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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3만명 시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 통일 이후까지 추진할 정책 필요”

    [탈북 3만명 시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 통일 이후까지 추진할 정책 필요”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전문가들은 탈북민 지원 정책이 큰 틀에서 국내 안전망에 편입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회집단인 만큼 지원 정책도 한반도 통일 이후까지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탈북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어떤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일 “탈북민들을 정치적으로 특별한 존재로 대우하기보다는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시스템에 정상적으로 편입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3만명을 넘어 탈북민 5만명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범적인 탈북민 정착 사례 등을 적극 발굴해 전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부의 지금 정책은 탈북민 1인을 겨냥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착지원금, 주택 지원 등 대부분이 물질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데 5만명, 10만명 시대가 되면 계속 이 같은 정책으로 가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는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도 입을 모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탈북민들이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아온 인생을 우리가 제멋대로 재단해서 판단하는 게 오해의 시작”이라며 “이 때문에 탈북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통일 과정에서 남북 간 화학적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탈북민들처럼 다른 문화권에서 살다 오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서 “본의 아니게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오해를 부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탈북민들은 일반 사무직에도 취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존재한다”며 “배타적인 인식,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탈북민들 스스로가 불평하기보다는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거듭 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탈북민들에게 취업, 사업, 학업 등 분야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게 현실이지만 이런 환경에 비관하지 말고 기회를 잡기 위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탈북민 중 일부는 불철주야 공부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취직하는데 이는 아주 바람직한 정착 사례”라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In&Out] ‘일관성’을 국가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할 때다/구천서 한중경제협회 회장

    [In&Out] ‘일관성’을 국가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할 때다/구천서 한중경제협회 회장

    5일은 무역의 균형 발전과 무역입국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제정한 ‘무역의 날’이다. 우리 정부는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1964년 이래 본격적인 산업화를 통해 경제 발전과 무역 활성화를 추진했고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이자 돈독한 경제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어떠한가. 한때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죽(竹)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미지의 국가였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던 중국은 1971년 4월 10일 미국 탁구선수단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역사적인 ‘핑퐁 외교’의 전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죽의 장막은 점차 걷혔고 덩샤오핑이 주장한 ‘흑묘백묘론’을 통해 개혁·개방이 점진적으로 추진됐고 가파른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요 2개국’(G2)이란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우뚝 서 있다. 지금 중국은 ‘중국이 힘을 기를 때는 향후 50년간 미국과 싸우지 말라’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대신 장쩌민의 ‘화평굴기’, 후진타오의 ‘대국굴기’, 시진핑의 ‘주동작위’를 국가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아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TPP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중국이 세계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당 부분을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4.9%로 1위였다. 수입 부문에서도 21.5%로 1위를 기록해 상호 의존도를 여실히 보여 줬다. 상호 의존과 교역 규모는 지난해 12월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더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중 경제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등장했다.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결정이다. 북한은 올해에만 두 번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무수단 미사일 등 추가 위협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드는 우리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안보 선택지임이 자명해 보인다. 수습되는 듯했던 사태는 다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인해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론을 동원한 여행·관광·문화 분야 타격, 비관세장벽, 투자·서비스 등 FTA 추가 협상에서 비우호적 입장 견지와 같은 암묵적인 사드 제재가 계속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상호 의존도와 끊임없이 진행되는 교류를 고려할 때 이 갈등은 표면적인 데 그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정책 시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정책이 있다 해도 그 정책이 효과를 내기 전에 방향을 바꾼다면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대중국 기조도 이런 관점에서 견지돼야 한다. 정권에 따라 대중·대외 정책이 변화되는 것이 아닌 100년을 내다본 중장기적인 정책이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전술과 전략은 정권이나 단기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고려돼야 한다.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중국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사드 보복, 경제 보복과 같은 마찰적 외교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양하고 동북아 평화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역내 동반자로서 한국을 변함없이 대우해야 한다.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맥이 흔들림 없이 이어져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돈독히 해 나가야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수십억 인구의 공통된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 찬바람 불어도… 내집 마련 청약은 ‘온기’

    찬바람 불어도… 내집 마련 청약은 ‘온기’

    “서울의 실수요층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준 거죠. 서울과 다른 지역의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겁니다.”(건설사 관계자) “분양시장에 온기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가 많이 줄었어요. 한파나 빙하기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확실히 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송파구 잠실동 B부동산) 지난달 30일 11·3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첫 분양이 진행됐다. 11·3 부동산대책으로 서울에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분양권 전매는 준공 시까지 불가능하다. 서울의 다른 지역도 당첨 후 1년 6개월간 전매가 금지된다. 또 ‘5년 내 당첨자가 속한 가구’와 ‘2주택 가구’의 가구주 등은 1순위 청약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분양시장을 조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분양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가 내년 1월 분양 아파트부터 원리금상환을 의무화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서울의 대부분 단지들은 우려와 달리 1순위에 청약을 마감했다. ●서울 대부분 1순위 청약 마감 지난달 30일 진행된 서울 지역 청약결과를 살펴보면 서울 송파구 잠실올림픽아이파크가 71가구 모집에 2449명이 모여 평균 34.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북권 재개발 블루칩으로 꼽히는 마포구 신촌그랑자이도 371가구 모집에 1만 1871건의 청약이 들어와 인기를 증명했다. 이 밖에 관악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도 평균 6.0대1, 성북구 석관동에 들어서는 래미안 아트리치 5.0대1, 서대문구 연희 파크 푸르지오가 4.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연희 파크푸르지오는 전용면적 112.8㎡에서 15가구가 미달됐다. 지난 1일 청약을 받은 종로구 경희궁 롯데캐슬도 43.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이 많았다지만, 서울은 크게 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서울 중심지의 아파트 분양시장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약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서울의 경우 실수요자들이 많아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센터장은 “지난달 분양한 신촌숲 아이파크가 70대1의 경쟁률을 보인 데 비해 신촌그랑자이가의 경쟁률이 절반밖에 되지 않은 것은 11·3 부동산대책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투자 수요가 상당히 많이 빠져나갔음에도 30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은 그만큼 서울의 실수요층이 두텁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분양권 거래가 상당 기간 제한되면서 청약시장이 더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병철 신촌그랑자이 분양소장도 “실수요와 투자를 무 자르듯이 할 수는 없지만, 모델하우스에 확실히 실제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면서 “단기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세력이 빠지면서, 웃돈도 덜 붙겠지만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 2006~2008년 부동산 상승기 때는 단기 차익을 노리고 분양권을 구입했다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기존 주택시장 청약시장에는 온기가 남아 있지만 기존 주택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수천만원 떨어진 이후 거래도 줄고 있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11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 1036건을 기록했다. 전월(1만 3027건) 대비 15.28%(1991건) 감소했다. 특히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되는 등 가장 강한 규제가 적용된 강남 4구의 경우 전체 거래가 22% 줄었다. 10월 866건이 거래됐던 강동구는 지난달 613건이 거래돼 29.21%(253건) 급감했다. 서초구도 지난달 437건 거래로 전월(592건) 대비 26.18%(155건) 크게 줄었다. 송파구는 지난달 774건이 거래돼 지난달에 비해 18.78%(179건) 감소했고 강남구(640건)도 10월 대비 14.44%(108건) 거래가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뤄져 실제 거래 시점으로부터 3주가량 늦다. 12월 거래량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관계자는 “10월 중순부터 손님이 끊겼다”고 말한다. 주포인 강남이 주춤하면서 강북도 일부 조정에 들어갔다. 분양권 거래도 대폭 줄었다. 11월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436건으로 10월(604건)보다 31% 감소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매수자가 좀 나타났는데, 올해는 전세 시세를 알아보러 나오는 사람들밖에 없다”면서 “11·3 부동산대책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부동산 투자 심리 꺾였나 KB국민은행의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중개업자 400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주택가격이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묻는 조사다.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은 8할이 심리”라면서 “중개업자들이 앞으로 시장 전망을 좋지 않게 본다는 것은 투자심리가 꺾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 비관론이 퍼지고 있는 것은 금리 인상 등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정부가 주택시장을 다잡겠다는 의지가 합쳐지면서 두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방향으로 든 정국이 안정되면 투자 심리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도 “올 겨울에 조정 기간을 거치고 나면 실수요자 위주로 매수세가 늘면서 점진적인 안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하루 20조원 매출 알리바바 ‘뻥주문’ 조작說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하루 20조원 매출 알리바바 ‘뻥주문’ 조작說

    중국의 연중 최대 인터넷쇼핑 시즌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판매 행사가 진행되던 지난 11월 11일 오전 11시 5분쯤. 중국 남서부의 충칭직할시에 사는 천에어프릴(여)은 알리바바 C2C 플랫폼인 타오바오에서 상품 2개를 주문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이미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디를 도용해 접속한 뒤 불과 1분 만에 91위안(약 1만 5380원)짜리 스케이트보드부터 1200위안짜리 우쿨렐레, 1만 8900위안짜리 오크목 침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80개의 상품을 주문한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직 결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천씨는 주문마다 달린 메시지를 보고 범인이 누군지 곧바로 알아챘다. 거기에 “우리는 타오바오의 판촉활동 전문가이고 주문 건수 등 매장 순위를 끌어올리는 법에 대해 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中여성 몰래 80여개 주문돼 있어… 아이디 도용된 듯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등이 전문가를 이용해 매출 규모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알리바바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매출 규모를 조작하는 소위 ‘솨단’(刷單)이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솨단은 있지도 않은 허위 주문으로 매출을 뻥튀기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거래량과 소비자가 올린 평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닭에 이런 점을 악용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실제로 돈을 주고 ‘솨커’(刷客)라고 불리는 가짜 소비자나 해커를 동원해 허위 구매 주문을 내거나 좋은 평가를 올려 매출액을 부풀려 준다는 얘기다. 솨단은 봇(bot)을 활용하거나 해커를 고용해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 입점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알리바바 이용자의 계정을 해킹, 허위 주문을 낸 뒤 결제가 이뤄지면 빈 박스를 보내거나 온라인상으로만 발송한 것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FT가 소개했다. ●中 “단속 철저” 외치지만 검색 순위 조작 적발 어려워 알리바바는 “우리 플랫폼에서 이러한 조작을 하는 것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중국 정부 당국도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솨단을 탐지하는 알고리즘을 피하고자 다른 회사의 제품을 서로 주문해 주고 결제를 한 뒤 이를 취소하거나 빈 박스를 보내 주는 수법을 사용하고, 아예 전문업자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는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데도 걸려들지 않고 교묘하게 피해 가는 것이다. 베이징 마브리지 컨설팅의 마크 냇킨은 “만약 업체가 진짜로 성공적인 온라인 매출을 거두고 싶다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의) 검색 순위를 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검색 결과 페이지의 상·하위권은 매출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벌어져 전자상거래 업체로서는 매출 조작이라는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올해 광군제에서 24시간 만에 거둔 매출액은 178억 달러(약 20조 8260억원)로 브라질의 연간 전자상거래 규모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의 광군제와 비교하면 무려 32%가 늘어난 액수다. 매출 규모가 급증하다 보니 알리바바에 불똥이 떨어졌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광군제 당일 매출액이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조사에 들어갔다. 알리바바가 앞서 5월 “SEC가 자회사 실적과 지난해 광군제 할인 행사 매출 등의 회계처리와 관련한 세부자료를 요청해 왔다”며 “SEC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공시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SEC는 조사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알리바바는 그러나 “SEC 측에서 회계처리에 대한 세부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반드시 위법행위 조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통보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EC 요청에 따라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의 최근 실적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가 광군제 당시 매출을 과장해서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광군제 할인 행사 매출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구매 취소 등 실제로 완료되지 않은 거래를 포함했거나 입점 쇼핑몰이 수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매출액을 뻥튀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구매가 취소된 거래나 외상 매출 등을 모두 매출액에 포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의 양대 사이트인 타오바오와 티몰 등에서 특정 업체의 노출 순위가 조작됐을 공산이 크다고 판단한다. ●美증권거래위, 알리바바 광군제 매출 조사 착수 SEC가 알리바바를 조사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티몰에서 짝퉁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 조사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리바바는 2년여 전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이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세 둔화 등의 우려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 왔다”며 “SEC의 이번 조사로 알리바바의 향후 실적에 대한 투자자의 비관론은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khkim@seoul.co.kr
  • 서구 덮친 백인민족주의… 경제난·무슬림 공포심이 키웠다

    서구 덮친 백인민족주의… 경제난·무슬림 공포심이 키웠다

    “사탄의 자녀들아. 너희는 극도로 불쾌하고 더러운 민족이다. 악한 너희에게 심판의 날이 도래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정화할 것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와 새너제이 등지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3곳에 이런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가 배달되자 300여만명에 달하는 미국 이슬람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앞서 19일에는 워싱턴 DC의 한 강연회에서 리처드 스펜서(38) 미국 국가정책연구소(NPI) 대표가 “미국은 과거 세대까지 백인의 나라였다”는 내용으로 연설해 논란이 일었다. 참석자 200여명은 오른손을 앞으로 치켜세우며 “트럼프 만세”(Hail Trump), 우리 국민 만세”(Hail our people)를 외치며 열광했다. ‘트럼프 만세’는 히틀러 만세(하일 히틀러·Hail Hitler)와 같은 나치 구호에 트럼프 당선자의 이름을 대입한 것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불거지자 “나는 이 같은 단체를 거부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이들의 지지를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 8챈(8chan)에 올라온 유대인 비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데 활용한 전력도 있다. 문제의 사진은 유대인을 상징하는 육각형 별 안에 ‘역대 가장 부패한 후보’라는 글과 클린턴의 얼굴을 게재했고 뒤에는 달러가 배경으로 깔렸다. 이는 유대인이 돈, 부패와 연관돼 있다는 나치식 편견을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지속되자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트럼프 만세”나치 구호에 미국판 ‘일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구 사회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반(反)이슬람, 반(反)이민, 인종주의를 강조하는 우익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 설립자 스티브 배넌(62)이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수석고문으로 내정되자 반(反)이민 국수주의를 내세운 ‘대안 우파’(알트 라이트·alternative right)가 주목받고 있다. 대안 우파는 2008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직후 보수 우파 철학자 폴 고트프리드가 미국에서 대안적인 우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제시된 개념이다. 이는 워싱턴의 공화당 주류를 거부하고 백인우월주의와 반(反)이슬람·반(反)유대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전통적 보수주의와 구별된다. 대표적인 대안 우파 활동가인 리처드 스펜서는 “흑인은 문명에 거의 아무런 이바지를 하지 않았다. 흑인 인종 학살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주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조지 홀리 앨라배마대학 교수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대안 우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해 뚜렷한 형태가 없는 사상 집단이나 기본적 핵심 가치는 백인 민족주의”라며 “백인 중심의 정치로 이민자를 내쫓고 백인만의 미국만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대안 우파는 나치, KKK, 국가동맹과 같은 기존 백인 우월주의 집단과 달리 인터넷, SNS와 같은 디지털 통신 수단을 적극 활용해 광범위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 극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가 있다면 미국의 극단적 청년은 8챈이나 4챈(4chan) 등의 사이트를 통해 유머나 카툰, 이미지를 유포하며 적개심을 표출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백인 민족주의 열풍에 발맞춰 유럽에서도 유사한 우익 포퓰리즘과 ‘이슬람 혐오’ 정서가 정치권에서 점차 힘을 얻어 가는 형국이다. 독일에서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기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라우케 페트리(41) AfD 대표는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연 100만명에서 20만명으로 대폭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슬림 여성의 복장인 부르카 착용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스트리아, 유럽 첫 극우 대통령 예고 AfD는 지난 9월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 내년 9월 총선까지 지지세를 이어 가면 중앙 정계의 기민당, 사민당, 기사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정당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4일 오스트리아 대선을 앞두고 극우성향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면서 유럽 최초의 극우 대통령 탄생이 예상된다. 호퍼 후보는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EU가 더욱 중앙집권화된 모습으로 내정에 간섭하면 오스트리아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이자 세 번째로 큰 정당 자유당을 이끄는 헤이르트 빌더르스(53)도 2014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네덜란드에 모로코인 숫자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인종 차별과 증오 선동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기소 이후 빌더르스의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 내년 3월 총선에서 자유당은 1당이나 2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48) 대표는 트럼프 당선과 같은 열풍이 프랑스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4%까지 떨어져 집권 좌파 사회당의 몰락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르펜이 내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중도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2) 후보와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민족국가 향수 부르는 세계 불황 서구 사회를 휩쓰는 백인 민족주의 열풍은 무엇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침체한 경제와 연관 있다는 분석이다. 저성장과 양극화로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국 백인 블루칼라 계층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영국 저소득층이 유럽연합(EU) 탈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같이 세계화에 대한 비관론이 과거 민족국가로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베를린 자유대학 존 F 케네디 연구소의 마누엘 펀케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CNBC에 “1870년부터 2014년까지 역사상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극우 정당의 득표율이 약 30%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유권자들이 소수자나 외국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백인 민족주의는 서구 사회의 주류를 이루던 기독교 기반의 백인이 비주류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백인(히스패닉계 제외)이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지만 2065년이면 과반 이하인 46%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히스패닉은 14%에서 24%로, 흑인은 12%에서 14%, 아시아계는 6%에서 13%로 늘어나 ‘백인 국가’인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교적으로는 미국의 무슬림 인구가 현재는 1% 미만이지만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2.1%로 늘어나 기독교(66%)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종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퓨리서치센터는 1990년 유럽에서 인구의 4%를 차지하던 무슬림 인구가 2010년 6%로 늘었고 2050년에는 1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471만여명으로 이미 전체 인구의 7.5%를 넘어섰고, 독일은 476만여명으로 5.8%에 달한다. 칼레드 압부 엘 타플 UCLA 로스쿨 교수는 ABC 방송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식 구호는 기독교도 백인이 국가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소유권을 재확인하고 (다른 인종은 후진적이므로 백인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백인의 ‘명백한 운명’ 논리와 같은 인식”이라면서 “이는 이슬람뿐 아니라 중국계, 동성애자를 비롯한 모든 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우울증 경찰, 오늘도 총 들고 나선다

    우울증 경찰, 오늘도 총 들고 나선다

    치료 경찰 중 2%만 관심직원 구파발 사건 때도 동료들 몰라 승진 등 제약 탓 드러내기 꺼려 “부실한 시스템이 자살 내몰아” 지난해 8월 38구경 권총을 쏴 부하 수경을 숨지게 한 박모(55) 경위에게 최근 과실치사죄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검찰은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고의로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대 청년이 희생된 사건이라 형량이 더 무거웠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박 경위가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관리 소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여전히 우울증을 앓는 직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상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경찰관은 매년 500명 이상으로 집계되지만, 경찰이 관심직원으로 파악하는 수는 치료받은 이들의 1.3~2.6%에 불과했다. 서울신문이 30일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보건복지부의 ‘2014~2016년 건강보험 경찰직 연령별 성별 우울증 진료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경찰직 환자는 2014년 548명, 2015년 544명, 2016년 10월 말 현재 504명이다. 경찰청의 사전경고대상자 중 정신질환자 환자는 2014년 14명, 2015년 7명, 2016년 13명(10월 말 기준)에 그쳤다. ‘평소에 불평이 심하고 염세 비관하는 자는 무기 탄약을 회수해야 한다’고 한 경찰장비관리규칙 120조는 유명무실한 셈이다. 박세원 수경(당시 상경)에게 방아쇠를 당긴 박 경위도 2008년 3월부터 약 7년간 항불안제를 복용해 왔지만 동료 경찰관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박 경위는 치료 사실을 숨기려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서울 동대문구의 한 개인병원에서 몰래 약을 타다 먹었다. 김성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참한 살인 사건, 대형 사고 등 충격적인 현장과 죽음을 자주 목격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경찰관이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있다”며 “승진이나 외부 시선, 업무 배제 등의 이유로 경찰 스스로 환자임을 드러내기 꺼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매년 인성검사를 통해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과 관련한 관심직원을 파악하고 있지만 정신과 치료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1월부터 경찰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해 별도의 심리 치료를 진행하고 있지만 센터가 서울, 부산, 광주, 대전에만 설치돼 있고 전담 인력도 각각 1명이라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부실한 우울증 관리가 경찰관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 93명 중 24명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학계에선 우울증 유병률을 최소 10%로 잡는다. 이를 12만 경찰에 단순 대입해도 우울증을 앓는 경찰 수는 적어도 1만명이 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건강검진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에 대해 경찰관 전수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며 “우울증을 앓는 경찰관은 총을 다루는 대민 업무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관이 과도한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국민의 안전 역시 위협받고 있다”며 “우울증 등을 겪는 경찰이 조직 내에서 질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업무 배치에서도 좀 더 세심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스코프> 매출 규모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알리바바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스코프> 매출 규모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알리바바

     중국의 연중 최대 인터넷쇼핑 시즌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판매 행사가 진행되던 지난 11월 11일 오전 11시 5분쯤. 중국 남서부의 충칭(重慶)직할시에 사는 천에어프릴(陳阿普麗爾)은 알리바바(阿里巴巴) C2C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寶)에서 상품 2개를 주문을 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마이페이지를 살펴보니 이미 누군가가 그녀의 아이디를 도용해 접속한 뒤 불과 1분 만에 91 위안(약 1만 5380원)짜리 스케이트보드부터 1200 위안짜리 우쿨렐레, 1만 8900 위안짜리 오크목 침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80개의 상품을 이미 주문한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결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천은 각 주문마다 달린 메시지를 보고 곧바로 범인이 누군지 알아챘다. 거기에는 “우리는 타오바오의 판촉활동 전문가이고, 주문 건수 등 매장 순위를 끌어올리는 법에 대해 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이 전문가를 이용해 매출 규모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은 알리바바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매출 규모를 조작하는 소위 ‘솨단’(刷單)이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솨단은 있지도 않은 허위 주문(單子)을 마치 있는 것처럼 속여 매출을 뻥튀기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거래량과 소비자들이 올린 평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분에 이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로 돈을 주고 솨커(刷客)이라고 불리는 가짜 소비자나 해커들을 동원해 허위 구매 주문을 내거나 좋은 평가를 올려 매출을 부풀려준다는 얘기다. FT에 따르면 솨단을 하는 방법은 봇(bot)을 활용하거나 해커들을 고용해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사이트 입점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고 알리바바 이용자의 계정을 해킹, 허위 주문을 낸 뒤 결제가 이뤄지면 빈 박스를 보내거나 온라인상으로만 발송한 것처럼 꾸민다고 소개했다. 물론 알리바바가 “우리 플랫폼에서 이러한 조작을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관련 정부 당국도 철저한 단속을 호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를 적발해내기 쉽지 않다. 솨단을 탐지하는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해 다른 회사의 제품을 서로 주문해주고 결제를 한 뒤 이를 취소하거나 서로 빈 박스를 보내주는 수법을 사용하고 아예 전문업자들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데도 걸려들지 않고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마브릿지 컨설팅의 마크 냇킨은 “만약 업체가 진짜로 성공적인 온라인 매출을 거두고 싶다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의) 검색 순위를 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검색결과 페이지의 상위권와 하위권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나 나는 만큼 매출 조작은 매우 유혹적”이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올해 광군제에서 24시간 만에 거둔 매출은 178억 달러(20조 8260억원)로 브라질의 연간 전자상거래 규모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의 광군제와 비교하면 무려 32%가 증가한 액수다. 이같이 매출 규모가 급증하다보니 알리바바에 불똥이 떨어졌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광군제 당일 매출액이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조사에 들어갔다. 알리바바는 앞서 5월 25일 “SEC가 자회사 실적과 지난해 광군제 할인행사 매출 등의 회계처리와 관련한 세부자료를 요청해왔다”며 “SEC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SEC는 조사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알리바바는 그러나 “SEC 측에서 회계처리에 대한 세부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반드시 위법행위 조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통보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EC 요청에 따라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의 최근 실적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가 광군제 당시 매출을 과장해서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광군제 할인행사 매출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구매 취소 등 실제로 완료되지 않은 거래도 포함했거나 입점 쇼핑몰이 수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매출액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구매가 취소된 거래나 외상매출 등을 모두 매출액에 포함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의 양대 상거래사이트인 타오바오 등에서 특정 업체들의 노출 순위가 조작됐다고 보고 있다.  SEC가 알리바바를 조사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알리바바의 양대 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와 티몰에서 짝퉁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 조사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리바바가 2년여전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이후 중국 전자상거래시장 성장세 둔화 등의 우려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왔다”며 “SEC의 이번 조사로 알리바바의 향후 실적에 대한 투자자의 비관론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정부기능 마비] 정부 지출 둔화 여파… ‘최순실 게이트’ 경제 악영향 우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8일 내년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6월 전망치 발표 때보다 0.4% 포인트 낮췄다. OECD가 우리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대체로 낙관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로 볼 수 있다. OECD는 “성장 버팀목이었던 정부 지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을 전망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퇴진 여부 등이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투자은행(IB) 등 주요 해외 투자자는 이미 최순실 게이트로 우리 경제가 올 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관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까지도 수출과 소비, 투자가 감소세를 보여 왔지만, 해외 기관들은 한국의 지속적인 구조개혁 노력과 높은 재정 건전성, 풍부한 외환보유고 등을 이유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 정치 리스크가 더해지고 사태 해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다리며 지켜본다’(Wait & See)는 기존의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외 IB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정치적 불안이 올 4분기를 넘어 향후에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특히 금융보다 실물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당분간 경기 안정에 정책의 주안점이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로 국회의 내년 정부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고 기업 구조조정과 경제개혁 추진 여력이 제한될 것으로 우려했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악재로 인해 모건스탠리와 HSBC(홍콩상하이은행)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3%, 2.4%로 2%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1.5%라는 이례적으로 비관적인 성장률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온통 트럼프 당선에 관심이 쏠려 있어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대적으로 덜 이슈화되고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현재의 ‘기다리며 지켜본다’는 기조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길섶에서] 케 세라 세라!/박건승 논설위원

    어딜 가나 분위기가 무겁다.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운 건 잠깐이다. 이내 한탄과 비관이 짓누른다.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대목에 이르면 우리말 형용의 한계를 느껴야 할 판이다. 이제 체념이 분노를 대신한다. 대학 나오고서도 직장 못 잡아 애태우는 자식을 둔 50대 아버지는 그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인 양 죄인이 따로 없다. 주부들은 김장철을 맞아 치솟는 푸성귀값에 할 말이 하나 더 생겼다. 남편 회사 그만둘 날이 머잖은 50대 주부는 100세 시대가 원망스럽다. 수험생 학부모는 예상치 못한 ‘불수능’에 교육 백년대계를 외치는 현실이 괘씸하다. 낮에는 화병이요, 밤에는 불면증이다. 허허로운 건 마음이요, 먹먹한 건 가슴이라~. 이러려고 이 땅에 살았나? 가수 전인권이 답을 준다. ‘아무 걱정 말아요’라고 위로한다. “…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무엇이든 되어야 할 것은 결국 이뤄지기 마련이다(Whatever will be, will be).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그러니내일을 너무 걱정하지 말자.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 [사설] 최순실씨 재벌 총수 석방에까지 관여했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지난 4년여간 국정을 철저히 농락한 사실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속속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은 최씨의 ‘마수’가 미치지 않은 청정지대는 결코 없을 것이란 비관적 인식을 갖게 됐다. 권력을 무기 삼아 뱃속을 채우기로 작정한 최씨 일당의 ‘먹잇감’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는 사실은 검찰의 공소장에도 상세하게 기재돼 있지 않은가. 게다가 정유라씨 친구의 부모가 운영했던 회사처럼 최씨의 힘이 필요했던 기업이나 개인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씨의 사법 농단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화가 김승연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 파기 환송심을 앞두고 최씨에게 구속집행정지 상태였던 김 회장 석방 민원을 했고, 선고 하루 전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다는 언질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최씨의 힘이 국가 법질서 체계까지 무너뜨렸다는 것이어서 이만저만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검찰과 특검,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철저히 규명해야만 한다. 당시 한화는 김 회장 구명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 사실이다. 수천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회장은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4개월여 복역 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계속 재판을 받았지만 형이 확정되면 나머지 형기를 채워야만 할 처지였다. 하지만 2013년 9월 대법원은 “일부 유무죄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돌려보냈고, 김 회장은 결국 2014년 2월 11일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한화 측은 “파기 환송심 재판과 관련해 최씨에게 전혀 석방 민원을 하지 않았고, 재판 결과도 당일 판결을 통해 확인했다”며 의혹 전체를 부인하고 있다. 사실이길 바란다. 그렇잖아도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사면권을 재벌과의 ‘부당거래’ 재료로 이용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SK와 CJ의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그룹 총수의 사면과 관련 있을 것이란 추측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 아닌가. 최씨가 김 회장의 법원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유전무죄, 유권무죄’ 논란이 재연되면서 최악의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만 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최씨의 사법 농단 의혹을 규명해야만 한다.
  • [클릭! 여의도] “오죽하면…선배 나가 달라 했겠나” 새누리 후배 당직자들의 호소, 탄식

    [클릭! 여의도] “오죽하면…선배 나가 달라 했겠나” 새누리 후배 당직자들의 호소, 탄식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18일 이정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전날 130여명이 모여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당 위기 상황에 대해 논의했고, 그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직자 출신이기도 한 이 대표에게 후배들은 “죄송하지만 용단을 내려 달라”며 사퇴를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사무처 당직자들의 비상총회는 2003년 이른바 ‘차떼기’ 정국 이후 13년 만에 처음 열린 것입니다. ●13년 만에 비상총회… “어딜 가나 죄인” 봇물 특히 젊은 당직자들은 당 밖의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던 현실적인 고민들을 쏟아냈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우리 당은 이제 끝난 것 같다”, “내년 대선은 무조건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다”, “어딜 가나 죄인이 된 것 같다”. 한 당직자는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며칠 전 아내에게 회사가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답니다. 한동안 쌓아두고만 있던 위기감과 불안감, 자괴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입니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선 이 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비주류의 비상시국위원회도 바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무를 거부해야 한다는 제안이 공감대를 얻기도 했습니다. ●“부모가 잘못해도 부모”… 무거웠던 4시간 그러나 분노와 한탄은 오히려 무겁게 표현됐습니다. 강경해지는 분위기에 “너무 세게 밀어붙이지는 말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 국장급 당직자는 “부모가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나의 부모인 것을 바꿀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식들이 먼저 상대방(피해자)에게 잘못했다고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던 성명서는 ‘결단을 호소’하는 것으로 고쳐졌고, 이런 고민이 4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끝나고 나니 자신들이 총회에서 사퇴를 요구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합니다. 기업으로 치면 사원들이 사장에게 나가 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성명서에 담긴 단어 한 자도 결코 가볍게 적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사무처 협의회의 사퇴 요구를 단번에 거부했습니다.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는 후배들을 오히려 나무랐다고 합니다. 당원들끼리 어렵게 털어놓고 서로를 다독이려 했던 의도는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핀란드 연구팀 “비관적 사고하면 심장병 사망 위험 2배 높아져”

    핀란드 연구팀 “비관적 사고하면 심장병 사망 위험 2배 높아져”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핀란드 페이에트-헤메 중앙병원 정신의학 전문의 미코 펜켈레이넨 박사는 분석 결과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펜켈레이넨 박사의 연구팀은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생활습관, 건강정보(혈당, 혈압, 당뇨병약 또는 혈압약 복용, 관상동맥 질환 병력 등)를 조사하고 생활지향 테스트(LOT: Life Orientation Test)를 통해 삶의 자세를 평가했다.  생활지향 테스트는 낙관적 태도에 관한 질문 3개, 비관적 태도에 관한 질문 3개 등 총 6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질문은 “확실하지 않을 땐 최선을 기대한다”, “내게 뭔가 잘못된 일이 생길 수 있다” 등이다. 각 문항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4가지 대답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분석 결과 비관적 문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25% 그룹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하위 25% 그룹에 비해 조사 기간에 관상동맥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2.2배 높게 나타났다. 조사 기간에 모두 121명이 관상동맥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 결과는 혈압, 흡연 등 다른 관상동맥 질환 위험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다.  낙관적으로 평가된 그룹에서는 관상동맥 질환 사망률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 레녹스 힐 병원의 심장건강실장 수잔 스타인바움 박사는 “비관적 생각은 스트레스와 염증 유발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심근경색, 동맥경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타인바움 박사는 “낙관적인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생각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온라인 과학전문지 ‘바이오메드 센트럴-공중보건’(BMC - Public Health) 온라인판(11월 17일 자)에 실렸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부의 능력을 보여 줄 때다/김태균 경제정책부장

    [데스크 시각] 정부의 능력을 보여 줄 때다/김태균 경제정책부장

    ‘국정 농단’이라는 말을 초등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고, 과거의 지지자들까지 나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상황이 됐다. 세상의 모든 이슈들이 쓰나미에 표류하는 조각배처럼 박근혜 대통령 파문 하나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며 압도되고 있다. 그중에 ‘경제’가 있다. 일자리, 가계부채, 구조조정, 수출 등 산적한 우리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경고와 고민까지 국민적 공분과 단죄의 함성에 묻혀 버렸다. 가뜩이나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못 잡고, 존재감 또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현 정부 경제팀이었다. 뭔가를 하고 있는데 제대로 안 된다는 시각보다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 핵심에 매사 청와대 주도로 이뤄지는 이 정부 특유의 중앙집권적 정책결정 구조가 있었다. 용두사미가 된 ‘공약가계부’만 해도 그렇다. 2013년 5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이 청와대 주도로 발표됐다. 집권 5년간의 140개 국정 과제를 위한 약 135조원의 지출과 수입 내역을 정리한 것으로, 줄여서 ‘공약가계부’라고 명명됐다. ‘박근혜노믹스’의 핵심 교과서였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조차 재원 마련의 현실성 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다. 3년여가 지난 지금 공약가계부를 말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 설계자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국정 농단 파문의 와중에 구속된 터여서 공약가계부의 퇴출은 한층 더 분명해졌다. 사실 재정이나 정책 여력 등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 경제가 그렇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 호주 등과 함께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구원투수 역할을 한국에 기대하고 있다. 여유가 있으니 재정을 확대해 글로벌 유효 수요 확대에 기여하라는 것이다. 성장률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6% 성장에 그쳤다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지만, 잘사는 상위 30여개 나라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1%였다. 지난 8월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전체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로 상향조정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로 상대방의 고유 정책수단인 ‘재정’과 ‘통화’에 대해 정책집행 여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경기 회복을 위해 뭔가를 노력해 볼 수단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되든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물러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여당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 경제팀도 당분간 청와대도, 여당도 없는 힘의 공백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종의 홀로 서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한편으론 잘된 측면도 있다. 정치적 고려나 외압 없이 오직 경제 논리를 통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수립해 볼 기회가 될 수 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정국이 수습되고 나서 한 달 만에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 몇 년 후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을 두고 ‘경제회복의 교과서’라고 표현했다. 우리 당국의 탁월한 위기 대응에 대한 찬사였다. 그 실력을 다시 보여 줄 때가 됐다. 그러려면 든든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차기 경제부총리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에 정치권이 무엇보다 우선해 착수해야 하는 이유다. windsea@seoul.co.kr
  • 중국판 ‘블프’ 광군제는 왜 11월 11일일까?

    중국판 ‘블프’ 광군제는 왜 11월 11일일까?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독신자의 날)가 올해에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중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광풍을 일으키는 광군제가 왜 11월 11일로 정해졌을까.  11월 11일은 한국에서는 특정 제품의 과자 이름으로 통칭하는 날이지만 중국에서 광군제를 ‘솔로 데이’라고 부른다고 신화망이 전했다. 숫자 1은 매끈한 막대기와 같고 중국어에서 ‘광군’은 싱글이라는 뜻도 있어 11월 11일이 솔로들의 축제가 됐다. 2009년 11월 11일 티몰에서 광군제를 맞아 솔로들은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고 광고하면서 파격 할인 행사를 했다. 처음엔 티몰만의 자체 행사로 출발했다.  당시 중국 유통업계에서는 광군제가 10월 1일 국경절과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가운데 있어 흥행에 비관적으로 봤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후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뿐만 아니라 백화점, 가전제품 판매장까지 광군제 행사에 대거 뛰어들어 중국 최고의 할인 행사 날로 자리매김했다.  타오바오의 지난해 11월 11일 매출액은 912억 1700만 위안(한화 15조 6000여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광군제에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폭증하면서 신조어도 생겨났다. 인터넷 쇼핑을 두 번 다시 하지 못하게 손목을 잘라야 한다는 의미의 ‘두어서우당’과 인터넷 쇼핑에 돈을 탕진해 돈이 없음을 비유하는 ‘츠투’ 등이 대표적이다.  광군제에 인터넷 쇼핑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중국인 커플이 11월 11일에 혼인 신고를 한다. 이는 광군제에 ‘탈광(솔로 탈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크다”…한국 입장에서 새 개정안 마련 필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크다”…한국 입장에서 새 개정안 마련 필요

    한미 FTA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재협상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재협상 추진 움직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지난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대선과 한국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정책좌담회를 개최, 전문가들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좌담회 발표자로 나선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여론을 분석한 결과, 한미 FTA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최근 한미 FTA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해 FTA 개정 협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미국 측이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맞춘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극단적 보호무역조치들이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경우를 대비해 상품별로 철저한 점검을 하고, 우리 내부의 각종 비관세장벽에 대한 엄격한 실태조사를 벌여 국제규범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들을 과감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허 원장은 “트럼프는 TPP가 불공정하며 미국을 유린하고 중국에 이득을 주는 협정이라고 비난해왔기 때문에 TPP 탈퇴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며 TPP가 폐기될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 등 선진국과 새로운 경제통합체를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발 보호주의 통상압력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석영 전 주제네바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TPP 탈퇴 같은 극단적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화당 의견이 수렴된 수정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 대사는 “한미 FTA, NAFTA 등 이미 발효 중인 FTA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재검토할 경우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기존보다 더 많은 방위비 부담을 요청할 수 있어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미동맹이 지속해서 발전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며 “방위비를 부담하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공동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일관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올 세수 22조 증가… 지갑은 얇은데 국고는 넘친다

    올 세수 22조 증가… 지갑은 얇은데 국고는 넘친다

    법인실적 개선에 부동산 회복도 내년 구조조정·내수 회복 불투명 증가 기조 이어질지 장담 못해 우리 경제의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잘 걷히는 정부의 ‘나홀로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 법인 영업실적 개선, 부동산 경기 회복세 등을 꼽았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간한 ‘재정동향 11월호’를 보면 올해 1~9월 정부의 국세 수입은 모두 189조 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조 6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올해 목표 세수와 견줘 어느 정도 세금을 걷었는지 나타내는 세수 진도율도 81.3%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 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국세 수입이 급증한 이유는 3대 대표 세목인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세수가 모두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인 실적이 개선된 영향과 비과세·감면 정비 효과가 맞물리면서 법인세는 46조 9000억원이 걷혔다. 1년 전보다 7조 7000억원 늘어났다. 부가가치세도 6조 6000억원 늘어난 46조 4000억원이 걷혔다. 민간 소비가 지난해 4분기 3.3%, 올해 1분기 2.2%, 2분기 3.3%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소득세도 6조 3000억원 늘어난 50조 4000억원이 걷혔다. 세수 증가에 대해선 정부 각 부처별로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집행기관인 국세청 관계자는 “명목 GDP가 4.9% 성장했고, 법인 영업실적도 좋아졌고, 민간 소비도 증가했다”면서 “비과세·감면 정비, 미신고 역외소득 및 재산 자신신고제 시행 등의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만이 아니라 지난해도 전년에 비해 국세 수입이 늘어난 추세적 증가는 제도 정비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1~9월 152조 6000억원이던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166조 5000억원으로 13조 9000억원이 늘었고, 올해 22조 6000억원이 더 증가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과세정보 전산시스템 ‘엔티스’(NTIS)를 새롭게 도입한 것도 세수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와 함께 최경환 경제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의 효과가 지난해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는 이런 가운데 내년에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8.48%(18조 9000억원) 늘어난 241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앞으로도 죽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조선·해운업을 비롯한 공급과잉 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소비 위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청탁금지법 시행, 취업난 지속 등으로 내수 회복의 확실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내년 세수가 올해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정부의 긍정적인 시각은 세계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트럼프 시대 대응할 안보·경제 전략 시급하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요구 예상 어려운 상황에 더 큰 시련 줄 수도 TF 만들고 트럼프와 협상 나서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지구촌 전체가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한 트럼프 후보의 예상 밖 승리는 전 세계가 앞으로 격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 ·안보·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우리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은 크게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설명할 수 있다. 탈냉전시대 이후 지속된 팍스아메리카나(미국 주도 세계평화) 정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고수해 온 자유무역주의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격감 등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삼각파도를 헤쳐 나가야 할 상황을 맞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승리 연설에서 미국을 우선하지만 모든 나라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우선 정책은 곧 대외적으로 고립주의 강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에서 적극적인 개입주의로 바뀌어 세계의 각종 분쟁에 개입해 왔다. 탈냉전시대 이후에는 유엔과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분쟁에 개입하는 등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었다. 트럼프 시대에는 고립주의 강화, 다시 말해 개입주의 약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고립주의 강화는 주한미군 주둔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동맹국들이 미국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트럼프는 공언한 대로 우리나라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나설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인적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이 왜 안 되느냐”고 주장했다. 우리가 방위비 인상을 주저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한국의 핵무장을 미국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안보 시스템은 엄청난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물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부담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로서는 속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트럼프의 외교 참모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진의를 파악,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핵무장 카드로 맞서는 등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 방향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북한을 통치하는 자는 미친 인간이라고 했다가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대북 정책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을 통해 북한을 때리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복안은 밝히지 않았다. 우리를 배제한 대북 정책이 툭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원활한 소통 라인 확보가 시급하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우리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깨진 약속’ 또는 ‘일자리 킬러’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슬로건으로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노동자 계층의 백인표를 흡수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우리나라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한·미 FTA가 수술대에 오르면 미국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국 간 무역관세가 부활하면 내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 손실액이 약 30조원에 이르고 일자리도 24만개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서둘러 트럼프 측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이 내년 초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우리도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물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무역전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일자리를 앗아가는 대표적인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경쟁을 벌일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것이다. 중국 시장의 위축은 곧바로 우리나라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벌써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어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한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와의 협의 등을 포함해 차기 미국 새 정부와의 관계 구축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정책 연속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트럼프 캠프, 공화당 측과 106차례 접촉해 동맹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방위비 분담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설명했다는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외교·경제 당국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가 협상의 명수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떠한 협상 카드에도 맞설 만반의 준비를 해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이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위기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도전 의식을 키워 나가야 한다.
  • 철강·전자·기계·자동차 ‘관세장벽’ 우려… 방산업계·의약품 수출기업 ‘수혜’

    ‘예외적인 정치 이벤트는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불확실성은 경제를 위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9일 국내 경제계에 긴장감이 흘렀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 대미 통상환경이 국내 주력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대미 무역흑자가 높은 전자·기계·자동차 산업군의 긴장도는 특히 높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제품에 관세 폭탄을 가하거나 비관세 장벽을 신설하는 조치가 예상돼서다. 그러나 미국 현지공장의 수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장치를 피할 길은 열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자동차 관련 기업 중에서도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국·금호타이어에 트럼프 당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철강업계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감소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 등에서 생산된 저가 철강에 대한 반덤핑 상계관세 제소가 늘게 되면 한국산 제품도 포함될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지난 상반기부터 미국 상무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수출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수출 물량 1800만t 중 100만t을 미국에 수출했지만 관세 부과 이후 물량이 줄었다. 현대제철도 “누가 되든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거세질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방산업계에선 트럼프가 미국 국방예산을 늘리게 되면 일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표출됐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동북아 정세 악화로 자체 무기 개발 필요성이 강조되면 국내 방산업체들의 몸값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주한미군 방위 분담금이 늘게 되면 국방비 중 무기 연구개발(R&D) 비용이 줄게 돼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A방위업체는 “국방비 전체 파이는 그대로인데 방위 분담금이 늘어나면 결국 다른 예산을 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해외 의약품 수입 개방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국내 의약품 수출기업들에는 새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특히 이 공약은 트럼프가 민주당의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며 강조한 부분에 해당되기 때문에 공약 이행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박 대통령 지지율 10.4%로 역대 최저

    박 대통령 지지율 10.4%로 역대 최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파문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율이 10.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율은 무려 81.2%로 최고치를 갱신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10월말 정기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직격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역대 최저치인 10.4%, 부정평가는 역대 최고치인 81.2%로, 부정평가가 무려 7.8배인 70.8%p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무응답은 8.4%였다. ‘최순실’ 파문이 불거진 직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전격 제안했던 지난 9월 24일과 비교할 때 잘함(23.0% → 10.4%)은 12.6%p 폭락한 반면, 잘못함(66.3% → 81.2%)은 14.9%p 급등했다. 새누리 지지층(잘함 41.3% vs 잘못함 40.6%)을 제외한 전 계층에서 부정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남성(잘함 9.4% vs 잘못함 82.4%), 여성(11.3% vs 80.1%), 19/20대(5.3% vs 87.3%), 30대(5.0% vs 88.9%), 40대(7.4% vs 89.5%), 50대(13.7% vs 78.5%), 60대(18.1% vs 66.1%), 서울(8.3% vs 83.8%), 경기/인천(9.7% vs 82.6%), 충청(14.3% vs 75.0%), 호남(4.1% vs 90.3%), 대구/경북(11.0% vs 79.8%),부산/울산/경남(12.4% vs 76.0%),강원/제주(21.6% vs 76.6%) 등에서는 모두 부정평가가 3.5~22배 높았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 박근혜 투표층에서도 ‘잘함(20.1%) vs 잘못함(66.0%)’로, 부정평가가 3.3배가량 높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민심이반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위기 수습방안으로는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먼저 진상을 규명한 후 책임을 물어야(41.4%)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고, 새 새통령을 선출해야(37.7%) ▲박근혜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16.9%)순으로, 선 진상규명 또는 박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8명꼴인 79.1%에 달했다. 무응답은 4.1%였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선 진상규명 47.2% vs 거국중립내각 구성 36.1% vs 대통령직 사퇴 9.6%)과 지난 대선 박근혜 투표층(선 진상규명 52.6% vs 거국중립내각 구성 25.0% vs 대통령직 사퇴 19.2%)에서도 ‘중립적인 특검을 통한 선 진상규명 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아 눈길을 끌었다. 사상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경우 정부신뢰도 전망과 관련해서는 ▲악화될 것(73.5%) ▲회복될 것(15.8%)로,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4.7배인 57.7%p 더 높았다. 무응답은 10.7%였다. 성ㆍ연령ㆍ지역ㆍ직종을 불문하고 이전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높은 가운데 ▲60대(회복될 것 33.5% vs 악화될 것 48.8%)와 ▲대구/경북(19.4% vs 69.7%)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1.5~3.6배나 더 높았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 방식에 대해서는 ▲야권이 주장하는 별도특검(65.0%)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상설특검(16.4%)로, ‘별도특검’에 대한 찬성이 4배인 48.6%p 더 높았다. 무응답은18.5%였다. 새누리당 지지층(상설특검 62.7% vs 별도특검 20.4%)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에서 ‘야권의 별도특검’ 찬성여론이 더 높은 가운데 ▲50대(상설특검 21.4% vs 별도특검 64.0%) ▲60대(33.1% vs 45.3%) ▲대구/경북(17.8% vs 60.9%) ▲부산/울산/경남(18.7% vs 62.3%) ▲박대통령 투표층(34.0% vs 44.7%)에서도 ‘별도특검’ 찬성이 더 높았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이 실시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 수사여부에 대해서는 ▲바로 조사해야(74.6%) ▲임기 후 조사해야(21.9%)로, ‘바로 조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3.4배인 52.7%p 높았다. 무응답은 3.5%였다. 대부분 계층에서 특검도입 시 박근혜 대통령을 ‘바로 조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은 가운데 ▲50대(바로 조사해야 68.0% vs 임기 후 26.9%) ▲60대(53.9% vs 40.6%) ▲대구/경북(65.3% vs 29.1%) ▲부산/울산/경남(78.0% vs 16.4%) ▲박대통령 투표층(57.1% vs 36.5%)에서조차 ‘바로 조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사면초가’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이 향후 어떤 결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조사는 10월 31일 리서치뷰가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88명을 대상으로 컴퓨터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 임의걸기(RDD)로 진행했다. 오차보정은 2016년 9월말 현재 행자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성ㆍ연령ㆍ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응답률 : 14.6%). 보다 자세한 내용은 <리서치뷰>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사피엔스의 미래(알랭 드 보통 등 지음, 전병근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알랭 드 보통, 맬컴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 등 작가와 학자 네 명이 지난해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인류의 미래를 놓고 벌인 토론을 정리했다. 심리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스티븐 핑커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영국의 과학 저술가인 매트 리들리가 ‘찬성’ 팀을 이뤄 인류의 미래가 밝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알랭 드 보통과 미국의 기자 출신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이 반대편에 서서 미래에 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당시 토론은 90분간 진행됐으며, 토론을 지켜본 청중은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친 쪽을 선택해 투표했다. 결과는 73%의 지지를 얻은 찬성 팀의 승리였다. 208쪽. 1만 3500원. 배우는 삶 배우의 삶(배종옥 지음, 마음산책 펴냄) 30여 년간 꾸준히 대중과 함께 호흡해 온 연기자 배종옥이 배우로서 고민하고 성장해 온 여정의 기록.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KBS 특채로 데뷔했지만 연기력 부족으로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았던 시절에 이어 영화 ‘걸어서 하늘까지’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받고, 드라마 ‘거짓말’로 멜로 연기까지 섭렵하며 노희경 작가의 페르소나로 거듭난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연극 무대에 도전하고,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배우로서 배우는 삶을 살아온 이야기와 더불어 여배우로서 아름다운 얼굴을 강요받는 고충, 당차고 똑똑해 보인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232쪽. 1만 3000원. 갈증의 대가(캐런 파이퍼 지음, 유강은 옮김, 나눔의집 펴냄) 세계에 존재하는 물 가운데 마실 수 있는 물은 1%에 불과하며 그 물조차 오염과 지하수 고갈, 기후변화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 틈을 파고들어 가는 것이 물 기업들이다. 2006년 뉴욕타임스는 ‘목마른 건 돈이 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글로벌 물 시장의 가치를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저자는 7년간 6개 대륙 10여개 나라의 활동가, 환경론자, 기후변화 전문가 등과 수십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물 사유화가 낳은 세계의 참혹한 모습을 보여 준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분쟁의 이면엔 목마른 사람들의 절규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432쪽. 1만 5000원. 문화적 냉전:CIA와 지식인들(프랜시스 스토너 손더스 지음, 유광태·임채원 옮김, 그린비 펴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냉전 시기 서유럽에서 문화를 이용한 선전선동 활동이라는 비밀 첩보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 만든 민간단체 세계문화자유회의의 실상을 다뤘다. 1950년부터 1967년까지 활동한 이 단체는 전 세계 35개국에 지부를 두고 미국적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자 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미국의 정보공개법을 활용해 기밀문서를 열람하는 한편 민간 기관이 보유한 각종 문건을 조사하고 관계자들을 두루 인터뷰해 냉전 기간 공산주의 세력과의 문화적 성취 대결에 힘썼던 CIA와 세계문화자유회의의 음모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776쪽. 3만 7000원. 다행히 졸업(장강명 외 8인 지음, 김보영 엮음, 창비 펴냄) 깔깔 웃기도 했지만 털썩 절망하기도 했던, 그리하여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학창 시절을 젊은 작가 9인이 소설로 풀어냈다. 시기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다. 책을 기획한 김보영 편집자는 작가를 섭외하며 건넨 질문이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 같았습니까?”였다고 했다. 학교를 잘 다닌 사람보다 잘못 다닌 작가들을 귀히 모셨다는 얘기다. 장강명, 정세랑, 김아정, 우다영, 임태운, 이서영, 전혜진, 김보영, 김상현 등 재기 넘치는 작가들은 보통의 학생들이 경험했던 불안과 억압의 순간을 포착해 통렬한 쾌감을, 씁쓸한 웃음을 안긴다. 420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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