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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고급식당 “지갑 여세요”

    호텔 고급식당 “지갑 여세요”

    신기한 경험과 재미있는 이야기는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이다. 유서 깊은 커피숍에서 먹는 커피가 비록 원두가 같을지언정 몇 배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사람들이 맛 이외의 뭔가 의미 있는 것에도 무게를 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몇몇 고급 식당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털호텔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식당 ‘마르코 폴로(무역센터 52층)’는 요즘 눈 가리고 밥을 먹는 ‘블라인드 디너’를 진행 중이다. 스페인 와인 명가 ‘또레스’에서 나온 소믈리에와 주방장이 진행하는 행사로 유럽에서 종종 열렸다고는 하나 한국에서는 처음. 홀에서 음식이 차려질 방으로 이동할 때부터 안대를 쓰는데,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면서 특별한 식사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음식은 사실 눈으로 먼저 먹는 것으로, 시각이 차단되면 입맛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재료와 식기의 색감이 중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 눈은 편견의 굴레로 작용한다. 이 굴레를 벗고 오로지 귀와 코로 먼저 느낀 뒤 음식을 깊게 음미하도록 하는 것이 행사의 의미다. “왜 사서 고생이냐.”, “호들갑”이라며 딴죽을 거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색다르게 한 끼를 원하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지 않을까. 스스로 장금이와 유명 소믈리에 뺨치는 혀를 가졌다는 이들의 도전 의식도 자극할 만하다. 프랑스 출신 소믈리에는 음식의 재료와 맛이 어떤지를 묻고 와인이 잔에 채워질 때마다 “어디 산인 것 같은가.”, “맛을 표현해봐라.”, “포도 품종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쏟아낸다. 디저트까지 4개의 코스로 진행되며 궁합 잘 맞는 와인이 곁들여지는 저녁의 가격은 17만원. 세금·봉사료 별도다. 최소 6인부터 최대 14인까지 신청자가 있으면 식탁이 차려진다. 식사 후 먹은 음식을 확인할 수 있으며, 주방장이 나와 설명까지 해준다. 16일까지. (02)559-7620. 서울프라자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카니는 ‘예술’을 메뉴에 올렸다. 올 한해 3개월 단위로 세계 유명 화가의 그림을 주방장이 음식으로 재해석한 특별식을 선보인다. 첫 번째 작품은 오스트리아 작가 클림트의 ‘키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연인들을 위한 날을 감안했다. 만남, 사랑, 동행, 약속 등 사랑의 단계를 네 가지 음식으로 형상화했다. 한 송이의 꽃처럼 만들어진 장어 라자냐는 고백, 단호박 속을 파스타 면으로 감싼 카넬로니는 사랑을 확인한 두 남녀의 포옹, 바질과 렌탈콩이 어우러진 안심구이는 연인들의 동행, 초콜릿 수프와 바나나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은 사랑의 약속을 의미한다. 12만원(세금·봉사료 별도). 3월31일까지. (02)310-720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영장발부 판사 신상정보 인터넷 유포 논란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대성(31)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김용상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유포돼 파장이 일고 있다. 아이디 ‘아마’를 쓰는 네티즌은 11일 오전 3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의 ‘이슈청원’란에 ‘미네르바 구속영장 발부한 김용상판사를 탄핵합시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이 글에는 오후 11시 현재 800여명이 서명했다. 문제는 이 글에 김 부장판사의 사진과 생년월일, 학력 등 신상정보가 나열되어 있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김 부장판사가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했던 사건 가운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거나 정치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건에 대한 결정도 나열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당에 공천헌금을 낸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의 어머니 김순애씨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청구된 적도 없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관련 학원 관계자의 영장을 기각했다는 허위 정보도 포함시켰다. 이에 김 부장판사가 영장 발부와 관련해 특정 세력에 치우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인신공격성 글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의 한 판사는 “법관의 객관적인 결정에 대해 무작정 비난하고, 신상정보까지 인터넷에 공개하는 행위는 자칫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김 부장판사에 대한 일종의 사이버테러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판단이 인터넷 토론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미네르바가 체포된 8일 이후 인터넷 경제고수로 통하던 몇몇 네티즌들이 자신의 게시물을 자진삭제하거나 블라인드(비공개) 처리했다. 네티즌들은 “미네르바의 구속은 인터넷 토론게시판에 대한 검열의 신호탄이기 때문에 사이버상의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가 유언비어 유포를 처벌했던 긴급조치 시대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비판했고, 대검찰청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는 미네르바가 체포된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영장발부를 비판하는 3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유지혜 장형우기자 wisepen@seoul.co.kr
  • 오늘 운명의 날…1달러= □ 원?

    예상대로 ‘난투’였다.운명의 D-데이를 하루 앞두고 29일 외환시장에서는 치열한 힘겨루기가 펼쳐졌다.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까지 한달여 만에 가세하면서 열기를 고조시켰다.사실상의 최종 결투였던 이날 판세는 외환당국의 승리였다.아직 결투가 하루 더 남아 있지만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대체적 견해다. 올해 상장기업과 은행들의 실적은 30일 원·달러 시장평균 환율에 좌우된다.기업들의 외화 빚을 원화로 환산할 때 이날 환율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기업들의 환차손이 커지면 은행들은 해당 거래기업의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 두는 돈)을 더 쌓아야 해 연쇄 타격을 가져 오게 된다.이 때문에 기업들과 은행 등은 최근 며칠 새 가슴을 졸이며 외환 시세판을 지켜 봐야 했다. 29일 출발은 외환당국의 싱거운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전날보다 달러당 29원 떨어지며 1270원으로 장을 열었다.하지만 이내 반격이 이어졌다.외환당국의 개입을 경계하면서도 연말 결제수요에 몰린 기업들은 달러 매수 주문을 꾸준히 내놓았다.주가까지 급락해 오전 한때 원화환율이 달러당 1290원대까지 밀렸다. 외환당국에 비상이 걸렸음은 물론이다.‘공문 소동’이 벌어진 것도 오후장 들어서다.지난달 14일 절필을 선언했던 미네르바는 오후 1시20분쯤 온라인 토론광장 ‘아고라’에 “정부가 긴급 업무명령 1호로 29일 오후 2시30분 이후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정책도 “비극을 초래하는 구식모델”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공문 발송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재정부는 “미네르바가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미네르바도 물러서지 않았다.“전화 한두 통만 해보면 금방 알 일을 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거짓말을 하느냐.”고 재반박한 뒤 정부 내 보안 누수 사례를 언급하며 “강 장관은 자기 부서 보안라인부터 조사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이날 저녁 올린 네번째 글에서는 “닭은(을) 닭이라 하고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한 것밖에 없는데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강 장관님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사과라기보다는 냉소에 가깝다.논란이 확산되자 미네르바는 네번째 글을 제외하고 모두 자진 삭제(블라인드 처리)했다.일각에서는 ‘짝퉁 미네르바’ 의혹도 제기됐으나 이날 올린 글들의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가 과거 미네르바의 IP주소와 일치해 ‘진짜’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공문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지만 외환당국이 최근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환율을 끌어 내린 정황을 감안할 때 구두로라도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실제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지난 26일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만난 사실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재정부는 “통상적인 만남”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장 마감 10여분을 앞두고 외환당국이 종가(終價) 관리 총력전을 펼치면서 판세는 기울어졌다.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달러당 36원이나 떨어진 1263원을 기록했다.원·달러 환율을 1250원 안팎에서 맞추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따라서 30일 종가는 29일 수준 내지 소폭 하락이 점쳐진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베니스가 원하는 한국미술 보여줄 것”

    “베니스가 원하는 한국미술 보여줄 것”

    “작업에 집중해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했던 각오로,베니스가 요구하는 도약을 보편적인 시각에서 이루어 내겠다는 것이 지금 제 심정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09년 6월7일 개막하는 제 53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개인전 초대작가로 선정한 양혜규(사진 오른쪽·37) 함부르크대 교수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작업에 대한 각오를 느리고 낮은 음색으로 이렇게 밝혔다. 1994년 2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양씨는 그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예술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난 뒤 14년째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양씨는 지난해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에서 젊은 작가상을 받았고,최근 독일 경제지 카피탈 선정 ‘세계 100대 미디어 설치작가’에 한국인으로는 이불(44·25위)씨와 함께 92위에 올랐다.주요 전시 무대도 네덜란드 유트레히트의 현대미술센터(2006년),상파울루 비엔날레(2007년),제55회 미국 카네기 인터내셔널,영국 런던 큐빗 갤러리,미국 로스앤젤레스 레드캣 갤러리(2008년) 등 전 세계다.유목민적 작가로 불이는 이유기도 하다.그의 작품에선 사무용 블라인드와 적외선 전열기구,선풍기,전구,전선,종이접기,향수배출기 등을 볼 수 있다.그의 작품에서 관객들은 사색을 요구하는 지적 행위를 감상하면서 동시에 시각·촉각·후각·청각을 모두 자극받고 체험하게 된다.독일 베를린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벨기에 브뤼셀의 화랑 세 곳과 전속계약을 맺고 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로 주은지(왼쪽)씨를 선정했다.재미교포 2세인 주씨는 2007년부터 미국 뉴욕 뉴 뮤지엄 오브 컨템포러리 아트의 큐레이터이자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주씨의 오빠인 마이클 주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초대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일제시대·현대 ‘오버랩’ 젊은이들의 신념 엿보기

    일제시대·현대 ‘오버랩’ 젊은이들의 신념 엿보기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 창작희곡 당선작 ‘인간의 시간’(배봉기 작)이 19~2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 무대를 갖는다. 한국연극협회가 지난 3월 ‘남사당의 하늘’을 시작으로 젊은 연극인들의 고전 넘나들기,전국소극장 네트워크페스티벌,대한민국 연극퍼레이드 등으로 진행해온 100주년 기념사업의 마무리 공연이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인 이원형의 삶과 현대에서 그의 평전을 쓰는 작가 윤미현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으로 진행된다.부유한 삶을 포기하고 독립운동의 길을 택한 이원형은 내부 밀고자를 찾기 위해 만주로 잠입하다 일본군에 붙잡힌다.갖은 고문에도 불구하고 끝내 입을 다문 이원형은 비장한 최후를 준비한다. 이원형의 이야기는 온 가족이 독립투쟁에 나섰던 이회영 선생을 모델로 재구성한 것이다. 현재의 공간에선 미현이 평전을 쓰며 생에 대한 끝없는 의문에 빠진다.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더듬으면서 작가는 신념과 생의 무게 속에서 방황하는 자신의 삶과 유망 철학교수였던 애인이 재산문제로 형제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용됐던 지난 시간들을 반추한다. 공모전 심사에서 ‘척박했던 전 시대 신념의 독립운동가와 풍요로운 오늘날 나름대로 신념에 따라 사는 젊은이들을 대비시킨 점이 빛났다.’는 평을 받았다. 연출과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에쿠우스’,‘수수께끼 변주곡’,‘블라인드 터치’ 등으로 세련되고 절제된 연출기법을 선보인 김광보가 연출을 맡았고,이호재,박웅,이남희,길해연,김내하,추귀정 등 연극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동참해 무대를 꾸민다. 1만원.(02)744-706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시 50회’ 과거·현재·미래 조명

    ‘사시 50회’ 과거·현재·미래 조명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도입으로 2017년 폐지가 확정된 사법시험이 올해로 50회째를 맞았다.사시는 국내 법조 인력의 유일무이한 산실(産室)이었다.거의 반세기 동안 1만 6000여명의 유수한 법조인을 배출했다.사시 1000명 시대도 내년이면 마감된다.2010년부터 합격자수를 줄인다.로스쿨과의 동침을 앞두고 사시의 과거,현재,미래를 살펴봤다. ‘사법시험’이란 공식 명칭은 지난 1963년 사법시험령 공포로 등장했다.이전까지는 1947년에 탄생한 조선변호사시험으로 불렸다.법무부가 주무부처가 된 것은 불과 6년 전인 2002년.이전엔 총무처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맡았다. 시험방식도 많이 달라졌다.1970~1980년대 총무처 시절에는 국사,국민윤리 등이 필수과목이었지만 법무부로 넘어오면서 사라졌다.대신 세계화에 맞춰 토익·토플 등 영어시험이 2004년부터 도입됐다.2006년부터는 성적·출신학교를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 면접방식으로 전환했다.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시험시간 연장과 점자문제지 제공도 확대됐다. 법조인 선발 1000명 시대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60~80명에 그쳤던 사시 합격자는 전두환 정권 이후 법조인력 확충 명목으로 300명으로 몸집을 키웠다.1980년대 사시에 합격한 법무부 현직 검사는 “이때부터 너도나도 사시에 뛰어들면서 비법대생과 고시학원들이 크게 늘고 ‘고시폐인’들도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1980~1995년 300명이었던 선발인원은 대법원의 사법개혁안에 따라 1996년 500명,1997년 600명,2000년 800명,2001년 1000명 등으로 점차 불어났다. ●군사정권 시위전력자 면접 탈락 사시도 반세기 가까운 성상을 쌓는 동안 영욕의 세월 한복판에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시위 전력이 있는 응시자들을 현 정권과 사상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대거 탈락시켰다.군사정권은 1981~82년(23~24회) 사시 3차 면접시험에서 시국 관련 시위전력을 가진 응시자 10명에게 국가관과 사명감 등 정신자세를 문제 삼아 최하점을 부여,불합격시켰다.지난 6월 27년 만에 불합격 취소 처분이 내려진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 등 9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반면 50회를 맞은 올해는 사시 사상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서울대 법대 출신의 최영(27)씨는 6차례 도전 끝에 최종 합격해 장애인의 법조 전문직 진출을 밝게 했다.이는 법무부가 2006년 국가시험 최초로 시각장애인 응시자들에게 음성형 컴퓨터를 제공하는 등 시험방식을 대폭 개선한 결과이기도 하다. 긴 역사 만큼 형제,자매,남매 등이 동시합격하는 법조 가족도 여럿 탄생했다.올해 동시 합격한 송민정·지연씨는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24회)의 딸이며,35회 때는 노정연·혁준씨 남매가 나란히 합격해 사시 1회인 아버지 노승행 변호사의 대를 잇기도 했다. ●로스쿨과 실력으로 승부해야 사시는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내년 3월 개원할 로스쿨에 이어 새로운 변호사시험이 법안(변호사시험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시 합격자도 2010년 800명,2011년 700명 등 단계적으로 줄인다. 2016년 마지막 1차 합격자를 배출하고 나면 합격생을 대상으로 실무교육을 담당하던 사법연수원도 법조인 양성소로서의 역할을 마감한다. 사법연수원 수료생과 변호사시험 합격자(로스쿨 출신)가 동시에 배출되는 2012~2020년은 해마다 2000~2500명의 법조인이 쏟아져 나온다.판·검사 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처럼 어려울 전망이다.항간에는 사시 출신을 우대하고 로스쿨 출신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학계와 로펌 등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윤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사시합격자는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유능한 인재들”이라면서 “사시가 한시적으로 존재하지만 로스쿨 출신자 역시 실력을 꾸준히 쌓은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박정규 김앤장 변호사도 “사람의 우열이라는 건 제도나 시험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어떤 인생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채용에 있어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사시 인원 감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두 제도의 병존이 로스쿨의 조기 정착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2012년부터 로스쿨 졸업생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리 사시합격자수를 과도하게 줄이는 건 옳지 않다.”며 기존 사시생들에 대한 배려도 주문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기타의 神’ 인생 선율 다시 듣기

    ‘너를 천국에서 만난다면 내 이름을 알까/너를 천국에서 만난다면 그 모습 그대로일까/난 강해져야 하고 삶을 계속 이어가야만 해/난 이 천국에 머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중에서) 에릭 클랩튼의 수많은 명곡 중에서 유난히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티어스 인 헤븐’은 널리 알려져 있듯 어린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곡이다.1991년 3월 클랩튼의 네살난 아들 코너는 아파트 창문에서 떨어져 즉사했다.‘기타의 신’,‘블루스 록 기타의 전설’로 불리는 세계적 기타리스트의 굴곡진 삶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을 순간이 이토록 오래도록 전 세계 음악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1997년에 이어 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진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 ‘에릭 클랩튼’(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펴냄)은 예술가로서의 영광과 알코올과 마약중독에 찌든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불행이 교차했던 예순 셋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솔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들려준다. 1945년 영국 서리주의 노동자 계급 집안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다. 그룹 크림을 결성하면서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고 블라인드페이스, 데릭&더 도미노스 등을 거치며 ‘기타의 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1960년대 밴드 멤버들과 끝없는 갈등에 시달렸고, 와중에 조지 해리슨의 아내 패티 보이드가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자 마약에 손을 대면서 음주 공연, 공연 중단 등의 사고로 구설에 오르내렸다. 마지막 장 ‘에필로그’에는 음악 동료에 대한 존경과 찬사를 담았다. 화려한 삶 뒤에 감춰진 자연인 에릭 클랩튼의 삶과 더불어 비틀스, 롤링 스톤스,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 필 콜린스 등 당대 톱스타와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1만 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인사이트펀드가 불완전 판매?

    금융당국이 펀드 불완전 판매 판단 기준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언급해 파장이 예상된다. 투자자가 펀드 계약서에 자필서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판매사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자필서명만으로 충분하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산배분’을 내세우고는 사실상 자산의 60% 이상을 중국에 투자했던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가 불완전 판매 조사대상에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임원회의에서 “펀드 등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고, 앞으로 검사 때도 중점적인 착안 사항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또 “고령자 등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불완전 판매를 한 경우 엄중히 조치하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투자위험 등을 고지받고 자필로 서명했더라도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이 펀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었느냐를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불어나는 펀드 관련 불만을 더 이상 무마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 역시 “3~4년 전부터 펀드시장이 활성화된 뒤 불완전 판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관심은 인사이트 펀드의 불완전 판매 여부에 쏠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라고 광고한 뒤 중국에 60% 이상 투자한 것은 다른 중국·브릭스펀드와 차별성이 없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 대상을 세세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인데 이는 헤지펀드 같은 사모펀드에서나 쓰는 방법으로 인사이트 펀드 같은 공모펀드에는 사실상 없다.”면서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반면 다른 관계자는 “블라인드 펀드가 문제라고 한다면 애당초 이를 허가해 준 금감원의 책임론도 불거지기 때문에 쉽게 불완전 판매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인사이트 펀드가 불완전 판매 대상에 오른다면 파장은 크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소송까지 제기된 ‘우리파워인컴펀드’는 증권가 사람들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상품 관련 펀드지만 인사이트 펀드는 정통 주식형 펀드이기 때문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공연 리뷰]어린이 노래극 ‘그림자 소동’

    [공연 리뷰]어린이 노래극 ‘그림자 소동’

    열살 초등생 ‘박사’네 아침은 늘 분주하다. 아빠는 출근 준비에 바쁘고, 엄마는 아이들을 깨우느라 정신없고, 누나와 박사는 잠이 덜 깬 상태로 등교 준비에 허둥댄다. 왜 이렇게 바쁘게 사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을 시작하는 박사네 아침 풍경은 대한민국 평균적인 가정의 모습이기도 하다. 쳇바퀴처럼 똑같은 일상이 시작된 어느 날, 깜짝놀랄 일이 일어난다. 박사 가족의 바쁜 스케줄에 지친 그림자들이 도저히 주인님들을 따라다니지 못하겠다며 떠나버린 것이다. 극단 학전이 만든 노래극 ‘그림자 소동’(새달 7일까지, 학전블루)은 여느 어린이극과는 무늬와 결이 다르다. 다수의 어린이 공연이 미래의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알록달록한 천연색으로 반짝인다면 ‘그림자 소동’은 현실에 대한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무채색 계열이다. 당장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지하철 1호선’의 김민기표 어린이극답다. 박사 가족의 분신인 그림자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린이극으론 드물게 동영상과 사진, 일러스트를 활용한 다양한 무대 연출이 이색적이다. 사실적인 세트 대신 흰색 막과 블라인드를 적절히 사용해 학교와 공원, 집 등 공간감을 잘 살렸다. 그룹 긱스 출신의 젊은 작곡가 정재일이 만든 음악도 새롭다. 동요풍의 노래 대신 재즈와 바로크, 플라멩코, 국악, 록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선율과 리듬으로 극을 한층 풍부하게 살려줬다. 동화작가 강정연의 ‘바빠 가족’이 원작인 ‘그림자 소동’은 학전 어린이무대의 4번째 작품이자 첫 창작품이다. 김민기 연출이 이전에 만든 ‘우리는 친구다’와 ‘고추장 떡볶이’‘슈퍼맨처럼’은 ‘지하철1호선’과 마찬가지로 독일 그립스극단의 작품을 번안한 것이다. 창작극에 대한 부담감이 앞선 탓일까. 박사 가족과 그림자 가족의 구분이 좀더 뚜렷하게 구현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작품에 오랫동안 공을 들이는 김민기 연출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 부분도 곧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탐방] 인터넷 불침번… 포털 모니터링 24시

    [주말탐방] 인터넷 불침번… 포털 모니터링 24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가동되는 한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이 있다.1년 365일, 하루 24시간 업무다. 달력에 빨간 날이 닥치면 일은 더 많아진다. 그래서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다음서비스 클린센터 직원들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유해성 게시글과의 일전을 치렀다. 다음서비스는 다음의 자회사이다.300명의 직원이 3개조 교대로 게시글을 모니터링한다. 카페나 블로그, 커뮤니티 등의 게시판에 남겨진 글과 이에 대한 댓글 가운데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글들은 게시판에서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한다. ●다음 300명·네이버 430명이 3교대 또 다른 포털인 네이버 역시 강원 춘천에 위치한 자회사 NHN서비스에서 430여명의 직원이 3교대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하루 동안 네이버에 생성되는 블로그는 1만 4000여개, 카페는 7500여개로 집계된다. 여기에 게시물과 기사마다 달리는 댓글까지 합치면 수백만건의 글이 새롭게 올라오는 셈이다. 두 회사는 이 가운데에서 음란성 콘텐츠나 상업적인 성격이 짙은 게시물, 저작권을 위반하는 등 불법적인 내용을 담은 글,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내용 등을 찾아낸다. 같은 내용을 게시판에 반복해 올리며 이른바 ‘도배’를 하거나 게시판 성격과 동떨어진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일은 민감한 작업이다. 명예를 훼손당한 이가 신고를 하지만, 포털업체가 사법적 판단대상인 명예훼손 여부를 결정 내리기가 수월하지 않다. 신분증명서와 함께 명예훼손을 주장하면 게시글을 블라인드 조치하지만, 게시자가 동일한 절차를 밟아 재개시 요청을 하는 길도 트여 있다. ●사회적 이슈관련 글 삭제 때 집단 반발도 다음측은 18일 “개인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되지만, 훼손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글쓴이의 ‘표현의 자유’ 역시 보호되어야 할 가치”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인의 명예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의 줄타기는 사회적 이슈에 관련된 글이 삭제됐을 때, 네티즌들이 집단반발할 때 폭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이유다. 사회적 논란이 뜨거울 때에는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조율이 힘겨울 때도 있다. 올해 초 촛불집회 정국에서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이 번갈아가며 네티즌의 집단 성토를 받았을 때에도 이런 문제가 생겼다. 셀 수 없이 많은 게시글들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성토 대상이 된 특정인에 관련된 모든 글을 지울 것인지, 당사자가 지정한 글을 지울 것인지는 난제로 남았다.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또는 현행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블라인드’ 조치를 취했다가 게시글을 올린 네티즌의 항의를 받는 일도 종종 있다. 사업자 등록증을 초기화면에 게시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상업활동을 해 블라인드 조치를 당한 카페 운영자가 담당자에게 전화해 욕설과 협박을 한 일도 있었다. 인터넷 예절이 정착되지 못해 벌어지는 해프닝도 있다. 자신이 올린 음란물이 블라인드 처리되자 “내 친구들과 함께 감상하려고 음란물을 올렸는데, 이런 것까지 규제하느냐.”라며 항의한 60대 남성의 경우가 그랬다. 포털업체가 “미성년자가 음란물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자, 이 남성은 “내가 올리지 않아도 요즘 애들은 이런 것들을 다 찾아서 본다.”고 맞섰다. 자신의 글이나 카페, 블로그가 블라인드 처리된 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항의하는 이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모니터링 요원들이 신중을 기해 매뉴얼에 따라 삭제하기 때문에 항의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이다.NHN서비스의 경우 모니터링 직원들이 숙지하는 매뉴얼 책자의 분량은 이미 300쪽이 넘어갔다. 매뉴얼 책자는 앞으로 더 두꺼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털에 유해성 게시물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하는 산업규모가 커지고 고용이 창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UCC 경우 하루 400여건이 음란물 다음서비스는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 다음에 게재된 악성 댓글이나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에 대한 네티즌 신고 건수가 10만 6101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했다.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의 경우 하루에 1만 5000여건이 올라오는데, 이 가운데 300∼400건이 음란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다음서비스가 설립된 지난해 3월 설립됐을 당시 80여명이었던 모니터링 직원은 2년이 채 못돼 4배 가까이 늘었다. 보안 프로그램도 모니터링 작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은 동영상 콘텐츠 가운데 유해 콘텐츠를 찾아낼 때 소프트웨어 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의 유해 콘텐츠 검색 프로그램인 엑스키퍼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 유해 콘텐츠가 올라오면 빨간색 경고등이 울려 모니터링 요원에게 알리는 장치이다. 게시글도 검색 엔진이 금칙어와 스팸 의심 단어를 1,2차에 걸쳐 우선 추려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1000여개 금칙어 지정 운영 ‘뛰는 네티즌 위에 나는 모니터링 직원.’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금칙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미리 사용할 수 없는 단어를 지정해 놓고 검색과 게시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다. 주로 음란성 글이나 저작권 침해 글을 단속할 때 효과를 발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포털업체들은 현재 800∼1000개 정도의 금칙어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금칙어를 변형, 이를 피해 가려는 네티즌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 음절 사이사이에 점을 찍거나, 단어를 해체하는 등 방법도 여러가지이다. ‘원조교제’를 ‘원. 조. 교. 제’라고 쓴다든지, 성인인증 대상 단어인 ‘가슴’을 ‘슴가’로 변형 사용하는 식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원조교제 상대를 지칭하는 은어인 ‘조건녀’의 경우 ‘ㅈㅗㄱㅓㄴ’처럼 음소를 분해하는 경우도 있다. 욕설의 경우 ‘10팔’ 등으로 발음에 맞춰 숫자와 문자를 혼합하기도 한도 있다. 이런 식의 변형은 금칙어가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는 일시적으로 금칙어를 설정하기도 한다. 알카에다의 한국인 인질 참수 사태 때에는 ‘참수 동영상’이, 올해 초 촛불집회 정국에서는 기독교를 비하하는 용어인 ‘개독교’가 금칙어로 설정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몇 차례 일어나면서 최근에는 주민등록번호나 호적등본 등 개인정보 관련 이미지와 검색 결과에 제한을 두고 있다. 포털들은 금칙어를 일반인은 물론 취재진에게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유해 콘텐츠 모니터링 작업을 하는 사무실 공개도 꺼렸다. 금칙어와 모니터링 작업 내용이 세세하게 밝혀질 경우 이를 피해 또 다른 형태로 유해 콘텐츠가 제작될 우려 때문이라는 게 포털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금칙어를 입력했을 때 검색과 게시에 제한을 받는 경험을 통해 금칙어를 파악해 낸다. 올해 초 촛불시위 정국에서는 금칙어 지정 때문에 포털을 둘러싸고 ‘보혁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쥐박이’라는 단어를 포털들이 잠시 동안 금지했기 때문이다. 다음서비스는 이와 관련,“용어가 문제가 되서라기보다는 한 네티즌이 ‘쥐박이’라는 단어로 게시판을 도배해서 하룻동안 금칙어로 묶어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변화 때문에 금칙어에서 해제되는 단어도 있다.‘동성애’나 ‘콘돔’과 같은 카페 금칙어는 사회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금칙어에서 제외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모니터링 의무화 논란일 듯 인터넷 포털들은 매일 인터넷 댓글 등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업체 자율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지난 1일 입법예고했다.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를 거쳐 11월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포털 등 인터넷 업체들은 게시판 등에 올라오는 글을 의무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글 가운데 사생활 침해나 불건전 정보 등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임시 차단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만약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글이 사라진 것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면 정보통신심의위원회에서 7일 이내에 심의를 거쳐 삭제 및 복원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기존의 한달 안에 삭제 및 복원여부를 결정하던 것에 비해 기간을 대폭 줄여 글을 쓴 사람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업체들은 모니터링과 임시조치 의무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개인의 의사표현을 침해하거나 정부 비판을 잠재우려 한다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인터넷 업체의 경영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한 업체 관계자는 18일 “모니터링을 의무화한다면 한 두사람이 필요하겠느냐.”면서 “큰 업체들이야 100명,200명의 직원을 쉽게 뽑을 수 있겠지만 중소업체로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임시조치 의무화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한 포털 관계자는 “1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글이나 댓글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지난 11일 방통위가 개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공청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48개 시민사회단체는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모니터링·임시조치 의무화는 사업자들에게 이용자의 표현을 과도하게 규제하도록 해, 사적검열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게시글 심의결정 및 방통위 삭제명령 등도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부 참석자들은 “인터넷의 특성상 신속한 피해확산 방지 조치가 우선”이라면서 방통위의 손을 들어 주기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질러볼까 好好 수입차값 下下

    하반기 소비심리 급랭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잇따르면서 수입차업계도 일부 전략차종의 차값을 낮추는 등 고객 붙잡기에 적극 나섰다. 7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최근 ES350의 2009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을 내렸다. 기존 6120만원에서 5770만원으로 350만원 인하한 것. 도요타 일본 본사가 상용차 모델에 국한하긴 했지만 원자재가 상승 부담 등을 들어 일본내 판매가를 올린 것과 대조된다. 한국도요타측은 “원자재가 등 가격 인상 압박에 노출돼 있는 것은 (본사와)마찬가지이지만 한국 수입차 시장이 커진 점 등을 감안해 차값을 전략적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프리미엄보다 상위모델인 슈페리어는 차값(6520만원)을 동결했다.“사양이 강화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인하된 셈”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슈페리어 모델은 고급 오디오 시스템과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차 지붕 전체가 유리) 등의 사양을 갖췄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닛산 등 올가을 한국시장 진출이 예정된 다른 일본차의 가격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런가 하면 폴크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인기모델인 파사트 2.0 TDI(디젤)의 차값을 낮춘 특별모델(스페셜 에디션)을 최근 내놓았다. 대당 4190만원이다. 일반모델(4450만원)보다 260만원 저렴하다. 폴크스바겐측은 “성능은 동일하되, 뒷좌석 전동 선블라인드 등 일부 사양을 조절해 차값 부담을 덜어냈다.”고 설명했다.70대 한정 판매다. 아우디코리아도 다음달 초 출시하는 A3 해치백(트렁크 창문과 문이 붙은 채로 위로 열리는 스타일) 모델의 판매가를 3950만원으로 책정했다. 아우디측은 “유로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년새 24%나 오르는 등 원가 부담이 급등했지만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최대한 차값을 낮췄다.”고 밝혔다. 추석을 명분 삼아 차값을 우회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GM코리아는 이달 한달동안 캐딜락 등을 사는 고객에게 250만원 상당의 취득·등록세를 지원해준다.볼보자동차코리아도 S80 D5와 XC90 D5 구매고객에게 같은 세금을 깎아준다. 푸조는 연비왕을 뽑아 1년 기름값을 대준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오늘 한·미정상회담] 정상 오찬상에 한우 갈비·美 안심스테이크

    6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오찬상에 쇠고기가 오른다. 한국산일까, 미국산일까. 둘 다 오른다. 한우로 만든 갈비구이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안심스테이크가 함께 오른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오찬 식단은 한정식으로 차려질 예정”이라며 “다만 두 정상이 자리할 헤드테이블에는 한우 갈비구이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안심스테이크가 함께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오찬장에 올릴 쇠고기의 ‘국적’을 놓고 한때 고심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측으로부터 오찬메뉴에 미국산 쇠고기를 올려 달라는 요구는 일절 없었으나, 양국 관계를 감안해 한우 갈비구이를 기본메뉴로 하되 미국산 안심스테이크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미국산 안심스테이크는 준비만 해 놓고 찾는 사람에게만 제공하되, 두 정상의 헤드테이블에는 갈비와 스테이크를 함께 올릴 계획이다. 한때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미국산 안심스테이크를 찾는 ‘깜짝쇼’도 검토했으나 너무 자의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건배주로는 미 캘리포니아산 백포도주 ‘샤토 몬텔레나’ 2005년산이 쓰인다.1976년 파리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 일명 ‘파리의 심판’에서 화이트와인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미국산 와인의 명성을 떨친 와인이며 로라 부시 여사가 즐긴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사설] 인터넷 명예훼손 기준 명확히 하라

    정부가 인터넷의 역기능을 바로잡기 위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권한만 누리며 책임은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포털에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피해 당사자가 정보삭제를 요청했을 때 임시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내용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통의 파급력이 커 데이터베이스에는 남아 있어도 외부에 보이지 않도록 ‘블라인드’하는 임시조치를 먼저 취하도록 명문화하겠다는 취지이다. 만연된 비방성 댓글을 뿌리를 뽑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읽혀진다. 인터넷상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 유해 환경이 극에 달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처벌수위를 거의 동일시하는 족쇄수준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보다는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자만 보호하는 편파적인 발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반한다는 주장이 나올 소지도 다분하다. 사이버 신뢰회복이라는 이름 아래 나온 이번 보호대책이 법무부가 검토 중인 사이버 모욕죄 신설과 맞물려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막무가내로 명예 훼손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글을 삭제하라고 요구할 경우 무슨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어디까지가 명예 훼손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기준과 잣대가 없는 실정이다. 명예 훼손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이 해야 한다. 사업자에게 판단할 근거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도 문제다. 또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측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임의로 글을 삭제할 경우 사회고발성 댓글이나 부정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사이버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열린세상] 다시 아마추어 정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다시 아마추어 정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전정권을 가리켜 ‘아마추어’ 실업팀이라 부르던 현 정권의 실력이 마침내 드러났다. 의기양양하게 상암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감독의 축구팀.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니 아마추어 실업팀은커녕, 조기축구회 수준도 못 되는 듯하다. 요즘은 조기축구도 많이 발전해서 선심 세우고 오프사이드까지 본다. 그런데 삼청동 얼리버드팀은 공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영락없이 골목축구 수준이다. 지금 상황을 보라. 초·중·고팀과 싸우고 있잖은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현 정권의 미국에 대한 맹목적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것쯤은 초·중·고생들도 다 안다. 부시 정권을 향한 이 ‘블라인드 러브’가 너무나 큰 나머지 미국의 국익과 한국의 국익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현 정권의 문제다. 쇠고기 파동 때문에 그냥 묻혀 버린 감이 있지만, 이 블라인드 러브에서 비롯된 중요한 사안이 또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맹목적으로 미국을 믿다가 통미봉남의 외통수에 걸려 버린 남북관계다. “10년 좌파 정권의 그늘이 깊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김대중, 노무현 정권 하에서 북한과 맺었던 모든 약속부터 무효화했다.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해서는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두 국가 혹은 두 정권 사이에 맺은 약속을 아무 이유 없이 파기하는 것은 외교적 난센스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북한에서 발끈할 수밖에. 이에 대해 북한은 서해안의 미사일 발사와 “제2의 6·25”라는 폭언으로 반응했다. 이 발상이 얼마나 천진난만한 것이었는지는 곧 드러났다. 미국만 믿고 북한을 왕따시키려 했던 이명박 정권은 미국에 가서야 비로소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이미 핵폐기를 놓고 싱가포르 협정이 맺어진 것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북한과 미국이 밀월관계에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싶어서 부랴부랴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대응은 냉담했다. 참고로, 남북연락사무소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에도 북한에서 거절했던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북한을 왕따시키기 위해 한·일 동맹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권이 미국 다음에 일본을 방문했다. 당연히 중국이 불쾌할 수밖에. 하지만 그런 중국은 정작 일본과 정상회담을 갖고 밀월 관계 속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한국정부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다. 그뿐인가?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인 구애에 일본은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반영하는 것으로 대꾸했다.“핵 폐기 없이는 어떤 지원도 없다.”는 게 얼마 전까지도 유지되었던 이명박 정권의 원칙이었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모양이다.“핵 문제와 관계없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는 것이다. 큰소리 떵떵 치던 그 기개는 어디로 사라지고 지원 위한 명분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래서 기껏 찾아낸 것이 ‘북에서 먼저 요청하면’이라는 단서. 그런데 들리는 소식이 북에서는 남측에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통미봉남은 허용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청와대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다.“한·미공조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가. 블라인드 러브도 이 정도면 처절하지 않은가? ‘대북 퍼주기’라고 비난하면서 열심히 떠들어대던 ‘상호주의 원칙’은 어디로 가고, 어쩌다가 제발 북한에서 먼저 지원요청을 해달라고 내심 애원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을까? ‘통미봉남’에 걸려 핵협상에서 배제되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남들이 결정한 내용에 따라 어마어마한 비용만 덤터기 썼던 것이 바로 김영상 정권 때의 일. 왜 실수로부터 배우지를 못하는 걸까? ‘뇌송송구멍탁’이라는 말은 이 정권 브레인의 객관적 상태를 기술하는 용어가 아닌가 싶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강유정의 영화 in] ‘페넬로피’

    [강유정의 영화 in] ‘페넬로피’

    ‘페넬로피’는 오드리 토투가 주연을 맡았던 ‘아멜리아’의 질감을 연상시킨다. 동화적이면서, 두꺼운 유화 같은 느낌 그리고 비약하듯 연결되는 편집방식 말이다. 한 가문에 저주가 내린다. 이 저주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정도 되는 남자가 저지른 실수의 대가이다. 대가는 바로 집안에 여자가 태어나면 돼지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 약 10분간 지나가는 이 집안의 간략사는 영화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이를테면 다행히도 대를 거치면서 아들만 태어나 돼지 얼굴을 볼 일이 없다가 드디어 딸이 태어났을 때의 순간 말이다. 딸이 태어났는데 돼지 얼굴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주가 효력이 없었던 걸까? 도리도리. 단지 숙모가 남편 윌헌의 아이가 아니라 운전기사의 아이를 가졌을 뿐이다. 선조가 저지른 잘못으로 돼지의 형상으로 태어난 아이? 맞다.‘페넬로피’의 이야기는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닮아 있다. 불륜과 오해로 빚어진 사생아들이라는 설정도 비슷하다. 영화 시작 부분의 매력은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이 영화적으로 실현된 듯한 기시감을 준다. 고층빌딩과 영국의 고아한 저택이 섞인 거리, 그림으로 덧칠된 유리창을 덮는 또 다른 블라인드 같은 미술도 그렇다. ‘페넬로피’는 미국과 영국의 합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양국간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이해가 묘하게 충돌하고 융합한다. 영화는 저주를 받은 여자와 가난한 남자의 러브스토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페넬로피가 받은 저주를 푸는 현대적 방식도 그렇다.‘우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받는다면, 그때 저주가 풀리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우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항목을 귀족과의 결혼으로 이해한 페넬로피 집안의 저주 풀기 해프닝으로 진행된다. 유명한 귀족 가문의 아들들을 수소문해 거액의 지참금으로 유혹하지만 페넬로피의 얼굴 앞에 모두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 게다가 엄마는 여러 가지 이유로 페넬로피를 집안의 공주로 가둬 키운다. 페넬로피는 엄마로부터,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격리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남자를 만나 진정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전래동화의 문법을 페넬로피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결국 저주를 풀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해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해석은 현대적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진부해진 클리셰에 가깝다. 결혼이 자아 정체성의 출구는 아니라는 설정 말이다. 저주를 푸는 방식만큼은 현대적 윤리에 봉사하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부조화 혹은 대칭이 묘하게도 영화 ‘페넬로피’의 분위기와 어울린다는 것일 테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마법이 풀린 페넬로피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페넬로피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듣고 있던 아이들은 들은 이야기에 대한 평가를 남긴다.“이건 딸에게 집착하는 엄마 이야기야.” “아니야, 이건 진정한 사랑 이야기야.”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건 그저 동화일 뿐이라는, 감독의 귀여운 센스이다. 영화평론가
  • 칸 영화제 베스트ㆍ워스트 드레서는?

    칸 영화제 베스트ㆍ워스트 드레서는?

    올해로 61회를 맞이한 ‘칸 영화제가’ 프랑스 남부지방 칸 화려하게 개막됐다.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답게 약40여 개국 4000여명의 취재진들과 내로라하는 영화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온화한 지중해 날씨 속에 열리는 행사답게 레드카펫 위 배우들의 의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물론 유럽 및 아시아 각국 스타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부각시키면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패션 감각을 뽐냈다. 지난해 2월 美 L. A에서 열렸던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레드컬러 드레스가 대세였다. 하지만 칸 영화제에서는 컬러풀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스타일이 각광받았다. 스포츠서울닷컴은 제61회 칸 영화제를 맞이하여 베스트&워스트 드레서를 선정했다. 출산 후 약 1달 만에 초고속으로 몸을 회복해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 케이트 블란쳇이 베스트 드레서에 선정됐다. 반면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만큼 노숙한 스타일을 보여준 미샤 버튼이 워스트 드레서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 Best | 케이트 블란쳇 - “노력 좀 했죠!” 케이트 블란쳇은 생애 처음으로 제61회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4월 셋째아이를 출산했다. 그 후 정확히 한 달 만에 완벽하게 예전 모습을 회복해 취재진은 물론 팬들을 깜짝 놀래켰다. 블란쳇은 이를 과시하듯 20대 스타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은은한 피치컬러의 시폰원단으로 만들어진 그의 드레스는 블란쳇을 한껏 우아하게 만들어줬다. 무엇보다도 사선으로 층층이 레이어드된 드레스 디테일 또한 독특하면서도 세련됐다.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블란쳇의 원래 이지미와 잘 맞아 떨어졌다. ★ Good | 나탈리 포트만 - “한 송이 꽃처럼” 지난 2007년 패션지 ‘인스타일’ 미국 판이 선정한 ‘베스트 드레서’ 나탈리 포트만. 그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 자격으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베스트드레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도록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냈다. 포트만은 짙은 보라색 튜브 드레스를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러플 디테일은 가슴부분부터 드레스 끝까지 이어져 몸 전체를 휘감아 포인트를 줬다. 덕분에 포트만이 한 송이 꽃처럼 보였다. 여기에 그는 심플한 블랙 벨트와 클러치 백 그리고 구두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 Bad | 줄리안 무어 -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할리우드 지성파 배우 줄리안 무어는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 ‘블라인드 니스’ 주인공 자격으로 레드카펫을 거닐었다. 50살을 앞두고 있는 무어는 이날 유난히 세월에 흔적이 짙어보였다. 피부 톤을 그대로 드러낸 투명 메이크업으로 등장해 ‘조금 성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얻어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선택한 드레스는 과도한 디테일 때문에 산만해보였다. 옅은 옐로우 컬러 시폰 드레스 까지는 그런 대로 무난했다. 하지만 가슴 선을 따라 나풀나풀 달린 같은 컬러 계열의 꽃장식과 양 어깨부분의 블랙 깃털 장식은 부조화스러웠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목 부분에 달려있는 짙은 옐로우 깃털은 그야말로 옥 의 티였다. ★ Worst | 미샤 버튼 - “20대 초반 맞아?” 미샤 버튼은 셀레브리티 자격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패셔니스타인지라 전 세계 팬들은 레드카펫 위 그녀의 모습을 고대해왔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20대 초반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노숙한 느낌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스타들이 지중해 빛을 받아 화사한 의상을 선택한 반면 버튼은 우울하면서 칙칙한 네이비 컬러 드레스를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드레스 패턴역시 올드 하면서도 지루한 느낌이었다. 최근 버튼은 음주운전 사고와 약물 중독 증상에 시달려왔다. 그러한 후유증은 뛰어난 할리우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감추지 못했다. 사진= 스포츠서울 닷컴 기사제휴/ 스포츠서울 닷컴 김용덕 기자, 이승훈 인턴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연극 100주년 좋거나&나쁘거나

    한국연극 100주년 좋거나&나쁘거나

    올해는 연극이 지금의 형태를 갖춘 지 100년째 되는 해.1908년 11월 서울 종로 원각사극장에서 이인직의 ‘신세계’가 처음 신극(新劇)의 형태로 무대에 오른 것. 올해 연극계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공연·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연극협회는 연극 100주년 기념 공연 시리즈 첫 작품으로 ‘남사당의 하늘’(손진책 연출)을 택했다.27일부터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일 이 공연은 광대들의 한과 흥을 남사당의 여섯 놀이로 펼친 것으로, 극단 미추가 1993년 발표해 백상예술대상과 서울연극제 대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국연극협회는 또 연말 우수 작품과 연극인들에게 수여하는 한국연극대상을 신설할 예정이다. 전국 15개 지역의 극단이 전국을 순회공연하는 소극장 네트워크 페스티벌도 진행된다. 고양문화재단은 강부자의 ‘오구’(이윤택 작·연출)를 100주년 기념작으로 선정했다. 새달 4일부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극장은 ‘한국연극 100주년, 축제는 계속된다’라는 이름으로 창작 대작 ‘야래자’(5월27일∼6월1일·해오름극장)를 선보인다. 오태석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삼국유사의 설화를 토대로 한국근현대사를 풀어낸다. 세종문화회관은 1940∼50년대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오른 재미교포 작가 김은국의 ‘순교자’(5월10일∼6월1일·세종M시어터)를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극단이 공연할 ‘순교자’(연출 정진수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는 부조리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인간적인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동극장에서도 원각사 설립 100주년을 맞아 11월 이인직의 신소설 ‘은세계’(손진책 연출)를 다시 올린다. 민간극장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울림 소극장은 100주년 기념 ‘해외 문제작 시리즈’를 지난 2월부터 선보이고 있다.‘블라인드 터치’(연출 김광보)가 16일 막을 내리면 21일부터는 박정희 연출의 ‘애쉬즈 투 애쉬즈(Aches to aches)’가 공연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신극 100주년을 맞는 해이지만, 연극계는 뮤지컬·스타마케팅 중심의 기획 공연·개그쇼 등이 기세를 부리면서 양극화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돼 온 대학로 연극열전2의 경우,‘서툰 사람들’‘늘근 도둑 이야기’가 각각 1억여원의 순익을 내며 보조석까지 만들 정도로 인기이지만, 다른 중·소 연극들은 자리 수를 채우기도 힘든 실정이다. 소극장연대인 ‘세븐스타’의 박장렬 대표는“그나마 연극열전이라도 없다면 연극에 관객이 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저예산 연극들은 관객이 없어 공연을 올릴 생각도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탄생 60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극단 신협의 전세권 대표는 1962년 구상한 희곡 ‘목이 길어 슬프다’를 올해 ‘워터링(watering)’이란 제목으로 개작해 발표할 생각이었지만 재정 문제에 봉착해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 대표는 “한번 부딪쳐 봐야죠.”라는 말로 추진 의지를 내비쳤지만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었다. 공연 시장의 기호는 ‘정극’을 올리기도 주춤하게 만든다. 삼일로창고극장의 정대경 대표는 “상업적으로 흐르는 공연문화가 연극을 오락으로 희화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출가 김광보씨는 “영국의 거장 연출가, 피터 브룩이 20세기 말이 되면 연극은 사양산업이 될 거라고 말한 것처럼 연극이 이제 사양산업이 된 건 분명하다.”며 “게다가 연극도 흥행 코드를 따라가 사회성이나 깊이 있는 작품을 택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연극 100주년이 연극정신 부활의 새로운 단초가 될까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김 연출가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초창기 연극이 시작될 때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 보고 정석대로 작품을 만드는 것만이 연극이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신극 100주년을 계기로 ‘공연 생태계의 종 다양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박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관객 동원력 없는 정극을 극장들이 담보해주지 못하는 만큼 신극 100주년을 맞아 영화계의 독립영화관처럼 정극전문극장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블라인드 터치 리뷰

    블라인드 터치 리뷰

    미닫이문을 들어서면 소박한 다다미방이 들어앉은 무대. 따뜻함이 감도는 노란 불빛 아래 아내가 남편에게 묻는다.“당신, 국가권력의 폭력으로 키가 작아진 거 아니에요?” 남편은 망설이지 않는다.“아마 4∼5㎝ 정도?” 연극 ‘블라인드 터치’(연출 김광보·3월16일까지ㆍ소극장 산울림)의 주인공은 16년차의 중년 부부. 그러나 대화는 어색하고 몸가짐은 조심스럽다. 남자는 이제 막 옥살이를 하고 나온 길이다.28년의 저당잡힌 세월. 부부는 옥중 결혼한 사이다.TV를 보고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을 하고 이부자리를 정성껏 펼치는 극은 일상의 풍경과 대사를 잔잔하게 늘어놓는다.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이용되어 온 일본 오키나와는 일본인들이 30여년간 투쟁해온 공간. 남자는 ‘블라인드 터치’라는 피아노 밴드에서 활동하다 기지 건설 반대시위에 나선다. 그러나 주동자로 몰려 무기수가 된다. 이 ‘진지한’ 연극은 일본 내부만 걱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이 자폭 테러를 막기 위해 뭘 하고 있느냐는 자기반성에까지 이른다. 이 부부는 양심을 버린 사회를 개인의 양심으로 구하려 한다. 그러나 부부가 구해야 할 것은 또 있다. 그동안 폐쇄적인 삶으로 잃어버린 부부의 사랑이다. 스타카토처럼 기계적·강박적으로 쏟아지는 이념과 투쟁을 담은 대사들은 귀에 이질적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하는 연극을 만난 뿌듯함은 크다. 윤소정의 단정한 말씨는 수십년을 인내해온 여인의 내면을 잘 표현해낸다. 어설픈 불협화음이지만 나란히 피아노를 두드려대는 부부의 뒷모습. 마침내 이들이 합주를 이루는 마지막 장면은 숨기지 않고 알몸이 됐을 때에야 비로소 사랑과 진실이 드러난다고 역설한다. 그것이 사회이든 개인이든….(02)334-5915.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08일 TV 하이라이트]

    ●세계를 사로잡는 한국 음식(KBS1 오전 10시) 한국 음식들이 세계인의 입맛을 파고들고 있다. 뉴욕에선 떡볶이와 만두, 순두부가 인기 높고 일본에선 해물파전, 베트남에선 돼지갈비, 중동에선 양념 통닭이 불티나게 팔린다. 이태리 음식, 중국 음식, 일본 음식에 이어 한국음식이 세계 5대 음식의 하나로 도약하는 것은 가능한 일인지 알아본다.   ●로봇파워(EBS 오후 7시20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대회. 로봇파워 사상 최초로 시도하는 이색특집,‘짝꿍열전’.2대의 배틀로봇이 짝꿍으로 팀을 이뤄 ‘2 VS 2’ 대결을 펼친다. 대한민국 최강 짝꿍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왕좌에 등극하기 위한 배틀로봇 8팀(각 팀별로 2대 출전)의 불꽃 튀는 접전이 펼쳐진다.   ●토픽월드(YTN 오전 10시30분) 올해 71세인 MIT 공대의 월터 르윈 교수. 강의마다 25시간 이상 준비한다는 르윈 교수의 강의 방식은 그야말로 괴짜다. 진자의 운동을 몸으로 설명하는가 하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도 쉽게 설명한다. 르윈 교수의 강의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자 전 세계 학생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MBC 오후 6시20분) 연예인이 자신의 친구(남자)를 데리고 나와 주선 배틀을 벌인다. 스타의 역할은 블라인드 속에 있는 자신의 친구를 블라인드 밖 여성에게 소개시켜주는 것. 블라인드 속에 있는 스타의 친구들 프로필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스타가 친구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가 여성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절대 풀 수 없다!미스터리 매직쇼(SBS 오후 6시20분) 상대방의 머릿속을 읽는 독심술 마술사 맥스 메이븐, 시공을 초월하는 미스터리 마술의 대가 닥터 레옹, 마술계의 신의 손 앤드류 스테판 골든허쉬가 출연한다.2008년 무자년 설날을 맞아 펼쳐지는 미스터리 마술의 진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초현실 마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이다(KBS2 오후 7시20분) 지난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최고의 MC들이 ‘사이다’를 통해 찾아간다. 깔끔한 이미지의 이휘재, 국민언니 정선희, 화려한 컴백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국진,‘아나운서 텔미 댄스’의 선두주자인 이정민. 여기에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형돈과 신봉선까지 합류해 천하무적 입담을 자랑한다.
  • [씨줄날줄] 숨은 2인치/구본영 논설위원

    올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 고비를 맞았다. 마라톤에 비유하면 42.195㎞ 풀코스 중 고통스러운 2.195㎞ 구간만 남았다. 특히 오늘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다. 지지도 변화를 유권자들이 모르는 가운데 후보들이 5일간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이런 ‘블라인드(blind) 선거전’은 관중에겐 흥미로울지 모르나, 결승선을 눈앞에 둔 후보들에겐 피말리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12일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 기록표를 받아쥔 각 후보들의 막판 스퍼트 전략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후보 캠프가 ‘몸조심·말조심·술조심’ 모드에 들어간 반면, 정동영 후보 진영은 전통적 범여 지지층의 투표율 제고 전략을 짰다는 소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지지율서 2,3위를 오르내렸던 이회창 후보 측이 연일 ‘여론조사 불신론’을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그제 유세에서 “큰 신문들이 조사하는 여론조사는 다 엉터리라고 하더라.”라고 직접 그 군불을 땠다.5년 전 대선서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은 막판 여론조사서 여당 노무현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숨은 2인치론’를 내세우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불이익을 걱정, 야당 지지의사를 드러내지 않는 숨은 2%가 있다는 말이었다. ‘숨은 2인치’ 표심이 실재하는지, 있다면 어디로 갈 것인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긴 하다. 그러나 부동층의 막판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어차피 될 사람을 찍자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작용할지, 아니면 약세 후보를 동정하는 ‘언더독(underdog) 효과’가 주효할지 누구도 예단할 순 없단 얘기다. 그렇다면 남은 ‘마(魔)의 구간’을 달릴 주자들의 선택은 분명해진다. 그저 고통을 넘어 달리는 쾌감을 느끼게 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다른 주자의 발목을 잡을 필요도, 겨를도 없다는 말이다. 비록 대선이 승자독식의 게임이라 할지라도 구질구질하게 우승을 노리려다 미래까지 버리는 후보는 없었으면 좋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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