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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악덕 성형 브로커 놔둬서는 의료한류 물 건너간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성형수술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 불법 브로커 100여명이 또 무더기로 붙잡혔다. 어떤 브로커는 수술비를 10배 넘게 부풀렸다. 이들이 챙긴 수수료는 지금까지 확인된 액수만 24억원이 넘었다. 부풀린 수수료를 등쳐 먹는 브로커와 조직적으로 연계한 ‘사무장 병원’도 있었다. 의사 명의를 빌려 서울 강남에 성형외과를 개업한 전직 조폭은 고용 의사까지 두고 브로커에게 소개받은 고객을 시술해 왔다. 2009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당국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가 있다. 이후 외국인 환자 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25만명이 다녀갔다. 그중 미용성형 시술을 받은 중국인은 5만 6000여명이나 된다. 우리의 의료 수준이 뛰어나다는 인식과 한류 붐이 맞물려 중국인들을 집중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문제는 우후죽순 번지는 불법 브로커들이다. 미등록 브로커들이 서울의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서 판을 친다. 여행 가이드, 대학 조교수, 중국인 유학생 등 멀쩡한 직업의 브로커들한테 현지인들이 ‘봉’이 되고 있다. 의료 관광객이 늘면 성형외과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사정은 딴판이다. 브로커들이 최고 90%의 수수료를 먹는 관행이 번지자 성형외과들이 오히려 당국에 불법 브로커 단속을 호소한다. 브로커 성형의 폐단은 꾸준히 터지고 있다. 올 초에는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중국인 여성이 브로커를 통해 한꺼번에 여러 부위의 미용 수술을 받다 뇌사에 빠졌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외국인들이 브로커들에게 주머니를 털리지 않도록 국내 미용성형의 적정 수술비를 공개해 가이드라인으로 삼게 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마는 한국이 바가지 의료비 천국임을 스스로 천명한 꼴이다. 이래서야 의료 한류는 얼마 못 가 사망 선고를 받을 게 뻔하다. 턱없는 바가지 의료 실태를 실시간 뉴스로 지켜보는 중국인들이 언제까지나 ‘호갱’이 돼 줄 리가 없다. 메르스 사태로 가뜩이나 의료 선진국의 이미지가 먹칠된 상황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성형수술비 부가세 환급을 하나의 방책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수술비를 신고하면 의료비를 뻥튀기한 불법 알선 행태가 상당 부분 드러날 수 있다. 강남의 성형외과 골목이 당장은 파리를 날리더라도 불법 브로커들을 철저히 뿌리뽑아야 한다. 그래야 의료 한류가 계속 살 수 있다.
  • 가이드·유학생·박사 ‘탈’ 쓴 中성형브로커

    국내 성형외과에 손님을 알선해 주고 구전을 뜯어 온 중국인 장모(36·여)씨는 이른바 ‘성형 브로커’ 연합회의 회장이었다. 장씨는 매년 여러 차례 중국 고급 휴양시설에서 성형 박람회를 열고, 브로커들과 수수료 지급 계약을 맺은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들을 연결해 줬다. 수술비는 실제 비용의 5~10배 부풀려 말했다. 거액의 수수료를 챙겨 온 장씨는 지난해 3월 한국으로 진출했다. 장씨는 국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던 귀화 한국인 곽모(41·중국 출신)씨와 손잡고 인천에 의사 명의만 빌린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차렸다. 곽씨는 병원 운영을 맡았고 장씨는 자본금을 대며 병원 대주주가 돼 지난 1년여간 8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이철희)는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를 모집해 국내 성형외과에 소개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불법 브로커 106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7명을 구속 기소하고 9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이 받은 것으로 확인된 수수료 금액만 24억 1500만원에 이른다. 검찰은 사무장 병원을 운영해 온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명의를 빌려준 의사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장씨는 중국 현지 성형 브로커가 국내에 들어와 병원을 설립했다가 검찰에 적발된 첫 번째 사례다. 적발된 장씨 등 브로커 106명은 외국인 환자 유치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수술비의 30∼60%를 수수료로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올 1월 중국인 여성이 성형수술 도중 뇌사 상태에 빠지는 등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자 불법 성형 브로커의 연결고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브로커 중 대다수는 중국인이거나 중국 동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 관광객 대상 여행 가이드 외에 한국에 유학온 중국인 석·박사 과정 학생들도 있었다. 국내 유명 사립대의 조교수로 재직 중인 베트남인도 있었다. 불법 브로커들은 중국 현지의 유흥주점과 미용실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한국에서의 성형수술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인들을 호객하는 수법을 썼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도 호객 행위에 활용됐다. 이들은 힘을 모아 중국 현지에서 성형 박람회를 열어 병원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검찰은 “불법 브로커뿐만 아니라 당국에 등록된 외국인 환자 유치 업체들도 중개 수수료 상한선이 없다 보니 유치 내역을 허위로 신고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中 중산층도 원정출산 합류… 칼 빼든 美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 호화 주택가에 위치한 ‘출산 호텔’. 자녀에게 미국 국적을 만들어 주기 위해 원정출산을 시도한 중국인 산모가 임신 5~6개월부터 출산할 때까지 머무르는 곳이다. 3일(현지시간) 미 연방 수사당국이 출산 호텔 20여곳을 일제히 급습했다. 십수년 전부터 한국·홍콩·대만인 산모 위주로 극성을 부리던 원정 출산 행렬에 최근 중국 중산층 산모까지 합류하면서 미 수사 당국이 대대적으로 칼을 빼들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이 보도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 아기는 최근 5년 동안 연 5000여명에서 1만여명으로 곱절이 된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과 가까운 미국령인 사이판에서는 중국인 여성의 출산이 2009년 8명에서 2012년 282명으로 35배 급증했다는 ABC의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미국 본토에서는 아시아계가 많은 서부 지역이 원정 출산지로 각광받는데, 이번 단속에서 LA 근처 어바인에 있는 출산 호텔과 연계된 분만 센터인 오렌지카운티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가 2년 동안 400명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어바인 지역에 더해 LA 카운티 롤런드 하이츠·월넛, 샌버너디노 카운티 랜초쿠카몽가 등에 있는 출산 호텔을 급습했다. 당국은 원정 출산 알선 브로커들이 세를 확장,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고 판단해 일제 단속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아기를 낳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여행 비자로 입국한 뒤 시한(45일)을 넘겨 체류하며 출산하거나 브로커에게 지불한 금액을 라스베이거스에서 명품을 사는 데 쓴 것처럼 조작하는 등 불법 행위가 연계되어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브로커들은 산모 1인당 1만 5000달러(약 1600만원)~5만 달러(약 5400만원)를 받고 교통편과 음식, 숙소, 중국말을 쓰는 유모 등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비는 제외된 액수다. 브로커들은 본격적으로 배가 부르기 전인 임신 5~6개월 산모들에게 헐렁한 옷을 입히고, 출입국 심사대에서 여행자로 보이게 진술하는 법 등을 교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 강도가 세졌지만, 아시아계 산모의 원정출산 수요는 여전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자국의 대기오염, 식품안전 문제를 피하고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모색하고자 원정출산 대열에 속속 편입하고 있어서다. 최근 중국의 스모그 폐해를 고발한 전 CCTV 앵커 차이징도 미국에서 딸을 출산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일부 연예인, 재벌 일가의 미국 원정출산 행태가 큰 비판을 받았으나 이에 자극받은 중산층까지 원정출산 감행에 나서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외국인 불법 의료 브로커 신고 포상금

    외국인 불법 의료 브로커 신고 포상금

    외국인 미용·성형 환자를 불법적으로 유치한 브로커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고, 브로커와 거래한 의료기관은 처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 시스템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 협의체’ 회의를 열고 외국인 미용·성형 환자에 대한 불법 브로커 방지 및 의료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 중국인 환자 뇌사 사건의 후속 조치로 브로커로 인한 과도한 수수료, 진료비 부풀리기, 의료사고 발생 시 복잡한 분쟁 해결 등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2009년 6만여명이었던 외국인 환자는 연평균 36.9% 정도 증가해 2013년에는 21만명을 넘었고, 특히 미용·성형 환자는 연평균 53.5% 정도 늘어났다. 협의체는 우선 불법 브로커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와 브로커와 거래한 의료기관의 처벌 방안을 국회에 계류 중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복지부는 올 상반기 중 대대적인 불법 브로커 단속을 실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 브로커들의 영업 행위를 단속한 경우가 없었다”며 “신고포상금 제도 등의 도입으로 브로커 파악이 용이해지고, 의료기관들에서도 자정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보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가 더 많은 데다 합법을 위장한 업체를 사실상 단속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는 아울러 환자가 진료비용을 현지에서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국 성형시술 진료비 안내서’를 상반기 중 배포하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서비스 평가제를 도입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가짜 수출 서류로 24억 대출사기 ‘리틀 모뉴엘’

    가짜 수출 서류로 24억 대출사기 ‘리틀 모뉴엘’

    유령회사를 세운 뒤 허위 수출 서류를 만들어 수천만~수억원을 대출받아 빼돌린 업자와 브로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무역보험공사 등의 허술한 보증심사 관행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최근 물의를 빚은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 사건의 축소판인 셈이다. 검찰은 국책기관의 등을 치는 대출 사기가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노정환)는 허위 수출 자료로 공공기금의 보증을 확보한 뒤 은행 대출을 받고는 이를 빼돌린 혐의(사기)로 권모(59)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백모(40)씨 등 대출 사기 브로커 3명을 비롯한 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권씨 등은 2008~2013년 실체가 없는 의류 회사를 만든 뒤 수출 실적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을 받은 뒤 농협, 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5000만∼6억 5000만원씩 모두 24억 3800만원을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대출 뒤 유령업체는 폐업해 버렸고, 보증을 선 무역보험공사 등은 국민 세금으로 이들 업체의 은행 대출을 갚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사기 브로커들은 유령업체 설립을 알선하고 가짜 수출 서류를 작성해 주고는 대출금의 10∼30%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용병 아이돌… 한류 식히나

    용병 아이돌… 한류 식히나

    아이돌 그룹이 주름잡는 가요계도 ‘차이나 쇼크’로 술렁거리고 있다. 인기 다국적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들의 탈퇴 소송이 잇따라 터지며 한류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5월 그룹 엑소의 중국계 캐나다인 멤버 크리스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소송을 낸 데 이어 지난주 같은 그룹의 중국인 멤버 루한도 소송과 함께 탈퇴를 선언한 것. 이들이 소송 이유로 꼽는 것은 한국인 멤버들과의 차별 대우 등이지만 가요계 일각의 목소리는 다르다. “중국 연예 자본이 끼어들어 자국 출신의 한류스타를 빼내 간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좁은 국내 가요 시장에 한계를 느낀 가요 기획사들은 5~6년 전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 등 외국인 멤버들을 적극 영입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다국적 아이돌 그룹 1호는 2008년 결성된 슈퍼주니어-M. SM엔터테인먼트는 슈퍼주니어의 중화권 유닛인 슈퍼주니어-M을 결성, 당시 슈퍼주니어 멤버였던 한경을 리더로 조미, 헨리 등 중국인 멤버를 줄줄이 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성공에 자극받은 기획사들이 같은 전술을 동원하면서 다국적 아이돌 그룹 붐이 이어졌다. 2008년 JYP엔터테인먼트는 그룹 2PM에 태국계 미국인 닉쿤을 포함시켰고, 2010년 데뷔한 미쓰에이에는 중국인 멤버 지아와 페이를 영입했다. 걸그룹 에프엑스에도 중국인 빅토리아와 타이완계 미국인 엠버 등이 가세했다. 정점을 찍은 것은 2012년 데뷔한 그룹 엑소. SM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시장을 정조준해 엑소-M과 한국 멤버로 구성된 엑소-K를 한날한시에 데뷔시켰다. 시간차를 두지 않고 양국에서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 톡톡한 효과를 봤고 이들은 데뷔 2년 만에 대표적인 K팝 스타로 성장했다. 최근 소송에서 외국인 멤버들이 탈퇴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한국 멤버들과의 차별 대우와 혹독한 공연 일정 등이다. 루한 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소송 이유는 “중국인 멤버 M팀이 한국인 멤버 K팀에 비해 차별을 받았다”는 것. 중국 포털사이트인 ‘소후’의 뉴스섹션 ‘소후위러’에 실린 한 기사에는 “한경에서 크리스, 루한까지 SM에 소속된 중국인 멤버들은 개인 발전에 제약을 받고 있다. 크리스의 경우 소송 전에 10여편의 영화 제의가 들어왔지만 소속사 측이 거절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화적 차이로 강도 높은 훈련을 버티는 데 한계를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엑소의 크리스는 팀을 이탈해 개인 활동을 자주 하다가 결국 탈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내 기획사들 쪽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SM 측은 “루한은 최근 중국 개봉을 앞둔 영화(‘20세여 다시 한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고, 빅토리아는 ‘엽기적인 그녀2’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고 말했다. JYP 황준민 홍보팀장도 “현재 닉쿤을 비롯한 지아와 페이가 중국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는 등 해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국인 멤버들에 대한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양측 주장이 판이한 가운데 다국적 아이돌 그룹에 균열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가요계에서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입김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연예기획사들이 한국 기획사들의 스타 시스템을 익힌 중국인 멤버들을 빼 가고 있다는 것. 중국 멤버들에게 브로커가 접근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한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중국인 멤버들에게 더 좋은 계약금과 활동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탈을 부추기기도 한다”며 “브로커들의 접촉을 막기 위해 한국 본사 직원들이 중국 등 현지에 파견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에 국내 가요계도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따라서 다국적으로 한류 시장을 개척해 온 국내 가요 시장도 전략 수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당장 외국인 멤버의 이탈이 이어지면 국가 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돼 K팝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루한은 중국에 돌아간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에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남겨 현지팬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양국 간 감정 대립은 앞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많은 신인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며 “당장 중국 현지 파트너들과 협업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등 대책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탈북자 러 루트 찾는 까닭은

    당일치기 강제 북송이 일어나고 있는 북한·러시아 국경 지역은 그동안 탈북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기피된 곳이지만 북한 주민들의 월경 시도는 꾸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경경비대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월경을 시도한 북한 주민들을 검거, 당일 오후에 북·러 간 철도교량을 통해 북측으로 송환했다고 전해진다.<서울신문 2014년 9월 19일자 1·9면> 최근 들어 탈북 행렬이 잦아지면서 그만큼 강제 송환도 많아진 북·러 국경 지대는 두만강 하류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강폭이 넓고 수심이 깊어 탈북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2000년대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 근로자로 나갔다가 한국으로 온 탈북자 강모씨는 북·러 국경 지대에서의 월경 방식에 대해 “북·러 국경은 두만강 하류에 있기 때문에 수영을 해서 강을 넘거나 러시아행 국제열차에 몰래 숨어들어 탈북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절적 요인으로 8월까진 수영이 가능하고 두만강이 결빙되는 12월부터는 걸어서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중국과 달리 도시 간 거리가 멀어 이동이 불편하고 언어, 외모 등 신변 위장의 어려움이 있어 탈북 루트로 잘 활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중 국경 경비가 강화되고 특히 북한에서 북·중 지역의 부락들을 중심으로 감시 활동이 증가해 그 대안으로 러시아행이 선택되면서 탈북자 검거와 강제 북송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2012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탈북자를 현장에서 사살하고 삼족을 멸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공안통치’가 내려진 후 북한 내에서 활동하던 탈북 브로커들이 당국의 검거 열풍을 피해 몸을 숨기며 중국을 경유하는 기획 탈북 비용이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압록강·두만강 도강(월경) 비용은 한국 돈으로 500만~700만원이었지만 올 들어선 1500만원을 줘도 나서는 브로커가 없을 정도인 데 비해 중국 경내에 진입할 경우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용이 250만~300만원으로 알려져 대조를 이뤘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커버스토리] 도박광 왕서방이 탐내는 도다

    [커버스토리] 도박광 왕서방이 탐내는 도다

    중국 축구가 맥을 못추는 것은 축구 도박 및 승부조작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인들은 “어떻게 13억명 중에서 11명의 우수한 축구선수를 배출하지 못하냐”며 자학하곤 한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중국 축구 승부조작 소식이 들려오니 그럴 법하다. 중국어에 스두루밍(嗜賭如命·도박을 목숨에 견줄 만큼 좋아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박을 좋아하는 민족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게 중국인들이다. 제주에는 요즘 한탕을 노리는 왕서방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덩달아 중국 자본의 카지노 투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고객이 늘면서 카지노 매출은 최근 껑충 뛰고 있다. 제주지역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2169억원으로 2012년 1439억원에 견줘 50.7%나 증가했다. 입장객 역시 34만 8000명으로 전년도의 22만 7000명에 비해 53.3%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28만 9000명으로 절대다수인 83%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 카지노의 전통적인 일본인 고객을 밀어내고 속칭 ‘왕서방’이 카지노를 점령한 것이다. 중국 A기업은 싱가포르 카지노 업체와 손잡고 제주에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 건설을 꾀하고 있다. 또 제주시내 중심가에는 중국자본이 투자키로 한 초고층 카지노 빌딩 건설이 추진 중이다. 중국 C그룹도 바닷가에 카지노 리조트 건설을 노린다. 이들은 ‘도박의 섬으로 전락한다’는 지역 정서를 의식해 당장 카지노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연막을 친다. 중국 투자뿐만이 아니다. 제주도 출자기업인 제주전시컨벤션센터도 중국인을 겨냥해 외국인 카지노 추진을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제주도는 정부와 달리 이런 카지노 투자 자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제주에는 이미 8개의 외국인 카지노(전국 17개)가 영업을 하고 있는 데다 먼저 탈세 방지 등 투명한 카지노 관리를 위해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 카지노 입장객 83% 중국인… 큰손들 외환법 어기며 외상 베팅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는 중국인 등 외국인을 모집해 오는 카지노 브로커들이 판돈의 50~80%를 가져가 버린다”며 “당연히 카지노 매출에는 안 잡히고 공공연하게 탈세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카지노에서 큰손들의 도박은 모두 외상 거래다. 대출회사가 본국에서 지급하는 형태로 현행법상 전부 외국환관리법 위반인 셈이다. 윈희룡 제주지사는 “싱가포르나 미국 라스베이거스 같은 경우엔 카지노 현장에 공무원이 상주하고 전문가들이 주기적으로 카지노 객장에 가서 탈세 및 사기도박 여부를 다 감독하는데 우리는 완전 무방비 상태”라며 “투명한 카지노 감독기구 설치 등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근 제주 국제대 관광학과 교수는 “싱가포르는 카지노 매출액의 29%, 마카오는 39%를 세금으로 걷는데 우리는 관광진흥기금 등을 포함해 겨우 10%에 불과하다”며 “공공연한 탈세 등을 일삼고 있는 데다 다른 나라에 비해 세금마저 적어 카지노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카지노 건설 움직임… “세수 확대” “내국인 허용 우려” 엇갈려 하지만 지역 카지노 업계에서는 중국 거대 자본들의 집요한 카지노 진출 시도로 머잖아 제주에서 큰판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특별법에는 외국자본이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카지노를 허가해 줄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내국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외국인 카지노인 데다 세금이 더 걷히고 일자리를 창출하면 카지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마카오가 카지노 산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무상 교육, 무상 의료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제주에 카지노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높다. 제주 경실련 좌광일 사무처장은 “카지노 업체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 4월 중국 현지에서 고객 유치 활동을 하던 제주 카지노 업체 직원 4명이 도박 알선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도 중국인 사기도박 시비와 자살시도 등 카지노로 인한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앞으로 카지노에 따른 병폐가 더 확대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복합 리조트는 카지노가 먹여살리는데 외국인 유치로 장사가 잘 안되면 결국 내국인 출입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외국 자본의 제주 카지노 투자는 결국 내국인 허용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서귀포 A 호텔 카지노에 중국인 O(49)씨 등 4명이 들어섰다. 이들은 카지노 객장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바카라 게임을 시작했다. 바카라는 두 장의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플레이어(player)와 뱅커(banker)로 구분하여 카드를 두 장씩 나눠 돌린다. 두 장의 숫자를 더해 끝자리가 큰 쪽이 이기고 같을 경우에는 타이(tie)라고 하여 비긴다. 플레이어에 돈을 거는 경우는 1배를, 뱅커에 돈을 거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0.95배를 돌려받으며 타이(tie)에 돈을 거는 경우는 10배를 돌려받는다. 이들은 불과 2시간여 만에 11억원이라는 거액을 땄다. 화들짝 놀란 카지노 측은 2시간여 만에 11억원을 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사기도박이라며 돈 지급을 거부했다. 중국인들은 카지노 측이 사기도박이라고 자신들을 협박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한국 변호사를 고용해 돈을 달라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카지노 측도 이에 맞서 이들을 사기도박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했다. 이들은 제주국제공항에서 ‘카지노 측이 딴 돈을 주지 않는다. 카지노에 가지 말라’며 피켓 시위까지 벌였다. ●수익은 브로커 몫… 탈루·도주·자살소동 등 부작용 속출 경찰은 “카지노 측이 이들의 사기도박을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지역 카지노 업계에서는 이들이 운영과 관리가 허술한 제주 카지노를 노린 전형적인 사기도박의 고수인 타짜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해당 카지노는 당시 제주 카지노 사업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과 매각을 협상 중이어서 고용 승계 여부 등으로 직원들이 어수선했다는 주장을 편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카드 바꿔치기 수법의 사기도박을 벌였지만 폐쇄회로(CC)TV 조사에서도 적발하지 못하는 등 워낙 솜씨가 뛰어난 타짜들이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귀띔한다. 지난 3월 관광차 제주를 찾은 중국인 J(32)씨는 여행사 대표에게 1억 2000만원을 빌려 카지노에서 모두 탕진한 뒤 중국으로 몰래 도주하려다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이국 땅 낯선 곳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인 관광객 R(43)씨가 카지노에서 8000만원을 잃자 제주시 연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 소동을 벌여 중국 영사가 출동해 만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큰손 중국인의 제주 카지노 행각도 화제다. 지난해 중국인 L씨는 제주의 카지노에서 45일간 게임에 몰두, 무려 24억원을 날렸다. 30일짜리 관광비자로 제주를 찾은 L씨는 비자기한이 만료되자 당일 출국한 뒤 다음달 다시 제주에 입국, 15일간 더 베팅한 뒤 빈손으로 돌아갔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지금도 교통위반, 흡연, 쓰레기 투기, 폭력 등 중국인의 관광 무질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앞으로 카지노가 계속 들어서고 규모가 커지면 갖가지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가짜 조리사 자격증으로 중국인 불법취업 알선

    가짜 조리사 자격증을 꾸며 중국인 수백명을 국내 중식당에 불법 취업시킨 브로커 일당과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 준 공무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중국인들에게 가짜 조리사 자격증을 만들어 불법 취업을 알선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브로커 김모(6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와 공모한 일당 4명과 중국인을 고용한 중식당 업주 김모(55)씨 등 2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2000여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고 서류를 위조해 중국인들의 취업이 가능하도록 한 박모(46)씨 등 출입국사무소 공무원 4명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중국 브로커 일당과 공모해 중국인 266명에게 가짜 조리사 자격증을 나눠줘 특정활동비자(E7)를 받아 국내에 불법 취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김씨는 서울과 경기 일대의 중국음식점 업주들에게 100만~200만원을 건네고 자신들이 알선한 중국인을 고용하도록 권했다. 업주들은 중국인들이 가짜 조리사란 사실을 알았지만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브로커들과 공모해 가짜 초청서류를 꾸며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했다. 브로커들은 취업에 성공한 중국인들에게 1인당 1000여만원을 받아 총 26억 6000여만원을 챙겼다. 수익은 국내 브로커와 가짜 조리사 자격증을 만든 중국 브로커가 절반씩 나눴다. 중국인들은 실력은 면발 뽑기 등 초보 수준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44명은 불법체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장석훈 옮김, 판미동 펴냄)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으로 철학자, 종교사학자, 잡지 편집장, 소설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인류의 스승 3인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세 인물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역사가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비화를 재조명하며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진리, 정의, 사랑, 자비 등의 메시지가 현재의 우리 삶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겪는 위기는 단순히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철학적이며 영적인 위기라고 규정한다. 세 성현의 윤리적 가르침 중 어느 것을 따르든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독자들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392쪽. 1만 8000원. 플로팅 시티(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 전작 ‘괴짜 사회학’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번에는 뉴욕의 지하경제를 탐사했다. 저자는 과거 계층과 지역의 경계 안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경계를 뛰어넘어 전에 없던 관계를 만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착지를 찾아 부유(플로팅)하는 사회현상을 뉴욕에서 목격한다. 그는 새롭게 맞닥뜨린 변화의 비밀을 풀 열쇠를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지하경제에서 찾는다. 복잡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맨해튼의 골목길과 빌딩 숲을 부유하며 이민자와 매춘부, 사교계 명사와 거리의 마약상들에게서 이야기를 채집한다. 다양한 이민자들의 초상에서부터 도시를 연결하는 각종 브로커들과 부의 대물림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하려는 상류층 자제들의 욕망,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벤카테시 자신의 사회학자로서 성찰까지 오롯이 담아냈다. 368쪽. 1만 6000원.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유승희 지음, 이학사 펴냄) 정조대에서 철종대까지 18~19세기 조선 사회의 범죄 사례를 바탕으로 당시의 사회적 특징과 갈등 양상을 들여다봤다. 전근대 도시민의 생활상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저자는 특히 조선의 수도 한성부에서 일어난 사죄(死罪), 즉 사형에 처해지는 범죄를 중심으로 당시의 가감 없는 생활상을 그려 낸다. 조선 후기는 사회변동과 함께 다양한 계층 간 갈등이 분출되면서 사회적·도덕적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가 성행하고 사회 기강과 상호 간 신뢰가 훼손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책은 변화의 시기에 나타난 사회적 갈등의 모습에 주목한다. 1752년(영조 28년)부터 1910년까지 국정을 기록한 일기인 ‘일성록’을 통해 집계한 1853건의 범죄 사례를 토대로 범죄 유형, 범죄 발생 지역, 범죄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 다양한 통로로 갈등 관계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조선 후기의 범죄 지형을 세밀하게 그려 낸다. 285쪽. 1만 7000원. 착한 인류(프란스 드 발 지음, 오준호 옮김, 미지북스 펴냄)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이며 대중 저술가로 폭넓은 명성을 얻고 있는 저자가 인간 도덕성의 생물학적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 않고, 자연은 약육강식의 투쟁 상태라고 믿고 있다. 또 도덕이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고안된 문명의 산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저자는 도덕이 종교나 문명이 출현하기 전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확립됐다고 주장하며 침팬지 등의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포유류의 공감 능력과 타자를 배려하는 능력, 개인보다 집단을 앞세우고 협력을 추구하는 능력 등으로부터 도덕의 기원을 발견한다. 도덕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는 증거다. 저자는 도덕성의 뿌리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에 따르면 결국 종교도 도덕의 기원이 아니라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강화한 후원자였던 셈이다. 388쪽. 1만 8000원.
  • 오늘 식탁 오른 새우 뒤 노예 노동자들의 눈물이

    오늘 식탁 오른 새우 뒤 노예 노동자들의 눈물이

    미얀마에서 온 마잉트 데잉의 이는 모두 부러져 있었다. ‘유령선’으로 불리는 새우 사료용 고기잡이 배의 선장은 탈출하려던 그를 붙잡아 이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팔뚝에는 전기고문 흔적이 있었고, 굳은살이 박힌 손가락은 갈고리처럼 굽어져 펴지지 않았다. 마잉트는 2년 동안 거친 바다에서 온종일 한 끼만 먹고 20시간씩 일했다. 캄보디아의 승려였던 부디는 유령선에서 동료 20명이 죽는 것을 목격했다. 선장은 권총을 동료들의 머리에 대더니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일부는 뱃머리에 사지가 묶였다가 바다로 던져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6개월의 취재 끝에 10일(현지시간) 보도한 태국 어선의 ‘노예노동’은 끔찍했다.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태국으로 흘러온 이주노동자들은 브로커들에게 꾀이어 250파운드(약 42만원)에 선장들에게 팔려갔다. 이들은 마치 물건처럼 거래됐고, 정기적으로 구타당했다. 전기고문과 필로폰 투여도 예사롭게 이뤄졌다. 탈출하다 잡히면 대부분 즉결 처형됐다. 새우 양식을 위한 노예노동의 먹이사슬은 복잡했다. 노예노동자를 구매한 선장은 이들을 망망대해로 데려가 새우 양식에 필요한 사료의 원료가 되는 치어와 잡어를 저인망식으로 끌어올렸다. 사료용 물고기는 태국 해안가 곳곳에 있는 사료 공장으로 공급됐고, 물고기를 갈아 만든 사료는 태국 최대 새우 양식업체 CP푸즈로 공급됐다. ‘세계의 부엌’이라는 모토를 가진 CP푸즈는 연매출 33억 달러(약 3조 3000억원)에 이르는 다국적기업이다. CP푸즈는 월마트, 까르푸, 코스트코, 테스코 등 각국의 대형마트에 새우를 공급한다. 태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30만명이 고기잡이 배에서 일하고, 이 중 90%인 27만명이 이주노동자들이다. 적어도 27만명이 노예노동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태국을 대표적인 노예노동 방치국가로 꼽고 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태국의 새우 수출액은 연간 73억 달러로 세계 1위다. 미국과 유럽의 새우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어 태국은 노예노동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태국 해산물 산업의 근간을 노예노동 브로커들이 떠받치고 있고, 관련 업체는 대부분 범죄조직이 장악했다. 관료들은 이들의 뒷배를 봐주고 있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예노동을 통해 새우를 양식한 업체와 거래를 끊으면 되지만 “공급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만 할 뿐 실천에 옮기지는 않는다. 노예노동 먹이사슬의 정점에는 새우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있다. ‘국제노예노동반대운동’의 아이단 매퀘이드는 “태국산 새우를 사는 것은 죽음으로 점철된 노예노동의 생산물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의료 한류 열풍

    의료 한류 열풍

    # 지난해 몽골에서 태어난 남자아이 월강다미르는 출생 직후 폐렴 및 폐동맥고혈압을 동반한 심실중격결손이란 진단을 받았다. 시급히 심장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몽골에는 이런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다미르의 부모는 수소문 끝에 한국의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하고 현재 수술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온 술탄알자비(58)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자신이 다니던 UAE의 군 병원과 중국의 모 대학병원을 전전하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UAE에는 신장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고, 중국의 대학병원은 수술을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이 남성은 무사히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월강다미르와 술탄알자비처럼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환자는 지난해 21만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진료 수입만 4000억원, 해외 환자의 가족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쓴 체류비 등 연계수익을 포함하면 한 해 수천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드라마·케이팝에만 한류가 있는 게 아니라 의료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1인당 평균 진료비 186만원 내국인의 1.8배 보건복지부가 최근 외국인 환자 진료기관의 사업실적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환자는 2009년 이후 꾸준히 늘어 연평균 36.9%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5만 6000여명(전체 26.5%)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러시아, 일본, 몽골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0년까지 외국인 환자 100만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86만원으로, 내국인 1명이 한 해에 지출하는 진료비 102만원의 1.8배 정도 되는 규모며 최근에는 1억원 이상 고액환자(117명)도 2012년에 비해 약 43.0% 증가했다. 고액환자 대부분은 산유부유국인 UAE 국적자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UAE 환자는 1151명으로 아직 숫자는 적지만 정부 간 환자송출 협약에 힘입어 2012년에 비해 그 수가 237% 증가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1인당 평균 1771만원을 진료비로 지출했다. 국가별 1인당 진료비 1위다. UAE에서 온 중증환자들은 이보다 6배 많은 평균 6000만원을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함께 온 가족들이 지출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中·美·러·日·몽골 순… 종합병원 유치 경쟁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UAE 환자의 경우 한국의 병원을 찾을 때 대개 4명 이상의 가족을 동반하는데, 이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체류비와 쇼핑 등으로 지출하는 돈이 1억~1억 4000만원에 달한다”면서 “진료비를 포함해 1가족당 2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UAE 환자들은 진료비 전액과 가족 1명의 체류비를 자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평균 보름가량을 체류하지만 진료비와 체류비 부담이 없다 보니 씀씀이도 크다. 병원뿐만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도 유치해야 할 VIP 중의 VIP인 셈이다. ●고액환자 대부분 UAE… 2년새 237% 증가 의료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UAE는 선진 의료기술을 가진 국가와 환자 송출 협약을 맺고 정부 부담으로 한 해 1만여명의 환자를 해외로 보내고 있다. 북미, 유럽, 캐나다, 미국 등이 이미 UAE와 협약을 맺어 환자를 받고 있다. 한국은 후발 주자다. 정호원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높은 의료기술과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면에서 한국이 다른 의료선진국에 뒤처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후발주자지만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카자흐스탄,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과도 국가 간 환자송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카자흐스탄은 한국에서 환자 1인당 평균 456만원을 진료비로 지출하는 국가별 1인당 진료비 2위 국가다. 대형 병원들은 이들 돈 많은 해외 환자를 잡기 위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아랍어에 능통한 의료 코디네이터를 두는 것은 물론 문화적·종교적 특수성을 고려해 아랍식 식단, 환자의 기도 시간을 배려한 회진 및 치료, 아랍어권 TV채널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외국인 전용 병동을 따로 두고 병원 내 기도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기도실 이용이 여의치 않은 환자의 가족들을 위해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까지 교통 편의도 제공한다. 외국인 특화 서비스는 UAE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환자 모두에게 제공된다. 그중 환자 전용 식단은 호텔의 룸서비스를 방불케 한다. 외국인 환자들이 자기 나라의 언어로 된 전용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르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음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대개 입국 후 시차 등으로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40분 전에만 음식을 주문하면 새벽 2시까지 음식을 제공하는 병원도 있다. 환자 가족을 위해 고급 숙박시설도 연계해 운영한다. ●아랍식 식단·기도시간 배려 회진도 다르게 이 밖에 대형병원들은 신속한 예약·진료수납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진료비 후불 계약 등 외국인 환자만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의사 면허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교수들을 외국인 환자 이용률이 높은 진료과목에 전진 배치시켜 문화와 정서적인 면까지 꼼꼼히 챙겨주기도 한다. 한국의 의료 수준을 홍보하기 위한 해외 의료진 초청 연수, 외국 현지에서의 의료기술 전수 등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의료기술을 직접 체험한 해외 의료진이 많을수록 환자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주목해야 할 나라다. 2012년에 비해 외국인 환자가 5만명이나 늘어난 데는 중국과 러시아 환자의 증가가 한몫을 했다. 중국 환자는 2012년 대비 72.5% 증가했고, 러시아 환자는 46.2% 늘었다. 지출한 총진료비는 중국이 1016억원으로 주요 국적 환자 가운데 1위고, 러시아는 879억원으로 환자 수 규모는 4위, 진료수입 규모로는 2위다. 특히 중국 환자는 40%가 성형외과를 찾을 정도로 성형 의료서비스 이용이 잦았고 내과, 피부과 진료도 선호했다. 러시아 환자는 내과, 검진센터, 산부인과, 일반외과, 피부과를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우리가 공을 들여 시설 투자를 많이 한 나라로, 환자 대부분이 의료관광 형태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환자들은 2011년까지만 해도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한 해 2만명 이상 한국을 방문했지만 최근 몇 년 간 한·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덩달아 일본인이 애용했던 한방 쪽 외국인 환자 수도 줄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 브로커 고액 지불 부실 논란도 의료 한류는 한국 의료시장에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부 성형외과가 해외 환자를 끌어오기 위해 고액의 수수료를 브로커에게 지불하고 부실 성형을 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정상적인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은 10~15%를 수수료로 받지만, 불법 브로커들은 2배가 넘는 30%를 수수료로 요구하기도 한다. 수수료 상한선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제재할 방법도 없다. 지난해에는 중국 국영 CCTV와 관영신문 인민일보가 한국의 성형관광 열풍을 보도하면서 바가지 상혼과 성형 부작용을 특집기사로 다뤄 파장이 일기도 했다. 외국인 환자 수를 늘려 실적을 세우는 것보다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잠시만 한눈 팔면… 복지 부정수급 극성

    잠시만 한눈 팔면… 복지 부정수급 극성

    정부의 관리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각종 꼼수를 동원해 법망을 피하는 천태만상의 복지 부정수급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9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는 최근 시각장애인이던 어머니가 2005년에 사망한 사실을 숨긴 채 각종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받은 50대 장모씨를 적발했다. 장씨는 주소지를 수차례 바꾸며 어머니의 고령 등을 핑계로 행정기관의 현장확인 조사를 피했다. 그는 친인척들에게조차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숨겼다. 장씨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발급받은 장애인차량 표지판을 계속 활용했고, 자동차세도 매년 수백만원 감면받았다. 어머니 명의로 기초노령연금을 신청,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수백만원을 챙겼다. 연말 소득공제, TV 수신료와 전기·가스·교통요금 감면 등도 무려 9년여 동안 누렸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 예방을 위해 사망과 동시에 급여가 자동 중지되도록 시스템 기능을 개선하고, 사망 의심자 정보를 입수해 반영하는 ‘사망 의심자 허브 시스템’을 구축, 운영해 왔다. 그러나 수급자가 사망 여부를 허위로 등록하거나, 장씨처럼 조사를 회피해 숨기면 적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 혈세를 빼돌리는 ‘전문 브로커’들도 덩달아 활개를 치고 있다. 공익신고자 A씨는 최근 복지부정 신고센터에 운수·제조업을 운영하는 기업 대표들이 브로커인 컨설팅업체와 공모해 ‘고령자 정년연장 지원금’ 등을 가로챈 사례를 신고했다. 브로커들은 기업주들에게 고용지원금 관련 컨설팅 제안서를 배부하며 접근, 기업체의 동의를 받아 사업장의 정년규정 등을 위·변조했다. 이렇게 만든 가짜 서류를 고용노동부에 대행 제출하고 수십억원의 고용지원금을 받아냈다. 공무원들은 감쪽같이 속았다. 브로커들은 회사 측으로부터 지원금의 20~30%를 수고비 명목으로 받아 수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요양시설에서는 환자 유치를 위해 불법 ‘호객 행위’까지 성행한다. 유치하는 환자 수가 많을수록 정부 보조금이 많이 나오는 반면 현장 실태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지방의 B요양병원 운영자는 매일 아침 회의를 열어 직원들에게 노숙자나 홀몸 노인들을 데려오도록 강요하다가 제보에 의해 센터에 적발됐다. 병원 운영자는 직원들이 환자 한 명을 유치할 때마다 수십만원의 성과금을 지급했다. 복지부정 신고센터 관계자는 “각 부처마다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부정수급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지만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국민 혈세로 조성되는 복지 예산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쓰이려면 주위의 부정수급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용기 있는 신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내러티브 리포트] 전남 신의도 염전마을 가보니…

    [내러티브 리포트] 전남 신의도 염전마을 가보니…

    지난 21일 국내 최대 천일염 산지로 알려진 전남 신안군 신의도. 소금 생산 개시일(28일)을 1주일 앞둔 시점인데도 척박한 소금밭에는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만 있었다. 이맘때쯤 염전 다지기 작업인 ‘로라질’에 한창이어야 할 염부(염전 인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초 불거진 ‘염전 노예’ 사건 이후 전남경찰청 ‘도서인권보호특별수사대’가 민간인권단체인 전남장애인인권센터와 신의도에 상주하며 염부들을 상대로 면담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염전주는 임금 체불 사실이 드러날까 봐 염부들을 섬 밖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도서인권보호특별수사대의 염부 면담 조사는 수십 년간 공공연하게 인권유린이 묵인된 이곳에서 최초로 이뤄지는 시도다. 수사대는 현재까지 신의도 내 염전 239개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30% 정도만 마친 상태다. 이날 면담이 이뤄진 염부 A(38)씨도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A씨는 서울 노원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군대까지 다녀왔지만 오랜 노숙생활로 사회성이 매우 취약했다. 2011년 신의도에 들어온 A씨는 이듬해 염전 주인이 노환으로 숨지면서 서울로 올라갔다. 한 달간 일자리를 구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실패했다. 결국 전에 일했던 염전 주인의 친척 집 염전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지난달 염전 노예 사건이 불거진 이후 부랴부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근로계약서에는 A씨에게 염전철인 4~10월 매달 100만원씩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염전철이 아닌 11~3월에도 박씨의 밭일과 소금을 옮겨 싣는 일을 도왔다고 증언했다. A씨는 원형탈모증을 앓고 있었으며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해 어금니가 모두 빠진 상태였다. 지난 3년치 임금만 제대로 받았어도 치료할 수 있었을 터였다. 신의도에서 만난 염전주들은 면담조사에 대해 볼멘소리를 했다. “한 명당 면담이 5~6차례 이뤄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염부들이 자진해서 염전을 떠났다”고 말했다. 수사대 측은 “대부분 지적장애가 있거나 오랜 노숙생활로 사회성이 떨어진 상태라 마음을 열려면 5~6차례 정도 만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전 노예 사건의 진원지로 질타를 받으면서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인력난이 가중된 탓에 생계가 어렵다며 원망했다. 염전주 B(60·여)씨는 “염전 일은 일반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이라며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직업소개소와 염전주의 관계에서 인력브로커들이 ‘갑’”이라고 말했다. 15년간 부모에게 물려받은 염전을 운영해 온 C(41)씨는 “구인광고를 통해 인력을 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통해서라도 사람을 구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신의면사무소에서 만난 염전주협의회 박영호 회장은 “300명에 이르던 염부들 수가 70~80명으로 감소하는 등 섬 전체가 뒤숭숭하다”면서 “염전주의 인권 의식을 바로잡으려고 지난달에 이어 25일에도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안군의 본격적인 천일염 생산을 알리는 ‘채렴식’도 다음 달 15일로 미뤘다고 했다. 목포에는 염전주에게 노숙인이나 지적장애인들을 알선하는 직업소개소가 130여개나 있다. 이 중 70%는 무허가 직업소개소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본인이 어떤 경로로 신의도에 왔는지 기억하는 염부가 손에 꼽힐 정도라 장애인들을 알선한 직업소개소를 단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지자체나 고용노동부가 장애인을 고용한 염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임금 체불, 인권유린 등을 단속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다”면서 “남의 자식을 데려다가 한 평 남짓한 방에 재우면서 가혹행위나 임금을 체불한 염전주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안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日 금융청, 한국계 은행 전방위 검사 착수하나

    日 금융청, 한국계 은행 전방위 검사 착수하나

    일본 금융청이 재일(在日) 한국계 은행에 대한 감시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외환은행 도쿄·오사카지점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으로까지 검사를 확대할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시작된 한국계 은행들의 불법 대출을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쿄에 있는 금융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청은 이번 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경영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한국계 은행을 통틀어 유일하게 두 번이나 금융청의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제대로 개선됐는지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은 2005년 12월 검사에서 2001년 5월~2005년 3월 불법 외환송금업자의 의뢰로 송금을 해 주고, 이 거래가 자금 세탁 등 불법 행위에 악용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일본 금융 당국에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3개월 신규 거래업무 중지 처분을 받았다. 2008년 9월 실시된 검사에서는 당시 오사카 지점장이 2007년 3월 한 고객이 야쿠자(반사회세력)로부터 일시적으로 빌린 4억엔(약 42억원)에 대해 예금잔고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를 골프장 인수와 관련해 악용할 것임을 알면서도 발행해 준 것이 드러났다. 이 지점장은 2005년 12월부터 3년간 지점 경비를 횡령·유용한 혐의도 드러났다. 금융청은 이번 검사에서 ▲현행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야쿠자 같은 반사회세력과의 금융 거래가 있었는지 ▲불법 대출이 있었는지 ▲금융 당국에 대한 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을 검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에 이어 다른 한국계 은행들도 순차적으로 검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검사에서 수상한 점이 드러나면 금융청은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전했다. 즉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모든 한국계 은행에 대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 대출과 같은 사안이 있는지 검사하고, 눈에 띄는 점이 있으면 곧바로 세부적인 검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의 경우 한국 은행 중 최초로 1967년 일본에 지점을 개설했기 때문에 다른 은행보다 현지 대출 브로커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국민은행 불법 대출처럼 4000억원대에 달하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점장이 대출 전결권을 이용해 불법 대출을 해 주고 커미션을 받아 챙기는 수법은 예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2008년 오사카지점 사건 이후 부동산담보 대출 규모를 줄여 가면서 리스크 관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건이 이번 금융청 검사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은행 일본 지점의 지점장은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따라 1억~5억엔(약 10억 5000만~52억 6000만원)의 전결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2년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점장 전결권이 없는 하나은행의 예에 따라 전결권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내러티브 리포트] 예술흥행비자 외국인 4869명… 국내 노동법 보호 못 받아

    이른바 ‘연예인 비자’로 통하는 예술흥행(E6)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E6 비자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4869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비자 유효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불법 체류자는 1523명에 달한다. 이처럼 불법 체류자가 무더기로 양산된 것은 외국인을 고용한 공연기획사와 관광업소 등의 불법·부당 행위에 대해 당국의 감독과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혜우 전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소장은 “E6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각 사업장에서 사실상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예술인 비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들에 대한 유기·감금·임금 체불 등의 문제는 인신매매에 해당하지만, 국내에 ‘인신매매 방지법’이 없어 개별 사건으로 고소하는 등 이들을 보호하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관광업소 공연을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여성 중 일부가 공연기획사 등에 의해 유흥업소로 넘겨져 성 착취 목적의 성 산업에 노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법무부가 2011년 이후 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성매매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할 때 비자 발급, 업체 관리·감독, 피해자 보호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변정희 사무국장은 “자칫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까 두려워하는 외국 여성들의 불안한 지위를 노리고 유흥업소로 내모는 브로커들이 문제”라면서 “당국의 규제나 단속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인 ‘두레방’의 박수미 소장 역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업소를 방문해 외국인들의 근로 현장을 감찰하지만 실제로 업소가 운영되는 새벽 시간에 방문하지 않는 데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매매 현장을 포착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커버스토리] “탈북자·브로커 낀 北 이산상봉, 中서 이미 365일 진행”

    [커버스토리] “탈북자·브로커 낀 北 이산상봉, 中서 이미 365일 진행”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부담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경우 월남자 가족 등 불순계층으로 분류했기 때문이지요. 또한 정권의 입장에서 이산상봉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의 의복이나 숙식, 사전 교육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북측 이산가족들은 당국으로부터 남측 친척들에게 선물을 받아올 것과 체제선전을 할 것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뉴스 뉴포커스의 장진성(43) 대표는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북한의 시각을 이같이 분석했다. 북한에서 일종의 특권층이던 장 대표는 대남공작부서인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대남 심리전을 담당했다. 남한 사회에 대한 정보에 누구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던 그는 2004년 친구들에게 남한 잡지를 돌린 게 적발돼 우여곡절 끝에 탈북했다. 장 대표가 근무하던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3000여명이 남북회담 정책수립, 해외 친북 교포단체 육성, 대남 심리전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의 경험에 따르면 북한 통전부의 이산가족 상봉 전략은 외화벌이와 식량지원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된다. 장 대표는 “통전부 근무시절인 1999년 3월쯤에 북핵위기 당시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유명했던 박영수 정책과 부과장에게서 남측에서 서울과 평양을 상호 방문하는 식의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는데 (김정일) 장군님이 이를 반대할 명분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당시 (한국군과 미군의) 전쟁 연습 속에서 인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북한의 가장 큰 고민은 남측에서 상호 방문을 통해 교류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과 동시에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딜레마였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중국 내에서 이미 상시 이산가족 상봉이 탈북자들과 브로커들을 중심으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북한의 실질적 이산가족 상봉은 중국에서 이미 365일 진행되고 있는 셈”이라면서 “먼저 탈북한 가족이나 친척들을 통해 많은 경제적 도움을 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1년에 한번 상봉을 실시하는 것도 큰 일로 그것마저 인원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장성택 처형 이후 뭔가 경제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 지금 북한 정권이 원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라 일회적인 이벤트를 통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낼 경제적 대가를 얻어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런 이유로 “이번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24일 시작되는 한·미 군사훈련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고도의 대남 심리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북한에 변화가 있다면 불순계층으로 분류됐던 이산가족 상봉자 가운데 남한 해외 동포 출신 친척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물질적으로 풍족해진다는 점”이라면서 “북한 주민 가운데서도 남한의 친척을 찾으려고 자진 신고하는 경우가 늘어나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 정권에 자칫 민심을 돌리게 하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장씨는 ““대남관계에 노련한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북한이 원하는 것과 우리 정부가 북한에 원하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개인정보 불법 유통 브로커 발 못 붙이게” 금융당국·검·경 무기한 합동 단속

    “개인정보 불법 유통 브로커 발 못 붙이게” 금융당국·검·경 무기한 합동 단속

    카드 3사의 고객 정보 유출 이후 ‘~카더라’ 식의 소문이 금융소비자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개인 정보 브로커들이 이번 ‘카드 사태’를 빌미로 활개를 치면서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통되고 있는 개인 정보도 카드 3사에서 털린 고객 정보로 둔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결제승인 대행업체인 밴사와 미등록 대부업체, 개인 정보를 파는 브로커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오는 3월 말까지 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 캐피탈, 대부업체 등 전 금융권에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텔레마케팅 등을 통한 대출 권유를 중단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또 비(非)대면 방식으로 대출을 승인할 때는 대출 모집 경로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카드사를 사칭하는 ‘스미싱’(문자메시지 사기)과 관련해 정부 합동의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주간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한 내용의 스미싱 문자가 751건이나 발송됐다. 정부는 24일 신제윤 금융위원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개인 정보의 불법 유통과 활동 차단 조치를 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찰 조사 결과 이번 카드사의 정보 유출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았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카드 3사의 고객 정보 유통 가능성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기업 등에서 흘러나온 개인 정보가 시중에 유통된다는 지적이 많아 미등록 대부업체와 부실한 밴사, 개인 정보 브로커를 집중적으로 단속해 불법 유통을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검찰과 경찰 등 정부 관계기관이 이날부터 무기한 합동 단속에 나서고, 금융감독원의 ‘불법 사금융 신고센터’를 ‘불법 개인 정보 신고센터’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불법 유통되는 개인 정보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최대 1000만원을 주는 포상금제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번 단속에서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가능한 한 최고 형량을 부과하도록 검찰과 협조하기로 했다. 신용정보법에는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커버스토리] 고객님, 신상 털려 당황하셨어요~이름·전화번호 나오면 50원 대출 기록 나오면 최고 2만원

    [커버스토리] 고객님, 신상 털려 당황하셨어요~이름·전화번호 나오면 50원 대출 기록 나오면 최고 2만원

    “내 개인 정보는 단돈 500원짜리….” 허술한 보안을 틈타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정보 유통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출중개업체나 무등록 대부업자 등은 물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나 불법 도박사이트 업체 등 개인정보를 토대로 장사를 하는 곳에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고객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출모집인이나 금융사의 정보보안을 담당하는 외주업체 직원들이 이들의 주요 표적이다. 대출모집인 이모(41·여)씨는 “대출모집법인(에이전시)을 상대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사거나, 다른 데서 사온 DB를 파는 브로커들이 개인정보 유통시장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가 거래되는 시장에서는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나와 있는 정보는 단순 DB, 대출이력이나 신용등급이 나와 있는 정보는 고급 DB로 분류돼 가격이 매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화번호만 있으면 텔레마케팅(TM)을 할 수 있는 대리운전업체나 도박 사이트가 건당 10~50원에 단순 DB를 사가고, 보통 얼마나 최신 정보인가에 따라 100~500원의 가격이 매겨진다”면서 “그중에서도 고급 DB는 주로 대부업체의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출 기록이 있거나 앞으로 대출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집단의 DB는 건당 5000~2만원의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주민등록번호와 자택, 직장 주소, 과거 대출을 받은 이력이나 신용등급 등이 포함된 정보는 ‘부르는 게 값’이다. 금융사들의 보안 장벽이 높아지면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3~4년 전까지는 중국에 본거지를 둔 해킹 전문가들이 국내 금융사 DB를 해킹하는 수법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금융사 내외부의 직원들에게 접근해 직접 정보를 빼오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최근 카드사 정보 유출 역시 외주업체 직원이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개인정보를 담아 대출광고업자와 대출모집인에게 돈을 받고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역시 대출모집인이 저지른 일이었다. 한 은행의 정보보안 관계자는 “‘열 포졸이 도둑 한명을 못 잡는다’는 말도 있듯이 아무리 보안 장치를 강화해도 작정하고 정보를 빼가는 직원들을 사전에 미리 파악해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금융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정보 보호에 둔감한 기업들의 무관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들의 정보 보호 불감증을 틈타 금융사 내부직원이나 외주업체 용역직원이 유출한 개인정보가 대출중개업계나 전화금융 시장에 팔리는 등 활발히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부터가 정보 보안을 비용만 발생하는 것으로 봐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전문성 등을 키울 생각이 없는 데다가 직원들도 정보 보안 부서를 한직으로 여겨 가고 싶어 하지 않고 외주업체에 맡기면 된다고 여기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보 보안과 관련해 각 사마다 그럴듯한 규정은 정해져 있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CEO들이 이번 사태처럼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회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손해배상 비용이 생기는 등 사태 해결에 더 큰 비용이 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사상 최대인 1억건 이상의 정보유출이 발생했던 NH농협카드 등 3개사는 정보가 이미 새어 나갔는데도 7~14개월이 되도록 유출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평소 고객 개인정보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 만든 금융 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사는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지 5일 이내에 피해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사실을 알리고 홈페이지에 밝혀야 한다. 정보 유출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내부직원이 아니라 전산 위탁을 맡은 외주업체 직원이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라 사전에 유출 사실을 간파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카드사들은 다음 주부터 정보 유출 고객에게 피해 사실을 통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정보가 새어 나간 지 오래라 전화금융사기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른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게 카드사를 사칭해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주민번호를 대고 확인하라’는 전화사기”라면서 “이 같은 2차 사기에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유출사건을 피해 간 다른 금융사들도 정보 보안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것은 마찬가지다. 몇몇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틈타 슬그머니 유료 신용정보 보호서비스 판매를 재개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한, 삼성, 우리카드는 사고 직후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해당 서비스 판매를 중단했다가 이틀 만에 재개했고 현대카드는 사고 이후 줄곧 유료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뭇매를 맞았던 보험사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카드사와 외국계 은행에 앞서 지난해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켰던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이후 고객 개인정보 보호 수위를 한 단계 강화했다. 메리츠화재는 각 영업지점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일주일마다 암호화하도록 했다. 암호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고객의 개인정보는 자동으로 파기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보안 강화로 예전보다 업무에 많은 제약이 있어 불편하긴 하지만 지난해 정보유출 사건 이후 고객 개인정보 관리가 워낙 중요하다는 데 직원들이 공감해 보안 강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사내 정보보호위원회를 개인정보 보호, IT정보 보호, 일반 보안의 3개 영역별로 나눠 각 영역에 책임자를 두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카드사 정보유출의 원인이었던 위탁업체를 반기마다 점검하기로 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탈법 만연 변호사업계 특단 정화대책 세워라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그제 재판에 회부됐다. 그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브로커들로부터 ‘맞춤형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수임한 개인회생 사건은 모두 417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5억 6000여만원의 수임료에 눈이 멀어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사건이 전년 대비 3만여건 폭증한 것도 이 같은 ‘불법구조’를 통한 변호사들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사실이라면 변호사들이 모럴해저드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어서 철저한 해부와 대책이 필요하다. 법을 수호해야 할 변호사들이 법을 깔보고, 오히려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4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비위 내용은 더 가관이다. 의뢰인의 공탁금을 횡령한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기한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의뢰인의 방어권을 무력화시킨 어처구니없는 변호사도 있었다. 범인 도피 방조, 음주 뺑소니, 택시기사 폭행은 물론 미성년자 성매수 등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변호사들이 속출했다. 그런데도 징계는 미미했다. 대부분 100만~2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변호사업계는 만연한 변호사 비리가 이 같은 ‘솜방망이’ 징계 때문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길 바란다. 그 연장선상에서 변협은 주도적으로 비위 변호사들을 일벌백계하고, 인성프로그램 도입 등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들에 대한 불신은 사법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법적 안정성을 해쳐 고스란히 국가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대회 등을 통해 대대적인 자정·윤리선언을 하고, 그 실천적 방안을 공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당국도 차제에 현행 법조인 선발 제도의 보완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을 통해 한 해 새내기 법조인이 2400~2500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성적 위주의 검증이지 인성에 대한 판단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래서는 ‘스폰서 검사’, ‘막말 판사’, ‘조폭 변호사’가 언제든 또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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