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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굄돌] 부엌이 천국인줄 아는 엄마

    검정이나 짙은 곤색의 세일러복 정장 차림에 멋쟁이 모자,가끔 기분 나면 큼직한 귀거리가 100m 바깥에서도 눈에 띄는 복장의 우리 어머니 가슴에 이따금 훈장 배지가 걸릴 때면 그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엄마는 생전 새 옷을 사시는 일도 드물고 남들처럼 느긋하게 마사지 한 번 제대로 받지도 않으시는데 몇 십 년동안 고수해온 바로 그옷차림으로 그간 적지 않게 오해를 사고 계시다. 너무 화려해 보인다는 이유로 집안에서는 손 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실 분이라는 거다.그러니 정작 평생을 세탁기 한 번 돌리지않고 새벽 4시 기상,물빨래와 다림질에 동트는 줄 모르고 아침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가 수 십 년째라면 다들 믿기지 않아 하는 얼굴이다.날씨가 많이 덥지만 않다면 부엌에서는 엄마의 콧노래가 들려오는날이 많다. 예전에 활동하던 동아리의 한 선배님이 “여자는 부엌을 천국으로알아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당시 나는 발끈하면서 “아니 그럼 여자가 부엌에서 헤어나선 안된다는 건가요?”라고 반문했었는데 그 선배가 한심하다는 얼굴로하는 말이 “그건 네가 몰라서 얕은 생각으로 하는 말이다.언젠가 내 말 뜻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거였다.알듯 말듯한 그의 말이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계속 일을 하면서 틈 날적마다 떠오르곤 한다.비닐 랩으로 반찬 그릇을 고이 고이반듯하게 싸서 냉장고에 넣으시던 시어머니의 손길을 보며 순간 마치 예술가의 손놀림인 듯 경탄해 마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곤 하던 나는 이제와서 내가 부엌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새삼 가슴이답답해져 온다. 난 나의 어머니를 보면서도 “여자가 부엌을 천국으로 알아야 한다”던 그 말이 정말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정말 부엌을 종일토록 벗어날래야 벗어나지 못하는 속박의 굴레라고 여기고 나 하나면 굶고 말겠지만 다른 식구들을 위해 일상으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는 삶보다는 부엌도 나의 세계의 중요한 일부로 여기고 그 안에 있을 때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고기쁜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밥을 푸는 나의 모습은 진정 여유가 있는 삶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으리라. 그 선배의 말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부엌이 다가 아닌나의 세계는 오로지 내가 하기 나름으로 개척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다.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인데 부엌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새록 새록 들 정도가 되면 나의 생활은 진정한 여유를 찾은 것이리라. 이보영 교육방송 영어강사
  • 집중호우..6명 사망.실종

    23일 밤부터 사흘째 내린 집중 호우로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실종되는 등 전국에서 인명 피해와 농경지 및 가옥 침수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비는 28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인명 피해] 25일 오후 1시15분쯤 전남 순천시 승주읍 도정리 응선마을 앞 하천을 건너던 이순달씨(79·여·경남 마산시 회포구)가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 숨졌다. 이날 낮 12시 40분쯤 대전시 동구 대동 대동천 인근에서 공공근로작업을 하던 인부 임신택씨(45·동구 소제동)가 물에 들어갔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24일 오후 1시쯤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리 성주천에서 하교하던 박윤희양(10·성주초등 3년)이 개울을 건너다 실종됐다. 24일 오후 1시40분쯤에는 충남 청양군 장평면 죽림리 죽림1교에서통신설비 작업을 마치고 다리를 건너던 한국전파기지국 소속 1t화물차(운전사 이재만·44·천안시 입장면 유리 444의 6)가 불어난 물에휩쓸려 운전자 이씨와 함께 타고있던 정윤복씨(52·충북 영동군 황간면 서송원리 402) 등 2명이 실종됐다. [농경지 및 가옥 침수] 대풍년이 예상되던 가운데 찾아온 호우로 농작물 관리 및 수방대책에 비상이 걸렸다.전남 동부지역에는 25일 시간당 10∼20㎜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순천시 도사동 옥천뜰 농경지 10㏊가 침수됐다. 또 이날 오전 인천시 남동구 만수2동 만수배수지 옆 야산 96㎥가 무너져 내렸고 부평구 일신동 비닐하우스 8채가 물에 잠겼다. 연수구 동춘동과 옥련동에서는 가옥 11채가 침수됐다.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도 침수돼 25,26일 예정됐던 기능시험이 오는 9월 4,5일로 연기됐다. 전국 종합
  • 카페천국 ‘미사리’ 불법천국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일대 카페와 음식점들이 불법 증축이나 형질변경 등 불법 행위를 일삼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하남시는 지난달말 광주경찰서와 합동으로 하남시 미사·신장동 미사리조정경기장 인근 카페와 음식점들에 대해 일제 단속을 편 결과 109개 업소 가운데 97개 업소가 불법 행위를 하다 적발됐다고 25일 밝혔다. 보수공사중인 10여개 업소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업소가 법을 어기다 적발된 셈이다. 적발된 불법행위는 불법 신축 13건을 비롯해 불법 증축 119건,용도변경 21건,형질변경 66건,기타 2건 등 모두 221건이다. 이는 95년 105건(불법 신축 5건,증축 65건,용도변경 11건,형질변경24건)에 비해 2배 가량 는 것으로 거의 모든 업소가 불법 용도변경및 형질변경 등 2건 이상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실제로 신장동 ‘황태자 곰탕집’은 1층 건축허가만 받은 뒤 2층 115㎡를 불법 증축해 영업장으로 사용하다 적발됐으며 카페 ‘무랑루즈’는 농지 및 임야 1,066㎡를 멋대로 형질변경해 주차장으로 사용해왔다. 시는 불법 행위의 규모가 큰34개 업소에 대해 원상 복구토록 계고하고 기간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 조치 및 강제철거에 나설 방침이다.나머지 위법 사항이 경미한 75개 업소들에는 자진해서 원상복구토록 행정지도했다. 하남시 관계자는 “일부 업소의 경우 단속시 철거하기 쉬운 비닐하우스 등 가건물을 꾸며 영업장으로 늘여 사용하는 등 편법을 일삼아단속하는데 어려움이 컸으나 불시 점검으로 거의 모든 불법행위를 적발했다”면서 “앞으로도 수시로 단속활동을 벌여 불법 행위를 뿌리뽑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犬公 전용화장실 생긴다

    ‘문화시민,문화견공(犬公)’ 경북 경산시가 전국 최초로 시민공원에 ‘개 전용 화장실’을 설치한다. 경산시는 14일 시민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남천 둔치에 개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주민들이 남천 둔치를 찾으면서 데리고 온 개들이 아무곳에나 대소변을 보도록 방치,환경도 오염시키고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길이 500m의 남천 둔치에는 주민들이 휴식도 하고 체력도 단련할 수 있도록 잔디밭 및 30여종의 각종 체육시설 등이 마련돼 있으며 하루평균 1,000여명의 주민이 찾고 있다. 시는 이번 주안에 400여만원을 들여 공원내 20곳에 폐타이어를 이용해 개 화장실을 설치,안내판을 세운 뒤 인근에 비닐봉지와 소형 삽,수거함 등을 비치하기로 했다. 앞으로 개를 데리고 남천 둔치를 찾는 주민들은 개의 배설 징후가보이면 즉시 화장실로 데리고 가 대소변을 누인뒤 배설물을 모래와함께 비닐봉지에 담아 수거함에 넣어 두면 된다. 배설물은 매일 퇴비 적치장으로 보내져 농가의 퇴비로활용된다. 시는 개 화장실의 운영 성과가 좋으면 주택단지내 소 공원 등에도확대,설치할 방침이다. 경산시 관계자는 “최근 하루 30∼50여 마리의 개들이 남천 둔치에무단 배설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개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산 김상화기자
  • 인천 공공시설 안전관리 소홀

    인천지역 공공시설물이 각종 부실 등으로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인천시가 최근 관내 395개 공공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22.8%인 90개 시설물에서 건물균열 등 155건의 부실사항을 적발했다. 보건환경연구원과 녹지관리사업소,가축위생시험소,동구보건소 등은 건물 옥상난간에 균열이 생겼고 외부벽 주위가 심하게 낡아 누수가 진행되고 있다. 또 부평정수장과 남부소방서,주안5동과 동춘1동 청사 등은 내·외부 벽 및슬라브 등에 균열이 발생해 보강공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옥련·선학·부평6동 청사,여성문화회관 등은 규격미달의 비닐전선 사용,누전차단기 미설치 등으로 화재위험이 있다. 시 관계자는 “일부 공공청사들이 각종 부실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불량시설에 대한 보수·보강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hjkim@
  • 야외서 만끽하는 셰익스피어

    97년부터 매년 여름 자신의 보금자리인 경기도 안성시 죽산 야외무대로 관객의 발길을 유혹해온 연출가 김아라(축제극단 무천 대표)가 올해도 어김없이셰익스피어극으로 손님을 맞는다. ‘오이디푸스’(97)‘인간 리어’(98)‘햄릿 프로젝트’(99)에 이어 선보일김아라의 4번째 죽산야외프로젝트는 ‘맥베드21’과 ‘한여름밤의 꿈’. 10∼13일 공연되는 ‘맥베드21’은 살의와 쟁취,불신과 먹이사슬 관계로 얽힌 현대 정치사의 한 단면을 극대화한 작품.소문난 스타일리스트답게 인간의 숙명인 선악의 갈등,욕망의 세계를 피아노와 타악,구음,판소리,정가 등 우리 소리를 활용해 주술적으로 풀어낸다.지난해 ‘햄릿 프로젝트’에서 카리스마넘치는 왕비 거트루드역으로 주목받았던 현대무용가 김현옥이 레이디맥베드로 변신해 또한번 수중무대에서 열정의 춤을 선보인다. 15∼20일 공연되는 ‘한여름밤의 꿈’은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셰익스피어가족극.사랑과 미움,갈등과 화해,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귀에 익은 타악과 전통 양식을 가미해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했다.본공연(오후8시)에 앞서 6시30분부터 프리콘서트가 열린다.황신혜밴드,장사익,김기영,김형수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오브제 아티스트 이영란의 설치미술전도 볼 수 있다. 공연때마다 마을부녀회에서 극장옆 텃밭에 비닐하우스로 간이식당을 만들어먹거리를 제공하고,민박과 야영도 가능하다.남부버스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죽산행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이면 죽산버스터미널에 닿고,행사장인무천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031)675-9472이순녀기자
  • 문화스냅-2000여름/ 엽기母子

    자,일품 ‘엽기요리’에 도전해본다. ◆재료=생라면과 구분이 안되게 똑 닮은 과자 ‘뿌셔뿌셔’.떡볶이,치킨,딸기,멜론,초코맛나는 5가지의 갖은 재료를 준비하면 더 좋다. ◆요리법=따로 순서랄 것도 없다.겉봉에 적힌 ‘끓여먹지 마시오’란 경고를 싹 무시하고,끓는 물에다 준비한 재료와 갖가지 맛의 뿌려먹는 수프를 풀어넣기만 하면 되니까. 맛이 어떤가? 국적불명의 그 맛을 어떻게 설명할 참인가?“??!!…엽기” 달리 뾰족한 답이 없을 거다.이 뿌셔뿌셔 요리는 인터넷 엽기마니아들 사이에서 한창 화제다(실제로 끓여먹어보는지야 모르지만 조회수는 가히 폭발적이다). 사냥할 엽(獵)에,기이할 기(奇).본디 ‘엽기’의 사전적 의미는 ‘괴이한 것에 흥미가 끌려 쫓아다니는 일’이다. 그러나 2000년 버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모르긴 해도 이렇게 새로 개념정의돼야 하지 않나 싶다.‘“깬다,깨”를 연발하게 만드는 썰렁한 이야기나상황’쯤으로. 불과 몇달전까지 난리법석이던 ‘허준’이나 ‘삼행시’신드롬을 온데간데없이 주저앉히고 있는 게 엽기.그럴 수밖에 없다.트렌드 문화를 떡주무르듯 하는 신세대들은 여차하면 “엽기적”이란 말을 쓴다. 정상에서 조금이라도 비켜나있거나 유머요소가 엿보이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엽기가 황당무계한 우스개쪽으로 어의(語義)확장되고 있는 현장은 PC통신 대화방에서 당장 목격된다.이런 식이다. [어느 엽기가족]#(절벽으로 낑낑대며 차를 밀고 있는 엄마와 아들)“엄마,이 차 왜 미는거야?”“쉿! 아빠 깨시겠다!”#“엄마,오늘 저녁메뉴는 뭐야?”“입닥치고 오븐에서 나오지나 마!”#“엄마,늑대인간이 뭐야?”“잔소리 말고 얼굴이나 빗어”‘엽기 만발’하는 마당은 뭐니뭐니해도 인터넷 사이트다.검색엔진에 들어가면 관련 웹사이트는 수천개를 넘어선다(야후코리아의 경우 3,260여개).이들속에서 엽기는 본래적 의미에서 한참 벗어나있다.그만큼 차용되는 범위도 넓고 깊다.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엽기적 글모음 정도야 기본.스타크래프트 같은 컴퓨터게임의 전략전술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사이트(www.swreviews.com/yg)가 있는가 하면,“일본 현지에서 퍼온 일본 여자들의 생생한 방귀만 모았다”고 유혹(?)하는 망측한 사이트(www.ggame.net)도 얼마든 눈에 띈다. 최근의 엽기열풍에는 특징이 몇 대목 짚인다.뭣보다,철저히 배타적으로 끼리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예를 들면 일본만화 ‘봉신연의’사이트(www.hz01.com.ne.kr). 작품에 대한 설명이라고는 단 한줄도 없이 만화컷만 잔뜩 올라와 있으니,생각없이 들어갔다가는 왕따설움을 당할 수밖에 없다.신세대들에게 수용된 엽기는 마니아적 소통언어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요즘의 엽기는 잡식성이다.섹스 똥 방귀 등 공론화되기에 께름칙했던 소재들을 닥치는대로 끄집어낸다.똥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하기로 소문난 사이트 ‘두다이’(www.doodie.com).초기 화면부터 당혹스럽다.변기에서 굴러떨어진사내가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누운 채 실례(?)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쇼킹한 본론의 예고편을 띄운다.그리고 클릭해 들어가면….차마 그 이상은 언급하기가 뭣하다. 그렇다고 엽기가 말장난만 늘어놓고 있냐면 그건 아니다.사회의 비루한 모순에 일침을 가하는 기특한면도 있다.역시 무대로는 국회,등장인물로는 정치인이 엽기패러디의 최고 메뉴.그 점,한때 대단한 풍속을 자랑했던 ‘딴지일보’류의 패러디 열풍과 많이 닮았다. 어느새 엽기는 생활속 깊숙이로 스며들어와 있다.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젊은층에게 그건 패션소품 그 자체다.서울 압구정동의 가면가게 ‘원더월드’. 2평 남짓한 가게에는 온종일 20대 커플들이 들락거린다.꿈에 나올까 끔찍한프랑켄슈타인,좀비 같은 가면들이 그들에겐 깜찍한 선물아이템이다. 근데,왜 하필 엽기일까.가려져 있던 이야기를 까발리고,금지된 장난을 하는순간에는 짜릿짜릿한 전율을 얻는 법이다. 오늘이 오늘이고 내일이 내일인 밍밍한 일상속에 파격적 자극이 그리운 사람들,마약같은 엽기….“좀더 저열하고,좀더 기괴해져라”고 주문걸며 열심히‘클릭’해대는 당신은 혹,엽기인간? 이 여름이 가고 찬바람이 일어도 엽기열풍이 그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엽기적’이다. 황수정기자 sjh@. *엽기와 영화는 ‘찰떡 궁합'. 엽기는 영화를 좋아하고,영화는 엽기를 사모한다? 엽기가 ‘문화적’인 코드로 옷을 갈아입는 마당은 아무래도 영화쪽이다.그곳에서 엽기는 멀쩡한 사람들을 ‘한통속’으로 꼬드겨낸다.한여름 눅눅한 등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데 엽기는 최고 처방전.직직 난도질해대는 ‘슬래셔’에,뚝뚝 사지를 잘라내는 ‘스플래터’에,지치지도 않고 장르를 개척해왔다.‘이보다 더 엽기적일순 없는’ 영화들은 어떤 게 있었나?근작들 중에는 ‘아메리칸 파이’가 배꼽잡는 엽기를 연출했었다.성년식을치르기 전에 총각딱지를 떼려고 벼르던 제이슨은 파이속에다 자위를 하고,그의 친구 스티플러는 또 친구의 정액을 맥주로 알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 정도는 점잖은 축에 낀다.‘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벤 스틸러와 함께 연기한 카메론 디아즈는 정액을 무스삼아 앞머리를 세우고 다녔고,‘오스틴 파워’에서 마크 마이어스는 설사를 한입에 먹어치우기도 했다. 성(性)적인 부분에 집착한 엽기로는 ‘샤만카’를 빼놓을 수 없다.남녀 주인공들은 딥키스로도 모자라 서로에게 침을 뱉는 엽기키스를 나누더니,끝내 여자는 애인의 생골을 파먹었다. 영화속 엽기를 찾는 작업은 온종일도 모자란다.그러고 보면,인간의 피나 빠는 뱀파이어 영화는 엽기축에도 못 낀다.시체를 구워 뼈를 발라먹고(데드맨),100% 실제상황처럼 맛있게 인간의 내장을 꺼내먹거나(홀로코스트),사람의살갗으로 옷을 해입는(양들의 침묵) 영화들이 다종다양한 계보를 만들어왔다. 엽기가 얼마나 전염성이 강한지는 한국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최근의 우리영화들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흥행메뉴로 끼어든다.‘텔미썸딩’에서는 토막난 시체를 담은 비닐봉투들이 난무했고,‘신장개업’에서는 인육으로 만든 자장소스가 등장했다. 엽기는 여전히 충무로의 인기소재다.최근 개봉한 ‘가위’와 ‘하피’에 이어 ‘해변으로 가다’(12일 개봉) ‘찍히면 죽는다’ ‘공포택시’ 등이 “어떡하면 더 엽기적일 수 있을까?”를 고민중이다. 황수정기자
  • 로맨틱 원피스로 여름 美人 어때요

    여름 땡볕이 따가운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구릿빛으로 몸을 태운 멋쟁이 여성들이 숏팬츠,끈티 등 노출패션으로 경쟁하듯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원피스차림.약간 구김이 간 마 원피스에 머리는 질끈 묶어 위로 올려 붙이고 테가 두꺼운 복고풍 선글라스,투명한 비닐가방을 곁들였는데 청량감을 준다. 원피스는 여성스러움을 한껏 살리면서도 시원해 보여 여름철에 특히 사랑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나만의 매력이 물씬 나는 원피스로 ‘여름 미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아이엔비유 안정희 디자인실장은 “올 여름에는 풍성한 박시스타일과 소매없는 슬리브리스 원피스가 특히 강세”라며 페이즐(일명 ‘아메바무늬’)이나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 등 로맨틱한 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한다. 시중에 선보인 제품들은 대부분 치마밑단에 수술이나 주름잡힌 레이스,구멍이 송송뚫린 네트,프릴 등으로 여성스런 분위기를 강조한다. 색상은 시원하고 깨끗한 화이트와 블루 계열이 주류를 이루며 사랑스런 느낌의 핑크,옅은 베이지,금빛도 눈에 많이 띈다. 몸에 착 붙는 스타일은 퇴조 추세.신체를 구속하지 않는 H라인,헐렁하고 편안한 박시형이 인기다.치마부분에 주름이 잡힌 소녀풍의 플리츠원피스와 우아한 엠파이어 스타일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복고적인 느낌의 엠파이어 스타일은 허리선이 위에 올라가 있어 하체길이를 길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얇게 비쳐 수채화처럼 맑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시스루와 자연스럽게 구겨진 마 소재가 특히 각광받고 있다. 심플한 슬리브리스 원피스는 단조로움을 보완할 수 있게 브로치,스카프를 활용하는 것이 조화있게 갖춰입는 요령.허리선에 리본이 달렸거나 치마단에 주름이 잡힌 스타일은 포인트를 줄 수 있어 좋다. 목선이 네모지게 파인 스퀘어 네크라인에는 진주 등 눈에 띄는 목걸이를 해주는 것도 괜찮다.여기에 여성스럽고 귀여운 손가방을 들면 제격이다. 챙이 넓은 모자를 곁들이면 리조트웨어로도 손색이 없다.신발은 슬리퍼나 샌달이 어울리는데,편안한 느낌의 면 소재 원피스라면 운동화를 신는 것도 젊고 개성적인 감각을살리는 방법중 하나다.허리가 두꺼운 체형에 슬림 스타일은 역효과만 난다.몸매를 그대로 드러내 더 뚱뚱해보이기 때문. 같은 원피스라도 사선이나 세로선의 무늬가 있는 것을 고르면 날씬해 보이고 칼라가 달린 것이 시선을 위로 끌어줄 수 있어 효과적이다.뚱뚱하면서도 키가 킨 경우엔 허리에 벨트를 둘러 상하분할 효과를 주도록. 팔이 두꺼운 사람은 캡소매 원피스,어깨가 굵은 사람은 목선이 깊게 파인 것으로 결점을 가릴 수 있다.엉덩이가 크고 다리가 두꺼운 체형은 허리선에 주름이 있고 길이가 긴 원피스가 어울린다. 여름원피스는 대개 소재가 얇기 때문에 레이스나 무늬가 있는 속옷은 피하는 것이 기본.옅은 파스텔톤을 입을 땐 겉옷색깔에 맞춰 슬립을 입어야 비치지 않는다. 여름엔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세탁도 잦을 수 밖에 없어 빨래하기 편한 면·마 혼방 등 실용적인 소재가 좋다.가볍게 세탁한 뒤 그늘진 곳에 옷걸이에 걸어 말리면 원형을 보존하면서 색상의 변질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허윤주기자 rara@
  • 경기 북부 자원봉사단 용인 복구현장 구슬땀

    파주·의정부 등 98년과 99년 연달아 수해를 입었던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이지난 22∼23일의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용인지역에서 ‘보은(報恩)의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파주적십자사 부녀봉사회와 새마을지도자협의회·파주사랑자원봉사단원 등80여명은 25일 오전 6시 파주시청에서 제공한 버스 2대에 분승,각자 준비한목장갑과 도시락을 휴대하고 용인시 포곡면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35가구 150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포곡면 삼계리에서 폭우에 찢기고 날아간 농사용 비닐하우스를 복구하고 하우스내 상추·쑥갓 등 채소에 쌓인 흙탕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했다. 의정부시 적십자부녀회·해병전우회·새마을지회 등의 회원 100여명도 이날용인지역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에 나섰고 지난해 물난리를 겪은 연천·동두천 주민들도 관내 사회봉사단체가 중심이 돼 용인지역 수재민 돕기에 속속 동참할 계획이다. 파주·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
  • 용인 ‘난개발 水害’ 배상 받을듯

    난개발이 수해를 키웠다고 주장하는 용인지역 주민들이 국가나 자치단체를상대로 법적 손해배상을 물을 경우 얼마나 받게 될까. 과거와는 달리 최근 판결에서 국가나 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돼 수재민이 승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비피해가 난개발과 이어질 경우 적정보상을 받게 될 확률이 크다. 지난해 1월 수원지법 민사1부는 97년 호우로 수해를 입은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주민 28명이 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시는 주민들에게1억1,3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또 98년 집중호우시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낙생저수지 제방붕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시의 제방유지보수 부실 책임을물어 유가족들에게 2억7,000여만원을 보상하도록 했다.이 뚝의 붕괴로 수해를 입은 인근 10여곳의 비닐하우스 농민들도 모두 7억여원 피해보상을 받게됐다. 자치단체들은 소송에서 한결같이 ‘기상이변에 따른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적절한 배수처리시설을 설치하지않은 책임을 물었다. 지난 87년 태풍 셀마의 영향으로 일산 방조제 둑이 무너져 침수 피해를 입은 고양시 주민 6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국가가 통상의홍수량을 초과한 호우피해까지 배상할 책임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과 비교되는 판결들.법원이 점차 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움직여 온 만큼 용인시 주민들도 증거 보존여부에 따라 승소확률이 높다는게 수해관련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의 입장. 변호사들은 용인시 수해와 관련해 “자치단체는 우기를 대비해 토사유출방지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게을리해 수해를 확대시켰을 경우 자치단체와 건설회사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수해와 관련한 소송은 피해가 복구된 뒤 이루어지므로 현장보존에 어려움이 있어 수재민들은 소송에 대비해 사진 등 증거자료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용인주민 집단소송 “亂개발이 수해 키웠다”

    용인지역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난개발이 수해를 키웠다며 건설회사와용인시를 상대로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요구하는 한편 적정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들을 상대로 법정투쟁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모으고 있다. ‘용인서부지역 택지지구지정 철회 및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공대위’(약칭 용인보존공대위·위원장 김응호)는 24일부터 시 등 행정기관과는 별도로 지역별 상세한 피해상황을 접수받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건설사와 용인시에 각각 책임소재를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난개발과 관련된 피해는 따로 집계해 건설사와 허가를 내준 행정기관에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난개발 피해보상 요구는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난개발 행정에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규모 화훼단지와 농경지가 몰려 있는 구성면 중리 주민들은 폭우때 인근대림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토사가 밀려 하수구와 배수로를 막아 상당수 화훼비닐하우스와 농경지가 침수됐다며 현지보상협의를 마다한 채 법적피해보상을 고집하고 있다. 수지읍 상현택지개발로 산림이 훼손돼 비피해가 늘었다고 주장하는 상현리주민들과 인근 성복·신봉지구 주민들도 산림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시, 건설회사와 협의를 벌이고 있으나 24일 타지역 주민들의 법적대응 움직임이 알려지자 동참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로부터 정확한 피해상황을 접수받아 지역별로 응급복구에 나서고 있다”며 “피해보상 기준이 마련되는 대로주민들과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정희 용인시 행정국장은 “아직 주민들로부터 법적대응과 관련된 항의를받은 바 없다”며 “그러나 이들이 피해보상과 관련해 소송을 벌일 경우 해당 건설회사와 함께 책임소재를 명확히 따져 보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기고] “쓰레기문제 님비 극복에 달렸다”

    수도권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가 10월부터 음식물쓰레기 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쓰레기 대란으로 주민들의 커다란 불편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비닐과 플라스틱류 같은 생활폐기물 양산과 물기 많은 음식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95년 1월부터 ‘쓰레기종량제’를 전면 실시했다.그 결과쓰레기가 줄고 재활용률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나 아직도 외국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수도권매립지 주민대책위가 음식물쓰레기 반입의 전면금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데 이어 2005년부터는 매립이 법으로 금지될 예정으로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쓰레기 줄이기와 소각장 건설,음식물쓰레기자원화시설, 농장 연계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인근 지자체 및 주민들의 님비현상에 부딪혀 대부분 답보상태에 있다. 하나의 예로 서울시는 부지확보,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종전의 1구1소각장계획을 바꿔 광역소각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노원·중랑·강서지역의 예에서 보듯 인근 지자체 및 주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노원과 목동소각장은 타 자치구 쓰레기의 소각을 불허하고 있다. 여러 선진국들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미국은 소각장 신설 허가시 40%의 재활용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있고 프랑스는쓰레기 간이수거장 설치 확충을 꾀하고 있다. 일본도 다이옥신없는 소각기법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하지만 선진국들은 주민들의 합의에 의한 정책 추진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쓰레기 정책을 둘러싼 지자체 상호간,지자체와 주민간,주민 상호간의 첨예한 이해다툼을 대하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로지 신뢰와 협력의 공동노력이 바탕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그래서 구청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새벽 6시부터 관내를 돌며 환경미화원들과함께 방치된 쓰레기를 함께 치우며 주민 인식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애써왔다.여기에 쓰레기 정일·정시 수거,청소상태 주민평가,쓰레기 불편민원 보상,1일 청소학교 운영 등의 시책을 꾸준히 편 결과 협력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쓰레기 감량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둬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문제는 주민들의 쓰레기 감량 의식과 정부의 청정기술및 시책 개발 등에 바탕을 둔 지자체와 주민간의 신뢰·협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뿌리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결과적으로 쓰레기 문제의 해결은 각 지역공동체가 소각장을 비롯한 전반에걸쳐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승적으로 협력하는 윈-윈전략을 펼 때에만비로소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주민,학교,시민단체,지자체 등 우리 모두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모임을 구성하는 등 공동노력을 기울여 나가야한다. 김희철 서울 관악구청장.
  • 신화·주술 속 한민족 예지

    신화는 그저 황당한 옛 이야기가 아니다.신화에는 자연의 운행원리가 담겨있고,삶과 죽음의 문제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염원이 녹아 있다.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생명의 노래,비현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이기도 한 이야기가 바로 신화다.신화의 이러한 속성을 속속들이 보여주는색다른 자리가 펼쳐진다.22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열리는 ‘신화,그 영원한 생명의 노래’전이 화제의 전시다. 전시는 1부 ‘주술과 생활’,2부 ‘이승과 저승의 매개자’,3부 ‘신의 다양한 모습’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주술과 생활’에서는 암각화,토우,귀면와,잡상(雜像),부적 등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신화와 주술관련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이승과 저승의 매개자’는 상여장식,무구,돌장승,동자석 등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옛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보는 코너.또 ‘신의 다양한 모습’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십이지신상,무신도,민불등에 등장하는 신의 여러가지 형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울산 대곡리 암각화다.대곡리 암각화(국보 285호)는 발견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신석기시대부터 초기 철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암각화는풍요와 다산을 주제로한 주술적 성격의 그림이란 것이 대체적인 견해. 특히이 암각화는 60마리의 고래가 집중적으로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고래를바위에 새기면 현실속에서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당시 사람들의 믿음이반영된 것이다.전시에서는 대곡리 암각화를 ‘비닐 덧씌우기’방법을 통해실제 유물과 똑같은 상태로 복원해 보여준다.덧씌운 비닐 위에 한지를 입히고 그 위에 새긴 기법별로 채색을 달리해 복원하는 방법으로,탁본보다 섬세하고 유물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북한 문물보존총국이 보존용으로 만든 진본과 거의비슷한 평양 강서대묘 사신도 중 ‘청룡도’와 평양 덕화리 사신도 중 ‘현무도’도 처음 공개돼 시선을 끈다. 신화와 주술은 한민족의 생활감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지만 미신이라는이름으로 배척돼왔다.이 전시는 민족문화의 원형을 찾고 이를 재창조하는 자리란 점에서 의미가 적지않다.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곧잘 들먹이지만 정작 한국의 대곡리 암각화에 대해서는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번전시는 한국미술의 뿌리를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기회다.일반 4,000원, 초·중·고생 2,500원.(02)580-1132. 김종면기자
  • 민속박물관 선진 교육 후진 시설

    “소프트 웨어는 100점인데 하드 웨어는 정말 실망스럽네요” 국립민속박물관의 문화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구동성이다.교육내용은 만족스러웠지만,교육환경이 좋지않은데 따른 안타까움의 표현이다.그도 그럴 것이 문화교육 시설이라곤 240석짜리 강당이 전부.수요특설강좌와주한외국인문화교실 등 16개 프로그램이 한해에 200여차례 쉴틈없이 이어지지만 교육시설이 없다. 무엇보다 강당에서는 각종 체험교육이 불가능하여 ‘청소년 우리문화 한아름’ 교육은 휴관일인 화요일에만 열릴 뿐이다.봄·가을에는 야외에 천막을치고 도자기 등을 만든다지만,한여름이나 겨울에는 박물관 로비가 교육장이되어 시멘트 바닥에 비닐돗자리를 깔고앉아 실습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그래서 추진하는 것이 ‘전통문화 체험학습장’의 건립.이 사회교육관이 만들어지면 기존 강좌의 내실을 기하는 것은 물론 장소가 없어 불가능했던 초·중·고생 문화체험 교육과 외교관 문화교육,자원봉사자 교육,대학생과 성인·노인 등 계층별 문화교육 등 다양한 강좌를 새로 개설할 수 있다. 문제는 장소와 건립비용.민속박물관은 동쪽 광장에 연건평 420평짜리 철골조립식 가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엄마가 읽어주는 英語동화 공부가 ‘쏙’

    1∼2년전만해도 아이들에게 일찍 영어공부를 시키는 게 좋으냐,안좋으냐며큰 논쟁이 일었지만 요즘엔 ‘빨리 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확 기우는 분위기.서점가에 조기영어교육 소개서가 쏟아지고,값비싼 전문교구들도 불티나게팔리고 있다. 조기영어교육 전문가들이 내놓는 한결같은 처방은 생활속의 대화,놀이를 통해 영어와 친구가 되게 하라는 것. 그런 점에서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영어공부도 시킬수 있는 ‘영어동화 읽기’가 요즘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동화 읽기를 도와주는 단체로는 국제영어책읽기 한국모임(에브리클럽·02-529-0519)이 대표적이다.회장인 정 책씨가 미국서 생활하다 귀국,초등학생자녀들이 영어를 잊지 않도록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것이 소문이 퍼지면서 92년부터 정식 모임으로 발전했다. 현재 전국에 1만5,000명의 회원을 둔 에브리클럽은 12단계 수준별로 3,000여종의 책을 확보하고 있다.회원 수준에 맞게 일주일에 1권씩을 보내주는 한편엄마들을 위해 한달에 1차례 교육법 강좌를 연다. 가입비 2만원 연회비 35만원. 에브리클럽 홍보팀장 이명숙씨는 “발음 때문에 주눅들지 말고 엄마들이 자신있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또 당장에 효과를 확인하려는 성급한 자세는 아이의 학습의욕을 꺾을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우선 처음에는 연령보다 수준을 낮춰 그림 하나에 단어 하나가 쓰여진 책을선택하는 게 좋다.헝겊책,목욕탕용 비닐 그림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와 친숙해지도록 만든다. 모르는 단어나 구문은 엄마가 미리 사전을 찾아 발음을 익혀놓는다.그러나단어 하나하나를 해석해 주는 방법은 아이들이 영어를 말할 때 무의식적으로머리속에서 번역하는 버릇을 갖게 할 수 있어 피하도록. 테이프는 엄마의 발음 참고용으로 사용하고 아이가 문자를 다 익힌 후 들려주는 게 좋다. 영어동화책 읽기의 또다른 장점은 아기가 다른 세계의 문화에 눈을 뜨는 것은 물론 엄마까지도 자연스럽게 생활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에브리클럽 외에도 ‘동화스터디’(02-567-0579)가 미국 ‘스콜라스틱’출판사와 손잡고 동화교육교재,테이프를 제공한다. 이밖에 동화책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는 세종문고(02-419-4471)스쿨하우스(02-533-9011),킴앤존슨(02-3478-0505),잉글리시 플러스(02-732-5131)등이 있다. 허윤주기자
  • 바캉스 패션, 경쾌하고 산뜻 이국적 분위기 제격

    장마전선 사이사이로 작열하는 태양이 거리를 후끈 달구고 있다.매년 이맘때면 답답한 도심탈출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원을 ‘사표’인 냥 내던지고 바캉스 짐을 챙기느라 부산하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시즌이 박두한 이때 물놀이기구,구급약품 등 바캉스용품을 꼼꼼이 챙기는 것이 급선무.그러나 멋지게 코디한 바캉스 패션을 구상해보는 여유가 있어야 짧기만 한 휴가를 더 보람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신원 아이엔비유 안정희 디자인실장,LG패션 타운젠트 송윤정 디자인실장의도움말로 바캉스패션 연출법을 들어본다. ■가자,해변으로 열대 꽃무늬,과일 프린트,원색의 체크무늬 등 이국적인 분위기의 트로피컬 패션이 제격이다.열대 꽃무늬 셔츠에 핫팬츠나 랩스커트를맞춰입으면 시원한 느낌의 리조트 웨어가 될 뿐 아니라 수영복 위에 덧입는비치웨어로도 손색이 없다.뚱뚱한 체형이라면 잔무늬를,왜소하면 큰무늬를선택하는 것이 좋다. 남성은 무릎길이의 버뮤다팬츠에 큼직한 꽃무늬 야자수무늬의 하와이안 남방을 입으면 경쾌한 느낌을 준다.단품보다는 안에 흰색 라운드 면티를 받쳐 입는 게 산뜻하다.부부나 연인끼리 흰색,파랑색으로 ‘마린(해양) 룩’을 연출해보는 것도 색다른 방법이다.면바지에 파랑,하양색의 줄무늬 티셔츠차림도괜찮다. ■때로는 우아하게 분위기 있는 곳에서 약간은 호사스러운 바캉스를 계획하고 있다면 드레스로 멋을 내는 것도 좋다.장롱속에 묵혀둔 긴 원피스,꽃무늬원피스 등은 피서지에서는 분위기 있는 리조트웨어로 변신이 가능하다. 여기에 밀짚모자,옆으로 매는 귀여운 투명백 등을 어울리게 곁들이면 된다.리조트웨어 원피스는 활동하기 편리한 A라인이 좋으며 통기성이 좋고 견고하고구김이 잘 가지 않는 천연소재인 면,마 혼방이 좋다. 박물관,기념관 등에서는 약간 격식이 갖춰진 옷차림이 필요하다.남성은 주름방지 가공을 한 면바지에 아크릴 니트셔츠를 입는 게 무난하다.약간 헐렁한반바지에 티셔츠,남방을 겹쳐입으면 요즘 유행하는 힙합풍으로 세련된 느낌을 준다.긴 바지에 상의를 티셔츠와 겹쳐입으면 답답해 보이므로 되도록 단벌이 좋다. ■산,계곡으로 활동하기편하고 땀 흡수력이 좋은 면소재 티셔츠를 넉넉한사이즈로 입고 반바지로 멋을 낸다.소지품을 넣을 수 있게 주머니가 바지 옆선에 달린 면바지도 좋다.비가 올 때나 산에서 캠핑을 하는 경우 기온차를고려하여 긴 소매 남방,카디건,바람막이 점퍼 등을 준비해 덧입는 것이 좋다.반바지는 얇은 소재보다는 견고한 진 소재가 적당하다.여기에 모자,배낭을걸치면 실용적인 코디로 손색이 없다. ■소품으로 돋보이게 여름 소품을 잘 활용하면 리조트웨어를 더욱 돋보이게할 수 있다.햇살 아래서 더욱 효과가 있는 투명 비닐소재의 비치백,은반지나목걸이 등은 차갑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뿔테 선글라스, 테가 두꺼운 복고풍선글라스로도 포인트를 줄수 있다. 신발은 발등이 드러나는 끈 묶는 샌들이나 ‘고리’스타일 슬리퍼로 시원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허윤주기자 rara@
  • 올 수영복 ‘하이레그 비키니’ 열풍

    비키니가 안되면 ‘탱키니’라도… 장마가 끝나면 본격 피서철이 시작된다.피서철 패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수영복.올해는 유난히 ‘탱키니’(탱크탑+비키니)나 랩스커트가 많이 나와여성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유명수영복을 단돈 10원에 파는 등 업체와 백화점들의 발빠른 수영복 특별행사도 일제히 시작됐다. ◆올 여름 유행경향은/ 여성적인 라인을 강조하되,발랄함을 곁들인 스타일이강세라고 ‘발렌시아가’ 한희주 디자인실장은 소개한다.하와이풍의 큰 꽃무늬나 동물무늬,큐빅이나 비즈로 장식한 대담한 스타일이 많이 나와 있다.유행 색상은 파스텔계열.펄을 가미한 사이버풍 수영복도 인기다. ◆비키니가 부담스럽다면 탱키니로/ 탱키니는 일단 비키니보다 ‘가려지는’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한결 경쾌하고 젊은 분위기를연출한다.랩스커트를 겹쳐 입으면 로맨틱한 글래머룩이나 히피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몸매에 자신있는 것도 좋지만 실내수영장에서의 비키니는 궁합이별로라고 패션전문가들은 말한다. ◆체형에 맞는 수영복 고르는 법/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은 찬색 계열이나 장식이 많이 달린 스타일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키가 작고 마른 사람은파스텔 계열의 색상이나 줄무늬,혹은 잔무늬가 들어간 스타일이 어울린다.허벅지 끝부분까지 대담하게 파인 하이레그 스타일도 키를 커보이게 한다.키가크고 뚱뚱한 사람도 장식이 많거나 두꺼운 원단은 피하는 것이 낫다.목선이파인 V형 스타일이 좋다.키가 크고 마른 사람은 따뜻한 색상이나 가로무늬,밝은 꽃무늬를 선택하는 것이 풍성해 보인다.비키니에 랩스커트를 걸치기에좋은 체형이다. ◆유명수영복을 10원에/ 뉴코아백화점은 24일까지 여름정기세일에 들어가면서니나리찌 등 유명수영복을 30% 할인 판매한다.5일에는 6층 스포츠매장에서수영복 100매를 10원에 판매하는 ‘땡그랑 한푼’ 행사를 갖는다.킴스클럽은이사도라던컨 수영복을 9,000원에(아동복은 5,000원),수경을 3,800원에 판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2층에 수영복 전문매장을 오픈했다.8월31일까지 한시운영되며 아레나 레노마 닥스 발렌시아가 오쪼 로베르타등 8개 유명수영복을 할인 판매한다.경방필백화점은 1일과 2일 오후 1시부터 4층 수영복 특설매장에서 ‘사이버 인간 마네킹쇼’를 개최한다.인간 마네킹들이 나와 다양한 수영복을 선보인다. 갤러리아도 패션관 5층에 수영복 특설매장을 설치,이월상품은 물론 신상품을 모아서 ‘수영복 페스티벌’을 갖고 있다.특히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백화점들의 정기세일 행사에는 ‘수영복 특별행사’가 감초처럼 끼어있다. ◆수영복 보관법/ 선탠오일은 수영복의 고무실을 상하게 하므로 직접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젖은 수영복을 비닐봉지에 담을 경우 열이 나서 변색되기 쉬우므로 타월에 싸는게 좋다. 그늘에서 말리는 것은 기본.바닷물에 오래 있었다면 물에 식초를 두세방울넣고 헹궈야 소금기를 뺄수 있다.비틀어 짜지 말고 타월로 감싸 두드리는게변형을 막는다. 안미현기자 hyun@
  • 환경호르몬 공포/ 실태와 문제점

    캔음료,유아용 장난감,조개,농약,소독약,모유(母乳)….우리 주변에는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것들이 너무 많다.수컷의 정자수를 감소시키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호르몬이 도처에널려 있다.하지만 아직 어떤 물질들이 환경호르몬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데다 선진국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 단계에 불과해 별다른 규제가없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 문제가 됐던 환경호르몬은 비스페놀A와 PCB(폴리염화비페닐).경성대 식품공학과 유병호 교수는 지난 6일 “국내에서 시판 중인 12종의 캔음료를 조사한 결과,0.19∼10.49ppb(10억분의 1)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캔의 내부 코팅제로 쓰이는 비스페놀A가 용출돼 음료에 섞인 것이다. 부산시도 지난 1일 지난 2년 동안 ㈜유신코퍼레이션에 의뢰해 실시한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 오염 조사에서 퇴적물에서 PCB가 최고 19.73ppb 검출됐다고 밝혔다.이 해역에 사는 숭어에서는 75.67ppb,빛조개에서는 16.2ppb,재첩에서는 1.11ppb가 각각 나왔다.지난 75년부터국내 사용이 금지된 DDT(염화벤젠에탄)와 BHC(염화벤젠)도 숭어·바지락·돌가자미·문절망둑 등 생선과조개류에서 검출됐다. 지난 5월21일에는 국립수산진흥원이 공장이 밀집한 포항·울산·부산 연안과 진해만의 퇴적물에서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벤조a피렌이 3.33∼11.55ppb검출됐다고 밝혔다.해저 퇴적물에 환경호르몬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 해역의 생선과 조개를 안심하고 먹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수돗물도 환경호르몬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용인대 환경보건학과 김판기 교수는 지난 1일 “경안천 5개 지점의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비스페놀A가 최고 0.04ppb,노닐페놀이 최고 0.76ppb 검출됐다”고 밝혔다.농도는 낮은편이지만 경안천은 수도권 2,000여만명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유입되는 하천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에 사용되는 소독약에도 환경호르몬이 다량 함유돼있다. 지난 3월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1종의 소독약품 중 9종에서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이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한 사이퍼메스린,알파사이퍼메스린,하이시스사이퍼메스린,HS사이퍼메스린,에스펜팔라이트,펜발리레이트 등 6종의 제초제·살충제·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산모들의 초유(初乳)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었다.서울의 산모 5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초유 1g당 평균 31.78피코그램(1조분의 1g)이 나왔다.이는하루 동안 섭취해도 괜찮은 허용량의 무려 24∼48배에 해당하는 농도.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아의 모유 섭취가 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밝혔으나 산모들의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문호영기자 alibaba@. *환경호르몬이란. 환경호르몬은 인체 및 동물의 내분비계에 작용해 수컷의 정자 수를 감소시키거나,수컷의 암컷화(化),다음 세대의 성장 억제 등을 초래하는 물질.인간이 쓰다 버리거나 사용 중인 각종 화학물질,농약 등이 먹이사슬 등을 통해사람이나 동물의 체내로 들어와 진짜 호르몬처럼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성기의 왜소화 등 생식 장애를 일으킨다.정확한 명칭은 ‘내분비계 장애 물질’이지만,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해서 환경호르몬이라고 한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공포를 최초로 일깨운 사람은 WWF 과학고문을 맡고 있는할머니 동물학자 테오 콜본(73). 그녀는 96년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라는 책에서 미국 5대호에 서식하는 야생 조류들을 오래 관찰한 끝에 일부 새들이 생식 및 행동 장애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사실을 밝혀냈다.그리고 새들이 무정란을 낳거나,부화한 새끼들을 내팽개치고,신체가 기형화되는 현상의 배후에 환경호르몬이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했다.콜본에 이어97년 일본과 덴마크 연구기관에서 20대 남자의 정자 수가 40대에 비해 월등히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경호르몬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로 인식됐다. 현재 WWF는 DDT 등 농약 41종,비스페놀A와 폐기물 소각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모두 67종을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산업용 화학물질,의약품,식품첨가물 등 142종,미국 일리노이주 환경청은 74종을 환경호르몬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미국은 96년 식품품질보호법과 음용수안전법을 제정,환경청(EPA)으로 하여금 환경호르몬 검사방법을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WWF의 분류기준을 따르고 있는데,67종의 환경호르몬 중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된 적이 있는 물질은 모두 51종이다.이 가운데 농약32종,산업용 화학물질 3종 등 모두 42종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으며,나머지 9종 중 비스페놀A 등 4종은 관찰물질로 분류돼 감시되고 있다.정부는 98년 5월 환경호르몬 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조사 및 연구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에는 협의회를 법적 기구인 유해화학물질대책협의회로 개편하고,2008년을 시한으로 중·장기 연구계획을 수립했다.그러나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검사 및 시험 방법이 없는데다,연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만간체계적 분류 및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문호영기자. *피해 사례. @ 환경호르몬이 인체 및 동물에 미치는 피해는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생식능력 저하 및 생식기 기형,성장 저해,암 유발,면역기능 저하등이다.지금까지보고된 동물 피해는 다음과 같다. ■ 파충류 및 양서류/ 80년 미국 플로리다 아포프카호(湖)에 사는 악어의 수가 타워화학회사가 사고로 유출한 디코폴 및 DDT 때문에 절반으로 줄었다.또수컷 악어가 암컷으로 바뀌고, 수컷의 성기가 정상보다 2분의 1∼3분의 1로왜소화된 것이 관찰됐다. PCB에 노출된 붉은귀거북은 부화되는 알의 수가 감소됐고,거북의 알에 PCB를 묻혔더니 대부분 암컷이 태어났다는 보고도 있었다. 양서류는 개구리 등을 이용한 연구에서 생식 및 발생 때 다이옥신이나 중금속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될 경우 부화율이 감소하고 기형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 어류/ 80년대 후반 영국 곳곳에서 암수 구별이 어려운 물고기가 대량 발견됐다.원인은 합성세제와 유화제 성분인 비이온성 계면활성제의 분해물인 알킬페놀 때문으로 밝혀졌다.그 뒤 학자들이 무지개송어를 키우는 수조에 알킬페놀을 투입해 수컷의 정소 발달이 방해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암컷의간에서만 만들어지는 난황단백질을 수컷이 생산하는 것도발견했다. 캐나다 겔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5대호에 서식하는 상당수의 2∼4년생 연어에서 갑상선비대증이 관찰됐다.일본에서는 96년과 97년 도쿄 다마강과 스미다강에서 알킬페놀 때문에 수컷 잉어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 확인됐다. ■ 조류/ 미시간호 주변의 PCB와 다이옥신 농도가 높은 지역에 서식하는 갈매기에서 갑상선비대증 및 수컷의 난관 발달 등이 관찰됐다.또 암컷끼리 둥지를 트는 현상도 나타났다.일본 메추라기에서는 살충제인 케폰에 의해 배란및 산란 장애가 발견됐다. 조류에서는 갈매기·가마우지·왜가리·물수리·펠리컨·매·독수리 등에서많이 발견됐다. 특징은 생식능력 및 성적 습성 변화,면역능력 감소, 부리의기형 등.새들은 물고기를 먹고 살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체내에 농축된 물고기를 잡아먹을 경우 먹이사슬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 포유류/ 발트해 연안의 바다표범에 대한 조사에서 PCB가 생식선(腺)의 스테로이드 합성에 장애를 일으키고,갑상선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됐다.미국 플로리다 아메리카표범수컷의 혈액에서는 암컷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정상보다 몇 배 이상 높게 검출됐다.발육과 생식기 이상도 관찰됐는데,DDT 등에 오염된 먹이를 먹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포유류에서 발견된 피해 사례들은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문호영기자. *피해 줄이려면. 환경호르몬은 생활 주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피하기가 무척어렵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산물을 먹고, 캔음료나 컵라면등을 먹지 않으며,환경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가능한한사용하지 않는 수밖에 없다. 환경호르몬에 의한 피해를 줄이려면 지방질이 많은 육류보다 곡류·채소·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또는 랩으로 음식을 씌워데우는 일은 삼가야 한다.과일이나 야채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벗겨 먹는 게 좋다.1회용 식품용기 사용을 자제하고,바퀴벌레를 퇴치할때 퇴치약 대신 붕산 같은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담배를 끊고,살충제·농약 사용을 자제하며,어린이가 플라스틱 제품을 입에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폐건전지·파손된 수은온도계·형광등 등과 같은 유해 폐기물을 조심해서 처리하고,세척력이 지나치게 강한 세제는 쓰지 않는게 좋다.치과에서는 아말감을 쓰지 말아야 한다. 특히 플라스틱 장난감을 살 때는 주의해야 한다.플라스틱 제품은 가소제(DEHP)를 첨가하지 않으면 말랑말랑해지지 않는다.그런데 가소제는 성분 중 대부분이 환경호르몬.플라스틱 장난감을 만진 손을 입에 가져갈 경우 환경호르몬을 빨아 먹는 셈이 된다.따라서 PVC,폴리비닐클로라이드,염화비닐수지 등가소제를 넣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재질로 된 장난감은 사지 말아야 한다. 성분 표시가 ‘플라스틱’ 또는 ‘합성수지’ 등 막연하게 써 있으면 멀리하는 게 좋다.중국·태국 등이 원산지인 플라스틱 제품 중에는 재생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한 것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면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가소제를 넣지 않아도 되는 대체 소재로된 제품은 괜찮다.실리콘 등 신소재나 레고(LEGO) 같은 장난감에 사용되는 ABS수지도 비교적 안전하다. 문호영기자
  • 장마철 ‘뽀송뽀송 나기’ 특급작전

    장마철이 시작됐다.그러나 준비하기에 따라 눅눅한 장마철도 뽀송뽀송하게보낼 수 있다.장마철 필수용품과 이색 아이디어 상품을 알아본다.업체들마다‘장마 판촉전’에 돌입해 장마용품 장만에도 좋은 기회다. [패션 우의] 요즘 어린이들은 멋에 민감해 좀체 비옷을 입으려 하지 않는다. 이를 겨냥해 방수기능과 패션감각을 살린 제품이 출시됐다.‘메조피아노’의우의 겸용 원피스 19만9,000원.‘레노마’의 방수점퍼 8만7,000원. [방수 넥타이] 넥타이는 대부분 실크로 만들어져 빗방울이 튀면 얼룩이 져보기 흉하다.넥타이 브랜드 ‘박윤정’은 방수처리된 핸드메이드 넥타이를내놓았다.7만9,000원. [입으면 비옷,벗으면 가방] 비옷은 비가 그쳤을 때는 성가신 ‘짐’이다.‘인터메조’가 방수점퍼 내부에 끈을 달아 가방처럼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16만9,000원.‘CP컴퍼니’는 아예 조끼에 배낭을 달아 소지품이비에 젖는 것을 방지했다.32만8,000원. [매직 반바지] 긴바지를 입었다가 비에 흠뻑 젖거나 흙탕물이 튀어 속상했던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있을 것이다. 만약 긴바지에 지퍼나 단추를 달아 비가 올 땐 반바지로 바꿀 수 있다면? ‘쿠기’ ‘퀵실버’ ‘NWW’가 아이디어상품을 내놓았다.7만∼13만원. [현대판 나막신] 발등은 방수처리된 가죽,바닥은 나무로 된 나막신을 베네통이 6만3,000원에 선보였다.비닐과 고무 소재로 된 원색 컬러의 슬리퍼도 있다.4만8,000원. [크로스바디 백] 우산들라,가방들라,비오는 날은 손이 부족하다.몸에 딱 부착돼 비에 젖을 염려가 없는 크로스바디백을 ‘놈’이 3만7,000원에,‘푸부’는 5만5,000원에 내놓았다.화려한 비닐소재 가방도 칙칙한 장마분위기를바꿔주는 필수 패션소품. [생활속의 필수용품] 곰팡이 습기 벌레는 장마철의 3대 적(敵)이다.스프레이식 곰팡이 제거제로는 ‘팡이제로’ ‘LG119 곰팡이제거’ ‘곰팡이먹는 하마’ 등이 있고,벽지 위에 그냥 바르면 되는 ‘닥터팡’도 있다.습기 제거제로는 ‘물먹는 하마’ ‘닥터습기제로’,벌레 퇴치제로는 ‘애경닥터쌀벌레’ ‘옥시 쌀벌레잡는하마’가 있다.‘동산C&C숯까만나무’ ‘애경 파란하늘맑은 냉장고’ 등 냉장고탈취제와 ‘홈플러스 크린샷’ ‘닥터 파워볼’ 등싱크대 세정제, 에어컨 세정제 ‘쿨샷’ 등도 장마철 필수소품이다. [자동차를 위한 장마용품] 맑은 시야를 확보해주는 자동차유리 발수코팅제‘옥시레인OK’(4,500원),김서림을 방지해주는 ‘옥시김서림OK’(2,450원),창문틈으로 비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오토팜썬바이저(2개1세트 9,900원),미끄럼방지 페달커버 ‘레이싱 스포츠페달’(1만2,500원) 등이 나와 있다. [장마판촉전 치열] 신세계백화점은 이달말까지 비오는날 신세계 전단의 쿠퐁을 잘라 오면 100% 당첨 즉석복권과 비오는 날만 쓸 수 있는 특별 할인쿠퐁을 준다.또 평소에는 우산으로 사용하다 비가 그치면 땅에 거꾸로 꽂아 간이의자로 쓸 수 있는 ‘의자겸용 골프우산’(17만9,000원)도 판매중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22일부터 28일까지 장마상품전을 연다.빗물차단능력이 뛰어난 이중코팅우산,가볍고 녹이 슬지 않는 ‘초경량 3단자동우산’ 등이 구비돼 있다.현대백화점 신촌점은 각종 아이디어 장마용품전을 갖고 있다.방수콘센트(3,500원),건전지 충전기(6,700원) 닥터팡(1만1,500원) 등 장마소품을 기획가에 팔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
  • 차범석의 방북 인상기(상)

    대한매일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수행했던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인 극작가 차범석씨(76)의 방북기를 두 차례에 나누어 싣는다.원로 예술가의 따뜻하면서도 정감있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14번 차를 타시라우.” 안내원의 표정은 무표정했다.가슴에 단 인공기 배지의 검붉은 색과 나의 가슴에 단 햐얀 태극기 배지와는 대조적이었다. ◆여기가 평양인가=평양의 순안 공항에 내린 것은 6월13일 오전 10시30분.따가운 햇살이 눈부시기는 했지만 500∼600명쯤 되어 보이는 환영인파의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봐서 여성들이 태반이었음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저마다 손에 든 진홍색과 분홍색 꽃이 강렬한 햇살에 반사되면서 한층 더 붉게 보였다.나는 그것이 생화가 아닌 조화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엷은 비닐제품이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됐다. 여기가 평양인가 싶다.산세도 하늘도 들판도 그리고 꼭같이 생긴 사람들을가까이 보면서 새삼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었다.하나라도더 보고,더 얘기하고,더 가까이 가리라는 생각에 부풀었다. ◆남남북녀=우리가 탄 차는 외제 고급차,벤츠였다.14호 차에는 나와 이화여대 장상(張裳) 총장,그리고 안내인 김승현씨가 있었다.그녀의 용모는 30대로 밖에 안 보이는 젊음에다 미모와 교양을 갖춘 여성이었다.어딘지 친근감을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대학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말에 그 곱다란 얼굴을 훔쳐보았다.남남북녀(南男北女)가 결코 헛소리는 아닌가 싶다. 출발하기 전에 소양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평양에서 만나게 될 안내원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보요원인 만큼 말조심하라는 지시가 문득 생각났다.그리고 이쪽에서 먼저 말을 걸거나 그쪽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은 자제하는 게 현명하리라는 충고가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김여인은 시종 미소와 부드러운 말씨로 우리를 대했다.말할 때마다‘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동지’로 시작되는 유창하고 명료하고 논리적인 화술은 웬만한 연극배우를 능가할 정도였다.뿐만 아니라 우리 동족끼리 힘을합하여 통일을 해야지 않겠는 가 라며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말하니 나 역시 반대할 이유라곤 없었다.“그럼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닙니까?”◆물결치는 환영인파=연도에 도열한 평양시민의 대열은 강처럼 이어지고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남쪽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는다는 상투적인인사가 이니라 금방이라도 얼싸안고 춤이라도 출 것 같은 여인들의 표정이자못 감동적이었다.환호를 지르다가 급기야는 울음보를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옷차림은 우리가 보기엔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패션이었다.치마 저고리 차림이며 그것도 위아래가 한 색깔이었다.남한에서 30여년전에 유행했던 한복이었다.치마 저고리의 동정도 좁고 길었다.그런데 고무신을 신은 여성은 없었다.가끔씩 양장을 입은 여인이 보였지만 소박한 부라우스에 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뜨겁고 억새고 광적이었다.외치는 구호는 ‘김정일’의 연호였다.손에 든 조화를 흔들면서 목이 터져나갈 듯 김정일을 연호하는그 표정이 흡사 예배당에서 광신도가 외쳐대는 모습을 방불케 했다.우리 상식으로는 먼길을 찾아준 ‘김대중’을 연호하는 게 순리일진데 그들은 ‘김정일’을 외치고 있어 의아스럽게 여겨졌다. 위대한 지도자께서 뜻밖에도 이 자리에 납시었다는 현실 앞에서 흥분과 감사와 자긍심에서였을 것이다.그리고 이 역사적인 상봉은 애오라지 김정일 장군의 뜻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6월 12일의 출발 스케줄이 갑작스럽게 하루 연기되었을 때 우리들의 동요와 의혹과 억측이 문득 떠올랐다.수수께끼에쌓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게 아닌가 라는 기우(杞憂)아닌 기우도 떠올랐다. ◆남북 두 지도자의 역정=그날 밤 일본 NHK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김정일의 정체를 분석하기 위해 각국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방영하고 있었다.그 가운데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언론인 문명자(文明子)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분은 철저하게 보통사람이예요.소박하고 자상하고…그러면서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뛰어난…” 보통사람인 김정일이 저토록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와 숭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고 교육받아왔던 ‘김정일론’은 한마디로 불가사의한 사람 아니면,특별하고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어왔다.그 고정관념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란 매우 신중하고도 객관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셈이다. 그런 일이 어디 북한뿐인가.지난 날 선거 때마다 색깔론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려가며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혔던 김대중 대통령의 파란많은 인생 역정도 따지고 보면 꼭 같은 경우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번에 손을 잡게 된 두 분 지도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첫째 성씨가 김(金)씨에다,둘째 잘못된 인식과 평가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셋째 두 분 모두가 정치가로서는 드물게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깊다고 한다면 나의 독단일까. 인구 200만의 평양시민 가운데 60만명이 거리로 나와 우리에게 보내준 그정열.그것도 어린 학생들이 아닌 성인들이었고 설령 고위층의 지시로 동원된 환영 행사였을지라도 그 눈과 입과 손짓에서 발산하는 웃음과 눈물과 힘은진심이었을 것이다.그것마저도 의심한다면 우리는이미 화해와 통일을 의심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믿어보자.우리의 믿음이 잘못되었을지언정 그것은 수치도 파렴치도 아니잖는가.지구상에서 가장 먼나라에 들어선 우리는 누구인가.무엇때문에 여기까지 왔는가 하고 절절하게 읊었던 고은(高銀)시인의 말 그대로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약 40분동안 차창 밖을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우측에 자리한 장상 총장은 우측을 향해서,좌측에 앉은 나는 좌측의 평양 시민들에게 그저 힘이 소진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것만이 나의 모든 정성이라고 믿었다. ◆주암산 초대소=우리 일행은 숙소로 안내를 받았다.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4시부터 있을 환영공연과 만찬회에 나가야 했다. 우리 특별수행원의 숙소는 ‘주암산 초대소’로 모란봉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거진 노송(老松)에 에워쌓인 곳에서 대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풍치는 천하에 자랑할 만 했다.화강석으로 구축된 2층 건물로 나의 객실은 1층 35호실로 응접실과 침실이 있는 스위트룸이었다.마루바닥은 융단이 아닌 왕골돗자리가 전면으로 깔려 있어 맨발의 촉감이 시원했다.그런데 그 공간이 어찌나 넓은지 혼자 지내기엔 약간 불안감을 줄 만큼 허전했다.냉장고 안에는과일과 음료수가,그리고 침실 화장대 옆 작은 원탁에는 차(茶)와 북한 특산의 세가지 술이 사이좋게 놓여있었다.마시고 싶으면 마음대로 마시라는 무언의 권유가 역력하니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슴에 소낙비 격이라고나 할까.호젓한 산사(山寺)에 들어선 나의 감회는 다시 한 번 술렁거렸다. “정말 내가 평양에 와있는가.이것으로 통일의 물꼬가 트인다고 믿어도 되는건가.55년 동안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지냈던 우리가 이렇게 쉽게손에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도 되는가.”◆신명나는 춤과 노래=오후 4시 우리는 모란봉 만수대예술극장으로 초대를받았다.‘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문화성’이 주최하는 예술공연이었다.북한의 음악이나 무용을 이미 여러차례 감상할 기회가 있었던 나로서는 그다지 기대가 가는 편은 아니었다.획일적이며 기계적이어서 한마디로 말해 판에박은 듯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리라. 그러나 이날 밤의 공연은 지금까지의 그것하고는 다른 모습으로 내 가슴을두들겼다.그 특징의 하나로 전통의 현대화이며 그것을 위한 창작성의 뛰어남이다.그것은 다음날 관람했던 학생소년예술소조 종합공연에서도 여실히 나타나 있는 일관된 몸짓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만난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작위성이나 의도적인 역점은가시고 전통을 보다 친근하고 애착심을 가지게 했다.그 예가 민속음악의 재인식이다.아리랑,천안삼거리,옹헤야,노들강변,양산도,그리고 고향의 밤 등우리에게 친숙한 민요와 동요까지 재편곡한 연주는 자칫 잘못하면 치기로 전락될 수 있는 것을 성숙시킨 것이이다.전통악기의 개량도 성사시켰고 무용도 최승희의 기법에 바탕을 두되 서양발래나 중앙아시아의 민속무용의 기법을접목시켰다.그래서 그 기법은 체육에 가깝다는 폐단도 있고 춤 예술 이전에곡예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예술이 누구를 위해 있는가 하는 원초적인 점에서 그것은 철두철미하게 관객을 위해 있고 관객과 혼연일체가되어 공동체의식을 강조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음악이나 춤이 관객에게 신명과 춤을안겨줘야 한다는 극히 상식적이고도 근원적 의미가 북한의 극장에는 뿌리내린지 오래다.정치적 이념도 그러하듯이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것’을창작하는 일이다.서양의 그것에 물들거나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의 장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우리 것’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주체예술이 바로그들의 꿈이자 정체성일 게다. 나는 내가 지금껏 해왔던 작품세계와 나의 위상을 되돌아보면서 평양의 밤하늘을 쳐다보았다.그곳에도 별은 반짝이고 있었다.서울 하늘처럼 말이다. 車 凡 錫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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