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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뒤로 사라진 서라벌의 랜드마크 그리고 쿠쉬나메 [한ZOOM]

    역사의 뒤로 사라진 서라벌의 랜드마크 그리고 쿠쉬나메 [한ZOOM]

    신라 제24대 진흥왕이 서라벌 왕궁 동쪽에 궁궐을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땅속에서 황룡(黃龍)이 나타나 하늘로 올라갔다. 진흥왕은 황룡이 나타난 영험한 이 땅에 궁궐이 아니라 부처님을 모시는 거대한 사찰을 지었다. 황룡이 나타난 영험한 땅에 지어진 사찰의 이름은 황룡의 ‘누를 황(黃)’이 아니라 ‘임금 황(皇)’을 붙인 ‘황룡사(皇龍寺)’였다. 수 세기 동안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서로 영토를 뺏고 뺏기는 동족상잔을 이어오는 동안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져 있었다. 진흥왕은 황룡의 전설과 불교의 힘을 빌어 백성들의 두려움을 어루만지고 더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상징으로 황룡사를 지었던 것이다. 불국사와 함께 신라를 대표했던 이 사찰은 1283년 몽골의 칩입으로 불타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황룡사가 있었던 땅만 남아 있어 오늘을 사는 우리는 황룡의 전설도 진흥왕의 호국의지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선덕여왕과 황룡사 9층 목탑 632년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善德女王)이 신라 제27대 왕위에 올랐다. 선덕여왕은 밖으로는 신라가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하는 기틀을 다졌으며, 안으로는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어려움을 보살피던 성군이었다. 당나라에 유학 중이던 자장법사(慈藏法師)가 태화지(太和池)라는 연못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신령이 나타나 말했다. “신라의 여왕은 덕(德)은 있으나 위엄(威嚴)이 없어 이웃나라에서 침략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서 신라로 돌아가 황룡사(皇龍寺)에 9층탑을 세워라. 그러면 주변 나라들이 복종할 것이며 왕실이 평안해질 것이다.” 자장법사는 신라로 돌아가 선덕여왕에게 황룡사에 9층탑을 세울 것을 권했다. 그런데 황룡사 9층 목탑을 만든 사람은 신라인이 아니라 백제인이었다. 신덕여왕은 당시 탑에 있어서는 신라보다 앞선 백제에 비단과 보물을 보내 장인(匠人)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백제에서는 미륵사 목탑을 만든 아비지(阿非知)를 보냈다. 황룡사 9층 목탑의 각 층은 주변국을 의미했다. 1층 일본, 2층 중국, 3층 오월, 4층 탐라(제주), 5층 백제, 6층 말갈, 7층 거란, 8층 여진, 9층은 고구려를 의미했다. 자장법사가 만난 신령의 말처럼 신라를 둘러싼 주변 9개 나라를 층마다 두고 이 나라들 위에 군림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백제에서도 장인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황룡사 9층 목탑을 만든 아비지는 탑의 기둥을 세우는 날 조국인 백제가 망하는 꿈을 꾸면서 신라가 거대한 목탑을 만드는 의도를 눈치챘다. 수많은 고민 끝에 아비지는 결국 운명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독실한 불자였던 아비지는 이 탑을 만드는 것은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것이지 신라 여왕의 위엄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황룡사 9층 목탑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동양 최대의 목탑으로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한민국 랜드마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룡사 9층 목탑 역시 황룡사와 불타 사라져 아쉬움을 남겼다.페르시아 대서사시 ‘쿠쉬나메’ 바실라는 평범한 도시가 아니었다. 선녀로 가득 찬 낙원과 같은 곳이었다. 깨끗한 물이 사방에서 흐르고 있었으며, 개천 가까이에는 향나무들이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성 벽은 정교하게 쌓여 있어 아무것도 지나갈 수 없었다. 도시의 냄새가 너무 향기로워서 사람의 넋을 잃게 하였다. (정명섭, 바실라, 2015년) 2009년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쿠쉬나메’ 필사본이 발견되었다. ‘쿠쉬나메’는 페르시아에서 수백년 동안 전해 내려온 대서사시이며, 영웅 ‘페레이둔’이 ‘자하크’를 물리치고 잃어버린 페르시아를 되찾는 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슬람 침입자 ‘자하크’와 그의 아들 ‘쿠쉬’에 의해 페르시아가 무너졌다.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페르시아를 떠났다. 아비틴은 ‘바실라’라는 나라에 도착했고, 이 곳에서 공주 ‘프라랑’과 결혼했다.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과 바실라 공주 ‘프라랑’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가 바로 쿠쉬나메의 주인공 ‘페레이둔’이었다. 훗날 페레이둔은 이슬람 침입자를 물리치고 페르시아를 되찾은 영웅이 되었다.페르시아의 왕자 아비틴이 머물렀던 나라 ‘바실라’(Basilla)는 바로 ‘신라’였다. 그리고 아비틴이 결혼한 ‘프라랑’은 신라의 공주였다. 페르시아(이란) 후손들은 쿠쉬나메 서사시의 주인공 페레이둔을 존경하고 있으며, 바실라(신라) 공주 프라랑의 피가 페르시아인들에게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호의적이라고 한다. 실제 통일신라시대에 서라벌은 수많은 외국인들과 교역의 장소가 되었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땅에 머물러 살았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은 신라의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국제감각 덕분에 신라는 천년왕국의 맥(脈)을 이어갈 수 있었다. 비록 동양 최대의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었던 황룡사와 황룡사 9층 목탑은 몽골에 의해 역사의 뒤로 사라졌지만, 불타지 않은 정신은 남아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우는 초석이 되었다.
  • “섬 폐쇄해도 인구 이동 계속된다”…이민자 화두 던진 실존주의 거장

    “섬 폐쇄해도 인구 이동 계속된다”…이민자 화두 던진 실존주의 거장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는 타인을 두려운 존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언제든 나에게 그것을 옮길 수 있는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팬데믹 이전에 쓰인 이 책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장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등 실존주의 문학의 계보를 잇는 동시대 프랑스 문단의 거장 필리프 클로델(62)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 김중업관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어로 옮겨진 신간 소설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은행나무)에서 클로델은 저열한 이기주의로 무장한 공동체의 허상을 폭로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인간 본성의 연약한 토대를 예리하게 지적한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2018년 출간됐다. 6년이 흘렀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소설의 메시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클로델은 소설의 무대를 세상과 동떨어진 지중해의 작은 섬으로 정했다. 현대인이 흔히 섬에 비유된다는 점에서 이런 설정은 꽤 노골적이다. 올리브 농사를 지으며 평온하게 살아가던 섬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섬의 해변으로 흑인 청년의 시신 세 구가 떠밀려 온 것이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이들은 결국 시신을 화산 구덩이에 던져 버린다. 그런다고 아예 ‘없었던 일’이 될 순 없다. 언젠가부터 섬에는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유럽은 일종의 섬이 됐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섬을 끝까지 폐쇄하려고 하죠. 일부 정당들의 득세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인구의 이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이야기는 최근 수년간 유럽인의 죄의식을 건드렸던 ‘이민자 문제’의 명징한 비유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유럽만이 마주한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으며 조선업 등 기간산업은 이주노동자 없이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여전히 ‘한민족’이라는 환상을 좇고 있지 않는가. 마침 21일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이 책은 우화입니다. 장소도, 시대도 특정하고 있지 않죠. 유럽을 비유하고 있다지만 한국은 어떻습니까. 당장 내일 주변국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생겨 한국으로 난민이 몰려온다면요. 한 번쯤 상상해 볼 문제입니다.” ‘세상을 은유하는 파수꾼.’ 작가로서 클로델이 평소 가지고 있는 신념이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도 클로델은 ‘나는 성가시게 하는 자’라고 규정한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가 이 소설에 대고 “인간 본성을 파헤친 신선하고 으스스한 작품”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일 테다. 현대 프랑스의 지성으로 불리는 클로델은 작가뿐 아니라 영화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2003년 ‘사소한 장치’로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받았다. 국내에는 ‘향기’, ‘회색 영혼’, ‘무슈 린의 아기’ 등이 번역돼 있다. “작가는 독자가 걸을 수 없었던 길을 안내하는 사람입니다. 단지 한 시민일 뿐인 제가 정치 상황을 바꿀 순 없겠죠. 하지만 저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듭니다. 이민자의 문제는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문화는 우리와 섞일 수 있으며 그것으로 우리는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요.”
  • 뜨거워지는 지구… 미래 식량으로 ‘뱀’ 지목한 이유

    뜨거워지는 지구… 미래 식량으로 ‘뱀’ 지목한 이유

    세계 인구는 80억 명이 넘었지만, 식량 생산은 기후변화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뱀’이 미래의 대체 식량 자원으로 지목됐다. 호주 시드니 매콰리대 대니얼 나투시 박사팀은 15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서 태국과 베트남 농장에서 사육되는 비단뱀의 1년간 성장 속도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태국 우타라딧주와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비단뱀 농장 두 곳에서 사육되는 4601마리의 말레이비단뱀과 버마비단뱀의 성장률과 사료 전환율(FCR. 먹이 섭취량 대비 체중 증가량) 등을 분석했다. 연구팀이 비단뱀에게 야생 설치류와 어분 등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단백질 먹이를 주고 1년간 정기적으로 몸무게를 측정하고 먹이를 주지 않는 기간 중 무게 변화도 조사한 결과, 말레이비단뱀과 버마비단뱀은 먹이를 자주 먹지 않아도 12개월 동안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 성장률이 수컷보다 높았고 하루 체중 증가량은 버마비단뱀이 0.24~42.6g, 말레이비단뱀이 0.24~19.7g에 달했다. 또 20~127일 동안 먹이를 주지 않는 실험에서는 하루 체중 감소량이 평균 0.004%에 불과했고, 먹이를 다시 주면 빠른 성장세를 바로 회복했다. 사료전환율을 측정한 결과 먹이 4.1g이 체중 1g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사료전환율은 지금까지 연구된 다른 가축보다 더 높고 먹이 종류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특히 비단뱀은 전체 몸무게의 82%가 고기 등 사용 가능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뱀고기의 인기가 높으며 사육도 활발한 추세다. 가축 생산에서 어류나 곤충, 파충류 같은 냉혈동물은 소나 가금류 같은 온혈동물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비단뱀 사육이 기존 축산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 새로운 가축을 생산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기후위기 피하려면 육류 소비 줄여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파리기후협약의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유한 국가의 육류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디티 무커르지 박사는 “기후변화는 대체로 불평등의 이야기”라며 “식량 소비의 형평성을 개선하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농식품 분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면서 80억 5000만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의 9% 이상을 차지하는 7억 3890만명(2022년)이 기아에 시달린다. 세계 인구 37%에 달하는 30억명 이상은 건강한 음식에 접근하기 어렵다. 또 다른 쪽에선 인류의 절반 이상인 42억명이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과체중, 비만을 유발하는 해로운 음식을 먹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보고서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식품을 과도하게 소비해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고 있다”라며 “한쪽에서는 소비자(의 잘못된) 행동이나 비효율적 공급망으로 상당한 양의 식량이 낭비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식량 부족과 기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농업기구가 제시한 청사진은 2030년까지 기아를 해결하고, 2050년 모든 인류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식량 생산 체제를 탄소 순배출원에서 흡수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보고서는 “‘모두를 위한 건강한 식단’에 집중하면 고소득 국가는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고, 저소득 국가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 기후 대응과 건강 양쪽 모두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 청풍명월(淸風明月) 뒤에 남겨진 아쉬운 이야기들, 의병과 순교의 도시 제천 [한ZOOM]

    청풍명월(淸風明月) 뒤에 남겨진 아쉬운 이야기들, 의병과 순교의 도시 제천 [한ZOOM]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친일내각의 단발령 강행으로 전국적인 항일 의병운동이 일어났다. 을미의병로 불린 이 의병운동 당시 가장 규모가 컸던 의병부대는 제천을 중심으로 충주, 원주 등지에서 활동했던 유인석(柳麟錫·1842~1915)의 ‘호좌의진’(湖左義陣)이었다. 호좌의진은 의병 수가 약 4000명에 달할 정도로 위세와 명성이 대단했다. 한때 홍범도(洪範圖·1868~1943) 장군도 포수부대를 이끌고 호좌의진에 합류한 적도 있었다. 항일 의병운동의 본거지 안타깝게도 호좌의진은 의병부대를 이끌고 있는 양반과 유생, 그리고 실제 전투를 수행하는 평민과 천민 사이에 남아 있는 신분제도에 대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좌의진은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반해 일본군은 최신식 무기로 중무장한 정규군이었다는 사실이었다. 1896년 선봉장 김백선이 충주 수안보 점령을 앞두고 중군장 안승우에게 지원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안승우는 지원병력을 보내지 않았고, 김백선의 수안보 점령은 실패로 돌아갔다. 전투가 끝나고 김백선은 안승우에게 지원병력을 보내자 않은 이유를 물었다. 안승우는 대장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보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화가 난 김백선은 안승우에게 칼을 겨누고 비겁한 태도를 비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호좌의진 대장 유인석이 김백선을 향해 소리쳤다. “네 이놈, 한낱 포수에 불과한 네놈이 감히 양반에게 칼을 겨누다니, 항명죄로 엄히 다스리겠다.” 김백선은 평민이 양반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이유로 의병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되었다. 이 사건으로 호좌의진을 이탈하는 병사들이 늘어났다. 호좌의진에서 실제 전투를 수행했던 병사들은 평민과 천민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신분의 귀천이 없는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의병이 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김백선이 처형되는 것을 보며 그 희망이 꿈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의병부대를 떠나기 시작했다. 1896년 제천 남산(南山)에서 호좌의진은 일본군을 맞아 최후의 방어전을 맞이했다. 이 전투에서 수많은 의병들이 목숨을 잃었고, 남은 의병들은 유인석 대장을 따라 압록강을 건너 서간도로 넘어갔다.역모와 순교의 가운데에서 1791년 전라북도 진산에서 윤지충(尹持忠), 권상연(權尙然) 두 사람이 유교적 제사방식을 거부하여 참형에 처해진 사건이 있었다. 신해박해로 불리는 이 사건 이후 천주교도들은 종교를 버리거나, 신앙의 자유를 찾아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봉양읍 주론산 골짜기에도 천주교도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옹기를 구워 팔면서 신앙공동체를 유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을은 지형이 배의 오목한 밑창을 닮았다고 해서 주론(舟論), 다른 말로 ‘배론’이라고 불렸다.1800년 정조(正祖)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 순조(純祖)가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수렴청정을 시작한 정순왕후는 정조의 재위기간 동안 성장한 남인들을 뿌리뽑기 위해 천주교를 사교(邪敎)로 규정하고, 천주교도가 많은 남인들을 탄압하는 신유박해가 일어났다. 천주교도 황사영(黃嗣永·1775~1801)이 ‘배론마을’ 이야기를 듣고 이 곳으로 숨어 들었다. 그는 이곳에서 천주교도들이 당한 억울한 학살과 죽음을 하얀 비단 위에 낱낱이 적어 나갔다. 그리고 중국 북경에 있는 구베아(Gouvea) 주교에게 전달하고자 했으나 얼마 후 체포되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황사영의 편지가 공개되자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편지의 내용에 ‘서양의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조정을 협박해 천주교를 포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사회적 정서로 볼 때 이것은 매국이자 반역이었다. 황사영 편지사건으로 인해 ‘천주교도는 외세의 힘을 이용해 조선사회를 뒤집으려고 하는 매국노이자 반역자 세력’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매일 유생들로부터 천주교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상소가 올라왔고, 천주교 탄압의 불씨는 전국적으로 번져갔다. 그리고 천주교를 비롯한 서학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더 강해지면서 조선은 사회발전을 통한 자주적 근대화의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리게 되었다.청풍명월(淸風明月)의 도시 제천 모든 도시는 크건 작건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Identity)가 담겨 있는 브랜드가 있다. 제천의 브랜드는 ‘청풍’(淸風)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이 이름의 시작이 너무 궁금해졌다. 맑은 바람, 청풍(淸風)이 불어오는 이 고장의 원래 이름도 바로 ‘청풍’이었다. 한때는 제천보다 큰 도시였지만 1914년 제천에 흡수되면서 사라졌다. 흡수될 당시 인근 읍내면, 근서면을 합쳐 ‘비봉면’이 되었다가 1917년 ‘청풍’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이름이 ‘청풍면’으로 바뀌었다. 1970년대 정부는 매년 되풀이되는 가뭄과 홍수를 방지하는 동시에 농업용수를 확보해 식량생산을 늘리기 위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종합개발계획을 추진했다. 1970년 정부가 4대강 유역개발 과정에서 남한강에 다목적 댐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충주댐 공사로 제천과 단양의 많은 마을들이 수몰되고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을 이주민이 되었다. 특히 제천의 피해가 가장 컸었는데, 61개 마을이 사라졌고 청풍면은 27개 마을 중에 25개 마을이 수몰되었다. 그래서 정식명칭인 충주호가 제천에서는 ‘청풍호’(淸風湖)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충주댐이 지어지기 전 1982년부터 3년 동안 수몰지역에 흩어져 있던 보물과 문화재를 모아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모아 야외 박물관을 만들었다. 제천에 있는 ‘청풍문화재단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 푸바오 빈자리 채울 ‘레서 판다 삼총사’… 영상 조회수 400만 돌파

    푸바오 빈자리 채울 ‘레서 판다 삼총사’… 영상 조회수 400만 돌파

    한국에서 태어난 1호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빈자리를 레서 판다가 메울 수 있을까. 13일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에 따르면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 내 한 코너인 ‘오구 그레서’(‘오구오구 우리 레서 판다’라는 뜻)에 올라온 11개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400만회를 넘었다. 15일 코너를 개설한 지 1주년을 맞는다. 에버랜드 측은 ‘순둥이’ 수컷 레시(2014년생)과 ‘말괄량이’ 암컷 레몬(2013년생), ‘조심성 많은’ 암컷 레아(2019년생)까지 3마리의 레서 판다가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레서 판다의 작고 깜찍하지만 진지한 얼굴과 복슬복슬한 털, 비단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꼬리 등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에버랜드의 설명에 따르면 레서 판다는 자이언트 판다처럼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로 평소 대나무(70%)와 사과 등 과일(30%)을 주로 섭취한다. ‘판다’는 원래 레서 판다에게 붙여진 이름이었으나 자이언트 판다가 인기를 얻으면서 ‘작은(Lesser) 판다’ 혹은 ‘붉은빛(Red)의 판다’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레서 판다는 전 세계에 1만마리도 남지 않은 멸종 위기종으로 번식이 어려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아직 국내에서 레서 판다 번식에 성공한 적은 없다. 에버랜드는 수컷 레시와 성격이 비슷한 암컷 레아를 짝지어 올 초 서로가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레서 판다를 담당하는 이세현 사육사는 “오구 그레서를 통해 많은 분이 레서 판다에 관해 관심을 갖고 야생 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카리나 연애에 “배신” 협박한 팬들…“악명 높아” 외신도 지적했다

    카리나 연애에 “배신” 협박한 팬들…“악명 높아” 외신도 지적했다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한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팬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결국 자필 편지로 사과했다. 외신들도 카리나의 ‘자필 사과문’을 조명하며 “K팝 산업은 팬들의 압박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6일 영국 BBC는 ‘열애설 인정한 뒤 사과한 케이팝 스타 카리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카리나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배신’을 당했다며 분노한 팬들의 비난을 받은 뒤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카리나가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하자 일부 팬들은 카리나의 연애에 충격받은 듯 각종 악성 댓글을 달며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카리나는 전날 인스타그램에 자필로 쓴 편지를 올려 “우선 많이 놀라게 해드려 죄송하고 또 많이 놀랐을 마이(에스파 팬덤)들에게 조심스러운 마음이라 늦어졌다”며 “마이들이 상처받은 부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앞에서는 ‘트럭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트럭 전광판에는 “카리나는 7년 동안 노력한 자신에게 미안해야 한다. 당신이 직접 당신의 진로를 망쳤다”며 “당신의 모든 노력이 하나의 연애로 인해 모두 부정되고 있다. 만족하냐”는 내용이 적혔다 또 “팬이 준 사랑이 부족하냐.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나. 직접 사과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앨범 판매량이 줄고 콘서트 좌석이 텅 빈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문구도 담겼다. 외신들 “한국 스타들, 엄격한 압박 받고 있어” 트럭 시위와 관련해 BBC는 “최근 K팝 팬들이 지지 또는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반적인 관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비단 한국만의 사례는 아니라며 “한국과 일본의 스타들은 (팬들과 소속사 등의) 압박이 심하기로 악명이 높은 산업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생활 공개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과 10년 전만 해도 K팝 기획사는 신인에게 연애를 금지하거나 개인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지금도 팬들에게 열애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종종 스캔들로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BBC는 지난해 8월 그룹 블랙핑크의 지수와 배우 안보현의 열애가 알려진 당시에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K팝 스타들의 소속사들은 (팬들에게) 적어도 상상 속에서는 낭만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아이돌을 팔고 싶어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도 카리나의 사례를 언급하며 “엄격한 관리, 팬들의 열렬한 추앙, 끊임없는 언론의 감시, 경쟁이 치열한 (K팝) 산업의 압박은 K팝 스타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성북선잠박물관,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공모사업 선정

    성북선잠박물관,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공모사업 선정

    서울 성북구가 성북선잠박물관이 국립민속박물관 주관 ‘2024년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공모사업’에서 교육 개발지원 부문에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공모사업의 교육 개발지원 부문은 지역박물관의 특색을 살린 신규 교육프로그램과 교구재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사업 공모를 통해 전국 10개 기관을 선정했다.이번 공모에 선정된 성북선잠박물관은 직접 만지며 체험학습할 수 있는 이동형 교육 상자를 제작한다. 직녀와 견우 동화를 바탕으로 누에의 생애와 물레, 베틀과 같은 직조 도구를 만져보며 원리를 이해하고 양잠과 비단짜기를 학습할 수 있는 교구재 개발 및 제작을 위한 사업비 1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주관하는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은 2005년부터 지역박물관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운영 활성화를 지원해왔다. 성북선잠박물관은 지난 2019년과 2022년에도 각각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교육개발·교육운영 지원사업에 선정돼 선잠단지와 연계한 교구재 ‘선잠단의 기묘한 상자’와 핵심 콘텐츠인 누에 교육프로그램 ‘꿈을 꾸는 누에’를 개발한 바 있다. 성북선잠박물관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성북구의 최초 공립박물관으로서 다양한 전시와 교육, 학술 세미나 등을 통해 선잠단과 선잠제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선잠단과 선잠제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및 교구재를 통해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과 향유하길 바란다”며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성북의 명성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 [서울 on]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질주

    [서울 on]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질주

    2014년 애플이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애플카’ 개발에 착수했을 당시 전 세계는 그야말로 애플 천하였다.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애플은 그해 9월 애플워치와 애플페이를 처음 선보이며 ‘혁신’의 팻말에 쐐기를 박았다. 애플카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게 자명해 보였다.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완전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이 예견됐다. 기대치도 올라갔다. 글로벌 마케팅업체 스트래티지 비전이 2022년 미국에서 신차를 구매한 고객 20만명을 대상으로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45개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애플카가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에 이어 구매 선호도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당초 2025년으로 예상됐던 출시 시점은 거듭 연기됐다. 레벨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한다던 목표도 이미 테슬라 등이 구현하고 있는 레벨2+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삐걱이던 프로젝트는 지난달 27일 애플이 10년 만에 애플카 개발에서 손을 뗀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끝내 시동이 꺼지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허황된 목표를 단숨에 이루려던 애플의 ‘오만함’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역설적이게도 애플의 ‘짝퉁’이라고 조롱받았던 샤오미는 애플카 무산 소식이 알려지기 하루 전날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를 공식 선언했다. 샤오미의 전략은 정반대였다. 2021년 비교적 늦게 전기차 개발에 돌입한 샤오미는 테슬라와 포르셰를 타깃으로 삼았다. 샤오미가 공개한 전기차 ‘SU7’은 포르셰 타이칸을 능가하는 성능의 전기모터와 테슬라의 기가캐스팅 공법을 본뜬 다이캐스팅(차량 본체를 일체화해 한 번에 찍어 내는 생산방식)을 적용하는 등 자사의 벤치마킹 능력을 또 한번 적극적으로 발휘했다. 특히 SU7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샤오미의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화제가 됐다. 최근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기세가 무서운 진짜 이유다. 과거 값싼 인건비를 앞세운 저품질의 대명사였던 ‘메이드 인 차이나’가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위협적인 후발주자로 진화했다는 의미인 것이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드물게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이 가능한 비야디(BYD)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무역 장벽이 확립되지 않으면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가별 핵심 기술 수준을 비교 분석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에서 한국은 미국의 81.5% 수준(격차 3.2년), 중국은 82.6% 수준(격차 3년)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이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당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은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서 올해 국가 과학기술 예산을 지난해보다 10%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시장에서 샤오미와 희비가 엇갈린 애플의 굴욕과 머스크의 염려가 비단 자동차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김희리 산업부 기자
  • “청와대 경비하던 수방사 제1경비단 이전해야”

    “청와대 경비하던 수방사 제1경비단 이전해야”

    “청와대를 국민 품에 돌려줘 호평받았듯, 청와대 외곽을 경호 경비했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도 지역 발전을 위해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합니다.”(김형수 광운대 방위산업단 특임교수)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 2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의정원홀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고 6일 밝혔다. 현재 천연동은 수방사 제1경비단이 있어 군사보호구역 규제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제1경비단의 청와대 경호 임무가 해제된 상황에서 천연동 부대 위치는 도심 고층아파트와 학교 등 민간시설에 둘러싸여 있는 등 군사시설 입지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군부대 이전으로 규제가 없어지면 이 일대를 반도체와 바이오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R&D) 단지로 개발한다는 게 서대문구의 계획이다. 김 교수도 “9개 대학이 연합하는 바이오 반도체 연구단지’와 ‘초중고생과 일반인이 숙박하며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독립공원 등과 연계해 교육받을 수 있는 복합시설’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여러 내용을 통해 군부대 이전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22년간 7600명에게 장학금…배구 이어 ‘읏맨 럭비단’ 창단[2024 재계 인맥 대탐구]

    22년간 7600명에게 장학금…배구 이어 ‘읏맨 럭비단’ 창단[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기업의 성장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교육과 사회봉사활동이다. 그는 2002년 ‘OK배·정장학재단’을 설립해 매년 국내외 중·고·대학·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이 차별을 극복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란 신념에서다. 올해 1월까지 재단을 통해 지원받은 학생은 총 7600여명, 금액은 260억원 규모다. 특히 그는 재일한국학교인 ‘오사카금강 인터내셔널 스쿨’(금강학교)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금강학교는 1946년 한국 문화와 민족 교육을 전수하고자 재일교포 1세들이 건립한 한국학교로 1961년 국내 최초의 재외한국학교로 인정받았다. 그는 2019년 이사장직을 맡고 나서 금강학교를 명문 국제학교로 만든다는 목표로 한국어영어일본어 어학 집중 교육, 우수 교원 확보 및 교원 교육 강화,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제도 도입 등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최 회장은 2019년 5월 금강학교와 학교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재일동포 학생들이 한국인이라는 민족의 자긍심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을 잇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금강학교의 발전이 다른 민족학교에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포츠 후원도 활발하다. 2021년 1월에는 제24대 대한럭비협회 회장에 선출돼 한국 럭비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럭비가 제가 태어나고 자란 럭비 선진국인 일본을 실력으로 당당히 이기는 등 세계적 수준까지 오르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럭비에 대한 애정이 깊다. 지난해 3월에는 배구단에 이어 그룹의 두 번째 스포츠 구단으로 ‘OK금융그룹 읏맨 럭비단’을 창단했다. 골프 부문에서도 장학재단을 통해 차세대 골프 유망주 성장을 지원하는 골프 장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14년간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를 개최하며 청각·언어 장애인 스포츠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 [전문]尹대통령 3·1절 기념사 “독립 정신 일으켜 자유·평화 확장해야”

    [전문]尹대통령 3·1절 기념사 “독립 정신 일으켜 자유·평화 확장해야”

    제105주년 3·1절 기념사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저와 정부는, 독립과 건국, 국가의 부흥에 이르기까지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올바르게 기억되도록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 대한민국 만세’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운동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이 펼쳐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무장독립운동, 외교독립운동, 교육과 문화독립운동을 언급하며 “제국주의 패망 이후, 우리의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선구적 노력의 결과였다. 이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윤 대통령은 1919년 ‘기미 독립선언’의 정신을 강조하며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미 독립선언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자유를 확대하고 평화를 확장하며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 끝에 있는 통일을 향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역사가 남긴 어려운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간다면, 한일관계의 더 밝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양국의 안보 협력이 한층 공고해졌다. 산업과 금융, 첨단 기술 분야에서 두텁게 협력하고 있고, 지난해 양국을 오간 국민들이 928만 명에 달한다”며 “무력 충돌이 벌어졌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서로의 국민을 구출하며 도움을 주고받았다”고 양국 협력 사례를 나열하기도 했다. 다음은 윤 대통령의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와 독립유공자 여러분, 오늘, 3.1절 105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조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105년 전 오늘, 우리의 선열들은 대한의 독립국임과 대한 사람이 그 주인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손에는 태극기를 부여잡고, 가슴에는 자유에 대한 신념을 끌어안고, 거국적인 비폭력 투쟁에 나섰습니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이렇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영원히 자유롭게 발전하려는 것이며, 인류가 양심에 따라 만들어 가는 세계 변화의 큰 흐름에 발맞추려는 것이다.” 기미독립선언의 뿌리에는 당시 세계사의 큰 흐름인 ‘자유주의’가 있었습니다. 선열들이 흘린 피가 땅을 적셔 자유의 싹을 틔우면, 후손들이 자유와 풍요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3.1운동은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래지향적인 독립 투쟁이었습니다. 왕정의 복원이 아닌,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나라를 꿈꿨습니다. 그리고 선열들의 믿음과 소망은 지금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기미독립선언서에서 천명한 대로, 새롭고 뛰어난 기운을 발휘하는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며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문화를 선물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여기까지의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독립과 동시에 북녘 땅 반쪽을 공산전체주의에 빼앗겼고, 참혹한 전쟁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시련도 자유와 번영을 향한 우리의 도전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자본도 자원도 없었던 나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고속도로를 내고, 원전을 짓고, 산업을 일으켰습니다.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절에도, 미래를 바라보며 과학기술과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는, 수많은 역경과 도전을 극복해 온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여정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저와 정부는, 3.1운동의 정신인 자유의 가치를 지키며,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를 함께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3.1운동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이 펼쳐졌습니다.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계셨습니다.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과 문화독립운동에 나선 실천가들도 계셨습니다. 제국주의 패망 이후, 우리의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모든 선구적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의 피와 땀이 모여, 조국의 독립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으며, 온 국민과, 더 나아가 우리 후손들이 대한민국의 이 자랑스러운 역사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와 정부는, 독립과 건국, 국가의 부흥에 이르기까지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기억되도록 힘을 쏟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을 향해, 우리의 독립이 양국 모두 잘 사는 길이며,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새 세상’을 열어가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양국의 안보 협력이 한층 더 공고해졌습니다. 산업과 금융, 첨단 기술 분야에서 두텁게 협력하고 있고, 지난해 양국을 오간 국민들이 928만 명에 달합니다. 무력 충돌이 벌어졌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양국이 서로의 국민을 구출하며 도움을 주고받았습니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역사가 남긴 어려운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간다면, 한일관계의 더 밝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양국 관계로 한 단계 도약시켜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나아가야 합니다. 북한은 여전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가며,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며, 2600만 북한 주민들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멸의 주적으로 규정했습니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일은 비단 한반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입니다.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을 것이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탈북민들이 우리와 함께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듬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7월 14일을 <북한 이탈 주민의 날>로 제정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국민 모두가 탈북민에게 보다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통일은 우리 혼자서 이룰 수 없는 지난한 과제입니다. 국제사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자유로운 통일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러한 역사적, 헌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시대사적 대변혁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자유를 확대하고, 평화를 확장하며,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길 끝에 있는 통일을 향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저희 정부가, 열정과 헌신으로 앞장서서 뛰겠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열어갑시다! 감사합니다.
  • ‘법치 방망이’ 든 신자유주의, 대항마 없으면 계속 이어진다

    ‘법치 방망이’ 든 신자유주의, 대항마 없으면 계속 이어진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포틀랜드와 오클랜드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인종주의 반대자들이 충돌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제2차 내전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듬해 1월 워싱턴DC에서 벌어진 의회 난입 폭력 사태도 미국 사회 내 두 세력 간의 극명한 대립 양상으로 해석됐다. 프랑스 사회철학자 4인이 공저한 이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폭력적 충돌을 신자유주의 체제의 작동 방식으로 이해한다. 우파는 ‘자유’의 이름으로 평등에 대항해 내전을 벌였고, 사민주의 좌파는 그 과정에서 인민계급을 대변하지도, 공공서비스를 보호하지도 못했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197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 체제는 그 체제 내 ‘자유의 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압한다. 대표적인 전략은 지배 세력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고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내전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 질서에 반하는 적을 제압하기 위해 ‘법치’를 내세우고, 반민주주의적인 ‘대중 혐오’ 정서를 토대로 득세했다. 책의 제목은 저자들이 고찰한 신자유주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주요 수단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많은 지식인들은 신자유주의가 막을 내렸다고 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신자유주의 종말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이제 끝났느냐는 질문에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저자들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대신할 ‘새것’이 기획되지 않는 한 신자유주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저자들이 안내하는 신자유주의 역사적 계보를 좇다 보면 묘하게 한국 사회와 포개진다. 자기편만 극단적으로 챙기는 ‘갈라치기’ 정치, 자의적인 법치주의, 갈등과 혐오의 모습은 비단 한국만이 아닌 전 지구적 공통 현상이다. 책은 ‘자기실현’이라는 매력적인 언어로 개개인에게 ‘자기 경영자’ 모델을 주입하고, 여성과 소수자 권리를 반대하는 ‘도덕적 십자군’ 행태부터 ‘갓생’을 추구하는 자기계발 담론과 능력주의 맹신도 신자유주의 체제의 변형이라고 지적한다.
  • 걸어서 한강 건넌다… 잠수교, 車 없는 다리로

    서울시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하나로 잠수교를 보행 전용 다리로 전환하기 위한 설계 공모를 29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2026년에는 걸어서 한강을 건널 수 있게 된다. 이번 공모에는 지난해 9월 ‘잠수교 전면 보행화 기획디자인 국제공모’에 참가한 99개 팀 중에서 심사를 통해 당선된 5개 팀이 참여해 실시 설계권을 두고 경쟁에 나선다. 최종 당선작을 대상으로 잠수교 기본·실시 설계 용역을 수행하기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를 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핵심은 창의적이면서 서울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디자인과 지속가능한 콘텐츠 전략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자전거와 개인이동수단 이용자, 보행자 간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잠수교는 한강 교량 가운데 길이가 가장 짧고 한강 수면과 가까운데다 도보로 진입하기 쉬워 보행교의 잠재력이 크다. 시는 공모 준비단계부터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전문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잠수교의 변화된 모습을 미리 경험할 기회도 마련된다. 오는 5월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열고 가상현실(VR) 전시 공간을 조성해 보행교가 된 잠수교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잠수교는 시민이 한강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즐기고 체험할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휴직계 썼다간 인사 불이익… ‘#육아그램’ 꿈도 못 꾸는 아빠들

    휴직계 썼다간 인사 불이익… ‘#육아그램’ 꿈도 못 꾸는 아빠들

    ‘살면서 처음 느껴 보는 감정. 귀엽고, 웃기고, 안쓰럽고, 대견하다.’ 생후 4개월 아기의 배냇머리를 처음 자르는 아빠의 마음을 담은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줄을 잇는다. 해당 사진에는 머리를 자르는 아기의 눈에 눈물방울이 맺히고 입술을 앙다문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 순간을 함께하는 아빠에 대한 찬사도 뒤따른다. 이처럼 최근 SNS에서는 아빠가 육아를 전담하는 모습을 담은 이른바 ‘아빠 육아그램’(육아+인스타그램)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많은 남성 직장인에게 육아휴직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육아휴직 등 육아지원제도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초등학교 개학 시즌(3~4월)이 다가오면서 ‘아빠 회사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신문이 만난 직장인 노모(36)씨는 “(5세) 아이가 하루하루 클수록 오랜 시간 동안 놀아 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커진다”며 “SNS에 올라온 이야기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부럽기만 할 뿐”이라고 씁쓸해했다. 노씨는 아이가 2세일 무렵 육아휴직을 사용하려 했지만 회사의 ‘엄혹한’ 분위기에 마음을 접었다. 노씨 회사는 사내 복지가 좋은 대기업으로 평가되는 곳이지만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출생아의 부모가 그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잠정) 중 남성은 6.8%에 그친다. 남성들은 통상 자녀 출생 다음해부터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하더라도 같은 기간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70.0%)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특히 육아휴직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초등학교 새 학기인 3~4월에도 남성 육아휴직자는 적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수당 수급자는 3월 3874명, 4월 3861명, 5월 3637명에 불과했다. 다른 달보다 그나마 많은 편이지만 여성 육아휴직 수급자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전체 직장인 수와 비교하면 SNS의 ‘아빠 육아그램’ 세상과 달리 아빠 육아의 현실은 극소수만 누릴 수 있는 ‘특별혜택’에 가깝다는 얘기다. 예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들은 학교 급식 당번이나 교통봉사 등에 대비해 연차를 쌓아 두거나 직장 상사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대기업 직장인 조모(39)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이면 대부분 아빠는 중간 관리자급 정도”라며 “강제성 있는 제도가 아니라면 그 연차의 직장인이 자녀 입학을 이유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올해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직장인 박모(38)씨도 “학원 뺑뺑이 준비부터 등·하원 도우미를 구하는 것까지 정신없는 2월을 보냈다”며 “입학 전 몇 번 연차를 사용했는데 그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게 비단 새 학기 때문만은 아니다. 육아휴직 도중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13년 일한 직장을 떠나야 했던 곽모(38)씨는 “복직 뒤 인사 불이익도 만연했다. 회사 승인 없이 쓸 수 있는 ‘자동 육아휴직제’와 같은 제도가 모든 직장에 의무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던 강성원(45)씨도 “육아휴직급여 상한선(150만원)에다 복직 조건으로 떼어 가는 사후지급금까지 있다 보니 휴직급여가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며 “회사가 아닌 ‘돈’ 때문에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 인생 2막 ‘특급 도우미’ AI…“재취업·여행 뭐든 가능해”[AI 블랙홀 시대-인간다움을 묻다]

    대학교 행정실에서 34년을 일하고 은퇴한 뒤 시니어 강사로 활동하는 김준현(62)씨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로 기초 자료를 모으고 AI 사이트인 ‘뤼튼’으로 이미지를 찾아 강의 자료를 준비한다. 김씨는 “기초 자료를 준비하는 데 AI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AI 활용 능력이 삶의 편의와 직결될 테니 나 같은 노인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1동주민센터 4층에 있는 서초구IT교육센터는 김씨를 비롯해 AI 활용 교육을 들으러 온 노인 수강생들로 빼곡했다. 50대부터 70대까지 스마트폰과 챗GPT, 뤼튼, 코파일럿 등 AI 기반 프로그램을 익히고 있었다. 챗GPT는 일상적인 질문과 답변, 뤼튼은 이미지 생성, 코파일럿은 지식 검색이라는 특징이 있는 만큼 프로그램마다 강의가 나눠서 진행됐다. 컴퓨터학원 강사로 일하다 2010년 은퇴한 이주연(66)씨는 AI를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당시 기술로 재취업이 어려운 만큼 AI를 배워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게 이씨의 목표다. 강의실에서 만난 이씨는 “AI 기술을 배워 같은 나이대의 노인들을 가르치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면서 “강사 외에 다른 일자리가 있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수업을 듣는 노인 중에서는 AI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변화를 경험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학생들이 AI를 통해 학습 수준을 분석하고,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받으며, AI 비서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집안 전자기기를 관리하는 것이 비단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노인들도 AI를 활용해 새로운 취미 활동을 하거나 상담사로 AI를 쓰기도 한다. AI를 활용해 온라인 세계여행을 하는 취미가 생긴 유송현(70)씨는 “챗GPT를 배운 뒤 동남아와 유럽 곳곳의 여행 방법을 묻고 주요 관광지 사진을 보며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는 취미가 생겼다”며 “실제로 여행을 갈 때도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대필(70)씨는 챗GPT를 활용해 베트남 지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김씨는 “올여름 베트남에 갈 예정인데 이렇게 손쉽게 관련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며 “질문만 제대로 하면 알고 싶은 핵심 내용을 알려주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정순(74)씨는 가족들과 일상에 대해 AI로 시를 쓰고 있다. 이씨는 “AI가 쓴 시를 가족들에게 자랑하는 게 일주일의 큰 일과”라며 “스마트폰 글씨를 키우는 방법이나 새로운 요리법처럼 소소한 질문도 AI는 금방 해결해 준다”고 했다. 2009년 정보통신기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서초구IT교육센터를 만든 이후 인터넷을 시작으로 한글, 엑셀, 스마트폰, 키오스크 등의 활용 강좌를 열어 온 서초구는 올해는 AI 관련 강좌를 지속해 열 계획이다. 하정훈 서초50플러스센터 사업팀장은 “이제 AI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다음 세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어르신들에게 각종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통령 관저에 택시 18대 호출女 무혐의 처분 이유

    대통령 관저에 택시 18대 호출女 무혐의 처분 이유

    새벽 시간대 대통령 관저로 택시 18대를 부른 30대 여성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고의가 아닌 ‘택시 호출 시스템 문제’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26일 “택시를 부른 당사자와 애플리케이션을 관리하는 두 군데를 중점적으로 수사한 결과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시스템 오류로 발생한 문제이지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지난 5일 오전 2시 30분부터 4시 20분까지 5~10분 간격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택시 18대가 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택시들은 호출을 받고 대통령실 관저로 향하다 경찰에 제지됐다. 범인으로 지목됐던 30대 여성 A씨는 우버(UT)를 활용해 출발지를 대통령 관저 주변으로 설정하고 택시를 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택시 배정에 실패하자 시스템상 다른 택시가 대통령 관저 주변으로 여러 차례 다시 배정되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택시 기사들도 “승객 호출을 받고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를 호출했다가 빈 차를 잡아타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당한 사태에 대통령 관저를 경비하는 202 경비단의 경계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고 일부에서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 청장은 “택시가 잡히든 안 잡히든 하나로 결론이 나야 하는데 추가로 (택시가) 자꾸 배정됐다”고 말했다.
  • 주‘골’야‘경’ PGA 챔프

    주‘골’야‘경’ PGA 챔프

    낮에 골프 연습을 하고 밤에 경비원으로 일하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향한 꿈을 키운 제이크 냅(30·미국)이 늦깎이 데뷔 첫해에 우승하며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냅은 2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 코스(파71·7456야드)에서 열린 2024 PGA 투어 멕시코 오픈(총상금 81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냅은 핀란드 첫 PGA 투어 우승을 노리던 사미 발리마키를 2타로 제치고 우승했다. 냅은 캐나다 투어에서 3차례 정상에 선 경험이 있으나 PGA 투어 우승은 처음이다. 또 우승 상금 145만 8000달러(약 19억 4100만원)와 함께 PGA 투어 2년 출전 자격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투어 생활을 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올해 많은 상금이 걸린 특급 지정 대회는 물론, 마스터스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전날 8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를 꿰찬 냅은 이날 페어웨이에 떨어진 티샷이 두 번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흔들렸다. 냅은 12번 홀(파5)에서 발리마키에게 따라잡혔으나 13번 홀(파3)에서 발리마키가 보기를 저지르자 14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간격을 벌려 리더보드 상단을 지켜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 출신의 냅은 2016년 프로 전향했으나 주로 캐나다투어와 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에서 활약했다. 2021년 말 PGA 퀄리파잉스쿨(입문 대회)에서 낙방한 뒤에는 8개월 정도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하며 대회 출전 비용을 벌었다. 그는 또 결혼식장 경비를 맡기도 했다. 낮에는 골프 연습과 헬스장에서 체력을 키우며 크고 작은 대회에 출전하던 냅은 지난해 콘페리 투어 상위권 성적을 내며 마침내 PGA 데뷔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세상을 뜬 외할아버지 이름의 머리글자를 팔에 새기고 경기를 치른 냅은 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기뻐했다. 그는 “늘 격려해주시던 외할아버지가 오늘 계셨다면 아마 ‘잘했어, 이제 우승 축하 치킨을 먹으러 가자’고 말씀하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낮엔 골프 밤엔 경비’ 신인 냅 PGA 투어 첫 우승 화제

    ‘낮엔 골프 밤엔 경비’ 신인 냅 PGA 투어 첫 우승 화제

    낮에 골프 연습을 하고 밤에 경비원으로 일한 골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해 화제다. 올해 PGA 투어에 공식 데뷔한 제이크 냅(30·미국)은 26일(한국시간)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 코스(파71)에서 막을 내린 멕시코 오픈(총상금 81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캐나다투어에서 3회 정상에 오른 냅이 PGA 투어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올해 5번을 포함해 9번째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냅은 앞서 절반은 컷 탈락했고, 올해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공동 3위에 올라 우승의 꿈을 부풀렸다. 캐나다투어와 콘페리투어(PGA 2부)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냅은 2021년 말 퀄리파잉스쿨(PGA 입회 대회)에서 낙방한 뒤에는 8개월 동안 나이트클럽과 결혼식 경비를 서며 골프 비용을 마련하기도 했고, 지난해 콘페리투어 상위권 성적을 내며 PGA 공식 데뷔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세상을 뜬 외할아버지 이름의 머리글자를 팔에 새긴 채 우승을 한 냅은 “늘 응원해주던 외할아버지가 오늘 계셨다면 아마 ‘잘했어, 이제 우승 축하 닭튀김 먹자꾸나’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봄기운 풍기는 제주 올레길 걸으러 올레? [두시기행문]

    봄기운 풍기는 제주 올레길 걸으러 올레? [두시기행문]

    제주의 봄은 특별하다. 일대를 노랗게 물들이는 유채꽃과 사랑과 기품을 상징하는 매화꽃들이 향연을 이루며 오는 이를 반긴다. 특히 3월 중순이 넘으면 제주의 왕벚나무는 개화를 시작한다. 이 시즌이 다가오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과 여행 계획을 짜고 제주로 향한다. 이때의 올레길은 어느때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굽이굽이 멋들어진 제주의 길과 꽃송이들의 조화는 눈과 마음이 즐겁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지난해 사단법인 제주 올레 하반기 조사를 통해 완주자 572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재완주 도전 의사를 밝혔으며 97.2%는 완주 후 정신적 건강이 87.2%는 신체적 건강이 좋아졌다 응답했다. 특히 30대 이하의 경우 우울감과 스트레스 감소를 경험했다고 나타났다. 이렇듯 팔색조 같은 제주 올레의 봄이 시작되었다. 어디로 떠나도 활력이 넘치고 즐거운 봄 향기 가득한 올레 코스 3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올레길 1코스시흥리 정류장을 시작으로 광치기 해변으로 향하는 제주 올레길 1코스는 15.1km로 제주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길로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오름, 바당 올레이다. 1코스의 시작은 말의 머리처럼 생겼다하여 붙혀진 이름인 말미오름으로 시작한다. 소를 방목하는 곳으로 풀을 뜯는 소를 마주할 수도 있고 정상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비롯한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그 뒤 새알을 닮은 알오름의 풍경을 감상하며 종달리의 마을을 지나며 보이는 돌담길과 옛 소금밭을 볼 수 있다. 돌담과 들판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해변에 다다르게 된다. 시흥해안도로를 따라 오조리로 향하는 길은 평탄하며 휠체어와 유모차도 갈 수 있는 가볍게 걸을 수 있는 해안길이다. 해안길을 걷다 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중간중간 준치(반건조오징어의 제주방언)을 널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간스탬프 지점인 목화휴게소에서는 준치를 직접 구워서 판매하고 있으며 유명 프로그램에 촬영되어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명소가 되었다. 휴게소에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다시 해안길을 따라 이동 하다 보면 조개죽으로 유명한 맛집 시흥 해녀의집을 만날 수 있다. 해녀의집 옆으로는 희귀 조개류를 전시하는 조가비박물관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계속되는 해안길을 따라 성산갑문 그리고 성산항을 지나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는 길은 평소 보지 못했던 성산일출봉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성산일출봉을 지나 만나는 수마포해안은 태평양 전쟁 때 태평양 전쟁으로 패배하여 일본 본토로 접근해오는 미군과 연합군에게 저항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살특공대부대의 동굴진지18개가 위치한 곳으로 현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수마포해안을 지나 성산일출봉의 바닷길을 따라 광치기해변으로 가는길 모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에 잊지 말아야 할 제주의 아픔이었던 4·3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표석이 있다. 무고한 양민 400여명이 무참히 살해 되었던 장소인 터진목 4·3유적지다.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 표식도 없이 방치된 채 왕래자들 발길과 거친 파도로 인해 유실되고 도로확장이라는 미명 아래 역사의 현장마저 도로에 편입되어 사라진 것을 유족들이 보존하고자 추모비를 설치했다. 이곳을 지나친다면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도착 지점인 광치기해변을 마지막으로 제주 올레 코스가 마무리가 된다. 광치기해변은 펄펄 끓던 용암이 바다와 만나 빠르게 굳으며 형성된 지질구조가 특징이며 썰물 때 보이는 드넓은 암반지대가 성산일출봉 함께 아름다운 비경을 만들어낸다. 용암 지질과 녹색 이끼가 연출하는 장관은 어느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올레 1코스는 오름부터 이어지는 밭 뷰로 보이는 야생화가 봄의 시작을 알리며 도착지점인 광치기해변 인근으로는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유채꽃을 볼 수 있다. 봄의 향기를 맡으며 사진 찍기도 좋으며 편안하게 휴식하며 힐링 하기도 좋은 곳이다. 해안길을 걷다보면 먹거리를 판매하는 식당가들이 있으며 특히 성산일출봉 인근으로 맛집과 카페가 즐비해 있으니 식사를 해결하기 편한 코스이며 오름길을 제외하곤 힘든 구간은 없어서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올레길 10코스제주올레공식안내소에서 하모체육공원까지 향하는 제주 올레길 10코스는 15.6km로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썩은다리와 황우치해안, 산방연대, 송악산을 지나 대정읍에 위치한 하모까지 이어지는 해안올레이다. 시작점인 화순금모래시장은 소금막 해변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고 뒤로는 산방산이 서있으며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이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검은빛으로 부드럽고 고우며 야외수영장이 설치되어있어 해수욕과 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해변길을 지나 만나는 썩은다리 탐방로는 용암이 아닌 용암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곳으로 바위사이에 낀 용암재가 마치 썩은 듯이 보여 붙여진 이름으로 막상 탐방로에 오르면 화순의 해안 절경과 아름다운 길을 볼 수 있다.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숲길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며 산방산을 코앞에 볼 수 있는 용머리해안을 지나게 된다. 용머리해안은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수 천만년 쌓인 사암층 암벽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니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한번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용머리해안이 위치한 사계리에는 유채꽃이 많아 사진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사계포구부터 송악산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길은 사계 해변길은 유모차와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평지로 독특한 암석해안으로 유명하다. 또한 송악산 화구에서 분출된 화산재와 그곳에서 파도와 바람에 의해 침식된 물질이 인근 해안으로 밀려와 쌓여서 형성된 지층이 생기고 간조, 만조를 반복하다 상대적으로 약한 퇴적층이 파도에 자갈과 모래 등의 마식작용으로 돌개구멍이 생긴다. 이를 마린 포트홀(marine pothole)이라 하고 간조가 되는 시간에 사계리 해변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 사계란 해안변을 따라 형성된 깨끗한 모래와 푸른물이 어우러지는 명사벽계(明沙碧溪)를 일컫는 말이다. 사계해변을 지나 마주하는 송악산은 마그마에서 생성된 화산으로 두개의 단일화산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곳이이다. 송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절벽길을 걸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수세에 몰린 일본이 제주도를 저항 기지로 삼고자 지었던 일제 동굴진지를 볼 수 있다. 송악산을 지나 섯알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무성하게 자란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섯알오름에 도착하면 볼 수 있는 알뜨르비행장은 제주 다크투어리즘(참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의 성지로 일본군이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건설한 군용 비행장이다.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이 이 비행장을 전초 기지로 삼아 약700km가 떨어진 중국의 난징을 폭격하기 위해 오무라 해군 항공대의 많은 전투기를 ‘알뜨르’에서 출격시켰다. 강제 징용으로 만들어진 이 곳은 제주도민이 회생된 아픔이 남겨진 곳이며 집단학살이 자행된 장소이기도하다. 일제 고사포진지와 지하벙커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제주의 속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섯알오름과 알뜨르비행장을 지나 제주의 아름다운 돌담과 밭길을 걸으며 마음을 치유하고 하모로 향한다. 자생하는 백년초도 만나보며 숲길을 걷다보면 하모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멜(멸치의 제주방언)이 많이 잡혀 멜케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리는 하모해수욕장은 한적하게 여행을 즐기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하모의 작은 해수욕장을 지나 하모리에 도착하며 제주 올레 10코스가 마무리된다. 10코스는 사계리 용머리해안 인근과 송악산 인근에 아름다운 유채 꽃밭과 사진을 남기기 좋으며 해안절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코스이다. 제주의 아름다운면과 아픈 상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코스로 마라도, 가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산방산과 오름 군락, 비단처럼 펼처진 한라산의 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사계항 인근에 식당이 많아 선택폭이 넓으며 시작점과 도착점에도 먹거리가 많아 식사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총 길이가 길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사계 유채 꽃밭부터 이어지는 송악산 둘레길 까지만 걸어서 제주의 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올레길 18코스관세라운지X관덕정분식부터 조천만세동산까지 향하는 제주 올레 18코스는 19.7km로 제주시의 도심과 오름 그리고 바당길을 고르게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중간에 제주의 4.3의 아픔 사라진 마을까지 볼 수 있는 올레길이다. 시작은 간세라운지인 관덕정분식에서 시작하여 제주시의 도심을 통과하며 제주의 옛 길과 아름다운 벽화마을 지나게된다. 옛 제주의 선비들이 학업을 닦은 공간인 장수당 귤림서원을 지나쳐 없는 것이 없는 대표시장인 동문시장을 지난다. 동문시장은 규모도 크고 특히 귤, 특산품, 횟감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사람 냄새나는 동문시장을 지나 제주의 옛 주막 느낌이 나는 ‘김만덕 객주터’를 지나게 된다. 김만덕은 양인의 딸로 태어나 거상으로 성장하여 흉년이 들었던 1794년의 제주에 전 재산을 털어 사들인 곡식으로 빈민을 구휼한 훌륭한 분으로 정조로부터 의녀반수의 벼슬까지 받았다고 한다. 현재 객주터는 향토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운영되며 역사적 실체를 재현하고 몸국 맛집으로도 많이 알려져있다. 김만덕객주터를 지나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지나 건입동에 도착하면 다시 한번 거상 김만덕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김만덕의 얼이 살아 숨쉬는 건입동은 형형색색 아름답게 그려진 벽화가 인상적인 곳이다. 건입동에 위치한 사라봉은 고은 비단을 뜻하며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 곳을 선정한 영주십경 중 사봉낙조에 해당하는 오름이다. 사봉낙조는 붉은 노을을 의미하며, 정상에 올라 붉게 물든 바다를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제주 거주민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바로 옆 별도봉 산책길과 연계하여 산책하다 보면 제주 바다의 시원한 비경을 볼 수 있다. 사라봉, 별도봉을 지나 언덕을 내려오면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잃어버린마을 곤을동을 만날 수 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노동원당과 제주도당이 주도하여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행했던 만행, 무고한 시민들만 피를 보고 가족을 잃었던 안타까운 사건인 4.3사건의 최대의 피해지는 곤을동이었다. 1949년 1월 4일 불시에 들이닥친 반란군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많은 주민들이 회생당했다. 용천수 흐르는 마을로 반농반어로 생계를 꾸리던 주민들의 생활터전은 그렇게 없어져갔고 마을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곤을동에 피어나는 유채꽃은 더욱 애잔한 마음을 들게하는 느낌이다. 아픔의 역사를 뒤로하고 화북포구로 향하는 길은 비석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며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화북마을에 들어서면 용천수가 나오는 곳을 활용하여 목욕탕과 빨래터, 놀이터 등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도 이용이 가능한 곳으로 이색코스로 방문하기 좋다. 화북 조용한 마을을 지나 검은모래해변으로도 유명한 삼양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모래에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검은색을 낸다고 하며 잘고 검은 모래로 찜질을 하면 신경통, 관절염, 피부염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먼 거리까지 해변이 깊지 않아 남녀노소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해수욕장을 떠나 아름다운 해안길인 세비코지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인적이 드물어 흐트러짐 없는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낚시꾼들에게는 명포인트로 알려져 있어 언제 방문해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세비코지의 코지는 해안가의 인접한 ‘곶’ 지대를 뜻한다. 해안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닭머리의 형상을 하고 있는 닭모루(닭머르)도 구경할 수 있다. 현무암과 억새풀이 가득하여 바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닭머루를 지나 탄탄한 돌탑과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가 있는 신촌마을의 대섬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18코스의 도착지점인 조천만세동산이 있는 조천마을의 용천수(피압면 대수층의 지하수가 누출되어 그 압력으로 땅에서 솟아나는 물) 탐방길은 옛 제주의 모습과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전체 식수의 98%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 그 중에서도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용천수이다. 조천리는 용천수가 가장 많은 마을로 20여개의 용천수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벽화들도 함께 볼 수 있어 좀 더 시간내어 둘러봐도 좋을만한 곳이다. 조천마을을 끝으로 제주 올레 18코스가 마무리가 된다. 봄에 찾는 18코스는 사라봉부터 별도봉 산책길을 가다보면 빨갛게 물든 동백꽃들을 만날 수 있고 벚꽃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하얀 눈이 내리듯 벚꽃 잎 떨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다.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지날 때에도 푸른빛 바다와 조화롭게 넘실거리는 유채꽃을 만날 수 있다. 닭모루에는 금빛 향연의 억새밭과 해안길 유채밭이 아름답다. 올레 18코스는 코스의 길이가 상당히 길지만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여유로운 시간이 있다면 전체를 다 둘러보아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라봉부터 시작하여 닭모루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시작지점인 관덕정분식에서 제주의 모닥치기(여럿,다함께라는 제주방언)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삼양해수욕장 근처와 닭모루, 신촌포구에 식당들이 모여 있다.
  •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3만명 사는 곳, 벌써 6만 다녀가시작은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직육면체에 낮은 원통 겹친 구조책과 책 사이 거니는 ‘서가 산책’열람석 어디서든 도서관 한눈에갤러리 복도 걸으며 정원 감상도XR-뮤지엄 메타버스로 작품 탐방 연초부터 스타필드 수원이 화제다. 개장 열흘 만에 약 84만명이 방문했다. 별마당도서관은 그 상징이다. 22m 높이의 웅장한 서고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가득 채운다. 쇼핑몰 한가운데 도서관이 들어서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기적’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강원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개관 6개월 만에 5만여명이 다녀갔다. 인제군 인구는 2024년 1월 기준 3만 2004명이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MBC 프로그램 ‘느낌표’와 시작한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 사업이다. 설립 취지는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는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갖습니다’로 시작한다. 무려 21년째 진행형이다. 인제는 도서관에 관한 열일곱 번째이자 강원도 첫 기적의 땅이다.●별마당도서관도 부럽지 않아 인제 기적의도서관 홈페이지는 매일 ‘오늘 마주친 한 구절’을 제공한다. 이날은 ‘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 지음, 알마)의 한 구절이 올라와 있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에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에서 혁신의 미래를 보았다”라고 기고했던 바로 그 작가의 책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거닐고, 특별한 분위기와 다른 독자들과의 조용한 동행을 즐겼다.” 도서관 여행 즐기는 법으로 삼아도 좋을 문장이다. 도서관이 주는 첫 번째 기쁨은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자유다. 이는 책과 책 사이를 거니는 서가 산책에서 출발한다. 도서관을 어슬렁대는 일은 목적이 없어도 느슨하고 여유롭다. 그래야 한다. 풀꽃을 들여다보듯 눈길 끄는 책의 책장을 넘기고, 다른 이들은 무엇을 발견했나 슬쩍 제목을 훔쳐보기도 하면서. 그러다 책 한 권을 쥐고 앉아서는 나 또한 조용히 그들의 동행이 된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의 공간 구성은 도서관 산책의 소소한 행복을 더해 준다. 도서관을 설계한 이상윤 건축가와 지안건축의 솜씨는 한국문화공간상 도서관 부문 수상으로 이미 증명됐다. 건물은 가로가 긴 직육면체 가운데 낮은 원통을 겹쳐 놓은 형태다. 원통은 종합자료실과 동아리실, 스튜디오 등이 모여 있는 도서관의 심장이다. 1층은 도서관 바깥으로 링 형태의 갤러리 복도가 있고, 2층은 도서관 안쪽으로 열람석과 서가가 크게 원을 그리며 띠를 두른다.건물 좌우 날개 역할을 하는 직육면체 공간은 갤러리 복도를 따라 이동한다. 갤러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도서관 정원과 자연의 계절이 바뀌는 걸 감상하면서 걷고, 그때 안쪽 벽으로 ‘인제의 자연’과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영상이 흐르기 때문이다. 동쪽 어린이실은 도서관 안의 도서관이다. 어깨동무담이 있는 야외 데크로 나가는 출입구가 따로 있다. 데크에 앉아 볕을 쬐며 책을 읽는 봄날의 아이들이 그려진다. 서쪽 몰입형 미디어아트실 역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책 하늘 내린 인제 글로 설명하니 공간의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 않을 거다.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가서 보면 안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부터 ‘건축 부문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델의 공간 구조’를 끊임없이 제시해 오지 않았던가. 특히 2층 원형 서가에서는 누구라도 잠깐 멈춰 서기 마련이다. 도서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열린 구조다. 가운데 계단식 열린 극장과 열람석이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공간의 축을 만들며 개방감을 이끈다. 좌우로는 신전처럼 높은 기둥이 일렬로 늘어선다.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의 절반 높이밖에 되지 않는 11.55m이지만 그 못지않게 웅장하다. 열람석 어디에서든 도서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이곳은 ‘하늘 내린 인제’의 도서관이다. 투명한 그리드 천장에서 넉넉한 자연광이 내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태양열 전지판의 격자 문양이 지속가능성을, 이곳이 내린천을 지켜 낸 고장 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고 보니 인공조명조차 많지 않다. 햇살을 빌려 읽는 책들은 활자에 생기를 불어넣고 읽는 이의 상상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인제 기적의도서관 슬로건이 ‘시간을 넘어 무한한 상상’인지도.●청구기호 없는 10년의 추천 도서 도서관 산책을 끝내고 숨을 돌릴 때쯤, 이번에는 개방감에 취해 보지 못했던 서가의 특이한 점이 보인다. 칸칸을 채운 건 말할 것도 없이 책이다. 하지만 위쪽의 책들은 청구기호가 보이지 않는다. 책등에 붙어 책의 위치를 알려 주는 ‘670.4-이82ㅅ’ 같은 스티커 말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 1층 서가 3~4단을 채운 책들은 지난 10년간의 세종도서다. 세종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 도서다. 그 제목을 살피는 것만으로 지난 10년간의 양서 목록을 훑어 볼 수 있는 셈이다. 낡고 바랜 책은 손이 닿지 않는 위치이지만 플라스틱 표지함이 아닌 온전한 책으로 자리해 반갑다. 그러다 불쑥 끼어드는 몇몇 문장들 앞에서 또 걸음을 멈춘다. 정수기 옆에, 2층 인제니아 뒤편 벽에, 알콩달콩열람석 등받이에 숨은 그림처럼, 아마 마저 찾지 못한 숨은 문구가 더 있을 것이다.‘책 읽어라 그래야 잔소리 안 듣는다. 정예원 2023.2.16’ ‘굳게 닫힌 책은 냄비 받침에 불과하다. 차정민 2023.1.31’ 이 말들의 주인공인 정예원과 차정민은 누구일까.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름이다. 그럴 수밖에. 예원과 정민은 인제에 사는 중학생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건립 과정에 청소년준비단이 참여했다. 동아리 스튜디오의 이름과 테마 색깔도 그들이 정했다. 위대한 작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명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원하는 자리에 남겨져 방문자를 마중한다. 나중에 예원이나 정민이가 부모가 돼 아이와 다시 찾는다면 이 글귀는 그에게 기적의 조우와 다름없겠다.●반짝반짝 빛나는 XR뮤지엄 메타버스 공간과 예술 관련 서적이 모여 있는 예술갤러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서관 1층 한쪽에서 이미 아이들이 헤드셋을 끼고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스크린 속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지엄을 탐방 중이다. 세계 유명 작가의 전시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민과 어린이들에게는 이 또한 작은 미술관 역할을 한다. 그곳에서 음악책 한 권을 챙겨 들고는 계단 열람석으로 이동한다. 커다란 강의실 같기도 한 자리는 이국의 도서관을 닮았다. 파르테논신전이나 콜로세움도 생각난다. 얼마간은 긴장을 푼 채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서가를 마주한다. 책의 신전이지만 책을 다루지 않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나의 ‘조용한 동행’들 곁에서 책장을 넘긴다. 오늘 고른 책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이채훈 지음, 혜다)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펼친 페이지 속, 모차르트와 클레멘티의 피아노 대결 이야기를 읽는다. 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모차르트와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 준 클레멘티의 연주를, 2016년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53개의 손가락을 가진 로봇과 인간 피아니스트의 대결에 비유해 피력한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우리는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다.’ 언젠가 도서관 서가의 종이책도 태블릿으로 대체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의 각 단락에는 주제에 해당하는 클래식 음악을 QR코드로 소개한다. 모차르트 에피소드에는 피아니스트 막달레나 바체프스카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실렸다. 에어팟을 끼고 살짝 볼륨을 높인다. 미래는 잊고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머릿속 음표들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통통대며 떠다닌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 흐르는 도서관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의 풍경이다. 각자로서 책 한 권을 마주하지만 책이라는 대자연이 주는 일체감은 종이의 질감처럼 쉬이 떨칠 수 없는 도서관의 매력이다. 올리버 색스가 말한 ‘조용한 동행’의 순간이 한번 더 반짝인다. 이곳의 ‘모든 것은 (온전한) 그 자리에’ 있다. ●박인환문학관, 거리의 시인들 마침 인제 기적의도서관 옆에 박인환문학관이 있다. 또 문학관은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이웃한다.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인제읍 상동리에서 태어났다. 문학관 부지가 그의 집터다. 전시실은 책방 마리서사가 있던 1940년대 서울 명동 거리를 2층 세트로 재현했다. 마리서사는 박인환 시인이 스무 살에 세운 책방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이다. ‘은성’은 배우 최불암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막걸리집이다. ‘세월이 가면’이 쓰이고 노래로 만들어진 장소다. ‘모나리자 다방’은 시인이 술값 대신 맡겨 놓은 만년필을 찾아 김수영에게 선물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야외에 조성된 시인 박인환의 거리와 조형물 또한 볼거리다. 그 가운데 ‘시인의 품’은 바람을 맞아 넥타이가 날리는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품 안으로 들어가면 시로 만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도서관과 문학관과 박물관의 정원은 등한하게 이어 걸어도 왠지 문학적이다. 뒤늦은 눈발이라도 날린다면 지난 겨울에 소소한 작별 인사를 전해도 좋겠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박인환 얼굴) 하며. ●만해마을, 노출 콘크리트의 법당 인제를 대표하는 또 한 사람의 시인은 만해 한용운이다. 인제 백담사는 만해가 정식 출가한 고찰이다. 백담사 가는 길 북촌 변에는 동국대 만해마을이 있다. 사나흘 정도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이만한 장소도 흔하지 않다. 언뜻 불교 사찰 건축을 떠올릴 테지만 노출 콘크리트가 주를 이룬다. 불교에 조예가 깊은 건축가 김개천이 설계했다. 절제된 고요와 침묵의 힘이 느껴진다. 20년 전에 지어진 건축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만해문학박물관, 서원보전, 북카페는 꼭 들러볼 일이다. 만해문학박물관은 건물 안 로비에 해당하는 중정에서 깜짝 놀란다. 겨우내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안 인 줄 알았는데 머리 위 하늘이 열려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다른 계절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을 비밀이다. 서원보전은 만해를 기리는 법당이다. 1층 필로티를 통과해 2층 측면 입구로 들어선다. 법당이라지만 가만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 공간처럼 보인다. 불상이 있는 동쪽만 창틀의 격자 프레임을 달리해 눈길을 끈다. 그 너머로 솔숲의 초록 음영이 어린다. 숙소동 문인의 집 맞은편에는 북카페 ‘깃듸일나무’가 있다. ‘깃듸일’은 만해의 시 ‘생명’ 속에 나오는 시어 ‘깃들일 나무’에서 딴 이름이다. 새가 깃을 접고 쉴 수 있는 나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과 편백나무 프레임이 편안한 쉼터를 연출한다.●세상 스마트한 전망 쉼터 인제 여행의 색다른 테마로 건축 여행을 들 수 있겠다. 인제 기적의도서관과 동국대 만해마을은 건축 공간으로 상을 받았다. 만해마을에서 10분 거리에는 여초서예관이 있다. 이성관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기존의 소나무 숲을 보존해 서예관의 특징을 살렸다. 이 또한 건축상을 받았다. ‘ㅁ’자의 단순한 형태인 듯하나 중첩되는 면과 틈은 건물로 써 나간 서예인 양하다. 겨울에는 기존 개울을 활용한 바닥연못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인제는 휴게 쉼터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인제로 들어서는 소양호 옆 설악로(44번 국도) 변에는 인제스마트복합쉼터가 있다. ‘2022년 젊은 건축가상’을 (공동) 수상한 김효영 건축가가 디자인한 재미난 건물이다. 기존 판매장은 책방과 전망대 중심으로 리모델링하고, 그 곁에 새 판매장을 지은 두 동의 쉼터다. 나풀나풀 곡선미를 자랑하는 판매장의 콘크리트 지붕과 각기 다른 생김의 기둥, 전망대 꼭대기에 간당간당해 보이는 황동욱의 설치 작품 ‘스톤 로그 시리즈’ 등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들여다볼 요소다. 물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소양호 풍경 역시 압권이다. 책 좋아하는 이들은 2층 무인 책방 쉼터를 조심해야 한다. 책 구성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에 체류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기 쉽다. 알고 보니 인제 읍내에 있는 책방 ‘나무야’에서 책을 선별했다. 책방 ‘나무야’는 인제 기적의도석관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다. 세심하고 촘촘하며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방이다. 소양호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기어이 시집 한 권에 눈으로 밑줄을 치고 만다. 표제시이기도 한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다. 내 마음이 봄을 기다리는 설렘인지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인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겨울 쪽에 미련이 남는 이들은 원대리 자작나무숲행을 서둘러야 한다. 오는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산불 조심 기간으로 입산을 통제한다. 3월 1일까지 개방한다. 이제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여행수첩] ●인제 기적의도서관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https://lib.inje.go.kr/main, (033)460-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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