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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ㆍ바르샤바기구 통합/새 유럽안보체제 창설 촉구

    ◎하벨 체코대통령,유럽의회 연설/“새 헬싱키협약 내년까지 마련” 【스트라스부르(프랑스)UPI 로이터 연합】 바클라프 하벨 체코대통령은 10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발전적으로 해체,통합돼 통일 유럽의 안보를 보장하고 동서진영을 통괄하는 새로운 단일 유럽안보체제를 형성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벨 대통령은 이날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미주기구와 같은 범유럽국가기구의 구성을 위한 준비단계의 하나로 우선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단일 기구로 통합돼 유럽의 동서 양진영이 함께 참여하는 헬싱키안보체제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하벨 대통령은 이제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는 군사동맹으로서의 성격을 지양하고 정치기구로 전환,군축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35개국 유럽안보협력기구(CSCE)는 지난 75년 합의한 헬싱키선언을 대체할 새로운 협약안을 마련,올해 하반기에 열리는 CSCE정상회담에서 이를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지난 75년의동서안보 및 인권에 관한 헬싱키선언을 대체할 새로운 협약은 회원국들에 대한 단순한 권고나 지침이 아니라 구속력을 갖는 조약의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이같은 새 협약 등에 근거한 『새로운 헬싱키안보체제의 토대가 내년말까지는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업인의 자세(난국극복의 길:3)

    ◎“재테크 집단”탈피… 기업윤리 회복 급선무/제품개발 주력,국제 경쟁력 제고 힘써야/“소나기만 피하자”… 「일과성」지양할 때 재벌을 보는 국민들의 눈총이 어느 때보다도 매우 따갑다. 정부가 현 시국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한 가운데 노태우대통령의 특별담화에 이어 경제부처 장관들의 부동산 투기억제와 물가안정을 위한 특별보완대책 발표 등 일련의 정부대책의 핵심이 대부분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근절에 모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가 문제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통치권차원에서 이문제를 거론할 정도로 정부가 발벗고 나선 것은 대기업을 비롯한 각종 경제주체들이 건전한 생산활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불로소득을 챙기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데다 이로 말미암아 각종 임대료ㆍ전세값 등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등 국민경제에 심각한 해독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들은 수출이 아직 부진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품의 연구ㆍ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키우기는 커녕,땅투기 등 재테크에만 열중,전국적인 투기현상의 만연을 부채질해 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30대 재벌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지난해말 현재 1억3천2백82만평(4억3천8백31만㎡)에 이른다. 이는 전체 기업보유 부동산 13억6천만평의 10%에 가깝다. 보유 부동산가운데 토지면적 1억2천3백18만평은 대구시 면적(1억3천8백만평)과 비슷하며 서울시 전체면적(1억8천3백만평)의 68.3%나 된다. 더욱이 재벌들은 감독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회사돈을 들여 임ㆍ직원이나 친ㆍ인척명의로 땅을 사들이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그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를 상세히 파악하기 힘들다. 재벌그룹 별로는 삼성ㆍ현대ㆍ대우ㆍ럭키금성ㆍ한진 등 5대 재벌이 30대 재벌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3%의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들이 사들인 부동산은 30대재벌 전체의 58.9%나 된다. 결국 이들 5대 재벌이 땅투기에 앞장섰다는 얘기나다름없다. 대기업들은 또 이제까지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ㆍ금융지원을 받고서도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기보다는 돈벌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국민들로부터 지우지 못했다. 대기업들은 돈을 버는 일이면 공익성ㆍ도덕성을 망각하고 불가사리처럼 무슨 사업에든 뛰어 들었다. 다른 그룹에서 재미를 보는 사업이면 너도나도 참여,문어발식 재벌을 형성하는가 하면 최근 수입개방이 되자 자동차ㆍ전기전자ㆍ내구소비재 등 자기네들이 생산하는 동종의 제품까지 마구잡이로 수입,국민의 과소비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대기업들의 이익집단인 전경련에는 기업윤리위라는 조직이 있으나 기업의 사회성ㆍ도덕성을 실천에 옮기는 이렇다할 행동을 별로 보여준 일이 없다. 최근 재벌과 대기업을 「돈만 버는 집단」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게 된 데는 이러한 기업형태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재벌의 땅투기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재벌들이 일단 정부시책에 호응하고 있다고 해서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가 잡힌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같다. 정부의 강경조치에 대해 대기업들은 일단 적극 호응키로 의견을 모으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적지않은 불만과 불평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정부가 여론재판으로 대기업을 몰아 붙이고 있다』 『별 근거없이 행정조치만으로 부동산 매각을 유도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지금처럼 여신관리나 토지강제매각 등 행정력으로 일을 집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관련입법을 통해 분명한 기준을 마련하라』며 임시국회에서의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재계는 또 이번 조치로 경기침체와 맞물려 앞으로의 투자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안의 부동산 투기에만 좁혀 놓고 볼 때 대기업들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정부시책에 협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 경제난국의 원인이 3당통합 과정의 갈등,정부정책의 일관성결여,물가불안ㆍ주식폭락,노사분규의 재현 등 몇가지 사태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임을 감안하면 이를 총체적으로 조정해야할 정부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 문제는 대기업의 부동산처분을 어떠한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유도,이것이 정부가 기대하는 땅값 하락과 증시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드냐는데 있다. 기업들이 정부의 단호한 의지에 몰려 내심 불만을 간직하면서도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정부시책에 호응하는 「일과성」 형태에 그치고 만다면 이번 조치는 오히려 기업의 설비투자만을 위축시키고 기업경영상의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대기업들의 부동산처분에 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기업간의 부동산처분을 둘러싼 눈치경쟁을 없애주면서 강도높은 부동산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기업을 하지 않고서도 떼돈을 갖고 다니며 빌딩투기를 하는 이른바 「강남부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벌과 대기업의 자발적인 협조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 주요 생산활동의 거의 대부분을 담당,국민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그들이총체적 난국을 스스로 자각하며 냉철한 사명감과 기업윤리를 되찾는다면 부동산투기는 물론 경제난국이 쉽게 타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 외언내언

    정신과 의사 가운데는 그 자신이 정신과 환자로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정신이 말짱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나중에는 정상과 비정상의 한계를 모르게 된다는 뜻이리라. ◆혼수 적다고 그 아내를 때려 유산케 한 사람이 구속되었다. 그는 국립서울정신병원의 정신과 수련의. 그가 아내에게 가혹해지기까지는 「혼수」이외의 다른 이유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평소에 혼수가 적다 하여 구박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한데,보도된 대로라면 혼수 장만한 돈이 1억1천4백여만원 어치였다니 그게 어디 적은 액수인가. 그렇다면 이 정신과 수련의는 정신과 환자라고도 할 만하다. ◆지난 연초 한국소비자 보호원이 혼인비용 지출실태를 조사한 일이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5대 도시에서 89년에 결혼한 부부 6백쌍을 대상으로 했던 조사. 여성이 평균 1천56만원,남성이 7백7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액수가 보통사람들의 「혼인 비용」. 그러니까 그 안에는 혼수비용도 포함된다. 그렇다 할때 혼수비용만 1억이 넘는다는 것은 얼마나 파격적인 액수인가 짐작이 간다. 그런데도 「적다」고 구박을 했다. 그래서 정신과 환자라는 거다. ◆『옛날에는 혼가의 납채에 옷 몇가지만을 썼고 혼례식날 저녁에는 종친들이 모여 한상의 음식과 술 두세잔으로 그쳤다. 그런에 요즘에는 납채에 채반을 쓰면서 많은 것은 수십 필,적어도 수필에 이르며 납채 싸는 보도 명주ㆍ비단을 쓴다. 혼례식 날 저녁의 연회도 크게 베풀며 신랑이 타는 말 안장도 사치스럽다.…』 성현의 「용재총화」(권1)에 쓰여 있는 4백년전의 「개탄」. 그가 오늘의 혼수 풍속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어째서 세상이 이리 점점 천박해져 가는 건지. 배울만큼 배운 축일수록 혼수타박이 심해진다는 것도 병. 오순도순 살림 늘려 나가는 「재미」가 있는 법인데….
  • 북한,일에 관계개선협상 제의/「3단계안」 극비로

    【도쿄=강수웅특파원】 북한이 최근 일본정부에 대해 관계개선을 위한 극비교섭을 제안해 왔다고 일본산케이(산경)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 제안은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했던 김일성주석의 측근학자가 일본정부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준비단계,자민당간부에 의한 예비교섭,정부간 레벨의 본교섭에 이르기까지의 3단계로 되어 있는 구체적 행동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이 보도는 전했다. 이 제안대로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오는 9월까지는 정부간 교섭을 개시할 수 있으며 일ㆍ북한관계는 비약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보도는 전망했다.
  • 외언내언

    『봄비는 공중에서 누에가 뱉어 내리는 흰 비단 실올 같다』. 우리나라 최고의 시전문지 「장미촌」을 주재한 황석우시인이 노래한 「봄비」이다. ◆황시인이 노래한 봄비가 본래의 봄비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봄비 아닌가. 뼛속까지 스며들진 않아. 걸어가자고』하면서 맞는 봄비. 그래서 은실 같다고도 한다. 그런데 올해 내리는 봄비는 그렇지 않다. 「비단 실올」같은 게 아니라 숫제 빨랫줄 같다 해야 옳을 장마철의 빗줄기. 더구나 몇 10㎜씩이 거푸거푸 내린다면 봄비의 고정관념은 깨진다. 지하의 황시인도 자신의 시를 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 봄비가 또 자주 내린다. 지난 3월만 해도 평균 나흘에 한번 꼴로 내린 것으로 집계된다. 당연히 강수량도 많아서 예년의 2배가 넘는다는 것. 더구나 기온 또한 예년에 비해서 많이 높다. 올해의 꽃소식이 일러진 것도 다 그런데서 연유하는 터. 빗물 떨어지는 우산을 접으면서 다방에 들어선 청년이 먼저 와 기다리는 친구에게 말한다. 『하느님이 수뇨증(삭뇨증)에 걸리셨나봐』. 『예끼,불경스럽게.하느님은 지금 울고 계시는 거야』. ◆『울고 계시다』는 표현이 더 옳을 듯싶다. 인간들이 벌이고 있는 꼴을 보자니 눈물이 안날 수 없다. 방자하고 오만하고. 제 허물 모르고 배신하고. 윤리ㆍ도덕은 땅에 떨어져 갖은 패덕이 끊이지 않고. 그 중에서도 섭리의 뜻에 거스르는 오만이 가장 슬프다. 갖은 대기오염 물질을 뱉어내면서 현재의 편익에 안주하고 있는 어리석음. 스스로 목을 죄고 있으면서 그를 애써 외면하는 인간들을 보며 슬픈 것이다. 자주 우시는 것은 그래서 경고의 뜻이기도 하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여름에 대홍수가 있을 거라고 예측한다. 엘니뇨 현상과 태양흑점의 영향을 받으리라는 것. 그렇다면 잦은 비는 그 전조인가. 절서의 병리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켕기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그 봄비가 내린다.
  • 「투기억제특별법」제정 방침/경제차관회의

    ◎공공부동산 입찰자격 제한등 포함/편법거래 막게 가등기실태 정밀조사 정부는 상습투기꾼에 대해서는 출국정지ㆍ명단공개ㆍ공공기관매각 부동산의 신청자격제한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부동산 투기억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11일 하오 이진설경제기획원차관 주재로 경제차관회의를 열고 13일 발표할 부동산 종합대책에 이같은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상습투기꾼에게 세금중과 외에 사회적 불이익을 가할 수 있도록 부동산 투기유형을 정형화하고 상습투기꾼및 가족의 부동산보유실태를 전산관리하는 한편,공공기관분양 토지및 주택과 정부매각재산및 정부입찰공사 등에 참가를 제한키로 했다. 정부는 행정지침만으로는 이같은 규제가 어렵다고 보고 별도의 법률을 제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또 부동산등기 의무화의 사전준비단계로 편법거래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지역을 중심으로 가등기와 명의신탁 부동산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제및 신고제 검인계약서제등의 제도적 장치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감사원 검찰등 관련부처 합동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 관련 행정에 대한 조사를 실시,관계공무원의 부정이 개입된 경우에는 거래상황을 추적,관계공무원 문책과 세금중과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 “주민세 충격파”… 대처리즘 휘청/집권 11년의 영 보수당 곤경에

    ◎“현대판 인두세” 반발… 당지지도 곤두박질/잇단 외교실책 겹쳐 국내외서 외토리 신세 오는 5월로 집권 11년째를 맞게 되는 영국 보수당 대처 정권이 위기에 몰려 있다. 금세기 최초로 3선연임 기록을 세우며 영국경제를 과복지ㆍ저생산성으로부터 건져 올렸던 대처 총리가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은 주민세도입과 잇따른 외교정책 실패로 말미암은 것이다. 주민세는 현대판 인두세로 비난받고 있는 새로운 세금. 대처 정부는 지난해의 스코틀랜드에 이어 올 4월부터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까지 확대 실시하려다 이번에 거센 조세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해 주민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스코틀랜드에서는 주민세 미납자가 징세 대상의 40% 가량이나 되고 있으며 확대실시를 앞두고 있는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서도 지난 2월부터 거부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마침내 지난달 31일 전영국 주민세 반대연합회는 10만여명이 참가한 반대 시위를 조직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날 시위는 약탈과 유혈 사태로 에스컬레이트돼 충격을 주었다. 31일 시위에서 경찰을 포함,4백20여명이 부상했으며 3백41명이 체포됐는데 주최측은 경찰의 과잉 방어가 폭력을 유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세 도입으로 대처정부에 대한 국민지지도는 형편없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 집권에 대한 염증과 잇따른 외교정책 실수 등으로 지지도가 9%가량 노동당에 밀리던 대처정부는 주민세 도입을 계기로 무려 20∼28%가량 뒤처지게 됐다. 주민세는 지금까지 영국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항목인 국고보조 34%,기본 자산수입 34%,상업용 건물 재산세 19%,주거용 가옥 재산세 13%를 폐지하고 대신 이에 해당되는 수입을 보충키 위해 신설되는 세이다. 종전 1천6백만 가옥주에게 부과되던 재산세가 18세 이상 성년 3천6백만명에게 머리수대로 부과될 주민세로 대치되는 것이다. 대처총리는 ▲표면적으로는 「자기책임」을 강조하는 대처리즘에 바탕을 두고 ▲사회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이 부담도 지는 것이 공평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측에서는 대처 총리가 노동당이 우위를 점하는 지방자치 단체에 대해 복지가 느는 만큼 세부담이 늘어나도록 함으로써 노동당을 견제하려는게 「실질적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인들이 주민세에 반발하는 것은 지역간ㆍ계층간 불공평성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매년 4천8백파운드(5백75만원)의 가옥세를 내던 앤공주는 6백파운드만 더 내면 되지만 성인 식구가 5명인 서민가정의 경우 2백파운드에서 1천5백파운드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또 평균 1인당 세액은 연3백54파운드(42만원)이지만 지방자치 단체마다 세부담이 달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7백파운드까지 차이가 나는 담세액도 불만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조세전가가 거의 불가능한 부익부 빈익빈형 주민세의 신설이 연8%의 인플레와 15%의 고금리에 시달리던 영국인을 드디어 「일어나게」만든 도화선이 된 것이다. 대처리즘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처 총리는 경직화된 보수적 사고로 유럽 통합과 독일 통일문제에 관해 실수를 거듭했다. 거의 모든 EC(구공체) 회원국이 찬성하는데도 유럽통화 단일화에 반대하다 결국 EC통화통합의 주도권을 프랑스쪽에 완전히 빼앗긴 것이 지난해. 올해 들어서서는 통독이 기정사실화되고 「2+4」방식이 캐나다 오타와 회담에서 채택됐는데도 『관련국 협의없이 통독논의가 더 이상 진전돼서는 안된다』는 다소 「엉뚱한」 주장에 매달렸다. 유럽 핵심국가 지위에서 영국이 스스로 멀어져 가자 미국은 유럽 전략의 주요 파트너를 영국에서 서독으로 바꾸었다. 안팎으로 외토리가 되고 있는 대처의 신세는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보수당의 50년 아성이었던 미드 스태드포셔 보선에서 보수당 후보가 낙선의 쓴 잔을 마셨으며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노동당에 참패했다. 보수당내에서도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대처사임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옥스퍼드 지방에서는 의원 8명이 탈당했고 보수당의원 3분의1 가량이 대처 사임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현대정치의 큰 흐름은 노동당과 보수당이 교대로 정권을 잡아 온 것으로 가늠되고 있다. 지난 11년간 오른쪽으로 가있던 영국정치의 시계추가 이제 서서히왼쪽으로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때 영국병 치료의 여의봉처럼 군림하던 대처리즘이 바야흐로 조락의 계절을 맞고 있는 것이다.〈강석진기자〉
  • “언론책임 다해야 신뢰받는다”/유재천 서강대 교수

    ◎「신문의 날」에 부쳐 오늘로써 서른번째 「신문의 날」을 맞는다. 해마다 신문단체들은 「신문의 날」을 맞아 그때마다 우리 신문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나 또는 목표를 함축하는 내용의 표어를 선정해 왔다. 올해는 「책임있는 신문,신뢰받는 신문」을 표어로 정했다. 말하자면 이 표어에는 책임있고 신뢰받는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신문인들의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자성과 다짐의 표현 신문의 사회적 책임은 언론의 자유와 함께 항상 강조되는 규범이다. 그 까닭은 자유의 개념속에는 책임이라는 관념이 본질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는 철학적 관점 때문만이 아니라 신문이 사회의 공기로서 공적과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비롯되는 신문의 사회적 책임은 크게 나누어 볼 때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첫번째 의미는 신문이 언론의 자유를 오용하거나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소극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신문이 권력기관화되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한다거나 혹은 개인이나 법인의 인격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사회적 요구가 이에 속한다고 보겠다. 두번째 뜻은 언론의 자유를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즉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언론의 사회적 구실과 연관된 과제이다. 신문은 전통적으로 환경의 감시자일 뿐만 아니라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의미를 제시해 주며 문화를 전승시키는 기능을 담당해 왔다. 이를 위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므로 신문은 그와같은 구실을 충실하게 담당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요청은 신문이 지니는 사회적 책임의 적극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때 신문이 소극적및 적극적 의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독자로부터 신뢰를 받게 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단체들이 올해의 표어로 새삼스럽게 「책임있는 신문,신뢰받는 신문」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표어는 적어도 두가지 측면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하나는 현재의 우리 신문이 제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있으며 그 결과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반성이고,나머지 하나는 책임있고 신뢰받는 신문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다짐이라 생각된다. 이와함께 우리는 신문의 책임이 어떤상황 속에서 특히 강조되어 왔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 돌이켜 볼 때 신문의 책임은 언론자유가 극도로 억압당했던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가 크게 확대되는 전환기에 항상 역설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바로 그러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올해 신문 주간의 표어가 지니는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책임있고 신뢰받는 신문이 되기 위해 몇가지 유의할 바를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환기상황 직시를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신문이 지니는 사회적 책임의 소극적 측면과 관련하여 사이비언론을 척결하는 과제이다. 특히 이 문제가 중요한 까닭은 언론자유의 오용과 남용의 전형적 병폐인 사이비언론의 발호가 언론계의 자율적인 정화노력에 의해 척결되지 못하는 경우 타율적인 힘의 개입이 불가피해지고,그에따라 언론의 자유를 제약할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가능성 때문인 것이다. 이미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5ㆍ16이후 언론에 대한 억압이 그 당시의 사이비언론에서 말미암았었다는 역사적 체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기성 신문계의 금품수수도 자정운동을 통해 없어져야 하겠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신문이 보다 국민의 알 권리에 충실히 봉사해달라는 요청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날의 경우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통제가 극심했으므로 신문이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현실은 어느정도 독자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책임이 언론 그 자체에 귀결되는 상황이 되었다는 인식을 해야만 한다. 특히 민주정치의 과정에 있어 여론이 정책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문은 중요한 공공의 관심사를 제때에 알려주어야만 옳다. 그럼에도 요즘의 신문은 그와같은 본래적 기능,즉 여론형성자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경우 어느 신문치고 그 법안이 국회 문공위에 상정되었으며 그 내용이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는지를 보도해 준 일이 없다. 신문들은 그 법안이 통과된 뒤 교육계에서 문제를 삼자 비로소 보도와 논평을 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교육계의 중요한 관심사를 보도하고 논평함으로써 토론의 의제를 설정하여 여론을 형성시켜야 할 신문이 뒤늦게 여론에 밀려 그 문제에 관심을 보인 결과가 된 셈이다. 이러한 사례가 어디 이 뿐이겠는가. 오늘의 신문이 제 할바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너무 흔하다. 또한 우리 언론이 보이고 있는 일관성의 부재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들어 경제각료팀이 교차될 때마다 드러나는 태도로 물러간 경제팀의 정책을 비판하던 신문들이 새로운 경제각료팀이 내세우는 지난 팀과는 반대되는 경제시책을 역시 비판하는 자세를 보이는 현상이 그러하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경제시책에서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그것은 우리 신문 자신이 자기의 관점을 확고하게 정립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론형성 기능 미흡 우리 신문이 자신의 관점을 정립하지 못한 데서 초래되는 결과는 여러면에서 우리 언론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고 있다. 기사의 깊이가 부족한 원인이 되기도 하며 여론을 오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가치와 규범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시대상황일수록 언론은 일관성 있게 관점을 제시해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이 시대가 신문에 대해 요구하는 책임일 것이며 그렇게 할 때 신문은 독자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보궐선거가 준 교훈(사설)

    3일 실시된 충북 진천ㆍ음성과 대구서갑 등 두지역 보궐선거의 결과는 정치권 전체에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된다. 여당인 민자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국민들이 표로 나타낸 심판이 의미하는 바를 잘 읽고 충분한 자기반성을 통해 앞으로의 참다운 정치를 이끌어가기 바란다. 아울러 이번 선거의 문제점을 고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여 오히려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전화위복의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민자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검허히 받아들이고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당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자당공천후보가 개표종반까지 마음을 놓지못할 정도로 신승한 데 그쳤고 그동안 여당의 표밭이던 충북에서 공천후보가 낙선하기에 이르렀으니 그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 올바른 좌표를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려면 이번 결과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호용후보의 사퇴과정은 국민들에게 정치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록 야당의 정치공세라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하는 비정상적 사태를 연출했다. 대구서갑의 투표율이 13대총선 때보다 13.6% 포인트나 낮아졌다는 것은 현지유권자의 충격이 컸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자당은 또 이번 선거의 과열과 타락을 자제하는 데 힘썼어야 함에도 그러지를 못하고 오히려 꼭 이기겠다는 총력전태세로 나와 문제를 야기시켰다. 대구에서는 유례없이 현역의원 40명을 선거운동원으로 등록시키고 동책을 맡겨 과열을 조장했고 두선거구 모두에서 폭력시비를 일으키는 등 국민의 눈에 벗어나는 행동을 보였다. 물론 민자당은 이번 선거를 압승으로 끌고가 3당통합시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것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무리를 거듭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3당통합과 민자당에 긍정적이던 일부에까지 회의감을 갖게 하지 않았나 걱정된다. 보다 깨끗하고 당당한 자세로 선거에 임했으면 선거결과도 좋고 국민에게 주는 인상도 좋지 않았을까. 물론 이번 선거에서 거여에 대한견제의식,정치개혁에 대한 실망,몇 사람을 중심으로 한 파워게임 양상에 대한 비판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다행인 것은 민자당의 발족초기에 이같은 경고를 해준 것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앞으로 잘 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이고 하루라도 빨리 거여의 도취에서 벗어나 겸허한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의 본령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야당에도 적지않은 교훈을 주었다. 평민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해 지역당 인상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지역당 탈피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데 대해 반성하고 정책정당 국민정당으로서의 길을 찾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한편 아직 창당 준비단계에 있는 가칭 민주당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민자당의 무리가 낳은 반사적 이익의 결과라는 점을 명심하고 훌륭한 인물과 정책으로 제자리를 찾는 노력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 평민 「경제정책 토론회」 내용

    ◎“전면실시”ㆍ“시기상조”… 실명제 공방/부의 불균형 시정 위해 유보해선 안돼 찬/금융ㆍ주식시장 붕괴,자금도피 우려도 반 평민당은 23일 최근 개각 후 여권에서 일고 있는 금융실명제 연기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금식의원이 「정부와 민자당의 경제정책수정에 대한 평민당의 대책」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금융실명제를 당초 예정대로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김대중총재는 정부측에서 금융실명제 실시 유보 방침을 확정할 경우 「3당통합 이후 개혁의지의 후퇴」라는 식으로 정치공세를 벌일 뜻을 분명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병균박사(한국경제연구원수석연구위원) 이진순교수(숭실대) 등이 찬반토론에 참가했다. 참석자들의 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강금식의원=불로소득의 발생 소지를 없애고 계층간 조세부담의 형평을 도모해 소득과 부의 불균형 등을 시정해 부의 축적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급선무다. 이를 위한 제도개혁의 하나로 토지공개념의확대도입과 금융실명제의 전면실시는 절박한 실정이다. 지난해 3월 현재 금융실명화율이 은행은 97.8%,증권은 98.6%,단자는 97.2%로 실명거래 관행이 충분히 진전됐을 뿐만 아니라 재무부는 지난해 4월 「금융거래실시 준비단」을 발족시켜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비한 준비를 완료한 상태이다.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소의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정부가 88년 「경제안정성장과 선진화합경제추진대책」에서 밝힌대로 내년 1월1일부터 금융실명제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 ▲민병균박사=금융실명제는 우리 경제 여건상 시기상조로 자칫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된다. 현재 20조원(금융권 5조원,증권 15조원)으로 추정되는 비실명자금은 실명제가 실시될 경우 제도금융권에서 이탈해 부동산으로 전환돼 상속ㆍ증여될 것이다. 이 20조원의 투기자금은 20만∼30만 가구의 아파트 투기를 가능케 할 정도의 파괴적 위력을 갖게 될 것이며 일부는 해외로도 유출될 것이다. 또 은행예금 중 5%에 해당하는 3조원이 인출돼 은행들은 지급준비금 부족이생겨 한국은행이 특별융자를 해주지 않는다면 일체의 은행대출이 중단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증권시장에서 10조원의 비실명 주식이 이탈하면 주가가 폭락하고 자본시장이 붕괴해 경제가 주저앉게 될 것이다. 토지공개념을 정착시키고 조세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과제다. ▲이진순교수=파행적으로 운영돼온 금융정책ㆍ산업정책 특히 세제의 정상화와 건전화를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필수적이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선진국으로의 자금 도피는 우려할 것이 못된다. 선진국은 우리에 비해 자본수익률은 낮고 조세부담만 높기 때문이다. 실명제 실시 연기론자들은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으나 최근 경기침체의 근본 원인이 부동산 투기에 있는 만큼 실명제 실시 이전에 부동산투기부터 봉쇄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증권시장 이탈자금이 제2금융권에서 대기하고 있는 현상은 금융시장이 금융실명제 실시 충격에 대한 조정과정을 끝냈음을 의미하며 국민경제적 비용도 이미 치른 셈이다.〈구본영기자〉
  • 노사화합과 근로자 주택 건설(사설)

    근로자들의 주택문제가 올들어 노사협상의 현안과제로 부상해 있고 주거안정문제는 앞으로 산업평화 정착에 주요한 함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 전ㆍ월세 파동과 물가상승에 자극을 받은 근로자들이 노사협상에서 명목상의 임금상승률보다 주택자금지원등 실질적인 복지향상 문제를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주거와 관련된 복지향상에 대한 요구를 일부 대기업이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파급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문제는 비단 노사화합의 주요한 변수일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안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앞으로 동향이 매우 주목되고 또한 높은 관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근로자주택문제에 대한 관심은 개별기업의 차원뿐이 아니고 경제단체에 파급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일 대한상의ㆍ전경련ㆍ무협ㆍ기협중앙회ㆍ경총ㆍ은행련 등 6개 단체장들이 모임을 갖고 근로자 주택마련을 위한 정책개선안을 정부에 촉구하는 한편 경제계가 이를 위한 사업에 착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정부는 무주택근로자들을 위한 첫번째 근로자주택 1천6백20가구를 착공했다. 이는 노ㆍ사ㆍ정이 근로자들의 주거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근로자 주택문제는 정부의 경우 재정의 한계로,근로자는 물가상승과 소득의 한계로,기업은 경영자금의 압박으로 인하여 어느 한쪽에 부담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노ㆍ사ㆍ정의 역할분담이 긴요하다. 다만 분담에 있어서 경중문제는 있다. 일본의 경우 주택문제 해결이 기업들의 사원주택건설에 힘입은 바 크고 미국은 민간주택 임대업자의 주택공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에 있어서도 어떤 형태가 바람직한 것인가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모델은 일본형에 정부지원을 가미한 형태가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단체와 개별기업이 주체가 되어 근로자 주택을 건설하되 정부는 주택건설을 촉진하기 위하여 금융및 세제상의 지원을 해주고 택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주는 것이 그 형태에 해당한다. 예컨대 경제단체는공단지역을 중심으로 근로자복지주택을 건설하고 개별기업은 자신의 공장이 입지한 지역에 주택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공단지역에는 여러 기업체가 입주하고 있으므로 특정업체가 근로자 주택을 건설하기에 적합치가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주택수요를 충족시켜 주기도 어려우므로 경제단체가 회원들로부터 사업자금을 갹출받아 시행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정부는 직접적인 근로자주택 건설보다는 경제계와 개별기업이 추진하는 주택건설단지에 대한 교통망의 연계와 상하수도ㆍ전기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 등 지원업무에도 충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택건설과 함께 민간기업들이 사내에 주택기금을 조성하여 근로자들에게 일정한도의 전세금을 대출해 주는등 사원복지제도를 확충한다면 노사화합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 실명제 어디로 가나… “기대반 우려반”(뉴스추적)

    ◎추진경위와 예상되는 부작용/분배정의 실현ㆍ지하경제 양성화에 도움/저축줄어 산업자금부족… 투기만연 예상/주식매매차익 과세ㆍ자금출처 조사여부가 쟁점 복지와 형평,그리고 개혁에 역점을 두어온 조순 경제팀이 물러남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온 금융실명제의 실현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신임 이승윤 부총리를 비롯한 새 경제팀의 면모는 성장쪽에 더 큰 비중을 둔 인물들로 알려지고 있어 아무래도 개혁정책은 전보다 상당히 순화되리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현재의 부진한 경기가 실명제와 토지공개념등 현실을 무시한 급격한 개혁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 이같은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각 이전에 일정이 짜여진 실명제를 주제로 한 오는 30일의 KDI(한국개발연구원)주최 정책토론회는 계획대로 열리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준비해온 실명제의 내용과 예상되는 부작용,이에 대한 대비책 등이 처음으로 공개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전문가들이 검토해온 실명제 추진경위와 배경,예상되는 부작용들을 점검해 본다. ▷필요성◁ 금융실명제는 말 그대로 모든 금융기관과 거래를 할 때 본인의 실제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실명제의 도입 목적은 이처럼 단순한 실명화에 그치는게 아니다. 실명화와 함께 모든 사람의 금융자산을 전산으로 종합,금융자산에서 얻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과세를 하겠다는데 이 제도 도입의 본 뜻이 있다. 현행 세제는 근로사업 기타소득에 대해서는 5∼50%(주민세등 포함 63.75%)의 세율로 종합과세하고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실명의 경우 10%(〃 16.75%),비실명의 경우 40%(〃 52%)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도록 돼 있다. 실명제 도입의 가장 큰 대의명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금융자산 소득의 실질 귀속자를 밝혀 종합과세를 함으로써 소득계층간의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출처를 떳떳이 밝힐 수 없어 드러내지 못하는 음성적인 자금들,이른바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모두 실명화될경우 지하경제로 움직이는 돈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현금뭉치를 들고 다닐 수밖에 없다. ▷추진경위◁ 정부는 지난 83년부터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7ㆍ3조치로 불리는 정부의 계획은 재계와 정치권의 거센 반대에 밀려 결국 시행되지 못했다. 당시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신규금융거래인 경우는 83년 1월1일부터,기존 거래자들은 83년 7월1일부터 실명거래를 의무화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의지는 「86년이후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 의해 지금까지 시행이 미뤄져왔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실명거래실시준비단을 발족,운영해오는 한편 관련부처 및 금융기관 대표로 구성된 금융실명제 추진실무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국세청 및 10개 금융권 및 개별 금융기관에 실명제실시준비기구를 설치,준비를 해오고 있다. 오는 7월까지 정부안을 확정,국무회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올릴 계획이다. 정부안 확정과 함께 각 부문별로 예행연습을 실시,시행상의 문제점을 미리 찾아내 보완할 방침이다. ▷쟁점◁ 크게 4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우선 그동안 비실명으로 있던 금융자산을 실명으로 바꾸는 경우 그 자금의 출처를 조사하느냐 여부이다. 두번째로는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도대체 얼마의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 물리느냐 하는 문제이다. 또 하나는 증권 채권 유가증권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하느냐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예금자의 비밀을 어디까지 보장해주느냐는 것이다. 경과조치에 대해서는 6개월 또는 1년정도의 유예기간을 두어 이 기간중 실명으로 바꾸는 경우는 자금출처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가 과거의 불의를 불문에 부치는 식이어서는 안된다며 철저한 자금출처조사를 주장한다. 사실 일정한 경과기간을 두고 과거를 불문에 부칠 경우 가명으로 된 예ㆍ적금을 아들ㆍ딸의 이름으로 떳떳하게 바꾸게 되면 합법적으로 세금을 한 푼 안 내고 거액을 상속ㆍ증여하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두번째로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얼마로 정하느냐 하는 것도 객관적인 잣대가 없는 문제이다. 실명제아래서는 한 사람이 은행이나 증권 단자 등 여러 금융기관에 돈을 나누어 맡겨도 그 합계액이 드러나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 및 배당소득과 그밖의 소득을 합산해서 종합과세하게 된다. 실명제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증권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이다. 주식이나 채권 등을 팔아 차익이 생길때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는 주식을 팔 때 매도금액의 0.5%를 거래세로 내고 있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과세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연간 수억이 넘는 거래건수를 종합해서 차익을 계산하는 문제 등 실제의 세무행정은 방대하기 짝이 없다. 예금자의 비밀은 최대한 보장한다는게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따라서 ▲범죄수사를 위해 법관의 영장을 제시하거나 ▲금융기관들이 부실거래자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때 ▲금융기관에 대한 업무감독시 필요한 경우에만 거래내용을 밝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작용◁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실명화율은 지난 89년말 기준으로 평균 98%를 넘는다. 이자ㆍ배당소득이 있는 사람은 1천만명 정도,그 액수가 연간 1백만원을 넘는 사람은 1백만명 이하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실명제가 실시된다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또 정부도 소액저축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나 불평을 주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남의 이름 등을 빌린 비실명예금은 액수로 10% 수준은 되리라는게 전문가들의 추측이고 또 이들은 상당한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당연히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골동품 값비싼 그림 및 골프장회원권 등 실물투기에 눈을 돌리게 되고 또 우리 사회에도 지난해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금융저축의 감소이다. 누구나 자기 재산이 낱낱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게 돼 있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빼가면 산업자금 조달재원이 모자라게 되고 결국은 과거처럼 외국에서 빚을 얻어써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기관에서 빠져나간 돈은 공개념의 틀을 뚫고 부동산등 기타 실물부문의 투기로 몰리게 마련이다. 정부도 이같은 부작용에 대비,나름대로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중이나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외국은 어떻게 정착됐나/미국 계약때 본인ㆍ대리인이 직접 서명/영국 수표거래습관화…「가명」은 불인정/서독 은행구좌 실명개설 법에 의무화 일본을 제외한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실명제를 실시해오고 있다. 이는 특정한 시점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서 이루어진게 아니고 생활관습과 관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다. 이점이 우리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모든 계약시 당사자나 대리인이 직접 서명을 하는 관행에 따라 실명제가 저절로 정착됐다. 납세자는 매년 자발적으로 자기의 소득을 종합해서 국세청에 보고하며 이 세금보고서에는 본인이 직접 서명한다. 위반시에는 벌칙이 있기 때문에 가명에 의한 거래는 불가능 하다. ▷독일◁ 조세징수법에 실명으로 개설하게 돼 있다. 금융기관은 구좌개설시 실명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으며 타인명의나 가명의 구좌개설은 금지돼 있다. 이같은 실명제 원칙을 어기고 개설된 가명구좌의 경우 세무서장의 동의가 없으면 돈을 찾을 수 없다. 모든 채권 및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10%의 원천세를 물린다. 주식과 채권투자로 얻은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6개월이내의 매각은 투기로 간주,세금을 부과한다. ▷영국◁ 현금을 거의 쓰지않고 개인수표를 쓰는 관행때문에 실명제가 저절로 정착됐다. 은행구좌는 당연히 실명이며 주식이나 CD(양도성예금증서)등의 경우 가명에 의한구좌도 가능하나 이 때도 반드시 실질적인 소유자를 밝혀야 한다.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23.25%의 세율로 원천징수한다. 주식매매차익에 대해서는 20%의 소득세 또는 거래대금의 1% 중에서 납세자가 선택해 내도록 한다. ▷일본◁ 소액비과세 저축자를 대상으로 국세청에서 그린카드를 발급,금융기관에 돈을 맡길때 이를 제시토록 하는 법을 지난 80년 만들었으나 사생활침해라는 반대여론에 밀려 시행을 연기하다 결국 85년에 법이 폐지됐다.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원천분리과세하고 있다. 주식매매차익에 대해서는 20%의 소득세나 거래대금의 1%를 내도록 돼 있는 데 투자가가 선택할 수 있다.
  • 소 리투아니아 무력개입 가능성 높다/미지가 내다본 「독립」전망

    ◎「아제르바이잔 사태」에 군투입이 선례/연방탈퇴 허용땐 고르비 실각 위험성 지난 11일 소련의 리투아니아 공화국은 소연방으로부터의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했다. 15개 공화국으로 형성된 소연방에서 각 공화국이 독립을 원할때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할수 있는 사람은 이 세계에 없지만 전문가들은 제 나름대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타임스가 분석한 이 문제에 대한 해설기사를 옮긴다. 리투아니아 의회의 압도적 지지로 이루어진 이번 독립선언은 이웃나라인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도 그 선례가 되어 이들 나라 역시 곧 독립을 선언할 것이다. 런던에 주재하고 있는 전 소련 인권운동가이자 분석가인 부코브스키는 『현재 소련이 처한 위기상황은 1905년 발생한 러시아 혁명에 비유될 수 있다』면서 『크렘린은 지금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학 역사학 교수이며 전 국가안보위원회 소련국장인 리처드 파입스도 얼마전에 민족주의운동이 점차 거세지는 공화국들의 가중되는혼란과 소요사태를 예견하고 『만일 고르바초프가 이들 공화국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엄청난 폭력사태가 유발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인 에드워드 루타크는 『소련의 군부 뿐만 아니라 당과 모스크바 정부는 소 연방의 분열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소련정부는 이런 분열을 막을 방안을 가지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군부가 어느 순간 무력개입을 통해 지난 81년 폴란드사태와 같은 「야루젤스키식의 해결책」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소련이 처한 위기상황은 비단 리투아니아의 독립선언만이 아니다. 라트비아의 민족주의운동 단체인 「인민전선」은 벌써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라트비아공화국 의회는 지난달 1백48대 77로 이들의 독립요구를 지지했다. 또 에스토니아 공화국 의회는 지난달 자신들의 빼앗긴 주권회복을 위해 모스크바와의 협상을 요구했으며 그루지야 민족주의자들은 이같은 발트해3국의 독립을 지지해주고 있다. 그루지야공화국 의회는 이미 지난9일 소련이 러시아 내전기간동안 발트해 3국을 강제합병했던 사실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었다. 지난 1월 민족분규가 있었던 코카서스 지방 아제르바이잔지역의 긴장은 그 어느곳보다 높다. 지난 1월이후 1만7천여명의 소련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지역은 회교도인 아제르바이잔인과 기독교도인 아르메니아인들이 사실상의 전쟁상태에 놓여 있으며 아르메니아인들은 모스크바 정부가 아제르바이잔인과 터키인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길 바라고 있다. 한편 인구가 5천1백만명인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독립움직임 또한 소련정부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이같은 소련연방 각 공화국들의 독립움직임은 공산당의 보수세력들을 무력화시킨 탁월한 정치능력의 소유자인 고르바초프에게 큰 난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11일 모스크바에서는 기존의 헌법을 개정하여 강력한 권한이 보장된 대통령직의 신설을 승인하는 당중앙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고르바초프는 이미 지난 1월 민족분규가 있던 아제르바이잔 지역에 군을 투입했던 것처럼 소련 연방내의 어느지역에서발생한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몸소 보여줬다. 만일 고르바초프가 공화국의 연방탈퇴를 허용할 경우 그는 군부와 KGB에 의해 실각될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고르바초프가 실각하게 된다면 동서관계의 데탕트 분위기는 크게 위협받게 될것이며 각 공화국간에는 심각한 내전이 벌어질 것이다. 부코브스키는 『지금 소련의 상황은 절망적』이라면서 『고르바초프는 이미 자유화 정책을 유보하고 무력을 통한 굴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나머지 14개의 공화국들이 독립을 이루게 되면 인구 1억4천7백만의 러시아 공화국은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가장 큰 땅을 지닌 나라로 홀로 남게될 것이다. 부코브스키는 『이제 붕괴되기 시작한 소련 공산체제는 적어도 앞으로 10년정도는 그 진행과정이 더 계속될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도 『소연방내의 민족적 갈등은 이미 「대러시아 제국 건설」이라는 이름하에 억압되고 있으며 대제국 건설이란 차르시대의 깃발이 다시금 나타나고 있다』고우려를 표하고 있다.
  • 「표의 심판」 기다리는 동독공산당/18일 실시되는 총선 전망

    ◎20여개 정당 난립속 사민당,선두로 급부상/기세꺾인 공산당,“항복은 없다”막판 총력전 통독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동독최초의 자유총선이 18일 실시된다. 총선을 불과 10여일 앞둔 중반전에 접어든 현재 보수우익과 중도파ㆍ좌파등 20여개의 정당들은 서독정당들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열띤 득표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잇다. 서독의 콜총리와 빌리 브란트전총리 등을 비롯한 서독 각정당 당수들은 이번 동독총선결과가 오는 12월 실시될 서독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중시,이미 정강정책이나 이념면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성향의 동독정당들과 「짝짓기」를 이루고 지원에 나서 이번선거는 서독정당들의 「대리전」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 참가하는 정당들중 사민당(SPD) 기민당(CDU) 민주사회당(PDSㆍ구공산당)등이 현재까지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차기집권당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민당. 지난달 중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은 53%의 지지를 얻어 서독콜총리의 지원아래 24%의지지를 얻은 「독일연맹」이나 민주사회당의 12%를 큰 격차로 압도하고 있다. 지난 46년 소련에 의해 강제로 공산당에 흡수됐다 지난해 10월 호네커 정권이 붕괴되면서 부활한 사민당은 지난달 23일 이브라힘 뵈메를 당수겸 차기 총리후보로 선출했으며 빌리 브란트전서독총리를 명예당수로 추대,서독 사민당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적이고 사회적이며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시장경제」를 정강정책으로 내세운 사민당은 또 지난달 25일 서독에 대해 4월중 통독위원회를 구성,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독일헌법의 제정을 제안해 놓고 있다.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다 할지라도 정권의 안정을 위해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방침이지만 공산당(민사당)의 연정참여는 배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민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민당ㆍ독일사회연합(DSU)ㆍ민주각성당 등 3개 동독우익정당들은 지난달초 서독콜총리의 강력한 지원아래 「독일동맹」이라는 선거동맹체를 결성,사민당에 대항하고 있다.「독일동맹」은 현재 서독 기민당과 기사당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통일된 독일이 나토에 잔류해야 한다』는 콜총리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자유와 번영,그리고 사회주의 재등장 절대반대」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우고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독일동맹」은 또 국경문제에 관해서도 폴란드의 현국경을 존중하는 콜총리의 주장에 찬성하고 있다. 또 「독일동맹」속에 포함된 기민당은 자신이 한때 공산당의 위성정당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동독 사민당이야말로 과거 40여년간의 공산당지배에 대한 연대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콜총리는 동독선거전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독일동맹」의 동독내 선거유세를 계획하고 있으며 지난달 20일 에르푸르트시 선거유세에 참석,하나의 독일을 위해 「독일동맹」측에 표를 던져 줄것을 호소했다. 한편 지난 46년이후 동독을 지배해온 공산당에서 간판만 바꿔단 민주사회당은 갈수록 인기를 잃어가고 있으며 다른 정당들이 서독정당들로부터 자금및 선거유세등을 지원받고 있는데 비해 외로이 고군분투하고있다. 「민주적인 현대 사회주의 정당」으로 변신했음을 선언하고 지난달 25일 한스 모드로브 현동독 과도정부총리를 총선에서 차기총리후보로 지명한 민주사회당은 『항복이란 있을 수 없다』며 정력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으나 선거후 야당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이밖에 서독의 지원을 거부하고 동독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좌파세력인 「노이에스 포룸」 「인권 평화동맹」등은 「동맹 90」을,넬켄당ㆍ통일좌익당ㆍ독일공산당ㆍ기타 마르크스주의 단체등은 「통일좌익」을 각각 결성,선거에 임하고 있다. 또 동독의 독립을 추구하는 동독녹색당과 독립여성동맹은 서독녹색당의 지원아래 「녹색 선거동맹」을 결성했으며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주의당(FDP)ㆍ독일포룸당ㆍ자민당(LDP)등도 서독 자민당의 후원으로 「자유민주동맹」을 결성했다. 이들 좌파군소정당들은 통화 통합 예고 이후 화폐예금에 대한 불안과 실업불안등이 점차 동독인들 사이에 심화되자 동독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자신들의 정강정책을 활용,최대한의 득표작전을 펼치고 있으나 얼마만큼의 표를 모을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1천1백50만명의 유권자가 임기4년의 의원4백명을 뽑는 이번 총선은 비단 통독문제의 가속화뿐만 아니라 양독시민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인식의 공감대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 미ㆍ일「무역구조 조정」작은 진전/「양국정상 대좌」무얼 논의했나

    ◎슈퍼컴등 불공정 개선 강력 촉구 부시/“해소에 노력”전향적 의사 표명 가이후 중의원 선거에서 안정다수의석을 획득한 덕으로 총리로 재지명된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일본 총리는 「제2차 가이후 내각」을 발족시키기가 무섭게 지난 2일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부시 미대통령과 두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문제를 폭넓게 논의했다. 가이후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동서정세의 변화와 환경문제등 범지구적인 문제들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부시 미대통령은 회담 벽두부터 미일경제문제를 집중 거론, 가이후 총리를 숨가쁘게 몰아갔다. 부시는 미일간의 경제구조 문제협의의 진전상황및 불공정 무역관행국에의 제재조항인 포괄통상법 슈퍼 3백1조의 적용 대상품목이 되어있는 슈퍼컴퓨터ㆍ위성ㆍ목재제품 등 3품목에 구체적으로 언급,빠른시일내의 개선노력을 일본측에 요구했다. 지금 미일간의 최대 현안은 「구조협의」이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대일무역 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측에 대해 중대한 경제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대일무역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비단 수출과 수입의 역조현상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일본국내의 경제구조 자체가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므로 경제구조를 조정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일본의 토지가격 앙등ㆍ유통구조 등도 무역에 직접영향을 끼치는 것이므로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의 대미수출 전품목에 대해 슈퍼3백1조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 상무부와 일본 대장성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미국의 무역수지는 많이 개선됐다. 지난 87년 미국의 수출액은 2천5백41억달러,수입은 4천62억달러로 1천5백21억달러 적자였던 것이 88년에는 1천1백85억달러 적자(수출 3천2백24억ㆍ수입 4천4백10억달러),지난해에는 1천86억달러의 적자(수출 3천6백44억ㆍ수입 4천7백29억달러)에 머물렀다. 그러나 대일무역적자는 87년 5백46억달러,88년 5백18억달러,89년 4백90억달러로 좀처럼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EC무역수지는 87년 2백6억달러,88년 92억달러 적자였던 것이 89년에는 15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대일 무역수지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미국의 위협에 따라 일본은 지난해 7월의 파리 서방선진 7개국 정상회담에서 미일구조 협의를 수락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 구조협의는 지난 2월 22ㆍ23일까지 3차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오는 4월 미측의 중간평가를 거쳐 7월 14일까지는 미일 공동 최종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 2월 도쿄(동경)에서 개최됐던 제3차 미일구조문제 협의에서는 저축ㆍ투자의 균형,토지이용,유통,독점금지정책,계열간 거래,가격메커니즘 등 16개 항목을 의제로 논의했다. 우선 저축ㆍ투자의 균형문제에서 미측은 일본에 대해 『저축에 균형을 맞춰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공공투자를 GNP의 10%선까지 늘리도록 구체적 하한선을 제시했다. 미측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 간접자본의 충실을 꾀하는 정책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지정책에 있어서도 토지공급 촉진을 위한 토지세제 개정,용적률 등 규제완화를 요청했으며 유통제도에 있어서는 「대규모 산매점포법」의 운용완화 및 수년내 폐지를 요구했다. 이밖에 독점금지법에 대해서도 법률개정에 의한 벌칙강화를 요구했으며 가격 메커니즘의 시정까지 촉구했다. 이같은 미국측의 요구에 대해 일본내에서는 구조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내문제로서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일종의 내정간섭이라는 시각도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2월24일자 아사히(조일)신문 사설은 경제구조의 변경이 미국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일본의 소비자들을 위해,나아가 일본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재 일본의 정ㆍ재계의 유착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진전되고 있지 않다며 일본측의 태도를 비판했었다. 어쨌든 가이후 총리는 3박4일간의 미국방문에서 무거운 짐만 떠맡고 돌아온 셈이됐다. 특히 부시대통령은 3일의 2차회담에서 경제구조 협의 촉진을 위해 「정치적 지시」를 내리도록 촉구하기까지 했다. 4일밤 귀국한 가이후총리는 『구조협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자민당최고 고문회의를 열어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대국 일본은 자신이 누렸던 이익만큼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 「불고지 친족」 처벌 감면 필수적/민자 보안법 개정작업 어떻게

    ◎예비음모죄 적용대상도 대폭 줄이기로/반국가단체의 개념ㆍ고무찬양죄엔 이견 국가보안법 개폐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야ㆍ운동권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민자당의 국가보안법 심사소위가 24일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죄ㆍ예비음모죄의 적용대상을 대폭 축소하기로 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취함에 따라 국가보안법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중 최대의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고무ㆍ찬양죄(7조)의 개정을 둘러싸고 민자당내 정파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평민당측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사상상 국가안전을 위태롭게하는 집단이나 행위 등 간첩죄만 처벌하는 내용의 「민주질서보호법」으로의 대체입법을 주장하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국가보안법 개정안의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 ○…이번 민자당의 개정안 중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불고지죄와 예비음모죄의 대상축소. 지난해 공안정국 이래 논란의 대상이 됐던 불고지죄는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계와 현체계 고수를 요구하는 민정ㆍ공화계가 접전을 벌인 끝에 반국가단체구성,목적수행,금품수수,잠입ㆍ탈출 등 4가지 중요 범죄에만 적용시키기로 결론. 이와함께 법집행과 인륜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불고지죄의 단서조항을 「친족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혹은 면제할 수 있다」는 임의적인 규정을 「감경 혹은 면제해야 한다」 필요적 규정으로 개정함으로써 이같은 논란에 일단 종지부. 그러나 한때 검토의 대상이 됐던 형의 감경 혹은 면제의 대상으로 변호사ㆍ의사ㆍ기자 등 업무상 범죄사실을 인지하게 된 자를 포함시키는 문제는 한계설정을 확실히 할 수 없는 법기술상의 어려움 때문에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나 법관의 자유재량권에 맡겨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거둔다는 선에서 매듭. 불고지와 함께 존속여부를 놓고 민주계와 민정ㆍ공화계 사이에 첨예하게 맞섰던 예비음모죄의 경우 「반국가단체 구성이나 잠입탈출 등 국가안보에 결정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범죄를 예비단계에서부터 검속하지 않을 경우 반국가사범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을 민주계가 수용하고 「편의제공ㆍ금품수수등 경미한 범죄에까지 예비음모죄를 적용하면 반국가사범을 양산시킬 수 있다」는 명분론을 민정ㆍ공화계가 수용함으로써 중요 범죄에만 적용시키기로 타협. ○…국가보안법상 중요 범죄로 지목된 목적수행죄(4조)도 당초 민정ㆍ민주ㆍ공화 3정파간에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으나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정신에 따라 사형 또는 무기에 처하도록 규정된 2항을 분리,군사기밀등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 행위만 2항을 그대로 적용하고 보다 경미한 내용의 기밀을 탐지ㆍ누설했을 경우에는 처벌형량을 완화한 조항을 신설키로 합의했다. 이와함께 6항의 「허위사실을 날조ㆍ유포 또는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한 때」를 민주계가 요구하는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때」로 개정,대상을 축소시키기로 합의. 또 현행 결과범에 대해 동기여부에 상관없이 처벌토록 규정한 잠입ㆍ탈출ㆍ금품수수죄의 경우 남북교류확대라는 정치현실을 감안,「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라는 구절을 넣어 목적범으로 축소조정했다. 목적범이 아닌경우에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처벌조항을 신설해 질서범으로 처벌을 완화했다. 특히 불법구금ㆍ수사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구속기간의 연장조항(19조)은 반국가단체 구성ㆍ목적수행 등 사실상 간첩죄에 해당되는 범죄에 대해서만 1ㆍ2차에 걸쳐 수사편의를 위해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법적구속 요건을 강화. ○…그러나 국가보안법 개정작업의 핵심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반국가단체의 개념규정이나 고무ㆍ찬양죄에 대해서는 민정ㆍ공화계와 민주계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노출. 2조에 규정된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또는 집단」이라는 반국가단체 개념의 내용면에서는 3정파간에 이견이 없으나 민주계측에서는 「헌법의 기본질서인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변란할 목적으로」로 표현을 바꾸고 「결사와 단체」를 보다 구체화할 것을 요구. 이에대해 민정ㆍ공화계는 2조에 대한 지금까지의 판례에 혼란을 야기시킬 소지가 있다며 반대. 또 고무ㆍ찬양죄의 경우 민주계는 남용의 소지가 있는 대표적인 조항일 뿐만 아니라 이 조항에 대한 폐지나 「폭력을 찬양 고무할 경우」로 한정하는 등 대폭 개정없이는 국가보안법을 개정했다는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 그러나 민정ㆍ공화계는 학술적인 표현이나 자기신념의 단순표현은 적용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으나 민주계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극도의 이념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폐지나 대폭 개정에는 반대.
  • 「평화 배당금」 싸고 미서 “용도 논쟁”

    ◎군축으로 남는 국방비 놓고 군침/보수파,「감세」 선호… “교육ㆍ주택 투자” 주장도/백악관선 “불가”… 시장들 “도시사업 보조” 요구 「평화 배당금」이 언제,얼마만큼 미국예산안에 계상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수년간 미국정치를 시끄럽게 만들것 같다. 워싱턴의 국회의사당과 각지의 시청건물에서,그리고 로비단체와 상아탑에서는 소련과 동구의 급격한 변화가 미국의 국방비를 얼마나 감축시킬 것이며 이 「횡재」를 어디에 쓸것인가를 전망하느라고 벌써부터 열을 올리고 있다. 오직 백악관만이 이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평화배당금이 신기루와 같은 환상이며 잘못된 기대를 낳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시행정부의 국방예산안은 시대에 뒤진 것이 아닌가? 부시대통령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먹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아닌가? 얼마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질문을 받고 부시는 『미국 국민들은 이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과 같은 격동기에 하룻밤 뒤에 무슨일이 일어날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지난주의 뉴스는 평화배당금에 관한 예측을 한껏 부채질했다. 놀랍게도 소련이 부시의 유럽주둔군 감축제의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에따라 앞으로 미국은 유럽주둔병력의 근 3분의1에 해당하는 8만명의 철수가 가능해졌다. 이 철군으로 절약될 예산은 연간 70억∼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시대통령이 지난달 의회에 보낸 91회계연도 예산안에는 이같은 철군계획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 예산안에서 부시대통령은 국방비지출을 현 연도의 2천8백70억달러에서 내년에는 2천9백20억달러로,95년엔 3천50억달러로 늘려서 책정할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인플레를 감안할 경우 연2%씩의 비율로 축소 조정된 것이다. 부시행정부측 계산에 의하면 95회계연도의 국방비 3천50억달러는 인플레를 고려할때 현 연도에 비해 약4백50억달러가 줄어든 지출 규모다. 미의회에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원들까지도 부시대통령에 대해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45년간 미국의 군사정책은 핵대학살을 초래할 수 있는 소련의 서구침공에 대응하는 방위에 그 기초를 두었다. 그러나 지금 소련의 위협은 감소일로에 있고 소련의 가상 침공루트에 위치한 동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에선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있어,이같은 군사정책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돼버렸다. 때문에 미의회는 부시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많은 군사비를 삭감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상원청문회에서 『다음 세기에 들어설때가지 펜터건 예산의 절반을 안전하게 삭감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증언한 전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와 브루킹스연구소 안보문제 전문가 윌리엄 카우프만의 견해에 미의원들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 「횡재」의 활용방안은 기본적으로 ▲감세 ▲재정적자 축소 ▲3조달러의 국가채무 상환개시등 3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감세를 선호하고 있다. 미국이 체제의 우월성을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이 낸 세금 덕분이었으므로 이제는 국민들에게 어느정도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의 논리다. 이들은 냉전의 전리품이 정부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보수주의 진영의 정책연구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11가지 감세방안을 내놓았다. 사회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은 평화배당금의 용도로 교육ㆍ주택ㆍ마약퇴치ㆍ복지사업 등을 선정해놓고 있다. 의회의 회계감사기관인 GAO는 교량과 고속도로의 개수에서부터 항공교통 통제시스템의 현대화,노후핵무기 공장의 정화 및 현대화에 이르기까지 행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사업목록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지난달 소집된 미전국시장회의는 이 돈을 도시사업 보조에 써야한다고 역설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돈을 감세나 지출에 충당하지 말고 연방예산 적자축소와 국가채무상환에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이자율이 떨어지고 국가저축이 늘어나며 투자와 생산성이 증대돼 결과적으로 모든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난달 실시된 뉴욕타임스­CBS뉴스 공동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인의 62%가 평화배당금은 마약ㆍ무주택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써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21%는 적자 축소에,10%는 감세에 써야 한다고 각각 응답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실망하게 될지 모른다. 미국방예산의 많은 부분은 이미 향후 수년간 계속사업 등에 묶여 있다. 군사기지 폐쇄,무기계약중단,해외주둔군 재배치 등은 장기적으로 예산절감의 효과를 가져오지만 우선은 추가지출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역사는 평화배당금이 생각했던 것처럼 길게 남아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월남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68년에서 월남전이 종전된 다음해인 1976년 사이에 미국방예산은 3천20억달러에서 1천9백50억달러로 줄어들었으나 곧 다시 늘어났었다.
  • 동구변혁과 한반도의 앞날 진단/특별대담(벼랑에 선 공산주의)

    ◎“개혁열풍 90년대 중반 북한에 상륙한다”/한반도군축ㆍ내부여건 성숙이 가장 큰 변수/「북방정책과 남북한 관계」 연계발상 버려야/“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2분법적 시각 곤란… 「변화과정」주시해야 동구 공산정권의 잇따른 붕괴에 이어 최근 소련공산당은 중앙위를 소집,공산 일당독재를 포기하는 역사적 조치를 취했다. 소ㆍ동구변혁과 관련,그것이 극동 및 한반도 분단구조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그리고 북한의 장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등을 소련 및 동구전문가인 하용출(서울대교수) 서병철(외교안보연구원교수ㆍ본사논평위원)두학자의 대담으로 진단해 본다. ▲서병철교수=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국가들의 대변혁은 금세기 최대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우선 극도로 침체된 경제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일보전에 이르렀으며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개혁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낌으로써 그 변혁의 원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또한 서방진영을 좇으려는 집권층의 정책의욕과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열망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번 공산권 개혁은 그 누구도 되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동유럽 국가들이 오는 상반기까지 선거에 의한 다당제도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이제까지의 개혁열기를 구체적으로 정치체제화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입니다. ▲하용출교수=공산권의 대변혁을 놓고 한편에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탄생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자본주의로의 선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극단적인 양극론은 잘못된 시각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산권변혁의 흐름은 크게 3단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당의 정치권력독점과 관료화가 빚어낸 병폐를 청산하는 과거청산단계로서 소련 및 동구 공산국가들의 일당지배 포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다음은 개혁을 위한 체제정비 단계이고 마지막은 개혁후 새로운 체제를 형성하는 단계입니다. 소련은 현재 제1단계를 지나 개혁을 위한 체제정비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동구 공산국가들은 이제 과거청산단계에 놓여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특히 소련이 최근 폐막된 공산당중앙위 전체회의에서 당의 권력독점 조항의 폐지를 골자로 한 개혁안을 채택한 것은 지난 몇년간 소유권 개혁이나 국가기업의 자주권 확대등 개혁조치를 취했으나 이것들이 집행단계에서 무산되거나 보수적으로 수정됨으로써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체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치체제 개혁이 불가피하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는 고르바초프가 처음 집권했을때 현재와 같은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듯이 개혁의 리듬을 타고 있는 공산권을 경직된 고정관념으로 재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최근 소련에서 개혁을 둘러싸고 갈등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듯하지만 이는 개혁을 위한 체제정비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합니다. 소수민족문제등 개혁정책추진과정에서 예기치 않았던 문제들이 새로 표출되면서 전통적인 일당지배체제가 안고있는 문제들이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입니다. ▲서교수=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내세웠을때 서방진영은 두가지 반응을 보였습니다. 소련 또는 동유럽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유럽국가들은 처음부터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미ㆍ일은 소련이 과거 평화공세를 펴는 이면에 군비를 증강해 왔던 점을 상기,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지요. 그러나 미ㆍ일도 개혁을 거부해 왔던 동독의 호네커가 축출되는 상황에 이르자 고르바초프의 진실을 믿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유럽국가들은 유럽공동체의 결의로 개방ㆍ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나라에 우선적으로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더 나아가 긴장완화를 통한 하나의 유럽을 결성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교수=일부에서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 4∼5년이나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실패를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같은 시각은 공산권을 보는 우리의 태도가 지나치게 「국내정치화」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소련의 경우 73년,동유럽국가들은 40∼50년이상 공산당 일당지배체제가 계속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할때 체제개혁운동기간이 길게 4∼5년,짧게는 1년미만에 불과한데 묵은 때를 쉽사리 씻어낼 수 있겠습니까. ▲서교수=소련과 동구에서 불고 있는 개혁 열풍으로 북한지도부는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1인당 GNP 1만2천달러인 동독을 경제대국으로 서방진영과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김일성은 사회주의 경제의 성공모델로 동독을 꼽아 왔으니까요. 동독의 호네커정권이 소련과 동독주민들의 개혁요구를 무시하다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북한의 지도부가 느꼈을 충격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즉각적 개혁은 난망 루마니아도 정치적 지도이념이 북한의 주체사상과 흡사한 일면이 있습니다. 극도의 폐쇄체제를 고집해 왔다는 점에서도 북한과는 유사한 나라입니다. 특히 루마니아는 동구권내에 일고 있는 개혁요구에 대해 공산주의 타도 음모로 규정,북한ㆍ중국 등과 함께 개혁차단을 위한 공동전선을 형성해 왔다고 볼 수 있지요. 동독과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혁명은 북한의 김일성정권에게도 위기의식을 느끼게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즉각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밖으로부터의 자유화 물결이 내부로 침투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개혁의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두렵지만 변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북한지도부가 처한 고민이라고 할까요. ▲하교수=소련과 동구권의 개혁추진은 크게 네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동서 신데탕트시대로의 세계질서 변화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아시아지역 질서의 변화와 사회주의권 내부의 변화를 들 수 있고 마지막으로 남북한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는 순으로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이가운데 아시아지역 질서의 변화와 사회주의권 내부의 변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사회주의권 내부질서는 당대당의 유대를 통해 소련식 개발모델을 주변 사회주의 국가들에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이론적으로는 사회주의적 국제주의라고 합니다. 소ㆍ동구권의 개혁은 이러한 사회주의적 국제주의의 퇴조와 함께 사회주의국가들 내부에 민족주의적 성향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동독과 루마니아에서 공산당 권력독점 체제가 붕괴되고 권력이 상대화함으로써 이들 국가와 같은 권력체제 형태를 갖고 있는 북한에게는 체제유지의 이론적 기반을 흔들리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시아권 공산주의 국가의 경우는 동양적 정치문화의 특징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즉 동양적 정치문화는 전통적으로 서양에 비해 정치개혁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아시아권 공산주의 국가들의 개혁속도가 동구보다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합니다. 또 북한의 체제변화는 북한이 1차적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을 포함,극동지역 및 남북한간의 군축회담의 진전 여하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서교수=급변하는한반도 주변정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도 새롭게 정립돼야 할 것 같습니다. 북방정책은 모든 공산주의 국가와 적극적인 관계수립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 들이자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 궁지에 몰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도 적절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자신들의 체제유지를 위해서라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여집니다. 동ㆍ서독 관게가 급속한 진전을 보이게 된 역사적인 배경과 과정을 고찰해 보는 것은 우리의 대북관계 진전의 방향에도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협정은 양독간의 무관세 협정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은 경제교류를 활성화해 72년 양독관계 기본조약을 체결하는 밑바탕을 제공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즉 서독은 자본과 기술을,동독은 저렴한 노동력을 각각 제공해 에티오피아ㆍ시리아ㆍ리비아 등의 제3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식의 3각협력이 동ㆍ서독간의 실질적인 관계증진에 크게 기여했던 것입니다. ○파격적 제의 필요 우리도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보다 진일보한 아이디어와 북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파격적인 제의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교수=저로서는 북방정책과 남북한 관계를 연계시키는 발상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보다는 사회주의권 내부에 일고 있는 변화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따라서 북방정책은 북한을 제외한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고유한 외교관계의 수립을 추진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이와는 별도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남북한관계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북방정책을 대북관계에 이용하려는 목적을 강조할 경우 북방정책 자체가 뿌리 내리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서교수=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은 사회주의권 내부의 변화,남한의 국내 정치여건의 변화,남북한군축회담의 진전 정도,북한내부의 개혁세력의 입지 등일 것입니다. 당장 북한이 변화하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이 북한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고 매우 경직된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루마니아에 민중봉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북한에도 그같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한데 주변여건과 북한내부의 조건의 성숙이 맞아 들어간다면 90년대 중반에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우리식 예단은 금물 ▲하교수=동구사태를 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구의 내부사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없이 편의대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동구의 변화는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우선은 동구가 변화해 가는 과정 자체를 주시하고 그것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흔히 동구를 둘러보고 우리보다 못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기 쉽지만 그들의 문화적 축적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권에서 마오이즘(모택동주의)을 제외하면 새로운 근대정치사상이나 이데올로기가 제시돼 본 적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동구의 사람들은 자기변화를 위한 고통스런 과정을 겪고 있고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창출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명절… 한복… 여성… /권영자 한국여성개발원 부원장(아침세평)

    설날을 앞둔 요즘의 사람들 표정도 바빠 보인다. 사장이 바쁘고 백화점이 바쁘다. 그 중에서도 민속품을 다루거나 선물을 다루는 곳이 더 번다한 것 같다. 차표 한장 얻기가 대학문 들어가기만큼 어렵고,서울의 자동차 대수만도 1백만 대를 넘는데다 이번 설에도 고향찾는 발걸음은 여전할 것같으니 오가는 길의 번잡함이 굉장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낯익은 옛집ㆍ산천,사랑하는 가족ㆍ친지와의 각별한 만남이 메마른 세태에 봄비와 같은 소생의 힘을 줄것이기에 그 어렵고 번다한 장애물을 넘어 이번 설에도 대이동을 시도할 것이 뻔하다. ○어렵던 시절의 설빔 설날은 구정이라는 말보다 훨씬 정감이 있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신정이라는 말과 함께 쓰이던 구정이라는 말속에는 묵은 것,옛날것,그래서 그만 버렸으면 좋을 것이라는 뜻이 은근히 비쳐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날을 없애려고 꽤나 고심하면서 살았었는데 구정은 죽지않고 설로 다시 살아서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버려야할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는 설이기에 마음이 편안한 것이다. 설날은나에게 한복 특히 비단옷에 대한 기억을 연상시키는 명절이다. 어려웠던 시절,설빔으로 비단옷을 얻어입기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철없던 터라 몇날이고 졸라 옷한번 얻어내고선 잠못이루며 설날을 기다리던 일이며,인두가 꽂힌 화롯가를 맴돌면서 덜 된 옷을 수도없이 몸에 견주어 보다가 야단 맞던일,진눈개비로 질벅거리는 마을길을 비단옷의 귀함도 잊고 휘둘러다니다가 옷을 버린 일,억망이 된 옷을 망연자실하며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눈길 등등이 지금도 기억에 아련히 남아있다. 꽤나 보물처럼 다루었던 설빔 치마저고리였지만 나는 철이 들면서부터 거의 그것을 입지 않았다. 학교다닐때는 교복으로 족했고 도시의 직장인이 되어서는 양장이 일하는데 기능적이었던 때문도 있지만 한복이 내게는 여성의 과중한 노동과 인고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설빔으로 어렵사리 해입힌 옷을 적시고 돌아오는 딸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 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자의 눈물과 한숨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많은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한복이란 좋은 것으로 한벌 마련하는데도 이것저것 재보아야할 주머니 사정이 있을뿐 아니라 빨아서 매번 다시 꿰매야 하는 것이기에 어머니들의 가사노동부담을 너무도 과중하게 해주었다. 양장이 도시,멋,부,현대적 활동감 이런 것들을 상징할 때 한복이 시골,일,가난,구닥다리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천시를 당하던 시절,나도 한복을 많이 천시하고 괄시했다. 내가 괄시한 이유는 그것이 여성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주범 중 하나라는 이유 때문이다. 나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우리의 전통과 깊은 멋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양장에 압사당하던 우리의 옷을 되살리는데 온 힘을 기울인 덕분에 한복은 설날보다 앞서 되살아났다. 그냥 되살아나기만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상류냄새를 풍기면서 화사하고 고급스런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여성의 품위와 안방의 권위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오늘의 현란하고 곱사한 한복을 대하노라면 여성의 과중한 노동이니 인고니 하는 옛날에 내가 품었던 낱말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성의 상품화 도구로 그러나 문제는 있다. 한복치마저고리가 고운만큼 그 곳에는 여성을 비하시킬 음모가 숨어있다. 한복치마 저고리가 귀부인의 품위와 안방의 권위를 상징하고는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여성을 성의 대상,상품화로 전락시키는데 거의 필수적으로 이 옷이 쓰인다는 사실이다. 그런 류의 서비스직 종사 여성에게 하나같이 날아갈 듯한 한복을 입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 그뿐인가 손님 특히 남자손님을 정성스레 맞아야 할 행사에도 어김없이 한복을 곱게차려 입은 여성이 등장하고 있다. 서비스업체는 물론 기관이나 관공서에서까지도 그런 의미가 담긴 행사에 한복입는 여성직원을 등장시키고는 흐뭇해한다.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의 상징처럼 비치고 있는 한복치마저고리의 아름다운 이미지속에도 그런 류의 추억이 깃들어 있지나 않는지 모를 일이다. ○행사장마다 “단골” 한복이 민속의상으로서나 민족의상으로서 길이 남으려면 이 옷이 여성을 노리개로 삼는 일에 적극적으로 쓰여서는 안될 일이다. 행사시 여직원이 입고 나서는 한복이 유흥업소의 서비스직에종사하는 여성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한 집안의 여주인으로서의 품위와 권위가 그 옷 속에서 풍겨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변을 보자 여성을 그 집의 여주인으로 보고 그 권위와 품위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 행사시 치마저고리를 입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명절과 한복과 여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치마저고리를 곱게 받혀입고 나서지 않으면 명절의 분위기가 나지않는 때문이다. 그 때문에 평소 집안에 있을 때는 홈웨어라는 국적불명의 내리닫이 옷을 입고 지내는 주부들도 명절이면 불편을 감수하고 한복을 곱게 입는다. 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오는 손님에게 품위와 권위를 지키는데 이 옷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집안에서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남편들이 치장삼아 바지저고리를 입는 것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한복이라는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옷이 명절만을 위한 옷으로 계속 고급화되고 있어 그의 일상성을 잃어가고 있는 점은 아쉽다. 뿐만아니라 한복이 여성을 분위기잡는 도구로 사용할 때 곁들여지는 옷이되고 있는 점은 그 옷이 갖는 아름다움과 기품을 상쇄하고도 남을 거부감을 일으킨다. 일할 때나 쉴때나 항상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여성과 함께 발전하는 치마저고리 한복이 되지 않고서는 전통을 재현했다는 자부심을 내세우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 벼랑에 몰린 「페레스트로이카」/아제르바이잔사태와 모스크바의 딜레마

    ◎「민족갈등」 불길 확산… 묘책 못찾아 전전긍긍/“지금은 빵이 더 아쉽다”… 욕구충족 못시켜 곤경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이 출범 5년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고있다. 경제개혁이 지지부진 한데다 최근 일고있는 유혈인종분규와 소수민족들의 독립요구시위는 소련의 고르바초프정권을 벼랑으로 몰고가고 있다. 소련 최고회의는 내전위기로 빠져들고 있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일대에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들 두 공화국 주민들의 무장충돌이나 시위사태가 어제 오늘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벌써 2∼3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항용 있는 일로 치부하지 못하고 「위기」로 보는것은 사태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해졌다기 보다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다시 스탈린식 힘으로 억누르는 것 뿐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진정제 효과만 있을뿐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근본적 치유책 난망 지난 11일 고르바초프가 직접 방문했던 리투아니아등 발틱 3공화국도 페레스트로이카의 앞날을 어둡게 점칠 수 있는 걸림돌이다. 이곳 주민들은 소연방에서 탈퇴,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고 연방정부로서는 이들의 독립요구를 허용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들이 독립했을 때 그곳에 사는 러시아민족 처리도 문제지만 경제적 손실이 크고 무엇보다 소련의 막강한 발틱해군 기지를 잃게된다. 뿐만아니라 이곳이 독립할 경우 다른 소수민족들로 구성된 공화국들도 너나없이 독립투쟁을 벌일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르바초프가 지난 11일부터 3일동안 리투아니아를 방문,한편으로 자율권 확대,정치적 다원화등 유화책으로,다른 한편으론 「독립을 하자면 큰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등 강경론을 내세워 이곳에 팽배한 민족주의 물결을 누그러 뜨리려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같은 독립문제나 인종갈등과 같은 민족문제는 비단 이들 몇몇 공화국만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백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ㆍ그루지아ㆍ우즈베크ㆍ카자흐 등 소련내 15개 공화국중 러시아공화국을 제외한거의 모든 공화국이 민족갈등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브렌진스키 전 미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을 비롯한 일부 소련문제 전문가들은 페레스트로이카가 실패할 가능성의 가장 큰 이유를 이 민족갈등문제에서 찾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성공시키자면 자유화ㆍ민주화를 추진해야 하고 이를 추진하면 할수록 민족문제는 더 크게 표출하지만 이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족문제 못지않게 고르바초프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바로 경제문제다. 페레스트로이카정책 이후 소련 국민들은 『자유는 있으나 빵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결과는 조사대상자의 90%가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었으며 52%가 경제사정이 과거보다 악화됐다고 말하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은 불과 18%인데 반해 성공불능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24%에 달했다. ○다당제도입에 함정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된지 5년이 다 됐지만 경제사정이 호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련당국은 그동안 시장경제를 부분도입하면서 국영 및 집단농장 일부를 해체,자영농을 확대하고 기간산업을 제외한 기업들을 민영화하고 있으며 군수공장을 소비재생산공장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또 외국자본과의 합작회사 설립을 적극 권장하고 채권ㆍ주식등 자본시장까지 창출하려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경제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물가를 자유화 하는 시장가격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88년말 물가를 자유화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빈약한 슈퍼마켓의 진열장은 순식간에 텅텅 비고 말았다. 당국은 물가인상에 앞서 소비자의 심리상태,시장의 변동,인플레에 견딜만한 사회적 준비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정치적 도전도 만만치 않아 페레스트로이카를 위협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산당지배체제를 버리고 다당제를 도입하는 일이다. 고르바초프는 이 문제를 오는 10월의 28차 당대회때 논의하자고 뒤로 미루어 왔다. 하지만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해 야기된 동구개혁의 핵심은 바로 다당제도입이어서 소련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소련이 다당제를 실시한다면 이념이나 기능주의적 정당보다는 민족당 지역당으로 나뉘어 소련방 자체를 갈기갈기 찢어놓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고르바초프는 레닌이래 지속된 투쟁적 정치스타일을 하루아침에 「조화의 모델」로 바꾸어 보려는 신사고를 통해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내는 물론 동구에서의 민주화,동서해빙을 주도하며 세계역사를 바꾸어온 그가 이제 뜻하지 않는 국민들 욕구의 동시폭발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과연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 회귀의 반동세력이 크렘린의 성주로 다시 등장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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