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환경과 「우리아이」/어머니가 나서면 못할 일이 없다(사설)
유해환경의 심각성은 이미 도를 넘고 있다. 주거지 깊숙이 퇴폐업소가 침범해 들어와 있고 초중고교 주변에 유흥업소나 오락장이 어깨를 비비며 번창하고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학교앞 문방구점에서는 국민학교 저학년이 본드를 사러가도 『비닐봉투는 필요없니?』하고 묻는 주인이 예사롭다. 본드를 사 가는 청소년이 「비닐봉투」를 함께 사간다는 것은 본드를 거기다 짜넣고 흡입하기 위함을 뜻한다. 청소년의 교육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는 어른이라면 본드는 팔아도 비닐봉투와 함께는 팔지 못해야 한다.
이런 가시적 유해환경만이 아니다. 성장기청소년의 정신을 좀먹는 온갖 음란 매체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저속하고 퇴폐적인 어른용 극화가 한데 섞인 만화가게,뒷방에 대형 스크린을 걸어놓고 음란비디오를 돌리는 심야 비디오가게를 겸업하는 만화가게도 얼마든지 있다. 외설내용으로 어른들도 보기에 역한 음란물이나 끔찍끔찍한 폭력으로 가득찬 영상들이 비디오로 스크린으로 널려 있다. 먹으면 그대로 독이 될 불량식품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이 유해환경의 추방을 위해 사회단체와 주부모임들이 활발하게 운동을 벌이고 있고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는 소식(서울신문 7일자)은 일말의 희망을 느끼게 한다. 불량출판물이나 만화ㆍ장난감을 감시하는 모임도 있고 품질좋은 것을 판별하여 천거하는 단체도 있다. 어떤 일은 저항하고 자구를 위한 집단운동을 벌이고 고발도 한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수입상품,부도덕한 백화점의 상행위,공해물질에 의한 환경파괴,식품에 남는 잔류 농약검사 등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활동까지도 그들은 벌이고 있다. 대체로 20대에서 40대까지의 주부가 주동이 되어 활동을 벌이는 것이 이런 모임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들을 그럴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머니의 힘」이라고 생각된다.
어머니들에게는 그럴 권리와 의무가 있다. 2세들을 잘 기르기 위해 환경정화를 당당히 요구해야 하고 주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감시하고 추적하고 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부릅뜬 눈으로 누가 더럽히는지,어떤 공직자가 직무를 다하지 않는지,어떤 우범자가 죄를 지으려 하는지,어떤 악덕상인이 아이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지 지켜보고 찾아내야 한다.
현대의 주부인력은 대단히 유능하고 풍부하기도하다. 고학력의 어머니가 유휴상태에 있고 모성의 순수함과 진실됨이 성실한 성과를 기약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대체로 여성은 정직하고 비겁할 줄을 모른다. 거기에 어머니의 헌신하는 성품까지 더하면 고급한 인력이 된다.
학교 주변 폭력이 아이들을 너무 괴롭히자 서울의 어느 학교에서는 사친방범대를 만든 적이 있었다. 공권력을 믿지 못해 이런 움직임까지 일어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긴 하지만 사정에 따라서는 이런 것도 훌륭한 자구행위다. 팔짱끼고 앉아서 잘못 되어가는 세상을 보고만 있다면 내 아이도,내 아이의 아이들도 살기 힘든 사회가 될 것이다. 팔을 걷고 나서는 편이 성실한 시민이다.
미래에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자조하기 쉬운 탄광촌에서도 부모들이 모여 자녀를 선도하고 함께 모여 대화하는 모임을 만들었더니 청소년탈선도 많이 막을 수 있었고 가정의 결손도 훨씬 방지할 수 있었다는 사례가 있다. 노력은절대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어머니들이 이렇게 환경정화에 기여하기 위해 나서려면 먼저 그들 자신이 확고하게 다져야 할 의지가 필요하다. 「내아이」를 위해서는 「우리아이」가 다함께 구원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녀야 한다. 무섭게 확산되는 종교인구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사막처럼 황폐해가는 것은 가족이기주의에만 치열하게 몰두하는 오늘의 풍조때문이기도 하다.
각성한 「어머니의 힘」이 나서면 집안도 구하고 사회도 구한다. 그리고 당연히 나라도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