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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양주 16세기 여성 묘 출토복식’ 국가민속문화재 된다

    ‘남양주 16세기 여성 묘 출토복식’ 국가민속문화재 된다

    16세기 중기 복식과 장례 문화를 생생히 보여주는 ‘남양주 16세기 여성묘 출토복식’이 27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이번에 지정되는 복식 유물은 2008~2009년 경기 남양주 별내 택지개발사업 부지에서 발견된 무연고 여성 묘에서 나왔다. 당시 출토된 52건 71점 중 사료적 가치가 있는 10건이 대상에 선정됐다. 이 가운데 ‘직금사자흉배 운문단 접음단 치마’는 조선전기 연금사(속심 실에 납작한 금실을 돌려 감아 만든 실)로 비단 바탕에 무늬를 짜 넣어 만든 사자 흉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주목된다. 흉배는 조선시대 문무관의 관복에 날짐승이나 길짐승 무늬를 직조하거나 수놓아 품계를 표시하던 사각형 장식이다. 사자 흉배는 궁궐 수비를 맡은 장수가 사용했다고 한다. 흉배가 관복이나 저고리 등이 아닌 치마에 활용된 사례로는 이 유물이 최초다. 승려의 겉옷 또는 양반층 부녀들이 예복으로 착용한 ‘장삼’ 역시 기존과 형태가 다르고, 장삼에 사용한 넓은 띠인 ‘대대’ 또한 상태가 양호해 연구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30일의 예고 기간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국가민속문화재로 최종 지정할 예정이다.
  • 女 얼굴, 가슴, 얼굴…낯 뜨거운 ‘중국 남성용 시력검사표’

    女 얼굴, 가슴, 얼굴…낯 뜨거운 ‘중국 남성용 시력검사표’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 시력 검사표의 내용이 여성의 신체 일부를 묘사하는 등 성희롱적인 문구를 표기해온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광명망 등 중국 매체들은 쓰촨성 청두의 한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영화관 로비 무료 시력 검사표 내용에 여성의 신체를 가리키는 단어가 연이어 표기돼 이용자들로부터 불만이 폭주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화관 로비 벽면에 부착돼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주로 이용했던 이 시력 검사표의 상단에는 ‘남성용 시력표’라는 문구가 버젓이 표기된 채 제공됐다. ‘남성용 시력표’ 맨 위 상단의 0.1 시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의 단어에는 ‘얼굴’이 적혀 있었고 이어 0.12, 0.15 등 각 시력 확인 문구마다 가슴과 다리, 허리, 내면, 고학력, 효도하는 여성 등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듯한 단어들이 차례로 나열됐다. 해당 시력표를 목격해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제기한 한 익명의 중국인 영화 관람객은 해당 시력표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10대 청소년과 어린이들이었다는 점에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 관람객은 “영화관은 주택가에 밀집한 곳으로 평소 관람객의 상당수가 어린이들과 그 부모들”이라면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자, 해당 영화관 측은 문제의 시력 검사표를 곧 교체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냥 재미와 흥미를 끌기 위해 붙여놓았던 것”이라면서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여 또 한 차례 논란을 키웠다. 문제가 계속되자 급기야 청두시 관할 슈앙류구 선전부 위원회가 직접 논란 진화에 나선 분위기다. 청두시 관할 공안국은 해당 영화관에 시장감독 집행관을 직접 파견해 논란이 된 시력 검사표를 즉시 제거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영화관 대표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성희롱적 문구를 적어 넣고 보란 듯 대중 시설에 부착해 논란이 된 사건이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4월에도 중국의 한 대형 백화점은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정문 입구에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남성용 시력 검사표’를 부착, 고객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남성용 시력 검사표’가 곳곳에서 등장하자, SNS에서는 이에 대응한 ‘여성용 시력검사표’가 출시돼 온라인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등 남녀간 성차별에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 “인간 삼킬 수 있는 유일한 파충류”…영주에서 발견됐다

    “인간 삼킬 수 있는 유일한 파충류”…영주에서 발견됐다

    악어와 표범 출현 소동을 빚은 경북 영주에서 열대우림 지역에 서식하는 ‘그물무늬비단뱀’이 포획됐다. 26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영주소방서는 최근 영주시 적서동 노벨리스코리아 공장의 수출입 컨테이너에서 외래종 파충류인 그물무늬비단뱀 1마리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포획 장비로 잡았다. 컨테이너는 태국서 반입됐다. 포획된 뱀은 몸길이 1.5m, 무게 400g 정도의 새끼로 추정되고 있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4.8~7.6m, 무게 159㎏에 이를 정도여서 세계에서 가장 큰 뱀으로 알려져 있다. 영주소방서는 경북도 환경정책과와 영주시야생동물보호센터에 문의한 후 이 뱀을 안동 동식물테마파크 주토피움에 인계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자극적인 행동은 뱀의 공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발견하게 되면 즉시 119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영주에선 악어가 출몰하고 표범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주민들을 긴장케 했지만 모두 오인 신고로 드러나면서 소동으로 확인됐다. 악어의 경우 수달 등 다른 동물을 잘못 봤을 가능성이 높아 수색이 마무리됐고, 표범 발자국은 들개의 것으로 결론 났다. 영주소방서는 경북도청 환경정책과 및 영주시 야생동물보호센터에 문의 후 이 뱀을 안동 동식물테마파크 주토피움 관계자에게 인계했다.그물무늬비단뱀은 몸길이가 최대 10m 이상 자랄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크고 힘도 세다. 열대우림에 서식하며 주로 작은 강이나 연못 근처에서 발견된다. 또 육식성이기 때문에 조류나 포유류를 먹이로 하며, 성질이 매우 공격적인 편이다. 실제 지난해 인도네시아 한 여성이 비단뱀에 통째로 잡아 먹혔다. 수색대가 뱀을 포획해 배를 갈라보니 여성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 뱀을 그물무늬비단뱀으로 추정했다. 뱀 보호활동가 네이슨 러슬리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잠비 지역에서 성인 인간을 삼킬 수 있는 유일한 파충류는 그물무늬비단뱀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영국 의회의 탄생과 그 의미/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영국 의회의 탄생과 그 의미/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영국의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17세기에 벌어진 의회와 왕의 갈등에 대해 익숙하게 들어 봤을 것이다.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서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왕권과 대의제(의회)를 놓고 벌어진 줄다리기가 정치사의 주요 흐름을 장식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확고한 의회주의를 확립한 나라로 유명하다. 그런데 영국의 의회는 영어로 ‘팔러먼트’(Parliament)라고 한다. 학창 시절 영어 단어를 외우다가 왜 이 단어가 의회를 뜻하는지, 그것도 콕 집어서 ‘(영국) 의회’라고 하는지 배경이 궁금했던 사람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한국에서 ‘국회’는 영어로 ‘National Assembly’라고 번역한다. 또 미국에서는 의회를 ‘United States Congress’라고 쓴다. 이때 ‘assembly’나 ‘congress’는 모두 모임이나 회합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팔러먼트’라는 단어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일까. 그 뜻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프랑스로 넘어가 ‘파를르망’(Parlement)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이 단어는 프랑스 혁명 당시 방아쇠 역할을 했던 ‘고등법원’을 의미한다. 사실 ‘Parliament’라는 단어는 이 프랑스어에서 기원한다. 그렇다면 의회와 법원, 즉 입법부와 사법부가 별 차이가 없었다는 말인가. 단어의 이동이 일어난 시기는 13세기인데, 이때는 몽테스키외가 삼권분립을 제창하기 500년 전이다. 프랑스어 ‘파를르망’은 ‘말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파를레’(parler)에서 파생했다. 즉 프랑스의 ‘파를르망’이나 영국의 ‘팔러먼트’는 모두 참석한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는 회합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영국에서 이 ‘팔러먼트’라는 말이 ‘의회’라는 의미로 확고히 정착된 때는 바로 13세기 중반 프랑스 출신 귀족 시몽 드 몽포르가 국정을 주도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때는 영국 왕이 아키텐 지역과 관련해 프랑스 왕의 봉신이기도 했던 만큼 두 나라의 귀족사회도 뒤얽혀 있었는데, 몽포르는 아버지로부터 영국 땅을 상속받아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무능하고 독단적인 국왕 헨리 3세에 맞서 귀족 봉기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약 50년 전에 작성됐던 ‘마그나카르타’(대헌장)의 정신에 따라 국왕이 의회의 동의하에서만 세금을 걷고 국정을 운영하도록 했다. 또한 의회에 고위 성직자나 대귀족뿐만 아니라 중소 귀족이나 도시 대표도 참석하게 되면서 의회는 명실상부한 대의제 기구로 거듭날 수 있었다. 1265년 세자 에드워드는 왕권을 위협하는 몽포르를 제거했고 결국 의회는 유명무실화됐다. 하지만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1세는 1295년부터 ‘모범 의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면서 영국 의회주의의 기틀을 다졌다. 그는 내치에서는 정적의 정책까지도 통합과 화합의 정치로 계승하며 적보다는 친구를 만드는 정치를 펼쳤다. 비록 700년도 더 전인 남의 나라 군주정 시대 일이라지만, 대화와 포용으로 요약되는 중세 영국 의회의 탄생 과정은 현재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6세 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진 까마귀, 흉조일까, 길조일까? [한ZOOM]

    6세 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진 까마귀, 흉조일까, 길조일까? [한ZOOM]

     ‘낭만에 대하여’를 부른 가수 최백호가 1979년 발표한 ‘영일만 친구’라는 노래가 있다. 프로축구단 ‘포항 스틸러스’는 이 노래를 응원가로 사용하고 있으며, 포항에서는 노래 제목을 시장 이름과 특산물 브랜드 사용하고 있다. 그 만큼 이 노래는 포항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영일이 포항의 옛 이름이기 때문이다. ‘영일’(迎日)은 맞이할 영(迎)과 해 일(日)이 합쳐진 것으로 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지도를 보면 포항은 포효하는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양의 한반도 지도에서 꼬리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울릉도, 독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가장 동쪽에 있기 때문에 이름 그대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실제로 노래 제목에 등장하는 영일만은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영일만을 배경으로 한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 속 ‘까마귀’ 고려시대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는 영일(포항)을 배경으로 한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가 소개되어 있다. 연오랑이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위가 움직이더니 일본으로 떠내려갔다. 일본 사람들은 연오랑을 귀인이라고 여겨 왕으로 삼았다. 한편 남편을 찾으러 바닷가에 간 세오녀는 남편의 신발을 발견하고 바위에 올랐고 일본으로 떠내려가 남편을 만나 왕비가 되었다. 그날 이후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사라졌다. 신라왕이 일본으로 신하를 보내어 연오랑과 세오녀에게 신라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러나 연오랑은 자신들이 일본으로 온 것은 하늘의 뜻이니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세오녀가 짠 비단을 전해주며 이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라고 했다. 신하가 비단을 들고 신라로 돌아와 하늘에 제사를 지내니 해와 달이 다시 돌아왔다. 연오랑과 세오녀를 일본으로 데려간 바위가 솟아오른 곳이 영일만에서 유명한 호미곶(虎尾串, 호랑이 꼬리 마을)이라고 한다. 그래서 호미곶 해맞이광장에 가면 ‘연오랑과 세오녀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이름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글자가 있다. 바로 까마귀 오(烏)다. 일월신화(日月神話)에 하나인 연오랑과 세오녀 이름에 흉조의 상징인 까마귀 오(烏)가 들어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까마귀는 흉조가 아닌 고귀함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상징 ‘삼족오’에 등장하는 까마귀 고구려에서는 발이 셋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가 국가의 상징이었다. 만약 까마귀가 흉조였다면 결코 국가의 상징으로는 사용될 수 없었을 것이다. 신라에서도 까마귀는 귀한 새로 여겨졌으며, 삼국유사 기이편(紀異篇)을 보면 까마귀가 왕의 목숨을 살린 이야기도 전해진다. 신라 21대 소지왕이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까마귀가 편지를 물고 나타나 울고 있었다. 그 편지의 봉투에는 ‘편지를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라고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이 죽는 것 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왕은 편지를 열어보지 않으려 했으나, 신하 중 한 명이 ‘두 사람은 보통 사람이고, 한 사람은 임금을 가리키는 것이니 열어 보셔야 합니다’라고 하여 왕이 편지를 열어보니 ‘거문고갑을 쏘아라’라고 적혀 있었다. 방으로 돌아가 거문고갑을 쏘았는데, 열어보니 왕비와 짜고 왕을 해치려고 숨어 있던 중이 죽어 있었다. 이후 소지왕은 매년 정월대보름이 되면 까마귀를 닮은 검은색 약법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한편, 토속신앙에서도 까마귀는 길조로 통했다. 우리 조상들은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며 마을입구에 솟대를 세우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솟대 위에 만든 장식이 오리와 까마귀였다. 까마귀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졌다. 매년 음력 칠월 칠일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烏鵲橋)를 만들어 주는 이야기에서도 까치와 함께 오작교를 만드는 새가 까마귀다.   누구는 흉조로, 누군가는 길조로…국가마다 다른 까마귀 위상 그럼 다른 나라에서는 까마귀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라마다 너무 다르다. 일본에서는 길조로 여긴다. 아랍에서는 오른쪽으로 나는 까마귀는 길조, 왼쪽으로 나는 까마귀는 흉조로 여긴다.  유럽은 대부분 흉조로 여기지만, 영국에서는 King’s Bird라고 하여 길조로 여긴다. 북유럽에서는 까마귀를 길조로 여긴다. 북유럽 신화를 보면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천둥의 신 토르의 아버지 ‘오딘’이 두 마리의 신성한 까마귀를 기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렇다면 까마귀는 우리에게 왜 흉조가 된 것일까? 정확한 이론은 없지만 중국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중국은 붉은 색을 귀한 색으로 여긴다. 그래서 까마귀의 검은색이 붉은색과 대비되기 때문에 까마귀를 흉조로 여긴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가진 조선 사대부들은 까마귀를 흉조로 여겼다. 게다가 명(明)나라를 멸망하게 하고 조선에게 삼전도의 굴욕을 안겨준 만주족이 세운 청(靑)나라의 국조(國鳥)가 까마귀였으니 조선 사대부들이 까마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민간에서는 사대부들과 달리 여전히 까마귀를 길조로 생각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제에 의해 우리 역사의 모든 것이 부정되면서 까마귀도 결국 흉조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동료들이 죽으면 ‘장례식’을 치르는 지능 높은 까마귀 미국 워싱턴대학교 카엘리 스위프트(Kaeli Swift) 박사팀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까마귀는 동료가 죽으면 여러 마리의 까마귀가 주위를 둘러싸고 10~20분 동안 울어 대는 이른바 ‘까마귀 장례식’을 치른다고 한다. 또한, 죽은 동료 까마귀를 해친 사람을 최대 5년 동안 기억하고 복수하기도 한다고 하니 대단히 영민한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까마귀는 사람으로 따지면 6세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준다는 주는 효성(孝誠)을 뜻한다. 실제로 까마귀는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가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데, 나중에 그 새끼가 자라면 똑같이 60일 동안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한다. 지금까지 연오랑과 세오녀 이름에서 시작하여 우리 역사에서 까마귀가 가진 의미를 살펴보았다. 비록 지금은 흉조로 낙인 찍혀 있지만 까마귀는 우리 역사에서 태양과 신의 상징이며, 실제로도 영민하고 의리와 효심까지 가진 동물이다. 이제 더 이상은 건망증 있는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였냐’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 예스럽게… 절제된 매력이 들려

    예스럽게… 절제된 매력이 들려

    종묘제례악 쉼 없이 계속 노래禮 중시해 감정 품격 있게 감춰역대 왕실 업적 기려 톤도 중후“악·가·무 일체… 조선 담은 노래”9월 헝가리·폴란드 무대에 올라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일, 서양 클래식 공연에선 보기 어려운 역할이 국립국악원 ‘종묘제례악’에는 있다. 다양한 악기들이 연주에 참여했다가 잠시 쉴 때도 쉴 줄을 모르는 조선의 성악가들을 보면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게 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 3인방 홍창남(58), 이동영(36), 김대윤(30)은 그 힘든 일을 해내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비의상가교 승광장시백 선조기고흠 식례심막막”과 같은 어려운 말에 음을 붙여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한다. 전폐희문(예물인 비단을 올리는 절차에 연주되는 악곡)의 가사로 ‘보잘것없는 의례로도 교통할 수 있는데/광주리를 받들어 폐백 올립니다/선조께서는 이것을 돌아보시고 흠향하소서/예를 올리는 마음이 성하게 일어납니다’라는 의미다. 지난 6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 7일 대전, 15일 울산에서 공연한 이들은 오는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폴란드 바르샤바 무대에 오른다. 최근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이들에게 쉬지 않고 노래하는 어려움을 묻자 “고음역인 데다 곡도 많고 사이사이 호흡을 쉴 곳이 없다. 긴박하게 표현하자면 침이 고여도 삼킬 시간조차 없을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종묘제례악은 조선 역대 왕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제례를 올릴 때 연주하는 의식 음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국내외에서 널리 가치를 인정받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보여 주듯 종묘제례악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반응이 더 뜨겁다. 이동영은 “지난해 9월에 독일 4개 도시(베를린, 쾰른, 함부르크, 뮌헨)에서 공연했는데 가는 곳마다 기립박수를 10분 넘게 쳐 줘서 놀랐다”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예(禮)를 중시하는 작품이다 보니 판소리나 다른 전통음악에 비해 심심할 수 있다. 감정을 다 풀어헤치는 게 아니라 품격 있게 잘 감춰야 하기 때문이다. 홍창남은 “민속악은 감정을 최대한 발산하고 끌어올려야 하는데 정악은 감정을 확 여는 게 아니라 절제해야 해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소개했다.서로 다른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김대윤은 “악기 연주에 따라 일정한 박자가 아니라 변동이 있으면서 서로 맞춰 가야 해 그런 부분을 많이 연습한다”고 말했다. 왕실의 업적을 기리는 노래이니 톤도 중후해야 한다. 이런 절제 속에서 소리의 정수를 뽑아내는 것이 종묘제례악의 매력이다. 우리 선조들이 가장 고급스러운 소리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동영은 “악(樂), 가(歌), 무(舞) 일체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고 노래 안에 조선을 다 담아내고 있지 않나 싶다”면서 “정악단의 존재국ㄱ 이유 중 하나가 종묘제례악 때문이라 생각해 더욱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홍창남은 “일제가 국악을 말살하려 했을 때도 종묘제례악은 보존했다고 하더라. 너무나 특출한 음악이어서 그랬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보존하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은 국악인으로서 국가무형문화재의 명맥을 잇고 있기도 하다. 홍창남은 가곡 이수자, 이동영은 가사 이수자, 김대윤은 가곡 전수자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전통문화의 계승자로서 책임감이 남달랐다. 김대윤은 “인원이 적지만 다양한 공연을 통해 대중들에게 더 쉽게 알릴 수 있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어떤 공연을 하더라도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도 후배들에게 더 많은 자리가 열어줬으면 좋겠는 마음 때문”이라고 전했다.
  • 대지 뚫고 솟아난 죽순처럼… 119년, 올곧게 걸어온 중도 정론의 길

    대지 뚫고 솟아난 죽순처럼… 119년, 올곧게 걸어온 중도 정론의 길

    갓 솟은 죽순은 묵은 비단에 싸인 듯 여리지만 잠깐 사이 마디를 굳게 짓고 뻗어 올라 100년을 굳건히 버틴다. 땅 위로 싹을 밀어 올리기 전 작달막한 몸피 아래 이미 대나무의 모든 성정을 갖추어 두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 버린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긴장을 풀 수 없는 국제 관계, 경색된 남북 관계, 저성장, 사회분열 등 앞에 놓인 과제는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전남 담양 죽녹원의 죽순들이 지반을 가르고 솟아 대숲을 이루듯, 대한민국은 내부에 축적된 저력을 바탕으로 앞에 놓인 위기를 뚫어 내고 쑥쑥 성장할 것임을 우리는 믿는다. 18일 창간 119주년을 맞은 서울신문은 대한민국의 탄생과 고난, 성장을 기록해 온 중도 정론지로서의 사명을 변함없이 올곧게 지켜 나갈 것이다.
  • 학교와 집 사이, 학원 아닌 ‘꿈 셔틀’… 모든 공간이 상상력으로 채워진다[건축 오디세이]

    학교와 집 사이, 학원 아닌 ‘꿈 셔틀’… 모든 공간이 상상력으로 채워진다[건축 오디세이]

    서울 강남은 ‘지옥’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 대한민국 입시를 거론할 때마다, 천정부지의 아파트 가격을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다. 좋은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선망하는 욕망의 상징 같은 곳이다. 상가 건물이 대로변에 도열해 있고, 그 뒤로 아파트가 숲을 이룬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성장하다 아주 일찍부터 치열한 경쟁 사회의 일원이 되어 학원에서 학원으로 옮겨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른바 셔틀 인생. 비단 서울 강남에 사는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아이들이 겪는 상황이다.건축가 전이서(전아키텍츠 대표)가 강남구로부터 일원동 재개발 단지의 키움센터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이들이 학교와 집의 사이 시간,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찾아오는 곳인 만큼 학원처럼 느끼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편안하고,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당시 강남구의 ‘마을 건축가’(현재는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로 통합됐다)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전 대표는 “아파트촌의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다른 형태의 집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집에 대한 개념을 갖지 못한다”면서 “아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나의 집, 나의 공간’이 있는 마을 같은 공간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의 집, 나의 공간’ 있는 마을로 서울 시내의 각 구에서 운영하는 우리동네키움센터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에 부모의 부재로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교 아이들(만 6~12세)이 방과 후에 머무는 곳이다. 규모에 따라 소규모의 일반형과 중규모의 융합형, 대규모의 거점형이 있으며 현재 서울 시내에는 거점형 7개소를 포함해 총 28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디에이치자이아파트 건설사로부터 기부채납을 받은 공간은 685.79㎡(207.8평)로 여기에 융합형 키움센터가 계획됐다. 건축가이기 이전에 아들 둘을 키운 전문직 엄마이기도 한 전 대표에게는 특별히 관심이 가는 프로젝트였다. 일원동 스포츠센터 1층에 있는 누리봄다함께키움센터를 아이들의 학교가 파하기 전 조용한 시간에 방문했다. 직사각형의 공간은 꽤 커서 아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장에는 뭉게뭉게 흰 구름무늬로 된 조명이 달려 있는데다 말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간은 바닥재와 작은 집, 미끄럼틀 등 모두 자작나무 원목 합판으로 만들어져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고 화사하다. “공간의 질이 좋아야 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뇌가 공간 구석구석을 경험하면서 상상력이 확대되기 때문이에요. 아이의 인성, 창의성도 공간에 영향을 받습니다.” 전 대표는 “다양한 입체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위주의 기능적 공간을 넘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감성적 공간으로 다가가고자 했다”면서 “아이들 스스로가 재구성하는 자율형 공간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센터 구석구석, 상상력이 무럭무럭 아이의 마음으로 찬찬히 공간을 탐험해 보자. 왼쪽에 작은 집 모양의 상자들이 쌓여 있다. 문을 열어보니 실내화와 스케치북, 색연필 등이 들어 있는 사물함이다. 사물함 뒤쪽으로는 그물망을 친 점프 놀이공간(구름방)이 있다. 1층과 2층 사이 공간을 이용해 만들어놓은 것인데 활동적인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다. 구름방을 나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있는 ‘층층마을집’으로 간다. 집 하나를 골라 들어가 앉아보니 아늑하고 바닥에 푹신한 쿠션까지 깔려 있어 편안하다. 각각의 집들은 바닥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웃으로 들락날락하는 것도 가능하고 한가운데 상이 놓여 있는 넓은 집(도담방)으로 갈 수도 있다. 마루 아래쪽 수납공간에는 책들이 꽂혀 있다. 전 대표는 “아이들이 입체적인 공간에서 누웠다가, 앉았다가, 오르내리고 뒹굴기도 하면서 숙제도 하고 책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끄럼틀도 집처럼 생겼다. 아래쪽 으슥한 곳은 비밀 아지트로 삼으면 좋겠다. 미끄럼틀 뒤쪽으로 가면 세면대가 있고 테이블이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나무가 있고 숲이 있는 것 같아 마치 캠핑장에 온 느낌이다. 캠프를 추상화한 ‘새움방’은 식사 외에도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는 등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전 대표는 “아이들이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집을 떠나 숲속의 캠프를 가고 싶어한다는 점에 착안해 식당을 캠핑 공간처럼 꾸몄다”면서 “키움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점심과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데 이왕이면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떠나 캠핑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간 속 기하학, 자연스럽게 배워 초록색이 칠해진 벽을 따라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된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가니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보드게임도 하고, 책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의 기하학적 도상으로 구성한 것도 의미가 있다. “기하학은 인간이 자연의 질서로부터 찾은 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조형 언어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냥 흡수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기하학의 원형을 몸으로 느끼도록 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질서, 논리, 수리’의 개념을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키움센터는 놀이 공간과 공부 공간, 즉 동적 공간과 정적 공간이 정확히 분리된 구조인데 누리봄다함께키움센터에는 구분이 없다. 전 대표는 “정적 공간과 동적 공간의 경계를 지우고 함께 놓아 아이들이 자유롭게 꿈꾸고, 즐겁게 작업하고, 자기 생각을 나누는 곳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전에 관악구의 신성초등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을 하면서 아이들이 융합적 공간을 선호한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주저함 없이 정적 공간과 동적 공간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했다. 신성초에서는 아이들과 워크숍을 함께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에게 원하는 공간을 물어봤더니 편하게 엎드리거나 누워 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란다. 리모델링 후 도서관은 신성초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 장소가 됐다.# 미끄럼틀은 ‘무궁화꽃~’ 놀이터로 전 대표는 “키움센터에 오는 연령대의 아이들에게는 놀이 장소와 공부하는 장소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면서 “공간을 만들어만 주면 아이들 스스로가 주어진 공간을 이용해서 자기들만의 장소로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키움센터 홀에는 미끄럼틀을 길게 연장한 쿠션 트랙이 놓여 있다. 실내이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기도 하고, 엎드려서 긴 캔버스를 편 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의도는 그랬지만 막상 오픈하고 보니 아이들은 이곳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뛰어놀았다. “아이들에게 어른들 잣대로 만든 의도는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다양한 높이, 다양한 스타일의 입체적 공간을 만들어 주면 아이들에게는 안락하면서도 상상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어 한정된 기능을 넘어서 아이들의 의도에 따라 반응하는 장소가 됩니다.” ‘아이들 스스로 주도하는 놀이와 쉼이 있는 공간’의 콘셉트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집의 크기와 높낮이가 각각 다르고 박공 모양 지붕엔 이름이 아니라 특별한 도형들을 붙여놓았다. 문자화된 이름이 아닌 추상화된 도형의 사인은 아이들 저마다 의미 있는 이름을 지어 붙이도록 한 것이다.# 이름도, 쓸모도 모두 아이들의 몫으로 누리봄다함께키움센터는 코로나가 채 끝나기 전이었던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40명 정원에 조리 담당 1명을 포함해 7명의 교사가 근무한다. 일원동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도 개방되어 있어 늘 대기자가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평단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2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문체부장관상을 받았으며 최근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IF디자인어워드 골드메달도 수여받았다. ‘디자이너가 공간을 사용할 대상을 명확히 이해했으며, 즐거우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재료, 형태, 규모, 빛과 같은 핵심 매개변수를 완벽하게 마스터한 결과물이었다. 또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있다.’(IF디자인어워드 심사평)전 대표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공간의 힘은 크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고 했다. 취재를 마칠 즈음 학교가 파하고 오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이 아이들은 무슨 놀이를 하고, 무슨 책을 보며 어떤 꿈을 키울지 궁금했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서초코인 키우고 문화벨트 넓히고… 살기 좋은 도시, 진심 다할 것” [민선 8기 1년-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서초코인 키우고 문화벨트 넓히고… 살기 좋은 도시, 진심 다할 것” [민선 8기 1년-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4435 버스 ‘터널 양방향 운행’ 성과위례~과천선 예비타당성조사 때주민 원하는 선암IC역 확정 숙제‘서초코인’ 이달부터 전 구민 실시눈·귀 즐거운 악기거리·반포대로추경 6억 들여 지구단위계획 예정서리풀터널 양옆 공연·전시공간서초역 일대 법조문화 거리 형성양재AI·ICT진흥지구 투트랙 조성 “서초가족 여러분 덕분에 ‘오늘 행복하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서초’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 같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민선 8기 1년 성과를 소개하는 책자 앞부분에는 ‘전성수가 전하는 진심’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지난 1년을 되돌아본 소회와 함께 직원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글의 제목처럼 전 구청장은 모든 정책과 소통에 있어 진심을 쏟는다. 그 결과 서초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 구청장을 만나 역점 사업 등 취임 1주년을 맞는 포부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민선 8기 1주년을 맞아 기억에 남는 성과를 한 가지만 꼽는다면. “주민 입장에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잘 풀렸으면 좋았을 텐데 잘 풀리지 않았던 것들이 있다. 그간 편도로 운행되던 ‘4435 지선버스의 우면산터널 양방향 운행’을 시행해 구민들의 10년 숙원을 풀었다. 12년 숙원인 서초역 사거리 북측 횡단보도도 설치했다. 숙제도 남아 있다. 선암IC 일대는 교통이 불편하다. 위례~과천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역의 위치를 정해야 하는데 많은 주민이 선암IC역을 바라고 있다.” -착한 서초코인 사업이 눈에 띈다. “활성화되도록 할 것이다. 서초코인은 조은희(국회의원) 전 서초구청장이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사업이다. 처음에는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했다. 영역과 대상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구는 탄소제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집, 초등학생, 학부모들도 참여하는 데 의의가 있다. 또 복지 사각지대에 있어 서초누비단 1300명이 활동한다. 그렇다면 만들어져 있는 서초코인 대상을 넓히는 게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지난 5월 말 조례가 개정됐다. 이용 대상을 넓히면서 서초코인 애플리케이션(앱)이 활성화돼야 한다. 지역화폐와 맥락이 다르다. 지난 1일부터 구민 모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서초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풍부하다. “구 입장에선 인프라에 더해 소중한 인적 자원을 어떻게 잘 기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지난 4월 악기거리 및 반포대로 일대 디자인개발 용역을 진행했다. 눈과 귀가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다. 두 번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앞으로는 사람이 왕래하는데 국립국악원 쪽엔 왕래가 없다. 지하보도 구간에 서초아트 스튜디오라고 해서, 그 공간을 함께 청년 예술인들이 만나는 미팅룸 및 스튜디오로 활용하는 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 악기거리, 음악문화지구에 민간 영역이 들어오기엔 인센티브가 없다. 악기공방 일대 상인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했더니 주차장이라고 했다. 이 의견에 대해 바로 알아봤는데 주차장이 들어갈 곳이 없다. 지구단위계획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것들이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됐다. 그러면 구에서 3억원, 시에서 3억원이 확보된다.” -서초문화벨트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정보사 부지에 대한 사안들도 최근 시에서 확정됐다. 서초역에서 서리풀터널을 봤을 때 왼쪽엔 공공기여 시설로 공연장 이, 오른쪽엔 전시공간이 조성되면 양축이 만들어진다. 또 서초역 일대에 있는 법조문화 거리가 형성될 수 있다. 이번 구의회에서 사법정의 허브 전문 용역 관련 추경이 통과했다. 더불어 국립중앙도서관의 책문화 거리 용역도 추진한다. 이 일대에서는 책을 통해 사색하는 그런 공간이 되도록 여러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서초에 관광특구가 없다. 고속터미널 일원부터 반포한강공원 일대까지를 서울시에 ‘서초구 관광특구 지정’ 신청을 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양재·우면동 일대 ‘인공지능(AI) 미래융합혁신지구’ 조성 계획이 있다. “현재 ‘양재 AI 특구’와 인근 양재 1, 2동 쪽을 ‘정보통신기술(ICT) 특정 개발 진흥지구’로 조성하고자 투 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이 일대를 AI 미래융합혁신지구로 만들어 대한민국의 명실상부 AI 산업의 구심점이 되도록 할 것이다. 강남데이터센터가 강남권에서 10년 만에 기공식을 개최했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원의 다섯손가락’ 중 ‘OK민원센터 행정서비스’가 눈에 띈다. “요즘은 악성 민원인들 때문에 담당공무원과 청년 공직자들이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있다. 지금 구청 1층에서 OK민원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민원 보는 곳과 여권 관련 민원 하는 곳이 분리돼 있어 이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든다. 감정노동을 하는 공직자가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들도 배치한다. 통합민원실을 보면 대기하는 분들의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시스템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통해 민원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AI 민원안내 로봇도 운영한다. 새로운 AI를 활용한 기술들을 가지고 여러 사안을 함께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용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여러 사안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새롭게 비치지 않을까 싶다.”
  • “저 여자 가슴이 왜 저래”…속옷 들추니 ‘이것’ 산 채로 꿈틀

    “저 여자 가슴이 왜 저래”…속옷 들추니 ‘이것’ 산 채로 꿈틀

    몸매가 수상한 여성의 신체를 수색했더니 ‘이것’이 산 채로 꿈틀거리며 쏟아져 나왔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세관 공무원들이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살아있는 뱀을 밀반입하려던 여성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관문인 광둥성 선전(심천) 푸톈항 세관원은 최근 ‘수상한 체형’의 한 여성을 검문하다 속옷 안에서 꿈틀거리는 뱀 무더기를 발견했다. 세관 검색대를 통과하는 여성의 가슴 모양이 이상해 속옷을 들춰보니, 그 안에는 뱀 5마리가 각각 스타킹에 담긴 채 똬리를 틀고 있었다. 중국 세관은 8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이 여성이 속옷 안에 뱀을 숨겨 들어오려다 발각됐으며, 문제의 뱀들은 미국 원산의 옥수수뱀이었다고 전했다.옥수수뱀은 아름다운 색상과 온순한 성격 덕에 애완용으로 인기 있는 품종이다. 중국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SCMP는 중국 애완동물 소유자 중 5.8%가 파충류를 기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푸톈항에서는 지난달에도 살아있는 볼비단구렁이 6마리를 양말에 숨겨 밀반입하려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세관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수입된 동물의 경우, 생태학적 피해와 외래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 검역을 실시한 뒤 통관 여부를 결정한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나는 뱀을 만지지도 못하는데 속옷 안에 숨기다니 놀랍다”는 반응과, 체형만으로 밀반입을 적발한 세관원 눈썰미에 대한 칭찬이 잇따랐다고 SCMP는 전했다.
  • 배터리 광물 영토 넓히는 中… 직접 광산 개발 나선 완성차

    배터리 광물 영토 넓히는 中… 직접 광산 개발 나선 완성차

    패권을 지키려는 자와 거기서 벗어나려는 자 사이의 ‘영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배터리 광물을 둘러싼 중국과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대결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짜고자 직접 광산으로 떠난 자동차 회사와 세계 곳곳에 뻗친 자신들의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중국 사이의 긴장이 팽팽하다. 10일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배터리 광물 확보를 위해 광산에 직접 투자를 집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배터리 핵심 광물 리튬을 둘러싼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포드는 지난 5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앨버말’ 등의 업체로부터 리튬을 직접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혔고,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초 캐나다 ‘리튬아메리카스’라는 회사에 6억 5000만 달러(약 8450억원)를 투자해 미국 네바다주 새커 패스 리튬 광산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GM은 지난해에도 ‘리벤트’와의 계약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에서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었다. 일찍이 리튬을 직접 확보한 테슬라·도요타는 아예 정제와 가공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이들의 ‘광물 러시’는 비단 리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테슬라는 지난달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세계 최대 규모의 흑연 광산을 소유한 ‘시라리소스’라는 기업으로부터 흑연을 대규모로 조달하기로 했다. 가장 최근에는 스텔란티스가 호주의 제련 회사 ‘쿠니코’와 손잡고 노르웨이의 광산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채굴하는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했다. 스텔란티스는 500만 유로(71억원)를 투자해 쿠니코의 지분 20%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 회사가 자동차 부품에 필요한 원자재까지 직접 확보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봤지만 일부 국가가 배터리 자원을 국유화하는 등 광물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광물 공급이 중단되면 이들이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집행한 전동화 프로젝트도 물거품이 된다. GM의 한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간 우리의 야심을 지원할 확고한 밸류체인이 없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건재한 영향력을 지키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확대도 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호주와 칠레, 중국이 세계 리튬의 90%를 생산하고 있는데, 여기서 65%는 중국으로 공급돼 전기차 배터리에 탑재할 수 있는 고순도 리튬으로 제련된다. 사실상 리튬 공급망 전반을 중국이 틀어쥔 것이다. 여기에 2020년부터는 중국 내 리튬을 탐사·채굴하는 프로젝트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SNE리서치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 기간 중국 내 리튬 광산의 탐사·투자는 이전과 비교해 196% 증가했다. 중국 바깥에서의 장악력도 강화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S&P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를 인용해 “2027년 아프리카 대륙의 광산들은 중국 기업의 투자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30배 이상의 리튬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 갯벌·유해·지역 ‘있는 그대로’… K다큐 무비, 당당한 큰 울림

    갯벌·유해·지역 ‘있는 그대로’… K다큐 무비, 당당한 큰 울림

    할리우드 대작과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사실을 들춰내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다.①새만금 갯벌의 생명력 담은 ‘수라’ 지난달 21일 개봉한 황윤 감독의 다큐 ‘수라’는 새만금의 마지막 남은 갯벌 수라의 7년을 기록했다. ‘비단에 새긴 수’라는 이름처럼 갯벌의 생명력을 스크린에 곱게 담아냈다. 말라 가는 갯벌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도요새와 검은머리갈매기, 흰발농게가 전하는 생명력이 생생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30회의 시사회에 4000명 이상이 참석했다. 정식 개봉 상영관 늘리기 캠페인에 힘입어 4일 기준 누적 관객 수 2만 6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②유해 진실 찾는 ‘206: 사라지지 않는’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하는 시민 발굴단을 조명한 김장호 감독의 ‘206: 사라지지 않는’도 지난달 21일 개봉 이후 잔잔한 반응을 얻고 있다. 국가가 확인한 집단 매장지만 전국 160여곳에 이르지만, 2010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13곳만 발굴한 뒤 활동을 멈췄다. 그러자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공동조사단’을 꾸렸다. 영화는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 자발적으로 모여 10년째 활동 중인 이들을 비춘다. 영화 제목에 있는 ‘206’은 인체의 뼈 개수를 가리킨다. 국가가 아무리 감추려 해도 땅속에서 드러난 유해가 진실을 말해 주며, 그 진실은 묻어 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대상인 비프메세나상을 받았다.③예술인들의 도시 재생 ‘군산전기’ 6일에는 지방 도시의 재생 가능성을 보여 주는 ‘군산전기’, 12일에는 강릉 할머니들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그린 ‘작은 정원’이 개봉된다. 문승욱·유예진 감독 ‘군산전기’는 군산이라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젊은 예술인들이 힘을 모으는 모습을 통해 도시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전국 예술가들과 다양하게 협업하며 문화도시 재생에 나선 한국 재즈 1세대 그룹 ‘야누스’ 임인건 작곡가, 도시의 슬픔을 어루만지며 메시지를 전하는 환경 무용가 안나 안데렉 등의 시선으로 군산을 보여 준다.④강릉 명주동 할머니 스토리 ‘작은정원’ 이마리오 감독의 ‘작은정원’은 강릉의 대표적인 구도심인 명주동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평균연령 76세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할머니들은 3년간 배운 스마트폰 사진 찍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만든 단편 극영화 ‘우리동네 우체부’가 영화제에 초청되고 상도 받자 이제는 다큐 영화 제작에 나선다. 이들의 도전과 열정, 우정이 우리에게 노년은 어떤 의미인지 알려 준다.
  • 키 130㎝·10세 내외의 신라 공주, 장신구로 ‘꽃단장’

    키 130㎝·10세 내외의 신라 공주, 장신구로 ‘꽃단장’

    약 1500년 전 세상을 떠난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비단벌레 날개 장식으로 꾸민 말다래와 무덤 주인의 것으로 여겨지는 머리카락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4일 경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쪽샘 44호분 발굴 성과를 공개했다. 쪽샘 유적은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이 묻힌 무덤으로 2007년부터 조사가 이뤄졌다. 44호분의 경우 2014년 5월부터 정밀 발굴조사에 나서 지난달 135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조사 결과 총 78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비단벌레 날개 가장자리에 금동 테두리를 단 장식품은 2020년 발굴조사 당시 주인공의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 공간에서 수백점이 나왔다. 정확한 용도를 모르다가 오랜 분석 끝에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다래(말 탄 사람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로 확인됐다. 이날 발굴단 복장을 하고 나선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비단벌레 딱지날개를 이용한 유물들은 황남대총, 금관총 등 신라 고분 가운데서도 최고 등급의 무덤에서만 확인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말다래는 천마총, 금령총, 금관총에서 나왔는데 모두 천마도가 중심이 됐다. 44호분 말다래는 처음 확인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금동관 주변에서 나온 5㎝ 폭의 유기물 다발은 정밀 분석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인태 학예연구사는 “동물과 사람의 머리카락은 완전히 다르다. 44호분은 사람 모발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실물 자료로 이렇게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금동관에서는 세 가지 색실을 사용한 직물인 삼색경금(三色經錦)도 확인됐다. 금동 신발에서는 산양 털로 만든 모직물 성분도 나왔다. 삼국시대 …직물 자료로는 처음 발굴된 것이라 직물 연구사에도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무덤의 주인은 키 130㎝ 정도, 10세 내외의 신라 최상위 계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물들도 대부분 주인의 신장에 맞게 아기자기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소는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을 오는 12일까지 발굴관에서 관람객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 신라 공주의 마지막 가는 길… 영롱한 비단벌레 날개 달고 훨훨

    신라 공주의 마지막 가는 길… 영롱한 비단벌레 날개 달고 훨훨

    초록빛 비단벌레 날개 장식이 예쁘게 달린 말다래, 정성을 들인 작은 금귀걸이, 반짝반짝 빛났을 금동신발과 금·은 팔찌와 반지…. 신라 공주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작고 예쁜 것만 가득했다. 쪽샘 44호분에서 나온 유물들을 보노라면 사랑스러운 어린 소녀를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이 1500년의 세월을 건너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하다. 2014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1350일간의 발굴 조사를 마친 경주 쪽샘 44호분이 그간 숨겼던 이야기를 드러냈다. 쪽샘 유적은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이 묻힌 무덤으로 44호분에서는 총 78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4일 경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시사회에서는 대장정을 마친 발굴 성과들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발굴조사 당시 무덤 주인의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 공간에서는 비단벌레 날개 가장자리에 금동 테두리를 단 장식품 수백점이 나왔다. 그간 용도를 정확히 몰랐다가 오랜 분석 끝에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다래(말 탄 사람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였음이 확인됐다.이날 발굴단 복장을 하고 나선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비단벌레 딱지날개를 이용한 유물들은 황남대총, 금관총 등 신라 고분 가운데서도 최고 등급의 무덤에서만 확인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말다래는 천마총, 금령총, 금관총에서 나왔는데 모두 천마도가 중심이 됐다. 44호분 말다래는 처음 확인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인들의 장례문화를 보면 죽은 이가 저세상으로 가는 길에 말과 날개를 많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날개 달린 말을 그린 천마도가 대표적이다. 쪽샘 비단벌레 날개로 말다래를 장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재 비단벌레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지만 신라 시대에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벌레 날개 장식은 금동판에 비단벌레 딱지날개 2매를 겹쳐 올리고 그 위에 둘레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금동판을 올린 후 실로 고정해 제작했다. 중심부를 둘러싸고 4점의 장식이 결합해 꽃잎 모양을 구성했고, 이런 꽃잎 모양 50개가 말다래에 각각 부착돼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 기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원본은 세월과 함께 빛이 바랬지만 재현품을 통해 제작 당시의 찬란함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연구소는 2020년 유물 발굴 당시 무덤 주인의 키를 150㎝ 전후로 봤으나 유물들을 분석하면서 키가 더 작고 어린 여성일 것으로 판단했다. 나이는 10살 전후로 본다. 심현철 특별연구원은 “출토된 유물을 수습하기 전이라 당시 상황으로 추정했는데 유물을 수습해 정확한 규격을 확인했다”면서 “10세 소녀인 것은 적극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아 추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요즘 10세 여아 크기가 133~135㎝ 정도이고 고대라서 그거보단 조금 작은 정도로 추정했다”고 말했다.금동관 주변에서 나온 5㎝ 폭의 유기물 다발은 정밀 분석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인태 학예연구사는 “동물과 사람의 머리카락은 완전히 다르다. 44호분은 사람 모발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실물 자료로 이렇게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정밀조사 결과 1㎝ 내외 두께로 모발을 모아 직물로 감거나 장식한 것으로 봤다. 이는 고대인의 머리꾸밈새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어린 공주의 무덤답게 유물들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이 특징이다. 금귀걸이는 여러 유물 중에서도 가장 보존 상태가 좋아 귀걸이를 달았을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금동관의 경우는 신라 어린 왕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금령총에서 출토된 유물보다도 작다. 금동관에서는 홍색(꼭두서니 염색), 자색(자초 염색), 황색(원료 미상) 3가지의 색실을 사용해 무늬를 나타낸 직물인 삼색경금(三色經錦)도 확인됐다. 삼색경금은 숙련된 기술과 시간이 필요해 최상위계층 고분에서만 확인된다. 또한 금동신발에서는 가죽, 견직물, 산양털로 만든 모직물도 확인됐다. 삼국시대 직물 자료로는 처음 발굴된 것이라 직물 연구사에도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는다.연구소는 장례 당시 4명 이상이 순장됐을 것으로 봤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에서 순장 풍습은 502년 금지됐다. 이 무덤은 그 이전의 곳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발굴 성과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들이 모여 분석해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보존과학, 의류직물학, 토목공학, 지질학 등 여러 분야가 협업해 보다 정밀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소는 12일까지 쪽샘유적발굴관에서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을 출토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 공개할 예정이다.
  • ‘수라’, ‘206’, ‘군산전기’, ‘작은정원’…잔잔한 감동 주는 한국 다큐영화들

    ‘수라’, ‘206’, ‘군산전기’, ‘작은정원’…잔잔한 감동 주는 한국 다큐영화들

    할리우드 대작과 블록버스터 영화들 틈바구니에서 한국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사실을 들춰내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황윤 감독 다큐 ‘수라’는 새만금의 마지막 남은 갯벌 수라의 7년을 기록했다. ‘비단에 새긴 수’라는 이름처럼 갯벌의 생명력을 스크린에 곱게 담아냈다. 말라가는 갯벌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도요새와 검은머리갈매기, 흰발농게가 전하는 생명력이 생생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30회의 시사회에 4000명 이상이 참석했다. 정식 개봉 이후에는 관객들이 상영관 늘리기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4일 기준 누적 관객 수 2만 6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하는 시민 발굴단을 찾아간 김장호 감독의 ‘206: 사라지지 않는’도 지난달 21일 개봉 이후 잔잔한 반응을 얻고 있다. 국가가 확인한 집단 매장지만 전국 160여곳에 이르지만, 2010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13곳만 발굴한 뒤 활동을 멈췄다. 그러자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조사단’을 꾸렸다. 영화는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 자발적으로 모여 10년째 활동 중인 이들을 조명한다. 영화 제목 ‘206’은 인체의 뼈의 개수를 가리킨다. 국가가 아무리 감추려 해도 땅속에서 드러난 유해가 진실을 말해주며, 그 진실은 묻어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중 대상에게 주는 비프메세나상을 받았다.6일에는 지방 도시의 재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군산전기’, 12일에는 강릉 할머니들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그린 ’작은 정원‘이 개봉한다. 문승욱·유예진 감독 ‘군산전기’는 군산이라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젊은 예술인들이 힘을 모으는 모습을 통해 도시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국 예술가들과 다양하게 협업하며 문화도시 재생에 나선 한국 재즈 1세대 그룹 ‘야누스’ 임인건 작곡가, 도시의 슬픔을 어루만지며 메시지를 전하는 환경 무용가 안나 안데렉 등의 시선으로 군산을 찾았다.이마리오 감독의 ‘작은정원’은 강릉의 대표적인 구도심인 명주동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평균연령 76세 할머니들의 좌충우돌 다큐멘터리 제작기다. 할머니들은 3년간 배웠던 스마트폰 사진 찍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만든 단편 극영화 ‘우리동네 우체부’가 영화제에 초청이 되고 상도 받자, 이제는 다큐 영화 제작에 나선다. 이들의 도전과 열정, 우정은 우리에게 노년은 어떤 의미인지 알려준다.
  • 신라 무덤서 머리카락 다발… “키 130㎝ 10살 공주가 주인”

    신라 무덤서 머리카락 다발… “키 130㎝ 10살 공주가 주인”

    1500년 전 신라고분 돌무지덧널무덤10년 발굴…무덤 주인 공주로 드러나삼색경금과 비단벌레 장식 등 부장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0년 가까이 발굴조사를 벌여온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의 주인은 키 130㎝, 10살 전후 나이의 공주로 파악됐다. 부장품과 머리카락 뭉치 등을 확인한 결과다. 2020년 11월 경주 쪽샘지구 44호 무덤 금동관 주변에서 발견된 5㎝ 폭의 유기물 다발은 분석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파악됐다. 삼국시대 유적에서 사람의 머리카락이 나온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함께 유기물 다발을 감싸고 있는 직물흔이 발견됐는데, 형태학적 특징과 맵핑 분석을 통해 모발의 특징인 황(S) 성분이 검출됐다. 머리카락 감싼 직물 형태로 여러 가닥을 한데 묶은 머리 꾸밈새를 추정할 수 있었다. 유기물 다발 주변에 두개골 조각과 부장품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 무덤 주인공은 키 130㎝ 내외, 나이 10세 전후의 신라 왕실 여성으로 추정됐다. 금동관에서는 3가지 색의 실을 사용한 직물인 삼색경금(三色經錦)도 확인됐다. 삼국시대 직물로는 실물이 확인된 첫 사례라 앞으로 중요한 연구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이 무덤에서는 황남대총, 금관총 등 최상급 무덤에서만 그 존재가 확인된 비단벌레 장식이 수십점이나 쏟아지기도 했다. 1500년 전 어린 공주와 함께 묻힌 비단벌레 장식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형태로도 이목을 끌었다.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은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로 확인됐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아래에 늘어뜨리는 판으로 쪽샘 44호 무덤 속 말다래는 대나무 살을 엮어 가로 80㎝, 세로 50㎝ 크기의 바탕 틀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 겹 덧댔다. 그 위에는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만든 꽃잎 모양 장식을 올렸다. 동그란 장식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좌우에 비단벌레 장식 4점을 더한 식이다. 문화재청과 연구소는 이날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연구·조사 성과를 정리하는 행사를 열어 44호 무덤에서 나온 유물과 이를 복원한 재현품을 함께 선보인다.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은 오는 12일까지 쪽샘유적발굴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 전기차의 ‘그림자’…車업계 감원 한파

    전기차의 ‘그림자’…車업계 감원 한파

    미국 자동차 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며 수익성이 다급해진 기업들이 앞다퉈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29일 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포드는 최근 북미에서 최대 1000명을 추가로 해고하기로 정한 뒤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앞서 포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3000명, 올해 초에도 유럽에서 3800명을 감원한 바 있다. 경쟁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초 지프 ‘체로키’를 생산하던 미국 일리노이주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350명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얼마 전엔 직원 3만 5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시행했다. 비슷한 시기 제너럴모터스(GM)도 5만 8000명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신규 채용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테슬라 역시 올해 추가 정리해고를 검토 중이다. ‘역대급 구조조정’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40% 가까이 적다. 적은 인력으로도 충분히 조립·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호환성이 높지 않아 기술자들을 무작정 전환 배치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막대한 투자로 적자는 누적되는데 테슬라·비야디(BYD) 등 신흥 강자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예컨대 포드는 전기차 사업에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기조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기업의 관점에서 고용을 유지하며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것보다 인력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고 투자금을 마련하는 게 더 나은 선택지가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지난 4월 미래차 전환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요구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자국 권역 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한국을 ‘전기차 들러리’로 만들 거라는 걱정도 나온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금속노조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오민규 노동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국내 투자 약화로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동화를 둘러싸고 노조 안에서도 세대나 이해관계가 달라 의제 설정에 어려움이 생긴다. 한 노조 관계자는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으면서 노조원 사이에서도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달라 목소리를 종합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전기차의 그림자, ‘감원 칼바람’…‘정의로운 전동화’ 가능할까

    전기차의 그림자, ‘감원 칼바람’…‘정의로운 전동화’ 가능할까

    미국 자동차 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천문학적인 전동화 투자로 수익성이 다급해진 기업들이 너나없이 인력을 감축하고 나선 것이다. 29일 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포드는 얼마 전 북미에서 최대 1000명을 추가로 해고하기로 정한 뒤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투자를 위해 직원 8000명을 해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지난해 미국에서 3000명, 올해 초에도 유럽에서 3800명을 감원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드의 조치가)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협상 시작을 앞두고 나온 만큼 전면적인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논평했다. 경쟁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초 지프의 ‘체로키’를 생산하던 미국 일리노이주 공장의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350명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얼마 전엔 직원 3만 5000명 대상의 희망퇴직도 시행했다. 비슷한 시기 제너럴모터스(GM)도 5만 8000명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하고 있는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와 리비안도 앞서 800~1300명 수준의 정리해고를 추진한다고 언급했었다. 지난해 신규 채용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테슬라도 올해 추가 정리해고를 검토 중이다. ‘역대급 구조조정’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40% 가까이 적다. 적은 인력으로도 충분히 조립·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호환성도 높지 않아 기술자들을 무작정 전환 배치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막대한 투자로 적자는 누적되는데, 테슬라·비야디(BYD) 등 신흥 강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경쟁까지 치열해졌다. 예컨대 포드는 전기차 사업에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기조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기업의 관점에서 고용을 유지하며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것보다는, 사람을 잘라 수익성을 개선하고 투자금을 마련하는 게 더 나은 선택지가 됐다.비단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도 이런 운명을 맞이할 거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자동차 수출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노사 관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는 이유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 미래차 전환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원·하청 거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요구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원자재법(CRMA) 등 자국 권역 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한국을 ‘전기차 들러리’로 만들 거라는 걱정도 나온다. 기업들이 노사 관계가 부담스러운 한국 대신 해외 생산기지를 확충할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금속노조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오민규 노동연구소 ‘해방’의 연구실장은 “자국 내 생산을 강제하는 법안들이 나와도 현대차 등 현지 생산이 가능한 기업들은 큰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국내 투자 약화로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전동화를 둘러싸고 노조 안에서도 세대나 이해관계가 달라 의제 설정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한 노조 관계자는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으면서,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달라 목소리를 종합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한 완성차 업체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회사들의 실적이 좋아 노조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실제 전동화 투자에 써야 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그 기대를 맞추지 못할 공산이 크다”면서 “현대차를 시작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에서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자치광장] 선한 영향력 ‘서초코인’/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

    [자치광장] 선한 영향력 ‘서초코인’/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

    착한 사람의 전성시대가 올 것 같은 예감? 이 시대 화두는 여러 개 있지만 딱 하나를 꼽는다면 나는 ‘착함’으로 꼽고 싶다. 여기서 착함은 말 그대로 ‘선’(善)을 뜻한다. 세계적인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가게 사장이 감동적인 선행을 한 소식이 전해지면 바로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는 소비 보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세상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착한 연예인이 더 인기가 있고, 착한 기업이 더 돈을 많이 번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시대는 더욱더 선의 가치가 중요해질 것이다. 서초구에는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착한 코인’이 있다. 서초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환경·복지·나눔·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한 가치를 주고받으며 쌓는 ‘착한 포인트’다. 구민들이 선하고 유익한 활동을 할 때마다 적립할 수 있고, 이렇게 적립한 코인은 지역 내 좋은 가치를 얻을 때 사용한다. 이를 위해 서초구는 지난달 조례를 개정해 기존 만 60세 이상에서 모든 연령대로 사용 대상을 넓혔다. 서초코인이 쓰이는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탄소중립 활동인 ‘서초 탄소 제로샵’을 꼽을 수 있다. 주민이 재사용이 가능한 옷걸이·비닐봉투·쇼핑백·아이스팩·커피트레이 등 5개 품목을 지역 내 300곳의 탄소제로샵 참여 가게에 전달하면 상점주는 그 물품들을 재사용한다. 이럴 경우 참여 주민과 상점주에게 코인을 적립해 준다. 참여 가게들은 비용이 절감돼 좋고 주민은 환경 활동으로 기분도 좋고 코인도 얻어 더 좋다. 지난해 회수된 물품이 14만 2000여개나 된다. 이를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이산화탄소 약 2만㎏을 감축한 효과와 같다. 또 투명페트병 재활용 활동에도 적립할 수 있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는 복지 활동에도 코인을 적립받는다. 서초에는 구석구석 누비며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는 1300여명의 ‘서초누비단’이 있다. 이들이 동네 곳곳을 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해 복지 대상자로 연계하면 구에서 코인을 적립해 준다. 이 외에도 전문직 은퇴자·경력 단절자의 재능기부, 자원봉사활동 등에도 적용된다. 이렇게 서초코인을 모은 구민들은 이것을 강좌 수강이나 시설 이용, 기부활동 등에 사용한다. 코인이 조금씩 적립되는 것을 보며 구민들은 각자가 환경지킴이 주체가 되고, 이웃에 봉사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그런 ‘선함’은 다시 순환되고 또 확산된다. 이것이 서초구의 ‘선한 영향력’ 시스템이다. 이제 공공의 영역에서도 ‘착한 가치’의 소비문화가 더욱더 중요해졌다. 선한 가치가 자연스럽게 선순환될 수 있게 시스템을 조성하고 동기부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 시대 지방정부가 담당할 중요 역할이 아닐까 한다. 서초코인의 선한 영향력이 미래 세대의 삶에 희망이 되길 바라 본다.
  • [세종로의 아침] 10년 만에 침몰한 스포츠 일등주의/최병규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10년 만에 침몰한 스포츠 일등주의/최병규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경부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는 삼성스포츠단의 ‘심장’이다. 부상 선수들의 재활은 물론 흩어져 있던 훈련장과 합숙 시설을 한 군데로 통합해 삼성 특유의 전문성과 시스템으로 선수들을 지원하면서 ‘제3의 선수촌’으로도 불렸다. 2010년 1월 겨울. 배구 얘기를 나누려고 이곳에서 만난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배구팀 감독은 발목 수술 뒤 재활 중이던 당시 막내 세터 유광우와 러닝머신 위에서 1시간을 함께 뛰고 내려온 뒤 “삼성 선수들이라면 발목쯤이야 쌍꺼풀 수술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죠”라고 자랑삼아 말했다. 최고의 부상 복귀율을 자랑하는 STC는 프로 입단 2년 만에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나는 듯했던 유광우를 훌륭하게 재건시켰고, 그는 지금 대한항공에서 15년째 선수 생활을 잇고 있다. STC는 삼성스포츠단의 동맥이자 삼성이 부르짖었던 ‘일등주의’의 상징이었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고 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인 일등주의는 스포츠단 운영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배구단 창단 이듬해인 1996년 신진식의 스카우트를 둘러싼 법정 소송을 잘 버텨 낸 삼성은 이후 종목을 막론하고 돈이 얼마나 들든 ‘특A급’ 선수들에겐 어김없이 푸른 유니폼을 입혔다. 신진식과 초대 신치용 감독이 달성했던 전설의 실업배구 77연승은 일등주의의 한 조각일 뿐이다. 그러나 이젠 까마득한 옛일이다. 지난 22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해 단독 꼴찌로 밀려났다. 7차례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기억이 무색하다. 그런데 ‘꼴찌 수모’는 야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4개 프로 전 종목이 최하위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이미 시즌 2승3무13패로 K리그 12개 구단 가운데 밑바닥을 전전한 지 제법 오래다. 여기에 지난봄 2022~23시즌을 마친 프로농구와 배구에서도 삼성은 약속이나 한 듯 최하위에 그쳤다. ‘꼴찌 그랜드슬램’이란 비아냥도 터져 나온다. ‘삼성스포츠’의 몰락은 관리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2014년 돈줄이 막히면서 시작됐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혈관에 공급되던 피가 갑자기 줄어드니 빈혈은 물론 손가락 발가락 말단이 저리고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마비가 이어졌다. 2014년 4월 가장 먼저 축구단이 제일기획에 편입됐고 9월에는 남녀 농구단이 뒤를 따랐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인 2015년 8월에는 배구단이, 2016년 1월에는 야구단 지분 67.5%까지 제일기획 소유가 됐다. 아마추어 종목과의 ‘손절’은 최근의 올림픽 메달 성적과도 무관치 않다. 이건희 회장이 그렇게나 아끼던 레슬링 후원을 끊고 테니스단과 럭비단도 해체했다. 그러면서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대 후원사’ 지위는 지금까지 그대로다. 스포츠를 통한 홍보·마케팅 전략의 지향점이 이미 국내를 떠났다는 방증이다. 삼성의 새파란 유니폼에 감동하고 환희했던 팬들의 절망은 이제 분노로 바뀐 지 오래다. 이들은 40년 넘도록 대를 이어 삼성의 야구를, 축구를, 배구와 농구를 아껴 주고 자랑하던 ‘찐팬’들이다. 삼성은 이들에 대한 배려는 제쳐 두고라도 예의마저 내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4월 수원 삼성이 한때 라이벌이었던 FC서울과의 100번째 ‘슈퍼매치’에서 패하자 팬들은 폐부를 찌르는 듯한 문구가 담긴 걸개 하나를 내걸어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역사에 남는 건 1등과 꼴찌뿐.’ 하지만 야구마저 주저앉은 지금 이런 항의도 이젠 소리 없는 메아리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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