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붕괴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김지철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자선행사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핵 협상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전망대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3,309
  • [유진모의 테마토크] ‘살인소설’과 선악의 경계

    [유진모의 테마토크] ‘살인소설’과 선악의 경계

    케이퍼 무비와 필름 누아르 등 일부를 제외한 상업영화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명료한 대중문화 콘텐츠다. 그런데 최신작 ‘7년의 밤’(추창민 감독)과 ‘살인소설’(김진묵 감독)을 보면 한국 영화가 많이 특이해졌다. 타이틀 롤이 악인 ‘터미네이터’(1984)조차도 결국 터미네이터가 졌지만 한국은 다르다. ‘7년의 밤’은 부자 영제와 빈자 현수가 주인공이다. 현수는 늦은 밤 음주운전을 하다 한 소녀를 치자 병원에 데려가는 게 아니라 질식사시킨 뒤 호수에 유기한다. 소녀의 아버지 영제는 인맥을 동원해 현수가 범인임을 알아채곤 철저하게 복수한다. 기둥 줄거리는 평이하지만 주제의식은 많이 다르다. 영제는 마을의 최고 유력인사인데 집안에선 폭력 가장이다. 견디다 못한 아내는 집을 나가 이혼소송 중이고, 오랫동안 영제의 학대를 받아온 소녀는 그날도 아버지의 폭행을 피해 도망가다 차에 치인 것이었다. 평생 착하게만 살아온 현수가 가해자가, 악독한 영제가 피해자가 돼 고통받는 아이러니! ‘살인소설’은 여당 국회의원인 장인의 지원을 받아 지방선거에서 시장 당선이 유력시되는 경석과 평생 정치인의 거짓말과 부자의 횡포에 당하고만 살아온 서민 순태가 주인공이다. 경석은 불륜의 연인과 별장으로 가던 중 잡견을 치어 죽이고, 그 광경을 목격한 개 주인 순태가 경석을 옥죄어간다. 당연히 경석, 아내, 장인, 불륜의 여인 등이 악인이고 순태가 착한 사람이다. 그런데 스토리는 관객의 상식을 뒤엎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할리우드에서 보듯 영화가 정한 선과 악의 정체성이 명쾌해야 관객 다수의 공감을 사고, 그럼으로써 흥행에 직결된다. 그런데 최근 한국 영화는 왜 이럴까?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고 가치관과 개념이 붕괴되는 최근 한국 영화의 사조는 한국 특유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헌법이 정한 주권을 독재정권이 강탈한 걸 당연시하며 살아온 국민은 지성과 지식인들의 민주화 운동 덕에 20세기 말미에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검·경의 수사 결과 속속 드러난 데서 보듯 지난 두 정권이 정치와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십년 이상 퇴보시키는 동안 다수의 국민은 민주화 운동은커녕 다시 박정희 시절의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었다. 몇 년 새 유독 돌출 행동을 일삼는 ‘태극기-성조기 부대’가 대표적이다. 요즘 우리 국민의 가치관은 매우 복잡한데 극과 극의 양축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렬하게 부닥치는 양상이다. 정서란 게 다양할 수 있지만 한 사회에선 대체로 패러다임이란 게 있기 마련인데 최근 10년은 좀 다르다. 이토록 국민들 간의 치열한 이념대결이 한국전쟁 이후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다. 소설 ‘7년의 밤’은 2011년 출간됐고, ‘살인소설’의 시나리오 초고는 그보다 1년 앞서 나왔다. 이명박 정권 치하에서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던 지식인들은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고, 어떤 게 올바른 가치관인지 판단 능력과 기준이 불분명해진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까웠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살인소설’은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 내용에 스릴러의 형식이다. 대사와 많은 시퀀스와 플롯에서 정치인과 공직자와 부자의 비열함, 이기주의, 이중성, 부도덕, 부조리 등을 비롯한 범죄행위를 대놓고 헐뜯는다. 정치가와 부자는 전부 가식적이거나 요즘 재벌 2세처럼 안하무인으로 묘사된다. 두 영화의 작가는 박근혜 탄핵을 예상할 수 없었겠지만 국가 위기에 경종을 울리고픈 의지는 강했던 듯하다. ‘택시운전사’와 ‘1987’이 겹쳐진다.
  • 가격 하락·거래 절벽·깡통주택… ‘시장 붕괴’ 조짐

    가격 하락·거래 절벽·깡통주택… ‘시장 붕괴’ 조짐

    지방 주택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졌다. 세종, 부산 해운대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거래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경남 창원, 거제시 등은 가격 하락과 거래 절벽, 미분양 누적, ‘깡통주택’ 증가 등 4중고에 시달리면서 주택시장 붕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지역 주택시장은 깊은 침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경남 창원시다. 3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66% 떨어졌다. 창원 성산구는 지난해 3월과 비교해 10.51%나 추락했다. 22일 부동산114 시세에 따르면 반림동 현대아파트 84㎡짜리 호가는 2억 2000만원 정도에 형성됐다. 반림동은 창원의 핵심 주거지역으로 학군도 좋아 아파트 거래가 꾸준했던 곳이다. 이 아파트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시기는 2015년 10월로 3억 520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내리막길을 거듭해 지난해 3월에는 3억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2억 7000만원, 지난달에는 2억 3000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최근 1년 사이에 7000만~8000만원이 떨어져 최저가를 기록했던 2009년 2월(2억 20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최근 3년 동안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10년 전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정점 가격을 기준으로 집값의 60%를 대출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대출금 갚고 나면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깡통주택이 돼 버린 것이다. 집값 하락은 경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창원은 조선산업 몰락, 기계산업 쇠퇴 직격탄을 맞아 집값이 내려간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경기를 떠받쳤던 주력 산업이 가라앉으면서 인구 감소,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줄어들고 주택 실수요가 사그라졌다. 투자 수요는 아예 사라졌다. 지난해 기준 인구는 1년 새 6726명이 줄어들었다. 인구가 줄고 지역 주력 산업이 쇠퇴하면서 주택 수요가 감소했는데도 신규 공급은 거꾸로 치달았다. 최근 3년간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2만 9461가구나 되고, 앞으로 1년 안에 1만 1649가구가 추가로 준공된다. 최근 분양한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0.67대1로 저조해 미분양 아파트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거래도 끊겼다. 인구 105만명이 거주하는 창원시에서 지난달 거래된 아파트는 고작 31건에 불과하다. 반림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더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에 집주인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주민 김모씨는 “가만히 앉아서 1년에 1억원이 날아갔다고 생각해 보라”며 “서울에서 20억원짜리 아파트도 1억~2억원 떨어졌다고 난리인데, 3억원짜리 아파트가 1년 만에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면 주택시장 붕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거제시 주택시장도 창원과 마찬가지다. 조선산업이 기울면서 부동산중개업소는 거래가 끊겨 개점휴업이다. 지난달 거래된 아파트가 12건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부동산114에 올라온 매물은 9건에 불과하다. 주택 가격도 뚝 내려갔다. 1년 전과 비교해 7.11%나 떨어졌다. 창원 다음으로 집값이 하락한 곳이다. 거제도 집값 하락은 입주 물량 증가도 한몫했다. 최근 3년간 준공된 아파트가 1만 923가구이고, 앞으로 1년 안에 3087가구가 추가로 준공된다. 지난해 기준 인구는 25만 4000명으로 1년 새 5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울산, 포항, 구미시 집값도 큰 폭으로 내렸다. 지역 주력산업이 쇠퇴한 데다 공급 물량 증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부권도 예외는 아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주택 가격은 1년 새 3.05% 떨어졌고, 충북 청주시 서원구도 2.27% 하락했다. 집값 하락, 미분양 아파트 증가는 점차 북상해 수도권 남부 지역까지 다다랐다. 이미 경기도 안성, 오산 등에서는 아파트값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성제 코람코자산신탁 동향분석팀장은 “지방은 인구 고령화와 성장률 둔화, 기간산업 침체로 주택 수요 기반이 약화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도 “입주 물량 증가와 주택 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량은 더욱 감소해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며 ““주택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북핵 해결까진 ‘창조적 해법’ 필요…검증·사찰 단계서 위기 맞을 수도

    북핵 해결까진 ‘창조적 해법’ 필요…검증·사찰 단계서 위기 맞을 수도

    남아공 초기 수준 핵 무보상 폐기 이란 일괄 대신 외교로 단계 해결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를 선언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리비아·이란·우크라이나 등 핵무기를 먼저 포기했던 국가의 사례가 조명을 받고 있다. 북한에는 전혀 다른 ‘창조적 해법’이 필요하지만 세부 수준에서 각 사례의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한 외교소식통은 22일 “기존의 핵무기 포기 사례 중 실제 핵폭탄을 스스로 개발, 제조해 보유했다가 폐기한 곳은 남아공뿐”이라며 “북한이 향후 핵무기를 폐기한다면 두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다만 1993년 소련 붕괴 등 국내외 상황의 변화로 남아공은 보상 없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점이 북한과 다르다. 또 북한 핵무기에 비해 초기 수준이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붕괴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 됐지만 이듬해 핵무기 폐기를 약속했다. 이를 대가로 서방국의 경제적 보상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맞바꾸려는 북한 상황과 비슷하다. 다만, 스스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란은 2013년 10월부터 단계적 비핵화를 진행 중이며 국제사회도 각 단계에 맞춰 제재를 줄여 왔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지만 외교적 해법으로 꾸준히 진행됐다. 단계적 외교 해법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포괄적 합의가 아닌 몇 개의 핵시설만 비핵화 대상에 넣었다며 ‘최악의 합의’로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핵무기 검증 및 사찰 단계에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안전조치협정(CSA)에 서명했다. 이어 핵시설에 대한 15페이지 분량의 최초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검증 결과와 차이가 있었고, 심각한 문제로 비화했다. 따라서 미측이 이번에는 신고하지 않은 핵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의정서’(AP)까지 요구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검증 대상이 광범위하다. 영변 핵시설에만 390개가량의 시설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검증은 더 힘들다. 특히 핵무기의 기술 이전 및 개발 재개를 못하도록 핵 개발·기술자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시리아 공습 선봉에 선 ‘죽음의 백조’ B-1B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시리아 공습 선봉에 선 ‘죽음의 백조’ B-1B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 현지시간으로 4월 14일 새벽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응징 공격에 나섰다. 100여발의 순항미사일이 해상과 공중에서 발사되었고, 이들 미사일들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바르자 연구개발센터와 시리아 서부 도시 홈스 외곽 힘 신샤르 화학무기 단지 저장고와 벙커 등을 정밀 타격했다. 이번 공습에는 폭격기로는 유일하게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의 B-1B 폭격기 2대가 참여했으며 사거리 약 1,000km의 재즘(JASSM)-ER 순항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 날개를 접었다 펼 수 있는 폭격기  B-1B 폭격기는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항공기이다. 2016년과 2017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한창이던 때에, 수시로 한반도로 날아와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여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다. B-1B 폭격기는 미 공군 폭격기 가운데 유일하게 가변익(可變翼)을 채용한 항공기다. 가변익이란 비행 중에 주익의 평면모양을 바꿀 수 있는 구조로 된 날개를 뜻한다. 고속 비행할 때는 날개 면적을 작게 하고, 저속 비행 및 이착륙할 때는 주익의 후퇴각을 기계적으로 바꾸어 성능을 저속으로 할 수 있다. B-1B 폭격기는 개발당시 소련의 방공망을 피해 저공으로 빠르게 침투하기 위해 가변익을 채택했으며, 여기에 강력한 터보팬 엔진 4기를 장착했다. B-1B 폭격기는 4만 피트(약 1,220m) 상공에서 마하 1.25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저공인 500피트(약 152m) 이하에서는 마하 0.92로 비행한다. 우여곡절 끝에 미 공군에 배치 B-1B 폭격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B-1A 폭격기는 1974년 12월에 첫 비행에 상공했다. 그러나 1977년 카터 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값비싼 기체가격으로 인해 240여대를 도입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1981년 레이건 미 대통령이 집무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를 외친 레이건 미 대통령은 B-1 폭격기 계획을 부활시켰다. 1983년부터 1988년까지 100여대의 B-1B 폭격기가 생산되어 미 공군에 배치되었다. B-1A와 달리 B-1B 폭격기에는 스텔스 즉 상대의 레이더 탐지 기능에 대항하는 은폐 기술이 부분적으로 적용되었으며, 실제 크기는 월등히 차이가 나지만 레이더 상으로는 우리 공군이 운용중인 F-15K 전투기 보다 작게 보인다. 또한 당시로는 최첨단 레이더였던 수동 위상 배열 레이더를 장착했고, 소련의 방공망을 마비 또는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전자전 장비를 채택했다. 현존 최고의 재래식 폭격기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지난 1980년대 배치된 B-1B 폭격기는 1990년대 초까지 핵무기를 운용하는 전략폭격기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소련 붕괴와 전략무기감축협정 그리고 B-2 스텔스 폭격기의 등장으로 이후 핵공격 임무에서 제외되었고 재래식 폭격기로 개조 운용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재래식 폭격기로 개조된 B-1B 폭격기가 최초로 해외전개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으로, 지난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 당시 F-117 스텔스 전투기와 함께 전시되었다. B-1B 폭격기가 처음 실전에 투입된 것은 지난 1998년 대 이라크 공습작전인 '사막의 여우'로, 이후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슬라비아 공습에도 참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멍텅구리 폭탄으로 불리는 일반폭탄만 운용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성능개량으로 스마트 폭탄 즉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정밀 유도 폭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 폭탄을 장착한 B-1B 폭격기는 2001년 9.11 테러로 시작된 아프간전과 2003년 이라크전에서 맹활약을 펼친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전시행정 vs 역사성 복원…질곡의 광장개발 역사

    전시행정 vs 역사성 복원…질곡의 광장개발 역사

    “전시성 사업에 1000억대 시민 혈세를 들이겠다고 한다. 오세훈 시장 때 700억에 이어 또 1000억, 광장이 시장 홍보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지난 10일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정면으로 비판한 내용이었다. 광화문광장을 3.7배(1만 8840㎡→6만 9300㎡)로 확장하려는 박 시장의 계획이 3선 연임을 위한 홍보 사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안 후보 역시 지난 대선 당시 ‘광화문광장 확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광장 집착’의 배경에는 결국 선거와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상징적인 대형 건축 공사는 이를 결정한 사람의 업적처럼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쭉 이어질 전망이다. ● 불도저 김현옥의 유산…체제선전의 장 여의도광장직장인들의 쉼터로 자리 잡은 여의도공원은 1916년 일제가 건설한 여의도 비행장과 활주로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여의도 비행장은 광복 이후에도 유지됐고, 이곳에서 대한민국 공군이 창설되기도 했다. 서울의 복판에 위치한 덕에 20년에 가까운 기간 공군의 최대 기지로 자리했다. 비행장으로만 쓰던 공간의 성격을 통째로 바꾼 건 ‘불도저 시장’으로 불리던 김현옥 전 서울시장(1966.3.31.~1970.4.15 재임)이다. ‘토목’과 ‘건축’을 지상 목표로 삼았던 김 시장은 ‘여의도 개발계획’을 밀어붙였다. 홍수가 잦던 여의도의 제방을 쌓을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밤섬을 폭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런데 김 시장이 추진하던 마포 와우아파트가 1970년 4월 8일 붕괴되며 사직했고, 여의도 개발은 다음 시장에게로 넘어갔다. 와우아파트 붕괴로 대책을 마련하던 서울시는 여의도를 개발할 자금이 크게 부족한 상태였고, 후임 양택식 전 시장(1970.4.16.~1974.9.1 재임)은 여의도 개발을 민간에게 맡겼다. 이 과정에서 여의도 비행장의 거대한 활주로는 ‘5·16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다. 이후 5·16광장은 국가가 주도한 다양한 관변 행사의 무대가 됐다. 5공화국 당시 5.18 민주화 운동 1주년 행사 및 민중들의 반정부 운동 차단 목적으로 치러진 ‘국풍81’이 대표적이다. 체제 선전의 장이었던 여의도광장은 김영삼 정부에 이르러 변화를 모색했고, 1999년 2월 서울특별시 시립공원인 여의도공원으로 재탄생하며 지금의 틀을 갖췄다. ● 헬게이트 교차로에서 시민 휴식터로…서울광장조선 후기 고종의 강제퇴위를 요구하는 일제를 반대하는 ‘고종 반대시위’부터 4.19 혁명, 6월 민주항쟁,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그리고 촛불 혁명에 이르기까지. 시청 앞 광장의 역사는 늘 민중과 함께했다. 그러나 2004년 ‘서울광장’으로 재탄생하기 전까지 시청 앞 광장은 ‘아스팔트 도로’에 지나지 않았다. 시청 앞 광장은 광장보다는 ‘교차로’로서의 기능이 강했다. 세 네 겹으로 뒤엉킨 도로는 늘 교통체증을 유발했고, 평상시 보행자가 광장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시청 앞 광장은 복잡한 교통 체계 탓에 ‘사고 다발 지역’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명박 전 시장(2002.7.1.~2006.6.30 재임)은 시청 앞 광장에 서울광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광장의 명칭을 공모해 ‘서울광장’으로 이름을 정했다. 마침내 2004년 5월 1일 서울광장 개장식이 열리며 서울광장이 탄생했다. 그러나 서울광장 역시 탄생과 함께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광장 ‘디자인 공모전’에서 시멘트 바닥을 기초로 한 구조가 1위에 올랐음에도 사람들에 의해 쉽게 망가질 수 있는 잔디광장을 채택했고, 시의회가 ‘광장 조성목적에 위배되는 경우에 사용 불허’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켜 시민들의 광장 사용에 제약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들은 서울광장이 개장한 2004년 4월 직후 ‘집회·시위의 자유를 허하라!’라는 주제로 문화행사를 열어 ‘서울광장’이 온전한 광장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각계의 단체와 인사들이 끊임없이 요구한 끝에 시의회는 2010년 서울광장에서의 집회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으로 골자로 한 ‘서울광장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광장에서는 2006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0년 독일 월드컵 거리응원이 이어졌고, 2009년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집회가 벌어졌다. ● 거대 중앙분리대 오명도…광화문광장 이명박 전 시장은 서울광장의 완공과 함께 ‘광화문광장’의 재탄생을 추진했다. 이 전 시장은 ‘시민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통해 도로 양측에 나눠 광장을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문화재청은 2005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치우쳐 광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같은 해 서울시는 ‘시민광장 조성계획’을 통해 중앙 배치안을 확정했다.공사는 오세훈 전 시장(2006.7.1.~2010.6.30. 재임) 기간에 완료됐다. 2006년 광화문 철거 공사를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이 시작됐고 2009년 완공됐다. 공사에 투입된 예산은 총 722억원이었다. 그런데 새로 만들어진 광화문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안고 시작했다. 세종대로 사이에 갇혀 시민들이 광장을 온전히 이용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시행정’이라는 비난 역시 뒤따랐다.광화문광장의 세종문화회관 방면 이전이나 세종로의 전면 지하화 같은 주장도 이어졌다. 여기에 3선 연임 도전에 나선 박원순 시장의 카드 역시 ‘광화문광장’이다. 광장 확장을 골자로 한 박 시장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 또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확장에 따른 교통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통행을 우회도로로 분산시키고 도심외곽 안내체계를 개선하는 등 개편 방안을 마련했지만 교통체증 악화를 우려는 여전하다. 또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신분당선의 광화문역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4.19 혁명 도화선된 고교생 김주열의 주검

    4.19 혁명 도화선된 고교생 김주열의 주검

    올해로 58주년을 맞은 4.19 혁명은 한반도에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최초의 민주주의 시민혁명이었다. 까까머리 중고생들의 시위가 대대적인 전국 시위로 확산된 데에는 한 고등학생의 죽음이 큰 역할을 했다.4.19 혁명의 시작은 1960년 치러진 3.15 부정선거였다. 19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자유당정권은 이승만 당시 대통령과 이기붕 국회의장의 당선을 위해 치밀한 부정선거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4할 사전투표, 3인조 또는 5인조 공개투표, 완장부대 활용, 야당참관인 축출 등 갖은 방법을 쓴 끝에 이승만 대통령 후보가 85%, 이기붕 부통령 후보가 7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부정선거가 자행된 선거일 밤 경남 마산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 8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이를 제1차 마산의거로 부른다.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은 부정선거 반대시위를 공산당의 사주한 것 간주하고 강경 진압의 구실로 삼았다.마산 의거 당일 실종됐던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의 시신이 한달여 만인 4월 11일 마산부두에 떠올랐다. 왼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였다. 형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김주열은 최루탄에 맞아 숨졌고, 경찰이 바다에 시신을 버린 것이다. 시신의 참혹한 모습을 본 마산 시민들은 분노했고 시청과 파출소를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마침내 4월 19일 서울시내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시내에서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발포로 이날 21명이 숨지고 17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도시에 계엄령이 선포됐다.이승만은 4.19 시위에 따른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자 했으나 미국은 국무부 성명을 통해 4.19 시위를 부정선거에 대한 군중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발표해 이승만 정권을 압박했다. 학생들에 이어 교수들도 거리로 나섰다. 258명의 대학교수들은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여 4월 25일 14개 항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3.15 부정선거와 4.19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했다. 시위에는 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린이들도 참여했다.이승만은 다음날 시위대가 경무대로 다시 집결하자 하야 성명을 발표한다. 비슷한 시각 시위대는 파고다 공원에 세워진 이승만 동상의 목에 철사줄을 걸어 끌어내렸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권이자 독재 정권의 붕괴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삼풍사고 생존자가 말하는 세월호를 잊으면 안 되는 이유

    삼풍사고 생존자가 말하는 세월호를 잊으면 안 되는 이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생존자가 세월호 추모를 비꼬는 극우세력에 일침을 가했다.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졌던 삼풍 사고와 달리 세월호 참사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고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에 매년 기억하고 추모해야 한다는 것이다.18일 오후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산만언니’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 할게요’라는 제목이다. 산만언니는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도 매년 15일에 한번씩 이런식으로 생각들 해주자 쫌”이라는 글을 봤다고 했다. 극우 성향의 게시물을 주로 올리는 한 네티즌이 쓴 글이다.산만언니는 “이 글을 보고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참을 울었다”면서 “내가 삼풍사고 생존자니까 삼풍사고와 세월호는 어떻게 다른지, 어째서 세월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 내가 직접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삼풍사고는 지난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삼풍백화점이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져 502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고 937명이 다친 끔찍한 참사였다.산만언니는 삼풍사고의 진상규명은 신속하고 확실했다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얼굴로 머리를 조아렸으며 피해대책본부가 빠르게 구성돼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조순 당시 서울시장이 자신이 입원한 역삼동 작은 개인병원까지 찾아와 위로했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 사고 책임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로 수감되는 장면이 보도됐다”고 적었다.언론들도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을 심층 보도했고 사고 관련 보상금도 정부 약속대로 사고 후 일년 쯤 뒤 입금됐다는 게 산만언니의 기억이다. 그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완벽하게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벌어진 세월호에 대한 정부 대응은 사뭇 달랐다고 산만언니는 지적했다.그는 “세월호 관련해서는 진상조사는 고사하고 정부와 언론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 조작, 축소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주었다”면서 “제대로 된 관련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고 사고가 난 뒤 한참 뒤 유병언의 유골이라며 이제 그만하자는 투로 나왔다”고 꼬집었다. 어버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가 세월호 유족을 향해 ‘아이들의 죽음을 빌미로 자식장사를 한다’고 한 것에 대해 산만언니는 “이런 종류의 불행과 맞바꿀만한 보상금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나 역시 당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그 돈이 이후 삶에 크게 도움됐다고 말할 수 없다. 보상금의 열배를 주고라도 그 일을 피할 수만 있다면 열번이고 천번이고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산만언니는 “삼풍 때 정부로부터 제대도 된 사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그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그래서 말한다. 세월호는 기억되어야 한다고, 진실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으니 절대로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영원히 잊지 말자고”라고 강조했다. 산만언니는 “어느 한 날 허망하게 아이를 잃은 부모가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건지에 대해 따져 묻고 싶다”면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 차라리 침묵하자.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잇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라고 글을 맺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플러스 칼럼] 최저임금, 무엇이 문제인가/황종성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플러스 칼럼] 최저임금, 무엇이 문제인가/황종성 경제 칼럼니스트

    ●대기업은 5만불, 중소기업은 1.5만불 시대 대기업 유보금에 분노한 화살이 경제적 하위 그룹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날아오고 말았다. 100대 기업의 순이익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88%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에 최저임금을 강제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며 중소기업인의 어깨의 힘이 축 늘어지게 하는 결정인 것이다. 5만불 시대에 살고 있는 대기업은 최저임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안전지대에 살고 있는 그룹으로서 최저임금을 주고 있는 기업은 이미 중국상품에 경쟁력을 잃었거나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신생기업이고 뿌리의 활착이 약한 기업이다. 대선 당시 후보 전원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했지만 당선되고 보니 원전 시공 중단 사태처럼 대국민 의견수렴으로 간다면 공약이행 안 했다고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최저임금 16.4%의 눈칫밥이 배부를 수 있는가 정부에서 저소득층을 위하여 포퓰리즘 공약을 이행하려 하지만 노사가 합의되지 않은 대선공약으로 결정된 임금은 노동자들조차도 달갑지도 않고 떳떳하지도 않은 노사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에게 공약이행으로 높은 인기를 유지 하고 싶지만 먹이사슬의 분배가 실패한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에 편중된 이익이 낙수 되지 않아서 가난한 하위그룹끼리 싸움을 붙이는 것이다. 경제적 가뭄을 겪고 있는 유보금이 없는 중소기업 또한 경제적 약자인데 중소기업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다수가 행복할 수 있다면 소수가 불행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노사 모두가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한국의 정치구조는 여야가 격렬하게 싸우는 구조로서 집권 시 여야가 협력하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임기 5년마다 대한민국 경제호를 이끌어갈 경제 컨트롤 타워의 변경으로 경제기술을 축적할 수 없는 경제기술이 빈약한 정치구조인 것이다. ●내년에도 16.4%를 또 올릴 것인가 이전 정권의 잘못된 정치가 분배구조를 박살 내놓고 서민 기업의 최저임금이 분노의 대상인가? 분노의 방향을 알고 분노하면 애국열사가 되지만 분노의 방향을 모르고 분노하는 멧돼지는 실탄을 맞는다, 정부 돈 퍼주기도 모자라 가난한 기업도 퍼주라는 포퓰리즘은 영혼 없는 땜질 처방의 극치이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에 대한 분노의 칼날을 거두고 더 높이 올라가서 더 넓게 보고 한국에 주어진 파이를 어떻게 서민에게 분배할지를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내년에도 16.4%를 올린다면 서민경제의 하부구조가 붕괴를 가져오며 촛불의 역풍을 생각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난제는 반드시 해법이 존재한다, 다만 당사자의 눈에 보이지 않고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중소기업이 잘 되는 환경이면 대기업처럼 연봉 1억원은 안 주고 싶겠는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주는 게 창피하다. 더 번창시켜서 더 많이 주고 존경받고 싶다. 한국경제가 피라미드 구조로 활성화되려면 첫째, 파이를 나눌 수 있는 대기업에 대한 경제민주화가 단행되어야 하고 둘째, 중소기업인들이 존경받고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경제융성의 시대가 가능한 것이다. ●경제 민주화로 최저임금 해소해야 경제 민주화의 성공은 최저임금의 확실한 성공이다. 모든 기업에 포트폴리오로 3개 이상의 법인을 가질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금산분리와 순환출자에 의한 방만하고도 탐욕스러운 계열사 보유를 막아야 무수한 중견기업들이 강건해질 수 있으며 대기업의 계열사가 없어졌으니 제값을 받을 수 있으며, 기술탈취가 필요 없으며, 독점거래, 불공정이 사라질 것이다. 중소기업의 제품 가치가 인정되고 제값 받으니까 중소기업의 고용 낙수가 최저임금을 해소시키고 한국경제의 선순환에 시발점이 될 것이다. 대기업의 지네 발에서 잘려나간 중견기업들은 민간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이 인수해서 독자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고 더 많은 고용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순간, 미래의 한국경제의 기대감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저항이 약화되고 불확실한 경제 구조가 정상 궤도에 연착륙할 때까지 인내하면서 수용하고 기다려 줄 것이다. 경제 칼럼니스트
  • [프로야구] 9연패 빠진 ‘공룡’ 투·타 멸종 위기

    NC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자랑이던 불펜진이 부진한 데다 타석의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벌써 9경기째 연패다. 1군 데뷔 시즌이던 2013년 4월 16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9연패를 당한 이후 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다. 당시와 달리 2014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자로 거듭난 NC가 새내기 때처럼 긴 연패에 빠지니 충격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승리한 지난 4일 단독 선두(8승2패)를 달리더니 어느덧 8위(8승11패)까지 주저앉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필승조 붕괴가 꼽인다. 지난해만 해도 ‘단디(단단히를 뜻하는 경남 방언) 4’(원종현·김진성·이민호·임창민)라 불리며 뒷문을 책임지던 불펜 투수들이 올 시즌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김진성과 원종현은 각각 평균자책점 5.87과 12.15로 헤매다 최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군에서 올라온 이민호는 평균자책점 27.00까지 치솟았고 마무리 투수 임창민도 평균자책점 6.43으로 아쉬운 모습이다. 올 시즌 NC의 구원투수진 평균자책점(7.01)과 블론세이브(5개)는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그렇다고 불안한 투구를 타격에서 만회하는 것도 아니다. 중심타선을 책임져야 하는 나성범, 재비어 스크럭스, 모창민이 시원찮다. 오히려 모창민과 스크럭스는 각각 타율 .237과 .224로 2할 초반대를 맴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팀 타율(.248)과, 출루율(.311)은 꼴찌에 머물렀다. 득점(81점) 9위, 타점(74점) 9위, 홈런(17개) 8위로 대부분 지표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타율 3위(.293)였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침체의 골이 깊다. 그나마 선발진이 나름대로 역할을 한다는 게 위안이다. 왕웨이중과 이재학은 2점대의 평균 자책점으로 훌륭한 투구를 뽐낸다. 로건 베렛도 4.29로 나쁘지 않다. 장현식까지 부상에서 복귀하면 NC 선발진은 더욱 탄탄해질 듯하다. NC는 17일 시작되는 넥센과의 3연전에서 연패 탈출을 겨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허성관의 忠言逆耳(충언역이)] 청춘의 절망과 높은 부동산 가격

    [허성관의 忠言逆耳(충언역이)] 청춘의 절망과 높은 부동산 가격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어려움은 높은 부동산 가격이 원인임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수준 소득을 올리기도 어려운 것은 일차적으로 임차료가 높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떨어져 곧 인구절벽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도 비싼 집값이 가장 큰 이유다. 집값이 비싸니 젊은이들이 신혼살림을 차리기 어려워 결혼을 주저한다. 결혼이 어려우니 자연히 출산율이 떨어진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1400조원이 넘는 은행 가계 대출이 부실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파산 지경에 몰릴 것이고, 경제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 최소한 30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실정이다. 대학 졸업 후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좁지만 자기 집에서 오순도순 사는 것은 젊은이들의 소박한 꿈일 것이다. 집값이 비싸니 이 소박한 꿈이 실현 불가능하고 청춘들은 절망한다. 이러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는 동기 유인이 사회 전체적으로 실종돼 가고 있다. 희망이 없는 사회는 역동성이 없는 사회다. 이런 상황인데도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상존하고 있다. 게다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로망 중 하나가 어떻게 해서든지 건물을 마련해 월세 받고 느긋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이 로망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지 않는 경우에는 사실상 허상이다. 부와 학력이 대물림되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소위 ‘개용표’를 보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부동산 광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일제가 만주 진출 교두보로 함경북도에 나진항을 1932년에 개발하자 평당 땅값이 2전, 3전에서 30원, 40원으로 순식간에 수백 배로 올랐다. 여기에 편승한 몇몇 사람들은 당시 식민지 최고 부자로 등장했다.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당시 여유 있는 사람들은 개발 열풍을 타고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했다. 이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부추겨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며 경제성장을 도모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물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최근 보수정권 10년 동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고수했다. 지금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는다. 가구 수보다 집 수가 더 많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기 집에 사는 가구는 50% 정도이다. 그러니 나머지 50%는 남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통계는 전체 가구 중 반이 집을 한 채 이상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인기가 가장 높은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가구 중에서 자기 집에 사는 가구는 지난해 48%에서 34%로 줄어들었다. 강남구 거주 가구 66%가 세를 살고 있다. 이 통계는 집이 부족하지 않는데 집값이 오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는데 계속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기이한 현상이다.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최소한 집을 한 채 이상 가진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신규 아파트를 공급해도 무주택자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집 가진 사람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주택정책 목적일 텐데 신규 아파트 공급은 실질적으로는 목적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 판을 만들어 주기보다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 물론 정부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민간부문 주택 투자는 그들만의 판에 맡겨 놓고 질이 좋고 임대료가 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국ㆍ공유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임대료에 토지 원가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혼부부가 이런 공공임대주택에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터와 가까운 곳에 있는 국ㆍ공유지는 모두 공공임대주택 부지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재정이 허락하는 한 많이 지어야 한다.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정책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다.
  • 아버지를 찾아… 리비아의 비극과 마주하다

    아버지를 찾아… 리비아의 비극과 마주하다

    귀환/히샴 마타르 지음/김병순 옮김/돌베개/344쪽/1만 5000원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세상에 다시 호명해 내는 아들의 여정은 모천(母川)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귀환과 한가지다. 고통스럽고 고단할지라도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존재의 근원을 찾는 건 본능이기 때문이다. 책은 리비아 출신의 소설가 히샴 마타르(49)가 쓴 소설 같은 ‘실화’다. 주인공은 저자와 목격자들의 회상 속에서는 분명 살아 있는 올해 79세가 된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 정권에서 외교관을 지낸 자발라 마타르는 독재에 반대하며 저항 세력을 규합하는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 변모한다. 자발라는 1990년 3월 12일 카이로에서 이집트 비밀경찰에게 체포된 후 리비아의 악명 높은 아부살림 교도소에 투옥됐다. 가족에게 세 통의 편지를 전한 그는 6년 뒤 아부살림에서 1270명의 정치범들이 학살당한 사건 이후 행방불명됐다. 작가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카다피가 제거된 후 33년 만에 고국에 귀환해 아버지의 흔적을 수소문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왜 자신과 가족의 삶을 희생하면서 저항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 진실을 찾는다. 그 여정을 통해 작가는 참혹한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 리비아의 오래된 비극을 마주하며 사막에서 생존해 온 베두인족의 삶 자체가 저항과 투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작가의 가족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하메드 마타르가 이탈리아 식민통치에 항거했고, 아버지가 독재에 저항한 건 수많은 리비아인들의 선택이자 공동체의 비극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작가의 사촌 동생 하메드는 이 책이 집필되던 순간에도 시리아 반군에 지원해 참전 중이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찾았을까. 사실 그조차 아버지가 죽었다고 믿고 있다. 리비아로 귀환한 이유가 사라진 아버지의 존재만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독재 정권의 붕괴 이후에도, 아랍에 봄이 왔다가 갔다고 떠들어 댈 때도, 그리고 극단적인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봉기해 시리아 학살이 자행되는 현재에도 곳곳에 혈흔이 배어 있는 리비아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아버지가 보내 온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온 ‘깊은 구덩이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울음소리’처럼. 저자는 독재 치하 리비아의 현실을 다룬 소설 ‘남자들의 나라에서’로 200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지난해 미국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협상”…정상 예우 메시지

    트럼프 “김정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협상”…정상 예우 메시지

    폼페이오 지명자 “北 정권 교체 지지 안해 북핵 문제 해결이 최우선 외교 과제” 강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이나 6월 초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매우 존중하는 마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을 정상으로 예우하겠다는 의미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를 맞바꾸는 북·미 간 ‘빅딜’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만나 “지금 나 자신과 김정은 사이의 회담들에 대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은) 아주 멋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나는 매우 존중하는 마음으로 (협상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도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의) 정권 교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미국의 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분리하는 것 아니겠냐”며 북한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시사했었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그러나 청문회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아직도 외교적 해결 수단과 노력이 모두 소진된 것은 아니다”라며 “국무부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외교적 과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렉스 틸러슨 당시 장관이 평화적인 대북 압박 전략으로 밝힌 ‘4-노(NO) 원칙’과 같은 맥락이다. 4-노 원칙은 북한 정권 붕괴, 북한 체제 변화, 한반도의 급속한 통일, 군의 북한 진격 등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즉 자신의 견해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의지를 실행하는 데 집중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슈퍼 매파’의 잇딴 등장에도 외교적 수단이 우선인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및 폼페이오 지명자의 발언은) 비핵화 확약만 있으면 북이 바라는 체제안전보장을 해 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북측이 이미 미국에 비핵화 조건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수교), 주한 미군 문제 등을 비핵화 조건으로 주장했다. 평화협정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폐기를 의미한다. 또 북측은 미국이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북한에는 국호도 제대로 안 부른다고 지적해 왔다. 주한 미군은 철수보다 한·미 군사훈련 축소 및 성격 변화를 제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남북, 포괄 합의→북미, 일괄 타결→단계적 이행…한국형 비핵화 해법 뜬다

    남북, 포괄 합의→북미, 일괄 타결→단계적 이행…한국형 비핵화 해법 뜬다

    조정자로서의 한국 역할 강조 “‘행동 대 행동’ 보상 합리적” 지적“(리비아, 이란 등) 외국 사례에서 북힌 비핵화 해법을 찾으려는 경향이 많은데요. 조건, 환경 등이 가장 가까운 것은 (2005년) 9·19 합의(공동성명)를 통한 비핵화 과정입니다.” 세종연구소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형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 리비아, 이란 등에 적용했던 비핵화 로드맵을 정치 및 안보 환경이 다른 한반도에 대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탄두 1240개 등을 포기하고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리비아도 2003년 고농축우라늄 16㎏ 등을 없애는 등 빠른 속도로 자발적 비핵화에 나섰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의해 정권이 붕괴됐다. 이란은 2013년 10월부터 단계적 비핵화를 진행 중이며 국제사회도 각 단계에 맞춰 제재를 줄였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외교적 해법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최악의 합의’로 평가했다. 조 위원은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후로 북측이 핵동결을 실시하고,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 이전에 한반도 비핵화를 완료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북한의 주장은 ‘단계적 타결·동보적 이행’으로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 보장’이나 ‘선 체제 보장, 후 비핵화’가 아닌 동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괄적 타결’을 한 뒤, ‘단계적 이행’을 하는 한국형 모델을 제언했다. 포괄적 합의 대상은 북한의 비핵화, 한·미의 대북 군사위협 해소, 북한 체제 안전 보장 등이다. 일괄적 타결은 3단계다. 첫 단계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에 따른 북·미 국교정상화(대사관 설치)다. 이어 북한의 핵물질을 해외로 반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미국의 독자 제재를 전면 해제한다. 마지막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해체하고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받는 식이다. 조 위원은 “북·미 간 불신의 골이 깊고 비핵화 입장 차가 큰 만큼 한국의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큰 틀에서 합의하고, 추상적 수준에서 적절한 시기를 정리하는 정도면 최대치의 성과”라며 “(실행 부분에서) 단계적 이행에 맞춰 ‘행동 대 행동’으로 보상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박영진 대행, 감독 공모 불참…‘위탁운영’ KDB생명 파열음

    박영진(43) 감독 대행이 여자프로농구 KDB생명 신임 감독 공모에 원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위탁운영에 들어간 KDB생명의 새 감독 선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행 “이미 계약했는데 공모 왜” 박 감독 대행은 10일 전화통화에서 “KDB생명과 계약돼 있는데 굳이 공모에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며 “만약 공모를 넣게 되면 WKBL에서 이미 제시한 상황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모를 넣는다면 우습게 될 것 같았다. WKBL에서 따로 연락해 설명을 해주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KDB생명이 올 시즌을 끝으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두 쪽의 갈등을 키웠다. 박 감독 대행은 올해 초 KDB생명과 2019년 3월까지 감독직을 맡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위탁운영을 담당한 WKBL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DB생명이 구단을 운영할 계획이 없으면서도 감독 계약 기간을 보장해준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새 감독 공고를 내면서는 “박 감독 대행도 지원을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WKBL은 지난 9일 감독 공모 접수를 마쳤다. 2차 면접을 통해 곧 최종 합격자가 선발된다. 박 감독 대행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KDB생명 측에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겨 미안하다”며 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갑자기 이를 뒤집는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감독 대행은 “휴가 중인 선수들이 연락해 ‘어떻게 하냐’고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몸이나 열심히 만들고 있으라’라고 말할 뿐이다. 한마디로 ‘멘붕’(멘탈 붕괴)”이라고 말했다. ●WKBL“ 기존 계약은 KDB와의 문제” WKBL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감독직 지원자가 몇명 있어서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며 “박 감독 대행에게 공모를 넣어라 말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할 바가 아니기 때문에 연락을 안 했다. 기존 계약 건은 KDB생명과 박 감독 대행 사이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KDB생명이 1월말 내용증명을 보내 3월말까지만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4월 1일부터 1년간 계약을 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KDB와 위탁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쓸 때 박 감독 대행 계약건은 전부 뺐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미국, 독자 군사행동 시사에 러시아 강력 반발

    미국, 독자 군사행동 시사에 러시아 강력 반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일(현지시간)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렸지만, 오히려 군사충돌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미국은 시리아를 겨냥한 독자적인 응징을 예고했고, ‘시리아 후견인’격인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공격이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회의에서 “전 세계가 정의를 지켜보는 순간에 도달했다”면서 “안보리가 시리아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저버렸거나 완벽하게 실패한 순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그러면서 “그 어느 쪽이든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veto)을 가진 안보리 대응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로이터통신은 “안보리가 어떤 조치를 내리든, 결정하지 않든지에 상관없이 자체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군사공격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 24~48시간 이내에 어떤 중대결정을 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결정을 매우 빨리 내릴 것이다. 아마도 오늘 자정까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이 다수 사망하자 공격 주체를 시리아 정부군으로 지목하고 무려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로 시리아 공군 비행장을 폭격한 바 있다. 러시아 측은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날조된 구실 아래 군사력을 사용한다면 중대한 파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유의미한 채널을 통해 미국에도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네벤쟈 대사는 “러시아 군대는 정통성 있는 시리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배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은 없었다”고도 거듭 강조했다.앞서 시리아 반군 활동가와 일부 구조 단체는 지난 7일 시리아 두마 지역의 반군 거점에서 정부군의 독가스 공격으로 최소 40명, 많게는 1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단체는 질식사 등으로 최소 80명이 숨졌으나, 독가스가 아닌 대피소 붕괴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 여부와 그 배후 등은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의혹을 규명할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를 놓고서도 미국과 러시아의 의견을 엇갈렸다. 미국은 새로운 조사단을 구성하고 시리아 정부도 협조하도록 하는 초안을 마련했지만, 러시아는 구체적인 조사범위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증권사가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의구심…주식시스템 신뢰 붕괴… 전면 점검 나서야

    삼성증권의 ‘유령 배당’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배당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9일 밝혔다. 증권 계좌 거래 시스템 전반의 문제는 아니라는 진단이지만, 전문가들은 주식 거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만큼 전면적인 점검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일차적으로는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체계에서 구멍이 뚫렸지만, 감독 책임자인 금융 당국이 전산 시스템을 소홀히 관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우리사주 배당은 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 이번 사고가 났다”면서 “개인 계좌 관리는 증권사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어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고 모든 배당 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하루 전날 입력된 ‘유령 주식’을 잡아내지 못했고, 다음날인 지난 6일에도 37분이 지나서야 주문을 차단했다.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 버린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삼성증권뿐만 아니라 감독 당국의 관리감독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사주가 주식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더라도 전산 시스템의 허점을 오랫동안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한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 금감원, 거래소가 다 뚫리고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경비 회사인 금융감독원이 잘못을 이들에게만 떠넘겨선 안 된다”면서 “‘증권거래소를 해외에 수출하겠다’고만 말하지 말고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현 서울대 경영대 겸임교수도 “사전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금감원이 영업이나 통상적인 운영이 아닌 전산 부문은 점검이 소홀했던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기술적인 부문 전반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와 금융 당국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공매도 폐지론’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것)는 불법이었지만, 증권사에서 암암리에 무차입 공매도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공매도를 폐지한다고 주식계좌 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이나 도덕적 해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당국이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는 규제는 만들었지만 실행 차원에서 점검이 부족했다”고 짚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나를 노리는 ‘침묵의 살인자’ 라돈...저감 방법은?

    나를 노리는 ‘침묵의 살인자’ 라돈...저감 방법은?

    국내 전체 폐암 사망자 12.6%의 발병 원인이 실내 라돈(Radon)으로 밝혀지면서 자연방사성 물질인 라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9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의 라돈 실태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낸 보고서에서 “주택 실내 라돈 농도 조사치와 연도별 폐암 사망률을 연관 분석해도 라돈 농도가 높은 곳이 폐암 사망률이 높다”며 이같이 전했다. 라돈은 암석·토양·건축자재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붕괴를 거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무색·무취·무미의 기체로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연방사능 물질이며 특히 주택가에서 많이 발생한다. 라돈은 주로 건물 바닥이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며 땅에 인접한 단독 주택에서 라돈 검출율이 높은 반면,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고농도 라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암 등에 걸릴 수 있으며 수년 동안 노출되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배에서 100배까지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흡연에 이은 2대 폐암발병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이지만 무색·무취해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쉽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라돈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 아이들이 일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도 많이 발생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라돈 수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난방 등의 이유로 환기를 자주 시키지 못할 경우 라돈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봄철에 접어들었음에도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영향 등으로 환기를 시키지 못해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라돈 수치를 줄이는 공기 청정 식물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돈을 줄이는 식물로는 공기 청정 기능을 갖춘 율마, 고무나무, 산세베리아, 관음죽, 아레카 야자, 행운목, 마지나타, 벤자민 등이 꼽히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통일을 100년만 늦춰 보면 어떨까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통일을 100년만 늦춰 보면 어떨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를 벗어나 평화공존의 서광이 조금씩 움트고 있다. 봄이 어느새 다가왔듯 한반도의 평화가 싹트고 있다. 비핵화를 거쳐 평화적 공존에 이르기까지 양쪽은 수많은 장애를 넘어서 조금씩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신뢰를 구축하는 출발점으로 새로운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남북한 통일을 100년 동안 유보하고 둘이 독립된 국가로 살아볼 수는 없을까. 물론 100년이란 상당한 시간이란 상징일 뿐이다. 그리고 독립된 국가란, 양쪽이 통일을 일정 기간 유보하고 침략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서로 외국으로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정도로 살아 보면 어떨까. 통일을 할 것인지, 계속 따로 살 것인지는 100년 후에 남북한 주민들이 결정하면 어떨까. 현재 한반도 주민은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21세기 초엽의 이해관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황당한’ 꿈을 생각한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전쟁보다는 따로 사는 게 낫다는 판단. 한반도에 크든 작든 전쟁이 나면 상상할 수 없는 인명의 살상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후에 일구어 낸 대한민국의 경제도 붕괴하거나 1세기 이상 후퇴한다. 둘째는 남북한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면서 신뢰를 쌓는 시간으로 1세기 정도 기다려 볼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 적대적 공존을 우호적 공존으로 바꾸는 데 이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것 아닐까. 지구를 보기 위해서는 지구를 벗어나야 하듯 한반도를 벗어나서 남북한을 바라다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아시아로 펼쳐보면 북쪽으로는 중국 동북 3성(인구 1억5000만명), 러시아 동부(인구 1000만명 미만), 몽골(인구 500만명)에 닿는다. 동쪽으로는 일본의 홋카이도와 서부연안, 태평양에 이르고 남쪽으로는 오키나와와 타이완, 이어 필리핀과 베트남 (이들 두 나라는 각각 1억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남중국해가 펼쳐져 있다. 이렇게 광대한 지역을 국가단위로 사고하면서 국가의 이해관계(한국의 이해관계)로만 바라다볼 게 아니라 이 지역에 사는 주민, 기업과 시장, 여행자, 이주 등 사람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다른 지리적 상상이 가능해진다. 이를 ‘초국적 삶의 공간’이라 부를 수 있다. 지난 50여년간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많은 한국의 기업인과 노동자들이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땀을 흘렸다. 결혼 이주와 이주노동을 통해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이주자들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바깥으로 나간 한국인이건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 사람이건, 모두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다. 중국 동북 3성의 많은 중국인이 시베리아 동쪽 러시아 지역으로 진출해서 연해주의 소규모 상권은 중국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따리 무역부터 중소 규모 슈퍼마켓까지. 블라디보스토크 60만명의 인구 중 일본 중고자동차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인구가 10만명에 이른다(재팬타임스). 러시아는 일본 중고자동차를 수입하는 가장 큰 시장이고 블라디보스토크는 중고 일본 차가 들어오는 관문이다. 이렇게 북쪽부터 남쪽까지 아시아 내부의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람과 경제의 도도한 흐름은 한반도와 한민족을 뛰어넘어 우리의 미래를 그려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통일을 100년간 미루고 따로 살자는 것은 냉전이 배태한 한반도 전쟁과 분단의 역사와 현실을 21세기에 아시아의 한반도라는 새로운 지리적 상상(geographical imagination)으로 넘어 보자는 제안이다. 한반도를 아시아로 ‘펼치고’ 아시아를 한반도에 ‘겹치기’ 위해서 분단과 통일을 국경, 시민권, 민족, 이주를 넘어 상상할 필요가 있다. 남한과 북한 사이 국경의 벽은 인정하면서 상호존중과 평화에 기반한 상생적 관계를 꿈꾸어 본다. 그렇지만 아시아의 어떤 나라보다도 국경의 벽이 낮은 나라를(물론 남쪽이 먼저 시행해야겠지만).
  • 정말 ‘北 비핵화’는 가능한 걸까

    정말 ‘北 비핵화’는 가능한 걸까

    선을 넘어 생각한다/박한식·강국진 지음/부키/320쪽/1만 6800원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조만간 남북, 북·미 정상이 만난다. 종전처럼 형식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중대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반신반의다. 정보의 단절, 현실 정치와 언론의 왜곡 속에서 만들어진 편견 탓이다. 그럼 이런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새 책 ‘선을 넘어 생각한다’를 펴면 나온다. 책은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가 묻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답하는 형식이다. 북한은 과연 붕괴될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정신병자처럼 행동할까 등 누구나 궁금해했으면서도 여태 매조지되지 못했던 12가지 의문들에 대해 시원하게 답해 준다. 사실 모든 문제는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하다. 예컨대 ‘원자탄’은 원유와 함께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때부터 체제를 수호하는 두 개의 칼로 인식돼 왔다. ‘원자탄’에 대한 공포 또한 북한이 미국보다 월등히 크다. 이처럼 자기가 곧 죽을 것처럼 느껴지는데 중국이 하지 말란다고 핵개발을 안 하겠나. 사실 우리를 혼돈스럽게 하는 건 이랬다 저랬다 극단을 오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매한가지다. 박 교수는 트럼프를 장사꾼이라 본다. 그는 북한을 악마화해야 이익일지 거래를 트는 게 이익일지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북한의 인권 운운하는 건 그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박 교수는 만약 북한과 거래를 트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서면 트럼프는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전격적으로 북한과 손을 잡을 것이라 본다. 그럼 북한의 비핵화도 진짜 가능하다는 건가. 저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단 북한의 안전보장이 전제다. 북·미 수교와 불가침조약 체결 등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은 기꺼이 국제 사찰을 받고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란 얘기다. 책엔 이 밖에도 생경한 논리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두고 “상하이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난 인물”이라거나 “김일성 3대 세습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숭배하고 그의 딸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 역시 외국인 시각에서는 오십보백보”라는 식의 분석이 그 예다. 국내 한 진영에선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만, 박 교수의 논리 어디에서도 왜곡이나 굴절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그 덕에 맑고 깔끔하게 북한을 보게 된다. 그게 책의 매력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유신정권 균열의 시작 청년학생을 기억하다

    유신정권 균열의 시작 청년학생을 기억하다

    민청학련/민청학련계승사업회 지음/메디치미디어/712쪽/3만 2000원정문화가 말했다. “박정희 정권의 파쇼성이 핵심이니까, 여기에 대항하여 투쟁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반파쇼전국학생연맹’이 좋겠네.” 김병곤이 덧붙였다. “민주 회복을 넣어서 ‘민주회복학생총연맹’ 같은 게 좋겠어요.” 황인성은 “민주 회복은 좀 약한 느낌이야. 학생뿐 아니라 근로자, 종교계, 양심세력도 동참한다는 뜻에서 학생 말고 청년학생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철은 “그러면 전국적으로 동시 투쟁한다는 의미로 앞에 전국을 붙여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거 좋겠습니다.” 1974년 3월 27일 이른바 ‘민청학련’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민청학련’ 본문 329쪽)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 시민에 의해 탄핵당하고 ‘적폐 청산’이 사회 이슈가 됐다. 적폐의 뿌리를 따라가면 1972년부터 7년 동안 한국 사회를 장악했던 박정희의 유신 체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유신 체제에 대한 도전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79년 ‘부마민중항쟁’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 항쟁을 빼놓을 수 없다.‘민청학련’은 1974년 4월 발생한 대규모 반독재 투쟁인 민청학련 항쟁의 원인, 전개 과정, 결과, 의의까지 모든 것을 정리한 책이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가 4년 동안 200여명의 관련자들을 인터뷰하고 책, 신문 기사, 논문 등 80여개의 자료를 참조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1972년 유신 선포와 이에 대항하는 전국 학생 조직의 움직임부터 1975년 박정희 정권이 관련자들을 석방하기까지 850일의 기록이 온전하고 생생하게 담겼다. 1971년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집권이 불가능했던 박정희는 1972년 10월 유신헌법으로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1년 뒤인 1973년 10월 서울대 문리대 학생 300여명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이를 발판으로 유신체제 아래에서 침묵하던 각계 민주화 세력이 결집한다. 위기를 느낀 박정희는 1974년 1월 8일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명령을 내린다.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일체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서슬 퍼런 정권의 칼날 앞에 서울대 사회학과 이철과 유인태 등은 물러나지 않고 1974년 4월 3일을 디데이로 정해 전국 동시다발적인 대학생 반대시위를 계획한다. 사전 움직임을 포착당해 항쟁은 수포로 돌아가고, 붙잡힌 학생들은 무지막지한 고문에 거짓 자백서를 쓰기에 이른다. 박정희 정권은 “민청학련은 공산계 불법단체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조직과 제일 조총련계의 조종을 받은 일본인 공산당원 및 국내 좌파 혁신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용공딱지’를 붙였고, 이윽고 7월 14일 민청학련 학생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각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끝에 박정희는 결국 1974년 8월 23일 전격적으로 긴급조치 4호를 해제했다. 다음해인 1975년 2월 15일 대통령 특별조치를 통해 여정남을 제외한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 대부분을 석방했다. 책은 그 당시 재판 기록, 판결문 등을 참고해 민청학련 항쟁을 용공 사건으로 조작하거나 방조한 가해자들의 명단 또한 실명으로 그대로 수록했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조작한 중앙정보부 요원뿐만 아니라 당시 대법원장, 검찰총장, 국방장관 등 불법적인 체포, 구금, 고문을 막을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이들의 명단, 수사 및 재판 담당 검사와 비상군법회의 판사 및 대법원 판사의 명단을 제시해 그들이 국가폭력 행위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했는지를 낱낱이 보여 준다. 민청학련 항쟁 이후 수많은 반유신 투쟁과 부마민중항쟁이 이어져 박정희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청학련 항쟁에 담긴 정신이다. 공포의 시대, 목숨을 내놓고 민주화에 투신한 대학생들의 항거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 등을 지낸 유시춘 작가가 원고를 썼다. 수많은 관련 인물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소설 형식으로 그려냈다. 71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