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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저+α] “여친을 위한 화이트데이 깜짝 파티 여기서 하세요”

    오는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호텔가와 외식업계는 다양한 행사들이 선보인다. 댄스파티, 빵 만들기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가득하다. 롯데호텔 메가씨씨는 댄스 파티를 연다. 저녁 7시부터 밤 12시20분까지 독일인 브루마스터가 직접 양조한 하우스 맥주와 독일식 정통 소시지, 스파게티 등 15가지 안주뷔페를 준다. 입장료는 4만원.(02)411-7421∼2. 프라자호텔 토파즈는 테이블마다 커플사진 액자와 고객의 이름이 들어간 특별한 메뉴판을 만들어 놓는다. 또 10일까지 이메일 신청을 받아 한 커플을 선정해, 대형 브로마이드를 제작해준다. 가격은 9만 5000원(세금·봉사료 별도).(02)310-7374,www.seoulplaza.co.kr 노보텔 독산 ‘그랑아’는 포크리브 세트와 함께 하우스 와인, 칵테일과 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화이트데이 하렘 나이트 파티’를 연다. 가격은 1인 5만원.(02)3282-6789. 하얏트 리젠시 제주에서는 바다 위의 프러포즈를 준비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로맨틱한 요트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낭만을 즐겨도 좋을 듯. 맛있는 와인과 카나페가 포함된 이벤트는 2인 기준 15만원. 최소 3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064)733-1234,www.hyattjeju.com 서울랜드는 11일과 12일, 인력거를 타고 서울랜드 전지역을 마음껏 드라이브할 수 있는 ‘사랑의 인력거’, 커플 참여 이벤트인 ‘커플 레크리에이션’, 유럽에서 온 익살스러운 광대들의 ‘코믹 광대쇼’ 등 다양한 커플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화이트데이 커플이벤트에 참가한 커플 중 ‘최고의 커플’에 선정되면 데이트 비용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참가 커플들에게는 점수에 따라 주얼리 세트와 외식상품권 등 푸짐한 상품을 증정한다.(02)507-5012, www.seoulland.co.kr 베이커리 쿠킹 클래스인 쁘띠펫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또한 커플이 함께 케이크 하나를 완성하는 이벤트도 있다. 둘이서 한마음으로 완성한 케이크. 모양이 근사하지는 않아도 너무 맛있고 재미난 추억이 될 것이다.(02)3442-5828,www.prettyparty.co.kr 63빌딩은 화이트데이를 맞이해 수족관 수조, 아이맥스 빅스크린, 러브엘리베이터에서 세 가지 색깔의 프러포즈를 선택해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한다.63씨월드에서 다이버가 물 속에서 커플을 위해 프러포즈 패널을 들고 나와 사랑 고백을 도와주는 ‘수중 프러포즈’, 또 아이맥스 스크린을 통해 영화 상영 전 프러포즈 내용을 대형 스크린에 영사해 주는 ‘빅스크린 빅프러포즈’를 홈페이지에서 접수한다. 또한 63빌딩 내 관람 및 식음시설을 패키지로 이용할 수 있는 ‘마이걸 쥬얼리 패키지’는 씨월드 및 전망대 관람, 러브엘리베이터 탑승, 전망카페인 스카이파크(60층)에서의 식사로 이뤄져 있다. 특히 지하 1층 전망대 입구부터 60층 전망대까지 1분 20초 동안 연인 둘만을 태워주는 ‘러브엘리베이터’는 인기 ‘짱’.2인 기준 19만 8000원.(02)789-5663,www.63.co.kr
  • [무슨 영화 볼까]

    ■앙코르 장르/등급 뮤지컬 멜로/15세 감독/배우 제임스 맨골드/와킨 피닉스·리즈 위더스푼 줄거리 유년기 아픔을 지닌 팝스타 자니 캐시의 성공과 사랑. 20자평 배우들의 흥겨운 노래와 춤이 ‘뻔한’ 드라마를 덮을 수 있을까. ■왕의 남자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이준익/감우성·정진영·이준기·강성연 줄거리 조선 연산군 시대, 궁중 광대들의 이야기. 20자평 탄탄한 내러티브, 튼튼한 연기력, 자신감 충만한 연출력. ■브로크백 마운틴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리안/제이크 질렌홀·히스 레저 줄거리 20여년에 걸친 두 카우보이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선을 그린 영화. 20자평 베니스영화제와 골든글로브를 휩쓴,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진솔한 드라마. ■ 언더월드2-에볼루션 장르/등급 판타지 액션/18세 감독/배우 렌 와이즈먼/케이트 베킨세일 줄거리 불멸의 두 종족, 드라큘라와 늑대인간간의 최후의 전쟁. 20자평 시원시원한 액션은 한결 진화했으나 이야기 구조는 글쎄…. ■ 데이지 장르/등급 멜로/15세 감독/배우 유위강/전지현·정우성·이성재·천호진 줄거리 한 여자를 같이 사랑해버린 킬러와 경찰의 엇갈린 운명. 20자평 풍경화 같은 화면은 일품.‘사랑과 운명’ 공감은 미지수. ■ 음란서생 장르/등급 사극멜로/18세 감독/배우 김대우/한석규·이범수·김민정 줄거리 명망높은 사대부 집안의 아들이 장안 제일의 음란소설 작가가 됐으니…. 20자평 아찔하게 현란한 전통복식 패션쇼? 압축미 부족한 스토리텔링. ■ 카사노바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라세 할스트롬/히스 레저·시에나 밀러 줄거리 희대의 호색한 카사노바와 여성 작가 프란체스카 브루니의 사랑이야기. 20자평 풍부한 지성, 날카로운 유머를 지닌 21세기형 카사노바를 상상해볼까?
  • [열린세상] 21세기형 외교 시스템이 시급하다/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탈냉전과 세계화가 심화하면서 외교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세계전략의 변화, 한·미동맹의 조정, 중국의 부상, 일본의 우경화 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외교적 기회이며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남북교류와 경협의 확대, 북한의 개혁개방·핵무장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반도의 유동성도 증대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환경 변화는 외교수요의 증가를 초래하였다. 더욱이 연간 해외여행자 1000만명, 재외동포 700만명 시대가 열리면서 영사 수요도 폭증하였다. 연간 교역액이 5000억달러에 이르고,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통상외교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환경·수출통제·테러·인권 등 비전통적인 외교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불과 수년 만에 외교 대상과 범위가 가히 폭발적으로 확대되었다. 양적 증대에 그치지 않고, 질적 변화도 어지럽다. 우리 외교는 더이상 냉전시대의 한·미동맹과 남북대치의 틀 속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국민의 정부가 햇볕 정책을 새로이 추진한 데 이어, 참여정부는 동북아 구상과 강대국간 균형외교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외교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출마 선언도 우리 외교의 질적 성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외교 수요와 요구를 충족시키는 외교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사실 기존의 외교시스템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기존 시스템이 과거 냉전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수의 정책과제만을 피동적으로 처리하였다면, 새로운 시스템은 복잡해지고 급변하는 외교환경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과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교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첫째, 우선 외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외교 수요가 폭증하였으나 공급이 정체되어 외교 수급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 외교통상부의 인력과 예산 규모는 1990년대와 마찬가지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이 분단국가이며 통상국가로서 특수한 외교수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교에 대한 투자와 공급 확대가 더욱 절실하다. 둘째, 외교업무 체제가 선진화해야 한다. 과거 외교업무는 기밀 업무가 많고 장기간에 걸쳐 성과가 나타난다는 등의 이유로 선진 행정체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외교 선진국은 대부분 신행정관리시스템과 정보화 기법을 이미 도입하여 성과를 높이고 있다. 우리 외교부에 갓 도입하기 시작한 직무성과 계약제, 성과관리제, 정책품질관리제 등이 정착된다면 업무의 생산성·책무성·효과성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국가적 외교역량 결집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세계화시대의 외교 주체는 정부에 그치지 않고 국회·기업·NGO·학술단체·개인을 망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만으로는 외교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여타 외교주체 간에 협업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외교안보 정책공동체간 협조가 긴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외교안보 정책공동체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아 정부가 우선 이를 육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미국의 외교협회와 같은 정책협의체와 브루킹스 같은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은 외교정책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교의 핵심 주체인 외교관 개인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외교부가 외교관 역량 강화를 위해 외교역량 평가개발 센터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나아가 신임 외교관과 고위직에 대한 충원 경로를 다변화하여 다양한 전문성을 충족시키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외교관 교육과 충원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외국 사례와 같이 외교대학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 한나라 ‘빅3’ 해외 얼굴알리기

    한나라당의 이른바 대권주자 3룡인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가 이달 초부터 새달 초까지 차례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외 방문길에 올라 눈길을 끈다. 이들 ‘빅3’의 해외 나들이는 행선지는 각기 다르지만 대권주자로서의 얼굴 알리기와 정치적 영향력 확대 행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첫 시동은 오는 7일부터 닷새간 일본을 방문하는 박 대표가 건다. 이번 방일은 주변 4강국 방문계획에 따라 작년 3월 미국과 같은해 5월 중국 방문의 연장선에 있다. 박 대표는 방일 기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만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교과서 왜곡 등으로 냉각된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임기 종료를 3개월여 앞두고 11일부터 8박9일간 방미길에 오르는 이명박 시장은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한 워싱턴을 찾는다. 이 시장은 리처드 루가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 등 워싱턴 정가의 실력자들을 만나는데 이어 공화당과 민주당 계열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브루킹스연구소를 잇따라 방문, 미국 정계내 인맥 쌓기에 나선댜.손학규 지사는 최대 치적이랄 수 있는 첨단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23∼24일 투자유치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뒤 27일부터 닷새간은 중국 베이징과 랴오닝성 등을 방문, 자매결연을 체결한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레니(EBS 오후 11시) 무대에 서면 속으로는 눈물을 흘려도 겉으로는 관객들을 웃겨야 하는 인생. 웃음 뒤에 숨겨진 코미디언의 실제 삶은 할리우드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가깝게는 앤디 카우프만의 일대기를 다룬 밀로스 포먼 감독의 ‘맨 온 더 문’(1999)이 있다. 짐 캐리가 열연을 펼쳤다. 앞서 1997년에는 외설적인 토크쇼를 진행했던 하워드 스턴의 이야기를 그린 ‘언터처블 가이’가 있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코미디의 왕’(1983) 또한 로버트 드니로를 주연으로 삼아, 코미디언 지망생의 고군분투를 들여다보고 있다. ‘레니’도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1960년대에 활동하다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던 스탠딩 코미디언 레니 브루스의 삶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길라잡이로 쫓아간다.‘졸업’(1967),‘미드나잇 카우보이’(1969),‘작은거인’(1970),‘빠삐용’(1973) 등으로 날선 연기를 보여주던 더스틴 호프만이 레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수많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연출로 각광받았던 밥 포시 감독이 만들었다. 레니 브루스(더스틴 호프만)는 경계를 넘나들며 사회 문제까지 소재로 삼는 스탠딩 코미디언이다. 그의 화법은 종종 천박하고 외설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아내 허니(발레리 페린)와 어머니 샐리(얀 마이너), 매니저 앝 실버(스탠리 백) 등이 레니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레니는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 풍자하기도 하고 성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로 법적 제제를 받기도 한다. 괴팍하고 자유분방했던 그는 자신을 옭아매는 비즈니스 문제 때문에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되는데….1974년작.11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두사부일체(KBS2 밤 12시5분) 전국 관객 600만명을 넘어서며 한국 코미디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투사부일체’의 전편이다. 이 작품을 접한다면 ‘투사부일체’에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5년 전 작품과 속편이 달라진 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편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탄탄한 마케팅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 내용에 있어서는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조직폭력배 중간보스인 계두식(정준호)은 부하 김상두(정웅인)와 대가리(정운택)를 이끌고 조직 확장에 힘을 쏟는다. 어느날 보스 오상중(김상중)으로부터 특명이 떨어진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졸업장을 따라는 것. 조직에서는 잘 나가는 엘리트였지만 고등학교에서는 낯설고 힘든 생활이 펼쳐지는데….2001년작.98분.
  •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15세기 서양에서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수서본(手書本)을 베껴 쓰는 것이었다. 글씨를 베껴 쓰는 행위인 필사 혹은 필경(筆耕)은 그야말로 밭을 가는 것과 같은 고역이었다. 필경사들은 ‘스크립토리움’이라 불리는 공방에 모여 앉아 한평생 종이 위에 밭을 갈고 또 갈았다. 그렇게 해봤자 고작 몇 십권의 책을 만들 수 있을 뿐이었다.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엄청나 중세 말 보통 규모 장원의 연간 소득과 맞먹었다. 거만(巨萬)의 부를 쌓은 귀족들만이 필경사로 하여금 갖고 싶은 책을 베끼도록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필경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참회의 행위로 여겨졌다. 베낀 쪽 수와 행수, 글자 수를 세어 연옥에서 보낼 햇수가 얼마나 줄어들었는가를 헤아릴 정도였다. 요컨대 중세는 책에 바친 열정으로 문화의 꽃을 피운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마티 펴냄)는 유명 수서본과 200여점의 채색화를 통해 중세 특유의 책 문명을 살핀다. 낡고 바랜 양피지 위에 한자 한자 그림처럼 써내려간 필경사들의 글씨는 중세가 왜 ‘책의 시대’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짐작케 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채식(彩飾)문화에 관한 것이다. 앙뤼미뉘르(enluminure)라 불린 채식은 수서본에 들어있는 장식, 즉 삽화를 가리킨다. 신앙서적이든 세속서적이든 채식은 중세 책의 독특한 면모다. 수서본의 삽화는 어쩌다 특별전시회라도 열리지 않으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중요 문화재다. 이 책은 비록 지상으로나마 그 같은 수서본의 진면목을 오롯이 보여준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한국 코드 안맞는 싱크탱크 지원 중단

    한국 정부는 매년 미국의 싱크탱크와 대학 등에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대부분의 지원금이 국제교류재단을 통해 나가지만 정부가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데 적극 참여한다. 올해도 450만달러(약 45억원)가 미국 내의 한국 관련 연구에 배정됐다. 올해의 지원금 규모는 예년과 비슷하지만 분배 방식은 여러가지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 같다. 첫째, 올해부터는 한국의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싱크탱크에는 지원이 끊어졌다. 그동안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온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의 산실 미국기업연구소(AEI)와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 북한인권문제를 줄기차게 거론해온 허드슨연구소에는 지원금이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연구비가 지원되는 싱크탱크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브루킹스, 미외교정책 전국위원회(NCAFP), 몬테레이 국제연구소, 노틸러스, 시카고대외관계위원회, 헨리스팀슨센터, 코리아 소사이어티, 한미경제연구소(KEI) 등 진보·중도적 또는 친한적 성향의 연구소들이다. 둘째, 지원의 목적이 분명해지고 다소 ‘공격적인’ 성향도 보인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는 ‘미국의 대북 관계 뒤집기:미래 관계를 위한 로드맵과 미국의 대북 정책, 법, 규정의 개요’란 주제의 연구가 의뢰됐다. 이 연구에는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과 규정을 분석한 뒤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경우 어떤 식으로 개정돼야 하는가라는 부분까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드로 윌슨 센터에는 ‘북한 관련 국제 자료의 문서화’라는 연구과제가 떨어졌다.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에서 공개되거나 비밀 해제된 자료 등을 수집해 체계적으로 분류, 분석하는 작업이다. 이 연구는 북한 정책 담당자들과 연구자들에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연구 주제들은 현재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분위기에 비춰볼 때 매우 ‘야심찬’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이 이같은 연구과제들을 의뢰한 데 대해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그럴리가 없을 것 같은(Highly Unlikely) 일”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미 연구소에 대한 지원금은 대부분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목적대로 쓰여졌는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면 순수한 학술 지원에까지 너무 정치적인 고려가 들어가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한반도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dawn@seoul.co.kr
  • ‘학살 도시’서 ‘화해 도시’로

    세르비아인 보스코 브루킥과 보스니아인 아드미라 이스믹은 연인이었다.1993년 5월. 보스니아 내전이 한창이던 사라예보의 한 거리에서 두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총살됐다.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사랑은 허용되지 않았다. 연인의 사랑은 로이터통신 쿠르트 쇼르크(2000년 시에라리온 내전 취재 중 사망)기자를 통해 전 세계에 타전돼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보스니아 내전(1992∼95년)당시 세르비아는 무슬림인 보스니아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벌여,20만여명을 학살했다. 최근 학살 주범들이 연이어 체포되어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영국 BBC는 28일(현지시간) ‘죽음의 도시’ 사라예보가 발칸반도의 화해와 공존의 다인종 수도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살을 목격한 젊은 전쟁세대들이 분노와 적대,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은 사랑을 꽃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8개월된 아기를 둔 무슬림인 알딘 아르나토빅과 그리스정교회 신자 몬테네그로인 마리아 부부 이야기를 전했다. 둘다 기자인 알딘과 마리아는 2000년 보스니아 선거를 취재하던 중 만났다. 내전이 끝난 지 5년이 지났지만 당시 사라예보에서 상생과 살육은 진행형이었다. 알딘은 마리아를 만난 첫날 저녁 청혼했고 사라예보와 몬테네그로를 오가며 사랑을 키웠다. 아들 이름은 ‘페드야’. 이름으로는 보스니아인지, 세르비아인지를 알수 없다. 알딘 부부는 내전 당시 군인들이 ‘이름’만으로 인종을 구별, 학살했던 악몽을 갖고 있다. 마리아의 조국인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함께 사라예보에서 남편과 같은 보스니아 무슬림 1만 1000명을 학살했다. 2003년 마샤와 결혼한 카짐 데르비세빅도 인종과 종교가 다른 부부다. 카짐은 무슬림, 마샤는 가톨릭이다. 둘은 한 파티에서 만난 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랑을 키워나갔다.BBC는 2006년 사라예보의 연인들은 더 이상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순교자나 반역자로 낙인찍히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찬호 ‘깜짝 귀국’ WBC 실전 피칭

    ‘코리안 특급 잠실서 발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일본 후쿠오카에서 훈련중인 대표팀 합류를 앞둔 23일 잠실구장에서 ‘깜짝’ 실전피칭을 했다. 박찬호는 이날 오전 10시 잠실구장을 방문, 두산 구단의 도움을 받아 72개의 공을 뿌리며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구위를 점검했다. 그는 22일 오후 귀국했다. 박찬호는 이날 실전피칭 후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등 3시간 가량 훈련을 소화했다.24일 오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에도 한 차례 더 실천피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박찬호가 시차에 적응하기도 전에 실전 피칭에 나선 것은 이번 시즌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여겨진다. 지난해 12승8패 방어율 5.78의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기록한 그는 메이저리그 개막에 앞서 열리는 WBC에서의 활약 여부가 ‘장밋빛 시즌’을 열 수 있는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첫 테스트는 26일. 국내 팀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에 자청해 선발로 등판,3이닝 정도 던질 계획이다. 이 경기에서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박찬호는 13시간에 걸친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호텔에서 구장으로 곧바로 나왔다.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팀61 김만섭 대표는 “박찬호 선수가 지난달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창호 전 보스턴 트레이너가 짜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며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일찍 공을 만졌기 때문에 정상 컨디션의 80∼90%까지 올라온 상태”라고 전했다. 브루스 보치 샌디에이고 감독도 지난 21일 박찬호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타자를 세워놓고 공을 던진 모습을 보고 “시즌을 시작해도 될 만큼 실전 투구에 근접했다.”는 호평을 해 WBC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아마겟돈·혹성탈출 등 최악영화 보세요

    아카데미 시상식에 하루 앞서 열리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Golden Raspberry Awards)이 있다. 수상의 기쁨이나 영광, 눈물과는 거리가 멀다. 흥행 여부를 떠나 최악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나 배우를 선정하기 때문이다.1980년 제도권 아카데미에 반발한 작가 겸 프로듀서인 존 윌슨이 저지른 장난 같은 ‘반란’으로 시작된 골든 라즈베리는 올해로 벌써 26회째. 아카데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고, 세계 영화 관객들은 이 시상식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 케이블액션채널 수퍼액션은 20일부터 6일 동안 매일 오전 11시 골든 라즈베리 수상작 특집을 내보낸다.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20일·2001년)은 1억 달러 이상 제작비를 투입해 흥행 몰이를 했으나 22회 래지 시상식에서 최악의 리메이크 상과 최악의 남우조연상(찰톤 헤스톤), 최악의 여우조연상(에스텔라 워런)을 거머쥐었다. 앤 라이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닐 조던 감독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21일·1994년작)는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뱀파이어로 나와 호연했으나 15회 시상식에서 최악의 커플상에 호명됐다. 이 밖에도 최악의 남우주연상(19회·브루스 윌리스)을 받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22일·1998년),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스크린에 데뷔하자마자 최악의 여우주연상(23회)을 받게 했던 탐라 데이비스 감독의 ‘크로스로드’(23일·2002년), 브루스 윌리스·제인 마치가 주연한 미스터리 스릴러였으나 최악의 작품상(15회)을 차지한 리처드 러시 감독의 ‘컬러 오브 나이트’(24일·1994년)가 이어진다.25일에는 마이클 앱티드 감독의 ‘007 언리미티드’(1999)가 방송된다.007시리즈 19번째 작품이었고, 흥행 성공과 호평도 있었으나 데니스 리처드가 최악의 여우조연상(20회)을 받았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아쉽지만 끝난 일”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이강석(21·한국체대)이 동메달을 따낸 것은 외신기자들에게도 놀랄 뉴스거리였다. 이강석이 유망주이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메달권으로 주목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영하-배기태-김윤만-이규혁에 이어 한국 빙속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이강석은 의정부에서 2남1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치원 시절 처음 배운 스케이트의 매력에 빠져 의정부 중앙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한국체대에 진학한 이강석은 태극마크를 달면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동계유니버시아드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그는 지난해 11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벌어진 05∼06시즌 월드컵 2차시리즈에서 34초55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이규혁이 세운 한국기록(34초74)을 4년 만에 갈아치운 것. 일본 가토 조지의 세계기록과도 0.25초차에 불과했다. 그는 이어 벌어진 밀워키 3차 시리즈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 이번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강석은 2위에 고작 0.02초차로 뒤져 동메달을 따낸 뒤 “아쉽지만 이미 끝난 일”이라며 “동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나이답지 않은 여유를 보였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커리어 우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부사장

    [커리어 우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부사장

    “항아리가 하나 있다. 돌을 넣어서 다 채웠다 싶지만 작은 돌을 넣으면 또 들어간다. 작은 돌까지 꽉 차면 모래가 들어가고 다음에 물도 한컵 정도는 들어갈 것이다. 시간도 그렇다. 항아리에 물부터 채우면 어떤 것도 들어가지 못한다.”손병옥(54) 푸르덴셜생명보험 부사장의 ‘시간론’이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을수록 우선순위를 매겨 중요한 일부터 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은 순간순간 자신의 느낌을 믿으면 된다. ●입사 1년만에 임원으로 승진 손 부사장은 지난 1996년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사부장으로 스카우트된 뒤 1년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2002년 생명보험업계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됐다.1974년 대학 졸업이후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다 남편(이석영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의 워싱턴 근무로 3년을 쉰 뒤 생보사에 자리를 잡았다. 손 부사장은 “직장생활 30년 동안 가장 두려워한 것은 내가 사나워지고 공격적이 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은 공격적이고 열정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부드러움, 상대에 대한 배려 등은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손 부사장은 직원들의 경조사 때 빠뜨리지 않고 이메일을 보내고 자주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을 챙긴다. 하이테크시대가 되면서 짧은 순간에도 큰 감동을 주는 ‘하이터치(hi-touch)’가 중요한데 직급이 올라가니까 ‘하이터치’에 쓸 시간이 줄어드는 게 흠이란다. ●짧은 순간에도 큰 감동 선사 손 부사장의 섬세함은 전공인 인사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푸르덴셜생명보험은 신입사원 채용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인터뷰를 2∼3차례 하고 채용이 결정되면 일을 시작하기 전 함께 일할 상사나 팀원들과 반드시 식사를 한다. 본인에게 회사가 맞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회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때문에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뽑힌 푸르덴셜생명보험 직원들은 다른 회사에 비해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손 부사장은 업계의 소문난 일벌레다.“실패는 하되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꿈에서도 일을 생각한다.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일·자기개발·성공 등에 대한 열정이 없는 사람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쉬기는 하느냐고 물어봤다.“회사건 가정이건 일에만 매진하면 메마른다.”는 손 부사장은 “시간 관리를 잘하면 자신에게 휴식시간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화 ‘왕의 남자’,‘태풍’도 봤고 지금은 짐 콜린스의 경영서적 ‘Built to Last(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도 틈틈이 읽는다. 시(時)테크의 고수다. ●“가정·일 균형 잘 유지해야” 손 부사장은 결혼한 여성 후배들에게 “가정에 소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일은 목숨만큼 중요하고 가족은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손 부사장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양쪽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의 급식당번, 학예회 참석 등 불가피한 일이 있어 근무시간을 써야 한다면 쓰고 기회가 닿는 대로 그 이상을 회사일에 투자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손 부사장이 대학을 졸업하던 30년전만 해도 대졸 여사원을 뽑는 회사는 외국계 회사뿐이었다. 처음 합격한 곳은 일본 항공사 JAL.“아버지가 극구 반대하셨고 그래도 직장생활을 원한다면 보수적인 곳이어야 한다고 해서 선택한 곳이 체이스맨해튼 은행이었다.” 남편이 보스턴대학에서 공부하던 1979년부터 2년간 도미, 미국 은행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함께 공부하려고 큰 맘 먹고 첫 애를 서울에 두고 갔는데 준비가 안 돼 공부는 할 수 없게 됐다.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캠퍼스 안에 있는 은행에 취직했다.”면서 “기숙사에서 살았기 때문에 남편의 밥 세끼를 챙겨줄 수 있었던, 아주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내에 돌아와 주위 추천으로 크라커내셔널 은행에 입사, 줄곧 외국계 은행에 근무했다. 이 은행은 인수·합병과정을 거치면서 이름이 미들랜드,HSBC로 바뀌었다. 남편이 워싱턴에서 근무하던 시절, 조지메이슨대학에서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땄다. 하지만 요즘도 자가용을 타면 영어테이프를 듣고 일주일에 두번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운다.“영문과도 나왔고, 외국금융기관에서 근무하고, 외국에도 살았지만 영어가 일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소홀해도 뒤처진다.”는 게 이유다. 글 전경하 사진 이호정기자 lark3@seoul.co.kr ■ 손병옥 부사장 경력 -1952년생 -1970년 경기여고 졸업 -1974년 이대 영어영문과 졸업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근무 -1979년 미국 보스턴주재 브루클라인 세이빙즈 은행 근무 -1981년 크라커내셔널은행 서울지점 근무 -1986년 미들랜드은행 서울지점 근무 -1987년 HSBC 서울지점 근무 -1995년 조지메이슨 대학 영어교육학 석사 -1996년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사부장 -1997년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사부 이사 -1999년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사부 상무 -2001년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사부 전무 -2002년 푸르덴셜생명보험 부사장
  • 뉴욕서 9년째 길거리 사물공연 박봉구씨

    뉴욕서 9년째 길거리 사물공연 박봉구씨

    |뉴욕 김유영특파원|“두둥∼두둥∼두두둥∼” 지난해 12월말 뉴욕 맨해튼 42번가-타임스퀘어 지하철역 부근. 뉴요커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숨가쁜 장구 장단에 묻혀버렸다. 외국인일까, 한국인일까…. 겹겹이 싸인 구경꾼들의 어깨 너머로 들여다봤다. 상모 위로 경쾌하게 돌아가는 흰색 끈이 간신히 보였다. 신명나는 사물놀이에 흑인들도 덩달아 춤을 춘다. 여기저기서 ‘브라보’ ‘쿨’ 등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어느새 장구통에는 1달러짜리 지폐가 수북하게 쌓였다. 주인공은 뉴욕에서 9년째 길거리 공연을 벌이는 박봉구(37·Vongku Pak)씨. 박씨는 뉴욕 지하철 공연가들의 연합체인 ‘뮤직 언더 뉴욕(MUNY)’에 소속된 최초의 한국인이다. 공교롭게도 연극 ‘이발사 박봉구’의 주인공 이름과 같다. 주인공이 진정한 이발사가 되겠다면서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온 것처럼, 그도 1998년 큰 뜻을 갖고 뉴욕에 왔다. 그것도 한국에서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상임단원 자리를 박차고서. ●팔도 누비며 사물놀이 배워 1987년 대학에 입학한 박씨가 사물놀이를 시작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가면부터. 당시 민중가요와 풍물놀이에 익숙했던 일반 대학생처럼 박씨도 탈춤반에 들었다. 이후 점점 소리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전국 방방곡곡의 풍물놀이 대가들에게 악기를 배웠다. 호남우도굿 대가인 김영순 선생에게 장구를, 안성남사당 풍물불놀이 보전회 상쇠였던 김기복 선생에게 꽹과리를, 경기도립국악단 지도위원인 조갑용 선생에게 사물놀이 전반을 배웠다. 하지만 수업을 소홀히 한 탓에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이후 민요연구회, 연희굿패 광대, 안성남사당 등을 거쳤다. 그러나 뭔가 허전한 공백을 메우지 못한 그는 더 큰 세계로 가고 싶어 유학길(뉴욕시립대에서 연극 전공)에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거리에서 북치고 장구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문제는 한국에서 벌어둔 돈도 없고 맨땅에 헤딩하듯 ‘빈 손으로’ 뉴욕에 왔다는 사실이었다. 닥치는 대로 건설현장의 막일과 식당 웨이터, 바텐더 등의 일을 했지만 시간당 6∼10달러의 수입으로는 어림없었다. 뉴욕 물가가 워낙 비싸서 학비·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생존’을 위해 거리공연에 나서게 된 셈이다. 물론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경험을 쌓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거리공연은 민주적이다” 그는 연극과 뮤지컬의 중심지인 브로드웨이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거리는 그야말로 ‘새로운 학교’였다. 공연을 하면서 만난 사람을 따라가 나이트클럽이나 게이바에서 장구를 연주해보기도 했다. 거리 공연자들은 브로드웨이의 A급 배우부터 노숙인 수준의 연주자까지 다양했다. 길에서 갈고닦은 경력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배우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거리공연이 녹록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경찰이 오면 쫓겨나고, 옆 골목으로 가서 하면 다른 공연자가 텃세를 부렸다. 뉴욕에서 공공장소 공연을 하려면 허가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에 공연을 그만하라는 경찰의 말을 못알아 들어서 벌금을 물기도 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공식적으로 연주를 할 수 있는 ‘뮤직 언더 뉴욕’이라는 프로그램에 응시해 오디션을 봤다.2년에 걸쳐 두번이나 고배를 마신 끝에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나서 합격하기에 이르렀다. 박씨는 “거리공연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공연 방법”이라고 말한다. 형식과 제약, 비용이 없이도 원하는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데다 관객의 숨결을 코앞에서 느끼면서 관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거리공연은 미리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게 아닙니다. 공연자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관객이 감동의 크기만큼 돈을 냅니다. 그런 면에서 뉴요커들이 제게 건넨 1달러들은 예술성에 대한 투자로 생각합니다. 거리공연자로 살아남기 위해서 실력도 검증되어야 하니까요.” ●“최다 관객 동원 한국인” 박씨는 농담삼아 ‘뉴욕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큰 극장이 꽉 차봤자 2000석 정도지만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공연하면 수만명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 여름 학교를 졸업하면서 ‘유럽 17개국 순방공연’을 떠났다. 물론 초대해 준 사람이 없는 ‘거리공연’이었다. 여행비용의 80%를 현지 공연 수입금으로 충당했다. 올 봄에는 컬럼비아 대학의 음악회, 뉴욕주립대학 행사 등에 참가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자신이 연출한 연극을 오프브로드웨이에 올릴 계획도 잡고 있다. “뉴욕이 예술도시라고 해도 우리 소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무림강호의 고수를 찾아다니면서 공력을 평가받는 무예인처럼 저는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예술강호’들을 찾아 한수 가르침을 청할 겁니다. 우리네 남사당패가 거리를 떠돌면서 배웠으니까요.” 박씨는 ‘길 떠나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남기고 뉴욕의 한복판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carilips@seoul.co.kr ■ 박봉구씨는 ▲1998년 뉴욕 유학 ▲2000년‘링컨 센터 아웃오브도어 페스티벌’(에버리피셔홀, 링컨센터)출연 ▲2001년 뉴욕 길거리 공연예술과 연합단체인 ‘뮤직 언더 뉴욕’ 회원가입 ▲2003년 단편영화 ‘아나그노리시스’ 감독 ▲2004년‘할렘 서머 재즈 페스티벌’ 2004 참여 ▲2005년 뉴욕시립대학 브루클린 컬리지(연극전공) 졸업 ▲2005년‘뉴저지 필하모닉 갈라 콘서트’(카네기홀) 참여 ▲2005년 독립영화‘회상’(뉴욕)출연 ▲2005년 유럽 단독 공연투어
  • 마지막 처녀림 印尼서 찾았다

    지구상의 마지막 원시 처녀림의 출현?수십종의 경이롭고 새로운 동식물이 살고 있는 ‘잃어버린 세계’가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확인됐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호주 과학자 25명으로 구성된 탐험대는 뉴기니 섬 서쪽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포자 산맥에서 이런 원시지역을 확인했다고 BBC가 7일 전했다. 산맥 면적은 룩셈부르크와 비슷한 3000㎢며 높이는 2200m. 산맥 부근 원주민들조차 산 안으로 진입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탐험대는 헬기를 이용, 원시림 일부 지역을 방문, 얼굴에 오렌지 색깔의 밝은 반점을 갖고 있고 꿀을 먹고 사는 새로운 조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 19세기에 채집됐으나 그동안 서식지가 알려지지 않았던 새가 발견됐으며 이 새는 머리에 10㎝ 길이의 깃털 6개가 달려 있었다. 개구리 20여종, 나비 4종 및 야자나무 5종을 포함한 새로운 식물들도 발견됐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선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특이한 캥거루 3마리도 발견됐다. 탐험대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이들 동물이 인간을 처음 본 뒤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등 인간을 알아 보지 못했다.”며 놀라워 했다. 공동 탐험대장인 브루스 벨러는 “에덴 동산이 아마 이 곳과 비슷했을 것”이라며 “이같은 곳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몇몇 지역에서도 발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벨러는 “이번에 발견한 지역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원시 열대림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연구가 진전되면 더욱 놀랄만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같은 사실을 지난해 11∼12월 두달 동안의 탐험을 통해 확인했으며 올 하반기 다시 이 지역을 찾을 예정이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서울대 129개 과목 교양강좌 영어로 강의

    서울대가 이번 학기부터 129개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고, 고난이도의 ‘고전 원전 읽기’ 강좌를 신설해 졸업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6일 “2006학년도 1학기에 신설되는 교양강좌 1201개 가운데 10.7%인 129개를 영어로 강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수업 중 79개는 교양 대학영어와 기초영어이며, 나머지는 분야별 기초강의와 한국학 관련 강의, 고급영어 등이다. 교수 1명이 1∼5명의 수강생을 지도하는 ‘소그룹 고전 원전 읽기’ 강좌도 39개가 새로 마련됐다. 원전 강의는 인문학의 기초인 고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외국어 독해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2005년 입학생부터 졸업필수 과목으로 지정됐다. 교재로는 히브리어 성서와 에릭 홉스봄의 ‘제국의 시대 1875-1914’,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등 동서고금의 원전이 활용될 예정이다.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학부생들의 학력 저하를 막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라면서 “앞으로도 영강을 늘리고, 심화학습을 위주로 하는 강의를 많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아버지 3·1운동 세계알리고 딸은 서울영화 찍고

    4대째 ‘서울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외국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난 브루스 테일러(87) 일가. 테일러는 지난달 말 아내·딸과 함께 고향집을 66년 만에 찾았다. 테일러는 1919년 2월28일 영동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다. 가족들은 한국을 떠나기를 거부한 대가로 6개월의 수용생활 끝에 1942년 5월 일본 경찰이 추방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이들 일가가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은 할아버지 조지 알렉산더 테일러 때문. 그는 평북 운산의 금광에서 기사로 일하다 1908년 사망해 마포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아버지 앨버트 테일러는 3·1운동 당시 UPI통신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일본 경찰의 수색을 피해 독립선언서 일부를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태어난 침대 밑에 숨겼다가 3·1운동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후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 일제에 의해 추방돼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1948년 세상을 떠났다.‘내가 사랑하는 땅 한국, 아버지의 묘소 옆에 나를 묻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됐다. 연극배우였던 어머니 메리 테일러는 당시 서울생활을 기록한 자서전 ‘호박 목걸이(Chain of Amber)’를 펴냈다. 자서전에는 일본에서 연극 공연을 하다가 아버지 테일러를 만나게 된 사연부터 이승만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듣게 된 한국의 독립운동 기록 등이 담겨 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매트릭스 제작 등에 참여한 딸 제니퍼 테일러는 할머니의 자서전 ‘호박 목걸이’의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다. 테일러는 6일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고, 부친에게 물려받은 1920년대 서울시청, 원구단, 서울시 전경 파노라마, 고종황제 장례식 등 희귀사진 17점을 기증할 예정이다. 특히 고종황제 장례식은 기존 사진과 달리 매우 가까이에서 촬영된 것으로 용머리 장식의 상여, 상여꾼 복장, 외교사절 조문행렬 등을 살필 수 있는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달 테일러 일가의 보금자리였던 종로구 행촌동 1의88,89의 ‘딜쿠샤’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근대 주택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다. 딜쿠샤는 힌두어로 행복한 마음을 뜻하며 테일러 일가가 인도 여행에서 본 궁전 이름에서 따왔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04일 TV 하이라이트]

    ●버라이어티(EBS 오후 6시20분) 브루클린 출신의 팝 가수 배리 매닐로의 명곡을 들어본다. 한국인 애창곡 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배리 매닐로의 곡은 편안한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음성, 때로는 흥겨운 리듬으로 듣는 이를 흥분케 했고 그로 인해 매닐로를 70년대 후반 기성세대의 음악적 정서를 대변하는 팝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35분) 300만평 소양호를 따라 짜릿한 즐거움이 펼쳐지는 강원도 인제. 얼음을 지치며 손맛이 일품인 빙어낚시, 빙원 위를 뜨겁게 달리는 얼음썰매. 겨울 빙판위의 짜릿한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겨울 인제 100배 즐기는 법을 알아본다. 민족의 얼을 찾고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민족시인 만해 한용운 기념관도 소개한다.   ●행복주식회사(MBC 오후 5시) 만원의 행복 MC특집 송은이 VS 김인석. 동료 개그맨 김대희의 결혼식에 간 은이와 인석. 은이는 먼저 결혼하는 대희에게 요절복통 영상편지를 보내고, 인석과 함께 축의금을 낸다. 두 사람이 낸 축의금은 얼마나 될까.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는 두 사람에게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지켜보자.   ●하늘이시여(SBS 오후 8시45분) 자경과 전화 통화를 시도하던 왕모는 연결이 안 된다는 신호음에 휴대전화를 집어던진다. 잠시 후 왕모는 자경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역시 만날 수 없자 낙담하고 만다. 그때 예리는 배득에게 전화를 걸어 자경이 메이크업 일을 그만둔 사실을 말하고, 왕모에게도 자경이 전화번호를 바꾸고 집을 옮겼다는 말을 전한다.   ●서울 1945(KBS1 오후 9시30분) 총독부 법무국은 석경이 운혁의 신원보증을 서겠다고 한 것이 문자작의 뜻인지 물어본다. 문자작은 석경이 동우와의 혼인을 거부하고, 운혁의 신원보증을 서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에 대해 심상치 않게 생각한다. 석경이 총독부를 찾아갔다는 얘기를 들은 운혁은 감사를 표하고, 석경은 답례로 데이트를 요구한다.   ●인생이여 고마워요(KBS2 오후 7시55분) 준이가 후두염으로 응급실에 실려오지만 소아병동에는 빈 병실이 없다. 인석은 밤늦은 시각임에도 달려와 내과병동에 입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들의 병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은 연경은 회복도 덜 된 상태에서 병간호에 매달리고, 인석은 어머니로서의 낯선 연경 모습을 확인하며 쓸쓸해진다.
  • ‘바르토크’ 공연 올해도 쭉~

    관현악 팬들의 관심을 모아온 예술의전당 심포닉 시리즈가 올 상반기 ‘바르토크’를 주제로 계속 이어진다. 첫 공연은 1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심포닉 시리즈는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가을 2005∼2006 시즌을 열면서 ‘브루크너 & 바르토크’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것.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서양 음악사를 장식한 두 작곡가 브루크너와 바르토크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무대다. 지난해 2회에 걸친 브루크너 연주회에 이어 올해는 두 차례에 걸쳐 바르토크 무대를 마련했다. 바르토크는 평생동안 헝가리 민속음악과 피아노음악에 관심을 기울인 20세기 헝가리의 대표적인 작곡가. 인상파의 화성법, 쇤베르크의 표현주의, 스트라빈스키의 원시주의 등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예술의전당 상주 오케스트라인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로메오 림부) 연주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1번’, 바르토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놀라운 만다린’ 등을 들려준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고현수가 협연자로 나선다. 3월3일 열리는 두 번째 바르토크 연주회에선 뤼디거 본 지휘로 드보르자크의 ‘발트타우베’, 바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3번’(협연 최희연)·‘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2만∼3만원.(02)580-1300.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프로팀이 연고지에 미치는 영향

    2004년 7월 필자는 본 칼럼에서 캘리포니아의 두 구단,LA 다저스와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마케팅 전쟁을 소개했었다. 전통적으로 두 구단의 연고지역 경계선으로 인정되던 91번 도로를 넘어서 에인절스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벌어진 두 구단 사이의 싸움은 20세기까지만 해도 에인절스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1958년 브루클린에서 서부의 새 시장을 찾아온 다저스는 비록 1876년 내셔널리그 창립 멤버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오랜 역사와 메이저리그를 주무르던 구단주 월터 오말리 덕분에 막강한 권세를 부렸다. 그에 비해 1961년 창단된 LA 에인절스는 역사도 전통도 힘도 없었고 다저스 구장에 더부살이를 해야만 했었다. 결국 에인절스는 구단 이름을 거창하게 주 전체를 대표한다는 뜻으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로 바꿨지만 실제로는 LA의 변두리 애너하임으로 밀려났다. 이후 다저스는 미디어 재벌 폭스에 팔렸고 에인절스는 영화오락 재벌 디즈니 그룹에 넘어갔다.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의 전략적 인수였다. 그러나 야구단은 이들이 꿈꾸던 목표에 도움을 주지 못했고 그에 따른 피해는 다저스가 더 심했다.21세기의 성적을 보면 에인절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포함해 3번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데 비해 다저스는 겨우 한 번 디비전시리즈에 올랐다. 이런 결과에 자신을 얻은 사람이 에인절스의 새 구단주이자 최초의 히스패닉계로서 구단주가 된 멕시코 출신의 아투로 모레노이다. 모레노는 변두리인 애너하임에 만족하지 못하고 야구 시장의 지배권을 LA지역까지 넓히려고 전통적인 경계선이던 91번 도로를 넘어서까지 마케팅 활동을 벌였고 2005년에는 구단 이름까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애너하임으로 바꾸었다.전통적인 메이저리그 구단 작명법에 어긋나는 기형적 명칭이다. 이는 1997년 애너하임 시당국이 구단이 다른 도시로 가지 않도록 구장 명칭 사용권을 주고 구장 개축비 등을 지원하면서 구단 이름을 캘리포니아에서 애너하임으로 바꾸도록 했고, 이후에도 애너하임이 구단 이름에 포함되도록 하는 계약을 맺어둔 탓이다. 그럼에도 애너하임시는 현재의 이름이 문안 자체로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LA 에인절스로 불리도록 편법을 쓴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당장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은 일단 기각된 상황이다. 프로스포츠가 지역의 문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미국처럼 프로스포츠 팀을 유치하거나 옮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선거 때마다 단골로 나오지는 못하더라도 당장 발등의 불인 현대 야구단의 지역권에 대해 경기도나 수원시의 입장조차 듣지 못하는 현실은 필자가 과문하기 때문이길 빈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문화마당] 미술속의 자화상/신정아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누군가 예술의 역사는 자화상(초상화)의 연속이라고 했다. 예컨대 음악에 있어 바흐의 ‘무반주 첼로소나타’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음악의 성서’로 변함없듯 자화상 또는 초상화 역시 시대가 지나더라도 변치않을 것이다. 얼굴은 영원한 미지수다. 마치 모나리자의 신비의 미소를 알 수 없는 것과도 같다. 거울 덕분에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 보지만 그 안에는 육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깃들어 있다. 때문에 마음의 눈에 비친 나의 또 다른 얼굴을 찾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르시스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날마다 들여다 보면서도 자기 행위는 비추어 보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기도 한다. 물론 자연스럽게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고칠 수 있는 시효가 지난 다음일 때가 많다.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자화상으로 잘 표현한 작가로 반 고흐를 들 수 있다. 그의 자화상들을 보면 고흐는 심지어 고갱과 싸우고 홧김에 귀를 자른 뒤에도 그 아픔을 잊어버리고 스스로의 모습을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고흐의 초상화 윤곽선에서 볼 수 있는 히스테리와 불안을 보고 심리분석자들은 ‘고흐는 끊임없이 자신의 표정을 분석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렘브란트는 기쁨과 슬픔이 가득한 자화상으로 그의 주변에서 변화하는 것들을 이야기했고, 리처드 와그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나의 얼굴 표정은 너무나 변화한다.’라며 누군가가 자신이 초상화를 그려주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조각가 로댕, 루소, 그리고 자코메티 등은 모두 어떻게 사람의 표정이 변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흥미를 느끼며 작업을 했다. 표정이 풍부한 초상화의 예로는 20세기 화가 페르디낭 호들러가 사랑하는 발렌티노 고데 다렐의 죽음을 기록한 스케치와 회화를 들 수 있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 표정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을 거의 영화와 같은 시퀸스로 남기며 자신의 여인을 떠나 보냈다. 신디 셔먼은 자신을 모델로 미국 여성들의 꿈과 페미니즘을 작품에 구현했으며 척 클로스는 캔버스 위에 자신의 얼굴 사진을 비롯해 친구와 가족의 사진을 점과 선의 격자 모양으로 표현한 거대한 규격의 초상화를 만들었다. 브루스 나우만은 예술가란 자신을 극단적인 나르시시즘적 내러티브로 보여줬고, 빌 비올라는 거울을 사용해 관객을 작품에 참여시킴으로써 관객 스스로 정체성을 느끼게 했다. 게리 힐은 삶의 실존을 사람과 얼굴에 대한 암시로 나타내기 위해 인체를 이용한 조각작업을 했다. 이제 초상화는 더 이상 단순한 초상에 머물지 않는다. 얼굴은 저마다의 경험과 도덕적 스펙트럼, 그리고 경제적인 것에 의해 음영이 바뀐다. 얼굴이 말하는 진정한 ‘뜻’은 얼굴 표정을 만드는 내적·외적인 것들이 용해돼 나타나게 마련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왕관이 쓰여진 인간의 목적없는 얼굴 속에서도 우리는 그들의 허상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노력으로 과연 진정한 ‘나’의 참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오늘 고민하는 나의 모습을 봤다. 스스로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니 나 아닌 무수한 얼굴들이 마치 퍼져가는 파문처럼 오버랩돼 있음을 느낀다. 나는 나의 모습에서 방황과 자기고민의 모습을 본다. 나는 오늘의 시대극,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때로는 눈물짓고 때로는 기도하기도 한다. 나의 모습을 저만치 떨어진 거리에서 뭇관객들과 함께 발견하기도 한다. 나의 왜소한 몸뚱어리는 혹시 이들과 함께 시대극을 관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정아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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