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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악성 댓글이 초래한 비극,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가수 겸 배우 설리의 비극적인 죽음에 많은 시민이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고인의 심경을 담은 자필 메모가 공개되지 않아 아직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온라인 악성 댓글과 루머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생전 고백으로 미뤄 고인의 극단적 선택과 악플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여론이 거세다. 설리가 스물다섯 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삶을 접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타까운데 그 배경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악플 문화가 의심받으니 참담할 뿐이다. 아역 배우에서 출발해 아이돌 가수, MC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한 고인은 2014년 악성 댓글로 고통받고 있다며 연예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악플을 다룬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 의연히 대응하고,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노브라의 권리’를 주장하는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 목소리를 냈다. 외신들이 고인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 문화 속 페미니스트 파이터”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무차별적인 여성 혐오 발언과 악의적 댓글 공격에 속절없이 당해야 했다. 인터넷이 개인의 일상에 속속들이 파고드는 현상과 비례해 악플의 폐해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익명성의 장막 뒤에서 천박한 감정을 마구잡이로 배설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을 짓밟는 가학적 행태는 개인과 사회의 신뢰를 파괴하는 흉악 범죄다. 악성 댓글의 피해자는 유명인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층 공포스럽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의혹에 관한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과거 ‘채선당 사건’과 ‘240번 버스 사건’에서처럼 마냥사냥식 댓글로 무고하게 고통받은 피해자들도 여럿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악플러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실시됐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5년 만에 폐지돼 현실성이 떨어진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익명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은 인터넷 이용자의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하고,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도 악플 차단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을 비방한 악플러에 대해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무분별한 악성 댓글 관행에 경종을 울릴 만한 강력한 처벌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사설] 국제사회 ‘쿠르드 희생’ 막는 중재 적극 나서야

    터키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독립된 국가 건설을 꿈꾸던 쿠르드족(族)이 전쟁에 휘말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 미군을 철수시키자 때를 놓칠세라 터키가 눈엣가시였던 이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군의 계속된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유엔은 3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 전 쿠르드족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했다. 쿠르드족은 IS 박멸전에 15만명을 동원해 1만 1000명이 사망하는 희생을 치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다. 우리 이익이 되는 곳에서만 싸울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미군을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가 낳은 비극이자 미국 언론도 지적한 ‘동맹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이 발생한 것이다. 쿠르드족은 자신들을 터키로부터 지켜 내기 위해 적대관계에 있던 시리아 정부와 동맹을 맺었다. 이 시리아 정부를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지역의 정세가 예측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극도의 혼란을 틈타 구금돼 있는 IS 대원과 가족 약 800명이 탈출해 IS를 재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터키에 35억 달러 규모의 패트리엇3 미사일 판매를 승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의 상황이 악화되는데도 ‘불개입·고립주의’를 외치며 터키 제재만 외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터키가 공격을 멈출지는 의문이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아랍연맹과 유럽 국가들이 중재에 나설 것을 요청했으나 미국과 러시아가 미온적이어서 유엔 안보리의 성명 채택에도 실패했다. 더이상 쿠르드족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국제사회는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엄마끼리 얘기합시다” 해리 던 부모 외교관 부인 만나러 미국行

    “엄마끼리 얘기합시다” 해리 던 부모 외교관 부인 만나러 미국行

    미국 외교관 부인의 차와 충돌하는 바람에 세상을 떠난 19세 영국 청년의 부모들이 이 부인을 만나겠다며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해리 던은 지난 8월 2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노샘프턴셔주의 영국왕실공군 크러프턴 기지 근처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다 미국 외교관의 부인인 앤 사쿨라스가 운전하던 볼보 승용차와 충돌해 숨졌다. 그 뒤 사쿨라스는 영국 경찰에 당분간 영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몰래 출국해버려 두 나라 외교에 악재가 됐다. 외교관과 가족에 주어지는 면책 특권을 악용한 것이라고 영국 정부는 강력 반발했고, 외교 경로를 통해 면책 특권을 거두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 던의 어머니 샬럿 찰스가 13일 미국으로 향하는 여객기 안에서 BBC와 인터뷰를 갖고 “문제를 최대한 공론화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고 있으며 (사쿨라스의) 변호인이 성명(편지)을 통해 약속했듯이 우리는 그녀와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엄마끼리) 얼굴을 마주 보거나 변호사끼리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손가락을 마주 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사쿨라스의 이름이 밝혀진 것도 요 며칠 전이었고, 2003년 미국 정보기관 관리와 결혼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남편의 신원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사쿨라스는 변호인이 보낸 편지를 통해 자신도 “비극적 사건에 황망해 하고 있다”고 밝힌 뒤 “직접 만나 용서를 빌고 싶다”고 밝혔다. 찰스는 앞서 스카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안된다”고 밝히면서도 두 사람이 만나게 되더라도 자신은 결코 사쿨라스에게 공격적인 태도로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녀는 편지를 받은 일은 놀라운 일이었으며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팀 역시 편지를 받고 “충격을 받았지만 이 일로 뭔가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외교부는 사쿨라스가 사고 뒤에 외교 면책 특권을 갖고 있었지만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미니크 라브 외교부 장관은 던의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영국과 미국 정부가 지금은 사쿨라스의 면책 특권이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형제 비극 부른 ‘로또 1등’

    형제 비극 부른 ‘로또 1등’

    전북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일어난 형제 간 흉기 살해 비극은 형의 로또 1등 당첨이 씨앗이 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13일 전주 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4시 9분쯤 완산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A(58)씨가 남동생 B(49)씨의 목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비극적인 사건의 시작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과거 전주에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하고 8억여원을 받았다. 평소 아끼던 동생에게 집을 사주고, 다른 형제에게도 당첨금 일부를 나눠 줬다. A씨는 나머지 당첨금을 투자해 정읍에 식당을 열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던 식당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고민하던 A씨는 과거 자신이 사준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 상당을 빌려 영업자금으로 썼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동생은 은행의 빚 독촉이 계속되자 형 A씨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사건 당일에도 형 A씨는 이 문제로 심하게 다투다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흉기를 꺼내 마구 휘둘렀다. A씨는 주변 상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주지법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이날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서초동 4주간의 함성… ‘광장 민주주의’ 힘과 한계 모두 보았다

    서초동 4주간의 함성… ‘광장 민주주의’ 힘과 한계 모두 보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을 밝힌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서초동 집회)가 지난 12일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법무부는 물론 검찰도 개혁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맞물려 폭발력을 키운 서초동 집회는 약 한 달간 광장 민주주의의 힘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에 따르면 이 단체가 주최해 온 서초동 집회는 추후 일정을 잡지 않았다. 시민연대 측은 다만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주라도 촛불이 다시 켜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초동 집회는 조 장관 취임 일주일 뒤인 지난달 16일 ‘검찰개혁’ 구호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5차례 주중 집회와 한 차례 주말 집회로 군불을 때다가 지난달 28일 7차 집회 때 참여자 수가 급격히 늘며 폭발했다. 도화선은 23일 이뤄진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었다. 압수수색이 11시간 동안 진행되면서 일각에서 “수사가 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전문가들은 서초동 집회가 세를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검찰·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강했고 ▲‘조국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도가 휘청하자 지지자들이 뭉쳤으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를 지지했던 시민들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초동 집회의 구호가 ‘이제 울지 말자, 이번엔 지키자, 우리의 사명이다’였는데 이는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비극은 검찰발 허위 정보 탓이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 지지자들이 광장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신문이 서울시의 생활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5일 8차 집회 때 서초역 일대에 모인 집회 참여 추정자들의 특징을 분석해 보니 40대가 29.8%, 50대가 26.1%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금 진보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는 386세대인 50대와 1990년대 자유주의 세대인 40대가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진보 집회에 적극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초동 집회를 둘러싼 논란도 많았다. ‘뒤섞인 구호’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 집회의 대표 구호는 검찰·언론개혁뿐 아니라 ‘조국 장관 수호’였다. 이를 두고 참가자 사이에서는 “다수의 공통된 뜻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국이라는 한 개인의 가치나 능력을 좋게 봤다가 부정적인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자 지지자 사이에서 그 진실성에 회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 사퇴’를 촉구하며 진행된 광화문 집회와 세 대결을 하면서 참가 인원을 두고 소모적 논쟁까지 벌어진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초동 집회 주최 측은 7차 집회 때 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후 참가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초동 집회가 마무리된 건 ‘절차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는 대통령 발언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결국엔 검찰개혁이 국회에서 법안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로또 당첨의 비극…형제끼리 칼부림 끝에 동생 사망

    로또 당첨의 비극…형제끼리 칼부림 끝에 동생 사망

    로또복권에 당첨된 형제가 빚독촉에 시달리다 형이 동생을 살해하는 참극으로 이어져 주위를 안타깝게하고 있다. 13일 전주 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4시 9분쯤 완산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A(58)씨가 동생(49)의 목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동생을 살해한 경위는 로또복권 당첨금을 나누어 갖고 우애 깊게 살던 형 A씨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다 빚독촉으로 갈등을 빚어 발생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비극적은 사건의 시작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과거 전주에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하고 8억여 원을 받았다. 한순간에 큰 돈을 손에 쥐는 그는 평소 아끼던 동생에게 집을 사주고, 다른 형제에게도 당첨금 일부를 나눠줬다. A씨는 나머지 당첨금을 투자해 정읍에 식당을 열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던 식당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고민하던 A씨는 과거 자신이 사준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 상당을 빌려 영업자금으로 썼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매달 20여만원의 대출이자 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동생은 은행의 빚 독촉이 계속되자 A씨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사건 당일에도 A씨는 이 문제로 심하게 다투다가 동생이 운영하는 전통시장의 가게를 찾아갔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는 말다툼하던 중 화를 이기지 못하고 흉기를 꺼내 마구 휘둘렀다. 형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린 동생은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A씨는 “술을 마시고 전화로 동생과 다투다가 서운한 말을 해서 홧김에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정규 10집’ YB 윤도현 “광기 있는 사회… 큰 사안 대신 소소한 감정 노래해”

    ‘정규 10집’ YB 윤도현 “광기 있는 사회… 큰 사안 대신 소소한 감정 노래해”

    “지금 사회가 광기 있게 흘러가는 것 같고, 저희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큰 사안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감정을 음악에 매칭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윤도현) 밴드 YB의 보컬 윤도현(47)은 11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야외공연장에서 연 쇼케이스에서 6년 만의 정규앨범인 10집 ‘트와일라잇 스테이트’(Twilight State)를 이렇게 소개했다. 윤도현은 “YB가 줄곧 전해온 메시지는 이번 앨범보다는 좀 큰 이야기들이었다. 사회적인 이슈, 뭔가 범국민적인 가사, 월드컵 이미지 등. 이번 앨범에는 그런 것보다는 작고 소소한 개인적인 감정을 다룬 가사들이 주를 이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베이스 박태희(50)도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많은 것들이 분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누군가는 비극적이고, 누군가는 굉장히 누리는 사회다. 어디에 위치하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그런 것들이 앨범 전반에 담겼다”고 부연했다.기타 허준(45)는 YB만의 색깔과 변화의 균형을 말했다. 그는 “지키고 싶은 건 듣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희망을 주는 음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물살에 쓸려 뒤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밴드의 숙명 같은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말했다. 새 앨범 발표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박태희는 “곡 작업은 꾸준히 했는데 막상 발표하려고 하면 새로운 곡을 쓰고 싶다. 만들어 놓고 이번 앨범에 쓰지 않은 곡이 50~100곡 되는 것 같다”고 했다. 2년 전 윤도현이 산에 들어가 2개월간 머물면서 집중적으로 쓴 곡들을 중심으로 이번 앨범이 만들어졌다. 윤도현은 “앨범을 내고 싶은데 작업이 자꾸 지체되다 보니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았다”며 “아무것도 없는 산에서 작업하고 자고 먹고 하다 보니 조금씩 시동이 걸리더라”고 회상했다. 수록곡 13곡으로 꽉 찬 앨범은 타이틀곡만 세 개다. 윤도현은 “마음 같아서는 전곡을 타이틀로 하고 싶었다”며 “YB의 색깔이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딴짓거리’,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쉬운 맑고 깨끗하고 청순한 곡 ‘나는 상수역이 좋다’, 위로를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쓴 ‘생일’을 선정했다”고 말했다.유튜브 등 미디어 환경의 거대한 변화 흐름을 25년차 밴드 YB도 따랐다. 방치해뒀던 유튜브 계정에 최근 음악하는 모습들을 담은 영상을 올리며 팬들과의 소통 창구를 넓혔다. 윤도현은 “방송에는 선곡 제약이 있는데 유튜브에 올리는 무대는 선곡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앞으로 버스킹도 되는 대로 하려 한다”고 했다. 이날 정규 10집 ‘트와일라잇 스테이트’를 발매한 이들은 다음달 30일과 12월 1일에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단독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90년 전 中인력거 청년의 절망, 지금의 한국 청년 삶과 닮았다

    90년 전 中인력거 청년의 절망, 지금의 한국 청년 삶과 닮았다

    中 소설 각색… “절망 끝 희망 갖게 될 것” 5·18 배경 작품으로 朴정부 블랙리스트 “정리되지 못한 역사 ‘광장의 대결’ 불러”“굶다가 세상을 떠난 탈북민 모자에겐 고춧가루뿐이었고, 지금도 누군가는 이력서를 수없이 내고 떨어지죠. 집 장만하겠다고 10년 동안 아등바등 돈을 모으면 집값은 또 뛰어 있고…. 소설 속 절망의 시대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로 꼽히는 고선웅(51) 연출이 또 하나의 문제적 작품으로 돌아왔다. 중국 근대문학사의 대표 작가 라오서(老舍)의 소설 ‘뤄퉈샹즈’(1937)를 각색한 연극 ‘낙타상자’다. 제19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한 프로그램으로, 오는 17~20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고 연출은 한 청년의 삶을 그린 작품을 설명하면서 “끝도 보이지 않는 절망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193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원작을 선택한 이유로 그는 ‘시의성’을 꼽았다. 고 연출은 ‘안정된 삶’이라는 소박하고도 원대한 꿈을 품고, 튼튼한 두 다리로 인력거를 끄는 청년 ‘상자’(祥子·샹즈)의 삶이 2019년 한국 청년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고전은 현대를 만날 때 울림이 있어야 하고 관계 맺기가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시의성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고, 연극으로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상자는 3년간 고생해 번 돈으로 새 인력거를 장만하지만 전쟁 통에 빼앗긴다. 병사들에게 끌려다니다 깊은 밤 털 빠진 낙타 3마리를 훔쳐 달아난다. 이후 다시 인력거를 마련해 매일 희망을 향해 달리지만 사랑하는 연인은 아버지 노름빚에 사창가로 팔려가 자살하고, 삶은 발버둥 칠수록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고 연출은 “절망의 끝이 없는 작품”이라면서 “하지만 관객들은 작품을 다 본 뒤 ‘그래도 절망의 끝엔 희망이 있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연극 ‘푸르른 날에’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초동으로 나뉜 ‘이념 대결’에 대한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그는 “어느 쪽을 편들기보다는, 우리 사회 갈등의 근원은 해방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역사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인 현실에 눈감고 싶어 연극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고 에둘러 대답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생사람만 잡은 경찰… 화성의 ‘숨은 비극’ 만들었다

    생사람만 잡은 경찰… 화성의 ‘숨은 비극’ 만들었다

    이혼남·장애인 등 특정 남성 3000명 조사 “경찰 압박에 허위 자백” 8명이 진술 번복 8차 사건 용의자도 소아마비 앓은 장애인 고문·자백 강요한 당시 경찰 조사하기로 전문가 “사회적 약자 방어권 고려했어야”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기소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가 재심 의향을 표명하면서 당시 경찰 수사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잔혹한 살인마를 잡기 위해서였지만 인권은 고려하지 않은 ‘마구잡이식 수사’로 무고한 시민들까지 피해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과거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대대적인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편으론 수사력의 한계와 강압 수사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경찰의 용의자 선정 방식이 매우 주관적이었기 때문이다. 범행 발생 지역에서 이혼남, 장애인, 노총각 등 특정 조건을 가진 남성들이 거의 대부분 용의자 취급을 받았다. 조사받은 대상만 3000명이 넘자 경찰은 ‘저인망식 수사’라는 조롱과 함께 인권을 유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뚜렷한 증거 없이 무고한 시민을 몰아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찰이 용의자라고 밝힌 이들은 공통적으로 목격자나 물증이 없이 자백만으로 범인으로 둔갑했다. “경찰의 압박에 허위 자백을 했다”면서 진술을 번복한 용의자는 언론에 공개된 것만 8명이다. 경찰에게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이들도 최소 7명이다. 이들은 몽둥이 매질, 물고문, 원산폭격, 발가벗기기, 잠 안 재우기 등 가학적인 경찰 수사를 폭로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한 이들 중에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가 많았다. 8차 사건 용의자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한 윤씨가 대표적이다. 고아인 윤씨는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인 데다가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저학력자로 알려졌다. 2·4·5차 용의자로 몰렸던 홍모(43)씨는 별거하던 부인이 “남편이 이상 성격자”라고 진술한 데 이어 직장 동료가 “우울증 증세가 있다”고 증언하는 등 정신적 문제를 지녔던 것으로 보인다. 9차 사건 이틀 뒤 현장을 지나던 차모(48)씨는 말 못하는 언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용의자로 몰려 사흘 동안 감금돼 조사받았다. 박모(19)군은 보육원 출신에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한 막노동 노동자였는데 범인과 같은 B형인 데다 추행 전과가 있어 10차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됐다 풀려났다. 10차 사건의 또 다른 용의자로 지목된 장모(33)씨는 사건 10년 전부터 약물을 복용하는 정신질환 환자여서 용의선상에 올랐는데, 경찰 수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10차 사건 이후인 1991년 “정신이상자나 강간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수법이 워낙 흉악하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정신적으로 이상하거나 성적 성향이 이상한 사람 위주로 수사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경찰이 사회적 약자의 사법적 방어권을 고려하지 못해 생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기수 전남대학교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은 권위자에게 복종한 뒤 오는 칭찬을 받고자 죄를 짓지 않고도 쉽게 허위 자백을 할 수 있다”면서 “학력이 낮거나 조력자가 없는 경우에도 고립감 때문에 허위 자백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재는 수사기관에 가이드라인이 생겨 강압 수사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로 사법 인력이 더 다양화된다면 약자들의 사법적 방어권이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윤씨를 찾아 당시 상황을 자세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시 경찰이 나를 희생양으로 삼고 고문하며 거짓 자백을 강요했다”고 한 진술을 확보하고, 윤씨가 지목한 형사들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 6년간 목격한 공장 사고 8건… “고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단독] 6년간 목격한 공장 사고 8건… “고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기계 폭발로 얼굴부터 손목까지 화상 이주노동자 피해 6건 중 산재 신청 1건 사업주 허락없이 사업장 옮길 수 없고 대처법 몰라 불이익 당할까 두려워해 “안전 위해 사업장 산재정보 제공해야”“무서워요. 이제 고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던 지난 3일 개천절, 비닐장판 재료를 생산하는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네팔 이주노동자 사미르(42·가명)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공장의 낡은 기계가 폭발하면서 180도 가까이 되는 물질의 화기에 오른쪽 얼굴부터 손목까지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실려간 그는 네팔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왼쪽 얼굴 사진을 찍어 보냈다고 한다. 가족들이 걱정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서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8일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65) 목사에 따르면, 김 목사는 지난 6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미르와 대화를 하다가 그가 일했던 공장이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했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3년 9월 고용허가제로 입국하고 나서 이 공장에서만 일했던 사미르가 6년 동안 목격한 사고는 자신의 사고를 포함해 8건이었다고 한다. 이 중 6건(화상 2건, 발가락 절단 1건, 실명 1건, 다리 부상 1건, 팔 부상 1건)은 이주노동자들이 피해자였고, 2건은 내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사미르는 이렇게 위험한 공장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현행 고용허가제하에서는 임금체불 등 사업주의 명백한 잘못이 있지 않은 경우 사업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 사미르는 “산재 사고가 자주 일어나서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분진 때문에 호흡기 장애도 생겨서 사업장 이동을 요구했었다”면서 “그러나 사장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일터를 옮길 수 있었다면 사미르는 사고를 피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가 서툴고 산재를 당했을 때 대처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산재를 신청하기도 어렵다. 실제 이 공장에서 실명을 당한 이주노동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산재 신청을 못 했다고 한다. 사업주가 반대하는데도 산재를 신청하려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업주와 싸울 각오까지 해야 한다. 사미르 역시 김 목사에게 “이렇게 회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이미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도 마음속에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노동당국도 어떤 공장이 산재다발공장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설사 산재다발공장이라고 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런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최정규 변호사는 “우선 노동당국이 산재가 발생하는 기업의 감점 기준을 높여 필터링을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고용센터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체를 알선할 때 산재 정보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는 만큼 안전에 대한 기본 정도는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목사는 “산재 처리를 해 주지 않아도 처벌이나 불이익이 크지 않고, 안전 시설을 갖추지 않고 안전 교육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을 공급받으니까 사용주들이 일회용품처럼 쓰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합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미르는 주야 맞교대로 12시간씩 일한 후 ‘성실근로자’(4년 10개월 동안 사업장을 한 번도 옮기지 않았을 때 사업주 동의로 재입국할 기회를 주는 제도)로 지난해 7월 한국에 돌아왔지만, 얼굴과 팔에 큰 상처가 생기면서 코리안드림은 비극으로 끝나게 됐다. 사미르의 마지막 바람은 산재를 신청한 후 치료를 받고 한국을 떠나는 일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쿡 선장 뉴질랜드 상륙 250주년 “이게 기념할 만한 일인가”

    쿡 선장 뉴질랜드 상륙 250주년 “이게 기념할 만한 일인가”

    몇 백년 동안 마오리족이 거주해왔는데 제임스 쿡(1728~1779년) 선장이 발견했다고 하고, 뉴질랜드 정부가 쿡 발견 25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1769년 10월 8일 영국인 탐험가 쿡 선장 일행이 HMS 엔데버 호를 타고 기스번 해안에 첫발을 내디뎌 식민 통치의 시작을 알린 날이다. 하지만 마오리 말로 아오테아로아로 불리는 뉴질랜드는 마오리족이 이미 뿌리를 내린 곳이었다. 마오리 공동체에 끼친 해악을 감안해서라도 쿡의 발견 250주년은 기념할 만한 일이 아니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고 영국 BBC는 7일(현지시간) 전했다. 250년 전의 엔데버 호를 본뜬 HM 뱅크 엔데버 호가 기스번 항구에 도착한 순간 환영 인파와 반대 시위대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25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한 제니 시플리는 쿡의 상륙이 “사회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비극적 개입”이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뉴질랜드인으로서 다름을 표출하고 싶어하는 것은 성장하는 데 나쁜 요소가 결코 아니“라고 라디오 뉴질랜드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았다. 지난주 영국 인권판무관 로라 클라크는 성명을 발표해 쿡 선장이 이 섬에 첫발을 내디뎌 처음 만난 이위(iwi) 부족민 아홉 명을 살해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사실상 사과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쿡 선장이 지금의 기스번인 투랑가누이 강에 도착했을 때 부하들과 마오리 주민들이 처음 마주쳤는데 은가티 원원 그룹이 베푼 전례 의식을 쿡의 부하들은 자신을 위협한다고 착각해 지도자를 비롯해 아홉 명을 살해했다. 많은 마오리족 인권 단체들은 쿡의 도착 후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해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주민 인권 운동가인 티나 은가타는 이번 기념 행사가 “침략과 제국주의 팽창을 기념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대는 식민지 시절에 마오리 조상들이 공정하지 못하게 다뤄졌으며 오늘날도 가난과 범죄, 차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기스번에 있는 쿡 선장 동상이 낙서로 훼손되거나 파괴되는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쿡보다 먼저 뉴질랜드에 발을 디딘 유럽인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네덜란드 항해사 아벨 타스만이 80여년이 훨씬 앞선 1642년에 이곳을 다녀갔다는 것이다. 물론 폴리네시아 제도의 마오리족은 타스만보다 몇 백년 전에 이미 뉴질랜드에 당도했다.해서 뉴질랜드는 기념 행사의 명분을 조금 다르게 설정했다. 마오리족과 유럽인의 첫 만남 250주년이라고 표현해 이날 엔데버 호를 본뜬 배 등이 북섬의 동쪽 해안에 있는 도시 기스번에 당도하는 재현 행사를 펼친다. 뉴질랜드 의원인 켈빈 데이비스와 키리타푸 앨런이 선상에 올라 승무원들을 맞는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마오리 말로 투랑가 누이 아 키와라고 불리는 기스번 시내에서 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도 지난 5일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에 참석해 뉴질랜드 역사에 관한 논쟁을 더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던 총리는 “우리는 진실되게 말하고 있지만, 내 믿음에 그 얘기의 50%는, 잘 얘기되고 있지 않다”며 뉴질랜드인들은 과거의 얘기 전체를 배우고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오늘 챔피언십 진출팀 나올까

    오늘 챔피언십 진출팀 나올까

    ‘오늘’(8일)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진출팀이 모두 가려질까. 챔피언십시리즈는 디비전시리즈 승리팀끼리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벌이는 7판 4선승제 승부를 가리킨다. 정규시즌 성적이 높은 팀이 1, 2, 6, 7차전을 안방에서 치른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뉴욕 양키스는 8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3차전에서 승리하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다. 휴스턴은 탬파베이 레이스에, 양키스는 미네소타 트윈스에 각각 디비전시리즈 2승을 선점해 조기에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입하겠다는 기세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7일 열린 3차전에서 각각 워싱턴 내셔널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승리하면서 각각 2승1패를 기록 중이다. 8일 열리는 4차전에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가릴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와 워싱턴은 시리즈의 분수령인 3차전에서 약속이나 한 듯 마운드 운용에 실패하면서 벼랑 끝에 섰다. 8일 안방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패하면 이들의 가을야구도 끝난다. 다저스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애틀랜타는 3차전에서 0-1로 뒤지던 9회 투아웃 이후 3점을 뽑으며 3-1 역전승을 거둬 기세를 올렸다. 2001년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이후 내리 7차례나 디비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비극을 끊어낼지 주목된다. 양팀의 4차전은 8일 오전 4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태국 폭포에 빠진 세살 코끼리 구하려다 여섯 마리 세상 떠나

    태국 폭포에 빠진 세살 코끼리 구하려다 여섯 마리 세상 떠나

    태국에서 물에 빠진 아기코끼리를 구하려다 차례로 물에 빠져 여섯 마리 모두 세상을 뜨고 말았다. 비극이 발생한 곳은 카오 야이 국립공원 안의 하에 나록(Haew Narok), 일명 지옥의 폭포로 불리는 곳이라고 영국 BBC가 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1992년에도 여덟 마리의 코끼리들이 비슷한 사고로 세상을 떠나 세간의 안타까움을 샀던 곳이다. 태국 국립공원 및 야생동식물 보존부(DNP)는 이날 새벽 3시쯤 코끼리떼가 폭포 옆 도로를 막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세 시간 뒤 세살 된 코끼리 사체가 하에 나록 아래에서 발견됐고 주위에는 다섯 마리의 주검이 발견됐다. 다른 두 마리도 폭포 기슭에서 발견돼 당국에 의해 로프로 구조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보살핌을 받고 있다. 야생동물의 친구들 재단을 창립한 에드윈 윅은 코끼리는 보호와 먹잇감을 찾는 커다란 가족 공동체에 의지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두 마리는 살아갈 길이 막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끼리는 가족 구성원의 사라짐을 몹시 애통해하고 이런 슬픔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 마리가 죽은 동료가 깨어나기를 기원하는 듯한 행동이 눈에 띄기도 했다.윅은 “가족의 절반을 한꺼번에 잃은 것과 같다”며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불운하지만 그게 자연”이라고 말했다. 태국에는 아시아 코끼리가 7000마리 정도 살아가는데 절반 이상은 농장과 동물원 등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문 대통령 “DMZ 접경지역 ‘경제특구’로…평화경제 열어야”

    문 대통령 “DMZ 접경지역 ‘경제특구’로…평화경제 열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지난주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방안을 다시 언급하며 ‘평화경제’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을 위한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시대를 가리키는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때를 놓치지 않는 지혜와 결단력, 담대한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를 실천하면 우리와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며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드는 일은 북한의 행동에 화답하는 행동으로 신뢰를 쌓는 일이며, 비무장지대 내의 활동에 국제사회가 참여함으로써 남북 상호 간 안전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평화지대로 변모하는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은 국제적 경제특구를 만들어 본격적인 평화경제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경제는 70년 넘는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남북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의 시대를 여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평화가 경제협력을 이끌고 경제협력이 평화를 더욱 굳건히 하는 선순환을 이루자는 것이며,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진정한 교량 국가로 발전하는 길이기도 하다”며 “민주평통과 함께 ‘비극의 땅’ DMZ를 ‘축복의 땅’으로 바꿔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한반도가 평화를 넘어 하나가 돼가는 또 하나의 꿈”이라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은 IOC의 사명’이라 했고 협력을 약속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한반도의 평화 위에 남북의 협력과 단합을 세계에 선포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19기 민주평통이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의 실현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오늘 우리는 지금까지의 민주평통의 성취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을 향한 또 한 번의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지치지 말고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19기 민주평통은 국내 1만 5400명, 해외 3600명 등 총 1만 9000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됐다. 민주평통은 여성·청년층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여성 자문위원을 6397명, 청년 자문위원을 4777명 위촉했다고 밝혔다. 18기 민주평통의 여성 자문위원은 4949명, 청년 자문위원은 3407명이었다. 민주평통은 각계각층 국민의 참여를 늘리고자 처음 실시한 ‘국민참여공모제’를 통해 전체의 10%인 1900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했다. 자문위원들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앞당기기 위한 다양한 제안도 내놓았다. 김동선 경기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유치를 위한 남북 공동유치단을 조기에 출범시켜 남북이 협력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원도 고성 DMZ 평화의 길 해설사인 박정혜 씨는 “평화경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평화의 길을 찾는 관광객이 점점 많아지는 게 평화경제 아닌가”라며 “접경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삶과 죽음이 ‘흰’ 안에 담겨 있죠” 스웨덴 독자들, 한강에 빠져들다

    “삶과 죽음이 ‘흰’ 안에 담겨 있죠” 스웨덴 독자들, 한강에 빠져들다

    “한국어에는 흰색을 말하는 두 개의 형용사, ‘흰’과 ‘하얀’이 있습니다. ‘흰’ 안에는 슬픔도 있고 삶과 죽음도 있고 소슬한 느낌이 있죠. 예를 들어 우리가 죽은 사람을 기릴 때 입는 옷을 소복이라고 하는데, 그 옷은 ‘하얀 옷’이라기보다는 ‘흰옷’이에요.”스웨덴어 ‘vita’는 우리에겐 ‘흰’이자 ‘하얀’이다. 그중 ‘흰’이라는 단어로 소설과 산문시와 에세이를 넘나드는 책을 펴낸 작가의 말에 청중들은 빠져들었다. 27~28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2019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난 한강(49) 작가의 얘기다. 전날은 ‘사회역사적 트라우마’라는 주제로 진은영 시인, 스웨덴 저널리스트·작가와 함께, 이튿날은 단독으로 세미나에 나섰다. 한 작가의 소설은 스웨덴에서만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소년이 온다’, ‘흰’ 등 3권이 번역 출간됐다. 세미나에서는 스웨덴에 가장 최근 나온 ‘흰’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됐던 ‘흰’은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언니의 사연을 다뤘다.‘흰’을 쓴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2014년 5월 ‘소년이 온다’가 출간될 즈음 ‘하얀 것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어느 날 오후 아이가 태어나면 처음 입는 배내옷, 그 위를 감싸는 강보, 눈, 겨울, 달, 엄마의 젖, 소금, 물에 반짝이는 흰빛 같은 근원적인 것들을 지나 죽을 때 입는 수의와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입는 상복까지 리스트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흰’을 쓰는 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의 체류 경험도 한몫했다. 그는 “20세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상처를 남긴 시간이었다”며 “한국에서는 전쟁부터 1980년 광주 5월과 2014년 봄에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애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여러 의미를 담아 소설을 썼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 그는 “‘소년이 온다’가 역사적인 사건을 담고 있지만 굉장히 개인적인 책이고 ‘채식주의자’는 정확히 꿰뚫을 수 없는 한 여자의 내면을 따라가는 작은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 작가가 참석한 세미나는 첫날 120석, 둘째날 375석이 모두 꽉 찼다. 한 작가의 번역본을 모두 읽었다는 문학교사 프리다 퍼네스텐(42)은 “특히 ‘흰’이 가진 시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돼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추천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 한 작가의 사인을 받아 간 중학교 역사교사 세실리아 거트(45)는 “‘흰’과 ‘하얀’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학생들에게 서양의 역사가 아닌 다른 세계의 역사를 전하기 위해서도 한강의 책을 읽겠다”고 말했다.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비틀고, 뒤집고, 희화화한 50년 전 여배우 살인사건

    비틀고, 뒤집고, 희화화한 50년 전 여배우 살인사건

    옛날 옛적 할리우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시간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해에는 ‘샤론 테이트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이자 배우였던 그녀는 로스앤젤레스 집에서 참혹하게 희생당했다. 범인은 찰스 맨슨 추종자들. 이들에게 살해 이유를 묻는 것은 부질없다. 무논리의 광신도들이었으니까. 그럼 우리는 이런 아픈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안타까움에 당신은 그저 혀만 끌끌 찰지 모르겠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대표적이다. 그의 전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과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를 보라. 타란티노는 무논리 광신도나 다름없는 인종차별주의자의 행태를 그냥 두지 않는다. 그는 두 영화에서 나치와 노예를 부리는 농장주를 처벌했다. 악을 통째로 뿌리뽑아 버리는, 타란티노 특유의 폭력적인 제거 방식을 불편해하는 관객도 물론 있으리라. 다만, 나는 이렇게 생각할 따름이다. 그가 역사의 반복에 관한 다음의 명제를 자기 나름대로 따르고 있다고.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다음에는 희극으로.”(마르크스, ‘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 ‘비극으로 끝난 첫 번째 역사를 바꿀 수 없다면, 되풀이될 두 번째 역사는 철저한 희극으로 바꿔 놓아야지.’ 그런 의도 아래에 타란티노는 역사를 다시 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그는 액션스타 릭(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과 스턴트맨 클리프(브래드 피트 분)를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리고 샤론(마고 로비 분)이 아닌, 옆집 이웃이던 두 사람에게 찰스 맨슨 추종자들과 맞닥뜨리게 한다. 결말은? 스포일러라 결말을 밝힐 수는 없으나, 나는 아까 언급한 대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타란티노식 역사 다시 쓰기의 희극 버전임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실제의 아픈 과거는 그가 창안한 가상의 두 인물에 의해 전혀 다르게 변주된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한데 놀랍게도 정말 소용이 있다. 역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역사 재해석은 지난날의 오류를 똑같이 겪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현실 재창조의 선언이다. 타란티노는 이런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논점에 전부 동의할 필요는 없다. 가령 타란티노가 이소룡을 희화화하는 장면은 어떤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테다. 그래도 하나 분명한 점은 그가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를 희화화한다는 사실이다. 릭이나 클리프도 예외가 아니다. 의외로 타란티노는 공평하게 비튼다. 릭과 클리프는 정의의 사도라기보단 흠결 많은 인간이다. 영광의 자리에서 물러나 지금은 상실감을 곱씹는 그들의 활극. 숭고하기만 한 영웅은 타란티노 세계에서 역사의 주연을 맡지 못한다. 이게 나는 제일 마음에 들었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가난 벗겠다고 한국에 시집간 내 딸… 병든 몸, 두 아이, 1억동 빚만 남았다

    가난 벗겠다고 한국에 시집간 내 딸… 병든 몸, 두 아이, 1억동 빚만 남았다

    한국 남자가 ‘선택’해 22살에 결혼한 딸 폭력에 지쳐 4년 만에 베트남 돌아와 고향 정착 못하고 일자리 찾아 타지로 태생 따라 국적 다른 두 아이는 눈칫밥 한국의 결혼이주민 26만명은 애매한 존재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농어촌을 떠받치는 등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한쪽에선 이들을 ‘진정성 없는 혼인자’로 매도한다. 차별적 시선과 배우자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일부는 본국으로 떠났다. 2000년 이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38만명의 여성 중 9만명이 법적으로 이혼했다. 서류상 정리조차 하지 못하고 쫓기듯 떠난 이들을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베트남 껀터에서 15년 전 딸의 결혼과 이혼 과정을 지켜본 여성을 만나 잘못된 국제결혼이 한 가족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들었다.“엄마, 나 한국 남자랑 결혼해.” 15년 전 뜨띠흐엉(54·가명) 가족의 비극은 시작됐다. 며칠 이모 집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났던 딸이 다짜고짜 결혼식을 하겠다고 전화했다. 국제결혼 브로커가 모은 10명의 여자 가운데 ‘선택’받았다고 했다. 매매혼임을 모르지 않았다. 가지 말라고, 굶어도 여기서 같이 살자고 붙잡았다. 딸이 되물었다. “엄마, 우리 집에 결혼계약 위약금 낼 돈 있어?” 딸은 어릴 적부터 눈치가 빨랐다. 중학교를 마친 뒤 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재학 내내 가난에 찌든 가족에 대한 괄시와 놀림에 시달렸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어린 딸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리 집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한국 남자랑 결혼해야 할까 봐.” 브로커들이 마을을 다니며 “한국으로 시집가면 행복하게 잘산다”는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에서는 9만 8752명이 한국 결혼이주를 선택했다. 이왕 한 결혼,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 22살 된 딸을 데려가는 사위는 40대였지만 아내를 사랑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바람대로 되지 못했다. 사위의 사업은 결혼 직후 망했다. 그즈음부터 폭력이 시작됐다. 맞다가 집 계단으로 굴러떨어지기가 수차례. 경찰에 신고하자니 집에서 우는 젖먹이 아기가 마음에 걸렸다. 집안일만 하는 딸의 몸에 든 피멍을 주변에선 알 길이 없었다. 유엔인권정책센터에 따르면 베트남으로 돌아온 귀환여성의 22%는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사위는 다 쓰러져 가는 장모의 집을 새로 짓는 데 1억동(약 500만원)을 보태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우선 대출을 받아 처음으로 철판을 댄 집을 지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무리한 대출금은 가족의 몫이 됐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다 갚지 못했다. 껀터 지역의 올해 월 최저임금은 371만동(약 19만원)이다. 고향으로 도망 오던 때 딸의 뱃속엔 둘째 아이가 있었다. 결혼 4년 만에 돌아온 딸은 고향에 얼마 머물지도 못하고 떠나 지금까지 타지를 떠돌고 있다. 최근에는 고향으로부터 200㎞ 떨어진 가죽공장에서 막 벗겨 낸 가죽을 소독하는 일을 하다 수차례 병이 났다. 이처럼 한국에서 돌아온 여성의 절반은 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동네에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데다 가정 파탄의 주범인 양 보는 차가운 시선 때문이다. 베트남 귀환여성의 30%는 이혼 절차마저 마치지 못했다. 베트남 껀터·허우장에만 최소 300명 이상의 귀환여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딸이 낳은 두 아이는 흐엉에게 맡겨졌다. 첫째 손녀 이름은 김이은(가명), 둘째 손자 이름은 응웬쭝(가명). 같은 엄마·아빠를 뒀지만 태어난 나라에 따라 각각 한국인과 베트남인으로 국적이 다르다. 농사꾼인 흐엉의 아들은 자기 가족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살림으로 부모를 부양하면서 여동생의 두 자녀까지 거뒀다. 이따금 고단함이 폭발해 “너희 엄마랑 한국에 돌아가라”며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가 이미 두 아이에겐 익숙하다. 아직 어린 이 아이들이 눈치만 늘었다. 껀터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가난 벗겠다고 한국에 시집간 내딸…병든 몸, 두 아이, 1억동 빚만 남있다

    가난 벗겠다고 한국에 시집간 내딸…병든 몸, 두 아이, 1억동 빚만 남있다

    한국 남자가 ‘선택’해 22살에 결혼한 딸매질에 지쳐 4년 만에 베트남 돌아와고향 정착 못하고 일자리 찾아 타지로태생 따라 국적 다른 두 아이는 눈칫밥한국의 결혼이주민 26만명은 애매한 존재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농어촌을 떠받치는 등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한쪽에선 이들을 ‘진정성 없는 혼인자’로 매도한다. 차별적 시선과 배우자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일부는 본국으로 떠났다. 2000년 이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38만명의 여성 중 9만명이 법적으로 이혼했다. 서류상 정리조차 하지 못하고 쫓기듯 떠난 이들을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베트남 껀터에서 15년 전 딸의 결혼과 이혼 과정을 지켜본 여성을 만나 잘못된 국제결혼이 한 가족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들었다. “엄마, 나 한국 남자랑 결혼해.” 15년 전 뜨띠흐엉(54·가명) 가족의 비극은 시작됐다. 며칠 이모 집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났던 딸이 다짜고짜 결혼식을 하겠다고 전화했다. 국제결혼 브로커가 모은 여자 10명 가운데 ‘선택’받았다고 했다. 매매혼임을 모르지 않았다. 가지 말라고, 굶어도 여기서 같이 살자고 잡았다. 딸이 되물었다. “엄마, 우리 집에 결혼계약 위약금 낼 돈 있어?” 딸은 어릴 적부터 눈치가 빨랐다. 중학교를 마친 뒤 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재학 내내 가난에 찌든 가족에 대한 괄시와 놀림에 시달렸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어린 딸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리 집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한국 남자랑 결혼해야 할까 봐.” 브로커들이 마을을 다니며 “한국으로 시집가면 행복하게 잘산다”는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에서는 9만 8752명이 한국 결혼이주를 선택했다. 이왕 한 결혼,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 22살 된 딸을 데려가는 사위는 40대였지만 아내를 사랑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바람대로 되지 못했다. 사위의 사업은 결혼 직후 망했다. 그즈음부터 폭력이 시작됐다. 맞다가 집 계단으로 굴러떨어지기가 수차례. 경찰에 신고하자니 집에서 우는 젖먹이 아기가 마음에 걸렸다. 집안일만 하는 딸의 몸에 든 피멍을 주변에선 알 길이 없었다. 유엔인권정책센터에 따르면 베트남으로 돌아온 귀환여성의 22%는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사위는 다 쓰러져 가는 장모의 집을 새로 짓는 데 1억동(약 500만원)을 보태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우선 대출을 받아 처음으로 철판을 댄 집을 지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무리한 대출금은 가족의 몫이 됐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다 갚지 못했다. 껀터 지역의 올해 월 최저임금은 371만동(약 19만원)이다. 고향으로 도망 오던 때 딸의 뱃속엔 둘째 아이가 있었다. 결혼 4년 만에 돌아온 딸은 고향에 얼마 머물지도 못하고 떠나 지금까지 타지를 떠돌고 있다. 최근에는 고향으로부터 200㎞ 떨어진 가죽공장에서 막 벗겨 낸 가죽을 소독하는 일을 하다 수차례 병이 났다. 이처럼 한국에서 돌아온 여성의 절반은 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동네에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데다 가정 파탄의 주범인 양 보는 차가운 시선 때문이다. 베트남 귀환여성의 30%는 이혼 절차마저 마치지 못했다. 베트남 껀터·허우장에만 최소 300명 이상의 귀환여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딸이 낳은 두 아이는 흐엉에게 맡겨졌다. 첫째 손녀 이름은 김태경, 둘째 손자 이름은 리우자후이. 같은 엄마·아빠를 뒀지만 태어난 나라에 따라 각각 한국인과 베트남인으로 국적이 다르다. 농사꾼인 흐엉의 아들은 자기 가족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살림으로 부모를 부양하면서 여동생의 두 자녀까지 거뒀다. 이따금 고단함이 폭발해 “너희 엄마랑 한국에 돌아가라”며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가 이미 두 아이에겐 익숙하다. 어린아이들은 눈칫밥만 늘었다. 껀터 글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영상편집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인도 불가촉 천민 형제, 거리에서 용변 보다 채찍질 맞아 숨져

    인도 불가촉 천민 형제, 거리에서 용변 보다 채찍질 맞아 숨져

    인도의 불가촉 천민인 ‘달리트’에 속하는 두 사촌 형제가 길거리에서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채찍질을 당해 숨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중부 마디야프라데시주 바크헤디 마을에서 로시니(12)와 아비나시(10) 형제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다 주민들에게 채찍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둘은 사촌이었지만 형 로시니를 아비나시 부모가 거둬 길러 친형제나 다름 없었다. 집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형제들은 마을의 공동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거리에서 용변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들을 매질해 숨지게 한 두 형제 라메슈와르와 하킴 야다브를 체포해 심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진 형제는 인도의 네 가지 힌두 카스트 계급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 천민인 달리트 신분이었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에서 법적으로 폐기됐지만 가장 아래 계층 달리트는 여전히 광범위한 천대와 차별을 당하고 있다. 사원 출입이 금지되고 마을 공공시설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비나시의 아버지 마노지는 공사장 잡역부로 가족의 생계를 꾸린다. 화장실을 지을 돈이 없다. 가난한 이들의 화장실을 짓기 위한 정부 보조금을 신청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달리트 출신 여성 정치인 마야와티는 “가슴 아픈 사건”이라며 “달리트는 온갖 잔학 행위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녀는 “달리트나 다른 하층민들의 마을 공동 화장실 이용이 제한되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답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참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스와츠 바라트(클린 인디아)’ 운동의 실효성 논란과 맞물려 조명되고 있다. 위생 수준을 높이기 위해 빈민층에 화장실을 보급하는 운동으로 이번 유엔 총회 기간 중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모디 총리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는데 이 수상이 적절한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던 터다. 2014년에 이 운동을 시작하며 모디 총리는 올해 10월 2일까지 노상 방뇨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다짐했는데 한 달을 앞두고 이런 끔찍한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바크헤디 마을은 노상 방뇨가 없는 마을이란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의 화장실 건설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물 부족, 부실한 관리 실태, 사람들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등의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조현병도 병일 뿐 공포가 아닙니다

    조현병도 병일 뿐 공포가 아닙니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론 파워스 지음/정지인 옮김/심심/600쪽/2만 4000원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게 자랐고, 음악과 글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행복한 이들 가족에게 갑자기 병이 찾아온다. 정신질환계의 ‘암’으로 불리는 ‘조현병’이다. 3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리던 작은아들 케빈은 2005년 7월 스물한 살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자택 지하실에서 스스로 목을 맨다. 비극이 있은 지 5년 뒤, 이번엔 큰아들 딘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다. 딘은 크리스마스 날 아침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을 ‘메시아’라고 말하다가 붙잡혀 병원으로 이송된다.●초기에 대처 못한 아버지로서의 죄책감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저자 론 파워스는 자신의 가족사를 담담히 써내려 간다. 행복했던 결혼부터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느꼈던 기쁨, 그리고 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한 아버지의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딘이 여자친구를 태우고 교통사고를 내고 나서 음주운전으로 오인 받아 언론에 주목받으면서 겪은 스트레스, 케빈이 기타리스트로 성장하면서 마약에 빠지는 과정과 이후 보였던 조현병 초기 증상을 설명할 때에는 슬픔이 배어난다. 조현병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아버지로서의 죄책감도 절절하게 느껴진다. 살인, 강간, 무차별 폭행 등 강력 사건 때마다 “범인이 조현병이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유전 혹은 청소년기의 강한 스트레스 탓에 발생하는 정신질환 일종인 조현병. 사람들은 조현병 이야기가 나오면 “무섭다”는 반응부터 보인다. 미친 사람이 언제 어느 때 우리에게 해를 가할지 모르기 때문일까. 병 자체에 느끼는 공포심보다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느끼는 두려움이 더 크다. 암 환자를 무서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지만, 조현병 환자는 혐오의 대상이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곤 한다. ●美 의료제도·기괴한 정신질환 치료법 엮어 비판 저자는 자신의 아들들에 관한 사례만으로 이런 편견을 극복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의 역사와 관련 약물의 등장과 효과, 정신질환자에게 시행했던 기괴한 시술, 그리고 대통령이 바뀌면서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의료제도를 엮어 비판한다. 13세기 중반의 ‘보호시설’인 ‘베들럼’과 같은 정신병원이 인간다움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반대로 정부의 탈수용화 정책이 왜 정신질환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정신질환자를 교도소로 보내버렸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인간의 우위를 나누며 광풍처럼 맹위를 떨쳤던 우생학, 기적의 약이라고 알려진 ‘소라진’을 비롯해 각종 정신질환 치료제, 그리고 조현병 환자 가족이 초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실수 등도 꼼꼼히 담았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 자신의 비극 꺼낸 용기 저자는 두 아들의 죽음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10년 동안 숨겨 왔다. 가족을 글의 소재로 삼지 않으려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가 조현병에 관한 책을 읽고 싶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도 작은아들의 자살과 큰아들의 조현병 발병까지, 과거의 비극을 꺼내기가 어려웠을 터. 그러나 그는 2014년 1월 한 공청회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증언을 들은 뒤 책을 쓰기로 했다. 책은 1973년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저자가 5년 동안 철저하게 조사하고, 자신의 비극을 다시 꺼내어 만든 용기 있는 결과물인 셈이다. 미국에서 출간한 2017년 ‘피플’의 ‘올해 최고의 책’, ‘워싱턴포스트’의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됐으며, ‘PEN/에드워드 윌슨 과학저술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 200년 동안 정신질환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자신의 비극을 통해 저자는 결국 우리가 정신질환자를 그저 타인으로만 대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해 온 역사도 그만큼 오래됐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거두기 위해 노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은 사그라졌다고도 지적한다. 책 마지막 장의 제목은 아마 그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누군가는 미친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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