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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의 진보도 보수도 다 싫다…좌우 없는 ‘해법의 정치’ 하겠다 [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지금의 진보도 보수도 다 싫다…좌우 없는 ‘해법의 정치’ 하겠다 [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조정훈(51) 시대전환 대표는 한국 정치판의 희귀종이다. 좌 아니면 우, 양극단의 선택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국회는 좌도 우도 아닌 초선 의원이 버티기에는 말할 수 없이 척박한 토양이다. 중도 구역에 발을 붙인 그는 지금 정치적 실험 아니 모험을 하는 중이다.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이 되면서 자신이 쟁점 법안에 결정적 열쇠를 쥐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려 해도 그의 한 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보수, 진보 따지지 않고 “외롭더라도” 상식의 잣대로만 정치를 하겠다는 그를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여도 야도 아닌 제3지대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행보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린다. “묻어가면 편하다는 것을 잘 안다. 좀 살살 (비판)해 달라, 우리 쪽으로 오라는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다음 총선에서 함께하자는 연락도 해 온다. 특히 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많다. 솔직히 답한다. 민주당에는 지금 민주주의가 없다고.” 정치인으로서 그의 태생적 뿌리는 민주당에 두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됐다. 총선 이후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과 합당했다. 당시 그는 민주당 합류 대신 시대전환을 택했다. “이재명 체제 후 민주당 정치 멈춰”‘태생적 뿌리’ 향해 더 신랄한 비판 -민주주의의 위기다. 탈진실, 팬덤정치가 세계적 추세라 해도 우리는 유독 심각하다. “내적, 외적 요인이 있다고 본다. 먼저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외적 환경이 원인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70년을 뛰어왔다. 사농공상 500년의 계급장을 떼고 모든 국민이 그렇게 달렸다. 세계적 유례없이 역동적 시간을 거치며 산업화에는 성공했으나 사회는 양극화됐다. 중산층과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고 싶은 정치인들의 정치 기반이 하루가 다르게 증발하고 있다. 정치 역량의 부재는 내적 요인이다. 민주당의 선배 정치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독재 투쟁에는 성공했으나 그들은 민주주의를 살아내지는 못했다. 독재와 싸우면서 독재를 배운 것이다.” -민주당이 169석의 힘을 행사하는 방식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에 민주당은 김건희특검을 또 들고 나온다. “지금 민주당이 169석을 무기로 저지르는 행태는 독재적이다. 이 대표 체제 이후 민주당의 정치는 멈췄다. 윤석열 정부의 아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야당은 여당의 실책으로 힘을 키워 다음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지율이 되레 떨어지고 있다. 이 대표에게 당권을 맡겨 민주당이 득점한 것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한 줌도 안 되는 극렬지지층에 휘둘리고만 있다. 여당과 대립하더라도 찬성할 것은 찬성해야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국민이 돌아봐 준다. 지금 민주당은 여당에 무조건 반대를 한다. 명분 있는 반대와 정치적 이유의 반대가 구분이 안 된다. 그러니 국민이 ‘못난 놈들’ 하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도 그렇다. 김 여사의 의혹들을 민주당은 지난 정권에서 2년 반 동안 탈탈 털었다. 자신들이 집권하면서 그렇게 수사를 하고도 기소하지 못했다. 학력위조 같은 문제로 특검을 한다면 대한민국에 특검이 몇 개가 필요하겠나. 그것도 결혼 전에 배우자에게 일어난 일을 정치인 배우자더러 연대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될 일인가. 윤 정부의 가장 약한 고리가 김 여사 문제다. 민주당이 저러는 것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물타기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고 보나. “앞으로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별감찰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윤 정부라고 예외일 수 없다. 윤 정부 스스로 감시망을 만들어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특별감찰관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캐스팅보터로 김건희특검 반대통과됐다면 정치이슈 삼켰을 것 -조 대표가 김건희특검법에 동의했더라면 지금 정치 상황은 완전히 딴판일 것이다. “김건희특검법이 통과됐더라면 모든 정치 이슈를 다 집어삼켰을 것이다. 돌아보면 내가 법사위원회에 들어간 것은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법사위원인 조 대표는 김건희특검법을 법사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할 때 캐스팅보터였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법사위원 18명 가운데 11명(재적위원 5분의3)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 법사위원은 10명. 그의 반대로 김건희특검법은 성사되지 못했다. -율사 출신도 아닌 초선이 법사위 활동을 하기는 만만치 않을 듯하다. “원래 정무위에 들어가고 싶었다. 이래저래 양보하고 떠밀려 들어간 곳이 법사위였다. 고백하자면 패스트트랙의 조건이 법사위원 3분의2 동의인 줄 알았다. 민주당의 김건희특검법이 발의된 뒤 기자들 전화가 쇄도해 국회법을 찾아보고서야 5분의3 동의가 조건인 줄 알았다. 소름이 돋았다. 11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 의원이 10명이니 딱 한 명이 더 필요한 거였다. 내가 캐스팅보터가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정치 쟁점에 대해 소신껏 발언하고 있다.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이태원 참사 특검, 양곡수매법에도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모르는 사안은 공부하고 많이 들을 뿐이다. 농사를 전혀 모르지만 농협조합장들까지 모셔서 양곡법을 놓고 난상토론하는 자리를 여러 번 만들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답이 나온다. 양곡법은 농협조차 반대 논리가 확실했다. 노란봉투법, 차별금지법, 간호사법 등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최종 판단한다. 전문적 사안이라도 서민의 언어로 한 줄 정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자는 원칙이다. 중도 정치가 이래서 어렵다. 정략에 따라 무조건 찬성, 무조건 반대하는 양극단의 정치는 쉽다.” ‘대통령과의 거리’만 따지는 여당보수의 미래담론 밝힐 수 있어야 -어느 한쪽을 편드는 정치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나는 우리 정치의 진보, 보수 다 싫다. 낡은 프레임을 깨고 신진보, 신보수가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진보세력은 민주주의를 실천할 줄 모르고 방향성조차 잃었다. 노동은 절대 선, 자본은 절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통하던 세상은 끝났다. 민주노총, 공무원노조는 더이상 약자가 아니다. 오히려 대리운전하는 이들이 약자다. 법적으로 노동자인지 아닌지조차 확정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이제는 약자인 것이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보수의 미래담론이 무엇인지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당장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을 보라. 지금 거기에 무슨 담론이 있나. 누가 대통령과 더 가까운지만 따진다. 어쩌면 저렇게 미래비전이 부재한 경쟁을 하는지 한심하다. 누가 더 측근인지는 자로 재면 끝날 일이지 정치를 할 일이 아니다.” -한국 정치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느껴지는가. “나는 18년쯤 해외생활을 했다. 세계은행에서 일할 때 누구도 내게 보수냐 진보냐 물어본 적이 없다. 이 문제를 당신이 해결할 수 있느냐, 그게 언제나 관건이었다. 우리는 좌, 우 어느 쪽인지부터 물어본다. 그게 왜 중요한가. 좌우 가릴 것 없이 문제만 풀면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중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개발석사 학위를 받고 세계은행에서 국제 경제개발 전문가로 일했다. 코소보, 알바니아, 벨라루스, 인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우즈베키스탄 등을 돌며 국제협상에 참여했다. 이재명 대표, 이제라도 물러나야무혐의 땐 다음 대선 두배로 복권 -국회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정치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나만 혼자 살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판단도 없어 보인다. 한 사람 때문에 국회가 섰고 정치가 섰다. 지금이라도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런 다음에 정치는 정치대로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하면 된다. 만에 하나 무혐의로 판명된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두 배로 복권될 수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을 찍지 않았던 이들이 이재명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진다. 윤 대통령이 잘하는 것이 없더라도 이재명을 안 찍은 것만은 잘했다, 이런 생각이 굳어질 것이다. 당 대표직은 무조건 내려놓아야 한다.”
  • [아하! 우주] 블랙홀에 조금씩 잡아 먹히는 기구한 운명의 별 (연구)

    [아하! 우주] 블랙홀에 조금씩 잡아 먹히는 기구한 운명의 별 (연구)

    은하 중심에는 거대한 크기의 블랙홀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계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400만 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고 이웃한 안드로메다 은하는 이보다 더 큰 질량을 지닌 거대 블랙홀이 있다. 따라서 어떤 별이든 그 중력에 잡혀 블랙홀 방향으로 떨어지면 결국 한 번에 흡수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다만 블랙홀로 떨어지는 별은 단순하게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 때문에 같은 별 안에서도 블랙홀에 가까운 부분과 먼 부분이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다르다. 따라서 별은 길쭉하게 늘어나면서 조각나게 되는 데 이런 현상을 조석 파괴 현상 (TDE, tidal disruption event)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거쳐 블랙홀 주변으로 흡수된 물질의 일부는 강력한 에너지의 제트 형태로 방출되고 나머지는 블랙홀 안으로 영원히 사라진다. 이때 방출되는 엄청난 에너지 덕분에 과학자들은 먼 거리에서도 조석 파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그런데 유럽 남방 천문대 (ESO)의 토마스 위버스와 동료들은 2018년 매우 특이한 조석 파괴 현상을 관측했다. 일반적인 조석 파괴 현상이 순식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 후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달리 AT2018fyk는 거의 600일 동안 X선 영역에서 에너지를 방출했다. 하지만 더 이상한 현상은 1,200일 후 AT2018fyk가 다시 밝아졌다는 점이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별이 흡수되지 않고 살아남아 주기적으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관측 결과를 토대로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이 1,200일 정도를 주기로 블랙홀 주위를 공전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본래 이 별은 쌍성계의 하나였다. 그러나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한 별은 블랙홀 주변을 아슬아슬하게 타원형으로 공전하면서 조금씩 잡아 먹히는 신세가 됐고 다른 별은 초속 1,000km의 속도로 은하계를 빠져나가는 초고속 별이 되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됐다.  AT2018fyk는 부분 조석 파괴 현상의 첫 번째 사례로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음 이벤트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분 조석 파괴 현상이 다시 관측되는 것은 2025년이다. 다만 이 별이 이미 파괴되지 않았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연구팀은 부분 조석 파괴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대략 1-10%의 질량을 잃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미 별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우주에는 여러 가지 사연을 지닌 천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같이 살았던 형제별과 생이별을 한 후 블랙홀에 조금씩 흡수 당하는 별처럼 기구한 운명의 별은 우주에서도 드문 존재다. 과연 이 별이 4년 후에도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낼 지 궁금하다. 
  • ‘평균실종시대’… 평균 지향 부총리가 이끌 수 있을까

    정부조직법 26조는 행정 각부에 번호를 매겨 두었다. ①기획재정부 ②교육부 ③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이어진다. 이 번호 후순위 각료가 돌연 대통령직을 맡게 된 일을 다룬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는 한국판으로도 나왔다. 드라마 주인공은 ⑬환경부의 장관이었으나 현재 법상으로는 최근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가 마지막 순번인 18번이다. ‘ㄱ’으로 시작하는 부처들이 앞쪽인 게 공교롭지만 가나다순은 물론 아니다. 순위의 근거는 같은 법 19조에 있다. 경제·사회부총리를 두게 한 조항이다. 이를테면 19조의 5항에 ‘교육부 장관은 교육·사회 및 문화 정책에 관하여 국무총리의 명을 받아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총괄·조정한다’고 사회부총리의 역할을 명시했다. 1963년 12월 경제기획원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한 이후 부총리 직제가 있는 동안이라면 경제부총리직은 상수로 유지됐다. 비경제 분야 부총리직은 시대별 변수에 맞춰 변했다. 공산권이 무너진 이후인 1990년 12월엔 통일원 장관이 통일부총리를 겸임했다. 이후 폐지됐던 부총리 직제가 부활한 2001년 1월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교육부총리로 격상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9월엔 경제·교육부총리에 더해 과학기술부 장관이 과기부총리를 겸임, 부총리 3인 체제가 잠시 열렸다. 부총리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됐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한 2014년 11월의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여년 전 비경제 부문의 부총리 부처가 왜 교육부였는지에 관한 설명은 당시 부처명인 교육인적자원부에 새겨져 있다. 반교육적 표현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생을 ‘인적자본’이라고 칭한 용어가 부처명이 되던 그때는 세계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교과서처럼 읽히던 시절이었다. 한국은 세계화에 적응할 인적자본을 빨리 육성해 낼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체질을 세계화에 적합하게 바꿔야 할 필요에 직면했다. 빨리빨리 이룬 산업화에 이어 빨리빨리 세계화를 추진해야 했으며, 이를 수행할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정규 교육으로 인식됐다. 아쉽게도 지난 20여년 동안 교육이 사회 여러 이슈를 꿰뚫어 문제를 해결해 내는 ‘연결고리’가 되기보다 문제를 응축시키는 ‘블랙홀’처럼 작동할 때가 더 많았다. 학벌사회의 문제는 교육 현장의 과잉경쟁으로, 혐오라는 사회문제는 학교폭력이란 실제적 갈등으로, 학령인구 구조의 변화는 교육계 관료주의 강화란 지체 현상으로 응축됐다. 가끔씩 부총리 부처라는 ‘왕관’은 젊고 개혁적인 교육부 장관 인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거나 교육부 내부 혁신 동력을 좌절시키는 ‘족쇄’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한국 교육을 넘어 사회부총리로서의 교육부 장관을 생각하면 문제는 좀더 심각해진다. 정책 대상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제한돼 있는 데다 학생들의 성적을 정규 분포 곡선대로 서열화시키는 것을 공정한 평가로 인식해 이를 구현하는 정책 마련에 최적화된 부서라는 특성 때문에 그렇다. 강박적으로 평균을 찾는 부처가 단극화, 양극화, N극화되는 사회에 대응하는 선두에 선 셈이다. 올해가 ‘평균실종시대’의 원년이라고 한다. 인구는 고령 쪽으로 쏠리고, 자산은 양극화되며, 취향과 삶의 가치는 N극화되면서 평균적인 삶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응은 시작됐다. 보건복지부 정책 대상은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니라 ‘태아에서 추모까지’가 됐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는 비자 정책을 바꿔 가며 근로인구의 확장을 꾀한다. 행정안전부는 부처의 핵심 정체성인 ‘주민등록인구’ 대신 ‘생활인구’ 구축에 애쓴다. 이렇게 평균 실종에 적극 맞서는 부처들을 평균시대에 최적화된 부처가 총괄하는 역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 ‘평균실종시대’… 평균 지향 부총리가 이끌 수 있을까

    정부조직법 26조는 행정 각부에 번호를 매겨 두었다. ①기획재정부 ②교육부 ③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이어진다. 이 번호 후순위 각료가 돌연 대통령직을 맡게 된 일을 다룬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는 한국판으로도 나왔다. 드라마 주인공은 ⑬환경부의 장관이었으나 현재 법상으로는 최근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가 마지막 순번인 18번이다. ‘ㄱ’으로 시작하는 부처들이 앞쪽인 게 공교롭지만 가나다순은 물론 아니다. 순위의 근거는 같은 법 19조에 있다. 경제·사회부총리를 두게 한 조항이다. 이를테면 19조의 5항에 ‘교육부 장관은 교육·사회 및 문화 정책에 관하여 국무총리의 명을 받아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총괄·조정한다’고 사회부총리의 역할을 명시했다. 1963년 12월 경제기획원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한 이후 부총리 직제가 있는 동안이라면 경제부총리직은 상수로 유지됐다. 비경제 분야 부총리직은 시대별 변수에 맞춰 변했다. 공산권이 무너진 이후인 1990년 12월엔 통일원 장관이 통일부총리를 겸임했다. 이후 폐지됐던 부총리 직제가 부활한 2001년 1월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교육부총리로 격상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9월엔 경제·교육부총리에 더해 과학기술부 장관이 과기부총리를 겸임, 부총리 3인 체제가 잠시 열렸다. 부총리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됐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한 2014년 11월의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여년 전 비경제 부문의 부총리 부처가 왜 교육부였는지에 관한 설명은 당시 부처명인 교육인적자원부에 새겨져 있다. 반교육적 표현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생을 ‘인적자본’이라고 칭한 용어가 부처명이 되던 그때는 세계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교과서처럼 읽히던 시절이었다. 한국은 세계화에 적응할 인적자본을 빨리 육성해 낼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체질을 세계화에 적합하게 바꿔야 할 필요에 직면했다. 빨리빨리 이룬 산업화에 이어 빨리빨리 세계화를 추진해야 했으며, 이를 수행할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정규 교육으로 인식됐다. 아쉽게도 지난 20여년 동안 교육이 사회 여러 이슈를 꿰뚫어 문제를 해결해 내는 ‘연결고리’가 되기보다 문제를 응축시키는 ‘블랙홀’처럼 작동할 때가 더 많았다. 학벌사회의 문제는 교육 현장의 과잉경쟁으로, 혐오라는 사회문제는 학교폭력이란 실제적 갈등으로, 학령인구 구조의 변화는 교육계 관료주의 강화란 지체 현상으로 응축됐다. 가끔씩 부총리 부처라는 ‘왕관’은 젊고 개혁적인 교육부 장관 인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거나 교육부 내부 혁신 동력을 좌절시키는 ‘족쇄’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한국 교육을 넘어 사회부총리로서의 교육부 장관을 생각하면 문제는 좀더 심각해진다. 정책 대상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제한돼 있는 데다 학생들의 성적을 정규 분포 곡선대로 서열화시키는 것을 공정한 평가로 인식해 이를 구현하는 정책 마련에 최적화된 부서라는 특성 때문에 그렇다. 강박적으로 평균을 찾는 부처가 단극화, 양극화, N극화되는 사회에 대응하는 선두에 선 셈이다. 올해가 ‘평균실종시대’의 원년이라고 한다. 인구는 고령 쪽으로 쏠리고, 자산은 양극화되며, 취향과 삶의 가치는 N극화되면서 평균적인 삶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응은 시작됐다. 보건복지부 정책 대상은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니라 ‘태아에서 추모까지’가 됐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는 비자 정책을 바꿔 가며 근로인구의 확장을 꾀한다. 행정안전부는 부처의 핵심 정체성인 ‘주민등록인구’ 대신 ‘생활인구’ 구축에 애쓴다. 이렇게 평균 실종에 적극 맞서는 부처들을 평균시대에 최적화된 부처가 총괄하는 역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 5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 초거대 ‘쌍블랙홀’

    5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 초거대 ‘쌍블랙홀’

    쨍하고 추운 겨울은 별 보기 좋은 때다. 날이 차고 건조할수록 대기가 투명해지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별은 또렷하게 보인다. 과학의 발전 덕에 계절에 상관없이 이제는 1년 365일 우주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과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거대 전파간섭계 망원경인 ‘알마’(ALMA)를 이용해 비교적 지구와 가까운 우주에서 두 개의 초거대 블랙홀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마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해발 5000m에 설치된 66개 전파망원경이 하나의 거대 망원경처럼 작동해 우주를 관측하는 시스템으로, 한국도 연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칠레 폰티피시아 가톨릭대,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코네티컷대 연구팀을 중심으로 7개국 28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지구에서 5억 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게자리에 위치한 ‘UGC 4211’이라는 은하에서 엄청나게 큰 블랙홀 두 개가 활동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도 참여한 이번 연구의 결과는 천체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1월 10일자에 실렸다. 이 연구는 12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미 천문학회 제241차 학회(AAS 241)에서도 발표됐다. 이번 학회에는 천문학사, 고에너지 천체물리학, 실험 천체물리학 연구들도 발표됐다.연구팀은 알마를 이용해 UGC 4211에서 750광년의 거리를 두고 주변 물질을 강력하게 빨아들이고 있는 블랙홀 두 개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들은 두 개의 은하가 병합되면서 나타난 것이며,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례는 그동안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은하들의 결합은 우주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쌍성 블랙홀 현상도 생각보다 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에세키엘 트레이스테르 폰티피시아 가톨릭대 천문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은하 중심부에서 성장하는 초거대 블랙홀 쌍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게 해 준다”며 “그렇다면 은하의 병합으로 인해 발생한 중력파들을 더 많이 관측할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우주의 기원과 별의 탄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AS 241에서는 이 연구 결과 외에도 알마를 이용한 성과가 다수 발표됐다.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센터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3900광년 떨어져 있는 백조자리에 있는 ‘MWC 349A’를 알마로 관측한 결과 엄청난 크기와 속도의 ‘제트’가 방출되는 것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블랙홀이나 새로 생기는 아기별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상하로 방출하는데, 이를 제트라고 한다. 이번 관측 대상인 MWC 349A는 태양 질량의 약 30배에 달하며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어 ‘괴짜별’로 불린다. 이전에도 MWC 349A는 마이크로파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관측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관측을 통해 토성을 둘러싼 얼음 고리처럼 MWC 349A 주변에는 기체 고리가 형성돼 있으며 기체 고리의 직경은 50AU(약 75억㎞)인 것으로 확인됐다. ‘천문단위’라고 불리는 AU는 우주 거리를 표시할 때 쓰이는 것으로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평균 거리를 1AU(1억 5000만㎞)로 삼고 있다. 또 제트 방출 속도는 초당 50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1초도 안 돼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속도다. 연구를 주도한 치저우 장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무거운 별의 생성 원리와 진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 금융위 사무관의 두나무행, 취업심사는요?[경제 블로그]

    지난해에만 금융위원회에서 네 명의 사무관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로 이직한 가운데 연초부터 또 한 사무관이 암호화폐 거래소로 옮겼다. 현재 관련 법규상 5급 이하는 공직자 취업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틈타 아무런 제재 없이 피감기관으로 직행하는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A(40) 사무관은 지난해 말 금융위에 사표를 내고 이달 초부터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로 출근하고 있다. 행정고시 55회로 기업구조개선과·금융정책과 등을 거쳐 불법사금융대응반에서 마지막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현재 암호화폐 사업자 관리와 감독을 맡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위 피감기관인 셈인데 소속 공무원이 휴직 기간도 없이 자리를 옮긴 것이다. A씨에 앞서 지난해 금융위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직한 공무원 4명 중 1명은 금융위 산하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 소속이라 당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FIU는 가상자산과에서 암호화폐 사업자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업무 연관성이 높다. 금융위에서는 이직한 공무원 모두 암호화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서에서 일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직한 공무원들이 친정인 금융위를 상대로 로비스트 역할을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직한 공무원 모두 5급 이하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공무원 이상은 이해충돌을 막고자 공무원이 업무 연관성 높은 기업으로 이직할 때에는 유예기간을 두고 취업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5급 이하는 대상에서 빠져 있어 피감기관으로 직행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정치권에서 공직자 취업 심사 대상을 7급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막대한 현금 자본을 바탕으로 각 분야 인사를 빨아들이는 인력 블랙홀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무원들도 지난해 줄지어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 업종으로 자리를 옮겼고, 주요 로펌 변호사들까지 옮겨 간 사례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공무원을 스카우트하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아하! 우주] 새해 파티! 나란히 식사 중인 쌍둥이 블랙홀 발견

    [아하! 우주] 새해 파티! 나란히 식사 중인 쌍둥이 블랙홀 발견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주변 물질을 집어삼키며 ‘파티’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 출신 마이클 코스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칠레 알마(ALMA) 전파망원경 관측 자료를 통해 서로 충돌 중인 두 은하의 각 중심에서 거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두 블랙홀은 지구에서 게자리 방향으로 5억 광년 떨어진 두 은하 안에 있다. 두 은하가 합쳐지는 은하 병합 과정은 주로 훨씬 먼 곳에서 발생해 관측이 어렵다. 이에 따라 이 블랙홀들을 중심에 둔 두 은하는 은하 병합의 마지막 단계를 연구하는 데 이상적인 후보로 여겨진다.연구진은 알마 망원경의 고감도 수신장치를 사용해 두 은하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각 중심에서 블랙홀이 성간 먼지와 가스 등 주변 물질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두 블랙홀 사이 거리는 불과 750광년이다. 서로 거리가 가까운 두 블랙홀은 보통 쌍둥이 블랙홀이라고도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쌍둥이 블랙홀 중 이렇게 서로 가까이 위치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이는 천문학적 관점에서나 가까운 것이지, 앞으로 몇 억 년이 지난 뒤에야 두 블랙홀은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결국 두 블랙홀은 먹어치우던 물질이 자신들 사이를 지날 때 궤도가 좁혀져 서로를 돌기 시작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블랙홀들은 지금까지 관측된 어떤 사례보다 훨씬 더 강한 중력파를 생성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에 알마 망원경이 게임체인저(상황 전개를 완전히 바꿔놓는 사람이나 아이디어, 사건)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알마 망원경은 성간 먼지와 가스 기둥이 앞을 가려도 이를 뚫고 자세히 볼 수 있다. 코스 박사는 “우리는 은하 병합에서 서로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쌍둥이 블랙홀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이같은 블랙홀을 만드는 은하 병합이 더 먼 우주에서 훨씬 더 흔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성과는 천문학·천체물리학 분야 국제전문학술지인 천체물리학저널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1월 9일자에 실렸다.
  • 가수 윤하, ‘깜짝’ 기상캐스터 된다… JTBC ‘뉴스룸’ 출연

    가수 윤하, ‘깜짝’ 기상캐스터 된다… JTBC ‘뉴스룸’ 출연

    ‘역주행’ 열풍의 주인공 가수 윤하가 일일 기상캐스터로 변신한다. 윤하는 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날씨형’ 이재승 기자와 함께 일기예보를 진행한다. 윤하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개썰매 타고 산타할아버지 만나러 갔다 왔다’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북극 방문을 했던 사실을 공개해 팬들로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반도에 한파와 폭설이 잦은 요즘, 윤하는 실제 북극 날씨와 대한민국의 날씨를 비교하고 북극에 닥친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등 일일 기상캐스터로 활약할 예정이다.윤하는 평소 ‘천문학에 진심인 가수’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역주행에 성공하며 여러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의 경계면을 뜻하는 천문학 용어다. 한편 윤하가 출연하는 ‘뉴스룸’은 이날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다.
  • 252조원 투자 유치한 美… K반도체 ‘블랙홀’로

    252조원 투자 유치한 美… K반도체 ‘블랙홀’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이 지난해 8월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으로 지난해 말까지 약 2000억 달러(약 25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텔과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등 자국 기업을 비롯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1인자인 대만 TSMC와 추격자인 삼성전자도 미국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으로의 반도체 기업 집중화는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집계한 ‘반도체 기업의 향후 10년간 미국 투자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법의 골자가 알려진 2020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1956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해당 법안으로 지원하는 예산(520억 달러)의 3.7배에 이르는 규모로, 법안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집계에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발표한 반도체 및 소재 생산공장 신설과 증설 계획이 모두 포함됐다. SIA는 “미국 16개 주에서 4만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한편 중국 등 ‘비우호국’에는 반도체 관련 투자를 금지하는 조항을 둔 이 법안에 서명하며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만한 미국에 대한 투자로 미국에서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강력한 유인책으로 이런 기대가 빠르게 현실화된 것이다. 당장 삼성전자도 지원 법안 제정이 논의되고 있던 지난해 11월 가장 발 빠르게 170억 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파운드리 경쟁에서 삼성을 따돌리고 있는 TSMC의 파격적인 미국 투자와 미국 기업들과의 밀착이다. TSMC는 지난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400억 달러를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의 2.3배가 넘는 투자로,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은 TSMC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를 구매하겠다며 TSMC와의 협력 강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으로의 반도체 기업 집중화와 대만 기업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 고도화로 이어지고 이는 메모리반도체에서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25% 세액공제 외에도 지방정부의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유인책으로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최근 반도체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리는 수준에 그치면서도 ‘대만보다는 높은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지금 시급한 것은 눈앞의 경쟁자인 대만 기업이 아니라 그 기업이 향하고 있는 미국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도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라 대만이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있는 지금이 미국 시장을 선점할 적기로, 중·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구도에 참여해 핵심 반도체 장비와 소재의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며 “주요국에 비해 뒤처진 연구개발 투자 비율, 반도체 설비 투자 관련 세액공제율 등의 투자 환경 개선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 이시언, 고산병에 얼굴 잿빛

    이시언, 고산병에 얼굴 잿빛

    기안84, 이시언, 빠니보틀이 고산병 증상을 경험한다. 오늘(1일) 오후 4시 45분에 방송되는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연출 김지우 박동빈, 이하 ‘태계일주’) 4회에서는 ‘태양의 루트’를 가로지르는 바이크 투어에 나선 기안84, 이시언, 빠니보틀의 모습이 방송된다. 무려 15시간의 바이크 투어 끝에 도착한 푸노는 해발고도 3,827m의 고산 지대였고 체력이 고갈된 이들은 고산병을 피할 수 없었다. 늦은 시간 겨우 문을 연 호텔에서 ‘웰컴 드링크’ 대신 ‘웰컴 산소통’을 받은 기안84는 “죽지말라고 주네”라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얼굴빛이 잿빛이 된 이시언을 본 기안84는 형 입술이 장난 아니야“라며 긴급히 산소통을 권했고 다행히 산소 투입으로 인해 두통에서 해방된 느낌을 받은 이시언은 누구보다 산소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애잔함을 더한다. 빠니보틀은 ”저는 고산병 없어요“라고 자신했지만 산소통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달콤한 ‘산소 드링킹’을 시전한다. 세 사람은 다음 여행 계획을 논의했는데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가 펼쳐진다. 고산병을 제대로 겪고 있던 세 사람은 시공간이 뒤틀린 듯 횡설수설하는가 하면 기안84는 ”나는 모르겠어“라며 상상을 초월하는 계획을 쏟아낸다. 고산병의 영향으로 끝을 알 수 없는 블랙홀에 빠진 세 사람이 세운 다음 여행 계획은 무엇일지는 오늘(1일)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1일) 오후 4시 45분 MBC 방송.
  • [아하! 우주] 태양 1조개보다 밝은 빛 관측…정체는 블랙홀 ‘트림’

    [아하! 우주] 태양 1조개보다 밝은 빛 관측…정체는 블랙홀 ‘트림’

    약 85억 광년 밖 ‘괴물’ 블랙홀이 가까이 다가온 별을 잡아먹고 빛에 가까운 속도로 물질을 ‘트림’하듯 방출하는 극히 드문 천문 현상이 관측됐다. 미 메릴랜드대 이고르 안드레오니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지난 2월 지상과 우주의 주요 망원경이 포착한 조석파괴현상(TDE)인 ‘AT2022cmc’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와 ‘네이처 천문학’ 30일자에 논문 2편으로 발표했다.TDE는 은하 중심에 위치한 무거운 블랙홀이 그 주위를 지나던 별을 포획해 파괴하는 현상이다. 별이 블랙홀의 조석반지름보다 가까워지면 블랙홀의 조석력에 의해 별이 파괴돼 별 질량의 절반이 블랙홀로 서서히 빨려 들어간다. 이때 별의 잔해는 블랙홀 주위에 부착원반을 형성해 강한 섬광을 낸다. 여기서 나온 빛은 별의 잔해를 연료로 사용해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지속되면서 서서히 어두워진다.TDE 그 자체는 드문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AT2022cmc 현상은 TDE 중에서도 빛에 가까운 속도로 물질을 분출하는 ‘상대론적 제트’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극히 드문 것으로 평가된다. 논문 공동저자 마이클 코플린 미 미네소타대 천문학 조교수는 “이같은 상대론적 제트가 마지막으로 관측된 사례는 10년도 더 넘었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로는 이런 제트를 가진 TDE가 전체의 1%밖에 안될 만큼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TDE의 섬광은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밝은 부류다. 태양 1조 개보다 더 밝은 빛을 발산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AT2022cmc를 포함해 상대론적 제트가 관측된 TDE는 지금까지 4건밖에 안 된다고도 했다. 또 이같은 TDE는 블랙홀이 빠르게 회전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블랙홀의 급속한 회전이 상대론적 제트를 일으키는 한 가지 요소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해당 연구에 따르면, AT2022cmc 현상은 캘리포니아 팔로마 천문대의 광역 천체 관측장비인 ‘츠비키 순간포착 시설’(ZTF)을 통해 처음 포착됐다. 이어 유럽남방천문대의 초거대망원경(VLT)와 허블 우주망원경 등이 다양한 빛 파장으로 후속 관측을 이어갔다. 가시광과 적외선 파장으로 관측하는 ZTF가 감마선 폭발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섬광을 포착한 후, VLT는 후속 관측을 통해 AT2022cmc가 85억 광년 밖 섬광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TDE 중 가장 멀리서 포착된 것이다. 또 허블 망원경의 가시광 및 적외선 이미지와 칼 G. 잰스키 초대형배열(VLA)의 전파 관측을 통해 AT2022cmc 위치도 정확히 확인됐다. 하지만 AT2022cmc가 너무 밝아 중앙에 이를 품은 은하까지 관측하지는 못했다. 나중에 이 현상이 사라진 뒤 허블이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은하에 관한 정보도 확인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AT2022cmc가 태양과 비슷한 크기와 질량을 가진 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질량을 가진 블랙홀에 파괴되면서 빚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론했다. 다른 공동 저자인 대니얼 펄리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대 연구원은 “지금까지 상대론적 제트를 가진 TDE는 고에너지를 가진 감마선과 X선 망원경을 통해 포착됐는데, 광학 관측으로 이를 찾아낸 것은 처음이다. 이번 관측이 여러 가지 면에서 새 기록을 쓰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 정부, 채안펀드 5조 규모 2차 캐피탈콜… 공공기관채 발행 축소

    정부, 채안펀드 5조 규모 2차 캐피탈콜… 공공기관채 발행 축소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정부가 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추가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한국은행의 2조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투입된다. 자금시장의 ‘블랙홀’이라는 지적을 받는 한국전력 채권(한전채) 등 공공기관 채권 발행 물량도 줄인다. 정부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정부는 시장 및 기업의 유동성 개선을 위해 이달 초 3조원 규모로 진행한 채안펀드의 1차 캐피탈콜에 이어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탈콜을 추가로 실시한다. 출자한 금융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분할출자 방식으로 추진한다.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채안펀드가 하루에 700억~1000억원 정도씩 자금을 소진(집행)하고 있는 만큼 미리 당겨 놓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기업어음(CP)91물 금리가 연중 최고치(5.50%·25일)를 기록하는 등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이 완화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 관련 비우량 회사채, A2등급 기업어음(CP) 등에 대한 추가 지원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으로, 필요한 경우 건설업계 등과 협의해 신용을 보강하되 도덕적 해이 방지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은은 채안펀드에 출자하는 83개 금융사들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최대 2조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기관이 채안펀드에 출자하면 한은이 이들 기관의 출자금의 50% 이내로 RP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6조원 규모의 RP 매입과는 별도로 진행된다. 이 총재는 이번 유동성 지원이 한은의 긴축 기조와 배치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자금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경색 가능성에 대한 미시적 타깃 정책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흡수된다”고 설명했다. 또 채권시장의 수급 안정을 위해 국고채와 한전채 등 공공기관채의 발행을 축소한다. 우선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당초 9조 5000억원에서 3조 7000억원으로 대폭 줄인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은 은행권과 협조해 채권발행 물량을 축소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 CP 매입, 증권사·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프로그램 등 지난달 발표한 시장안정대책은 신속하게 집행할 방침이다. 1조 8000억원 규모의 증권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은 지난 24일 가동했으며 1조원 규모의 건설사 PF ABCP 매입 프로그램도 이번 주부터 가동한다.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자금운용과 관련된 각종 규제도 개선한다. 은행의 예대율 여력 확보를 위해 정부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종류의 대출은 예대율 산정 시 대출금에서 제외하는 등의 규제 유연화 조치가 실시된다. 금융지주 계열사 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10% 포인트 완화한다.
  • [아하! 우주] 숨어서 몰래 별 잡아먹는 중간 질량 블랙홀 포착

    [아하! 우주] 숨어서 몰래 별 잡아먹는 중간 질량 블랙홀 포착

    블랙홀은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강력한 중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만큼 흡수하는 물질도 거의 없고 주변에 동반성도 없는 블랙홀을 관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름 그대로 우주의 검은 구멍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블랙홀 가운데 과학자들이 특히 찾기 어려운 블랙홀이 바로 중간 질량 블랙홀이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남은 항성 질량 블랙홀과 은하계 중심부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로 나뉜다. 전자의 질량이 태양의 5~100배 사이라면 후자는 태양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달한다. 중간 질량 블랙홀은 이 중간에 위치한 블랙홀로 태양의 수천 배에서 수십만 배에 달하는 질량을 지니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리은하보다 작은 왜소 은하 중심에 이런 중간 질량 블랙홀들이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물질이 많은 우리은하와 달리 왜소 은하는 물질의 양이 매우 적어 중심 블랙홀도 활동성이 낮다는 것이다. 블랙홀 자체는 빛이나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지만 막대한 물질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면 먼 거리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항성 질량 블랙홀도 동반성에서 물질을 흡수하면 관측할 수 있다. 그러나 흡수하는 물질이 적은 중간 질량 블랙홀은 미지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코펜하겐 대학 닐스 보어 연구소 과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과 켁 망원경 같은 지상 대형 천체 망원경 데이터를 분석해 우연한 기회에 지구에서 8억 5000만 광년 떨어진 중간 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포착했다. 사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활발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는 대형 은하의 중심 블랙홀이 아니라면 관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을 지나가던 운 없는 별 하나가 중력에 의해 흡수되는 장면을 포착했다. 중간 질량 블랙홀도 별보다 수천 배 이상 큰 질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중력으로 지나가던 별을 잡아당길 수 있다. 이 경우 별은 스파게티 면발처럼 길게 늘어나 블랙홀에 흡수된다. TDE라고 불리는 블랙홀의 별 흡수 과정은 특징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어 먼 거리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왜소 은하 SDSS J152120.07+140410.5에서 포착된 이 TDE는 AT 2020neh로 명명됐다. (사진 참조)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왜소 은하 중심부의 중간 질량 블랙홀을 지금보다 더 많이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거대 질량 블랙홀이 왜소 은하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중간 질량 블랙홀들이 합체되면서 형성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관측 결과와 관측 기술은 앞으로 이 가설을 검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내년에도 전기료 인상”…한전 적자 3분기까지 22조 역대 최대

    “내년에도 전기료 인상”…한전 적자 3분기까지 22조 역대 최대

    “에너지 가격 인상분 전기요금에 반영”“에너지값 많이 상승, 채권 발행 불가피”한전 3분기까지 21조 8천억 영업손실연말까지 누적 적자 30조 넘어설 듯 한국전력공사가 글로벌 에너지가격의 급등 속에 올 3분기(7~9월)까지 누적 적자가 22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년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밝혔다. 신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탈원전 정책이 빠르게 진행됐던 문재인 정부에서 억눌렀던 전기요금을 올해 들어 세 차례나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싼 연료비에 한전은 팔수록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요인 형성됐다” 이 장관은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년에도 국제 연료 가격 상황이 급격하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한전이 자금 조달을 위해 23조원이 넘는 채권을 발행하며 자금시장의 ‘블랙홀’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에너지 가격이 워낙 많이 상승하면서 불요불급하게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전채 발행은) 국민들이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린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서 “에너지 가격 인상분 등 원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한편 한전의 자구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표된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심상치 않았다. 이미 3분기 누적 적자가 21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연말까지 30조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한전, 3분기 7조 5000억 적자 한전은 이날 3분기 7조 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이자 6분기 연속 적자 행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21조 8342억원으로 1~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1∼3월)에는 7조 7860원, 2분기(4∼6월)에는 6조 5164억원의 적자를 봤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1조 1240억원) 대비 무려 20조 7102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는 1~9월 매출액은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조정에도 불구하고 6조 6181억원 늘어난 51조 7651억원에 그쳤으나 영업비용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이 27조 3283억원이나 급증한 73조 5993억원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3분기까지 전기 판매 수익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3.7% 증가하고 요금 조정으로 판매 단가가 8.2% 상승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 4386억원(12.8%) 늘어난 47조 956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회사 연료비가 10조 8103억원, 민간 발전사 전력 구입비가 15조 729억원 증가하는 등 비용은 훨씬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하고 LNG 등 연료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전력 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한 결과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기타 영업비용 또한 발전·송배전 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1조 4451억원 증가했다.전기요금 올렸지만 여전히 팔수록 손해LNG 115% 상승…전력시장가격 113%↑ 한전은 올 들어 몇 차례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전력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를 밑돌아 전기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안고 있다. 앞서 한전은 올해 4월 킬로와트시(㎾h)당 6.9원, 7월 ㎾h당 5원을 인상했다. 지난달에는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h당 7.4원 올렸고, 전기 사용량 300㎾ 이상의 대용량 사업자 대상 요금은 추가 인상했다. 그럼에도 불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적자는 더 불어났다. 올해 1~9월 LNG 평균 가격은 t당 132만 5600원으로 전년보다 1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연탄도 t당 354.9달러로 187.4% 뛰었다. 연료비가 가파르게 오르며 한전이 전력을 사들이는 기준인 전력시장가격(SMP)은 ㎾h당 177.4원으로 113% 상승했다.한전 “내년에도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4분기에도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적자가 3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누적 적자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전력 구매비는 크게 늘었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억제되며 전력 판매가격이 그만큼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지속에 따른 대규모 적자 누적과 이로 인한 재무 구조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건전화 계획에 따라 비핵심자산 매각, 투자 사업 시기 조정, 전력공급 비용 관리 강화 등 향후 5년간 총 14조 3000억원의 재무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차입금 증가로 사채 발행 한도 초과가 예상돼 한전법 개정을 통해 한도를 높이고, 은행차입 확대 등 차입 재원을 다변화해 안정적 전력공급에 필요한 자금을 차질없이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가격 신호의 적기 제공을 통한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고,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연계한 전기요금 정상화와 관련 제도 개선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한전은 강조했다. 한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연료비 원가에 기반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한전, 기준연료비 대폭 인상 가능성다음달 전기요금 적용 기준 발표 한편 한전은 누적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라 5년간 총 14조 3000억원 규모의 재무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 투자사업 시기 조정, 전력공급비용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한다. 특히 차입금 증가로 사채 발행 한도 초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법을 개정해 한도를 높이고, 은행 차입 확대 등으로 자금을 차질 없이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에 회사채 발행을 통해 부족 자금을 조달해왔는데, 발행 한도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법에 따르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최근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지자 정부는 회사채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전채 발행 자제와 은행권 대출 전환을 권고한 상황이다. 한전은 당장 전기요금에 원가 요인을 반영하며 적자를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기요금 항목 중 하나인 기준연료비가 대폭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준연료비는 1년치 연료비에 따라 책정되는데, 올해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h당 상하한폭이 5원인 연료비 조정단가와 달리, 상하한폭도 없다. 한전 측은 “가격 신호의 적기 제공을 통한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고,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전은 다음 달 내년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 기준연료비(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을 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급등한 유럽에서는 밤에 불을 끄는 등 전기를 아끼기 위한 절박한 노력들이 병행되고 있다”면서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올 겨울이 고비일 수 있는데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적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채권시장 ‘블랙홀’ 한전채… 금융위 “분산발행은행 대출 논의”

    채권시장 ‘블랙홀’ 한전채… 금융위 “분산발행은행 대출 논의”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의 ‘블랙홀’인 한전채(한국전력공사채권)를 분산해 발행하고,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게 해 자금 경색을 풀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임시변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전채 지원 방안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채권시장이 굉장히 불안하다. 한전채 물량이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게 공사채, 은행채, 지방채까지 얘기해서 분산하고 있다”면서 “한국전력공사(한전)도 자금이 필요한데 한전채로 조달하면 채권시장이 서로 어려워진다. 발행 분산 외에도 은행 대출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채는 신용등급 AAA급인 최우량 채권이다. 미국의 긴축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발생한 과도한 적자를 메꾸려고 과다 발행된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다른 회사채가 외면받는 ‘구축효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시장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올 초부터 10월 31일까지 한전채를 23조 9000억원 발행했다. 2018년 4조 7000억원, 2019년 6조 3400억원, 2020년 3조 3900억원, 지난해 10조 700억원임을 감안하면 지난해부터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시장 유동성 고갈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이 본격화된 11월 1일부터 8일까지 한전은 연 5.88~5.99% 금리의 2·3년물 한전채를 9900억원 발행했다. 같은 기간 발행된 전체 회사채는 5496억원에 그친다. 회사채 전체 규모가 특수채 중 하나로 분류되는 한전채 하나에도 못 미친 것이다. 한전채 대량 발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천문학적 적자 때문이다. 한전의 올 상반기 적자 규모는 14조 3000억원이다. 창사 이래 최대로 올 한 해 전체 적자 규모는 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판매하는 전기 요금을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올해 이미 세 차례 총 17.9%를 인상했지만 역부족이다. 한전이 채권 발행이 아닌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면 채권시장은 잠시 숨 고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전은 시중 대형은행에서 총 2조원을 대출받고 이후 자금 상황에 따라 1조원 정도를 추가로 대출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전채 발행액 규모가 월 2조~3조원이다. 한전이 2조원을 대출받으면 한 달 정도는 한전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한전 적자라는 근본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 채권시장 ‘블랙홀’ 틀어막기 특급작전

    채권시장 ‘블랙홀’ 틀어막기 특급작전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의 ‘블랙홀’인 한전채(한국전력공사채권)를 분산해 발행하고,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게 해 자금 경색을 풀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임시변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전채 지원 방안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채권시장이 굉장히 불안하다. 한전채 물량이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게 공사채, 은행채, 지방채까지 얘기해서 분산하고 있다”면서 “한국전력공사(한전)도 자금이 필요한데 한전채로 조달하면 채권시장이 서로 어려워진다. 발행 분산 외에도 은행 대출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채는 신용등급 AAA급인 최우량 채권이다. 미국의 긴축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발생한 과도한 적자를 메꾸려고 과다 발행된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다른 회사채가 외면받는 ‘구축효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시장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올 초부터 10월 31일까지 한전채를 23조 9000억원 발행했다. 2018년 4조 7000억원, 2019년 6조 3400억원, 2020년 3조 3900억원, 지난해 10조 700억원임을 감안하면 지난해부터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시장 유동성 고갈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이 본격화된 11월 1일부터 8일까지 한전은 연 5.88~5.99% 금리의 2·3년물 한전채를 9900억원 발행했다. 같은 기간 발행된 전체 회사채는 5496억원에 그친다. 회사채 전체 규모가 특수채 중 하나로 분류되는 한전채 하나에도 못 미친 것이다. 한전채 대량 발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천문학적 적자 때문이다. 한전의 올 상반기 적자 규모는 14조 3000억원이다. 창사 이래 최대로 올 한 해 전체 적자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겨 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판매하는 전기 요금을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올해 이미 세 차례 총 17.9%를 인상했지만 역부족이다. 한전이 채권 발행이 아닌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면 채권시장은 잠시 숨 고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전은 시중 대형은행에서 총 2조원을 대출받고 이후 자금 상황에 따라 1조원 정도를 추가로 대출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전채 발행액 규모가 월 2조~3조원이다. 한전이 2조원을 대출받으면 한 달 정도는 한전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한전 적자라는 근본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정치권, ‘한동훈 블랙홀’에 종일 설전… 황운하 “관종 고소”

    정치권, ‘한동훈 블랙홀’에 종일 설전… 황운하 “관종 고소”

    전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직업적 음모론자’로 지칭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황 의원의 반발에 대해 “사과는 허황된 음모론을 퍼뜨린 사람이 해야 한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 의원은 한 장관의 발언을 “관종”이라고 깎아내리며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하기 전 ‘민주당은 한 장관의 전날 발언이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입장이며,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 장관은 이어 예결위 종합질의에서도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에 대해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묻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장관은 전날 국회 예결위 질의에서 황 민주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 씨를 ‘직업적 음모론자’로 지칭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을 강력히 반발했고, 예결위는 한때 파행됐다. 황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장관이 국회 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특정해 모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완벽하게 모욕죄를 저질렀다”며 “최근 들어 소영웅주의와 관종(관심 종자)에 매몰된 한 장관이 틈만 나면 튀는 발언으로 그 천박함을 이어가던 중이라 놀랍지도 않다”고 반발했다. 황 의원은 이날 한 장관을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했다. 민주당도 이틀째 비판을 이어갔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국회에 대한 모욕이자 국민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받는 자리에서, 그 자리에 출석한 장관이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할수가 있나. 동료의원들의 전언에 의하면 문건을 보고 읽었던 것으로 봐서 미리 준비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고 했다.
  • [데스크 시각] 퍼머크라이시스/주현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퍼머크라이시스/주현진 경제부장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로 영국 콜린스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푸틴의 핵 위협으로 이어져 핵위기가 확산되고, 코로나19 변이의 거듭된 출현으로 팬데믹이 지속되는 등 하나의 악재가 다른 악재를 낳아 위기가 재생산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경제도 영구적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지자체 보증 채권의 부도가 시장에 타격을 주면서 가시화했다. 춘천 레고랜드 건설 시행사(강원중도개발공사)가 설립한 유동화 전문회사에서 2020년 발행한 205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CP) 만기가 도래했지만 지급보증을 선 강원도가 지난 9월 28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해당 ABCP가 지난달 5일 최종 부도 처리된 게 발단이 됐다. 당국이 50조원 플러스 알파의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하고, 사태를 촉발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입장을 바꿔 연내 빚을 갚겠다고 수습에 나섰으나 혼란을 잠재우진 못했다. 한전이 조 단위 적자를 메꾸기 위해 역대급으로 채권을 찍어 내면서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온 게 문제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한전채는 AAA등급의 최우량 채권이지만 한전이 과도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올 들어 이달까지 전년의 두 배가 넘는 23조원이 발행됐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가 시작된 상황에서 6% 수준의 초우량 채권이 대거 발행되자 일반 회사채는 설 자리를 잃었고, 이에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리면서 채권금리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당국은 이를 해결하겠다며 5대 금융지주가 9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은행은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한전은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대출이나 해외 채권을 발행토록 했다. 다만 달러 채권시장도 경색된 상황이어서 문제 해결엔 역시 역부족이다. 최근 흥국생명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콜옵션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이번 조치로 영구채를 떠안으면서 다른 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급락하고 호가도 사라진 상황이다. 레고랜드 ABCP에서 다른 채권으로 유동성 위기가 계속 전이되고 있다. 한전의 과도한 회사채 발행으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우려가 나온 게 연초의 일인데,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은 왜 손을 쓰지 않았을까. 돌이켜 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레고랜드 사태 대책을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에서 대응해야 할 것 같다. (시장 전반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될 단계는 아니다”라며 문제를 ‘강원도의 일’로 치부했다. 시장이 당국의 이 같은 안일한 현실 인식 수준에 놀랐는지, 대기업과 공기업마저 채권 발행에 실패하는 돈맥경화 사태가 본격화했고, 결국 발언 엿새 만에 1조 6000억원의 채권안정펀드 여유 재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미봉책을 시작으로 지금껏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퍼머크라이시스는 악재의 연발로 현재의 위기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과 공포를 담고 있다.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 이후에도 강한 긴축이 예고되면서 채권시장 유동성 쇼크에 더해 우리 경제는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진입하고 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어떤 위기에도 끝은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고통과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핵심이다. 당국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올해 한전채 23조 자금 시장 ‘블랙홀’… 한전 적자 해소가 문제 해결의 열쇠 [2022 쟁점 분석]

    올해 한전채 23조 자금 시장 ‘블랙홀’… 한전 적자 해소가 문제 해결의 열쇠 [2022 쟁점 분석]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채권시장의 시중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경우 장외시장에서 최고 20%의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발행하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금리도 10%에 육박하고 있다. 채권시장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채권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16조원)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경색은 춘천시에 위치한 레고랜드와 관련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처리 과정에서 시작됐다. 레고랜드 건설을 주도한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인 아이원제일차에서 2020년 발행한 2050억원의 ABCP 만기가 도래했지만 412억원에 대해서는 자체 상환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급 보증을 했던 강원도가 상환 대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해당 ABCP는 지난달 5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자체 보증 채권의 부도가 채권시장에 큰 심적 타격을 줘 채권시장이 극도로 경색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평상시 상황이었다면 레고랜드와 관련된 상황이 큰 사태로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연초부터 한국전력 관계자들은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을 우려했다. 한전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에 걸쳐 총 48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한전 채권은 AAA등급의 최우량 채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한전의 채권 발행은 지난해 11조 7700억원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들어 폭증했다. 지난 1월 2조 3600억원을 시작으로 매달 2조원 이상의 채권을 발생하면서 시중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올해 한전이 신규 발행한 채권은 단기채권을 제외하고도 23조 4000억원에 이른다. 월평균 2조 3000억원씩 신규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한전이 발행한 채권 누적 잔액은 53조 9000억원이다.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발행금리도 1월 연 2.71%에서 4월 3.48%로 상승했으며 10월에는 5.68%로 뛰면서 연초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채권이자도 내년 상반기가 되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佛 전력공사·獨 에너지기업 국유화 최상위 신용등급 AAA의 채권이 대규모로 발행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은 예견된 일이었다. AAA 채권의 금리가 5%대를 넘어서면서 일반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격감할 수밖에 없었고,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은행 대출에 몰리면서 은행채 발행이 급증했고 채권 금리는 대폭 상승했다. 연간 2500조원 규모의 국내 채권시장 규모를 감안해 보면 20조원대의 채권은 충분히 소화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가 시작된 상황에서 AAA급 우량채권의 대규모 발행은 시장 전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발생한 레고랜드 사건은 이를 가시화했던 것이지 그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채권시장의 근본적 문제해결은 전력요금 인상을 통한 한전의 채권 발행 감소로 가능하다. 하지만 전력요금은 6월 4.3% 소폭 인상되는 데 그쳤다. 한전이 전력시장에서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은 지난해 당 60~80원 수준에서 266.91원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전력요금 인상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전의 적자는 확대됐고, 채권 발행이 증가하면서 채권시장의 경색으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게 된 것이다. 가스 및 석탄가격 급등에 따라 많은 국가들 역시 전력요금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초 ㎿h당 34.98유로였던 전력도매요금이 8월에는 469.35유로까지 치솟았다. 9월에는 360유로로 소폭 하락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상승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37.97유로에서 393.55유로로 대폭 상승한 상황이다. 도매요금 상승분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국은 가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및 전기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의 대폭 인하를 통해 전력요금 인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이달 1일부터 올해 1월 가격으로 전력요금을 되돌리고 저소득 가구에 대해 1300유로의 일회성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며, 모든 가구에 대해 11월과 12월에 걸쳐 190유로의 에너지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h당 부가되는 세금을 22.5유로에서 1유로로 대폭 내려 가계가 부담하는 상승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소매와 도매 요금의 차이는 전력 및 에너지 사업자의 대규모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프랑스는 지난 7월 97억 유로(약 14조원)를 투입해 우리나라의 한전에 해당하는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완전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의 경우도 최대 에너지 공급기업인 우니페르를 80억 유로를 들여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력 및 에너지 공급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전 자체적 재원 확보 방법은 없어 이러한 유럽 국가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비교해 보면 우리 정부의 대책은 지극히 소극적이다. 연료비 인상 요인을 전력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전력요금에 부가되는 부가가치세 10%와 전력산업기반기금 3.7%를 낮추고자 하는 노력도 없다. 한시적으로라도 이들 세금과 부담금을 면제해 원가상승 요인을 반영하고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한전은 국내 유일의 전력망사업자로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 증가하는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한 추가적인 송전선로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을 수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위한 책임 역시 한전에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한전이 이를 위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방법은 없으며 결국 이는 더 큰 경제 전반의 부담과 미래 경쟁력 약화로 돌아올 것이다.●전기료 대폭 인상·가계 보조금 필요 유럽과 같은 전력요금의 대폭 인상과 이를 상쇄하기 위한 가계 보조금 지급, 한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또는 국유화를 통한 전력사업구조의 근본적 개편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과감한 결단보다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을 통한 채권 발행한도 증액과 같은 일시적 조치에 골몰하고 있다. 한전채의 추가 발행은 결국 채권시장 불안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요금 인상은 단기적 고통이며 향후 인상 요인이 해소될 경우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동요와 경색은 경제 전반에 대한 타격과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최이나 서울시립대 교수, ‘젊은 천문학자상’ 수상

    최이나 서울시립대 교수, ‘젊은 천문학자상’ 수상

    서울시립대학교는 본교 최이나 물리학과 교수가 지난달 12일부터 3일간 개최된 ‘제106차 한국천문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제22회 젊은 천문학자상’을 수상했다고 2일 밝혔다. ‘젊은 천문학자상’은 학문적 업적이 좋은 만 40세 미만 회원에게 주는 상으로 최 교수는 수치 모의실험과 관측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은하의 생성과 진화, 특히 활동성 은하핵과 블랙홀의 역할 등에 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서울시립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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