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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대교회 희생자 응급조치한 의사, 뒤늦게 자신의 부인임을 알아

    유대교회 희생자 응급조치한 의사, 뒤늦게 자신의 부인임을 알아

    미국 유대교회(시나고그) 총기난사 현장에서 한 외과의사가 총에 맞고 쓰러져 있는 여성을 살려내기 위해 심폐소생(CPR)을 하려다 자신의 부인임을 발견한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의사는 결국 부인을 살려내지 못했고 미국에서는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증오범죄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반(反)유대주의 발언을 일삼던 존 언스트(19)가 27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파웨이에 있는 유대교회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했을 때 유월절을 축하하던 여성 신도 로리 길버트케이(60)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길버트케이는 랍비 이스로엘 골드스타인이 총에 맞는 것을 막으려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인이 총을 쏘던 순간 길버트케이가 랍비 앞으로 나섰다가 총에 맞고 쓰러진 것이다. 의사인 길버트케이의 남편은 교회 밖에 있다가 총소리를 듣고 뛰어들어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여성에 심폐소생을 시도했다. 하지만 곧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 됐고, 이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한 목격자는 CNN에 길버트케이의 남편이 “내 아내다”라고 말하더니 기절했다고 전했다. 랍비는 손에만 총상을 입었고 또다른 부상자는 어린 소녀와 남자 1명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은 유대교의 유월절(이집트에서 이스라엘민족이 탈출한 기념일)의 마지막 날이자 피츠버그의 유대교회에서 총기 난사로 11명이 사망한지 꼭 6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유대교회 공격인 피츠버그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총격도 증오범죄인 것 같다”며 “믿어지지 않는다”고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스티브 바우스 파웨이 시장도 이를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우리 파웨이에는 이런 일은 없었다. 언제나 이웃과 함께 팔을 끼고 함께 걷는 우리 지역에서 이런 비극을 맞았지만,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함께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린세상] 여전히 ‘징후’를 무시하는 나라/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여전히 ‘징후’를 무시하는 나라/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대형 참사에는 어김없이 그것을 암시한 ‘징후’들이 있다. 큰 사고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비슷한 원인과 성격의 작은 사고들이 반복해 나타난다. 1930년대 초 미국 보험회사 직원인 하인리히는 수천 건의 보험 상담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중대한 재해가 1건 일어나려면 그전에 동일한 원인의 경미한 사고가 29건, 그런 위험에 대한 기미가 300번은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산업 현장만이 아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자연에서도 나타난다. 흔히 징후는 무시되기 쉽다. 사람들은 나쁜 일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리거나 축소한다. 아니면 ‘아전인수’로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징후가 명백하게 나타나도 불감증과 편향성,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거나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예외법칙으로 스스로 비극을 불러들인다. 사람들에게 닥친 재앙의 대부분이 ‘인재’(人災)인 이유다. 정부까지 그러면 안 된다.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부터 지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믿음으로 대통령으로 뽑아 주고, 세금을 낸다. 정부까지 징후를 무시할 때 얼마나 끔찍한 비극이 일어나는지는 ‘세월호 참사’가 말해 주고 있다. 정권을 무너뜨린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도 부정부패의 숱한 징후들을 스스로 외면한 탓이다. 지금은 어떤가. 수없이 반복된 경험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징후’를 무시하는 나라다. 무려 20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의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사건은 치안에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막을 수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범인 안인득의 위협적 행동에 대해 수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동사무소와 LH임대주택 본사도 민원을 묵살했으니, 유가족의 말대로 “사실상 국가기관이 방치한 인재”였다. 포항지진도 마찬가지다. 지열발전 현장의 징후(미소지진과 규모 3.1의 경고지진)를 사업자측이 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연구기관에 알렸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소지진이 발생했을 때 무시하지 말고 숨겨진 단층대의 존재를 파악했다면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재난은 막을 수 있었으니 역시 ‘정부가 방치한 인재’로 드러났다. 징후를 무시하다 참사가 일어나면 현장에 달려가 사과하고, 수습에 매달리고, 전형적인 뒷북치기와 형식주의인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TF팀이나 만들고, 아니면 남 탓이나 하는 여전히 말로만 ‘안전한 대한민국’이다. ‘사랑의 안전일기 범국민운동’을 시작한 인간성회복운동협의회의 고진광 이사장은 “안전이야말로 1%가 부족해도 100%를 잃게 되기 때문에 생명존중의 출발”이라면서 “안전을 방치한 적폐청산은 국민의 불신만 크게 할 뿐”이라고 했다. 정부가 외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무너뜨리는, 나아가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나만의 정의, 나만의 공정’의 도덕 불감증과 아집과 오만의 징후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가 그렇고, 정책이 그렇고, 집권층의 의식이 그렇고,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그럴 때마다 한 정치인(박지원 의원)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으로 경고를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책임을 전가하거나, 징후를 뒤집어서 ‘길조’(吉兆)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미국 소설가인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그 착각이 징후를 무시하고, 그 무시가 재앙을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아 들판 전체가 물에 잠긴다. 그리고 그 대가는 대부분 힘없는 국민이 고스란히 치러야만 한다. 개인도 국가도 작은 징후를 무시하지 말라. 징후는 우연히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 조금씩 축적된 것이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징후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이며, 더이상 늦으면 안 된다는 경고다. 그것을 외면하는 곳에서는 안전도, 정의도, 공정도 없다. 우리는 여전히 내일은 어떤 재앙이 나에게 닥칠지 몰라 불안한 곳에서 살고 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면서 별로 바뀐 것 없는 정부를 점점 믿지 못하면서.
  • “남북 경계선 없어지길”…처음 열린 고성 DMZ 평화의 길

    “남북 경계선 없어지길”…처음 열린 고성 DMZ 평화의 길

    “분단 이후 처음 열린 길을 밟게 돼 영광이죠.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남북의 경계선이 없어져 군사비용이 건설적으로 쓰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7일 일반인에게 처음 개방된 강원 고성 ‘DMZ(비무장지대) 평화의길’에서 만난 송해숙(73·여·서울 서초)씨는 탐방로 중간에 지뢰 폭발사고의 잔해로 남은 굴삭기가 인상 깊었다며 평화의길을 처음 걸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분단 후 70년 가까이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강원 고성 동해안 DMZ 일대가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처음 공개됐다. 북한 초소와 불과 1.2㎞ 떨어진 금강산전망대(717OP)에서는 기존 통일전망대보다 한층 더 가까이 북녘 땅을 내다볼 수 있다. 해안철책을 따라 걷는 2.7㎞ 도보 코스가 포함된 7.9㎞ 길이 A코스는 1회 20명씩, 차량으로 금강산전망대까지 왕복 이동하는 7.2㎞ B코스는 1회 80명씩 하루 2차례 운영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200명씩 평화의길에 다녀올 수 있다.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의 A코스에는 벌써 58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려 16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오전 10시 30분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동해안을 향해 난 철문의 빗장이 풀리자 연두색 조끼를 입은 일반인 탐방객들이 안내요원을 따라 입장했다. 나무데크로 만든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높은 철조망 너머로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평화의길 도보 코스는 매끈하게 조성된 산책로는 아니다. 군인들이 경계 임무를 하며 오가던 길이 탐방객들을 위해 조금 다듬어졌을 뿐이다. 시멘트 벽돌과 보도블록이 얼기설기 놓인 길옆에는 모래에 뿌리내린 민들레가 곳곳에서 생명의 씨를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고라니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가기도 했다. 철책을 따라 내려가자 철로가 깔린 통전터널이 나왔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강원 양양~강원(북한) 안변 구간 철도는 남북 간 협의에 따라 2007년 한 차례 기차 운행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로 다시 쓰임새 없는 철로가 됐고 2006년 준공된 남한의 최북단 기차역 제진역도 오가는 사람 없는 쓸쓸한 역으로 남았다. 이중으로 서 있는 해안철책을 따라 걷다 대리석 표지석과 파란 칠로 표시된 남방한계선에 다다랐다. ‘귀하는 지금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하는 비무장지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남방한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더 걸어가자 이번에는 ‘지뢰’ 주의 안내판 뒤로 널부러져 있는 굴삭기가 보였다. 2007년 해안초소에 전봇대를 설치하기 위해 온 민간의 굴삭기가 지뢰를 밟고 파괴돼 잔해로 남았다. 권성준 안내해설사는 “남북에 지뢰 200만발이 매설돼 있는데 10년간 56억원을 들였지만 그중 6만여발밖에 제거하지 못했다”며 분단의 비극을 환기시켰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기념해 설치된 소망 트리에 탐방객들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글귀를 적어 걸었다. ‘평화가 경제다’고 쓰인 문 대통령 글귀 곁에 메시지를 건 김종연(30)씨는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썼다”고 말했다. 약 1시간 도보 코스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금강통문을 둘러봤다. 이어 버스는 ‘평화의 길’의 하이라이트인 금강산전망대에 닿았다. 북서쪽으로 머리에 눈을 인 금강산 채하봉이, 북쪽 바다 쪽으로는 아홉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구선봉과 선녀와 나무꾼 설화가 탄생했다는 감호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두 손을 꼭 붙잡고 평화의길을 걸은 김한주(49)·변주영(49·여)씨 부부는 “평화 분위기가 지속돼 많은 분들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꼭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의 길’ 예약 신청은 한국관광공사 웹사이트 ‘두루누비’, 행정안전부 DMZ 통합정보시스템인 ‘디엠지기’에서 받는다. 고성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순박한 불심의 땅…마지막 황금 도시

    순박한 불심의 땅…마지막 황금 도시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대부분을 여행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여행지가 미얀마다. 하지만 미얀마는 우리에게 다소 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옛날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육로를 통해서는 입국이 힘들었고 오직 항공만 이용해야 했다. 미얀마 여행에 대해서도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여행자들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돈이 고스란히 미얀마 군부정권의 독재 자금줄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불편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미얀마로 기꺼이 떠났다. 아마도 마음 깊이 부처님을 믿는 순박한 사람들, 곳곳에 자리한 불탑과 사원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여행자들의 가슴에 강렬한 매혹을 불러일으켰으리라. “밍글라바.” 미얀마 양곤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 틴윈투(31)가 처음 한 말이었다.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아마도 미얀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일 것이다. 길을 걷다가도 음식을 먹다가도 미얀마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밍글라바’ 하고 고개를 가볍게 숙인다. 물론 새하얀 이를 보이며 미소를 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미얀마를 여행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나라에 군부독재정권이 들어설 수 있지? 어떻게 로힝야족 사태 같은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지?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양곤에서 곧장 바간으로 향했다. 미얀마의 가장 일반적인 여행 루트는 양곤~바간~만달레이~인레로 이어지는 코스다. 양곤은 가장 최근까지 미얀마의 수도였고 바간은 우리의 경주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만달레이는 미얀마 제2의 도시다. 인레는 거대한 호수인 인레 호수가 있고 수상마을이 만들어져 있다. 각각 다른 특색과 매력을 가진 이 네 도시를 돌아보면 미얀마 기본 코스를 섭렵했다고 보면 된다. ●11~13세기 수도 ‘바간’… 세계 3대 유적지 양곤에서 바간의 냥우 국제공항까지는 비행기로 약 1시간 20분이 걸렸다. 기내식으로 나온 사과파이를 먹다 보니 어느새 도착. 거리로 나오니 동남아시아 특유의 시끌벅적한 풍경이 펼쳐졌다. 바간은 미얀마 이라와디강 동쪽에 자리한 도시다. 11~13세기 버마족은 이 도시를 수도로 삼아 바간왕조를 세웠다. 2000여 기가 넘는 불탑과 사원이 아득한 들판을 메우고 서 있다. 바간의 수많은 불교 사원들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과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르드 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꼽힌다. “옛날 바간에는 지금보다 열 배는 더 많은 탑과 사원이 있었습니다.” 틴윈투가 서툰 한국말로 띄엄띠엄 말했다. “안타깝게도 2011년과 2016년에 큰 지진이 나면서 많은 불탑이 무너졌습니다.” 바간에는 고고학 구역이 있다. 서울 강남구 면적과 비슷하다. 불탑은 이곳에 몰려 있다. 사람들은 불탑 앞에서 도시락을 먹고 사원 안에 자리를 펴고 낮잠을 잔다. 여행자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빌려 탑과 탑 사이를 메뚜기처럼 건너다닌다. 가이드북에는 “바간에서는 사방 어디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켜도 반드시 불탑을 볼 수 있다”고 씌어 있는데 이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여행자들은 2만 5000원 정도 하는 프리패스를 산다. 이것만 있으면 5일 동안 바간의 사원을 돌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슈웨지곤 파고다. ‘성지에 세운 불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황금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종 모양의 탑이 서 있는데 이 탑은 바간 불탑의 어머니로 불린다. 바간 왕조 초기 아나우라타가 옆 나라 타톤을 정벌하고 불사를 시작해 그의 아들 치얀지타가 완성했다. 1105년에 지어진 아난다 사원은 건축미가 가장 빼어나고 내부에 불상과 벽화가 잘 보존돼 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 중 하나이기도 하다.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수도 ‘만달레이’ 이튿날 바간을 떠나 만달레이로 갔다. 냥우 국제공항에서 오전 8시 30분 날아오른 야다나폰 항공 7y131 편은 이륙 후 16분 만에 착륙 안내방송을 했다. 스튜어디스가 나눠 준 사탕 하나를 다 먹기도 전이었다. 비행시간은 24분. 하지만 차로 가면 여덟 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서니 바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거리는 삼륜오토바이와 자동차, 마차로 북적였다. 미얀마 정중앙에 자리한 만달레이는 약 200만명이 넘게 사는 미얀마 제2의 도시다. 미얀마가 19세기 중엽부터 1948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을 당시 수도였다. ‘황금의 도시’로도 알려졌던 이 도시는 19세기에 버마왕국 최후의 왕족들이 건설했다. 만달레이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왕궁이다. 1857년 민돈왕이 아마라푸라에서 이곳으로 천도하고 지었다. 성벽의 높이가 8m나 된다. 1885년 영국군이 미얀마를 점령했을 때 왕궁을 클럽으로 이용해 수치심을 안겨 주었다. 1942년 일본군이 함락했을 때는 왕궁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지금의 왕궁은 1990년 복구된 것이다. 높이 33m의 전망대에 오르면 왕궁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우베인 다리도 유명하다. 타웅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1.2㎞의 다리다. 1850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목조다리다. 당시 시장이었던 우베인이 잉아 궁전을 짓다 남은 티크목으로 다리를 만들었다. 오랜 세월 굳건하게 버티던 다리 기둥은 양식사업을 위해 호수물을 가두는 바람에 썩기 시작해 지금은 콘크리트 기둥으로 교체하고 있다. 다리 기둥 수는 무려 1086개에 달한다. 운이 좋지 않아 비가 왔다. 이 다리는 낮에는 별로 볼품이 없지만 일몰 때면 그 풍경이 180도 변한다. 다리 주차장은 대형관광버스로 가득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우르르 다리로 몰려갔다. 다리 위에는 ‘유명해서 와봤는데, 별로 볼 게 없군’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앞사람의 등을 보고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걷다가 중간에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다음에는 꼭 날씨 좋을 때 저물 무렵에 와 봐야지. 쿠도더 사원도 특별한 곳이다. 사원 경내에는 하얀색 탑이 무려 729개나 있다. 탑마다 대리석에 새겨진 불경이 안치돼 있다. 그래서 이 사원의 별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책’(The World’s Biggest Book)이다. 미얀마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 핫스폿으로 불리는 곳이다. 봉우리 거느린 호수… 그 안에 자리잡은 삶●호수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 다음날 다시 인레 호수로 향했다. 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의 리조트에 체크 인을 하고 다시 배를 30분이나 타고 나가 점심을 먹었다. 샨족 전통 요리라고 했는데 중국 광둥요리와 비슷했다. 호수는 해발 880m 고원지대에 자리한다. 호수 주변에는 12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다. 호수의 넓이는 충주호의 두 배(116㎢)쯤 된다. 길이는 22㎞, 폭 11㎞로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 위의 수상마을만 스무 곳에 달한다. 미얀마에는 160여개의 소수민족이 살아가는데, 이곳 인레 호수에는 샨족과 인타족, 파오족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사는 부족은 인타족이다. 미얀마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인타족의 75%인 8만여명이 호수 주변에 마을을 이루며 살아간다. 이들은 장대로 물을 내리쳐서 고기를 잡고 배를 타고 한 발로 노를 저으며 호수를 가로지른다. 한 발은 배 위에 딛고 노는 다른 발 장딴지에 끼워 젓는데, 드넓은 호수에서 방향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전통옷을 입고 삿갓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노를 젓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보여 주기 위해 공연하는 사람들이다. 진짜 어부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평상복을 입고 그물질에 열중이다. 고기잡이 외에도 이들은 갈대와 대나무를 이용해 물위에 밭을 만들어 수경재배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대부분의 인타족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호수 위에서 생활한다. 이들은 티크 나무를 호수 바닥에 꽂아 기둥을 세운 뒤 수상가옥을 짓는다. ●수상 상점 둘러보면 마을이 큰 테마파크 관광객들은 배를 타고 호수 위 상점을 차례차례 방문한다. 연줄기에서 실을 뽑아내 천을 만드는 마을, 은세공 상점, 목이 긴 카렌족 가옥 등을 방문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관광객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팔려고 하고 남자들은 의자에 누워 쿤야를 씹고 있다. 마치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테마파크 같다. ●“돈 없어도 그냥 가져가요… 햇빛 따가우니까” 인레 여행을 끝내고 다시 양곤으로 가는 공항이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공항 대합실에서 양곤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머니에는 바간 냥우 시장에서 어느 소녀가 쥐어준 타나카(천연 자외선 차단제)가 들어 있다. 시장에서 만난 소녀는 타나카를 사라고 계속 졸라댔지만 지갑을 차에 두고 내려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돈이 없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더니 선물이라며 바지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이건 그냥 선물이에요. 햇빛이 따가운 미얀마에서는 필요할 거예요.” 나는 일본의 여행작가 후지와라 신야의 책 ‘동양기행’에서 본 에피소드를 떠올랐다. 후지와라 신야가 양곤을 여행하던 중 뜨거운 뙤약볕 아래 노천식당에서 쌀국수를 먹고 있는데, 어떤 아이 두 명이 그의 등 뒤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후지와라는 그 아이들이 소매치기일까 의심하며 배낭을 꼭 안고 국수를 다 먹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자기 갈 길을 갔다. 후지와라는 옆에 있던 남자에게 저 아이들은 소매치기냐고 물었는데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 아이들은 ‘응달’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땡볕 아래에서 쌀국수를 먹는 이방인이 너무 더울까 봐 그들의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나는 양곤으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타나카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글 사진 최갑수(여행작가)■ 여행수첩 인천국제공항에서 미얀마 양곤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미얀마의 정식 명칭은 미얀마 연방공화국(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이다. 우기가 끝나는 5월부터 9월 중순까지가 여행하기에 가장 좋다. 시차는 2시간 30분. 통화는 차트로 1000차트(MMK)는 약 800원이다. 1000원으로 계산하면 대략 맞아 떨어진다. 사원이나 탑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맨발이어야 한다. 양말과 덧신도 허용되지 않는다. 신고 벗기 편한 샌들이 좋다. 올해 9월 30일까지 관광객에 한해 30일 무비자를 허용한다. 연장은 불가. 비용이 넉넉하다면 항공 이동을 추천한다. 버스 이동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바간~만달레이는 6시간, 인레~양곤은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모힝가는 생선 국물을 우려내 만든 미얀마식 쌀국수다. 양파, 레몬그라스, 생강, 파, 마늘, 바나나, 무 줄기 등을 함께 넣어 먹는데, 베트남·태국·라오스에서 먹던 쌀국수와는 맛과 향이 확연히 다르다. 처음 맛보는 이들은 약간 비린 육수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지만 2∼3일 미얀마에 머무르다 보면 아침부터 모힝가를 찾게 된다.
  • [동영상] “스물아홉살 여성을 잃고서야 뭉치나요” 신부님 일갈에 기립박수

    [동영상] “스물아홉살 여성을 잃고서야 뭉치나요” 신부님 일갈에 기립박수

    “우리 정치 지도자들에게 질문 하나 있습니다. 왜 신의 이름으로 스물아홉 살 여성이 죽음에 이르게 됐고, 그녀의 삶을 통째로 빼앗고서야 이렇게 뭉치나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발생한 ‘신(新) 아일랜드공화군(IRA)이 경찰의 총기 단속에 항의해 봉기하던 현장을 취재하다 총에 맞아 숨진 프리랜서 여기자 리라 맥키(29)의 장례식이 24일 벨파스트의 세인트 앤 성당에서 치러졌다. 마틴 매길 신부가 이렇게 말하던 중간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비롯한 참배객들이 모두 일제히 일어나 손뼉을 마주쳤다. BBC는 런던과 더블린, 벨파스트에서 온 정치 지도자들이 이렇듯 한 지붕 아래 함께 한 것은 어느 다른 장례식도 연출해내지 못한 장면으로 지도자들에게 차이점을 내려놓고 단합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메이 영국 총리를 비롯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마이클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 레오 바라드카르 ‘타오이시치(Taoiseach·아일랜드 총리)’ 등 이름난 정치인들은 물론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의 매리 루 맥도널드·미셸 오닐 의원,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아를렌 포스터 당수 등이 나란히 앉아 맥키의 영면을 빌었다.신·구교도의 유혈 분쟁을 종식한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 이후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잔류를 원하는 연방주의 정당과 아일랜드공화국과의 통일을 원하는 공화주의자 정당이 공동 정권을 꾸리고 있다. 다만 지난 2017년 3월 의회 선거에서 DUP가 1위,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이 2위를 차지했지만 각종 이견으로 2년이 넘도록 공동 정권을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어 매길 신부는 이를 꼬집은 것이다. 영국에서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은 20년 만의 일이라고 AP통신은 전했는데 ‘신 IRA’는 책임을 시인하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신 IRA는 성명을 내고 “중무장한 영국군이 급습하자 IRA 자원병이 투입됐다. 그들에게 교전 시 최대한 주의하도록 지시했다”면서 “그 과정에 ‘적군’ 곁에 있던 리라 맥키가 비극적으로 숨졌다. 맥키의 파트너와 가족,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적군이란 북아일랜드 경찰을 가리킨다. 신 IRA는 과거 북아일랜드 무장조직이었던 IRA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자처하는 단체다. 지난 2012년 여러 반체제 공화주의 단체들이 통합했다. 굿프라이데이 협정에 반대해 영국으로부터 북아일랜드를 독립시켜 아일랜드와 통합하자고 주장하는 급진 무장조직이다. 북아일랜드 경찰은 10대 청소년 2명과 57세 여성을 체포했다가 모두 기소하지 않고 석방했다. 한편 친구 스티븐 러스티는 유난히 해리포터와 마블 영화를 좋아했던 고인이 목숨을 잃기 몇 시간 전에 약혼 반지를 보여주며 동성 파트너 새라 캐닝과 2022년에 결혼하자고 다음달 프러포즈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고 추모사를 통해 밝혔다. 유족들은 이 분열된 도시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로 이 성당을 택했다고 밝혔다. 언론 관계자들과 성적 소수자(LGBT) 단체 회원들은 평소 그녀가 열광했던 해리포터 아이템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거나 액세서리 등을 달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학생 사상개조 캠페인에 나서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학생 사상개조 캠페인에 나서는 중국

    중국 중부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 원안이(文安驛)진 량자허(梁家河)촌. 천지 사방이 온통 산이고 평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까닭에 ‘먹고 살 일’이 막막한 아주 편벽한 곳이다. ‘황토고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6살 때인 1969년 지식인의 사상개조 캠페인인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으로 내동댕이쳐진 산골 마을이다. 어린 시진핑은 ‘야오둥’(窑洞·산허리를 잘라 수평으로 파들어간 토굴)에서 7년 동안 생활하며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었다. 2~3명의 학우들과 함께 생활한 야오둥은 비가 오면 입구가 무너져 갖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해야 할 만큼 그저 비바람을 잠시 피해 몸을 누일 곳이지 집이란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부총리를 지낸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반동’으로 몰리는 바람에 몰락했지만, 고관의 자녀로 베이징에서 곱게 자란 그가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가 ‘죽기’ 만큼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013년 가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어린 시진핑을 지켜본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귀하게 자란 그에게 량자허촌 생활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었겠죠. 배고픔은 말할 것도 없고 베이징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벼룩과 이가 밤마다 괴롭혔습니다. 벼룩과 이에 물려 피부는 벌겋게 부었으며 물린 자국을 긁다가 물집이 생기고 피가 철철 흘렀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하지만 시 주석은 이런 어려움과 고된 노동을 견뎌낸 덕에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우뚝섰다. 그가 즐겨 쓰는 “쇠를 두드리려면 자신부터 단단해야 한다(打鐵必須自身硬)”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중국 공산당이 오는 2022년까지 3년 간 이공계 전문대생과 대학생 1000만명 이상을 농촌으로 내려보내 재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중국 문화혁명(1966~76년)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이 실시했던 상산하향 운동을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홍콩 명보(明報) 등은 지난 12일 중국공산당 청년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지난달 하순 전국에 통지한 문건을 통해 농촌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공산당 지도부의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농촌 파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청단은 통지에서 이번 캠페인이 “시진핑 당총서기의 청년 공작에 대한 중요 사상을 학습하고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세기가 지난 21세기에 직접 피해 당사자인 시진핑 주석 시대에 상산하향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문건은 농민들의 사상과 예절을 높이는 프로그램에 청년 10만명 이상, 빈곤지역에 문화와 과학, 위생을 개선해주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1000만명 이상, 농촌 창업 프로그램에 10만명, 농촌 출신 공청단 간부 인력 1만명 이상을 보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파견 지역은 공산혁명의 근거지였던 낙후된 지역과 극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촌 지역, 소수민족 거주지역에 집중될 전망이다. 파견 대상은 과학·기술분야 전공 전문대생과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자원봉사 활동’ 형식으로 농촌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학생은 ▲농촌 지역에 시 주석의 사상과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정신 보급 ▲과학기술·금융·환경보호 지식 전수 ▲예술창작·공연·독서문화 보급 ▲ 유행병 예방, 기본 위생·건강지식 보급 등의 역할을 맡는다. 특히 현지 주민들과 함께 ‘스킨십’을 통한 상호 교류와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시 주석은 앞서 ‘농촌 부흥’을 강조하며 재능있는 젊은 인재의 농촌 귀환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성장과 맞물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촌 지역은 고령화와 인력 유출 심화로 낙후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중국 농촌 인구는 5억 7700만명에 이른다. 공청단의 대학생 파견 계획은 과거 상산하향 운동처럼 청년 실업대책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속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학생들의 귀향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공청단이 20만 청년을 ‘농촌에서 창업시켜 부자가 되게 하겠다’, ‘대학을 졸업한 10만 청년을 귀농시켜 창업을 돕겠다’ 등과 같은 농촌을 기지로 한 다양한 청년 취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장린빈 후난(湖南)성 농촌마을 부대표는 “현재 농촌 지역은 컴퓨터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혁신해줄 수 있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방’(下放)으로도 불리는 상산하향은 문화혁명 때 도시 지식청년(知識靑年·知靑)을 농촌에 보내 농민들로부터 재교육을 받도록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1956년 10월 당중앙 정치국의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전국농업발전요강’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에 앞서 1955년 8월 베이징 청년 양화(楊華), 리빙헝(李秉衡) 등이 공청단 베이징지부에 변강구 개간을 제안했고, 그해 11월 도농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돼 당중앙의 승인과 격려를 받았다. 마오가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 12월 지청들이 직접 빈곤한 농촌지역을 체험하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상산하향 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2000만명에 이르는 지청들이 농촌 지역으로 하방됐다. 중국 지도부에선 시 주석 외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974∼76년 안후이(安徽)성 펑양(鳳陽)현에서, 자오러지(趙樂際)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1974~75년 칭하이(靑海)성 구이더(貴德)현에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1969~71년 산시성 옌안현에서, 류허(劉鶴) 부총리는 1969~70년 지린(吉林)성 타오난(洮南)현에서 각각 지청 시절을 경험했다. 지청의 하방운동은 문화혁명이 끝나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는 1978년 이후에야 비로소 중단됐다. 이 운동을 겪은 2000만 명의 지청들은 뜻밖의 이산가족 비극을 경험했고 한창 공부해야 할 젊은 날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린다. 이번 캠페인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당·정·군에 포진한 최대 정치파벌인 공청단파(團派)의 세력을 견제할 목적도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공청단파의 ‘귀족화’를 비판하면서 그들을 요직에 등용하지 않고 홀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청단의 ‘21세기 하방’ 계획은 이런 역풍에 대응하려는 속셈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공산당 기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 딩쉐량(丁學良) 홍콩과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사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2년부터 대학생들이 농촌 간부를 맡는 것을 장려해왔다”며 이는 공산당 기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촌 지역 부자들이 현지 자원을 독점하고 심지어 범죄조직과 결탁하는 등 공산당 통제 범위 밖에 놓여 공산당 기층조직이 농촌 현지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시대착오적 구상’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1인 체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은 ‘마오의 시대로 회귀’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파견 계획이 대표적인 조치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공청단 측은 “문화대혁명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방 학생은 자원 봉사자로 여름방학에 1개월 이내 활동만 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청단의 농촌 파견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 자녀 운동’으로 도시에서 ‘소황제’(小皇帝)처럼 자라난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소득·문화 수준이 낮은 농촌 지역으로 대거 봉사활동을 떠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월드피플+] 사고 직전 아들 보호하고 식물인간된 엄마, 27년 만에 깨어나다

    [월드피플+] 사고 직전 아들 보호하고 식물인간된 엄마, 27년 만에 깨어나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한 여성이 27년 만에 깨어나는 기적같은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해외 주요언론은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여성 무니라 압둘라가 식물인간이 된지 27년 만인 지난해 의식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한 압둘라가 비극적인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1991년이었다. 당시 32세였던 압둘라는 4살 난 아들 오마르와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학교에서 아들을 픽업해 집으로 돌아가던 그녀에게 불현듯 비극이 찾아왔다. 갑자기 다가온 버스와 충돌해 뇌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아름다운 모정은 빛났다. 사고를 직감한 그녀가 버스와 충돌직전 아들을 품에 안으면서 자신은 중상을 입었으나 아들은 경상에 그친 것이다. 사고직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압둘라는 이후 다시 영국 런던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에 희망을 걸었으나 결국 식물인간 상태로 판정받았다. 그러나 가족은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아랍에미리트로 돌아와 여러 병원을 전전한 그녀는 지난해 독일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기간 중 압둘라는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으며 생명을 이어갔고 근육이 약화되지 않도록 계속 물리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32살의 청년이 된 아들 오마르는 "사고 당시 엄마는 나를 꽉 껴안으며 보호했다"면서 "이 덕에 나는 머리에 멍만 든 채 치료를 받았지만 엄마는 몇 시간동안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엄마가 언젠가는 꼭 깨어날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들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해 기적이 찾아왔다. 엄마가 누워있던 병실에서 아들과 다른 사람의 다툼이 있었는데 이 소리에 엄마 압둘라가 반응한 것이다. 오마르는 "당시 오해가 있어 말다툼을 했는데 엄마는 내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느낀 것 같다"면서 "이 소리가 엄마를 자극해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이때부터 엄마 압둘라의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흘 후 오마르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 오마르는 "잠결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면서 "놀랍게도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엄마가 27년 만에 깨어나 처음으로 한 말이 바로 내 이름이었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나의 기적같은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그런 힘든 상태에 있을 때 죽은 것으로 여기지 말라고 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엄마 압둘라는 아들의 정성어린 간호 속에 다시 아부다비로 돌아왔으며 현재는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서울시,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도 보상

    앞으로 서울의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도 재개발 세입자처럼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인 마포구 아현2구역에서 강제 철거로 벼랑 끝에 내몰리자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박준경씨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세입자 손실 보상 의무화, 임대주택 지원 등을 핵심으로 한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23일 발표했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노후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주택 등을 허물고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정비사업이다. 사실상 재개발과 큰 차이가 없지만 재개발과 달리 세입자 손실 보상 등의 의무 규정이 없어 갈등이 빈발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66개 구역이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박씨가 살던 아현2구역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 서울시 대책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재건축 사업시행자(조합)가 세입자에게 재개발에 준하는 손실 보상(주거이전비, 동산이전비, 영업손실보상비)을 하도록 한다. 시는 재건축 철거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주거·동산 이전비는 가구당 1000만~1200만원으로 추산했다. 두 번째로 손실보상을 해주는 사업자에게는 시가 그에 상응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최대 10%까지 부여한다. 용적률 부여가 어려우면 정비 기간 시설 순부담 축소, 층수 완화, 용도지역 상향 등의 수단도 동원한다. 시는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세입자 손실 보상을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 조건으로 의무화하고 정비 계획 단계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명시할 계획이다. 시는 또 단독주택 재건축 철거 세입자에게 재개발 세입자와 마찬가지로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제공한다. 보증금, 임대료, 임대 기간 등 입주 조건은 재개발 철거 세입자와 같다. 해당 구역 내에서 건립되는 매입형 임대주택(행복주택)을 우선 공급하고, 해당 구역에서 가까운 재개발구역에서 세입자에게 공급하고 남은 임대주택과 빈집도 함께 공급한다. 서울시는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 66개 중 착공하지 않은 49개 구역(4902가구 추산)에 세입자 대책을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치매 아내 10년 ‘노노 돌봄’ 끝내 살인 부른 ‘독박 돌봄’

    치매 아내 10년 ‘노노 돌봄’ 끝내 살인 부른 ‘독박 돌봄’

    치매 70%·인지 저하 56%, 가족이 수발 돌봄책임, 배우자>자녀>지역사회 꼽아 돌보는 노인도 신체·정서·경제적 부담 노령화 2060년 4배… 돌봄 문제 가속화 삶의 질 고려해 ‘사회적 돌봄’ 분담을10년의 간병 끝에 치매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80대 남편이 검거됐다. 고령화 사회에서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노노(老老) 돌봄이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또 다른 노인들을 돌봄의 책임자로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인권과 삶의 질을 고려해 사회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전북 군산에서 A(80)씨가 치매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붙잡혔다. A씨는 10년 전부터 병시중을 들어 왔고 아내와 요양병원 입원 여부를 두고 다투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노 돌봄의 비극적 단면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스스로를 보살피기도 어려운 노인이 배우자 등 다른 노인을 돌보게 되면서 어려움에 부딪히고 결국 극단적 범행으로 이어졌다. 노노 돌봄은 돌봄 제공 노인에게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치매 노인과 돌봄 제공자를 위한 맞춤형 정책 방안 모색’ 보고서(2018)에서 한 노노 돌봄 노인은 “뇌병변 2급인 내가 치매인 아내를 만나러 일주일에 한 번 요양원에 오는데 요양원비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몇 번 죽으려 했지만 아내만 혼자 남길 수 없어 죽지도 못하고… 내가 꼭 죽었으면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확진자의 70.2%, 인지 저하자의 56%가 동거 가족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행한 ‘노노 돌봄 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노인들은 돌봄의 주체를 배우자 등 같은 노인으로 보고 있다. 전국 60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노인들은 노인 돌봄의 가장 큰 책임자로 배우자(39.1%)를 꼽았다. 노인인 자녀를 꼽은 응답자도 24%나 됐다. 국가를 꼽은 응답자는 27.3%였으나 지역 사회를 꼽은 응답자는 9.6%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노인 돌봄을 제공할 때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건강 악화를 우려한 응답자들이 45.9%에 달했고 정서적 스트레스(25.6%), 생계활동 제약(20.8%)을 꼽은 응답자들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10.5명인 노령화지수(0~14세 유소년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2060년에는 현재보다 4배나 증가한 434.6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노노 돌봄으로 인한 문제는 더욱 증가할 것이 명백하다. 전문가들은 삶의 질 측면에서 노인 돌봄을 개인, 민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정부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족 내 노노 돌봄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이를 권장하기 어려운 현실을 실태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가족 구성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 방문 등 지역 커뮤니티 형태로 사회적 돌봄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역시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 연말쯤 노노 돌봄이 노인의 정서적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가족 내 노노 돌봄은 돌봄 제공자의 신체적·정신적인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꽃바람처럼 덧없는 그녀의 권세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꽃바람처럼 덧없는 그녀의 권세

    당 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는 13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뭇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이 지고지순한 순정을 나눴다거나, 4월의 첫사랑처럼 풋풋해서, 혹은 비극적인 결말 때문에 화제였던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저마다 확인하기 어려운 염문들을 뿌렸다. 현종이 뿌린 무수한 염문 중의 하나가 양귀비 셋째 언니 괵국부인(虢国夫人)을 총애한 일이다. 양귀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는 괵국부인이 얼마나 총애를 받았는지를 보여 주는 그림이 ‘괵국부인유춘도’(부분도)다. 이 그림은 실제 일어났다는 일을 당의 황실 화가 장훤(張萱)이 그렸고, 이를 북송대에 모사한 것이다. 장훤의 원본은 남아 있지 않다. 그는 궁중 여인들의 생활상을 잘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섬세한 필치, 화사하게 피어나는 색감, 풍만한 여성들의 자태가 장훤 그림의 특징이다. 그림에는 모두 9명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도에서 가운데 인물이 진국부인(秦国夫人)과 괵국부인으로 보인다. 뒷줄 중앙에 안장이 화려하고 정성껏 갈기를 묶은 말을 아이와 함께 탄 여인은 큰언니 한국부인(韓國夫人)이 아닌가 싶다. 세 언니는 양귀비가 득세한 후인 748년 각기 부인에 봉해졌다. 배경에는 아무것도 없고, 말과 인물만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배치해 화면에 깊이를 더해 준다. 필선이 매우 가늘고, 선의 굵기에 변화가 없으면서도 선 자체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여성들은 화사한 치마에 일종의 스카프인 피백(披帛)을 걸쳤다. 위로 묶은 머리를 느슨하게 늘어뜨리고 푸근하게 살집이 있는 여인들의 모습은 8세기 미인의 전형이다.가장 뒤쪽에 있는 젊은 사람은 남자처럼 보이지만 시녀다. 옷깃이 둥글게 처리된 관복 비슷한 그녀의 옷은 오랑캐 옷, 즉 호복(胡服)이라 한다. 여성이 남자의 호복을 입은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원래 한족 문화에서 여성은 말을 타지 않았다. 이민족들이 섞여 대제국을 이룬 당의 혼종적인 성격이 여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했고, 당의 여성은 호복에 바지를 입고 승마를 했다. 바로 뒤이은 송나라 여성이 다시 말을 타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그림에서는 당의 여성이 얼마나 당당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백거이가 ‘장한가’(長恨歌)에서 “마침내 천하의 부모들이 아들을 바라지 않고 딸 낳기를 중히 여기네”라고 읊었던 게 아닌가. 물론 모든 여성이 그런 권세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9세기 초 장호(張祜)는 “괵국부인, 주군의 승은을 입어 새벽녘에 말을 탄 채 궁으로 들어가네. 분단장이 외려 안색을 망칠까봐 눈썹만 가볍게 그리고 지존을 뵌다네”(虢國夫人承主恩, 平明騎馬入宮門, 卻嫌脂粉污顏色, 淡掃蛾眉朝至尊)라는 시를 썼다. 워낙 피부가 고와서 화장품이 자기 얼굴을 더럽힌다고 맨얼굴로 궁궐에 들어갈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으니 어찌 현종이 그녀를 총애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평명’(平明)이라는 새벽 시간에 괵국부인이 말을 탄 채 궁을 들어가는 권세를 누린 까닭이다. 어쩌랴. 화무십일홍이라. 양귀비와 함께 비운의 죽음을 맞았으니 그녀의 방자함도 봄날의 꿈이었을 뿐이다.
  • 극과 극 두 가족의 희비극… “봉준호·한국 영화의 진화”

    극과 극 두 가족의 희비극… “봉준호·한국 영화의 진화”

    “아마 칸 관객들이 이 작품을 100% 이해하지는 못하실 겁니다. 한국 관객분들이 봐야만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한국적인 디테일과 뉘앙스가 곳곳에 포진돼 있거든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두 가족이 처한 극과 극의 상황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이기 때문에 영화가 시작되면 1분 이내에 외국 관객들에게도 파고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봉준호 감독이 새달 열리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자신의 영화 ‘기생충’에 대해 직접 밝힌 평가다. ‘괴물’(2006), ‘도쿄!’(2008), ‘마더’(2009), ‘옥자’(2017)에 이어 다섯 번째 칸 입성을 앞둔 봉 감독은 2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가장 뜨겁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고생해서 찍은 영화를 선보인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쁘고 영광스럽다”면서도 “경쟁 부문에 대학 시절 영화를 배울 때 존경했던 어마어마한 감독들의 작품이 많아 제가 수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살 길이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네로 고액 과외 면접을 보러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장혜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송강호는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에 이어 다섯 번째로 칸을 찾는다.‘설국열차’ 이후 6년 만에 봉 감독과 재회한 송강호는 “(봉 감독은) 놀라운 상상력이 넘치는 통찰적인 영화에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이라면서 “개인적으로 ‘기생충’은 16년 전 ‘살인의 추억’ 이후 봉 감독의 놀라운 진화이자 한국 영화의 진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 감독 역시 송강호와의 작업에 대해 “송강호씨와 영화를 찍으면 과감해질 수 있고 어려운 시도를 할 수 있다”면서 “축구선수 메시와 호날두가 작은 몸짓만으로도 경기의 흐름을 바꾸듯 송강호씨 역시 영화 흐름을 규정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새만금 해수유통 하라-전북행동 출범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22일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전북녹색연합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담수화를 목표로 한 새만금 수질 개선 사업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전북행동은 “새만금 사업은 세계 최대의 생태재앙이자 전북도민의 비극”이라며 “새만금 사업으로 전북의 어획량은 4분의 1로 급감했고, 그 피해액은 최소 7조 5000억원에서 최대 15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만금호도 담수화를 목표로 20년 동안 4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만경강은 6급수, 동진강은 4급수에 그쳐 목표 수질 달성에 실패했다”며 “지금이라도 담수화 실패를 인정하고 물관리 정책을 해수유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 관계자는 “더는 잘못된 사업을 방치하거나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생명력이 넘치는 새만금과 풍요로운 전북을 만들기 위해 해수유통 촉구에 도민 모두가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눈 귀없는 선충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피하는 비밀

    [핵잼 사이언스] 눈 귀없는 선충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피하는 비밀

    수많은 동물이 냉혹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먹느냐 먹히느냐의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같은 동족끼리 싸우는 것은 물론 서로 잡아먹는 일도 종종 목격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같은 피붙이끼리 동족상잔을 피하거나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매우 단순한 선충(nematode, 선형동물) 중 하나인 프리스티온쿠스(Pristionchus)가 어떻게 동족상잔을 피하는지 연구했다. 이 작은 선충은 토양 속 다른 선충을 잡아먹는 포식성 선충이다. 이를 위해 프리스티온쿠스의 입에는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존재한다. 문제는 가까이 있는 작은 선충을 잡아먹을 경우 자신의 새끼나 혹은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를 잡아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프리스티온쿠스는 실험동물로 잘 알려진 친척인 예쁜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비롯한 작은 선충을 잡아먹는데, 새끼 프리스티온쿠스와 예쁜 꼬마 선충은 크기나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실험실 환경에서 프리스티온쿠스는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해 예쁜 꼬마 선충만 잡아먹었다. 연구팀은 이 선충이 페로몬 같은 물질을 분비해 동족에게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선충은 눈이나 귀는 없지만, 잘 발달된 후각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대 무기에 탑재되는 피아식별 장치처럼 프리스티온쿠스 역시 동족을 식별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SELF-1이라고 명명된 이 단백질은 아미노산 63개로 이뤄진 단순한 단백질이지만, 새끼나 혹은 친척일 수 있는 개체를 잡아먹는 일을 피하는 데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63개의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만 잘못되어도 보호 효과가 사라진다는 사실 역시 확인했다. 프리스티온쿠스는 평생 이 물질을 분비한다. 동족끼리는 서로 잡아먹지 않는 선충 역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부합되는 존재다. 비슷한 형태의 선충이 많은 환경에서 포식성 선충으로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맞춰 진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법칙은 냉혹하지만, 동시에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교황 “스리랑카 테러, 잔인한 폭력” 규탄

    교황 “스리랑카 테러, 잔인한 폭력” 규탄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축일인 부활절 연설에서 미사 직전 발생한 스리랑카 폭탄 테러를 강하게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깊이 애도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스리랑카에서 일어난 테러를 잔인한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스리랑카의 기독교 공동체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교황은 “나는 부활절 일요일인 오늘 테러 소식을 슬픈 마음으로 알게 됐다”면서 “기도하는 동안 공격받은 사람들, 그런 잔인한 폭력의 모든 희생자들에게 기독교 공동체와의 애정 어린 친밀감을 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극적으로 죽은 모든 이와 이 끔찍한 사건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한 이날 발표한 ‘우르비 에트 오르비’에서 시리아, 예멘, 리비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수단, 베네수엘라, 니카라과에 이르기까지 분쟁과 내전, 정치 불안에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을 열거하면서 갈등 종식과 평화 정착을 강조했다. 한편 국내 각 성당과 교회에서는 21일 부활절을 맞아 기념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인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가 거행됐다. 천주교 신자 1000여명이 참석해 예수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미사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여러분의 가정과 우리 한반도 그리고 온 세상에, 특별히 북녘 동포들과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개신교도 이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국교회부활절 연합예배를 열었다. ‘부활의 생명을 온 세계에, 예수와 함께, 민족과 함께’를 주제로 열린 예배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총회 등 70여개 교단과 신도들이 참여했다. 연합예배 대회장을 맡은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이승희 목사는 “부활의 생명력이 오늘 우리에게 불일 듯 일어나가기를 축복한다”고 염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남북 교회 공동 기도문’을 통해 “봄바람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듯이 반만년 우리 겨레의 마음도 분단과 냉전의 장벽을 넘어 하나 됨을 느끼게 해 달라”고 바랐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특성화고 다니던 아이 잃은 두 아버지두 아버지가 있다. 50대 가장인 둘은 세상의 전부 같던 고교생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아들들은 각각 생수 공장과 뷔페식 식당에서 일하다 숨졌다. 두 아버지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믿으며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해마다 2만~3만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명목으로 사업장에 투입된다. 10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현장의 둔감함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비극이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자책하며 수개월째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회사 사장이나 동료, 상사, 교사 중 한 명이라도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집안 형편이 넉넉해 ‘장학금 준다’는 말에 특성화고 입학을 덜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까. 지난 15일 제주도 양지공원 제2추모관 116실. 이상영(56)씨는 아들 민호군의 사진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보고,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민호는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 고3인 18살 때 일이다. 민호군이 봉안된 자리에는 민호군 친척 형이 놓아둔 꿀물 음료 한 병이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넣어 두면 하루도 안 지나 없어질 정도로, 민호는 이 음료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던 아버지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이씨는 “아이가 먼저 갔는데 무슨 기쁨이나 희망이 있겠느냐”고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민호군이 일했던 업체를 특별감독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안 680건이 적발됐다. 이 업체에는 민호군을 포함해 현장실습생 6명이 일했다. 민호군은 어른들도 위험해서 피하는 기계를 홀로 다루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옆구리를 기계 쇠기둥에 찍히는 등 사망 전 이미 2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당시 공장장에게 ‘한 사람만 더 붙여 달라’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혼자 근무시켰다”고 말했다. 경험이 가장 없는 현장 실습생에게 사업장 안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겨 놓은 것이다.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허울뿐이었다. 문서상 실습 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넘게 일했다. 이씨는 “협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김용만(58)씨도 2016년 5월 특성화고에 다녔던 아들을 잃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약부터 챙겨 먹었다. 김씨는 아들 동균군이 떠난 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는 “차라리 내 팔이 하나 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 잃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동균군은 2015년 12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이를 함부로 부리는 상황에 대해 들은 뒤 좌절했다. 동균군은 이곳에서 ‘오전 마감 벌칙’을 자주 섰다. 김씨는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이곳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동균군은 무엇이 불법인지조차 몰랐다. 다섯 달 동안 아이의 몸무게는 70㎏에서 45㎏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시에서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유서도 없었다. 김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사내 벌칙 탓에 고통받았고,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 ‘그것도 못 참느냐’라는 비아냥과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동균군의 장례식장에는 학교 관계자 누구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부당한 노동시간과 업무지시, 괴롭힘, 욕설, 폭언 등을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 교육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이씨는 올해 초부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 모임은 오는 25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실습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버지 김씨가 남긴 바람은 단 하나였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안양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특성화고 다니던 아이 잃은 두 아버지두 아버지가 있다. 50대 가장인 둘은 세상의 전부 같던 고교생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아들들은 각각 생수 공장과 뷔페식 식당에서 일하다 숨졌다. 두 아버지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믿으며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해마다 2만~3만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명목으로 사업장에 투입된다. 10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현장의 둔감함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비극이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자책하며 수개월째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회사 사장이나 동료, 상사, 교사 중 한 명이라도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집안 형편이 넉넉해 ‘장학금 준다’는 말에 특성화고 입학을 덜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까. 지난 15일 제주도 양지공원 제2추모관 116실. 이상영(56)씨는 아들 민호군의 사진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보고,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민호는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 고3인 18살 때 일이다. 민호군이 봉안된 자리에는 민호군 친척 형이 놓아둔 꿀물 음료 한 병이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넣어 두면 하루도 안 지나 없어질 정도로, 민호는 이 음료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던 아버지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이씨는 “아이가 먼저 갔는데 무슨 기쁨이나 희망이 있겠느냐”고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민호군이 일했던 업체를 특별감독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안 680건이 적발됐다. 이 업체에는 민호군을 포함해 현장실습생 6명이 일했다. 민호군은 어른들도 위험해서 피하는 기계를 홀로 다루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옆구리를 기계 쇠기둥에 찍히는 등 사망 전 이미 2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당시 공장장에게 ‘한 사람만 더 붙여 달라’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혼자 근무시켰다”고 말했다. 경험이 가장 없는 현장 실습생에게 사업장 안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겨 놓은 것이다.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허울뿐이었다. 문서상 실습 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넘게 일했다. 이씨는 “협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용만(58)씨도 2016년 5월 특성화고에 다녔던 아들을 잃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약부터 챙겨 먹었다. 김씨는 아들 동균군이 떠난 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는 “차라리 내 팔이 하나 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 잃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동균군은 2015년 12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이를 함부로 부리는 상황에 대해 들은 뒤 좌절했다. 동균군은 이곳에서 ‘오전 마감 벌칙’을 자주 섰다. 김씨는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이곳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동균군은 무엇이 불법인지조차 몰랐다. 다섯 달 동안 아이의 몸무게는 70㎏에서 45㎏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시에서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유서도 없었다. 김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사내 벌칙 탓에 고통받았고,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 ‘그것도 못 참느냐’라는 비아냥과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동균군의 장례식장에는 학교 관계자 누구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부당한 노동시간과 업무지시, 괴롭힘, 욕설, 폭언 등을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 교육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이씨는 올해 초부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 모임은 오는 25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실습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버지 김씨가 남긴 바람은 단 하나였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안양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문 대통령 “스리랑카 비극 믿기지 않아…깊이 애도”

    문 대통령 “스리랑카 비극 믿기지 않아…깊이 애도”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성당과 호텔에서 연쇄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SNS에 “스리랑카의 부활절 비극이 믿기지 않는다.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을 비롯해 교회와 호텔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있어서는 안 될 테러가 가해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신앙과 믿음이 분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평화를 위협하는 일은 인류 모두가 함께 막아야 할 적대적 행위”라며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충격에 빠진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시리세나 대통령님이 하루빨리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적었다. 한편 스리랑카 현지 언론은 병원 관계자를 인용,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최소 138명(외국인 35명 포함)이 숨지고 40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는 인구의 74.9%를 차지한 싱할라족과 타밀족(11.2%) 간에 내전이 벌어져 26년만인 2009년 종식될 때까지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지에선 이번 사건의 경우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리랑카 주민 대다수(70.2%)는 불교를 믿으며,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각각 12.6%와 9.7%씩을 차지한다. 스리랑카 인구의 6% 남짓인 가톨릭 신자는 싱할라족과 타밀족이 섞여 있어 민족갈등과 관련해선 오히려 중재역에 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톨릭 기념일인 부활절 예배 시간에 테러가 발생한 것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교황 “부활 주일에 스리랑카 테러…희생자 위해 기도하겠다”

    교황 “부활 주일에 스리랑카 테러…희생자 위해 기도하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현지시간) 부활절 야외미사를 집전한 뒤 스리랑카 테러를 규탄하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부활 주일에 슬프게도 애도와 고통을 가져온 공격 소식을 들었다”며 “기도 중에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그런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 할 것이다. 비극적으로 죽은 모든 이와 이 끔찍한 사건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스리랑카의 교회와 고급 호텔 등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로 현재까지 최소 160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다쳤다. 스리랑카는 인구의 74.9%를 차지한 싱할라족과 타밀족(11.2%) 간에 내전이 벌어져 26년만인 2009년 종식될 때까지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지에선 이번 사건의 경우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리랑카 주민 대다수(70.2%)는 불교를 믿으며,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각각 12.6%와 9.7%씩을 차지한다. 스리랑카 인구의 6% 남짓인 가톨릭 신자는 싱할라족과 타밀족이 섞여 있어 민족갈등과 관련해선 오히려 중재역에 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톨릭 기념일인 부활절 예배 시간에 테러가 발생한 것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LA폭동 27주년, 우정 문화 축제 열린다

    LA폭동 27주년, 우정 문화 축제 열린다

    1992년 4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벌어진 LA 폭동 27주년을 맞아 ‘우정 문화 축제’가 열린다. 이는 당시 폭동이 한흑(韓黑) 갈등으로 번지면서 한인 업소 2300여곳이 불에 타거나 약탈당하는 등 재미 한인사회에 큰 상처를 안겼다. 따라서 이번 축제는 다민족·다인종 간 문화 교류 증진으로 이 같은 비극적 사건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LA한국문화원은 4·29 LA 폭동 27주년을 맞아다. 음악과 무용을 통해 한인과 흑인, 중남미, 아시안 커뮤니티 간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문화원 관계자는 “다민족 공연가들이 함께 참여해 평화와 조화 속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쳐 의미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무용가 김영주와 소프라노 여선주, 흑인 안무가 팻 테일러, 제임스 매퀸, 남미계 미국인 소냐 오초아, 중국계 미국인 댄서 스테파니 청 등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공연 시작은 흑인 시인이자 여성시민운동가인 마야 안젤루를 기리는 무용작품 ‘마야 안젤루 모음곡’으로 장엄한 여성의 투쟁과 승리를 관객에게 전한다. 무용가 김영주가 슬픔을 환희의 세계로 승화시키고 인간의 감정을 아름다운 춤사위로 표현한 ‘살풀이’, ‘오고무’를 통해 한국 전통춤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위진 문화원장은 “이번 공연은 4·29 LA 폭동을 되새기며 화합이란 주제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조화와 균형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SNS의 마법…노트르담 성당 대화재 직전 촬영된 부녀 찾았다

    SNS의 마법…노트르담 성당 대화재 직전 촬영된 부녀 찾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상처를 입기 직전 촬영된 행복한 부녀의 사진이 결국 주인을 찾았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등 해외언론은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두손을 맞잡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진이 트위터 사용자들의 도움으로 주인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이 사진은 지난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이기 1시간 전에 촬영된 것이다. 사진 촬영자는 미국 미시간 주 출신의 브룩 윈저로 당시 그녀는 유명 관광지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았다가 우연히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부녀를 발견해 촬영했다. 성당 앞에서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빙글 돌리는 아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것. 이렇게 추억 속의 한장으로 끝날 사진이었지만 1시간 후 상황은 급변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쳐 지붕 구조물과 성당 내부 목재 장식으로까지 번져나간 것이다. 파리 소방대원들의 헌신적인 사투 끝에 잿더미가 될 위기는 면했지만 이 사진 속의 배경은 부녀의 미소처럼 빛날 수 없게됐다. 이후 윈저는 "트위터가 마법을 부려 사진 속 남자를 찾기를 바란다"면서 사진 속 남자를 찾는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이에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곧 20만 번 넘게 리트윗되면서 빠르게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급기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큰 관심을 모은 것. 그리고 지난 18일 윈저는 "(사진 속 부녀) 찾기가 끝났다"며 후일담을 알렸다. 윈저는 "이 사진이 그 가족에게 전달됐다. 다만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가족은 익명으로 남길 원했다"면서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한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이날 화재로 18세기에 세운 첨탑이 무너지고 지붕의 대부분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성당 재건공사를 5년 이내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해가 커서 완전한 복구에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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