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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 전 김구 친필 휘호 ‘풍송어주도안’ 첫 공개

    70년 전 김구 친필 휘호 ‘풍송어주도안’ 첫 공개

    백범(白凡) 김구(1876∼1949) 선생이 해방 이후인 1948년 1월 1일 동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기 위해 붉은 비단에 쓴 친필 휘호가 70년 만에 공개됐다.한국학중앙연구원은 23일 경기 성남 장서각에서 여는 학술대회 ‘선교장의 역사와 문화’에서 강원 강릉의 고택인 선교장(船橋莊)에서 소장하고 있던 김구 선생의 ‘풍송어주도안’(風送漁舟到岸) 휘호를 처음 공개한다고 22일 밝혔다. 글씨는 ‘바람은 고깃배를 연안으로 보내네’라는 뜻으로, 중국 시에서 ‘우최초자환가’(雨催樵子還家·나무꾼이 집에 돌아가길 재촉하고)와 대구를 이룬다. 김학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해방 뒤 혼란하던 우리나라 정국이나 밖에 있다 돌아온 임시정부가 모두 제자리를 찾아 돌아간다는 의미를 주기 때문에 희망의 메시지로 인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 구청장 6인의 시국토론] “성역 없이 적폐 규명해야” “국민소통 없인 정쟁도구로 변질”

    [서울 구청장 6인의 시국토론] “성역 없이 적폐 규명해야” “국민소통 없인 정쟁도구로 변질”

    문재인 정부 6개월 특별좌담에서 가장 논쟁이 뜨거웠던 주제는 ‘적폐청산’이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 6명의 서울 자치단체장들은 사회자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쉼 없이 저마다의 소신과 논리를 펼쳤다. 구청장들은 적폐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전·현 정권, 여야를 막론하고 엄격하고 공정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해 엄벌하는 것이 ‘촛불정신’이라는 주장과 진실은 밝히되 용서와 화합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정치 보복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 인적 청산에 그치지 말고 적폐를 낳은 구조적 시스템을 개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시각 등 다양하게 갈렸다. 한반도에 안보 위기를 드리우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해법을 주로 제시했다. 민간 교류 활성화를 통한 긴장 완화를 병행하자는 주장을 공통적으로 했다.[적폐 청산] →요즘 적폐청산이 이슈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를 놓고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정원오: 적폐는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죄를 묻는 방식은 현명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종식 뒤 1994년 집권한 넬슨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백인들이 흑인들을 가혹하게 탄압했던 진상은 밝히되 잘못을 고백한 백인들을 사면해 줌으로써 흑인과 백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우리도 적폐의 진실은 규명하되 처단이 아닌 화해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적폐는 수도 없이 나올 텐데 그때마다 다 처단해야 할까. 거듭 말하지만 전 정권의 선거·정치 개입 등 불법·부정 진상은 명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분풀이·복수·보복 같은 쓸데없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용서를 구하면 화해하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 방식을 지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이창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현재 새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적폐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적폐가 만천하에 민낯을 드러냈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과거처럼 정치적 타협과 용서, 화해, 이런 식으로 했을 때 과연 1년 전 광화문의 촛불민심을 담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대나무가 성장할 때 매듭을 짓는 이유는 끊임없이 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다. 지금 해야 할 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이 준엄한 법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고 그것이 촛불민심을 구현하는 길일 것이다. 전직은 물론 현직 대통령도, 9급 공무원도 예외일 수 없다. 이것이 지금 국민에게 보여 줘야 할 대한민국의 운영 원칙이라고 본다. -김영배: 9급 공무원이든 대통령이든 같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선 당연히 옳다. 하지만 다함께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법치주의로만 해결하려 하면 ‘공급자적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칼자루를 쥔 공급자가 수요자인 시민 동의 없이 자의적으로 법이라는 칼자루를 휘두를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게 국민 신뢰와 합의다. 적폐청산이 제대로 되려면 국민 신뢰와 합의, 이런 사회적 자본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진실을 밝히고 법대로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된다. 다만, 이와 병행해서 정치 보복 등 여론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점들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과의 소통이나 신뢰 구축이 없다면 적폐청산은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고 법치주의도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적폐를 청산하면서 그런 사회적 자본을 공고히 다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성수: 어느 정권이든 정권 초엔 사정을 한다. 손봐 주기, 정치 보복 같은 이야기는 항상 반복적으로 제기되며 정권에 부담이 됐다. 적폐청산은 사회적 대타협, 민주주의 복원, 공공성 회복 등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작업이다. 새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큰 기회다. 정권 초에만 잠깐 하다 말거나 적폐청산 잣대를 상대방에게만 들이대고 나에게 들어온 잣대는 피하려 한다면 실패하고 만다. 새로운 시대도 열지 못한다. 적폐청산은 무엇보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과거 정권뿐 아니라 현 정권도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악용하거나 이익을 위해 활용하면 전 정권과 똑같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 내부 적폐를 도려내려고 하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적폐청산이 사람을 청산하는 수준에 그쳐서도 안 된다. 그런 적폐를 만들게 되는 구조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불법 사찰을 원천봉쇄하는 국정원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다양한 개혁을 법적·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 개혁이 병행돼야 국민들이 과거의 악폐와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동일 기준 적용과 시스템 개혁, 이 두 가지 기준을 견지해야 국민들과 함께 적폐청산을 해나갈 수 있다. -김영배: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부 혁신이 핵심이다. 민주주의는 큰 틀에서 보면 정부, 시민, 시장, 세 요소로 구성돼 있다. 시민 측면에서 보면 언론 등 공론의 장이 중요하다. 공론의 장에서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정부 혁신도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이 부분이 적폐청산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중요한 도전이라고 본다. -이성: 많은 반대 세력들이 날이 갈수록 옛날 정치 검찰과 지금 검찰이 뭐가 다르냐고 따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이 정권의 주구 노릇을 하면서 전 정권을 때려잡았듯, 지금도 그런 것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댓글, 이건 국민적 공감대가 확실히 형성돼 있다. 그것을 청산하는 걸 정치 검찰이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정 구청장의 말처럼 진실을 밝히는 데 머뭇거려선 안 된다. 끝까지 추적해서 밝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적폐청산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선 안 된다. 앞서 말한 국정원 댓글, 대기업과 권력의 결탁 등 국민 공감대가 확실한 것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김우영: 지금 검찰 수사는 정권 차원에서 플랜을 짜서 기획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음모와 공작을 펼쳤다. 그들이 한 것을 현 정권도 할 것이라고 상정해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시대에 뒤떨어지고 긁어 부스럼 만드는 행위다. 전직 대통령이라면 안보·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사회적 공론에 기여해야지 묻지도 않은 자기 변론에 급급해선 안 된다. -정원오: 여론은 늘 바뀐다. 적폐청산이 인적 청산 문제로 비쳐지면 여론은 바뀌기 쉽다. 그게 우려된다. 진실은 꼭 밝히고, 인적 청산이 아닌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우영: 아니다. 인적 청산 없는 제도 개선은 어렵다. -이성: 우리 사회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가해자가 피해자를 용서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한 적이 없다. -김우영: 맞다. 가해자가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이성: 이번에는 용서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용서해야 한다. 진실을 다 밝히고, 피해자인 국민들 사이에 용서를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용서하는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이창우: 이야기가 좀 빗나간 것 같다. 용서가 초점이 아니다.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 인식이 핵심이다. 차 구청장께서 말씀을 잘하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를 하되 논란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역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이성: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 정권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저지른 국정원 댓글 등 정당하지 못한 활동들에 대해 청산을 해나가고 있다. 적폐의 주역 중 주역인 국정원을 개혁하고 있는데, 비단 국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원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돈을 대 준 전경련도 국정원 못지않은 주역이다. 전경련이 돈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어버이연합 같은 단체가 활동하지 못했다. 기업의 뒷돈이 있었기에 적폐가 생겼다. 국정원 적폐는 바로잡아 가고 있는 듯한데 전경련의 적폐청산에 대한 노력이 없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북핵, G2 등 세계질서 속 해결 모색… 남북교류 활성화해야” [북핵] →역대 정권들이 북한과 대화도 해보고 제재도 해봤지만 결국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있을까. -김우영: 우선적으로 북핵 폐기 같은 높은 수준의 목표보다는 낮은 단계의 신뢰 회복 조치가 중요하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잠정 중단하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한·미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해 상호 회담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쌍중단’이다. 일단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핵 종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풀리지 않는 걸 얘기하면 아예 풀리지 않는다. 위기가 확대되는 걸 우선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평화적으로 바꾸려 한다. 그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문화적으로도 북한과의 교류를 주도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 역할이 미흡하다. -정원오: 미·북 수교, 북핵 폐기·동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미국의 힘이다.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 북한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때 국회 연설에서 북한은 미국의 따뜻한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했는데, 미국과 손잡으면 북한도 남한과 같이 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민간뿐 아니라 지방정부 간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서울·평양 간 경평축구 등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 간 연계도 필요하다. 안보의식을 강화하되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교류에 대한 움직임을 해야 한다. -김영배: 중국이 ‘G2’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북핵·미사일이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이제는 미국이 북한을 직접 다뤄야 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세계 질서는 19세기 말 수준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프랑스 등 유럽도 정치적 변동을 겪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에 나섰다. 경제는 물론 세계 질서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통해 생존하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 유동적인 세계 질서 안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미국이 국익을 위해 주로 대하는 국가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런 틀에서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G2에 대해 ‘아빠가 좋냐, 엄마가 좋냐’ 이런 프레임으로 접근할 것인가 아니면 동북아 역내 새로운 다자주의 대화의 틀을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남북한 주민이 다양하게 교류 협력해야 한다. 국가 수준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국 간 관계는 다양한 주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협력·교류 시스템이 없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창우: 북핵과 관련해선 현 개발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을 1단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처음부터 국제 사회가 북한을 상대로 지금 당장 핵을 폐기하라고 하면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북핵 폐기가 맞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핵을 동결시키는 게 단기적 목표가 돼야 한다. 이후 모든 국제 사회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 -이성: 전 세계, 특히 서방 진영에서 북한이 실제 핵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선택이다. 북한이 서방세계와 화해하고 미국과 수교하면서 그 대가로 핵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핵 보유 상태에서 미국과 대화를 하려 할 것이냐, 두 선택지를 놓고 봤을 때 북한은 핵을 가진 채로 북·미 수교를 하자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공식·비공식 대화의 창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역대 정부의 과오 중 하나는 개성공단을 더 키우지 못한 것이다. 인건비로 연간 북한에 흘러간 돈이 600억원인데, 그 정도로 핵 개발을 하지는 못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자본주의 경험을 제공했을뿐더러 남북 간 대화의 창이었다.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 규모를 키웠다면 북한이 핵 개발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차성수: 세 가지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첫째는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고 둘째는 9년 동안 남북 소통 라인이 다 끊어졌다. 국정원, 통일부 어디에도 소통 라인이 없다. 신뢰 있는 소통 라인을 복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셋째는 북한이 1990년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핵을 가지려 했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핵 하나를 갖고 버텨 왔다. 단순히 남북 간 문제로 풀 수 없다. 미국과 북한, 세계 질서 속에서 풀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전쟁은 절대 안 된다. 전쟁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6개월간 문재인 정부가 펼쳐 온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은 무모하고 우발적인 도발, 확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비핵화·평화’ 원칙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북한이 30년 가까이 판을 키워 왔으면 이제 정리할 때가 됐고, 원칙을 갖되 조급하게 빨리 해결하는 걸로는 안 된다. 북한과 직접 통할 수 있는 다양한 우회로도 만들어야 한다. 평창올림픽 개최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같은 기간 열리는 한·미군사합동훈련을 유예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김승훈·윤수경·송수연·이범수·최훈진 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국정원 특수활동비, 감사 시스템 절실하다

    검찰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여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과 자택을 어제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액수와 성격에 차이가 있으나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다른 의원들의 실명까지 나도는 상황인 만큼 수사는 여야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내년 정부 예산안 가운데 국정원이 국방부와 통일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직접 기획하고 조정한 금액이 1905억여원에 이른다는 참여연대발 주장에서부터 검찰의 특활비가 매년 법무부에 건네졌다며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선 한국당 주장까지 얹어진 형국이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경상경비 등으로 사용되는 5000억원가량의 국정원 본예산과 4000억원 남짓 기획재정부 예산으로 편성된 예비비는 그나마 얼개가 드러나 있으나 국정원 활동의 실질적 ‘실탄’이라 할 특활비는 사실상 국정원 외에 19개 정부 각 부처 및 기관의 특활비 속에 은닉돼 있어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지만 이 또한 어림짐작일 뿐이다. 이 특활비는 예산 편성 때 국정원법에 따라 총액만 기재할 뿐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누구도 확인할 수 없음도 물론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도 대부분 이 ‘음지의 예산’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권 때마다 되풀이되는 국정원 특활비 논란은 이제 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 두 갈래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특활비 유용에 대한 사법적 단죄다. 특활비를 사적 용도로 착복한 경우 지위고하나 정파를 불문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 ‘통치자금’이라는 미명 아래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사용된 검은돈의 적폐도 이제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단 지난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의 그릇된 관행도 파헤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정치 보복 논란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갈래는 제도 개선이다. 국정원 예산을 지금처럼 계속 음지에 놔둬서는 안 된다. 안보 차원의 정보 수집 등을 위해 기밀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예산 편성에서는 비공개 원칙을 견지하더라도 사용 내역 결산과 감사는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때맞춰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기조 아래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야당도 논의에 적극 임하기 바란다. 2006년 정보감찰관 신설을 골자로 국정원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마련해 당시 여당에 강도 높게 촉구했던 주인공이 한국당 전신 한나라당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수학, 과학을 포기한 수과포자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수학, 과학을 포기한 수과포자

    수포자, 과포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수학, 과학이 어렵고 골치 아파서 포기한 학생을 의미한다. 실제로 초중등학교 학생 중에 수(과)학을 포기한 학생이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과학기술이 모든 분야 발전의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의 도래와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쓰나미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주역이 돼야 할 우리 청소년인데, 장차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든지 반드시 필요한 기본 중의 기본 역량인 수학, 과학을 포기한 학생이 50% 이상이라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빠른 과학기술 발전이 비단 청소년들에게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어른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소위 디지털 디바이드 또는 첨단기술 디바이드 현상으로 인한 소외 계층이 날로 늘어 가고 있다. 과학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일자리 여건 변동 역시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 등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전에 따라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동시에 새로운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도 생기고 있다. 실직 또는 전직자를 위한 재교육은 물론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이유이다. 몇 해 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메이커 운동 역시 본격화돼야 할 것이다. 청소년은 물론 주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국민 누구나 무한한 상상력을 꿈으로 실현해 볼 수 있는 무한상상실을 비롯한 인프라 확충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의 중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광우병, 유전자변형(GM) 작물, 방사선 조사 식품, 살충제 계란,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사스, 에볼라,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사드, 그리고 최근의 원자력 문제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이슈들에 대해 정확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가짜 뉴스가 춤을 추면서 불필요한 갈등 해소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원격 진료, 자율주행자동차, 유전자 가위, 줄기세포 기술, 핀테크 등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신기술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진입 장벽이 되면서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적기에 꽃피우지 못하고 후발국에 추월당하는 안타까움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처방전이 바로 과학기술문화 창달이다. 그동안 주력해 온 과학기술 개발 노력 못지않게 국민 누구나 과학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꿈꾸고 대중화·생활화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일이 너무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미래 꿈나무들이 수학·과학기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직업 여건 변화에 대응한 전직 또는 재교육, 첨단기술 낙오자 대책, 인프라 확충, 신기술·신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갈등 및 진입 장벽 해소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만큼 과학기술문화 창달 노력이 너무도 시급하고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 정부 등의 노력으로 과학문화 활동이 양적·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 및 관심도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과학기술문화 콘텐츠 개발과 참여, 소통 그리고 관련 교육 기능의 확대는 물론 과학문화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함으로써 청소년은 물론 주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국민 누구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 정부 재정을 중심으로 한 정부 주도 일변도에서 벗어나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같은 과학기술문화 전담 기관을 확충하는 한편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법제도 강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복권기금에만 의존하는 과학기술문화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통한 과학기술문화사업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 꽉 막힌 사회가 낳은 ‘바보 어른’… 벗어날 방법은 혁명?

    꽉 막힌 사회가 낳은 ‘바보 어른’… 벗어날 방법은 혁명?

    바보 어른으로 성장하기/폴 굿맨 지음/한미선 옮김/글항아리/472쪽/2만 1000원 기원전 수메르 시대의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개탄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세대 갈등이 인간의 진화와 무관하게 시기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속됐다는 얘기다. 버릇없고 무례한 건 사실 인간 됨됨이의 문제다. 나이와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버릇없다는 타박은 ‘젊은것’들의 몫인 경우가 많다. 비단 이뿐이랴. 사회적 지위나 기회 확보 등의 측면에서 ‘젊은것’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열세다. 그러다 보니 잠재력을 지닌 청년들이 냉소적이고 체념적인 삶을 사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늘 지적되는 문제다. 새 책 ‘바보 어른으로 성장하기’가 파고드는 것도 바로 이 문제다.문제의 본질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조금씩 형태만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중요한 건 분출되는 불만을 수렴할 창구가 과연 있느냐다. 저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듯하다. “현재의 시스템이 사실상 인간 본성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회 시스템은 문제없이 굴러간다. 하지만 조직 내 인간의 주체성은 상실되거나, 그리되도록 방치된다. 이 와중에 “조직에 포섭되지 못한”, 혹은 “계급이 낮은” 젊은이들이 생기지만 이들의 일탈 시도는 대개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런 현실이 불러오는 결과는 자명하다. 바보(같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 퇴로도 없고 탈출구도 없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하나다. 혁명이다. 저자는 “재차 강조하지만 현대의 실패한 혁명들, 즉 혁명까지 가지 못하거나 타협으로 끝난 혁명이 결국은 젊은이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젊은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완성된 환경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요약하면 혁명적이고 현대적인 전통을 새로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지금 성공한 혁명이 30년 뒤의 다른 세대에게도 똑같은 가치를 갖게 될까. 기원전 수메르 시대부터 현재까지 만큼의 시간이 또다시 흐른다 해도 여전히 청년은 버릇없고 혁명은 부추겨지지 않을까. 책의 무대는 1960년대 미국이다. 당시 사회문제가 21세기에도 모양새만 바꾼 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안타깝다. 진리는 언제, 어디서나 받아들여져야 하고 정착될 때까지 일깨워져야 한다. 한데 시대가 변했고 상황도 변한 만큼 조심해서 읽어야 할 부분도 있는 듯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540년 전 무관 오자치 초상 국가 소유로

    540년 전 무관 오자치 초상 국가 소유로

    조선 성종 7년(1476)에 무관 오자치(吳自治·생몰년 미상)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초상화가 국가 소유가 됐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보물 제1190호인 ‘오자치 초상’을 나주오씨 대종회로부터 기증받았다고 16일 밝혔다.나주오씨 대종회는 대중들에게 초상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 기증을 결정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003년부터 오자치 초상을 대종회로부터 넘겨받아 2003년부터 보관해 오다 2015년 8월부터 2년간 보존 처리를 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무관 공신 초상화로 여겨지는 오자치 초상은 가로 102㎝, 세로 160㎝ 크기의 비단에 그린 채색화다. 배경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등 조선 전기 공신 초상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보물 제502호 장말손 초상, 보물 제1216호 손소 초상과 형태가 비슷해 1476년에 일괄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상화 주인공인 오자치는 본관이 나주인 조선 전기의 무신으로, 세조 때 무과에 급제했다. 세조 13년(1467) 함경도 호족 이시애가 난을 일으키자 공을 세워 적개공신(敵愾功臣)에 책봉된 뒤 병조참판을 지냈고 나성군(城君)에도 봉해졌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주민들과 대학생 함께 만드는 사당4동 ‘도시재생 보물지도’

    주민들과 대학생 함께 만드는 사당4동 ‘도시재생 보물지도’

    서울 동작구는 지역주민을 비롯해 대학생들과 함께 ‘사당4동 도시재생희망지 사업’을 위한 마을조사를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도시재생사업은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마을의 기존 모습을 유지하면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사당4동은 지난 6월 서울시 ‘도시재생 희망지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희망지 사업은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되기 전 준비단계이다. 서울시는 내년 3월 이 같은 10개 희망지 사업 지역 중에서 5곳을 도시재생지역으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동작구는 서울시로부터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내년 도시재생지역으로 최종 선정되기 위해 주민 주도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진행되는 이번 조사는 ‘사당4동 보물찾기’란 주제로 4동 도시재생사업 주민추진체인 ‘까치둥지’ 소속 주민을 비롯해 중앙대 도시시스템 공학과 학생 50여명이 참여한다. 지난 8월 진행된 ‘지역주민 희망지 간담회’ 자리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마을조사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주민들은 지역에 오래 거주한 탓에 주변환경에 익숙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지역대학생의 참신한 시선으로 마을을 바라보자는 취지로 대학생과 함께하는 동행조사를 기획했다. ‘사당4동 보물찾기’는 사당4동 22개통을 2개 권역 11개 블록으로 나누어 주민 2명과 중앙대생 2명을 매칭해 블록별로 진행된다. 구는 해당 블록 탐방을 기초로 마을 현황, 유휴지, 개선사항 등을 담은 마을 보물지도를 완성해 지역과제를 공론화할 생각이다. 보물찾기 팀은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도시재생의 콘텐츠를 선정하는 마을의 대표들이다. 때문에 ‘사당4동 보물찾기’는 주민이 주도해 도시재생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구 측은 설명했다. 박범진 도시전략사업과장은 “마을조사를 통해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 현황을 폭넓게 공유해 마을 특성에 맞는 의제를 선정할 것”이라며 “사당4동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시론] ‘고향사랑 기부제’ 성공하려면/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시론] ‘고향사랑 기부제’ 성공하려면/육동한 강원연구원장

    내 고향은 강원도 춘천이다. 여기서 20년 가까이 가족, 친구와 함께 지냈다. 이제는 서울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그래도 고향을 생각하면 늘 마음 한켠이 아련해진다. 이는 비단 나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학업이나 직장 등을 이유로 대도시로 이주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고향은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춘천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다른 지역은 생존의 위기를 걱정해야 할 만큼 열악한 형편에 처해 있는 곳도 많다. 지역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개인이 지방자치단체에 원하는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고향사랑 기부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부터 지자체 재정위기 극복 방안으로 논의됐다. 강원연구원도 이 제도를 공론화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문 대통령은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을 다시 한번 천명했고, 국회도 10건의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일본에서는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도’라는 이름으로 같은 취지의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준 기부 건수가 1271만건이고 기부액은 약 2조 8440억원이다. 도입 당시 실적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5배나 늘었다. 특히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와 나가사키현 히라도시 등 농어촌 소도시에 큰 도움을 줘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향납세제도로 거둬들인 재원은 지역 교육과 인재 육성, 마을 만들기, 시민활동, 산업진흥 등에 쓰인다. 지역 공동화를 막고 특산물 판로도 개척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진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는 지방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보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같은 제도라도 그 나라 역사와 문화, 법체계 등 사회적 환경 차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도 일본처럼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제도 도입 단계에서부터 몇 가지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첫째, 지자체 기부금 모금이 준조세나 강제모집 등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기부금품에 대한 기본법인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나 지자체의 기부금품 모금 접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는 암묵적 기부 강요를 우려해서다. 관할 지역 주민의 기부를 제한하거나 모금 방법을 제한하는 등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답례품 제공을 허용하더라도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일으키지 않게 해야 한다. 답례품 제공을 지자체 자율에 맡겼던 일본에서는 답례품 관련 비용이 총기부금액의 40%에 달한다. 일부 지자체는 상품권과 태블릿PC 등 기부금액의 70~80%에 달하는 답례품을 줘 문제가 됐다. 따라서 답례품 가격 상한을 정하고 지역 특산품이나 지역 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 등을 제공하도록 유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기부금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고향납세액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지자체가 59%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기부금 사적 유용이 사회적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투명성 확보는 제도의 성공을 위한 선결 과제다. 선의로 기부한 돈이 제대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을 잘 헤아려 기부금 사용처를 주민 복리 증진 등에 한정하고 기부금 총액과 사용처를 반드시 공표하게 하는 등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활력을 잃어 가는 지역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지방분권 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이 제도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법이 제정되면 우리 모두는 고향을 사랑하는 방법을 하나 더 갖게 된다. 이 법이 하루빨리 시행돼 따뜻한 고향에 대한 마음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 “간호사는 하인인가요?” 청와대 청원 글 등장…처우 개선 호소

    “간호사는 하인인가요?” 청와대 청원 글 등장…처우 개선 호소

    한림대 성심병원이 매년 재단 행사 때 간호사들로 하여금 선정적인 춤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이 신규 채용된 간호사들의 첫 달 월급을 10년 가까이 30만원대만 지급한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렇게 간호사를 상대로 한 병원의 비인격적·비인간적 대우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간호사들과 각 대학 간호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곯은 상처가 이제야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결국 병원의 갖가지 ‘갑질’에 시달려온 간호사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청원 글이 지난 1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간호사, 의료인인가요? 하인인가요? 전국 간호사 처우개선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린 글쓴이는 자신을 간호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간호학생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일들을 계기로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설명했다. 만연한 초과근무 글쓴이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인력 부족 탓에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과근무를 해도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는)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더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의례적”이라고 토로했다. 불편하고 비능률적인 근무 복장 글쓴이는 또 간호사의 경우 병원에서 일을 하다보면 환자들의 피가 튀기도 하고, 소변이 튀기도 하기 때문에 흰색으로 된 근무복은 간호사의 근무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업무 특성상 많이 걷고 오래 서 있어야 하는데 간호복은 허리가 들어가 있고 신축성이 없을 뿐더러 통풍도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간호화도 딱딱하고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심할 경우 족저근막염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간호사는 병원의 얼굴로서 규정화된 옷과 규정화된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서비스직 종사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면서 “간호사의 근무복을 신축성이 있고 통풍도 잘 되는 어두운 색의 옷으로, 신발 또한 운동화처렴 편한 신발로 개선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의료법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와 함께 간호사를 ‘의료인’으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태움’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태움’이란 말이 쓰이고 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라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이유 없이 후배 간호사의 말, 행동 등을 트집잡아 신체적·정신적·언어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의미한다. 글쓴이는 “인사 안 받아주기, 뒷담화, 음식을 먹을 때 신규만 빼고 먹기, 외모 지적 등 태움의 종류는 다양하며, 이는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면서 “이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사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간호사 장기자랑 동원은 이 업계 관행” 글쓴이는 “이번 청원이 나오게 된 가장 큰 계기이자 시발점”으로 ‘간호사 장기자랑 동원’ 문제를 언급했다. 신규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장기자랑은 비단 성심병원만의 일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병원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관행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저희는 4년을 간호대학에서 공부하고, 간호사 국가고시를 통과한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또는 있을 의료인입니다. 4년 동안 교수들에게 환자를 위한 간호, 환자를 위하는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배워오며 마음 속에 작은 간호철학과 직업윤리 의식을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서 누구를 위한 혹은 왜 간호사라는 직업과 관련이 없는 행위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청원 글 말미에 있는 글쓴이의 호소문이다. 13일 현재까지 1만 1160여명의 시민들이 이 청원 글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트럼프 사위, 中 짝퉁시장서 딸 아라벨라 선물 쇼핑

    트럼프 사위, 中 짝퉁시장서 딸 아라벨라 선물 쇼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동행했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특별보좌관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딸 아라벨라의 선물을 사는 모습이 중국 누리꾼들에게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11일 북경청년보 등에 따르면 쿠슈너는 지난 10일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짝퉁시장’으로 유명한 슈수이제에 들러 아라벨라에게 줄 장난감 등을 샀다. 중국 네티즌들은 쿠슈너가 세심히 선물을 고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웨이보에 공유하며 “다정한 아빠”라는 칭찬을 쏟아냈다. 쿠슈너는 이날 슈수이제 3층에 있는 완구 매장에 들러 장난감 여러 개를 구매한 뒤 매장 주인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은 아라벨라가 중국 가요 ‘우리들의 들판’을 부르고, 송나라 때 어린이용 중국어 학습 교재인 삼자경과 한시를 외우는 동영상이 여러 차례 언론에 공개되면서 쿠슈너 가족에 대한 호감이 높다. 아라벨라는 이미 중국에서 ‘인터넷 스타’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쿠슈너가 선물을 산 슈수이제는 세계 명품의 짝퉁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몇 년 전 리모델링을 마치고, 중국 비단 등을 앞세워 ‘짝퉁시장’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 등 중국을 방문한 세계 인사들이 슈수이제를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슈수이제는 미국 방문단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베이징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어 쿠슈너와 일부 방문단이 쇼핑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부 네티즌은 쿠슈너가 짝퉁으로 유명한 슈수이제에서 쇼핑을 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웨이보의 한 네티즌은 “쿠슈너가 쇼핑하는 매장에 스파이더맨 장난감이 있던데 짝퉁이 아니기를 바란다. 귀여운 아라벨라가 선물을 받고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도 “매장에 쌓여 있는 짝퉁 장난감이 신경 쓰인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걱정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77만㎞ 돌고돌아 아이폰 내 손에 왔다

    77만㎞ 돌고돌아 아이폰 내 손에 왔다

    배송 추적/에드워드 흄스 지음/김태훈 옮김/사회평론/420쪽/1만 6000원클릭 몇 번이면 머나먼 이국에서 우리 집 현관 앞까지 원하는 물건이 당도하는 시대다. 택배 기사 아저씨의 발걸음은 반기면서도, 어디서든 주문만 하면 물건이 눈앞에 놓이는 이 ‘당연한 현상’에 놀란 적은 없다. 매일 아침 스마트폰이 출근시간을 알리는 알람을 울리기까지, 카페에 들러 습관처럼 사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동이 이뤄졌는지 곱씹어 보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이 ‘도어투도어’의 세계는 ‘배송은 그저 물건을 옮기는 단순한 과정’이라는 당신의 생각을 배반한다. 매일 수억 개의 물건이 항공기, 선박, 자동차로 이동되는 과정은 하루 만에 피라미드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짓는 것만큼 거대하고 경이로운 과정을 품고 있다.아이폰이 대표적이다. 아이폰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부품들의 이동 거리를 합치면 지구에서 38만 6000㎞ 떨어진 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거리와 맞먹는다. 아이폰은 세계 3개 대륙과 2개의 섬나라에 있는 최고 20여개의 공급 업체에서 ‘사방치기식 세계여행’을 하며 부품을 수혈받는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아이폰 홈버튼의 여정만 봐도 현란하다. 홈버튼은 초강성 투명 인조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버튼 커버로 가공하는 중국 후난성 창사의 렌즈테크놀로지에서 첫발을 뗀다. 미사일이나 고급 시계에 주로 쓰이는 합성 사파이어로 만든 커버는 창사에서 890㎞ 떨어진 장쑤의 한 공장에서 가져온 금속 테두리와 결합한 뒤 1600㎞ 떨어진 대만 가오슝의 반도체 조립·검사 공장으로 이동한다. 이런 식으로 홈버튼 부품들을 조립지까지 옮기는 데만 1만 9300㎞의 여정이 소요된다.거리가 멀수록 비용도 위험도 늘어났던 과거를 생각하면 ‘불합리’의 총체로 보이는 과정이다. 후추, 카카오, 원두, 보석, 비단 등 진귀한 상품만 국제 교역으로 오갔던 때를 생각하면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복잡한 운송 방식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려는 전략의 하나다. 저자는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1998년 팀 쿡을 데려와 CEO 자리까지 물려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짚는다. 쿡의 물류 관리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월 단위가 아닌 일 단위의 재고 처리가 목표인 쿡은 판매 며칠 전에 부품과 완제품을 외부에서 조달받는 ‘적시’ 제조 전략을 펴며 재고 걱정을 부품 업체로 간단히 넘겼다. 커피, 토스터, 스니커스, 시리얼 등 오늘날 대부분의 소비재가 이런 방식을 뒤따랐다. 결국 지금의 아이폰과 갖가지 소비재들을 가능하게 한 진정한 돌파구는 운송에서 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대배송의 시대’인 현재에 대한 찬가가 아니다. 도어투도어 체계는 풍요로운 소비자 경제를 창조했지만 이젠 근본적으로 세상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지난 40년에 걸친 세계화와 외주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대기 오염과 지구 온난화 문제,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며 소비자들은 편리해졌지만 전체 물류 체계에서 초래되는 광범위한 비효율, 자동차 중심의 문화 때문에 빚어지는 인명 사고의 폐해와 오염 문제 등은 익숙하지만 ‘현재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절실한 신호다. 더 많은 이동거리와 에너지를 들여 제품을 옮기는 것은 더이상 ‘이기는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결책은 물론 정부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구글 등 대기업들이 나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에 따라 환경, 보건, 생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면제해 주는 보조금을 없애 에너지 기업, 자동차 제조사, 소비자에게 일정 부담을 지우는 게 대표적이다. 화석연료업계는 패자가 되겠지만 재생에너지, 전기차, 자율주행차, 전력 인프라 부문에서는 거대한 승자들이 나와 수천만개의 일자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일상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는 개인들에게 달려 있다. 짧은 거리면 도보나 자전거로, 먼 거리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을 이용하는 것,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새 제품 대신 중고품, 일회용품보다 재활용품을 고르는 선택 등이다. 천국이냐 지옥이냐의 갈림길을 정하는 건 이 사소한 선택이라고 저자는 고언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람보르기니 쇼·최고급 카페… 캠퍼스야 쇼핑몰이야?

    [특파원 생생 리포트] 람보르기니 쇼·최고급 카페… 캠퍼스야 쇼핑몰이야?

    강의동까지 의상실·베이커리 들어서 패스트푸드에 부동산 회사까지 입주 “캠퍼스의 낭만 사라져 아쉽다” 토로지난 9월 베이징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시작한 유학생 문모(26·여)씨는 요즘 캠퍼스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이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2년 동안 한국에 있다가 다시 찾은 캠퍼스가 낯설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강의동 건물마다 카페와 베이커리는 물론 고급 의상실까지 생겼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학생회관에 주로 모여 있던 식당과 상점이 강의동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최고급 인테리어로 치장한 카페와 식당의 음식값은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졌다. 예전에는 학생증카드 하나만 있으면 모든 편의시설 이용이 가능했지만, 새로 입주한 상업시설 중에는 학생증카드를 쓸 수 없는 곳이 많다. 문씨는 “학교가 쇼핑몰로 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의동 한쪽에 자리잡았던 책방도 모두 사라졌다. 도서관 옆에서 수십년 동안 자전거 수리를 해 주던 아저씨도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빌딩이 리모델링된 이후 임대료가 10배 이상 올라 영세한 책방이나 자전거 수리점이 더는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씨는 “예전에는 10위안(약 1700원)이면 점심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이 30위안이나 된다”면서 “명품점도 많이 입주해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홈페이지 학생 게시판에도 학교의 상업화에 대한 토론이 끊이지 않는다. 한 학생은 “중앙도서관의 자전거 아저씨가 쫓겨났고, ‘민주과학관’의 상징이었던 은행나무 숲도 사라졌으며, 여자 기숙사를 지켜주던 고양이들도 자취를 감췄다”면서 “이게 과연 ‘고품격 캠퍼스’인가”라고 비판했다. “지저분한 건물을 새로 단장하고 편의시설이 많아져 좋다”는 학생도 있지만, 고학년생들은 대부분 사라져 가는 캠퍼스의 낭만을 아쉬워하고 있다. 대학의 상업화는 비단 베이징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베이징대 옆에 있는 칭화대는 최근 신축한 건물 이름을 호주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진스웨스트’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진스웨스트가 도대체 학교에 얼마를 줬기에 건물 이름까지 팔아 먹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지난 9월 지린대 운동장에서는 모터쇼가 열려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시 업체는 여학생들을 모터쇼 모델로 고용했다. 중국 언론들은 “학문을 추구해야 할 대학이 허영심만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안대 안에 입주한 부동산 회사는 대학 캠퍼스를 부동산 광고로 도배하기도 했다. 화중과기대에는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입주한 거대한 상가 건물이 세워졌다. 베이징 유력지 신경보는 “대학 교재에는 이미 다양한 광고가 붙기 시작했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할부금융이 캠퍼스에서 번창하고 있다”면서 “상업화의 기세 속에 ‘지성의 전당’이란 구호는 옛말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30분 만에 잡은 박쥐 포기한 거대 비단뱀, 왜?

    30분 만에 잡은 박쥐 포기한 거대 비단뱀, 왜?

    거대 비단뱀과 박쥐의 대결을 담은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의 한 도롯가 나무에서 포착된 비단뱀과 박쥐의 대결 영상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레드랜드 스네이크 캐처(Redland‘s Snake Catcher) 토니 모리슨(Tony Morrison)이 촬영한 영상에는 거대한 비단뱀이 나무에 매달려 박쥐의 몸을 감은 채 애를 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뱀은 먹잇감을 얻기 위해 무려 30분 동안 박쥐와 사투를 벌였다. 박쥐는 숨통이 조여 죽음을 맞이했으며 뱀은 박쥐를 삼키려 했지만 날카로운 발톱과 뾰족한 날개 대문에 어렵게 잡은 박쥐를 먹을 수 없었다. 결국 뱀은 먹잇감을 포기하고 땅에 떨어트렸다.모리슨은 “우리는 아이들의 등교 길에 뱀이 있어 안전한 숲 속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사진·영상= Redland’s Snake Catcher Facebook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대법원 사법제도 개혁 속도? 실무준비단 구성

    대법원 사법제도 개혁 속도? 실무준비단 구성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 카드를 꺼내 든 김명수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이 사법제도 개혁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과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추천하는 법관들로 구성된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실무준비단’의 구성을 마쳤다고 6일 밝혔다. 실무준비단은 우선 논의해야 할 사법개혁 과제를 정하고, 과제별로 최적의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 단장 1명과 판사회의 추천인사 5명, 법원행정처 소속 5명 등 11인으로 구성됐다. 단장은 김창보(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맡게 된다. 판사회의 추천 5명은 서경환(21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한일(28기)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김예영(30기)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 김용희(34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판사, 차주희(35기) 수원지방법원 판사 등이다. 법원행정처 소속은 최영락(27기) 기획총괄심의관, 김형배(29기) 사법정책총괄심의관, 정재헌(29기) 전산정보관리국장, 이미선(34기) 사법지원심의관, 김영기(35기) 사법정책심의관 등이다. 실무준비단은 이달 13일 첫 모임을 갖고, 내년 2월 법원 정기인사 전까지는 구체적인 사법개혁 윤곽을 만들 계획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5대 사법제도 개혁과제로 ?법관의 내·외부로부터의 확고한 독립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한 인적·제도적 여건 마련 ?전관예우 근절을 통한 국민의 사법신뢰 제고 ?상고심 제도의 개선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 실현 등을 제시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트럼프, 일본서 잉어밥 상자째로 뿌렸다가 온라인서 비난 쇄도···사실은

    트럼프, 일본서 잉어밥 상자째로 뿌렸다가 온라인서 비난 쇄도···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아시아 5개국 순방 일정의 첫 번째 방문국인 일본에서 연못에 상자째로 잉어밥을 뿌렸다가 온라인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이날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비단잉어의 일종인 일본 ‘코이 잉어’가 많이 사는 연못에 들렀다. 아베 총리는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사료를 떠서 잉어들에게 뿌려줬다. 트럼프 대통령도 처음에는 숟가락을 들었다가 이내 인내심을 잃은 듯 사료가 든 나무 상자를 거꾸로 들고 한꺼번에 잉어밥을 연못에 털어넣었다고 AFP는 전했다.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잉어밥 주기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다.이 장면이 사진으로 공개되면서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다수의 물고기 애호가는 물고기가 한꺼번에 많은 양의 먹이를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고, 한 트위터 사용자는 “트럼프는 물고기조차 제대로 먹이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찍은 방송사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료를 상자째로 뿌리기 전에 아베 총리가 먼저 남은 사료를 통째로 연못에 뿌렸다. 이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따라 사료를 상자째 뿌린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박근혜 출당과 보수 야당의 새 길

    자유한국당이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다.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보수 혁신을 내세운 한국당이 쇄신의 길로 나가는 상징적인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나 지리멸렬했다. 보수 적통을 자임하는 한국당은 말로는 환골탈태하겠다면서도 정작 달라진 모습은 보여 주지 못했다. 국정 농단에 절대적 책임이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스스로 책임을 지기는커녕 서로 삿대질하기에 바빴다. 상처 입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위로하고, 훼손된 자존심을 바로 세울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도 찾기 어렵다.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논의도 혁신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보수 통합이라기보다 각자의 이해타산에 기반한 정치공학적 셈법의 의도가 더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는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율이다. 의석이 107석이나 되는, 겉만 거대 야당인 셈이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20년간 이어 온 박 전 대통령과 마침내 결별한 한국당은 이제 보수 야당의 새로운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할 책무가 있다.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념의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든 보수든 마찬가지다.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하고 질책해 가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한국당은 당장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제1 야당에 걸맞은 지지를 얻어 당을 회생시키는 길은 끊임없는 혁신밖에 없다. 인적, 조직 쇄신을 멈춰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그 출발점이다. 인적 쇄신은 비단 친박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변신의 노력이 없는 기득권 세력은 가려내고, 건전한 보수 가치관을 지닌 젊은 인재들을 영입해 당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할 것이다. 종북 타령과 같은 낡은 이념과 노선으로 투쟁하기보다 안보와 민생 분야를 중심으로 국정 운영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정책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되살리고 명실상부한 정통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의 경박한 언행과 처신도 고쳐 나가지 않으면 지지율 회복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홍 대표의 막말과 거침없는 행보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특유의 방편이자 정치적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상당수의 보수 지지층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면 문제가 있다. 국민은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책임 있는 보수 정치인의 면모를 더 보고 싶어 한다. 한국당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두 번이나 보이콧에 나섰다가 빈손으로 복귀하는 굴욕을 맛봤다. 면밀한 전략 없이 이전 관습대로 구태의연하게 대응한 결과다. 국감에서도 변변한 정책 대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들러리 신세가 됐다. 막무가내로 반대만 한다고 알아 줄 국민은 없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공감을 얻는다.
  • [유대근 기자의 평범한 교육] ‘혁신고교’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

    모든 피감기관장에게 국정감사장은 ‘가시방석’이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국감에서 특히 곤욕을 치른 기관장이다. 중심에는 ‘혁신학교’ 문제가 있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교육부 자료를 근거로 “혁신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의 3배 가까이 높았다”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국감일 직전인 지난달 18일 혁신학교 교사들이 쓴 보고서를 짜깁기해 “혁신고의 성적 향상 정도가 자율고보다 높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지만 신뢰도가 떨어지는 연구 결과로 확인돼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사실 조 교육감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하다. 혁신학교는 획일화된 수업 내용과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소질을 키워 주는 ‘혁신교육’을 하려는 취지로 만든 학교다. 그런데 기존 잣대로 교육 효과를 재단하면 당연히 나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조 교육감도 국감장에서 “학생 소질과 소양 향상을 위해 도입한 혁신학교의 교육 효과를 학력이라는 과거 기준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혁신학교는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교육실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기초학력 평가를 근거로 혁신학교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려다 비판받은 뒤여서 그의 말은 변명처럼만 들렸다. 결국 공방 초기에 ‘프레임’(사안을 보는 틀) 싸움에서 스텝이 꼬이며 비판을 자초한 셈이 됐다. 국감 때 나온 혁신학교 공방은 비단 조 교육감만 곱씹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다.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이기 때문이다. 공약을 실현하려면 “혁신학교를 보내는 것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지 않다”는 비판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반대 논리를 설득할 구체적인 논거가 보이지 않는다. 교사들에게 재량권을 줘 학교를 살릴 혁신교육을 하겠다는 취지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상만 좇아 입시 때 불확실성이 큰 학교에 보낼 간 큰 학부모나 학생은 많지 않다. 입시와 무관한 혁신초교는 학군 내 집값을 높일 만큼 인기가 좋지만 혁신고교는 영 인기가 없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과대 포장하거나 반대로 평가절하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교육 효과를 있는 그대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2009년 당시 경기도교육감이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처음 도입한 이후 전국에 생긴 혁신학교는 1170여곳에 달한다. 성과를 측정해 볼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또 대입 전형 개혁 등 입시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혁신학교에 가라’고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있다. ‘입시 혁신 없이 혁신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국민 다수가 경험칙으로 아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dynaimc@seoul.co.kr
  • [사설] 막 오른 예산 국회, 시장 활성화에 역점 둬야

    국회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필두로 본격적인 내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올해보다 7.1% 늘어난 총 429조원 규모로 책정된 정부의 새해 예산안은 막대한 규모만큼이나 논란의 소지를 지닌 항목이 적지 않아 여야의 가파른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방향을 담은 첫 예산안으로, 지난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여야의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새해 예산안 심의를 요청하는 국회 연설을 통해 ‘사람 중심 경제’를 예산 편성의 기본 틀로 소개했다. “갈수록 커지는 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바꾸기 위해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는 예산 기조는 비단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부터도 줄곧 이어져 온 흐름이며, 재정적 여력이 뒷받침되는 한 앞으로도 더욱 확충해 나가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고 할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경우 이미 남미의 다수 국가가 실패를 경험한 정책 기조라는 비판도 있으나 최소한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하는 사회적 당위를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요소도 적지 않게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국회가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대목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이다. 정부는 내년 3만명을 시작으로 5년간 공무원 17만 4000명을 증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예산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증원 공무원에 투입될 인건비와 연금은 무려 374조원이다. 올해 정부 예산 400조 50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금액으로 죄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다 후대에 내밀 미래의 세금 청구서인 셈이다. 역대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공무원 증원에 신중을 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더더욱 이 같은 공무원 증원이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과 직접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칫 세금 퍼붓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다양성과 창의성으로 무장해야 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청년세대로 하여금 앞다퉈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사회적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짚어 봐야 한다. 퍼주기 예산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예산의 생산성, 부가가치를 한층 높이는 쪽으로 예산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하나는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 시장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확충하는 일이다. 지난 1년간 23만 5100명의 일자리를 늘린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 미국인들의 세금이 투입됐다는 얘기는 없다. 공무원을 늘리고, 늘어난 공무원 수만큼 규제도 늘어나는 구조에선 ‘아마존의 기적’은 불가능하다.
  • [세종로의 아침] 개헌과 ‘행정수도’ 세종시의 운명/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개헌과 ‘행정수도’ 세종시의 운명/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국정감사 시즌이 끝나는가 싶더니 곧바로 예산 국회가 이어진다.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교통편은 연일 중앙 부처 공무원들로 붐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국감이나 예산 시즌이면 더더욱 세종청사에서 고위직 공무원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 회의 중’, ‘서울로 가는 중’이라는 답신이 오기 일쑤다. 세종으로 이사온 한 국장급 공무원은 서울 출장 일정이 늦어지면 도심 숙박업소를 전전해야 하고 모 장관급 인사는 정부가 지원한 세종 지역 아파트에 머무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서울 일이 바쁘다. 누구를 탓할 일도 그럴 분위기도 아니다. ‘과도기’ 세종의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여겨진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관계자는 “20~30년은 가야 제대로 자리잡지 않겠느냐”며 아예 멀찍이 내다본다. 하지만 세종특별자치시는 마음도 행보도 급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시선이 가 있다. ‘행정수도 세종, 개헌으로 완성.’ 두어 달 전부터 세종시 안팎의 주요 도로와 정부청사 인근 곳곳에 이런 문구를 적은 펼침막이 거의 100m 간격으로 매달려 있다. 이번 개헌 과정에서 세종시를 원래 목표대로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로 완성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펴고 있는 셈이다. 세종시의 논리는 현행 시스템의 고비용과 비효율에서 출발한다. 2012년 9월 국무조정실을 시작으로 중앙행정기관 1단계 이전이 이뤄진 이후 5년이 흘렀다. 그동안 세종 공무원의 출장비만 하루 평균 7700만원, 연간 200억원에 이르고 이를 포함해 행정과 사회의 비효율 비용이 적게는 연간 2조 8000억원에서 많게는 4조 88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세종시는 주장한다. 행정수도의 미완성으로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으니 관습헌법 논란을 넘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 세종시의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헌법 조문에 수도(서울특별시)와 행정수도(세종시)를 함께 규정하는 방안, 행정수도만 규정하는 방안, 수도와 행정수도를 함께 규정하되 행정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위임하는 방안 등을 내놓고 있다. 비단 세종시의 지적이 아니라도 ‘몸 따로, 마음 따로’ 움직이는 세종청사의 어정쩡한 상황은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말뿐이 아닌 실제로서의 지방분권’, ‘국토의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 완화’…. 이런 거창한 담론은 담론에 그칠 뿐 세종 공무원들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난제나 다름없다. 공무원 통근열차 같은 서울행 KTX 안에서, 국회 의원회관과 소관 상임위 복도에서, 여의도 임시 숙소에서, 새벽별과 함께 공무원 버스 안에서 세종 공무원들은 하루하루 지쳐 간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 개편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동상이몽으로 쉽지 않은 여정을 밟을 전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업무에 전념하고 세종시가 지방분권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인색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정 운영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이미 터가 마련돼 있는 국회 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의 세종시 설치를 적극 추진할 만하다. ckpark@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고갯길이 인생길이다

    [정찬주의 산중일기] 고갯길이 인생길이다

    나는 하루에 차를 몇십 잔씩 마신다. 손님과 날씨에 따라 발효차, 녹차, 보이차 등 차 종류는 달라진다. 햇살이 쨍한 날은 녹차, 손님이 초보자일 때는 발효차, 날씨가 쌀쌀해지면 보이차를 마시는 것이다. 최근에 북인도 라다크를 다녀왔는데 고산병의 후유증을 차와 물로 다스리고 있다. 라(La)는 고개, 다크(dakh)는 땅이라고 한다. 라다크라는 단어가 왠지 인생길과 동의어 같다.며칠간 비실거리다가 이제야 겨우 일어나 산책하고 있다. 나의 산책 코스는 새로 생긴 저수지 백자쌍봉제 둘레길이다. 쌍봉제 앞에 백자란 말이 붙은 까닭은 이렇다. 저수지가 조성되면서 수몰되는 터에 17세기 초 무렵의 백자가마터가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 전문위원들은 남한의 민요(民窯)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을 거라고 추정했다. 우연이란 없다고 하지만 안사람도 백자를 만들고 있으므로 17세기 초에 살았던 도공들의 혼을 생각하며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며칠 동안 산책하지 못했는데 추수가 끝난 산중 다랑이논들이 어느새 텅 비어 있다. 벼들이 누렇게 익은 다랑이논들의 아름다움을 더 감상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무위자연의 황금계단을 보는 듯 스스로 행복해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개 숙인 벼들의 향기는 코를 자극하는 꽃향기와 달리 은근한 마력이 있었다. 나는 향기로울 향(香)자가 벼 화(禾)자에 날 일(日)자의 조합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탄성을 질렀다. 가을 햇살에 익어 가는 벼들의 향기야말로 1년 농사를 지은 농부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제는 산자락에 붉고 노란 단풍이 번지고 있다. 노란 단풍은 새들이 좋아하는 팽나무이고 유난히 붉은 비단 같은 단풍은 산벚나무다. 벼를 베어 낸 다랑이논들의 모습이 다소 쓸쓸하지만 산벚나무 단풍이라도 볼 수 있으니 산책을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늙은 환자처럼 천천히 걷고 있는 중이다. 고산병 예방약을 복용하고 라다크의 고갯길을 올랐지만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는 셈이다. 어떤 이는 한두 달 시달렸다고 하니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다행히 차와 물을 자주 마심으로써 후유증은 많이 완화돼 이렇게 산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라다크의 중심 도시 해발 3520m의 레(Leh)에 도착했을 때 물을 10분 간격으로 홀짝홀짝 마셨는데 몹시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산소가 희박한 땅이어서 일행 중에 네 명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모두 저혈압으로 고생해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고혈압 환자였기 때문인지 그런대로 견뎠다. 물론 목욕하지 말 것, 식사는 적게 할 것, 보행은 천천히 할 것 등등의 수칙을 지키면서 그랬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긴장을 했다. ‘정찬주 작가와 함께하는 북인도 하늘길 탐방’이라는 플래카드가 무색해질 것 같아서였다. 사실 나도 둘째 날 밤에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겨우 참아 냈다. 내가 쓰러지면 일행의 분위기는 바로 가라앉고 일정이 불가피하게 조정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강력하게 원했던 판공초로 향했다. 판공초는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부딪칠 때 히말라야 산맥과 함께 솟구쳐 오른 해발 4350m에 있는 길이가 154㎞나 되는 거대한 소금 호수였다. 나는 부탄에 갔을 때 해발 3120m 절벽의 탁상사원을 올라가 본 적이 있었으므로 자신했다. 그러나 나의 자신감은 곧 허물어지고 말았다. 판공초를 가려면 해발 5360m인 창라를 넘어야 했는데 만년설이 쌓인 그곳을 지나가면서 몸과 의식이 분리되는 듯했다. 갑자기 두통과 멀미 증세가 나타났다. 가지고 간 비상약을 이것저것 먹으면서 겨우 버텼다. 그러나 하늘 호수 판공초가 눈앞에 나타나자 나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엎드려 오체투지라도 하고 싶었다. 신성(神聖) 그 자체라고나 할까. 고개가 숙여지고 내가 얼마나 가벼운 실존인지 겸손이 절로 생겨났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내 몸이 용광로 속을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이다. 몸속의 잡철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데 실제로 고질병이었던 찬 새벽 공기에 반응하는 비염이 라다크의 고갯길에 놀랐는지 현재까지는 사라져 버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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