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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쏭달쏭+] 지구가 건들거리면서 자전하는 이유는?

    [알쏭달쏭+] 지구가 건들거리면서 자전하는 이유는?

    지구는 얌전히 자전하는 게 아니라 건들거리면서 자전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건들거림의 원인이 인간에게도 일부 관련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고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899년 이래, 지구의 자전축은 약 10.5m 이동했다. 연구자들은 이 자전축 이동의 원인을 정량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3분의 1이 극지 빙하의 녹음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것임을 발견했다. 특히 인위적인 기후 변화의 문턱에 서게 한 데 크게 작용한 것은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자전축 이동 원인 중 또 다른 3분의 1은 빙하가 후퇴하여 부하가 가벼워짐에 따라 육지가 위쪽으로 팽창한 데 따른 것이다. 마지막 3분의 1은 지구 내부의 점성이 있는 중간층 맨틀의 휘젓기 운동에 따른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지구 시스템 과학자인 스렌드라 애드히카리 수석 연구원은 “우리는 지구 자전축을 변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 이상의 단일 프로세스에 대한 증거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지구 표면의 질량 분포가 지구의 회전에 미치는 매커니즘에 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회전축 꼭지 부분의 형태와 질량 분포가 회전에 미치는 영향 역시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연구진의 공동 저자이자 수석 연구원인 에릭 아이빈스에 따르면, 수천 년 동안 기록된 밤하늘 별들의 움직임을 보면 약간의 위치 변동을 확인할 수 있고, 이로써 과학자들은 지구의 자전이 완벽한 정상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JPL에서 1990년대 이래 우주 좌표를 기준으로 한 측정에서 지구 자전축이 캐나다 북동부의 허드슨만을 향해 일년에 몇 센티미터씩 움직이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구원들은 이 축의 이동, 곧 지구 자전의 거들거림이 1만6000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래 진행중인 빙하 평형 조절 과정에 일부 원인이 있음을 알아냈다. 빙하가 퇴각하면 그 아래 지각에 가하는 부하가 가벼워진다. 이 같은 과정이 수천 년에 걸쳐서 진행되면 이윽고 그 부분의 지각은 부풀어오르게 된다. 이런 경우, 고대 빙상의 가장자리 일부 지역에서는 얼음으로 인해 융기된 지표가 붕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애드히카리와 그의 동료들은 ‘지구와 행성 과학 저널’ 11월호에 실린 새로운 연구에서 빙하 평형 조절은 연간 3.5cm의 축 이동에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20세기 동안 매년 관찰되는 약 10.5cm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격차를 메우기 위해 연구팀은 지난 20세기에 육지의 얼음과 바닷물 균형 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한 지구 회전 운동의 컴퓨터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자들은 또한 지하수 고갈과 저수지 조성 같은 육지와 물에서의 변화 상황을 고려했다. 이 모든 것은 인류가 지구 지형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결과의 일부분이다. 결론은 이러한 환경적 프로세스가 매년 4.3cm 지구 자전 동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린란드 빙상이 녹는 것이 특히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지구 자전축의 이동 원인 중 나머지 3분의 1은 지구의 맨틀이 쥐고 있었다. 맨틀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대류에 의해 움직인다. 지구 핵에 가까운 뜨거운 물질이 상승하고 차가운 부분이 하강하는 수직 운동이 지구 자전축을 흔들리게 하는 것이다. 이 맨틀 운동을 포함시킴으로써, 연구자들은 20세기 100년 동안 지구 자전축의 이동 원인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 자전의 흔들림이 어떤 종류의 환경 재난에 대한 서곡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애드히카리 박사는 “그것은 농업이나 기후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항법장비에 미치는 영향은 수정하기 쉽다”고 설명한다. 또한 “빙하의 녹는 물도 엄청난 양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그것은 과학자들에게 지구의 질량 분포와 그 변화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예컨대 지난 15년 동안 그린랜드의 녹은 물이 자전축을 변화시키는 데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축은 현재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석 연구원 아이빈스는 이에 덧붙여 “기후 과학자들에게 특히 이 사실은 중요하다”면서 “그것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량 이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추석의 반전…“며느리 허리 휘는 차례상, 전통 아니다”

    추석의 반전…“며느리 허리 휘는 차례상, 전통 아니다”

    올해 추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집집마다 차례상에 올린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다. 차례는 간소하게 차리고 남녀가 함께 지내는 것이 전통 예법이다. 그러나 상차림 가짓수가 정성의 척도로 여겨지고 여성은 차례 예식에서 제외하는 잘못된 관행이 자리잡으면서 명절 때마다 불필요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3일 유교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성균관에 따르면 명절 차례는 기일 제사와 달라 많은 음식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지나친 차례상은 신분제 붕괴와 근대화를 거치며 생긴 일종의 허례허식이라는 게 성균관의 지적이다. 차례(茶禮)는 글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식이라는 뜻이다. 조상에게 차를 올리는 풍습은 매달 보름 차를 올리고 사당에 참배했던 중국의 풍습이 신라 때 전래한 것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 율곡 이이는 제례에 관해 서술한 ‘제의초’에서 차례에는 제철 음식을 올리되 별다른 게 없으면 떡과 과일 두어 가지면 된다고 했다.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은 “차례는 간소화된 제사라고 보면 된다”며 “술을 석 잔 올리는 기제와 달리 술을 한 잔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요즘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필수 음식으로 여겨지는 전을 올리지 말라고 했던 예서도 있다. 조선 후기 안동 출신 유학자 동암 유장원 선생은 ‘상변통고’에서 제불용고전지물, 즉 기름으로 부친 전 등은 제사에 쓰지 말라고 했다. 방동민 성균관 석전보존회 사무국장은 “중국의 예서 ‘예기’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있다”며 “불교와 달리 제사상에 전을 올리지 않는 것이 유가의 예법”이라고 말했다. 음식 장만을 도맡는 여성들이 제사나 차례 예식에 참석하지 않는 관행도 전통 예법과 거리가 멀다. 가례집람과 사례편람 등에 따르면 남녀가 제례에 함께 참여해 술을 올리고 절 하는 것이 예법에 맞다. 기제사에서는 조상에게 올리는 석 잔의 술 가운데 첫 잔은 장남이, 두 번째 잔은 맏며느리가 올린다. 술을 한 잔만 올리는 명절 차례에서는 장남이 술잔을 올리면 삽시정저(숟가락을 밥그릇 중앙에 꽂고 젓가락을 바로 놓는 것)를 하는 것은 맏며느리 몫이었다. 박광영 부장은 “술잔을 올릴 때 잔을 향 위에서 돌리기도 하지만, 어떤 예서에도 이런 내용은 없다”며 “이는 전통 예법과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리 삶을 위협하는 당신들의 大義

    우리 삶을 위협하는 당신들의 大義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이언 샤피로 지음/이현휘·정성원 옮김/인간사랑/613쪽/3만 2000원1636년 청이 조선을 침략하자 인조와 조정 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도망간다. 추위와 굶주림, 청에 포위당한 상황에서 조정은 두 갈래로 나뉜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이다. 인조는 김상헌의 말을 들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인조는 결국 청에 호되게 당하고, 치욕적으로 무릎을 꿇는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서 기시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을 터다. 강대국에 치여 살아가는 한국, 그리고 이런 와중에 자신의 신념만을 고집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하는 학자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부지기수다.이언 샤피로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을 통해 이런 학자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다양한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진짜 연구 대상인 눈앞의 현실에서 계속 도망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간 행동의 동기나 시장의 기능에 관해 비현실적인 전제를 깔고 모델을 설계한다. 손쉽게 입수 가능한 데이터세트를 활용해 계량적 연구를 수행한다. 혹은 이론적 사변에만 치우쳐 경험적 연구를 포기하는 사례도 상당수다. 저자는 이런 주장들이 정치에서도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조지 W 부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악’이라 규정하고, 미국은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는 ‘선’으로 규정한 채 이라크를 침공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역시 북한을 ‘악’으로 규정하고 규제를 외친다. 명백한 진실을 제멋대로 부인하고 명백한 거짓을 옹호하며,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가짜뉴스’로 치부해 버리고 자신의 신념만 외치는 그의 모습은 현실도피 성향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책은 400여쪽에 이르는 저자의 글에 200여쪽에 이르는 이현휘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의 해제를 붙였다. 이 연구원은 저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삼아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틀로 한국의 처지를 살핀다. 신념윤리는 자신의 신념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책임윤리는 행위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을 강조한다. 이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 중심 인문사회과학을 거의 직수입한 점, 그리고 여전히 조선시대 유학의 테두리에 갇힌 이른바 ‘신(新)유학’을 바탕으로 여전히 신념윤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이런 생래적 성격을 살필 때, 병자호란을 초래한 한국의 정치 파행이 400년이 지난 현재까지 남아 있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 인문사회과학이 심각한 현실 문제와 정면으로 대결하고, 분석하고,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끊임없이 도피했다는 것이다. 대화에 나섰어야 할 북한에 대해 오히려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역대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4·27 판문점 선언, 6·12 북·미 싱가포르 선언, 그리고 9·19 선언의 붕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물어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 신념윤리의 소유자는 그런 결과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그런 주장을 하면서 명성을 얻고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데에만 있기 때문이다. 마치 400년 전 김상헌이 그랬던 것처럼. 저자와 해제자는 결국 인문사회학자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정치가는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금처럼 신유학의 틀과 미국의 선악 구도를 정면으로 거슬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거론되는 시점에서는 더욱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책은 인문사회과학자들이 현실을 저버린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연구 방법론과 정치 상황만을 지나치게 나열한 감이 없잖다. 해제 역시 막스 베버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너무 이분법으로 다룬다.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자들에 관해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맛도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격변기,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던 사이비 인문사회과학자와 정치가들의 참 면목을 볼 수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한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왜 의사·여자에게만 돌 던지나… 낙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왜 의사·여자에게만 돌 던지나… 낙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한국에서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은 불법이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범죄로 규정했다. 다만 1973년 모자보건법을 만들어 성폭력에 의한 임신, 유전적 질환 등 극히 일부 경우에 한해 예외를 뒀다. 불법 낙태가 적발되면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법은 이렇게 엄하지만, 낙태율은 1000명당 29.8명(2005년 기준)으로 낙태 허용 국가인 캐나다(13.7명)보다 훨씬 높다. 법대로 하자면 상당수 산부인과 의사들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공포한 데 반발해 낙태 수술 거부를 선언했다. 파장은 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 의사 처벌 강화를 철회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라며 낙태 수술 거부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석(59)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을 지난 13일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김 회장은 서울 강서구에서 24년째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개원의다. 지난 7월부터 대한개원의협의회장도 맡고 있다.→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미뤘는데도 낙태 수술 거부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혼란과 건강권 보호 등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의지 없이 임시방편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행정처분을 유예했으니 이제는 연간 수십만 건씩 이뤄지는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복지부는 헌재 판결이 나면 개정안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방관자적인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당장 의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정확한 기준의 개정안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문화된 법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우리는 그 법을 지킬 것이다. →복지부는 이전에도 불법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게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처벌 강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번 개정안이 왜 문제가 되는가. -이전에도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건 맞지만, 재판 결과가 유죄로 나와야 행정처분이 이뤄졌다. 이제는 개정안에 확실하게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이 돼서 즉시 처벌이 가능해졌다. 자격정지 몇 개월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낙태 수술을 한 여성이나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은 게 문제의 본질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45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엔 산아제한 때문에 보건소에서 낙태 수술을 권할 정도로 일반적이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국민이나 의사나 낙태 수술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였다. 형법에는 낙태 수술을 한 여성과 수술한 의사를 처벌한다고 돼 있고 한 해 수십만 건의 불법 낙태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처벌은 드물다. 그런데도 유명무실해진 법을 내세워 불가피하게 수술을 택한 여성과 이를 도와준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부당하다.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하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모자보건법에서 허용된 낙태 사유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이 많은데도 어느 정권이나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산모의 상황에 따라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태아와 관련한 사유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일례로 무뇌아처럼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라도 현행법에서는 낙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반면 유전이 되는 정신 장애가 아닌데도 정신질환 부모의 낙태를 허용해 정신장애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라는 조항도 매우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낙태죄 처벌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처벌 강화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수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음성화가 더 심각해져 돌이킬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안전하지 않은 수술로 여성의 건강이 위협받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낙태를 금지한 필리핀이나 브라질 같은 국가에서 낙태 수술로 인한 모성사망이 많다는 자료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회는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다. 낙태 합법화에 대한 반대나 찬성은 의사 회원 각자가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낙태 수술을 합법화하라는 게 아니라 입법 미비에 따른 혼란이 심각하니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다. 다만 일선 의료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낙태를 해야만 하는 경우를 자주 봐 온 의사의 입장에선 외국의 사례처럼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다. 어느 쪽이든 공론을 거쳐 법이 만들어지면 의사는 지켜야 한다. →불법 낙태약인 미프진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낙태가 불법인데 미프진을 합법화하라는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다. 미프진은 외국에서도 산부인과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인터넷에서 미프진 불법 유통이 만연하면서 하혈 등 부작용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가짜 약까지 나돈다. 그런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낙태 처벌을 강화하겠다면서 왜 미프진 통용은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루빨리 실태조사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산부인과의 어려움도 클 것 같다.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없는 지역도 상당수에 달한다는데. -합계출산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산부인과도 덩달아 위기에 몰렸다. 그로 인한 분만 인프라의 붕괴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분만 산부인과는 전국 600여곳으로, 지난 1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50여개 시·군·구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는 통계도 있다. 산부인과 전공의 배출도 감소 추세다. 저출산뿐만 아니라 분만 사고 시 의사의 책임이 무거운 점도 분만을 꺼리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예전엔 산부인과 의사들이 태아와 산모, 두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밤낮없이 일했다. 요즘은 낙태 수술로 비도덕적 의사로 낙인찍히고, 분만 사고로 폐업 위기에 몰리는 이중고로 자괴감이 크다. 산부인과 간판 대신 피부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클리닉 병원이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 산부인과 의사가 한 명도 없다. 분만 인프라가 망가진 걸 알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안이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외국 사례처럼 산부인과의 진료 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은 2006~2010년 약 3조원을 투입해 산부인과 살리기에 나섰다. 의사와 산모에게 분만 지원금을 주고 산부인과에 진학하는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뇌성마비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험금 등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이 모든 책임을 떠맡는 실정이다. 분만에 따른 여러 가지 의료사고는 불가항력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났을 때 산모와 산모 가족이 가장 힘들겠지만, 의료진도 어렵다. 저출산 정책에 많은 재원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에서 산부인과의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을 분담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분만을 포기하는 경우는 대부분 의료사고를 경험한 이후다. 산부인과의 저수가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coral@seoul.co.kr
  • “라오스 댐 붕괴사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슈화”

    “댐이 무너지면서 농작물뿐 아니라 동물들도 모두 죽었습니다. 모든 길과 다리, 학교, 병원,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한 주민은 넘치는 물을 피해 헤엄치다가 뱀에 물려 죽기도 했습니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유관 기업들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고자 방한한 태국·캄보디아 시민단체 방한단이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길에 올랐다. 방한단은 출국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댐 붕괴 피해 지역의 실상을 전했다. 댐 붕괴로 피해를 본 캄보디아 시암팡 지역의 주민인 꽁른은 “붕괴와 범람으로 마을이 처참히 망가졌다”면서 “댐이 무너져 물이 불어나면서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잇는 다리가 붕괴했고, 이 때문에 라오스로 갈 길이 막혔다. 이번 일은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너무나 불공평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메콩 생태에너지 네트워크의 위뚠 페름뽕싸짜런 대표는 “(댐 시공사인) SK건설이 기업의 이미지 때문에 이 사건을 잘못된 시공 때문이 아닌 자연재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면서 “회사의 신용을 생각하고 먼 미래를 생각해 다른 나라에 책임을 돌리지 말고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다음 달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국회에 협력을 구하거나 계속 이 문제를 이슈화하겠다”면서 “SK건설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서서 이번 사고를 해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입국한 방한단은 다음 날인 18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면담했다. 19일에는 서강대에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메콩의 목소리와 한국’을 주제로 포럼을 열어 현지의 피해 상황을 알리고 정부와 유관 기업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프로야구] 韓·美·日 1000경기… ‘용’의 전설

    [프로야구] 韓·美·日 1000경기… ‘용’의 전설

    박병호 세 시즌째 40홈런… 리그 최초임창용(42·KIA)이 한·미·일 통산 1000경기째를 승리로 장식했다.  임창용은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를 찾아 벌인 KBO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을 3실점으로 버틴 뒤 팀이 18-3으로 이겨 시즌 4승(4패 4세이브)째를 거뒀다. 안치홍과 박준태가 나란히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고, 최형우가 투런포를 터뜨리는 등 타선이 15점을 벌어준 덕에 임창용은 15-3으로 앞선 7회말 마운드를 황인준에게 넘겼다. KIA는 네 경기 연속 역전승을 올리며 롯데에 1-4로 무릎 꿇은 5위 LG에 한 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임창용은 99개의 공을 던져 삼진 6개를 솎아냈다. 홈런 한 방을 포함해 안타 7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  이로써 임창용은 삼성 소속이던 2005년 6월 5일 무등경기장에서 KIA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래 4853일 만에 원정 경기 선발승을 신고했다.  1995년 KIA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프로 첫발을 디딘 임창용이 친정팀을 제물로 원정 선발승을 거둔 지 13년 만에 두 번째 친정인 삼성을 상대로 또 원정 선발승을 거둔 게 이채롭다.  세 나라에서 뛴 KBO 출신 투수로는 그 외에 이상훈, 구대성, 박찬호가 있지만, 셋 모두 1000경기 고지를 밟지도 못했다.  임창용은 KBO리그 756경기, 일본 238경기, 미국 6경기에 등판했다. 아울러 2이닝을 보태 역대 스무 번째로 1700이닝 투구도 달성했다. 한편 박병호(넥센)는 리그 최초 세 시즌 연속 40홈런 주인공이 됐다. 그는 고척돔으로 불러들인 두산에 4-7로 끌려가던 7회말 무사 1, 3루에서 중월 동점 스리런을 터뜨렸다. 두산 투수 박치국과 풀카운트로 겨루다가 시속 119㎞ 커브를 받아쳐 시즌 40호, 통산 250호 홈런을 작성했다. 팀은 10-7로 이겨 3연승을 내달렸다. 두산은 지고도 2위 SK가 지며 정규리그 우승의 매직 넘버를 7로 줄였다. KBO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40홈런 이상을 날린 선수는 박병호와 이승엽(전 삼성·2002~03년), 에릭 테임즈(전 NC·2015~16년), 최정(SK·2016~17년)뿐이다. 통산 250홈런은 리그 통산 17번째인데 홈런 선두 김재환(두산)은 넥센전 4회초 솔로 홈런으로 시즌 41호를 날려 또 달아났다.  롯데는 노경은의 선발 호투를 앞세워 지긋지긋한 8연패 악몽에서 탈출했다. 1-1로 맞선 8회 LG의 세 번째 투수 고우석을 상대로 몸에 맞는 공, 좌전 안타, 보내기 번트로 1사 2, 3루를 엮었다. 전진수비로 손아섭의 내야 땅볼을 잡은 LG 2루수 박지규가 곧장 홈으로 송구했으나 3루 대주자 나경민이 슬라이딩으로 먼저 홈을 찍었다.  롯데는 이어 이대호의 내야 땅볼과 채태인의 우전 적시타로 2점을 더해 승패를 갈랐고,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마무리 손승락은 구대성(은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7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했다.  kt는 SK를 9-5로 제압했다. 6-5로 앞선 8회 승리를 결정짓는 장쾌한 3점 홈런을 터뜨린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시즌 100타점째를 채워 역대 69번째로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로하스는 시즌 홈런 37개를 쳤다.  NC는 한화의 실책과 선발진 붕괴를 틈타 10-3으로 이겨 한화 상대 3연승을 질주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글로벌 기업 없는 아르헨티나, 늪에 빠지다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글로벌 기업 없는 아르헨티나, 늪에 빠지다

    아르헨티나는 19세기 초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직후 1827년 국가부채의 채무불이행으로 일찍이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이후에도 정책 난조와 대외환경의 영향으로 수많은 경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1980년대 이후만 봐도 1982년 대외부채 지급중지를 선언한 바 있고, 1989년에는 심각한 사회갈등으로까지 번진 위기를 경험했다. 199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 위기가 발생하자 어려움은 계속됐고, 1998~2002년에는 페소화 폭락과 실업, 금융시장 붕괴, 자금이탈 등 극심한 위기를 경험했다. 누적된 부채에 대한 국제투자자와의 채무 재조정에 실패하며 2014년 위기가 재발했는데, 2018년 다시 통화가치가 폭락하며 또 한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아르헨티나에 위기가 발생한 시점을 보면 비슷한 배경이 있다. 200년 전 독립선언 직후 처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아르헨티나는 런던 금융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건국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초반 국제금융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영국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이 금리를 올리며 국제이자율이 급등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위기를 경험한 시기는 이같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가 상승하거나 선진국 경기 활황으로 선진국 금융시장의 투자수익률이 상승하던 때다. 특히 아르헨티나 같은 경제에서 이 상황이 문제되는 것은 국채의 해외 의존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지만, 저축이 충분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주로 해외에 국채를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데, 선진국 상황이 개선되고 금리가 상승하면 이러한 자금 조달 방식이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즉 국제투자자에게 아르헨티나 같은 위험한 경제가 아니어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렇듯 자금의 해외 유출이 발생할 때 외화로 표시된 대외채권 형태의 국채를 갚으려면 외환이 필요한데, 결국 민간 수출 기업들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어 외환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는 수출로 외환을 벌어들여 경제 전반에 외환위기가 번지는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졸업하고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결국 수출시장에서 외환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글로벌 기업이 있었던 덕분이다. 반면 글로벌 기업이 약한 아르헨티나는 외채 부담과 외환 부족의 악순환으로 반복되는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을 선정하는데, 매출액 기준으로 2018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 삼성전자(12위)를 필두로 현대자동차(78위), SK(84위), LG전자(178위), 포스코(184위) 등 우리나라 회사 16개가 선정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기업은 발견하기 힘들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기업에 대한 세금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노사 갈등을 포함해 각종 기업 환경 역시 열악하다고 평가된다. 지금은 반복되는 경제 위기의 대명사와 같은 오명을 쓴 아르헨티나가 과거에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원작 ‘아페니니산맥에서 안데스산맥까지’를 각색한 만화영화 ‘엄마 찾아 삼만 리’에서 주인공인 ‘마르코’는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난 엄마를 찾아 모험을 한다. 만화의 배경처럼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농축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에 떠오르며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페론 정부가 본격적인 대중영합 정책을 실시하면서 이후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기업들을 키우지 못하고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져 외부 충격에 취약한 만성 위기 국가가 된다. 결국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 육성은 그 기업의 이윤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혁신해 생존하려고 노력하는 글로벌 수출 기업 없이는 국가의 외환 확보 자체가 어렵다. 그리고 외환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경제가 특히 재정이 불건전한 채 위기의 고리에 한 번 빠지면 그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고 작은 외부 충격에도 위기에 허덕이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 환경을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 5등급 허리케인급 슈퍼태풍 ‘망쿳’ 필리핀 로손섬 상륙…“주민 1천만명 영향권”

    5등급 허리케인급 슈퍼태풍 ‘망쿳’ 필리핀 로손섬 상륙…“주민 1천만명 영향권”

    슈퍼 태풍 ‘망쿳’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필리핀 수도 마닐라가 있는 북부 루손 섬에 상륙했다. GMA뉴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15일 오전 1시 40분쯤(현지시간) 최고 시속 285㎞의 돌풍을 동반한 망쿳이 루손 섬에 있는 카가얀 주 해안으로 상륙했다. 이 때문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간판이 추락하고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풍으로 항공기 50여 편이 결항했고, 높은 파도로 선박 운항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5천 명 안팎의 승객이 지난 14일부터 항구에 발이 묶였다. 필리핀 기상청(PAGASA)은 2013년 7천3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태풍 ‘하이옌’ 때보다 1m 높은 6m의 폭풍해일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몬순 강우와 겹쳐 2009년 240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온도이’ 때(455㎜)보다 더 많은 550.9㎜의 집중호우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도 망쿳을 카테고리 5등급의 허리케인에 상당하는 슈퍼 태풍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 재난 당국은 해안가 저지대와 섬 주민 82만4천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지만,실제 안전지대로 피신한 주민은 수만 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적어도 520만 명이 태풍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고,필리핀 적십자사는 1천만 명이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망쿳이 지나는 경로에 있는 주택 5만5천 채가량이 파손 또는 붕괴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경기 화성 공사현장서 옹벽 붕괴… 근로자 2명 사망

    경기 화성 공사현장서 옹벽 붕괴… 근로자 2명 사망

    경기 화성시 팬션단지 신축 공사현장에서 14일 옹벽 붕괴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는 이날 오전 9시 54분쯤 경기 화성시 양감면의 공사현장에서 4m 높이, 40m 너비의 옹벽 중 10m 구간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옹벽을 받치던 300㎏ 콘크리트 블록과 흙더미가 쏟아져 내렸고 옹벽 아래서 측량 작업을 하던 근로자 3명이 매몰됐다. 이중 구모(50)씨와 변모(27)씨가 사망했고 C(43)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무너진 옹벽은 공사 부지 옆 야산을 깎은 절개지에서 토사가 쓸려 내려오는 걸 막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사고 전날 완성됐다. 옹벽은 허가 받은 설계도와 달리 높이를 더 쌓고 부지를 넓히기 위해 가파르게 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고 경위와 안전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벽에 간 선명한 균열…서울상도유치원 사고 전 내부 사진 공개

    벽에 간 선명한 균열…서울상도유치원 사고 전 내부 사진 공개

    ‘서울상도유치원 지반 붕괴 사고’ 이틀 전 건물에 다수의 균열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 공개됐다.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서울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안전점검 의견서’에는 지난 4일 점검 때 촬영한 유치원 1층 복도와 놀이터 바닥, 인근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 등이 사진이 첨부됐다.사진을 보면 지난 5월 31일 실시한 안전점검 때는 1층 원장실과 교무실, 복도 벽에 약한 금이 가 있었지만 9월 4일에는 균열이 수직과 수평으로 눈에 띄게 커졌다. 또 놀이터 바닥 접합부와 붕괴사고의 원인이 됐던 외부 옹벽도 벌어짐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점이 확인된다.박 의원은 “사진을 통해 확인되는 상도유치원 붕괴사고의 전조는 너무나 확연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종 공사가 진행 중인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안전을 철저히 점검하여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감리자 “상도유치원 당장은 안전”… 이 말만 믿은 서울교육청

    유치원도 학부모 불편 탓에 휴업은 못 해 “비 예보 내려졌는데 안이한 대응” 비판 “유치원의 균열이 커져 갔지만 감리자가 ‘괜찮다’고 했고, 학부모들도 불편해할까 봐 휴업하지 못했다.” ‘서울상도유치원 지반 붕괴 사고’ 이틀 전인 지난 4일 유치원은 안전진단 업체로부터 “건물 1층 벽의 균열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유치원장은 등원 중단을 검토했지만 끝내 하지 않았고 건물은 6일 밤 주변 공사장의 옹벽 붕괴 탓에 반파당했다. 사고 3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대형 참사를 부를 뻔한 느슨한 행정 관행이 도마에 오르자 서울교육청은 이 같은 해명을 13일 내놨다. 김원찬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껏 조사한 사고 경위를 중간 발표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유치원 측은 지난 3월 인근 다세대 건물 신축공사 여파로 건물 피해 가능성을 처음 인지한 뒤 자체 비용을 들여 모두 4차례 안전진단을 했다. 마지막 진단을 한 지난 4일 벽 등에 심각한 균열이 확인되자 다음날 동작·관악교육지원청과 안전진단 업체, 현장소장, 설계 감리자 등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했지만 설계 감리자는 “바닥에는 균열이 없어 위험이 없다”거나 “더이상 건물에 변이는 없을 것”, “비만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치원 측도 원아의 약 50%가 맞벌이가정 아동인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불편해할까 봐 휴업을 결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6일 저녁 서울에는 폭우가 내렸고, 그날 밤 11시 유치원 지반이 무너졌다. 이미 비 예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청이나 유치원 측은 유치원에 심각한 균열이 발견된 4일 이후에도 학부모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김 부교육감은 “안전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학부모에게 전달했어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학부모에게 상황 전달은 안 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청에서 5일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면 행정명령 등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종교가 없으면 도덕이 붕괴될까

    종교가 없으면 도덕이 붕괴될까

    종교 없는 삶/필 주커먼 지음/박윤정 옮김/판미동/420쪽/1만 8000원종교는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 한다. 개인의 바른 삶과 사회의 공동선(善)을 위한 가장 높은 가치의 규범이라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유신론이 없으면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종교는 더이상 숭앙받는 지고의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심지어는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종교 없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종교와 도덕성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 책은 이 명제에 주목해 폭발적으로 늘어 가는 무종교성을 파헤쳐 눈길을 끈다. 지론은 이렇다. ‘종교가 없어도, 신이 없어도, 잘사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없어야, 신이 없어야 잘산다.’ 탈종교의 흐름은 더이상 특이 현상이 아니다. 특히 미국은 탈종교의 으뜸국가로 관찰된다. 1950년대 미국인 가운데 종교가 없는 사람은 5%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신 조사에 따르면 30%까지 증가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10가지 변화의 하나로 ‘무종교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급증’을 꼽고 있다. 그렇다면 볼테르의 일갈처럼 종교의 쇠락은 도덕의 붕괴로 이어질까. 종교가 없으면 무절제하게 살고, 저만 옳다고 생각해 오만해지며, 이웃을 돌보지 않고 이기적일까. 그 답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황금률(黃金律)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 기원전 600년 고대 이집트인들이 파피루스에 남긴 문구다. 공자는 논어에서 ‘친구에게 요구할 것이 있으면 먼저 친구를 대할 때 그 요구를 적용해 보라’고 했고,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는 ‘타인들에게서 발견한 허물을 스스로 행하지 않을 때 가장 착하고 바르게 살 수 있다’고 썼다.종교와 도덕의 무관함은 여러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덴마크·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사실상 신이 없는 사회인데도 범죄율·부패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잘산다. 미국에서도 신을 가장 많이 믿는다는 ‘바이블 벨트’의 중남부 주들이 교육수준·범죄율 등에서 신을 가장 덜 믿는 서부·동북부 주들보다 훨씬 낙후돼 있다. 비영리단체 비전오브휴머니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가장 평화로운 상위 10개국은 모두 신에 대한 믿음이 약한 나라들이었다. 반대로 가장 평화적이지 않은 하위 10개국은 대단히 종교적인 나라들이다. 종교와 정치적 보수주의의 결탁, 종교지도자들의 부정부패,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인터넷과 SNS의 발달. 저자가 짚는 탈종교화의 원인도 그다지 특이하지는 않다. 눈여겨볼 대목은 탈종교화의 어두운 그늘에서 건져 낸 무종교성의 장점들이다. 책 곳곳에 스며 있는 증언들은 이렇게 요약된다. ‘많은 무종교인들이 공감과 배려를 개인적 도덕성의 바탕으로 삼는다’ ‘자기 신뢰와 생각의 자유를 중요시한다’ ‘삶을 소중히 여기고 때때로 깊은 초월감을 느끼는 등 종교적인 가치들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 없는 삶은 공허하고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란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저자는 “종교 비판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종교인들에 대한 혐오와 불신에서 깨어나도록 돕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그 말미에 남긴 글이 인상적이다. “우리에게는 도움을 호소할 신도, 아바타도, 구세주도, 우리의 일을 대신할 예언자도 없다. 너무도 인간적인 우리 자신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 이성, 사랑, 그리고 우리의 동지애가 있을 뿐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최기찬 서울시의원, “상도유치원 재난, 제2의 안전사고 유의해야 할 것”

    최기찬 의원(더불어민주당, 금천구 제2선거구)은 지난 9월 10일 서울시의회 제283회 임시회 교육위원회 5일차에 상도유치원 재난 현장을 찾았다. 상도유치원은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상도초에는 유치원 원아현원 122명(방과후58명, 교육과정반64명)을 수용하기 위한 동선 확보와 유치원학급 재배치 및 수용에 필요한 시설 공사가 급히 진행되고 있는바, 최의원은 제2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아의 동선과 난간 등 점검을 철저히 할 것과 특히 교육프로그램에 있어 본청과 유아교육과가 긴밀히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학교 건물에서 유치원 건물이 바로 보이는 만큼 원생과 학생 및 교사의 재난트라우마가 우려되는바, 정서적안정을 위한 고려가 필요하며, 가림막 설치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학교에서 일어나거나 학교와 관련된 모든 재난 및 안전 사고에 있어 서울시 교육청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하며, 사고대책본부 구성시 전문가 투입과 유치원등 기관과 본청 및 지원청 간 소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최기찬 의원은 지난 9월 7일 교육시설안전과와 교육시설관리본부를 대상으로 상도유치원 재난발생과 관련 “유치원이 구청에 제출한 자문의견서 조차도 본청과 지역청에서 파악하고 있지 못해 7일 오전 자료요청을 통해 구청에서 받아야만 했다”며 학교에서 일어나거나 학교와 관련된 모든 재난과 사고 앞에 안일한 교육청의 행정 수준을 보여준다고 질타한 바 있다. 유치원측이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에게 자문의뢰를 하고 2018년 3월 31일 이교수 측이 현장답사를 다녀온 뒤 제출한 ‘자문의견서’에 따르면, ‘철저한 지질조사 없이 설계·시공을 하게 되면 붕괴될 위험성이 높은 지반이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최기찬 의원은 이번 재난이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음을 강조하며 서울시 학교 주변 공사에 대한 전체 전수조사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채유미 서울시의원, 집중호우로 인한 재해 현장 찾아 수해 복구 작업 직접 나서

    채유미 서울시의원, 집중호우로 인한 재해 현장 찾아 수해 복구 작업 직접 나서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채유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5)은 8월 30일 밤사이 발생한 기습적인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노원구 상계3,4동 수해 지역을 찾아 관계공무원 및 자원봉사자와 함께 직접 복구 작업을 벌였다. 채유미 의원은 노원구에 상계3,4동 수해현장에 도착해 바로 현장복구 지원소에서 직접 수해 복구를 위한 수해지원현황을 보고받은 한편 수해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수해 복구 지원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것을 지시하였다. 채 의원은 파손된 도로와 물에 잠겨있는 주택을 방문해 수해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수해 복구를 위해 직접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실시했다. 채 의원은 “밤사이 기습적인 폭우로 인해 마을 및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라고 안타까워하며,“수해 주민들을 위해서 빠른 시일내에 복구작업이 완료 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의 협의에 최선을 다하며, 다시는 이러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난예방에 힘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노원구 상계3,4동에 피해를 입은 지역은 보광사 앞 일대에서 도로파손 약 400㎡, 주택침수 10여 세대, 도로파손, 일부 세대 정전이 일어났으며, 덕릉로 129길 107 일대에서 축대붕괴 150㎡가 일어났다. 복구를 위해 채유미 의원을 비롯하여, 경찰 20여명, 소방대원 15여명, 공무원 20여명이 동원 되었으며, 굴삭기 및 덤프트럭 등 각종 중장비가 동원되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폭로전 내상’에 지지율 뚝… 중간선거 비상

    트럼프 ‘폭로전 내상’에 지지율 뚝… 중간선거 비상

    다른 여론조사서도 지지율 40%대 붕괴 “호황에도 정치 불안정에 국민들 실망감” 참모진, 우드워드 신간에 잇단 반박 성명 트럼프 “그 책은 픽션” 후폭풍 차단나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난맥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출간과 뉴욕타임스의 ‘백악관 레지스탕스’ 기고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미 정부 전직 참모들까지 우드워드 신간의 ‘흠집 내기’에 가세하면서 ‘진실 공방’이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CNN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6%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42%에서 6% 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CNN은 “ABC뉴스·WP 공동조사와 갤럽 등 지난 2주 사이 이뤄진 8개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일제히 하락했다”면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11월 중간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 여론조사 이외에 다른 7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ABC·WP의 경우 40%에서 36%로, 갤럽 조사에서는 42%에서 41%로 각각 하락했다. 또 IBD·TIPP는 41%에서 36%로, 카이저패밀리재단 조사는 40%에서 37%로 각각 떨어졌다. 퀴니피악대 조사는 41%에서 38%로, 셀저&Co 조사에서는 40%에서 39%로, 서포크대 조사에서도 43%에서 40%로 지지율이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고용과 경제성장 등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우드워드 신간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면서 “그동안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과 불안정성 등이 드러나면서 국민이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우드워드 책에 등장하는 전직 참모들까지 ‘반박 성명’을 내는 등 ‘진실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를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서한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 책은 백악관에서의 내 경험을 정확히 묘사하지 않고 있다”면서 “나는 트럼프 정부에서 봉사한 것이 자랑스럽고, 대통령과 그의 경제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 전 위원장과 함께 한·미 FTA 폐기 시도 저지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진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도 성명에서 “(우드워드의 책은) 선별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대통령 책상에서 서류들을 ‘빼돌렸다’는 것은 백악관 서류 검토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의 성명에 감사하다”며 “성명 내용이 훌륭하다. 그 책은 픽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고 블룸버그 등이 전했다. 블룸버그는 “전직 참모들이 성명을 낸 것은 우드워드의 신간에 따른 후폭풍을 차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유치원 붕괴, 동작구청장 직무유기 고발”

    주민, 밤낮없는 철거에 트라우마 호소 대형 인명피해가 날 뻔한 ‘서울상도유치원 지반 붕괴 사고’를 두고 행정기관을 질타하는 여론의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경찰이 관련 조사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아직 내사 단계”라는 입장이지만 피의자를 특정해 수사 전환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난 6개월 동안 유치원 붕괴 가능성을 제기하는 민원이 수차례 접수됐음에도 교육·행정당국이 이를 뭉개다 화를 키웠다는 지적과 관련해 경찰은 부실 공사 및 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 여부 등을 집중조사할 방침이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1일 건축물 인허가 담당 동작구 공무원과 사고로 피해를 본 서울상도유치원 원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구청 공무원에게는 유치원 지반 붕괴 원인이 된 유치원 인접 다세대주택 공사가 절차대로 진행됐는지와 유치원과 주민이 제기한 민원을 적절히 처리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또 유치원장에게는 건물 붕괴 가능성을 인지한 시점과 이후 조치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전날 동작구청을 방문해 임의제출 받은 건축물 인허가 관련 서류와 회의록, 안전영향평가 자료 등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동작구가 유치원 등 공사장 인근 지역의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행정당국의 무사안일한 일 처리를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자 정치권도 나서고 있다. 민중당 서울시당은 유치원 사고와 관련해 이창우 동작구청장을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오인환 민중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고발장에서 “지난 3월부터 붕괴 위험 등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수차례 접수됐는 데도 이 구청장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4월 4일 상도유치원 붕괴 가능성이 포함된 컨설팅 의견서를 다세대 건축 설계사와 시공사에만 보내고 건축주에게는 보내지 않았는 데도 이를 보낸 것으로 해 유치원에 허위 문서를 발송한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6일째가 됐지만 사고 현장 인근의 주민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치료 등 주민 지원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고 현장 맞은편에 사는 오모(60)씨는 “사고 직후부터 가슴이 뛰어 우황청심환 3병을 마셨다”면서 “또 무너져 내릴까 봐 집에 맘 편하게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붕괴 건물 철거 작업이 전날 밤 늦게까지 진행된 데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상도유치원 원아 64명 중 39명은 이날 상도초 돌봄교실에 등원해 시간을 보냈다. 전날 13명만 등원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휴가를 계속 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들이 불안감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등원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 학부모는 “12월까지 아이를 임시 공간에 맡기는 게 꺼려져 다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찾고 있는데 모집 철이 아니어서 어렵다”면서 “구청이 이런 문제라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월드 Zoom in] 러 루블화 가치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악화일로’ 신흥국 통화 휴지조각 위기

    [월드 Zoom in] 러 루블화 가치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악화일로’ 신흥국 통화 휴지조각 위기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10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달러당 70루블을 돌파했다. 환율이 70루블을 넘은 것은 2016년 3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루블화 가치 추락이 미국의 대러 추가 제재 우려와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격화도 루블화 하락을 부추겼다. 루블화 같은 신흥국 통화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베네수엘라, 터키, 아르헨티나 등 기존 위험국에 이어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인도네시아 상황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남아공 랜드화 가치 최대폭 급락 남아공 랜드화 환율은 지난 4일 전날보다 3% 이상 급등했다. 하루 기준으로 2016년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랜드화 가치는 그만큼 급락했다.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이 1분기(-2.6%)에 이어 2분기에도 -0.7%를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 랜드화 가치를 끌어내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남아공은 뿌리 깊은 인종갈등 등의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30%에 가까운 높은 실업률,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얘기다. ●인니 루피아화 가치 20년래 최저치 경상수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통화방어 의지를 내보였지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결국 25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발전소 건설 공사도 중단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지난 5일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71.76루피를 기록하는 등 6일 연속 하락했다. 이에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이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환율 변동 이유가 국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원유 소비량의 80%를 수입하는 인도는 올 들어 유가 상승, 미국발 무역전쟁 여파로 루피화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무역전쟁·금융시장 혼란 등 영향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 중인 아르헨티나의 재정 위기도 여전하다. 정부가 나서서 곡물 수출품에 수출세를 매기고 정부 부처를 반으로 줄이는 긴축 처방을 내놨지만, 페소화 하락을 막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붕괴로 화폐 개혁을 단행한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처럼 “아르헨티나 페소화도 결국 휴지조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쌍둥이 적자’로 고통받는 터키의 리라화 환율은 이달 초 6% 넘게 상승했다. 브라질 헤알, 칠레 페소화 등 다른 신흥국 통화 가치도 내림세를 지속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회사 SBI는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이 발표한 조치들이 근본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특히 미국의 긴축으로 다른 신흥시장으로 위기 전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집주인 부르는 게 ‘값’… 주택시장 균형가격 붕괴

    집주인 부르는 게 ‘값’… 주택시장 균형가격 붕괴

    9월 첫째 주 서울 매수우위지수 171.6 2003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 기록 “거래 규제로 매수세 줄고 공급은 더 줄어 가격 경쟁 없이 호가가 시세 형성 악순환 집주인, 수요자 나서면 값 올려 거래 안 돼” 매물 부족·추가 상승 기대·불안 심리 겹쳐주택시장에서 시장 균형가격이 무너졌다. 집주인이 부르는 값이 시장가격으로 굳어지는 비정상 시장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매물 급감과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하면서 매도·매수인 간 가격 흥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71.6을 기록했다. 지수 조사를 시작한 2003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마을 1단지 푸르지오그랑빌 99㎡짜리는 지난해 9월 13억 5000만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분위기를 타고 값이 꾸준히 올라 지난 5월에 16억 4500만원에 팔렸다. 현재 부동산114에 나온 이 아파트 호가는 18억 4000만원이다. 이주호 반석공인중개사 대표는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 가운데 집주인이 꼭 팔려고 내놓은 ‘진성 매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대부분 오래전에 나온 매물이거나 집주인이 팔 생각 없이 가격 흐름을 간 보려고 던져 놓은 매물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거래 규제로 매수세가 뜸해졌지만, 공급이 더 줄어들었다”며 “매물 부족으로 가격 경쟁이 원활하지 않아 호가가 올라가고 시세로 굳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짜리 시세는 17억 8000만~18억 2000만원에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6월 16억 9000만원(10층 기준)에 팔렸다. 한 달 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층의 매물은 17억 65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수급 불균형이 지속하다 보니 집주인이 내놓은 호가가 시장가격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거래 성사 단계에서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공인중개사의 가격 흥정도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18억원 이하로 나온 매물은 오래전에 나왔던 물건이고, 실제 매매 단계에서는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기 때문에 18억원 이하 매물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용산구 용산동 5가 용산파크타워 아파트 118㎡짜리는 지난 2월 14억 3000만원에 거래되고 나서 5월에는 15억 5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시세는 17억원에 나와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매물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 수요자가 나타나면 집주인이 값을 올리는 바람에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는 분명히 감소했는데 호가가 오르는 이유로 시장가격 형성 틀이 무너진 것을 꼽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물 부족에 따른 거래 감소,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 회수, 수요자 불안 심리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철거 탓 휴업한 초교에 유치원생 오라니… 이게 대책이냐”

    “철거 탓 휴업한 초교에 유치원생 오라니… 이게 대책이냐”

    서울교육청 “학교 인근 공사장 전수조사” 국회에 건축법 강화 요청 재발 방지 노력 주민들 전날 징후 외면한 교육당국 불신 교실 분진·진동… 부모들 “차라리 안 보내” 아이 맡길 곳 없어 보낸 맞벌이는 발동동 경찰, 부실공사 의혹·구청 관리 소홀 내사120여명의 원아가 생활한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이 인접 공사장 옹벽 붕괴의 여파로 한밤중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당황한 교육당국이 “학교 주변에서 벌어지는 공사 현황을 모조리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사고 전날 학부모 등으로부터 유치원 붕괴 징후를 신고받고도 등원 중단 등 적극 대처를 안 해 자칫 대형 인명사고를 낼 뻔했던 교육당국이기에 “뒷북 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은 “차라리 집에서 아이를 돌보겠다”며 행정기관을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울교육청은 10일 오전 조희연 교육감 주재로 긴급안전점검 대책회의를 열고 서울상도유치원 지반 붕괴 사고와 급식 케이크 식중독, 메르스 등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조 교육감은 “(잇따른 안전사고와 질병 탓에) 학생과 학부모가 불안을 느끼는 데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서울시와 공동점검팀을 꾸려 학교 주변 공사장을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학교들은 인근 공사 또는 노후 하수관 파손 등의 영향으로 땅 꺼짐 피해를 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16~17년) 유·초·중·고교 내부 또는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는 28건이었다. 보고 의무가 있는 심한 침하(면적 1㎡ 또는 깊이 1m 이상)는 아니지만 땅 꺼짐을 경험한 학교는 더 많아 같은 기간 침하 피해를 이유로 보수공사 예산을 요청한 학교는 모두 77곳에 달했다. 교육청은 서울상도유치원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 등에 건축법 강화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예산을 확보해 갈 곳 잃은 유치원생들이 연말까지 다닐 상도초 교실을 아이들에게 적합하게 꾸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사안일한 행정 처리에 질릴 대로 질린 시민들은 “내 아이 안전은 직접 챙기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교육청은 상도유치원 원아 중 방과후 과정반(종일반) 58명을 포함한 64명을 이날 임시휴업한 상도초의 돌봄교실에서 보살피기로 했지만, 대상자 중 13명만 등원했다. 상도초는 이날까지 철거가 진행된 서울상도유치원과 운동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소음과 분진, 진동 탓에 아이들의 건강이 상할까 봐 걱정했다. 상도유치원 학부모인 30대 여성은 “철거 공사 탓에 휴업한 초등학교에 유치원생을 모아 놓고 수업을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불안해서 아이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일부 맞벌이 부부들은 돌봄 교실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6살 원생의 아버지 최모씨는 “마음 같아선 안 보내고 싶지만 직장에 가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며 한숨지었다. 다른 학부모도 “집에 혼자 둘 수도 없고 대안이 없어서 보낸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공사장 옹벽 붕괴와 관련해 빌라를 짓는 건설사의 부실공사 의혹과 구청의 안전관리 소홀 등을 내사하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구청 등으로부터) 자료를 임의제출받아 증거를 확보하고 건축 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와 부실시공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구멍 뚫린 ‘국가안전대진단’… 상도유치원 위험 의견에도 통과

    구멍 뚫린 ‘국가안전대진단’… 상도유치원 위험 의견에도 통과

    구청은 4월 “보강조치 이행”허위 공문도 지난 6일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이 올 초 국가안전대진단을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진단 기간에 유치원 붕괴 위험을 알리는 전문가 의견서가 나왔음에도 지방자치단체나 일선 교육청이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그간 이낙연 국무총리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틈날 때마다 “올해부터 국가안전대진단을 제대로 하겠다”며 점검자 실명제 등을 도입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상도유치원 건물은 올해 실시된 ‘2018년 국가안전대진단’에서 특별한 지적 사항 없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학교나 유치원 등은 국가안전대진단 전수조사 대상이어서 매년 점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국가안전대진단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등을 계기로 대형 재난을 미리 막자는 취지로 2015년 시작됐다. 해마다 50여일 동안 정부 부처(행안부)와 지자체가 중심이 돼 전국 시설물 20만~40만곳을 진단한다. 올해는 2월 5일부터 4월 13일까지 68일간 진행됐다. 문제는 이번 국가안전대진단 기간인 3월 31일에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상도유치원의 붕괴 가능성을 지적한 의견서를 냈음에도 지자체나 교육청 모두 이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당시 유치원 측에서 이상 징후를 느껴 의뢰가 왔다. 현장에 나가 살펴보니 편마암 단층이 한쪽으로 쏠려 위험해 보였다. 붕괴 우려가 있다는 리포트를 유치원에 써 줬다”고 말했다. 곧바로 유치원에서 이 내용을 첨부해 구청 등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심지어 동작구청은 지난 4월 4일 상도유치원에 공문을 보내 “흙막이 가시설 등에 대한 보강 조치를 이행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는 막상 공사 감독 업무를 하는 감리사와 그 지정 권한을 갖는 건축주에게는 해당 문서를 보내지도 않았다. 구청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처럼 납득하기 힘든 일들은 모두 대진단 기간 중에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나 일선 교육청의 ‘배 째라식 행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사건이 터질 때만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하고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넘어가는 중앙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점검 인원과 기간을 크게 늘려 대한민국의 모든 건물을 전수조사한다는 생각으로 장기간에 걸쳐 상시 점검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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