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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혹하게 살해된 20대녀…택시기사를 잡은 것은 흙탕물

    참혹하게 살해된 20대녀…택시기사를 잡은 것은 흙탕물

    “택시강도를 당했습니다. 여자 승객이 납치됐어요….” 2003년 4월 14일 새벽 인천 부천중부경찰서 관내 한 파출소. 왼손을 감싼 택시기사 A씨(당시 35세)가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손가락을 칼에 심하게 베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일단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금 자기가 당한 납치사건을 신고했다. 그가 20대 초반의 여자 손님을 태운 것은 오전 5시 30분쯤이라고 했다. “손님을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데 남자 2명이 갑자기 뒷문으로 들어오더라고요. 합승 손님인가 했는데 난데없이 그 손님을 찌르고 저도 공격했어요. 바로 칼을 겨누곤 고가도로 밑으로 가라 하더군요.” 그는 차를 세운 후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칼에 찔린 여자 손님을 뒤따라 온 검은색 소나타에 태워 달아났다고 했다. 돈을 버리고 사람을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A씨의 말대로 여자손님은 조수석에서 칼에 찔린 듯했다. 흥건히 젖은 조수석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줬다. 무엇보다 앞좌석을 적신 출혈량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 끌려다닌다면 납치된 여성은 한두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었다. 경찰은 관내에 비상을 걸었다. 감식반원들은 좀처럼 범인들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괴한 2명이 칼을 휘둘렀다는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깨끗했다. 콘솔박스 앞에는 현금 3만원과 여성의 신용카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범인들이 신용카드를 빼앗으려 했다면 카드에 지문 같은 범인의 흔적이 남아있을 터. 감식반은 가변광원기를 들이댔지만 뭉개진 몇 개의 지문만 발견됐다. 조수석 시트 밑엔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납치된 여성의 것이었다. “이거 돈 훔치려던 강도들 맞아? 그냥 다 두고 갔어. 좀 이상한 놈들인데….” 택시강도는 큰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벌이가 뻔한 택시를 노리는지라 100원짜리 동전까지 털어가기 마련이다.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운전석 바닥엔 흙이 묻어 있었다. 차량 바퀴와 휠에도 흙탕물이 튀겨 있었다. 택시를 꼼꼼히 살핀 한 베테랑 감식반원이 택시기사에게 툭 질문을 던졌다. “시 외곽에서 손님들을 받았나 보죠?” “아니요. 전 시내만 뛰는 걸요.” 몇 시간 뒤 전화가 울렸다.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현장 보고였다. 최초 택시강도 신고가 들어온 파출소에서 불과 2㎞ 남짓 떨어진 하천변. 수사반은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은 비포장이었다. 농로로 쓰이는 곳이라 곳곳이 심하게 팬 곳이 많았다. 숨진 여인은 B씨(21).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꿈 많은 초보 회사원에게 범인은 사정없이 칼을 휘둘렀다. 범인은 교각 옆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끌어내려 20m가량 데려간 듯 보였다. 혈흔은 다리 위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혈흔과 주변흙을 모아 담았다. 6시간가량 현장감식을 마치고 오는 길. 감식반원은 웅덩이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고참 감식반원은 흙탕물을 용기에 담았다. “선배 뭐해요?” “범인 잡아야지.” 며칠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식결과가 나오자 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차를 몰았다. 형사는 몰려간 곳은 신고자 A씨의 집이었다. “당신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A씨가 미심쩍었다. 방금 겪은 일을 말하는 사람치곤 진술내용이 허술했다. 특히 강도를 당할 때 상황도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일관성 있게 진술한 내용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굳이 손님까지 탄 택시를 범행대상으로 고른 점이라든가, 돈은 놔두고 손님을 납치해간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결정적으로 A씨가 범인임을 알려준 것은 흙이었다. 운전석 깔판 밑과 운전석 하부에 붙은 흙을 분석한 결과 피해여성이 발견된 하천변 토양과 일치했다. 택시 바퀴와 뒷문 문짝에 튄 흙탕물 역시 진입로에 웅덩이 성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택시 기사는 다리 밑에 그녀를 버린후 택시강도를 당한척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똑같아 보이는 흙…1100가지 색을 담다 흙의 성분은 어떻게 구분할까.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광물학적인 분석으로 편광현미경 등을 이용해 조암광물의 형상과 입자 상태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광물은 3000여종. 하지만 기본 구성물인 조암광물은 수십종뿐이다. 법과학은 이 조암광물을 분석하고 따라간다. 두번째는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크로마토그래프법, 열분해 분석법, X선법 등이 있다.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은 그것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또 그 지역에 어떤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는지 등에 따라 색상의 차이를 나타낸다. 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양은 색상에 따라 1100여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토양 감정이라고 하면 흙만을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흙 속에 섞여 있는 기름이나, 유리, 비료, 농약, 심지어 섬유까지 대상으로 한다. 현장에 방울져 떨어져 있던 적하(滴下) 혈흔도 A씨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B양이 이미 살해를 당한 뒤 하천변에 버려졌다면 현장에는 다수의 적하혈흔이 남아 있기 힘든 상황.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현장의 혈흔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고, 피는 택시기사 A씨의 것으로 판명났다.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상처였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에 A씨는 입을 열었다. 7개월 전부터 개인택시 영업을 했지만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다고 했다. 무리하게 택시를 구입한 데다 이전의 카드값까지 밀리면서 빚이 1억 5000만원까지 늘어나자 자기 택시를 이용해 강도짓에 나섰다고 했다. 국과원은 또 하나의 안타까운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숨진 B씨의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그가 죽었다고 여긴 그녀가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치밀한 남편 ‘전류반’은 못 숨겼네 찌릿찌릿 전기충격기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두려움이 만든 ‘자기 폭력적 자살’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 용의자 중엔 없는데…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24)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4회]택시강도의 진실…흙탕물이 살인자를 지목하다
  • [9·15 정전대란이 남긴 것] (중) 전력 수요예측 중대 결함

    [9·15 정전대란이 남긴 것] (중) 전력 수요예측 중대 결함

    전력사용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설비예비율(전력 공급 능력 예비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어 최소 2014년 말까지 ‘블랙아웃’(black out·대정전 사태)의 위험이 수시로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력소비량이 더 크게 늘고 있어 전력 피크기(최고 성수기)인 내년 1월, 정전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토대로 전력수급 대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1월 전력소비 3년새 1.16배 23일 한국전력의 ‘2008~2011년(7월 기준) 서울시 전력사용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은 가정, 대형빌딩, 상가, 공장, 중소기업, 교육기관 등 대표적인 전력소비처의 전력사용량이 매년 늘고 있다. 2008년 44조 2096억 8743만 7000㎾h, 2009년 45조 364억 7812만 2000㎾h, 2010년 47조 3554억 2783만 2000㎾h로 2년 사이 1.07배 늘었다. 1월 전력사용량은 2008년 3조 9404억 3364만 7000㎾h, 2009년 4조 541억 8553만 6000㎾h, 2010년 4조 4037억 4716만 4000㎾h, 2011년 4조 5684억 1361만 8000㎾h로 연평균 1.04배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7월에는 2008년 3조 9372억 3908만 4000㎾h, 2009년 3조 9523억 6509만 5000㎾h, 2010년 4조 2202억 6623만 5000㎾h, 2011년 4조 611억 9038만㎾h를 기록했다. 3년간 7월 사용량은 1.03배 늘었지만 1월 사용량은 1.16배 증가했다. 겨울철 전력 소비량이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에 비춰 볼 때 올겨울 이상기후로 지난해보다 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돼 전력대란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설비예비율 2013년 3.7%로↓ 하지만 설비예비율은 2010년 6.7%, 2011년 4.1% 등 매년 떨어지고 있어 하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설비예비율은 발전소 전력 공급 능력 중 사용하고 남아 있는 전력 비율을 말한다. 정비 중인 발전기의 발전 용량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설비예비율이 15~17%가 돼야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현재의 전력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설비예비율은 2012년 4.8%, 2013년 3.7%로 하락한다. 2014년과 2015년 6.6%로 오르지만 안정권에는 못 미친다. 송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측보다 수요가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2015년 예정대로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지기 전까지 적어도 3년간은 블랙아웃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 수요 예측 시스템도 문제다. 2006년 지경부가 발표한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6~2020년)’은 2011년 최대 전력 수요를 6594만㎾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 최대 수요는 7313만㎾로, 2020년 수요 예측량(7180만㎾)보다도 많았다. 한 전력 관계자는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에 중대 결함이 있는 것 같다.”며 “수요 예측이 잘못되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올 최대수요 2020년 예측량 넘어 설비예비율 확보의 발판이 될 발전소 건립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발전소 건설사업 중 지금까지 건설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발전소 사업은 716만㎾에 달한다. 송 교수는 “정부는 연간 최고 피크 때의 전력사용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히 집계해 전력수급대책을 다시 짜고, 그에 맞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염 이사장 전문지 인터뷰 중이었다”

    “염 이사장 전문지 인터뷰 중이었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5일 오후 3시 11분 전국 순환 단전 돌입 때 한 전력전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9·15 정전’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합동점검단도 전력거래소 감사 때 정전 당일 염 이사장의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파악했다. 하지만 염 이사장은 23일 한국전력 국정감사에서 “오후 2시부터 30분간 인터뷰했다.”며 인터뷰 시간을 속여 파장이 예상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염 이사장은 지난 15일 오후 3시 11분 전국 순환 단전을 실시하며 ‘블랙아웃’(대정전 사태) 위기 국면으로 치닫던 때 이사장실 옆 접견실에서 모 전력 전문지와 태연히 인터뷰를 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N전력전문월간지와 3시 5분부터 인터뷰를 했다.”며 “20분간 인터뷰를 하다가 순환 정전 실시에 대해 전화를 받고 인터뷰를 중단했다.”고 증언했다. 15일 오전 10시 50분 예비전력이 392만 3000㎾를 기록, 안전 선인 400만㎾ 아래로 떨어지며 비상등이 커졌다. 거래소 실무자들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긴급 전력을 요청하며 급박하게 움직였다. 오후 1시 5분에는 예비전력이 320만 8000㎾로 떨어졌고, 1시 35분에는 96만 4000㎾로 급락하며 정전 대란 경고음이 분 단위로 울렸다. 그러나 염 이사장은 현장에 없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45분까지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지경부 퇴임 선후배들과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당일 염 이사장은 상황실을 지키지도 않았고, 전력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실무자들만 애가 탔다.”며 “정부합동점검단 조사 때 염 이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지적됐다.”고 털어놨다. 한준규·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정전사태때 예비전력 수십분간 제로였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21일 “지난 15일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 때 예비전력이 ‘0’인 상황이 수십분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전력거래소를 방문해 거래소 임원과 실무자들과 미팅을 가진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식경제부가 밝힌 예비전력량과 다른 주장이다. 지경부는 정전 당일 예비전력 수준에 대해 처음에는 148만 900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가 이후 조사를 통해 24만㎾였다고 수정했다. 김 의원은 “당시 정확한 상황은 주파수 대역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결과 15일 오후 2시 15분부터 4시 사이에 예비전력 ‘제로’ 상황이 수십분간 지속되면서 ‘전국적 블랙아웃’이라는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정상적 상황의 주파수는 60㎐를 기준으로 ±0.02㎐인 59.8~60.2㎐다. 또 전력 공급량에 비해 부하량이 늘어나면 주파수가 떨어지고 59.8㎐ 이하로 내려가면 예비전력 0 상태가 된다는 설명이다. 15일 오후 주파수 자료를 보면 오후 1시 49분부터 53분까지, 2시 12분부터 58분까지, 3시 6분부터 10분까지 59.8㎐ 아래로 떨어졌다. 또 순환정전이 실시된 3시 11분 이후에도 3시 17분부터 29분, 3시 40분부터 51분, 4시 3분부터 14분 사이에 주파수가 59.8㎐를 밑돌았다. 김 의원은 “예비전력이 0이 되더라도 곧바로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블랙아웃 발생 전에 순환정전을 실시해 대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 전력거래소 기술자들이 용단을 내리고 순환정전을 실시해 참으로 다행”이라면서 “정부는 엄청난 재앙이 발생했음에도 예비전력이 얼마인지도 오락가락하고, 허위보고를 통해 전력거래소 등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당시 주파수를 감안하면 일정시간 정격 출력(공급)이 수요보다 적어 규정주파수 이하인 59.8㎐ 이하로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주파수가 59.8㎐ 이하로 떨어지면 예비전력이 0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김 위원장의 주장을 확인했다. 한준규·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22]그녀의 어금니가 던져준 힌트

    [범죄는 흔적을 22]그녀의 어금니가 던져준 힌트

     “여기 ○○터널 옆인데요, 썩은내가 아주 진동을 하는데요…. 빨리좀 와주셔야겠는데.”  2004년 8월 7일 오후 7시 경기 군포의 한 지구대 사무실. 온 종일 머리 위를 내리쬐던 여름해가 스스로 열기를 식혀갈 무렵 한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경험 상 차에 치여 죽은 야생동물을 치워 달라는 민원성 전화인 듯 했다. 출동하는 경찰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신고다. 짐승이 심하게 부패했다고 하니 발걸음이 더 무거웠다.  신고자가 말한 장소는 터널을 빠져나와 차가 내리막을 향하는 곳. 경찰은 십중팔구 숲에서 튀어나온 고라니 등이 차에 치여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현장 부근에 이르자 악취가 진동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악취가 나는 곳엔 뭔가가 담긴 보자기가 놓여 있었다. 막대기로 조심스레 보자기를 들춰 보던 지구대 직원은 순간 고개를 돌렸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사람이 분명했다. 로드킬이 아닌 살인의 현장이었다.  다음날 아침. 감식반이 확인한 시신은 신장 155㎝의 여성이었다. 나체 상태로 이불과 보자기에 싸여 있던 여성은 이미 신체의 70%가량이 부패한 상태. 겉으로 보기엔 사망한 지 몇 달은 된듯했다. 특히 상체 부분의 부패가 심해 지문 채취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뼈만 앙상한 손과 목에는 플라스틱 구슬로 만든 반지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10대 소녀들이 즐길 만할 액세서리였지만 두꺼워진 손톱과 발톱, 파마를 한 머리모양이나 매니큐어를 칠한 것 등을 봐서는 청소년은 아닌 듯했다. 나이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졌다.    그녀의 어금니가 힌트를 남겨 주다  부검의는 시신 오른쪽 두개골이 함몰된 것을 발견했다. 뭔지 모르지만 커다란 둔기에 부딪혀 머리뼈가 깨진 것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죽음을 당한 여인이 누군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최종적으로 지문 감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국과원은 사망자의 치아를 통해 진실을 찾는 법치의학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사망자의 치아가 법의학적으로 유용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치아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의 치과기록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또 치아는 지문처럼 개인마다 간격과 배열상태, 위턱과 아래턱뼈의 교합 상태, 유치(幼齒)의 잔존 여부 등이 다르다. 게다가 치아는 웬만한 화재에도 끄떡없고 잘 썩지도 않는다.  치아 마모도를 검사한 결과 죽은 여성은 29~43세로 밝혀졌다. 여전히 좁은 범위는 아니지만, 덕분에 수사팀은 기존 수백명 실종자 명단을 70명 안팎으로 좁힐 수 있었다. 연구원들을 시신이 남긴 힌트를 또 하나 풀어냈다. 죽은 여인은 숨을 거두기 최소 6개월 전에 왼쪽 윗어금니(뒤에서 3번째)가 빠졌다는 점이었다. 실종자 중 비슷한 경우만 찾는다면 피해자를 찾아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잠깐. 살아있을 때 영구치가 빠지면 인간의 몸은 그 자리에 임시로 골조직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잇몸이 더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자기치료로 의학용어로 ‘치조골 재생’이라고 부른다. 반면 죽은 뒤 부패과정에서 빠진 이는 이런 치조골 재생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이가 빠진 지 최소 6개월이 지났다는 점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이가 빠지면 바로 옆 이들은 빈자리를 메우려고 한다. 치아가 메워지는 거리와 속도를 계산하면 이가 언제 빠졌는지를 알 수 있다. 경찰은 남은 70여 명의 실종자 중 윗 어금니가 빠진 채 생활했던 여성을 찾아 나섰다. 얼마 후 피해자는 보름 전 사라진 A(당시 36세)씨로 밝혀졌다. 유전자 검사 결과도 일치했다.    불과 보름 사이 70%가 부패한 시신?…범인은 곤충  신원이 밝혀지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주변에선 그녀를 지독하게 따라다니던 한 남자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피해자는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B(당시 49세)씨가 죽인 것으로 알라.”는 말을 하고 다녔을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은 A씨가 최근 B씨와의 관계를 청산하려 하자 남자가 스토커로 변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이후 한동안 잠적했다 나타난 B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집 서랍에서 시신을 감쌌던 이불보 끈 등 증거가 나타나자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그는 사건 당일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A씨와 다투다 홧김에 B의 멱살을 잡고 머리를 땅바닥에 수차례 부딪혔다고 말했다. 분을 참지못한 결과가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는 현장에서 1.5㎞가량 떨어진 길가 숲 속에 그녀를 버렸다.  시신 발견시점으로부터 불과 보름 전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시신 일부가 백골을 드러낼 정도로 부패했을까. 유난히 무더웠던 날씨에 습한 기온이 원인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2004년 7월 인근지역(수원 기준)의 평균습도는 80%에 달했다. 당시 강수량이 400㎜에 이를만큼 많은 비가 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낮기온은 최고 35도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시신을 칭칭 감쌌던 이불 때문에 초파리들이 기생했고 이내 시신은 구더기들이 들끓게 됐다.  법의학적 관점에서 시신 주변에서 기생하는 곤충들은 시신의 사망시간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시신 옆 곤충의 종류와 주변 온도와 습도 등을 고려해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되짚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곤충은 때론 시신이 범행 후 옮겨졌는지, 죽기 전 독극물이냐 마약 등을 복용했는지에 대한 힌트도 던져준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유럽은 법의곤충학 전공자가 범죄현장에 감식요원으로 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미국의 법의학 드라마 ‘CSI 라스베이거스’ 시리즈의 길 그리섬 반장도 곤충학 전공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법의곤충학은 과학수사 분야 중에서 가장 낙후된 축이다. 시신에 주로 어떤 곤충들이 기생하는지 등에 대한 최소한의 데이터베이스도, 연구자도 없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늘도 시신 옆 구더기나 초파리는 현장 증거로 여기지기 보다는 오히려 감식을 방해하는 훼방꾼 취급을 받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치밀한 남편 ‘전류반’은 못 숨겼네 찌릿찌릿 전기충격기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두려움이 만든 ‘자기 폭력적 자살’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22)그녀의 어금니가 던져준 힌트…법치의학이 밝힌 사건의 진실
  • [국정감사] 최대 3시간10분 ‘블랙아웃’ 될 뻔

    지난 15일 전국 순환 단전 돌입(오후 3시 10분) 이전 대한민국은 최소 1시간 25분에서 최대 3시간 10분 동안 블랙아웃(black out·대정전 사태)의 위험에 직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일 오후 8시 순환 정전 해제 전까지도 블랙아웃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10시 50분 ‘마지노선’ 붕괴 전력 수급·통제를 담당하는 전력거래소는 정전 사태 뒤 수시로 전력수급 현황을 잘못 집계한 것으로 나타나 ‘9·15 정전 대란’ 당일 전력예비율의 진실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19일 전력거래소가 밝힌 ‘15일 주요 시간대별 전력수급 현황’에 따르면 오전 10시 50분 예비전력은 392만㎾(예비율 6.0%)를 기록하며 이미 예비전력의 마지노선인 400만㎾ 아래로 떨어졌다. 11시 20분에는 336만 8000㎾, 11시 55분에는 330만 5000㎾로 급락했다. ●오후 2시 예비율 1% 이하로 오후 들어서는 상황이 분 단위로 악화됐다. 오후 1시 5분에는 예비전력이 320만 8000㎾로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5분 뒤인 1시 10분에는 255만㎾, 20분 204만 3000㎾, 25분 170만 3000㎾로 뚝뚝 떨어졌다. 급기야 1시 35분에는 96만 4000㎾(1.4%)로 급락하며 예비율이 곤두박질쳤다. 1시 55분에는 65만 2000㎾(1.0%), 2시에는 59만 2000㎾(0.9%), 2시 35분에는 46만 5000㎾(0.7%), 오후 3시에는 24만㎾(0.35%)로 바닥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 오전 10시 50분부터 1시간 5분간, 오후 1시 5분부터 2시간 5분간 블랙아웃의 위험에 노출됐고 오후 1시 35분부터 오후 3시까지 1시간 25분간은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의처증 남편, 아내 몰래 헤어드라이어 꺼내더니…

    의처증 남편, 아내 몰래 헤어드라이어 꺼내더니…

    “거기 119, 119죠? 저, 저희…어머니가 목을 매셨는데….” 2006년 5월 25일 새벽 4시 경기 시흥시 신천동의 한 아파트. 119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갈랐다. 사망자는 당시 56세의 주부 A씨. 그는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안방에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목을 맨 시신을 처음 발견해 바닥에 것은 남편 B씨(56)였다. “1시간쯤 전에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작은 방문에 목을 매 죽어 있더라고요. 손자들 놀라고 달아 놓은 그네용 철봉에 끈을 묶었더군요. 목 뒤 가운데에 매듭이 있었고 두 발이 공중에 5㎝ 정도 떠 있었어요.” 급히 줄을 끊어 안방에 눕혔는데 한밤에 시신과 함께 있자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이불을 덮어 놓고 분가한 아들에게 급히 연락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차분하게 상황을 증언했다. 아내의 자살 동기를 묻는 경찰에게 남편은 “나한테 맞은 게 분해서 자살한 것 같다.”고 했다. 남편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건발생 몇시간 전인 5월 24일 오후 10시쯤 부부싸움을 했다. 남편은 이 과정에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 막대기로 부인을 때렸다. 자기는 화가 나서 집을 나갔다가 새벽 3시쯤 돌아와 보니 아내가 숨져 있었다고 했다. 집안에는 길이 50㎝ 남짓한 플라스틱 막대기와 부인이 목을 맨 낡은 나일론 끈이 놓여 있었다. 남편은 나일론 끈은 집에서 보던 게 아니라고 했다. A씨의 목 주변에는 끈 자국이 뚜렷했다. 턱 아래부터 시작된 자국은 목덜미와 턱을 따라 비스듬히 위로 올라가 있었다. 부인의 얼굴에는 심한 울혈이, 양 눈꺼풀은 많은 일혈점이 보였다. 전형적인 질식사의 흔적이었다. 얼굴, 목, 팔 등에서는 붉은색을 띤 타원형의 크고 작은 상처가 발견됐다. 남편 진술대로라면 부부싸움 때 막대기로 맞은 상처였다. 모두 18곳. 하지만 사인으로 보기에는 상처가 너무 작았다. 검안의는 일단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1차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에 있을 대반전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보조장치에 불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는 타살된 것이었고 범인은 남편이었다.   ■ 완전의사에선 없어야 할 울혈과 일혈점 억울한 죽음이 자살로 묻혀버릴 뻔한 것을 막아준 사람은 부검의였다. 그는 시신의 상태와 정황이 어딘지 모르게 아귀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특히 시신 속 일혈점과 울혈에 주목했다. “목격자(남편)는 목을 맨 부인의 발이 허공에 5㎝ 떠 있었다고 했죠. 매듭은 목 뒤에 걸려 있었고…. 근데 이상해요. 이렇게 교수형 당하는 사람처럼 죽으면 질식사와 달리 울혈이나 일혈점이 나타나지 않는 법이거든요.” 법의학에서는 A씨처럼 정확하게 목을 매 죽는 것을 ‘전형적· 완전 의사(縊死)’라고 말한다.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막히는 데다 몸 전체가 공중에 떠 하중이 온전히 목에 걸려 시신의 얼굴 부위가 창백하게 변한다. 피가 쏠리지 않으니 당연히 일혈점도 울혈도 나타나지 않는다. 부검의는 몸에 남은 상처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막대기에 맞아서 생긴 상처는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화상이나 탕상(湯傷·물이나 증기에 데인 상처)에 가까워요.” 수사진의 시선은 남편을 향했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진술이 모두 거짓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그를 다그치려면 뭔가 물증이 있어야 했다. 수사진은 아파트 인근을 이잡듯이 뒤졌고, 그 노력은 이내 결실을 맺었다. 아파트에서 좀 떨어진 공터에서 집에 있던 플라스틱 막대기와 나일론끈의 나머지 부분을 발견한 것. 집에서 나온 막대기나 나일론끈과 절단면도 정확히 일치했다. “가만있자, 남편은 막대기를 이곳 공터가 아닌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웠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여기서 목 맬 때 쓴 나일론끈까지 발견되고….” 일반적으로 목을 매는 사람들은 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자살을 결심한 아내가 한밤 중 칠흑같이 어두운 공터까지 와서 어렵사리 끈을 찾았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는가. 형사와 남편의 피말리는 두뇌게임이 이어졌다. 조사 8시간째. 심리적인 불안감을 내비치는 남편 앞에 경찰이 그동안 감춰두었던 증거를 내밀었다. 공터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막대기와 나일론 끈이었다. “모두 공터에서 찾은 겁니다. 왜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 “부인을 살해한 건 당신이죠.” 남편은 고개를 떨궜다.   ■ 전기도 흔적을 남긴다 사건은 엽기적이었다. 불행의 씨앗은 아내의 외도에 대한 남편의 망상증이었다. 남편은 증세가 차츰 심해지더니 급기야 ‘아내가 밥에 독을 타 나를 죽이려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됐다. 결국 남편은 아내가 자기를 죽이기 전에 먼저 죽이기로 결심했다. 범행은 치밀하게 준비됐다. 그는 헤어드라이어 끝을 잘라 빼낸 전선과 나무막대기 등으로 간이 전기충격기를 만들었다. 과거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했다. 범행에 쓸 나일론끈과 플라스틱 막대기도 준비했다. 막대기는 전기충격 때문에 아내 몸에 생길 상처를 맞아서 생긴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날 밤 남편은 TV를 보는 아내 뒤로 다가가 모두 9차례 전기충격을 가했다. 아내가 기절하자 나일론 끈에 그녀의 목을 매달았다. 15분 후 아내가 죽은 것을 확인한 그는 살인의 흔적을 지운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결백을 확인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뒤늦게 밝혀진 것이지만 부인의 몸에 남은 상처는 전류반(電流斑)이었다. 데인 상처와도 비슷한 이 자국은 최초 전기가 몸에 들어오고 나온 곳에 각각 흔적을 남긴다. 피부 가장자리가 올라와 있어 마치 분화구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전류의 세기가 약하거나 몸에 물기가 있다면 반점처음 작은 자국만을 남긴다. 특히 남편은 상처를 닦아냄으로써 경찰의 감식을 한층 어렵게 했다. 이렇게 흔적이 약할 때는 피부에 철 등 금속성분이 묻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감전된 피부에는 순간적으로 금속 성분이 녹아서 늘어붙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전도체와 맞닿은 부위는 마치 도금을 한 것처럼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전기도 흔적을 남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손,살인자를 가리키다

    2006년 10월 11일 오후 3시 인천 강화도의 한 선착장. 주변을 거닐던 관광객이 바다쪽 석축에 걸린 작은 물체를 발견했다. “저게 뭐지? 일반적인 바다 쓰레기 같지는 않은데?.” 왠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악~’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잘려진 사람의 손이었다. 바다를 떠돌다 뭍을 만나니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이었을까, 조류에 떠밀려온 가련한 조각 시신은 축대에 기대어 제발 자기를 보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 40대 중반 여성?남편 그리고 내연남 상식적인 얘기지만 바다나 강에서 발견된 시신은 신원을 파악하기가 육지에서 나온 시신보다 훨씬 어렵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지문감식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물 속에서 불거나 부패하는 과정에서 형체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망자의 손을 수습해 아이스박스에 넣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우선 규명해야 할 것은 자살이냐, 타살이냐 여부. 손목 절단이 흉기 등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람은 토막살해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신이 온전한 상태로 떠돌다 선박 스크루 등에 의한 절단된 것이라면 타살 외에 자살이나 사고사일 수 있다. 부검 결과, 타살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국과원은 “손목 절단면의 전반적인 모양새가 칼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능숙하게 한 일로 보이며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망자는 누구인가. 물 속에서 부패된 손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지문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익사체나 부패가 진행 중인 사체는 주사기로 시신의 손에 실리콘을 주입해 지문을 떠내지만 이 경우는 훼손 정도가 심해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조사반은 고온처리법에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뜨거운 물을 통해 피부를 팽창시켜 숨어 있던 지문을 도드라지게 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한국의 지문감식 수준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실제로 이 방법은 2004년 동남아 지진해일 참사 때 큰 위력을 발휘했다. 9일 만에 경찰은 지문 채취에 성공했다. 중지에서는 활모양의 궁상문(弓狀紋)이, 약지에서는 말굽모양의 제상문(蹄狀紋)이 확인됐다. 피해자는 당시 44세의 여성 A씨였다. 약 1개월 전 남편 K(당시 47세)씨에 의해 가출 신고가 돼 있었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K씨는 “아내가 9월 15일 직장에 출근한 후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내연남과 살기 위해 집을 나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A씨의 통화기록을 조회하자 실제로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A씨와 결혼을 하기 위해 이미 이혼해 있는 상태였다. 남편 진술의 신빙성에 무게가 더해졌다. 경찰은 내연남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는 분명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의심할만한 대목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수사의 초점은 다시 남편을 향했다.   ■ 아내와의 엽기적인 마지막 눈인사 “그놈과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죠. 걱정도 안 돼요.” 남편 K씨가 퉁명스럽게 내뱉은 말에는 부인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경찰은 우선 K씨의 아파트 CCTV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가출 이후 거의 500시간에 육박하는 녹화분을 샅샅이 뒤졌다. 지루한 녹화화면과의 전쟁. 전체 분량을 절반쯤 확인했을 때 화면에 남편 K씨와 아내 A씨의 모습이 등장했다. 10월 2일 오전 10시 10분. 그들이 살던 아파트로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남편 K씨 진술대로라면 가출신고 후 부인과는 만나는 난 일은 없었어야 하는 것 아니야? 아무래도 K씨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경찰들은 이쯤에서 용의자가 누구인지 80%쯤 확신하게 됐다. 다시 몇시간 정도 녹화분을 더 돌리자 등에 뭔가를 짊어지고 혼자서 내려오는 남편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큰 이불보따리였다. 남편은 그걸 자기 승합차에 실었다. 얼마 후에는 검은 비닐봉지와 아내의 핸드백을 갖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나머지 녹화분에서는 어디에도 부인 A씨가 집을 나오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남편의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범행 이틀 뒤인 4일 남편은 경기도 김포 등지를 배회하고 있었다. 김포는 시신의 손목이 발견된 강화도와 가까운 곳이었다. 경찰은 그가 아내를 살해하고 이틀 뒤 시신을 버린 것으로 판단한고 남편을 체포했다. 처음에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던 K씨는 계속된 추궁과 증거 제시에 결국 모든 것을 실토했다. 바람 난 아내와 이혼을 협의하다 홧김에 목졸라 살해했고 인테리어 가게에서 쓰는 톱과 칼로 집 화장실에서 시신을 토막 낸 뒤 강화대교 밑 바다와 김포대교 밑 강물에 버렸다고 했다. 그는 가출해 내연남과 보름 이상 여행을 떠난 뒤 스스럼 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가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경찰은 나머지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K씨가 죽은 아내의 머리를 자기 인테리어점 지하 보일러실에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발견했을 때 A씨의 눈은 청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아내가 눈을 뜨고 죽었는데 그 눈과 마주치는 것이 너무 무섭더군요.” 불행한 부부의 마지막 눈맞춤이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 죽은 여성이 범인에게 남긴 데스노트가 살인자를 지목하다

    죽은 여성이 범인에게 남긴 데스노트가 살인자를 지목하다

      2003년 12월 6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갑작스런 한통의 전화가 겨울밤 파출소의 한적함을 깨운다.  “사, 사람이 죽었어요. 도와주세요.”  신고인은 외국인이었다. 한국인 여자친구 A(당시 24세)의 주검과 마주친 그는 떨고 있었다.  A씨는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칼에 찔린 복부에서 난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자상의 크기는 1.7㎝로 작은 편이었지만 대동맥을 관통할 정도로 깊게 찔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첫번째 칼부림은 바로 옆 탁자에 아래에서 시작된 듯했다. 탁자 아래엔 비산(飛散·튀어 흩어짐) 혈흔과 적하(滴下·방울져 떨어짐) 혈흔이 섞여 있었다. A씨의 목에는 손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칼로 배를 공격한 후 범인은 확인사살을 하듯 A씨의 목을 다시 누른 것이다. 방어흔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범행은 순식간이었고 피해자는 반항 한번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찢어진 장부, 과학이 뒷장을 드러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일반주택 2층을 개조해 만든 옷 도매가게. 주로 아프리카쪽 바이어를 상대하는 매장은 흔한 입간판 하나 없어 일반인은 전혀 상점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탁자엔 바로 전까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 듯 음료수 캔과 비스킷, 거래장부가 놓여 있었다. 선풍기형 난로도 탁자를 향해 있었다. 피해자의 가방과 지갑은 모두 열렸고 책상서랍 안에 있던 260만원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문이나 창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찰은 손님을 가장한 강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범인이 외국인이라면 수사과정에 곤란한 점이 적지않다. 우선 한국경찰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를 이용할 수 없다. 불법체류자라면 소재 파악도 쉽지 않다. 그렇게 고민만 깊어갈 즈음 지문 감식을 위해 거래장부를 조사하던 수사관이 의문을 제기했다.  “반장님, 장부 페이지가 한장이 비는데요. 5일자가 없어요.”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앞장의 글자와 뒷장에 남아 있는 자국이 좀 달라 보인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흔적이 남은 장부를 찢어버린 것이라는 판단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흔(筆痕) 재생을 의뢰했다.  필흔 재생이란 볼펜이나 연필 등 필기구를 사용할 때 원본 뒤 종이의 눌린 자국을 통해 앞장의 글자를 복원하는 작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글씨를 쓰면 필기구의 압력이 종이 뒷장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글씨를 쓴 사람이 펜을 얼마나 힘껏 눌렀느냐, 필기구가 무엇이냐에 따라 2번째와 3번째 페이지까지도 필흔이 남을 수있다. 통상 볼펜이나 연필은 원본 뒤 3번째 장까지 자국이 남는다. 하지만 사인펜으로 쓴 글씨는 다음 장에서도 흔적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사실 자국이라고 말하지만, 육안이나 현미경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도여서 이를 확인하는 데는 고가(3000만원가량)의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영국제 ‘ESDA2’가 쓰인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증거물(눌린 종이)을 기계에 넣은 후 그 위에 랩과 같은 특수필름을 평평하게 깐다. 진공상태에서 기계가 정전기를 발생시키면 필름은 자연스럽게 글자모양에 따라 요철이 생긴다. 필름을 15~20도 정도 기울인 상태에서 특수처리된 흑연가루를 뿌려주면 필름 위에 앞장에 썼던 글자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국과원이 복원한 페이지는 ‘제이’(Jay)라는 손님의 거래내역서였다. 티셔츠와 바지, 점퍼 등 도합 640만원어치의 물품을 제이가 주문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수사팀 입장에서 뜻밖의 횡재는 제이의 전화번호였다. 01×-8××-××××.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인 제이를 찾아 나섰다. 장부 속 고객 ‘제이’를 잡아라  휴대전화 개통자는 나이지리안인 저스틴(당시 31세)이었다. 이태원 나이지리아인 밀집지역을 탐문조사한 결과 장부 속 제이는 저스틴과 동일인물이었다. 제이란 이름은 위조여권 속 가명이였다.  범인은 불안한듯 했다. 사건 뒤 저스틴의 휴대전화 신호는 이태원 녹사평역에 나타났다가 다시 한남동과 경기 동두천시로 옮겨갔다. 마지막 위치는 나이지리아인 밀집지역인 안산시의 주택가로 확인됐다.  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드넓은 주택가를 모두 뒤질 수는 없는 노릇. 특히 나이지리아인 지역사회에 잘못 들이닥치면 오히려 경찰이 떴다는 것을 저스틴에게 알려주는 꼴이 될 게 뻔했다. 경찰은 비용 때문에 휴대전화보다는 공중전화를 자주 이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이용 패턴에 착안했다. 인근 공중전화 10군데를 골라 잠복에 나섰다. 그렇게 한지 3일. 저스틴은 전화를 걸러 슬리퍼를 끌고 나오다 공중전화 앞에서 검거됐다.  저스틴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범행을 부인하기에는 증거나 정황이 너무나 분명했다. 우선 현장에 남은 음료수 캔의 지문이 그의 것과 일치했다. 특히 자취방에서 찾아낸 비닐봉지에서 숨진 A씨의 혈흔이 발견되자 그는 죄를 벗기 위한 노력을 완전히 포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저스틴은 범행을 저지르기 14개월 전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되면서 일자리 찾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막막해지자 그는 범행을 결심했다.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곳은 전에 친구와 들렀던 A씨의 가게였다. 인적이 뜸한 데다 여자들만 있어 강도를 하기도 쉬우리라 판단했다.  저스틴은 자기를 나이지리아에서 온 바이어라고 속이고 범행 전날인 12월 5일 옷가게에 들렀다. 모처럼 큰 손님에 반가워 A씨가 장부를 적어 나가는 동안 그는 내부구조와 현금의 위치, 도주경로 등을 살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범행에 쓸 과도도 구입했다.  범행 당일인 6일, A씨가 3시간에 걸쳐 옷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저스틴은 칼을 쓸 타이밍을 노렸다. 그리고 무참하게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가게를 나오는 순간 저스틴의 머리에 불안이 엄습했다. 자기의 전화번호와 이름이 적힌 장부가 떠올랐다. 그는 장부의 마지막 장을 깔끔히 찢어내는 용의주도함으로 범행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장은 끝내 그를 스스로 옭아매는 증거가 됐다. 불안은 그렇게 범인의 영혼을 잠식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언뜻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한 느낌.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274만개의 눈…CCTV는 범인을 지켜봤다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할 땐 미제사건 2) 죽음의 성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 직전의 성적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오열했던 남편 부인을 독살하다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 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성전환 여성 恨풀다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대변 속 100억분의 1g DNA 난관 속 사건 푼 ‘최후의 단서’ 7) 정관수술한 지능적인 연쇄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호흡이 지목한 범인은 그의 아들이었다-화재사 속에 숨은 타살의 흔적찾기 13) 車운전석 그녀의 주먹쥔 양팔-‘에어컨은 억울했다’ 14) 피해자·범인 찾아낸 성형수술 자국 광대뼈 축소술 흔적…동거男에 목 졸린 백골의 한 풀어주다 15) 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여성 전문 살인범, 274만개의 눈 CCTV가 잡다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여기 방이동(서울 송파구)인데요, 노래방 문 좀 따주세요.”  지난해 9월 20일 밤 10시. 119신고센터에 20대 여성의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닷새 전 노래방 문을 연다고 나간 A(당시 46세)씨를 애타게 찾던 첫째딸(당시 28세) 목소리였다. 구조대가 급히 달려간 지하 노래방은 앞뒤로 굳게 철문이 닫혀 있었다. 119 대원이 한참을 씨름하던 잠금장치를 절단하고 문을 열자 고약한 냄새가 확 풍겼다. 뭔가 썩는 냄새였다. 노래방 주인 A씨가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자살이라고밖에는” 유서 2장과 소주병  자살이었다. 한눈에 들어온 현장은 그랬다. 시신이 누워 있던 노래방 내실 탁자에서는 유서가 담긴 흰 봉투와 먹다 남은 소주병 2개가 나왔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구구하게 긴 사연이 담겨 있었다. 1년 전 남편 유산으로 시작한 노래방이 생각만큼 잘 안돼 속상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3남매가 엄마 마음을 몰라줘 섭섭했다는 사연, 자신은 재미있게 살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서로 의지해 가며 정겹게 인생을 살라는 당부 등이 이어졌다. 노래방과 살던 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숨겨놓은 통장은 어디에 있는지, 출금 비밀번호는무엇인지 등도 적혀 있었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인쇄돼 마지막에 도장까지 찍힌 유서는 남이 썼다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씨의 왼쪽에는 피묻은 칼이 놓여 있었다. 노래방 부엌에 있던 식칼이었다. 칼은 명치와 왼쪽 손목 2군데에 상처를 냈다. 치명상은 명치 쪽인 듯했다. 정황상으로 보면 A씨는 평소에 자살을 고민해 왔고, 결국 어느 날 노래방 문을 잠그고 술을 마신 뒤 1차로 손목을 2차례 긋고 나서 다시 명치 부위를 스스로 찌른 것으로 보였다. ●“누구라도 최후의 순간에는 주저하기 마련, 그러나…”  자칫 억울하게 묻힐 뻔했던 A씨 피살의 한을 풀어 준 사람은 베테랑 형사였다. 자살 치고는 현장이나 시신이 지나치게 깔끔했다. A씨가 자살한 쪽방은 성인 2명 정도가 겨우 누워 잘 수 있는 크기. 그나마 가로로는 누울 공간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좁은 방이었지만 벽에 피가 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바닥에 고여 있는 혈액의 양도 이상하리만큼 적었다.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도 주저흔(hesitation marks) 하나 없이 지나치게 깨끗했다. 주저흔이란 자살하려는 사람이 한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하고 여러 차례 자해한 흔적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치명상 주위에 생기는데 송곳에 찔린 듯한 작은 것부터 1~2㎝까지 많게는 수십개가 남기도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사망자의 몸에 칼에 찔린 상처가 많고 외부로 흘러나온 혈액이 많으면 타살로 간주하기 쉽지만 자살인데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흉기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고통 없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치명적인 곳을 못 찾거나 주저하게 돼 스스로 여러 곳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자녀도 “자살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A씨가 워낙 솔직하고 화통해 우울증이나 자살과는 거리가 먼 데다 유서도 어색하다고 했다. 유서에는 “내가 글씨를 잘 못써 PC방 점원에게 워드(워드프로세서)를 배웠는데, 유서 쓰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엄마가 어느 결에 워드를 배웠는지도 의문이고, 굳이 유서를 워드로 작성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유서 속 단어들이 평소 엄마의 말투와 전혀 달랐다. ●생활반응이 말해 주는 사건의 진실  A씨의 시신에 대해 부검 결정이 났다. 치명상은 가슴에 난 창상이었다. 찔린 곳은 한 곳이었지만 칼이 만든 상처의 끝부분이 묘하게 변해 있었다. 치명상을 입히려고 같은 곳을 정확하게 두 번 찔렀을 때에나 생기는 현상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스스로 치명상이 난 곳을 정교하게 찾아 두 번 칼을 꽂을 리 없다.  자살 현장이 조작됐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시신 왼쪽 손목의 상처였다.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A씨의 상처에 ‘생활반응’(生活反應·특정 충격에 대해 살아 있는 몸이 보이는 반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적은 출혈량 등을 감안했을 때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목을 그었다기보다는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만든 가짜 상처로 결론났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됐다. 범인이 누구이기에 통장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남의 가족사를 줄줄이 꿰고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3남매 중 하나일까.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정작 범인 색출은 싱겁게 마무리됐다. 유서 봉투에서 둘째 딸(당시 25세)의 헤어진 동거남(당시 25세)의 지문이 나왔다. A씨 사망현장에 그가 있었다는 얘기다. 친척집에 숨어 있던 동거남은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1년 넘게 A씨의 둘째딸과 동거를 해왔지만 최근 자주 다투면서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건이 나기 한달 전 동거녀가 가출하자 노래방에 찾아가 “딸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A씨에게 면박을 당한 뒤 모욕감에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결혼식은 못 치렀지만 1년 이상을 사위처럼 살면서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상주 노릇까지 했는데 장모가 나에게 너무 모질게 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할 땐 미제사건 2) 죽음의 성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 직전의 성적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오열했던 남편 부인을 독살하다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 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성전환 여성 恨풀다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대변 속 100억분의 1g DNA 난관 속 사건 푼 ‘최후의 단서’ 7) 정관수술한 지능적인 연쇄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10) 급성 수분중독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호흡이 지목한 범인은 그의 아들이었다-화재사 속에 숨은 타살의 흔적찾기 13) 車운전석 그녀의 주먹쥔 양팔-‘에어컨은 억울했다’
  • ‘해롱해롱’ 술 취한 한국인 사진 모은 블로그 논란

    ‘해롱해롱’ 술 취한 한국인 사진 모은 블로그 논란

    술 취해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쓰러진 한국인들의 사진을 모은 블로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블랙아웃코리아’(Blackoutkorea.com)라는 블로그에는 술에 취한 채 지하철 역 앞이나 자동차 아래, 가게 앞에 쓰러져 있는 한국인들의 사진이 200여 장 올라와 있다. 블로그 옆면에는 “한국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쓰러져 있는 재미있는 상황을 주로 보여준다.”면서 “한국인들은 종종 일주일에 60시간이 넘는 과도한 업무 때문에 쓰러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소주’ 때문에 쓰러진다.”고 쓰여 있다. 또 “여러 나라를 가 봤지만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본적이 없다. 당신들이 본 베스트 포토를 보내 달라.”며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사진 아래에는 사진이 찍힌 시기와 장소 등이 비교적 명확히 제시돼 있다. 2011년 1월 1일 새벽, 혜화역에서 술에 취한 채 쓰러진 남성의 사진과, 쓰러져 있는 한국인을 손가락질하며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외국인 사진들은 충격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밖에도 식당 앞이나 엘리베이터, 술집 등에서 만취한 사람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올라와있고, 일부 사진은 얼굴이 그대로 노출돼 신상정보 공개의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쓰러진 사람들을 배경으로 조롱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 이들이 모두 외국인인 점을 미뤄 해외에서 만들어진 블로그로 추정되지만, 운영자의 정보는 단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네티즌들도 이 블로그의 존재를 확인한 뒤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본인이나 친구의 사진이 없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충고하는 한편 일부는 “솔직히 화가난다. 이런 사이트가 있는 줄 몰랐다.”,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며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케이블TV, 10~13시 지상파 프로그램 전 타임 광고 중단?

    케이블TV, 10~13시 지상파 프로그램 전 타임 광고 중단?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10월 1일부터 이행될 케이블TV의 지상파 광고중단 조처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에 방송되는 지상파 프로그램 전 타임 광고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SO협의회 ‘지상파 재송신 중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7일 충정로 케이블TV협회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10월 1일을 기점으로 지상파 광고중단 방안을 단계적으로 이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선 광고중단은 지상파 방송 재송신 중단으로 가기 위한 단계적 작업으로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발생할 시청자 혼란 및 피해를 줄이기 위해 케이블TV업계가 내놓은 방안이다.이날 성기현 케이블TV협회 사무총장은 “낮시간, 밤시간 등 시간대별로 광고를 중단하는 등 단계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케이블TV 업계는 프라임타임(오후 8시~11시)을 피해 시청률이 낮은 시간으로 민원 처리에 무리가 적은 시간대를 1단계 광고중단 적용 타임으로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같은 이유로는 케이블TV 업계가 광고중단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프라임타임을 택할 경우 업계 스스로 내세운 ‘시청자 보호’라는 광고중단의 명분과 배치되는 문제점이 있다.또 SO사들의 콜센터 업무 개시 시간이 오전 9시인 점을 감안할 때 안정적으로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세팅이 완료되는 10시 이후부터가 광고중단 시점으로 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여기에 저작권 훼손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중단 범위를 후 타임 광고가 아닌 전 타임광고로 한정해 적용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케이블TV 업계가 후 타임 광고의 수를 정확히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한편 1단계 광고중단 조처가 이행될 시 1500만 케이블TV 가입 가구(디지털, 아날로그 가입자)는 지상파 방송광고 시간에 블랙아웃 화면을 시청하게 된다.케이블TV 업계는 이러한 광고중단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채널 재송신 중단 절차까지 동시에 밟겠다는 입장이다.방송법 77조에 따라 케이블TV가 지상파채널 재송신을 중단할 경우 케이블TV의 채널 변경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방통위에 ‘상품변경을 위한 이용약관 변경’을 신청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방통위는 접수된 약관 변경 신청서를 60일 이내에 승인해야 하지만 반려할 수도 있다. 이에 케이블TV 업계는 약관변경 신청과 광고중단 이행을 동시에 진행해 방통위 승인을 얻기 전까지는 약관변경 없이도 가능한 광고중단부터 실행한다는 속내다.한편 비대위는 28일 있을 방통위의 중재에 대해서 “(케이블TV 업계가)유료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기 때문에 협상이 아닌 대화를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케이블TV, 지상파 ‘광고중단’ 일시 다음달 1日 확정

    케이블TV, 지상파 ‘광고중단’ 일시 다음달 1日 확정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SO협의회 ‘지상파 재송신 중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7일 충정로 케이블TV협회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10월 1일을 기점으로 지상파 광고중단 방안을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의 재전송료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 선 광고중단과 즉시 송출 중단을 놓고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 광고중단은 지상파 방송 재송신 중단으로 가기 위한 단계적 작업으로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발생할 시청자 혼란 및 피해를 줄이기 위해 케이블TV업계가 내놓은 방안이다. 광고중단 등 단계적 절차를 거치는 동안 시청자 스스로 지상파 재송신 전면 중단 사태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중단 대상은 KBS, MBC, SBS 등의 광고로 이번 조치를 통해 1500만 케이블TV 가입 가구(디지털, 아날로그 가입자)는 지상파 방송광고 시간에 블랙아웃 화면이 나가게 된다. 중단 범위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향후 실무TF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시청자의 혼란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성기현 케이블TV협회 사무총장은 “낮시간, 밤시간 등 시간대별로 광고를 중단하는 등 단계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또 광고 중단 결정에 대해 SO 내 이견은 없었으며 다만 방법론에 있어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각 SO마다 광고중단에 필요한 인력, 기술적 대비에 소요되는 기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 앞서 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중단에 들어가려면 8VSB(지상파신호 처리방식), 아날로그, 디지털 신호 등을 담당할 3명의 신규 인력이 각 SO마다 필요한데 지역 SO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광고중단에 필요한 인력 충원 까지도 고려해 시점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광고중단 상태로 인해 지상파 프로그램이 잘리는 경우는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케이블TV 업계는 방통위가 승인해 주면 채널 재송신 중단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방송법 77조에 따라 케이블TV가 지상파채널 재송신을 중단할 경우 케이블TV의 채널 변경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방통위에 ‘상품변경을 위한 이용약관 변경’을 신청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방통위는 접수된 약관 변경 신청서를 60일 이내에 승인해야 하지만 반려할 수도 있다. 이에 케이블TV 업계는 약관변경 신청과 광고중단 이행을 동시에 진행해 방통위 승인을 얻기 전까지는 약관변경 없이도 가능한 광고중단부터 실행한다는 속내다. 한편 비대위는 28일로 예정된 방통위의 중재에 대해서 “(케이블TV 업계가)유료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기 때문에 협상이 아닌 대화를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19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술을 마시면 왜 필름이 끊기는 걸까. 그때 우리 뇌 속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세 명의 애주가를 대상으로 뇌 기능을 파악할 수 있는 신경인지 기능검사와 뇌의 신진대사 상태를 확인하는 양전자 단층촬영(PET)를 진행한다. 술 취한 뇌의 경고, 필름 끊김 현상. 블랙아웃 현상의 실체를 확인해 본다. ●상상대결(KBS2 오후 8시50분) 놀라움과 신비함이 공존하는 도시 속 바다여행 아쿠아리움. 그곳에서 펼쳐지는 비밀이 ‘상상 특별구역’에서 공개된다. 신기한 사진, 믿기지 않은 동영상, 충격적인 뉴스, 온갖 추측과 소문이 무성한 이야기들의 진실을 파헤친다. 한 주간 사람들의 상상력을 가장 많이 자극시킨 ‘상상 이슈’의 세계로 초대한다. ●후 플러스(MBC 오후 11시5분) 지난주 ‘석면 실태 보고’를 공개하자 시청자들의 분노는 극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도어로 인해 치명적인 먼지가 생기고 있다는 의혹. 안전을 책임진다는 스크린도어가 오히려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인지. ‘스크린도어’와 ‘석면’의 충격적인 관계를 파헤친다. ●한밤의 TV연예(SBS 오후 11시5분) 당대 최고의 톱스타가 모델로 서는 화려한 패션쇼, 언제나 눈처럼 깨끗한 흰색 옷, 어쩐지 다가가기 어렵고 화려한 이미지로 비쳐졌던 패션계의 대부 고(故) 앙드레 김. 살아생전 앙드레 김과 인연을 맺었던 각계각층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고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추억해 본다. ●세계테마기행<오래된 미래, 라다크>(EBS 오후 8시50분)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의 곳곳은 불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불교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번 여정의 종착지인 라마유루 곰파에서 종교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고 그것을 통해 지혜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욕심 없는 삶’을 다시 한번 배운다. ●아름다운 이야기 보석상자(OBS 오후 11시5분)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제 살을 뜯어준다는 가시고기. 초등학교 4학년인 박지혁군은 동화로 읽은 가시고기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고 말한다. 할머니가 가시고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폐지를 주우며 걸을 수 없는 아들과 손자들까지 돌봐야 하는 할머니를 가장 존경한다는 지혁군의 이야기.
  • 한날 한시 인류가 6개월 후를 본다면…

    한날 한시 인류가 6개월 후를 본다면…

    플래시백은 소설이나 영화, 연극에서 현재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과거 시점을 중간에 끼워 넣는 것을 말한다. 흔히 회상 장면에서 사용되는 기법이다. 플래시백보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플래시포워드라는 기법도 있다. 플래시백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순차적으로 사건이 진행되다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을 말한다. 미국 드라마(미드) ‘플래시포워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따온 아이디어를 활용한 작품이다. 어느 날 전 세계의 사람들이 2분17초 동안 정신을 읽고 쓰러진다. 차를 몰다가 정신을 잃어 교통사고가 나기도 하고 산책을 하다가, 식사를 하다가 그냥 쓰러진다. 세상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블랙아웃 순간에 어떤 광경들을 보게 된다. 끔찍한 모습도 있고, 행복한 모습도 있다. 알고 보니 전 세계 사람들이 본 것은 6개월 뒤 각자의 미래라는 게 밝혀진다. 정해진 미래에 수긍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바꾸려고 할 것인가. 각자의 미래를 조금 엿본 사람들은 더이상 과거의 자신으로 머무를 수 없게 된다. FBI 요원 밴포드는 블랙아웃 현상의 이면을 캐며 6개월 뒤 인류 전체의 모습을 퍼즐 맞추듯이 그려 나간다. 공상과학(SF) 미드 ‘플래시포워드’가 온미디어 계열 영화채널 OCN을 통해 새달 13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플래시포워드’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고어가 제작·각본·감독을 맡은 SF 블록버스터 미드.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알려진 조지프 파인즈가 주인공 밴포드 요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또 ‘해롤드와 쿠마’, ‘스타트랙-더 비기닝’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배우 존 조가 밴포드의 동료 요원으로 나와 화제를 모았다. ‘플래시포워드’는 그러나 초반 인기를 끌어가지 못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래서 주관 방송사인 미국 ABC는 ‘플래시포워드’ 시즌 2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브이(V)’ 시즌2를 방송키로 결정했다. 아쉬움을 느끼는 시청자라면 이 드라마의 원작으로 SF 소설의 거장 로버트 소여의 작품을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최고일 때 떠나는 것… 음악 활동은 계속”

    “음악을 그만 둘 것이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나는 뮤지션이다. 언제까지나 뮤지션으로 살 것이고 노래도 만들 것이다. 팀은 해체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새로운 서막이 기대된다.”(클라우스 마이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스콜피언스의 루돌프 쉥커(기타)와 마이네(보컬)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예술가들은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을 때 팬들에게 최상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해체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월드투어 끝나는 2013년쯤 해체 1965년 결성 이래 ‘홀리데이’, ‘스틸 러빙 유’, ‘윈드 오브 체인지’ 등 수 많은 노래로 사랑받은 이들은 록 스피릿(rock spirit)이 충만한 마지막 앨범 ‘스팅 인 더 테일’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지막 월드투어가 끝나는 2013년쯤 각자의 길을 간다. 쉥커는 “오랫동안 함께했던 매니저가 새 앨범을 놓고 ‘이보다 더 훌륭한 앨범을 앞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면서 “그 말은 이 앨범이 역대 최고작이라는 뜻이며 이제 그만 끝낼 때가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이네는 “나중에 힘이 부족해서 시들시들한 공연을 하고 싶지 않다. 팬들에게 ‘쟤들도 한때는 대단했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스콜피언스의 해체가 음악 인생의 끝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쉥커는 “나는 동생인 마이클(기타)과 음악 작업을 할 것 같다. 스콜피언스에 대한 책도 쓰고 있다.”면서 “마티아스 얍스(기타)는 기타와 앰프를 취급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솔로 앨범을 구상 중인 마이네는 우리 형제 음반에도 게스트로 참여할 것 같다.”고 소개했다. 마이네는 40여년의 활동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을 때를 꼽았다. 그는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무기를 들고 러시아와 맞섰는데, 우리는 기타를 들고 러시아를 방문했다. 고르바초프 앞에서 공연한 팀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대단히 영광스러웠다.”고 돌이켰다.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는 쉥커와 마이네 모두 ‘웬 더 스모크 이스 고잉 다운’이 담긴 앨범 ‘블랙아웃’(1982)을 꼽았다. ●“마지막 투어서 한국 다시 찾고 싶어” 수차례 방문했던 한국에 대한 추억도 쏟아냈다. 마이네는 “휴전선 부근에 간 적도 있었는데 감동적이었다. 한국인들이 분단에 대해 어떤 심정일지 이해가 간다. 언젠가는 남북이 꼭 통일해서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쉥커는 “비슷한 역사적 배경, 분단이라는 슬픔을 가진 곳이라 한국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면서 “요즘도 생각이 날 때마다 갈라진 땅과 사람들이 다시 만나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월드투어에서 한국을 다시 찾고 싶다는 이들은 “옛 멤버인 마이클 쉥커와 율리히 로스(기타)가 바쁘게 지내지만 우리의 마지막 투어 무대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언급해 기대를 부풀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하루 걸러 술 술 술… 간은 괴롭다

    하루 걸러 술 술 술… 간은 괴롭다

    불황 속에도 술자리는 끊이지 않는다.대한주류공업협회가 집계한 올해 1∼9월 소주 소비량은 전년 대비 5.1%나 늘었다.이 기간 25억 3605만병이 소비됐으니 국민 1인당 53병을 마신 셈이다.문제는 술로 망가지는 건강이다.술,어떻게 마시는 게 현명할까. ●사람마다 제각각인 주량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사람마다 취하는 정도가 다른 것은 간의 알코올 제거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탈수소효소의 양에 따라 주량이 달라진다.이 효소량은 사람마다 다르다.술을 마시면 알코올탈수소효소에 의해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고,아세트알데히드는 여러 단계를 거쳐 물과 탄산가스로 변한다.술을 마신 뒤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면서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뛰는 것은 알코올 때문이 아니라 대사 과정에서 쌓인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한 증상이다. 흔히 빨리 취하고,얼굴이 붉어지면 간이 나쁘다고 생각하기 싶다.이런 현상은 간이 나빠서가 아니라 알코올 대사효소가 적기 때문이다. ●여성은 알코올 분해능력 낮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지방 비율이 높고,체내 수분이 적어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체내 알코올농도가 높아진다.알코올의 독성작용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해 적은 양의 음주라도 간질환 발생률이 높고 경과가 빠르다.또 습관적인 음주는 생리불순,불임,조기폐경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특히 임신 초기의 과음은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 ‘태아 알코올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이런 신생아는 소두증(小頭症),안면기형,성장과 발달장애,심장기형을 갖고 태어나기 쉽고,아직 치료방법이 없다. ●술과 간질환 성인이 하루에 분해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 양은 160∼180g(소주 2병) 정도.이런 양을 8년 마시면 알코올성 간경변이 생기기 쉽다.보통은 하루 80g(소주 1병) 이상의 알코올이면 위험 수위로 본다.간경변이 생기기 전에 나타나는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간염은 훨씬 적은 술로도 생길 수 있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개개인의 알코올 분해속도 차이와 간염 등 다른 간질환 유무에 따라 간경변 발생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실제로 일정한 양의 알코올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전체 대상의 15∼30%라는 게 의학계의 견해다. ●취하면 왜 ‘필름’이 끊길까 음주 후 흔히 ‘필름이 끊긴다’는 이른바 단기 기억상실은 의학용어로 ‘블랙아웃’이라고 한다.블랙아웃은 의식소실과 달리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일상적 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음주 전에 습득한 정보나 그 이전부터 가진 장기기억에는 큰 문제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주 중 입력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 대개 혈중 알코올 농도 0.15% 정도부터 기억력 장애가 나타난다.이는 소주 5∼6잔가량을 마신 상태이다.블랙아웃은 음주 후 일정 기간을 기억 못하는 총괄적 블랙아웃과 부분적으로만 기억하는 부분적 블랙아웃으로 구분한다. ●지혜로운 숙취 해결법 가장 좋은 숙취 해소법은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수분은 탈수를 막아 주고 알코올을 빨리 처리해 준다.수분 보충은 보리차나 생수,꿀물로 충분하다.음주 후에는 당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시판 중인 숙취해소 음료는 간접적으로 알코올 대사를 도와주는 영양제류여서 특별한 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따라서 본인에게 익숙한 콩나물국을 먹거나 비타민C 등을 보충하는 게 바람직하다.음주 후의 사우나는 득보다 실이 많다.체내의 수분과 전해질을 빠르게 줄여 탈수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알코올 대사를 더디게 하기 때문이다. 숙취 증상이 속쓰림,구토,헛구역질이라면 말린 감귤 껍질이나 후박나무 껍질을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속쓰림을 덜기 위해 우유를 마시면 나중에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오히려 속쓰림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설사,복통에는 진피,후박,감초 등을 넣은 평위산이 제격이며,두통과 어지럼증에는 황기,인삼,감초를 넣은 보중익기탕이나,인삼차,꿀물,수정과,칡차 등도 효과가 있다. ■ 도움말 :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상훈 교수.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한방병원 심재종 원장.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일요영화] 블랙아웃

    [일요영화] 블랙아웃

    ●블랙아웃(SBS 영화특급 밤 1시) 미국드라마의 인기와 영화 ‘추격자’,‘세븐데이즈’ 등의 성공으로 이젠 국내에서도 인기 장르로 자리잡은 스릴러물.영화 ‘블랙아웃’은 ‘프라하의 봄’,‘필사의 도전’ 등의 작품에서 할리우드 대중주의와 장인의 연출력을 조화롭게 접목시켰던 필립 카우프먼 감독의 스릴러 영화로 큰 관심을 모았다.극의 구성은 ‘여형사의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숨겨진 진실을 찾는다.’는 것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극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혼란에 빠진 인간 심리에 대한 묘사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의 여형사인 제시카(애슐리 주드)는 어렸을 때 겪은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경찰관이었던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것.당시 6살이었던 그녀는 아버지의 경찰 파트너였던 부장 존 밀스(사무엘 L. 잭슨)의 도움을 통해 경찰로 성장하고,과거의 암울한 기억 모두를 잊고 싶어 한다.강력반계 최초로 여자 경관이 된 제시카.그녀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지만,여성이라는 이유로 팀내 남자 경찰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하지만 자신의 파트너 마이크(앤디 가르시아)만은 늘 옆에서 그녀를 응원하고 격려해 준다.  드디어 첫번째로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연쇄살인사건.해변가에서 몸에 난도질을 당한채 발견된 시체로부터 시작된다.그러나 피해자들이 제시카가 하룻밤을 보낸 남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살인 사건이 발생한 밤마다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셨던 제시카는 정신을 잃어 그 순간의 기억이 없다.  결국 4번째 희생자와 함께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되는 제시카.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제시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뭐니뭐니해도 스릴러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범인이 누구냐’를 놓고 관객들과 벌이는 ‘두뇌게임’이다.그런 면에서 영화 ‘블랙아웃’은 일단 범인을 찾아가는 구성을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지만 종종 몰입을 방해하는 구석이 있다.아무리 안좋은 기억을 잊기 위해 매일 밤 술을 마신다지만,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여주인공의 행동은 설득력을 잃는다.2004년초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대중적 흥행에 실패하지는 않았지만,일부 평론가들은 극적 개연성과 연출의 디테일 부족을 들어 좋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하지만 지나치게 감독의 이름 값에 기대지 않더라도 애슐리 주드와 앤디 가르시아 등 호화 배역진의 연기와 스릴러물 특유의 긴장감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블랙아웃’은 정신의학 용어로 ‘일시적인 기억상실’을 뜻한다. 97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스피어스 MTV 2관왕…‘부활의 노래’

    스피어스 MTV 2관왕…‘부활의 노래’

    돌아온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유럽 MTV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이혼의 아픔을 겪으며 가요계와 멀어지는 듯 했던 스피어스는 지난 해 10월 ‘블랙아웃’(Blackout)이라는 컴백 앨범을 내고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피어스는 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유럽 MTV 뮤직 어워즈(EMA)에서 ‘블랙아웃’으로 ‘올해의 앨범상’과 ‘2008 베스트 액트상’ 등 2개 부분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성공적인 재기를 만천하에 알렸다. 이날 총 3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던 스피어스는 ‘베스트 액트 에버상’을 제외한 2개 부분에서 상을 받았다. 수상 전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도 그녀는 애이미 와인하우스, 리안나, 레오나 루이스, 콜드 플레이등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10배 가까운 차이로 제쳐 강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른 바 있다. 안타깝게도 스피어스는 공연 스케줄 때문에 직접 수상의 감격을 맛보진 못했다. 대신 화면을 통해 수상소감을 밝히며 “나에게 큰 사랑을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오늘 밤은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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