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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우정은 사랑보다 어렵다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우정은 사랑보다 어렵다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20세기 예술사를 바꾼 두 천재가 만나면서 역사는 시작됐다. 은행가의 아들로 화가를 꿈꾸는 폴 세잔(1839~1906)과 가난한 토목기사 아버지마저 일찍 여의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에밀 졸라(1840~1902). 어린 시절부터 꿈과 사랑, 좌절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 두 사람은 친구지만 예술에서는 둘도 없는 경쟁자였다. 둘은 서로를 동경하고 아끼는 친구이면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평가를 서슴지 않는 비판적 동지이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은 파리로 올라와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화가와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20세기 예술계를 풍미한 두 사람의 애증을 그리고 있다.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던 에밀(기욤 카네 분)과 부유한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을 받던 세잔(기욤 갈리엔 분)은 완연히 다른 처지만큼 꿈도 달랐다. 세잔은 고향을 떠나 파리에서 화가로 자리잡는 것이 꿈이고 에밀은 궁핍한 파리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밀은 파리에서 소설가로 성공한 반면 세잔은 천재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늘 변방을 떠돌았다.영화는 화가, 소설가로서 창작의 고통보다는 두 사람의 인간적인 관계에 주목한다. 세잔은 과거 에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무명 화가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친구의 성공을 마냥 축하할 수 없었다.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파리로 전학 온 에밀은 세잔의 도움과 보호가 없었다면 ‘왕따’가 되고도 남았다. 물론 세잔이 화가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반대를 물리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 것은 에밀의 권유가 큰 힘이 되었다. 엇갈린 운명은 둘 사이를 갈라 놓는다.세상이 몰라 주는 화가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영화 속에서 그의 재주를 알아보고 물감을 대 주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 탕기(1825∼1894) 영감이 세잔의 그림 중 사과가 있는 부분만 잘라 팔았다면서 동전 몇 닢을 건네주는 장면은 당시 세잔의 비참함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혁명론자를 자처했지만 그림을 통해 상류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던 세잔은 살롱전에 번번이 낙선하고 인상파 화가들 사이에서도 배척당한다. 그를 알아본 또 다른 인물이 ‘인상파의 장로’라고 불리는 피사로(1830~1903)였다. 그는 세잔에게 그림의 본질은 물론 인상파의 원리와 기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세잔은 어렵게 생활했지만 그의 자화상에서 드러나듯 자기 확신을 가지고 플랑드르화풍에 집중하면서 무미건조한 소재의 그림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단단하고 오래가는 그림’을 추구했다. 변하지 않는 그림의 본질, 자연의 본질을 끌어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모든 자연은 “구와 원통, 원뿔로 환원된다”는 새로운 발견으로 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림을 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식의 행위로, 생각의 영역으로 확장한 세잔은 후대에 영향을 끼쳐 피카소(1881~1973), 브라크(1882~1963) 등 입체파(Cubism)로 이어졌다. 세잔을 계승하고 뛰어넘은 후대 화가들에 의해 본격 현대미술의 막이 올랐다. 세잔이 화가로서 확신을 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에밀은 이미 26세에 전업작가로 데뷔했다. 자연주의적인 작품 ‘테레즈 라캥’(1867), ‘마들렌 페라’(1868)를 발표했다. 1868년 ‘루공 마카르’ 총서를 구상해 집필에 들어가 1869년 ‘루공가의 운명’을 시작으로 1893년 ‘파스칼 박사’까지 총 20권을 완성한다. 총서에 포함된 대표작 ‘목로주점’(1877), ‘나나’(1880), ‘제르미날’(1885) 등으로 문단에서 자리를 굳혔다. 에밀을 보며 세잔은 말한다. “나도 자네 글처럼 그리고 싶어.” 1886년 세잔과 에밀의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에밀이 출간한 소설 ‘작품’은 실패한 젊은 화가의 이야기다. 주인공 클로드는 밤낮으로 매달렸던 작품 앞에서 목을 매 죽고 만다. 그의 아들은 병에 걸려 죽고, 아내 또한 아들과 남편을 잃고 정신병을 얻고 만다. 자신을 비극적 주인공의 모델로 이용했다고 생각한 세잔은 에밀에게 “이렇게 훌륭히 추억을 담아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 결별을 선언한다. 당시 세상이 홀대했던 인상주의 화가를 옹호하는 비평을 쓰기도 했던 에밀은 당대 화가들의 경제적, 예술적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세잔을 소재로 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세잔의 상대적 열등감이 자격지심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물론 에밀도 세잔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 도입부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보면 세잔은 에밀을 업신여기고 젠체하는 부잣집 아들 특유의 거들먹거림을 보인다. 또 세잔은 에밀이 성공한 후 그의 집을 방문해 세간을 보며 케케묵은 중세스타일이라고 흉보거나 자신의 애인이자 모델이었던 가브리엘 미레이와 결혼한 사실을 가지고 빈정거려 에밀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 사건은 세잔에게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파리를 떠나 고향에 돌아와 아틀리에를 마련하고 오랫동안 동거해 온 11세 연하의 오르탕스와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엔 이미 16세의 아들까지 있었다. 자산가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많은 유산을 남겨준 덕택에 그는 가족들을 파리에 둔 채 고향에서 그림에 빠져들 수 있었다. 세상과 담을 쌓고 그림만 그렸던 그는 1895년 앙브루아즈 볼라르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대중들은 냉담했지만, 전문가들은 열광했다. 그는 감정이 배제된 절대적인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쉰이 넘어 단순히 대상의 모사가 아니라 ‘아는 사물’과 ‘보이는 사물’을 절충해 질감이 살아 있는 견고한 화면을 완성했다. 그는 실패한 천재가 아니라 늦깎이 천재였던 것이다. 영화는 아쉽게 세잔의 성공 이전에 막을 내린다. 금의환향한 에밀은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인터뷰를 한다. 기자가 묻는다. 당신의 친구 세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 그 친구는 천재입니다. 실패한 천재.” 친구의 귀향 소식에 한달음에 뛰어갔던 세잔은 문밖에서 그 말을 듣고 만다. 제아무리 성공한 위대한 예술가라도 평범한 속 좁은 인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 10분에 핫도그 72개 먹어치운 조이 체스넛 10번째 우승

    10분에 핫도그 72개 먹어치운 조이 체스넛 10번째 우승

    ‘조스’란 무시무시한 별명을 갖고 있는 조이 체스넛(33)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에서 펼쳐진 네이선스 페이모스 핫도그 먹기 대회에서 10번째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0분 동안 무려 72개를 먹어치워 지난해 우승했을 때 70개에서 2개를 늘려 개인 및 대회 최고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미키 수도(31)도 같은 시간 41개를 먹어치워 여자부 4연패에 성공하며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체스넛은 “비밀은 없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이기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내 몸이 얼마나 버티는지 알아야 하고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다. 더 많은 핫도그를 먹어치울 수 있길 바라지만 그러면서도 좋은 느낌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위 카르멘 친코티(24)가 62개를, 3위이자 2015년 대회 우승자 맷 ‘메가토드(왕두꺼비)’ 스토니가 48개로 멀찍이 처졌다. 수도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이전보다 훨씬 좋은 몸 상태로 돌아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의 종전 최고 기록은 2015년과 지난해 작성한 38개였다. 2위 미첼레 레스코(33)가 32개 반을 먹었고, 1972년 뉴욕 코니아일랜드 대회부터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소냐 토머스(50)가 30개로 그 뒤를 이었다. 대회 최고 기록은 토머스가 2012년 작성한 45개다. 다만 수도는 남녀가 따로 경기를 벌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연승을 기록한 토머스를 제치고 대회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을 남겼다. 2011년 전에는 남녀가 함께 대회를 치렀다. 한편 이날 동물보호 단체 등이 대회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5명이 플래카드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체포됐다가 훈방되는 등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동물보호 단체는 대회장 바로 앞에서 식물성 버거 시식 행사를 열기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한달 내내 ‘이소룡’에 빠지다

    한달 내내 ‘이소룡’에 빠지다

    “아~뵤~, 아~죠!” 거울을 보며 괴조음(怪鳥音)을 질러 보거나 폼나게 휘두르던 쌍절곤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던 영화팬이라면 반색할 기회가 마련됐다.1970년대 최고 액션 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세상을 뜬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전설로 추앙받고 있는 리샤오룽(브루스 리·1940~1973)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시대의 아이콘, 이소룡 특별전’에서다.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내에 마련된 중국 영화 전용 실크로드씨어터(12관)에서 오는 31일까지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탄생 77주년, 사망 44주기 기념이다. 하루 종일 리샤오룽 영화만 번갈아 가며 6회차 상영한다. 모두 다섯 편이 준비됐다. 첫 스크린 주연작인 ‘당산대형’(1971)에서부터 리샤오룽을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정무문’(1972), 직접 메가폰까지 잡고 젊은 시절의 척 노리스와 로마 콜로세움 대결을 펼쳤던 ‘맹룡과강’(1972), 트레이드 마크가 된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키 219㎝의 NBA 농구 스타 카림 압둘 자바와 인상적인 격투를 벌였으나 촬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숨지는 바람에 비슷한 외모의 한국 배우(김태정)를 기용해 완성됐던 비운의 유작 ‘사망유희’(1978), 기존 작품에서 사용되지 않은 자투리 필름을 모아 편집된 ‘사망탑’(1980)이 상영된다. 미국 할리우드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한 ‘용쟁호투’(1973)가 상영 목록에서 빠져 아쉽기는 하지만 사실상 전작전(全作展)이나 마찬가지다. 22일에는 ‘이소룡기념사업회’ 주최로 리샤오룽의 삶과 영화를 논하는 세미나가 개최되며 그가 창시한 무술 절권도의 시범 행사가 곁들여진다. 이날부터 29일까지 월드타워 7층 씨네파크에서는 ‘이소룡 전시회’도 열린다. 안태근 기념사업회 회장이 40여년간 전 세계에서 수집한 희귀 서적 및 화보집, 비디오, DVD, 기념품 등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구인난’ 허덕이는 트럼프 행정부… 공직 임명 8%뿐

    트럼프 행정부가 심각한 ‘구인난’에 빠졌다. 러시아 스캔들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장(FBI) 전격 해임 이후 행정부의 핵심 보직 기피 현상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미 비영리기구 ‘공직을 위한 파트너십’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564개)의 68%(384개)는 후보조차 지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까지 임명을 완료한 공직은 46개로 8.6%에 그치고, 후보 지명도 134개 보직에만 이뤄졌다. 아직도 공석이 384개에 이른다. 이는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취임한 이후 같은 기간에 183명을 임명한 것에 25% 수준이다. 후보자가 지명된 134개 보직 중 130명은 현재 인준 절차가 진행 중이고, 4명은 지명되긴 했으나 아직 상원에 인준요청서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데럴 웨스트 미 브루스킹스연구소 거버넌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직 인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백악관이 후보자를 지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싱턴 정가에 ‘고위공직 기피현상’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아웃사이더’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의 수사 본격화와 코미 국장 전격 해임 이후 ‘구인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워싱턴 정가 인물들이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라면서 “특검의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공직 기피’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행정부 주요 직책뿐 아니라 넘버 2인 ‘부장관’ 임명되지 않으면서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행정을 책임질 ‘부장관’조차 없는 주요 부처 장관들은 대통령 만나랴, 업무 챙기랴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를 지지하지 않은 고참 관료들이 부장관 역할을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17세 살인범 김모양의 ‘J’/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17세 살인범 김모양의 ‘J’/진경호 논설위원

    ‘아서’라는 인격이 지배하면 수학, 물리학, 의학을 전문가 수준으로 뽐낸다. ‘레이건’일 때는 크로아티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1970년대 중반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다중인격 범죄자 빌리 밀리건(1955~2014) 얘기다. 영화 ‘23 아이덴티티’의 실제 모델인 밀리건은 무려 24개의 ‘자아’를 지닌 인물이었다. 이 ‘자아’들 가운데는 22세의 영국인 ‘아서’ 말고도 18살짜리 사기꾼 ‘앨런’, 브루클린 출신 폭력배 ‘필립’도 있다. ‘숀’은 4살짜리 귀머거리고, ‘아달라나’라는 19살 동성애자 여성은 밀리건이 여대생 3명을 성폭행할 때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자아’였다. 강간 등의 혐의로 체포된 밀리건의 다중인격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앞다퉈 튀어나와 주위를 놀라게 했고, 이후 숱한 정신감정이 이어진 끝에 그가 ‘해리성 분열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면서 그는 무죄로 풀려났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17세 소녀 김모양이 최근 재판에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언급했다. 지난달 26일 첫 재판에서 “내 속에 나 말고 ‘J’라는 인격체가 있다. 이 J를 친구(박모양)가 자꾸 일깨웠고, J가 아이를 죽이라고 시켰다”고 주장한 것이다. 경찰은 일단 김양의 주장을 형을 감면받으려는 거짓 진술로 보는 듯하다. 다만 김양이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을 가능성은 크다는 판단이다. 김양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인육을 먹는 등의 잔혹한 내용을 담은 미국 드라마를 즐겨 봤고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인체해부도를 직접 따라 그리기도 했다는 증언도 속속 등장하는 모양이다. 김양의 다중인격 여부는 좀더 면밀한 검사로 실체가 가려지겠으나 정작 안타까운 건 김양 어머니가 했다는 말이다. “우리 딸은 그런 아이가 아니다. 친구를 잘못 만난 것 같다.” 자식의 비행을 접하는 대다수 부모의 대표적인 첫 반응으로, “그만큼 자식을 몰랐다는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양만 해도 오랜 시간 SNS상에서 ‘인육파티’에 몰입해 있었다는데 이를 부모가 알았을 법하지 않다. 어쩌면 김양 머릿속 ‘J’의 실체는 ‘결핍’이 아닐까 싶다. 사춘기 세세한 마음앓이를 챙겨 주지 못하는 바쁜 부모, 조금만 다른 듯해도 ‘왕따’부터 시키고 보는 학교 친구들 속에서 김양은 관심과 애정의 결핍을 ‘J’라는 가공의 자아로 메웠는지 모른다. 인천 초등생을 살해한 ‘범인’은 생각보다 훨씬 많을 듯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1004달러

    [정찬주의 산중일기] 1004달러

    소록도로 가려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다. 김밥은 안사람이 아침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소록도는 승용차로 내 산방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이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상예보를 보니 비 소식이 있어 마음이 좀 급해진다.가뭄 끝이므로 논밭의 작물들에는 감로수이리라. 며칠 전부터 텃밭에 물을 주곤 했던 얼치기 농사꾼인 나의 수고도 덜어질 것이다. 조금 전에도 텃밭을 다녀왔지만 시들시들하던 고추와 가지, 아욱 등이 응급 치료를 받은 환자처럼 이제는 조금 풋풋해진 듯하다.소록도는 한센인과 성직자,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이 살고 있는 섬이다. ‘작은 사슴 섬’인 소록도는 내 산방과 지척에 있으니 그분들이야말로 이웃사촌인 셈이다. 한센인에게 43년간 봉사하고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느 스퇴거(83)와 마가렛 피사렛(82) 두 분은 이 지상에 잠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싶다. 20대 후반의 꽃다운 나이에 자원봉사자 간호사로 와서 70세가 넘어 떠날 때 두 분이 남긴 말은 단 한마디였다. ‘헤어지는 아픔을 줄까 봐 말없이 떠납니다.’ 문득 재작년 가을이 떠오른다. 오스트리아 ‘코닉 추기경 하우스’로 강연하러 갔을 때, 나를 초청한 분에게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뵈려고 하니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안사람이 빈의 ‘암파크 갤러리’에서 도예 초대전 중이었으므로 두 분에게 도자기를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알프스 밑의 인스브루크에 사는 두 분과 연락은 닿았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마가렛은 치매 치료 중이었고, 마리안느는 나서기를 꺼렸기 때문이었다. 두 분은 수녀가 아니므로 수녀원 생활을 못한 채 친척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은 희소식이 들렸다. 고흥군에서 두 분에게 매월 1004달러씩 노후생활 안정자금으로 지원한다는 소식이었다. 2026년 10월까지 10년간 지원한다고 해서 혼자 손뼉을 쳤다. 1004달러에다 고흥 군민의 따뜻한 마음까지 보태졌을 것을 생각하니 고흥 가는 길이 행복하기만 하다. 녹동항까지 뻥 뚫린 외길 곳곳에 고흥을 자랑하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 ‘우주항공 중심도시 고흥’. 바다를 배경으로 한 승경(勝景)과 나로도의 우주센터를 홍보하려고 내건 광고판일 것이다. 소록대교를 건넌 뒤 주차장을 지나자마자 왼편의 언덕 위에 두 분이 살았던 단층 벽돌집이 보인다. 과묵한 낙락장송들이 묵상 중이다. 소록도 본당 신도이자 ‘마리안느, 마가렛 사택’ 관리자인 서(徐)스텔라님이 현관문을 열어 준다. 신발장 위에 두 분께서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주워 온 소라고둥, 조개껍데기, 조약돌들이 있다. 작은 거실은 외국인이 사용했던 공간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벽에는 매화나무가 그려진 한국화와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라고 쓴 액자가 걸려 있다. 더구나 두 분이 남기고 간 카세트와 테이프들이 있기에 아무 곡이라도 듣고 싶어 하자 서스텔라님이 테이프 하나를 빼서 틀어 주는데 국악 명상 음악이다. 내가 놀라자 “저는 1981년부터 뵀는데 마리안느 큰할매는 육자배기를 좋아하셨어요. 저 액자는 마가렛 작은할매가 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수녀님한테 선물받은 거고요”라고 알려 준다. 두 분의 침실은 각각 3평 정도다. 마리안느 방의 유리창으로는 낙락장송이 보이고, 마가렛의 창호에는 하심(下心)과 사랑이란 글씨가 붙어 있다. 천등산 금탑사 비구니 스님들이 왕래하면서 한 스님이 써 준 글씨라고 한다. 두 분이 살았던 집은 현재 헌신과 봉사의 삶을 기려 등록문화재 제660호로 지정돼 있고, ‘마리안느, 마가렛 사택’이라는 패가 붙어 있다. 그러나 나는 ‘천사의 집’이라 부르고 싶다. 천사는 구름 위가 아니라 지상에 있어야 한다고 갈망해서다. 어제 비가 내렸는지 땅은 촉촉하나 하늘은 푸르다. 오스트리아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비 갠 뒤 해가 나자 어느 파란 눈의 수녀분이 ‘천사가 소풍 가는 날’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두 분이 후원받아 지은 숲속의 결핵 병동과 호젓한 치유 숲길로 언젠가는 두 분의 맑은 영혼이 소풍 올 것만 같다.
  • 놀이기구 타는 브루스 윌리스 ‘딸, 아빠 머리는 좀’

    놀이기구 타는 브루스 윌리스 ‘딸, 아빠 머리는 좀’

    할리우드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62)가 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을 방문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국 일간 미러닷컴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최근 브루스 윌리스 가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브루스 윌리스는 아내 엠마 헤밍(39)과 네 딸 스카우트와 탈룰라, 마벨, 그리고 에블린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며 여가를 즐겼다. ‘스플래시 마운틴’이라는 이름의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이 담긴 사진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영화 속에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던 모습과 달리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이어진 장면에서 놀이기구가 낙하할 때 브루스 윌리스는 무서운지 눈을 질끈 감고 있으며, 그런 그의 뒤에 탄 딸 탈룰라는 그만 아빠의 머리를 붙잡고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브루스 윌리스 가족은 이날 이밖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잇츠 어 스몰 월드, 피터 팬 라이즈 등의 놀이기구를 즐겼다. 사진=미러닷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지구에 출몰한 정체불명의 비행물체…‘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런칭 영상

    지구에 출몰한 정체불명의 비행물체…‘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런칭 영상

    블리자드 코리아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런칭 영상이 화제다. ‘WE ARE UNDER ATTACK’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1분 50초 분량의 영상에는 평화로운 지구에 캐리어, 가디언, 배틀크루저 등이 날아오자 당황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특히 이 영상의 배경은 대부분 한국을 배경으로 해 눈길을 끈다.한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실시간 전략(RTS) 게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오는 8월 15일(한국 시간 기준) 전 세계에 정식 출시한다고 30일 발표했다. 가격은 1만6천500원으로 책정됐다. 회사 측은 또한 전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7월 30일부터 블리자드 가맹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한발 앞서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기존 ‘스타크래프트’의 그래픽과 해상도를 최신 환경에 맞게 개선하면서도 플레이 환경은 그대로 유지한 신작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이용자들은 기존의 ‘스타크래프트’ 및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를 보유한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진·영상=BLIZZARDKOREA/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봅슬레이 겸 스프린터 피어런, 런던세계선수권 티켓 거머쥘까

    봅슬레이 겸 스프린터 피어런, 런던세계선수권 티켓 거머쥘까

    조엘 피어런(28)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5위를 차지했던 영국 대표팀의 브레이크맨이었다. 오래 전부터 봅슬레이와 육상을 겸업해왔다. 피어런이 1일 버밍엄의 알렉산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8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영국 대표 선발전 남자 100m 우승에 도전한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육상에서는 하도 부상에 시달리고 돈도 궁해서 그는 봅슬레이에 전념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그에게 다시 육상 선수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영국 대표들이 벨루 호리존치에 차린 리우올림픽 전지훈련 캠프에 참가하느라 빠진 영국선수권대회에서 그는 영국 선수로는 사상 세 번째 빠른 기록을 작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몸이 괜찮긴 했지만 서브텐(sub10)이라고요? 나같은 놈에게 가능한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라고 소감을 밝힐 정도였다. 역대 영국 선수로는 린포드 크리스티가 9초87로 가장 빨랐고 제임스 다사올루가 9초91, 그 아래 피어런과 C J 우자가 나란히 9초96, 드웨인 챔버스와 애덤 제밀리가 9초97을 기록했다. 리우올림픽 남자 100m에 출전한 영국 선수는 우자와 제임스 엘링턴, 다사올루였다. 그는 대표 선발전이 모두 마무리된 뒤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었다. 당시 그는 동계스포츠를 스프린터의 꿈을 키우기 위한 발판으로 여겼다. 낮에는 택배 기사를 하고 밤에는 식당에 나가 접시를 닦았다. 영국 선수권 출전 전날 밤에도 아내가 깨워 그는 한밤 중에 접시를 닦으러 나가야 했다. 본인은 미심쩍어했지만 아내와 코치가 그에게 육상 선수로만 활동할 것을 권했다. 올해 영국에서 가장 빨랐던 선수는 네다니엘 미첼-블레이크로 9초99, 우자가 10초02, 제밀리가 10초08, 리스 프레스코드가 10초09로 그의 최고 기록보다 모두 뒤처졌다. 우연히 들른 교회에서 자신이 늘 스프린터로 인정받으려고 애써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진짜 돌파구였다.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난 2월에도 그는 여전히 얼음 위에 있었다. 독일에서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2인승에 브루스 태스커와 함께 뛰어 9위를 차지했다. 그 뒤 네 차례 100m 기록을 남겼는데 가장 좋은 기록이 바람의 도움을 얻어 기록한 10초23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표선발전 상위 2위 안에 들어 런던세계선수권 출발선에 설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스스로를 진짜 믿어야 하고 한계까지 밀어붙여 어떻게든 여기서 끝을 봐야 한다. 조국의 깃발을 걸기 위해 모든 기회를 살려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영국 대표 선발전 남자 100m 예선은 한국시간으로 밤 9시 25분, 준결선은 2일 0시 35분, 오전 2시 20분에 열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美뉴욕 지하철 손잡이서 큰 뱀이 ‘스르륵’

    美뉴욕 지하철 손잡이서 큰 뱀이 ‘스르륵’

    미국 뉴욕의 지하철을 타면 쥐 뿐 아니라 뱀, 라쿤 구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NBC뉴스 등 현지언론은 지하철 전동차 내 안전봉과 손잡이를 기어다니는 거대한 뱀의 모습을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지난 16일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올라온 이 영상은 뉴욕의 브루클린과 맨해튼 사이를 연결하는 지하철 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현재까지 13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영상에는 전동차 내 손잡이 부근을 기어다니는 커다란 뱀의 모습이 담겨 있어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커다란 소동이 일어났을 법한 상황이다. 영상을 촬영한 후안 게레로는 "승객 중 누군가 ‘지하철에 뱀이 있다’고 외쳤다"면서 "옆 쪽을 보니 거대한 뱀이 손잡이 위를 기어다녀 깜짝 놀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다면 이 뱀은 어떻게 지하철을 타게된 것일까? 게레로는 "뱀 옆으로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주인으로 보였다"면서 "뱀에게 뽀뽀하기도 했으며 다행히 승객들이 많지 않아 큰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얼마 전 뉴욕 지하철에 한 승객이 라쿤을 데리고 탑승해 화제가 된 바 있다"면서 "뉴욕 시민은 뱀과 라쿤이 옆에 있어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MLB] 인생 역전 홈런

    [MLB] 인생 역전 홈런

    콜로라도전 127m 솔로 아치 홈런 포함 2타점…경기 MVP 피츠버그 원정 합류·3루수 ‘찜’ 동갑내기 ‘절친’ 황재균(샌프란시스코)과 류현진(LA 다저스·이상 30)이 나란히 한날 나서 잘 때리고 잘 던졌다. 황재균은 29일 AT&T 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콜로라도와의 홈 경기에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날 황재균의 임팩트는 드러난 기록보다 강했다. MLB 첫 타점과 첫 홈런, 첫 수훈 선수가 되기까지 단 한 경기면 충분했다. 등번호 1번을 달고 한국인 21번째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그는 홈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팀엔 시리즈 스윕을 선물했다.첫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난 황재균은 4회말 1사 1, 3루에서 투수 강습타구로 데뷔 첫 타점을 올렸다. 이어 3-3으로 맞선 6회 2사 후 세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90마일(145㎞)짜리 3구째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는 대형 솔로 아치(비거리 127m)를 그렸다. 팀의 5-3 승리를 견인한 시원한 결승포다. 대포를 직감한 듯 황재균은 방망이를 던지지 않고 차분하게 궤적을 좇은 뒤 조용히 내려놓았다. 한국 선수가 MLB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린 것은 처음이다. 샌프란시스코의 135년 구단 역사에서는 17번째다. 황재균은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서 미국에 왔는데 이뤄져 꿈만 같다”고 말했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클러치 히터로, MLB 데뷔전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황재균이 이곳에 오기 위해 한국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고 있다. 마침내 꿈을 이뤘고, 엄청난 홈런도 때려냈다”고 칭찬했다. 이어 “황재균 때문에 새 고민에 빠졌다. 피츠버그 원정에 함께 간다. 복귀한 에두아르두 누네스 대신 3루수로 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영웅을 환영한다-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첫 안타는 결승 홈런’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을 걸었다. 류현진은 이날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2이닝을 7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삼진은 올 시즌 최다인 8개나 낚았고 볼넷은 단 1개만 허용했다. 류현진은 0-2로 뒤진 6회말 마운드를 넘겨 패전 위기에 몰렸으나 후속 공격 때 동점을 이뤄 벗어났다. 하지만 팀은 단 4안타에 그친 무기력한 타선 탓에 2-3으로 졌다. 류현진은 4승(3승6패) 달성에 실패했지만 평균자책점을 4.30에서 4.21로 낮췄다. 류현진은 딱 한 방에 아쉬움을 묻었다. MLB 대표 거포 앨버트 푸홀스(통산 602홈런)를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4회 타구에 왼발을 맞으면서도 눈부신 역투로 시즌 첫 무실점 승리까지 점쳐졌다. 85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93.1마일(150㎞)을 찍었고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스크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제구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6회 2사까지 잡고도 안드렐톤 시몬스에게 어정쩡한 높은 커브를 구사하다 좌중월 2점포(시즌 15번째 피홈런)를 내줬다. 시몬스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네덜란드 대표로 나서 한국과의 1라운드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린 강타자다. 이후 집중력을 잃은 류현진은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초반부터 잘 제구됐다. (홈런 맞은) 공 한 개만 아니었으면 가장 좋은 피칭이지 싶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타구에 맞은 왼쪽 발 상태에 대해서는 “오늘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했다. 조금 아픈 느낌이지만 내일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MLB.com은 “류현진이 시몬스에게 홈런을 맞기 전까지 에인절스 타선을 침묵시켰다”면서 “시몬스의 홈런으로 류현진의 커리어하이인 에인절스전 21이닝 연속 무실점이 깨졌다”고 전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빅리거 황재균, 꿈★은 이루어졌다

    빅리거 황재균, 꿈★은 이루어졌다

    새달 옵트아웃 행사 앞두고 주전 부상에 메이저 기회 잡아 강호 콜로라도전 3루수 데뷔 역대 21번째 코리안 빅리거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드디어 빅리그에 입성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사이트인 MLB닷컴은 ‘황재균, 팀 합류를 위해 메이저리그로 향했다’는 기사에서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이날 내야수 황재균의 계약을 공식적으로 사들였다”고 2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황재균처럼 마이너리그 계약만 가진 선수를 메이저리그팀이 불러들일 땐 그 계약을 사들인다(purchase)는 표현을 쓴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국내 구단들의 거액 제의를 뿌리치고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땐 150만 달러(약 17억 1600만원)를 받는 조건이었다. 물론 전액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한 기간에 해당하는 돈을 받게 된다. 마이너리그 기간이 길어지고 엇비슷한 성적을 낸 선수들이 차례로 빅리그로 승격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친 황재균은 결국 7월 2일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옵트아웃 옵션을 행사해 국내 유턴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샌프란시스코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렸다. 결국 마지막 순간 행운이 찾아왔다. 백업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의 허리 부상이 재발하면서 기회를 맞았다. 주전 3루수 에두아르두 누네스의 부상과 최근 콜업된 내야수 라이더 존스의 13타수 무안타 부진도 호재였다. MLB닷컴은 “황재균은 크리스티안 아로요, 라이더 존스(이상 내야수), 오스틴 슬레이터(외야수), 카일 크릭(투수)에 이어 트리플A에서 빅리그로 승격된 다섯 번째 선수”라고 설명했다. 황재균은 올 시즌 트리플A에서 주 포지션인 3루수 외에도 1루수, 좌익수를 소화하며 타율 .287에 출루율 .333, 장타율 .476, 7홈런, 44타점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29일 홈인 AT&T 파크에서 콜로라도와 경기를 치른다. 상대 선발은 좌완 카일 프리랜드다. 브루스 보치 감독이 황재균을 3루수로 선발 출전시킬 계획이라는 보도에 비춰 역대 21번째 코리안 빅리거를 지켜볼 수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황재균 메이저리그 입성…29일 3루수 선발 출전 확정

    황재균 메이저리그 입성…29일 3루수 선발 출전 확정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29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 전으로 확정됐다. 역대 21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되는 황재균은 주 포지션인 3루수로 선발 출전한다.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28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황재균은 내일 3루수로 선발 출전한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인 ‘머큐리뉴스’의 앤드루 배걸리 기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황재균은 29일자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라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머큐리뉴스는 “황재균의 파워는 아론 힐의 양도 지명으로 우타자가 부족한 팀에 흥미를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재균이 오는 29일 상대해야 할 투수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다. 황재균은 이번 시즌 자이언츠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에서 좌완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27 2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다. 한편 황재균은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68경기에 출전해 73안타(7홈런) 44타점 3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10 타율 0.287를 기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3대3 프로리그 ‘빅3’ 점프볼

    첫 경기 1만5000명 몰려 인기 미국 최초의 3대3 농구 프로리그인 ‘빅3’가 지난 26일 첫 경기를 치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정상의 농구 리그인 미국프로농구(NBA)를 보유한 미국이 3대3 농구로도 눈길을 돌린 것이다. 최근 2020 도쿄올림픽에 3대3 농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프로리그까지 탄생하면서 국제농구연맹(FIBA)의 붐업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동호회 수준에 그치는 한국 3대3 농구도 리그를 만들어 선수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3’는 래퍼이자 영화배우인 아이스 큐브(48)가 NBA 출신 선수들을 규합해 출범시킨 리그다. 일본에서는 ‘3X3 프리미어 EXE’가 세미프로리그로 운영되고 있어 프로로선 세계 최초라고 해도 좋다. 아직 초기 단계인지라 8개팀만이 출전하고 TV 중계도 경기 다음날인 27일에야 이뤄진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3’ 리그는 팀당 3명씩 모두 6명이 반코트에서 경기를 펼치도록 하고 있다. 한 팀이 먼저 30점을 올리면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 이후 상대 팀에 2점 넘게 앞선 상태에서 60점 이상을 먼저 넣는 팀이 승리한다. 특정 지점에서 슛을 넣으면 4점이 올라가고, 거친 몸싸움을 지향하기 때문에 파울 아웃 제도도 없다. 공격 제한시간은 14초다.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첫 경기는 옛 NBA 스타들을 보려는 관중 1만 5177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앨런 아이버슨(42), 라샤드 루이스(38), 제이슨 윌리엄스(42) 등 추억의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이버슨이 9분만 뛰고, 윌리엄스가 경기 중 무릎을 다치는 등 30~40대에 접어든 선수들의 부상이 잇따르고 경기력도 예전만 못했지만 그들을 코트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띤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8개팀은 10주간 정규시즌을 진행한 뒤 8월 2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챔피언 결정전을 치를 예정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스포츠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스포츠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프로리그가 생김에 따라 3대3 농구에 대해서도 이제는 단순히 동호인 스포츠가 아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접근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는 스타 선수가 많은데 이들이 계속 출전한다면 엄청난 파급력이 있을 것 같다”며 “현재 한국은 3대3 농구 프로리그가 출범하기에는 준비가 너무 안 돼 있지만 5대5 농구와 별개의 프로리그를 만들어 지속할 역량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MLB] 워싱턴 광팬의 부음 “꽃 대신 불펜 기금에 기부해달라”

    [MLB] 워싱턴 광팬의 부음 “꽃 대신 불펜 기금에 기부해달라”

    “킬브루 패트릭, (야구팬 사이에 유명한) ‘팻’이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집에서 워싱턴 내셔널스 구원투수진이 또다시 승리를 날리는 것을 중계로 지켜본 다음 편안히 눈을 감았습니다.” 미국 지역 일간 리치먼드 타임스-디스패치는 이렇게 시작하는 워싱턴의 광팬 킬브루 유족들의 부고를 전날 게재했다고 AP통신이 26일 전했다. 고인은 지난 19일 워싱턴이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미국프로야구(MLB) 경기 3회초까지 6점 앞서다 구원진 난조로 7-8로 역전패한 뒤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아들 제이크(25)는 자신과 어머니 레이첼이 고인을 위해 이렇게 부음을 띄우는 것이 해야할 일이라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또 고인도 좋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이크 모자는 한발 나아가 갑작스럽게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하는 팬들이라면 “꽃을 보내는 대신 내셔널스 불펜 기금에 기부해달라”고 촉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한편 이 신문은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소유한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 2012년 63개 지역신문사들을 한꺼번에 사들였을 때 대표적으로 꼽혔던 매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10대 프로축구 골키퍼, 강슛 막아낸 뒤 숨져

    10대 프로축구 골키퍼, 강슛 막아낸 뒤 숨져

    경기 중 강한 슛을 막아낸 골키퍼가 그 자리에서 숨지는, 충격적인 사고가 남미 파라과이에서 벌어졌다. 파라과이 축구협회가 주관한 공식 경기였지만 경기장엔 의료진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축구협회와 클럽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불행한 사고는 최근 알폰소콜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라과이 2부 리그 경기에서 일어났다. 스포트 콜롬비아와 세로 코라가 맞붙은 이 경기에서 스포트 콜롬비아는 17살 어린 나이지만 발군의 기량으로 일찌감치 재목으로 꼽혀온 브루노 카녜테를 골키로 세웠다. 하지만 10대 골키퍼에겐 이게 생애 마지막 경기가 됐다. 이날 경기에서 카녜테는 강슛을 가슴으로 막아냈다. 공은 가슴을 때리고 튕겨 나갔지만 카녜테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카녜테는 잠시 후 몸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바로 푹 쓰러졌다. 당연히 의료진이 뛰어갔어야 하지만 경기장엔 들것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긴급상황에 대응할 의사도 배치되지 않았다. 골키퍼가 쓰러지는 걸 보고 부리나케 달려간 건 스포트 콜롬비아의 감독 알렉스 킨타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인공호흡까지 시도하면서 카녜테는 숨을 쉬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관중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약 30분 뒤 뒤늦게 도착한 앰뷸런스에 실려 카녜테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끝내 숨지고 말았다. 카녜테를 살리려 애를 쓴 감독 킨타나는 통곡했다. 킨타나 감독은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클럽이 의료진을 배치하지 않아 선수를 죽인 것과 다를 게 없다”면서 “스포트 콜롬비아는 정말 최악의 클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런 클럽이라면 더 이상 지도자로 남고 싶지도 않다. 해고한다면 바로 쫓겨나겠다”면서 “내 품에서 눈을 감은 카녜테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파라과이 축구협회가 주관한 2부 리그 공식경기였다. 현지 언론은 “축구협회도 비판을 피해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망한 10대 선수를 잃은 축구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NFL] 성정체성 숨기기에 맞춤? “놀릴까봐 ‘극단’ 계획했다“

    [NFL] 성정체성 숨기기에 맞춤? “놀릴까봐 ‘극단’ 계획했다“

    “게이라고 놀릴까봐 극단적인 선택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까지 짠 일이 있답니다.” 거친 짐승들의 세계로 여겨지는 미국프로풋볼(NFL)은 의외로 성정체성을 숨기기에 맞춤한 곳이라고 여기는 동성애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캔자스시티 칩스의 라인맨이었던 라이언 오캘러헌(33)이 NFL 선수 출신으로는 일곱 번째 커밍아웃을 했다고 영국 BBC가 22일 전했다. 그는 스포츠에서의 성소수자(LGBT) 문제를 주로 다루는 미국 웹사이트 매체 ‘아웃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단과 리그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성정체성을 숨겨왔으며 심지어 캔자스시티 집 근처에 오두막을 짓고 총기들을 구입해 비밀을 무덤으로 가져갈 계획을 짰다고 털어놓았다. 201㎝ 149㎏의 우람한 몸집의 그는 “누구도 커다란 덩치의 풋볼 선수가 게이라고 짐작하지는 않더라”며 “풋볼팀은 성정체성을 숨기는 데 맞춤한 곳”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북쪽의 보수적인 동네에 있는 고교를 다닐 때 성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운동을 하며 진통제 중독에 빠졌는데 “몸의 통증을 줄이는 것뿐만아니라 게이로서 사는 것의 고통마저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며 “비코딘을 먹으면 게이로서 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또 NFL 경력이 시들자 가족을 멀리하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자살을 가족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고 했다. 어느날 스콧 피올리 캔자스시티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해 “전 게이입니다”라고 고백하자 피올리 감독은 “그래서 네가 나한테 얘기하고자 하는 게 뭔데?”라고 되물었다고 덧붙였다. 2011년 은퇴한 오캘러헌은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커다란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게이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많은데 나같은 사람이 얘기를 공유하고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에서는 커밍아웃을 하는 사례가 드물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2013년 제이슨 콜린스가 최초의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 역시 다음 시즌 브루클린 네츠로 이적한 뒤 시즌을 마치고 바로 은퇴했다. 커밍아웃을 한 뒤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가 미국의 메이저 종목에서도 녹록치 않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美웜비어 사망] 분노하는 美 “김정은이 죽였다… 北 반드시 책임 물을 것”

    [美웜비어 사망] 분노하는 美 “김정은이 죽였다… 北 반드시 책임 물을 것”

    웜비어 가족 “北 고문 탓” 성명 美 “北 문제가 최우선 의제”혼수상태로 북한에서 석방된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22)의 사망 소식에 미 전역이 슬픔과 분노에 빠졌다. 특히 건강했던 청년을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한 북한 당국에 분노의 화살이 집중되면서 북·미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웜비어 가족들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웜비어가 이날 오후 3시 20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족들은 성명에서 “웜비어가 집으로의 여행을 완전히 끝냈다고 발표하는 것은 우리의 슬픈 의무”라면서 “아들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는 어떠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없도록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미 간 대화채널 가동으로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온 웜비어는 결국 병원에 입원한 지 엿새 만에 공식 사망선고를 받았다.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애도와 북한을 향한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미국은 웜비어의 부당한 감금과 관련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불법 구금된 나머지 미국인 3명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공화당 소속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내 “미국 시민인 웜비어는 김정은 정권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은 적대 정권에 의한 자국 시민의 살해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도 웜비어 사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면서 북·미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여러 명의 미국인 가운데 혼수상태로 귀국한 것은 웜비어가 처음”이라면서 “그의 죽음은 이미 긴장 상태에 있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대북전문가는 이날 CNN에서 “그 무엇보다도 웜비어의 사망이 더 큰 행동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외교안보대화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유예한다는 합의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분명히 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21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중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국무·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이번 대화에 참여하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에게 이 같은 요구를 직접 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는 설명했다. 한편 웜비어의 사망으로 그동안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제기된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애덤 시프 하원의원(민주) 등은 지난달 관광 목적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그 외의 방문객에 대해서는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여행통제법’을 발의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4일 하원 외교위에서 “북한에 일종의 여행비자 제한 조치를 취할지를 검토해 왔다”며 행정명령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방에서 북한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5000명 수준이며 이 가운데 1000여명이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웜비어의 사망으로 북한 전문 여행사들에 전화나 이메일로 북한 관광이 안전한지를 묻는 사람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예약 취소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드-한·미연합훈련’… 한·미회담 진통 예고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 재점화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및 미 전략자산 축소 등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한·미 간 주요 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실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문 특보가 방미 중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을 감축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한·미의 군사적 준비 태세를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생각 자체가 좋지 않다”면서 “과거의 실패한 ‘햇볕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다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묘한 갈등이 예견된다”고 전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및 한·미 동맹 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문 특보의 발언은 사드 배치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한·미 동맹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정책 실장의 사드 배치 ‘확인’ 발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격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가 뒤늦게 전해져 문 특보 발언과 더불어 양국 간 긴장에 기름을 부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회의에서 한국 내 사드 배치 논란 재점화에 대해 전해 듣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 당국자는 “즉흥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알려졌다”면서 “이런 백악관의 분위기가 전달돼 하루 뒤 청와대에서 사드 배치 확인 발표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을 앞둔 단순한 ‘외교 신경전’이란 시각도 있다. 문 특보의 거침없는 발언에 미 정부가 ‘트럼프의 격노’로 반격을 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한국이 문 특보의 발언으로 예상치 못한 공격에 나서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격노로 맞받은 형국”이라면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양국의 우려와 오해를 푸는 건설적인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우리카드 직원들은 왜 미술관으로 출근할까

    우리카드 직원들은 왜 미술관으로 출근할까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은 직원들과 매주 서울 종로구 일대 170여개의 미술관과 화랑을 찾아다닌다. 미술 작품이나 사진, 전통 공예품들과 전시 방법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도슨트(박물관이나 전시회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인)의 설명을 듣기도 하고 직원들과 의견을 나눈다. 전시회를 둘러보며 최근 트렌드를 익히고 새로운 기획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신기술금융의 1호 사업으로 문화·전시 사업 투자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열린 ‘브루클린 박물관 소장 이집트 보물전’에 투자했다. 지난 4월 끝난 이 전시회에는 34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우리카드는 하반기 두 번째 미술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업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최근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나서고 있다. 전시회부터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분야도 다양하다. 카드사와 벤처 업계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신기술 금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신기술금융은 벤처캐피탈처럼 새로운 기술력과 콘텐츠를 보유한 소규모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나 대출 등을 통해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다. 카드사 중에서는 신한·현대·우리·롯데·BC 등 5개 회사가 신기술금융업을 겸업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4차 산업 분야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올해 초 20여개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다. 자산관리 전문기업 ‘파운트’, 중고차 매매 플랫폼 ‘차투차’, 지불결제 사업자 ‘TMX코리아’ 등 3개 업체에는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향후 4차 산업과 연계해 전기차나 AI 등 유망 분야를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이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신한카드의 새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신기술에 대한 경험도 역량도 부족한 것이 카드사들의 한계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이 떨어지고 있고 카드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여서 회사마다 새 사업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손실 위험이 큰 데 비해 카드사들의 투자 역량이 부족해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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