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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조국 딸 의사국시 효력정지, 민사 대상인지 검토 필요”

    법원 “조국 딸 의사국시 효력정지, 민사 대상인지 검토 필요”

    법원 “행정소송 대상 아닌지 살펴봐야”의사단체로부터 추가 자료 제출받기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딸 조모씨의 의사 국가고시 필기시험 응시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의사단체가 낸 가처분 신청에 법원이 “민사소송 대상이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일 서울동부지법 민사제21부(부장 임태혁)는 지난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을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같이 밝히고 추가 서류를 제출받기로 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국시 응시로 신청자인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법익이 어떻게 침해되는지가 설명되지 않았다”며 “단순히 ‘공공복리의 침해’를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국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행하게 돼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다투는 것이 행정소송의 대상은 아닌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1심에서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에 대한 유죄가 모두 인정돼 징역 4년이 선고된 정경심 교수의 최종 판결 확정 때까지 조씨의 의사국시 필기시험 응시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동부지법에 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씨는 지난해 9월 2021학년도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치러 합격했고 이달 7∼8일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다.조씨는 2014년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하며 동양대 총장으로부터 봉사상 표창장을 받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을 이수했다는 내용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정경심 교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에 대해 “위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되며, KIST 인턴확인서도 허위”라는 취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조씨에 대해 부산대는 “부정 입학이 문제가 돼 고등학교 졸업 취소와 대학교 입학이 취소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선례를 참고하겠다”며 “입학이 취소되면 졸업도 취소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조씨의 졸업 취소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복’의 공유·박보검 vs ‘비상선언’의 송강호·이병헌… 흥행보증수표 이름값 누가 할까

    ‘서복’의 공유·박보검 vs ‘비상선언’의 송강호·이병헌… 흥행보증수표 이름값 누가 할까

    올해 영화계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기대작들의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들이 몰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소울’을 비롯해 ‘서복’, ‘모가디슈’, ‘영웅’, ‘한산: 용의 출현’, ‘탑건: 매버릭’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우선 이번 달 개봉이 예정된 기대작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과 지난해 11월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커넥트’다. 오는 20일쯤 개봉하는 소울은 제각각 성향을 가진 영혼이 ‘태어나기 전 세상’에 있다가 지구에서 인간으로 출생한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 냈다. ‘몬스터 주식회사’, ‘업’을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의 작품이다. 20일 개봉이 확정된 ‘커넥트’는 제이컵 체이스 감독의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디지털 기기 화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존재의 표적이 된 소년과 엄마가 살아남고자 모든 전자 기기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 상황을 그렸다. 하지만 올해를 기약한 기대작 대부분이 아직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CGV 관계자는 “설 대목 등을 주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개봉하려다 미뤄진 SF 영화 ‘서복’은 ‘흥행 보증 수표’ 공유와 박보검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마지막 임무로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여정을 담고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듄’도 SF 열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은하계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 ‘멜란지’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200만회를 돌파했다. 지난해 개봉을 못 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도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들이 생사를 걸고 함께 탈출한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역사물들도 잇달아 극장가를 찾아온다.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선고를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의 생애 마지막 1년을 그렸다.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등이 출연한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은 17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의 후속작으로, 임진왜란 개전 후 왜군과의 첫 번째 전면전을 다룬다. 재난 영화로는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등이 있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1분 만에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현실 재난 영화로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가 주연을 맡았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에 직면해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항공 재난 영화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이 뜨겁다. 이 밖에 톰 크루즈 주연의 기대작 ‘탑건: 매버릭’도 올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전투기 영화의 고전과도 같은 ‘탑건’(1986)의 후속편으로 35년 만에 톰 크루즈가 전투기 조종사를 연기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용구가 쏘아올린 수사종결권 논란… 수사권 조정 불똥?

    이용구가 쏘아올린 수사종결권 논란… 수사권 조정 불똥?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와 상급 기관인 경찰청의 해명에도 석연찮은 구석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사건 해결의 키는 결국 검찰로 넘어갔고, 사건을 맡게 된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원점부터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1월부터 경찰은 검찰과 대등한 ‘협력 관계’로 격상됐고, 1차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차관의 청탁이나 경찰의 봐주기 수사 정황이 드러나면 경찰은 국민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첫해부터 삐걱거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서울신문은 3일 이 차관의 사건을 정리해 봤다.●특가법이냐 폭행이냐… 아리송한 그날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기사 A씨가 “남자 택시 승객이 목을 잡았다”며 112에 신고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술에 취해 잠든 승객을 깨우다 벌어진 일이다. 신고를 접수한 파출소 경찰관은 신고 장소인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으로 출동했다. 이 승객이 지난달 2일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기 전 당시 변호사였던 이 차관이다.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목 부위를 잡혔다”고 말했다. 운행 중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이 차관이 갑자기 뒷문을 열었고, 이를 제지하자 이 차관이 욕설을 내뱉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그는 이 모습이 블랙박스에 모두 담겼다고 설명했지만 인근 파출소로 이동해 확인한 블랙박스에서는 사건 발생 당시 녹화된 영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담당 파출소는 이 사건을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면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해 서초서로 넘겼다. 사흘 뒤 A씨의 진술은 달라졌다. 지난 11월 9일 오전 서초서에 출석한 A씨는 이 차관이 목 부위를 잡은 것이 아니라 멱살을 잡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거의 다 왔을 무렵’이라고 진술한 사건 발생 시점도 목적지에 도착해 이미 차를 세우고 난 후라고 설명했다. 욕설 역시 이 차관이 혼잣말로 ‘에이, 씨’라고 중얼거려 신경쓰지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A씨는 서초서에 다시 블랙박스와 SD카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이날도 영상을 발견하지 못 했다. 그는 같은 날 이 차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도 냈다. 서초서는 이 차관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한 파출소와 달리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해 11월 12일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특가법을 적용하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지만, 단순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이 차관에게 특가법을 적용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함에도 폭행죄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장 상황, 피해자 진술, 관련 판례 등을 검토해 폭행죄로 판단했다”면서 “해당 사건은 정식 입건하기 전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돼 내사종결했다”고 해명했다.●하차 위해 일시 정차해도 ‘운행 중’ 포함 경찰의 판단을 두고 쟁점이 된 부분은 택시의 운행 여부다. 문제가 된 특가법 조항은 특가법 제5조 10항으로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사건 발생 시점을 ‘거의 다 왔을 무렵’이라고 밝힌 A씨의 최초 진술대로라면 택시는 운행 중이었을 가능성이 커진다. 택시가 이미 정차한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 제5조 10항에는 ‘운행 중’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해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승객의 승·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건 발생 당시 A씨가 목적지 인근에 차를 세우고 이 차관을 깨우려 했다면 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당시 택시의 시동이 커져 있었는지 파악해야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2008년 대법원 판례와 2015년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두 판례의 내용은 비슷하다.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경우 ‘운행 중’에 해당하지 않아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소가 논란이 됐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아파트 단지 입구 경비실 앞’이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와 단지 사이의 이면도로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사건 발생 장소가 ‘일반도로’라는 주장이 나왔다. 아파트 단지 안이 아니라 일반도로에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단순히 아파트 단지 안과 밖만 따진 것이 아니라 사건 발생 시간대의 통행량·통행인 등을 고려해 교통안전과 질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장소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블랙박스와 같은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끼워 맞추기’식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건을 수사했던 서초서에서 당시 변호사였던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도 쟁점이다. 경찰은 “사건 당시 이 차관이 변호사라는 사실만 알았을 뿐 구체적인 경력은 몰랐다”고 했지만 이 차관은 사건이 발생한 11월에도 초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처장으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 12월 2일 이 차관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 ●서초서, 李의 법무부 경력 인지여부도 쟁점 이 차관 사건 논란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불똥이 튀었다. 그동안 사건을 정식 입건한 경우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야 했던 경찰은 올해 1월부터 수사종결권을 갖고 자체 판단하에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이 차관 사건은 사건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한 경우지만, 앞으로는 정식 입건한 사건이라도 이와 비슷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이 같은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부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남용해 일부 사건을 부적절하게 무마하고 끝내 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차관 사건은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에도 통제 장치는 있다. 경찰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마무리한 모든 사건의 기록과 그 이유를 적은 서류, 증거물 등을 검찰에 송부해야 한다. 검찰은 이를 최장 90일 동안 검토한 후 불송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고소인,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이 불송치 취지를 확인하고 경찰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때도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다만 통제 장치에도 허점은 있다. 이 차관 사건은 이러한 통제 장치의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피해자인 A씨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경찰의 불송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리 없는 데다 사건을 받아 본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더라도 경찰이 같은 판단을 반복해서 내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된다. 한상희(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이 차관 사건은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염려했던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경찰이 수사에는 전문성이 있을지 몰라도 수사 결과에 법을 적용하는 부분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올해부터 경찰이 수사도 하고 법리 판단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 논란이었는데, 그 논란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걸 드러냈다”고 말했다. 사건은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 지휘를 하지 않고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고발인을 불러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만약 검찰이 이 차관의 특가법 위반 혐의를 입증해 경찰과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씨줄날줄] 부정채용 의혹/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부정채용 의혹/이동구 수석논설위원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며 “공정한 사회, 공정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적폐청산’이라는 정치·사회적 화두는 각 분야의 불공정 사례들을 파헤치고 단죄했다. 특히 그해 하반기 불거진 2012~13년에 발생한 강원랜드의 직원채용 비리 의혹은 이듬해 국정감사로 이어졌다. 강원랜드는 입사시험과 면접 단계에서부터 간부직원과 외부 유력자 등의 입김이 작용된 대규모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입사가 결정됐던 226명의 직원들이 대거 퇴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몇몇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에서도 채용비리 사건과 의혹들이 잇따라 드러나 많은 시민이 분노했다. 공정사회를 열망하는 시민사회의 관심은 2019년 말 최고조에 이르렀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녀입시 관련 의혹을 두고 우리 사회가 또다시 양분됐다. 검찰수사가 과잉이라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쪽과, 공정성을 훼손한 입시부정을 단죄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대규모 집회로 대립했다. 최근 1심 판결에서 정 교수에 대한 각종 의혹이 사실로 인정돼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지만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인재등용 방식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고려와 조선의 과거시험에도 부정이 없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각종 부정행위와 이를 걱정하는 임금과 신하의 대화, 처벌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은 권세 있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 부당하게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사례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경국대전에는 ‘차술(借述ㆍ남의 글을 옮겨 적은 답안지)하거나 대술(代述ㆍ대리시험)하면 곤장 100대를 치고 과거시험 2회를 정지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부정행위는 끊이지 않았고 순조 이후에는 세도가에게 뇌물을 바치는 사람은 합격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탈락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결국 1894년 갑오개혁을 거치면서 과거제가 폐지됐지만 당시의 폐단들은 우리 사회에 숨어들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듯하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성남시와 산하기관에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을 대거 부정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은 시장은 “직원 채용은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부인한다. 부정채용은 자녀 입시비리와 군입대 비리만큼이나 국민이 싫어하는 사안이다. 자치단체정부나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불공정 행위들이 공정사회를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자주 흔들고 있다.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니 2020년의 세밑은 을씨년스럽지만, 새해에는 반드시 쨍하고 달라지길. yidonggu@seoul.co.kr
  • [사설] 초대 공수처장, 신임 법무장관 후보자에게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최종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이미 사의를 밝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신설되는 공수처는 물론 법무부 또한 검찰개혁의 중요한 맥락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등장으로 검찰개혁은 ‘시즌2’에 진입하는 셈이다. 문 정부 임기 후반기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가 두 사람 어깨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제서야 국민적 열망인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게 된 것은 만시지탄이라고 할 수 있다. 무려 20년 넘게 공수처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해 12월 30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반대에 맞서 공수처 법안까지 전격 처리했지만 여지껏 초대 공수처장 지명도, 공수처 출범도 야당의 몽니로 기약 없이 늦어지다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됐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을 결사저지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도도한 물결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초대 공수처장에 취임하면 공수처의 초석을 놓는다는 자세로 3년 임기 내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초대 공수처장의 최우선 과제는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공수처의 안착이다. 공수처 설립의 취지를 어느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수처 설립은 권력과 집단으로부터 독립돼 판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를 엄단하자는 것이다. 성역 없는 수사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사 중단 압력도 상당할 것이다. 공수처가 권력과 야합하는 순간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공중분해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공수처에 대해 ‘권력의 사냥개’ 또는 ‘정권 옹호처’ 등으로 폄하하며 정치적 편향성 우려를 증폭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의심케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만 한다. 신임 법무장관에 지명된 박 후보자는 여당 일각의 과격한 ‘검찰해체론’이나 ‘윤석열 탄핵론’과는 선을 긋기 바란다. 추 장관의 오류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내부 구성원들의 진심 어린 동조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인 내년 7월까지 개인적 친분까지 두터운 윤 총장과 건설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부분 개각과 함께 어제 청와대의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인적쇄신이 뒤따를 것이다. 국민통합적인 국정쇄신의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사설] 성추행 의혹 못 푸는 경찰, 권력비리수사 제대로 하겠나

    서울지방경찰청이 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서울시 부시장 등 7명의 강제추행 방조는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반면 고소문건 유출, 악성댓글 등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는 성추행과 방조라는 본질은 규명되지 않은 채 일부 2차 가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본말이 전도된 수사 결과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경찰은 5개월간 46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했다지만, 과연 수사 의지가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지적한 대로 “범죄 혐의와 별개로 피해자가 소명하고자 했던 사실관계조차” 밝히지 않았다. 경찰이 가해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상황이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박 전 시장 측근들은 “4년에 걸친 성폭력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피해자가 쓴 손편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무고 및 방조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지 피해자의 성폭력 주장이 거짓이라는 발표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어제 밝힌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에 남긴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심경이 성추행의 정황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무혐의’ 수사 결과는 ‘이용구 법무차관 수사 논란’에 이어 경찰이 권력과 맞서 부패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던진다. 1차 수사종결권과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는 ‘공룡 경찰’을 견제하고 인권을 보호할 장치도 필요하지만, 권력 앞에서 추상같은 수사를 할 능력과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을 경찰이 스스로 노출시켰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실체를 밝힐 주체로 이제 검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남았다. 인권위가 실체적인 진실은 물론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막을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을 조속히 발표하고, 검찰도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아덴만 작전 영웅’으로 해군총장까지 올라

    ‘아덴만 작전 영웅’으로 해군총장까지 올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내정자는 해군작전사령관으로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지휘하고 해군참모총장까지 오른 정통 해군 출신이다. 황 내정자는 1978년 해군사관학교 32기로 임관했으며 2011년 1월 해군작전사령관 시절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해운 소속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작전을 지휘, 석해균 선장 등 선원 21명을 전원 구출했다. 황 내정자는 2013년 해군참모총장에 발탁됐으나 이듬해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구조 작업에 투입되지 못한 통영함의 납품 비리에 휘말려 2015년 전역 후 구속 수감됐다. 하지만 1심, 2심 재판부와 대법원 모두 황 내정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권유로 민주당에 입당해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지난 4월 제21대 총선에서 고향인 경남 창원 진해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56년생 ▲경남 진해고·해사 32기 ▲해군참모총장 ▲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현) ▲국민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현)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文 선택은 결국 ‘非검찰’… 초대 공수처장 특명은 역시 ‘檢개혁’

    文 선택은 결국 ‘非검찰’… 초대 공수처장 특명은 역시 ‘檢개혁’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은 결국 판사 출신 김진욱(54·사법연수원 21기)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었다. 이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지난 28일 김 후보자와 검사장 출신 이건리(57·16기)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 2인으로 추천한 가운데 판사 출신인 김 후보자를 공수처장에 임명해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복안이 담긴 인사로 풀이된다.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이 조국·추미애 등 법무부 장관들의 잇따른 ‘불명예 퇴진’으로 좌초되지 않고 공수처를 통해 탄력을 받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도도 엿보인다. 청와대는 30일 김 후보자를 초대 공수처장으로 지명하면서 “김 후보자가 중립성을 지키며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인권 친화적 반부패 수사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장 지명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검찰 등 기관 간 균형성에 방점을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해 “정치색이 없는 원칙론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자가 몸담고 있는 헌법재판소에서는 ‘독이 든 성배’와 같은 자리에 김 후보자가 최종 추천되고, 그가 고사하지 않는 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대구 출신인 김 후보자는 서울 보성고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1998년 2월까지 서울지법에서 근무했다. 같은 해 3월 개업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2010년 1월까지 변호사로 활동했다. 1999년에는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특검팀에 수사관으로 파견돼 결과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임용돼 헌법재판소장 비서실장, 국제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공수처 출범에 대한 여러분들의 기대 그리고 걱정을 잘 알고 있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검증인 인사청문회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내용의 짤막한 입장문을 내놨다.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우려 등에 대해 “출범하면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 대상 1호에 대해서도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인사청문회 때, 그 이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31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후보자로서 첫 출근해 청문회 준비에 착수한다.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출범은 초대 공수처장 지명으로 9부 능선을 넘었지만 공식 출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측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후보 추천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상대로 추천 의결에 대해 무효 확인을 청구하는 본안소송과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지정되면 개정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할 계획이다. 이들은 “친정부 인사가 임명돼 공수처가 권력자를 비호하는 친위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견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는 여야가 각각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혐의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음주 폭행’ 사건을 1호 공수처 사건으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석열 형’이라 불렀던 판사 출신 박범계, 조국 수사 이후 균열… 갈등 지속 우려도

    ‘석열 형’이라 불렀던 판사 출신 박범계, 조국 수사 이후 균열… 갈등 지속 우려도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박범계(57)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겪어 온 만큼 박 후보자가 검찰의 내홍을 봉합하고 검찰개혁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어 갈지 주목된다. 이날 박 후보자는 “엄중한 상황에 부족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받아 어깨가 무겁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판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으로 여당 내 대표적인 법조계 출신 중진으로 분류된다. 그는 1963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대입 검정고시를 통해 한밭대 경제학과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고시 33회에 합격해 서울·전주·대전지법에서 판사로 일했다. 사법연수원 기수는 23기로, 윤 총장과는 연수원 동기다. 참여정부에서는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역임했고,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20·21대까지 3선에 성공했다. 제20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민주당 생활적폐청산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박 후보자는 사석에서 윤 총장을 ‘형’이라고 부르는 등 연수원 시절부터 윤 총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윤 총장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일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 논란으로 정직 1개월을 받자 박 후보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일가 비리 등을 수사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지난 10월 국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당시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날을 세웠고,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이라며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이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박 후보자도 정치인 출신인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이 지속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법제사법위원회 활동을 오래해 검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깊어진 갈등과 상처를 잘 봉합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후보자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며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여간 이어진 ‘법·검 갈등’을 봉합하면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음달 말쯤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 이후엔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잡음 없이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완전 분리를 논의 중이다. 다음달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순항하도록 돕는 것도 박 후보자의 역할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살려달라 해보라” “이상한 억양”…‘석열 형’ 박범계 발언 논란 재조명(종합)

    “살려달라 해보라” “이상한 억양”…‘석열 형’ 박범계 발언 논란 재조명(종합)

    ‘여직원 성추행 논란’ 박원순에 “맑은 분”성추행 피해자에 2차 가해 시비 일어 “윤석열 형” → “尹, 자세 똑바로 앉아라”국민의힘 “경악, 재앙의 연속, 무법부 장관”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내정하자 박 의원의 과거 논란이 됐던 발언들이 재부각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 후보자를 겨냥해 “사법부를 향해 ‘살려달라 해보라’던 이를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면서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박범계,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에 “3000만원 살려달라 절실히 말해봐” 이낙연 “박범계, 말 가려서 하라”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렇게 밝히며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가 지난달 5일 국회 예산심사에서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들, (예산을) 한번 살려주십쇼’ 한 번 하세요”라고 언급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박 후보자는 국회 법사위에서 대법원 판례 USB 제공 서비스 예산이 전액 삭감된 걸 거론하며 조 처장에게 살려달라고 말해보라 해 ‘예산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박 후보자는 조 처장이 난처해하자 “3000만원이라도 ‘절실하게’ 말씀을 좀 해주세요. 그래야지 됩니다 이게.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 이렇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 처장이 말을 잇지 못하자 “아니 살려주십시오 한 마디 하시면 끝날 일을. 참네 답답하시네”라고 웃었다. 이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갑질’ 논란을 의식한 듯 박 후보자에게 “말을 가려서 하라”고 지적했다.윤희숙 ‘임차인 연설’에는“이상한 억양 쓰지 않고 조리 있게 말해” 야권은 박 후보자의 다른 발언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후보자는 여직원 성추행 의혹 속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맑은 분”이라고 표현했다가,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저는 임차인입니다’ 5분 발언으로 주목 받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이상한 억양을 쓰지 않고 조리 있게 말한 것은 귀한 사례”라고 말했다가 “영남 폄하”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박 후보자는 “특정 지역 사투리를 빗댄 표현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박범계 “윤석열 형, 의로운 검사”서“尹 정의는 선택적 정의, 똑바로 앉아!”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입장 변화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사법시험(33회)·사법연수원(23기) 동기로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 총장을 ‘윤석열 형’이라고 불러 화제가 됐다. 박 후보자는 2013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범계 아우’라고 칭하면서 “윤석열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슬프다”는 언급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입시비리 수사, 원전 수사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며 여권과 마찰을 빚기 시작하자 태도를 바꿨다. 윤 총장과 여권의 갈등 구도에서 진행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윤 총장을 몰아세웠다. 윤 총장에게 “자세를 똑바로 앉으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박 후보자를 향해 “인사가 만사(萬事)라 했는데 재앙(災殃)의 연속”이라면서 “무법부 장관을 다시 임명하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김진욱 “공수처 기대·걱정 잘 안다…부족하지만 최선 다할 것”

    김진욱 “공수처 기대·걱정 잘 안다…부족하지만 최선 다할 것”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는 30일 “공수처 출범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잘 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검증인 인사청문회를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구 출신인 김 후보자는 서울대 고고학과를 졸업했고, 사법시험(31회)에 합격한 뒤 1995년 법관으로 임용됐다. 이어 1998년부터 12년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김 후보자는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했다. 2010년부터는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재소장 비서실장, 선임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을 맡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자가 중립성을 지키며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인권친화적 반부패 수사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판사와 변호사, 헌재 선임헌법연구관 외에 특검 특별 수사관 등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진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봤다”고 전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태호 서울시 조사특위 위원장, 무소불위 서태협 회장선거 움직임에 우려 표명

    김태호 서울시 조사특위 위원장, 무소불위 서태협 회장선거 움직임에 우려 표명

    서울특별시의회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조사특위) 김태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강남4)은 서울시태권도협회(이하 서태협)가 서울시체육회의 두 차례에 걸친 회장선거 연기 요청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강행할 태도를 보이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2019년 4월 15일 출범한 서울특별시의회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조사특위는 약 1년 7개월여 동안 19차례 회의를 개최하여 체육인은 물론 일반시민들의 법감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인 서태협의 다양한 비리들을 밝혀내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서태협의 방만 운영 및 비리에 관한 논란은 국회로까지 번져 2020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서태협의 부당한 퇴직금 지급과 제출자료 조작의혹에 대한 질타와 감사원 감사청구 요청이 있었다. 서울시는 서태협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일선 지도자와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 교수, 변호사 등으로 태권도 혁신 T/F를 구성하여 총 55건의 지적사항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서울시체육회에 그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며, 이와 별개로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서태협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태권도의 권위를 훼손하고 국회, 서울시의회의 위상을 실추시켰으며,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 체육행정의 신뢰도 저하를 초래한 서태협의 개혁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예견되는 상황이어서 서울시체육회는 서태협에 대해 새로운 회장 선거를 연기하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두 차례나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럼에도 서태협은 태권도 개혁에 대한 체육인들과 시민들의 열망을 도외시하고 회장 선거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김태호 조사특위 위원장은 “그 동안 서태협은 승품ㆍ단 심사 응시자와 학부모들이 내는 심사비로 타 시ㆍ도에 비해 우월한 재무구조를 가지고도 상임고문 및 일부 임원들에 대한 부당한 수당 및 급여성 경비 지급 등 여러 부문에서 비상식적이고 방만한 운영실태를 드러내 질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타 시ㆍ도 태권도협회가 회원도장들에 대한 긴급 지원에 나선 것과 달리 서태협은 일선 지도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아 회원들의 불만이 높아짐은 물론 협회의 존재의의 조차 의문시되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서태협은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133명의 대의원만으로 새로운 회장을 뽑으려 하지 말고, 개혁을 위한 일련의 조치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려 일선 회원등록관장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새로운 회장을 뽑아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며, “말없는 다수의 일선지도자들도 뜻을 모아 서태협 개혁의 길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호영 “與, 윤석열 제거에 혈안…울분 못참고 씩씩”

    주호영 “與, 윤석열 제거에 혈안…울분 못참고 씩씩”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30일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에 대해 “두 차례나 (윤 총장) 제거를 시도하다가 법원에 의해서 제동이 걸렸으면 (여당이) 정말 반성하고, 사과하고 해야하는데 오히려 울분을 못 참고 씩씩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했으면 그것으로 스톱해야 하는데, 윤 총장이 다시 직무에 복귀해서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니까 윤 총장 제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총장) 탄핵은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발의하고 의결한 뒤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을 해야하는 구조인데, 헌재에서 탄핵 심판이 안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며 “문제는 180석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민주당이 탄핵을 의결하면 그와 동시에 총장의 직무집행도 정지 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탄핵은 안 받아들여지더라도 ‘일단 목은 치자’ 이런 유혹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론은 이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보고 있고, 법률적으로도 법원이 두 번이나 (윤 총장 의견을) 받아들여준 사건”이라며 “민주당이 180석 있다고 힘 자랑을 하면서 무리하게 하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관련해서는 “지금 윤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하니까 민주당, 추 장관 또 청와대까지 나서서 쫓아내려고 난리를 치는데 아마 공수처장이 권력 수사를 하면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런 것을 돌파할 배짱과 강단이 증명되지 않으면 오히려 지금의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정권 비리 사건들을 빼앗아 사장시킬 확률이 있다. 말하자면 공수처장이 추 장관이 한 것과 똑같은 행태를 보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靑 “성역없는 수사 기대”… 초대 공수처장에 ‘판사출신’ 김진욱

    靑 “성역없는 수사 기대”… 초대 공수처장에 ‘판사출신’ 김진욱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에 김진욱(54·사법연수원 21기)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검사 출신 이건리(57·16기)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함께 둘 모두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인사지만, 예상대로 ‘판사 출신’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낙점한 것이다. 공수처의 목적이 검찰개혁에 있음을 감안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지난 28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에서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한지 이틀만에 속전속결로 지명절차를 끝냄으로써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음달이면 공수처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국회에서 오랜 논의 끝에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했고 초대 공수처장으로 최종 후보자를 지명한 만큼 법률이 정한 바대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원만하게 진행돼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회에서 추천한 두 분 모두 훌륭한 후보였지만, 김 후보자가 판사와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 특검 특별수사관 등의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진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동안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의 수호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대한변협 사무차장 등 공익 활동도 활발하게 수행해 왔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국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서 역량과 중립성을 심도있게 논의한 만큼 김 후보자가 공수처의 중립성을 지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인권친화적 반부패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구 출신인 김 후보자는 서울 보성고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출신으로 사법시험(31회)에 합격한 뒤 1995년 법관으로 임용됐다. 서울지법 판사를 거쳐 1998년부터 2010년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특히 1999년에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검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2010년부터 헌재 선임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재소장 비서실장, 선임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을 맡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초대 공수처장 후보 여야 모두 김진욱 연구관 전망

    초대 공수처장 후보 여야 모두 김진욱 연구관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를 지명할 예정인 가운데 여야는 공통으로 2명의 후보 가운데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수처장 최종후보 2명에 대해 “한 사람은 형식적으로 끼워 넣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진욱 헌법재판소 연구관의 최종 지명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권력의 의중이 어디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김진욱 연구관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으면서도 “조직 운영해본 경험도 없고, 수사 경험도 없다. 이 정권의 요직에 지망했다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겹쳐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후보인 검사 출신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검사 출신은 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비춰왔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신임 공수처장은)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정권비리 사건을 빼앗아 가서 사장할 확률이 있다”며 “말하자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하는 것과 똑같은 행태를 보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내다봤다.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 요건이 갖춰졌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를 통해 “선출직이 아닌 일반 공무원에 대한 탄핵은 사실 국회의 고유기능이다”며 국회가 검찰총장을 탄핵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업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대 공수처장으로 문 대통령이 누구를 택할지 여부에 대해 “김진욱 후보자를 최종 공수처장으로 낙점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공수처는 태어나서는 안될 반헌법적 수사기구라는 개인적 입장에는 변함없다”면서도 “공수처는 제2의 검찰로서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등 조직 규모도 있어 탁월한 수사 경험은 물론 충분한 조직운영 경험과 관리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연구관은 특검 수사관으로 짧은 기간 근무한 것 외 수사경험이 없고 기관장으로서 조직관리나 조직운영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건리 변호사를 지명하는 것이 그나마 순리에 따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인사가 만사”라며 “추미애 법무부장관 하나 잘못된 인사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정권을 휘청거리게 만든 것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 어리석음은 누굴 탓하겠나”라고 한탄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경찰, 성남시 부정 채용 신고자 참고인 조사

    경찰, 성남시 부정 채용 신고자 참고인 조사

    은수미 성남시장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이 성남시에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9일 오후 1시30분 성남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다 지난 3월 사직한 이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5시간 동안 조사했다. 이씨는 지난달 25일 국민권익위에 은 시장의 캠프 출신 27명(캠프 인사의 가족·지인 2명 포함) 등 33명이 성남시와 시립도서관, 성남문화재단·성남시자원봉사센터 등 산하기관에 부정 채용됐다는 내용의 ‘성남시 공공기관 채용 비리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씨는 이날 조사에 앞서 “은 시장 측에 그동안 내가 한 측근 비리 보고를 묵살한 것에 대한 사과와 부정 채용자들을 6개월 내 퇴사 조치하도록 요구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해 공익신고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씨는“성남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통해 우리나라 정치에서 오랜 기간 묵시적으로 행해져 온 악습의 고리를 끊는 시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익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또 “공익신고를 하기까지 사직 전·후 은 시장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보고하고, 시정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주었으나 남아있는 1%의 신뢰까지 깨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특히 자신의 폭로 이후 지난 23일 은 시장이 소셜미디어에서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몇 가지 점은 명확하게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가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공격한 것을 반박했다. 은 시장은 “이모 전 비서관은 동료 폭행 등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켜 사직한 분이며, 사직 전·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나 주장을 반복하고 심지어 위협으로 느껴지는 언행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채용비리와는 전혀 무관한 저급한 글로 공익신고자인 저를 음해하는 입장문을 낸 것은 논점을 흐리기 위한 비열한 물타기 주장”이라며 “앞으로는오직 채용비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에만 모두가 집중할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또 “조폭 사업가로부터 차량 및 운전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아슬아슬하게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이번엔 그때와 상황이 다를 것 같다”며 “부패한 정치인 처벌을 통해 공정사회 구현이 되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사를 마친 이씨는 “오늘 부정 채용을 뒷받침하는 일부 증거를 제출했고,추가로 자료를 낼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주호영 “추미애 ‘그날’…대한민국 민주주의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 비판

    주호영 “추미애 ‘그날’…대한민국 민주주의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 비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그날’이 꼭 와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 “추 장관이 말하는 그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1차 온택트 정책 워크숍에서 “정부 여당이 의석수만 믿고 국회 합의 정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문보고서를 채택해 장관 임명하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앞선 27일 추 장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날이 쉽게 오지 않음을 알았어도 또한 그날이 꼭 와야 한다는 것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적었다. 당시 발언을 두고 최근 추 장관이 사의를 표한 배경과 검찰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주 원내대표는 “어제(28일)는 야당 비토권을 빼앗은 채 일방적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했다”면서 “추 장관은 또다시 법과 절차를 무시했다. 정부·여당은 코로나 방역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민생과 동떨어진 검찰총장 찍어내기, 공수처에 집중했다. 정권의 비리를 덮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주 원내대표는 “백신 접종도 늦었고, 확보 전략에서도 철저하게 뒤처졌다. 대통령이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아직도 K방역 자화자찬 중”이라면서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 무책임하고 안일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요구한 코로나19와 관련한 긴급현안 질의도 재차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방역, 백신 수급 상황 등 정부가 국민에게 책임 있게 답변하기 위해 긴급현안 질의를 요구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서로 말이 다르다. 되풀이하지 말고 국회 본회의장에 나와 국민에게 책임 있게 보고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글로벌 제약회사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와 화상통화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 역시 구두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전화는 어제가 아닌 지난 여름에 이뤄졌어야 했다. 세계가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고 우리 전문가들이 절규하던 때였다”고 비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914억 재산 1위’ 전봉민 의원 편법증여 의혹 경찰 수사

    ‘914억 재산 1위’ 전봉민 의원 편법증여 의혹 경찰 수사

    부친의 편법 증여로 수백억원의 재산을 증식했다는 의혹을 받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전봉민(부산 수영) 국회의원과 그 일가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부산경실련은 전봉민 의원 일가 비리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부산경찰청에 접수했다고 29일 밝혔다. 부산경실련이 밝힌 수사의뢰 사안은 전봉민 의원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송도 주상복합건물인 이진베이시티 사업 허가 과정 특혜 의혹 등이다. 부산경실련은 “최근 한 방송이 보도한 전봉민 의원 일가의 비위 의혹은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전봉민 의원 아버지가 취재기자에게 금품으로 부정 청탁하려는 모습은 그 의혹이 사실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수사 의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봉민 의원 일가의 행위 진상을 밝혀 합당한 책임을 묻고 사회 경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전봉민 의원이 부산시의원에 당선된 뒤 그와 일가 관련 회사의 매출이 해마다 급성장해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에서 관련 의혹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전봉민 의원의 부친이 “3000만원을 갖고 오겠다. 나와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간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취재를 무마하려는 상황까지 보도되면서 파문이 더욱 커졌다. 방송 다음날인 21일 전봉민 의원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부산경찰청은 “관련 절차에 따라 내용을 검토한 후 수사 부서를 지정, 원칙대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봉민 의원이 12년 만에 재산이 130배나 급증한 것은 ‘아빠 찬스’로 시작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와 떼어주기는 편법증여이자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봉민 의원 일가족이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부산 송도 초고층아파트 인허가 과정에도 부지 매입 1년 만에 개발 제한이 완화됐다는 특혜 의혹이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전봉민 의원은 국회사무처에 914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21대 국회의원 재산 1위를 기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논문 봐줄게, 70만원”…또 불거진 전북대 교수 비리 의혹

    “논문 봐줄게, 70만원”…또 불거진 전북대 교수 비리 의혹

    국민권익위 국공립대학 청렴도 평가에서 2년 연속 4등급을 받은 전북대에서 교수 비리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됐다. 29일 전북대 등에 따르면 공과대학 A 교수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돼 조사를 벌이고 있다. A교수에 대한 비리 의혹은 ▲학위 취득 대가 금품 수수 ▲제자 논문 1저자 변경 ▲대리 강의 등이다. A 교수는 제자들은 학위 논문 심사비와 식사비 명목으로 1인당 7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자 논문의 1저자를 정형외과 개업의로 바꿔치기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대학원생 등에게 대리강의를 시키고 수강생들을 관리토록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대해 A 교수는 “학위 취득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고 대학원생들에게 대리 강의와 수강생 관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논문의 제1저자가 바뀐 것은 저널 측의 실수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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