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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래 이문열 신작 들고 ‘외출’

    중견 작가 조정래(63)와 이문열(58)이 계간 문예지에 나란히 신작을 선보였다. 조씨는 대하소설 ‘한강’을 낸 지 4년 만, 이씨는 ‘아가’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 연재다. 조정래는 ‘실천문학’봄호에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를 다룬 ‘인간연습’을 실었다. 비전향 장기수로 30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윤혁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회주의 몰락의 의미와 사상을 넘어서는 미래 지향의 희망을 드러내는 소설이다.‘수수께끼의 길’‘안개의 열쇠’ 등 사회주의 몰락의 원인에 천착한 전작 중단편 연작소설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그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한 연습, 그 고단한 반복을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이 인간 특유의 아름다움인지 모른다.”면서 “내 문학에서 분단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소설을 지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원고지 300장 분량의 첫 회에 이어 다음호에 2회를 실은 뒤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차기작은 2차 대전 당시 강대국들이 약소국에 저질렀던 횡포를 600장 분량의 소설에 담아낼 계획이다. 이문열은 ‘세계의문학’봄호에 ‘호모 엑세쿠탄스’1부를 발표했다.2003년 인터넷 소설 사이트 이노블타운에 16회까지 연재하다 업체 사정으로 중단됐던 소설이다. 지난 연말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난 작가는 인터넷에 올렸던 글을 수정해 1007장 분량의 전반부를 완성했고, 여름호에 비슷한 분량의 후반부를 실을 예정이다. ‘호모 엑세쿠탄스’(homo executans)는 ‘처형자로서의 인간’ 또는 ‘집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소설에서는 신성(神聖)혹은 초월자의 처형을 맡은 집단을 가리킨다.소설은 2002년 대통령 선거이후의 한국사회를 ‘민족도 이념도 그 앞에서는 순식간에 한 수단으로 빨려들고 마는 블랙홀 같은 국가주도형 포퓰리즘이 게거품을 뿜었다.’고 묘사하는 등 강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어~ 하얀 초콜릿폰?

    어~ 하얀 초콜릿폰?

    ‘감성 터치!’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초콜릿폰에 향기를 입혔다. 기능·디자인과 함께 감성에 호소하는 ‘오감만족형’ 마케팅 차원이다. 출시 초콜릿폰은 기존의 검정색과 달리 화이트 초콜릿폰(제품명 LG-SV590/KV5900/LP5900)이다. 화이트 초콜릿폰은 LG전자의 블랙라벨 시리즈 2탄으로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말못할 고민도 있다. 폰 표면의 도료에 라벤더향을 입혔다. 상온에서 2년 동안 향기가 지속된다는 게 LG전자 연구진의 설명이다. 통화할 때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 나온다. 색과 향을 통한 가치 창조다. 마케팅 대상은 주로 10대 후반∼30대 초반이다. 화이트 데이를 겨냥하기도 했다.LG전자는 화이트 초콜릿폰 출시가 초콜릿폰의 인기를 더욱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보는 ‘맛만 보여 주는’ 니트마케팅을 구사했다.2월 초부터 김태희, 다니엘 헤니, 현빈의 삼각관계를 그린 CF ‘선물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가격은 55만원으로 일단 국내용으로 출시됐지만 수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라벤더향의 화이트 초콜릿폰 출시는 오감만족 마케팅을 통해 싸이언을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LG전자는 블랙라벨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화이트 초콜릿폰을 출시하면서 고민에 빠졌다.“초콜릿폰이 왜 흰색이냐.”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심심치 않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화이트 초콜릿폰을 블랙라벨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홍보하는 LG전자 쪽에서 보면 걱정거리다. 이에 LG전자는 “블랙라벨은 검정색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끄기에 나섰다. 블랙라벨은 패션 브랜드에서 통용되는 것으로, 고급 소재로 만든 명품 개념이라는 것.“LG전자 블랙라벨 시리즈는 검정색 휴대전화가 아닌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제품 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블랙박스, 블랙홀 등이 검정색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비행기의 블랙박스는 오렌지색이며 블랙홀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LG전자는 “공교롭게도 초콜릿폰이 검정색 외관을 가져 싸이언의 블랙라벨 시리즈가 블랙 컬러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화이트 초콜릿폰이 이같은 오해를 불식시켜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시골 작은역 어쩌다 ‘사고역’으로

    시골 작은역 어쩌다 ‘사고역’으로

    ‘고모역을 아시나요.’ 경부고속철도 동대구역과 경산역 사이에 위치한 미니역. 열차가 정차하지도 않고 드나드는 사람도 없다. 직원이래야 역장을 포함해 고작 3명. 이곳이 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입구 위에 붙어있는 이름표 뿐이다. 그래도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고모역은 일반인에게 꽤 알려져 있다. 열차를 타고 이곳을 한번 지나보지 않은 사람도 고모역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다름 아닌 잇따른 사고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 1925년 영업을 시작한 고모역은 1970년대 가장 활기를 띠었다. 아침 통근열차는 늘 만원이었고 역 앞에는 통학생들의 자전거가 즐비했다. 당시 연인원 5만 4000여명이 기차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비 내리는 고모령’의 작곡가 박시춘씨가 이곳에서 형제봉을 바라보며 영감을 얻어 곡을 지었다고 한다. 고모령은 대구 파크호텔 뒤편에서 팔현마을로 진입하는 구간을 말한다. 이 노래의 기념비가 1991년 호텔 진입로에 세워졌다. 고모령에서 2㎞쯤 가면 고모역이 나온다. 최근 그린벨트가 해제됐지만 아직 개발의 기계소리가 들리지 않는 대구속의 시골마을이다. 이 역은 광복의 혼란 속 1949년 불타 새로 지어진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대구 칠성시장이나 번개시장 등지로 농산물을 팔러나가던 동네 주민들이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점차 승객이 줄면서 지난해 10월 일반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으로 추락했다. 박윤환(39)고모역장은 “동대구에서 부산과 마산을 가는 통근열차가 하루 4차례 운행됐으나 하루 1명꼴도 기차를 타지 않아 일반열차의 정차가 폐지됐다.”며 “지금은 군부대 화물을 실은 화물열차만 하루 1∼2차례 들렀다 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승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고모역이 폐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열차사고의 ‘블랙홀’인가 1981년 5월14일. 부산을 출발해 경산역을 통과한 특급열차가 매호건널목(서울기점 335.4㎞)을 지나다 오토바이와 충돌한 뒤 사고처리를 위해 후진하다 뒤따라오던 부산발 대구행 보통급행열차가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승객 50여명이 숨지고 240여명이 크게 다쳤다. 2003년 8월8일. 서울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역을 통과한 직후 서울기점 337㎞지점에서 선로에 정차해 있던 화물열차를 추돌,2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부상했다. 고속철(KTX) 개통 직후인 2004년 5월25일. 부산발 서울행 KTX가 고모역 통과직전에 객차 위쪽 전차선에 낀 이물질 때문에 단전이 일어나 20여분간 완전히 멈춰섰다. 지난 12일 오전 5시15분쯤에는 고모역 대구선 철로위에서 강릉을 출발, 동대구역으로 가던 4513호 무궁화호 임시관광열차 2량이 탈선했다. 탈선된 2개 차량에는 승객 32명이 타고 있었으나 열차가 서행중이어서 사상자는 없었다. 사고는 역으로 들어오려던 동대구∼포항 정기열차를 먼저 통과시키기 위해 관광열차를 대피선로로 보내는 과정에서 선로변환기 작동이 지체돼 발생했다. ●사고 왜 잦은가 사고원인은 ‘인재’가 대부분이다. 1981년 사고는 기관사가 임의로 후진하다 엄청난 사고를 냈다. 2003년 사고도 사고구간에서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열차 2대를 함께 진입시키지 않아야 하는 데도 화물열차 진행중 여객열차를 진입시킨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지난 12일 사고는 열차가 예정시각보다 30분 일찍 고모역에 도착하면서 이날 오전 5시20분 동대구역을 출발, 포항으로 향하는 무궁화 2109호 통근열차와 대구선(단선 선로)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예정에 없던 선로변환 작업이 이뤄지면서 탈선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방치하나 대구 시민들 사이의 유행어 가운데 ‘또 대구냐’ ‘또 고모역이냐’가 있다. 잇따른 대형사고에 대한 불안함을 반영한 것이다. 유상철(48·대구시 수성구 사월동)씨는 “사고가 반복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휘동(53·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는 “고모역 사고가 ‘인재’라는 데는 수긍을 한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철로 선형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즉 고모역에서 경산역까지 6.8㎞구간의 철로 선형이 S자여서 기관사가 열차를 운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것이다. ●대책은 없나 철도공사측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이재철(56)철도공사 기관사선임지도팀장은 “고모역에서 경산역까지 철로의 곡선반경은 600m정도”라며 “이는 경부선 새마을열차가 시속 최고 110㎞까지 달릴 수 있는 구간이며 곡선 반경이 400m인 지점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크게 경사가 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KTX운행에 대비해 지난 2003년 경사도를 많이 줄이는 선형 개량공사를 했다.”며 “고모역 주변에서 사고가 많이 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고모역에 가면 어머니의 눈물이 보인다’로 시작하는 이 시처럼 고모역 직원들은 고모역이 더 이상 사고역이 아니라 어머니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외국인 투자환경 한국이 中보다 낫다”

    한국이 외국인 직접투자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보다 투자환경이 낫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건비 등 생산비용과 시장규모에서는 뒤지지만 경영 및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는 중국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코트라(KOTRA)의 외국인투자유치 전담조직인 인베스트코리아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중부권(충남, 충북, 대전) 및 영남권(경남, 경북, 부산, 대구)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의 인력 및 노무, 금융, 조세, 물류, 산업입지 및 공공요금, 지적재산권, 기술 및 R&D 등 7개 경영환경 항목과 교육, 교통, 의료, 주거, 비자 및 출입국, 통신 등 6개의 생활환경 항목을 비교 조사한 결과 한국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인력환경에서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1%로 세계적 수준인 반면, 중국의 대학 진학률은 5% 수준에 그쳤다.중간 관리자의 국제 경험도에서도 한국은 18위를 차지한 반면 중국은 59위에 그쳤다. 금융환경에서 중국은 비현금 거래시 대금회수 지연 및 불능 문제가 심각하며 온라인 전산망 등 금융 인프라도 미비한 수준이이지만 한국은 현금결제 비중이 확산되고 있고 인터넷 뱅킹, 폰뱅킹 등 금융인프라가 뛰어났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문화마당] 모바일이 문화를 죽이다/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

    작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송년 모임에서 한 대중음악평론가가 말한 재미있지만 씁쓸했던 일화를 전할까 한다. 그는 모 일간지가 의뢰한 2005년 최고의 가수 부문에 ‘멜론’과 ‘도시락’을 적었다고 한다. 좋은 뮤지션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항명 차원에서 한 말이지만, 음원시장을 장악한 ‘멜론’과 ‘도시락’의 파워를 생각하면 그냥 웃고 넘어갈 만한 농담은 아닌 것 같다. 동시대 유행음악을 모바일로 듣는 젊은 세대들에게 ‘멜론’과 ‘도시락’은 가상의 주크박스이자 친근한 사이버 가수일 법도 하다. 아시겠지만 ‘멜론’과 ‘도시락’은 한국 이동통신 시장의 양대 산맥인 SK 텔레콤과 KTF의 음원 서비스 브랜드이다. 이동통신사들간 치열한 상품 경쟁에서 음원 서비스는 특히 젊은 회원들에게 중요한 마케팅 분야가 되고 있다. 각 이동통신사마다 음원콘텐츠를 독점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 전쟁을 가동했고, 이 과정에서 ‘멜론’과 ‘도시락’이 탄생한 것이다.SK 텔레콤은 음원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대표적인 음반사인 서울음반을 인수하기에 이르렀고,LG 텔레콤은 음원 저작권 확보를 위해 100억원의 사전 인세를 지불하기도 했다. 방송·통신 융합형 멀티미디어 방송(DMB)이 본격화되는 올해부터 이동통신사의 문화콘텐츠 서비스 전쟁은 대중문화 소비시장의 지각 변동을 몰고 올 것이다. 현재 모바일 기술은 모든 매체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멀티미디어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모바일을 통해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그 대가로 지출되는 비용도 늘어나게 되었다.2004년 이동통신 3사가 벌어들인 매출액은 대략 18조 7000억원 정도이며, 순이익 3조원이 넘는다.2005년에는 대략 24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복된 회원가입자들을 제외하면 모바일 가입자들이 한달 평균 6만여원의 요금을 지불하고, 이중 18세 이하 청소년들도 월 용돈의 70%에 해당되는 3만∼4만원의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텔레비전 시청료의 20배, 신문구독료의 4배에 해당된다. 모바일 음원서비스 시장은 6000억원 규모로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4배를 넘어섰고, 게임 서비스도 3000억원에 육박하며, 심지어 모바일을 통한 누드 서비스로 작년 6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외 각종 정보콘텐츠 서비스를 합치면 모바일 문화콘텐츠는 이제 가입 회원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 상품이 아니라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핵심 상품이 되었다. 모바일이 모든 문화매체의 기능을 흡수하면서 소비자들이 문화를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지만, 이로 인해 대중문화산업 전체가 모바일 시장 안으로 흡수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바일의 다양한 음원서비스가 침체된 음악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낮은 수익 배분으로 인해 음원시장의 성장이 곧바로 음악시장의 부활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가수와 음반은 사라지고 모바일에 필요한 음원만 남는 시대도 올지도 모른다. 이동통신업계에 지나친 종속은 오히려 음악산업의 총체적 파산을 몰고올 것이라는 경고도 일리있다. 음악시장에 비해서는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영화나 게임 방송 시장 역시 모든 문화콘텐츠를 빨아들이는 모바일 블랙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모바일에 빠져 있는 청년 세대들의 일상은 학교수업, 인간관계, 문화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몰고왔다. 하루종일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게임하고, 사진찍고, 만지작거리는 반복적인 행동들은 문화 활동의 다양한 경로를 차단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압도적인 모바일 사용료 때문에 영화를 보고, 음반을 구매하는 문화생활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시절 용돈을 모아 동네 음반가게에서 LP판을 구하며 감격해하던 시절을 떠올린다면 너무 순진한 향수주의에 빠진 것일까? 모바일이 의사소통을 편리하게 만들고, 문화를 다양하게 즐기는 환경도 제공해주었지만, 과연 진정한 문화적 만족이 이루어지는지는 미지수이다. 모바일이 문화를 죽이는 세상이 오는 끔찍한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2006 지구촌 이슈] (1) 에너지전쟁

    [2006 지구촌 이슈] (1) 에너지전쟁

    2006년 지구촌은 새해 벽두부터 선거 열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와 중동에서 연초부터 총선과 대선이 잇따라 실시되고 11월에는 미국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중남미 선거는 반미연대 확대라는 면에서 주목된다. 그런가 하면 자유무역 확대와 에너지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와 가속화되는 이라크 철군, 도하개발어젠다 향배 등 새해를 달굴 이슈들을 점검해 본다. ‘이념 전쟁→자원 전쟁.’ 올들어 40% 이상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자원 전쟁은 지구촌의 일상이 됐다. 내년에도 유가가 큰폭으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세계 각국의 자원 확보 전쟁은 더욱 불꽃튀길 전망이다. ●美 OPEC 길들이기 잘될까 9·11테러 이후 금이 가기 시작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과의 관계는 미 의회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무력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OPEC 앞에 미 대통령의 말은 더이상 먹혀들지 않게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 사우디 실권자인 압둘라 왕세자를 초청해 회담한 뒤에도 유가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겨울을 앞두고 각국이 “OPEC은 산유량을 늘려야 한다.”고 아우성을 칠 때도 사우디아라비아는 “허리케인으로 미국의 정유 시설이 부족해 유가가 올랐다.”면서 “산유량은 충분하다.”고 강변했다. 이렇게 되자 미국 민주당의 프랭크 로텐버그(뉴저지) 상원의원은 지난 12일 백악관에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OPEC을 무력화시키라.”고 주문했다.OPEC의 산유쿼터가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남미의 안방 자원 단속 베네수엘라·브라질·볼리비아 등 남미의 자원 부국들은 공공연히 ‘반미’를 외치며 ‘중남미 에너지 공동체’ 건설에 나서고 있다.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는 지난 19일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볼리비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 국유화를 추진하겠다는 소신을 명확히 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브라질과 합작 정유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차베스는 중남미를 종단하는 대규모 천연가스관 설치도 브라질과 함께 추진 중이다. ●에너지 블랙홀, 국제협력 강화 중국과 인도 정부는 캐나다가 갖고 있던 시리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자산을 인수하면서 에너지 확보를 위해 국제 공조에 나서고 있다. 양국 모두 빠른 경제 성장으로 자원 부족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로 인한 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구호로 당선된 이란의 강경파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는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송유관 건설에 개입했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송유관은 2007년 가동될 예정이다. 일본은 미국의 반대에도 지난해 이란과 아자데간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반미주의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이 거세질수록 석유를 더욱더 강력한 무기로 사용할 태세다. 일본과 이란의 공조처럼 자원 전쟁에는 아군도, 적군도 없다. 중국과 인도의 자원 공조도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올해 최고의 과학 연구 ‘진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으로 더욱 유명해진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올해 최고 과학적 연구업적으로 ‘진화론 연구의 진척’을 선정했다. 사이언스 편집진은 22일(현지시간) “올해 발표된 여러 연구성과들이 진화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이는 생물학 전 분야가 진화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진은 특히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 4%의 DNA 차이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침팬지의 게놈 서열 해독과 유럽의 조명충 나방이 두 종으로 분화하는 현상 등에 관한 연구가 가장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 10대 연구는 아래와 같다. 연합뉴스 #2 행성 대탐험 달을 비롯해 수성과 금성, 화성, 토성 등 태양계 행성들과 혜성, 소행성은 물론 태양계 외곽까지 유례없이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3 식물 연구 개화(開花)현상 등 식물의 수수께끼를 밝혀주는 주요 분자 연구들. #4 중성자별 특성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일어난 강력한 복사파가 감마선 폭발의 결과이며 두 개의 중성자별, 또는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급속한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 #5 두뇌 회로와 질병 정신분열증과 난독증 등 질병이 자궁내 태아 발육과정에서 일어난 두뇌 신경회로의 이상 때문이라는 연구 발표. #6 지구의 탄생 지구의 암석과 태양계 초기 물질과 유사한 운석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원자가 매우 다르다는 사실 밝혀냄. #7 핵심 단백질 역할 규명 신경과 근육기능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상세한 분자구조 규명. #8 기후변화 원인 인간의 활동과 지구 온난화의 상관관계를 밝혀주는 연구결과들 속속 발표. #9 세포의 신호 연구 세포들이 화학물질과 주변 환경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극적 이미지 포착. #10 국제핵융합실험로 세계 최초의 핵융합원자로인 국제핵융합실험로 건립지로 프랑스 결정.
  • 직무중심 개편 전문성 살려 4급이하도 전부 폐지 마땅

    공직시스템은 물을 담는 그릇과 같다. 그릇에 따라 물이 모이거나 흘러내리게 된다.공직시스템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거나 혹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지식정보사회에 살고 있으며 공직사회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변혁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공직구조는 계급이 전제군주시대의 신분제로 통용되고 있으며, 개인적 역량과 실적에 따른 합리적인 평가보다 승진·표창·상여금 등이 상하로 안배되고 있다. 과거 개발시대에 각광받던 계급제는 이제 공직사회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직구조도 시대에 걸맞게 계급중심에서 직무중심으로 변혁되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공산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지난 1993년에 직위분류제를 도입했으며, 일본도 이미 보수등급제로 변혁을 하였다. 중앙인사위원회에서는 내년부터 1∼3급에 대해 계급을 폐지하고 고위공무원단으로 통합관리하겠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나머지 4급 이하에 계급제가 유지되어야 할 당위성은 없다. 계급제란 수직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팀제, 목표관리제(MBO), 성과상여금제 등은 수평적 시스템이다. 톱니바퀴의 이빨이 맞지 않으면 마찰과 소음만 난다.3급 팀장 밑에 2급 팀원이 일한다면 팀장도 팀원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이왕에 계급제를 폐지할 바에는 4급이하도 전부 폐지하는 것이 옳다. 어정쩡하게 계급단계 축소와 같은 변형적인 공직구조는 블랙홀(black hole)을 만드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 ‘공무원 계급 개편’ 지상논쟁

    ‘공무원 계급 개편’ 지상논쟁

    공직사회에서 계급제 개편 논의가 뜨겁다.“공무원 계급 전면개편”(서울신문 12월1일자 1면 보도)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공직사회 안팎에서 논의가 가열된 것이다. 하지만 중앙인사위원회는 기사화 이후 “7∼9급의 계급을 단일계급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추진한 바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당시 기사에서 밝힌 “중앙인사위 관계자의 의견은 사적인 견해이며,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앙인사위의 이 같은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논쟁은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계급제 개편 신중해야 한다는 중앙인사위와 계급제 폐지 서둘러야 한다고 맞서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주장을 들어봤다. ■ 신중론-공직사회 뿌리째 흔들 우려 고위공무원단제 정착부터 최근 25년간 지속돼 온 공무원 계급체계의 전면개편을 추진한다는 신문보도로 공무원 사회가 술렁대고 있다. 보도의 요지는 고위공무원단이 내년부터 도입돼 1∼3급이 폐지되면 7∼9급의 계급도 단일 계급으로 묶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오랜 기간 계급제의 토대 위에 있는 우리 공무원 사회는 고위직, 하위직 할 것 없이 일순간에 거대한 계급파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중앙인사위원회에서는 7∼9급을 묶는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 더욱이 인사체계의 개편은 칼로 무 자르듯 쾌도난마식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신분적 계급을 대체할 직무값을 매기기 위해서는 모든 직무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고 채용제도나 연금 및 보수체계 등의 전면수술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계급제를 근간으로 한 우리나라 공무원 제도의 개선 노력은 필요하다. 사실 공무원제도를 계급제와 직위분류제 중 어떤 것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각국 인사행정의 오랜 과제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각각의 제도가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감안하여 적합한 장치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급제에서 직무등급제로의 급격한 변화는 자칫 국가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공무원 제도를 뿌리째 뒤흔들 우려가 크다. 중앙인사위는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조속히 정착시킴과 아울러 직무와 성과중심의 인사제도 확대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 폐지론-직무중심 개편 전문성 살려 4급이하도 전부 폐지 마땅 공직시스템은 물을 담는 그릇과 같다. 그릇에 따라 물이 모이거나 흘러내리게 된다. 공직시스템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거나 혹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지식정보사회에 살고 있으며 공직사회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변혁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공직구조는 계급이 전제군주시대의 신분제로 통용되고 있으며, 개인적 역량과 실적에 따른 합리적인 평가보다 승진·표창·상여금 등이 상하로 안배되고 있다. 과거 개발시대에 각광받던 계급제는 이제 공직사회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직구조도 시대에 걸맞게 계급중심에서 직무중심으로 변혁되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공산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지난 1993년에 직위분류제를 도입했으며, 일본도 이미 보수등급제로 변혁을 하였다. 중앙인사위원회에서는 내년부터 1∼3급에 대해 계급을 폐지하고 고위공무원단으로 통합관리하겠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나머지 4급 이하에 계급제가 유지되어야 할 당위성은 없다. 계급제란 수직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팀제, 목표관리제(MBO), 성과상여금제 등은 수평적 시스템이다. 톱니바퀴의 이빨이 맞지 않으면 마찰과 소음만 난다.3급 팀장 밑에 2급 팀원이 일한다면 팀장도 팀원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이왕에 계급제를 폐지할 바에는 4급이하도 전부 폐지하는 것이 옳다. 어정쩡하게 계급단계 축소와 같은 변형적인 공직구조는 블랙홀(black hole)을 만드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 [KCC 프로농구] KCC, 오리온스 잡고 4위

    90년대 중반 이후 ‘컴퓨터가드’ 이상민(33·KCC)이 강동희(39·동부 코치)와 펼친 신·구 포인트가드 대결은 오빠부대를 농구 코트로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세월이 흘러 강동희는 은퇴했고, 고참 대열에 들어선 이상민에겐 새로운 카운터파트 김승현(27·오리온스)이 등장했다. 실력과 인기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이상민(11점 4어시스트)과 김승현(14점 7어시스트)이 24일 시즌 두번째 격돌을 벌였다. 기록상으로는 김승현이 조금 앞섰지만, 종료 버저가 울렸을 때 웃은 쪽은 이상민이었다. 이상민은 노련한 패스워크로 수비를 변화무쌍하게 교란시켰고, 꼭 필요한 순간엔 3점포를 작렬시켰다. 이상민으로선 지난달 23일 단 1점에 그치며 89-98로 패했던 설욕을 한 셈. 이상민의 조율 아래 추승균(24점·3점슛 4개)-찰스 민렌드(32점·3점슛 4개·10리바운드) ‘쌍포’가 불을 뿜은 KCC가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오리온스를 89-71로 꺾었다. 이로써 KCC는 7승6패로 KT&G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라섰다.전반은 탐색전.KCC가 정교한 세트오펜스를 앞세워 달아나려 하면, 오리온스가 ‘광속’ 속공으로 따라붙기를 반복하며 41-39,KCC의 박빙리드로 2쿼터를 마쳤다. 3쿼터에서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오리온스. 아이라 클라크(28점)가 미들슛과 골밑슛으로 거푸 림을 갈라 47-41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종료 5분 전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오리온스의 공을 가로챈 이상민이 속공 찬스에서 던진 3점포가 그대로 림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뒤이어 이상민의 패스를 받은 추승균이 미들슛을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고, 민렌드의 3점포가 터지며 54-51로 경기를 뒤집었다. KCC는 4쿼터 시작 4분여 동안 오리온스를 단 3점으로 묶은 반면,3점포 4방을 포함해 연속 14득점을 올리며 77-60까지 달아났다. 오리온스 벤치는 KCC의 외곽포를 잡기 위해 지역수비로 전환했지만, 이상민은 페인트존으로 송곳패스를 찔러줘 수비를 허물어뜨렸다.87-67로 앞선 종료 3분 전 이상민이 5반칙으로 퇴장당했지만, 승부가 뒤집히기엔 KCC가 너무 멀리 달아나버렸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로브 없는 부시 ‘삼면초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사진 오른쪽) 백악관 부비서실장 겸 정치고문이 이른바 ‘리크 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면서 그가 사임한 이후 백악관과 정치권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관측이 무성하다. 로브 부실장은 그동안 네 차례 대배심에 출두,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이름을 누가 언론에 흘렸는지에 대한 증언을 했으며,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 역시 증언을 마친 상태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은 16일(현지시간) 로브 부실장과 리비 실장이 기소될 경우 즉각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로브 부실장의 경우 지난 25년 동안 두 번의 텍사스 주지사 선거와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부시 대통령을 보좌해온 인물이어서 과연 부시 대통령이 ‘로브 없는 백악관’에 적응해낼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정가에서는 로브가 백악관을 떠나면 부시 대통령에게 적어도 세 가지 문제점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부시 대통령과 미 보수층의 연계 고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을 대법관으로 지명한 뒤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한 보수층의 반발이 이 정도에 그친 것도 로브의 역할 덕분으로 평가하고 있다. 둘째, 내년 중간선거 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공화당은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지난 8∼10일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48%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것이 낫다고 답변,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해야 한다는 답(39%)을 훨씬 앞섰다.이 상태로 가면 내년 선거로 여소야대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나 로브는 15일로 예정됐던 제리 킬고어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 지원 연설을 취소하는 등 이미 정치 행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셋째,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부시 대통령이 마음 놓고 대화하거나 일을 맡길 사람이 없어졌다는 점이다.이라크전 장기화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늑장 대응,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 이후의 혼란스러운 대처 등은 모두 로브의 장악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공화당 일각의 진단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현재 로브 부실장은 정무뿐만 아니라 각종 정책 분야의 우선 순위 조정까지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로브 부실장이 떠나면 백악관이 ‘블랙홀’ 상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있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로브가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기소되더라도 사임 대신 장기 휴가를 갔다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dawn@seoul.co.kr
  • ‘고금리戰’ 외국계 짭짤

    ‘고금리戰’ 외국계 짭짤

    ‘특판 정기예금에 몰렸던 돈이 어디로 갔을까?’ 지난달 초 외국계 은행이 연 4.5% 안팎의 특판예금을 내놓은 이후 국내 은행들이 줄줄이 가세하면서 특판예금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지난 11일 콜금리 인상에 따라 특판예금과 일반예금의 금리차가 좁혀지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특판 판매를 중지,‘특판 전쟁’은 일단락됐다. ‘특판 정기예금에 몰렸던 돈이 어디로 갔을까?’ 지난달 초 외국계 은행이 연 4.5% 안팎의 특판예금을 내놓은 이후 국내 은행들이 줄줄이 가세하면서 특판예금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지난 11일 콜금리 인상에 따라 특판예금과 일반예금의 금리차가 좁혀지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특판 판매를 중지,‘특판 전쟁’은 일단락됐다. 11일 현재 국민, 우리, 조흥, 신한, 하나, 외환,SC제일 등 7개 시중은행의 특판 정기예금 판매액은 8조 2997억원. 이 상품의 만기가 대부분 1년 이상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판예금은 정기예금에 포함된다. 따라서 당연히 정기예금 잔액도 특판예금 증가액만큼 늘어나야 하지만 7개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8월 말에 비해 4조원 느는 데 그쳤다. ●특판 팔았는데 정기예금 잔액은 오히려 줄기도 국민은행의 특판 판매액은 무려 2조 6753억원이었지만 8월 말 대비 정기예금 증가액은 7155억원에 불과했다. 특판으로 1조 4756억원을 유치한 우리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액도 7243억원에 그쳤다.5000억원의 특판예금을 한정 판매한 외환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770억원이나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특판예금이 신규 자금을 끌어들였다기보다는 만기가 돌아온 기존 정기예금을 다시 유치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특판 판매액 중 신규로 들어온 돈은 2374억원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잔액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뭇 다른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이번 특판은 개인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만큼 기업의 정기예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외국계 은행은 새로운 고객 확보가 목적이었지만 토종 은행은 고객 지키기가 목적이었다.”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크게 늘지 않거나 줄어든 것은 고객의 ‘로열티’가 그만큼 낮은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만 재미봤다? 수치상으로 보면 특판예금으로 가장 짭짤한 재미를 본 은행은 SC제일은행이다. 맨 먼저 ‘특판경쟁’에 불을 지른 SC제일은행은 특판으로 1조 1888억원을 모았고, 정기예금 잔액도 1조 6259억원이나 됐다. 공격적인 특판 판매로 신규 고객과 신규 자금을 많이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역시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옛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전산통합 작업 지연으로 정확한 정기예금잔액과 신규 유치액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특판예금에 몰린 1조원의 대부분을 신규자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 부담을 무릅쓰고 특판에 나선 셈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얼어붙고, 중소기업대출도 여의치 않아 고금리로 어렵게 잡아놓은 예금을 길게 운영할 곳이 없다는 데 있다.”면서 “역마진을 보면서까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투신권의 MMF(머니마켓펀드)에 자금을 운영하려는 조짐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예금금리 싸움 2라운드로 콜금리 인상에 따라 특판예금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은행들은 다양한 형태의 정기예금으로 또다른 금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에는 특판예금 당시 뒤늦게 따라붙었던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먼저 치고 나오는 양상이다. 정기예금 잔액이 점점 줄고 있는 외환은행은 12일 연 5.0%의 금리가 적용되는 정기예금에다 코스피200지수에 연동, 최고 연 1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복합예금을 내놓았다. 특판 결정을 놓고 심사숙고했던 국민은행은 콜금리가 인상되자 가장 먼저 일반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0.45%까지 높였다. 고금리 경쟁이 일반 정기예금으로 옮겨가면서 은행들은 가중되는 수신금리 부담을 대출금리로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예금보다 부채가 많은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일요영화]

    ●에어포트(EBS 오후 1시50분)재난 영화의 원조격이다. 이후 ‘포세이돈어드벤처’(1972),‘대지진’(1974),‘타워링’(1974) 등이 줄을 이었다. 아서 헤일리의 베스트셀러를 영상으로 옮겼다. 재난 영화로 분류되지만 커다란 폭발이나 충돌, 추락 등 충격적인 장면이 없다. 그러나 죽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 폭탄이 든 가방을 들고 비행기에 탄다는 설정과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벗어난다는 점이 충분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버트 랭카스터, 딘 마틴, 진 세버그(‘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 등 지금은 고인이 된 추억의 스타들을 볼 수 있다. 재클린 비셋의 얼굴도 반갑다. 특히 비행기 정비공으로 나오는 조지 케네디는 세 차례나 만들어진 후속편에 모두 등장한다. 공항 관리체계를 농락하며 유유히 비행기에 무임승차하는 할머니 역의 헬렌 헤이어스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는 링컨국제공항의 매니저 멜 베이커스펠드(버트 랭카스터)는 비행기 이·착륙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설에 동분서주한다. 한편 비행기 조종사 버논(딘 마틴 분)은 악천후를 뚫고 이륙을 시도한다. 그의 비행기에는 무임승차를 밥 먹듯 하는 에이다(헬렌 헤이어스)와 비행기를 폭파시켜 아내에게 거액의 보험금을 안겨주려는 실직자 게레로(반 헤프린)가 타고 있는데….1970년 작.137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랑의 블랙홀(KBS1 밤 12시) 세상에 냉소적이던 남자가 하루하루 반복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으며 삶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는 로맨틱 코미디. 코믹 연기의 달인 빌 머레이의 매력이 한층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연출자가 더 주목된다. 해럴드 래미스 감독은 ‘고스트버스터즈’(1984)에서 머레이와 함께 유령을 잡아들이던 이곤 박사, 바로 그 사람이다. 배우뿐 아니라, 작가·제작자·감독으로 다양한 재주를 보이고 있다.‘멀티플리시티’(1996),‘애널라이즈 디스’(1999),‘일곱가지의 유혹’(2000) 등이 그의 연출작. 이 영화에도 잠깐 등장하니 한 번 찾아 볼 것. 자기중심적이고 매사에 시니컬한 TV 기상통보관 필(빌 머레이)은 성촉절(경칩) 취재차 PD 리타(앤디 맥도웰) 등과 펜실베이니아 펑추니아 마을로 간다. 서둘러 형식적인 취재를 마치고 마을을 떠나려 하지만, 갑작스러운 폭설로 발이 묶인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필은 성촉절 전설처럼 ‘어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한다. 처음에는 재미있어하며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필.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가도 ‘내일’이 오지 않고 계속 같은 날만 반복되자 절망한 나머지 자살을 기도하는데….1993년작.101분.
  • ‘439조 부동자금’ 대이동 시작됐다

    ‘439조 부동자금’ 대이동 시작됐다

    439조원대에 이르는 단기 부동자금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 주변에서 눈치를 보며 맴돌던 뭉칫돈이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1년 이상의 특판 정기예금에 몰리는가 하면, 각종 펀드에 편입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그동안 부동자금은 요구불예금 및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단기 수익증권인 머니마켓펀드(MMF) 등 필요할때 꺼내 쓸 수 있는 상품에 대기하고 있다가 여차하면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들 태세였다. 이로 인해 생산 현장으로 투입되지 못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나 ‘8·31 부동산대책’의 효과로 자금이 은행권과 주식시장 쪽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면,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생산 및 투자 증대로 이어지는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특판예금, 시중자금의 ‘블랙홀’ 외국계 은행이 불을 지른 특판예금 경쟁에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26일부터 연 4.5% 금리를 내걸고 가세하면서 표류하던 시중자금이 대거 은행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날 특판예금으로 오후 4시 현재 2500억원을 끌어들였다. 이 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특판 결정으로 오늘은 큰 실적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미리 특판 정보를 입수한 부유층 고객들로부터 뭉칫돈이 들어 왔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특판에 들어간 우리은행에도 이틀간의 영업일 만에 3854억원이 몰렸다. 지난 21일부터 3000억원 한도로 특판된 신한은행의 연 4.5% 정기예금은 사흘 만에 매진됐다.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으로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가입할 수 없는 하나은행의 특판예금에도 4일 동안 1조 290억원이 몰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12일 SC제일은행이 고금리 정기예금을 처음 내놓은 이후 지금까지 특판이나 채권, 복합예금,MMDA 등에 5조원 이상이 들어온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큰 손’ 주식에 손대기 시작 갑부들의 자산을 운용해 주는 시중은행의 프리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오직 부동산에만 매달리던 ‘큰 손’들이 8·31대책 이후 주식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전길구 PB팀장도 “주식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고령층 고객들도 인덱스펀드나 주가지수연계증권 등에 관심을 갖는다.”면서 “아직 부동산 매각자금까지 증시나 정기예금으로 흘러들어간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부동산을 내놓은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16조 411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7조 8590억원이 증가했다. 이달에만 3주 만에 1조 3560억원이 불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토요영화] 사별한 연인과 단 하루 만난다면

    ●이프 온리(KBS2 오후 11시5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시리즈를 통해 스크림 퀸에 등극했던 제니퍼 러브 휴잇이 애절하고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에 도전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이 단 하루 남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영화는 이런 가정(If only)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특정한 하루가 마술처럼 반복된다는 소재는 빌 머리와 앤디 맥다월 주연의 히트작 ‘사랑의 블랙홀’(1992)을 떠올리게 한다. 2002년 음악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제니퍼 러브 휴잇은 이 영화에서 가수 지망생으로 나와 사운드트랙에 참가하기도 했다. 국내 개봉 당시 잔잔한 입소문으로 100만 이상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안(폴 니컬스)은 일에 미쳐 사는 남자. 여자친구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를 가슴 깊이 사랑하지만 그 표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사만다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죽게 되고 이튿날부터 이안에게는 사만다와 함께한 마지막 날이 반복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이안은 사만다의 운명을 되돌리려 동분서주하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데….2004년작.91분.
  • [씨줄날줄] 석유전쟁/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중국은 지난주 자국 기업들에 석유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이번 비상조치는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석유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광둥을 중심으로 남부지역에서 시작된 석유 부족 현상은 상하이 등 동부 대도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상하이의 푸둥을 비롯한 시내 주유소에는 ‘석유 없음’이란 간판이 내걸려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직격탄을 맞은 남부 유전시설이 대부분 파괴되자 주유소들은 문을 닫고 소비자들은 패닉(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석유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최근 “우리도 석유수입국”이라고 선언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석유위기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중국이 있다.13억 인구의 고도성장은 중국을 ‘석유의 블랙홀’로 만들었다. 세계 곳곳의 유전들을 싹쓸이하면서 석유패권을 지키려는 미국과 부딪치고 있다. 인도와 카자흐스탄의 유전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인 데 이어 핵개발 문제가 불거진 이란과 에너지 도입 계약을 체결해 미국을 자극했다. 또 제2의 석유 매장고로 통하는 시베리아와 카스피해 연안 등지의 원유를 얻기 위해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지난달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전개된 대규모 중·러 합동군사훈련은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에는 미국 9위의 정유회사인 우노칼을 인수하려다 미국정부의 견제로 좌절되기도 했다. 석유는 현대 인류문명에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이것 없이는 단 하루도 연명할 수 없다. 문제는 이것이 고갈될 운명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부존량은 일정한데 사용량은 매년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는 있으나 경제성 면에서 보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석유확보 경쟁이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는 적지 않다. 러시아와 체첸 사이의 분쟁이 그토록 치열한 것은 카스피해의 석유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도 석유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석유전쟁의 다음 목표물은 어디가 될까.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교육이 미래다(EBS 오후 11시40분)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주말농장 바람과 토요휴무제 시작으로 자연체험교실과 생태교실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머리만 크는 아이가 아니라 정서를 담는 마음도 함께 크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연체험 보다 생태와 자연이 실질적인 ‘교육’과 어우러져야 효과적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글로벌 코리안(YTN 오후 1시25분) 도쿄 소고백화점의 김치 매장은 비싼 김치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일본에서 소비되는 김치의 10% 정도가 한국김치로, 공급되는 양은 적지만 최저 열흘 이상 발효해서 만들어 미용과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무치’에 길들여진 일본인들도 한국김치에 열광하고 있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MBC 오후 9시55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근영이 내민 ‘이별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을 안 재민은 기가 막혀 한다. 재민은 근영을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계약을 파기하려 하지만 근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스튜디오에서 재민과 말다툼을 벌이던 근영은 카메라 렌즈를 깨뜨리게 되고…. ●유쾌한 두뇌검색(SBS 오후 7시5분) 이경규 정미선 김진 김영철 김기수 사강 랙키가 태국 푸껫에서 아이큐 왕을 뽑는 유쾌한 퀴즈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출연자들과 맞닥뜨린 호랑이, 코로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 엽기적인 코끼리 축구, 시원한 수영장에서 펼치는 두뇌게임,50m 번지점프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TV소설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정님은 영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의 일들을 모두 털어놓지만, 영실은 정님이 어떤 말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정님은 그런 영실에게 서로가 친자매라는 사실을 어렵게 고백하려고 하지만 영실은 “아무말도 듣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라.”고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른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미르와 가온은 아라가 완전한 암흑전사가 되기 전에 마법전사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아라의 기억이 저장된 마법볼을 마법 브로치에 넣기로 한다. 아라가 미르와 가온을 잡기 위해 설치해 놓은 블랙홀에 일부러 빠진 미르와 가온, 마패는 음침한 공간에서 아라와 맞닥뜨리는데….
  • 與 대연정 몰이 ‘野~好~’가 없다

    與 대연정 몰이 ‘野~好~’가 없다

    대연정을 향한 여권의 대대적인 바람몰이가 바야흐로 시작됐지만 당 안팎의 5대 걸림돌이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당내 연정 논의기구인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추진단’ 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의 임채정 원장 등은 1일 한나라당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을 방문해 연정에 대한 토론회 개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무시 전략’ 한나라당은 시종 “연정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보다는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 챙기기가 우선”이라고 반응한다. 대연정을 ‘재집권을 위한 여권의 꼼수’ 내지는 ‘노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한 발판’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얼마전 “국민의 고단한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하는 정치라면 존재 의미가 없다.”면서 “정치인만의 정치, 정치권력을 갖고 투쟁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국민이 심판하는 시대가 왔다.”며 노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여당내 ‘노골적’ 반발 여당 내 시각도 극과 극이다. 소장파 일부 의원들의 반발은 의외로 강하다.“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지 않으냐.”는 언급도 나온다. 향후 ‘반기’를 들고 나설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다. 소장파 일부는 지난 주말 소규모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하는 등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침이슬´ 소속인 우원식 의원은 31일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려면 무엇하러 정권교체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고, 당 386의 대표격인 송영길 의원도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정공법이냐의 의문이 강하게 든다.”며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미묘한’ 호남 민심 대연정에 반대해온 열린우리당 신중식 의원은 급기야 “여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다른 둥지에서 새 정치를 모색하겠다.”며 사실상 탈당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지도부가 계속 ‘예스 맨’으로 있고 변화조짐이 없다면 8월 말까지 논의결과를 지켜본 뒤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전남 고흥·보성이 지역구인 신 의원의 행동은 호남, 특히 전남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내 일반적 반발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비쳐진다. ●노사모도 논란 속으로 노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지원 세력이었던 노사모마저 논란에 휩싸인 점은, 연정이 탄력성을 갖기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각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한나라당과의 연정 제안에 대한 논의가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차라리 열린우리당을 해산하라.’는 주문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자.’는 제안까지, 지금까지 어떤 현안보다 찬반 주장이 갈린다. ●블랙홀,X파일 여권이 당내 반발이나 야당의 무관심, 호남 민심 등을 다독여 대연정 논의를 이끌어 간다 해도 이른바 ‘X파일’까지 돌파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설령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 해도,X파일은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국민적 거부감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끼리의 야합으로 비쳐질 수 있는 연정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12일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를 소집, 당내 의견수렴에 나선다. 전광삼 이지운기자 hisam@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연중기획 교육이 미래다(EBS 오후 11시40분) 내 아이가 부자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부자가 되라고 가르치기 전에 정직하게 돈을 벌고,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 줄 알도록 가르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가인 김정훈 교수의 사례를 통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제교육에 대해 알아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후 1시25분) 캐나다 한인 유학생이 코카인을 통조림 속에 숨겨 들여오다 긴급구속됐다. 이 유학생은 통조림은 물론 코카인 운반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최근 국제 마약조직이 마약 운반을 위해 일반인을 이용하는 사례가 자주 있어 이 유학생도 피해자일 수 있다.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시장실에서 와장창 소리가 나자 용빈은 문틈으로 시장실을 훔쳐본다. 철호는 시장실 기물을 때려 부수면서 홍섭 때문에 박 의원이 자기까지 의심한다며 앞으로는 봐주는 일이 없을 거라 한다. 이에 홍섭이 계속 철호를 자극시키자 철호는 너 하나쯤 밟아버리는 건 문제도 아니라고 말하고….   ●유쾌한 두뇌검색(SBS 오후 7시5분) 신비한 동물의 비밀을 두뇌검색에서 벗긴다. 정글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가 왕일 수밖에 없는 놀라운 비밀은 혀에 있다고 한다. 혀의 비밀을 살펴본다. 또 대한민국 최고의 재주꾼으로 통하는 달이가 스튜디오에 등장해 놀라운 재주를 선보이고, 귀여운 강아지들도 총 출동한다.   ●피플 세상 속으로(KBS1 오후 7시30분) 전국 팔도를 무대 삼아 자신의 노래를 알리는 박상원씨.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이건만 무거운 테이프 보따리에 음향기기를 메고 장사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한시도 몸을 쉴 수 없는 장돌뱅이로 살며 보낸 세월, 힘들 때도 많았지만 가수의 꿈만은 버리지 않았다. 장돌뱅이 박상원씨의 인생을 엿본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미르와 가온에게 텔레파시를 보낼 수 없는 아라는 ‘피터팬’동화책의 웬디 대신 뱃머리에 묶이게 된다. 아라를 찾아 나선 미르네 가족은 채석장에서 암흑전사들을 만나지만, 해가 저물며 암흑세계로 가는 블랙홀이 열리고 아라는 동화책 안에 갇힌 채 암흑세계로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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