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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14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14

    서울신문은 일제 침략 당시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고종의 밀사’로 잘 알려진 호머 허버트(1863~1949), 노골적 친일 행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살된 더럼 화이트 스티븐슨(1851-1908),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작가가 실제로 조선에 와서 베델 등을 취재해 쓴 이 소설에는 고종의 연해주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도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서울신문은 이 소설 가운데 하나인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12월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를 번역해 연재 형태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14회>“황제(고종)께서는 이제 떠나실 준비가 되신 것 같소이다. 폐하가 해외 망명에 호의적이실 때 얼른 서둘러 주시오. 왕께서는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일본인의 눈을 피해 중국으로 도망치려다 잡히면 그들이 내 심장을 도려내지 않을까’라며 매우 무서워 하셨소. 그때마다 화가(소녀)가 현악기로 황제의 마음을 달래 두려움을 없애준 덕분에 어렵사리 승낙을 받아냈소.” 민 대감이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붓으로 캔버스에 황제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이토(이토 히로부미)가 꾸미는 대한제국 강탈 음모를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기면 폐하께서도 결국 사슬에 묶인 채 일본 감옥에 끌려갈 것이고 한반도 역시 피로 물들 것이라고요. 백성들은 일본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것도 여러차례 강조했소. 이 모든 일이 경운궁을 수시로 드나드는 하기와라(훗날 2대 조선총독이 되는 하기와라 슈이치)의 코앞에서 벌어질 것이라고도. 그가 궁에 없던 날 무당 두 명이 황제가 먹게 될 사슴고기를 시식했다가 숨진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전하자 황제께서는 공포로 전율하셨습니다. 결국 언제 없어질 지 모르는 불안한 옥좌에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차라리 외국으로 도망치다가 죽는 편이 더 낫다고 결정하셨소.” 나와 베델(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이 크게 기뻐하자 민 대감이 우리의 얼굴을 살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녀는 참으로 멋있는 여성이었소. 궁궐에 온 첫날부터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까. 폐하와 화가 그리고 나 이렇게 셋만 남아 조선 독립의 희망을 말하던 그 짧은 순간은 그간 이 나라의 수백년 황금기와도 맞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이었소...다만 황제께서는 처음에는 이 생각(해외 망명)에 흥분했지만 지금은 다소 차분해진 상태입니다. ‘하루 빨리 조선을 떠나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다가도 갑자기 왕좌에 시무룩하게 앉아서는 ‘겁이 난다’고 무서워하기도 하고 있어요.” 민 대감은 희망과 절망의 표정을 오가며 비겁한 늙은 군주(고종)의 모습을 직접 연기해 보였다. “한 번은 군주께서 점쟁이들과 상의해 언제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을 지 물어 보겠다고 제안했어요. 선악을 주관하는 신(神)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는 절대로 중요한 일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요. 그러자 소녀가 강하게 항의하듯 말했소. 폐하는 황제가 아니신가요?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십니까? 국가의 운명이 달린 문제를 고작 일개 무당들에게 맡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시겠다고요? 제가 초상화를 그린 분은 일국의 군주이시지 자신의 운명조차 스스로 결정짓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못난이가 아니었습니다...라고요. 그러자 폐하는 울음을 터뜨리셨고 자기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괴로워했어요...지금 황제께서는 망명을 결심하신 뒤 비극과 희극 사이에서 감정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기가 괴로울 정도로...” 조선의 유일한 애국자인 민 대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려고 애썼다. 베델은 그에게 소녀가 구상한 황제 납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황제의 내각대신 뿐 아니라 심지어 그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자들에게도 우리의 계획을 절대로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폐하께서는 신속한 탈출을 위해 세자(순종)를 궁에 그대로 두고 혼자 떠나셔야 합니다. 망명을 해야할 때가 되면 폐하를 무당 차림으로 변장시켜 주십시오. 궁은 세자와 신하들에게 맡기고 여성들이 드나드는 문을 통해 뒷문으로 빠져 나오십시오. 궁 바로 옆 사슴공원 한쪽 구석에 말을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그러면 저와 빌리는 북문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황제를 모시고 요트가 정박된 강가로 이동하겠습니다. 북문은 평소 거의 쓰지 않는 문이니 일본의 감시망도 거의 없습니다. 화가도 황제와 동행해야 하기에 북문에서 함께 기다리게 하겠습니다. 그녀는 황제를 태울 요트가 어디에 정박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만약에 일이 잘못돼 일본군에 계획이 노출돼도 정보를 알려줄 수 없게 하기 위해서죠.”그러자 민 대감이 자신있게 답했다. ”그렇다면 말은 내가 준비하겠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까...북문에서부터 요트가 있는 곳까지 폐하를 말에 태워 호위하는데 당신들의 도움을 받아야겠소. 폐하는 서울을 떠나시는 길에 일본인들이 따라붙을까 무서워하실 것이오. 그렇지만 당신들이 폐하와 함께 있다면 기뻐하고 안심하실 것이 분명하오. 이제 조선의 운명을 두 손에 쥔 위대한 여인에게서 어떤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따를 준비를 하십시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15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손 the guest’ 김동욱, 이성 잃고 폭주..김혜은과 대립 ‘심장 쫄깃’

    ‘손 the guest’ 김동욱, 이성 잃고 폭주..김혜은과 대립 ‘심장 쫄깃’

    ‘손 the guest’ 김동욱이 김혜은과 팽팽한 대립을 펼쳐 보는 이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김동욱은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연출 김홍선, 극본 권소라 서재원)에서 영매 윤화평 역을 맡아 자신과 최윤(김재욱 분), 강길영(정은채 분)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악령 박일도를 찾으려 고군분투를 펼치고 있다. 3일 방송된 ‘손 the guest’ 7회에서 윤화평은 박홍주(김혜은 분)가 박일도라고 생각하고, 증거를 찾기 위해 박홍주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던 중 박홍주가 20년 전 여고생 실종 사건과도 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윤화평은 박홍주 앞에서 거듭해 박일도의 이름을 거론하고, 여고생 송현주의 사건을 상기시키려 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최윤이 건넨 기도와 묵주에도 마찬가지. 이에 윤화평은 박홍주를 죽여서라도 박일도를 없앨 계획으로 박홍주를 찾아가 박홍주를 공격했지만 보좌관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김동욱은 무모할 정도로 박일도를 쫓는 윤화평의 뜨거운 집념을 폭주하는 감정 연기로 그리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성을 잃고 김혜은과 대립하는 장면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보는 이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또한 김동욱은 극 중 박홍주가 박일도라는 심증만 있을 뿐 명백한 증거도 없고, 구마 의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윤화평의 모습을 무결점의 연기로 그려냈다. 특히 박홍주의 눈 한쪽을 가리고 어떻게든 박홍주가 박일도라는 증거를 찾아내려는 모습은 보는 이들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본 장면. 이처럼 김동욱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이끄는 강렬한 눈빛과 목소리로 70분을 집어삼키는 강렬한 5분의 엔딩을 만들며 ‘손 the guest’의 명장면을 또 하나 추가시켰다. 한편 윤화평의 폭주가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박일도의 정체와 행방이 미궁으로 빠져 다음 회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고조시킨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8회는 오늘 밤 11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설] ‘윗선’ 정조준 사법농단 수사, 엄정하고 신속하게

    검찰은 그제 사법농단 몸통으로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강제 수사를 받는 전직 대법원장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농담에서나 나올 법한 사법부의 참극이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 이번에 압수수색을 당한 사법부의 ‘윗선’들은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의혹을 받는 핵심 인사들이다.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에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던 이들이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면 그 정점에 양 전 대법원장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에 착수한 지난 6월 이후 지금까지 법원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행태만 보였다. 재판 거래 의혹 관련자들의 압수수색 영장을 90% 가까이 기각하는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재판 거래 관련 대법원 서류 수만 건을 외부 유출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개인 사무실조차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통에 그 숱한 증거들이 파기되는 기막힌 상황까지 이어졌다. 뒤늦게 윗선들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지만, 법원의 진정성은 여전히 미미하다. 특별재판부 구성과 국정조사, 법관 탄핵소추 추진 등 비판이 쏟아져 억지춘향식 시늉을 하는가 의심스럽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의 자택에서 재직 시절 보고받은 문건들이 저장된 것으로 보이는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법농단에 대한 강제 수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만시지탄이나 법원은 자성의 자세로 일말의 신뢰라도 수습해야 한다. 사법부의 참사가 상처뿐인 비극이 되지 않도록 검찰은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로 사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 앞날 창창한 LSU 농구 유망주 심스, 캠퍼스 부근 총격에 희생

    앞날 창창한 LSU 농구 유망주 심스, 캠퍼스 부근 총격에 희생

    20세 미국 대학농구 스타가 캠퍼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에 휘말려 허망하게 삶을 접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LSU) 2학년 포워드인 웨이드 심스가 28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1시 25분쯤 서던 유니버시티 캠퍼스의 축구 경기장 건너편 서브웨이 점포 바깥에 있다가 여러 남성이 벌인 드잡이 끝에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베톤루지 경찰이 밝혔다. 현지 WBRZ 방송이 입수한 동영상에는 총성이 들리고 심스가 바닥에 쓰러지자 여러 남성이 달아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심스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생을 마감했다. 윌 웨이드 LSU 감독은 “우리 모두 황망하다”며 “웨이드나 우리 모두나 그의 가족 모두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웨이드 감독은 새벽에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갔으며 6시 30분 아침 훈련에 나온 팀 동료들에게 비보를 전했다. 그는 198㎝의 키에 지난 시즌 32경기에 출전해 5.6득점 2.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베톤루지에 있는 유니버시티랩 고교를 3년 연속 주 챔피언으로 이끌어 2014~15시즌 게토레이 올해의 루이지애나 선수를 수상할 정도로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였다. 아버지 웨인 역시 1987~91년 같은 대학 농구팀에서 활약했다. 이 대학 체육부장인 조 알레바는 “우리 체육계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게 마련인데 어제밤 있었던 일보다 더 기운 빠지는 일은 없다. 한 젊은이의 인생이 그렇게 어이없이 끝난 것은 절대적인 비극이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슬픈 날일지 모른다”고 비통해 했다. 심스는 LSU 농구 인맥에도 연을 갖고 있다. LSU 코치를 지낸 자니 존스를 어릴 적부터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존스와 아버지 웨인이 베톤루지에서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이 대학에 1라운드 지명돼 샤킬 오닐과 함께 1990년대 초반 가장 강력한 프론트 코트 조합을 선보였던 스탠리 로버츠가 심스의 대부였다. 존스는 현재 텍사스 서던 대학 감독으로 일하는데 비보를 듣자마자 휴스턴을 떠나 베톤루지의 유족을 위로하러 갔다. 그는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지금의 사나이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사람들은 그의 주위에 있으면 즐거워했다. 그는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차량 충돌 때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에 맞아 3세 여아 사망

    차량 충돌 때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에 맞아 3세 여아 사망

    교통사고가 날 때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가 흉기로 작용,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례가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북서부 빌라노바 데 아로우사의 한 마을에서 3살 난 어린이가 엄마가 몰던 차를 타고 가다가 스쿨버스와 추돌하는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 당시 이 어린이는 국제표준화기구 고정장치(ISOFIX)로 차량에 단단히 고정한 유아용 카시트에 앉아 있었다. 문제는 사고 당시 이 어린이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였다. 충돌에 따른 충격으로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가 얼굴 부위로 튕기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태블릿PC가 숨진 어린이의 머리 부분을 가격하면서 심각한 상처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숨진 어린이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유명 기업인의 손녀인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어린이 외에 운전을 한 엄마, 그리고 스쿨버스에 타고 있던 나머지 어린이 1명은 이 사고로 가벼운 상처를 입는 데 그쳤다. 교통안전단체들은 이 사건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립자동차협회(RAC) 안전전문가 피트 윌리엄스는 “이번 사건은 매우 비극적”이라면서 “이 사건을 통해 차에 탄 자녀에게 오락 등으로 시간을 때우도록 배려한다며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건네주는 부모들이 전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와 유사한 사건은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는 차에 묶여 있지 않은 딱딱한 물체가 사고 시에는 치명적인 발사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교통법규에 따르면 무겁거나 날카로운 물건은 교통사고 시 흉기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태블릿PC 등의 물체를 차량에 의무적으로 묶어두도록 하는 법은 없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손 the guest’ 김동욱X김재욱X정은채 운명적 전환점...본격 공조 시작

    ‘손 the guest’ 김동욱X김재욱X정은채 운명적 전환점...본격 공조 시작

    ‘손 the guest’가 한층 짙어지는 미스터리와 공포 속에 감정선까지 깊어지며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했다. 26일 방송된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5회에서는 ‘손’으로 얽힌 윤화평(김동욱 분), 최윤(김재욱 분), 강길영(정은채 분)의 비극적 인연이 드러남과 동시에 ‘손’에 빙의된 또 다른 부마자가 등장,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최민상(이중옥 분) 구마가 실패로 돌아가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윤화평은 최윤에게 “박일도가 마지막으로 빙의된 게 최신부, 당신 형이야”라는 충격적 사실을 전했다. 최윤은 다시 직면한 형의 진실에 괴로워했고, 윤화평도 과거의 기억에 힘들어했다. 그런 두 사람 앞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최신부의 시신이 야산에서 발견된 것.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최신부의 사인은 자살로 추정됐지만 발견 장소나 시점은 의문투성이었다. 의문을 해결하려 현장을 찾아간 최윤은 윤화평과 마주쳤다. “애초에 형이 빙의된 것도 당신 때문”이라고 울분을 토하는 최윤의 분노를 윤화평이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을 때 두 사람 앞에 강길영이 등장했다. 최윤의 옛집으로 둘을 데리고 간 강길영은 최윤을 구하고 최신부에게 살해당한 경찰이 자신의 엄마임을 밝혔다. 윤화평은 모든 사건은 박일도 때문에 발생했고, 불행은 자신에게서 시작됐음을 고백했다. 모든 진실을 알고 운명의 갈림길에 선 최윤은 “다시는 일상으로 못 돌아가”라는 경고에도 윤화평과 함께 박일도를 찾기로 했다. 강길영은 슬픔을 딛고 실종자 강종열 사건에 몰두했다. 강종열의 여자친구 김륜희(김시은 분)는 경찰 조사에서 무언가 숨기는 게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증상을 보이는 김륜희는 자신을 부마자라고 주장하며 최윤을 찾아왔다. 김륜희의 증상에서 빙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문자가 오고,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박일도가 소개를 해줬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은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최윤의 말에 김륜희를 찾아간 윤화평은 ‘손’이 왔음을 확신했다. 김륜희는 몸부림을 치며 사람을 불러 모아 상황을 빠져나갔다. 윤화평과 최윤이 출동한 경찰에게 해명하는 사이 김륜희가 손목에 스스로를 해한 채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손’으로 얽힌 윤화평, 최윤, 강길영의 비극적 운명이 드러나면서 세 사람의 관계 역시 전환점을 맞았다. 슬픈 과거와 함께 현재진행형인 감정은 여전히 세 사람을 짓누르고 있었다. 윤화평은 불행의 시발점이라는 죄책감에 박일도를 쫓아왔고, 형을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했던 최윤, 엄마에 대한 자책에 힘들어했던 강길영은 각각 구마사제와 형사의 길을 선택했다. 깊이를 더한 세 사람의 감정선은 서늘한 공포, 짙어지는 미스터리와 맞물리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박일도를 찾는 여정을 함께하게 된 윤화평과 최윤의 공조와 강길영의 선택이 궁금증을 높였다. 사람의 어두운 마음에 깃들어 악행을 저지르는 ‘손’ 박일도의 미스터리도 점점 깊어졌다. 최신부의 시신이 발견되며 안갯속에 빠진 박일도의 행적이 두려움과 궁금증을 동시에 자극했다. ‘손’에 씐 사람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던 ‘나눔의 손’ 책과 최신부 사건을 덮으라고 지시하며 강렬한 등장을 보여준 박홍주(김혜은 분), ‘나눔의 손’을 운영하는 양신부(안내상 분) 등 복선이 촘촘히 깔리며 공포의 무게감도 더해졌다. 한편 이날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손 the guest’ 5회 시청률은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평균 2.9%, 최고 3.3%를 기록했다. ‘손 the guest’ 6회는 이날(27일) 밤 11시 방송된다. 사진=OC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여기는 남미] 혹독한 경제난에…길에다 노인 버리는 베네수엘라

    [여기는 남미] 혹독한 경제난에…길에다 노인 버리는 베네수엘라

    혹독한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노인들이 버림을 당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또 버려진 노인이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터미널에서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당한 노인이 발견된 건 최근에만 벌써 두 번째다. 보도에 따르면 펠리페라는 이름의 노인은 고속버스터미널 측은 대기실에서 장시간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직원들에게 발견됐다.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만 가족사항이나 주소 등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터미널 관계자는 "노인이 이름만 밝혔을 뿐 다른 질문엔 답을 하지 않고 있다"며 "아마도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에도 마라카이보 고속버스터미널에선 버려진 노인이 발견됐다. 가족들이 대기실에 버린 노인은 91세 할머니로 극도의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였다. 고속버스터미널 직원들이 뒤늦게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실신한 상태였다. 터미널 측은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구급차를 불렀지만 구급차가 도착하기 직전 할머니는 숨을 거뒀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모를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다버린 61세 아들을 체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선 최근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마라카이보 고속터미널 관계자는 "대기실에 정처 없이 앉아 있는 노인을 보는 게 이젠 일상이 됐다"며 "노숙자가 대부분이지만 버려진 노인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려진 노인 대부분은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은 사실을 숨긴다"며 "경제난이 또 다른 비극을 낳고 있다"고 개탄했다. 사진=파노라마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퓨마를 남미로…동물원 ‘종 제한’ 목소리 높아진다

    퓨마를 남미로…동물원 ‘종 제한’ 목소리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코끼리 청정(Elephant free) 동물원’이 생기는 등 동물원 환경에 맞지 않는 동물은 키우지 않는 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하늘로 떠난 ‘호롱이’도 애초에 이 땅에 발을 붙여서는 안 되는 동물이었어요.” 19일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지난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한 암컷 퓨마 ‘호롱이’사건은 비극이라면서 이처럼 말했다. ‘호롱이 탈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사회적인 관심은 동물원으로 향하고 있다. 1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을 폐쇄해 달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20일 오전 대전 동물원 입구에는 사살된 호롱이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놓이고, 추모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단순 안전사고로 여겨졌던 호롱이 탈출 사건이 ‘동물원 존폐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연환경에서 살 수 없는 동물들을 동물원에 방치하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갑작스레 다른 자연환경에 노출된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곧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탈출한 ‘퓨마’의 원서식지도 한국의 자연환경과 크게 다른 남·북미 산악지대였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낮추지 못한다면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환경단체들은 ‘근본적인 해법은 동물원에서 사육하기 부적합한 종을 법으로 지정해 사육을 막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는 12월 13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관련법인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동물원 법)’을 다시 한 번 개정해야 한다. 해당 법안에는 환경부장관이 동물원이 보유하고 있는 생물종을 별도로 조사하거나 관리지침을 정하도록 명시했지만 ‘종’을 제한한다는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시행을 앞둔 법안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법안으로는 동물원에서 사육할 수 있는 종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면서 “법안이 정해놓은 한도 내에서 하위법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환경부는 법이 시행되면 조직될 ‘동물원 및 수족관 동물관리위원회’에 민간전문가를 포함해 동물복지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동물원 법을 다시 한 번 개정해 동물원을 ‘관람’이 아닌 ‘동물 복지’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 대표는 “지금 동물원, 수족관은 종을 보존한다는 핑계로 환경에 맞지 않는 동물들을 사육하고, 개체를 무차별적으로 증식하고 있지만 이는 관람을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동물원법은 평생 갇혀 살아가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새롭게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데스크 시각] 그 많던 촛불은 다 어디 갔을까?/이창구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그 많던 촛불은 다 어디 갔을까?/이창구 사회부장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중국에서 근무했다. 주말마다 들불처럼 타오르던 광장의 촛불을 인터넷으로 보며 가슴이 벅찼다. 역사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억누르지 못한 한인 학생들은 서울로 날아가기도 했다. 집회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교민들은 한인 식당에 모여 촛불을 켜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방식으로 촛불 혁명에 동참했다.연인원 1700만명이 모인 광장의 촛불을 보며 한편으로는 야속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명박 정권 말기와 박근혜 정권 초기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 지부장을 하면서 많은 농성장을 찾았다. 한진중공업, 쌍용차, 언론사 등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광장을 헤매던 때였다.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촛불을 들 때는 별로 모이지도 않더니만…” 하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촛불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 때에도 한국에 있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 참모들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환하게 웃는 대통령의 모습, 남편을 쫓아 나와 옷매무시를 고쳐 주고 돌아가는 영부인의 쾌활한 모습은 중국에까지 청량제로 다가왔다. 사드 보복 여파로 여전히 눈치를 보며 중국 생활을 해야 했기에 새 세상을 누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촛불이 열어젖힌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지 3개월이 지났다. 이제 촛불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의식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다중(多衆)이 ‘박근혜 탄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뭉쳤다가 목표를 달성한 뒤 흩어진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흩어지는 양상이 위태롭다. 최근 1~2년 새 운 좋게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한 촛불 시민들은 억대 이상 오른 집값에 먹지 않아도 배부르겠지만, 촛불 정부가 집값을 잡아 줄 것이라고 믿었던 전·월세 촛불들은 좌절감에 빠졌다. 정부가 지난 13일 종부세 강화와 대출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배신당한 촛불들은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는커녕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집값을 잡아야 하는 장관들과 국회의원 상당수가 집값 폭등의 수혜자라는 모순된 현실 앞에서 집 없는 서민들은 헛웃음만 지을 뿐이다. 자녀를 강남 학군이나 특목고·자사고에 보내는 데 성공한 촛불들은 “이제 스카이(SKY) 가즈아~”라며 파이팅을 외치겠지만, 입시 지옥이 개선되리라 믿었던 촛불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암기식 수능의 위력은 오히려 더 세졌다. 사라질 운명이었던 외고·자사고의 인기는 더 치솟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입시 지옥에 숨구멍을 뚫었던 혁신학교가 촛불 정부에서 고사 위기에 몰리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약속은 재벌·보수언론의 총공세 속에 저임금 노동자 촛불과 자영업자 촛불, 알바 촛불을 분열시키는 기제가 됐다. 자영업자들은 촛불 정부와 최전선에서 맞서는 투사가 됐고,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촛불 정부를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자본의 편에 선 정부’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촛불 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청년들은 최악의 실업률에 난민 보호와 같은 보편적인 가치에도 반발할 정도로 각박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권력을 쥔 촛불은 “강남에 살아 봐서 아는데, 모두 강남에 살 필요 없다”며 그나마 남았던 촛불들을 돌려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분명 촛불들이 세운 정부다. 하지만 촛불들이 무조건 지켜야 할 정부는 아니다. 촛불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이들은 이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어느 촛불을 바라보며 어디까지 가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촛불들이 촛불 정부를 향해 다시 촛불을 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window2@seoul.co.kr
  • [2030 세대] 정원사의 비극/김현집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정원사의 비극/김현집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해 질 무렵 차를 타고 반포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옆 차선에 트럭 몇 대가 나무를 운반하고 있다. 트럭 한 대에 한 그루씩 나무는 길게 눕혀져 이동 중이다. 어떻게 보면 미사일 탄두대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잠든 듯 누워 있는 모양이 지친 여행객 같기도 하다.어렸을 땐 뭘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동물들이 매력 있었다. 요즘에는 침묵한 꽃이나 나무가 흥미롭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도 좋다. 강희안의 ‘양화소록’을 읽은 후 이런 마음이 더해졌다. 날마다 화초 기르는 것을 즐기던 강희안은 축적한 노하우를 기록으로 남겼다. 대체로 꽃은 물을 적당히 주고 햇빛만 쬐어 주면 될 것 같지만, 저마다의 성질과 요구가 다르기에 이를 잘 살펴 가며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식물이나 사람이나 해쳐선 안 될 천성이 있다고 강희안은 말한다. 나무와 화초를 얘기하다 보니 생각나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내가 다니던 대학은 교정에 오래된 나무가 많았다. 바둑판무늬의 그림자가 지도록 나뭇가지로 시커멓게 덮인 좁은 숲길은 내가 특히 좋아한 곳이었다. 틈만 나면 찾곤 했는데 친구 중 하나는 풀이면 풀, 나무면 나무, 그 이름과 성질과 심지어는 나이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 누구나 알 법한 나무 이름 하나 제대로 대지 못하는 나로서는 심히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난 이 친구가 남달라 보였다. 힘없고 말없는 것을 귀중히 대하는 건 아름답다. 영국 18세기 소설가 로런스 스턴의 작품 ‘트리스트럼 샌디의 삶과 견해’에 등장하는 토비 삼촌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다. 저녁 식사 내내 자기 음식 위를 맴돌던 파리를 손으로 잡더니 다시 놓아 주며 말한다. “저리 가라. 내가 너를 왜 해치겠느냐. 이 세상은 너와 내가 같이 살 정도 공간은 있다.” 물론 파리나 식물은 사람에게 무관심하다. 우리가 없어져도 파리는 날아다닐 것이고 빈집은 나무와 풀들로 무성해질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동유럽에서 독일 병사들은 집단 학살한 사람들의 무덤을 감추기 위해 그 위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그런 땅에서 잘 자라는 게 나무다. 인간이 작은 생물을 보살펴 주고, 잡초와 화초를 구분하는 것은 자연에 대해 좋은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의 깨끗한 마음을 비쳐 줄 거울이 필요해서다. 동생 강희맹은 형인 강희안의 책을 내며 이렇게 덧붙였다. “공이 세상을 떠난 지 9년 후인 계사년 봄에 그의 정원을 찾았더니, 아무도 가꾸지 않아 잡초가 우거지고 꽃과 나무는 망가져 있었다. 배회하면서 돌이켜 보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화소록’ 유고를 찾아 ‘진산세고’의 뒤에 덧붙이니, 후세에 이것을 보는 사람들이 공의 덕을 알고 공의 뜻을 안타까워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600년 전 사람들 얘기다. 망가진 정원은 화초들의 비극이 아니라 정원사의 비극이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로 쓴 이스라엘의 패기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로 쓴 이스라엘의 패기

    지중해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지난 17일 밤 11시(현지시각),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Latakia) 해안 35km 상공을 비행하던 항공기 1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라진 비행기는 지중해 일대에 전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력에 대한 정찰 비행을 마치고 시리아 흐메이밈(Hmeimim) 공군기지로 귀환하던 러시아 공군 IL-20M 전자정보(ELINT) 정찰기였다. 시리아 인근 지중해 일대에 배치된 NATO 해군과 공군의 군함과 전투기에 대한 레이더 및 통신정보 수집을 위해 시리아에 배치된 이 정찰기에는 15명의 러시아 장병이 탑승해 있었다. 이 정찰기가 귀환 도중 통신이 두절되자 러시아 국방부는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난 정보를 바탕으로 이 정찰기가 지중해에 추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구조대를 급파했다. 사건 발생 몇 시간 후, 러시아 국방부는 긴급 성명을 내고 이 정찰기의 추락에 시리아와 이스라엘, 프랑스가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러시아 정찰기를 격추한 것은 시리아 정부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이거나 인근에 있던 프랑스 호위함이 발사한 함대공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으며, 정찰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시점에 정찰기 인근 공역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비행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 연루 가능성도 제기했다.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정찰기가 비행하던 곳은 지중해 공해상이었다. 이 인근에는 프랑스가 파견한 아퀴텐(Aquitaine)급 호위함 오베르뉴(FS Auvergne)가 작전 중이었는데, 러시아는 자국 정찰자산이 오베르뉴함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포착했다며 자국 정찰기가 프랑스 군함에 의해 격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해상에서의 타국 공군기 격추는 상호 적대적 행위가 있었을 때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격추된 IL-20M 정찰기는 임무를 마치고 복귀 중이었고, 프랑스 호위함과 상호 적대적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가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는 또 다른 무력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본다면 프랑스 군함이 러시아 공군기를 공격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자국 정찰기 격추 용의자가 프랑스 군함이라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측은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오인 사격 가능성도 제기했다. 라타키아 일대에 배치되어 있던 시리아 정부군 S-200 지대공 미사일이 자국 정찰기를 격추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는 러시아와 군사동맹관계이고, 격추된 정찰기는 시리아 정부군을 위협하는 NATO 군사력에 대한 정찰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우군’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시리아가 러시아 군용기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원인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막이’로 이용했다. 사건 당시 격추된 정찰기가 비행하던 공역에는 이스라엘 공군 F-16 전투기 4대가 있었다. 이들은 야간을 틈타 지중해를 저공비행하여 시리아에 접근했으며, 시리아 영토 내에 이란이 건설한 무기제조시설을 공습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무기 공장이 폭격을 당하자 놀란 시리아 정부군이 지대공 미사일 레이더를 가동했는데 이 레이더에 이스라엘 전투기가 포착됐고 곧이어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미사일 발사를 확인하고 곧바로 회피 기동에 들어갔다. 시리아 정부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은 S-200으로 지상의 사격통제소에서 미사일을 유도하는 지령유도 방식의 구식 미사일이었다. 문제는 시리아 정부군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자신들이 미사일을 쏜 지역에 아군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 국방부 주장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크고 둔중한 러시아 정찰기 근처에 바짝 붙었다. 이렇게 되면 시리아군 레이더 스크린 상에 레이더 반사 면적이 가장 큰 1개의 표적만 보이게 된다. 시리아군의 구식 지대공 미사일은 자신이 노린 표적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조차 못하고 레이더 상에 떠 있는 표적을 향해 돌진했고, 결국 미사일은 러시아 정찰기에 명중했다. S-200이 운용하는 V-860 지대공 미사일의 탄두중량은 무려 217kg이다. 명중과 동시에 표적은 가루가 된다는 의미다. 미사일에 피격당한 러시아 정찰기가 지상 관제소에 구조 신호를 보낼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 났다는 것이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막이로 삼아 미사일을 피한 것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위를 적대적 행동으로 평가하며, 대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엄청난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격추된 정찰기가 초강대국인 러시아의 군용기였고 사건이 발생한 곳은 국제법적으로 비행이 보호되어야 할 국제공역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이번 사건으로 무려 15명이 폭사했는데 자국민에 대한 공격 행위를 러시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강력 보복으로 일관해 온 푸틴 대통령의 성격 상 이번 일을 묵과할 가능성도 낮았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로 삼았다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에 이스라엘은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정찰기가 격추되어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조의를 표하지만, 이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시리아 정부군, 나아가 이란과 헤즈볼라에게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입장이었다. 사건 당시 이스라엘이 공습한 표적은 이란이 시리아에 건설해 준 무기 공장이었는데, 여기서 생산된 무기들이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헤즈볼라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고, 예방적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공습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주장이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들이 공습을 마치고 복귀하는 중에 시리아군이 피아 식별도 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이번 참극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책임은 시리아 정부군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을 향해 강경 대응을 선포하고 나선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사자 발생에 대한 조의를 표한 뒤 자위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리아에서 이란이 군사적 활동을 계속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한, 시리아 공습은 멈출 수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러시아 내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끓기 시작했다. 건방진 이스라엘을 이 기회에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의 일부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은 이스라엘이 러시아 군용기를 방패삼아 미사일을 피하고도 재발 방지 약속은커녕 공습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분개하며 러시아 정부의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강경 성향의 푸틴은 매우 의외의 반응을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한 것은 아니며, 이번 사건은 비극적인 우연의 연속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장관이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지 몇 시간 만에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었다. 강경 성향의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데는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사항이 배경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안보에 있어서는 타협 자체를 거부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이스라엘을 적국으로 돌리는 것은 초강대국 러시아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정규군을 동원한 공격은 물론 정보기관을 동원한 암살과 사보타주에 거리낌 없이 나서는데, 이것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탱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가 그동안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시리아 공습을 수수방관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를 공습하기 위해서는 지중해를 우회해 시리아 서부 해안지역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지역에는 러시아군의 임차 공군기지인 흐메이밈 기지가 있으며, 여기에는 러시아군의 최신예 Su-35S 전투기와 A-50 조기경보기, 심지어 세계 최강의 지대공 미사일이라는 S-400 포대도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해부터 200차례 이상 시리아를 공습하는 동안 흐메이밈의 러시아군은 항상 침묵해왔다. 공격에 나서는 순간 어떤 결과가 뒤따를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강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이 같은 ‘패기’는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여 하루가 멀다 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한국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던져준다. 자국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는 데는 힘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그 힘을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평화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패라는 사실을 우리 위정자들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홍석경의 문화읽기]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대의 한국 드라마

    [홍석경의 문화읽기]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대의 한국 드라마

    한때 국민 생활시간 조사에서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각국의 평균적 문화활동과 여가생활 구조의 척도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실시간 시청률에 희비가 오가며 전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각사의 간판격인 장기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 시청자와 소통하던 시대. 이제 그 시대가 가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화면으로 무엇인가 보지만 그것은 더이상 ‘텔레비전’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프로그램 서비스 플랫폼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중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지배력은 가히 세계적이다.초중등학교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유튜버가 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고, 이 세대는 유튜브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한다. 수학 공식과 역사적 사건의 설명도, 좋아하는 비디오게임의 난관 극복 정보나 화장법도, 텔레비전 인기 프로그램을 지겹지 않게 요약한 버전이나 좋아하는 출연자 중심으로 재편집한 영상들도 끊임없이 유튜브를 통해서 본다. 대략 하루에 열 시간이라는데, 텔레비전 전성시대 미국 가정에서 하루 7시간 텔레비전 수상기가 켜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유튜브의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유튜브 세대의 특징이 긴 프로그램을 싫어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상대적일 뿐이다. 같은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에서 좋아하는 시리즈를 볼 땐 장시간 집중적으로 잠을 설칠 정도로 몰입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시리즈로 모두 메뉴 속에 있을 때, 중간에 거기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방송이 아닌 플랫폼에서 접하는 외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한류 팬이 되는 과정도 이와 같다. 넷플릭스는 아직 한국에서 가입자 수가 많지 않지만, 이미 한국의 방송계와 학계에서는 연일 넷플릭스의 경제적, 문화적 영향에 대한 세미나가 기획될 정도로 방송 환경의 급변을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세계 각국의 현재와 과거의 수작들을 전 세계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일부는 텔레비전과 동시에 방송한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 일부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단순 플랫폼이 아닌 프로그램 제작까지 담당하는 글로벌 텔레비전으로 도약해 가고 있다. 이 넷플릭스에서 한국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의 강자이고 전 세계에서 자발적 시청자가 늘어 가는 장르인데 왜 안 그렇겠는가. 과거와 현재의 많은 한국 드라마를 제공하면서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이어 한국식 예능과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고 있다. 지금 방송 중인 tvN의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도 제작비 400억원 중 300억원을 방송권으로 지불함으로써 실질적인 제작자로서 전 세계에 동시 방송하고 있다.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가 중국과 동시 방송을 위해 전작제로 만들어졌을 때, 드라마의 장소, 인물 선정과 연출에서 이미 국내 시청자들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시청자들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초국적 소통 가능성이 큰 판타지 장르에 알콩달콩한 한국식 로맨스를 결합한 ‘도깨비’를 거쳐 도달한 ‘미스터 션샤인’은 앞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직접 배달될 한국 드라마가 어떤 모습일지 엿볼 수 있게 한다. 구한말 의병 스나이퍼(저격수)가 된 대갓집 애기씨라는 강력한 인물 주변엔 신분과 국적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세 명의 헌신적인 남자가 각자의 비극을 안고 한 여인에게 목숨을 건 사랑을 바친다. 애기씨가 곧 조선이고 조국이라는 설정이다. 구한말 조선의 현실 정합성과 한국의 시청자들은 알고 세계의 시청자들은 모를 디테일은 드라마 속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세트로 되살아난 구한말 조선의 이국적인 근대와 전통의 공존, 그것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극적 현실감이 중요할 뿐이다. 유튜브 문화가 일상 경험으로 텔레비전에서 시청자를 분리했다면,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넷플릭스의 메뉴 속에서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의 과거와 오늘의 수작들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실시간 시청률을 통해 한국 관객들의 취향과 선택이 반영되던 시스템에서 벗어난 한국 드라마들은 앞으로 어떤 스펙터클을 제공할까. 학자로서는 호기심 천국이지만, 한국 드라마 애호가로서는 살짝 우울한 미래다.
  • [지금, 이 영화] 두 남녀의 사랑 그리고 두 남녀의 파탄

    [지금, 이 영화] 두 남녀의 사랑 그리고 두 남녀의 파탄

    영국에 가게 된다면 잉글랜드 남부의 체실 비치에 들러보고 싶다. 이언 매큐언의 장편소설 ‘체실 비치에서’(2007)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이곳은 달걀 크기의 조약돌과 완두콩 크기의 조약돌이 구분돼 깔려 있는 해변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과연 어떤 풍경일까. 직접 가보지 않아도 이제 그 느낌을 알겠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체실 비치에서’를 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언 매큐언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소설 내용을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그래서 소설만큼 영화가 좋았냐고? 그렇게는 말 못하겠다. 도미닉 쿡 감독이 본인만의 영화 스타일을 더 관철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섹스의 실패를, 그로 인해 사랑이 어떻게 파탄에 이르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플로렌스(세어셔 로넌)와 에드워드(빌리 하울)다. 두 사람은 3년 연애한 스물두 살 동갑내기 커플로, 막 결혼식을 올리고 체실 비치에 신혼여행을 왔다. 소설의 첫 시작은 이렇다. “그들은 젊고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둘 다 첫날밤인 지금까지 순결을 지키고 있었다. 물론 요즘에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시절은 성문제를 화제에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던 때였다.” 이때는 1962년 7월 중순을 가리킨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서로의 정신적 덕목―교양의 취향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서로의 육체적 감각―섹스의 취향은 무지했다. 부부니까 섹스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결국 그렇게 치러진 첫날밤은 비극으로 끝났다. 정말이지 비극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섹스가 이들에게 충만한 기쁨이었기는커녕 내면에 상처만 남겨서다. 이후 둘은 모욕을 주고받다 바로 그날 파경을 맞았다. 관계 개선을 위해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것이 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결과적으로 이들은 각자의 이기적 섹스를 한 셈이다. 섹스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사랑의 나눔이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든 연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자위와 다를 바 없어진다. 섹스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섹스하기 전에도, 중에도, 후에도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섹스를 잘해야 사랑도 잘한다. 두 가지 다 의사소통에 바탕을 두는 상호작용이라서 그렇다. 끊임없이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이전보다 나은 사이가 되도록 애써야 한다. 그것이 귀찮고 지겹게 느껴질 때쯤, 체실 비치에 진짜 가봐야겠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네덜란드 댄스시어터 16년 만에 한국 찾는다

    네덜란드 댄스시어터 16년 만에 한국 찾는다

    세계 최정상의 무용단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NDT1)이 16년 만에 내한한다.예술의전당은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다음달 19~21일 오페라극장에서 NDT1의 공연을 선보인다. NDT1은 NDT의 메인 무용단으로, 이들의 내한은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다. 1959년 창단된 NDT는 1975년 천재 안무가 이리 킬리안을 예술감독으로 영입하며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성장했다. ‘현대무용의 나침반’으로 불렸던 이리 킬리안이 2011년 은퇴한 이후부터는 폴 라이트풋이 예술감독으로 단체를 이끌고 있다. 폴 라이트풋은 앞서 두 차례 내한공연 때 무용수로 참가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계무대에서 인기를 끈 NDT의 최신작 등 세 작품이 선보인다. 이별과 변화를 주제로 한 ‘Stop Motion’은 현대음악 작곡가 막스 리히터의 음악을 배경으로 비극적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작품이다. 폴 라이트풋과 상주안무가 솔 레옹의 작품으로 2014년 초연 때부터 높은 완성도를 보여 주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역경’(易經)에서 영감을 받은 ‘Safe as Houses’는 미니멀리즘적 무대와 바흐의 음악, 세련된 안무가 결합된 작품이다. NDT의 협력안무가이자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상주안무가인 마르코 괴케의 신작도 관심을 끈다. 오는 27일 네덜란드에서 세계 초연을 하고 아시아에서는 이번 한국 무대에서 처음 선보인다. 아직 공개되지 않아 작품 제목도 미정인 상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시리아의 러 군용기 격추 사태 확산에… 진화 나선 푸틴

    러시아군 “이스라엘 책임” 보복 시사 네타냐후 위로에 푸틴 “비극적 우연” 시리아군이 이스라엘 전투기로 오인해 발사한 미사일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했다. 항공기에 탑승한 러시아군 장병들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 러시아군은 사고 원인을 제공한 이스라엘의 책임이라며 보복을 시사했으나, 시리아 상황이 더 복잡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화했다. 외신은 그러나 “이 같은 작은 실수가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며 우려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군용기 일류신(IL)20이 시리아에서 시리아군의 방공미사일 S200을 맞고 추락, 러시아군 장병 15명이 사망했다. 당시 시리아군은 자국을 공격하려는 이스라엘군의 F16 전투기들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스라엘 공군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시리아의 이란군 주둔지를 겨냥해 폭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발표해 “책임은 이스라엘 측에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도발을 적대적 행동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전화로 항의했고, 러시아 외무부는 모스크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러시아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이스라엘군은 러시아 군인들의 죽음에 대해 “비통하다”며 애도했다. 그러나 사고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는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한 시리아 정권이 이번 사건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섰다. 또 “러시아에 시리아 공습에 대해 사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결국 양국 정상이 움직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군용기 추락을 위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모스크바에서 헝가리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2015년 터키 전투기가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사건과 비교하며 “터키는 의도적이었지만, 이번 사안은 비극적인 우연의 연속으로 보인다”면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우리 군용기를 격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도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시리아 정권 재건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친이란 세력을 타격하게 허용할 것”이라면서도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성공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스라엘·러시아·시리아·터키·영국·미국 등 최소 6개국 항공기가 러시아 상공을 오간다. 착오나 오산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金 “핵 없는 평화의 땅 노력” 文 “전쟁 없는 한반도 시작됐다”

    金 “핵 없는 평화의 땅 노력” 文 “전쟁 없는 한반도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19일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에서 첫 비핵화 방안에 합의하면서 4·27 판문점선언보다 진전된 ‘9월 평양공동선언’을 만들어 냈다. 두 정상은 선언문을 작성하기 위해 18일 오후 3시 45분부터 5시 45분까지 120분간 배석자가 있는 회담을, 19일 오전 10시 5분부터 11시 10분까지 65분간 추가 회담을 하는 등 185분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두 정상의 기자회견문 주요 내용.-김 위원장 나는 뜻깊은 자리를 빌려 판문점에서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진정 어린 노력을 기울여 온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의를 표한다. 올 들어 북과 남이 함께 손잡고 걸어 온 평창으로부터 평양으로의 220여일, 이 봄, 여름 계절은 혈연의 정으로 따뜻하고 화합과 통일의 열기로 뜨거웠다. 그 정과 열을 자양분으로 판문점의 봄날에 뿌린 화합과 평화의 씨앗이 싹트고 자라 가을과 더불어 알찬 열매가 됐다.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라고 판문점에서 썼던 글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수십년 세월 지속하여 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 오늘 문 대통령과 내가 함께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이 모든 소중한 합의와 약속이 그대로 담겨 있다. 선언은 길지 않아도 여기에는 새로운 희망으로 높뛰는 민족의 숨결이 있고 강렬한 통일 의지로 불타는 겨레의 넋이 있으며 머지않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이 담겨져 있다. 친애하는 여러분, 우리의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는 앞길에는 생각 못했던 도전과 난관, 시련도 막아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시련을 이길수록 힘은 더욱 커지고 강해지며, 이렇게 다져지고 뭉쳐진 민족의 힘은 하나 된 강대한 조국의 기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 어떤 역풍도 두렵지 않다. 세계는 오랫동안 짓눌리고 갈라져 고통과 불행을 겪어 온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앞날을 당겨오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는 분단의 비극을 한시라도 빨리 끝장내고 겨레의 가슴속에 쌓인 분열의 한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성스러운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앞장에 서서 함께해 나갈 것이다.-문 대통령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군사 분야 합의 사항의 이행을 위한 상시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유관국의 전문가 참여하에 영구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다. 겨레 모두에게 아주 기쁘고 고마운 일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머지않았다. 남과 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북측은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를 지켰다. 한·미 양국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개성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됐다. 상시로 우리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남북시대가 열렸다. 남과 북은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할 것이다.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정상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한반도 환경 협력과 전염성 질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은 즉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복구와 서신 왕래, 화상 상봉은 우선적으로 실현해 나갈 것이다.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 유치에도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3·1운동 100주년 공동 행사를 위한 구체적 준비도 시작하기로 했다. 10월이 되면 평양예술단이 서울에 온다. ‘가을이 왔다’ 공연으로 남과 북 사이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최초의 북측 최고지도자의 방문이 될 것이며 남북 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북녘 동포 여러분, 남녘의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명확히 보여 줬고 핵무기도, 핵위협도, 전쟁도 없는 한반도의 뜻을 같이했다. 김 위원장의 결단과 실행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이제 평양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평양공동취재단·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김정은, 서울 온다…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제시

    김정은, 서울 온다…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제시

    金 “연내 답방”… 北최고지도자 첫 남한 방문 육성으로 비핵화 첫 언급… 美 상응 조치 요구 트럼프 “北 핵사찰 허용 합의” 북·미회담 청신호 靑 “실질적 종전선언”… 文·金 오늘 백두산 방문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틀째 정상회담을 갖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남한 방문이 이뤄진다면 분단 이후 최초의 역사적 사건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공동선언에는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담겼다. 선언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을 의미한다”면서 “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답방을 기정사실화했다. 선언문에서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의 참관(사찰) 아래 영구 폐쇄키로 했다. 또 미국이 향후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를 계속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고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며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수십 년 세월 지속돼 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고자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며 “그러는 동안 로켓과 핵실험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한·미 정상은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만나 비핵화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양 정상이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직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로광철 북 인민무력상은 부속합의서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육지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총 10㎞ 범위에서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군용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 동·서해의 최대 135㎞ 구역에서는 해안포·함포 포문을 닫기로 했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1953년부터 65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정전 상태를 넘어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또 남북은 2032년 공동으로 올림픽 개최를 신청키로 했으며,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상시화 방안을 마련했다. 조건이 마련되면(제재가 해제되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남북 정상 최초로 백두산을 함께 방문한다. 평양공동취재단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아빠 어떡해” 화장 직전 오열하는 소년, 인도를 울리다

    “아빠 어떡해” 화장 직전 오열하는 소년, 인도를 울리다

    차디찬 아버지의 얼굴에 한 손을 대고 다른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소년의 사진을 본 많은 인도인들이 하루 만에 300만 루피(약 4600만원) 이상을 모금했다. 수도 델리에서 하수도를 점검하던 중 로프가 끊겨 27세의 젊은 아빠 아닐은 끔찍한 변을 당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매년 이런 식으로 인도에서는 100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다. 노동조합은 적절한 안전 장비를 갖추지 못해 빚어진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간 힌두스탄 타임스의 시브 수니 기자가 11세 아들이 아빠의 주검 옆에서 울먹이는 장면을 보고 카메라에 담아 지난 16일 트위터에 올렸는데 첫날에만 7000명 이상이 보고 리트윗해 급속도로 퍼졌다. 수니 기자는 “사건 기자라 숱한 비극을 목격했지만 이 장면은 전에 본 적이 없었다”며 아닐이 화장되기 직전 몇 분 동안 셔터를 눌렀다고 설명했다. 수니 기자는 “하수도 노동자의 죽음에 관심을 모으고 싶었다”며 아닐의 유족은 화장 비용도 마련할 수 없어 이웃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닐의 생후 4개월 짜리 아들이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도 안돼 변을 당한 것이라고 했다. 아닐은 일곱 살과 세 살 짜리 두 딸도 남겨두고 세상을 떴다. 비정부 기구인 우다이 재단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케토의 도움을 받아 모금 창구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실로 폭발적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발리우드 배우들도 어떻게 하면 가족을 도울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문의했다고 수니 기자는 전했다. 가난한 사람들도 10루피씩을 기꺼이 보탰다. 가족의 구체적인 형편을 묻는 질문도 쏟아져 수니 기자는 유족들을 다시 만나 물어보고 대신 답해줬다. 오열하던 아들은 생전의 아빠를 따라 작업 현장에도 다녔으며 하수도 입구에서 아빠의 옷과 신발들을 모은 채 한 없이 기다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수니 기자는 모금된 돈으로 아닐의 자녀들이 학교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어린이집 차량·급식 관리 의무 강화한 「서울특별시 보육조례」 통과

    어린이집 차량·급식 관리 의무 강화한 「서울특별시 보육조례」 통과

    김소양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 비례)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 보육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14일 제28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개정안이 통과됨으로 서울시장은 영유아의 통학을 위해 차량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차량안전관리 실태를 매년 1회 이상 조사·점검해야 하며, 그 결과가 어린이집 평가·인증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어린이집 급식에 대해서도 서울시장이 그 관리 실태를 매년 1회이상 조사·점검하고, 그 결과 또한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김 의원은 “2016년 광주에서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여아가 장시간 방치되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 발생 이후, ‘통학버스 하차 확인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지난 7월 동두천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며 “개정안에서는 서울시장이 차량안전관리 실태를 매년 1회 이상 실시하고 그 결과를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기에 어린이집 관리·운영에 있어 더욱 안전한 보육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는 시내 어린이집 통학차량 총 1,538대 중 신청한 어린이집 차량 전부에 해당하는 1,468대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설치할 계획을 밝혔다. 김 의원은 “조례의 개정과 더불어 서울시의 정책으로 어린이집 차량 사고 예방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의 전 차량 설치 확인을 통해 더욱 안전한 보육환경을 가진 서울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산시, 30년 만에 ‘형제복지원 사건’ 사과…피해자들 “행동으로 보여달라”

    부산시, 30년 만에 ‘형제복지원 사건’ 사과…피해자들 “행동으로 보여달라”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부산시가 16일 공식 사과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형제복지원 사건’이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가 시민들을 당시 부산 북구 주례동에 있었던 사회복지시설인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연행하고, 복지원이 시민들을 감금해 국가의 방조 아래 강제노역·구타·학대·성폭력·살인 등 인권 유린을 자행한 사건이다. 1987년 당시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인원만 최소 3164명이었고, 12년 동안 확인된 사망자 숫자만 최소 551명이다. 1980년 삼청교육 과정에서 사망한 54명의 열 배에 가까운 숫자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부산시는 복지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함으로써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 “부산시를 대표하는 시장으로서, 너무나 늦었지만, 시민여러분과 누구보다 피해자와 그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면서 “피해 사실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위로하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나아가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당시 검찰과 부산시는 이 사건을 축소·은폐시켰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검사(김용원 변호사·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지금의 울산지검) 검사)는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씨를 구속한 다음 날인 1987년 1월 18일 당시 부산시장(김주호)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아 “박 원장을 구속하면 안 된다. 바로 석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원생들을 조사하기 위해 부산지검 차장검사(송종의 전 법제처장)에게 승인을 받으러 갔지만 “뭘 수사를 해. 당장 철수시켜”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 생존자 한종선씨가 국회 앞 1인 시위(2012년 5월~2013년 2월)와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통해 이 사건의 실상을 알리면서, 사회의 무관심에 눌려 숨죽이고 살던 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어렵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피해 생존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안’(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과 ‘과거사정리법안’(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그러나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된 법안임에도 지금까지 공포되지 못했고, 과거사정리법안도 답보 상태다. 오 시장은 “진상규명과 피해 보상의 핵심은 특별법 제정이다. 부산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 드린다”면서 “이를 위해 부산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소관 (국회) 상임위(상임위원회)인 행안위(행정안전위원회) 위원, 그리고 특별법 제정을 공동 발의해 주신 모든 의원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오 시장은 “형제복지원 사건 희생자의 넋을 추모하며, 피해자와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도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박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시민을 대표하는 부산시의회 의장으로서 피해자분의 오랜 고통과 기나긴 싸움에 힘이 돼 드리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면서 “시의회 차원에서 참혹한 진상을 밝혀 피해 생존자들과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피해보상, 명예회복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생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비단 피해자,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밝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생명, 인권의 존엄함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은 “사과라는 것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과가 아니라 강요이자 또 다른 폭력이다. 우리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은 아직 그 어떤 누구도 용서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서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피해 생존자들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일체 시민들의 세금을 추모 사업, 위령제에 쓰지말 것 △부산시에 흩어져 있는 형제복지원 사건 자료를 모두 찾아 줄 것 △당시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에게 거의 무상으로 지원했던 땅의 가치를 현시세에 맞게 돌려받을 것 △부산에 있는 피해생존자들의 현 실태 조사를 시 차원에서 지원할 것 △피해 생존자들이 모여 기록하고 증언할 수 있는 상담 창구를 열어줄 것 △부산에 인권조례를 만들어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릴 수 있는 인권교육의 장이 될 수 있게 현장의 기관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도 △시장 직속의 추진위를 꾸려 피해생존자 모임과 같이 회의를 하고 뜻을 공유할 것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부산시 차원에서 강력하게 전달할 것도 요구했다.앞서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지난 13일 권고했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법령 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 절차다. 박인근(2016년 사망 당시 85세)씨는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987년 6월 1심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6억 8178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1989년 징역 2년 6개월형이 최종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박씨의 특수감금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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