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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프랑스까지 번진 자국우선주의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프랑스까지 번진 자국우선주의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월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연설에서 ‘미국 물건을 사라(Buy American), 미국인을 고용하라(Hire American)’라는 두 가지 간단한 원칙에 기반한 ‘미국 우선주의’를 세계에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현재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첫째는 미국 제품을 보호하고 통상 규제를 강화하는 자국 중심 무역체제의 건설이고, 또 하나는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기업에 우호적인 조세 및 규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미국 국내로 기업의 경제활동을 유치하는 노력이다. 자국우선주의는 비단 미국만의 일도 아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인 2016년 6월 영국은 유럽연합(EU)에 잔류하는 것이 난민 수용과 재정 부담 때문에 자국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브렉시트를 결정한 바 있다. 오랜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거나, 설사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도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고 느끼는 계층들이 증가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국우선주의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국가들은 국제 다자간 논의에서 때로는 자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일부 양보하며 세계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국제질서에 기여해 온 국가들이었다는 점에서 최근의 변화는 더욱 주목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체제는 미국에 불리하다며 미국이 특정 국가와만 협상하는 양자 논의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입장은 결국 협력적인 조정 가능성이 약화되고 힘의 논리에 따른 국제 갈등의 소지는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의 전신인 1951년 유럽 석탄·철강공동체,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1967년 유럽공동체(EC)의 설립을 주도하며 독일과 함께 전후 유럽의 평화적 공존에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프랑스까지도 자국우선주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특히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프랑스의 두 후보는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럽연합 탈퇴와 유로화 폐기를 주장하는 마린 르펜에게서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체제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마뉘엘 마크롱에게서는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기업 친화적인 경제 환경을 강조하던 트럼프의 또 다른 면모를 찾을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크롱은 현재 33%인 세계 최고 수준 법인세율을 25% 수준까지 인하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후보 각각마다 구체적인 정책은 다르지만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해 프랑스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방향은 동일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심지어는 각자의 핵심 공약에 해당하는 부분도 서로 차용한다. 예를 들면 마크롱이 주장한 정도는 아니지만 르펜도 중소기업에 법인세 부담을 줄여 주겠다고 약속하고, 르펜이 제안하는 유럽연합 탈퇴 수준은 아니지만 마크롱도 유럽연합을 개혁해 프랑스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결국 누가 프랑스 대통령이 되더라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국우선주의는 강화될 것이다. 물론 자국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둔 자국우선주의 정도라면 투자 유치에 도움을 줘 경제에는 오히려 활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국우선주의는 역사적으로 종종 자유무역을 규제하고 외국인을 차별하는 배타적인 국수주의로 이어지는 결과를 만들곤 했다. 대공황과 그 이후 유럽에서 전개된 국수주의에 기초한 극단적인 자국우선주의는 세계를 전쟁으로까지 몰고 갔다. 우리나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제기로 인해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다가오고 있다.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 압박이 가해질 경우 우리 역시 폐쇄적인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적 경제관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협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동시에 국제 정세의 소용돌이 상황에서 국수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해 유럽연합에서는 탈퇴했지만 오히려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와의 자유무역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영국의 냉철한 현실 인식을 참고해야 한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1988서울’처럼 2018평창, 국민화합·국가융성 계기 될 것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1988서울’처럼 2018평창, 국민화합·국가융성 계기 될 것

    내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100억 세계인의 눈길이 한국에 있는 인구 4만 3200명의 도시로 쏠린다. 바로 ‘눈과 얼음의 축제’로 불리는 동계올림픽 무대를 펼치는 강원 평창군이다. 면적 1463.8㎢로 전국 84개 군 가운데 세 번째다. 1000만 인구를 뽐내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비하면 2.5배를 조금 밑돈다. 이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멀리 출장을 떠나면 한나절을 훌쩍 넘기기 일쑤”라며 혀를 끌끌 찬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을 때만 해도 다른 나라에선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이젠 “믿을 수 없는(incredible) 변화를 이뤘다”며 눈을 의심한다. 때마침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국가와 어깨를 견주는 월드챔피언십으로 성큼 올라선 덕분에 벌써부터 기대를 키웠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끌 이희범(68) 대회조직위원장을 만나 준비 과정과 심경, 삶의 여정을 들여다봤다.“공학을 배운 사람으로 수치를 좋아하는 성격이 공직생활에 큰 도움을 준 게 사실입니다.”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0층 문화체육관광부 외신지원센터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이 대회 D-282”라고 말문을 열더니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행정고시(12회 수석 합격)를 거쳐 공직자로 30년을 보냈다. 대학에 입학한 1967년을 전후로 전자공학 붐이 일어 그리 고민하지 않았다. 시대적 흐름을 타고 전공분야를 골랐다. 그리고 노벨상을 꿈꿨다. 해외 유학은 필수 코스로 받아들여지던 때다. 하지만 외아들로서 홀어머니를 두고 떠날 순 없었다. 나라를 위한 일을 찾다가 행시로 진로를 바꿨고 뒤늦게 행정대학원에 진학했다. 경찰관으로 6·25전쟁 당시 전사한 부친의 뒤를 이은 셈이다. “정치에 휘둘리지 말라”는 모친의 당부도 가슴에 되새겼다. 오는 16일이면 취임 한 돌을 맞는 이 위원장은 “처음엔 스포츠와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반대에 부딪혔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전혀 무관하진 않다. 바로 마음에 간직한 소신 탓이다. 그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내년을 기준으로 30년 전인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때처럼 국민 화합과 국운 융성의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운을 뗐다. 당시 그룹 ‘코리아나’의 노래로 세계를 사로잡은 대회 공식 주제곡 이름처럼 ‘손에 손잡고’ 한반도를 평화의 땅으로 알리며 국력을 뽐낸 성과를 가리킨다. 어언 30년 뒤엔 이제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의 ‘아시아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는 국가로 기록될 것이라는 확신도 내보였다. 내년 평창을 시작으로 2020년 일본 도쿄,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 및 하계 올림픽이 잇달아 개최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최근 우리들에게 덮친 국가적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려면 올림픽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계올림픽은 지금까지 23번 열렸다. 개최국은 11개였다. 특히 유럽에서 8개국으로 주도했다. 유럽 외엔 미국, 캐나다, 일본 3개국뿐이다. 체육계에 밝지 않은 위원장이라는 말에 맞설 근거는 또 있다. 올림픽이 비단 스포츠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문화, 경제, 환경,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아우르는 종합 이벤트라는 점이다. “위원장은 경기만 아니라 대회를 꾸리고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직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요즈음 평생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체육인들이 엄청난 인적 교류망을 가졌다는 데도 놀랐다며 손을 내저었다. 국제 외교력과 맞닿았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역시 1980년 올림픽을 치른 뒤 주요 2개국(G2)으로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었다”고 되뇌었다. 2022년 여름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동계체육 인구를 현재 100만명에서 3억명으로, 568곳인 스키장을 1500곳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프로젝트에 얽힌 얘기도 들려줬다. 그는 지난 1년을 숨가쁘게 달린 사이에 나타난 바람직한 모습을 셋으로 요약했다. 테스트 이벤트 26개 대회를 무사히 마친 게 세계에 내로라하는 당당한 자신감을 선물했다. 먼저 모두 113개 기관에서 나온 조직위 직원 1200여명이 시행착오를 딛고 개최에 대한 두려움을 싹 없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구 수준을 맞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장을 둘러본 IOC 위원들이 “100%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흑자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손꼽았다. 북한 아이스하키팀을 맞고도 오히려 잔치 분위기를 연출한 것처럼 안전하다는 사실까지 지구촌에 재확인했다. 이른바 ‘국정 농단’ 스캔들 때문에 오해를 받은 것도 숨길 수 없다. 이 위원장은 “최순실 하면 1순위로 평창올림픽을 떠올린다는데,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무관하다는 점을 깨우쳤다고 본다”며 “잘못된 계약을 단 하나라도 발견했다면 내놓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모에 따라 농단의 타깃이 됐을지 모르지만 비리의 온상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국정 농단을 탓하며 조직위를 겨냥해 “공기업에 손을 벌리지 말라”고 공기관 참여까지 반대하는 분위기여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위원장은 “올림픽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예산 중 34%를 국내 기업 후원으로, 30%를 IOC와 글로벌 스폰서 지원금, 나머지를 입장권 판매 등 경기장 수입으로 메우는 게 보통이라는 논리를 폈다.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전력과 철도, 공항 등 공공기관 참여가 활발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새 정부에서 맞이하는 첫 국제행사인 만큼 반드시 성공적인 대회로 자리매김하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올림픽 유치로 끝나지 않고 세계화하는 게 국가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무 시대를 맞아 스포츠·레저 관련 산업이 43조원 시장 규모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들에게 최대 관심사인 건강을 개인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대규모 국제행사를 지휘하는) 조직위원장은 아주 명예로운 자리”라며 “장관과 위원장 중 다시 자리를 맡으라면 위원장을 선택하겠다”고 새삼 각오를 다졌다. 그는 2002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떠났다가 2003년 12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산업부 장관을 지냈다. 이공계 출신이어서인지 숫자를 꿰뚫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만 올림픽(1만 6000명)과 패럴림픽(6400명)을 합쳐 2만 2400명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괜찮다. 모두 9만 1000여명이나 몰려 오히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통·번역 자원봉사자 경쟁률은 17대1이나 됐다. 해외 145개국에서 지원자가 1만 3000명을 웃돌았다. 러시아 2800여명, 미국과 중국 각 1300여명이다.그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4대 스포츠 빅이벤트를 유치한 세계 다섯 번째 국가라는 것으로 정리했다. “국토 면적으로 따지면 세계 126위라는 점에서 보면 대단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다만 흑자 올림픽으로 기록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무리 잘 치러도 적자를 낸다면 ‘실패’라는 낙인을 피하지 못한다는 우려다. 세입 2조 5000억원, 세출 2조 8000억원으로 잡았는데, 모자라는 3000억원이 문제라고 봤다. 따라서 올림픽 권을 발행하는 등 균형재정을 이룩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 묘안을 짜내고 있는 만큼 곧 복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현장을 보려고 30시간을 비행해야 하는 브라질을 세 차례 왕복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서울을 오가고, 많게는 하루에도 두 차례씩 평창과 서울을 오가기도 하는 아주 바쁜 일이라 건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물었다. 오전 중 서울에 갔다가 평창으로 돌아와 회의를 갖고, 다시 서울로 옮겨 회의한 뒤 평창에서 저녁 일정을 치르는 식이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딱히 이렇다 할 비결도, 즐기는 스포츠도 없단다. 조직위 관계자는 “워낙 시간을 쪼개기 힘들어 아무래도 헬리콥터 한 대를 배치해야 할 것 같다”고 역시 신중한 얼굴로 말했다. 조양호(68·한진그룹 회장) 전임 조직위원장 시절을 떠올린 것이다. 평창에서 서울을 다녀오려면 자동차로 거의 5시간을 내달려야 한다. 이 위원장은 “지금 하는 일이나 직전에 맡았던 대기업 대표, 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국립 서울산업대 총장도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며 “전문지식을 떠나 무엇보다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직 경험에 대해선 “초기인 1980년대 인허가 위주의 산업정책을 기술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작으나마 한몫을 한 것으로 자부한다”며 “예컨대 통신기기를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꾸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설립을 뒷받침해 공학도로서 긍지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전자산업 발전 추이에 큰 관심을 쏟던 1970년대 말기엔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진흥확대회의, 수출진흥회의에 올릴 안건 서류를 작성하는 중책을 짊어졌다”며 살짝 웃었다. 그는 다시 서울올림픽 얘기로 돌아가 “방송 중계권과 선수촌 분양을 통해 1300억원, 기념주화 판매와 국민 성금으로 568억원을 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국민통합에도 밑바탕을 마련했다”며 “경기력에서도 4강 실력을 자랑했던 것처럼 내년에도 이른바 ‘8-4-8’(금, 은, 동메달 숫자) 전략으로 4강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각오를 되새겼다. 또 “가족들과 떨어져 평창 사무실 근처에 혼자 지낸다”며 “말하자면 홀아비 신세인데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이라 애국심 하나로 버틴다고 감히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조금 걱정되는 게 있다”며 짧은 한숨을 뱉었다. 이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당부하는 말로 끝을 맺었다. “내년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패럴림픽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송한수 체육부장 onekor@seoul.co.kr ●이희범 위원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제12회 행정고시,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경희대 경영학 박사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차관, 장관 ▲서울산업대 총장,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STX에너지·중공업 총괄 회장
  • [런웨이 조선] 또드락딱딱~ 또드락딱딱딱~ 글 읽는 소리만큼 아름답네

    [런웨이 조선] 또드락딱딱~ 또드락딱딱딱~ 글 읽는 소리만큼 아름답네

    옛 선인들이 꼽은 세 가지 기쁜 소리가 있다. 아기 울음소리, 글 읽는 소리 그리고 다듬이 소리다. 집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대가 끊기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니 누가 들어도 기쁜 소리이다. 또 글 읽는 소리도 그렇다. 어린아이가 처음 글을 익히고 떠듬떠듬 읽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귀엽고 기특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젊은이의 글 읽는 소리라면 입신양명의 꿈이 실현되는 기대와 의지가 담겨 있을 것이니 모두가 기쁜 소리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그 기쁜 소리 중에 다듬이 소리를 꼽았다고 하니 조금은 생뚱맞다. 왜 다듬이 소리가 기쁜 소리가 되었을까.방망이로 다듬잇돌을 때려 보면 각각 다른 소리가 난다. 어떤 것은 딱, 땅, 뚝, 쨍. 그리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다듬잇돌 위에 빨랫감을 올려놓고 마주 앉아 리듬을 타면 그 소리는 도닥도닥, 똑딱똑딱, 또드락딱딱 또드락딱딱 소리로 이어지며 흥겨운 리듬을 만들어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그런다고 어찌 다듬이 소리만 좋은 소리가 될 수 있나. 오히려 멋진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소리가 더 많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듬이 소리가 기쁜 소리에 들어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다듬이질을 가장 많이 하는 때는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 혹은 혼인 등의 큰 행사를 앞둔 때이다. 설빔, 추석빔을 만들려면 바쁘게 옷감을 손질해야 한다. 또 혼사를 앞두고 방석, 이불 등 살림살이를 장만해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두 조각의 옷감이 아니라 적어도 몇 필의 옷감은 손질해 놔야 필요한 옷과 이불을 만들 수 있다. 옷감이 있다고 해서 옷이나 이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미리 준비한 옷감을 깨끗이 세탁하고 풀을 먹인 다음 반듯하게 다듬이질을 해서 손질해 놓아야 한다.그러나 노동의 강도는 만만치 않다. 빨래부터 보통 일이 아니다. 깨끗한 물이 흐르는 냇가로 빨랫감을 이고 나가 찬물에 손을 넣어 빨래를 하고 햇볕 좋은 곳에 말려야 한다. 여기까지는 풀을 먹이기 위한 준비 단계일 뿐이다. 각 옷감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풀을 농도에 맞추어 푸새하는 것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옷감의 종류와 색깔에 따라 풀의 종류와 다듬이 방법을 달리해야 옷감이 윤이 나고, 색이 선명하게 된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 실린 다듬이질 노하우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귀하다고 생각한 자주색은 풀을 뜨물과 같은 농도로 묽게 개어 먹인 뒤 살짝 말랐을 때 힘껏 밟아 홍두깨에 감아 밀어가며 다듬질한다. 푸른색을 만들 때에는 대왕풀을 먹이고, 진홍색에는 대왕풀과 아교풀을 섞어 먹여야 한다. 또 보라색은 생토란을 갈아 그 즙을 먹이고 아청색은 아교풀을 먹인다. 또 직물에 따라서는 비단에는 대왕풀을 먹이고 명주는 달걀흰자를 녹말풀에 섞어 쓰며 무명에는 백면가루를 섞어 먹이고 모시는 활석이나 녹말을 먹여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제 풀을 먹였으면 햇볕에 널어 꾸덕꾸덕하게 말릴 차례이다. 너무 바짝 마르면 다듬이질이 어렵게 되니 손에 물을 묻혀 골고루 뿌려 주거나 입으로 물을 뿜어 숨을 죽인다. 이 또한 기술이 필요하다. 물을 뿌렸으면 골고루 물이 배도록 보자기에 싸서 이리저리 뒤집어 가며 발로 밟는다. 밟는 작업이 끝나면 다시 펴서 양쪽에서 잡고, 틀어진 올을 맞추고 솔기도 잘 정리하면서 다듬잇돌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반듯하게 접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듬이질이 시작된다. 다듬이질은 옷감을 홍두깨에 감아 방망이로 두들길 수도 있고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할 수도 있다. 또 다듬이질은 혼자 할 수도 있고 둘이 마주 앉아 할 수도 있다. 혼자보다는 둘이 할 때 훨씬 리듬감이 있다. 다듬잇돌의 크기는 50㎝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방망이끼리 부딪치게 되거나 맨 다듬잇돌을 두들길 수도 있다. 다듬이 소리가 돌 깨지듯 둔탁한 것이 아니라 운율을 타고 리듬감 있게 나오려면 둘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한집에 살던 고부간이나 시누이, 올케 간 갈등이 있더라도 다듬이질을 할 때에는 마주 보고 앉아 호흡을 맞춰야 제대로 할 수 있다. 시어머니나 동서 간에 마음 상한 일이 있었다면 다듬이질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방망이를 두드리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을까. 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리며 서로의 마음을 읽고 서로 눈을 쳐다보며 이해해야 비로소 방망이의 호흡도 척척 맞아떨어진다. 깊은 밤 다듬이 소리가 소음이 아니라 어떤 악기로도 표현할 수 없는 청아하고 정겨운 소리로 들렸던 것은 서로에게 맞추려 노력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방망이를 두들겼기 때문이다. 가족의 화목과 행복이 울려 퍼지는 소리. 어찌 기쁜 소리가 아니겠는가.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이 ‘진주목걸이’에 목매는 속내는…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이 ‘진주목걸이’에 목매는 속내는…

     중국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가부도 위기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에 12억 달러(약 1조 3600억원)라는 거액을 흔쾌히 지원했다. 중국은 국유은행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등 2차례에 걸쳐 파키스탄에 각각 9억 달러와 3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한 것이다. 중국개발은행이 6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고 파키스탄에 유일하게 지점을 두고 있는 공상(工商)은행을 통해서도 6억 달러가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들은 우리의 경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필요하면 기꺼이 우리를 도우려 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파키스탄에 각별한 애정 공세를 퍼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G2로 도약한 중국이 경제력을 발판으로 대양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은밀한 전략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우세하다. 파키스탄이 서남아시아에서 인도의 주도권을 견제하고 중국이 해양 진출 전략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이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되는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파키스탄의 항구 과다르와 북쪽의 중국 국경선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도로 연변에 발전소와 공단들을 세우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구축키로 했다. 무려 52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이다. 2015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당시 발표된 CPEC 프로젝트는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이르는 3200㎞ 구간에 도로와 철도, 파이프라인, 광케이블, 항만, 공항, 자유무역지구 등 사회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지난해말 현재 이미 180억 달러 규모의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며 추가로 170억 달러짜리 사업도 준비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그동안 대양 진출을 위해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아프리카의 에너지 및 화물 수송로에 위치한 국가들과 정치와 외교는 물론 경제와 군사 협력까지 맺는 등 관계를 강화하면서 주요 항구를 단계적으로 접수해왔다. 중국의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은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으로 불린다. 중국이 이들 지역에서 확보한 항구들을 지도에서 선으로 연결해 보면 실제로 멋진 진주 목걸이가 만들어진다. 중국은 이 전략을 통해 에너지와 화물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자국 함정들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각국의 대상이 되는 항구들을 보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미얀마 시트웨, 파키스탄 과다르. 방글라데시 치타공, 스리랑카 함반토타와 콜롬보, 지부티 도랄레, 탄자니아 바가모요, 남아프리카공화국 리처드만 등이다.  중국은 파키스탄 과다르항의 43년 운영권을 따낸데 이어 올해 1월 스리랑카 함반토타항을 99년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13일 파키스탄 남서부 과다르항에서 중국 화물선의 최초 출항식이 열려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말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트럭이 3200㎞에 이르는 육로를 힘차게 달려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도착해 컨테이너를 선적한 것이다. 바로 이 루트가 CPEC의 주요 경로로 꼽히는 중국 신장과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잇는 구간이다. 당시 행사는 CPEC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 아덴만에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무역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이다. 중국은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홍해와 아덴 만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리카 소국 지부티 도랄레 항구의 10년 사용권을 따내 해군 전함의 출입이 가능한 복합항으로 확대하는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전했다. 이 항구 인근에는 이르면 7월 말부터 무기 저장과 선박 및 헬기 유지보수 시설, 병력 주둔지로 활용될 중국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 기지에는 인도양에서 활동하는 중국 해군 전함을 지원하는 수송기지 역할을 하기 위해 해병대와 특수부대 병력 4000여 명이 주둔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현재 2만 명 수준인 해병대를 10만 명으로 늘리기로 함에 따라 지부티에도 해병대 병력이 증강 배치되는 것이다. 공사에 참여한 중국인 엔지니어 장(張)모는 “미군과 일본군 프랑스군의 전투기가 항구 위를 자주 비행한다”고 말했다. 불과 10km쯤 떨어진 곳에 미군 아프리카사령부가 관장하는 미군 기지와 일본 자위대의 유일한 해외 군사기지가 있는 까닭이다.  중국 정부는 지부티 기지가 소말리아 해적 퇴치 등 유엔 평화유지군 임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부티는 시진핑 주석의 트레이드마크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 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핵심 연결고리도 된다.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지나면 곧바로 지중해로 이어진다. 아시아에서 중동과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셈이다. 이를 통해 세계 무역을 주도하겠다는 게 중국의 원대한 구상이다. 중국 함정들이 지부티 기지를 근거지로 삼아 이 지역 바다를 휘젓고 다닌다면 아시아~중동~유럽을 잇는 바닷길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 SCMP는 지부티 기지가 급증하는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지의 목적이 중국의 국익 확장과 해군력 확장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만큼 중국은 인구 100만 명이 안 되는 작은 나라 지부티에 항구와 쇼핑몰, 도로, 공항, 전기열차, 송수로 건설 등 각종 대형 기반시설 개발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에도 막대한 물량 공세를 펴왔다. 중국 정부는 1월 초 스리랑카에 건설 중인 함반토타항을 99년간 관리·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중국 정부가는 14억 달러 차관을 제공해 개발중인 함반토타항이 완공되면 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서남아시아 최대 항구로 발돋움한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국유기업 자오상쥐(招商局)그룹에 함반토타항 운영권 지분 80%를 넘기기로 합의했다. 자오상쥐그룹은 이 항구에 11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스리랑카 항만청과 8 대 2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항해 안내와 도선, 항만 경비, 창고, 선적 등 항구 운영에 대한 전권을 행사한다. 특히 이 항구의 안전을 유지할 책임도 자오상쥐그룹이 지녀 중국 해군 군함과 잠수함도 기항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앞서 콜롬보 항 인근 지역에 14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항구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 항구도시는 108ha(약 32만 6700평) 규모이다. 이중 20ha는 중국이 완전 소유하며 나머지 토지는 99년간 임차하는 조건이다. 중국 국유기업 23위인 중국교통건설그룹이 현재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양과 맞닿아 있는 탄자니아 바가모요항에도 100억 달러를 투자해 군·민용 항구로 개발하고 있다. 탄자니아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북쪽으로 75㎞ 정도 떨어진 프와니주에 있는 바가모요항은 동아프리카 연안 지대 무역의 중심지다. 아프리카 서부 앙골라를 가로질러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의 구리 벨트를 거친 아프리카 대륙횡단 철도가 이곳까지 연결된다. 중국은 서방의 의혹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일단 이 항구를 아프리카와 유럽, 중동을 잇는 종합 물류기지로 건설하되 필요할 때는 중국 군함의 정박과 보급 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홍콩 명보가 분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사임당’ 이영애, 송승헌 살렸다 ‘박정학 자결’ 역대급 반전+감동

    ‘사임당’ 이영애, 송승헌 살렸다 ‘박정학 자결’ 역대급 반전+감동

    ‘사임당, 빛의 일기’ 사임당의 간절함이 이겸을 살렸다. 27일 방송된 SBS 수목 스페셜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연출 윤상호, 극본 박은령, 제작 (주)그룹에이트, (주)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 / 이하 ‘사임당’) 27회에서 사임당(이영애 분)은 대역죄인이 된 이겸(송승헌 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동안 이겸의 그림자 사랑을 받아왔던 사임당이 간절히 움직인 덕분에 이겸을 살릴 수 있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이도공간에서 서지윤(이영애 분)과 마주한 사임당은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됐다. 서지윤이 가지고 있던 루벤스 그림 속 한복 입은 남자가 바로 이겸이었던 것. 서지윤은 “비단길을 통해 이겸을 이태리로 보내면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인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는 사임당에게 서지윤은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더 위대한 여인”이라고 힘을 북돋웠다. 이도공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사임당은 서지윤에게 건네받은 시를 보고 꿈이 아님을 알아챘다. 서지윤으로 부터 들었던 계획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세자(노영학 분)를 찾아가 과거 중종(최종환 분)이 내렸던 시를 바치며 이겸의 목숨을 구명했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소세양(김정근 분)에게 끈질기게 권면해 이겸이 탈 수 있는 배를 구했다. 절망감에 빠져있는 비익당 예인, 양류지소 유민들에게도 “의성군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낸다면 의성군에게 진 빛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방법이 있으니 함께 움직이자고 요청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사임당 덕분에 이겸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무사히 이태리로 피신했다. 절정의 위기상황에서 펼쳐진 사임당의 이겸 구하기 행보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절대군주 중종이 이겸을 죽이기로 결심한 가운데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보였지만 서지윤과 사임당이 이도공간에서 마주한다는 상상 초월의 전개를 펼쳐나갔다. 그 동안 이겸에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힘을 합쳐 이겸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중종을 지키던 호위무자 겸 내금위장 관진(박정학 분)이 이겸을 구하고 자결하는 모습은 역대급 반전이자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사임당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지와 강단으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여성이라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겸을 위해 세자, 사대부인 소세양을 당당히 찾아가 의견을 개진했고, 유민과 예인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지금까지 사극에서 본 적 없는 유일무이한 여성 캐릭터로서 사임당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운평사 참극 이후 이겸의 그림자 사랑을 받아왔던 사임당이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데서 멈추지 않고 당당히 일어나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은 극적인 쾌감을 선사했다. ‘사임당’은 최종회까지 2회분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4일 종영.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록밴드 ‘라디오헤드’, 개미로 등장하다?

    록밴드 ‘라디오헤드’, 개미로 등장하다?

    얼마 전 핑크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새우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어 최근에는 대표곡 '크립'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이름을 딴 개미가 등장했다. 세리코미르메스 라디오헤디(Sericomyrmex radioheadi)는 라디오헤드 멤버와 닮은 외모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마치 록 음악이라도 하는 것처럼 개성 있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스미스소니언 개미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라디오헤드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라디오헤드가 기후 변화 반대 및 환경 보존을 위해서 노력한 점도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전설적인 밴드의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이 개미는 음악보다는 작물 재배가 특기다. 세리코미르메스 속(genus)은 대략 40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한 비교적 젊은 그룹으로 곰팡이 재배에 특화된 개미다. 세리코미르메스는 비단 개미 (silky ants)라는 의미로 사실 이 개미는 고운 털로 몸 전체가 덮여 있다.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사실은 이름보다 이 개미의 독특한 외피에 있다.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흰색 결정 층이 보이는 데, 이 결정의 목적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개미를 기생충 감염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곰팡이를 재배하다 보면 원치 않는 기생충이나 세균 감염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개미는 감염에서 멀쩡하다. 연구팀은 그 메커니즘을 해석해서 의료용 및 농업용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해로운 박테리아나 기생충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는 놀라운 사회적 동물이다. 주로 육식성이긴 하지만, 사람이 농업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곰팡이를 재배하거나 혹은 가축을 키우듯이 진딧물을 보호하고 영양분을 얻는다. 거대한 사회 집단을 형성하면서 농사를 짓는 동물은 인간 이외에 개미가 유일하다. 비록 한정된 작물이지만, 개미가 농사를 짓는 방식은 매우 정교해서 해충이나 감염병의 영향도 거의 없다. 어쩌면 개미에 대한 연구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석가탄신일 특집] 남해 보리암 능원 주지스님 “모든 이의 간절함 끌어안는 관음보살 품”

    [석가탄신일 특집] 남해 보리암 능원 주지스님 “모든 이의 간절함 끌어안는 관음보살 품”

    어려운 경제 상황,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 일…. 세상살이가 팍팍할수록 유명한 기도처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관세음보살은 그들의 기도를 듣는 보살이다. 그래서 관음보살은 어머니의 이미지로 많이 표현된다. 들어주고 위로해주며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어준다는 뜻일 테다. 경남 남해군 금산의 남쪽 봉우리 정상, 해발고도 681m 절벽 위에 국내 3대 관음성지로 불리는 보리암이 있다. 이곳에서 기도하면 한 번은 소원을 성취한다고 알려진 기도처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면서 관음보살을 친견한 뒤 이 산에 보광사(普光寺)라는 절을 지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산도 보광산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이성계가 이 산에서 백일기도 후 조선을 개국한 뒤 그 영험에 감사하는 의미로 금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었다는 뜻이다. 후에 현종은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보리암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인접한 곳까지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지만, 귀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높은 길을 오르다 보면 다른 세상으로 들어서는 기분이 든다.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의 모습과 그에 맞닿아 펼쳐진 남해 바다를 보노라면 마음이 먼저 편안해진다. 산의 정상에 가까운 곳인데도 산죽이 속세의 번뇌를 차단하듯 신비롭게 보리암을 둘러싸고 있다. 저마다의 소원을 가지고 보리암에 오른 이들을 맞이해 온 능원 주지스님은 “종교와도 상관없이 오는 분들 누구나 마음의 평안을 얻고, 그 마음을 삶의 현장에 가지고 나가셔서 오래 유지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능원 스님은 “보리암의 스님들도 관세음보살님처럼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리암은 기도하기 위해 찾아오는 신자들 외에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매년 5000만원 넘는 장학금을 내놓고, 각종 시설과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나눔을 실천한다. 관음보살의 마음을 나누는 보리암을 찾아 능원 스님에게 대화를 청했다. 보리암의 영험함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기도의 참의미와 현대사회를 향한 조언으로까지 이어졌다.→보리암은 환경부터 참 신비로운 느낌입니다. 원효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태조 이성계가 기도한 곳으로 유명한데, 또 다른 이야기가 더 있습니까. -이성계가 기도했다는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만, 사실은 금산 곳곳에서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특히 보리암 법당과 산신각이 있는 축에서 주로 기도를 하셨을 거라고 많은 사람이 말합니다. 이 금산 중에서도 보리암이 있는 여기가 중심이고 핵심이라고 하거든요. 또 보리암에서 30㎞ 정도 바다로 나가면 ‘세존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다녀가셨다고 하는 섬입니다. 부처님이 금산에 오셨다가 여기서 돌을 떼서 배를 만들어 세존도로 지나갔다고 전해집니다. →그만큼 오랜 세월 영험한 기도처로 여겨졌다는 뜻일 것 같습니다. -사실 금산이 좁은 산인데도 바위 밑이나 굴에 보면 옛날 스님들이 수행하시던 터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토굴도 곳곳에 많은데 지금은 헐었어도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수행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그런 바위 밑이나 굴에 한 번 들어가 앉아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금산은 그런 종교적인 체험, 기도체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사람들이 얼마나 다녀갑니까.-주말 이틀이면 1만 명 넘게 다녀갑니다. 평일에도 하루 2000명 남짓 오셔서 기도를 하시고요. 이곳이 일출 명소이기도 해서 1월 1일엔 7000명 정도가 옵니다. 공간이 넓지 않아서 해를 볼 수 있도록 서 봐야 3000명이면 꽉 차 보이는데, 해돋이 인파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이지요. 새해가 시작되면 개인이나 국가가 잘되길 바라는 염원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습니까. 그 마음들이 모이는 겁니다. 이 깊은 산속에 빼곡하게 선 사람들이 떠오르는 해를 함께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거룩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말 종교 인구 통계 조사에서 불교 인구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곳에선 그런 걸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작년에 비해서 더 많이 오고 있어요. →기도하는 분들을 많이 지켜보셨을 텐데, 소원을 비는 이들에게 좋은 기도방법을 알려주신다면. -제가 지켜보니, 기도하러 오시는 분들의 말씀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보리암에 와서 기도하면 한 가지는 꼭 들어준다더라’ 였습니다. 그다음엔 ‘한 가지는 꼭 들어주시는데, 나를 위한 기도를 하면 안 되고 남을 위한 기도여야 한다더라’라고 말이 바뀌었어요. 요즘에는 ‘보리암 관세음보살님은 누구나 차별 없이, 종교와도 관계없이 소원을 들어주신다’라고요. 종종 이런 얘기를 합니다. ‘기도를 할 때 내 기도가 이뤄지는 건,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기도와 정성이 오늘 내 기도를 이뤄줍니다. 오늘 내 기도도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정성을 다하면 그 기도가 다른 사람의 소원을 이뤄줄 겁니다. →보리암 관음보살님은 종교와 관계없이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말이 있다고 하셨는데,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이 오신다면 어떤 자세를 갖는 것이 좋겠습니까. -소원을 털어놓고 남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은 종교를 초월해 중요한 마음 같아요. 종교가 다른 분들은 오셔도 법당엔 안 들어가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럴 때 ‘부처님은 존경할 만한 어른이다’라고 말씀드려요. 저도 교회나 성당에 갈 때가 있는데, 예배당에 가면 십자가 앞에 나가서 합장으로 예를 갖춥니다. 제 나름대로 존경의 표시를 하는 것이지요. 법당처럼 예배당도 성전이고 예수님 또한 존경할 만한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차별 없는 보살핌, 남을 위한 기도 등의 말씀은 갈등이 심한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교훈인 것 같습니다.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어떤 하나의 방법만을 전하기엔 어려운 내용입니다만, 신라 말기 충담사가 지은 향가 ‘안민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라를 평화롭고 안정되게 이끌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지요. 우리 또한 각자 다 역할과 위치에 충실하면 됩니다. 대통령답게, 국회의원답게, 장관답게 말이지요. 갈등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행실로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당하면서 생겨납니다. →보리암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는 것도 그 ‘역할’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군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기도처라고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지역민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사찰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긴 어렵습니다. 마땅한 역할을 해야지요. 그런데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일을 하다 보니, 베푸는 일에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도움이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세심하게 배려하며 그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합니다. →기도하러 오시는 분들 중에도 뭔가 절박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직접 스님을 뵙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절에 있는 시간이라면, 사람을 피하거나 안 만나지는 않습니다. 우리 신도가 만나자고 하면 꼭 만나고, 모르는 분들이라도 신분만 정확히 밝혀주시면 만납니다. 만나서 주로 이야기를 듣지요.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 힘이 되나 봅니다. 관세음보살님을 어머니에 많이 비유를 합니다. 보리암은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도량인데, 그렇다면 이곳 스님들도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님께서 출가를 하신 계기가 있었습니까. -저는 출가의 계기나 출가 이전의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물어봐도 답을 안 해요. 자꾸 과장이 되더라고요. 자세한 말씀은 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저도 나름대로 절박한 것이 있었지요. 그때는 니체와 사르트르 책들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보리암을 찾는 분들, 그리고 각자의 삶에서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직접 도와드릴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 오시는 분들이 편하게 기도하고 참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보리암에 오시는 것만으로도, 금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평안을 얻으신다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법문을 듣는 게 아니라고 해도 이곳에서 바다를 보며 깨달아지는 것이 있다고 하십니다. 부디 그 기도하는 마음, 수행자의 마음을 삶의 현장에 돌아가서도 잘 유지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분이 지친 마음에 평안을 얻고, 우리 서로가 상대와의 ‘다름’을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서로 같은 부분, 즉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하고요. 서로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갈등을 넘어 화합할 수 있습니다. 정태기 객원기자 jtk3355@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소통과 상식의 공직 문화/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소통과 상식의 공직 문화/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어쩌다가 국정 농단 세력에 부역했다는 낙인이 찍혔는지?.”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무엇보다 충격적인 일은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여겨지는 공직 사회가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비리와 사기 행각에 놀아났다는 점이다. 위로는 장관에서부터 아래로는 담당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국정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정권의 몰락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에 일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세종청사 모 부처의 과장급 공무원은 “집단의 방관과 침묵이 결국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도록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이 관련 부처를 통할하고 지휘해야 할 장관에게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을 비롯해 일부 간부들까지 국정 농단에 알게 모르게 개입하거나 비위에 눈을 감고 때로는 부역의 총대를 멨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난 이후 대다수 공무원들은 자괴와 자책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사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 장관이 국정 농단의 잘못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는 형국에 이르러서는 공직이 어쩌다 이렇게 무기력하고 허술하게 무너져 내렸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또 다른 공무원은 “하루하루 늦은 밤까지 힘든 일과에도 소명의식과 사명감으로 버텨 왔는데 부끄럽고 괴로워 고개를 제대로 못 들고 다닐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잘못을 지적하고 협조를 거부하다 끝내 버티지 못하고 조직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도 있다. 진작에 이들과 그 주변에서 용기 있게 시시비비를 공론화하거나 비위의 조짐을 바깥으로 알리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단 일부 부처만의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각종 정책이 수요자인 국민으로 향하고 있는지는 공직자 모두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관행처럼 또는 암묵의 카르텔처럼 소수의 대기업이나 재벌, 특정 이익집단의 입김에 시달리고 뒤틀리는 정책 사안들이 없는지, 그래서 공직 사회가 또 다른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릴 여지는 없는지 곱씹고 또 곱씹어 봐야 한다. 공무원 헌장은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공익 우선과 투명성, 공정성, 청렴의 생활화,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른 행동을 공직자의 마땅한 도리로 제시하고 있다. 굳이 공무원 헌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제2·제3의 부역의 오명에 발을 들이지 않으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현재의 공직 문화를 바꿔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켜켜이 쌓여 온 권위주의적인 상명하복과 무사안일 풍토가 공직 생태계를 좀먹고 고사시키는 내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소통의 빈자리에 상명하복이 자리잡고, 실적과 근무평가 위주의 경쟁 체제가 개인의 소신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현재의 공직 문화로는 진정한 공복 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만시지탄이지만, 뼈아픈 자성이다. ckpark@seoul.co.kr
  • 밀수 적발된 사막여우 생태원서 두 번째 출산

    밀수 적발된 사막여우 생태원서 두 번째 출산

    밀수된 ‘사막여우’가 2번째 출산을 하는 등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6일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14년 4월 아프리카 수단에서 밀수돼 인천세관에 적발된 사막여우 5마리(암컷 2마리) 중 암컷 1마리가 지난해 7월 새끼 2마리를 처음 출산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3마리를 추가 출산했다. 생후 1개월인 사막여우들은 현재 평균 13㎝ 정도 자랐으며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생태원은 5월 30일 합사를 통한 적응 훈련을 거친 뒤 6월 중 에코리움 사막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생태원에는 총 10마리의 사막여우가 생활하게 됐다. 사막여우는 작고 특이한 외모 때문에 남획과 밀수가 성행하면서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기재된 멸종위기종이다. 이희철 국립생태원장은 “예민한 사막여우가 잇따라 출산한 것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보호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서식지 환경과 유사한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생태원은 사막여우를 비롯해 검은손긴팔원숭이·버마비단뱀·사바나왕도마뱀 등 불법 거래로 적발된 국제멸종위기 야생동물 12종을 보호하고 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2. 내 남친도 개저씨?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2. 내 남친도 개저씨?

    ‘레드 준표’ 홍준표 아저씨가 ‘집에서 설거지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가 차서 코가 막히는 발언 이후에는 뜬금 ‘돼지 흥분제’ 논란이 일었다. 드디어 귀까지 막혔다.그런가 하면 그 목사님 같던 문재인 아저씨도 우리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말을 했다. 북한 ‘미녀’ 응원단에 대해 “완전히 자연미인이더라”고 했고 그 즉시 ‘여성 비하’ 논란이 일었다. 이 땅에 살면서 너무도 자주 듣는 ‘개저씨 드립’들이지만 (돼지 흥분제 얘기를 빼고) 이번에는 아무도 가만 있지 않았다. 심상정 언니는 TV 토론에서 “여성을 종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다. 모든 딸들에게 사과하라”고 호통쳤고 그 말에 홍 아저씨는 ‘깨갱’ 했다. 문 아저씨도 사과했음은 물론이다. ◆ 비단 ‘개저씨’ 들 뿐 아니라… 비단 이게 개저씨들만의 일일까. 내 사랑스런 남자친구로부터도 종종 이런 말을 듣고, 그 때마다 밥맛이 떨어지곤 한다. 복수의 남자친구들로부터 들은 말은 이런 식이었다. “자기야~ 나랑 결혼하면~ 집안일 많이 도와줄게.”“도와줘? 같이 하는 게 아니라 도와줘?”“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이 잘못됐는데…” 그 순간, 더는 말을 섞기 싫은 상태가 돼 버렸다. 연애만 8년차인 선정릉시라소니(30·여)는 연애 6년차쯤 됐을 때 처음 만난 남자친구의 어머니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 “우리 ○○이 방 청소는 좀 해주니?” 아니, 댁네 아드님 방 청소를 왜 제 친구가 하죠? ‘젠더’니 ‘남혐’이니 ‘여혐’이니 하는 이슈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때는 역시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였다. 프로야근러(26·여)도 그 즈음 남자친구와 자주 싸웠다. “원래는 정치적으로도 크게 이견이 없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로 엄청 갈렸어요. 저는 그거뿐만 아니라 자주 일어나는 여성대상 범행이 엄연히 ‘힘없고 안 달려드는 여자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남자친구는 ‘그냥 범인이 미친놈이다’라고만 생각하니 답답했고...”검스냐살스냐그것이문제로다(30·여)는 남자친구와 예능 프로를 보다가 왕왕 싸웠다. “갑자기 TV 잘 보다가 여자 연예인들 보고 싼티 난다거나, 동기 여자애 보고 쟤는 기가 세 보인다는 둥 옷 입는 게 요란해서 진짜 별로라는 둥. 그래서 사람한테 싼 티가 뭐냐고 했더니 ‘남자들이 말하는 여자 싼 티는 저렴한티...?’ 이 지랄함.” 검스 말마따나 사람한테 ‘저렴한 티’라는 건 대체 뭔가. 쉽게 줄 것 같다, 이런 뜻인가. 비슷하게 나도 가죽 자켓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세 보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스스로 복장에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 가령 소개팅에 나갈 때 볼드한 반지는 뺀다든지 (나는 덕지덕지 반지를 끼는 걸 좋아한다), 레드 립스틱은 바르지 않는다. (나는 쥐잡아 먹은 입술을 좋아한다). 그러고보니 남자들이 싫어하는 건 다 하는 것 같다. 아무튼.   ◆ “풀었다기보단 묻었다” 딱히 늘어놓기도 귀찮게 숨 쉬듯이 접하는 이런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팩트폭력이 그러하듯,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의 역사에 남자친구가 한 줌 더 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뜨악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물론, 내 남자친구가 한국의 가부장제 속에서 자랐으며, 여성으로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게 있으니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야근러는 말했다. “풀었다기보단 묻었다”고. “싸우는 것도 버거운데 그 이상으로 상대방이 너무 한심해지고 싫어지더라고요.” 나도 그랬다, 그냥 툭, 말을 안하게 됐다. 더 이상 말을 붙여서 상대가 얼마나 한심하고 둔감한지를 확인하고 싶지 않으니까. 뭇 여성들의 페미니즘 실용서로 불리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저자 이민경씨는 이해를 할 각오가 안돼 있는 남자들을 향해 굳이 애써서 이해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왜 오랜 피해의 역사를 가진 사람이 구구절절 기득권을 설득시키려 들어야 하냐는 말이다.   ◆ “가서 페미니즘 공부 좀 더 하고 와~” 그런 점에서 최근에 봤던 한 커플은 매우 쿨했다. 둘은 ‘젠더’니 ‘남혐’이니 ‘여혐’이니 하는 얘기로 왕왕 싸웠댔는데, 급기야 여자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즘 책 좀 더 보고와. 그리고 나서 나랑 얘기해.” 읽고 나서 6개월 뒤에 얘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부 더 안하겠다는 남자와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더라도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여자친구가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에 대해 더 알고 싶지 않다는 뜻과 일맥 상통하니까. 부부들의 끝이 없는 논쟁 거리 ‘가사 분담’과 관련해 결혼 2년차 호인(30·여)은 가사 분담표를 만들었다고 했다. 각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게 이들 부부 가사 분담표의 모태다. 이에 따라 요리는 호인의 몫이 되었고, 보통은 그 날 그 날 호인의 의지에 따라 요리를 한다. “전에는 한 번 오빠가 냉이된장국을 끓여 달래는데 ‘냉이 다듬는 거 귀찮아서 안 돼’ 했거든. 그랬더니 어느 날은 퇴근했더니 뭘 조신하게 다듬고 있길래 봤더니 냉이를 다듬더라구. 그렇게까지 하는 데 어떻게 안 해줘.” 그날 저녁 메뉴는 냉이된장국이었다. 가사 분담표를 만든다거나,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일 등은 누군가에겐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일일지 몰라도 일견 ‘필요한’ 일이다. 어차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이런 부자연스러운 기제가 필요하니까. 손아람 작가는 “여성에 관한 모든 핸디캡을 풀면 더욱 성역없이 연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그 핸디캡을 푸는 과정에 기계적인 기제가 필요하다. 내 스스로 뭇 남성들 시선에 나를 가뒀던 지난 날을 반성하며, 다음 소개팅에는 가죽 자켓에 레드 립스틱, 볼드한 반지를 총출동 시켜 ‘상남자의 교과서’인 최민수 아저씨처럼 나가야겠다. (소개팅이 안 들어올지도 모르겠다.)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라이프 톡톡] 27번째 봄을 맞았습니다… 27色의 봄을 겪었습니다

    [라이프 톡톡] 27번째 봄을 맞았습니다… 27色의 봄을 겪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중랑천에 핀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봄이 왔습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네, 환경파괴로 재앙이 오네 해도 자연의 순리는 바뀜이 없는가 봅니다.1991년에 경찰에 입문해서 30년 가까이 봄을 맞이하면서 매년 훌훌 털고, 박차고, 떠나자고, 다짐 다짐 하던 봄입니다. 아마 올해도 못할 것 같습니다만. 경찰관 시험에 합격해서 충주 중앙경찰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는 이른 봄이었습니다. 20대 초반,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며 대학로에서 좌충우돌하던 나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던 아버님이 경찰관 응시원서를 직접 가지고 오셨었죠. 집을 나가든지 원서를 쓰든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하라고 지엄하게 말씀을 하셔서 연극의 꿈을 접었던 그때도 봄이었습니다. 경찰관 시험에 합격해서 교육을 받으러 충주 중앙경찰학교에 갔습니다. 그곳 본관 정문에 걸려 있던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글귀를 보고는 가슴 벅차고 눈물이 찔끔 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딱 2년만 버텨보자 했던 것도 봄이었습니다. 첫 발령지인 청와대 101경비단에서 꼿꼿이 선채 근무를 하며, 경내에 휘날리는 하얀 벚꽃잎에 괜시리 눈물을 짓던 초임 순찰관 시절도 봄이었습니다. 순경 시절 무궁화 봉사왕으로 선정돼 언론과 처음 인터뷰를 했던 것도 봄입니다. 그런가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끼손가락 꼭꼭 걸고 평생을 같이하자고 맹세했던 때도 봄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아이를 낳고 남편으로, 아버지로, 아들로, 변변치 못하게 살고 있는 봄입니다. 이 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봄을 맞이하며 올해는 무엇인가 꼭 해야지, 해야지 다짐하면서도 막상 물빛만 보고 뛰어들지 못하는 게 봄입니다. 언젠가부턴가는 새로 찾아오는 봄이 슬슬 겁이 나기도 합니다. 봄볕을 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구나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형사 생활을 하며 누구보다 죽음에 대해 많이 보고 곡절 곡절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보니 사람 사는 모양새엔 다들 그런저런 사연이 있습니다. 육신이 아파서, 너무 사랑해서, 견딜 수 없는 가벼움에, 미안해서, 돈 때문에 등 가지각색의 사연으로 이 봄을 그저 그렇게 맞고 떠나보내는 경우를 숱하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봄을 이리 보내면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멍하게 봄을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습니다. 20년 넘게 강력 형사 생활을 하다 보니 말투나 몸가짐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 있더군요. 집사람이나 아들은 대화를 하다가도 ‘지금 범인 잡아서 취조하는 거냐’고 합니다. 다정다감하고 푸근한 인상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엄한 가장의 말이 제일 통하지 않는 게 집입니다. 나이가 50줄을 넘으니 짜증도 많이 납니다. 옆에서 누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니 벌써 그 양반 왜 그렇게 됐데’ 하며 소주잔을 연신 비우는 것도 이 봄에 자주 있는 일입니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봄 밤이면 홀로 남으신 어머님은 건강하셔야 할 텐데 싶습니다. “애비야 내가 치매 걸리면 어떻게 하니” 같은 근심 어린 어머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아들 놈이 술에 취해 기다시피 들어와서 화장실에서 토를 할 때 ‘이노무 자식이’ 하고 혼내주고 싶은 생각에 일어나려고 하니 아내가 손목을 잡고 가만히 있으라고 눈치를 줍니다. 참 많이도 엄하셔서 이름만 불러도 자식들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게 하시던 돌아가신 아버지가 갑자기 뵙고 싶은 봄입니다. 무작정 기차를 타고 달려가 보니 솜털이 보송보송 수줍은 자태의 할미꽃이 묘소에 피어 있더군요. 당직 사건이 슬슬 늘어나는 것을 보면 봄을 느낍니다. 생물도 그렇듯이 사람도 봄이 오면 생기가 도는가 봅니다. 울고 웃고 소리치고 취하고 하는 모습들이 나름 정겨운 봄입니다. 개인적으로 패티김의 ’4월이 가면’이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사월이 가면 떠나야 할 사람, 오월이 오면 울어야 할 사람.”몇 년 전에 아내와 의정부에 있는 예술의 전당에서 패티김 고별 콘서트를 보면서 프로필을 검색해 보니 38년생, 어머니하고 같은 나이시더군요. 그 나이에 저런 정열을 어떻게 간직하고 있을까 놀란 것도 봄이었습니다. 이 봄에 나는 뭐하고 있나 하던 차에 마침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무대감독을 하면서 연극연출을 하는 후배입니다. “선배님 연극 한 편 하시겠어요”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써 진정시키며 “무슨 작품인데?” 하고 물으니 “신춘문예요”랍니다. 그렇게 한번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로또처럼 다가올 줄이야 한 것도 봄이었습니다. 대학로에 나가서 연습하고 다른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고 소주를 마시며 작품 분석하던 것도, 공연이 올려지고 대단원의 막이 내리고 쫑파티를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도 이 봄입니다. 그리고 이번 봄, 며칠 전에 열린 신춘문예 합평회에서 ‘2017년도 신춘문예 우수 연기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패와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의기양양 우쭐해서 상패를 껴안고 집에 들어갔더니 “이제 그만해라” 하며 좋은 듯이 싫은 표정을 짓는 집사람이 고마운 봄입니다. 내년 봄에도 올봄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매년 봄은 오니, 기다려볼 만한 봄입니다. 민경록 서울 강북경찰서 형사과 경위
  • [경제 블로그] 케이뱅크 돌풍에 카드사는 곡소리

    [경제 블로그] 케이뱅크 돌풍에 카드사는 곡소리

    개업 3일 만에 10만명, 2주 만에 20만명의 가입자가 몰린 케이뱅크 돌풍에 놀란 건 비단 시중은행만이 아닙니다. 잔뜩 긴장한 채 숨죽여 지켜보는 곳이 바로 카드업계죠.송금이나 이체가 간편해지고 한밤중에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이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가 열리면서 카드사들은 시중은행보다 더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합니다. 송금이 편해지니 당장 카드 결제가 줄어들 수 있고, 수수료 인하라는 악재 속에서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고객도 인터넷 은행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역시 내년쯤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 것을 예고했습니다. 이미 케이뱅크의 체크카드 발급 수는 20만건에 이릅니다. 실제 은행들은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수익 사업을 개척하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발급 수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9564만장, 1억 848만장으로 전 국민이 2~3장의 카드를 가진 셈이지요. 이처럼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여서 더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각종 ‘페이’(간편송금, 간편이체)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태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신용카드 결제 과정에서 결제대행업체인 밴(VAN)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를 끼지 않고 직불 결제하는 방식을 도입해 수수료를 확 낮춘다는 계획이지요. 몇 년 전부터 해외 시장과 핀테크에 눈을 돌려 보기도 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네요. 선진국은 우리가 들어갈 틈이 없고, 동남아 개발 국가들은 인프라가 아예 없거나 카드 결제 문화가 우리나라 같지 않죠. 중국은 카드 결제 단계를 뛰어넘어 아예 노점상에서조차 ‘알리페이’(스마트폰 간편결제)를 쓰고 있다니 좀처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한 카드업계 임원은 머지않은 미래에 카드업계에 거대한 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는 “단기 수익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보고 완전히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곳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노후자금, 결혼자금, 주택자금 위한 합리적 재무설계 노하우는?

    노후자금, 결혼자금, 주택자금 위한 합리적 재무설계 노하우는?

    지난해 말 퇴직한 A씨는 약 2억원의 퇴직금을 받았지만 자금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스럽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자니 주변 자영업자들의 폐업 소식에 겁이 나고, 임대사업을 하자니 금액이 넉넉하지 않다. 금리도 낮아 저축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평생 일만 하다 막상 목돈이 생기니 이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막막하다”며 “적절한 투자 상품이나 재테크, 재무설계를 위한 조언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테크 고민은 비단 A씨와 같은 퇴직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모아 둔 돈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나 고정 지출이 있어 작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이 필요한 일반 직장인, 자영업자, 공무원 등 모두가 경기 불황 속에서 적절한 재테크 방법을 찾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 때 전문 컨설턴트의 체계적인 재무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개개인의 보유자산, 예적금, 보험, 증권, 대출 현황을 꼼꼼하게 따져 최적의 금융 투자 상품을 제시하는 등 자금의 효율적인 운영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20~30대가 있다면 현재 상황에 따른 재무진단, 수익에 맞는 투자 상품, 노후 자금 운영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에 전문성이 부족한 개개인이 재테크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웰스 재정컨설팅센터 관계자는 “스마트웰스는 매월 50명에게 목돈마련, 보험리모델링, 은퇴자금, 결혼자금 확보, 내집 마련 등 다양한 목적에 맞는 재정컨설턴트과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15년 이상 경력의 전문 재정컨설턴트들로부터 무료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어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재테크를 위해서는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웰스는 20만 건 이상의 재무설계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직업, 성별, 연령, 수입, 지출, 재무상태 등에 따라 체계적인 맞춤형 무료재무설계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해 특별경비단 中어선 단속 ‘효과’

    서해 대표 꽃게 산지인 인천 연평어장 등에서 봄철 꽃게 조업이 시작됐지만, 불법 중국어선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상반기 성어기(고기가 많이 잡히는 시기)를 맞아 ‘서해 5도 특별경비단’(서특단) 단속 활동을 통해 중국어선 불법 조업 단속에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본부는 지난 4일 서특단을 창설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 전담 경비함정을 3척에서 7척으로 늘렸다. 군 특수부대 출신 경찰관으로 구성된 특수진압대를 연평도(2팀 12명)와 대청도(1팀 6명)에 상시 배치하는 등 불법 조업 감시·단속체계를 강화했다. 서특단은 창단 뒤 15일까지 중국어선 5척을 나포하고 38척을 퇴거하는 실적을 거뒀다. 또 해경 단속요원 8명이 참여한 민정경찰(비무장지대 병력)이 지난달부터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중국어선 침범을 차단하고자 활동하고 있다. 덕분에 NLL 해역은 지난해 4월 1~15일 하루 평균 210척의 중국어선이 나타났지만, 올해는 4일에 194척이 출현한 뒤로 계속 줄어들어 최근에는 50척 미만으로 감소했다. 특히 연평도 북방해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하루 평균 130여척이 조업해 우리 어민들을 불안케 하였으나 올해는 지난 11일부터 한 척도 보이지 않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욱동의 창문을 열며] ‘나’와 ‘우리’

    [김욱동의 창문을 열며] ‘나’와 ‘우리’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인기 없다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싸워 패배했다. 그렇다면 클린턴 후보는 왜 졌을까? 이메일 사건과 몇몇 거짓말에서 볼 수 있듯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유세를 열심히 펼치지 않아서였을까?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이 무모하게 끼어들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에게 투표했던 극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그랬을까? 이 모두가 선거 패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11만표로 승패가 갈린 이번 투표에서는 그 어떤 요인도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선거 유세 동안 클린턴이 사용한 언어 표현 방법도 패배 요인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클린턴은 일인칭 단수 대명사 ‘나’(I)와 그와 관련한 대명사(my, me, mine)를 유난히 많이 썼다. 트럼프는 일인칭 단수보다는 일인칭 복수 대명사 ‘우리’와 그것과 관련한 대명사(us, our, ours)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이 일인칭 단수 대명사를 즐겨 사용한 것은 비단 트럼프와의 대선 경쟁에서만은 아니다.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도 클린턴은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과는 사뭇 다르게 언어를 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은 유세 때마다 자신을 도드라지게 하는 ‘나’라는 일인칭 대명사를 주로 사용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통틀어 대선에 나선 후보 중 클린턴만큼 가장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사람이 없었다. 미국 사학명문인 웰즐리대학과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데다 대통령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두루 거쳤다. 그래서 그런지 클린턴은 자신의 다채로운 경력과 풍부한 경험을 돋보이게 하려고 유독 ‘나’라는 낱말을 사용했던 것이다. 한편 클린턴과 달리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은 ‘나’보다는 ‘우리’라는 낱말을 선호했다. 샌더스는 이렇게 언어 사용에서도 될 수 있는 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구호로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Yes, We Can)라는 문장을 내건 것도 그가 대선에 성공하는 데 톡톡히 한몫을 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보면 특정 후보가 일인칭 단수 대명사 ‘나’를 선호하건 일인칭 복수 대명사 ‘우리’를 선호하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는 생각과 사상이 깃들어 있는 집이다. 마르틴 하이데거가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부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나’라는 낱말은 배타적이고 자아도취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우리’라는 낱말은 포용적인 성격이 강하다. 한국어 관습에서 배우자를 가리킬 때 ‘내 남편’이나 ‘내 아내’보다는 ‘우리 남편’이나 ‘우리 아내’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내 아내’나 ‘내 아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어딘지 얄미운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나’라는 낱말을 즐겨 쓰는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면, ‘우리’라는 낱말을 즐겨 쓰는 사람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최근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자, 귀화자, 유학생을 포함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는 2016년 현재 무려 200여만명에 이른다. 그래서 주위에서 피부색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렇듯 한국은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국가로 변하고 있다. 지금 한국인은 ‘나’가 아닌 ‘우리’, ‘홀로’가 아닌 ‘더불어’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국경이 허물어진 세계화 시대에 배달민족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태도도, 올바른 태도도 아니다. 우리는 이제 다문화 사회의 일원, 좀더 시야를 넓혀 지구촌의 주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독일보다 年742시간 더 일하는 한국 사람…‘주 4일제’는 꿈일까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독일보다 年742시간 더 일하는 한국 사람…‘주 4일제’는 꿈일까

    직장인 77% “근로시간 줄어야” 유럽 선진국 주 4일제 정착 단계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연적 변화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보장되는 삶을 꿈꾸지 않는 직장인이 있을까. 근로시간 단축은 모든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이다. 한국 직장인에게는 다소 요원한 얘기로 들리지만, 일본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했거나 도입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기업의 8%를 차지하게 됐다. 일본 KFC는 주당 근로시간을 주 20시간으로 줄이고 주 3일을 쉴 수 있는 시간한정사원 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지의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제가 정착됐다. 근로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관련 기사가 쏟아질 때마다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주 4일은 꿈 같은 소리’, ‘오후 6시 정시 퇴근이라도 보장됐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쏟아진다. 주 4일제, 근로시간 단축은 정말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일까. ●독일, 근무시간 줄인 결과 실업률 낮아져 근로시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1371시간(2015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2113시간보다 742시간이나 적다. 이는 연간 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평균임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독일의 연간 평균임금은 4만 4925달러(약 5145만원), 시간당 임금은 32.77달러(약 3만 7520원)였지만, 한국의 연간 평균임금은 3만 3110달러(약 3791만원), 시간당 임금은 15.67달러(약 1만 8000원)였다. 독일 직장인은 한국 직장인보다 일은 덜하고 시간당 임금은 2배 이상 받은 것이다. 독일이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꺼낸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독일 폭스바겐은 세계 경기불황 등의 원인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던 1993~1995년, 근로시간을 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하고 임금을 10%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량 해고를 막는 한편 부족한 근로시간에 일할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1997년에는 연장근로의 대가를 돈 대신 휴가로 적립해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기업의 경영부담을 줄이고 노동자에게 양질의 노동 환경을 보장했다. 근무시간 단축 및 유연한 근무형태를 꾸준히 시행한 결과 독일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실업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독일연방통계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독일의 실업률은 4%로 체코에 이어 가장 낮다. 실업률은 높고 취업률은 낮은 한국이 무려 20여 년 전 독일 사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AI·로봇 보편화로 생산성 향상 전망 독일의 사례가 일자리를 나누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선택적인 근로시간 단축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비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근로시간 단축 요인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언은 이미 익숙하다. AI와 로봇의 보편화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인지, 도리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예컨대 과거에는 10명의 노동자가 10시간을 들여 제품 1개를 생산해 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 한 대가 절반의 시간만 들여 같은 수량만큼 만들어낸다. 노동자가 장시간의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순기능을 발휘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높아진 생산성이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노동자는 주당 40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기존의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더 많이, 오래 일해야 높은 임금을 받는 시대가 가고 직장인의 한낱 꿈으로 치부되는 주 4일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4차 산업혁명이 비단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시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할 국가와 기업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보유한 미국의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주당 30시간의 파트타임 근로자를 모집하면서 기존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혜택을 주는 노동제를 도입했고,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지난 1월부터 전 직원 5800여 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323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76.6%를 기록했다. 많은 직장인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저녁과 주말을 보장받으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부 노동자들은 임금 손실을, 고용자들은 추가 고용에 따른 임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제조업과 같은 일부 업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고용으로 생산 단가는 상승하지만 납품 단가는 유지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주 4일제 및 근무시간 단축은 허황된 꿈이 아닌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변화일지 모른다.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탄탄한 보완책이 마련됐을 때 비로소 긍정적인 변화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유채꽃 품은 무채색 도시

    유채꽃 품은 무채색 도시

    하노이는 고도다. 베트남의 고대 왕조들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거쳐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된 하노이의 역사는 곧 베트남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덕에 고풍스러운 건물과 낡은 건물이 어우러져 있다. 보다 정확히는 낡은 건물 주변에 옛 건물들이 묻혀 있는 형국이다. 겉은 무채색이지만 세월과 가난의 때를 벗겨 내면 화려한 속 빛깔을 드러낸다. 그게 하노이다. ‘하노이’는 ‘강 안의 땅’이라는 뜻이다. 홍강(Red River)을 비롯한 크고 작은 강과 지류들이 하노이를 감싸며 흐르고 있다. 하노이를 돌다 보면 탕롱(Thang Long)이란 이름과 곧잘 마주하게 된다. 탕롱은 18세기까지 하노이를 일컫는 명칭이었다. 1010년 리 왕조를 세운 리타이토가 홍강에서 뱃놀이를 즐길 때 금빛의 용이 하늘로 올랐고, 이후 용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에서 탕롱(昇龍)이라 이름 짓고 도읍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옛 도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추억의 환기다. 현지 가이드는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 볼 것을 권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지나는 너른 거리와 발품 팔아 돌아보는 골목은 전혀 다른 서정과 풍경을 담고 있다고 했다.롱비엔 시장으로 먼저 간다. 하노이의 본질적인 풍경과 마주하기 위해서다. 롱비엔 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롱비엔 철교다. 가난과 세월 탓에 붉게 녹슬었지만, 거대한 규모와 우아한 자태만큼은 단연 압권이다. 일부에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만든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철교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정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1899~1902년 프랑스의 건축가 손에 세워진 만큼 프랑스 식민 시대의 상징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리 길이는 2.3㎞ 정도. 하노이 중심부를 흐르는 홍강 위에 세워져 있다. 애초 자동차도 통행하던 다리였는데 월남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부서져 지금은 기차와 보행자, 오토바이 등만 오간다. 철교 아래는 롱비엔 시장이다. 베트남 최대 과일시장이다. 다른 품목도 팔지만 과일이 가장 많다. 시장은 새벽녘에 문을 연다. 출근 시간쯤이면 벌써 파장 분위기다. 악다구니와 거친 몸짓이 오가는 우리 시장과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저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바삐 오간다. 논(베트남 전통 모자)을 쓰고 어깨가 휘어지도록 누이 반 항 롱(물지게 비슷한 들것)을 진 이도 있다. 그 이미지가 더없이 강렬하다.롱비엔 시장에서 도로를 건너면 구시가 초입이다. 도로 위엔 육교가 세워져 있다. 육교 아래로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뒤엉켜 아침을 연다. 육교는 베트남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이른바 꽃자전거가 지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과장 좀 보태 한 집 건너 꽃집이고, 시장에서 좌판을 편 과일장수와 꽃장수 숫자가 같을 정도다. 꽃장수들은 멀리 서호 옆의 꽝안 꽃시장에서 신선한 꽃을 산 뒤 저마다의 공간으로 가져와 판다. 이들이 꽝안시장에서 산 꽃을 자전거 뒤에 매달고 지나는 길목이 바로 이 육교 일대다. 새벽녘 육교에 서 있으면 꽃을 가득 실은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이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삶의 무게를 싣고 지나는 이들의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강렬하다. 육교 너머는 꾸어오꽌쭈옹이다. 서울의 동대문처럼 하노이에도 성 안과 밖을 가르는 성문이 있다. 우리와 달리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그중 하나가 하노이성 동쪽을 지키던 꾸어오꽌쭈옹이다. 오가는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성문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옛 성문을 지나면 무채색의 비좁고 어두운 길이 이어진다. 낡고 때 묻은 건물들은 음울한 풍경이 담긴 회화를 보는 듯하다. 골목을 나서면 동쑤언 시장이다. 베트남 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시장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먹는 건어물, 과일 등과 의류 등 온갖 생필품을 판다.동쑤언 시장 옆은 하노이 구시가다. 많은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노이 구시가는 서울 종로의 육의전처럼 베트남 조정에 바칠 공물을 제작하고 판매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한다. 거리마다 취급하는 품목이 달랐고, 지금도 명칭과 특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 예컨대 항박 거리는 귀금속 상점, 항가이 거리는 비단 가게, 항찌에우는 돗자리 점포가 몰려 있는 식이다. 이런 상가 거리가 36개가 이어져 있다고 해서 ‘36거리’라고도 불린다. 하노이는 호수의 도시로 불린다. 300여개에 이른다는 크고 작은 호수가 밀집돼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건 구시가를 둘러싼 호안끼엠호(還劒湖)다. 이른바 ‘되돌려 준 칼의 호수’라 불리는 곳. 15세기 레 왕조를 세운 레 로이가 호수의 거북에게 받은 검으로 명나라를 물리친 뒤 다시 되돌려 줬다는 전설에서 이 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호수 위쪽에 놓인 붉은색 나무다리를 건너면 응옥썬 사원이 나온다. 베트남의 전쟁 영웅, 학자, 의술의 신 등을 함께 모신 사당이다. 호수 북쪽으로는 수상 인형극장과 구시가지, 박물관, 대성당 등의 주요 명소가, 남쪽으로는 숙소와 음식점,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여행자 거리가 이어진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차량 통행이 금지돼 한결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밤엔 맥주거리를 찾는다. 최근 국내 한 TV에 소개되면서 한국인 방문객이 부쩍 늘고 있다는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시가 인근에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하노이 외곽의 흥옌을 찾는 것도 좋겠다. 베트남 전통 어구인 대나무 통발로 이름난 도시다. 작은 골목길을 기웃대다 보면 쭈글쭈글한 손길로 통발을 만드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글·사진 하노이·흥옌(베트남)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성남산업진흥재단-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 발굴 추진

    성남산업진흥재단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 발굴 사업을 강화한다. 양 기관은 시제품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Biz Factory 시즌 1’을 공동 운영하면서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을 육성해 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진행하는 ‘Biz Factory 시즌 2’에서는 단순한 시제품 제작 지원을 넘어 시제품 고도화를 통한 양산 준비 단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확대하여 스타트 업이 겪는 기술적 시행착오와 기능 구현의 애로사항을 줄여 빠른 시간 내 제품화가 가능하도록 운영한다. 성과가 뛰어난 스타트업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K-Champ Lab 보육기업 선발 과정을 거쳐 보육기업으로 선정하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및 성남산업진흥재단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성남창업센터 ‘정글ON’과 연계하여 후속 지원한다. 양 기관은 협업을 통해 ‘Biz Factory 시즌 2’ 프로그램을 경기 지역 대표적인 양산 준비단계 사업화 지원 플랫폼으로 만들 예정이다. 이달 중순부터 참가자 모집을 하고, 상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In&Out] 체육계 ‘미래 100년’ 힘찬 출발을 위하여/김용 대한체육회 사무차장

    [In&Out] 체육계 ‘미래 100년’ 힘찬 출발을 위하여/김용 대한체육회 사무차장

    올해도 벌써 1분기를 넘겼다. 막 출발한 듯한데 참 빠르다. ‘작심 석 달’이 되진 않았는가를 되돌아볼 만한 시기다. 개인이나 단체나 다르지 않다. 돌이켜보면 2016년은 100년 역사를 4년 남짓 앞둔 체육계로서는 굴곡과 희망이 교차된 아이로니컬한 한 해였다. 먼저 반가운 일은 오랜 체육인의 염원이었던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우여곡절 속에서도 하나로 통합됐다는 것이다. 반면 불행하게도 국정 농단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체육은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독립의 웅혼한 기상을 심어 주기 위해 창립됐다. 1920년 7월 13일이다. 또한 해방 후 우리 민족이 어렵고 힘든 위기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좌절과 시련을 딛고 일어설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항상 사회 어느 분야를 앞질러 한국 체육은 세계화를 먼저 이루었고 한국 체육을 세계 속에 알려 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 체육은 너무나 깊은 상처를 안게 됐다. 국민들도 곱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체육계에 커다란 반성과 아울러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며 채찍질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오히려 지금의 이 위기를 딛고 새로운 100년 역사를 준비하는 데 힘 쏟을 것을 약속한다. 비 내린 뒤 땅이 더 굳듯이 흔들렸던 주춧돌을 단단히 굳히면서 스포츠 강대국이 아닌 스포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체제하에 혁신과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각계각층의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기획위원회 1기는 한국 체육의 현재 과제와 그것을 풀어 갈 해법을 제시했다. 그것이 ‘어젠다 2020’이다. 또한 미래기획위원회 2기는 어젠다 2020에 대해 실현 가능할 수 있도록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어젠다 2020은 1400여명에 이르는 체육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통합 대한체육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그 속에 녹였다. 공정성, 투명성 강화, 국가 체육의 균형적인 발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스포츠 코리아. 자율과 혁신으로 행복한 체육인, 체육인의 긍지와 100주년 기념 사업이라는 5대 추진 목표 가운데 20개의 중요 과제가 어젠다 2020이다. 대한체육회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다시 국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대한체육회로 거듭나기 위한 명제를 내세운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통합으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할 중차대한 과업을 안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포츠를 통해 국민 복지 증진과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라잡이로 거듭나야 한다. 한편으로는 세계 10대 강국의 스포츠 국제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 국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 체육 선각자, 선배들이 쌓아 올린 찬란한 금자탑을 더 높이 더 빛나게 쌓아야 할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으며 그것의 토대를 마련하는 게 현재 우리 체육인의 소명이자 사명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온 국민이 스포츠로 국민 복지의 혜택을 누리면서 실추된 체육인의 명예를 되찾고, 지금까지 영광의 그림자에서 한편으로는 소외되고 한편으로는 상응한 대우를 받지 못한 많은 체육인에게 새로운 긍지와 자부심을 함양할 출발선상에 대한체육회가 서 있다. 대한체육회 100년을 뛰어넘어 한국 체육의 미래 100년이 될 어젠다 2020은 비단 대한체육회 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정부, 국회, 언론뿐 아니라 온 국민, 특히 체육인들이 일치단결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가능하다. 한국 체육이 진정한 자율과 자립 속에서 ‘체육 입국’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깊은 애정으로 살피며 후원과 채찍을 아끼지 말라는 당부를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
  • [송혜민의 월드why] 대한민국, ‘주 4일제’는 요원한 꿈?

    [송혜민의 월드why] 대한민국, ‘주 4일제’는 요원한 꿈?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보장되는 삶을 꿈꾸지 않는 직장인이 있을까. 근로시간 단축은 모든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이다. 한국 직장인에게는 다소 요원한 일로 보이지만, 일본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했거나 도입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기업의 8%를 차지하게 됐다. 일본 KFC는 주당 근로시간을 주 20시간으로 줄이고 주 3일을 쉴 수 있는 시간한정사원 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지의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제가 정착됐다. 근로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관련 기사가 쏟아질 때마다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주 4일은 꿈같은 소리’, ‘오후 6시 정시 퇴근이라도 보장됐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쏟아진다. 주 4일제, 근로시간 단축은 정말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일까. ◆최저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임금 높은 독일 근로시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국가는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1371시간(2015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2113시간보다 742시간이나 적다. 이는 연간 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평균임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독일의 연간 평균임금은 4만 4925달러(약 5145만원), 시간당 임금은 32.77달러(약 3만7520원)였지만, 한국의 연간 평균임금은 3만 3110달러(약 3791만원), 시간당 임금은 15.67달러(약 1만 8000원)였다. 독일 직장인은 한국 직장인보다 일은 덜 하고 시간당 임금은 2배 이상 받은 것이다. 독일이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꺼낸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독일 폭스바겐은 세계 경기불황 등의 원인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던 1993~1995년, 근로시간을 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하고 임금을 10%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량 해고를 막는 한편, 부족한 근로시간에 일할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1997년에는 연장근로의 대가를 돈 대신 휴가로 적립해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기업의 경영부담을 줄이고 노동자의 양질의 노동 환경을 보장했다. 근무시간 단축 및 유연한 근무형태를 꾸준히 시행한 결과, 독일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실업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독일연방통계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독일의 실업률은 4%로 체코에 이어 가장 낮다. 실업률은 높고 취업률은 낮은 한국이 무려 20여 년 전 독일 사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과 AI, 그리고 근무시간 독일의 사례가 일자리를 나누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선택적인 근로시간 단축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비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근로시간 단축 요인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언은 이미 익숙하다. AI와 로봇의 보편화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인지, 도리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예컨대 과거에는 10명의 노동자가 10시간을 들여 제품 1개를 생산해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 한 대가 절반의 시간만 들여 같은 수량만큼 만들어낸다. 노동자가 장시간의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순기능을 발휘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높아진 생산성이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노동자는 주당 40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기존의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더 많이, 오래 일해야 높은 임금을 받는 시대가 가고 직장인의 한낱 꿈으로 치부되는 주 4일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4차 산업혁명이 비단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시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할 국가와 기업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보유한 미국의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주당 30시간의 파트타임 근로자를 모집하면서 기존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혜택을 주는 노동제를 도입했고,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지난 1월부터 전 직원 5800여 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빛과 그림자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323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시간을 단축해야한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76.6%를 기록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저녁과 주말을 보장받으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부 노동자들은 임금 손실을, 고용자들은 추가 고용에 따른 임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제조업과 같은 일부 업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고용으로 생산 단가는 상승하지만 납품 단가는 유지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주 4일제 및 근무시간 단축은 허황된 꿈이 아닌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변화일지 모른다.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탄탄한 보완책이 마련됐을 때, 비로소 긍적적인 변화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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