열혈팬들이나 주변 직장인들까지 3000여명은 궂긴 일이 적지 않은 터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대회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의 염원을 이뤄 줄 것을 성원했다. 한편 신 감독은 첫 훈련에 앞서 권창훈을 대체할 득점 자원이나 전략 구상에 대해 “크게 생각하는 내용은 있다. 다른 전술을 생각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6월 광장의 뜨거움 앞당겨 소환 “가자 러시아 월드컵”

    6월 광장의 뜨거움 앞당겨 소환 “가자 러시아 월드컵”

    뜨거웠던 광장의 기억이 한달 앞당겨 소환됐다. 축구 대표팀 선수들과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가 화창한 2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힘찬 워킹을 선보였다. 차범근, 최순호, 홍명보, 서정원, 최진철, 이운재 등 월드컵 레전드들이 공격수, 미드필더, 골키퍼 및 수비수 포지션별로 22명의 태극전사들과 함께 모델처럼 삼성물산의 남색 정장 단복을 차려 입고 걸어나와 3000여명의 팬들에게 출정 인사를 건넸다. 경기 일정이나 항공편이 여의치 않았던 정우영, 김승규(이상 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권경원(톈진 취안젠)과 전날 아킬레스건을 다친 권창훈(디종)이 빠졌고 무릎이 여전히 좋지 않은 이근호(강원)는 선수단 버스에 남아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권창훈의 대체 선수를 선발하지 않고 이날부터 경기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되는 훈련을 27명으로 치르기로 했다. 따라서 소집 훈련과 두 차례 국내 훈련을 치르고 다음달 3일 출국 때 4명만 제외하면 된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맨처음 무대에 나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김신욱(전북) 공격수 트리오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후배들이 끼를 발휘해서 견고한 (상대 수비)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고,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때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은 “내 눈물은 큰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며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국민과 축구팬이 우리 팀을 응원하면서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게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생애 첫 성인 대표팀 승선의 기쁨을 누린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문선민(인천), 오반석(제주) 등은 감개무량한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이승우는 팬들의 사인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다섯 글자로 소감을 밝혀달라는 주문에 “이게 실화냐”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그 뒤 ‘가자 러시아’ 5행시, ‘월드컵’ ‘신태용’ 3행시 등으로 선수들은 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국민들에게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코치, 전력분석원들과 함께 나온 신태용 감독은 “많은 분들이 3전 전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첫 경기 스웨덴을 잡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3전 전승 통쾌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저부터 최선의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비롯한 선수단의 뜻은 “부족한 전력과 줄부상 소식으로 어렵지만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있다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데 모였다. 대한축구협회가 사상 처음 광장 출정식을 기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고 이는 일정 부분 충족된 것으로 보였다. 일찌감치 찾은 열렬 팬들이나 주변 직장인들까지 3000여명은 궂긴 일이 적지 않은 대표팀이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의 염원을 이뤄줄 것을 성원했다. 한편 출정식을 마친 선수단은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파주 NFC에서 첫 소집 훈련을 시작한다. 신태용 감독은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격 전술의 핵심인 권창훈의 전열 이탈로 생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구상을 밝힐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예비 태극전사들은 다음달 3일 출국 전까지 보름 남짓 훈련과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온두라스(대구스타디움), 다음달 1일 오후 8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주월드컵경기장)와 각각 평가전을 치른 뒤 최종 23명을 확정하고 다음날 하루 휴가를 보낸 뒤 다음달 3일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떠날 예정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뉴스를부탁해]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 ‘평범한’ 슈퍼히어로

    [뉴스를부탁해]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 ‘평범한’ 슈퍼히어로

    최근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인 영화가 있습니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영웅, 히어로들이 잔뜩 나옵니다. 우주에서 가장 힘센 악당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지요. 맞습니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지난달 25일 개봉했는데 벌써 1000만명이 넘게 봤더군요.영웅은 판타지 영화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얼마전 평범한 슈퍼히어로를 발견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앞에서 가로막아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한영탁(46)씨입니다. 그의 차량 모델 이름을 따 ‘투스카니 의인’으로 불리고 있죠. ●투스카니 의인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건데…부담스럽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IC를 3km 앞둔 지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코란도차량을 몰던 A(54)씨가 신음을 내며 쓰러졌습니다. 차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지만 A씨가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 약 4분간 1.5km의 거리를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계속 주행 중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한씨는 A씨가 조수석 쪽으로 쓰러진 것을 본 뒤 경적을 울리며 그를 깨우려했으나 반응이 없자 코란도를 앞질러 자신의 차량과 충돌하게 한 뒤 차를 멈춰 세웠습니다. 한씨의 용감한 선행은 코란도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투스카니 제조사인 현대차는 그에게 2000만원 상당의 벨로스터 신차를 선물하기로 했고, LG복지재단은 ‘LG의인상’과 상금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한씨의 반응입니다. 그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런 관심이 많이 부담스럽다. 그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 그만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선행을 별일 아닌 일이라며 쑥쓰러워 했습니다.어벤져스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시민영웅은 한씨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희생해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한 평범한 슈퍼히어로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2015년 LG복지재단이 제정한 ‘LG의인상’을 받은 71명의 일부입니다. 결말이 중요한 히어로 영화 기사 앞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가 붙습니다. 이 기사에는 가슴이 울컥하고 소름이 돋거나 눈물이 나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피 흘리며 흉기범 제압한 남성 “피하면 다른 사람이 다칠 것 같았다” 지난해 4월 7일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출구에서 노숙자 김모(54)씨는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30대 여성을 따라가 주먹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개찰구에서 나오던 곽경배(40·이하 당시 나이)씨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김씨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곽씨는 김씨가 주머니 속에서 여행용칼을 꺼내 휘두르는 바람에 오른 팔뚝을 찔렸지만 도망가는 김씨를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붙잡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간 곽씨는 오른팔 신경과 근육이 끊어지고 동맥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2년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흉기를 보는 순간 두려웠지만 내가 피하면 다른 이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응했다”면서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은 있고 그래서 사회가 유지된다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LG는 곽씨에게 치료비를 포함해 5000만원의 상금을 전달했습니다.또다른 흉기범을 제압한 80대 영웅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26일 역삼역 5번 출구 근처에서 60대 남성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여성을 뒤쫓아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여성의 목과 가슴을 수차례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은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범행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현장을 지나던 김부용(80)씨와 김용수(57)씨가 범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김부용씨가 범인의 목을 잡고 김용수씨가 팔을 비틀어 흉기를 빼앗았습니다. 출동한 경찰에게 범인이 체포되고 피해 여성은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노장 히어로’가 없었다면 더 큰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는 이런 ‘묻지마 폭행’이 적잖이 일어납니다. 시민영웅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난 2016년 6월 27일 교대역 근처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 남성이 30cm가 넘는 흉기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둘렀습니다. 이를 목격한 대법원 직원 송현명(30), 오주희(29), 변재성(26)씨와 서울중앙지법 직원 이동철(29)씨는 가방을 방패 삼아 범인에게 다가갔고 시민 조경환(30)씨도 가세해 흉기를 빼앗고 범인을 제압했습니다. 이들은 얼굴과 목에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5명의 영웅은 모범시민 표창과 함께 각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아이언맨 부럽지 않은 ‘크레인맨’과 ‘포크레인맨’ 영웅들의 진가는 화재 현장에서도 발휘됩니다. 마블스튜디오의 영화에 ‘아이언맨’이 있다면, 우리에겐 ‘크레인맨’과 ‘포크레인맨’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 22일 오후 8시, 경기 부천 여월동 주택가의 한 빌라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4층 베란다에서 엄마와 13개월 아들, 초등학생 두딸 등 일가족 5명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소방용 사다리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전선에 걸릴 위험 때문에 사다리를 뻗지 못한 채 40분이 흐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빨간 크레인차 한대가 나타났습니다. 간판가게를 하는 원민규(51)씨가 자신의 2.5t 크레인을 몰고 온 것입니다. 원씨는 크레인에 소방대원을 태워 4층에 올려보냈고 일가족은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원씨는 “저도 6살 딸 아이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면서 “그러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2016년 12월 16일 경기 화성 방교초등학교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급식실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주차장에 있던 승용차 10대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연료통과 타이어가 연이어 터지고 있었습니다. 4층 건물이 30분만에 타버릴 정도로 불길이 거세 교사와 아이 20여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철문이 굳게 닫혀 소방차가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굴착기 한대가 나타났습니다. 굴착기는 지체 없이 학교 철문을 부숴 소방차의 진입로를 확보하고 난간에 고립된 8명을 굴착기 삽에 태워 무사히 구조했습니다. 포크레인맨은 주변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안주용(46)씨였습니다. 구조가 끝난 뒤 홀연히 사라졌던 그의 선행은 화성소방서의 수소문 끝에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안씨가 간 이식 수술로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용감하게 나섰던 것으로 확인돼 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안씨는 “내 자식같은 아이들이 갇혀 있는데 그저 가서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겸손해했습니다. ●용감한 ‘시민의 발’ 버스 기사들 ‘시민의 발’인 버스기사들의 영웅적 면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2월 6일 전남 여수 학동을 시내버스 한대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퇴근길 40여명의 승객이 탄 버스 안에서 60대 문모 씨가 갑자기 시너 15ℓ를 바닥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운전기사 임정수(47)씨는 재빨리 앞뒤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을 대피시켰습니다. 2~3분 만에 버스는 완전히 화염에 휩싸였지만 모든 승객이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내린 임씨는 달아나는 범인을 쫓아가 붙잡았습니다. 지난 1월 26일 전북 전주 완산구 효자동에서는 3중 추돌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튕겨져 나간 차량 한대가 인도턱을 들이받았는데 차에 연기가 나고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핸들과 시트 사이에 끼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이때 사고 현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기사 이중근(61)씨는 차를 세우고 달려가 한 시민과 함께 피 흘리는 운전자를 차량 밖으로 빼냈습니다. 2~3초 뒤 큰 폭발음과 함께 차량 전체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이씨는 시민들과 함께 소화기로 불을 껐습니다. 한참 후에야 바지가 불에 타고 머리와 손목에 화상을 입은 것을 알게 된 이씨는 “누구나 다 그런 상황이 되면 사람부터 살리려고 할 거다. 그게 사람의 도리”라고 말했습니다. ●구조 요청에 2000만원짜리 그물 버린 ‘바다의 영웅’ ‘투스카니 의인’처럼 재산상 손해를 감수하고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한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 16일 오전 5시 강남역사거리를 마지막 야식 배달을 마친 오토바이 한 대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무서운 속도로 검은색 외제차가 달려와 오토바이와 부딪혔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48)씨가 도로 위에 나뒹굴었지만 외제차는 그대로 달아나버렸습니다. 신호 대기 중이던 운전자 이원희(32)씨와 류재한(27)씨가 사고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구입한지 일주일도 안 된 새차 생각에 이씨는 잠시 머뭇했지만 이내 비상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뺑소니 차량을 추격했습니다. 류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뺑소니범은 강남역부터 남부순환로까지 무려 13km를 질주했습니다. 새벽의 추격전 끝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합동 검거에 성공했습니다. 외제차에서 내린 곽모(25)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59%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추격전에서 곽씨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류를 무려 26차례 위반했습니다. 곽씨를 멈춰 세우려던 이씨의 새차는 크게 파손됐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뺑소니범을 검거한 두 사람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영웅의 선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씨와 류씨는 “좋은 일을 해서 뿌듯하지만 사고 당하신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포상금 전부를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바다를 지키는 영웅도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2일 새벽 3시, 깜깜한 진도 앞바다에서 선박 화재 신고가 접수됩니다. 해경은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 인근에서 조업하던 ‘707 현진호’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배의 선장인 김국관(49)씨는 지체 없이 선원들에게 조업 중인 그물을 칼로 잘라버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사고 현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린 김씨는 불이 난 배에 밧줄을 묶어 연결한 뒤 바다에 뛰어든 선원 7명을 25분만에 모두 무사히 구했습니다. 김씨는 이들이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도록 옷과 양말을 있는대로 꺼내 갈아입혔습니다. 김씨가 끊어버린 그물은 2000만원 상당이었습니다. 그가 해경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면, 그물을 다 거둬들인 뒤에야 움직였다면 선원들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을 것입니다. 알고보니 김씨는 2004년에도 전남 신안 소흑산도 남쪽 바다에서 난파된 어선의 선원 10명을 구조한 적이 있는 진짜 바다의 영웅이었습니다. LG 측은 김씨에 그물 수리비를 포함해 30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흙탕물에 침수된 차에 갇힌 일가족 구한 최현호씨 영웅들은 물불 가리지 않죠. 물에 빠진 시민들을 용감하게 구한 의인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31일 전남 광주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로 도시는 마비 상태였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비에 침수된 송정지하차도 주변을 지나던 최현호(39)씨는 물에 잠겨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은 차량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함께 있던 아내에게 구조 신고를 부탁한 최씨는 싯누런 흙탕물에 뛰어들었습니다. 5분 만에 할머니와 3살짜리 아이, 아이의 엄마를 물밖으로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차안에 생후 7개월 아기가 갇혀있다며 발을 굴렀습니다. 최씨는 다시 물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2m가 넘는 수심. 수압 때문에 뒷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운전석 쪽으로 이동한 그는 가까스로 문을 연 뒤 손발을 휘저어 뒷좌석 천장에 떠 있던 아기를 발견해 구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최씨와 주변의 시민들은 번갈아 가며 쉼 없이 인공호흡을 했고 아이는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딸 2명을 키우는 최씨는 “아기가 무사히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면서 “누구나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에 나섰을 텐데 뜻밖에 많은 칭찬을 받게 돼 쑥스럽지만 감사하다”고 수줍게 말했습니다.지난해 8월 13일 오후 3시, 강원 속초 장사항 해변에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나 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해수욕을 즐기던 40대 남성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나간 직후 였습니다. 의식을 잃은 피서객을 해변에 옮긴 이 영웅은 구조대가 나타나자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영웅의 정체는 뜻밖에 온라인에서 확인됐습니다. 출장 수리를 나온 LG전자 속초서비스센터의 서비스 엔지니어 임종현(35)씨였습니다. 임씨의 유니폼과 이름을 눈여겨 본 목격자가 LG서비스센터 미담게시판에 그의 선행을 칭찬하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호수에 빠진 차량 운전자 구한 10대 영웅들 어벤져스 멤버인 스파이더맨의 정체는 10대 고등학생 피터 파커입니다. 어린 영웅의 활약은 더 짜릿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린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체고 3학년이었던 김지수, 성준용, 최태준군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일 강원 춘천 의암호에 추락한 승용차를 발견합니다. 차 무게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물 아래로 가라앉은 차량에는 몸이 반쯤 빠져나온 여성 운전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호수 뚝방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지만 물이 깊고 차가워 구조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주변에서 운동을 하던 3명의 고등학생은 20여m를 빠르게 헤엄쳐 물에 빠진 여성을 침착하게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주변에 위험하다고 말리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아니면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물에 뛰어들었다”면서 “학교에서 평소에 생존 수영과 인명구조를 배워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어벤져스에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처럼 용감하고 강력한 여성 영웅이 현실에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6일 울산 중구의 도로 한가운데 경보를 울리는 구급차 한대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대였습니다. 호흡곤란 상태인 임신 7개월의 산모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세의 기적’처럼 차들이 양편으로 갈라졌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최의정(31)씨가 길을 막은 차량들의 문과 트렁크를 일일이 두드리며 구급차가 갈 수 있는 길을 터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기적’으로 구급차 길 터준 30대 여성 최 씨는 교통상황을 살피면서 구급차를 호위했습니다. 덕분에 산모는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제때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소방관의 아내였던 최씨는 “사이렌이 울리면 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차들이 조금만 비켜줘서 빨리 구급차가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영웅도 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니말(39)씨입니다. 지난해 2월 10일 경북 군위 산골마을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90대 여성이 불이 난 집에 갇혀 있었습니다. 니말씨는 망설임 없이 거센 불길을 뚫고 집안을 뒤져 할머니를 구했습니다. 얼굴과 폐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니말씨는 3주 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치료비만 1300만원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벌기 위해 5년 전 한국에 온 니말씨의 사정을 알고 있던 고용주와 소방서 직원들이 돈을 모아 치료비를 대신 내주었습니다. 니말씨는 “평소 마을 어르신들의 보살핌이 고마워 용기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지하철 선로에 발을 헛디뎌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군인, 큰 너울에 휩쓸린 근로자를 구하다 숨진 해경 특공대원, 800도가 넘는 불길을 온몸으로 막고 시민들을 구조한 소방관들… 영웅의 이야기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2015년 제정된 LG의인상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72명입니다. 의로운 선행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들은 아마도 더 많을 것입니다. 여기에 소개한 영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두렵고 겁이 나서 못할 일인데도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얘기합니다. 영웅들은 공감능력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나에게도 가족이 있기에”가 영웅들이 선행에 나선 동기였습니다. 이런 의인들이 각박하고 이기적인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요.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러시아월드컵 28명 엔트리 공개…손흥민·황희찬·이승우 포함

    러시아월드컵 28명 엔트리 공개…손흥민·황희찬·이승우 포함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14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출전선수 명단 발표식에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빛낼 28명의 태극전사를 공개했다. 최종명단은 23명이지만 부상자들의 상태를 지켜보는 차원에서 5명을 예비명단으로 추가 발탁했다. 최전방 공격진은 예상대로 손흥민과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활약한 황희찬이 뽑혔다. 신 감독은 손흥민-황희찬 조합을 투톱 공격수로 가동할 전망인 가운데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전북)과 4년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득점에 성공한 이근호(강원)를 백업 자원으로 선택했다. 중원에서는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2010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설 기회를 얻은 가운데 이탈리아 무대에서 뛰는 젊은 공격수 이승우(베로나)도 신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신 감독은 국내 평가전까지 함께 훈련하면서 28명 가운데 23명을 뽑아 러시아 월드컵에 나설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또 IS 악몽… 印尼 일가족 6명, 성당·교회 3곳서 자폭 테러

    또 IS 악몽… 印尼 일가족 6명, 성당·교회 3곳서 자폭 테러

    프랑스 파리에서 12일(현지시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테러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러시아 체첸공화국 출신의 청년이 도심 번화가에 흉기를 들고 나타나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IS는 이번 범행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11월 IS 폭탄 테러로 130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비롯해 최근 지속적인 테러에 시달린 프랑스 전역에 다시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쯤 프랑스 유명 극장인 오페라 가르니에 인근 몽시니가에서 한 남성이 행인들을 상대로 갑자기 흉기를 꺼내 공격했다. 몽시니가는 소설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 극장과 레스토랑, 주점, 백화점 등이 몰려 있어 유동인구가 매우 많다. 한인 식료품점도 있어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이날은 토요일 밤이어서 줄지어 늘어선 가게들마다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위협을 가하면서 평화로운 주말 도심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놀란 관광객과 시민이 비명을 지르며 숨을 곳을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괴한은 가게마다 들러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한 목격자는 “칼을 든 괴한이 손에 피를 가득 묻힌 채로 거리를 돌아다녔다”며 “이 남성이 식당 입구에 있는 젊은 여성을 공격하고 달아났다”고 전했다. 20~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숨졌고, 4명이 다쳐 인근 조르주 퐁피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2명은 중상이다. 경찰은 범인을 전기충격기로 제압하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사살했다. 그는 범행 당시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라는 뜻의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IS는 자신들의 선전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번 범행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자신들을 탄압하는 미국 주도 연합군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사법 당국은 범인이 1997년 체첸공화국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의 20세 청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파리에서는 2015년 11월 축구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와 바타클랑 극장 등 시내 6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 세력의 동시다발 총격·폭탄 테러로 시민 130명이 희생됐다. 또 이듬해인 7월 남프랑스 니스에서 대형트럭이 돌진해 86명이 목숨을 잃었다. IS는 니스 테러 역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프랑스 검찰은 당시 트럭 운전사와 IS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13일 인도네시아 제2 도시인 수라바야에서는 9세 소녀를 포함한 일가족 6명이 성당과 교회 3곳에서 연쇄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최소 13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테러 용의자 6명이 일가족이며 시리아에서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IS 동조자 500명 가운데 일부라고 밝혔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일가족 가운데 16세와 18세인 아들 2명이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먼저 폭탄을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수라바야 구벙 지역의 성당 경내로 들어가 자폭했다. 이어 오전 8시쯤에는 얼굴을 가린 어머니가 9세와 12세인 딸 2명을 데리고 디포느고르 거리에 있는 교회 경내로 들어가다가 보안요원의 제지를 받자 자살 폭탄 테러를 벌였다. 비슷한 시간 아르조노 거리에 있는 교회 앞에서는 아버지가 차량을 이용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수라바야에 있는 모든 성당과 교회에 미사나 예배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일대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경찰은 또 IS 연계 테러 조직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가 테러의 배후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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