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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검찰,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4일 오전 청와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자료 확보를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혐의를 입증할 ‘디지털 포렌식’ 자료의 원본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감반원에게 2017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원본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특감반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자료를) 청와대에 두고 나왔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폐기했다”는 입장이다. 앞선 지난해에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당시 부장검사 주진우)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과 필요한 증거물 목록을 청와대에 제출하고 압수물을 임의 제출받는 방식으로 집행한 바 있다. 곽혜진 demian@seoul.co.kr
  • ‘화이트리스트’ 김기춘 석방… 재수감 425일만

    ‘화이트리스트’ 김기춘 석방… 재수감 425일만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구속 기간 만료로 4일 0시 석방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상고심 재판 중인 김 전 실장에 대해 지난달 28일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상고심 재판 중에는 2개월씩 세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대법원은 지난 5월과 7월, 9월 각각 김 전 실장에 대한 구속 기간 갱신을 결정했다.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실장은 4일 0시를 넘긴 뒤 구치소에서 나왔다. 김 전 실장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 33곳에 총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0월 5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 상고심에서 구속 기간이 끝나 지난해 8월 석방된 김 전 실장은 61일 만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2심에서도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형이 유지됐다.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된 블랙리스트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이고,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국회 보고내용을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이뤄지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단독] 김기춘 ‘화이트리스트 사건’ 구속 기간 만료로 4일 자정 석방

    [단독] 김기춘 ‘화이트리스트 사건’ 구속 기간 만료로 4일 자정 석방

    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으로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구속 기간 만료로 4일 자정 이후 석방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상고심 재판 중인 김 전 실장에 대해 지난달 28일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상고심에서 보석을 청구했다가 지난달 26일 보석신청을 취소하는 대신 다음날 구속취소를 청구한 김 전 실장의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상고심 재판 중에는 2개월씩 세 차례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대법원은 지난 5월 27일과 7월 26일, 9월 25일 각각 김 전 실장에 대한 구속기간 갱신을 결정했다.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실장은 4일 오전 0시 이후 구치소에서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 33곳에 총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이 대통령 비서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이 아니라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고 강요죄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뒤 상고심에서 구속기간이 끝나 지난해 8월 석방됐던 김 전 실장은 61일 만에 다시 법정에서 재구속됐다. 이후 2심에서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 그대로였다. 함께 재판을 받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상고심을 심리하고 있다. 또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국회 보고내용을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구회근)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화웨이 스마트폰 1위 행보, 삼성에 힘 실은 미국

    화웨이 스마트폰 1위 행보, 삼성에 힘 실은 미국

    화웨이 폭스콘에 5000만대 OEM 주문삼성 이겨 스마트폰 세계1위 행보 분석세계 점유율 삼성에 3%포인트로 붙어미 제재로 중국 외 점유율은 회복 못해폼페이오, 유럽에 中장비 도입중단 촉구“삼성은 합법적인 사업행위자” 힘 실어미국의 견제에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화웨이가 내년 물량을 대폭 확대하며 관련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화웨이 통신장비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에 힘을 싣는 듯한 언급을 했다. 대만 경제일보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최근 대만 폭스콘(훙하이 정밀공업) 측에 스마트폰 5000만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요청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화웨이가 내년 출하량을 올해보다 약 20% 증가한 3억개로 잡았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한 행보에 본격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부품 다변화로 최근 미국산 부품을 넣지 않은 ‘메이트 30’을 내놓았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화웨이 기술독립을 돕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 CEO인 런정페이는 지난달 CNN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구글 없이 세계 1위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더 걸릴 뿐”이라고 답했다. 실제 화웨이의 올해 3분기 전세계 판매 점유율은 18.2%로 3위인 애플(12.4%)를 크게 뛰어넘어 삼성전자(21.3%)를 바짝 추격했다. 또 중국 내 화웨이의 점유율은 43.5%로 애플(8%)이나 삼성전자(0.6%)를 압도했다. 하지만 중국 외 실적은 미국 제재의 벽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지역의 3분기 점유율은 애플(36.6%)·삼성전자(27.3%)·LG(11.8%) 순이었고, 서유럽도 삼성전자(34%)·애플(23.2%)·화웨이(18.4%) 순으로 화웨이의 점유율은 높지 않다. 특히 화웨이가 최근 2~3년간 세계 1위가 목표라는 얘기를 줄곧 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현실화 시점은 크게 늦어지는 모양새다.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유럽 동맹국에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대중국 압박을 이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유럽 국가들이 그들의 중요한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화웨이나 ZTE와 같은 중국의 ‘기술 거인’들에 넘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웨이에 대해 지적재산권 탈취 혐의와 스파이 행위 연루 의혹도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 기업인 삼성이 그렇듯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와 같은 유럽 기업들도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5G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긍정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이어 “이들 회사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합법적인 상업 행위자들”이라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기업은 법의 통치를 준수하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민주국가들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참여연대 의인상’에 ‘안희정 미투’ 김지은씨 등 선정

    ‘참여연대 의인상’에 ‘안희정 미투’ 김지은씨 등 선정

    ‘버닝썬’ 제보자·‘웹하드 카르텔’ 제보자 등 14명 참여연대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와 버닝썬 관련 제보자 등에 ‘의인상’을 수여한다. 참여연대는 ‘2019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자로 김지은씨를 포함해 14명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참여연대의 의인상 수상자 명단에는 김지은씨 외에 버닝썬 관계자와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행위를 대리인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제보자,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성범죄 동영상을 조직적으로 유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관련 의혹을 밝히는 데 기여한 제보자 등이 포함됐다. 수상자 중 이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은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디지털재단에서 발생한 이사장 횡령 등 비위를 신고한 직원들이다. 참여연대는 국가·공공기관의 권력 남용, 기업·민간기관의 법규 위반, 비윤리적 행위 등을 세상에 알린 시민들의 용기를 기리고자 2010년부터 매년 의인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해 사법농단을 처음으로 드러낸 이탄희 전 판사가 참여연대 의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올해 의인상 수상자들은 사회적 영향력으로 은폐될 수 있는 연예인들의 불법행위와 ‘웹하드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며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의 비위행위를 종합적으로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멍완저우 체포 1년… 그녀 발엔 전자발찌, 화웨이는 기술자립 날개

    멍완저우 체포 1년… 그녀 발엔 전자발찌, 화웨이는 기술자립 날개

    트럼프 장비 금지·블랙리스트 제재에도 美부품 없이 프리미엄폰으로 삼성 추격 中 시장 확대 ‘애국주의 마케팅’도 주효 5G도 국산화… “고립커녕 자립 발판 줘”지난해 12월 1일.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47) 부회장이 홍콩에서 멕시코로 가기 위해 캐나다 밴쿠버국제공항에서 환승하다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75) 회장이 첫 번째 부인 멍쥔과의 사이에서 얻은 딸이다. 미국의 제재 대상국인 이란에 통신장비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홍콩상하이은행(HSBC)를 속였다는 혐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한 직후여서 충격이 더 컸다. 그때만 해도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의 ‘제물’이 돼 파산 위기로 내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멍 부회장이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지 정확히 1년이 된 지금. 화웨이는 어떻게 됐을까.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웨이 특집 기사를 통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던 화웨이가 미국의 부품 없이도 최고급 사양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들며 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올해 5월 미 상무부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막았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미국 업체들의 매출 타격으로 되돌아왔을 뿐 화웨이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일본의 휴대전화 조사업체 ‘UBS 포말하우트 테크노 솔루션’은 화웨이가 지난 9월 출시한 ‘메이트 30’ 스마트폰에 미국산 부품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퀄컴과 인텔의 반도체 없이도 미 애플사의 ‘아이폰11’과 경쟁하는 최고 사양의 제품을 만들어 냈다. IT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불과 몇 달 만에 미국산 부품을 쓰지 않고도 고성능 제품을 만든 것이 놀랍다고 입을 모은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7~9월)에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에도 세계시장 점유율(출하량) 18.0%를 기록해 선두 삼성전자(20.8%)를 턱밑까지 추격했다고 밝혔다. 무역 제재 이후 자국 시장 판매 전략을 확대하며 중국 소비자에게 ‘애국주의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대만 경제일보는 “화웨이가 내년도 스마트폰 출하량을 올해보다 20% 늘어난 3억대로 잡고 삼성을 넘어서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차세대 이동통신(5G) 장비에서도 국산화를 통해 미국산 부품을 모두 제거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화웨이를 고립시키기는커녕 기술 자립 발판만 마련해 줬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한편 런 회장은 1년째 캐나다에서 전자발찌를 차고 구금 중인 멍 부회장에 대해 “딸은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의 협상카드가 됐다”고 말했다고 CNN 비즈니스가 이날 전했다. 런 회장은 멍 부회장이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낸 데 대해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BBC방송은 멍 부회장이 독서와 유화 그리기 등으로 지금의 생활을 견디고 있다고 소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조국 조여오는 세 갈래 檢 칼끝…통상 수사·檢개혁 반작용 사이

    조국 조여오는 세 갈래 檢 칼끝…통상 수사·檢개혁 반작용 사이

    “정경심 교수 대여금의 이자 지급한 것” 조국 5촌 조카, 재판서 일부 혐의 부인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검찰 수사의 칼끝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누고 있어 공교롭다.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이 짧은 재임 기간 동안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도드라지고 있는 검찰 수사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에 얽힌 지방선거 개입 의혹 수사다. 감찰 무마 의혹 수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이 담당하고 있다. 2017년 12월 당시 금융위원회 간부였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이 돌연 중단됐다는 이 의혹은 올해 1월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가려 잠잠해지는 것 같던 이 수사는 최근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둘러싼 압수수색에 이은 구속영장 청구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감찰 무마 의혹의 진위 여부를 규명하려면 감찰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선거 개입 의혹 수사는 지난해 자유한국당 측 고소·고발로 울산지검에서 담당해 왔지만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 재배당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청에서 진행된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는 민정수석실이 입수한 첩보가 경찰청을 거쳐 울산청에 제공돼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장관이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민정수석실이 어떠한 경위로 해당 첩보를 입수했는지, 경찰에 첩보를 제공한 것이 민정수석실의 정당한 업무인지, 다른 의도는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시장이 한국당 소속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2012년 총선에 나선 송 시장의 후원회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끝으로 두 달 넘게 진행되고 있는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있다. 이미 5촌 조카, 부인, 친동생이 구속기소된 상태인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부인의 차명 투자 의혹 등에 연루된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가 3차 소환 조사를 할 방침이라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는 다음달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검찰 수사가 모두 조 전 장관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혐의점이 있기 때문에 수사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면서 “세 사건 모두 각기 달리 출발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 자신이 실질적인 대표였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억대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 “횡령이 아닌 대여금의 이자 지급”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사모펀드 관련 증거인멸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中지방정부 2925조원 부채 덫에… 의사·교직원도 ‘대출 앵벌이’

    中지방정부 2925조원 부채 덫에… 의사·교직원도 ‘대출 앵벌이’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루저우(汝州)시 지역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전화벨이 울리기만 하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들이 받는 전화가 위급 환자를 빨리 치료해 달라는 의료적인 문제가 아니라 병원장이 거액을 마련해 오라고 대출을 부탁하는 ‘대출 앵벌이’를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병원장은 루저우에 병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며 건설비 명목으로 대출을 받아 달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료직 종사자 대부분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처럼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까닭에 수천 달러를 대출받으면 갚을 길이 없는 만큼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지방정부 온라인 게시판에는 “상처를 덧내는 것과 같다. 정부 사업에 왜 서민들의 돈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인구 100만명의 루저우시는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인 부채 과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 도시다.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병원 의사와 간호사, 학교 교직원들이 ‘대출 앵벌이’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공공기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하니 대출을 받아 달라고 다그치는 일이 심심찮게 이어지는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일자리 창출과 공장 가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부채를 늘려 왔지만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돈줄이 말라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30년래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눈덩이처럼 불린 대규모의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바람에 지방정부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당시 금융위기가 중국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려 4조 위안(약 666조원)을 시중에 내다 풀었다. 이 덕분에 중국 경제는 ‘반짝 효과’를 맛봤다. 2009년 1분기 6.4%로 곤두박질쳤던 성장률이 곧바로 반전돼 10%대 두 자릿수 성장세를 회복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공급한 거액의 돈은 시간이 갈수록 부실화하는 바람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당시 중국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가 공급한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별도의 자금 조달 기관, 즉 지방정부융자 플랫폼(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을 만들었다. LGFV는 지방정부의 부동산 담보를 근거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지방정부에 자금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지방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LGFV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려 인프라 사업에 쏟아부었다. 중국 금융 당국 조사에 따르면 지방정부들은 담보 가치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오거나 심지어 담보 설정도 하지 않은 채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은행들도 기업대출을 통해 돈을 벌 최고의 호기라고 생각하고 기업 부실 여부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줬다. 지방정부는 파산하더라도 중앙정부가 지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부채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중앙정부가 부채 감축 정책을 완화하면서 다시 LGFV를 통한 자금 조달이 급증했다. LGFV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2조 3700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16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인 2조 5600억 위안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나 다름없다.중국 정부는 지방부채 총계를 2조 5000억 달러(약 2925조원) 규모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8조 달러 규모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더군다나 지방정부가 떠안은 채무 가운데 2021년 말까지 2년 반 사이에 3조 8000억 위안이 상환 만기를 맞는 탓에 중국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뇌관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듐그룹 주밍치(朱鳴岐)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가 타이태닉호와 같은 배라고 생각하면 지방정부 부채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지방정부의 부채는 갑판에 쌓여 있는 화물 컨테이너와 같다. 이미 화물 컨테이너가 너무 많이 쌓여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루저우와 같은 지방도시 정부의 숨어 있는 부채는 중국 정부에 큰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아직도 ‘흰코끼리’(겉보기에는 좋지만 실속 없다는 뜻) 사업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생각에 목을 매고 있다. 중앙정부가 ‘스포츠’를 강조했을 때 루저우는 복합 스포츠센터를 건설했다. 1만 5400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과 농구장, 컨벤션센터, 베이징 인민대회당과 같이 으리으리한 강당을 지었다. 중앙정부가 ‘기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자 루저우는 복합 스포츠센터를 빅데이터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센터로 개명하고 스타디움을 내려다보는 이커머스 맨션을 짓기도 했다. NYT 취재진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브레이크댄스 팀이 공연을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반면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4년 전에 첫 삽을 뜬 루저우 판자촌 재개발 사업은 자금 부족으로 현재 중단된 상태다.지방정부가 이런 대규모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과 대출만으로는 자금이 많이 부족한 만큼 중앙정부 지원과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재원 조달에 나서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루저우가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루저우는 더 많은 돈을 빌리기 위해 LGFV를 설립했다. LGF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루저우는 복합 스포츠센터 등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천즈우(陳志武)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장은 “LGFV는 지방정부가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출 도구일 뿐”이라며 “중앙정부가 이 도구를 없애면 지방정부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수년 동안 지방정부의 부채를 감축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둔화가 가팔라지면서 루저우가 높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연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은행들이 루저우의 병원 세 곳과 공공기관들에 대해 4500만 달러 규모의 빚을 갚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8월에는 루저우문화투자발전공사 등 공공기관과 중의학병원 등이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대출이나 다른 사업 거래에 대한 자금 조달이 제한받고 있다. 가오인량(高銀亮) 루저우문화투자발전공사 융자부 주임은 “단순히 대출 보증인으로 연루됐을 뿐 돈을 빌리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돈줄이 마르자 중국 지방정부들은 병원과 학교, 기타 기관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방정부 관리들이 지역 병원 관리자들에게 지역 투자펀드를 지원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메모에는 “병원 관리자와 직원들은 병원 신설을 위한 전환사채를 매입할 것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다. 일부 병원들은 직원들이 돈을 갹출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경영자들은 할당량을 정했다. 중의학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1인당 10만 위안에서 20만 위안을 내라는 병원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루저우 산부인과·소아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6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을 투자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방정부는 재빨리 발뺌을 했다. 장위항(張宇航) 루저우 중의학병원장은 “결코 자금 조달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병원들이 정부 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모두 자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7회] 근무지로 차별·불이익 준 ‘사법부 블랙리스트’…양승태 강행 정황 첫 공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7회] 근무지로 차별·불이익 준 ‘사법부 블랙리스트’…양승태 강행 정황 첫 공개

    법관들의 인사자료가 처음 공개된 법정은 시작부터 긴장됐다. 재판을 공개로 해야하는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고 재판이 한참 이어지던 도중에도 재판장은 법관들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46회 재판에 법관 인사를 맡았던 전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인사 담당 실무부서에서 심의관을 지낸 판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인사2심의관으로, 2016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는 인사1심의관으로 일한 노재호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작성하는 등 법관 인사의 실무를 담당했다. 노 판사의 증인 출석을 앞두고 변호인들은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주장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법관 인사제도의 구조는 물론 개별 법관들의 신상정보와 평정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판사들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평정 내용이 법정에서 드러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심리내용이 모두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면 법관들과 법관이 수행하는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나아가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불신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재판의 심리 과정은 공개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고, 헌법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을 때만 공개를 안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법관 인사는 이와 관련이 없다”면서 “대법관들의 합의의 근거가 된 검토보고서도 법정에서 다 공개되는데 법관 인사자료만 비공개 할 필요가 있는가“ 지적했다. 검찰은 또 “법원의 전직 수장이 인사권을 남용해서 법관을 상대로 불법적인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많은 국민들과 검찰 입장에서도 전직 사법부 수장의 인사권 남용에 대해 다른 사건과 평등하게 소송 지휘가 이뤄져야 한다는 희망이 있다. 법관 인사자료만 비공개로 하면 헌법이 규정한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나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재판에서도 내부 인사정보가 재판에서 공개됐다는 지적이다. ●검찰 ‘공개재판’ vs 변호인 ‘비공개재판’ 공방…재판부 ”신상정보 드러나지 않도록 제한적 공개“ 굳은 표정으로 양쪽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법원조직법이 정하는 비공개 재판을 해야 하는 사유,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를 해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노 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공개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신상정보가 공개돼 오해와 논란이 초래되고 사생활의 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증인에게만 제시를 해서 심리를 해도 검찰이 이야기하는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시작된 지 50분이 다 되어서야 노 판사는 법정에 들어섰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예상대로 일반적인 법관 인사 방식은 물론 ‘블랙리스트’로 지목된 ‘물의야기 법관’들이 왜 문제 법관으로 낙인찍혔는지, 특정 법관이 법원장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등이 자세히 드러났다. 매년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일선 법원장들이 ‘인사관리 상황보고’를 통해 일부 법관들의 근무평정 가운데 특이사항이나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있으면 정리해서 보고하고 나면 여기서 취합된 내용을 바탕으로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정기인사에 반영했다. 노 판사는 “저희가 이해하기로는 각급 법원장이 대법원장께 ‘인사관리 상황보고’를 드리면서 간단히 말씀도 나누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장들의 보고 외에도 인사총괄심의관실에는 판사들의 근무평정이 모두 모였다. 심의관들은 이 가운데 특이사항이나 문제상황들을 따로 정리했다. 세평이나 풍문도 모아서 따로 확일할 필요가 있는지 챙겼다고 한다. 법관들의 신상 및 인사정보가 모두 담긴 법관인사전자관리시스템에 ‘메모’란을 두고 여기에 각종 ‘특이사항’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판사들이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다. 물의야기 법관들은 인사에서 별도의 관리가 이뤄졌다. 법관들의 인사는 서울권·경인권·지방권 등 권역별로 2~3년 단위로 순환하는 전국단위 전보인사가 원칙이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처음 보임될 대상 법관들의 경우 지방에서 오래 근무한 판사들을 선호 법원에 우선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이전 근무경력 등을 바탕으로 평정 점수를 매겨 A그룹부터 E그룹까지 순위를 매겼는데 물의야기 법관은 G그룹에 속했다. A그룹은 가장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법원에 배치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법관 인사는 매우 구체적인 원칙과 기준이 명확해 기존의 패턴과는 다른 인사가 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그 예외는 물의야기 법관들에게 자주 적용됐다. ●대법원 비판글 올린 뒤 A그룹 → G그룹 강등… ”1지망 배치 배제“ 대표적인 예가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였다. 수원지법에서 근무하던 송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정기인사에서 희망하지도 않은 데다 ‘격오지’인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송 부장판사는 당시 A그룹이었다가 G그룹으로 형평 순위가 강등됐다. 이날 공개된 2015년 당시 이흥주 법원행정처 인사1심의관이 작성한 ‘2015년 정기인사 후기’ 문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혔다. ‘송승용 판사의 통영 배치는 인사실에서는 반대했지만 인사권자의 뜻이 강하여 이를 막지는 못했다.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글 게시에 대한 문책성으로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있다.’ 정기인사를 앞둔 그해 1월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에서 송 부장판사에 대하 인사조치 1안으로 ‘형평 순위 강등하여 지방권 법원 전보’, 2안으로 ‘초임부장 배치 원칙에 따라 지방권 법원 전보’ 방안이 제시됐는데, 1안에 승인을 뜻하는 ‘V’ 표시와 함께 양 전 대법원장의 결재가 있었다. 송 부장판사의 순위가 낮아진 결정적인 이유는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부적절한 글을 썼다는 것이었다. 송 부장판사는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임명제청 절차가 진행되던 2014년 8월 2003년 코트넷에 ‘2003년 그해 여름에 대한 단상-대법관 임명제청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2003년 대법관 임명제청 관련한 사법파동에 대해 ‘법원 내부의 자발적인 역량들이 모여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거쳐 사법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으로 평가될 것’이라면서 ‘다음 번 대법관 제청 때는 최고 엘리트 법관이 아닌 인권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법조인에게 문호를 개방했으면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앞서 2011년 7월에는 ‘근무평정제도 개정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평정을 통한 법관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2012년 7월에는 ‘대법관 임명 제청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당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저축은행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 철회를 촉구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당시 인사2심의관이던 노 판사에게 검찰이 송 부장판사의 형평 순위가 강등되고 통영지원으로 전보된 경위를 아느냐고 묻자 노 판사는 “인사실에서 (통영 배치를) 반대한 건 알았고 결재라인 어디에서 결정됐는지는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사실에서는 왜 반대했느냐는 질문에는 “송 부장판사에 대해 물의야기로 검토된 (대법원 정책결정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는)사안이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통영지원에 배치할 정도에 해당하는 것인가 실무자로서는 다른 생각을 가진 게 아니었나 싶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형평 순위 A그룹이었던 송 부장판사가 헌법재판소나 부산지법 동부지원 등 희망근무지에 우선순위로 배치될 수 있었음에도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 등의 지시에 따라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했고, 당시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이 포항보다 더욱 격오지로 배치하라고 지시해 결국 통영지원에 배치된 것이라고 지목했다. ●전 인사심의관 ”판사 배치는 대법원장이 최종 결정…원칙 어긋난 인사 보고해야“ 노 판사는 이날 여러 차례 “판사 배치는 대법원장의 정책 결정 사안”임을 확인했고 “기존의 인사 원칙이나 관례와 다르게 배치할 때는 인사권자에게 보고하고 결심을 받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사권자가 양 전 대법원장만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정확히는 대법원장이지만, 법원행정처장, 차장, 대법원장 모두 인사권자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일 가능성이 높은 인사권자가 실무부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강행한 정황이 법정에서 처음 드러난 셈이다. 이후 정기인사에서도 송 부장판사를 비롯해 코트넷에 대법원에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낸 전 우리법연구회 간사 출신 유모 판사와 노동 사건에서 노동자 편향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평가된 마모 판사 등이 A그룹에서 G그룹으로 옮겨졌다. 노 판사도 인사2심의관을 지내며 당시 김연학 인사총괄심의관 등의 지시 등을 토대로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G그룹에 대해 각각의 인사조치 방안들을 정리했는데 문건에서 각각의 판사들이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대략의 사유와 인사조치 방안은 다음과 같다. # 문유석 판사(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16년 정기인사 ·물의야기 내용: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해 부적절한 내용 언론에 게재 ·인사조치 방안: 1안-1순위 희망 임지인 서울행정법원 배제 / 2안-2순위 희망 임지인 서울동부지법까지 배제. ‘본인이 서울행정법원을 강하게 원하고 있으므로 행정법원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도 불이익으로 느낄 수 있음’ # 김모 판사 (현 지법 부장판사) -2016년 정기인사 ·물의야기 내용: 조울증 ·인사조치 방안: 인사조치 보류. ‘인사대상이 아닌데도 문책성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전에 인천지법에서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전보한 것도 인사패턴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어 1년 만에 또 전보하면 무리한 사법행정이라는 평가가 있음’ -2015년 정기인사 (※노 판사 작성 아님) ·물의야기 내용: 2014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판결 비판 등 코트넷에 3년간 지속적으로 (대법원 비판) 글 게시 ·인사조치 방안: 서울권 배치 배제. (경인권에서 근무하던 김 부장판사가 서울권에 배치될 차례였지만 인천지법 배치) # 성모 판사 (현 지법 부장판사) -2016년 정기인사 ·물의야기 내용: 코트넷에 대법원 비판, 사건의 심리 및 심증형성 과정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히 기재 ·인사조치 방안; 지원장에서 배제하고 부산권 내 타 법원으로 전보 # 송승용 판사 (현 수원지법 부장판사) -2017년 정기인사 ·물의야기 내용: 코트넷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관련 설문조사 제안.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여과없이 표현, 좀더 신중한 언행 필요’ ·인사조치 방안: 1안-선호법원인 안양지원 배제 (실제 수원지법 배치) 노 판사는 이처럼 매년 작성된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보고서 속의 물의야기자로 분류된 사유는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자체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일선 법원장들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인사심의관실에서는 취합과 확인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울증’이라는 사유가 적힌 한 법관에 대해 “법원장 평가와 인사관리시스템 메모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면서도 실제로 그 법관이 조울증 진단을 받았는지, 약물 치료를 했는지 등을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코트넷에 대법원에 비판적인 글이나 정치적 성향을 올린 글을 쓴 법관들을 물의야기자로 분류한 데 대해서도 법원장의 평가가 기초된 것이라고 하면서 “정치적 이슈가 있는 사안에서 판사가 대외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게 법관의 윤리에 반한다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선호하는 법원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았던 법관들이 G그룹에 분류되면서 1순위에서 원천 배제되는 것이 인사 불이익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부장판사나 송 부장판사처럼 A그룹임에도 불구하고 1순위가 아닌 2순위로 전보를 보내는 것 자체가 불이익이라는 얘기다. 노 판사는 “1지망을 원천 배제해 1지망을 갈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어졌다는 관점에서는 불이익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다”면서도 “각 법원의 배치상황 등을 고려해 해당 법관들이 1지망에 갈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을 통해 ‘2006년 물의야기 법관 현황’ 문건(행정처 윤리감사관실 작성)과 2011년 작성된 ‘현행 인사원칙 및 인사 관행 정리’ 문건을 공개하며 양 전 대법원장 이전에도 물의야기 법관을 따로 분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등에 양 전 대법원장이 결재를 한 것은 맞지만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반대신문은 오는 27일 재판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인사실 반대에도 강행”… 양승태 ‘좌천 인사’ 정황 법정 첫 공개

    “인사실 반대에도 강행”… 양승태 ‘좌천 인사’ 정황 법정 첫 공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 있는 특정 법관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실무 부서의 반대에도 대법원장 등 인사권자가 강행한 정황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에서 검찰은 당시 이흥주 법원행정처 인사1심의관이 작성한 ‘2015년 정기인사 후기(2015년 9월 5일자)’ 문건을 공개했다. 그해 2월 법관 정기인사 이후 작성된 이 문건에는 ‘송승용 판사의 통영 배치는 인사실에서는 반대했지만 인사권자의 뜻이 강하여 이를 막지는 못했다.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글 게시에 대한 문책성으로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있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현재 수원지법에서 근무 중인 송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글을 올리는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태도를 가져 물의야기 법관으로 선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장판사는 2015년 인사 형평(근무지 형평성 관련 점수)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A등급이었지만 비판적인 글을 올린 뒤 G등급(물의야기 법관)으로 바뀌었다. 송 부장판사는 희망하지도 않은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발령 났는데,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격오지’다. 이와 관련, 2015~2017년 인사심의관을 지낸 노재호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이날 법정에서 “결재라인의 어느 단계에서 결정됐는지는 모른다”면서도 “판사 배치는 대법원장의 정책 결정 사안이고, 기존의 인사 원칙이나 관례와 다르게 배치할 때는 인사권자에게 보고하고 결심을 받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인사총괄심의관실 작성)’ 문건 속 방안들은 특히 당사자가 스스로 문책성 인사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비슷한 ‘물의’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가 담겼다. 2014년 세월호특별법에 찬성하는 칼럼을 언론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물의야기 법관이 된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노 판사는 문건에 ‘본인이 서울행정법원을 강하게 원해 1지망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도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與 PK의원들, 윤건영에 양산을 출마 요청

    與 PK의원들, 윤건영에 양산을 출마 요청

    “성윤모·정용기 가상대결 여론조사 실시” 유민봉, 윈지코리아컨설팅 녹음파일 입수 윈지코리아 측 “의뢰자 확인 못 해준다”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에게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부산·경남(PK)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부·울·경 국회의원들의 뜻을 모아서 윤 실장 본인에게 양산 출마 요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양산을은 부산의 젊은 사람들이 거주지를 옮겨 (당에서) 많이 챙기고 있는 지역”이라며 “문 대통령이 퇴임한 뒤 돌아오시는 지역구로 출마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실장은 이 같은 PK 지역 의원들의 출마 요청에 대해 거절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입수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근 윈지코리아컨설팅은 대전 대덕구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민주당 후보 출마를 가정한 뒤 해당 지역 현역인 한국당 정용기 의원과의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밖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 등에 대해 현역 한국당 의원 지역구에 출마했을 때를 가정하고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유 의원실 측은 윈지코리아컨설팅은 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몸담았던 회사로 민주당이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 측은 의뢰자를 밝히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따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지방정부가 연명해 나가는 법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지방정부가 연명해 나가는 법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루저우(汝州) 지역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전화 벨이 울리기만 하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들이 받는 전화가 위급 환자를 빨리 치료해 달라는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병원장이 거액을 마련해 오라고 대출을 부탁하는 ‘대출 앵벌이’를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병원장은 루저우시에 병원 시설이 부족하니 병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며 건설비 명목으로 대출을 받아달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료직 종사자들의 대부분은 미국 등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까닭에 수천 달러를 대출받으면 갚을 길이 없는 만큼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지방정부 온라인 게시판에는 “상처를 덧내는 것과 같다. 정부 사업에 위해 왜 서민들의 돈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인구 100만 명의 루저우시는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주요인 가운데 하나인 부채 과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 도시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병원 의사들과 간호사, 학교 교직원들이 ‘대출 앵벌이’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의 기관장들이 직접 나서서 직원들에게 공공기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하니 대출을 받아달라고 다그치는 일이 심심찮게 이어지는 것이다. 중국 지방 정부들은 일자리 창출과 공장 가동을 위해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채를 늘려왔지만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30년래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규모의 부채 감축에 안간힘을 쓰는 바람에 지방정부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가 중국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4조 위안(약 666조원)을 시중에 내다풀었다. 이 덕분에 중국 경제는 ‘반짝 효과’를 맛봤다. 2009년 1분기 6.4%로 곤두박질쳤던 성장률이 곧바로 반전돼 10%대 두 자릿수 성장세를 회복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내다푼 거액의 돈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실화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당시 경제성장의 핵심 추동력인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자금조달기관, 즉 지방정부융자 플랫폼(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LGFV)을 만들었다. LGFV는 지방정부의 부동산 담보를 근거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지방정부에 자금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지방정부는 LGFV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려 인프라 사업에 쏟아부었다. 중국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지방정부들은 담보가치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오거나 심지어 담보 설정도 하지 않은 채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은행들도 기업대출을 통해 돈을 벌 최고의 호기라고 생각하고 기업 부실 여부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줬다. 지방정부는 파산하더라도 중앙정부가 지원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한 것이다. 히자만 올들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경기둔화세가 이어지면서 부채 문제가 발등에 불로 떨어진 중앙정부가 부채감축 정책을 완화하면서 다시 LGFV를 통한 자금조달이 급증했다. LGFV는 올들어 9월 말까지 2조 3700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16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인 2조 5600억 위안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나 다름 없다. 중국 정부는 지방부채 총계를 2조 5000억 달러(약 2925조원) 규모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8조 달러 규모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더군다나 지방정부가 떠안은 채무 가운데 오는 2021년 말까지 2년반 사이에 3조 8000억 위안이 상환 만기를 맞는 탓에 중국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뇌관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듐그룹 주밍치(朱鳴岐)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가 타이타닉호와 같은 배라고 생각하면 지방정부 부채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지방정부의 부채는 갑판에 쌓여 있는 화물 컨테이너와 같다. 이미 화물 컨테이너가 너무 많이 쌓여 있다고 경고했다.상황이 이런 만큼 루저우와 같은 지방정부의 숨어 있는 부채는 중국 정부에 큰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아직도 ‘흰코끼리’(겉보기에는 좋지만 실속 없다는 뜻) 사업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생각에 목을 맸다. 중앙정부가 ‘스포츠’를 강조했을 때 루저우시는 복합 스포츠센터를 건설했다. 1만 5400 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과 농구장, 컨벤션센터, 베이징 인민대회당과 같은 으리으리한 강당을 지었다. 중앙정부가 ‘기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자 루저우는 복합 스포츠센터를 빅데이타와 e커머스(전자상거래) 센터로 개명하고 스타디움을 내려다보는 e커머스 맨션을 짓기도 했다. NYT 취재진이 이 곳을 방문했을 때 브레이크댄스 팀이 공연을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반면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4년 전에 첫 삽을 뜬 루저우 판자촌 재개발 사업은 자금 부족으로 현재 중단된 상태다. 지방정부가 이 같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세금과 대출만으로는 자금이 많이 부족한 만큼 중앙정부 지원과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재원 조달에 나서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루저우시 정부가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루저우시 정부는 더 많은 돈을 빌리기 위해 LGFV를 설립했다. 루저우시 정부는 LGF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복합 스포츠센터와 같은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것이다. 천즈우(陳志武)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장은 “LGFV는 지방정부가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출 도구일 뿐”이라며 “중앙정부가 이 도구를 없애면 지방정부는 또하나의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수년 동안 지방 정부의 부채를 감축하는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둔화가 가팔라지면서 루저우시 정부가 높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연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은행들이 루저우의 병원 세 곳과 공공기관들에 대해 4500만 달러 규모의 빚을 갚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8월에는 루저우문화투자발전공사 등 공공기관과 중의학병원 등이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대출이나 다른 사업 거래에 대한 자금조달이 제한받고 있다. 가오인량(高銀亮) 루저우문화투자발전공사 융자부 주임은 “단순히 대출 보증인으로 연루됐을 뿐 돈을 빌리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돈줄이 마르자 중국 지방정부들은 병원과 학교, 기타 기관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지방정부 관리들은 지역 병원 관리자들에게 지역 투자펀드를 지원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메모에는 “지역 병원 관리자와 직원들은 병원 신설을 지원하기 위한 전환사채를 매입할 것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다. 일부 병원들은 직원들은 돈을 갹출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경영자들은 할당량을 정했다. 중의학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1인당 10만 위안에서 20만 위안을 내라는 병원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불평했다. 루저우 산부인과·소아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6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을 투자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방정부는 재빨리 발뺌을 했다. 장위항(張宇航) 루저우 중의학병원장은 현지 지역 관영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코 자금 조달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병원들이 정부 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두 자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5회] “‘블랙리스트 프레임’ 걸리면 끝장”…겉과 속 다른 행정처에 “선 넘었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5회] “‘블랙리스트 프레임’ 걸리면 끝장”…겉과 속 다른 행정처에 “선 넘었다”

    2017년 2월 16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난 지 일주일 된 한 판사가 사표를 던졌다. 원 소속 법원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겨우 만류됐지만 이 사표는 사법부의 역사를 바꾸는 핵심적인 단초가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도록 한 이탄희 전 판사의 이야기다. 양 전 대법원장의 법정에 나와 당시 심의관으로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불러 일으킬 만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지시에 순응한 것에 대해 후회를 뱉어낸 판사들이 많았지만 거부하거나 항의한 사람은 없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4회 재판에는 이 전 판사와 함께 기획조정실에 몸담았던 임효량 수원지법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임 판사는 2016년 2월부터 1년간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당시 기획제1심의관)과 함께 기획제2심의관으로 일했다가 2017년 2월부터 1년간 김 부장판사의 후임으로 기획제1심의관을 맡게 됐다. 이 때 이 전 판사가 임 판사의 후임으로 기획제2심의관으로 발령받았다. ●이탄희 前판사 사직서 전날, 동료 법관 “인권법연구회 겨냥…블랙리스트 프레임 걱정” 이 전 판사가 사직서를 내기 전날인 2017년 2월 15일. 임 판사는 이 전 판사에게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바로 사흘 전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최초 가입한 전문분야 연구회 커뮤니티 외에는 자동 탈퇴 조치가 된다는 공지사항이 게시된 뒤였다. 임 판사는 이 전 판사에게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블랙리스트 프레임’에 들어가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프레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검찰이 묻자 임 판사는 이렇게 답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이해가 부끄럽긴 한데….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당시 문제가 됐는데 당시 인지한 상황은 한 마디로 공식적으로 외관에서는 문제가 안 되지만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형태였습니다. 지원금, 보조금이 등을 특정 예술인을 겨냥해 지원하지 않거나 하는 것이 외관으로는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활용하는 재량 범위 안에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도 당시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외관은 예규에서 금지한 중복가입을 이제는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명문화 된 규정을 시행한다는 것으로 외관상 불법 문제는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프레임에 사법부도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임 판사는 “같이 일할 사람이라서 숨기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처음 만난 날, 제 걱정을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주신문에 이어진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는 이렇게도 설명했다. “그 이전까지는 구체적 인식이 없었는데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수면 위에 나오고 보니 아직도 기억나는 (당시) 제 생각은 ‘이것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비슷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의도로 했는지는 드러난 것과 다를 수 있는데 이것은 행정처가 과거 국회에 보냈던 (전문분야연구회 회원수 등의) 자료와 워낙 배치되기 때문에 그게 드러나면 말이 맞지 않게 되고 그걸 해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겠냐 해서 당시 이 전 판사에게는 ‘사법부가 자칫하면 문화계처럼 블랙리스트 프레임에 들면 큰일이다’ 라고 말한 겁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사법부에 파장이 확산될까봐 우려해서 걱정이 되니까 블랙리스트로 확장될 것 같다고 한 것인가, 중복가입 해소조치 자체가 블랙리스트라고 생각한 건가“ 물었다. 임 판사는 “리스트의 개념이 아니고, 실제로 명단이 있는 건 아니니까. 제가 프레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와 비슷한 시대의 비난 같은 게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답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 임 판사는 행정처에서 근무하던 초반부터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했다. 임 판사는 “2016년 2월 행정처에 부임하기 전날 주말에 사무실에 갔더니 김민수 부장판사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인사를 가자’고 해서 휴일인데도 갔더니 임 전 차장이 저보고 ‘인사모를 아느냐’고 물었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것도 모르냐’는 취지로 얘기해서 뭔데 이렇게 관심이 있나 생각했다”면서 “이후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보낸 메일에도 (인사모 관련) 대법원장에 보고됐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 되게 관심이 많다는 건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외관은 제도 개선이지만 실질은 특정 모임 불이익…선을 넘었다고 생각” 특히 심의관으로 보임된 지 한 달 만에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에 대해 행정처 간부들이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생각을 굳혔는데,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이던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쓴 ‘전문분야연구회 개선방안’(2016년 3월 25일자) 보고서 등을 접하고서였다고 한다. 그는 “3월 말 정도에 박 부장판사의 보고서를 본 시기라 그 무렵에는 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에 대해 초치를 취하는 거라 알고 있었고 보고서를 보기 전에는 인권법연구회가 인권과 무관한 사법행정 관련 의견을 많이 내서 행정처 간부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임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 보고서에 대해 “이후에 있던 경험과 바탕으로 봤을 때 그 보고서는 그런 의미였구나, 결국 외관은 전문분야연구회 개편이지만 실질은 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 관한 것이었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된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한 인사모 폐지 검토 관련 보고서에 ‘인권법연구회 핵심 회원에 불이익을 준다’는 취지로 해외 연수 선발 과정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방안이 담긴 것에 대해 “뒤늦게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임 판사는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가며 간부들의 ‘불편함’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 기획2심의관이 된 임 판사는 당시 행정처가 추진한 사법행정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통합지원단 간사를 맡았다. 사법행정위원회는 사법행정에 법관들의 참여를 넓혀 더욱 많은 법관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추진했다. 그러나 막상 위원들이 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소속의 법관들로 대거 구성될 것을 우려해 법관 64명을 위원 후보자로 추려 각각의 성향과 특성 등을 파악한 것으로 대법원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법원문화개선위원회, 재판제도발전위원회 등에 각각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2016년 4월 11일 사법행정위원회 위촉식을 가졌다. 이 같은 위원회 구성을 두고 임 판사는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 “정말 (판사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원했다면 더 오픈된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경험한 바로는 위원 구성도 사전에 조율하려고 했던 시도가 보였고 안건도 특정 안건이 제안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등의 걱정을 너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임 전 차장이 (그런 걱정을) 많이 하는 걸로 보여서 사법행정참여에 법관 의견을 반영한다면 좀더 열린 마음으로 하면 좋지 않나, 너무 걱정을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그게 외관이 (내용보다) 더 관심이었던 것 같다”고 말을 이어갔다. ●“용기내서 적극적으로 나가도 됐는데 너무 걱정해서 오히려 진위 의심받아” 임 판사는 또 “어떻게 보면 용기의 문제라고 해야할까, 어떤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자문기구를 만든다고 할 때 조금 더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나가도 될 텐데 오만 걱정을 하고 그래서 결국에는 실제로 행정처에서 제도를 만들 때 진위가 어떤지 상관없이 의심받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사법행정위원회의 좋은 목적과 취지가 있다면 사법행정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법관들의 참여를 순수하게 넓혀 위원회를 꾸려야 할 텐데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방식이 어긋나면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 아니겠냐는 뜻으로 읽힌다. 임 판사는 이어 “그래서 사법행정위원회라는 것은 결국에는 이제 모양만 갖추려고 하는 전시성 행정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당시 저로서의 걱정이었고,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임 전 차장의 지시가 떨어지고 했을 때는 ‘우리가 위원회를 만들었으니 의견을 잘 들어보자’는 것이 아니라 탈 없이 그냥 (위원회를 통한 의견 반영을) 한다는 것 정도로만 이 아이템을 해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행정처는 사법행정위원회의 위원 구성 뿐 아니라 위원회에서 다룰 안건도 최대한 행정처에 ‘안정적인’ 내용이 될 수 있도록 검토했다. 임 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사법행정위원회 안건제출 활성화 관련 보고’(2016년 4월 5일자) 문건을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검토 배경으로 ‘향후 논의방향에 대한 예측가능성 저하’ 항목 아래 ‘특정 성향 법관이 무리한 안건을 제출하면서 논의를 주도할 경우 위원회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법관의 의견 대립 장 내지는 특정 성향 법관의 주장 발표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 존재’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정 성향 법관’의 의미를 검찰이 묻자 임 판사는 “(행정처의) 사법행정 방향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법관들을 표현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다만 임 판사는 “(보고서 작성) 지시자가 걱정한다고 해서 보고서에 넣은 것이지 실무지원단에서 그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정 성향 법관’이 인권법연구회과 인사모에 속한 판사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행정처 간부들에게는 인권법연구회 등에 속한 판사들이 사법행정 관련 판단에 반기를 드는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사법행정위원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2016년 2월 ‘법관의 사법행정참여 제도화에 관한 건의문’을 코트넷에 게시한 송오섭 판사도 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송 판사는 사법행정위원회에 참여할 위원의 3분의 2 또는 과반수를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이 글이 위원 후보로 추천된 64명의 판사들을 추리고 이들의 특성을 일일이 파악해 나열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된 것으로도 여겨진다. ●“이탄희 사직서 슬프고 안타까워…그런 결정 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 결국 좋은 목적과 취지로 외관은 그럴싸하게 두면서 내부는 사실상 법관들과의 소통에 두려워하고 비판을 오히려 불이익으로 견제하는 분위기였음을 임 판사는 거듭 언급했다.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된 이 전 판사에게 미리 귀띔하고자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결국은 인권법연구회 등을 겨냥한 조치라고 얘기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이 전 판사는 사직서를 냈다. 임 판사는 이 전 판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새로운 기획조정실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설득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의 행정처 분위기와 달리 심의관 스스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서 내 업무처리방식이나 분위기를 충분히 바꿀 수 있다며 두 사람이 함께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발적인 사직이 아니라 처장님(법원행정처장) 때문에 내린 거라 존중하기 힘들다’는 말을 더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이 이 말의 의미를 묻자 임 판사는 숨을 한 번 내쉰 뒤 길게 설명했다. “저는 안타까웠던 게 탄희가 만약 기획조정실로 인사발령이 나지 않았으면 안 썼을 사표를, 인생의 계획에 없었던 사표를….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이러이러한 순간에 법관 생활 그만해야지’ 해서 적극적으로 선택한 인생이 아니라 외부의 환경 때문에 내린 결론이라면 그건 저는 본인의 인생에서 슬프고 안 좋은 결정이 아닐까…. ‘내가 이런 것을 하기 위해 사표를 써야지’가 아니라 외부적 조건이, 원하지 않는 조건이 생겨서 썼다는 게 슬프고 안 좋아서 탄희한테 인생에서 그런 결정은 안 했으면 좋겠다, 네가 외부 조건 때문에 안 했을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입니다.” 이 전 판사의 사직서는 반려됐고 이 전 판사는 원래 소속이던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복귀했다. 대학 선후배면서 사법연수원 동기로 가까웠던 두 사람의 운명이 갈렸다. 다만 임 판사는 자신 역시 이후 기획조정실의 핵심 업무에선 배제됐다고 털어놨다. 이 전 판사가 사직서를 낸 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이 전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의 대화내용을 임 판사에게 말하지 말라”면서 “이 판사가 행정처에 온 것은 나의 추천도 있다”, “인권법연구회랑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무관하다”는 말을 하며 사직을 만류한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임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기획조정실에서 진행된 일에서 저도 약간 배제됐습니다. 제가 너무 태도가 불량해서인지, 여러 이유에서인지. 업무 진행과정에서 저한테 어떤 내용이 진행되는지 공유된 게 없었고 아마 제 생각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저는 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저랑은 공유하지 말라고 얘기한 듯 합니다.” 임 판사는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김 대법원장의 지시로 ‘법원행정처(사법행정)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거기에 임 판사는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양립할 수 없는 지위의 혼동’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행정처) 시스템 문제가 크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자칫 특정 한두 명의 문제라고 치부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적었고, 근본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더 큰 문제 아니냐는 생각을 해서 정리해봤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선 법원에서와 달리 행정처에서는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있는 구조가 있어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야만 하는 분위기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도 보인다. 임 판사는 양립할 수 없는 지위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에서 법관끼리 상급자와 하급자로 일하다가 대등한 재판부로 일하면 과거의 위치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사법행정에 참여하는 법관과 재판에 임하는 법관 사이의 괴리와 혼동을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이 보고서에 증인은 행정처를 법관이 아닌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고도 기재했는데 행정처 심의관은 법관인가?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인가?” 물었다. 임 판사는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공무원”이라고 답했다. 보고서엔 ‘상고법원 도입 위해 법관들이 전방위적인 입법로비를 했다는 기사도 났다’, ‘(행정처로부터) 해당 재판장에게 전화가 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내용도 언론 보도내용을 참고했거나 자신의 추측이라며 포함시켰다. 다만 임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행정처의 문제점을 알아보라고 한 뒤 이후 별 말이 없어 이 보고서를 김 대법원장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정경심 추가 기소, 경제전담 재판부 배당

    정경심 추가 기소, 경제전담 재판부 배당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이 서울중앙지법 경제사건 전담 재판부에 배당됐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정 교수에 대한 추가 기소 사건을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에 배당했다. 정 교수는 지난 11일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위조·은닉 등 14개 혐의가 적용돼 추가 기소됐다.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이 사건을 적시 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분류하고 관련 형사합의부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이날 재판부를 결정했다. 법원은 처리가 지연될 경우 불필요하게 사회적으로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거나 국민적 관심 또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경우 신속 심리를 하도록 적시 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지정한다. 지난 9월 6일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사문서위조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에서 심리 중이다. 지난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가진 뒤 이달 15일 2차 준비기일이 예정됐었으나 재판부가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사문서위조 사건과 추가 기소 사건이 한 재판부로 합쳐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형사합의25부에 두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형사합의25부는 경제·식품·보건사건 전담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특수잉크 제조업체의 정모씨 재판도 맡고 있다. 재판장인 송인근 부장판사는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고 지적하며 공소기각 또는 무죄 판결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트럼프-시진핑 무역전쟁 ‘1단계 서명’ 장소의 정치학… “항복문서 안 돼”

    트럼프-시진핑 무역전쟁 ‘1단계 서명’ 장소의 정치학… “항복문서 안 돼”

    트럼프·시진핑, 서로 안 밀리는 치열한 ‘기싸움’서명 장소, 미국 아이오 ··· 중국 그리스 ‘맞불’서명 시기·장소 여태 미정··· 협상 ‘유동적’ 반영두 정상, 서명 대신 장관급 격낮춰 서명할 수도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의 부분적인 협상 합의인 ‘1단계’에 서명하자는 것에 의견을 좁혀가고 있지만 서명 장소로는 알래스카에서부터 그리스까지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강한 지도자상을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두 협상 1단계 서명이 ‘항복 문서’에 사인하는 것처럼 비칠까 우려하는 하는 까닭에 협상 장소 물색에 신중하다고 미 경제전문채널 CNBC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서명하러던 칠레가 격렬한 시위를 이유로 이달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릴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포기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서명 장소를 찾고 있다. 합의 서명 시기도 이달 예정에서 미국이 다음 관세 부과를 계획한 12월 15일 직전으로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협상 서명을 위해 시 주석을 미국으로 초청했다고 로버트 오브리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 방콕에서 기자들에게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합의 서명이 아이오와주에서 서명할 수 있다고 바람을 피웠다. 아이오와는 시 주석과의 연결성이 강한 데다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증가로 혜택을 보는 곳이기 때문이다. 재선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의 농장 주(州) 선거구에 대한 정치적 입지를 감안하면 아이오와는 트럼프 행정부의 1순위다. 18개월 간의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대두, 돼지고기 등 미국 농산물 수출을 늘릴 수 있다고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더해 시 주석은 1985년 허베이성 공산당 관리로써 농업 미팅을 위해 아이오와를 방문했다. 27년 뒤인 2007년 부주석으로 이곳을 찾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과 친목을 도모했던 주지사 테리 브랜스타드는 현재 주중 미대사로 가 있다. 중국 관리는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그는(시 주석은) 매우 실용적이다. 협상이 있는 한 서명하러 미국에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BC가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시 주석이 오는 17일 방문하는 그리스에서의 회담 가능성을 띄우고 있다. 시 주석은 오는 13일부터 시작하는 주요 신흥시장 국가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그리스에 들른다. 이에 대해 그리스 정부 관리는 지금까지 시 주석의 방문 기간 그런 행사를 위한 요청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미중은 거리상 중간인 하와이나 알래스카를 서명 장소로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복수의 미 소식통이 말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알래스카와 하와이에서의 제안도 각각 한 번 있었다. 중국은 자국 내 몇곳을 제안한 것이 확실하다”며 “그러나 그것은 전체 협상에서 가장 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증권거래소의 UBS 객장운영 이사인 아트 캐신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미국 방문을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 에버코어도 투자자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시 주석의 방미를 배제한다”며 “부분 합의인 1단계 협상에 대해 대통령이 서명하기에는 불완전하다. 그래서 우리는 장관급 서명을 예상한다”고 예측했다. 미중 정상 간 전화 회담으로 서명 행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서명 장소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비칠 지를 반영한다. 18개월 동안의 회담과 ‘장군 멍군’ 식의 관세 부과에서 어떤 지도자도 국내나 외국, 특히 상대 국가에 약하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협상 전문가들은 전했다. 베이징과 밀접한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무역협상 합의를 자국 내에서 잘 팔기 위해 관세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시 주석이) 미국에 ‘공식 방문’ 없이 가기 위해서는 정치적 포장이 필요하다”며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의 중국 소식통은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 “시 주석이 단지 무역협상 서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이 너무 많이 양보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미중 서명이 언제, 어디에서 열릴 것인지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측이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부과 예정이었던 2500억 달러(약 290억원)어치의 상품 관세를 유일하게 취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관리들은 12월 15일로 계획된 중국산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장난감과 의류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9월 1일 부과한 관세 취소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부과한 관세도 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서명 시기와 장소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은 회담이 유동적임을 반영한다. 중국의 관세 면제 범위와 집행 기구를 포함한 최종적인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 모든 관세 철폐, 화웨이에 대한 미 블랙리스트 삭제, 중국 금융시장 개방, 미 액화천연가스 중국 수출 등이 마지막으로 논의되고 있을 것이라고 CNBC가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中, 위구르족 탄압 멈춰라” 美, 또 아킬레스 인권 맹폭

    시진핑, 방미 조건으로 관세 철폐 요구에 딜레마 빠진 트럼프, 전방위 압박 나선 듯 미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민족 탄압을 거듭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정부는 또 중국의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도 다시 높였다. 미중의 무역협상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앞두고 협상의 지렛대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중 관세 철폐 범위를 둘러싸고는 미중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중국 신장 지역 내 위구르 활동가들과 생존자 가족에 대한 탄압’이라는 성명에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개한 위구르 무슬림 활동가 및 신장 포로수용소 생존자 가족에 대해 탄압과 투옥, 임의 구금했다는 여러 보도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 밖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에 대한 모든 탄압을 멈추고 멋대로 체포한 모든 이들을 풀어 주며 가족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허용할 것을 베이징에 재차 촉구한다”며 중국의 인권 문제를 다시 꺼냈다. 아짓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장은 이날 “신뢰하기 어려운 통신 네트워크 업체가 민감한 시설 근처에 있으면 우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정부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상업과 비상업 영역에서 정보를 얻는 데 관심을 보일 개연성이 크다”며 미군 기지 주변의 화웨이 장비 설치 현황을 파악하는 등 퇴출 작업에 나섰다. 연방통신위는 또 오는 19일 통신 보조금을 받는 자국 업체들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화웨이는 이미 미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미 정부가 중국의 인권과 화웨이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협상의 지렛대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1단계 합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중 관세 전면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합의를 원하지만 관세 전면 철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미중 무역협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협상을 타결 짓기 위해서는 미국이 더욱 확실한 관세 철폐 약속을 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없이는 시 주석의 방미는 정치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탄핵 조사 등으로 사면초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시 주석의 방미 후 서명이라는 ‘동아줄’을 던지는 대신 미국의 관세 전면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미 공화당과 조야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권 등 조야는 중국 중심 제조업 공급사슬을 끊기 위해 고율관세 부과가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대중 관세 전면 철폐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철폐를 제시하며 미중 합의가 난항을 겪자 트럼프 정부가 전방위 대중 압박에 나서고 있다”면서 “1단계 합의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관세 철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표밭관리 나선 트럼프 “미중 무역합의, 美서 서명”… 화웨이 빗장도 푸나

    美상무 “좋은 상태” 이달 내 도달 낙관 “화웨이 거래면허 곧 발급될 것” 시사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합의안 서명은 미국에서 이뤄질 것임을 재차 강조하며 ‘표밭 관리’에 나섰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이달 안에 두 나라가 무역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낙관했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빗장도 풀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중 무역협상에 진전이 있다”며 “합의가 성사된다면 회담 장소 결정은 아주 쉬운 일이 될 것이다. (중국이 아닌) 미국 어딘가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중은 지난달 10~11일 워싱턴DC에서 제1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1단계 합의에 성공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공식 서명이 남아 있다. 두 나라는 오는 16~17일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서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칠레가 시위를 이유로 회의 개최를 취소하면서 합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중국은 대체지로 마카오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들에게 “(마카오 등 중국이 아닌) 다른 몇 장소를 보고 있다”면서 “아이오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는 미국 내 최대의 대두, 옥수수, 돼지 산지여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지역이다. 로스 장관도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합의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좋은 상태에 있다”면서 “그것(합의)이 이뤄질 수 없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은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매우 정확하고 분명하고 상세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 상무부가 화웨이 등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를 허용하는 특별승인을 곧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5월 트럼프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와 계열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를 하려면 미 정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로스 장관은 “면허 신청서가 꽤 많이 들어왔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많았다”면서 “면허는 곧 발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화웨이 거래 제한을 완화하면 양측의 갈등이 한결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웨이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환경부 블랙리스트’ 재판장, 검찰 공소장 변경 거듭 요청 “무죄나 공소기각 가능성”

    ‘환경부 블랙리스트’ 재판장, 검찰 공소장 변경 거듭 요청 “무죄나 공소기각 가능성”

    법원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가능성”검찰 “간접정범이든 공동정범이든 피고인들 처벌에 지장 없어”법원 “투망식 공소제기 후 변론 종결 직전 공소장 변경은 부적절”변경 요청 뭉개는 검찰에 “변경안하면 재판에 불리할 것” 으름장‘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검찰 공소사실을 두고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고 비판한 재판부가 검찰에 거듭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곧바로 무죄 판결 또는 공소 기각을 선고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2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에 “지난 기일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아직 안 하셨다”면서 공소장을 다시 문제삼았다.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을 두고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가능성이 있다”, “피고인들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하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등 ‘블랙리스트’의 실행자였던 환경부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형법적 평가가 빠졌다며 해당 공무원들의 신분을 특정해달라고 강조했다. 직접 행위를 한 공무원들을 단순히 업무방해죄의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으로, 이들에게 고의가 있었다면 공범으로 기소하는 게 맞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고의가 없이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면 간접정범이 된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 변경 대신 지난 21일 “재판 과정에서 각 공무원들이 단순히 일방적 지시를 받은 피해자의 지위를 넘어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 때가서 공범으로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라면서 “(해당 공무원들이) 간접정범이든 공동정범이든 피고인의 실행행위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갖춰 피고인들을 처벌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송 부장판사는 “간접정범과 공동정범은 적용 법조는 물론 혐의 내용도 다르다”면서 “간접정범이라도 고의성과 위법성, 책임성 등 범행 가담 이유에 따라 변호인의 방어 전략이 달라지는데 검사가 (공범 관계를) 특정하지 않는 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형사소송법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송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투망식으로 공소제기를 한 다음 피고인들이 모든 가능성에 대해 반론을 할 것을 염두에 두고 증거조사를 한 다음 변론 종결 직전에 공소장을 변경해 (공범관계를) 특정하신다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또 “이를 특정하지 않고 증거조사에 들어가게 되면 변호인이 모든 가능성에 대해 변론을 준비해야 하고 이 가운데 하나라도 유죄가 되면 골라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형사소송법 원칙과 다른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송 부장판사는 “검찰이 3000개 이상의 증거를 냈는데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재판에서 밝혀지기 전에 검찰 주장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충분히 증거조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런 조사를 하지 않고 기소했다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되겠죠”라는 뼈 있는 말도 던졌다. 이어 “4주나 시간을 드렸는데 아직 정리가 안 됐느냐”, “공소사실 구성에 자신이 없다면 주의적, 예비적으로라도 공소사실을 특정하라”는 등 비판과 지적이 계속되며 30분 남짓의 준비절차가 진행됐다. 재판부는 반면. 변호인들에게는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에는 무죄 판결을 해야 할지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할지 의견을 밝혀주시면 참고해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에 다음달 12일까지 공소장을 정리하라고 했고 이를 변호인들이 검토한 뒤 같은 달 27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가 있어 김 전 장관도 처음 법정에 설 예정이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중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또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6곳의 공모직(17개)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장관 추천 후보자에게만 면접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채용비리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미 정부, 중국산 통신장비 구입하는 미 기업에 ‘보조금 차단’

    미 정부, 중국산 통신장비 구입하는 미 기업에 ‘보조금 차단’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중싱통신(ZTE)을 겨냥한 2차 공격에 나설 전망이다. 미 정부가 중국 통신업체들의 장비를 구매하는 자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표결에 붙이기로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8일(현지시간)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업체의 장비를 구매하는 미 기업에게 정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표결에 붙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화웨이와 ZTE를 또 다시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CC는 성명을 통해 미 기업들이 국가 보조금으로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사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오는 11월 19일 회의를 열어 취약지역 통신 서비스 확대 보조금을 받는 미 업체들이 화웨이와 ZTE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표결에 붙이기로 했다고 FCC는 전했다. 파이 위원장은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며 “어떤 리스크도 떠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찬성이 반대보다 많이 나오면 이 안은 30일 이내에 효력을 발휘한다. 보조금 지급 중단이 결정될 경우 미 중소 도시의 소형 통신사를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화웨이 장비를 이용하는 중소형 이동통신 업체들이 연방정부의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FCC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통신 보안에 관련된 것인 만큼 미중 무역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미 상무부는 앞서 올해 초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 기업들이 화웨이에 반도체 등 부품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법·절차 무시하는 국회 절망… 법안 70% 정쟁에 심의조차 안 돼”

    “법·절차 무시하는 국회 절망… 법안 70% 정쟁에 심의조차 안 돼”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갑작스러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은 정치권 전체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아등바등하는 세태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전도가 유망한 정치 신인이 훌쩍 기득권을 던져버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표 의원의 등을 떠밀었을까.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표 의원을 만나 속마음을 들어 봤다.-3년 반의 국회의원 생활이 불만족스러웠나. “나도 정치하기 전에는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국회의원이란 억대 연봉을 받고 보좌관을 거느리고 위세 부리며 서로 정쟁만 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됐을 때 남과 다르게 하겠다는 각오를 했다. 근데 막상 해 보니 혼자 힘으로 안 된다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나를 절망시킨 건 법과 절차의 경시였다. 국회의원이 국회법에 나와 있는 법과 절차를 무시한다.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 전체의 문제다. 여당이 되면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하고 야당이 되면 여당 때 했던 얘기는 싹 잊어버린다.” -20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했는데. “제일 피부로 느끼는 건 법안 심사율이다. 20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28% 정도의 법안만 심사가 됐다. 나도 2016년 당선되자마자 어린이 안전 기본법이라는 법안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법, 데이트폭력방지법, 검시에 관한 법, 경찰위원회법 등 무수한 법안을 고심해서 전문가 의견을 다 듣고 만들었는데 심의가 안 됐다. 의원들이 온 힘을 들여 낸 법안 중에 70% 이상이 정쟁으로 상임위 일정이 파행해 아예 심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건 최악이다. 왜 이래야만 할까. 우리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할 일은 제대로 했으면 지금 이렇게까지 자괴감이 들진 않았을 것 같다. 불출마라는 방법을 통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꼭 야당 탓만 하고 싶진 않았다. 두 번째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싼 추악한 몸싸움이었다. 자신에게 정당성이 있다는 논리로 국회법을 짓밟는 모습을 보인 건 최악이다. 세 번째는 국회 보이콧이 20번이 넘었고 원내대표의 서명까지 이뤄진 합의가 두 번이나 파기된 거다. 정치는 말과 약속이 핵심인데 그 말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최악이 아니겠느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내가 탄핵 찬반 의원 명단을 공개했더니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나를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고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탄핵 표결 이후 있었던 국회 전시회 파동도 기억난다. 지금도 그걸로 공격받고 있지만 나로서는 억울한 점이 많다.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하시는 예술인협회에서 시사풍자 전시회를 국회에서 하고 싶다고 해 장소 마련에 도움을 드린 것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에 빗대서 만든 그 작품 때문에 엄청난 파장이 있었다. 우리 당의 여성 의원들조차 나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내가 스스로 당에 징계를 요청했고 당직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그것 때문에 우리 가족을 대상으로 비난을 하고 있다. 내 아내는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에서 약도 처방받았다. 그런 고통들이 정치를 최대한 빨리 그만둬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출발점이었다.” -다음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내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여야 선배 의원들에게 ‘어린 초선 의원이 저렇게 나자빠질 정도였으니 이제는 우리가 바꿉시다’라는 인식을 줬으면 하는 불가능한 희망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자유한국당의 심리는 복수, 보복 심리다. 너희가 우리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장차관, 동료의원을 감옥에 넣었으니 똑같이 해 줘야 되겠다는 게 확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가면 끝이 없다. 20대 국회에서 끊었으면 좋겠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내 몸을 던지는 걸로 부탁을 드리는 거다. 새로운 인재들이 많이 영입돼서 새 출발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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