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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메니아 시위 열하루 만에 사르그시얀 총리 “물러나겠다”

    아르메니아 시위 열하루 만에 사르그시얀 총리 “물러나겠다”

    카프카스 산맥 안의 작은 나라 아르메니아의 세르즈 사르그시얀 총리가 23일(이하 현지시간) 결국 물러났다. 사르그시얀 총리는 지난 10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채운 뒤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스스로 어기고 실권을 장악한 총리로 지난 17일 직책을 바꿔 사실상 권력 연장을 획책했다는 이유로 열하루 시위를 촉발한 끝에 결국 국민들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는 성명을 발표해 “내 임기를 둘러싸고 시위가 촉발됐다. 난 당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사임이 언제부터 효력을 발휘하는지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그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한 야당 지도자 니콜 파쉬냔은 22일 세르즈 사르그시얀 총리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면담을 가졌다가 결렬된 직후 다른 두 야당 지도자, 200명의 시위대원과 함께 체포돼 구금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났다. 아르멘 프레스 통신에 따르면 사르그시얀 총리는 아르메니아 공화국의 모든 시민들에게 공표하노니, 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마지막 공표하노니 니콜 파쉬냔이 옳았고, 내가 틀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 해결책이 있는데 난 어떤 것도 택할 수가 없다. 난 이 나라의 지도자, 총리로서 어떤 임무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그는 아제르바이잔, 터키와의 긴장을 누그러뜨리지도 못했고, 만연된 굶주림을 해결하지도 못했다. 그의 행정부는 러시아와 너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 직을 오간 것처럼 권력욕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이렇게 집착한다는 비난을 불러왔다. 세르즈 사르그시얀의 대통령 재임 기간 이 나라 정체는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바뀌어 실질적인 권한이 총리에게 집중돼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한반도 비핵화 이끌 리더들, ‘영향력 있는 100인’ 올랐다

    한반도 비핵화 이끌 리더들, ‘영향력 있는 100인’ 올랐다

    文대통령 ‘타임’ 이어 ‘포천’ 리더 4위 평창 계기로 남북·북미회담 성사 호평 김정은·트럼프·시진핑·아베도 포함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19일(현지시간)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미 경제지 포천의 ‘세계 지도자 50인’ 중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내고 북한의 비핵화까지 진행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타임·포천이 주목한 美총기 저항·미투 운동 타임 100인 중 문 대통령은 지도자 부문에 뽑혔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는 문 대통령 소개 글에 “당선 후 대북 정책이 극적으로 변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초청해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를 중재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고 썼다. 이어 리퍼트 전 대사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려면 문 대통령이 역내 경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 사이를 항해해 나가야 한다”면서 “협상이 쉽게 깨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은 한반도와 아시아, 세계의 미래를 규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 외에도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도 지도자로 선정됐다. 탈북자 출신의 작가 이현서씨는 “김 위원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면서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핵·미사일 시험 중단 등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예상과 달리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고 썼다. 지난해 선정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0인에서 빠졌다. 한국 대통령이 100인에 들어간 것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한국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유리천장을 뚫으려는 모든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천 역시 문 대통령을 주목했다. 포천은 자신들이 선정한 위대한 지도자 50명 중 4위에 오른 문 대통령에 대해 “전임자가 부패 때문에 탄핵당한 암울한 분위기에서 취임했는데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의료보험 대상을 넓히며 재벌의 영향력 문제를 해결하는 등 더 공정한 경제를 만들어 내기 위한 개혁을 신속하게 작동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를 조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는 잠재적인 남북 화해의 전주가 됐다”고 덧붙였다. ●푸틴·메르켈은 ‘타임 100인’서 빠져 한편 세계의 이목을 끈 미국 학교 총기 참사에 저항한 학생들과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역시 타임과 포천의 시선을 끌었다. 타임은 미국 총기 규제 시위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을 주도한 에마 곤살레스 등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고교 학생들을 개척자 부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았다. 이들은 포천의 위대한 지도자 1위를 차지했다. 미투 운동은 포천에서 위대한 지도자 3위로 꼽혔고, 이를 제안한 타라나 버크는 타임의 영향력 있는 인물 아이콘 부문에 들어갔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활동으로 포천의 위대한 지도자에 자주 등장하는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의 빌·멜린다 게이츠 부부는 이번엔 2위에 올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속보]시진핑, 북미정상회담 후 평양 찾는다

    [속보]시진핑, 북미정상회담 후 평양 찾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평양을 찾을 계획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평양행이 성사되면 2012년 12월 국가주석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것이다.익명을 요구한 당국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5월말 또는 6월 초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능하면 일찍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에서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러시아 국방부 “시리아에 미사일 100여발 날아와…러 관할구역은 없어”

    러시아 국방부 “시리아에 미사일 100여발 날아와…러 관할구역은 없어”

    러시아 국방부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를 향해 10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러시아 방공망 관할 구역으로 들어온 미사일은 없었다고 밝혔다.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공중·해상 자산들이 시리아 내 군사·민간 목표물에 100발 이상의 순항미사일과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습은 홍해상 미 해군 함정 2척과 지중해상의 전술항공기, 시리아 홈스주 알탄프 기지에서 출격한 미국 전략폭격기 B-1B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시리아 방공시스템이 목표물에 접근하는 미사일들 가운데 상당 부분을 격추했다”면서 “30년 전 소련에서 생산돼 시리아가 도입한 S-125, 부크 지대공 미사일, S-200 방공미사일 등이 (공격) 미사일 격퇴에 사용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시리아 방공시스템이 다마스쿠스 동쪽에 있는 두마이르 군용비행장을 겨냥해 발사된 12발의 순항미사일을 모두 요격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어 미국 등이 발사한 순항미사일 가운데 어느 하나도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북서부 라타키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 시설들을 보호하는 방공망 관할 구역으로 진입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내 러시아 방공 부대가 미사일 공격 격퇴에 동원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시리아의 군사·민간 인프라 시설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시리아 현지시간으로 14일 새벽 3시 42분부터 5시 10분 사이에 공군기와 함정을 동원해 이루어졌다고 소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시리아의 전면적 작전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시리아 타르투스에는 러시아 해군 함정들의 정박과 수리·보급을 위한 해군기지가 있으며, 흐메이밈 공군기지에는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는 러시아 공군 전투기들이 주둔해 있다. 러시아는 이 두 기지 방어를 위해 S-300과 S-400 등 첨단 방공미사일을 기지 주변에 배치해 두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는 미국 등의 미사일이 러시아 방공망 구역을 침투하지 않아 러시아군이 직접 격추에 나서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리아 정부는 앞서 미국 등이 발사한 미사일의 3분의 1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상원 국가주권보호 위원회의 안드레이 클리모프 위원장은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미국 간 직접적 군사충돌은 없다”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시리아내 러시아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에 미국의 공습 가능성을 미리 경고했으며, 이에 따라 시리아 정부는 지난 며칠 사이에 대다수 군사시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이 시리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 보안기관 관계자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시리아 서부 홈스 인근 지역 탄약고에 대한 공습으로 6명의 민간인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러 확전 위기감 뭇매… 트럼프 시리아 공격 발뺌하나

    美·러 확전 위기감 뭇매… 트럼프 시리아 공격 발뺌하나

    백악관 “대통령 최종 옵션 안 정해” 英·佛 ‘시리아 타격’ 군사력 지원 시리아 공습 대비해 군기지 비워 러 “우리의 상식이 이길 것”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에 대한 공격이 언제 있을지 말한 적은 결코 없다”면서 “매우 가까운 시일 내에 있을 수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날 시리아 정부군 타격을 공언한 것에 비하면 한 걸음 물러선 발언이다. 러시아와의 확전 가능성이 불거지고 섣부르게 호언장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교묘히 말을 바꿨다는 지적과 함께, 공격을 앞두고 시리아와 러시아 측에 혼란을 주기 위한 전술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어찌 되든 간에 내 행정부 아래 미국은 그 지역 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제거하는 대단한 일을 했다. 그런데 (당연히 들어야 할) 미국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는 어디 있느냐”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만났고 마이크 폼페이오 차기 미 국무장관 지명자,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도 백악관에서 목격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시리아로 아주 멋지고 새롭고 똑똑한 미사일이 (시리아에) 갈 것이니 러시아는 준비하라”고 경고하면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대대적 군사보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과 프랑스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 잠수함을 시리아 미사일 사정권으로 이동하라고 해군에 지시했고, 긴급 각료회의를 통해 의회 승인 없이 공군 전투기를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영국과 전략적·기술적 정보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면서 “며칠 내로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가 이번 화학무기를 발사한 것으로 추측되는 두마이르군 비행장를 공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겐 여러 개의 선택권이 있고, 아직 최종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시리아 공격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미국의 모습에 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허를 찌르는 공격에 앞서 적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분석과 함께,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러시아·이란 진영이 대비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CNN 방송은 “최종적인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맹국과 보좌진을 놀라게 했다”고 비판했다.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시리아군이 서방의 공습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주요 군 건물을 비웠다고 전했다. SOHR에 따르면 국방부와 군사령부 건물은 현재 비어 있다. 다마스쿠스 밖에 있는 군 비행장, 정예 4사단과 공화국수비대 기지 역시 비웠다. 민간인들은 비상식량을 챙기고 유사시 지하 대피소로 피신할 준비를 마쳤다. 특히 시리아는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핵심 공군기를 러시아 기지 내로 이동시킨 상태다. 1년 전과 달리 더 복잡해진 시리아 상황에서 정밀하지 않은 타격은 러시아와의 예기치 못한 확전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백악관과 미군 수뇌부는 더욱 고민에 빠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식이 이길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맞불을 놨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한·러 6월 정상회담…文대통령, 월드컵 참석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주재 각국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러시아에서 만나 한반도 긴장 상황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세 번째 만남이 된다. 6월 정상회담은 러시아월드컵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러시아 언론은 문 대통령이 6월 개막하는 러시아월드컵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회는 오는 6월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진행된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방영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러시아 월드컵 빨간불

    러시아 월드컵 빨간불

    미국이 안전 문제를 거론하면서 영국 축구팬들의 러시아월드컵 방문을 만류하고 나섰다고 9일(현지시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최근 아이슬란드와 폴란드가 러시아월드컵 개막식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이 ‘축구팬 불참’까지 독려하면서 월드컵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독살 시도 사건 후폭풍… “안전 의문” 오는 6월 월드컵을 앞두고 영국 의회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월드컵 기간 외교부가 시끄럽고 유난스러운 자국 응원단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러시아월드컵 방문객들에게 유의를 당부하면서 시위와 러시아 정치 상황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피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만약 러시아월드컵에서 ‘뭔가 상황이 잘못될 경우’ 미국은 영국인들을 도울 수 없을지 모른다”면서 영국팬들에게 러시아행을 재고하도록 경고했다. 그는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 외교관들을 추방함으로써 테러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며 “러시아 내에서 영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영사서비스도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국제대회가 테러 목표가 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주로 정보담당인 서방 외교관들을 대거 추방함으로써 테러 대응 능력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월드컵을 선전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계약에 따라 모든 팬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아이슬란드 외교단 불참 선언 앞서 폴란드와 아이슬란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외교단의 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더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 삼고 나섰다. 최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를 통해 러시아와 시리아가 동구타에 대한 공습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월드컵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는 월드컵을 미국, 영국이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러시아 채널 5TV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걸 막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은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영국이 의도하는) 그런 일은 러시아 축구 경기장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美, 시리아 화학무기 응징하나

    美, 시리아 화학무기 응징하나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이란은 짐승 같은 알아사드를 지지한 책임이 있다.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이 날조된 핑계로 시리아에 군사적 개입을 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러시아 외무부)●미국, 알아사드 정권 직접 타격 가능성 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은 전날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동(東)구타 두마에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의혹을 두고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영국·프랑스에 대응해 러시아·시리아·이란 구도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공격 의혹과 관련,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이란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상당히 높고 직접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비추어, 미국이 1년 전처럼 알아사드 정권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화학무기의 사용은 전쟁 범죄”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최대한 빨리 소집해 시리아 동구타 지역의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국제기구의 조사가 진행돼야 하며, 러시아가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러·이란 “날조… 군사 행동의 구실” 러시아 외무부는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날조”라고 일축했다. 시리아 외무부도 같은 날 “(화학무기 사용은) 설득력 없는 얘기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 서방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음모와 군사 행동의 구실을 찾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시리아 국영TV 등은 9일 미사일 여러 발이 시리아 중부 홈스주의 T4 군용 비행장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시리아 공군이 미사일 8발을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미국의 공격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번 미사일 공격 배후설을 부인했다. AP통신은 “미국은 시리아에서 공습을 강행하지 않았다”는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이 실제 이번 미사일 공습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시리아 반군이 주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시리아 반군 활동가와 일부 구조 단체는 지난 7일 정부군이 두마 반군 거점에 독가스를 살포해 최소 40명, 많게는 1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헝가리 총선 反난민 여당 압승… ‘리틀 푸틴’ 오르반 4선

    헝가리 총선 反난민 여당 압승… ‘리틀 푸틴’ 오르반 4선

    민족주의 성향 “난민은 독” 발언 反유럽연합의 구심점 될 전망‘동유럽의 트럼프’ 또는 ‘리틀 푸틴’으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극우 정당 피데스가 총선에서 압승했다. 통산 4선, 3연임을 보장받은 오르반 총리가 막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헝가리가 동유럽 반(反)난민, 반(反)유럽연합(EU)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와 기독민주국민당(KDNP) 연합은 총선 개표가 98.5% 진행된 가운데 득표율 48.5%를 기록했다. 전체 의석 199석 가운데 개헌이 가능한 3분의2에 해당하는 133석 또는 그보다 한 석 많은 13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르반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한층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소 “외세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 왔다. 때문에 종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 지도자에게 비견되기도 했다. 평소 난민 문제를 놓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U와 대립해 왔다. 공공연하게 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을 비판하고 난민을 ‘독’(毒)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단순히 민족주의만 강조해서 4선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헝가리는 오르반 총리가 재집권한 2010년 이후 줄곧 2∼4%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도 EU 평균보다 높다. 오르반 총리는 1998년 35세에 총리직에 앉았다. 2010년 재집권에 성공했으며, 이번 승리로 2022년까지 헝가리를 이끌게 됐다. 사위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 측근들의 언론장악, 시민단체 탄압 등의 문제점이 터졌으나 ‘오르반 돌풍’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올해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퍼스트’라는 문구로 표심을 빼앗았다. 또 헝가리에 유입된 난민이 유럽의 기독교 문화를 훼손한다는 논리로 민족주의를 자극하기도 했다. 경제 안정도 승리의 발판이 됐다. 그의 재집권으로 EU가 동서로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디언은 “오르반 총리는 관용과 다원주의에 경멸을 표하는 사람”이라면서 “헝가리 총선이 EU에 경보를 내렸다. 유럽은 근본적인 싸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오르반 총리는 비셰그라드 그룹(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가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에서 더 많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또 EU에 적대적인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EU의 반대에도 차관을 받는 조건으로 러시아 국영기업 알스톰에 원전 확장 공사를 맡겼고,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에 대해 EU가 취한 제재에도 반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오르반 총리는 극우의 영웅”이라면서 “그는 외세와 맞서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해 EU 내에서 2등 국민으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해 온 헝가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앞서 “나는 오르반 총리와 그의 용기를 존중한다. 그는 EU의 협박과 위협에 대응할 힘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자, 이제 가자.” “안 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 그렇군.” 바짝 마른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빈 무대에 허름한 점퍼를 입은 두 사람이 앉아 구두를 벗으려 애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는 고도가 올지 안 올지를 두고 대화한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인지, 왜 고도를 기다리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싱거운 대화만 몇 번이고 반복한다. 주인과 노예가 잠시 등장하고, 소년이 등장하여 고도가 그날은 오지 않고 내일도 오지 않을 거라고 알린다. 고고와 디디는 왠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무의미한 대화로 시간을 때운다. 1막에서는 고고가 가자고 하고, 2막에서는 디디가 가자고 한다. 쓸데없는 장난과 엉뚱한 대화를 듣는 관객이 왜 내가 여기 앉아 있어야 하나 고민할 때 막은 내린다.●파리로 온 작가·화가·철학자 1906년 4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에서 태어난 사뮈엘 베케트(1906~1989)는 부유한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 파리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1937년 파리 몽파르나스 언덕에 정착한 베케트는 이듬해 장편소설 ‘머피’를 발표했다. 1938년 1월 6일,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던 베케트는 소위 ‘묻지마 폭력’을 당한다. 모르는 청년이 느닷없이 그에게 칼을 휘둘렀던 것이다. 법정에서 범인이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하자 충격을 받은 베케트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인생을 숙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41년 파리에서 그는 조국도 아닌 프랑스 레지스탕스 친구들을 돕는다. 더블린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이런 위험을 결심했는지 모르지만, 1942년 동지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베케트는 시골 농장으로 피신하여 ‘와트’라는 소설을 썼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그는 집중해서 작품을 썼다. 우주의 인연이란 기이한 바, 베케트가 태어나기 5년 전 한 인물이 옆 나라에서 태어났다. 1901년 10월 10일 스위스에서 탄생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스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후기 인상파 화가였던 아버지 덕에 자코메티는 거대한 서가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자코메티는 10세 때부터 소묘와 그림을 그렸으며, 14세 때 동생 디에고를 모델로 처음 흉상을 만들었다. 18세 때 자코메티는 제네바 미술 공예학교에 들어갔다. 자코메티는 눈앞에서 몇 번의 죽음을 목격했다. 아이를 위해 제왕절개를 거부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어제까지 함께 베네치아 여행을 즐겼던 병든 할아버지 이야기도 황당하다. 아침에 깬 자코메티는 죽어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그때 자코메티는 깨닫는다. 죽음이란 늘 곁에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폭격으로 잘린 팔 등 그는 죽음을 목격하고 강제로 성찰해야 했다. 그의 예술은 죽음이라는 한계에서 탄생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도 파리에 있었다. 그 무렵에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파리에 있었다. 세 사람은 양차 대전을 모두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쟁의 비극으로 아수라장이었던 파리라는 공간을 작가 베케트, 화가 자코메티, 철학자 사르트르는 같은 시기에 체험했다. 세 거장은 죽음의 심연을 극복하는 실존주의 문학(베케트)-미술(자코메티)-철학(사르트르)의 연대를 보여줬다. 이후 1953년 1월 파리 몽파르나스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기다리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의 만남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텅 빈 무대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가 있다. 처음 이 연극을 보았을 때 홀쭉이와 빵빵이 같은 개그맨이 나와서 만담하는 줄 알았다. 노숙자 복장을 한 괴이쩍은 두 사람은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고도가 온다는 확신도 없이, 두 사람은 그저 기다리지만 고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림 자체가 희망이다. 반세기를 기다렸건만, 고도는 오지 않고 다만 심부름꾼을 보낸다. 디디는 고도의 심부름꾼에게 “나를 만났다고 말해”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은 견딜 수 없는 시간을 버티기 위해 구두끈을 풀었다 다시 감기를 반복한다. 두 인물이 대체 몇 번이나 구두끈을 풀고 다시 묶는지 세어보다가 포기할 정도다. 어찌보면 이 한심한 방법이 아우슈비츠의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꿈꾸었던 생명들이 견뎌내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더라도 삶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베케트는 고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영어 ‘신’(God)이 무의식에 있어서 절대자를 생각하고 썼을 수도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한다. 희망이란, 숨은 신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이 연극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배경에는 자코메티가 있다. 1961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려 할 때 베케트는 자코메티에게 무대 디자인을 맡겼다. 두 거장은 밤새도록 나무 하나를 구부려도 보고, 꺾어도 보고, 부수고, 다시 세웠다. 목매달아 죽고 싶어도 매달리면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한 나무를 구상했다. 나뭇잎이 한두 개 달린 앙상한 나무를 석고로 만들어 마치 뼈다귀 같은 느낌을 줬다. 자코메티와 베케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났다. 석고로 만든 이 나무 하나로 자코메티는 열매 맺을 수 없는 죽은 나무의 비극을 미니멀리즘 무대 양식으로 표현했다.베케트가 무대 디자인을 자코메티에게 부탁한 까닭은 자코메티가 1년 전인 1960년에 발표한 ‘걸어가는 사람’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사진으로, 모작으로 하도 많이 봐 와서 별 감동이 없었다. 과연 저 삐쩍 마른 철사 같은 존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리 퐁피두센터 5층에서 저 삐쩍 마른 이상한 작품이 몇 점 있어 한참을 봤지만, 부끄럽게도 모자란 서생은 철사인간의 깊이를 공감할 수 없었다. 뭔 뜻인지 몰랐다. 이번에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 이 작품 하나만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묵상하는 방에서 나는 사십여분을 응시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운명을 쏘아보는 듯 눈알이 크고 둥글었다. 원효의 눈부처를 보듯, 저 둥근 눈에 내 눈을 겹쳐 놓으니 가슴이 떨렸다. 대지를 버티는 두툼한 발, 해골 같은 머리를 촬영하면서 저 철사 같은 인간을 내 삶에 전이시켜 보았다. 183㎝ 키의 철사인간을 자코메티는 비정상적으로 늘어뜨리고 불필요한 것은 다 덜어냈다. ‘덜어냈다’는 표현이 대단히 중요하다. 죽음을 곁에 둔 인간이 덕지덕지 무엇을 품고 걸을 필요는 없었다. 자코메티 이전의 화가들은 ‘본 것’을 만들려 했지만, 자코메티는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 동양철학에 깊이 영향을 받은 자코메티는 쓸데없는 것을 다 덜어낸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는 선배 화가 피카소를 향해 엄청난 말도 했다. “난 피카소가 예술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천재더라.” 자코메티의 말은 무서운 자세를 보여준다. 예술은 명성이나 기술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상에서 탄생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피카소는 기술로만 그리는 천재(기술자)일 뿐, 사상을 가진 예술가는 아니라는 비판이다. 나는 피카소와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라는 자코메티의 생각은 사뮈엘 베케트의 정신과 만난다. “우리는 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요?” “그건 말이야, 인간이 더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인간을 만든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는 걸어가는 인간을 말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순간을 경험한다. 비록 이것이 하나의 환상 같은 감정일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나가야 한다.”●걸어가는 고도가 만든 실존주의 철학 희망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음이 앞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주인공은 베케트 자신이었다. 동지들이 죽어가는 전쟁 속에서 레지스탕스로 숨어 지내면서 그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고독을 벗하며 쓰고 또 쓰면서 사망 전까지 그는 매년 작품을 발표했다. 자코메티, 베케트, 사르트르는 인간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절망하지 않고, 걷는 인간, 기다리는 인간, 실존주의 철학을 만들어냈다. 그들에게 파리는 창조의 공간인 동시에 죽음을 체험하게 한 공간이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두 등장인물의 모습은 요즘도 파리에 많은 집시, 난민, 노숙자의 모습이다. 젊은 시절 나치를 피해 도망쳐야 했던 베케트와 자코메티가 한때 저런 처지가 아니었을까.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삶 자체는 무의미요, 전쟁의 아수라와 유사하지 않은가. 세 사람은 뜬구름 잡는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살을 유도하는 염세주의를 자극하지도 않았다. 숨막히는 현실에서 오지 않는 희망을 기다리는 세 거장의 자세는 운명을 견디는 잔혹한 낙관주의라 할 수 있겠다. 이 땅에서는 식민지의 어둠 앞에서 쫄지 말고 “눈 감고 가라”고 했던 시인 윤동주, 독재 시대에 아마득한 혁명을 꿈꾸었던 시인 김수영, 제주도에서는 4·3의 비극에 숨죽이며 지금까지 많은 눈물을 삼켰던 이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저 철사인간이 바로 내 모습,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여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베케트는 금욕적인 수도승처럼 살았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글쓰기와 연출에만 전념했던 그는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자코메티와 함께 잔혹한 낙관주의를 가르쳐 준 베케트는 1989년 12월 22일에 조용히 고도가 있는 곳을 찾아 까마득한 여행을 떠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트럼프, ‘親푸틴’ 러시아 재벌 및 정부관료에 추가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 신흥 재벌(올리가르히) 7명과 정부 관료 17명을 포함해 총 38개 대상에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정부 관료 17명과 올리가르히 7명, 이들이 소유한 기업 12곳, 무기관련 러시아 국영 업체 1곳, 은행 1곳 등 모두 38개 대상에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과 기관들은 미국의 사법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자산이 전면 동결된다. 미국인들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제재는 러시아의 특정 활동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정부의 대립적인 활동을 종합적으로 응징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지, 사이버 해킹, 서구 민주주의 저해 시도 등 그동안 문제가 된 활동을 포괄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제재라는 설명이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제재를 부과한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히 연계된 인물들”이라며 “푸틴을 통해 재정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미국의 응징 대상임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한 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등을 이유로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인물, 기업 등 189개 이상의 대상에 제재 조치를 내렸다. 올해 3월에는 미 대선 개입 혐의로 러시아인 19명과 기관 5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러시아의 영국 이중 스파이 피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자국 주재 러시아 영사관 2곳을 폐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시리아 7년 내전 결말은…러시아·이란·터키 ‘나눠먹기’

    시리아 7년 내전 결말은…러시아·이란·터키 ‘나눠먹기’

    현 상태서 영토적 통합성 유지 러 중심의 反서방 3각 협력 체제 러시아, 공군 등 군사거점 유지 남유럽·중동 뻗어나갈 길 마련 이란·터키는 ‘이권·세력’ 확장러시아와 이란, 터키가 마침내 시리아를 통해 바라던 꿈을 이루게 됐다. 세 나라 정상은 4일(현지시간) 현재 상태에서 시리아의 휴전과 영토적 통합성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세 나라가 사실상 시리아를 장악하게 된 것은 물론 7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이 결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반(反)서방 3각 협력 체제 구축으로 이어진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성명을 통해 “시리아에서 휴전을 유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54호에 따른 절차를 진전시키는 데 협력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안보리가 2015년 12월 채택한 결의안 2254호는 ‘시리아 내전의 모든 당사자가 민간 시설을 겨냥한 무차별적 무기 사용을 중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3국이 시리아의 주권·독립·영토적 통합성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시리아의 인종·종교 간 갈등을 격화시키려는 (서방의) 시도 와중에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전은 현재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정부군이 잇따라 군사적 거점을 장악하는 등 사실상 승리한 상황이다. 시리아의 영토적 통합성을 옹호하는 이날 공동성명은 사실상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통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알아사드 정권의 가장 큰 후원자인 러시아는 지중해에 다가갈 수 있는 공군·해군 기지 등 군사거점을 유지하고 남유럽·중동으로 뻗어 나갈 길목을 마련하게 됐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로서, 같은 시아파인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지켜내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의 경쟁에서 힘의 판도를 바꾸고 시리아와 인접한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연결선을 확보하게 됐다.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영향력을 확보하는 한편 눈엣가시였던 쿠르드 민병대(YPG)를 제압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YPG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도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싸웠지만,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 세력 확대를 최대 안보위협으로 인식한다. 터키 내 쿠르드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 격퇴전에 주력했던 미군마저 철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3국이 사실상 시리아를 분할해 이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준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 점령 지역에 배치된 미군이 철수하면 터키군이 이 지역으로 병력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의 전후 복구 사업에 3국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을 매개로 러시아와 이란, 터키의 밀착도 강화됐다. 알아사드 정권의 공동 후원자로 부쩍 가까워진 러시아와 이란은 지난달 14일 이란 서쪽의 유전 지대 2곳을 개발하는 7억 4200만 달러(약 7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이날은 양국 국방부 간 군사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는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 터키 에르도안 정부는 2016년 7월 군부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이슬람주의 독재 체제를 구축하며 러시아와의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는 러시아로부터 S400 방공 미사일과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쿠르드족을 제압하며 시리아 북부 아프린을 점령한 터키군은 제공권을 쥔 러시아의 협조로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러시아로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인 터키를 다른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떼어 놓으면서 미국과 유럽이 자국과 시리아, 이란과 인접한 터키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3국이 시리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경쟁자라 이 협력 체제가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라디오프리유럽은 “터키는 여전히 알아사드 정권에 비판적이며 이란은 터키가 이라크로 진출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면서 “이들을 매개하는 러시아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며 냉전 당시와 같이 구심점이 될 이데올로기가 부재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북·중·러 vs 미·일 구도…한국 ‘운전자 역할’ 더 커졌다

    북·중·러 vs 미·일 구도…한국 ‘운전자 역할’ 더 커졌다

    10일 북·러 외무장관회담 개최 북·중·러 급속한 ‘新밀월’ 형성 17~20일 미·일 정상회담 열려 한국, 북·미 포괄적 타결 중재 비핵화 주변국 지지 끌어내야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10일 북·러 외무장관회담 개최가 알려지면서 북한과 중·러 사이에 ‘신밀월’이 형성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미·중 간 통상전쟁, 미·러 간 신형무기 경쟁이 심화하면서 ‘북·중·러 vs 미·일’의 전통적 진영 구도가 부상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운전석에 앉은 한 과거와는 다른 ‘새판’이 전개될 것으로 봤다. 중·일·러의 편가르기에 따른 진영 논리보다 한국의 적극적 중재로 북·미 정상이 ‘포괄적 타결’에 이를지 여부가 판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4월) 9~11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공식 방문이 예정돼 있다”며 “10일에는 양국 외무장관회담이 열린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에서) 양자 관계 현황 및 전망이 논의되고, 한반도 사태 해결에 중점을 둔 핵심적 국제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 외무상은 5~6일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 등에 참석한 뒤 모스크바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26일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이 대러 관계 개선에 나서는 행보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연이어 중국과의 친선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임 축전에 대해 시 주석이 지난달 23일 보낸 답전을 뒤늦게 공개했다. 시 주석은 답전에서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은 쌍방의 공동의 귀중한 재부”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재팬 패싱(소외현상)’을 우려하던 일본은 미국에 노골적인 구애를 보냈고, 오는 17~20일 미 플로리다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다만 북·중·러 관계의 경우, 미국의 압박을 받는 북한이 북·미 합의 실패 및 미국의 군사적 옵션 가능성에 대해 보험격으로 진행하고 있다면 미·일 관계는 대북 압박·제재에서 북·일 대화로 방향을 바꾸려는 일본의 요구가 더 강한 것이 차이점이다. 북·중·러와 미·일의 대결 구도가 두드러질수록 운전석에 앉아 중재를 하는 한국의 입장은 힘들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전통적 진영 논리가 힘을 많이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미국은 중국의 대북 관계 개선에 대해 ‘비핵화 해결의 도우미 역할’로 한정했고, 일본의 미·일 공조 움직임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진영 구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 환경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주변국들이 비핵화 문제의 가시적 진전을 위해 협력하는 구조”라며 “한국이 한·미 공조 속에서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 이를 위해 주변국(의 지지)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당사자인 한국의 중재로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주변국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빅딜’(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교환) 기 싸움에서 파투가 나지 않게 맞춰주고 있다”며 “다만 두 정상 모두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어서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씨줄날줄] 트럼프의 ‘언론 길들이기’/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트럼프의 ‘언론 길들이기’/김균미 수석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들에 대한 감정은 불신 차원을 넘어 적대적이라고 할 정도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CNN 등의 뉴스를 ‘가짜뉴스’로 몰아세우며, 아예 트위터로 직접 뉴스를 생산, 유통시키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당선되면 뉴욕타임스 등이 문 닫게 될 것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최고의 가짜뉴스’를 선정, 발표까지 했다.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아마존의 터무니없이 낮은 배송료 때문에 연방우정국 손실이 늘어났다고 포문을 연 뒤 3일까지 모두 4차례 아마존을 비판하는 트윗을 날렸다. 아마존 때문에 국민 세금 부담이 늘었고 유통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몰아쳤다. 지난달 31일에는 “워싱턴포스트(WP)는 (아마존의) 로비스트이며, 로비스트 등록을 해야 한다”며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에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는 종종 워싱턴포스트를 ‘아마존 워싱턴포스트’, ‘페이크 워싱턴포스트’라고 지칭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아마존 때리기가 베이조스에 대한 견제뿐 아니라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지난주 아마존 관련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 직전 트럼프와의 관계를 폭로한 전직 포르노 배우 기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뇌물을 줬다는 기사, 최측근들에 대한 사면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를 연이어 보도하면서 트럼프의 분노 지수를 높였다는 것이다. 트위터 공세와 함께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 과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는 주가 폭락과 베이조스를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일 WP에 이어 CNN까지 겨냥했다. 앞서 트럼프의 CNN 공격은 WP처럼 모회사인 타임터너를 노렸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통신회사인 AT&T가 타임터너를 인수하려고 하자 반독점법을 들이대며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언론을 소유한 기업들과 오너들을 공격하고 옥죄는 방식으로 비판적인 언론들을 길들이려 한다고 우려한다. 트럼프식 우회 공격이 효과를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오히려 트럼프에게 정치적 역풍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기 내내 계속될 트럼프의 언론과의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 kmkim@seoul.co.kr
  • 러시아월드컵서 한국 경찰 치안 활동

    러시아월드컵서 한국 경찰 치안 활동

    한국 경찰관들이 오는 6월 개막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 대회 기간 현지에 파견돼 치안 활동을 벌인다.4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러시아 내무장관과 치안 총수회담을 하고, 현지 교민 17만명을 비롯해 여행객 보호와 월드컵 대비를 위한 ‘국제경찰협력센터(IPCC) 의정서’를 체결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월드컵 기간 32개 참가국 선수와 여행객 보호 등을 위해 참가국 경찰기관과 자국 경찰 인력을 파견하는 IPCC 의정서를 체결하고 있다. 센터는 모스크바주 도모데도보에 설치된다. 한국 경찰관은 경감급을 단장으로 총 4명이 파견된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개최도시(카잔 등)로 이동해 안전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양측은 회담에서 자국 내 체류하는 상대국 교민과 여행객 보호 및 범죄 예방, 테러 위험인물과 행사 방해 우려인물 정보 공유, 중요 범죄자 도피사범 송환 활성화 등을 논의했다. 이 청장은 6일까지 독일과 이탈리아 경찰 총수를 차례로 만나 테러, 국제범죄 공동대응 등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英연구소 “독극물 제조 출처 몰라”… 러 스파이 사건 새 국면

    메이 “전체 첩보 그림 일부일 뿐” 푸틴 “독극물 20개국서 만들어”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기도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영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주장한 ‘사건의 배후=러시아’라는 등식에서 결정적인 연결고리 하나가 빠진 탓이다. 이번 사건에 쓰인 독극물을 분석한 게리 에이킨헤드 영국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 소장은 3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독극물이 노비촉이며, 군사용 신경작용제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노비촉을 생산하려면 극도로 정교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국가기관만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비촉이 정확히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사건 배후가 러시아라는 확실한 증거는 내놓지 못한 것이다. 다만 그는 “우리 임무는 이 신경작용제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영국 정부는 우리가 제공한 정보 외에도 여러 정보를 종합해 (러시아가 배후라는) 결론을 냈다”고 부연했다. DSTL이 보유한 노비촉이 유출돼 범행에 사용된 게 아니냐는 러시아 측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우리는 4단계 장벽으로 독극물을 관리하고 있다.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DSTL은 또 공식 트위터를 통해 “신경작용제의 정체는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라는 근거 중 하나일 뿐이다. 약품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영국과 러시아는 이날 DSTL의 발표를 각각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DSTL의 발표는) 전체 첩보 그림의 일부일 뿐”이라면서 러시아를 사건의 배후로 보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영국 외무부도 “러시아가 지난 10년간 신경안정제로 암살을 저지른 정황이 있다”며 “노비촉을 생산하고 비축하는 건 암살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노비촉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20개국이나 있다”면서 “영국 정부의 주장은 반(反)러시아 캠페인”이라고 반격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영국은 근거도 없이 ‘미친 비난’을 한 데 대해 러시아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러시아 배후설은 객관적 사실이나 수사 결과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논평했다. 앞서 러시아 출신의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은 지난달 4일 영국 솔즈베리에서 그의 딸과 함께 독극물 공격을 받아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스크리팔은 아직 위독하며, 딸은 최근 의식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대미 무역전쟁에 ‘아군’ 러시아 끌어들인 中

    첨단기술 관세품목 발표 신경전 러 “美 철강관세 대응 준비” 가세 中·러 외무장관 협력 등 스킨십 이번에는 미국이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보복 관세에 강하게 반발했다. 린지 월터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중국의 보조금 정책과 계속되는 생산 과잉이 철강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중국은 공정하게 거래되는 미국 수출품을 겨냥하지 말고 세계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이번 주 안으로 첨단기술 분야 상품을 주축으로 중국의 기술 이전에 따른 보복성 관세 품목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충돌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는 곧 러시아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당국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미국의 조치에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렉세이 그루즈데브 경제개발부 차관이 이날 밝혔다. 그루즈데브 차관은 이날 우랄 연방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러시아는 모든 진행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추정치가 나오면 관련 성명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조치로 러시아 업계의 피해는 최소 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교류를 강화하면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웨이펑허(魏鳳和) 신임 국방부장이 동시에 러시아를 찾는다. 왕 외교부장은 4~5일 러시아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중·러 협력을 논의하고, 웨이 국방부장도 취임 후 첫 해외방문으로 1~8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7차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에 참석 중이다. 왕 외교부장은 6월 칭다오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준비도 겸하고 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형적인 ‘냉전’ 시대에는 나름의 규칙과 준수된 품위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냉전 때보다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 등이 이중 스파이 독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영국은 23명, 미국은 60명의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내쫓았는데 이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군사위성을 파괴하기 위한 미사일 실험도 최근 잇달아 진행했다. 뉴스위크는 2일 러시아 국방부가 이날 우주 공간에 있는 첩보위성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실험 성공 사실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2월 위성 요격 미사일 ‘둥넝(動能)3’(DN3) 발사 시험에 성공하는 등 미국의 군사동맹을 무력화하는 위성 공격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웨이 국방부장은 첫 방문지가 러시아인 이유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지구상 강대국 관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냉전 시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겠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미국 등 서방세계와 맞선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미국은 탄도요격미사일제한(ABM)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우리의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 동맹국에 핵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즉각 보복할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66)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소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비위가 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화 통화로 “만약 당신이 군비 경쟁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응수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하지만 4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끊임없이 ‘세계 질서 파괴자’란 오명을 감수하며 거침없이 서방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1조 4693억 달러(세계 12위)로 1위인 미국(19조 3621억 달러)의 13분의1에 불과하다. 국방비 지출은 692억 달러로 미국(6860억 달러)의 10분의1 수준이다. 그럼에도 푸틴 정권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15년부터는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해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공격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 지난달 4일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 등 여러 의혹도 사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4개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4일부터 러시아 외교관 150명을 추방했고, 러시아는 다시 이들 국가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등 서방과의 ‘신(新)냉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고립을 자초하는 일련의 행보에는 푸틴의 팽창주의적 대외정책뿐 아니라 지난 18년간 러시아 사회를 이끌어 온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정서가 함축돼 있다. 2000~2008년 보리스 옐친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3·4대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대신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5대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실세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 6대 대선을 통해 크렘린으로 복귀한 뒤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는, 지난 18일 76.7%의 높은 지지율로 7대 대선에 승리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미국 시사 주간 타임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엘리트층 어느 누구도 푸틴이 2024년 이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임기에서 장기집권을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판 ‘차르’(황제) 푸틴의 집권 요인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압박을 대내 정치에 활용한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옛 소련 시절과 같은 ‘강한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국민들을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러시아의 국방력을 자랑했고 언론들은 연일 미·영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위협에 대해 보도하는 등 반(反)서방 정서를 자극했다. 모스크바타임스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 조사 결과가 타당하다고 믿는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평론가 스타니슬라브 벨코브스키는 AFP통신에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외부 대립을 지속하면서 결속을 응축시키는, 일종의 자기파괴적 에너지로 이끌어 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국내 기반 역시 서방과 갈등이 심할수록 공고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푸틴의 높은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수출의 80%를 원유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2012년 푸틴의 3선 이후 국제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2015년 GDP 성장률은 -3.7%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0.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푸틴의 국내 기반은 확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일 인터넷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보다 애국주의 정서가 강한 ‘푸틴 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연말 여론조사업체 레바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성인들의 81%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18~24세 청년층의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특히 ‘러시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56%에 달했으나 청년층에서의 찬성률은 67%로 높았다고 WP는 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역사상 가장 많은 외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대가 역설적으로 푸틴의 권위주의 정부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 셈이다.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대는 푸틴 이전의 러시아를 알지 못하고 푸틴 이외의 러시아 지도자를 상상하지 못한다. 졸업 후 언론인을 꿈꾼다는 한 청년은 WP에 “스마트폰을 통해 푸틴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독립 언론의 기사를 접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야당에 정권을 넘기고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은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냉전 종식과 새로운 협력을 선언했고 2년 뒤인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역대 정부들이 러시아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지 않고 패전국 취급했다는 피해의식을 느껴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ABM 탈퇴를 선언하고 MD 구축에 나서자 이 같은 인식은 확산됐다. 푸틴은 이를 활용해 ‘러시아의 수호자’ 이미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푸틴은 특히 2008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총리로 물러날 때부터 자신이 러시아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고심했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측근인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2011년 중동에서 ‘아랍의 봄’ 열풍과 함께 리비아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는 것을 보고 그 배후에 서방 국가들이 있으며 서방의 다음 목표는 러시아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만이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푸틴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맞서는 공세적 방어전략에 따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내는 단호함을 보여 줘 국민들로부터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인식을 심었다. 리언 에런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월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보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제국을 확장할 때 ‘러시아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사용해 왔고 이는 푸틴의 세계관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집권 기반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러시아인의 70%가 신자인 동방정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동방정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근거지로 한 비잔틴(동로마) 제국(395~1453년)의 유산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스, 세르비아 등 동유럽 대다수 국가의 제1종교다. 역대 러시아 황제는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와 동방정교의 수호자임을 자처해 왔고 마찬가지로 푸틴도 동방정교의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정교회의 정치적 후광을 받았다. 2011년 11월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이듬해 세 번째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의 도움 요청을 받은 그리스 동방정교 아토스산 바토페디 수도원의 에프라임 신부는 동방정교에서 성물(聖物)로 여기는 ‘성모 마리아의 허리띠’를 지참하고 러시아로 가 39일 동안 이를 순회 전시했다. 이 기간 300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불임여성도 잉태하게 한다는 이 성물에 참배했다. 공항에서 에프라임 신부를 영접한 푸틴은 자연스럽게 이 성물의 첫 번째 참배객이 됐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TV 생중계로 러시아 전역에 방송됐고 푸틴은 성물을 러시아로 가져온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12년 2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키릴 대주교는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고 푸틴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차 국제 규범 위반에 스스럼없는 푸틴 정권의 성향상 신냉전은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란드의 러시아 전문가 블라디미르 이노젬세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냉전 당시 소련 지도자들과 달리 유럽의 기존 질서를 약화시킬 그 어떤 정책도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이라고 한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2015년 美서 숨진 러시아 前공보장관도 타살”

    MI6 요원, FBI에 전달하며 공개 영·미 당국 과거 사건들 수사 나서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발생한 러시아인 의문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5년 미국 워싱턴에서 숨진 미하일 레신 전 러시아 공보장관도 타살된 것으로 밝혀졌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레신 전 장관을 죽음에 이를 정도로 구타한 폭력배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고용한 자들이었다. 이런 사실은 영국 대외정보국(MI6) 정보요원을 지낸 크리스토퍼 스틸이 레신의 사망에 대한 비밀보고서를 미 연방수사국(FBI)에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MI6 모스크바지부장을 지낸 스틸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의 유착을 시사하는 이른바 ‘트럼프 X 파일’을 작성해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스틸은 그동안 미 국무부에 러시아 사안에 대한 수백건의 정보보고서를 제공했다. 레신 전 장관은 대외 영어 국제뉴스 전문 TV채널인 RT를 창설한 러시아 미디어계의 거물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1999~2004년 러시아 공보장관을 지내고 2004~2009년에는 크렘린궁 공보수석으로 활동했다. 이후 러시아 최대 미디어 지주회사인 가즈프롬 미디어의 대표를 맡았다가 2013년 은퇴했다. 이후 2800만 달러 상당의 재산을 가지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하면서 부정 축재 의혹을 사기도 했다. 스틸은 보고서에서 “레신은 폭력배들에게 ‘죽도록 맞은 끝에’ 사망했으며 폭력배들은 애초 그를 협박하려다 죽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레신 전 장관은 사망 당시 신체 여러 부분에 손상 흔적이 있었지만, 그의 가족들은 사인을 심장마비로 주장했다. 2016년 미 당국은 그가 호텔방에서 추락한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미 당국은 그동안 발생한 러시아인들의 의문사를 다시 살펴보고 있어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레신 전 장관을 포함해 최근 수년간 반푸틴 활동을 했다가 해외에서 석연찮게 숨진 러시아인은 15명가량으로 집계된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앞서 “러시아가 공개를 원치 않는 정보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발생한 모든 의문사 흔적을 서방은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 정치권에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의 추방 결정을 놓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독일 정부에서도 유럽연합(EU)과 영국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지난 26일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이번 추방 결정이 너무 성급했으며 EU 14개국이 새로운 증거 없이 외교관을 즉각 추방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이번 결정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확실한 증거 없이 신(新)냉전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사민당과의 대연정으로 최근 힘겹게 4기 내각을 출범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는 이번 사태가 연정을 위한 통합 노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못 나가겠어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못 나가겠어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사망자 64명 중 어린이만 41명 SNS “실제 사망자 500명” 소문 유족 수천명 주정부 청사 앞 시위 탈출구 잠기고 경보 꺼져 피해 커“불이 났는데 못 나가겠어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화재로 희생된 빅토리아 포차니카·11) “극장에 갇힌 딸들에게 어서 탈출하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세 딸을 잃은 알렉산드르 릴레브얄리) 지난 25일 러시아 시베리아의 도시 케메로보에서 일어난 쇼핑몰 화재 참사로 사망이 확인된 64명 가운데 41명이 어린이로 밝혀져 러시아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고 CNN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현재 85명이 실종 상태다. 따라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화재가 난 시각 극장에 있던 빅토리아는 이모 예브게냐 오가네샨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소식을 알렸다. 오가네샨은 “비카(빅토리아)는 나갈 수가 없다면서,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줘요’라는 말을 남겼다”며 울먹였다. 릴레브얄리는 “영화관 입구 틈새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봤다. 딸이 내게 계속 전화했다. 나는 딸들에게 어서 탈출하라고 외쳤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고르 보스트리코프는 아내 옐레나, 누이, 그리고 세 자녀를 화재 참사로 떠나보냈다. “옐레나가 극장 안에서 전화했어요. 도와 달라고, 구해 달라고, 갇혔다고 소리쳤어요.” 봄방학을 맞아 인근 지역에서 쇼핑몰로 놀러온 10대 6명도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 한 명인 빌레나 체르니코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자신과 가족을 사랑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또 다른 13세 여학생은 친지들에게 “주변이 온통 불타고 있어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몇 분 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안녕!”이라고 이별을 고했다. 불을 피해 4층 난간으로 나온 11세 소년이 창문의 턱을 붙잡고 버티다가 힘이 빠져 아래로 추락하는 동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이 소년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화재가 4층 어린이 놀이시설 근처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무 놀이기구에 장난으로 붙인 불이 순식간에 영화 상영관 3곳으로 번져 상영관 중 2곳이 무너져 내렸다. 이후 3층으로 화재가 번졌다. 가까스로 극장에서 탈출한 디마 자레츠노바는 “영화를 보는 중에 갑자기 누군가가 영화관 문을 열어젖히더니 ‘불이야’라고 외쳤다. 극장 내부의 불은 여전히 깜깜했고, 비상벨도 울리지 않았다”면서 “출구가 2개라서 관객들이 몰려들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잠겨 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케메로보에 도착해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주정부 청사로 이동해 피해 수습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수사당국 조사 결과 화재 일주일 전부터 쇼핑몰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었지만 수리하지 않았으며 쇼핑몰을 지키는 사설 경비업체 직원은 사고 당일 화재 발생 신고를 접수하고도 방문객들에게 대피를 알리는 방송 시스템을 꺼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쇼핑몰 내 영화관 출입문과 건물 비상탈출구 등이 잠겨 피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희생자 유족 수천명은 이날 오전부터 주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진상 공개를 촉구했다. 현재 SNS 등을 중심으로 실제 사망자가 300~500명에 이른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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