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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냉동영아‘ 예비조사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법무부가 서울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에 대해 예비단계의 수사에 착수했다고 AFP 통신이 8일 밝혔다. 프랑스측의 예비 수사는 한국측으로부터 공식 공조 요청이 들어오기 전 프랑스인 부부에 대한 기본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이날 “한국 경찰이 프랑스인 부부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입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관례적으로 자국민을 인도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lotus@seoul.co.kr
  • ‘고희’ 맞은 제주 삼나무 시험림 가보니

    ‘고희’ 맞은 제주 삼나무 시험림 가보니

    한라산 자락에 비경(境)을 간직한 숲이 있다. 빗살처럼 줄지은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빼곡히 늘어선, 말 그대로 울울창창한 숲.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천연림과 가지치기·솎아베기(간벌)로 가꾼 인공림이 서로 공존하는 곳. 한라산 남쪽 기슭 820여만평에 펼쳐진 국립산림과학원 한남시험림(試驗林)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숲이다. 지난 3월 우리나라 최초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숲’이란 국제인증을 받으면서 ‘최고의 숲’이란 칭송이 따라붙었다. ●‘숲다운 숲’으로 국내 첫 인증 지난 2일 산림과학원 산하 난대산림연구소의 안내로 시험림을 탐방했다. 여느 숲길처럼 고즈넉했지만 검은색이 도는 흙 빛깔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수십∼수백년 전, 몇 차례의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수북이 쌓이면서 형성된 제주도 특유의 화산회토(火山灰土)다. 걷는 소리마저 빨아들일 정도로 부드럽고 푹신한 느낌이 발끝에 와닿았다. 숲길 끝에 다다르니 눈앞이 갑자기 툭 트였다. 시원스레 펼쳐진 장대한 삼나무 숲.“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왔다. 하늘을 우러러도 나무 꼭대기는 선뜻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30m 남짓 치솟은 삼나무는 어른 두 명이 감싸안아도 모자랄 만큼 몸통이 굵기도 했다.2만여평의 숲 속에 이런 높다란 삼나무가 1500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동행한 난대산림연구소 정영교 박사는 “1930년대 일본에서 종자를 들여와 조림했으니 나이가 벌써 70년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곳을 찾은 국내 산림전문가조차 장대한 숲 풍경에 하나같이 놀라워하곤 했다.”고 한다. 이곳 시험림의 존재가 일반에 알려진 건 불과 수년 전이다.2002년 난대산림연구소가 이 숲의 관리권을 제주도로부터 넘겨받은 뒤 종자 채집 및 연구용도로 시험림을 조성해 왔는데, 그동안 일부 산림전문가들을 상대로 숲의 면모를 간간이 공개해 왔다. 난대산림연구소는 내년부터 시험림 군데군데 산책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탐방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난대산림연구소의 시험림은 지난 3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로부터 국내 처음으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인증’을 획득했다. FSC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지구의 친구, 그린피스 같은 국제 환경보호단체 등이 1993년 공동으로 설립한 기구로, 사회·경제·환경적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잘 관리되고 있는 숲을 골라 산림경영인증을 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숲다운 숲’을 검증하는 시스템인데, 세계적으로 66개국의 2000억평의 산림이 이 인증을 받았다. 난대산림연구소 정진현 소장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나무심기로 우리나라가 산림녹화 성공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심은 나무를 잘 자라도록 숲을 가꾸는 일에는 소홀했다.”면서 “이번 FSC 인증을 계기로 시험림이 다른 숲의 산림경영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가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애물단지서 효자로 거듭나기 삼나무는 비단 시험림에서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체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해안가 마을이나 한라산국립공원 내, 그리고 관광지 등 어딜 가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정영교 박사는 “제주도에 조림된 나무의 절반 이상이 삼나무”라면서 “난대성 기후에 적합한 데다, 소나무보다 생장 속도가 1.5배 가량 빨라 1970년대부터 감귤밭을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 용도로 대거 심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선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나무였지만 한편으론 냉대도 받아왔다. 일제시대에 일본으로부터 종자를 들여와 대거 조림한 외래수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정서적으로 미운 털이 박힌 데다 삼나무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 다른 나무들보다 두드러지게 웃자라자 “삼나무가 삐죽이 솟아올라 한라산국립공원의 경관을 흉물스럽게 하고 고유수종의 생장마저 방해한다.”는 환경단체 등의 지적도 잇따랐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내년부터 한라산국립공원 내 문화재관리구역에 자리잡은 76만여평의 삼나무 숲에 대해 대대적인 간벌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최근 확정한 상태다. 그러나 삼나무의 진짜 위기는 경제적 효용가치를 잃어버리면서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정영교 박사는 “감귤 농업이 점차 쇠퇴하면서 감귤밭을 지켜온 삼나무가 그대로 방치된 채 고사하기도 하는 등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짧게는 30∼40년, 길게는 70여년을 우리 땅에서 잘 자라온 삼나무를 무작정 용도 폐기할 수는 없는 일. 이 때문에 난대산림연구소와 제주지역의 임업인들은 수년 전부터 삼나무의 자원화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다행히도 목재자원으로서의 삼나무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는 성과가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삼나무는 물이나 습기에 썩지 않고 버티는 내후성이 소나무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나무가 보통 54∼57개월 정도지만 삼나무는 이보다 훨씬 긴 80∼86개월이나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남부산림조합의 김경덕 과장은 “목재보존에 유리할 뿐 아니라 다른 수종보다 건조 속도가 빨라 시간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절삭가공이 쉬워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성과 덕에 삼나무는 제주도내 주요 관광지뿐아니라 최근엔 서울숲공원과 청계천 산책로의 목재로 활용되는 등 전국적으로 쓰임새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제주도 등은 이를 감안해 내년부터 2012년까지 110억원을 들여 2400여만평의 삼나무 숲에 대해 대대적으로 간벌을 실시, 목재자원으로 활용키로 하는 등 숲가꾸기 사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글 사진 제주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조계종, 범종단 반환운동 나서

    최근 조계종 현등사(경기도 가평군 하면 하판리 163)가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현등사 사리구반환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조계종이 사리구 반환을 위한 범종단 차원의 운동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계종은 2일 “지난달 20일 현등사 사리구와 관련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은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해온 조계종의 법통을 정면 부정한 것으로, 현등사 사리구 환수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이와 관련해 빠른 시일 안에 기획실, 문화부, 현등사, 현등사 본사인 봉선사 등으로 대책위를 결성키로 했다. 조계종이 이처럼 강도높은 반응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재판부가 소송의 쟁점인 사리·사리구의 소유권 판단을 유보한 채 옛 현등사와 지금의 현등사를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사찰이라고 적시한 때문. 조계종은 이 대목에 대해 비단 현등사 사리구 반환 차원을 넘어 한국불교의 연속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만약 판례로 남을 경우 향후 조계종의 도난·발굴문화재 등 불교문화재 환수 추진에 큰 지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사리구에 음각된 ‘운악산 현등사’가 지금의 현등사인지 인정할 근거가 부족한데다 1829년 화재로 사찰 건물이 모두 불탄 기록이 있고 조선조 400여년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사찰의 동일성이 유지돼 왔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등사라는 이름이 같다 하더라도 별개의 권리주체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패소 판결했었다. 이와관련, 현등사 주지 초격 스님은 “전국을 통틀어 폐사지를 포함해 현등사라는 사명을 가진 사찰은 지금의 가평 현등사가 유일하다.”며 “사리구에 ‘운악산 현등사’라는 이름이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도 무시한 채 엉뚱하게 옛날 현등사와 오늘날 현등사가 전혀 다르다고 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했다.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CEO칼럼] 국가경영과 기업경영/김영수 신창건설 사장

    [CEO칼럼] 국가경영과 기업경영/김영수 신창건설 사장

    올해 여름 장마에는 예년과 달리 유난히 비가 많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 강원도 등 중부권에는 장마전선에 태풍의 영향으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집중호우가 내려 큰 피해를 입었다. 계곡물이 범람하고 도로가 유실돼 마을이 고립되기도 했다. 한강도 홍수 위험수위에 근접했고, 여주 근처 남한강은 범람위기까지 갔다. 기상 관계자들은 지구의 온난화로 앞으로 이같은 국지성 호우는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가경영의 기본이 되어 왔다. 중국의 고대국가인 하(夏)나라나 은(殷)나라, 주(周)나라 등은 모두 치산치수로 경국지업(經國之業·국가를 통치하기 위한 큰 일)의 큰 터를 이뤘다고 한다. 이후에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도 치수에 성공한 덕분에 강국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진나라는 우(禹)임금때 치산치수에 공을 세워 영씨 성을 하사받은 백예라는 사람의 후손들이 세운 제후국이다. 그런데 우 임금 또한 치수를 잘해 순임금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인물이다. 그는 치수사업에 종사하면서 자기 집을 지나치면서도 들르지 않을 만큼 민생을 챙긴 인물로도 유명하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치산치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얘기들이다.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대 임금 중에도 성군으로 칭송받는 왕들은 모두 치산치수에 힘써 한해(旱害)와 홍수를 예방하는데 힘을 쏟았다. 조선시대 영조는 한성부의 수해를 막기 위해 준천사(濬川司)라는 기관을 설치하고 청계천의 준천역사를 크게 일으키기도 했다. 왕조시대의 임금들이 치산치수를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은 것은 당시 농경사회에서 치산치수가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곧 민생을 안정시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일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었다. 기업의 경영 또한 마찬가지다. 국가의 경영이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기업 또한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데 근본을 두어야 한다. 국가는 백성을 편안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맡은 일에 매진할 수 있고 자신의 풍요는 물론 결국에는 나라의 풍요를 가져오게 된다. 기업 또한 사원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사원들이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그것이 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어려움은 비단 기업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진다. 이는 경제 전체에 마이너스를 초래하고 결국에는 국가 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백성이 편안해질 수 없다. 기업의 경영이 곧 국가의 경영과 직결돼 있는 셈이다. 논어(論語)의 선진(先進)편에는 공자와 그의 제자인 자공의 대화가 나온다. 자공이 공자에게 “제자들인 자장과 자하 중에 누가 낫습니까.”고 묻자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자공이 다시 묻는다.“그렇다면 자장이 낫습니까.” 이에 공자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대답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다.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이나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모두 새겨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김영수 신창건설 사장
  • [Book Review] 19세기 조선 전업작가 홍길주의 투명한 일상記

    ‘말없이 지내면서 책을 뽑아들고 베개를 베고 있자니 졸음을 물리칠 방법이 없는 것이 괴로웠다. 문득 벌떡 일어나 붓을 들고 공책에다 떠오르는 대로 적었다.∼현묘한 이치를 깨달을 것도 없고 사물을 널리 상고하여 살펴본 것도 없다.∼하인이 장독 뚜껑을 덮기에나 꼭 알맞지 싶다. 잠시 기록하여 남겨두고 ‘수여방필’이란 제목을 붙인다. 을미년(1835년) 10월 하순. 베개를 벤 채 책을 읽고, 졸음을 쫓고자 무언가 끄적거리는 모습이 18세기 사대부가의 사랑방 풍경이란 게 참 생경하다. 서안 앞에 정좌하고 끊임없이 책을 읽는 ‘선비의 전형’ 대신 입신양명의 욕심을 접은 한량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이 글의 주인공은 19세기 전반에 활동한 문인 항해(沆瀣) 홍길주(洪吉周·1786∼1841)다. 한때 과거를 준비했으나, 출세의 꿈을 접고 독서와 글쓰기를 벗삼았던 선비다. 그는 한가로움을 소견하기 위해 생각나는 것들을 그때그때 적기 시작했고, 이를 ‘수여방필’‘수여연필’‘수여난필’이란 제목으로 정리했다. 홍길주의 아들 홍우건은 부친의 또 다른 글을 정리해 ‘수여난필속’을 정리했다. 고전을 발굴해 이를 현대적 사유의 틀에 맞춰 재생산해 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이처럼 흥미로운 인물을 놓칠 리 없다. 정 교수는 대학원 제자들과 매주 토요일 모여 홍길주의 네 문집을 완역했고, 이를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생각창고’(정민 등 옮김, 돌베개 펴냄)란 책으로 묶었다. 역자가 보기에 홍길주는 천재다. 그동안 학계에서도 그에 대한 논문이 적지 않게 제출되었지만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천재문인의 진면목을 이번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 한다. ‘방필(放筆)’은 말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붓을 내달린 비망록이란 뜻. 이를 부연한 게 ‘연필(演筆)’이고,‘난필(瀾筆)’은 그 나머지 넘쳐흐른 것을 수습했다는 뜻이다. 책은 19세기 지식인의 내면을 아주 밝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소한 일상사에서부터 그때그때 스쳐지나간 생각의 궤적, 그리고 당시 지식인들의 구체적인 관심사들을 경쾌한 필치로 스케치하듯 그려내고 있다. 특히 개별 사물의 이치에서 하나의 깨달음을 건져 이를 다양한 일상의 의미로 확산하는 글쓰기가 돋보인다. ‘추위를 막는 옷으로는 면포만 한 것이 없다. 값비싼 비단은 보기에만 아름다울 뿐이다.∼아름다운 문장이나 화려한 문체는 실용에는 합당함이 없다. 재주와 덕은 풍족하여 정치에 베풀 수 있어야 한다.∼천하에서 기이한 보배라고 일컫는 사람이라 해서 진실로 모두 일을 맡길 만한 그릇은 아니다.’(때에 맞는 문장) 옷과 그릇, 문사와 재덕을 비유하며 겉보기에 화려하고 번드르르한 것이 실제로는 쓸모가 없다는 결론을 재치있게 이끌어내고 있다. 책은 19세기 전반 조선의 학계와 문단 흐름을 파악하는 데 긴요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연암 박지원 이후 활기를 띠던 문단은 정조의 문체반정 이후 표면적으로는 정체 보수 국면을 보인다. 하지만 홍길주는 연암의 개성적이고 발랄한 문체와 사고를 선호했으며, 이는 다음과 같은 그의 글 속에 숨김 없이 드러나 있다. ‘나는 청나라 사람 중 정림과 고염무의 시를 좋아한다.∼문장은 당연히 위희와 왕완을 거벽으로 삼는다.∼만약 우리나라 연암 박지원이 중국에서 태어나게 했다면 마땅히 깃발과 북채를 잡고 이들과 나란히 섰을 것이니….’ 이밖에도 직접 겪은 부모 형제의 언행과 당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들, 문학과 인생에 대한 자신의 견해, 소비문화와 관련된 보고, 여가활동의 표방과 실천,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 예전 문헌에선 볼 수 없었던 내용을 담고 있다. 19세기 조선의 일상을 거대 담론이 아닌 미시적 관점으로 써내려간 천재 선비의 지적 사유와 재치가 돋보이는 책이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동갑내기 박예진-홍수현 사극 도전기

    동갑내기 박예진-홍수현 사극 도전기

    입고 있는 옷부터 차이가 난다. 한쪽은 선머슴 같고, 한쪽은 비단에 자수가 놓인 공주풍 차림이다. 그러나 눈빛만은 서로에게 뒤지지 않게 반짝인다. 9월16일 첫 전파를 타는 KBS 100부작 대하드라마 ‘대조영’(연출 김종선·윤성식, 극본 장영철)에서 대조영(최수종 분)의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인 ‘초린’과 ‘숙영’역을 맡은 박예진과 홍수현. 촬영이 한창인 KBS 수원 드라마센터에서 최근 만난 81년생 동갑내기들의 각오는 남달라 보였다. 무거운 머리장식에다가 몇겹의 옷을 두르고 말을 타면서 더위와 싸우고 있는 그들은 본격적인 사극 도전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거운 듯했다. 박예진이 맡은 초린은 발해의 건국자 대조영(최수종 분)이 거란족에 붙잡히자 도망가기 위해 인질로 잡은 부족장의 딸. 초원에서 자라 거친 야성녀의 면모를 지닌 초린은 대조영과 불꽃 같은 사랑을 하고 아들 검을 낳지만 결국 대조영을 배신하고 그와 대립하는 이해고(정보석 분)에게 돌아간다. 반면 홍수현이 연기하는 숙영은 보장왕의 조카로, 먼발치에서 대조영에 대한 연모의 정을 느끼다가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해준 뒤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운다. 대조영을 사이에 두고 초린과 갈등을 빚지만 결국 운명은 그를 대조영이 세운 발해의 첫 황후로 이끈다. 대조영의 아이를 낳는 것은 둘의 공통점이지만, 결국 초린의 자식이 왕이 되면서 숙영은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숙영은 백성들을 위한 국모가 돼 한국 여성의 끈기와 인내를 보여준다. 박예진은 “보통 사극에서 나오는 지고지순한 역할이 아닌, 강인한 캐릭터”라면서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말을 타보고 싶었는데 승마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얌전한 이미지와 상반된다는 질문에 “초린의 야성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실제로도 갖고 있어 내면에서 최대한 끄집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1년 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홍수현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은 공주보다는 당차고 활발한 면이 있는 역할”이라면서 “대조영과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예진은 KBS ‘장희빈’에서, 홍수현은 SBS ‘왕의 여자’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100부작 사극에서 본격적인 주연급 연기를 하게 돼 적응하는 데 만만치 않다고 했다.“옷 매무새와 움직임, 감정 등이 일반 드라마와 달라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박예진)“안 쓰던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서 배우다 보니 사극이 현대극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홍수현) 특히 발해사를 처음 다루는 사극인 만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찬란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또 이덕화·최수종·정보석 등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예진은 “또래들에 비해 작품을 꾸준히 한 편이 아니라서 이번 사극을 통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박예진’이라는 연기자가 확실히 박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수현은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한 단계 성숙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선 PD는 “초린과 숙영은 각각 타민족과의 경쟁, 고구려의 뿌리 등을 담기 위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연기의 폭이 깊기 때문에 배우들이 좋은 연기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연예in] 연예인 성형 ‘유혹과 욕망사이’

    [연예in] 연예인 성형 ‘유혹과 욕망사이’

    연예인 성형 수술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팬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그 결과에 대한 논란은 네티즌들에게 뜨거운 감자다. 이는 특정 연예인에게 안티팬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성형수술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경우 솔직한 용기가 때론 인기 상승을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영화배우 강혜정과 가수 전혜빈이 공식석상에서 찍힌 사진을 본 많은 이들은 성형 여부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필자도 그들의 달라진 이미지에 적잖이 놀랐다. 영화계와 가요계에 주목받는 재원인데다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기성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증폭된다. 피치 못할 신체적 사정이 있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단순 성형이었다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필자는 지난 10년 동안 국내 매니지먼트업에 종사하며 소속 연예인에게 단 한 번도 성형 이야기를 꺼내 본 적이 없다. 연예지망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비단, 주류 매니지먼트사가 나서서 성형을 지시하는 사례도 좀처럼 찾기 힘들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매니지먼트를 하는 입장에서 성형을 해야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재원을 누가 계약하겠는가. 성형이 잘 됐다는 기준도 모호하고 행여 결과가 기대 이하라면 그야말로 낭패다. 또 얼굴에 칼을 댔다는 ‘과거’는 언젠가 들춰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연예인 성형이 발전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소속사의 강력한 요구일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며칠 간 공식 스케줄이 없어 자연스레 휴가를 맞게 된 한 연예인이 소속사로 복귀하자 담당 매니저가 놀란 나머지 한 마디 던졌다.“아니, 너 누구야?”충분한 상의 없이 성형을 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연예 매니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연예인의 성형은 주변에서의 끝없는 유혹과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망이 어우러진 결과다. 연예인을 ‘공인’이다, 아니다의 논쟁으로 밀어 넣고 이분법적 논리를 펴는 것은 구태의연한 시대가 됐다. 분명, 성형은 개인의 자유다. 다만, 연예인이 현재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정받고 인기를 누렸다면 성형을 통한 이미지 변신은 개인의 만족과 팬들의 기대 사이에서 신중히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프로는 ‘아름답다’ 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연예in] 스타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어라

    [연예in] 스타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어라

    엔터테이너를 꿈꾸는 한 학생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어떤 기획사가 제일 좋은 회사인가요?” 이 질문은 비단 연예인 지망생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들에게도 심대한 관심사이거니와 쉽게 풀리지 않는 의문일 것이다. 무를 베듯 적확한 한마디로 답변하기란 그리 쉬운 질문이 아니지만 늘 생각해 왔고 지향했던 바가 있기에 어렵지 않게 답했다.“수익의 분배가 정확한 회사….” 나눠 가지는 것에 대한 만족감 없이 끊임없이 신뢰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소속사와 아티스트간의 신뢰 역시 만족할 만한 수익 분배가 이뤄져야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상생한다. 양보와 배려, 서로가 지켜야 할 약속 안에서 신뢰는 끝없이 팽창한다. 수익 분배는 연예 계약서 상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때론 그 약속을 깨뜨리는 감동이 등장할 때 무한 신뢰로 이어진다. 가령, 계약서에 수익금이 회사로 입금되면 익월 말일에 지급되는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이왕 지급할 것이라면 연예인의 편의를 위해서 즉시 줄 만큼의 배려라면 그 믿음의 크기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배려도 모르는 연예인이라면 반드시 퇴출돼야겠지만.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소속사와 연예인의 법적 분쟁 말고도 크고 작은 갈등이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다. 그 이면의 정점에는 대개 분배에 대한 불신과 분배를 받아들이는 연예인의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다. 무형의 상품으로 인기와 부를 축적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출발하는 엔터테인먼트 특성상 안팎이 다를 일 없다. 스타가 되고 난 뒤 처음 같지 않은 안하무인격 연예인의 무례함과 인기스타에 걸맞은 관리와 예우를 못하는 기획사의 안일한 대처능력이 충돌을 빚는 일들을 연예계에서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 사는 일이 어디든 똑같지 않겠는가. 충실하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벼를 보듬는 농부의 마음처럼 서로가 지켜야 할 예의를 갖추는 일은 극히 기본적인 배려이다. 지난달 현충일에 작고한 연극계의 거장, 극작가 차범석 선생의 평소 가르침이 떠오른다.“사람부터 되어라.”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김지하 시인 ‘2년만의 외출’

    김지하(65) 시인이 ‘새벽강’ ‘비단길’(시학) 등 두 권의 시집을 동시에 내놨다.‘유목과 은둔’ 이후 2년 만이다.“볼펜과 수첩을 늘 갖고 다니며 쉼없이 쓴” 결과다. 시집에는 시인이 추구하는 생명존중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새벽강’은 생명의 근원적 본질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담았고,‘비단길’은 중앙아시아와 바이칼·캄차카 등을 여행하면서 깨달은 생명과 평화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전 작품들과 확연히 달라졌다.“내게는/분명/내 길이 따로 있다.//그것을/잊었구나.//마지막까지//이 길.//이 외줄기 흰 길로//혼자 가리라//바로.”(‘바로’전문)처럼 시어는 간결하고, 내용은 단순해졌다.“예술은 아름다워야 하지만 이 시대에 이미지와 비유의 범람은 낭비”라는 시인은 “불필요한 시어를 줄이고, 행갈이와 줄임, 틈의 여백을 늘리는 것도 참된 생명의 체현”이라고 말했다.시작(詩作)에서 꼭 필요한 시어만 취하는 행위도 환경운동의 연장이라는 설명이다. 활발한 생명운동 활동으로 최근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시인은 ‘세계생명문화포럼’을 통해 동서양 화합을 모색하는 일을 앞으로의 과제로 꼽았다. 생명과 평화를 콘텐츠로 한 한류가 그 열쇠라고 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영화 - 방송 ‘농밀한 만남’

    영화 - 방송 ‘농밀한 만남’

    영화와 방송의 사이가 ‘농밀’해지고 있다. 예전엔 영화 상영이 끝나면 상당 기간이 지난 뒤 방송사가 이를 사들여 TV에서 방영하는 단순 관계였다. 하지만 최근 공동 작업한 작품을 패키지로 묶어 극장과 안방을 연달아 찾아가며 ‘윈·윈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와 SBS가 공동 투자한 HD 공포 영화 ‘어느 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가 20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릴레이 개봉한다. 유일한의 소설을 원작으로 모두 4편으로 구성된 이 프로젝트는 이르면 8월 말부터 S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앞서 MBC와 손잡고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을 만들었던 CJ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 투자하기도 했다. 영화 수입의 경우였던 ‘KBS 프리미어 페스티벌’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국내 관객들이 자주 접할 수 없는 유럽이나 제3세계 등의 좋은 작품을 소개하자는 취지의 이 행사는 좌석 점유율이 60%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상영작 4편 모두 10월 안방을 찾아갈 예정이다.KBS는 특히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저예산 HDTV영화 제작 프로젝트’ 가운데 지난달 개봉했던 여균동 감독의 ‘비단 구두’도 같은 시기에 함께 방송할 계획이다. 온미디어의 영화채널 OCN이 투자한 HDTV영화 5부작 미스터리 스릴러 ‘코마’도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오는 21일부터 5주에 걸쳐 방영될 예정이다. 영화 ‘알 포인트’로 주목받은 공수창 감독 등이 연출을 맡았다. 정식 스크린 개봉은 하지 않지만, 방송에 앞서 19일 메가박스 목동점에서 시청자 대상 특별 시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렇듯 방송과 영화가 끈끈한 악수를 나누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은 HD(고화질) 방송이나 DLP(디지털 상영) 환경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HD콘텐츠를 확보하자는 것. 필름보다 HD를 대세로 점치고 있는 영화계에서는 방송사와의 합작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방송사의 HD 촬영 제작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방송사에서도 양질의 HD콘텐츠를 보다 싼 값으로 조기에 갖춰놓는 한편, 홀드백(영화가 극장 개봉한 뒤 비디오나 DVD,TV상영으로 전환되는 것) 기간을 급속도로 단축하며 신선함으로 시청자 구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런 공동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저예산 작품에 초점이 맞춰지며 다양한 실험을 하다 보니 신인 배우나 연출자의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관객이나 시청자도 다양한 볼거리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류 스타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잘 만들어진 TV영화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면서 “특히 국내에서는 TV로 방영되더라도 해외에는 장편 영화로 수출하는 등 선진국 문화 콘텐츠만이 가능한 사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수도권 인사]

    ■ 서초구 △행정관리국장 장문학△정책기획단 준비단장 조선덕△기획재정국장 황인식△생활복지국장 겸 사회복지 사무소장 이춘형△의회사무국장 직무대리 이재훈 ■ 관악구 △행정관리국장 정건수 △재무국장 정경찬 △구의회사무국장 김양기 ■ 성북구 △행정관리국장 김성수 △재무국장 김민구 △건설교통국장 정흥진 ■ 용산구 △행정관리국장 최오곤 △생활복지국장 김성곤 △구의회 사무국장 손병순 ■ 은평구 △주민생활지원국장 안학기
  • 儒林(639)-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2)

    儒林(639)-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2)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2) 두향은 가슴이 와랑와랑 뛰었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보니 아직 볕이 한참이나 남아 있는 석양 무렵이었다. 그새 잠깐 낮잠에 빠져든 모양이었다. 잠깐 든 낮잠 속에 그런 흉몽을 꾼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여삼이란 아전에게 매분 한 그루와 편지를 띄워 노잣돈과 함께 보낸 것이 닷새 전. 아무리 천천히 가고 온다 하더라도 닷새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인 것이다. 그런데도 여직 아전으로부터는 소식조차 없다. 그렇다면. 두향은 불길한 예감으로 몸을 떨었다. 그새 나으리께서 연세하신 것일까. 아니다. 두향은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나으리께서 그렇게 덧없이 돌아가실 리가 없을 것이다. 한바탕 흥건하게 울어 눈가가 젖었으므로 두향은 무심코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나으리와 헤어진 것이 벌써 20여 년 전. 그동안 두향은 한번도 분단장을 해본 적이 없었다. 반고가 쓴 한서(漢書)에도 나와 있지 아니한가.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분단장을 한다.’고. 옛말 그대로 사랑하는 남자와 생이별을 하여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고 이미 죽은 목숨처럼 종신수절하고 있는 두향으로서는 뺨에 붉은 단지를 바르고 얼굴에 분칠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간혹 짓궂은 남정네들이 바람으로 떠도는 소문을 전해 듣고 일부러 강선대를 찾아와 유람하며 두향의 모습을 엿보기도 하였다. 두향은 집에서 나설 때면 반드시 전모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전모는 우산처럼 살을 만들고 기름먹인 종이를 위에 바른 쓰개로 이 전모는 자지갑사(紫地甲紗) 끈으로 턱 밑에 단단히 매었다. 원래 기생들이 쓰던 쓰개였는데, 두향은 퇴계가 단양을 떠난 직후 사또께 청원하여 기적에서 벗어나 상민이 된 순간 기생일 때 입었던 온갖 화려한 비단옷들과 비녀와 뒤꽂이를 비롯한 패물과 노리개 등을 모두 팔아 버렸으나 단 하나 전모만은 그대로 간직하고 이를 소중히 쓰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전모를 쓰면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가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끊임없는 호기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두향은 거울조차 제대로 보지 않았다. 두향은 세월 따라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도 무신경하였다. 그러나 석양빛이 반사된 거울 속에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는 오랜만에 본 자신의 얼굴은 이미 청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몽리청춘(夢裡靑春). ‘한바탕 꿈속의 청춘’이란 말처럼 그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얼굴은 덧없이 사라지고 거울 속에는 잔주름이 무성하고 듬성듬성 흰 머리칼이 나 있는 중년 여인의 얼굴이 마치 유령처럼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초록거미의 사랑/강은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초록거미의 사랑/강은교

    초록 거미 한 마리, 지나가는, 강가의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 예쁜, 예쁜, 초록의 배, 허공에 엎드려…초록거미 한 마리, 눈물 글썽이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 저 잠자리를 보아, 비단 흰 실로 뭉게뭉게 감긴 저 잠자리 한 마리를 보아, 잠자리를 그만 죽여버렸네, 초록 거미 한 마리, 지나가는, 강가의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 잠자리를 그렇게도 사랑했던 초록거미 한 마리…예쁜, 예쁜, 초록의 배, 허공에 엎드려… 이제 합치리, 없는 날개로 저 거대한 하늘가, 또는 강물속 어디.
  • “메구미 94년 우울증 자살”

    “메구미 94년 우울증 자살”

    김영남(45)씨가 29일 오후 남한 취재진을 상대로 남측에서 주장해 온 고교 때의 납북설을 정면 부인하고, 그간의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 금강산호텔에 어머니 최계월(82)씨의 휠체어를 밀고 입장했다. 그는 “가정적 분위기에서 조용히 회포를 풀고자 했으나 나와 나의 가족에 대한 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좋지 못한 여론도 나돌아 인터뷰를 하게 됐다.”면서 “사생활이 정치화 국제문제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딸 은경(19)이와 관련,“은경이는 메구미 딸이자 내 딸”이라면서 “일본이 취하는 사태로 볼때 보낼 생각도 없고 스스로도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다음은 핵심 의혹에 대한 김씨의 해명 요지. ●입북 경위(김씨 납북을 실토한 남파 간첩 김광현은 97년 국정원 진술에서 “해변가에 쓸쓸하게 울고 있던 학생을 납치했다.”고 했고 이후 다른 인터뷰에서 “임무를 마치고 해상루트로 귀환하던 중 납치했다. 배에만 있어 자세한 경황은 모른다.”고 밝혔었다.) 고교 1학년 때인 1978년 8월5일 선유도 해수욕장에 남녀 학생이 함께 놀러갔다. 한창 신이 나서 놀았다. 선배 2명이 나서 내가 여자친구들에게 빌려줬던 녹음기 찾아오라고 폭력을 쓰고 욕을 했다. 빌려준 녹음기 찾아가는 것도 자존심 상하고 그냥 돌아가면 맞을 것 같아 해변쪽으로 갔다. 가서 나무쪽배에 몸을 피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배를 뭍에서 빼고 잠시 쉬다 잠이 들었다. 깨보니 섬도, 해수욕장 불빛도 안보였다. 죽었구나 하는데 배가 지나가길래 옷을 벗어 구조 요청했다. 배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네 있는 곳 까지 갔다가 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알고 보니 북측배였고 남포항이라고 했다. 걱정도 됐으나 북측 사람들이 친절했고 특별대우도 해줘 마음이 풀어졌다. 특히 무료로 대학공부 할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어 집안형편 어려우니 공부좀 하고 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떨어지겠다고 했고 세월이 28년 흘러버렸다. ●메구미와의 결혼생활과 사망 경위 86년 특수부서(대남사업)에서 만났다. 메구미에게서 일본말을 배웠다. 얌전하게 생긴 여성이었고 젊었으니 가까워졌고 결혼했다.8월이다.3년간 딸을 낳고 잘 살았다. 점차 메구미에게 병적 증상이 나타났다. 결혼 전부터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아이를 낳은 후 악화돼 우울증 동반했고 정신이상 증상까지 나타났다.94년 4월13일 사망했다.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서 뇌를 많이 다쳤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머리를 아파했고 잘 낫지 않았다. 아내로 어머니로 진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치료전문병원에 보냈는데. 잘 안 됐다. 나도 의학책 많이 봤다. 우울증에 의한 정신분열이라고 했다. 살면서 여러번 자살 시도가 있었다. 결국 병원에 가서 자살했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 딸 은경이는 어렸을 때 아명이 혜경이다. 메구미 문제 불거지기 전까지 어머니 얘기 안했다. 대학도 다니고 사춘기라 충격이 클 것 같고 개인생활 사회에 공개된다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혜경이라고 이름을 고쳐서 말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집사람(박춘화·31)은 당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장인은 평양시 인민위 부위원장(평양시 부시장)으로 사업한다. 나는 금성정치대학을 졸업했다. 한편 김씨는 기자회견에 앞서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공동 점심행사에서 어머니 최씨에게 28년 동안 차리지 못했던 성대한 ‘북한식 팔순상’을 차리고 90년 된 산삼과 미국산 휠체어 등 선물도 건넸다. 팔순상에는 잉어, 털게, 신선로와 토종닭찜, 각종 과일과 떡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김씨는 산삼을 선물하며 “어머니 이거, 건강하시라고 제가 마련한 산삼인데,90년짜리야. 꼭 잡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라고 말하고 비단 옷감 상자도 건넸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서울 자치구 새얼굴] 이노근 노원구청장 당선자

    이노근 노원구청장 당선자는 소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줬다.‘고집이 세고, 깐깐하다.’‘갑작스레 노원구 공천을 받아 노원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에 이르기까지 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소문은 노원구청까지 나돌아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의 첫 만남은 ‘왜 그런 평가가 나왔을까.’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처럼 얘기를 풀어 나갔다. 간간이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 가면서 편안하게 이어가는 그의 얘기는 마치 그가 쓴 ‘경복궁 기행열전’의 화자(話者)를 연상케 했다. “그런 얘기를 나도 들은 적이 있는데…(허허), 악선전이에요. 고집이 세다는 것은 맞아요. 일에 대한 고집이지요. 젊었을 때에는 장애물이 생기면 반드시 돌파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돌아갈 줄도 압니다.”나이를 먹으면서 그 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그는 공직생활 30년째다. 종로·금천·중랑부구청장과 종로구청장 권한대행을 거쳤다. 문화과장, 주택기획과장 등 모든 행정부서를 섭렵했다. 그는 직원들을 일로 평가하지 지연·학연 등은 따지지 않는다. 그런 그가 좋아 지금도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울 때 힘과 용기가 된단다. 연고 얘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커진다.“히딩크와 아드보카트가 연고가 있어서 한국 축구 감독을 했습니까. 행정은 구로나 노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향피제(지방수령 임명 때 고향을 피하는 제도)는 왜 했겠어요.” 사실 그는 종로구를 강력히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초빙 형태로 노원구에 출마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선거에서 12만 1683표로 강북지역에서 최다득표를 했다. 그는 공고출신 구청장이다. 청주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해 졸업은 경제학과에서 했다. 행정고시도 19회로 빠른 편이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이장이었단다. 전형적인 농촌에서 태어난 공고출신으로 서울로 유학을 온 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교육열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인 신인수(47)씨와는 행정고시 합격 이후 제천군청에서 수습을 받을 때 총각 사무관과 하숙집 딸로 만났다. 소백산 희방사에서 프러포즈를 했단다. 그는 글 솜씨가 좋다. 책도 많이 냈다.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이고, 한국문인협회 회원이지만 글솜씨보다는 문화를 더 내세운다. 종로구와 올림픽문화예술축전준비단에서도 오래 근무하면서 문화와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노원구를 변방에서 동북권 중심지로 변모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의 이전, 노원문화거리 조성 등이 그것이다. 노원문화거리에는 그의 문화아이디어를 담아낼 생각이다. 또 노원소각장을 활용하는 대신 이로 인해 피해받는 주민을 위해 시에서 지원을 이끌어내 당현천을 복원, 보답할 계획이다. 그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전문가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이 그린벨트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를 둘러싼 그린벨트에 대한 입장도 확고하다.“그린벨트가 아니고 블랙벨트, 데드벨트입니다. 그린벨트의 70% 이상이 관리되지 않고, 쓰레기에 덮여 있어요. 풀 것은 풀어야지요.”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프로필 ▲출생 54년 청주 청원군 ▲학력 청주공고, 중앙대 경제학과, 경기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경력 행정고시 19회, 서울시 문화·주택기획과장·시정개혁단장,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종로·금천·중랑 부구청장, 종로구청장 권한대행, 서울산업진흥재단 사무국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서울문화사학회 부회장 ▲수상 근정포장, 녹조근정훈장, 홍조근정훈장 ▲가족관계 신인수씨와 1남1녀 ▲취미 등산, 음악감상 ▲기호음식 설렁탕, 칼국수 ▲존경하는 인물 박정희 전 대통령 ▲좌우명 정심성의(마음은 바르게 뜻은 참되게)
  • [사설] 김영남씨 가족의 이유있는 분노

    납북 고교생 김영남(45)씨의 어머니 최계월(82)씨가 내일 금강산에서 꿈에 그리던 막내아들 김씨와 상봉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전북 군산의 선유도로 놀러간 뒤로 소식이 끊긴지 28년. 새파란 고교생에서 어느덧 중년의 가장으로 바뀐 아들이건만 익사한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내온 최 할머니의 그 벅찬 심경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수면제로 잠을 청해야 하는 그 흥분과, 아들이 좋아했던 약밥을 챙기는 그 설렘은 비단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가 아니어도 충분히 헤아리고 남을 일이다. 최 할머니의 아들 상봉은 납북자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제기된 상황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북측이 공개적인 납북자 상봉을 받아들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2000년 2차 상봉 이후 14명의 납북자 가족과 14명의 국군포로 가족,1명의 전시납북자 가족이 만났지만 모두 비공개였다. 북측의 태도 변화는 물론 나름의 정치적 계산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인도적 차원의 이번 만남을 가로막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하겠다. 또한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도 안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김영남씨의 처 요코다 메구미씨 가족을 비롯한 일본의 납북자단체가 보인 자세는 유감이다. 북이 전한 메구미씨의 유해를 인정치 않는 이들은 자칫 메구미씨의 사망이 확인됨으로써 대북 압박의 고삐를 놓칠까봐 김영남씨 가족 상봉을 한사코 말렸다고 한다. 이 단체의 부회장이 역사왜곡 교과서를 주도하는 모임의 핵심인사인 점을 감안할 때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도 납북자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일본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동병상련임에도 사돈의 모자 상봉을 함께 축하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 [녹색공간] 사랑의 방식 차이/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제 자리가 아닌 곳에 자리를 잡으면 모든 것은 귀찮은 존재가 된다. 나는 많은 환경 문제가 그런 성가신 존재로부터 생긴다고 본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땅으로 무너지지 못하는 부러진 가지가 나무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는 것도 비슷하다. “부러진 가지가 땅으로 채 무너지지 못하고/살아 있는 가지에 걸려 있다/ --중략-- /살아 있는 가지들은 서로에게 걸리지 않는데/제멋대로 뻗어도 다른 가지의 길을 막지 않는데” 살아있는 가지가 가야 할 길을 막는 죽은 가지는 무너져야 할 무엇이다. 그러나 이는 실상 사람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눈에 띄는 한 가지 모습이다. 부러진 나무에 기대어 사는 벌레와 그 벌레를 노리는 새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그곳은 풍성한 삶의 공간이다. 위의 시는 정끝별 시인의 시집 ‘삼천갑자 복사빛’에서 따온 것이다. 서울신문의 이 글에 내가 잘못 앉혔으면 마뜩잖은 일이 된다. 아름다운 시어도 자리를 잘못 잡으면 본래의 빛을 잃는다. 때로 사랑의 표현도 지나치면 귀찮은 몸짓이 되듯이. 이와 관련하여 오래 전에 있었던 영국 나비동호인들의 부전나비 보호운동으로부터 얻을 교훈이 있다. 나비동호인들은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의식하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여 마련한 예산으로 부전나비가 서식하는 땅을 사들이고는 말뚝을 둘러치고 보호했다. 그런데 부전나비의 기세는 오히려 더욱 줄어들었다. 생태학자들의 도움으로 그 까닭을 알아보았다. 원인은 정도를 벗어난 지나친 애정공세에 있었다. 보호구역 안으로 소들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졌다. 짙은 수풀은 음습한 그늘을 드리웠고, 그늘 아래 놓인 개미굴의 온도가 낮아졌다. 그리고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던 개미의 세력이 약해졌다. 그 개미들은 부전나비 애벌레를 물어다 키워주는 보모와 같은 존재였다. 보모를 약하게 했으니 부전나비가 제대로 보육될 수 없었다. 나비동호인의 과잉보호와 함께 부전나비는 그렇게 위축되었던 것이다.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은 보호 방식을 수정하여 소와 말이 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개미들도 부전나비도 다시 기력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 이 나라의 영향력 있는 분이 퇴임하면 마을숲이 있는 농촌에 살고 싶다는 표현을 한 모양이다. 그 한마디는 여러 사람의 관심을 전통 마을숲으로 이끌었다. 벌써 전통 마을숲을 가꾸기 위한 국가 예산액수가 언급되고, 복원 사업을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거기까지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갑자기 생긴 예산과 지나친 애정으로 섣부른 일을 저지를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자란다. 부디 노쇠한 고목을 치료한답시고 막무가내로 죽은 가지를 잘라내고 나무구멍을 막거나 보호하느라고 철조망을 둘러치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오래된 전통 마을숲의 아름드리나무 둥치 안은 화려한 날갯짓을 하는 비단벌레가 깃들 수 있는 곳이다. 때로 그 나뭇가지 위에는 새끼를 키우거나 먹이를 노리는 천연기념물 붉은배매새와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호)도 있고, 딱따구리가 뚫은 나무구멍에는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이 보금자리를 틀기도 한다. 사람들의 지나친 토목행위와 수목치료로 그들의 삶터를 없애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주민들과 그 전통 마을숲을 이용할 미래세대의 애정을 키우는 일이 우선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마을숲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를 진단하는 일이 먼저 이루어지면 좋겠다. 그것이 조상들의 지혜가 배인 전통 마을숲에 대한 마땅한 사랑의 방식이다. 왜냐하면 전통 마을숲은 긴 세월 동안 이어진 주민들의 적절한 관심과 활용으로 제 모습이 갖추어진 아주 특이한 경관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Zoom in서울] 청계천 외래어종에 ‘몸살’

    ‘청계천 토종어류를 보호하라.’ 청계천에 최근 붉은귀거북과 잉붕어 등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교란시키는 외래종들이 급증하면서 토종어류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잡식성인 붉은귀거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 고유어종인 버들치와 돌고기, 피라미 등이 먹이로 전락, 청계천 생태계의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붉은귀거북 20여마리 잡혀 25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센터에 따르면 최근 황학교 근처에서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이 잡히는 등 청계천이 개통된 지난해 10월 이후 청계천 일대에서 붉은귀거북이 20여마리나 포획됐다. 붉은귀거북은 청계천 고유어종들을 잡아 먹는데다 천적이 없고, 번식력이 강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붉은귀거북은 미국에서 애완용으로 수입된 육식거북으로 집에서 기르던 시민들이 몰래 가져다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포획된 붉은귀거북은 곧바로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인계돼 독수리 먹이로 제공된다.●청계7가 수족관 거리서 시민들이 방생 금붕어와 잉붕어 확산도 고민거리다. 붉은귀거북과 같이 토종어류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생태하천인 청계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잉붕어는 잉어와 붕어의 교잡종으로 금붕어처럼 붉은 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황학교 근처에서는 100여마리가 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또 금붕어와 비단잉어는 대부분 수족관 가게 50여개가 몰려 있는 청계 7가 ‘수족관거리’에서 시민들이 물고기를 사서 방생한 것들로 청계 7가 주변인 다산교와 영도교, 황학교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띈다. 자연상태에 적응하지 못한 금붕어들이 종종 죽은 상태로 발견돼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청계천관리센터는 아직 금붕어와 잉붕어를 잡지 않고 있지만 대처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외래종 방생금지” 확대·전담요원 순찰 서울시는 방생 자제 캠페인에 나서는 등 외래종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청계천관리센터 생태관리부 전담직원 2명이 매일 순찰을 도는 한편 ‘방생 금지’ 안내 표지판을 오간수문과 다산교 등에 이어 영도교와 황학교 진입로 등으로 확대했다. 또 청계천 7가 주변 수족관에 대해서는 방생 목적의 물고기 판매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청계천관리센터 강수학 부장은 “외래종의 인위적인 유입으로 자연스럽게 살아나고 있는 청계천 생태계의 회복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면서 “청계천은 우리 고유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하천으로 방생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자제를 호소했다.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여균동감독 새영화 ‘비단구두’

    영화 ‘비단구두’는 그저 그렇고 그런 영화감독 만수가 도망쳐버린 제작자 대신 영화빚을 떠안는 데서 시작한다. 조폭 사채업자에게 왜 내가 대신 갚아야 하냐고 따져 무엇하랴. 끌려간 만수에게 보스는 뜻밖의 제안을 내놓는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 배영감을 개마고원까지 데려다 달라는 것. 진짜 그러라는 건 아니고, 어차피 온전한 정신도 아니니 영화 촬영하듯 적당히 속여 기념사진 한장 남겨주라는 부탁이다. 곧 죽어도 고향엘 가야 한다는 배영감 속이기 작전에 돌입하지만, 당연하게도 번번이 어긋난다. 강원도 어느 산골에 세운 ‘개마고원’ 푯말 아래에서는 술 취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배영감이 환상 속에서나마 고향에 당도한 대목에서는 서바이벌 게임에 몰두하는 한무리 청년들 때문에 산통 다 깬다. 영화는 두 지점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하나는 무조건 가야만 한다는 배영감과 조폭 보스의 고집이 낳은 코미디 같은 결과다. 다른 하나는 만수의 대사를 통해 여균동 감독이 영화에 대해 말하고픈 것들을 쏟아내는 과정이다.‘비단구두’는 ‘미인’ 이후 여 감독이 6년만에 극장에 내거는 작품.3억원짜리 초저예산 영화로 1년여동안 방황한 끝에 광화문 씨네큐브(22일부터), 대구 동성아트홀(26일부터)에서 선보인다. 그러나 여 감독의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뭔가 계속 말하는데 쉽게 접수하긴 어렵다. 화법의 문제다. 다만, 배우들의 호연은 눈에 남는다. 특히 배영감을 맡은 민중화가 민정기 화백의 연기는 일품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바이오연료 기술 10년내 무용지물?

    바이오연료 기술 10년내 무용지물?

    바이오연료는 진정한 대안인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1일 ‘잡히지 않는 풍요의 뿔(Elusive Cornucopia)’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바이오연료의 혜택이 현재 여건으로는 환경적으로나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모두 과장돼 있다고 분석했다. 에탄올과 바이오디젤 등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연료는 치솟는 유가와 에너지 안보 및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석유를 대체할 그린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은 앞다퉈 감세나 보조금 지원책을 내놨고 월가에선 바이오연료 관련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은 일반 휘발유의 에탄올 비율을 대폭 늘리도록 업계에 지시하고, 이를 85%까지 높인 E85에 대해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업계와 함께 펴고 있다. 워싱턴의 에탄올 로비단체인 재생연료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만 32개 에탄올 정련소가 건설되고 있다. 기존 102개 정련소 중 8곳은 설비확장이 한창이다. 유럽에서는 스웨덴이 선두로 나서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스톡홀름 혼잡통행세 면제 등을 앞세워 바이오연료를 권장하고 있다. 다른 유럽국가와 중국, 인도 등도 이같은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바이오연료 기술이 10년 안에 시대에 뒤떨어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금 기술 수준에서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의 대외석유 의존을 외국의 바이오연료나 곡물로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아 결국 국가안보를 우려하는 매파들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UC버클리대의 알렉산더 패럴 교수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기고에서 현재의 에탄올 생산 기술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가 1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유럽집행위원회(EC)도 에탄올 생산 비용을 다른 분야에 투자할 경우 온실가스를 더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농지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 것도 큰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재배한 옥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전체 차량의 10%를 움직이려면 전체 농지의 3분의 1이나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으로선 농업 로비단체의 입김으로 부족한 에탄올 연료용 곡물을 수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점이 이미 월가의 바이오연료 열풍 속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우스다코타의 에탄올 생산업체인 ‘베라선’의 주가가 급등했다 폭락한 예가 대표적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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