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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울긋불긋 ‘꽃’핀 얼굴 주름펼 날 없네

    [20&30] 울긋불긋 ‘꽃’핀 얼굴 주름펼 날 없네

    새해 가장 절실한 소원을 물으면 ‘피부 미남미녀’라고 대답하는 20·30들이 있다. 뒤늦게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남들은 회춘이라도 하는 것 아니냐고 웃으며 말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괴롭기 그지없다. 여드름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20·30들의 얘기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미팅 나갔더니 여드름이 심한 저를 보고 화상 입었냐고 하더군요.” “학교에서도 고개 푹 숙이고 걸어요.” 10대 여고생의 얘기가 아니다. 여드름으로 속앓이 하는 20·30대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이 때늦은 ‘불청객’은 대개 학교나 직장생활에서 받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피부미인에서 여드름쟁이로 2004년 대학원에 진학한 김모(28)씨는 요즘 거울만 보면 속이 상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늘 ‘피부미인’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여드름으로 얼굴이 엉망이 됐다. 대학원에서 학과 조교를 맡은 김씨는 공부는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처리해야 하는 교수의 심부름까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부과에 문을 두드려 봤지만 ‘반짝효과’ 밖에 볼 수 없었다. 가격에 상관 없이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도 써봤고 각종 민간요법도 안해 본 게 없다. 김씨는 “여드름을 진정시킬 수 있다면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유난히 하얗고 뽀얀 피부를 가진 회사원 임모(28)씨도 여드름으로 고생하긴 마찬가지다. 오랜 취업 준비기간과 2차례 이직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인 탓이다. 그나마 여드름이 얼굴이 아닌 등에 나서 평소에는 큰 불편이 없다. 하지만 공중 목욕탕에는 통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에는 가까운 수영장 한번 가지 못했다. 남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취업 준비생 고모(28)씨는 10대까지 멀쩡하던 피부가 2002년 뒤늦은 군 입대를 앞두고 여드름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내무반에서 별명이 첫 인상으로 결정된다는 얘기에 입대 전 비싸다는 박피수술까지 했다. 하지만 군 생활 내내 여드름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여전히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그는 “취업과 더불어 여드름에서 벗어나 깨끗한 피부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20·30의 피부 문제는 소수의 얘기가 아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여드름 카페(cafe.daum.net/acnecafe)’에는 회원 10만명 중 20·30대가 절반을 넘는다. ●고급 화장품은 물론 박피까지 여드름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전용 비누, 전용 화장품은 물론 각종 레이저 치료까지 병원비가 적잖이 든다. 거기다 입소문을 타고 떠도는 각종 여드름 치료 방법까지 도전하다 보면 지출이 만만치 않다. 곧 대학을 졸업하는 정모(30)씨는 20대가 되면서 여드름으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군 입대 후에는 따로 피부관리를 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를 통해 여드름에 좋다는 비누를 ‘공수’해 사용했다. 군 제대 후에는 큰 맘 먹고 50만원짜리 박피수술까지 받았다.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회사 면접이 있을 때면 2주 전에 미리 피부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는다. 회당 20만∼30만원이 드는 고가 시술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는 “아무래도 말끔한 얼굴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않겠느냐.”면서 “그동안 여드름 때문에 쓴 돈이면 중형차 한 대쯤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차모(28)씨도 심한 스트레스로 여드름이 생겼다. 처음 직장을 갖게 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다. 차씨도 예전 피부로 돌아가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거의 매월 화장품 값으로만 10만원 정도를 쓴다. 피부관리실도 1주일에 두번씩 빠지지 않고 다닌다. 적지 않은 지출이지만 피부를 회복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자신감 상실, 대인기피증까지 여드름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정신적 압박감을 준다.20·30대는 연애와 사회생활로 정신 없는 시기다. 하지만 여드름은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김씨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의욕이 없고 금세 우울해지곤 했다. 지금도 행여 얼굴에 여드름이 번질까봐 노심초사한다.”고 털어놓았다. 강씨는 “갓 입사해 회사 선배들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드름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처음에 무척 속상했다.”고 전했다. 고씨 역시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웃으면 ‘혹시 내 얼굴을 보고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기 일쑤였다. 정씨의 경우는 박피 수술 후 이틀간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수술 후 고통이 너무 컸고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만 내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피부과에 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긴장이 돼 신경이 예민해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찍는 ‘셀카’는 단 한 장도 없다. 심할 때는 친한 사람들 외에는 만나지 않고 교수나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다. ‘여드름 카페’ 운영자 박준형 (24)씨는 “회원 대부분이 대인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여드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게으르고 잘 씻지 않아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직접 겪지 않는 이상 그 고통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여드름 퇴치법 ‘이 나이에 무슨 여드름이람.’20·30대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사람들이 한번쯤 가져봤을 만한 의문이다. 여드름이라면 흔히 사춘기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20·30대의 여드름은 10대 여드름과는 원인이 다르다. 사춘기 때에는 피지선의 피지 생성능력을 키우는 안드로겐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이때 만들어진 피지가 모공을 통해 모두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낭과 피지선에 축적되면서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다. 건성 피부의 경우 여드름이 안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좌우간 이 시기에는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의 하나로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다.반면 성인 여드름은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여러 외부요인으로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이 생길 경우 여드름으로 연결된다. 일산 고운세상피부과 이남호 원장은 “여드름은 10대에는 활발한 호르몬 활동이 주원인인 데 비해 20대 이상의 성인 여드름은 스트레스, 화장, 술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말다. ●10대는 호르몬·2030 환경적 영향 가장 큰 원인으로는 스트레스가 꼽힌다.20·30대는 대학진학 또는 사회생활로 갑작스럽게 환경이 변화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는 효소 불균형을 낳고 이는 호르몬 분비에 문제를 가져온다. 최근에는 경기 불황으로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취업 스트레스로 여드름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트레스 못지않게 음주도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음주 후 유난히 생리적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여드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회식자리에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커피 등을 많이 마시는 것은 여드름과 상관 없다. 여성의 경우 화장품도 여드름이 생기는 데 한몫 한다. 화장은 따지고 보면 피부에 이물질을 바르는 것이다. 화장품이 모공을 막고 피부 노폐물이 외부 오염물질과 만나 굳게 되면 여드름이 생긴다. 특히 메이크업 베이스나 파운데이션 속에 들어 있는 기름 성분과 활석가루는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생기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두꺼운 화장에 쓰이는 이러한 제품은 되도록 사용을 삼가야 한다. ●약물 의존보다 휴식·청결이 비법 운동을 하지 않아 땀을 흘리지 않으면 노폐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여드름이 생기는 곳은 땀구멍이 아닌 모낭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땀을 흘린 후 피부를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속이 좋지 않거나 변비가 생기면 얼굴에 뭔가 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변비는 여드름과 관계가 없다. 모두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다양한 질환일 뿐이다. 이지함 피부과학연구소 김세기 소장은 “소위 말하는 ‘타고난 피부미인’도 성인 여드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부분은 마음 먹은대로 조절할 수 있겠지만 그밖의 외적인 원인들은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단 생긴 여드름 치료에는 과잉 생산된 피지를 빠르게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 무조건 순한 화장품을 찾기보다는 알코올 성분이 일부 포함된 제품이 낫다. 민간요법을 사용할 경우 자연팩 수준은 상관없지만 자극이 강해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치료시간을 늦출 뿐 전혀 도움이 안되므로 피해야 한다. 연고제의 경우 입 소문에 현혹돼 구입해서는 안된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여드름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혈관확장증, 피부위축, 튼살 등 새로운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화마입고 길거리서 새해맞은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사람들

    화마입고 길거리서 새해맞은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사람들

    “이런 곳에 사는 게 죄지요. 끔찍해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병술년 새해가 밝은 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화훼단지 안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주민 박옥희(42·여)씨는 요즘 습관적으로 결리는 오른쪽 어깨가 유난히 더 시리다. 박씨는 지난 12월30일 오전 갑자기 들이닥친 불길에 4평 가량의 단칸방 살림살이를 모두 잃고 새해 첫 아침을 근처 구립 노인정에서 맞았다. 지난해 중풍과 치매로 쓰러진 시어머니(75)는 더욱 말을 잃었다. 고2 아들과 중3 딸은 책부터 새로 사야 할 처지다. 식당에서 하루 8시간 일하고 한달 130만원을 받아 다섯 식구를 건사해온 박씨는 일손도 놓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치매노모 말을 잃어… 보금자리 걱정에 한숨만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새해는 쓰라린 악몽과 함께 시작됐다. 이곳에 갈곳 없는 빈민들이 모여든 건 1980년대 초. 농지에 무허가로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쪽방을 만들었다. 때문에 이곳 주민 212가구 400여명은 주민등록상으로는 다른 곳에 살고 있다. 호구조사를 할 때마다 주소지를 옮겨야 했다. 제대로 된 상수도 시설이 없어 지하수를 이용하지만 화훼단지인 탓에 물에선 농약 냄새가 진동한다. 전국이 세밑 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던 지난달 30일 오전 8시쯤 여러 집이 함께 쓰는 바람에 과부하가 걸린 전기선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었다. 불은 거센 칼바람을 타고 주거용 비닐하우스 150여평을 30여분만에 재로 만들며 22가구 61명을 차가운 거리로 내몰았다. 박씨는 지난 89년 경기도 수원시에 살던 시절 기계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남편(42)의 전기사업이 부도나면서 겨우 백일 지난 아들을 등에 업고 비닐하우스촌에 들어왔다. 그는 “가족들 모두가 허리띠 졸라가며 힘들게 살아왔는데도 2000여만원의 빚이 있다.”면서 “그나마 이대로 있으면 이 땅에 붙어 있을 권리마저 빼앗길 것 같아 또다시 1000여만원의 빚을 내 새로 비닐집을 짓고 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웃에 사는 김경숙(51·여)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91년 수원 세류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다 도산하면서 세 딸을 데리고 이곳에 들어왔다. 화훼단지에서 꽃농사를 하는 친척의 도움으로 방 3개에 부엌 하나 딸린 15평짜리 비닐하우스를 겨우 마련해 남편(51)과 함께 중국집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왔지만 최근 경기불황으로 이마저도 접었다. 그나마 안산의 한 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매월 30만∼40만원씩 돈을 부쳐주는 큰딸(25) 덕에 입에 풀칠을 해왔지만 갑작스러운 불은 삶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김씨는 “지금은 머리가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나는 친척들이 다시 조금씩 도움을 줘 그나마 낫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부족하기만한 온정의 손길 따뜻한 손길이 있어 사회복지관과 동사무소, 교회와 절 등에서 성금과 쌀, 라면 등 각종 생활필수품이 답지하고 있다. 하지만 화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들에겐 한참 모자란다. 허술한 비닐하우스집이라도 다시 지으려면 모두 합쳐 수천만원이 든다. 거주민 주거대책위원회 최윤규(55) 위원장은 “당장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한숨만 쉬고 있을 순 없어 다시 망치를 들었지만 외부 도움의 손길 없이는 상황이 뚜렷하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비장감’ 넘치는 CEO신년사

    병술년 새해 첫 업무일인 2일 주요 그룹과 업체들은 시무식을 갖고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그룹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는 유난히 변화와 경각심을 촉구하는 ‘비장감’이 넘쳐났다.환율 급변과 원자재 가격 상승, 해외 경쟁업체들의 견제 등 국내외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제 우리는 앞선 자를 뒤따르던 쉬운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두에 서서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한다.”며 ‘일등기업’으로서 자부심 못지않게 위기의식을 잃지 말 것을 주문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올해 환율, 유가, 원자재가 등 외부요인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으며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조금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국제정세의 불안정과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 고유가, 고환율, 고임금 등 올해 경영환경은 어느것 하나 쉽게 볼 것이 없다.”면서 “해외언론의 호평 등 성과에 대한 자긍심은 갖되 절대 자만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이제 우리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불황의 골짜기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은 예상보다 빨리 피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허창수 GS회장은 “지난날에는 경쟁에서 한번 뒤지더라도 회복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도 “최근 몇년간 해운업계가 초호황 장세를 누렸지만 올해는 그동안 호조를 보여준 시장 상황과는 다를 것이기에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올 한 해를 사실상의 ‘영업전쟁’으로 규정하고 빼앗긴 고객 재획득, 신규 고객 확보, 확보한 고객 유지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영업 슬로건도 ‘우리는 전사’로 정했다.산업부 ukelvin@seoul.co.kr
  • “학원비 오를 듯”… 고시촌 ‘술렁’

    “학원비 오를 듯”… 고시촌 ‘술렁’

    4년째 서울 신림동에서 법전과 씨름하고 있는 고시생 김모(32)씨. 요즘 김씨는 담배가 부쩍 늘었다. 올해 초 학원 수강료가 10% 가까이 오른다는 소문 때문이다. 지금 김씨가 다니고 있는 학원이 다른 학원을 인수하면서 몸을 불린 뒤, 강의 1회(3~4시간)당 가격을 슬그머니 1만 1000원에서 1000원 더 올린다는 것이다. 김씨는 “나같이 사정 넉넉지 않은 고시생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라면서 “정작 오르면 집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비 인상설 ‘무럭무럭’ 최근 신림동 고시촌이 술렁이고 있다.3∼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던 학원비가 올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학비와 책값으로만 한달 생활비의 절반 가까이 쓰는 고시생들에게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인상설’의 근원지는 지난해 11월 ‘공룡’으로 등장한 V교육원.H교육원과 학원 공동운영에 대한 합작사업 계약을 맺으면서 신림동 학원가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이들 학원들의 공통점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는 점이다.V교육원은 ‘한때 50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는 말이 고시촌에 떠돌기도 한다. 이들은 경비 효율화를 위해 공동경영을 하면서 학원비 인상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H교육원 관계자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현재 수업료로는 정상적인 학원 운영이 쉽지 않다.”면서 “수강료 인상은 1월 개강 때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H법학원 관계자는 “아직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지만 올해 학원비를 올릴 때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6년 만에 100% ‘폭등’ 공정거래위원회도 V교육원과 H교육원의 수업료 인상설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공동 운영을 통해 실제로는 하나의 거대학원으로 신림동에 등장한 이들이 수업료를 올리면 독점에 따른 가격 인상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이 협소하고 한정돼 있는 신림동 학원가에서 덩치를 무기로 가격을 올린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림동 고시촌 수업료는 지난 1999년까지만 해도 6000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2년 9000원,2003년 1만 1000원까지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탔다.1000원 더 오른다면 6년 만에 무려 100%나 인상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평균 고시 비용도 100만원 선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고시촌에 상주하는 수험생들의 한달 평균 비용은 학원비 20만원, 잠만 자는 고시원 15만∼20만원, 식비 25만원에 책값, 용돈 등을 합치면 평균 90만원선으로 추산된다. 막상 학원비가 오르면 100만원은 충분히 넘기게 된다. 집에 손을 벌리는 대부분 고시생들의 시름이 더해지는 셈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부양책 없이 소비 이례적 증가세

    “2002년 11월 매출이 꺾인 이후 두자릿수(16%)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달밖에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몇개월간 3∼4% 정도의 신장세는 있었지만 이런 폭발적인 증가는 없었거든요.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다른 백화점은 이달에 무려 30%까지 매출이 늘었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현대백화점 관계자) 올 연말 소비의 특징으로는 지난해와 달리 ‘인위적인 냄새’가 없다는 점이다. 소비심리를 지피기 위해 일부러 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공공기관들이 주변 음식점을 살리기 위해 사내식당을 휴무할 정도였으며, 부패방지위원회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선물문화의 부활에 앞장서기도 했다. 중산층과 기업, 자영업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였다. 특히 대기업들은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 호조로 엄청난 돈을 풀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삼성그룹이 푼 성과급만 해도 1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설 대목’이 지나면서 이같은 ‘약발’들은 바로 꺼졌다. 소비심리가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올해는 주식시장이 최대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정치·사회적인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전체 사회 분위기가 안정적인 것도 올 연말소비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지난해는 설 대목에 잠깐 소비 회복세가 눈에 띄었지만 올해는 지난 10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진 점도 소비 회복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할인점보다 백화점 매출 신장세가 더 좋은 것도 긍정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할인점보다 경기 불황과 경기 회복에 더 민감하다.”면서 “백화점의 최근 매출 신장세를 보면 내년엔 더 좋아지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2006 월드컵 시즌 영화·음반계 대피? 맞불?

    ‘피해? 말아?’ 월드컵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화계와 가요계 곳곳에선 벌써부터 주판알 튕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월드컵 개막일인 6월9일부터 한달 동안 온국민의 눈과 귀가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댄스 뮤직보다 더 흥겨운’ 축구 경기에 쏠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 상당수 영화 배급사와 음반유통사들은 이 기간을 피해 개봉과 발매일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반면 일부는 ‘역발상적인 정공법’으로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있다. ●승산 없는 게임,”일단 피하고 보자!” 상당수의 영화 배급사들은 5월말∼7월초 개봉 예정인 작품의 개봉일을 월드컵 기간 앞뒤로 옮기는 전략을 짜고 있다. 쇼박스는 6월 개봉 예정인 송강호 주연의 영화 ‘괴물’의 개봉일을 7월 이후로 돌리는 등 철저하게 월드컵 기간을 피할 계획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지난 2002년 월드컵 기간 동안 극장 관객 수가 평소보다 40%나 감소했다.”면서 “특히 대작들의 경우 이 기간 동안 손해날 게 뻔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CJ엔터테인먼트도 6월 미국 드림웍스의 수입 외화와 저예산 영화 몇편을 제외하고는 6월 한달간 개봉을 피할 예정이다.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4∼5월이 무척 바쁘게 생겼다.”면서 “혹시 6월 이전 개봉 예정 작품들의 작업이 늘어진다면 아예 월드컵 이후로 개봉일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요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통상 초여름인 6월이 가요계의 성수기. 하지만 각 음반유통사들은 “늦어도 4월 이전에 미리 앨범을 내놓지 않으면 음반을 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속 가수의 음반의 발표일을 내년 4∼5월쯤으로 잡고 있었다는 E음반제작사 김모 대표는 “가뜩이나 음반 시장이 불황인데 대중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뺏길 수 있는 악재는 미리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라면서 “다른 제작사들도 상당수 비슷한 전략을 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역발상,“밀어붙여!” 순 제작비 1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대작으로 차인표, 안성기, 문성근, 조재현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강우석 감독의 차기작 ‘한반도’는 당초 예정과 같이 월드컵 기간 중인 6월 개봉할 예정이다. 시네마서비스 김인수대표는 “주위에서 월드컵을 의식, 개봉일을 조정하려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반대로 맞불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성 듀오 ‘더 크로스’는 월드컵을 겨냥한 ‘월드컵송’을 만들고 있다. 더 크로스의 소속사 G.F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002년 월드컵때 윤도현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 크라잉넛의 ‘오! 필승 코리아’ 등이 특수를 누린 전례를 벤치마킹하려 한다.”면서 “가능하면 일찍 발매해 월드컵 분위기를 타려 한다.”고 말했다. 가수 싸이도 내년 4월쯤 정규 앨범과 ‘월드컵송’을 발표하고 월드컵 분위기에 동참할 계획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슘페터著 ‘경제발전의 이론’ 완역출간

    ‘창조적 파괴’ 개념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저서 ‘경제발전의 이론’(박영률출판사 펴냄)이 완역 출간됐다.한신대 박영호 교수의 4년간 작업의 성과물이다. 슘페터는 마르크스 대항마로서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공황이 터져 자본주의는 결국 망한다는 게 마르크스의 주장이라면, 자본주의는 ‘기업가 혁신(Innovation)’으로 불황을 돌파한다는 게 슘페터의 생각이다. 자본주의를 긍정하는데다, 오너들의 위상까지 드높일 수 있으니 슘페터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런 해석은 사실 슘페터의 진면목과 다르다. 거칠게 말하자면 마르크스가 ‘자본주의가 망해서 사회주의가 들어선다.’고 봤다면, 슘페터는 정반대로 ‘자본주의가 성공해서 사회주의가 들어선다.’고 보는 입장이다. 자본주의 발달로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갈수록 사회적 관리체제 발달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자본주의 그 자체를 공격하는 비판이론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렇게 보면 재계가 그렇게 껄끄러워해 마지않는 참여연대 등 재벌개혁세력의 등장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발달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자본가들을 담합이나 일삼는 더러운 장사치로 비판했던 애덤 스미스가 자유시장의 수호자로만 알려진 것만큼이나 슘페터도 오해받고 있는 것이다.‘경제발전의 이론’은 기업가 혁신 개념 정립에 충실한 책이다.2만 3000원.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기업 1000원어치 팔아 84원 남겨

    기업 1000원어치 팔아 84원 남겨

    대기업은 ‘맑음’, 중소기업은 ‘흐림’.‘가계=불황, 기업=호황’이라는 구도가 한층 깊게 뿌리를 내린데 이어 기업들끼리도 업종과 규모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3·4분기 기업경영분석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장·등록법인(조사대상 1518개)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8.4%로 전 분기(8.2%)보다 0.2%포인트나 올랐다.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84원의 이윤을 남겼다는 뜻이다. 기업의 업태와 규모에 따라서 수익성은 엇갈렸다. 제조업 가운데 수출기업(수출비중 50% 이상)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전분기보다 0.5%포인트나 오른 7.7%를 기록했다. 원화환율 상승과 수출증가세 덕이다. 반면 내수기업(수출비중 50% 미만)은 철강시장 부진과 원자재 가격상승의 영향으로 1.7%포인트나 떨어진 8.9%에 그쳤다. 기업규모별로도 30대 제조업체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0.1%로 전분기(10.2%)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30대 이외의 기업(4.9%)은 1000원어치 상품을 팔아서 50원의 이익도 못남겼다. 전분기보다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무려 1.1%포인트나 급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 기업 수익성이 좋아진 것은 주로 환율상승과 수출호조에 따른 것”이라면서 “전반적으로는 나아지고 있지만 기업간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성장 측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3분기 30대 제조업체의 경우 매출이 5.3%나 늘어 전분기 증가율(1.3%)을 훨씬 상회했다. 그러나 30대 이외 기업은 2.5% 증가에 그쳐 전분기와 같았다. 또 수출기업도 지난 2분기에는 매출이 2.1% 줄었으나 3분기들어 환율 상승 등으로 2.1% 증가로 돌아섰다. 반면 내수기업의 매출증가율은 7.4%로 전분기보다 오히려 0.2%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9월말 현재 90.2%로 전분기 93%에서 하락하며 다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30대 제조업 부채비율은 처음으로 70%대(78.4%)로 떨어졌다. 한편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식당과 여관 등 대표적인 서민업종은 여전히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식·숙박업의 3·4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0.1% 뒷걸음쳤다.2·4분기의 -0.4%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음식·숙박업은 지난해 연간으로도 -0.8%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0.3% 성장률을 보였던 도·소매업은 올해 1·4분기 -0.1%의 성장률을 나타냈지만,2·4분기와 3·4분기는 각각 2.5%,3.5%의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소비지출 측면에서 살펴보면 음식·숙박업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3·4분기중 가계의 목적별 국내소비지출 항목 가운데 교통, 통신, 교육, 문화오락, 의료, 의류신발, 식료품 등에 대한 지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늘어난데 반해 음식·숙박부문에 대한 지출만 0.4%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여행객의 증가세 둔화로 숙박부문의 성장폭이 축소된 데다 가계의 외식비 지출이 줄면서 음식·숙박업의 부진이 계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3세계 문화 즐기고 아날로그매체 선호”

    ‘인도 등 제3세계 문화를 즐기고, 디지털매체 대신 개성표현이 가능한 아날로그 매체를 아직 선호한다.’ 광고대행사 LG애드가 지난 4개월간 트렌드 리더의 인터뷰, 사례 분석, 현장 관찰을 통해 작성한 보고서인 ‘소비자의 중심 2033세대의 신(新) 트렌드 키워드 9’를 통해 18일 밝힌 20∼33세의 새로운 특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3세대는 결혼에 구속되기보다 데이트 친구를 만들어 독신 생활을 즐기는 등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맹목적 유행을 따라 하는 대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꾸고 아프리카, 인도 등 제3세계의 문화를 즐기는 한편 개성적인 소비 성향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보편화된 디지털매체 대신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편지, 카드 등 아날로그 매체를 아직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2033세대는 소비를 통해 필요를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창조적인 소비자인 ‘크리슈머’(cresumer)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2033세대는 경제 불황의 영향으로 자기 계발을 적극적으로 하며 학연, 지연 등으로부터 탈피, 일정한 목적 아래 전략적으로 인간 관계를 맺는 치밀함도 있다고 덧붙였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문화계](4)출판계 양극화 현장과 명암

    [이슈로 본 2005 문화계](4)출판계 양극화 현장과 명암

    “방금 전화받은 사람이 제 처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지난해까지는 직원 두 명을 두었는데, 올 핸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올해 낸 10여권의 책중 2쇄를 찍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해 3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던데 올해는 400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 같습니다. 출판시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무척 선방한 셈이지요.” 출판시장이 극심한 불황이라지만 이를 느끼는 온도 차는 이렇게 다르다. 첫번째 답변을 한 사람은 인문·사회과학 책을 주로 내온 Y출판사 대표, 그 다음 답변의 주인공은 민음사의 박상준 기획실장이다. 출판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판시장 매출규모는 2조 4000억원 정도. 그중 학습참고서와 만화를 제외한 단행본 전체 매출액은 1조 5000억원 정도다. 이중 실질적으로 출판활동을 하고 있는 800여개 출판사의 4%인 상위 30개 출판사가 전체 매출의 3분의1을 장악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출판사가 드물었으나, 지난해엔 랜덤하우스중앙, 민음사, 김영사, 넥서스, 시공사 등이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으며,100억원을 넘긴 출판사도 21세기북스, 웅진닷컴, 문학동네, 창비 등 30개사가 넘는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 상위로 올라갈수록 그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것.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500위 내 도서를 펴낸 출판사 중 상위 10개 출판사의 점유율이 2002년 기준으로 61%에 달했다. 상위 5개 출판사의 점유율도 50%를 넘는다.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매출 쏠림 현상은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사의 문윤식 마케팅홍보팀장은 “올해는 책 발행 종수를 지난해 260종보다 대폭 줄인 160종만 냈는데도, 매출은 오히려 13억원 정도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랜덤하우스중앙의 권택규 실장도 “올해 80억원 정도 매출 신장이 이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200억원이 약간 넘는 매출을 올린 21세기북스는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전망. 반면 비교적 안정권이라는 3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출판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논픽션 및 어린이책을 주로 내는 바다출판사 김인호 대표는 “지난해보다 20% 정도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전반적으로 신간 매출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올해 10여종의 책을 출판한 동아시아의 한성봉 대표도 “매출이 15% 정도 하락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도 이젠 마케팅 싸움 단행본 출판은 책 제작의 특성상 타산업 분야와 달리 ‘규모의 경제’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분야다. 그래서 적은 자본으로도 출판에 대한 애정과 노하우,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뛰어들어 성공한 출판인도 적지 않다.‘1인출판’이 유행하는 것도 이같은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은 곧 폐기돼야 할 것 같다. 앞서 예를 들었듯 작은 출판사일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이젠 출판업 진입조차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원인의 핵심은 마케팅이다. 한성봉 대표는 “소위 대형출판사들 중 상당수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출혈 마케팅을 한다. 각종 이벤트와 할인경쟁, 홈쇼핑을 통한 무더기 판매, 대형서점의 매대 독점 등은 작은 출판사로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마케팅력이다.”라고 말한다. 이와함께 스테디셀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출판사들은 기초 토양이 탄탄해 불황에도 견딜 수 있지만, 출판 종수가 작은 출판사나 신생출판사들은 견뎌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출판 다양성 해치는 양극화 요즘 흔히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는 책들을 보면 대부분 소위 트렌드에 충실한 책들이다. 물론 그중엔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하고 내용도 충실한 책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수가 급조된 책들이 많다.TV 드라마에 잠깐 등장했거나, 잡학적 정보를 재미만 강조해 급조한 책들, 사회적 성공의 비결을 담은 처세서 등등. 이런 책들도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초소양과 교양을 쌓는 데 기본이 되는 인문·사회과학서 등이 설 자리가 없는 게 문제다. 이같은 현상은 곧 마케팅력에 의한 베스트셀러 양산의 폐해라는 지적이 많다. 연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한 출판사 대표는 “사실 중소 출판사들 상당수가 인문·사회과학 책을 내고 있는데, 마케팅력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대형출판사들은 최근 들어 편집자에게 별도의 브랜드를 주고 모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임프린트’ 시스템을 도입, 상업 마인드에만 충실한 책 출판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프린트는 경영 합리화 차원에선 바람직하지만 일정 기간동안 최대한의 성과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책출판 자체에는 꼭 긍적적이지만은 않다.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는 “임프린트는 길어야 3년 앞을 내다본 기획밖에 할 수 없고, 이같은 시스템하에선 다양한 콘텐츠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대형 출판사들은 소형 출판사들이 하기 어려운 양질의 대형 기획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고개든 유흥가 성매매 경찰단속 실종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으로 철퇴를 맞았던 성매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더니 예전처럼 성행하고 있다. 법 시행 1년이 지나면서 단속은 점점 약해졌다가 지금은 아예 실종됐다. 모임이 잦은 연말을 맞아 찾아본 서울 강남의 술집 등에서는 성매매 행위가 넘쳐나고 있었다. ●“2차 ‘아가씨’ 부족사태” 지난 14일 0시30분쯤 서울 신사동의 A룸살롱. 평일에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지만 룸이 꽉 차 예약손님을 빼고는 30분∼1시간씩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강남의 룸살롱과 단란주점에서 ‘불황의 그늘’은 찾아볼 수 없다.20여개의 룸은 모두 만원. 분주하게 술병을 나르는 웨이터와 오가는 접대 여성들로 복도는 북새통이었다. 성매매를 뜻하는 ‘애프터’(2차)를 위해 여종업원과 팔짱을 끼고가는 남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강남의 2차 성매매는 성매매특별법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한다. 손님으로 가장한 취재팀에게도 업소의 ‘부장’이라는 직원은 연신 애프터를 권했다.“불법 아니냐.”고 묻자 “단속도 없을 뿐더러 법도 1년이 지나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올 연말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0% 정도 매출이 늘었다.”면서 “요즘은 2차 나갈 아가씨가 부족해 2차만 전문으로 하는 여성을 따로 부를 정도”라고 전했다. 여종업원 박모(25·여)씨는 “룸에 들어온 손님은 거의 백이면 백 애프터를 간다.”면서 “주말에는 모텔방이 부족해 업소에서 2차를 위한 방을 따로 예약한다.”고 했다. 그는 “수수료 10%를 떼이고도 상당한 돈을 벌 수 있어 대부분 2차를 나간다.”고 말했다. ●유사 성행위업소까지 성매매 나서기도 이렇게 성매매 수요가 넘치다 보니 손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만 제공하던 일명 ‘대딸방’도 실제 성행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성행위가 가능한 업소는 입소문이 나면서 ‘대기자 명단’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성황이다. 유흥정보를 제공하는 W,D사이트의 게시판에도 업소들의 2차 탐방기와 ‘하드코어 경험담’이 넘쳐난다. 성매매 업소의 위치와 가격이 상세히 게시돼 있다. 이 사이트들에 따르면 주점과 안마시술소, 여관, 나이트클럽, 노래방, 인터넷 채팅 등 모든 업종과 분야에서 성매매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또 ‘리얼돌’(인형)과의 성관계, 스리섬(2대1), 포섬(3대1)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태 업소도 호황이다. 최근에는 서울 도심을 달리는 차량 안에서 성행위를 제공하는 업소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청대는 장안동…집창촌 단속은 시늉만 남성 휴게실이 밀집한 서울 장안동은 치외법권 지역이나 다름 없다. 평일에도 손님이 몰려 30분에서 1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해 된서리를 맞은 ‘성매매 집결지’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밤 11시 서울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방범 활동을 위해 간간이 경찰 순찰차만 돌 뿐 거리에서 이뤄지는 호객 행위에 대한 단속은 전혀 없었다. 업소들은 지난달 ‘연말특수’를 노려 성매매 비용을 전 업소가 통일했다. 이곳의 ‘경기’는 담배 판매량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 가게 주인은 “요즘 평일 담배 매상이 7만원 정도이고 주말이면 30만원 안팎”이라면서 “지난해 이때쯤보다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영등포시장 인근의 집결지도 불야성을 이룬다. 호객 행위를 하던 50대 여성은 “새벽 2시 이후에 손님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조영숙 소장은 “연말을 맞아 검찰과 경찰에 끊임없이 단속을 요청하고 있지만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느슨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성매매 수요가 많은 시기이지만 사법당국의 일관된 원칙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동환 김준석기자 sunstory@seoul.co.kr
  • 부자들 돈쓰게 하면 경기 풀린다고?

    한국 경제 위기론이 나오면서 ‘파이를 먼저 키우자.’거나 ‘부자들이 돈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말들은 사실일까. 혹시 언뜻 듣기에 그럴싸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성균관대 이국영 교수는 간결한 책자 ‘공황과 장기불황’(도서출판 양림 펴냄)을 통해 이같은 주장에 ‘0점’을 준다. 채점을 위해 이 교수가 펴든 것은 케인스의 유효수요론.‘시장에 매몰’된 주류경제학은 유효수요론을 일반론이라기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단기처방전쯤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유효수요론이 장기전망임을 강조한다. 특히 케인스가 1943년 2차대전 종전 이후의 경제를 예상한 대목에 주목한다. 케인스는 투자가 저축을 압도하다가 점차 투자가 저축을 흡수할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간다고 내다봤다. 투자가 저축을 흡수할 수 없으면? 그게 바로 장기불황이다. 한국경제에 적용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박정희정권 시기 한국은 투자할 일은 많은데 저축이 없어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자본을 형성·동원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였다. 박정희가 택한 방법은 몰아주기, 즉 재벌그룹의 형성이었다. 수출호황으로 자본금을 잔뜩 쌓아두고도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 지금과는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가 확대되면 문제는 풀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확대는 홀로 서 있는 게 아니다. 이 교수는 “확대투자의 기반이 되는 소비수요의 증가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강하는 성장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소비수요를 되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부자들은 경기야 어떻든 자기 쓸 돈은 쓰고 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경제상황 변화에 민감하다. 비정규직화에 정리해고가 일상화된 마당인데다 걸핏하면 ‘땅값이 어쩌네, 집값이 어쩌네.’ 하는 말들이 나온다. 이 악 물고 저축하고 보험드는 것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위협감은 결국 사회이전소득 증대, 즉 복지정책의 확대를 통해서만 사라질 수 있다. 결국 파이가 커져야 한다는 둥, 부자들이 돈 쓰게 하자는 둥의 얘기가 먹혀드는 것은 그게 무슨 대단한 진리여서가 아니라 특권층과 부유층의 이해관계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히 파이론에 대해 “작은 파이든 큰 파이든 먹고나서 배설하고 끝”이기에 “순환관계에 있는 경제를 파이에 비유한 것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기고] 새로운 인간애,문화적 신보수주의?

    [기고] 새로운 인간애,문화적 신보수주의?

    요즘 휴먼 드라마들은 설사 결론이 진부하다 해도,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아기자기한 작은 극적 장치들을 만들어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휴먼드라마는 인간이 살아있음을 연역해내지만, 과잉되면 현실에 안주하는 문화적 신보수화로 귀결되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올 한해 대중문화 전방위에서 흥행을 주도했던 코드는 ‘인간애’가 아닐까 싶다. 2005년 상반기 한국영화의 위기설을 잠재우는 데 기여했던 ‘말아톤’은 ‘자폐아’의 일상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관객 500만명을 동원했고, 하반기 흥행 대작 ‘웰컴 투 동막골’ 역시 이념의 벽을 녹여 버리는 따뜻한 인간애로 관객 800만명을 돌파했다. 드라마는 어떤가.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내이름은 김삼순´,‘굳세어라 금순아´,‘장밋빛 인생´은 각기 다른 소재를 다루었지만, 주제 면에서 모두 평범한 인간들의 삶의 감성에 호소했다. 심지어 일상적 삶의 애환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역사극이나 시대극도 역사적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영웅서사’보다는 그 시대를 산 영웅, 혹은 개인의 인간애를 부각시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렇듯 세련되고 귀족적인 청춘남녀들의 상류 사회 이야기를 다룬 ‘트렌드’ 드라마 대신, 투박하고 신파적인 성향이 강한 전통 드라마가 다시 강세를 얻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휴먼 드라마는 시대를 초월해서 가장 보편적인 경쟁력을 가진다. 말하자면 잘 만들어진 휴먼 드라마는 불황이 없다. 인간의 본원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은 평론가들에게는 비난받았을지 모르지만, 대중들에게는 늘 사랑을 받아왔다. 대중들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그 사람과 그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것인 양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휴먼 드라마는 흥행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요즘 등장하는 휴먼드라마들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알고 있는 전통 신파물과는 다른 흥행 요인을 갖고 있다. 전통 휴먼 드라마는 사실 진부하고 뻔하다.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이 인습에 얽매인 공식처럼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 휴먼 드라마들은 그렇지 않다. 설사 결론이 진부하다 해도,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아기자기한 작은 극적 장치들을 만들어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삼순이의 솔직함에서 연인에 대한 발칙한 도발 욕구를 느끼고, 금순이의 순진함에서 좌충우돌 명랑함을 발견하며, 불치병에 괴로워하는 맹순이의 연민에서조차 ‘억척어멈’의 객기를 공감한다. 우리가 삼순이와 맹순이로부터 풋풋하고 애절한 인간애를 공감하면서도 이야기 곳곳에 배치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즐겁게 기억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에피소드 없는 휴먼드라마는 흥행에서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요즘 휴먼 드라마들의 생존 법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휴먼 드라마들이 대중들로부터 사랑받게 되는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감정 구조’가 감지된다. 모든 인간주의 코드가 보수적인 성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동시대 사회의 구조나 사건을 회피하고 개인화한다는 점에서 보수적 가치관으로 경도될 위험이 있다.‘말아톤´이나 ‘내이름은 김삼순´과 같은 새로운 휴먼 드라마들이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것들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중의 선호도가 집단적으로 표출된다면, 그것은 수용자의 문화적 취향이 변하고 있음을 지시한다. 포스트 휴먼 기술주의가 압도하는 시대에 휴먼 드라마로의 복귀, 혹은 에피소드로 가득한 휴먼 드라마의 흥행은 수용자의 탈정치성, 탈사회성을 방증하기도 하며 긍국적으로는 신보수주의 문화의 단면을 보게 한다. 휴먼드라마는 인간이 살아있음을 연역해내지만, 과잉되면 현실에 안주하는 문화적 신보수화로 귀결되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
  • 대중문화 ‘36.5도 바람’

    ‘36.5℃’최근 대중문화의 수은주 높이다. 극적인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등장시켜 보는 사람들을 0℃로 얼렸다가 100℃까지 끓게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삶, 따스한 체온처럼 잔잔하게 스며드는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야흐로 최첨단 IT시대 운운하는데 희한하게도 인기를 얻는 것은 인간 체온에 호소하는 작품들이다. ●영화도 드라마도 노래도 체온, 또 체온 이같은 흐름의 중앙에는 단연 KBS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와 ‘징밋빛 인생’이 자리잡고 있다. 대가족사를 들려주는 ‘부모님 전상서’의 압권은 역시 아버지(송재호)의 일기쓰는 장면. 이런저런 사건은 결국 아버지의 일기로 모두 녹아든다.‘장밋빛 인생’역시 어찌 보면 바람난 남편과 암 선고받은 부인의 갈등과 화해라는 점에서 별 차별성은 없지만 연기자들의 호연 등에 힘입어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과 ‘굳세어라 금순아’도 종전의 예쁘고 세련되고 똑똑한 여성들과는 외려 거리가 먼 여주인공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런 성공 드라마들의 특징은 출생의 비밀,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의 등장, 헷갈릴 정도로 어지럽던 3각,4각 관계로 시청자들을 0℃로 얼리다 100℃로 끓어올리게 하던 기존 스토리와는 차별적이었다. 영화판에서도 이런 경향은 마찬가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너나 잘 하세요.’(친절한 금자씨)의 싸늘함을 눌러버린 ‘마이 아파∼.’(웰컴 투 동막골)의 어눌함. 전작의 성공과 화려한 캐스팅을 생각하면 당연히 ‘친절한 금자씨’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영화팬들은 차가운 금자씨보다 훈훈한 동막골 사람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이외에도 에이즈 걸린 다방 레지와의 사랑,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의 사랑을 그린 ‘너는 내 운명’,‘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같은 최루성 영화가 계속 선보였다. 이 작품들의 관람 포인트는 단연 다가가기 어려운, 완벽한 꽃미남보다 허점 투성이라도 끝까지 내 곁을 지켜줄 수 있는 남자였다. 음악계 쪽에서도 ‘따뜻한 체온 바람’은 눈에 띄었다. 한동한 떼거리 댄스 가수들에게 밀려났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뽕짝’의 상승세는 여전하다. 조금은 식상해지고 있다는 견해도 없지 않지만 ‘어머나’ 장윤정의 성공 이래 기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B에 트로트를 녹였다는 그룹이 나오는가 하면, 가장 극과 극의 장르일 것 같은 록 음악에서도 ‘트로트 메틀’이라는 용어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리메이크 앨범도 잇따랐다. 물론 음반산업의 전반적인 불황이 그 배경이지만, 불황을 뚫기 위해 리메이크를 택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왜 ‘체온’인가? ‘체온’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은 무엇일까. 대중음악평론가 최지선씨는 ‘새로운 것과 옛것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최씨는 “옛날 것 하면 유치하다, 촌스럽다는 말로 구분지었는데 요즘은 독특하다, 재미있다는 점만 인정되면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는 태도가 더 많다.”면서 “외려 구식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나이든 사람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을 주기 때문에 더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황상민 심리학 교수는 근본적으로 ‘기존 세계관의 붕괴로 인한 혼란’을 원인으로 꼽았다. 황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관, 세계관을 피력할수록 지지율이 떨어지듯, 지금의 대중들은 불안감이 가득하다.”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상태에 있다 보니 익숙한 것에 기대려 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대중문화가 현실세계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인간적인 면에 호소하는 작품들이 공감을 얻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30] 디지털 세대 占에 빠지다

    회사원 이모(29·여)씨는 평소 흠모하던 직장동료에 대한 ‘작업’의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타로점을 시작했다. 그는 “타로카드를 통해 남자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모두 사실이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타로 카드에 심취해 관련 서적을 읽으며 매일 타로 카드점을 보고 있다. 그러나 맹신(盲信)은 아니고 자기를 되돌아보는 방법으로 타로 카드를 이용한다. 점을 보고 사주를 따지는 것이 중년 이상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던 때는 지난 지 오래다. 디지털 세대들에게도 역학은 매력적인 삶의 소품이다. 최근 들어서는 역학에서 자아(自我)를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점성학이 가져다 주는 ‘재미’에서 ‘나’를 찾는 부산물을 얻고 있는 셈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막연하게 대비하기보다 인생의 흐름을 읽고 이에 걸맞은 미래를 기획하겠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한다. 사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역학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는다. 일부에서는 생업의 도구로 관심을 갖기도 한다. ●남성 ‘취업형’ vs 여성 ‘취미형’ 일반적으로 사주와 점성학에는 여성들이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점성술을 배우는 점성술 학원이나 문화센터에는 남성들의 숫자가 더 많다. 대개 남자들은 창업의 안목에서 사주 카페 등을 운영하기 위해 점을 배운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6)씨는 최근 점성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 점성술에 관심을 가졌다가 아예 이를 노후 대비책으로 삼았다. 정씨는 “점성술은 일종의 통계학”이라면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창업까지 생각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고 예찬론을 폈다. 반면 여자들은 취미삼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웹디자이너 김모(29·여)씨는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할 좋은 수단”이라면서 “오늘의 운세를 살피자는 취지에서 타로 카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점성술을 통해 인간관계를 넓히는 ‘친목도모형’도 있다. 박모(30·여)씨는 “소개팅에 나가면 수다 떠는 것을 빼면 마땅히 할 일이 없는데 이런 어색한 만남에서 카드점을 통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타로 카드는 사람들을 쉽고 빠르게 사귈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평했다. 한국점성학회 이현덕 대표는 “젊은 층이 점성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존 역학보다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식상한 것을 싫어하는 젊은 사람들이 화려한 그림 등을 통해 목성과 토성, 수성 등으로 미래를 꿰뚫어볼 수 있어 몰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에 부는 역술 바람 온라인에서도 점 열풍은 이어진다. 인터넷 검색창에 ‘사주’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주 사이트가 떠오른다. 궁합과 토정비결 등 일반적인 서비스에서 1대1 맞춤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제공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3000원에서 1만원 안팎이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회사원 민모(30)씨는 사주 마니아다. 민씨는 연애운을 비롯해 승진과 가족문제 등 개인적인 문제를 인터넷 사주를 통해 해결한다. 민씨는 “인터넷 사주가 얼마나 맞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대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일의 결과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주사이트 ‘사주와 궁합’ 안태준 대표는 “지난해에 비하면 다소 주춤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손쉬운 매개체를 통해 젊은이들이 꾸준하게 자신의 사주 팔자를 검색한다.”면서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특유의 불안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타로와 점성술 등 서양의 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역술을 통해 미래를 알아보려는 젊은 층도 이어진다. 한국역술인협회 관계자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직업이 불투명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역술인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한 뒤 철학원을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점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학원·직업소개소 매출 급감

    경기침체에 일자리 부족으로 학원과 직업소개소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번듯한 일을 구하지 못한 대졸자들이 학원 개업으로 몰리면서 학원수는 늘지만 학원의 매출은 2년 가까이 줄고 있다. 건설현장의 잡부나 파출부 등을 소개하는 직업소개소도 숫자는 늘었지만 매출이 1년 넘게 마이너스다. 가정 주부들이 직업전선에 뛰어들면서 2∼3년 전만 해도 구하기 어려웠던 ‘한국인’ 파출부가 이제는 대기중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입시·보습·어학·예술 등 학원산업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9% 줄었다. 지난해 3월 0.1% 줄어든 뒤 20개월 연속 감소세다. 직업소개소를 뜻하는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의 매출도 지난 10월 4.7% 줄어들었다.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은 지난 9월 2.8% 소폭 늘었으나 지난해 8월 5.0% 줄어든 뒤 전반적인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8·31 부동산대책’으로 건설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건설현장의 일용직이 줄어들어 당분간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크리스마스 트리 이색 소품

    크리스마스 트리 이색 소품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어린시절,12월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이 신나고, 길거리가 오색 빛으로 예쁘게 꾸며지는 것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게 행복했습니다. 주머니가 가볍더라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아이들에게 잊지못할 크리스마스 추억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터미널 지하 꽃상가에는 싸고 개성 넘치는 장식품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눈사람 펭귄 북극곰 벨벳 커튼 등이 대표적입니다. 수공업품이라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장식품입니다. 트리는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놓아두기 머쓱하지만, 이색 장식품은 겨울내내 봐도 지겹지 않습니다. 인터넷 쇼핑몰과 균일가 생활용품점에서도 1000∼3000원짜리 크리스마스 용품을 선 보입니다.1만∼2만원이면 아이들과 신나게 방을 꾸밀 수 있답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런 장식품도 있었어? 몰랐네! ‘미리 크리스마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지하상가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퍼지고 있었다.1m 90㎝ 키의 산타클로스가 허리 좌우를 움직이며 발랄하게 춤춘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울긋불긋한 볼과 리본을 매단 채 주인을 기다린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희자(36·여)씨는 이날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사러 이곳을 찾았다.“장사는 신통치 않지만 그냥 (크리스마스를)보낼 수 없어 나왔다.”면서 “특이하고 값싼 장식품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에서 뉴코아아울렛 방향에 있는 꽃상가는 지난달 중순부터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체 200여 개 점포 가운데 조화를 판매하는 30여 곳이 가장 분주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지갑을 노리는 이색 상가를 소개한다. ●눈사람만 ‘모아 모아´ 제이아트(596-8818)는 눈사람만 모았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만큼 작은 것부터 어른 키를 웃도는 눈사람까지 다양하다.5000∼20만원. 김제이 사장은 “크리스마스 트리는 12월이 지나면 왠지 장식하기가 머쓱하다.”면서 “눈사람은 동심을 불러일으키는데다 2월까지 전시해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불황 속에서도 매년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다. 눈사람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가볍지만, 생각보다 단단했다. 공장에서 주문제작한 눈사람을 김 사장과 미대 학생들이 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를 둘러 예쁘게 꾸몄다. 김 사장은 “값은 5000∼1만원이라도 수공업으로 만들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눈사람을 크리스마스 트리나 창문, 방문에 매달아도 귀엽다. ●이글루·백곰 등 ‘북극´을 안방에 “여기는 완전히 북극이네.” 사람들은 전이 플라워(533-4549)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눈이 소복이 쌓인 이글루(에스키모의 집)와 백곰, 펭귄을 쳐다보느라 발길을 멈추는 것. 백곰은 두발로 서있는 것과 4발로 기어가는 모습이다. 아빠 엄마 아기 3종류.3만 8000∼12만원. 아빠 백곰 등위에 올려진 아기 백곰이 앙증맞다. 전옥희 사장은 펭귄을 올해 히트상품으로 정했다.“다큐멘터리를 보니까 펭귄의 모성애·부성애가 남다르더군요. 삭막한 세상이라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엄마가 3만 5000원, 아기가 1만 5000원이다. 신문지로 싸서 박스에 넣으면 몇년 사용할 수 있단다. 전 사장은 전북 옥구군 시골마을 출신이다. 그래서 어린시절 추억이 떠오르면 장식품을 기획한다. 빨간 모자에 빨간 목도리, 스웨터를 입은 꼬마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듯한 썰매를 앉거나 누워서 타고 있다.1만 5000원. 산골마을 초가집에는 사슴들이 찾아왔다. 한지로 만든 문 안쪽에 전구를 달아 넣었다.28만원. ●붉게 더 붉게 “불황 때는 전통으로 돌아갑니다. 크리스마스 느낌을 물씬 풍기는 붉은색 리스(둥근 모양 의 벽걸이 장식), 붉은빛 볼·리본 등이 잘 팔리지요.” 바인(591-7737)은 온통 빨갛다. 큰 것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할 아기자기한 장식품이 특히 많다. 경기가 어려워도 자녀를 위해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는 부모 마음을 뚫어본 마케팅 전략이다. 음식점에서도 카운터에 올려놓을 작은 트리를 많이 찾는다. 트리에는 빨간 스웨터를 입은 곰인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5만원. 알록달록한 볼도 플라스틱이 아니라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 깨져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고안했다. ●벨벳 커튼·낙하산 산타클로스 등 눈길 천사리본(537-0661)은 크리스마스 벨벳 커튼을 개발해 대성공을 거뒀다. 폭신폭신한 벨벳 천에 ‘Merry Christmas’라는 글과 별모양을 프린트해 넣은 것이다. 라정용 사장은 “아이들 방이나 거실에 달아놓으면 연말연시 분위기가 난다.”고 설명했다. 큰 리본을 귀엽게 매달기도 한다. 붉은 색은 이미 동이 났고, 파랑색·초록색 등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로·세로 90㎝에 5000원. 낙하산을 타고 있는 산타클로스도 독특해 사랑받고 있다. 음악소리에 맞춰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늘에서 춤을 춘다.1만 5000원.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흥을 돋우는 산타클로스는 90㎝가 15만원,1m 90㎝가 35만원이다. 큰 것은 전기로 움직인다. 징글벨 등 캐럴 몇 곡이 돌아가며 나온다. 김제이 사장은 “독특한 상품을 개발해야 불황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저렴하지만 개성 넘치는 장식품이 대세”라고 진단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1만원으로 ‘트리’를 폼나게… 주머니는 가볍지만 크리스마스를 그냥 보내기 아쉽다면 1만원만 투자해 보자. 몇 천원짜리 장식용 소품으로 개성 넘치는 트리를 만들 수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는 1000∼3000원짜리 크리스마스 용품 78종을 선보였다. 트리 높이는 35∼95㎝로 다양하다.1000∼3000원. 눈장식 걸이(1000원), 눈사람 모양 장식소품(2개 2000원), 트리 목제 장식(2000원), 초미니 리스(벽걸이 장식,3개 2000원), 벨(8∼12개 1000원), 금박 장식줄(1000원) 등도 인기다. 만원짜리 한 두장으로 자녀에게 크리스마스 추억을 선물할 수 있다. 온라인마켓플레이스 G마켓(www.gmarket.co.kr)도 실속파를 위해 1000∼3000원짜리 장식품을 많이 준비했다. 불경기 탓에 중저가 소품 매출이 매년 30∼50% 오르기 때문이다. 특이한 상품이 많이 팔린다.USB 크리스마스 컬러 트리(1만 5000원)가 대표적이다. 컴퓨터에 연결하면 7가지 색깔의 불이 들어와 트리와 전구를 따로 살 필요가 없다. 크리스탈처럼 빛나지만 플라스틱이라 안전하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어울리는 사슴뿔 머리띠(7300원), 산타클로스 의상(3만 1680원), 스파클라 불꽃놀이(20개 1600원)등도 판매한다. 옥션(www.auction.co.kr)은 장식용품 등 이월상품 400여종을 한 데 모아 기획전을 연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50∼80% 할인한 8900∼1만 7000원,1.2m 멜로디 2단 분리 트리는 50% 저렴한 1만 5000원에 내놓았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kr),KT몰(www.ktmall.com)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실속형 장식 소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씨줄날줄] 아소탄광의 비밀/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아소 다로(麻生太郞). 얼마 전 출범한 고이즈미 새 내각의 외상 이름이다. 외상에 취임한 이후 우려했던 대로 연일 험한 말들을 내뱉고 있다. 그가 한 망언들이 연일 우리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그 이름만 들어도 과거의 한 시절 겪어야 했던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치욕으로 몸서리를 쳐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아소탄광’ 강제징용 희생자의 유족들이다. 일본 후쿠오카현 이즈카시에 악명 높은 아소탄광이 있다. 지금은 폐광이 됐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수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와 채탄작업을 했던 곳이다. 이곳에는 지난 1939년부터 1944년말까지 대략 한국인 1만여명이 강제징용됐으며 그 절반가량이 작업중 사고, 일본인 현장감독의 구타, 그리고 굶주림과 중노동 등으로 숨지거나 도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희생자들의 유골이 이즈카시 인근에 흩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폐광지역 인근의 한 납골당에서 6기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우리측의 아소탄광에 대한 한·일 공동조사 제의를 거절했다. 일본측의 한 기록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된 한국인은 모두 70여만명에 이른다. 이들중 11만여명이 후쿠오카 지역의 41개 광업소에 배치돼 강제노역에 시달렸으며, 아소탄광은 그 가운데서도 한국인 징용자에 대한 비인도적인 노동착취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소탄광은 아소 일 외상의 증조부인 아소 다키치가 지난 1918년에 세웠으며, 아소 가문의 후손들에게 가업으로 상속됐다. 아소 가문은 이 탄광에 한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강제동원해 저임과 장시간의 중노동으로 착취하면서 부를 축적하게 된다.1970년대에 탄광업이 불황산업이 되자 아소시멘트로 업종을 바꿨으며, 아소 외상이 그 실질적인 소유주다. 아소 외상은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일본이 허락했다.’거나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등의 망언을 했던 장본인이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이끌었던 재벌과 군벌의 후손들이 한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다시 일본의 키를 잡고 있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사설] 20대 남자 취업 감소가 뜻하는 변화

    경기회복 지연으로 고용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은 가운데 고용구조가 소리없이 변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20대 취업자가 줄어들면서 특히 이 연령대 남성의 취업 감소폭이 크다는 점이다. 인구의 고령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에 따른 큰 물결의 변화를 정부나 사회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현재 20대 남성의 취업자수는 195만 9000명으로 1년전보다 5.8% 감소했다.2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23년만에 처음,5.8%감소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이다. 반면 20대 여성의 취업자수는 222만명으로 전년보다 0.4% 감소에 그쳤다. 경기불황에다 고령화추세로 20대 취업자수는 남녀 모두 줄었으나 남성 감소폭이 더 컸다. 이에 따라 사회활동을 하는 20대 여성은 지난해 남성보다 15만명이 많았으나 올해는 26만 1000명으로 그 차가 확대되고 있다. 그 이후 연령대에서 남성의 취업자수가 훨씬 많은 것과 비교해 20대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자수가 계속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느는 것은 교육수준 향상, 경제적 필요성 증대 등으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제조업 쇠퇴로 인한 경제의 소프트화, 컴퓨터화·자동화에 따른 사무직 증가 등으로 사회가 젊은 남성보다 여성을 더 필요로 하는 등 시대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 등 저임 직종에서 일하고 있어 문제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조사결과 정부기관의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80%가 모성보호 휴가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근로여건도 열악하다. 앞으로 여성 노동의 질과 조건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 젊은 남성들의 실업문제는 교육기관들도 염두에 두고 직업교육 등을 철저히 시켜야 할 것이다.
  • [사설] 취업 순간부터 은퇴 걱정하는 사회

    노후불안 신드롬이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가구주가 7년전보다 10.2%포인트 늘어난 63.5%로 조사됐다.30대와 40대 가장 10명 중 7명이 노후에 대비하고 있으며, 직장 초년병인 20대도 절반 이상이 퇴직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이 일상화한 반면 평균수명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젊은 시절부터 노후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은 탓할 바가 못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 국제기구가 공적연금과 부조, 개인연금, 저축 등으로 최소한 3층이상의 복층 구조로 노후보장 체제를 구축할 것을 권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들의 이러한 노력은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다만 이를 장기 불황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소비 위축과 연결짓는 것은 잘못됐다. 오히려 현세대의 이기주의와 정치권의 눈치보기에 얽매여 표류하는 국민연금의 조속한 개혁을 촉구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국민의 노후불안 정도는 공적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정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떠들었지만 아직 정부기구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는 사이 올 들어 50대 취업자 수가 30대와 40대를 앞지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장년층과 노년층은 소득 벌충을 위해 노동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동시장 은퇴연령이 가장 늦은 국가군에 속할 정도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국민연금제도, 노령연금 등을 통해 1차적인 공적부조체계를 갖췄다지만 극히 미흡한 수준이다. 네덜란드는 내년부터 ‘생애주기 계획’ 공개를 통해 국민 각 개인이 노후에 대비한 저축 정도와 조기퇴직 여부, 적정 휴가일수 등을 체계적으로 짤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우리도 소득별 생애주기 모델을 개발해 국민이 예측 가능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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