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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공소 유지 비상… “블랙리스트 위증 고발”

    다른 재판 영향 우려… 이례적 조치 이규철 특검보 사표… 후임에 장성욱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진철(62) 청와대 인사수석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특검이 재판 중에 위증죄 고발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그만큼 공소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28일 “정 수석을 위증 혐의로 다음달 1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사 기간이 끝난 상황에서 정 수석의 위증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고발밖에 없다. 가담 정도나 현직인 점 등을 고려해 수사 기간에 직접 수사를 하지 않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지난 27일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전 실장은 김종덕(60)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1급 실장들의 사표를 받아내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며 특검의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김 전 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재판에선 실제로 정 수석처럼 일부 증인들이 특검의 공소 사실을 부정하거나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 관계자는 “일부 증인들의 진술 행태를 그냥 내버려두면 블랙리스트 재판뿐 아니라 다른 재판에서도 공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공소 유지 차원에서라도 위증죄 고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검팀 출범 이후 대변인을 맡아 온 이규철(52·사법연수원 22기) 특검보가 이날 특검팀을 떠났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8일 박 특검의 특검보 해임 및 신임 특검보 임명 요청을 받아들여 이 특검보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장성욱(51·22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특검 주변에선 로펌 소속인 이 특검보가 특검수사 시한을 넘겨 공소 유지까지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는 얘기와 이 특검보가 장기간 본업을 접은 데 따른 애로를 호소했다는 얘기도 있으나 자세한 교체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특검보는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로, 특검법 8조는 특검, 특검보, 특별수사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거나 다른 직무를 겸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문체부 공무원 인사 김기춘 개입 없었다” 정진철 靑수석, 의혹 부인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 수석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조 수석은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이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1급 실장들의 사표를 받아내라고 요구한 것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정 수석은 “그런 사실이 없다. 비서실장이 다른 부처의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수석비서관들에게 ‘각 부처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증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나 김종덕(60·구속기소) 전 문체부 장관과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이 특검 조사를 받으며 했던 진술과 배치된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 문체부의 최규학 기획조정실장, 김용삼 종무실장, 신용언 문화콘텐츠산업실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서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은 국정 농단 주역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인지 시점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이전 정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특검 측은 피고인 측이 2014년 9월, 늦어도 2015년 7월 이전 정씨 존재를 인지했다고 말했다. 특검 측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의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근거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 전에 이미 최씨와 정씨의 존재를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특검 주장처럼 이 부회장 등이 최씨와 정씨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 이런 정황들이 박 전 대통령과도 공유가 됐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이 2차 독대에서 크게 화를 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문화예술인 지지 봇물…과거보단 위축

    문화예술인 지지 봇물…과거보단 위축

    5·9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시나위 멤버 신대철이 문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고 장진 영화감독, 인기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 드라마 ‘도깨비’ 작가 김은숙, 소설가 공지영, 치어리더 박기량 등도 문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가수 전인권이 최근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전씨의 지지 선언 직후 문 후보 지지자들의 공연 예매 취소 요청이 이어지면서 콘서트가 취소되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영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27일 지지 의사를 밝혀 주목받았다. 이날 심 후보 측이 공개한 영상에서 박 감독은 “진보정당, 또 심상정이라는 사람이 구현하는 가치에 공감한다면 당연히 그 표를, 의지를 행사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유명한 임순례 감독과 소설 ‘소수의견’을 쓴 손아람 작가도 심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과거 대선과 비교했을 때는 유명인의 지지 선언이 대폭 줄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대중문화 예술인들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후보들 간 편차도 크다. 이는 유례없는 조기 대선으로 선거 운동 기간이 대폭 짧아진 점도 있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놀란 문화계가 ‘낙인찍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면서 정치적 의사 표명이 위축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연예인들이 유세 현장에도 많이 따라다녔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지지 선언을 하더라도 그런 모습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블랙리스트 여파로 정권이 바뀌면 연예인들이 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잠재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검찰,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범 명단서 최순실 제외

    검찰,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범 명단서 최순실 제외

    검찰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범 명단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제외했다고 뉴시스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블랙리스트를 포함한 ‘문화계 농단’ 사건을 넘겨 받아 보강 수사를 벌인 뒤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최씨를 이들 사건의 공범에서 아예 배제했다.뉴시스가 입수한 박 전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노태강 인사조치 ▲문체부 직원 부당인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운영 사건의 공모자에서 최씨의 이름을 전부 제외했다. 사안별로 보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인사조치 사건의 경우 특검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기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순차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공소장의 이 범죄 부분에 김상률 전 수석, 김종덕 전 장관 등과만 공모했다고 적시하고 최씨는 제외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운영 범죄도 마찬가지였다. 특검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이 박 전 대통령, 최순실, 김종덕·신동철·정관주·문체부 담당 공무원 등과 순차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김기춘·조윤선·김상률·김소영·김종덕·신동철·정관주·문체부 담당 공무원 등과 순차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이 명시했던 관련자 중 최씨 이름이 역시 빠진 것이다. 다만 검찰도 최씨의 개입 정황을 일부는 언급했다. 특검이 김기춘 전 실장 등을 기소하면서 명시했던 부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박 전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최씨가 평소 이념적인 부분에서 진보 성향의 인물이나 현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기피했고, 현 정권에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공직에 추천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또 공소장에는 최씨가 CJ그룹에서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를 좌파적 성향으로 치부하며 힐난했다는 점도 기록돼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적극 추진했던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최씨 등의 추천으로 임명됐다는 점도 공소장에 기술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같은 최씨의 개입 정황에도 공모자 명단에서는 최종 제외했다. 보강수사 결과 최씨가 문체부 부당인사와 블랙리스트 운영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최순실이 여기에 개입했다는 혐의와 그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며 “특검팀도 공모자로 명시했지만 최씨를 이 건으로 추가 기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민의당 “문재인 지지자, 언어폭력·협박 중단하라”

    국민의당 “문재인 지지자, 언어폭력·협박 중단하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측은 작가 임경선씨가 안 후보를 공개 지지한 뒤 SNS로 언어폭력을 당한 것과 관련해 “당장 언어폭력과 협박을 중단하라”고 27일 촉구했다.선대위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금도를 넘어서는 언어폭력과 협박이 문재인표 블랙리스트의 신호탄인지 묻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그가 누구이건 무차별적 문자폭탄과 입에 담을 수도 없는 SNS 테러가 가해지고 있다”며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차라리 애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민에게 ‘문재인 공포증’만 가중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지 않으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문 후보가 말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이런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세상을 편 가르고, 사람을 편 가르고 분열시키고 협박하고 공격하는 것이 문 후보가 꿈꾸는 나라인가”라고 덧붙였다.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등으로 알려진 임씨는 전날 트위터에 SNS 협박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지난번 언어 성폭력 가해에 이어 이런 칼부림 협박 멘션을 받는 것은 저 하나로 부디 끝내기를 바랍니다. 공지영 작가님이나 황현산 선생님께는 이런 행동을 하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적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집권 후 국민의당과 통합 열어놔···초대 총리는 비영남권에서”

    문재인 “집권 후 국민의당과 통합 열어놔···초대 총리는 비영남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권 교체를 하면 안정적인 의석 확보가 필요한데, 1차 협치 대상은 국민의당·정의당 등 기존의 야권 정당들”이라면서 “국민의당은 뿌리가 같은 만큼 국민의당과의 통합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통합 정부’ 구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현재 각 정당별 국회의원 의석 수를 고려했을 때 어떤 대선 후보가 당선이 돼도 그 후보가 속한 당은 국회 의석 수의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다. 때문에 차기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연합 정치’(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문 후보는 “통합을 말할 때 정치세력 간 손을 어떻게 잡을까의 관점으로 말하면서 연정도 얘기하는데, 통합은 정치세력 간 손을 잡는 게 아니라 국민 통합을 가리키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종북좌파로 적대시하고 블랙리스트를 통해 탄압하고 편을 나누는 정치가 통합을 가로막았다. 이런 분열을 끝내고 국민 간 통합이 내가 말하는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촛불 민심을 받드는 정권교체를 해야 촛불 혁명이 완성된다”면서 “이번에도 정권 교체에 실패하면 촛불 혁명은 실패하고 우리 사회는 과거로 돌아가 또 다시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적폐청산과 통합이 상충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특정 사람들을 배척하거나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게 만들었던 정경유착, 부정부패, 특권 등을 씻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집권 후 국무총리 인사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특정 지역을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기는 어렵겠지만 분명한 것은 ‘대탕평·국민 대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인선할 계획이고, 제가 영남 출신인만큼 영남 출신이 아닌 사람을 초대 국무총리로 인선하겠다”는 말로 ‘비(非)영남권 출신 총리 인선 구상’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염두에 이미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 특정한 시기에 그 사람을 공개해서 국민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고 국민들도 판단하게 할 것”이라면서 “정치세력 간의 연정은 나중 문제이고 그에 앞서서 대통령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내각의 구성을 대통합 정신으로 구성해서 통합 정부, 대한민국 드림팀 정부를 구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드, 박근혜, 국정교과서... 전주서 ‘영화 표현의 해방구’ 열린다

    사드, 박근혜, 국정교과서... 전주서 ‘영화 표현의 해방구’ 열린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7일 개막한다.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을 비롯해 전세계 58개국 229편(장편 179·단편 50)의 영화가 상영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헝가리 일디코 엔예디 감독이 연출한 개막작은 정신이 미숙한 여주인공과 팔이 불편한 남주인공이 몸과 영혼의 불균형 속에서도 서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며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폐막작은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로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친숙한 일본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서바이벌 패밀리’로 정해졌다. 대도시 정전에 아버지의 시골 고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따라 나선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도시 문명의 허술함을 풍자한 작품이다.슬로건에 걸맞게 사회 이슈를 정면에서 직시한 작품이 다수 포진했다. 원래 독립·예술 영화 축제 컨셉으로 출발한 전주영화제는 최근 표현의 자유를 위협받았던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을 지켜보며 표현의 자유의 해방구를 자처하며 여타 영화제와 차별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처음으로 조명한 작품으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감독 박문칠)가 한국 경쟁 부문을 통해 공개된다. 지난해 7월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 적격지로 결정되며 시작된 반대 투쟁을 담은 작품이다. 코리아시네마케이프를 통해 선보이는 열혈 박사모 회원의 사고 방식을 해부하며 ‘박근혜 신화’가 어떻게 생겨났고, 또 몰락했는지 집중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미스 프레지던트’(감독 김재환)와 ‘우리는 왜 21세기에 국정교과서를 강요받아야 하는� ?遮� 질문을 던지며 국정교과서 논란을 짚어보는 다큐멘터리 ‘국정교과서’도 눈에 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백승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정지영 감독의 아우라픽처스에서 제작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N프로젝트’(감독 이창재)도 주목된다. 국내 정당 최초로 국민 참여 경선제를 도입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지율 2%의 꼴찌 후보 노무현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을 조명한 작품이다. 새달 6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지난해 도입한 야외상영장이 업그레이드된 점이 특기할만 하다. 날씨 영향으로 영화 상영이 취소됐던 경험을 거울 삼아 우천에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대형 텐트를 활용한 돔 형태의 야외상영장을 꾸린다. 이른바 ‘전주돔’에서는 개·폐막작이 상영되고 각종 공연과 관객 파티가 이뤄질 예정이다.그래픽 디자이너 100명이 디자인한 상영작 100편의 포스터를 영화의 거리 곳곳에 전시하는 ‘100 필름, 100 포스터’도 영화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제에 방문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영화제 관계자는 “어떠한 외압에도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는 영화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작품은 물론, 대중성을 갖춘 작품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기춘, ‘좌파 우수도서 선정’ 진흥원장 사표 요구”

    실무자 “김종덕 ‘창비’ 지원 짜증 김종덕(60·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은 어렵다’는 실무자 보고에 “창작과 비평(창비) 같은 곳을 왜 지원하느냐. 차관과 상의하라”며 짜증을 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모 전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 등 3명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015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용이 어렵다”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한 상황을 증언했다. 김 전 정책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로부터 문예지 창비 등이 배제된 리스트를 받고 김소영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을 찾아가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무수석실에서 지시했다’는 설명을 듣고 김 전 장관을 찾아가 “배제를 풀어 달라”고 건의했지만 묵살됐다. 김 전 정책관은 김 전 장관이 “‘창비 같은 걸 뭘 지원하냐. 나는 (배제를 푸는 것을) 못한다. 차관하고 상의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이 정무수석실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해 창비는 배제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김 전 정책관은 2015년 7월 말 비정기 인사로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으로, 사실상 좌천 인사가 났다. 박 전 차관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2014년 2월쯤 한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가 ‘문체부가 좌파와 종북 성향 도서를 우수도서로 선정했다’고 보도하자 ‘우수도서를 선정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의 사표를 받아내라’는 지시가 청와대에서 내려왔다”고 진술했다. 그는 ‘우수도서 선정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지만,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김기춘 실장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니까 진흥원장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다만 박 전 차관은 “실제로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미국, 사린가스 사용한 시리아 제재…271명 재산 동결

    미국, 사린가스 사용한 시리아 제재…271명 재산 동결

    미국 정부가 24일(현지시간) 자국민에게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시리아의 생화학무기 연구소인 시리아과학연구리서치센터(SSRC) 소속 직원 271명의 미국 내 모든 재산을 동결할 것을 금융기관에 명령했다.시리아 정권이 지난 4일 사린가스를 사용해 어린이를 포함한 자국 민간이 90명가량을 사망케 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271명은 SSRC에서 5년 이상 화학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들이다. 또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들과 이들 271명의 거래도 전면 금지했다. SSRC는 민간연구기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생화학무기와 이를 운반하는 수단을 개발하는 것으로 미 정부가 의심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미 정부의 새로운 경제제재 조치는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하기 위해 이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공군기지를 토마호크 미사일 59발로 폭격한 군사적 조처에 이은 것이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회견에서 “이번 조치 어떤 상황에서도 화학무기의 사용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면서, 아사드 정권의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또 “이러한 전면적 제재는 시리아 독재자인 아사드가 자국 민간인 남녀와 어린이를 상대로 감행한 화학무기 공격을 가능하게 한 과학센터를 겨냥한 것”이라며 “미 당국은 이러한 잔학행위를 저지르는 데 사용된 화학무기의 생산에 관여한 모든 개인의 금융망을 가차 없이 추적하고 폐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은 현재 화학무기 사용 주장을 ‘조작’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상] 대선주자들 “돼지 발정제 홍준표 사퇴해라” 맹공

    대학시절 성범죄 가담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심상정 후보는 23일 KBS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국민의 양해를 구한다. 이번 대선은 새 대한민국을 여는 대선이다.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홍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승민 후보는 “홍준표 후보는 성범죄 공모에 대해 이제껏 피해 여성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즉각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후보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금품수수 문제로) 형사 피고인인 상황이다. 1심 유죄, 2심 무죄 상황인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성폭력 모의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외신에도 이미 보도돼 국격이 실추됐다. 홍준표 후보는 사퇴해야한다. 자유한국당은 후보될 자격이 없는 정당이다.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옹호발언을 포함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45년전 18살때 고대앞 하숙집 있었던 사건이다. 친구가 성범죄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에 제가 자서전에서 고해성사를 했다.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을 못막았다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다시한번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퇴하는 게 안철수 후보에게 많이 도움 되는가 보다”고 웃었고 안 후보는 “그런 것과 상관없다. 사퇴하십시오”라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야만의 시대와 우리 안의 야만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야만의 시대와 우리 안의 야만

    탄핵 국면이 끝나고 국정 농단 세력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부역자에 대한 척결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당수의 협력자가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고, 고개를 치켜들면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말해 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촛불의 힘으로 지난 몇 년간 행해진 야만의 정치를 넘어서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지만, 공정과 정의가 앞서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는 사회로 향해 나아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권을 교체하고,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기득권 동맹이 별달리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1세기 초엽을 사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깃든 욕망 역시 야만의 토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게임이다. 여기에 조응해 정당과 후보들은 경제성장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발전주의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공약을 살펴보면 앞으로 10년, 20년 뒤 한국 사회 공동체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경유착의 핵심 사건인 삼성과 대기업의 수뢰도 한두 명 재벌 회장에 대한 처벌로 끝날 듯하다. 사법이 부패해서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그래도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건 재벌 아니냐는 분위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조차 정경유착과 전근대적 경영문화에 고착된 것은 아닌가. 경제가 성장하면 야만적 시장은 척결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없다. 정치체제와 정치인만을 탓할 수는 없다. 보통 사람인 우리(필자를 포함해) 역시 경제와 물질적 축적에 대해, 효율과 생산성, 노동의 유연성(사실은 불안정성), 그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고임금과 안정성을 보장받은 정규직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삶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노동시장에서 능력과 성과주의가 어느새 우리의 마음에 정상 상태로 자리를 잡았다. 상위 10%가 하위 10%에 비해 5배 이상 소득을 올리는 불평등 분배(북유럽은 2배 정도)가 많은 사람을 좌절시키고 있다. 능력과 성과가 개인적 차이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불균등하게 분배된 자원임을 받아들일 여유가 우리 모두에게 없는 것 아닐까. 기회와 소득에서 최소한의 수혜밖에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절차적 공정만을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이런 우리들 마음의 습속이 시대적 야만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성장 중심의 시장과 사회에서 사람들은 최소한의 자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가진 자들은 때때로 군림하거나 경멸의 갑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힘없는 보통 사람들은 나의 조그만 안전과 이해를 위해 다른 이들의 불행이나 불의에 눈감고자 한다. 블랙리스트 사태, 삼성과 국민연금의 공모 역시 많은 전문가가 부당한 권력에 순응했다. 많은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불법적 부패행위에 협력하거나 눈감았다. 먹고살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기 보신을 위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한국 사회는 법과 제도를 고친다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부패와 불법에 협력한 사람만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성취하기 어렵다. 생활 세계 안에서 자기 이해와 안전을 넘어서는 용기 있는 실천을 통해 한 발짝씩 다가가는 것 아닐까. “부자 되세요”부터 “대박 나세요”라는 구호들은 우리 사회의 물질적 욕망이 일상생활 안에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잘 보여 준다. 물질적 성공만으로 좋은 삶의 모습을 규정할 때, 모든 사람은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더불어 사는 사회도, 협력과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생산성의 가능성도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죽기 아니면 살기”는 서로 불행하게 하고, 우리를 모두 소진시킨다. 이런 공동체의 마음의 흐름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기이한 구호를 신앙으로 만들고, 또 다른 야만의 토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관계없이 우리 안의 야만적 욕망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싶다.
  • 열두 폭의 목소리…눈으로 본 사운드

    열두 폭의 목소리…눈으로 본 사운드

    형태도 없고, 비물질적이며, 비가시적인, 그러나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신체를 통해 나오지만 결코 신체에 속하지 않은…목소리. 목소리는 언제부터인가 다양한 형식으로 시각예술 영역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의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 1970년대의 개념미술, 1980~9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쳐 최근 들어 영상 위주의 전시들에서 그 역할과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더 보이스’(The Voice)전은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예술적 매체이자 장치로 등장해 시각예술 영역에 침투한 목소리를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품들을 통해 다각도로 조명한다. 지난 10여년간 신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미술관이 1년 만에 마련한 기획 전시로 국내외 작가 12명이 참여한다.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브루스 나우만의 초기 실험영상인 ‘립 싱크’(1969)는 음악에서처럼 예술가 자신의 목소리를 기본적인 예술적 표현의 도구로 사용한 작품이다. 발상과 방법이 독특하다. 작가 본인의 모습이 거꾸로 뒤집힌 채 ‘립싱크’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내뱉는 행위를 통해 입의 움직임과 실제 소리 사이의 물리적 시간 차, 언어적 의미와 실제 상황의 차이를 고조시키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전위적인 작곡가 존 케이지(1912~1992)는 우연히 발생하거나 의도되지 않은 소리가 모두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피아노 앞에서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는 ‘4분 33초’(1952)를 발표해 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케이지가 1958년 작곡한 ‘아리아’의 비정형적인 악보가 이번 전시에 소개되고 있다. 악보는 일반적인 음표나 음악적 부호 대신 높낮이를 표시하는 선과 색 등의 시각적 요소로 이뤄져 있으며 연주자가 악보를 보고 해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뉴욕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작품을 존케이지재단과 협의해 재제작한 형태로 선보인다. 보이스퍼포먼스 작가 미카일 카리키스의 2채널 비디오 ‘프로미스 미’에서는 작가 자신이 등장해 정치적 맥락에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의지와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한쪽 화면에서는 말을 하려고 하지만 입이 열리지 않아 애쓰는 모습이, 다른 화면에서는 입을 다물고자 하지만 다물어지지 않아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나온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영상예술가 차학경(1951~1982)의 1975년 작품 ‘입에서 입으로’는 모음을 발음하는 여성의 입을 초근접 촬영한 것으로 목소리는 제스처로만 존재한다.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병치시킨 작품이다. 아티스트그룹 ‘슬라브스와 타타스’는 유라시아 지역 소수민족의 언어처럼 서구문화권에서 사용되지 않는 발음기호들을 토대로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고찰한다. 미국의 비디오아티스트 주디스 배리의 1999년 작품 ‘보이스 오프’는 양면에 동시상영되는 다른 이미지 속 일상의 소리와 다양한 목소리들(대화, 독백, 흥얼거림)의 혼재를 보여준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작가 라그나 키아르탄슨의 6시간짜리 퍼포먼스 영상 ‘노래’는 작가의 여자 조카 3명이 알랜 긴스버그의 시 구절을 반복적인 멜로디로 부른다. 서사 구조가 배제된 연극적인 연출이 기묘한 효과를 낸다. 김가람 작가의 사운드 프로젝트 ‘4로즈’는 기계가 만들어 내는 목소리가 인터넷 댓글로 대변되는 사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작가는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늦장대응, 최순실 국정농단, 블랙리스트 파문 등 파장을 일으킨 뉴스에 따라붙은 인터넷 댓글들을 가사로 만든 음원들을 소개한다. 이세옥은 독일 여성이 능숙한 한국어로 무대에서 낭독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안나의 공연’ 연작으로 언어와 목소리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고 김온은 ‘기억과 기록 사이의 목소리 사용법’에서 카프카의 작품 ‘꿈’ 중 마침표 앞의 단어들을 발췌해 낭독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시각예술의 하위개념이나 부차적 요소로 다뤄져 온 목소리를 주인공으로 한 전시는 다소 낯선 감이 있지만 찬찬히 의미를 새겨 가며 볼 만하다. 전시는 7월 1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대선후보 tv토론] 심상정 “성폭력 공모 홍준표와 토론하지 않겠다”

    [대선후보 tv토론] 심상정 “성폭력 공모 홍준표와 토론하지 않겠다”

    대학시절 성범죄 가담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심상정 후보는 23일 KBS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국민의 양해를 구한다. 이번 대선은 새 대한민국을 여는 대선이다.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홍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승민 후보는 “홍준표 후보는 성범죄 공모에 대해 이제껏 피해 여성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즉각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후보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금품수수 문제로) 형사 피고인인 상황이다. 1심 유죄, 2심 무죄 상황인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성폭력 모의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외신에도 이미 보도돼 국격이 실추됐다. 홍준표 후보는 사퇴해야한다. 자유한국당은 후보될 자격이 없는 정당이다.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옹호발언을 포함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45년전 18살때 고대앞 하숙집 있었던 사건이다. 친구가 성범죄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에 제가 자서전에서 고해성사를 했다.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을 못막았다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다시한번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퇴하는 게 안철수 후보에게 많이 도움 되는가 보다”고 웃었고 안 후보는 “그런 것과 상관없다. 사퇴하십시오”라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사법개혁 당위성 확인한 진상조사위 발표

    법원행정처가 진보성향 법관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부당하게 견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그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학술대회의 연기와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은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관여를 부인했고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 의혹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추단하게 하는 다른 어떠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선 부실 조사 논란도 일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사태의 발단이 된 판사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를 지시한 당사자는 대법원 고위 간부인 이모 상임위원으로 확인됐고 이를 근거로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상임위원은 행정처 차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학술대회 연기와 축소의 필요성을 논의했고 여기서 결정된 내용이 실제로 집행됐다고 한다. 적지 않은 판사들이 어제 내부 통신망 등을 통해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는 조사위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구회가 전국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하자 법원행정처가 중복 가입 학회를 자동 탈퇴시키겠다고 공지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며 이 책임을 특정인에게 떠넘기는 것 자체가 꼼수라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게시판 글이나 판결 등을 분석해 법관 인사나 연수자 선발 때 활용한다는 설이 무성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이런 의혹까지 해소하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자유로운 학술 활동을 견제한 것은 진상조사위가 지적했듯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보장된 학문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판사는 법률에 규정한 대로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판결해야 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 사법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3위다.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민주적 운영 방안을 포함한 사법제도 개혁 논의가 공론화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사법 시스템은 결국 국가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조윤선, 블랙리스트 대국민사과 건의 거부”

    “조윤선, 블랙리스트 대국민사과 건의 거부”

    지난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에서 조윤선 전 장관에게 대국민 사과를 건의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송수근 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현 문체부 1차관)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진행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전 장관 등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송 차관은 특검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우상일 국장이 ‘더이상 블랙리스트 실체를 은폐할 수 없고 사실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조 장관에게 보고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송 차관은 “조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자고 건의한 적이 있느냐”는 특검의 물음에 “그렇다”며 “제가 특검에 가기 직전인 것 같다”고 시기를 언급했다. 그는 대국민 사과 건의를 들은 조 전 장관의 당시 반응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보다는 난감해 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송 차관은 “조 장관이 당시 대국민 사과를 거부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특검의 물음에 “조 장관은 (자신이) 청와대에 있을 때 블랙리스트와 관계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당시엔 블랙리스트를 갖고 존재 자체에 대해 다투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 존재를 인정한다는 게 어려웠던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퇴직 블랙리스트’ 막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19일 중년 직장인의 ‘찍퇴’(찍어서 퇴직)·‘강퇴’(강제퇴직)를 방지하는 희망퇴직 남용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년 직장인이 이직하면서 일시적으로 월급이 줄어드는 것에 대비, 임금 차액을 일부 지급하는 보험제도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50∼60대 맞춤형 공약 ‘브라보! 5060 신중년’ 정책을 발표했다. 법안에는 ‘자발적인 희망퇴직 실시’를 원칙으로 명시하고,희망퇴직 대상자를 특정하는 이른바 ‘퇴직 블랙리스트’ 작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문 후보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가 되더라도,근로자에게 2주의 숙려기간을 보장하고 필요시 사직서 철회가 가능하도록 ‘사직숙려제도’(쿨링오프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문 후보는 이·전직 후 임금이 하락한 중년 근로자들을 위해 ‘신중년 임금보전 보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50세 이상의 연봉 5천만 원 미만 근로자들을 대상으로,감소한 임금의 30∼50%를 최장 3년 동안 지급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예정이다. 재원은 고용보험 부과 방식과 정부 재정의 매칭 방식을 결합해 마련할 계획이다.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문 후보는 밝혔다. 이 밖에 자녀 결혼비용 부담 절감을 위한 ‘신혼부부 반값 임대주택’,자녀 대학 등록금 부담 해소를 위해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 추진,자녀 취업 걱정 해소를 위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마련과 중년의 부모 부양 지원을 위한 치매 국가책임제,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을 100만 원 선으로 묶는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간병부담 제로 병원’ 등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용 재판, 박근혜 기소 후 첫 진행…이번 주부터 주 3회 열려

    이재용 재판, 박근혜 기소 후 첫 진행…이번 주부터 주 3회 열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에게 뇌물을 줬는지를 밝힐 4번째 공판이 19일에 진행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첫 재판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이번 주부터 이 부회장 재판을 매주 수·목·금요일에 여는 등 ‘강행군’에 들어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이날 이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 5명의 속행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서류증거(서증) 조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지난 재판에서 특검은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정황이 담긴 관계자들의 진술조서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 임원들은 검찰·특검 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관련해 야단을 맞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을 30분가량 만났는데 15분을 승마 이야기만 하더라’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씨와 정씨에 대한 지원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진술조서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삼성이 최씨를 지원한 대가로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을 특검 측이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조사·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혐의 사실로 구성해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변호인과 특검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삼성그룹 합병과 관련한 재판도 이어진다.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공판을 연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로 의결한 2015년 당시 준법감시인이던 유현숙씨와 의결권 전문위원이던 박창균 국민연금 자문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블랙리스트’와 ‘학사비리’ 재판도 증인신문에 박차를 가한다.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공판을 열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명단’(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송수근 문체부 1차관과 우재준 청와대 행정관을 증인으로 부른다. 형사합의29부(부장 김수정) 심리로 열리는 최씨와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 등 재판에는 정유라씨가 속한 체육과학부의 박모 교수가 증인으로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게릴라 정신 이은 ‘30스튜디오’ 관객의 ‘문화 사랑방’ 되었으면”

    “게릴라 정신 이은 ‘30스튜디오’ 관객의 ‘문화 사랑방’ 되었으면”

    “게릴라극장만큼 행복한 극장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폐관 전 마지막 공연까지 매번 객석을 꽉 채워 준 관객들, 조건 없이 손 내밀어 준 연극인들, 극장의 의미를 조명해 준 학자, 평론가들까지 정말 여러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가슴속에 뜨거운 한 덩어리를 안고 떠나게 된 게릴라극장, 넌 참 잘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에요.”●폐관했지만 행복했던 게릴라극장 연출가 이윤택 예술감독이 이끄는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2004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짓고 2006년 혜화동에 재개관한 게릴라극장이 지난 16일 문을 닫았다. 극장의 처음과 끝을 무대에서 지켜본 이가 있으니 바로 김소희(47) 연희단거리패 대표다. 2006년 혜화동으로 옮긴 게릴라극장의 첫 작품 ‘바보각시’에 출연했던 김 대표는 ‘황혼’으로 극장의 마지막 무대도 장식했다. 2008년부터 극단의 살림살이까지 맡으면서 매일같이 지켜온 극장에는 김 대표의 추억이 곳곳에 배어 있다. 게릴라극장 폐관 며칠 전 객석에서 마주한 김 대표는 유독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이윤택 선생님께서 ‘네가 애착을 가진 곳이니 출연했던 작품을 폐관작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셔서 ‘황혼’을 무대에 올렸어요.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끝까지 자신의 존엄함을 지키고자 안간힘 쓰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여러모로 의미가 맞았죠. ‘황혼’ 막 내리기 일주일 전부터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최대한 많은 분과 대화를 했어요. ‘연극을 깊게 보게 된 극장이었다’, ‘극장이 없어져서 안타깝다’,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 없어지는 느낌이다’라는 관객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이곳에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업 연극과 차별화된 작품 ‘호응’ 상업 연극과 차별화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오프 대학로의 중심’, ‘소극장 연극의 메카’로 불린 게릴라극장은 이 예술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지난 3년간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폐관했다. 하지만 게릴라극장은 10년 넘게 다양하고 의미 있는 실험작들을 올리며 젊은 창작진에게 열린 극장의 역할을 해 왔다. “어떤 작품은 너무 실험적이어서 관객들이 보시기에 힘들어했고 그 탓에 소통이 안 될 때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끝까지 관객의 취향에 맞추는 게 아니라 관객의 취향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텔레비전 드라마와는 다르게 집약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배우들과의 진한 호흡을 느끼길 바래서죠. 이렇게 밀어붙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연극을 보는 관객들이 많이 늘었어요.” ●서른 살이 된 극단에 맞춰 새 간판 연희단거리패는 지난해 10월 명륜동에 마련한 새로운 보금자리 ‘30스튜디오’에서 게릴라극장의 정신을 이어 간다. 그동안 극단의 성격과 색깔을 대표해 온 ‘게릴라극장’이란 이름 대신 극단 창단 30주년 기념의 의미를 담은 간판을 새로 걸었다. “게릴라처럼 치고 빠지는 ‘쎈’ 연극은 이제 신생 극단들에게 넘기고 서른 살이 된 저희 극단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어요. 물론 30스튜디오에서도 자유롭고 실험적인 무대는 계속될 겁니다. 다만 낭독회, 퍼포먼스, 세미나 등 관객과 예술가들이 좀더 편안하게 만남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연극의 성격을 확대하는 운동을 하려고요. 마치 ‘문화 사랑방’ 같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게릴라극장에는 없었던 작은 마당과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연극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30스튜디오의 첫 봄을 꿈꿉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대법 간부가 사법개혁 학술대회 축소 압박

    인권법연구회 행사 견제 등 법원행정처에 부당 요구 확인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학술행사 축소에 고위 법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법원행정처가 법원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축소하고 압박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26일 동안 조사를 진행하고 18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학술행사 견제 의혹에 대해 “대법원 고위 간부인 이모 상임위원이 학술대회와 관련해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재하는 주례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은 부당한 행위”라면서 “논의된 대책 중 일부가 실행된 이상 행정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처가 판사들의 학술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한 예규를 강조한 것에 대해 “인권법연구회 또는 학술대회를 견제하고자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로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위는 ‘부당 지시’를 거부한 법관 인사 의혹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근거가 없다고 봤다. 행정처가 평소 연구회 활동에 부당한 견제를 했다는 의혹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 2월 9일부터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촉발됐다. 설문조사 내용을 학술대회에서 공개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당시 임종헌 행정처 차장이 이모 심의관에게 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심의관은 2월 정기인사에서 행정처로 발령 났지만 지시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자 행정처가 그를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즈음 행정처가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판사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대법원은 진상조사위를 꾸려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임 전 차장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명예가 손상됐다며 임관 30년을 앞두고 법관 연임신청을 철회해 사직했다. 한편 조사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법제도 관련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새 정권 빨리 들어서 특단조치 있어야”… ‘동네북’ 문체부의 냉가슴

    [관가 인사이드] “새 정권 빨리 들어서 특단조치 있어야”… ‘동네북’ 문체부의 냉가슴

    “정권이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초토화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흘러나오는 속내다. 문체부가 관가의 ‘동네북’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한탄도 나온다. 복수의 고위직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헌재의 탄핵 결정일인 3월 10일 정부 국무위원부터 청와대 수석들까지 전부 기각된다고 봤어요. 그런데 탄핵이 되니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문체부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인식이 팽배해요. 문체부 공무원들이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하고, 특별검사 수사에 협조해서 대통령 탄핵의 빌미를 줬다는 따가운 시선이 많습니다. 차라리 정권이 바뀌면 이 업보가 다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까지 들 정도로 흉흉합니다. 탄핵이 기각됐으면 문체부 고위직들은 다 죽었을 거라는 말까지 할 정도이니까.”하위직의 체감도는 어떨까. A씨의 말이다. “행정자치부에 (문체부 공무원들이) 단단히 찍혔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심지어 이런 조직(문체부)이 왜 필요하냐는 비아냥과 막말을 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문체부 조직이 대폭 확대된 건 사실입니다. 이제 그 모든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거죠.” #중요 정책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줄줄이 연기 지난해 10월 JTBC의 최순실씨 태블릿 PC 첫 보도 후 본격화된 국정농단 사태부터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기까지 미디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정부 부처가 문체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김종덕 전 장관, 조윤선 전 장관, 정관주 전 1차관을 비롯해 김종 전 2차관까지 줄줄이 구속되며 문체부는 공무원들의 최고 인기 부처에서 기피 부처로 추락했다. 지난 1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문체부 공무원들의 트라우마는 쉽사리 극복되지 않는다. 문체부는 1월부터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를 받았다. 당초 2월 말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감사는 기간이 연장돼 지난달 중순에야 마무리됐다. 문체부에 들이닥친 감사반 규모는 30여명.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뿐 아니라 실·국장 상당수와 주요 과장부터 실무자들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5월 대선이 끝난 후 새 정부 출범 때 발표될 것으로 문체부 공무원들은 전망한다. 부처 내에서는 파면, 면직, 정직 등 중징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이 관련된 사업뿐 아니라 매년 관행적으로 집행됐던 사업까지 모두 조사를 받고 다 뒤집어지면서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상적인 업무뿐 아니라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안이 있는지 없는지 자기검열을 할 정도로 예민하다”며 “중요 정책 결정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줄줄이 딜레이됐다”고 전했다. 문체부 조직의 의사 결정도 국정농단 이전과 이후로 변화가 뚜렷하다. 1·2차관의 투톱 체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방적인 결정과 지시 문화는 대폭 사라졌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실장급 인사는 “과거의 ‘톱 다운’ 방식보다는 실장부터 국장, 과장, 사무관까지 한자리에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집단적 의사결정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정농단으로 문제가 된 국실의 경우 상당수가 검찰-특검-감사원 조사에 이어 재판 증인 출석까지 시달리며 일부 직원들은 스트레스로 공황 증상과 소화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주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과장급 B씨는 “겉으로는 쉬쉬하지만 조직 자체가 망가져 곪을 대로 곪은 상태”라며 “어떤 방식이로든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굴레와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부 통신망에 자성·비판 글 한 건도 없어 국정농단이 불거진 이후부터 현재까지 문체부 내부 통신망의 직원 게시판에 자성이나 비판하는 내용의 글은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겉으로 표출하지 않을 뿐 조직에 대한 극도의 냉소적 분위기는 짙다. 또 다른 과장급인 C씨는 “조 전 장관이 구속될 때도,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할 때도 고위직 중에서 문체부 직원들에게 책임지거나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인사는 아무도 없다”며 “조직이 보호해 줄 것도 아니고, 조직 내 상하 관계에서조차 누가 누구를 신뢰하고 지시를 따르겠느냐는 불신과 냉소가 팽배해 있다”고 토로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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