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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정당 공천과 지방자치/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당 공천과 지방자치/박록삼 논설위원

    우연히 경기도 한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토론회 영상을 봤다. A후보가 내놓은 ‘안심 출산’ 공약에 대해 B후보가 묻자 “뭐라고요? 나도 모르겠네요. 안심 출산이 뭐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B후보가 토론회 중 자리를 건너가서 A후보의 예비공보물 자료를 건네며 확인시켜 주기까지 했다. 특정 정당 강세 지역에서 해당 정당 공천을 받았으니 제 공약도 잘 모르고, 기존 도시정책의 문제점 따위에 관심 갖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였다. ‘웃픈’, 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다. 며칠 전 이기원 전 계룡시장이 비극적 선택을 했다. 개인적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힘 정당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정당 공천 없는 무소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한 정치 구조다. 주민들의 판단과 선택을 받아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이 전 시장의 회한이 컸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정당 공천은 지방자치 정치인들에게는 생사여탈권과 같다. 대표적으로 영남권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후보나 호남권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는 선거다. 심지어 무투표 당선되는 이들이 494명에 이른다. 기초단체장 6명, 광역의원 106명, 기초의원 282명, 기초비례의원 99명 등의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이렇게 당선된 이들이 4년 동안 지역의 균형 발전, 주민자치를 위해 일을 할지, 아니면 자신을 공천해 주고, 앞으로 또 공천해 주길 바라는 당을 위해 일할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10명 남짓한 기초의회에서조차 정당별로 나뉘어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자치분권의 본령에서 너무 멀리 벗어난 것이다. 정당 공천의 폐해, 거대 양당 독점 구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일이다. 지방자치는 숱한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중에서도 기초단체, 기초의회야말로 민주주의를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단위다. 크기가 작은 만큼 단순한 대의제 정치를 넘어 더욱 가깝게 주민들의 일상 속 관심사와 마을 공동체의 과제를 직접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을 터다. 자치와 분권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6월 1일, 일단 잘 뽑아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기초의회에서부터라도 정당 공천 폐지를 실천해야 한다.
  • 압제의 비극 ‘하얀 낙원’서 씻다

    압제의 비극 ‘하얀 낙원’서 씻다

    베르디 3시간 25분 대작 오페라중세 佛 억압에 저항한 반란 소재“집에서 일 고민… 연습실선 10%뿐이상향 추구를 그만둬서는 안 돼”“경력 많은 연출가들 중에서도 이 작품을 연출한 분은 손에 꼽을 정도죠.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나 마찬가지라 기쁩니다. 다른 베르디 오페라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지만 이 공연은 공부를 해야 해서 선입견 없이 신선한 눈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주세페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가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최초로 막을 올린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41)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르디는 모든 이탈리아인의 할아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의 예술은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855년 이탈리아에서 첫선을 보인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는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의 숨겨진 걸작을 소개하고자 국내 초연을 기획했다. 체레사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연하지 못한 게 이해가 된다”며 “‘5막으로 이뤄진 대작인 데다 큰 곡들을 합창해야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이 3시간 25분에 달하는 작품은 1282년 프랑스의 압제에 고통받던 시칠리아인들이 일으킨 반란을 소재로 삼았다. 시칠리아의 공녀 엘레나는 프랑스 총독 몽포르테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지만 연인이자 저항군인 아리고가 몽포르테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갈등한다.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서선영·김성은이 엘레나를, 테너 강요셉·국윤종이 아리고를 맡았다. 서곡 ‘신포니아’는 독립적인 관현악 작품으로 연주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체레사는 “정치적으로 열정적이었던 베르디는 관객들이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었던 오페라를 영적·정신적 아름다움을 흡수하는 대상으로 바꾼 작곡가”라며 “시칠리아인들을 억압하는 프랑스는 사실 19세기 당시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치하던 오스트리아를 빗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레사도 베르디의 유지를 이어 차별과 평화를 이야기할 계획이다. 다만 시대적 배경에 국한하지 않고 관객들이 현재의 차별과 억압까지 엿볼 수 있게 무대를 꾸민다. 프랑스와 시칠리아를 각각 하늘색과 오렌지색 의상으로 구별해 갈등을 극대화하고, 흰색을 모든 인물이 가진 공통 색으로 설정해 평화라는 주제까지 품는다. 그는 “색깔이 다르다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오페라는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중세 시칠리아만 연상하지 않도록 추상적으로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레사는 또한 “이번 공연은 평등한 사회는 이상적 낙원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전한다”며 “인간은 결국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우열을 가리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하얀 세상’이 이상향일지라도 ‘하얀 세상’을 꿈꾸는 것 자체를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페라 연출을 아이 낳는 과정에 비유한 그는 “공연을 올리는 것은 빙하를 보는 것과 비슷해 연습실에서 하는 일은 10%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는 집에서 음악을 듣고 고민하고 영감을 찾는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고 토로했다.
  • 野 “세월호특위서 허위 보고”… 김규현 “동의 못 한다”

    野 “세월호특위서 허위 보고”… 김규현 “동의 못 한다”

    “尹, 국내정치 관여 말라고 엄명”국정원 조직 대대적 개편 예고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재직했던 김 후보자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고, 여당은 후보자에게 반박의 기회를 열어 줬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새 정부 국정원장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국정원이 안보, 국익 수호 기관으로서 북한과 해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더욱 주력하도록 조직을 쇄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만약 국정원장이 된다면 절대로 국내 정치에 관한 것은 해서는 안 된다’는 엄명을 내리셨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대응과 진상 규명 과정에 있어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국회 세월호국조특위에 출석해 대통령 보고 시각과 최초 지시 시각을 특위 위원들에게 허위 보고했다”면서 “국가안보실에서 초기대응을 하는데 조작해서 거짓 보고를 했거나 아니면 무능하고 위기관리에 허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세월호 관련 공세에 “당시 상황실 근무자들이 작성한 일지 자료 등에 의해 관련자들이 모두 오전 10시로 알고 있었다”면서 “(대통령 보고 시간을) 짜 맞췄다고 말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만 “세월호로 인해 비극을 겪으신 유가족들께 온 마음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구조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가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세월호에 관해 후보자는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기소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이 문제를 가지고 (후보자가) 재판을 받고 있는 바도 없다”고 두둔했다. 또한 김 후보자는 “현재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조 의원 질문에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할 의지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시대를 뛰어넘는 베르디 대작 보여드려요”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시대를 뛰어넘는 베르디 대작 보여드려요”

    “경력 많은 연출가들 중에서도 이 작품을 연출한 분은 손에 꼽을 정도죠.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나 마찬가지라 기쁩니다. 다른 베르디 오페라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지만 이 공연은 공부를 해야 해서 선입견 없이 신선한 눈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주세페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가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최초로 막을 올린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41)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르디는 모든 이탈리아인의 할아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의 예술은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855년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는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의 숨겨진 걸작을 소개하고자 국내 초연을 기획했다. 체레사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연하지 못한 게 이해가 된다”며 “‘라 트라비아타’나 ‘리골레토’처럼 널리 알려진 작품도 아니고 5막으로 이뤄진 대작인 데다 큰 곡들을 합창해야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이 3시간 25분에 달하는 이 작품은 1282년 프랑스의 압제에 고통받던 시칠리아인들이 일으킨 반란을 소재로 삼았다. 시칠리아의 공녀 엘레나는 프랑스 총독 몽포르테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지만 연인이자 저항군인 아리고가 몽포르테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갈등한다.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서선영·김성은이 엘레나를, 테너 강요셉·국윤종이 아리고를 맡았다. 웅장한 서곡 ‘신포니아’는 독립적인 관현악 작품으로 연주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체레사는 “정치적으로 열정적이었던 베르디는 관객들이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었던 오페라를 영적·정신적 아름다움을 흡수하는 대상으로 바꾼 작곡가”라며 “시칠리아인들을 억압하는 프랑스는 사실 19세기 당시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치하던 오스트리아를 빗댄 것”이라고 설명했다.체레사도 베르디의 유지를 이어 차별과 평화를 이야기할 계획이다. 다만 시대적 배경에 국한하지 않고 관객들이 현재의 차별과 억압까지 엿볼 수 있게 무대를 꾸민다. 프랑스와 시칠리아를 각각 하늘색과 오렌지색 의상으로 구별해 갈등을 극대화하고, 흰색을 모든 인물이 가진 공통 색으로 설정해 평화라는 주제까지 품는다. 그는 “색깔이 다르다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오페라는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중세 시칠리아만 연상하지 않도록 추상적으로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레사는 또한 “이번 공연은 평등한 사회는 이상적 낙원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전한다”며 “인간은 결국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우열을 가리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하얀 세상’이 이상향일지라도 ‘하얀 세상’을 꿈꾸는 것 자체를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체레사는 2016년 ‘오를란도 핀토 파초’ 연출로 국립오페라단과 호흡을 맞춰 호평을 받았다. 2010년 ‘나비 부인’으로 데뷔한 그는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드 젊은 연출가상’을 받는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활약하고 있다. 오페라 연출을 아이 낳는 과정에 비유한 그는 “공연을 올리는 것은 빙하를 보는 것과 비슷해 연습실에서 하는 일은 10%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는 집에서 음악을 듣고 고민하고 영감을 찾는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고 토로했다.
  • [안녕? 자연] 때 이른 폭염이 부른 비극…살인 등 ‘강력 범죄’ 급증한 미국

    [안녕? 자연] 때 이른 폭염이 부른 비극…살인 등 ‘강력 범죄’ 급증한 미국

    미국 본토가 때 이른 폭염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폭염 지역에서 강력범죄 발생 건수가 급증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지니아주(州)에서 뉴햄프셔주에 이르는 북동부에는 지난 주말 동안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평년 이맘때보다 수은주가 11~17도까지 오르는 등 이른 폭염이 찾아온 탓이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21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는 35도, 메릴랜드주 헤이거스타운은 32.8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동부 해안 지역에서는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동안 총기 폭력이 급증했다. 뉴욕포스트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뉴욕과 필라델피아, 뉴저지, 워싱턴DC 등의 대도시에서 최소 8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뉴욕 경찰 측은 “수은주가 화씨 100도(영상 37.7도)를 기록한 지난 주말 동안 최소 9건의 총격 사건에 대응해야 했다”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더 많은 범죄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경찰도 총격사건 최소 18건, 살인사건 6건, 흉기사건 8건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해 진땀을 뺐다.  때 이른 폭염은 미국 동부 해안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만든 뜨겁고 습한 대기가 남풍에 실려 북동부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상 폭염으로 주말 내내 더위에 시달린 주민은 약 1억 7000만 명에 달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이 모든 폭력 사건은 기온이 약 39도에 달한 북동부 지역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발생했다”면서 “고온의 날씨는 긴장을 고조시키고 범죄율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더운 날씨가 사람을 더욱 공격적인 성향으로 만든다는 연구결과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BBC는 2018년 당시 기온이 섭씨 20도 이상일 때, 폭력범죄 발생이 10도 이하 기온일 때보다 평균 14% 많다는 통계 결과를 보도했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드렉셀대학교 연구진인 약 10년간 범죄 발생을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범죄 발생은 여름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고온현상을 보인 겨울에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높은 기온이 인지능력을 저하하고, 심장박동과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증가시켜 더 잦은 범죄를 불러온다고 보고 있다.
  • 또 발달장애 가정 비극

    또 발달장애 가정 비극

    40대 엄마, 6세 발달장애 아동 서울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안고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가 양육 부담 등을 이기지 못하고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40대 여성과 6세 아들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23일 오후 5시 45분쯤이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이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 모두 숨을 거뒀다. 다른 가족은 외출 중이었다가 소식을 듣고 나중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아들이 발달장애가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4일 성명을 내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6살 자녀를 데리고 이런 끔찍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이 모자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함께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장애인단체는 설명한다.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에 사회의 지원 없이 모든 양육 책임을 떠안으며 주변의 냉랭한 시선까지 견디고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발달장애인 부모 11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20.5%(241명)는 “자녀 돌봄 문제로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고 했다. 윤진철 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개인의 특성에 맞춰 24시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렇게 접근하지 않고 있다”며 “신체적 장애 복지서비스와는 다른 접근 방식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보수정권 당정 인사 이례적 봉하 집결… 文, 5년 만에 추도식 참석

    보수정권 당정 인사 이례적 봉하 집결… 文, 5년 만에 추도식 참석

    尹 “盧 서거는 한국 정치의 비극”韓총리 “尹, 權여사에게 위로 전해”文, 트위터에 “약속 지켰다” 글 올려이준석·박지현, 강성파 항의로 곤욕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보수 정권 인사가 처음으로 총집결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5년 만에 추도식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봉하마을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1만 8000여명(노무현재단 추산)의 추모객이 줄지어 대통령 묘역을 방문했다. 전국 단체 버스도 올해부터 재개돼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추모객들은 저마다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바람개비와 풍선을 들거나 노란색 스카프와 모자를 걸치며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거나 묵념하는 참배객들도 보였다.추도식은 오후 2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잔디동산에서 ‘나는 깨어 있는 강물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여권에서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실의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정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야권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다만 이 대표와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던 도중 일부 추도객의 거센 항의로 곤욕을 치렀다. 추도객들이 “집에 가라”, “꺼지라”고 외치면서 이 대표를 둘러싸 인파가 뒤엉키며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대표에 앞서 추도식장에 입장하던 박 비대위원장에게도 강성 지지자들은 “박지현 물러나라”, “내부 총질이나 하느냐”고 야유를 보냈다. 추도객들은 문 전 대통령과 이 선대위원장에게는 환호를 보내 대조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추모식을 지켜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추도사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거론하면서 박수가 나오자 “이 박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내 달라”고 했고, 즉시 ‘문재인’ 연호와 박수 세례가 터져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일어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바랐던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말했다. 추도식 중간에 가수 강산에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을 부르자 노래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김정숙 여사가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추도식 말미엔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부른 ‘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해 한 총리를 통해 추모의 뜻을 대신 전했다. 한 총리는 추도식 이후 취재진에게 “권양숙 여사에게 각별한 위로라고 할까, 건강 (등) 문제에 대해 좀 각별히 대통령의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에도 “(노 전 대통령 서거는) 한국 정치의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이 열리기 4시간 전인 오전 10시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문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은 2017년 취임 첫해 이후 5년 만이다. 지지자들은 전시관을 찾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사랑합니다”를 연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 여사와 이 위원장, 윤호중·박지현 비대위원장 등과 권 여사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오찬을 함께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을 마치고 트위터에서 “약속을 지켰다. 감회가 깊다”며 “우리는 늘 깨어 있는 강물이 되어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처럼”이라고 했다.
  • [월드피플+] 생후 2개월 아들과 마지막 인사…하늘의 별이 된 ‘우크라 영웅’ (영상)

    [월드피플+] 생후 2개월 아들과 마지막 인사…하늘의 별이 된 ‘우크라 영웅’ (영상)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우크라이나 영웅이 생후 2개월 아들을 뒤로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동유럽매체 ‘비셰그라드24’는 18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투기 조종사 세르히 파르코멘코(25) 대위의 장례식이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제299전술항공여단 항공부대 소속 전투기 조종사 세르히 파르코멘코(25) 대위는 이번 전쟁에서 미그(MiG)-29기를 몰고 38차례 출격했다. 그간 러시아군 탱크 20대, 장갑전투차량 BBM 50대, 군용차량 55대, 연료탱크 20대를 박살 내고 적군 수백 명을 무찌르는 등 활약했다.  대위는 그러나 지난 14일 자포리자 훌리아이폴레에서 임무 중 전사하였다. 아내와 생후 2개월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85일째였던 지난 19일 파르코멘코 대위에게 사후 훈장을 수여하고 ‘우크라이나의 영웅’ 칭호를 추서했다. 대위와 마찬가지로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 바친 다른 전사자 47명과 국군 162명에게도 각각 사후 훈장과 국가 훈장을 수여했다. ‘우크라이나의 영웅’으로 생을 마감한 대위의 장례식은 18일 빈니차 공군기지에서 거행됐다. 장례식에는 대위의 부모와 아내, 생후 2개월 된 아들과 전우들이 모여 대위의 죽음을 슬퍼했다. 빈니차 하늘에선 대위의 업적을 기리는 전투기 추모 비행이 진행됐다. 대위의 유족과 전우들은 생전 고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그 사이로 영문도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는 대위의 아들은 전쟁의 비극을 극명하게 드러냈다.사망한 대위는 개전 직후인 지난 3월 아들을 얻었다. 어린 아들이 눈에 밟혔지만, 국가를 위해 전투기를 몰며 전장을 누비다 전사했다. 아기는 할아버지 품에 안긴 채 아버지와 기억하지 못할 작별 인사를 나눴다. 영정사진 앞에서 버둥거리는 아기를 보고 곳곳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주말 사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지휘 본부와 탄약고 등을 목표로 동부 전선과 남부 미콜라이우주 등에 미사일과 로켓포 공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군도 교량을 파괴하는 등 러시아군 진격을 막는 데 전력을 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상황이 매우 어렵다. 러시아의 공격을 매일 힘겹게 막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투를 중단하면 러시아가 더 강하게 반격할 것이다”라며 다시 한번 결사 항전 의지를 보였다.
  • [속보] 尹대통령 “盧서거 13주기 권양숙 여사 위로”

    [속보] 尹대통령 “盧서거 13주기 권양숙 여사 위로”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을 맞아 “한국 정치에 참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리는데 (행사에 참석하는) 총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면서 “권양숙 여사를 위로하는 말씀을 (메시지에) 담았다”고 밝혔다. 추도식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총리가 참석한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이 봉하를 찾는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대선후보이던 지난 2월 5일 제주를 방문,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며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많이 불리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른 뒤 “대구지검에 있을 때,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그때 내가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말했다. “노무현 영화 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는 부인 김건희 여사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 광주비엔날레 ‘꽃 핀 쪽으로’ 특별전 베니스서 호평

    광주비엔날레 ‘꽃 핀 쪽으로’ 특별전 베니스서 호평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현지서 펼치고 있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 호평을 받으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오는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스파지오 베를렌디스에서 5·18민주화운동 특별전 ‘꽃 핀 쪽으로’를 선보이고 있다. 해외 미술 전문 매체에서 잇따라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봐야 할 전시로 ‘꽃 핀 쪽으로’를 선정하면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아트뉴스(ARTnews)는 한국인의 정서에 잊히지 않을 흔적을 남긴 5·18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는 전시라고 전했으며, 오큘라(Ocula)는 한강 작가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전시는 한국의 비극적인 과거와 새로운 움직임의 원동력이 되는 희망에 대해 강렬한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각계각층의 발길이 이어지며 호평을 얻고 있다. 카 포스카리 베네치아 대학교 한국학과와 스페인 나바라 대학교 박물관학과 등 교수진과 학생들이 방문해 5·18을 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월 광주의 현장에 있던 역사학자의 편지는 특별함을 더한다. 1971년부터 1974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광주에 살았으며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돈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한국사 교수는 전시장을 찾은 후 전시에 대한 여운을 담은 편지를 재단 전시부에 부쳤다. 편지를 통해 돈 베이커 교수는 “전시가 열흘간의 한국 민주화 투쟁에 전환점을 두기 보다는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의 아픈 경험에 중점을 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광주와 1980년 5월이 삶을 바꿔 놓았다는 돈 베이커 교수는 “1980년에 겪은 일을 세계 사람들에게 공유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들인지 알리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며 “학생들에게 그해 5월의 광주 시민들이,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가 지난 반세기 동안 성취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도 자주 이야기 한다”고 덧붙였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비엔날레가 ‘광주정신’을 되새기며 준비한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 베니스 현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5·18을 매개로 국제 사회가 공감하고 연대하며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 생성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누구나 소외될 수 있다… 이 시대 잔인한 보편성

    누구나 소외될 수 있다… 이 시대 잔인한 보편성

    “식민주의의 영향과 대륙 간, 문화 간 격차 속에서 난민이 처한 운명을 타협 없이 연민 어린 시선으로 통찰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은 탄자니아 잔지바르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를 이렇게 평했다. ‘검은 해안’을 뜻하는 잔지바르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인도를 연결하는 무역항이자 세 문화의 교차점으로 이곳의 혼종성은 구르나 문학의 토양이 됐고 기독교, 백인 중심의 영국 사회에서 아프리카인이자 이슬람으로 살아가며 겪게 된 억압과 차별의 경험이 보태졌다. 하지만 구르나의 탁월성은 ‘난민=아프리카인’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소외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보편성에 있다. 낙원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문학동네/348쪽 1만 5000원구르나의 ‘낙원’, ‘바닷가에서’, ‘그후의 삶’이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됐다. 구르나의 소설이 번역된 것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다. 특히 ‘바닷가에서’는 구르나가 망명, 난민이라는 주제를 특정인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조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노벨상 수상자 공식 인터뷰에 이어 낭독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바닷가에서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문학동네/424쪽 1만 6000원모두 3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1·3장에서는 65세에 영국행 망명을 택한 살레 오마르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2장에서는 10대 때 영국으로 건너와 30여년이 지난 지금 시인 겸 문학교수가 된 라티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자의 교차는 주인공들이 과거 잔지바르에서 원한과 악의로 얽혀 버린 사연을 풀어 가면서 오해를 넘어 연대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서술을 통해 난민의 문제가 비단 두 인물만의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살레 오마르가 영국 개트윅 공항에서 만난 영국인 케빈 애덜먼, 난민기구에서 일하는 레이철, 플리머스 항구의 경찰관 월터까지 작품의 수많은 등장인물은 본인 혹은 조상이 이주자였음을 밝힌다. 나아가 작가는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거듭 등장시켜 꼭 난민이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 감정인 소외를 강조한다. 소설 속 대사를 영국인인 레이철은 알아듣지 못한다. 반면 오마르와 라티프에게는 바틀비의 대사가 같은 취향임을 확인하고 적대감을 내려놓게 만드는 장치로 사용된다. “저는 그렇게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싶었습니다.” 뭐라고요! 이제는 염치없이 화를 내며 그녀가 외쳤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필경사 바틀비’ 이야기를 모른다는 걸 알았다. (110쪽), “저는 그렇게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말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확실히 하기 위해 잠시 그를 쳐다보았다. “바틀비.” 내가 말했다. (255쪽) 보편적 경험에 대한 중시는 작가의 인터뷰에서 드러난다. 구르나는 “내 소설은 아프리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또 식민주의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동시대적 주제 역시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문학동네/428쪽 1만 6000원나머지 두 작품 ‘낙원’과 ‘그후의 삶’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작가가 1994년 발표한 ‘낙원’은 탄자니아의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열두 살 소년 유수프가 탕가니카 호수와 콩고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나오며 겪는 성장과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구르나가 2020년에 발표한 최신작 ‘그후의 삶’ 역시 독일이 동아프리카 일대를 식민 지배하고 있던 20세기 초를 무대로 삼아 전쟁과 점령의 여파 속 탈향과 귀향, 사랑과 상처를 그린다.
  • 문화와 경제는 도시를 바꾸는가… 5월 광주에서 답을 찾다

    문화와 경제는 도시를 바꾸는가… 5월 광주에서 답을 찾다

    한국에서 ‘광주’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5·18 민주화운동의 기억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광주비엔날레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대변되는 문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신혜란 작가의 신간 ‘누가 도시를 통치하는가’는 이처럼 독특한 광주의 도시적 특성을 돌아보는 저작이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인 작가는 앞서 책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에서 이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 경쟁의 지리학을 살폈는데, 이번엔 광주라는 도시에 살아 있는 다양한 욕망을 들여다봤다. 광주에 연고도 없는 작가가 이 작업에 매달린 이유는 뭘까. ‘문화 경제의 정치는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가장 적절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 5월 비극 이후 오랫동안 ‘5·18의 도시’였던 광주는 1990년대 이후 국가 주도 아래 ‘문화 도시’로 거듭났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국제 흐름에 맞춰 세계화와 지방화가 국정 방향으로 정해졌고, 1994년 국제 미술 행사 비엔날레를 개최할 도시로 광주가 선정됐다. 당시 국제 행사가 거의 없던 한국에서,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가 개최지로 꼽힌 건 ‘사건’이었다. 작가는 이를 “5·18의 상처를 문화 예술로 달래려는 중앙정부의 뜻과 바로 그 상처인 도시 이미지를 바꾸려는 지방 엘리트의 희망이 만난 결과”라고 설명한다. 광주는 정치적 이유로 경제 성장에서 소외됐다. 여기서 벗어나 도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비엔날레라는 세계적 문화 행사를 통해 선전의 효과를 누리려 한다. 반면 5·18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기억의 공간을 만들려는 데 집중한다. 작가는 이 같은 현상을 다채롭게 바라보기 위해 광주비엔날레와 학술 행사, 포럼을 찾아 관찰하는 것은 물론 광주 문화 도시 개발에 관여한 시 관계자와 공무원, 시민단체 등 67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또 신문 기사나 공식 간행물 같은 아카이브 자료를 분석해 인터뷰에서 얻은 자료를 교차 검증했고, 집단 면접을 통해 도시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광주는 말한다. 결국 문화와 경제를 따로 보면 안 된다고. 국가와 도시의 관계, 수도와 지방 도시의 위계, 문화 전략, 협치, 도시 재생, 새로운 기업 전략, 시민 사회의 분화…. 광주가 보여 준 모습은 어쩌면 다른 도시가 겪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실험과 운명을 보여 준 셈이다.
  • 세상의 욕망이 세운 열녀문… 조선의 청춘, 죽음으로 내몰렸나[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세상의 욕망이 세운 열녀문… 조선의 청춘, 죽음으로 내몰렸나[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산 자의 욕망이 죽은 자와 만날 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고 살아 있는 돼지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고 했다. 개인에게 죽음은 세계의 소멸이니 아무리 천하고 고생스럽더라도 살아 있는 것,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 게다. 어수선한 시내 한복판에 난데없이 서 있는 표석을 지켜보노라니 마음이 복잡하다. 거룩한 뜻이 무엇이든 결국은 자멸이다. 팔홍문의 주인들은 자결하거나 살해되거나 자해에 가까운 자포자기로 세상을 떠났다. 500여년 전 조상들은 그 비절참절한 죽음을 고무하고 찬양했다. 500여년 뒤 후손들은 세계 1위 자살률과 최저 출산율로 스스로를 소멸시키고 있다. 철학자 조지아 로이스는 ‘본래 나는 수없이 많은 조상들의 기질이 합류한 만남의 장소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삶이 아닌 죽음으로 경도되는 집단 무의식이라도 있는 걸까? 표류하다 구조되어 조선에서 13년 동안 머물렀던 네덜란드인 하멜은, 청나라 군대가 침략했을 때 숲속에서 목매달아 죽은 조선인의 숫자가 적군에게 살해당한 수보다 많았다고 썼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자살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문화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종교적인 이유를 포함해 자살을 스스로에게 저지른 살인죄로 여기며 자살자의 시신을 교수대에 매달기까지 했던 서양과 사뭇 다르다. 지금도 죄에 대해 벌을 받기보다는 자살로 ‘공소권 없음’을 택하는 유명인들이 왕왕 나타나는 것을 보면, 미국 속담마따나 ‘일시적인 문제에 대한 영구적인 해결책’으로써 자살을 선택하는 경향은 분명한 듯하다. 팔홍문은 조선 말까지 김포와 자인암을 번갈아 옮겨 다니다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서울역이 개발되면서 종로 운니동을 거쳐 파주 적성리로 이전된다. 그조차 한국전쟁이 발발해 1차 소실되었고, 1968년 남양주 진건면 이돈오의 묘역에 재건했으나 붕괴됐고, 1984년에 김포시 감정동에 연안이씨 13정려각으로 확장·복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연안이씨 종친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니 13정려각은 천지개벽한 김포 신도시 귀퉁이에서 철망을 둘러치고 문이 잠긴 채로 시간을 견디고 있다.김포 대신 신월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도권 2호선 신정네거리역 2번 출구에서 교차로 건널목을 건너면 인도를 끼고 자그마한 도심공원이 펼쳐진다. 장수마을에 걸쳐진 장수공원이라는 이름답게 벤치에 앉아 한담을 나누거나 장기를 두는 노인들이 가득하다. 길쭉한 장수공원의 끝이 보일 무렵 길가에 붉은 비각 하나가 불쑥 나타난다. 서울 시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열녀문이다. 1729년 영조 때 세운 것을 신월동 606 후손의 집에서 보존해 오다가 2004년 양천구청이 기증받아 숭정각을 짓고 이전했다고 한다. ‘열녀 학생 원종익 처 유인(孺人) 전의 이씨 지문’. 비각 안 정문의 글귀를 또렷이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과 보존 상태가 좋지만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서 있어 조경의 일부분처럼 보이기도 한다. ●백성 교화하려 만든 ‘삼강행실도’ 이씨의 남편 원씨는 갑작스런 중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사별한 남편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에 식음을 전폐하였고 결국엔 대상(大祥·사람이 죽은 지 두 돌 만에 치르는 제사)을 지낸 직후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단식사함으로써 남편의 뒤를 따랐다.’ 382일 동안 단식한 초고도비만 사나이가 기네스북에 올라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가 인간 생명의 한계점이다. 식음을 전폐한다는 것은 음식과 물을 모두 끊은 상태이니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열량 소모가 빠른 20대의 이씨는 사나흘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을 것이다. 이씨는 굶어 죽었다. 슬픔도 아니고 그리움으로! 수상하다. 그토록 치명적인 ‘그리움’의 정체가.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책인 ‘삼강행실도’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 범죄가 발생하자 삼강오륜의 덕목을 널리 알려 백성들을 교화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군위신강에 부위자강에 부위부강, 부자유친과 군신유의와 부부유별과 장유유서와 붕우유신, 참 좋은 말씀들이다. 향 싼 종이에서 향이 나듯 진정한 덕행은 숨겨도 천리향이라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 충효열은 도덕적 의미를 지닌 윤리적 행동이다. 헌데 ‘경국대전’ 반포 후 각 지방에서 효자·충신·열녀 등을 뽑아서 포상 대상자를 해마다 보고하게 하면서 뭔가 야릇해지기 시작한다. 강상죄를 대역죄로 취급해 채찍을 때리는 한편 효행 포상이라는 당근을 주어 유교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의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먹혀들어 갔다.집 앞에 정문을 세우고 자랑 삼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부역이나 조세를 면제해 주고(복호·復戶), 과거에 급제하지 않은 자에게도 벼슬자리를 주고(상직·賞職), 곡식과 옷감 등의 상물(賞物)을 내렸다. 요즘 식으로 하면 자손들에게 명문대 특례입학과 5급 공무원 채용 자격을 주고 역세권 30평형대 신축 아파트를 준다고 할까. 대번에 없던 문벌이 생기고 현실적인 이득도 쏠쏠하다. 그러다 보니 18세기 후반 고문서로 소지(所志)와 상서(上書)등이 쏟아진다. 개인이나 집안 혹은 현감과 군수 등이 효열을 ‘청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이나 몇십 년 동안, 심지어 40년이 넘도록 죽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매달린 집념의 후손도 있다. 염불보다 잿밥이다. 효자와 열녀가 되는 것보다 효자와 열녀가 되어 얻는 보상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압박이 커졌고 괴이하고 엽기적인 사례도 많아졌다. 몸을 베어 병든 부모에게 피를 먹이다가 과다출혈로 죽는가 하면 어린 자식들을 버려 둔 채로 남편을 따라 죽기도 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 딱한 정황을 꼬집어 비판했다. “효자가 허벅지살을 베어서 생명을 상하게 하고, 열부가 남편을 잃고 절박한 사정도 없는데 갑자기 순절한 경우에는 정려를 내리지 않아야 한다.”●죽어야 할 이유보다 살아야 할 이유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보다는 삶의 본능이 강하다.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을 수밖에 없다. 목적과 의미가 없을지라도 삶은 생명의 지상명령이다. 지금은 빛바랜 채 눈여겨보는 사람도 별로 없이 길가에서 우두망찰하지만 한때 그 붉은 문은 강력한 압박과 유혹의 빛을 띠고 있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빛에 홀려 에밀 뒤르켐 식의 ‘이타적 자살’을 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남아 있는 정문들은 역설적으로 그렇게 살지 못한, 살 수 없었던 수많은 존재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서울 무반 집안의 둘째 딸 풍양 조씨가 1792년에 남긴 ‘자기록’은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다. 조씨는 15세의 나이로 안동 김씨 집안에 시집가 5년을 살고 20세에 동갑내기 남편과 사별했다. 병에 걸린 남편의 목숨이 경각에 이르자 아는 대로 배운 대로 죽을 생각부터 한다. 그러나 아주 비밀하게 숨긴 건 아니었는지 품었던 칼을 언니에게 들키고, 죽어야 할 이유보다 훨씬 많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 훌륭한 집안에서 잘 배워 ‘여자에게 남편은 오륜의 첫째요, 삼강의 으뜸’임을 알고 있지만 이대로 자결을 하면 친정아버지와 시어머니에게 불효하고 언니와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자기록’은 구구절절한 변명의 기록이다. 하지만 애당초 스무 살의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다고 죄책감과 회한에 몸부림칠 이유가 없다. 온전히 그녀의 것이 아닌 욕망, 구역질 나는 세상의 욕망에 떠밀려. “나의 남은 해를 생각하니 푸른 머리와 붉은 얼굴이 시들 날이 멀어 남은 세월이 일천 터럭을 묶은 것 같으니 어찌 견디어 살리오. 그러나 사세는 이미 끝났으니 하여금 하릴없으나 잠깐 머물다 가는 세상에 사람의 수명은 백세가 되지 않으니 나의 세상이 또 얼마리오.” 조씨는 그로부터 23년을 더 살았다. ‘가족’의 이름으로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그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바람이 분다. 소설가
  • 엄마 권총 갖고 등교한 미 8살 가방서 실수로 ‘탕’… 친구 부상

    엄마 권총 갖고 등교한 미 8살 가방서 실수로 ‘탕’… 친구 부상

    가방 속 권총이 우발적 발사…친구 스쳐판사 “잠금장치 과실…극도의 부주의”3월에도 3살 실수로 엄마 총맞아 숨져작년 아이 실수로 숨진 총기사건 379건미국의 8세짜리 소년이 어머니의 총을 가방에 넣고 등교했다가 우발적으로 가방 속에서 총알이 발사되면서 친구가 부상을 입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을 비롯해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인한 총기사고로 인해 해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쯤 시카고의 월트 디즈니 마그넷 스쿨에서 8살 소년의 가방에 든 글록 19 권총에서 총알이 우발적으로 발사돼 같은 반 친구의 총에 맞았다. 바닥을 맞고 튀어 오른 총알은 친구의 복부를 스쳤다. 친구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아이는 집 침대 밑에 놓여있던 어머니의 총기를 가방에 넣어 등교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 타티아나 켈리(28)는 합법적 총기 소유자였다.검찰은 켈리를 아동 위험과 관련한 3건의 경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에서 켈리의 변호인은 잠금장치를 해서 안전하게 보관했어야 했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의도한 사고는 아니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판사는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극도로 부주의한 사고였다”면서 “다른 비극적인 사건과 불과 한 뼘 차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판사는 켈리에게 1000달러(약 127만원) 달러의 보석금을 조건으로 석방 명령을 내렸다.20대 엄마, 차 뒷좌석서 권총 갖고 놀던 3살 실수로 당긴 방아쇠에 총맞아 숨져 부모의 총기를 아이들이 잘못 만져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미국에서 20대 엄마가 세 살배기 아들이 실수로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사고는 3월 12일 오후 시카고 남부 교외도시인 일리노이주 돌턴의 식료품 체인 ‘푸드 포 레스’(Food 4 Less)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사고를 낸 아기는 부모가 동승한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차 안에서 권총을 발견해 갖고 놀다가 실수로 방아쇠를 당겼다”고 전했다. 실탄은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기 엄마 데자 베넷(22)의 목을 맞혔고, 베넷은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총기 소유주는 아기 아빠로 확인됐다.  돌턴 시의원 앤드루 홈즈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권총 잠금장치 400개를 무료 배포하면서 “총기 안전 수칙만 잘 지켰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면서 “총은 모든 것을 일순간에 앗아갈 수 있다”고 개탄했다.1~3월에만 미 전역 의도치 않은 총기사고 사망자 최소 271명 한편 뉴스위크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기록보관소’(GVA) 자료를 인용, “올들어 지금까지 미 전역에서 의도치 않은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 수는 최소 271명”이라고 보도했다. 또 CBS방송은 총기규제 옹호 시민단체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Everytown for Gun Safety) 자료를 인용, “지난해 한해 미국에서 발생한 ‘의도치 않은 총기사고’ 가운데 어린이가 저지른 사고는 최소 379건, 이로 인해 154명이 숨지고 244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 “인생샷 남기려다…” 태국 유명 폭포서 관광객 또 추락사

    “인생샷 남기려다…” 태국 유명 폭포서 관광객 또 추락사

    태국 유명 관광지 폭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셀카’를 찍다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마띠촌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14일 수랏타니주(州) 유명 관광지인 코사무이(사무이섬)의 나무앙 2번 폭포에서 20대 외국인 관광객이 떨어져 사망했다. 높이 80m인 이 폭포에서는 2019년에도 2차례 외국인 관광객이 추락해 숨졌다. 사고 원인은 모두 셀카 탓이었다.이날 사고로 숨진 관광객은 루마니아 여성인 나네-이오사나 보데아(23)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으로, 방학을 맞아 남자 친구인 마누엘 오판카르(22)와 여행을 왔다가 비극을 맞았다.커플은 정오쯤 폭포 앞에 도착했고 근처 연못에서 수영하며 더위를 식혔다. 여성은 남자 친구와 폭포 위에 올라 ‘인생샷’을 남기려 했다. 주위엔 영어로 ‘위험하니 주변 바위에 올라가지 말라’고 적힌 현수막도, 출입을 제한하는 밧줄도 있었지만 무시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여성은 더 멋진 사진을 남기려고 자세를 잡다가 이끼 낀 바위를 밟았다. 그 순간 15m 아래로 떨어졌고 의식을 잃었다.사고 직후 남자 친구는 폭포 아래로 뛰어 내려가면서 주위에 도움을 청하고 여성을 구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여성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추락 당시 바위에 머리를 세차게 2번 부딪혀 생긴 상처에서 피가 너무 나와서 지혈해도 회복할 수 없었다.
  • “풍요·평화 누리는 사회, 이방인 환대할 의무 있어”

    “풍요·평화 누리는 사회, 이방인 환대할 의무 있어”

    “풍요와 평화를 누리고 있는 사회는 그렇지 못한 사람과 사회를 환대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74)는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국내 언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방인 배척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구르나는 지금은 탄자니아로 편입된 동아프리카 섬 잔지바르에서 태어났지만, 1964년 잔지바르 혁명으로 아랍계 엘리트 계층과 이슬람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1969년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1987년 ‘떠남의 기억’을 시작으로 10편의 장편소설을 썼지만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한 권도 번역되지 않았던 작가였다. 이번에 문학동네가 그의 대표작 ‘낙원’, ‘바닷가에서’, ‘그후의 삶’ 세 권을 출간하면서 국내 독자들도 구르나의 문학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1994년 발표된 ‘낙원’은 탄자니아의 가상마을 카와를 배경으로 열두 살 소년 유수프의 성장기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2020년 출간된 최신작 ‘그후의 삶’은 점령군에게 납치돼 팔려 갔던 두 젊은이가 세월이 흐른 뒤 고향 마을에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두 작품에 대해 그는 “‘낙원’의 경우 독일에 의해 식민화된 동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전쟁을 다루면서 주인공이 식민주의에 휩쓸리게 되는 여정을 그렸다면 26년 후에 쓴 ‘그후의 삶’에서 그 부분을 좀더 깊이 다루고 있다”며 “두 작품은 식민화된 아프리카의 역사를 살펴보며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시간적 간극에도 불구하고 깊이 연결돼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구르나는 전쟁, 난민, 전염병, 기후위기 등 혼돈의 시대에 문학이 가지고 있는 힘과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비단 지금뿐 아니라 인류는 늘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싸우고 해결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학은 읽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타인의 삶에 천착해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구르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인간은 괴물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작은 도발에도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하는 일이 빈발하기도 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은 믿기 어려운 일이며 이런 전쟁이나 폭력은 절대 합리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불평등과 부당함에 대항해 목소리를 내기를 소망했다. “저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라,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단지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지요. 한국 역사(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바닷가에서’가 한국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면 작가로서 큰 기쁨일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게 문학이지요.”  
  • 김기덕 서울시의원, ‘5.18민중항쟁 제42주년 서울기념식’ 참석

    김기덕 서울시의원, ‘5.18민중항쟁 제42주년 서울기념식’ 참석

    서울특별시의회 부의장인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4)은 18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마당에서 있었던 5.18민중항쟁 제42주년 서울기념식에 참석해 5.18민주유공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기념식에서 김 의원은 “5월의 봄날이 따뜻하고 청명한데, 믿기지 않는 비극을 겪여야 했던 시민들에겐 파란 하늘마저도 극심한 슬픔이었을 것에 형언할 수 없는 미안함과 감사를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42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나날이 성숙한 민주화를 이룩해 내고 있다고 언급하며, 어떠한 삶이라도 귀중하게 여기며 그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의회를 대표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 부의장은 ”앞으로도 민주영령들이 꿈꿨던 사회를 이뤄낼 것이며 포용과 배려가 빛나는 사회,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구현해 나가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서울시의회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어떻게 ‘광주 정신’을 상징하게 됐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어떻게 ‘광주 정신’을 상징하게 됐나

    오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기다. 엄청난 기사가 쏟아지는데 빠뜨릴 수 없는 일이 기념식 참석자 모두가 75초 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노래가 어떻게 ‘광주 정신’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는지는 이미 모두 다 안다고 생각해서인지 언론들이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이 노래는 항쟁 막바지에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고(故) 윤상원씨와 광주의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1978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1982년 2월 20일 망월동 묘역에서 거행된 영혼결혼식에 헌정됐다. 윤씨는 1980년 5월 26일 전남도청을 내주고 투항하자는 일부 의견에 반대하며 외신기자 회견 도중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란 각오를 다졌고, 다음날 새벽 계엄군의 총에 끝내 산화(散花)했다.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백기완 선생이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며 쓴 미발표 장편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소설가 황석영이 빌어 가사로 다듬었고, 당시 전남대 재학생이며 대학가요제 수상 경력이 있던 김종률씨가 작곡했다. 1982년 황씨의 광주시 북구 운암동 2층집에서 녹음시설이 전무한 상태에서 기타와 징, 괭꽈리가 전부인 상태로 녹음했고, 2000개의 녹음테이프가 복사돼 세상으로 퍼져나가 대학가와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불려졌다. 이 노래는 1970년대 말부터 광주의 극회 ‘광대’에서 활동하던 문화운동 관련자들이 모여 지하방송 ‘자유광주의 소리’를 창설하기로 하고 첫 작품으로 만든 음악극 ‘넋풀이 굿(빛의 결혼식)’에도 들어갔다. 이 음악극은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 스러진 두 남녀의 영혼결혼식을 그리고 있으며 이 노래는 두 사람이 저승으로 떠나면서 ‘산 자’에게 남기는 마지막 노래로 배치돼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등의 가사는 온 몸을 바친 투쟁에도 엄청난 죽음으로 귀결된, 비극적 패배와 절망을 담고 있으며,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는 노랫말은 죽음과 절망을 딛고 나아가자는 비장미와 용기, 결단을 담고 있다. 대중적인 4분의 4박자 단조의 행진곡 풍이라 더불어 부르기 쉽다. 이 노래는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불렀지만,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부터 공연단 합창 등으로 대체됐다. 황석영 작가가 북한을 다녀온 전력을 문제삼아 제목과 가사에 들어있는 ’님‘과 ’새날‘이 김일성 주석과 사회주의 혁명을 뜻한다고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제창을 둘러싼 논란은 이념 갈등으로 비화했고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 해마다 5월의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020년 민형배(광주 광산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기념일의 기념곡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당시 “5·18 40년이 지난 오늘 ’님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가 됐다”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법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광산구 신룡동에 있는 윤상원 열사의 생가를 추모관 등으로 꾸며 그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추모의 정신으로 광주를 찾는 이라면 들러 봄직하다. 또 전남여자고등학교는 한국화 화가 하성흡씨가 윤 열사의 생애를 담은 12폭의 수묵화를 교내에 전시하고 있다. 다음달 3일까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 [진경호 칼럼] 부엉이바위의 그늘/수석논설위원

    [진경호 칼럼] 부엉이바위의 그늘/수석논설위원

    ‘노무현은 죽을까’. 13년 전 2009년 5월 21일 이 자리에 쓴 칼럼 제목이다. 그 이틀 뒤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해 봉하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칼럼은 졸지에 그의 죽음을 예고한 ‘데스노트’가 됐다. “며칠 뒤면 전직 대통령 구속 3탄이 나오거나 말거나 한다. 검찰은 노무현을 구치소에 넣을까. 그럼 어찌 될까. ‘노무현’은 죽을까”로 시작된 칼럼은 그러나 노무현의 죽음을 앞서 말한 게 아니다. 권력의 부패를 끊고 전임 정권에 대한 단죄라는 질곡의 정치사가 끝나기를 바라는 염원이었다. 그러하지 못하면 정치 보복 논란 속에 나라가 적의(敵意)로 가득한 진영 대결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의 묵시였다. 모두가 아는 대로 너 죽고 나 살자는 오늘 우리의 불행한 정치는 그날, 2009년 5월 23일 부엉이바위 아래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자리에서 싹을 틔웠다. 노무현 불법대선자금의 실체와 이에 대한 사법 심판이라는 법치가 땅에 묻힌 대신 ‘누가 노무현을 죽였느냐’는 절규와 원망, 분노가 움을 텄다. 세상은 삽시간에 내 편과 네 편, 선과 악만 존재하는 땅이 됐고 이렇게 둘로 나뉜 세상 속에서 노무현의 뒤를 이은 대통령 둘이 줄줄이 영어의 몸이 됐다. 여의도 정치는 국민과 나라를 앞에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대신 자신들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따지는 일차원 단세포 동물로 한때 멀쩡했을 금배지들을 줄기차게 퇴화시켰다. 대통령으로서 문재인의 마지막 말은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주실 거죠”다. 5월 9일 땅거미 진 청와대를 나서면서 수천 지지자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양산으로 내려가선 연일 자신의 안부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바쁘다. 잊힌 대통령이 되고 싶다던 말을 가장 먼저 잊었다. 대선에서 패하고는 국회의원이라도 해야겠다며 6월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어떤가. 유튜브에다 ‘이재명, 인천 부일공원에서 숨쉰 채 발견’이라는 동영상을 띄웠다. 살아 있다는 말로 정치적 죽음의 그림자를 지지자들의 뇌리에 심었다. 민망하고 부끄럽다. 이제 막 대통령직을 내놓은 이와 간발의 차로 대통령이 못 된 이가 양산과 인천에서 떨리는 가슴 누르고 지지자들에게 나를 잊지 말라, 나를 지켜 달라는 신호를 연일 발산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대체 누가 누구를 지켜야 한단 말인가. 대통령은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니다. 우리를, 국민을 지켜야 할 존재가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이 만든 그늘이 너무 크고 깊다. 사실이 어떠하든 선동과 조작으로 만든 허구만이 진실일 뿐인 가상현실 진영 정치에 길을 잃은 지 너무 오래다. ‘노사모’로 시작해 ‘문꿀오소리’를 거쳐 ‘개딸’과 ‘양아들’로 이어진 정치 팬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뜻일지언정 분노를 먹고사는 진영 정치의 볼모가 되고 말았다. 닷새 뒤, 노 전 대통령 13주기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죄다 집결할 봉하마을에 윤석열 대통령은 마땅히 가야 한다. 국민의힘 당적의 그가 가서 노 전 대통령이 그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벌인 검찰의 일원이자 수장이었던 그가 가서 당신의 비극을 우리 모두가 아파한다고, 하지만 부엉이바위 아래로 진실을 묻고 적대의 진영 정치를 싹 틔운 건 분명 당신의 잘못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덧붙여 물어야 한다. 부엉이바위에서 길을 잃은 법치와 정치를 이젠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살아 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법 앞에서 모두 동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야 용서가 있고, 화해와 포용, 통합이 따르지 않겠느냐고.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증오의 낡은 시대가 끝나지 않겠느냐고. 그것이 내가 청와대에 발을 딛지 않은 이유라고.
  • 돌아온 정태춘 “무뎌지면 끝이 없다…여전히 약자 얘기 노래하고파”

    돌아온 정태춘 “무뎌지면 끝이 없다…여전히 약자 얘기 노래하고파”

    버스터미널 식당에서 메밀국수를 시키니 판에 담긴 메밀과 육수가 나왔다. 어떻게 먹는 음식인지를 몰라 육수를 판에 부었다. 당연히 판에 뚫린 구멍으로 국물은 줄줄 흘러나왔고, 허둥대다 식당을 빠져나왔다. 1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아치의 노래, 정태춘’에서 가수 정태춘(68)은 이런 에피소드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돌아본다. 서울의 복잡한 터미널과 큰 식당, 수많은 사람과 낯선 환경, 그 안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나. 17일 서울신문과 만난 그는 “내가 초기에 세상과 부딪히는 방식을 잘 드러내는 일”이라면서 “불편하고 낯선 것에 적응하지 못하며 ‘나만 그런가’, ‘다른 사람은 어떤가’, ‘세상의 문제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결국 음악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올해 데뷔 43년을 맞은 정태춘은 토속적이고 서정적인 노랫말과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로 한국형 포크의 대명사로 꼽힌다. 1978년 데뷔 앨범 수록곡 ‘시인의 마을’과 ‘촛불’이 큰 인기를 얻었고, 1980년대에는 아내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박은옥과 함께 ‘저항가수’의 길을 걸었다. 영화는 2019년 데뷔 4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실황 영상을 바탕으로 정태춘의 음악 인생을 꼼꼼히 되돌아본다. 경기 평택 시골 마을에서 바이올린을 처음 배운 소년, 큰 성공을 거둔 청년과 시대의 불의에 저항한 중년을 거쳐 까다로운 손녀와의 대화를 읊조리는 노년의 모습이 28곡의 음악과 어우러졌다.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표현한 정태춘은 “나는 특이한 가수, 시대와 불화한 가수”라며 “그러면서도 그 사실을 끊임없이 발산했고, 음악적으로도 여러 시도를 했다. 그게 대중음악사에서 내가 조금은 다른 역할을 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창작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항상 비주류였다. 약자와 함께 살겠다는 의지가 없는 사회, 일말의 연민도 없는 주류 사회에서 나는 여전히 멀리 비켜서 있다”고 말했다.특히 세상의 낮은 곳에서 함께 손잡고 연대한 그의 이력은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청계피복노동조합 후원부터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투쟁 노래극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 2003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반대 투쟁 등 역사의 현장엔 늘 그가 있었다. 1990년 3월 신문 사회면에 나온 기사를 보고 쓴 노래 ‘우리들의 죽음’은 당시 한국 사회의 비참한 현실을 아프게 짚는다. 맞벌이 부부가 출근한 사이 잠긴 방 안에서 놀던 다섯살, 세살 아이가 불장난을 하다 숨진 비극을 노래는 이렇게 읊조린다.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마.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냐.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의 작은 몸뚱이를 두고 떠나지만,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 나라로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 올 수가 없어. 언젠가 우리 다시 하늘 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 이제 안녕.”정태춘은 “요즘도 각종 사건·사고를 보면 마음이 아픈데, 감정의 판막이 많이 얇아져 그걸 받아들이는 게 더 힘들더라”며 “그래도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상황, 절망하는 사람, 아픔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이후 음반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곡 작업도 새로 시작했다. 그는 “당시 여러 사회문화적 변화 탓에 내 노래는 독백에 불과한 것 같았다. 더이상 음악 활동을 하지 않고 소진될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대신 그 기간 붓글을 쓰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진전을 열었다. 음악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꾸준히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셈이다.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무뎌지면 끝이 없다”며 끝없이 고민한다는 정태춘은 “나이가 들면서 더 정밀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과거 발표한 ‘아, 대한민국’의 가사 일부가 여성 비하적 표현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삭제한 게 한 예다. 그는 “여전히 약자들의 얘기를 담고 싶고, 그러려면 나 역시 진정성 있게 살아가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더 예민하게 살피고, 공부도 많이 해서 잘 다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좋은 노래를 하고 싶어요. 조금씩 변화를 주되 내 이야기를 담담하고, 재밌고, 신나게 하려 합니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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