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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가락 쪽쪽~ 이불에 찔찔~ 사소한 아이 버릇 심각한 질병 신호?

    ‘어린이의 고통은 어른의 책임’. 대부분의 부모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자녀의 건강 상태에는 지나치게 민감한 반면 사소한 행동은 “체질이거나 버릇이겠지.”하고 지나치곤 한다.그러나 이런 어린이의 행동거지 중에는 지나치면 성장을 방해하거나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어린이 질환을 살펴 본다. ●손가락빨기 많게는 어린이의 45%가 손가락을 빤다는 보고가 있다.보통 생후 1년쯤 시작해 3∼4세가 되면 저절로 멈추나 이 습관이 계속되면 앞니가 튀어나오는 부정교합 발생 빈도가 높아 문제가 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보통은 불만이나 부적응의 결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습관을 고친답시고 지나친 꾸중을 하면 정신적 긴장을 초래해 좋지 않다.가정에서는 손가락에 반창고를 두르거나 잘 때 팔관절 부위에 탄력붕대를 느슨하게 감아 팔을 구부릴 수 없게 하는 방법이 있다.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치과를 찾아 구강내 습관제거장치를 이용하도록 한다. ●음경 왜소 음경이 작다는 판단은 대부분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실제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의 상당수가 정상치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따라서 왜소 여부는 전문의의 판단에 따르는 게 좋다.보통은 정상치의 절반에 못미치면 ‘왜소’로 판정하는데 의사들은 육안으로 쉽게 판별한다.원인은 주로 성장호르몬 결핍인 경우가 많으며 체질적으로 작은 경우도 있다.먼저 원인을 찾아 호르몬이 부족한 경우라면 호르몬을 투여해 치료한다. ●야뇨증 임상적으로는 5세 이후 어린이가 밤에 오줌을 가리지 못해 주당 2회 이상 ‘실수’를 하면 야뇨증으로 본다. 원인은 유전적 요인이 크며 방광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생기는 경우도 있다.야뇨증은 열등감이나 수치심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사회생활 부적응 등 정신적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치료 시기는 5세 이후 취학 전이 좋다.보통 약물·행동·정신치료법을 적용한다.행동치료법으로 6개월 정도 치료하면 80% 정도가 낫는다. 가정에서는 저녁식사 후 수분 섭취를 제한하고 자기전에 소변을 누이는 등의 방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지나친 꾸중은 역효과를 내는 만큼 자신감을 주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축농증 축농증의 의학명은 부비동염이다.코 주변 얼굴뼈 속의 빈 공간,즉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과 콧물이 고인 상태를 말한다.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는데 흔히 “감기가 잘 안떨어진다.”면 축농증인 경우가 많다.증상은 급성의 경우 권태감,두통,미열과 코막힘,콧물,부비동 부위의 통증이 나타나고 만성은 코막힘,지속적인 누런 콧물,목으로 넘어가는 콧물,잦은 코피 등의 증상을 보인다.더 진행되면 두통,후각장애 및 집중력 감퇴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간혹 중이염이나 기관지염이 생기기도 한다. 치료는 항생제 등 약물치료가 우선이다.보통 1∼2개월이면 만족스런 결과를 얻으나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하는 게 좋다.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간편하게 수술할 수 있다.주로 감기가 발전해 걸리기 때문에 감기를 잘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책이다.코가 막혀 코를 세게 풀 경우 중이염 등 다른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밤늦잠 아이들이 잘 시간을 놓치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발육에 장애를 초래하고 집중력 이상과 면역력 약화를 초래하기도 한다.이런 경우 가정에서는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시켜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신경을 안정시키는 대추 달인 물과 깐 호두를 2알 정도 먹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현삼,복분자와 신장의 피로물질을 잘 배출시키는 목통,복령,저령,간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영지,인진 등을 이용한 약제도 좋다. ●밥투정 밥투정은 인후부의 기체증이나 소화기 계통인 비위 기능이 안좋아서 나타난다.이런 어린이는 음식을 입에 오래 물고 있다가 삼키지 못하고 토하는 사례가 많다.이때는 말린 무화과를 물에 불려 꿀에 절인 뒤 먹이면 식욕이 돋워 잘먹는다.인삼,생강,사인,정향 등의 약재를 달여 따뜻하게 차처럼 마셔도 좋다. 식생활 개선도 필요하다.가능한 한 군것질을 금하며 밥을 안 먹겠다고 떼를 쓰면 스스로 먹고 싶다고 느낄 때까지 굶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간단한 경락 마사지도 도움이 된다.꼬리뼈 주변에서 목 아래까지의 척추뼈 주위를 꼬집듯 잡아 발그스레해질 정도로 문질러준다.한방에서는 창출,백출,후박 등의 약재를 이용해 치료한다. ■ 도움말 서울대병원 소아비뇨기과 최황·소아신장과 정해일·이비인후과 이철희 교수,연세대치대 치과병원 이제호 교수,도원아이한의원 이정언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
  • 야, 봄이다 뛰놀던 아이 앗!

    ‘한순간' 어린이 골절 흉터·기형성장 조심 봄,누구보다 아이들이 신나는 계절이다.뛰고,뒹구느라 정신이 없다.잠깐만 한 눈을 팔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어린 아이들이다.그래서 크고 작은 사고도 많다.별거 아니라고 여기기 쉽지만 막상 아이들이 다치면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우왕좌왕하다 치료 타이밍을 놓치거나,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흉터나 기형성장 등 부작용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아이들 사고의 바른 처치법을 알아본다. ●골절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경우다.성인과 달리 아이들의 뼈는 넘어지는 등 가벼운 충격에도 곧잘 부러진다.보통은 수술 대신 석고 고정 등으로 치료한다.아이들 뼈는 조금 굽거나 겹쳐져도 잘 붙으며,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자라면서 저절로 교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들 골절을 어른 골절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된다.아이들이 주로 다치는 부위는 넘어지면서 짚는 손목과 팔꿈치,발목 주위인데,이 부위에는 성장판이 있어 이곳을 다치면 자라면서 심각한 성장장애나 기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따라서 성장판이 손상돼 골격이 변형된 경우는 반드시 수술 치료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염좌 관절을 무리하게 움직이면 관절에 붙어있는 인대나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낭 등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다.이런 손상을 염좌라고 하는데,흔히 ‘삐었다.’고 하는 경우다.손가락이나 발목,무릎,팔꿈치,어깨관절 등에서 흔히 발생한다.특히 체중을 지탱하는 발목 관절이나 일을 많이 하는 어깨 관절은 쉽게 염좌가 생길 수 있다. ●탈구 흔히 ‘팔이 빠졌다.’고 하는 경우다.어깨,팔꿈치,다리,턱,손가락 등에 자주 발생한다.관절 속에 들어 있는 뼈의 머리 즉,골두부가 외력에 의해 빠져나와 발생한다.이때 관절 주위에 있는 인대나 근육,관절낭 등을 포함한 다른 조직이 함께 손상되는 게 일반적이다.관절이 탈구되면,염좌 때처럼 관절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탈구된 관절은 염좌보다 더 심하게 붓고 통증이 심해 손발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이 경우 얼음찜질과 함께 관절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붕대나 삼각건으로 묶은 다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출혈 넘어지거나 부딪쳐 생긴 찰과상이나 칼,못 등에 긁힌 열상은 상처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은 다음 소독제와 항생 연고를 바른 후 멸균 거즈로 감싼 상태에서 반창고나 붕대로 감는다.이렇게 1∼2주가 지나면 치유가 되지만 얼굴 등의 상처는 흉터가 남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칼이나 유리 조각 등에 근육,인대,혈관,신경 및 내부 장기 등이 손상된 자상은 멸균 거즈를 대고 압박해 지혈 조치를 한 뒤 환부를 심장보다 높게 해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유리 파편이 박힌 경우에는 상처를 만지지 말고 병원으로 옮긴다. ●코피 간단히 멎는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10∼20분 이내에 멎지 않는 경우라면 코나 혈액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이때는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코피가 난다며 머리를 뒤로 젖히고 뒷덜미를 두들기는 것은 잘못된 처치법이다. 코피가 나면 우선 의자에 편히 앉히고 머리를 약간 숙인 상태에서 콧망울을 쥐고 코의 중앙,즉 연골 부분을 손가락으로 밀듯이 압박한다.그리고 미간 부위를 찬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로 식힌다.출혈이 많은 경우 코피를 삼키지 않도록 머리를 높게 하든가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편한 자세를 취하게 하는 게 좋다. ●응급처치 가장 보편적인 응급처치는 ‘RICE방식’이다.우선 안정(Rest)시킨 뒤 얼음찜질(Icing)을 하고,상처를 압박(Compression)해 지혈한 뒤,상처 부위가 심장보다 높게(Elevation) 눕히는 방법이다. 이런 처치 뒤 병원으로 옮기면 된다.교통사고 등 돌발 사고로 아이가 크게 다쳤을 경우에는 의사나 구급 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손상된 관절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가능한 처음 발견했을 때의 자세를 유지시켜 파열이 악화되거나 혈관,신경조직의 손상을 막는 게 필요하다. ■ 도움말 을지대학병원 정형외과 김병성·응급의학과 양영모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 부시의 전쟁 / 바그다드 ‘아비규환’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로 진격한 7일(현지시간)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의료품마저 끊겨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계속되는 폭격으로 전기·전화가 끊기고 집 잃은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전쟁의 고통은 갈수록 더해 간다고 전했다. ●1시간에 부상자 100명 몰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6일 바그다드 남부의 야르무크 병원에 1시간에 100명 꼴로 부상자가 몰려들었다고 밝혔다.현지 의료관계자는 “부상자가 파도처럼 밀려와 몇 명인지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이라크 관계자는 개전 2주 만에 민간인 1252명이 숨지고 5103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팔과 다리에 핏자국이 선명한 깁스 붕대를 두른 어린이들이 병원에 많았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전투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의료품 공급도 전면 중단됐다.바그다드 시내 병원에 의료품을 전달하려던 한 지원단체 차량단은 연합군의 계속되는 공습으로 병원 방문을 취소해야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집 잃고 거리로 내몰린 주민들 폭격이 계속되면서 집을 잃고 거리로 쫓겨난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라비아 무르하지는 “이웃마을에 살고 있는 어머니댁을 다녀오는 사이에 집이 폭격을 맞아 산산조각났다.”며 울부짖었다. 노모를 휠체어에 태우고 자녀 여섯을 데리고 피란길에 나선 카젬(40)은 “연합군이 인근 고속도로를 폭격하면서 우리집 지붕과 벽도 금이 갔다.”며 “곧 무너질 것 같아 먹을 것만 챙겨 급히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난민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정은주기자 외신 ejung@
  • [대한포럼] 춤추는 또하나의 전쟁

    명분 없는 이라크전에선 또 하나의 전쟁이 춤을 추고 있다.미디어 전쟁이다.이번 침략전쟁을 주도한 미·영 연합군의 시각으로 전쟁을 보도하는 미 CNN,아랍권의 피해자 시각을 제공하는 카타르의 알 자지라 방송이 대표선수들이다.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라크편에 서서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전쟁 발발 10일째.지금까지의 결과는 알 자지라의 판정승이다.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알 자지라의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서방 매체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동 분쟁을 접하게 됐다.”며 알 자지라를 평가했다.“1991년의 걸프전이 CNN을 만들었다면 이번 이라크전은 CNN의 약점을 두드러지게 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알 자지라는 공습·진군 등 미군의 작전전개를 중심으로 전황을 보도하는 CNN과는 달리,피해상황 같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전쟁의 생생한 현장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알 자지라는 방송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설명에 앞서 현장을 소개하는 식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지난 23일에는 연합군의 폭격으로머리가 반쯤 없어진 12세 소년의 시신을 그대로 내보내 시청자와 네티즌을 경악하게 했다.공포에 질린 채 회견하는 미군 포로의 모습,미군 전사자의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포로의 지위 등을 규정한 제네바협정을 위반했다는 미국의 비난을 불러오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CNN이 죽을 쑤는 데는 이라크에서 추방돼 현장접근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자국의 입맛을 반영하는 전쟁보도 태도 때문이다.편향적일 때가 많다.미군의 공격부대에 기자들을 배치한 종군기자제가 CNN의 약자편 보도 기회를 박탈한 측면도 있다.‘유혹의 덫’에 걸려 결과적으로 미군의 선전심리전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미군의 주장을 받아 쓴 기사가 오보로 판명되는 사례가 잇따랐다.전쟁 초기 미군의 ‘족집게 공격론’을 치켜세웠으나 민간인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머쓱해졌다.미군의 일방적 보도자료 제공에 당했다고나 할까. 알 자지라는 화물차에 실린 시신들,피 흘리며 응급실로 치닫는 민간인들,머리에 붕대를 감은 어린이,울부짖는 여자들,폐허된 건물·주택들도 보여주고 있다.‘선정적’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서방인들이 충격을 받는 것은 이런 처참한 전쟁의 뒷모습이다.반전 여론 확산에 모티브가 되는 것들이다. 미군은 바로 이래서 언론의 전쟁보도를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CNN만 통제하면 심리전에 승리해 조기 종전을 가져올 것으로 믿었던 미군에게 알 자지라의 생생한 화면은 이라크군보다 무서웠다.알 자지라의 리얼리즘은 ‘모래 폭풍’과도 같았다.이라크 국영TV를 폭격한 것도 그렇기 때문이다.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건재를 과시하며 ‘결사항전’을 독려하는 화면을 알 자지라에 넘겨준 데 대한 화풀이였다.알 자지라의 이브라힘 힐랄 보도국장은 CNN을 향해 “전쟁의 양측을 보여주지 않으면 전쟁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의 안방에는 CNN의 보도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미국의 앵글로 이라크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전쟁의 이면을 알기 힘들다.하물며 침략전쟁의 진상이야 오죽 하겠는가.우리만의 독자적 보도관점이 필요하다.수십명의 취재진을 특파해 독자적 시야를 넓히려는 중국의 신화통신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전쟁보도는 단지 ‘불꽃놀이’를 중계하는 것이 아니다.전쟁을 일으킨 패권주의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전달되어야 한다.전장에서 날아온 CNN의 ‘패배’는 어쩌면 일방적 보도의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이 건 영 seouling@
  • [임영숙 칼럼] ‘여러분이 죽이려는 그 아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기 전 한 전쟁반대 집회에서 열세살 난 소녀가 이렇게 말했다.“저를 한번 보세요.찬찬히 오랫동안.여러분이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걸 생각했을 때,여러분 머릿속에는 바로 제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저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그 아이입니다.” 샬롯 앨더브론이라는 이름의 이 미국 소녀는 지난 91년 걸프전쟁에서 이라크 어린이들이 겪은 참혹한 불행을 상기시키면서 덧붙여 말했다.자신이 운이 좋다면 91년 바그다드 공습대피소에서 스마트 폭탄에 살해당한 300여명의 아이들처럼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고 운이 없다면 천천히 죽어가거나 죽는 대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외상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충격과 공포’작전으로 명명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된 지 1주일.이제 우리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그 아이’들을 매일 보고 있다.‘운이 없어’ 그 자리에서 죽지 못한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을. 지난 걸프전 때 한달여 동안 사용했던 것의 두배에 가까운 2500여기의 크루즈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이 쏟아 부어졌다는 이번 바그다드 첫날 공습 때 부상당한 어린이의 울음소리는 한국의 어머니들에게도 오랫동안 환청으로 남을 듯싶다.머리 전체를 붕대로 감은 채 고통과 공포에 질려 울고 있는 그 아이를 어느 어머니가 무심히 볼 수 있었겠는가.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에 대한 공습 때 다친 후 할아버지 손에 안겨 옮겨지던 소녀의 모습,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듯 축 처진 그 소녀의 초록색 바지를 누더기로 만든 미사일 파편 자국 또한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어머니 등에 업혀 6·25전쟁을 겪었음에도 어린 시절 나는 오랫동안 전쟁이 일어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악몽을 꾸었다.그 악몽을 대체한 또 다른 악몽,시험 준비를 전혀 안했는데 갑자기 시험을 보게 되는 악몽도 이제 까마득히 잊혀져 가는 마당에 이라크 전쟁이 다시 어린시절의 악몽을 일깨워 주고 있다. 모든 전쟁은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그 희생양으로 만든다.이라크 전쟁의 민간인 피해자들 역시 그 사회의 가장 힘 없는 사람들이다.피란을 떠날 능력도 없는 가난한사람들,공습 사이 사이에 생업을 꾸려가야 하는 이들이 이번 전쟁의 첫번째 희생제물이 됐다. 그러고 보면 여성들이 반전 운동에 앞장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세계YWCA는 지난해 이미 “유엔의 재가가 있든지 없든지 이라크에 대한 어떤 군사적 공격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선언했다.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국내 반전운동에도 여성들이 적극 앞장서고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아무리 서울에서 반전데모를 벌여도 미국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미국에서 보면 우리의 반전운동은 ‘꼴값’정도에 그칠 것이다.전쟁에는 선과 악이 없다.이번 전쟁을 지지하는 나라도 반대하는 나라도 ‘국익’에 따른 선택을 했을 뿐이다.”라고. 그러나 외교적 현실이 어떻든 우리 어머니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그리고 이라크 어린이들보다 나을 것 없는 북한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유니세프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19일 ‘오늘의 이라크 어린이 상황’을 발표했다.이라크 인구의 절반가량이15세 미만의 어린이고 그중 100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영양실조 상태이며 5세 미만 어린이의 4분의1이 발육부진 상태라는 것이었다.유니세프 이라크 사무소 대표는 “전쟁은 이미 충분히 비참한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전운동이 길거리의 이벤트에서 더 나아가 그 아이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구호활동으로까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올지 짐작해 보기도 두려운 ‘바그다드 시가전’이라는 재앙이 임박한 상황이다. 미디어연구소장ysi@
  • [길섶에서] 백기의 죽음

    이라크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외신 사진들이 쏟아지고 있다.머리에 붕대를 두른 채 울부짖는 아이,얼굴에 화상을 입은 아이를 품은 어머니,손과 발을 붕대로 감은 여인….첨단 살상무기의 이면에 가려진 희생자들이다. 하지만 백기를 들고 참호에 구부린 채 숨진 두 이라크 병사의 사진 한 장에서 전쟁의 참혹함이 더 진하게 와닿는다. 참호 벽에 얼굴을 반쯤 파묻은 듯한 모습에서 마지막까지 죽음의 그림자를 떨쳐버리려 했던 두 병사의 공포가 느껴진다.미군과 영국군의 피해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그러나 두 이라크 병사는 전쟁이 끝난 뒤에야 무수히 많은 이라크병 전사자에 합산된 ‘2명’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 같다. 독일의 반전작가 레마르크는 1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고교생 지원병 파울 보이머가 전사하는 순간 사령부 보고서에는 ‘서부전선 이상없다’였다며 전쟁터의 무의미한 죽음을 그렸다.두 이라크 병사가 죽음을 맞던 날 보고서에는 어떤 글이 씌어 있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 부시의 전쟁/커지는 反戰 목소리...세계 곳곳 전쟁 참상에 분노 폭발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로의 진격이 본격화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23일(이하 현지시간) 지구촌 곳곳에서 반전의 파고(波高)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포탄 파편과 피로 얼룩진 바그다드의 참상을 목격한 세계인들은 곳곳에서 전쟁의 참상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반전·반미를 토해냈다. ●이슬람권,“부시와 블레어는 ‘악의 축’”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에서는 어린이를 포함,20여만명의 시위대가 “악의 축은 부시와 블레어”라고 외치며 미·영 연합군의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미 대사관을 에워싸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를 불태우며 미국의 침공을 비난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만여명의 시위대가 “미·영에게 죽음을”,“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고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는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한 장애인들이 붕대를 감은 이라크 어린이의 사진을 들고 의회까지 행진했다. ●이웃나라들,“우리는 후세인 포기 않는다”” 이웃 요르단에선 대학생 4000여명이 남부 마안에서 “우리는 후세인 대통령과 이라크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외치며 미군과 미 대사를 요르단에서 추방할 것을 요구했다. 터키에서는 미군에게 영공을 개방한 정부 방침에 항의하는 700여명의 시위대가 이스탄불 시내에서 경찰과 투석전을 벌였다. 1만 6000여명의 대학생이 3일째 반전집회를 이어간 이집트 카이로에선 이날까지 8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일부 아랍권 지도자들이 사태진화에 나서기도 했다.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우리가 온 힘을 다해 전쟁을 피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해명했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형제 이라크인의 시련에 고통과 고뇌를 느낀다.”며 시위대에게 호소했다. ●콜로세움엔 애도의 검은 깃발이 이탈리아에선 이라크 침공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검은색 깃발이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에 내걸린 가운데 평화를 염원하는 마라톤이 열렸다. 스페인 내전 당시 최대의 학살지이자 피카소의 벽화로 유명한 게르니카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더이상 게르니카는 없다.”라고 새겨진 깃발을 들고 연합군의 공격 중단을 외쳤다. 호주에서는 캔버라를 비롯,시드니와 애들레이드 등에서 4만여명의 시위대가 2000명의 병력을 연합군에 파견한 존 하워드 총리를 비난하며 파병된 병력의 조속한 귀국을 촉구했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를 비롯,각 도시에서 2000여명이 평화행진을 벌였고 미국 워싱턴에서는 2차대전을 비롯,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에 참전했던 퇴역군인 수백명이 반전집회를 열였다. 황장석기자 외신 surono@
  • 지혈후 피부 흡수되는 붕대 개발

    |리치먼드(미 버지니아주) 연합| 상처의 출혈을 즉시 멎게 한 뒤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 따라 자연히 피부에 흡수되는 첨단 조직공학 붕대가 개발됐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생의학공학 교수인 개리 볼린 박사는 미국화학학회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 최신호(2월12일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전기방적(electrospinning) 기술을 이용,혈액 속에 존재하는 섬유소를 플란넬 모양의 붕대로 짜내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이 붕대는 섬유소 역할을 수행,상처의 출혈을 멎게 하며 상처가 치유되면서 피부에 흡수된다고 볼린 박사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상처가 생겨 피가 나면 응혈괴(凝血塊)가 형성되고 이 응혈괴 위로 피브린이라는 섬유소로 이루어진 그물조직이 깔린다.볼린 박사가 개발한 붕대는 피브린의 전단계 물질인 피브리노젠으로 만들어졌다. 볼린 박사는 앞으로 외상 환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 피브리노젠 조직을 거즈처럼 붕대로 포장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면서,안전·효능 테스트를 거쳐 시판되려면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이 첨단붕대의 특허권 사용을 텍사스주 어빙에 있는 나노매트릭스사에 주었다고 덧붙였다.
  • 감염성 폐기물업체 허가 대립

    감염성 폐기물 처리업체 허가문제를 놓고 경기도 연천군과 경인지방환경청이 대립하고 있다. 연천군은 주민민원과 군 조례를 들어 반대하는 데 반해,환경청은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군수의 월권 행위’라고 주장한다. 양측은 이와 관련,최근까지 무려 7차례나 협의요청과 재협의요청,반대의견을 담은 공문을 주고 받았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9일 경인지방환경청과 연천군에 따르면 환경청은 ㈜도시환경(대표 김종배)이 전국 주요 병원에서 배출되는 탈지면·붕대·주사기·장례용품과 인체조직 등 감염성 폐기물 소각장을 연천군 전곡읍 간파리 391 일원 1434㎡에 건설하겠다고 지난 5월 30일 허가를 신청하자 연천군에 협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연천군은 “간파리 지역은 폐기물 관련업체의 밀집으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주민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며 “폐기물 관련 조례에 따라 입지를 제한한다.”고 회신했다. 연천군은 지난 96년 이후 간파리 지역에 폐유정제공장과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음식물쓰레기 비료화공장과 염색업체 등29개 업체가 입주,주민민원이 계속되자 지난해 8월 ‘연천군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에 ‘사업장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제9조)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환경청은 “군의 신설 조례는 일반폐기물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환경부가 허가권을 가진 지정폐기물까지 포괄적으로 허가 제한 대상에 넣은 것은 ‘상위법(폐기물관리법) 위반’이며 이를 근거로 군수가 허가를 반대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입장이다.또 “‘폐기물처리업 허가 심의지침’에 따라 주민 반대만을 이유로 허가신청을 반려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도시환경에 허가를 내주더라도 연천군은 건축허가 등을 내주지 않을 공산이 커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비화하고,관련 조례의 효력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연천 한만교기자 mghann@
  •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 ‘황금 셔틀콕’

    한국 배드민턴이 남녀복식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추가하며 ‘셔틀콕 강국’의 명성을 이어갔다. 금메달 7개가 걸린 배드민턴에서 한국은 혼합복식,남자단체에 이어 남녀복식까지 4개의 금메달을 거두어 들였다. 남자복식 우승은 86서울대회에서 ‘황금콤비’로 전설이 되다시피한 박주봉-김문수 이후 16년,여자복식은 94히로시마대회의 장혜옥-심은정 이후 8년만이다. 세계랭킹 1위인 이동수-유용성(이상 삼성전기) 조는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랭킹 5위인 태국의 테에라위와타나 프라모태-판비사바스 테사나 조를 2-0(15-11 15-6)으로 꺾었다. 오른손잡이 이동수와 왼손잡이 유용성은 내리꽂는 스매싱과 구석구석을 찔러넣는 하이클리어로 태국을 가볍게 제압했다.두 사람은 남자 단체전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이에 앞서 여자복식 나경민-이경원(이상 삼성전기) 조는 세계랭킹 2위의 중국 가오링-후앙수이 조를 2-0(11-8 11-7)으로 물리쳤다.부상투혼을 발휘한 나경민도 전날 혼합복식에 이어 2관왕이 됐다. 나경민은 지난 8월 인도네시아와싱가포르에서 열린 오픈선수권대회에서 오른팔목의 근육이 엉키는 부상을 당했다.이날도 오른팔에 압박붕대를 감고 나온 나경민은 대회 시작 20일전까지도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 중국도 이를 알고 있는 듯 1세트에서는 나경민에게 집중적으로 목적타를 날렸다.그러나 나경민은 이를 오히려 상대쪽 코너 깊숙이 찔러 넣곤 했다.20여차례 이상 이어지는 랠리가 적지 않았고,관중들도 숨을 죽였지만 결과는 11-8 한국의 승리였다. 나-이조는 2세트 중반까지 6-3으로 앞섰다.하지만 가오링의 스매싱이 살아나면서 중국은 2점을 따라 붙었다. 다시 나경민의 절묘한 네트플레이와 이경원의 스매싱이 빛을 발했다.나경민의 짧은 스매싱이 중국코트에 그대로 꽂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가오링-후앙수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부산 이기철기자 chuli@
  • [기고] 고구려벽화 속의 고구려 청년

    북한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최근 발굴해 8일 공개된 고구려 고분벽화는 그 생생함으로 우리를 1600년 전의 세계로 이끌었다.고분벽화 발굴의 의미를,김영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서 듣는다.고구려 복식을 연구,타이완국립사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학예사는 이 분야의 흔치 않은 전문가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그 소재지가 북한이기 때문에 벽화에 관련된 연구와 자료 조사는 북한의 조사 발굴 성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다행히 북한과 일본의 공동조사에 의해 1600년 전의 벽화가 발굴돼 고구려 연구에 또다른 계기가 될 수 있어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발굴된 고구려 고분벽화는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발굴된 것으로 석회를 바르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도굴되어 방치되기는 하였지만 벽화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보이며 분묘의 규모로 미루어 왕릉급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벽화에 남은 그림은 매우 선명하고 상태 역시 그 형상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 상의인 저고리와 하의인 바지를 입고 있는 남성의 모습이라 하겠다.얼굴에 붉은 빛이 돌고 입술이 붉기 때문에 여성이 화장한 모습으로 오인할 수 있겠으나,고구려 여성은 얼굴 화장을 할 경우에는 분홍빛으로 한 것이 아니라 흰색으로 하고 볼 터치와 입술을 조그맣게 그린 것이 특징이었다. 이런 모습은 같은 고구려 고분벽화인 쌍영총의 인물도에서 볼 수 있어 화장을 하얗게 한 여성과 그 앞에 선 남성을 비교하면 바로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또 고구려 여성이 화장을 즐겨 한 것은 중국에도 알려져,중국 기록인 ‘수서(隋書)’에 백제 여성은 분대(粉黛)를 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하여 고구려 여성들의 화장을 강조하였다.그만큼 고구려는 백제와는 다르게 화장을 즐겨 하였고 이런 현상을 중국사람들은 놓치지 않고 관찰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 모양을 보면 벽화의 일부가 박락되어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뒤로 넘겨 묶은 것으로 보인다.미소년의 경우에는 묶은 중발머리가 되어 머리를 묶은 끝이 위로 치켜올라가야 하지만,이 벽화의 주인공의 경우에는 묶은 중발머리보다 머리카락이 더 길게 자란 나이의 젊은이로 보인다. 상의인 저고리는 깃과 소매 끝을 검은색으로 선을 둘렀고 옷단은 상의와 같은 색으로 선을 둘렀다.깃의 여밈은 알아볼 수 없지만 오른쪽 깃을 왼쪽 가슴 위로 덮었고,허리에는 끈을 묶어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갔으며,허리끈 자락의 일부가 옷단까지 늘어진 것으로 보인다.소매는 걷어올려 작업하던 중의 모습으로 보인다. 특이할 만한 것이 바지인데,기존의 바지와는 달리 반바지 차림이다.종아리부분은 마치 붕대를 돌려감은 것과 같이 선이 그려져 있어,작업을 하기 때문에 걷어올렸다고 하기보다는 원래 반바지 차림에 종아리 부분은 행전과 같이 두른 것이 아닐까 한다.이런 바지 모습은 유목생활을 하던 서양 게르만 민족의 바지에서도 나타나,바지를 입고 외풍 등을 막고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다리에 감은 크로스 개더링(cross gathering)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비록 많은 내용의 벽화는 아니지만 기존 벽화와 다른 복장으로 새로운 고구려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이후 더 많은 고구려 고분벽화의발굴을 기대한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영재 학예사
  • 아시안게임/ 유도 - 남북한 아쉬운 은3

    한국 유도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구덕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결승전에서 안동진(경남도청)과 배은혜(용인대)가 모두 은메달에 머물렀다. 남자 81㎏급의 안동진은 머리에 부상을 입어 붕대를 감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였지만 1-2로 판정패했다.상대는 지난해 10월 일본으로 귀화한 아키야마 요시히로(27·한국명 추성훈).안동진은 아키야마에 맞서 줄곧 박진감 넘치는 공격을 시도했으나 포인트를 얻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특히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충분히 포인트로 연결될 수 있는 메치기와 굳히기를 잇따라 시도했으나 끝내 인정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안동진은 조인철이 은퇴한 뒤 빛을 보기 시작했다.아키야마와는 일본 귀화전 세 차례 싸워 2승1패로 앞섰지만 지난 1월 귀화 뒤 만난 첫 대회인 파리오픈 결승에서는 패했다.이날 패배로 안동진은 역대 전적에서도 2승3패로 뒤졌다.안동진은 “성훈이 기량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아키야먀는 응원나온 가족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환호했다.이날아키야마의 부모와 부산정보대에 유학중인 여동생이 열렬히 응원했다.아키야마는 “더 좋은 환경에서 유도를 하기 위해 일본에 귀화했다.”며 “유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더욱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자 70㎏급 결승에서도 배은혜가 중국 친동야에게 경기시작 43초만에 허리후리기 절반을 빼앗긴 데 이어 누르기 절반을 내줘 한판패했다. 배은혜는 준결승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우에노 마사에(일본)에 효과승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편 여자 63㎏급에 출전한 북한의 지경순은 준결승까지 한판 행진을 벌였으나 결승에서 일본의 타니모토 아유미에게 허리후리기 한판으로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부산 조현석 박준석기자 hyun68@
  • 월드컵 이모저모/ 한국, 최고인기팀에 뽑혀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네티즌이 선정한 최고인기팀으로 선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27일부터 2일 오전까지 실시된 인터넷 투표에서 한국은 전세계 네티즌 36만 5619명 가운데 61%인 22만 6636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최고인기팀으로 뽑혔다. 3위팀 터키가 19%(7만300표)로 2위에 올랐고 우승국 브라질은 8%(2만 2002표)로 3위에 머물렀다.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25·인터밀란)가 2002월드컵 우승을 이끈 공로로 1년 수입이 1100만 유로(130억원)로 껑충 뛸 것이라고 이탈리아에서 발행되는 ‘가제타 델로 스포츠’가 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마시모 모라티 인터밀란 클럽 총재는 호나우두의 연봉을 400만 유로에서 620만 유로로 올리고 계약기간을 2006년에서 2007년으로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모라티 총재는 또 1989년 이후 우승하지 못한 세리에 A리그를 제패할 경우와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조건으로 각각 10%의 보너스를 얹어주기로 했다.여기에 광고 수입 300만 유로를 더하면 호나우두의 년 수입은1100만 유로에 이르게 돼 현재 1년 수입의 두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밀란은 97년 바르셀로나로부터 2900만 유로를 지급하고 호나우두를 영입했다. ◇브라질 언론들은 지난 1일자에 일제히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 사진을 게재하고 다섯 번째 챔프란 뜻의 ‘펜타캄페온’(일간 글로보),‘축구 황제’(스포츠지 랑스) 등의 제목을 뽑으며 선수들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일간 ‘에드타드 드 상파울루’는 “세계 최강의 챔피언”이라는 제목 아래 1면 전면을 할애해 보도했다.또 TV글로보는 대표팀 유니폼에 역대 우승횟수를 자수로 새긴 별의 개수를 4개에서 5개로 늘리는 화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지구상 최고의 팀”이라는 극찬을 늘어놓았다. ◇준우승국 독일은 축구대표팀이 귀국한 2일 프랑크푸르트국제공항 등에서 자축 행사를 가졌다. 행사장인 프랑크푸르트 시내 뢰머광장에 모여든 3만여 시민들은 선수들이 시청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자 ‘도이칠란트’를 연호하고 독일 국기를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다. 1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해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 수상자로 선정된 골키퍼 올리버 칸이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채 무대에 올라 “4년 뒤에는 꼭 우승하겠다.”고 힘차게 외치자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현지 언론들도 대회 개막 전에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대표팀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일본 축구대표팀의 차기 감독을 또다시 외국인이 맡을 것 같다. 일본축구협회의 한 간부는 1일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의 후임에 대해 “외국인으로 범위를 좁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후보로는 월드컵 첫 출전국인 세네갈을 8강에 올린 브뤼노 메추 감독과 98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에메 자케 전 감독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월드컵 1라운드 무승·무득점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한 프랑스대표팀의 로제 르메르 감독을 대체할 후보로 프랑스 프로리그 르 아브르 감독인 장 프랑수아 도메르그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축구연맹(FFF) 클로드 시모네 회장은 주간 프랑스풋볼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르메르 후임으로 미셸 플라티니 FFF 부회장,자크 상티니 리옹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도메르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한수기자 onekor@
  • 월드컵/ 박두익 8강신화 재현 “내게 맡겨라”

    ‘100회 출장 기념 축포로 박두익의 8강 신화를 재현한다.’ 한국 대표팀의 맏형인 황선홍(34·가시와)이 36년전 박두익이 주도한 북한의 8강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신발 끈을 조여맸다.18일 대전에서 열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자신의 A매치 100회 출장인 데다 탈락하면 은퇴무대가 되기 때문에 황선홍의 투지는 남다르다.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결장하는 바람에 100회 출장을 다 못채우고 그라운드를 떠나는가 싶었는데 후배들의 선전으로 이번에 다시 기회를 맞게 됐다. 황선홍은 월드컵 조별리그 첫경기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한국의 본선 첫승과 첫 16강 진출의 물꼬를 텄으나 미국과의 2차전에서 눈썹 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결국 교체돼 벤치로 물러나긴 했지만 최고참이면서도 붕대를 질끈 동여맨 채 투지를 불태우며 팀의 사기를 자극한 결과 불가능할 것 같던 16강 진출을 현실로 만들었다. 황선홍은 현재 월드컵 본선에 4회 연속 출전하며 통산 2골을 넣은 것을 포함,A매치에 99회 출장해 50골을 기록중이다.이번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추가하면 100회 출장기록과 함께 94미국월드컵 독일전에서 기록한 골을 더해 한국 선수중 가장 많은 월드컵 통산 골기록(3골)까지 보유하게 된다.현재 한국 선수중 월드컵 통산 최다 골기록은 황선홍 자신과 홍명보(94대회 2골)·유상철(98·2002대회 각 1골)이 함께 갖고 있다. 황선홍은 이번 이탈리아전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점쳐진다.포르투갈전에서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젊은 안정환을 대신 기용했지만 이번엔 한 경기를 쉬고 체력도 충분히 비축돼 있어 출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황선홍은 16일 대전으로 떠나기 전 포르투갈전 결장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섭섭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한 뒤 “(자기 대신 들어간)안정환이 잘해 줬다.모두들 그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면서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황선홍은 그러나 “충분히 쉰 만큼 컨디션도 좋고 팀 분위기도 좋다.”며 출장의지를 불태웠다. 박해옥기자 hop@
  • 월드컵/ “16강 맡겨라”노장투혼 ‘활활’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없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 월드컵’으로 삼는 ‘30대 노장’들이 14일 포르투갈전에 승부를 걸었다. 황선홍(34)은 포르투갈전이 통산 100번째 A매치가 된다.마침내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것이다.그는 13일 숙소인 인천의 한 호텔에서 자꾸만 긴장되는 마음을 다잡았다.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14년을 접고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순간이다. 지난달 말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그가 보여준 모습은 투혼 그 자체다.폴란드전에서 나이를 잊고 그라운드를 누빈 끝에 천금 같은 결승골을 뽑아냈고,미국전에서는 찢어진 눈가에 붕대를 감고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A매치에서만 50골을 넣어 경기당 0.5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황선홍.포르투갈전에서 한 골을 추가,한국을 16강에 올려놓은 뒤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는 각오로 뭉쳐 있다. 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4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홍명보(33)도 독일대회를 기약하기 어렵다.히딩크호의 깐깐한 체력테스트를 통과했고 아직 90분을 뛰는데 전혀 지장이 없지만 4년 뒤면 37살이다.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지도 모를 포르투갈전만큼은 자신이 이끄는 포백라인이 골네트보다 더 촘촘한 그물망을 치겠다는 각오다. 유상철(31)은 98년 벨기에전에서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리며 일약 스타가 됐다.폴란드전에서 추가골을 보태 두 대회 연속 골을 기록했다.그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월드컵을 멋지게 마무리짓고 싶은 생각뿐이다. 인천 류길상기자
  • 월드컵/ 포르투갈전 배수진, 히딩크 “비기는 경기 안한다”

    “또다시 4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 미국과 아쉬운 1-1 무승부를 이뤄 16강 진출에 노란불이 켜진 한국 대표팀이 11일 오후 경주시민운동장에서 포르투갈전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국제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오픈 찬스를 수없이 만들고도 골을 추가하지 못한 미국전의 아쉬운 기억은 깨끗이 지워버렸다.페널티킥을 실축해 가슴에 멍이 든 이을용도,수없이 많은 기회를 골키퍼 브래드 프리덜의 가슴에 안겨준 설기현도,16강 티켓을 허공에 날려버린 최용수도 평상심을 되찾았다. 비록 강호 포르투갈과 마지막 일전을 남겨두긴 했어도 현재 한국은 1승1무 승점 4로 D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승점 3(1승1패)인 포르투갈과 비기기만해도 자력으로 16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에 지면 폴란드가 미국을 꺾어주기만을 바라봐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히딩크 감독은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고 안정환 등 선수들도 “포르투갈은 명성만큼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표팀은 미국전 패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 폴란드를 4-0으로 완파한 포르투갈을 맞아 수비 시스템을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바꾸고 좌우 측면 공격에 더욱 무게를 둘 전망이다.히딩크 감독도 “포르투갈의 스트라이커는 파울레타 한명인데 스리백을 쓰면 좌우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며 수비라인을 바꿀 것임을 밝혔다. 포르투갈의 세르지우 콘세이상-후이 코스타-루이스 피구로 연결되는 화려한 미드필드진과 폴란드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최전방 공격수 파울레타의 파상공격을 포백라인으로 막으면서 상대적으로 허약한 측면 수비를 흔들어 놓겠다는 복안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잉글랜드,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홍명보와 최진철을 중앙에 두고 이영표 송종국이 각각 좌우 수비로 내려오는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왼쪽 장딴지를 다친 이영표는 11일 미니게임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터뜨리는 등 거의 회복한 상태다. 예지 엥겔 폴란드 감독과 브루스 어리나 미국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미드필더 김남일은 포르투갈 플레이메이커를 철저히 묶는역할을 다시 맡게 된다.일단은 코스타와 정면대결을 펼쳐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 ‘포르투갈의 모든 공격이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다.’는 피구를 전담 마크할 수도 있다. 두 경기 연속 가동된 설기현-황선홍-박지성 스리톱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박지성의 왼발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11일 오후까지도 절뚝거리고 있어 이천수나 최태욱의 기용이 거론되고 있다. ‘붕대 투혼’으로 전 국민을 눈물짓게 한 황선홍은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도록 포르투갈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각오다. 대표팀은 12일 오전 경주캠프에서 비공개 전술훈련을 한 뒤 오후 6시 인천으로 출발한다. 경주 류길상기자 ukelvin@
  • 월드컵/ 가슴졸인 태극전사 가족들 “”최선다해 자랑스럽다””

    한국이 미국과의 결전을 치른 10일 태극전사들의 가족은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필승,코리아’를 외쳤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대구 월드컵 경기장 가족석에 모여 앉아 아들과 남편을 열렬히 응원했다.일부 가족은 집에서 TV를 시청하며 끝까지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전반전 부상을 입고 머리에 붕대를 두른 채 혈투를 벌인 황선홍 선수의 아내 정지원(32)씨는 황 선수가 쓰러진 순간 응원석 옆자리에 앉은 어머니 김정자(59)씨와 두아이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였다.정씨는 “오늘 아침 남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잘 싸우라.’는 말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면서 “상처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잘 싸워준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안정환 선수의 삼촌 안광훈(65)씨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집에서 TV를 시청하다 안 선수가 동점골을 터뜨리자 “정환이가 온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다.”면서 “너무 감격스러워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이날 아침 대구 동화사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불공을 드렸다는 설기현 선수의 어머니 김영자(47)씨는“기현이를 비롯한 우리팀 선수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뛰어줬다.”면서 “남은 포르투갈전에서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기 내내 응원석에서 두 손을 꼭 모은 채 가슴을 졸이던 유상철 선수의 아내 최희선(30)씨는 “남편이 폴란드전 부상을 딛고 너무나 잘 싸워줬다.”면서 “최선을 다한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인천 집에서 경기를 시청한 이을용 선수의 부인 이숙(30)씨는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웠지만 무엇보다 을용씨가 전반전에서 결정적 기회였던 패널티킥을 넣지 못해너무 아쉽고 마음이 무겁다.”면서 “앞으로 포르투갈전에서 더욱 선전,팀에서 소금 같은 사람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월드컵/대구 이모저모/ 아쉬움에 잠 못든 달구벌

    ●‘붉은 도시’대구의 열광과 아쉬움= ‘지옥 갔다 왔다.아쉽지만 태극 투사들이 잘 싸웠다.인천 상륙작전으로 포르투갈을 무찌르자.’ 이날 90분간의 달구벌 혈투에서 한국팀이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0-1로 뒤져 관중들의 애간장을 한참 태웠다.그러나 후반 한여름 소나기 같은 시원한 동점포가 터지면서 대구는 우렁찬 포효로 떠나갈 듯했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줄기찬 공격으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듯했으나 안타깝게 역전에는 실패했다. 대구 시민들은 “결과가 다소 아쉽지만 한국이 자랑스럽다.”면서 선전한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인 채 목이 터져라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하나된 응원전을 펼친 5만여 붉은 관중들은 “이젠 포르투갈을 제물로 16강으로 가자.”며 마음을 다시 곧추세웠다. 박천용(33·수성구 지산동)씨는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16강을 향한 또 하나의 고비를 넘겼다.”면서 “미국팀에 결코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막판까지 투혼을 발휘한 한국팀에 자부심을느낀다.”며 기뻐했다. 관중들은 기대했던 황선홍이 뜻밖의 눈 부위 부상으로 머리에 붕대를 감는 새 한골을 허용하자 허탈감에 휩싸였다. 이들은 이내 우렁찬 구호로 선수들과 함께 마음을 추슬렀지만 이을용이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순간 ‘악’하는 외마디 비명이 터졌고 불안한 기운이 싸늘하게 감돌았다. 하지만 후반 구세주 안정환의 짜릿한 동점 헤딩골이 터지면서 경기장은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대구야구장,두류공원 등에서 대규모 거리 응원전을 펼친 시민 10만여명도 “투혼이 빛났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테러와 반미시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장갑차에 미사일까지 동원되는 등 준 전시상태를 방불케 한 철통 경비는 ‘기우’에 그쳤다. 대구시도 크게 안도했다.시 관계자는 “관중들이 성숙한 한국의 시민의식을 세계에 유감없이 과시했다.”면서 “비록 경기에서는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대구시민은 이겼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 동성로와 들안길 먹자골목 등에서는 시민들이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무승부의 아쉬움을 달랬다.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에서도 시민들은 아쉬웠던 한·미전을 회상하며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구시는 우리 선수들이 14일 포르투갈을 사냥하게 될 인천에서의 ‘필승’을 위해 대구 시민들의 응원 열기를 인천으로 전달하는 ‘대구∼인천 필승 릴레이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대구 한찬규 황경근 김상화기자 kkhwang@
  • 지단 빠른 회복세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지네딘 지단(29·사진·레알마드리드)의 왼쪽 허벅지 근육파열 부위가 물리치료와 러닝훈련을 병행하면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출전 희망이 밝아지고 있으며,경우에 따라서는 6일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도 단시간 교체 출전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과 2일 서울삼성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은 지단은 팀 훈련과 별도로 하루에 한 두시간씩 물리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다. 지단은 사이벡스,메덱스 등 특정근육의 손상 부위를 집중적으로 강화시키는 전문물리치료를 하고 있으며,필리프 브왁셀 팀 물리치료사가 전담해 왼쪽 대퇴사두근에 하루 수차례 냉습포 수치료(마사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팀 의료진은 “가능한 한 병원에서 자주 물리치료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단은 1일부터 러닝훈련을 재개한 데 이어 3일 오전 9시부터 구리 LG챔피언스구장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팀 훈련에 합류해 출전감각을 익히기 시작했다. 지단은부상부위에 압박붕대를 감은 상태로 팀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뛰고 있지만 아직 공을 차는 훈련을 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코칭스태프는 판단하고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소설 중단편 전집 5권 펴낸 최인호씨 “”소재고갈 아직 느낀적 없어요””

    내놓는 소설마다 보통 수십만권씩,많게는 수백만권씩 팔리는 인기 작가 최인호(57)가 지난 40년간 써온 중단편 소설 전집 5권을 출간했다.문학동네 간. “중단편 작품 전부를 정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미술가가 자신이 수십년간 그려온 중·소품들을 모아 정리하는 개인전시회를 여는 것과 같지요.” “전집을 펴내기 위해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이런 걸 썼나’하고 기억이 아득한 것도 있고 ‘제법 잘 썼다’하는것들도 있더군요.‘야 이거는 뺐으면 좋겠다’싶을 만큼마음에 안드는 것들도 있더군요.”미발표 작품도 하나 추가됐다.‘무너지지 않는 집’이 그것이다. 그는 10대 후반에 문재(文才)를 세상에 드러낸 작가이다.서울고 2학년 재학때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작없이 가작입선된 것이다.그러나활자화하기 직전 한국일보 사무실에 불이 나 원고가 타는바람에 그 소설은 영원히 세상에 공개되지 못했다. “단편이란 뭐랄까.비유하면 ‘100m 달리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반면 장편은 마라톤이라고할 수 있지요.” 그에 따르면 단편은 짧음속에 치열함이 있고 강한 인상을 주는 그 무엇이 있다.또 단편은 밀도가 높아야 하고 표현이 굉장히 날카로워야 한다.문장자체도 주제에 어긋나서는 안되고 한 마디의 동의반복어도 용납되지 않는 등 굉장한 까다로움을 요구한다.문장이 곧 작품일 정도로 잘 써야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의 작품들은 자신의 기준을 충족시켰을까?물론 아니지만 그렇게 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단다.5권으로 된 이번전집에는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작 ‘견습환자’로부터 시작해 2001년작인 ‘이별없는 이별’‘달콤한 인생’까지 40여편이 실렸다. ‘견습환자’를 포함,‘무너지지 않는 집’‘타인의 방’‘침묵의 소리’‘처세술개론’등 1967∼1972년에 쓰여진1권은 도시적 감수성과 현대문명 등 모더니티를 다뤘다.또 ‘황진이 1’‘황진이 2’‘무서운 복수’ 등 72년에 발표한 작품들인 2권은 탐미적 소설들이다.3권(타이틀 ‘즐거운 우리들의 천국’·1972∼1977년)에는 유신 시절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4권(‘돌의초상’·1977∼1982년)은 ‘천상의 계곡’‘돌의 초상’ 등 우화적 접근을 한 작품들이다.5권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깊고 푸른 밤’을 비롯해 ‘달콤한 인생’‘몽유도원도’ 등 작가적 정체성이 드러난 작품들이 실려 있다. ‘견습환자’로부터 300만부 가까이 팔린 최근의 장편 ‘상도’(商道)에 이르기까지 40년 가까이 조금도 흔들리지않고,아니 더욱 힘을 더해가는 그의 문학의 힘의 비결은무엇일까.“저는 아직 소재 고갈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프랑스의 레이몽 라디게가 ‘육체의 악마’에서 ‘항상 머릿속에서 벌이 날아다녀 꿀을 모은다’고 했듯이 저는 살아가는 일상사에서 소재를 채집합니다.”그것만일까?“의식의 착암기(鑿岩機)를 갖고 삶의 지층을 뚫지 않으면 좋은소설은 나오지 않습니다.뚫고 내려갈 때 흙이 다하고 바위가 나타나면 작가의 고통은 더 커집니다.그래도 바위를 뚫어야만 합니다.”많은 작가들이 부러워하는 소설가로서의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자신이 직장에서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전업작가란 사실을그는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전업작가 1호가 아닐까 합니다.다른 직업을 포함해 글쓰기에 방해가 되는 일체의 것을 배격해 왔지요.”그래서 요즘에는 사람을 만나는것도 자제한다.‘자기 유배’가 글쓰기이기 때문이란다. 대인관계로 사람들을 만나거나 가끔 집필도 하는 서울 논현동의 도서출판 ‘여백’에서의 인터뷰 도중 그는 연신시가에 불을 붙이고 간간이 겉껍질이 붙어있는 땅콩을 까먹으며 자신의 정체를 솔직히 드러내는 말도 했다.“저는극단적인 에고이스트에요.아프카니스탄의 참상에 대해 글을 쓸 수는 있으나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붕대를 감아주는 것은 저의 역할이 아니에요.” 요즘 주요 일과중 하나는 청계산 등산이다.“혼자 가지요.둘 이상이 되면 호젓한 기분에 방해가 돼요.1시간30분 쯤 걸립니다.빨리 올라갔다가 빨리 내려오지요.고통스럽지만 깊은 명상을 하면서 등산합니다.명상은 앉아서만 하는 게 아니에요.”글은 주로 집에서 쓴다.밖에 나가 일을 보더라도 저녁 6시 쯤 되면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노는 게 제일 좋단다.“생활이 아주 단순해 초등학생이 쓰는 일기장이에요.” 불난 집에 가보면 모든 물건이 발화점을 향해 누워 있다.그의 생활이 그렇게 단순해진 것은 오직 창작에만 전념하기 위해,창작이라는 발화점을 향해 모든 것을 누워있게 하기 위한 몸짓이 아닐까? 글 유상덕기자 yo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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