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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왼팔 잘린 채 오른팔로 든 태극기…‘남도의 유관순’ 초인적 항일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왼팔 잘린 채 오른팔로 든 태극기…‘남도의 유관순’ 초인적 항일

    일제의 무자비한 진압과 잔인한 고문에도 독립운동가들은 결코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초인적인 저항 정신을 보여 준 독립운동가가 있다. 육신의 일부가 절단돼 선혈이 쏟아지는 중에도 떨어진 태극기를 주워 들고 만세를 더 크게 외친 윤형숙(1900~1950) 열사. 열사를 흔히 ‘남도(南道)의 유관순’이라 부른다. 전남 여천역에서 내려 윤 열사의 조카 윤치홍(78)씨를 만나 여수 이순신공원의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을 둘러보았다. 2014년 건립된 기념탑 옆에는 팔이 잘린 열사의 모습이 담긴 부조물이 있다.윤씨는 “끝까지 일제에 굴하지 않고 평생 나라를 위해 몸바친 인물”이라고 열사를 소개했다. 윤씨의 할아버지 윤자환(1896~1950·대통령 표창) 선생도 3·1 만세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다 체포돼 6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다. 윤씨는 10여년 동안 기록 발굴에 매달린 끝에 알려지지 않은 열사의 공적을 찾아냈다고 한다. 열사는 닥쳐올 운명을 암시하듯 혈녀(血女)라는 이명(異名)으로도 불렸다. 학적부와 판결문에는 ‘윤혈녀’로 적혀 있다. 윤씨는 윤혈녀와 호적상의 윤형숙이 동일인임을 어렵사리 확인했다.●윤 열사 조카, 10여년간 관련 공적 찾아 내 타오르는 들불처럼 만세운동이 번졌던 1919년 3월 광주에서도 민중과 학생들이 떨쳐 일어났다. 윤 열사는 당시 광주 수피아여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이 학교에는 민족의식이 남달랐던 박애순(1896~1969·건국훈장 애족장) 교사가 재직하고 있었다. 박 선생은 고종 황제의 승하 소식과 일제에 빼앗긴 나라 안팎의 사정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며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광주 만세운동은 3·1운동 전부터 움트고 있었다. 일본 도쿄 유학생 정광호가 귀국해 2·8 독립선언을 청년들에게 알렸다. 서울 유학생인 최정두와 고종 황제의 국장에 참례하고 서울 시위에 참가한 김철도 귀향해 남궁혁의 집에 모여 거사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독립선언서, 태극기, 격문 등을 밤새 만들어 장날인 8일 서울과 똑같은 만세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아 다시 작은 장날인 3월 10일로 거사일을 바꾸고 학생들과 읍민들에게 참가를 독려했다. 이에 박 선생도 김복현, 김강으로부터 독립선언문 50여통을 받고 학생들에게 취지를 설명했다. “당연히 참가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 학생들은 수피아홀에 숨어 밤새 치마를 뜯어 태극기를 만들었다. 드디어 10일 오후 3시 30분. 광주 부동교(不動橋) 아래 작은 장터에 수피아여학교·숭일학교·농업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기독교인, 주민 등 1000명이 넘는 군중이 모여들었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받아들고 외치기 시작했다. “대한독립만세!”, “왜놈들은 물러가라.” 윤형숙은 시위 행렬의 맨 앞에서 만세를 불렀다. 시위대는 시장 안을 돌아 서문통을 거쳐 우편국 앞으로 행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 헌병과 경찰은 군중의 기세에 눌려 감히 시위를 방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본정통을 돌아 경찰서 앞으로 나아가려 하자 헌병들은 실탄 사격을 하고 검을 휘두르며 무자비하게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일본 헌병이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던 윤 열사의 왼팔 상단부를 군도(軍刀)로 내리쳤다. 잘려나간 팔이 붉은 피를 뿌리며 땅에 떨어졌다. 남은 팔에서도 피가 쏟아졌고 윤 열사는 정신을 잃었다. 조금 전까지 열사의 몸 일부였던 팔이 땅에 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다섯 손가락은 태극기를 꼭 붙잡고 있었다. 유혈이 낭자한 몸으로 열사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오른팔로 땅에 떨어진 태극기를 주워 들고 높이 흔들었다. 그러면서 더 큰 소리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군중은 비분강개하여 더욱 격렬하게 항거했다. 군중은 광주경찰서 앞으로 몰려들었다. 일제는 총검을 휘둘렀고 경찰서 앞마당은 피로 벌겋게 물들었다. 그 자리에서 100여명이 구금되었다. 한쪽 팔을 잘리고도 만세를 외친 윤 열사의 행동에 일본 군경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육군성에 다음날 보고됐다. 열사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도 못한 채 심문을 당했다. 일경은 굽히지 않는 열사를 가혹하게 고문해 오른쪽 눈을 멀게 했다. 팔이 잘린 열사는 재판정에도 나가지 못했고 결석재판으로 4개월 형에다 4년 연금형을 더한 판결을 받았다.●팔 잘려 재판 못 나가… 결석재판 징역 4개월 이후 열사는 함남 원산 마르다신학교에 입학했지만 고문 후유증이 심해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 열사는 요양차 전북 전주로 내려가 전주기전야학교 사감으로 일하고 고창군의 한 유치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건강은 점점 나빠졌다. 1939년 고향 여수로 내려갔다. 왼쪽 눈의 시력마저 거의 잃었지만 열사는 봉산학원 교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야학을 열어 글을 모르는 마을 청년들을 가르치는 데도 열정을 쏟았다. ‘외팔이 선생’으로 불리며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던 열사에게 더 큰 비극이 닥쳤다. 열사는 평소 반공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1950년 6·25가 터지고 북한군이 여수까지 점령했다. 지인의 집으로 피신했던 열사는 뒤를 캔 내무서원에게 붙잡혔다. 서울이 수복된 9월 28일 북으로 퇴각하기 직전 북한군은 여수 둔덕동 과수원에서 열사를 총살했다. 파란만장한 20세기의 전반을 헤쳐 온 열사의 나이 50세였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한 ‘사랑의 원자탄’ 주인공 손양원 목사도 함께 총살당했다. ●잘린 팔 무등산에 묻혔다 전하지만 못찾아 열사는 1900년 9월 13일 전남 여수 화양면 창무리에서 태어났다. 윤치홍씨와 택시를 함께 타고 30여분쯤 가니 확장 공사 중인 도로 옆 비탈에 열사의 묘소가 있었다. 바로 옆에 작은 공장이 있고 잡초가 드문드문 자란 쓸쓸한 모습이었다. 도로 너머로 추수를 마친 창무리의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창무리는 조선시대에 말을 방목해 기르던 목장이었다고 한다. 묘비에는 ‘고 순교자윤형숙전도사지묘’(故殉敎者尹亨淑傳道師之墓)라고만 씌어 있다. 윤씨는 이 비석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었다. 열사가 총살당했다는 비보를 전해들은 고향 친지들은 20리 길을 걸어 학살 현장을 찾아갔다. 어둠 속에서 한쪽 팔이 없는 시신을 수습해 그날 밤 고향 뒷산에 가매장했다. 이듬해 4월 교회 사람들이 묘비를 만들어 고향 마을로 가져왔으나 마을 사람들은 받아주지 않았다. 항일 운동에 몸바친 열사에게 단순히 ‘순교한 전도사’라고 이름 붙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석은 방치돼 소고삐를 매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뒤 가까운 친지들과 마을 유지들이 모여 묘를 이장하고 조촐한 묘비 제막식을 열어 열사의 영혼을 달래 주었다. 열사의 팔은 누군가 광주 무등산 자락에 따로 묻어 주었다고 한다. 자신이 죽으면 팔을 함께 묻어 달라고 했다는데 팔무덤을 찾을 길이 없었다. 추모비엔 이렇게 썼다. “당신의 충령(忠靈)을 천추(千秋)에 길이 전하게 될 것이며 당신의 거룩하신 충절을 값없이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정부, 2004년에야 건국포장 추서 열사에게도 한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한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끝내 거절했다고 한다. 젊음은 일제에, 생의 마지막은 북한군에게 희생된 열사의 일생은 민족 비극의 축소판이었다. 2004년 정부는 열사에게 건국포장을 추서했다. 새로 만든 묘비석에는 이런 글귀가 씌어 있다. “왜적에게 빼앗긴 나라 되찾기 위하여 왼팔과 오른쪽 눈도 잃었노라. 일본은 망하고 해방되었으나 남북·좌우익으로 갈려 인민군의 총에 간다마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박미경의 사진 산문] ‘유진 스미스’는 살아 있다

    [박미경의 사진 산문] ‘유진 스미스’는 살아 있다

    “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라면 누구라도 했을 만한 일을 했다. 사진을 찍어서 사진을 본 사람들을 증인으로 삼고 싶었다. 인간으로서 겪어서는 안 될 재난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이탈리아의 젊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안토니오 기보타가 자신이 찍은 사진 ‘베오그라드의 추위에 갇히다’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한 버려진 기차역에서 처절하게 인간적인 삶의 조건으로부터 팽개쳐진 사람들을 만났다. ‘하얀 도시’라는 이름만큼이나 차갑고 맹렬한 추위가 이어지던 2017년 겨울이었다. ‘불법난민캠프’로 불리는 그곳에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헝가리로 가기 위해 국경 근처로 온 난민 1000여명이 갇혀 있었다. 황폐한 땅 위 무너진 건물 속에, 쓰레기와 악취, 검은 연기 속에 갇혀 있었다. 감옥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현실에 갇힌 것이다.기보타는 그곳에서 ‘증인들을 위한 증거자료’를 찍었다. 영하의 날씨에 한 바가지의 물로 몸을 씻는 청년, 그의 벗은 몸에서 피어오르는 더운 김은 폐허에 쌓여 있는 잔설보다 희다. 모포로도 다 가리지 못한 형형하고 두려운 눈빛, 어디에도 신이 임재하지 않을 것 같은 맨땅바닥에 담요 하나로 성전을 만들고 올리는 기도…. 추위를 견디기 위해 플라스틱과 고무 쓰레기들을 태워 피운 불에서는 검은 연기가 솟는다. 굵은 눈송이가 흩날리는 속에서 그 화톳불에 의지해 모여 있는 구부정한 형상들, 두고 온 가족과 한때 꾸었던 꿈, 그리고 그들을 감싸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둥그런 원은 비극적이면서 아름답기조차 하다. 기보타가 찍은 이 강렬한 시각언어는 그의 바람대로 사진을 본 사람들을 증인으로 만들었으며, ‘어떤 단어나 소리도 없이 침묵처럼 깊고 검은 흑백사진들이 비명을 지른다’는 평을 들었다. 그리고 2018년 올해 미국 유진스미스재단이 수여하는 ‘유진스미스상 후보작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소감에서 “몇 장의 사진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사진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성숙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신한다. 내가 그런 ‘사진’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유진스미스재단은 미국의 사진가 유진 스미스를 기리며 다큐멘터리 분야 사진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진 재단이다. 시상식에서 기보타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그곳에서 살아 있는 유진 스미스를 만나게 된다. 사진가 유진 스미스는 1978년 예순의 나이에 죽었다. 그러나 올해 서른아홉 돌을 맞으며 뉴욕 맨해튼의 한 중심에서 살았을 때보다 더 확장된 생을 이어 가고 있다. 그의 이름으로 해마다 후배 사진가들에게 상이 주어지고, 기보타처럼 열정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그 이름 아래 모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에만 53개 나라에서 저마다 다른 500여개의 사진 작업들이 재단으로 보내졌다. 40여년 동안 이어진 이 재단의 지원이 개개인의 기부에 의해 이루어져 온 점 또한 놀랍다. 우리에게도 비록 작고했지만 잊지 못할 사진가들이 있는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생을 이어 가는 사진가는 없다. 감동과 상념에 젖어 시상식장을 나오는데, 앞서 걷는 사람들의 대화를 따라 저기 유진 스미스가 걸어간다.
  • ‘사의찬미’ 신혜선 스틸 공개, 고혹적 분위기에 ‘시선 집중’

    ‘사의찬미’ 신혜선 스틸 공개, 고혹적 분위기에 ‘시선 집중’

    ‘사의찬미’ 신혜선이 100여년 전 슬픈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 27일 SBS TV시네마 ‘사의찬미’가 첫 방송된다. ‘사의찬미’는 조선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신혜선 분)과 그의 애인이자 천재극작가인 김우진(이종석 분)의 일화를 그린 작품.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이종석과 신혜선이 주연으로 합류, 100여년 전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다. ‘사의찬미’는 그 동안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수 차례 제작된 작품이다. 그만큼 이번에 방송되는 SBS TV시네마 ‘사의찬미’가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어떻게 변주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심에 조선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 그녀의 눈부시도록 슬픈 삶을 그려낼 배우 신혜선이 있다. 극중 신혜선이 맡은 윤심덕은 조선 최초 소프라노다. 나라를 빼앗긴 슬픔,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나설 수 없었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탁월한 재능과 노력으로 대중 앞에 나선 신여성이다. SBS TV시네마 ‘사의찬미’는 윤심덕의 사랑과 함께, 그녀의 삶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조명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11월 19일 ‘사의찬미’ 측이 100여년 전 암울한 시대를 꼿꼿하게 살아내려 했던 여자 윤심덕으로 분한 신혜선의 촬영 현장 스틸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신혜선의 고혹적인 분위기가 사진을 가득 채우며,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진 속 신혜선은 쓸쓸한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홀로 붉은 우산을 쓴 채 서 있다.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진중한 표정, 다양한 감정이 담긴 듯 애틋하고도 처연한 눈빛이 신혜선이라는 배우가 지닌 연기력과 표현력을 그대로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외에도 사진 속 신혜선의 헤어스타일, 의상, 소품 등도 100년 전 슬픈 시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사의찬미’ 제작진은 “신혜선은 섬세한 감정 표현부터 극을 이끄는 에너지까지 모두 갖춘 배우이다. 이런 이유로 비극적 사랑과 시대적 아픔을 모두 담고 있는 ‘윤심덕’ 캐릭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진의 기대만큼 멋지고 특별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신혜선과 그녀의 연기로 빛을 흠뻑 품은 ‘사의찬미’에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암울한 시대 속 청춘이자 예술가였던 천재극작가 김우진으로 분한 이종석. 시대적 아픔을 뛰어 넘어 예술가로서 환하게 꽃을 핀 조선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 역의 신혜선. 순차적으로 공개된 두 배우의 촬영 스틸이 드라마 ‘사의찬미’에 대한 기대감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한편, SBS ‘사의찬미’는 오는 27일과 12월 3일, 12월 4일 3일에 걸쳐 각 밤 10시 방송되며, 12월 10일에는 새 월화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가 첫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13세 소년이 무에타이 KO패 이틀 뒤 뇌출혈 사망

    13세 소년이 무에타이 KO패 이틀 뒤 뇌출혈 사망

    태국의 13세 소년이 무에타이(타이 복싱) 경기를 마친 이틀 뒤 뇌출혈로 숨지면서 어린이들을 링에 오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비운의 주인공은 여덟 살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링에 오른 아누차 코차나. 부모를 모두 여의고 삼촌 밑에서 자라나 링에 올라 버는 돈으로 학교에 다녔고 삼촌 가족의 생활비를 보탰다. 이번이 170번째 경기였던 그는 지난 10일 중부 사뭇 프라칸 지방에서 열린 부총리배 약물퇴치 자선대회 도중 14세 소년과 헤드기어도 쓰지 않은 채 링에 올라 상대의 펀치를 너무 많이 맞아 정신을 잃은 채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고, 병원에 후송된 지 이틀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일간 ‘더 네이션’이 14일 전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태국 의회에는 마침 12세 이하 어린이들을 링에 오르지 못하게 막는 법안 초안이 제출된 상태였다. 아누차의 죽음을 계기로 12세부터 15세까지 아이들도 반드시 등록을 하고 부모의 동의를 얻어 보호 기어를 쓰고 링에 오르게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손질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18세로 연령 제한을 상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태국프로복싱연맹은 정식 경기 입문 연령을 10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태국 체육부가 배포한 통계에 따르면 정식 선수로 등록된 복서 가운데 15세 이하 소년들이 1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일부 태국인은 어린 파이터들이 링에 오르지 못하게 막는 것은 무에타이 전통에서 어긋나는 것이라며 반대해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링에 오르고 있다. 아누차의 죽음은 지난달 26일 이탈리아 복서 크리스티안 다기오가 태국 랑싯에서 현지인 복서와 타이틀 매치를 벌이다 KO 패하며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뒤 2주 남짓 만에 발생한 비극이기도 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피범벅 수술복 공개한 의사…“총기 폭력, 침묵하지 않을 것”

    피범벅 수술복 공개한 의사…“총기 폭력, 침묵하지 않을 것”

    미국의 의사들이 환자의 피로 뒤범벅 된 자신의 수술복과 수술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파장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메트로 등 해외 언론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의사 크리스틴 기는 최근 자신의 SNS에 피로 물들어있는 수술복과 신발, 마스크와 모자, 수술실 모습 등을 상세히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의사가 자극적인 사진을 공개한 것은 전미총기협회(NRA)에게 총기 규제의 뜻을 피력하기 위해서다. 게시물에 따르면 사진 속 수술실은 총기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온 환자가 수술한 곳이었으며, 수술실 내부 모습이나 상당한 양의 피가 묻어있는 의사의 옷 등으로 미뤄 봤을 때 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중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의사는 SNS에 “전미총기협회에게.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의료진의 선(lane)을 지킨 결과”라면서 “우리는 총기 폭력과 관련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환자, 그리고 이 환자의 부모를 위해 공개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노에 찬 의사의 목소리는 최근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벤투라카운티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과도 연관이 있다. 현지시간으로 7일 밤 전직 해병 대원이 술집에서 총기를 난사, 총격범을 포함해 모두 13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는데, 이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전미총기협회는 공식 SNS를 통해 "누군가는 자만심으로 가득한 '총기 반대 의사들'에게 자신의 선을 지키라고 말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지 의료진들은 반발했다. 크리스틴 기 뿐만 아니라 병리학자인 주디 멜리넥은 “매 주, 내가 시신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총알을 빼내고 있는지 알고 있나. 이건 내 선이 아니다”라고 올렸고, 소아과 전문의인 아론 넬슨은 “나는 지금 머리에 총을 맞은 아이들을 보살폈다. 누군가는 살아났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못했다”며 총기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또 다른 의사는 “나의 선은 사람들이 죽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손은 총을 맞아 넓적다리 동맥이 터진 환자를 꽉 잡고 있었다. 이것이 내 선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미총기협회의 제니퍼 베이커 대변인은 “그들(총기규제 찬성자)이 주장하는 총기규제 정책은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법적으로 통과됐지만, 그럼에도 비극을 예방하지는 못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사회 각계에서 총기규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6일 미국에서 치러진 중간 선거에서는 총기 소유 권리를 지지하는 하원 의원 20여 명이 떨어져 총기규제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이 나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건물주는 “화재 위험…영업장 비워라” 고시원장 “가난한 사람들 갈 데 없다”

    건물주는 “화재 위험…영업장 비워라” 고시원장 “가난한 사람들 갈 데 없다”

    양측 수년째 갈등…책임 공방 ‘점입가경’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화재 위험이 있으니 퇴거하라”며 소송을 낸 건물주와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을 쫓아내지 말라”며 버틴 고시원장 간의 ‘줄다리기’가 5년 넘게 이어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의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서 결국 가난한 고시원 세입자들만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공동건물주인 하창화(78) 한국백신 회장과 여동생 하모(68)씨는 2013년 고시원 원장 구모(68)씨를 상대로 국일고시원 건물에 대한 명도 소송을 청구했다. 하 회장 남매는 “건물이 노후화돼 물이 새고 화재 위험이 있는 등 안전상·관리상 문제가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2012년 10월 31일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즉시 건물 리모델링에 착공해야 하는데 원고는 건물을 명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2013년 11월 조정조서를 통해 “2014년 11월 30일까지 건물을 명도하라”며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 회장 측은 구씨에게 2014년 11월 7일 최고장을 보내 퇴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시원은 2014년 12월 1일부터 현재까지 ‘불법 점유’ 상태다. 하지만 구씨는 법원의 합의 조정 이후에도 고시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구씨는 2015년 4월 서울시의 간이 스프링클러 지원사업에 지원해 6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화재 위험이 줄어들면 건물주가 내쫓을 명분이 약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팔려고 한 하 회장은 스프링클러 설치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게 건물주와 고시원 간 3년간의 ‘핑퐁 게임’이 지속되다 지난 9일 결국 7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고시원장 구씨는 사고 직후 “건물주가 스프링클러만 설치했어도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프링클러 설치에 동의하지 않은 건물주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2007년부터 건물을 매각하려 했고, 명도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스프링클러 설치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구씨가 법원의 퇴거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참사가 났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건물주가 책임이 있다면 부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일고시원 건물의 땅 면적은 78평(257.4㎡), 2000년 매입 가격은 24억원, 현재 시가는 70억 2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가짜뉴스에 현혹돼 엉뚱한 사람 불 태워 죽인 멕시코 마을

    가짜뉴스에 현혹돼 엉뚱한 사람 불 태워 죽인 멕시코 마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엄청난 권력을 지닌 지도자조차 가짜 뉴스를 함부로 떠들어대는 판국에, 지난 8월 멕시코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례를 영국 BBC가 12일 몸서리 처질 정도로 적나라하게 소개했다. 지난 8월 29일 정오 조금 지나 멕시코 중부 푸에블라주의 작은 마을 아카틀란에서 일어난 비극이다. 별것 아닌 시비 끝에 연행된 두 사람이 탄 경찰차가 경찰서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가장 번화한 거리에 처음에는 50명 정도 모여 있었는데 순식간에 100여명, 조금 더 시간이 흐르니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주민들은 손전화를 들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아동 유괴범이란 가짜 뉴스가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중 속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이도 있었다. 멕시코에서는 워낙 아동 유괴가 만연돼 있어 정부에서도 최고 수위의 형사처벌을 약속하는 등 골치를 앓고 있다. 경찰서에 몰려든 주민들이 한사코 유괴범이 끌려온 것이냐고 묻자 경찰은 거듭해서 아니라고 부인했다. 사실 두 사람은 경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을 뿐이었다. 리카르도 플로레스(21)는 북동쪽으로 250㎞ 떨어진 살라파에 사는 법학도였는데 삼촌 알베르토(43)를 만나려고 이 마을을 찾았다가 건축 관련 주민들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서에 연행된 참이었다. 경찰이 거듭 아니라고 해도 주민들은 계속 불어났고,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들은 개인 문자 메시지 왓츠앱에서 떠도는 가짜 뉴스 ‘아동 유괴란 전염병이 우리 주에 들어왔으니 모두 조심하라’를 진실이라고만 여겼다.공교롭게도 며칠 전 네 살, 여덟 살, 열네 살 아이 셋이 실종됐다가 장기가 적출당한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해서 군중들은 두 사람이 유괴범들이라고 확신했다. BBC는 프란시스코 마르티네스가 군중들을 흥분하게 만든 가짜뉴스의 최초 유포자라고 지목했다. 그는 페이스북과 왓츠앱에 잘못된 정보를 올리고 경찰서 밖에서의 군중들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 그는 “아카틀란 사람들이여,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믿어달라. 유괴범들이 지금 여기 있다”고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그와 마누엘이라고만 알려진 남자가 경찰서 옆 시청 청사 지붕에 올라가 종을 울리며 경찰이 두 사람을 곧 석방시킬 것이라고 알렸다. 페트로닐로 카스테요란 남자는 확성기를 들고 나와 경찰서에 불을 지르게 돈을 기부하라고 외친 뒤 모금통을 든 채 군중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조금 뒤 군중은 폭도로 돌변했다. 경찰서는 힘없이 뚫렸고 두 사람이 끌려나와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그 뒤 시민들이 돈을 걷어 산 기름이 두 사람 몸에 끼얹어졌고 불이 붙여졌다. 목격자들은 리카르도는 이미 불이 댕겨지기 전에 맞아 숨진 상태였다고 진술했는데 삼촌 알베르토는 그 때까지 숨이 붙어 있었다. 동영상에는 불이 붙여지기 전에 그의 무릎이 살짝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 검게 탄 시신은 그 뒤 2시간 동안 방치돼 있다가 푸에블라 검찰이 달려와 수습했다. 할머니가 달려와 아들과 손자의 신원을 확인했는데 알베르토의 뺨에 눈물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그때까지 남아 있다가 쭈뼛쭈뼛 흩어지던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네들이 그들에게 한 짓을 보라.” 택시운전사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우리 마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연기 기둥이 마을 어디에서나 보일 정도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총기 옹호’ 美하원 24명 낙선… 규제 방아쇠될까

    묻지마 총격으로 아들 잃은 맥배스 의원 등 규제 강화 공약 17명 당선… 입법 힘 실릴듯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직 해병대원의 무차별 총격으로 13명이 숨지는 등 총기난사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11·6 중간선거에서 총기 소유권리를 옹호해온 연방 하원의원이 24명이나 낙선한 것으로 집계됐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총기 옹호자들의 의회 퇴출 이후 새로 선출된 의원 중 최소 17명은 엄격한 총기 규제를 요구해 관련 입법 추진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 NBC방송은 이들 17명의 의원들은 미국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던 현역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물리쳤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인물이 2012년 ‘묻지마 총격’으로 17살 아들을 잃은 뒤 총기 규제를 외치는 ‘투사’가 된 루시 맥배스(58) 당선인이다. 비행기 승무원이던 맥배스는 이를 계기로 총기류 안전 및 규제를 옹호하는 시민단체의 대변인이 됐다. 흑인인 그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40년간 독식해온 ‘텃밭’인 조지아 6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50.5%의 득표율로 현역인 캐런 핸들 하원의원을 꺾었다. 연방 하원에서의 새로운 인물들 등장으로 총기 규제 입법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더구나 지난 7일 밤 로스앤젤레스(LA) 교외에서 일어난 총기난사로 아들 텔레마커스를 잃은 어머니 수전 오패노스가 절규하는 영상이 트위터에 게재된 지 이틀 만에 535만회를 넘는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지역구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이날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총기 구매자에 대한 범죄 경력 등 신원 조회 강화, 공격용 무기 금지를 포함한 규제 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고시원 일용직, 죽음마저도 외로웠다

    고시원 일용직, 죽음마저도 외로웠다

    종로 화재 사망 7명 모두 생계형 노동자 5명은 빈소조차 없어…분향소엔 낙엽만고된 노동에 지쳐 2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서 쓸쓸히 잠들었던 일용직 노동자들은 죽음마저도 외로웠다. 지난 9일 새벽 5시에 발생한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로 숨진 7명의 쓸쓸한 장례가 11일 모두 끝났다. 두 명의 시신이 안치된 빈소는 적막했다. 나머지 5명은 빈소조차 차려지지 않았다. 화재 현장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는 추모객 대신 낙엽만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 10일 밤 찾은 국립중앙의료원 조모(35)씨 빈소에서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슬픔을 나눴다. 조씨의 아버지는 “못난 부모를 만나 고생만 하던 큰아들을 가슴에 묻게 됐다”며 눈물을 쏟았다. 8년 전 서울에 올라온 조씨는 막노동과 우체국 비정규직으로 돈을 벌었다. 주거 비용을 아끼려다가 고시원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화재 이후 사망자들의 시신은 6개 병원으로 나뉘어 이송됐다. 그나마 빈소가 차려진 사망자는 조씨와 김모(56)씨 둘뿐이었다. 11일 두 고인의 발인이 끝나 빈소는 금방 철거됐다. 고대안암병원과 서울백병원에 옮겨진 장모(72)씨와 양모(57)씨는 장례 절차 없이 화장됐다. 유족들은 “처자식도 없고 오래전 고향을 떠나 친구도 없다”며 화장으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세브란스병원에 시신이 안치된 이모(62)씨의 빈소도 차려지지 않았다. 유가족 측은 병원 측에 장례 절차에 대해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곤사회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등 주거권 관련 시민단체들이 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 차려 놓은 임시분향소에도 쓸쓸함이 감돌았다. 바닥과 테이블에 놓인 국화꽃 40여 송이가 그나마 희생자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고 있었다. 추모객은 1시간에 한두 명에 불과했다. 경기 시흥에서 온 김모(69)씨는 “가난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이 너무 초라하다”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도 ‘부익부 빈익빈’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화마를 피한 생존자들은 이날 고시원을 찾아와 자신의 짐을 챙겨 어디론가 떠났다. 326호에 살다가 화재 당시 창문으로 뛰어내려 탈출한 홍모(58)씨는 “임시로 다른 고시원을 잡았다”면서 “대피하기 쉬운 2층, 창문이 있는 방을 요구했고 입주하자마자 대피 통로부터 살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층에 살면서 특별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면서도 “바로 앞방에 살던 일본인과 다리에 장애가 있던 어르신이 피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시원 원장 구모(69)씨는 고시원 앞 땅바닥에 앉아 통곡했다. 구씨의 남편 고모씨는 “건물주는 아직도 연락 한 통 없다”면서 “건물주가 스프링클러 설치에만 동의했어도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일고시원 입실료는 월 28만~32만원이다. 창문이 있는 방은 30만원대, 창문이 없는 방은 20만원대였다. 희생자 4명은 창문이 없는 구석진 방에 살다가 변을 당했다. 국일고시원 바로 앞에 있는 원룸텔의 입실료는 월 45만~50만원이었다. 주로 대학생 등 젊은층이 사는 이 원룸텔은 창문과 비상구, 스프링클러가 갖춰져 있다. 고시원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5만~10만원은 생사를 가르는 큰돈이다. 주거권네트워크 등이 연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바울씨는 “이번 사고는 인재”라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현실, 집 같지도 않은 곳에서 사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1차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마크롱의 뼈 있는 연설

    1차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마크롱의 뼈 있는 연설

    “서로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지 말고 희망을 건설합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서 7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뼈 있는 연설을 했다. 이날 기념식은 파리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일대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선문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연설에서 굳은 표정으로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배타적 민족주의는 애국심의 정반대”라면서 “낡은 망령들이 혼돈과 죽음의 씨앗을 뿌리려고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역사는 때로는 조상들이 피로 맺은 평화의 유산을 뒤엎고 비극적인 패턴을 반복하려고 한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마크롱은 이어 “우리는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빈곤, 기아, 질병, 불평등, 무지 등 세계에 닥친 위협들을 함께 물리치자. 퇴행과 폭력, 지배에 맞서 싸우자”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1차대전 당시 승전국이었던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은 물론, 패전국인 독일과 터키(옛 오스만튀르크) 정상들까지도 한데 모여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세계 평화를 염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면서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각별히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이날 트럼프 부부가 탄 차량이 행사장으로 접근할 때 급진페미니스트 단체 페멘(Femen)의 여성 회원이 상의를 벗은 채 반라로 접근하다가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 여성의 상반신에는 트럼프를 겨냥해 ‘가짜 평화중재자’(fake peacemaker)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다양한 문화적·인종적 배경의 고교생들이 모여 1차대전에 참전한 10대의 어린 병사들이 남긴 편지를 낭독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박지원 “BTS 방송 출연 취소한 일본, 밴댕이 소갈머리”

    박지원 “BTS 방송 출연 취소한 일본, 밴댕이 소갈머리”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이른바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일본 음악 방송이 BTS의 출연을 돌연 취소한 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일본을 향해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공개적으로 일침을 날렸다. 박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독립지사의 후손이지만 저는 비교적 일본을 이해하며 위안부 역사 문제 등은 정부가 전담 처리하고, 경제·사회·문화·예술·체육·관광 등은 민간 레벨에서의 인적 교류를 강화해서 푸는 것으로, 한일 관계는 투트랙 전략적 접근을 하자고 주창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BTS에 대한 일본 방송 출연 취소는 속좁은 처사라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일본의 한 매체가 BTS 멤버 지민이 과거에 입은 셔츠를 문제 삼으며 BTS가 “반일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거졌다. 이 매체가 문제 삼은 지민의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흑백 사진, 애국심(PATRIOTISM), 우리 역사(OURHISTORY), 해방(LIBERATION), 코리아(KOREA) 등의 영문이 찍혀 있었다.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은 결국 BTS의 출연을 하루 전날 취소했다. 이에 박 의원은 “티셔츠 디자인 문제로 (방송 출연을) 취소했다고 한다면, 그 티셔츠는 일본 방송 출연용 의상도 아니고 1년 전 입었던 광복절 기념 티셔츠”라면서 “밴댕이 소갈머리를 가진 일본은 우리와 가장 먼 나라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광복을 기리는 상징으로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 사진을 사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비록 일본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를 상대로 반인륜적인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인류의 비극이자 전쟁범죄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는 적절한 대항 담론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구범어스트리트에서 마지막 가을을 만나보자

    )대구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 ‘연극 속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거닐다’가 오는 16일부터 2019년 1월 18일까지 진행된다. 대구문화재단(대표 박영석)이 운영하는 범어아트스트리트는 대중 친화적이고 소통하는 예술의 거리조성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전시, 이색공연, 시민참여 이벤트, 거리공간 구성 등을 하나로 녹여내는 융·복합 행사인 ‘범어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연극 속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거닐다’는 세 번째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는 공연(이다솜)과 시각(신준민) 분야의 젊은 기획자 2인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연극 속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거닐다’라는 주제로 선보이며 기존의 전시장이였던 범어아트스트리트의 공간이 연극무대로 새롭게 바뀐다. 무대 디자이너 백혜린과 시각 작가 7명이 함께 협업하여 연극의 무대가 될 9개의 공간을 탄생시켰다. 전시장 내부는 각 방 컨셉에 따른 무대세트와 작가 7인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전시장 밖 복도도 연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런던거리로 재현했다. 이곳을 방문하는 시민들은 공연이 없는 날에는 연극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무대공간을 거닐며 무대에 설치된 작품을 감상하고, 공연이 있는 날에는 9개의 무대세트를 배우와 함께 이동하면서 관람하는 일반 공연장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연극을 관람하게 된다. 공연될 연극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재창작한 ‘도리언 그레이와 9개의 방’이다. 아름다운 뮤즈 ‘도리언 그레이’를 둘러싼 예술가들의 암투와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비극으로 9개의 방에 얽힌 기억들을 관객과 함께 짚어가며 추리하듯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집착이 부른 비극에 초점을 맞춘 원작과는 달리 재창작된 이번 연극은 예술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예술가들이 겪는 고통과 삶을 희생하는 비극적인 숙명에 초점을 맞추었다. 16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연극 ‘도리언 그레이와 9개의 방’의 주요장면을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마련되어 있고 출연배우와 패션모델이 연극의 주제인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패션쇼도 선보일 예정이다. 9개의 연극무대 외 티켓부스와 도리언 그레이의 샬롱(휴게실)도 추가로 설치되는데, 티켓부스에서는 연극 출연자들에 대한 정보와 줄거리(시놉시스)를 알 수 있도록 자료가 게시되어 있으며 공연 무료 초대권도 배부한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일억개의 별’ 서인국♥정소민, 애틋한 포옹 포착 ‘굳건해진 사랑’

    ‘일억개의 별’ 서인국♥정소민, 애틋한 포옹 포착 ‘굳건해진 사랑’

    ‘일억개의 별’ 서인국, 정소민의 애틋하면서도 로맨틱한 포옹이 포착됐다. 8일 tvN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하 ‘일억개의 별’) 측은 서인국, 정소민의 애틋한 사랑이 묻어나는 투샷을 공개했다. 지난 방송분에서는 박성웅(유진국 역)이 서인국(김무영 역)을 칼로 찌르는 핏빛 엔딩이 담겨 안방극장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좋은 사람이 되기로 약속한 서인국과 그의 따뜻한 안식처가 되기로 결심한 정소민의 사랑이 점점 깊어진 가운데 그들에게 찾아온 비극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박성웅의 예상치 못한 행동과 함께 새 국면을 맞이한 서인국-정소민이 굳건한 사랑을 지킬 수 있을지 시청자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 공개된 스틸 속 함께 있음에도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쌓아온 감정을 터트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정소민은 눈물을 머금고 기다림 끝에 만난 서인국의 얼굴을 먹먹히 쳐다보고 있다. 서인국은 그런 정소민을 자신의 두 눈에 저장하려는 듯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의 눈빛에서 정소민을 향한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듯 정소민의 얼굴을 쓰다듬는 서인국의 손끝까지 그녀를 향한 애틋함이 물씬 느껴진다. 이에 날로 사랑이 깊어가는 무강커플의 로맨스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증을 높인다. 이 날 서인국-정소민은 무강커플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촬영 직전까지 대본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어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는 남녀의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순식간에 감정이 툭 터지는 모습으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는 후문. tvN ‘일억개의 별’ 제작진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온전히 연 서인국-정소민의 쫄깃한 단짠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심장을 두방망이질 할 예정”이라며 “위태로운 운명 속에 더욱 굳건해질 두 사람의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본 방송을 통해 확인해달라”고 귀띔했다. 한편, tvN 수목드라마 ‘일억개의 별’은 8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아기 잃은 아빠들 모인 애틋한 축구클럽 샌즈 유나이티드

    아기 잃은 아빠들 모인 애틋한 축구클럽 샌즈 유나이티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아마추어 축구 구단일지 모른다. 아기를 잃은 아빠들이 선수로 모인 샌즈 유나이티드 구단이다. 아기를 잃은 아빠만으로는 선수 충원이 원활하지 않아 가족 중에 아기를 잃은 남자 선수까지 확대했다. 선수들은 유니폼 상의 여백에 아기 이름을 바느질로 박아넣었다. 창단 취지는 아기를 잃는 슬픔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부모로서 엄청난 손실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지원하는 연결망을 갖추게 인식을 환기하겠다는 것이다. 케니 해리슨은 “지난 4월 18일 아들이 태어났는데 다음날 산모가 죽고, 10주 뒤 아들마저 세상을 떠났다. 아직까지도 사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려면 아마도 한참의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레온 개빈은 “이 구단은 아기를 잃은 아빠들을 위로할 목적으로 창단됐다”고 소개한 뒤 “아내가 유산한 뒤 다시 임신해 현재 35주가 됐다. 그래서 딱 지난해 아들을 잃었을 때와 비슷한 시기가 됐다. 많은 팬들이 엄청 많은 격려 메시지를 보내줘 힘이 된다”고 밝혔다. 커티스 월시는 “내 짝인 제시카가 슬프게도 유산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여기에 3주 된 아들이 와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다들 구단에서의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해리슨은 “(비극을 겪은 뒤에는) 취미도 없이, 외출할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조금 더 강해지고 신념에 차게 됐다고 느낀다”며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끼리 더 많은 얘기를 털어놓는 것이 좋은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동영상을 촬영한 뒤인 지난달 30일 개빈이 아들 아를로를 순산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온 딸…실화탐사, 여성 상대 강력범죄 ‘긴급점검’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온 딸…실화탐사, 여성 상대 강력범죄 ‘긴급점검’

    MBC ‘실화탐사대’가 상견례를 앞두고 예비 신랑에게 살해된 한 여성의 사연을 다룬다. 지난 10월 24일 상견례를 앞둔 23살 여성이 주검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사귄 지 3개월 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신혼집 문제로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 그녀는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3시간 후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7일 방송되는 실화탐사대에서는 사건 당일 3시간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었는지를 취재했다. 이에 실화탐사대는 “제작진이 추적한 진실은 최초 언론 보도와 전혀 달랐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혼수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게 아니라 결혼을 미루려던 피해자의 태도에 가해자가 불만을 품었다는 것. 피해자의 부모는 3달 전 만남을 시작한 두 사람이 급하게 결혼을 약속하자 준비를 늦추길 요청했다. 하지만 남자는 일정대로 밀어붙였다. 가해자는 사건 발생 아침 8시부터 피해자에게 춘천에 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서울에 취업한 피해자에게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있는 춘천에 와서 살 것을 강요했는데, 그녀는 결국 결혼을 약속한 이에게 춘천에서 살해당했다.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유족은 계획적인 범죄라고 주장하지만, 가해자는 현재까지도 견해차에 따른 우발적 범죄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사건 당일 피해자를 살해한 뒤 인근 교회로 도망쳤던 가해자는 30분 후 체포됐다. 이에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가해자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목사를 독점 취재했다. 지난주에 이어 참혹하게 피살된 여성 피해자들의 비극적 사건들을 살펴보는 ‘긴급점검’ 기획 2탄은 7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국회 찾은 윤창호씨 친구들 “의원님들, 음주운전 연대 책임져야”

    국회 찾은 윤창호씨 친구들 “의원님들, 음주운전 연대 책임져야”

    “연내 본회의 통과 목표로 추진해달라” 김병준·손학규 5당 모임서 통과 약속 각당 대변인도 만나 관련 논평 요청법조인을 꿈꾸던 윤창호(22)씨는 지난 9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횡단보도에서 음주운전자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지금까지 뇌사 상태에 있다.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를 한순간에 식물인간으로 만든 음주운전의 악마성에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윤씨의 친구들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에 나섰고, 지난달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과 함께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명 ‘윤창호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당리당략에만 혈안이 된 국회가 윤창호법의 조속한 처리를 외면하고 급기야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일이 일어나자 윤씨의 동갑내기 친구들인 김민진·김주환·손희원·이소연씨 등 4명은 5일 국회를 찾아 윤창호법의 통과를 호소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 구실을 못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법안 처리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만큼 현재 대한민국 국회는 불치병에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친구 4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잇따라 만나 “윤창호법이 조속히 통과되는 것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며 “올해 안에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당론으로 추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다른 법의 양형기준이 낮아서 윤창호법만 처벌 수준을 높이면 양형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윤창호법을 시발점으로 상향 평준화를 하면 될 일이지 하향 평준화는 옳지 못한 것 같다”며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차주의 차량에 시동잠금장치를 부착하도록 한 법안 등 국회에 발의돼 있는 관련 법안들도 조속히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올해 안에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가 없다. 사실상의 당론이 돼 있다”고 답했다. 손 대표도 “최근 국회의원의 음주운전이 적발이 됐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된다”며 “법원의 양형기준도 강화돼서 절대로 음주운전을 해선 안 된다는 게 일반화돼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손 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윤창호법을 언급하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음주사고로 희생돼 지금 뇌사 상태에 있는 윤창호씨와 관련한 법이 연내 이른 시간에 통과돼야 한다”고 했고, 여야 대표들도 정기국회 내 법안 통과에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이들의 공언과 달리 실제 조속한 법안 처리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야가 당리당략으로 싸우다가 민생법안을 표류시키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윤씨의 친구들은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만나지 못했다. 대신 이들은 5당 대변인을 각각 만나 윤창호법 관련 논평을 지속적으로 내달라고 요청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뉴질랜드 낚시꾼이 파도에 떠밀려온 18개월 아기 구조

    뉴질랜드 낚시꾼이 파도에 떠밀려온 18개월 아기 구조

    뉴질랜드 북섬의 마타타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던 남자가 낚시를 하던 중 18개월 된 아기가 파도에 떠밀려오는 것을 발견해 구조했다. 현지 언론은 이를 전하며 ‘괴이쩍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지난달 26일 아침 6시 15분쯤 이곳 해변의 머피스 휴가 캠프에 놀러온 거스 훗이란 남자가 어느날처럼 낚시를 하려고 바다로 들어갔다가 마주한 기적이 5일 뉴질랜드 헤럴드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신문은 사건이 일어난 날 아기 엄마가 이이를 건져냈다고 보도했는데 열흘을 훌쩍 넘겨서야 훗이 아기의 목숨을 구한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잡았다. 이 캠프를 자주 찾았던 훗은 평소에는 캠프 정문을 나와 곧바로 바다를 향해 걸어 나갔는데 이날 따라 다른 낚시 포인트를 찾아보고 싶어 왼쪽으로 100m쯤 이동한 뒤 바다에 걸어 들어가 낚싯대를 드리울 지점을 찾았다. 그런데 작고 이상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인형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아기 같아 보여 신음 소리를 냈다. 훗은 “인형이라고 생각했다. 다가가 팔로 그를 안았다. 그러면서도 인형이구나 생각했다”고 뉴질랜드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사내 아이였다. 그는 이어 “얼굴이 도자기처럼 새하얗게 보였다. 짧은 머리칼은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 때 그녀석이 조그맣게 끼익 소리를 냈다. 해서 난 ‘아 신이시여, 아기이고 살아있구나’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천천히 떠밀려 오고 있었다며 “만약 1분이라도 늦었다면 그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훗은 아기에 대해 “그는 지독하게도 운이 좋았다. 그가 (바다에) 가려고는 안했겠지만 때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수가 캠프 직원에게 알렸더니 해변에서 아기와 있었던 가족은 단 한 가족이라고 했다. 아기가 생전 처음 바다를 보고 너무 흥분해 몰래 부모 텐트의 지퍼를 열고 나와 바다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기를 수건으로 감싸 부모에게 데려갔더니 까마득히 몰랐던 엄마가 비명을 질러댔다. 한참 뒤 아기가 아무렇지 않음을 확인한 가족은 해변을 떠나며 훗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 캠프의 주인장 아내인 솔터는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비극적인 사고로 결말지어질 수 있었는데 아주아주 운 좋은 결말이었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의찬미 이종석X신혜선 포스터 공개 ‘애틋 분위기’

    사의찬미 이종석X신혜선 포스터 공개 ‘애틋 분위기’

    사의찬미 이종석X신혜선 포스터가 공개됐다. SBS 특집극 ‘사의찬미’는 조선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과 그의 애인이자 천재극작가인 김우진의 일화를 그린 작품이다. 1991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 ‘사의찬미’와 달리 윤심덕과 김우진의 비극적 사랑 외에도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극작가 김우진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할 것으로 알려져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았다. 화려한 캐스팅 또한 ‘사의찬미’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이종석(김우진 역), 신혜선(윤심덕 역)이 극 중심에서 비극적 사랑을 그려내는 것. 뿐만 아니라 ‘닥터스’, ‘낭만닥터 김사부’,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공동 연출한 박수진PD의 입봉작으로도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5일 ‘사의찬미’ 포스터 2종이 전격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종석, 신혜선 두 주인공의 아련하고도 완벽한 어울림은 물론 드라마 ‘사의찬미’가 보여줄 진실한 사랑과 묵직한 울림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다. 공개된 ‘사의찬미’ 2종의 포스터는 모두 극중 분위기와 시대상을 보여주듯 흑백으로 제작됐다. 먼저 첫 번째 포스터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두 주인공 이종석과 신혜선의 모습이 담겨 있다. 순수함과 낭만, 고통과 슬픔을 모두 품은 듯한 두 사람의 눈빛과 그 가운데 새겨진 ‘생의 끝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 사의찬미’라는 카피는 강렬하고도 가슴 시린 느낌을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 포스터는 두 주인공의 애틋함을 더 표면적으로 담아내 눈길을 끈다. 어둠 속 이종석을 가만히 끌어 안고 있는 신혜선. 눈을 감은 채 오롯이 서로를 마음에 담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극중 두 주인공의 비극적이지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사랑을 그림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드디어 ‘사의찬미’가 베일을 벗었다. 이종석, 신혜선 두 주인공은 찰나를 포착한 포스터만으로도 이토록 특별한 어울림과 표현력, 작품 속 비극적 사랑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100여년 전 비극적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다가올지, 어떤 의미를 선사할지, 어떤 드라마로 완성될지 11월 27일 ‘사의찬미’ 첫 방송이 애타게 기다려진다. 한편, SBS ‘사의 찬미’는 오는 27일과 12월 3일, 12월 4일 3일에 걸쳐 각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12월 10일에는 새 월화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가 첫 방송된다. 사진=SBS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른세살 엄마는 왜 사우디에서 참수됐나...분노에 빠진 인도네시아

    서른세살 엄마는 왜 사우디에서 참수됐나...분노에 빠진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여성 투티 투르실라와티(33)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주 타이프에서 사형당했다.그녀의 죄목은 고용주 살인. 머나먼 사우디 땅에 가정부로 취업한 투티는 2010년 5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고용주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우디 정부는 사형 선고 7년 만에 투티의 참수형을 집행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에게도, 하물며 인도네시아 외교 당국에도 사형 집행을 알리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은 지난 1일 사우디 정부의 일방적인 사형 집행을 전했다. 투티가 사형당한 지 사흘 만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민들은 분노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해 투티의 사형 집행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사우디가 가족이나 해당국에 통보없이 사형을 집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투티를 포함해 사우디 정부는 지난 3년동안 자국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4명을 사형시키면서 단 1차례도 통보하지 않았다. 더구나 투티가 사형을 당하기 일주일 전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이 인도네시아 정부 측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문제를 협의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권 단체인 ‘마이그런트 케어’는 “사우디가 인권 원칙을 철저히 무시했다”며 투티의 사형을 살인으로 칭했다. 현재 사우디에서는 투티와 같은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18명이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만 기다리고 있다.투티의 경우 정당방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할 문제였다. 그녀가 살해하게 된 데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고용주에게 저항하는 과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투티의 모친은 “누구도 딸을 보호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저항한 것이었다”이라고 눈물을 터트렸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지부는 “사우디가 한 아이의 어머니인 투티를 참수하고 인도네시아와의 외교적 관계마저 망가트렸다”고 강력 비판했다. 중동에서 동남아시아 가정부들이 수난을 당한 건 투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필리핀 가정부를 살해하고 아파트 냉장고에 1년 넘게 보관해 온 쿠웨이트 부부가 적발돼 큰 충격을 줬다. 두달 뒤 쿠웨이트 법원이 궐석재판을 통해 이들 부부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학대 문제가 불거지며 외교 갈등으로 치달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당시 “필리핀인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라고 역정을 냈다. 현재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는 25만여명에 달한다.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에서 숨진 필리핀인이 2016년 82명에서 지난해 12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자살하거나 살해됐고 그 과정에서 고용주에 의한 성폭행이나 각종 학대 의혹도 불거졌다. 지난 7월에는 팔로워만 23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스타인 쿠웨이트인 손도스 알카탄이 온라인 영상을 통해 “필리핀 가정부들이 매주 하루를 쉰다는 건 나쁘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쿠웨이트는 앞서 5월부터 필리핀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치로 매주 하루의 휴일을 보장토록 하고 고용주가 이들의 여권을 압수하지 못하도록 했다. 알카단의 비판은 정부 조치를 바라보는 일부 쿠웨이트인들의 이기적이고 최소한의 분별조차 없는 동남아시아 가정부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출신의 이주노동자는 21개 중동 국가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폭언·폭행, 임금 미지불이나 노동 착취, 성폭력 등의 위협에 노출돼 있거나 피해를 입고 있다. 사우디에서도 지난 4월 여성 고용주가 필리핀 가정부에게 강제로 표백제를 먹게 해 중태에 빠트린 사건도 있다. 중동에서의 이주노동자 고용 학대 문제는 ‘카팔라’(kafala) 시스템과 연관돼 있다. 중동 국가들은 이주노동자의 거주 비자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고용주가 인적 보증을 하도록 한다. 일부 고용주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자신들의 동의가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직이나 출국을 제한시킨다. 이 때문에 카팔라는 현대판 ‘노예노동’ 수단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1000여명의 대규모 행렬로 남이장군 출진 재현한다

    1000여명의 대규모 행렬로 남이장군 출진 재현한다

    “비장(裨將) 남이 등이 돌격해 싸워서 적의 기치를 빼앗고 적 수백 명을 목베었다.”조선왕조실록 세조 13년(1467년) 9월 6일자에 기록된 문장이다. 그 해 5월 함경도 호족 이시애가 일으킨 반란에서 남이(1441-1468) 장군은 큰 공을 세웠다. 쉼없이 여진족 정벌에 나선 장군은 추장 이만주 부자를 사살하고 조선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7세에 병조판서 자리에 올라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결말은 비극으로 끝났다. 세조가 죽은 뒤 예종 1년(1468년) 한강변 새남터에서 유자광의 모함으로 사형당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가 비운의 주인공 남이장군을 기리는 ‘제36회 남이장군 사당제’(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0호)를 오는 5~9일 용산구 일대에서 연다. 2000여명이 참여하는 사당제는 걸립(5~7일), 전야제(7일), 꽃등행렬(7일), 당제(8일), 장군 출진(8일), 당굿(8일), 사례제 및 대동잔치(9일) 순으로 진행된다.먼저 건립패가 3일간 마을 곳곳을 돌며 풍물을 치고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당제, 당굿에 필요한 제례비용을 마련한다. 남이장군 사당(효창원로 88-10) 주변인 용문시장에서 열리는 전야제는 풍물패와 주민, 예술단이 함께 어우러진다. 당제는 장군의 업적을 추모하고 주민들의 무병 장수와 생업 번영을 기원하는 제사다. 성장현 용산구청장도 제관으로 함께 한다. 행사에서 가장 절정으로 꼽히는 장군 출진은 남이장군의 출진 모습을 재현한다. 장군은 이시애의 난과 여진족 정벌 때 현재 삼각지 일대에서 군병을 훈련시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는 남이장군 사당→효창공원 입구→숙명여대 정문→숙대입구역→남영동 삼거리→삼각지역→용산소방서→신용산역→전자상가 사거리→원효로2가 사거리→남이장군 사당이다. 보존 회기를 선두로 용기, 대취타, 도원수기, 장군, 부장, 영기, 군졸, 재관, 연등 1000명 가까운 대규모의 행렬이 이어지며 장관을 연출한다.억울하게 죽은 장군의 넋을 달래는 12거리 굿, 당굿과 굿이 끝난 다음 날 지내는 제사 사례제도 이어진다. 굿이 열리는 동안 주민들은 국수 잔치를 벌이고, 제사가 끝나면 대동잔치를 열고 제물을 나눠 먹는다. 성장현 구청장은 “남이장군 사당제는 300년 이상 이어진 지역 대표 문화유산”이라며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주민과 꾸준히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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