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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업계 ‘불황 특수’

    자금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대부업체에 몰리고 있는 반면, 은행들의 저(低)신용자 대출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앤피파이낸셜과 산와, 웰컴크레디라인, 리드코프 등 8개 대형 등록 대부업체의 2008 회계연도 영업수익은 9798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대부업체의 영업수익은 제조업체의 매출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부분 대출 이자를 통해 생긴다. 반면 현재 서민들의 고금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저신용자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인 12개 은행의 실적은 지난달 22일 현재 4만여명 2243억원으로, 대출 한도 1조 1700억원의 19%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영업수익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이용자가 증가했다는 뜻”이라면서 “불법 대부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과 제도권 금융회사의 서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國富 253조원 날아갈 뻔

    최근 5년간 국내 기업의 산업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다 적발된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실제 기술이 유출됐다면 피해액은 25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성배 수석연구원은 11일 이런 내용의 ‘날로 심각해지는 산업기술 유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유출 적발은 2004년 26건에서 꾸준히 늘어 2008년까지 5년간 모두 160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42건으로 전년(32건)보다 31%의 증가율을 보였다. 2004~2008년까지 5년간 적발된 사례의 기술이 실제로 유출됐다면 피해액은 무려 253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 유출의 건당 예상 피해액도 2004년 1조 3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 9000억원으로 갈수록 커졌다. 이 기간 기술 유출이 시도됐던 지역은 중국이 85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미국 20건(12%), 일본 15건(9%), 타이완 12건(7%) 순이었다. 또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분야에만 국한됐던 기술 유출이 정밀기계와 화학 등 다른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유출 시도 건수의 약 6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보안설비 투자나 연구개발 성과 보상체계가 취약해 기술 유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연구원은 “불황 탓에 고전하고 있는 ‘이노비즈(기술혁신형 중소기업)’가 증가하면서 전·현직 내부 인력에 의한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면서 “인수합병이나 공동사업을 미끼로 기술을 빼 가는 사례도 많아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우울한 女風’ 5월 취업자 감소 96%가 여성

    ‘우울한 女風’ 5월 취업자 감소 96%가 여성

    ●男 8000명·女 21만명 줄어 지난달 여성 취업자가 무려 21만 1000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취업자 감소분의 96%에 해당한다.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경제·사회적 약자에 속한다는 점이 고용시장에서 방증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재교육 활성화 등 친 여성적인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이 경쟁력을 갖는 보육과 교육 분야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서비스·자영업 부진 직격탄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남성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000명(-0.1%) 감소에 그친 반면 여성은 21만 1000명(-2.1%)이나 줄었다. -2.2%를 기록했던 2003년 4월 이후 6년 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고용 시장에서의 여성 소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급기야 남녀 취업증감률 차이는 5월 2.0% 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여성의 취업 환경이 빠르게 얼어 붙고 있는 것은 여성 고용 비율이 높은 자영업과 서비스 분야의 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에 주로 종사하는 30대 여성 취업자는 14만 6000명(-6.5%), 서비스업에 주로 진출해 있는 20대 여성은 7만 9000명(-3.8%)이나 일자리를 잃었다. 임시(-8만 9000명), 일용직(-13만 8000명)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점 역시 여성 일자리 환경 악화의 주범으로 분석된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우 결혼·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을 겪는 데다 단순판매 등 주로 열악한 직종과 비정규직에 종사한다는 등의 기존 구조적인 문제에 더해 경기 불황 요인이 합쳐지면서 여성의 취업환경 악화가 가중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사회안전망·일자리 창출 병행”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골드미스’ 등 성공한 여성에 대한 신조어는 일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라면서 “출산 육아 서비스 확충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재교육 확대 등을 통해 여성 취업률을 높이는 작업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부연구위원은 “고용보험 대상과 실업급여 적용률을 높이는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공공 부문에서 출산·보육 서비스 분야에 대한 괜찮은 여성 일자리를 대거 만든다면 여성의 취업 환경 개선과 고용률 확대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지방상권 몰락… 반값도 못받는 대형상가

    지방상권 몰락… 반값도 못받는 대형상가

    장기 불황으로 지방상권이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의 대표 상가들이 속속 경매로 나오고 있다. ●지역대표상가따라 상권도 휘청 11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1월부터 5월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감정가 20억원이 넘는 업무·상업시설 가운데 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모두 8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9건)에 비해 294건(57.7%)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매각률은 지난해 22.8%에서 올해 18.5%로 4.3%포인트 하락했다. 불황으로 상가 빌딩 등이 경매처분되고 있지만 지방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낙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고 감정가의 반값에 주인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인근에 있는 감정가 516억원대 상가건물은 통째로 경매에 나왔다. 이 물건은 올해 나온 업무·상업시설 경매 물건 중 감정가가 가장 비싼 것이다. 지하 2층 지상 12층 건물로 10개의 상영관을 갖춘 복합상영관 H시네마와 Y예식장, 야외 골프연습장, 헬스, 수영장, 레스토랑 등을 갖춘 초대형 상가다. 연면적 4만 1189㎡에 달한다. 대구에도 지하철 중앙역 바로 앞에 있는 A시네마가 경매에 부쳐졌다. 9층 높이에 10개 상영관을 운영 중인 이 건물에는 ‘맥도널드’와 ‘아웃백스테이크’가 입점해 있다. 연면적 7933㎡로 감정평가액이 284억원을 넘는다. 지난해 12월에 처음 경매에 나와 두 번 유찰을 거듭한 끝에 지난 9일 160억원에 낙찰됐다. 목포에서는 감정가 236억원이 넘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이 통째로 경매 처분된다. 연면적 8411㎡로 3차례 유찰돼 다음달 20일 감정가의 56%인 132억 5200만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농수산물 점포를 비롯해 마트와 휴대전화 대리점 등이 들어서 있다.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학교 옆에 있는 M메가플렉스와 부대시설도 경매로 나왔다. 감정가가 82억원이었으나 1년간 유찰을 거듭하다가 지난 4일 감정가의 16%인 13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 ●장기불황에 대출금 상환 못해 경매속출 지방의 대규모 상가가 경매에 나오는 것은 대출금이 많은 지방상가의 경우 불황이 깊어지면 이자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불황으로 지방의 대형 상가나 건물들이 경매에 부쳐지고 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매기간이 길어지면 건물 관리와 영업에 타격을 받아 주변 상권까지 침체되는 도미노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日 닌텐도 브랜드가치 ‘껑충’

    日 닌텐도 브랜드가치 ‘껑충’

    │도쿄 박홍기특파원│도요타자동차가 일본 기업 가운데 7년 연속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닌텐도는 세계적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8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히토쓰바시대학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공동으로 조사 분석한 ‘2009년판 기업 브랜드가치’의 결과다. 닌텐도를 제외한 10위권에 든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적인 불황 탓에 경영이 악화, 3~13.3%가 떨어졌다. 브랜드가치는 소비자와 직원, 주주 등의 기업 인지도와 선호도, 기업의 장래성 및 수익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 가격이다. 도요타의 브랜드가치는 지난해에 비해 10.5% 하락한 9조 6151억엔(약 122조 9000억원), 2위인 캐논은 11.4% 떨어진 4조 8998억엔으로 집계됐다. 3위안 닌텐도는 게임기 ‘위(Wii)’와 ‘닌텐도 DS’의 판매량 증가로 브랜드가치가 무려 32.2%나 상승한 3조 6182억엔을 기록했다. 혼다는 3조 2793억엔으로 4위, 일본 최대 제약회사인 다케다약품공업은 3조 2793억엔으로 지난해 3위에서 5위로 밀렸다. 회사명을 바꾸는 등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파나소닉은 1조 9186억엔으로 지난해 11위에서 10위로 올랐다. 반면 소니는 1조 8460억엔으로 지난해 10위에서 11위로 추락했다. 또 브랜드의 가치가 가장 크게 오른 1~5위 기업은 닌텐도, 국제석유개발제석(帝石), 광산용 기계업체인 코마쓰, 소프트뱅크, 스미토모금속공업이다. 조사팀은 “올해는 자원과 관계가 깊은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뛰어 상위권을 차지했다.”면서 “앞으로도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 제품과 서비스의 안전 등이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hkpark@seoul.co.kr
  • [비즈&피플] 허창수 GS 회장 “미래형 녹색산업 육성”

    [비즈&피플] 허창수 GS 회장 “미래형 녹색산업 육성”

    허창수(오른쪽 두번째) GS 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가 올들어 부쩍 늘었다. 각 계열사의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밝힌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직원들에게 변화를 주문한다. 9일에는 충남 당진군 부곡산업단지 GS EPS 연료전지 발전소를 찾아 미래형 녹색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허 회장은 이날 “세계 최대의 연료전지 발전소 준공을 통해 녹색산업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렵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겨 내고 GS의 미래형 사업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GS EPS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고, 향후 수소경제 시대와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고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GS 관계자는 “이번에 준공된 연료전지 발전소의 전력생산 규모는 2.4㎽로 세계 최대”라면서 “발전효율은 일반 화력발전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지난 3월 송파구 문정동의 GS스퀘어 송파점을 방문해 경기 불황기에 소비 동향을 점검했고, 지난 2월엔 태국의 건설현장을 둘러 봤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보장성 보험’ 불황기 고객 마음부터 읽어라

    ‘보장성 보험’ 불황기 고객 마음부터 읽어라

    ‘고객과 눈높이를 맞춰라.’ 올해 보험업계의 화두다. 경기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보험사들은 기본적인 보장에 충실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통합보험이 대표적이다. 의료실비를 100% 보장해주는 손해보험사들이 다소 유리하다.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 동안 신계약 117만 8578건, 원수보험료 2조 9824억 7800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도 신계약 111만 7771건, 원수보험료 3조 7311억 4600만원을 달성했다. 신계약건수가 약간 줄었지만 경기침체로 변액보험이나 저축성 상품 실적이 곤두박질한 데 비하면 양호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보장 기간을 30세에서 100세로 늘린 어린이보험도 인기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자식사랑은 아끼지 않는 부모의 마음을 겨냥한 점이 먹혀들었다. 생명보험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생명은 손보업계의 통합보험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퍼펙트통합보장보험’을 내놨다. 종신, 치명적 질병(CI), 치매·중풍 등의 장기간병, 의료실손 등을 한데 묶었다. 따로 가입할 때에 비해 보험료는 30% 정도 싼데다 배우자와 자녀 3명까지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44만건이 팔렸다. 이 가운데 가족 단위로 가입하는 신규 가입자가 40%가량을 차지해 통합형 보험의 장점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여기다 삼성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들의 상품 400개의 정보까지 담은 비교시스템도 구축했다. 고객 입장에서 불필요한 중복 가입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뜻이다. ●삼성생명·대한생명 시장 주도 대한생명은 지난 1월 ‘(무)대한유니버셜CI통합종신보험’을 내놨다. 기존 CI보험의 보장 기간을 종신으로 늘리고 사망보험, 실손의료보장, 연금전환 기능을 덧붙였다. 여기서도 고객맞춤은 확연히 드러난다. 중대한 암이나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말기신부전증, 화상 등은 약정보험금의 80%를 미리 지급받아 치료비나 생활비로 쓸 수 있다. 관상동맥 우회술, 심장판막수술 등 8가지 중대 수술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위험에 처했을 때 돈 문제로 전전긍긍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목돈이 필요할 경우 해약 환급금의 50%까지 중도 인출할 수 있게 하는 등 고객의 사정을 고려했다. 지난 1월 출시 이후 5월 말까지 15만건 계약에 600억원가량이나 팔렸다. 한달 평균 3만건, 120억원이나 팔린 셈이다. ●롯데손보 등 손해보험사도 가세 롯데손해보험이 내놓은 ‘무배당 롯데 성공시대 보험’은 의료실비를 중심으로 한 통합보험이다. 상해담보 만기를 100세, 90세, 80세로 구분해 선택 폭을 넓혔고, 80% 이상 후유장애가 발생한 고도장해 판정을 받으면 보험료를 면제해준다. 특히 고위험 직종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어려운 사람은 해당 위험은 빼는 ‘특정 상해부위 부담보’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해당 위험에 5년 동안 노출된 적이 없으면 정상 가입이 가능하다. 2008회계연도 동안 10만건 가까이 팔려 450억원 정도의 짭짤한 보험료 수입을 올렸다. 롯데손보는 백화점 등 그룹내 유통망과 결합한 금융플라자로 성장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당신은 新 호모 에코노미쿠스

    당신은 新 호모 에코노미쿠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쓸 데는 쓰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불황기처럼 무조건 지갑을 열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신(新)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합리적 소비자라는 뜻이다. 이들은 소비 원칙을 세우고 본인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품목에는 거침없이 돈을 쓰되 낮은 가치로 여기는 품목에 대해서는 긴축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요하지 않은 분야 소비 줄여 인천 부평구에 사는 교사 홍기연(32·여)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 육아휴직을 한 홍씨는 한 달 수입이 대폭 줄었다. 육아수당 50만원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책과 장난감 등을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구입한다. 최근에는 정가 60만원인 전래동화전집을 불과 7만 5000원에 샀다. 하지만 아토피에 시달리는 아이를 생각해 식품류는 비싸더라도 생협에서 유기농 제품만 구매한다. 이 때문에 한 달 식비가 10만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가구나 생활용품은 정가보다 30~40% 싼 진열상품을 이용하고 아이들 옷은 물려받는 방식으로 다른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전체 지출은 오히려 예전보다 20%가량 줄었다고 한다. 대학생 김은혜(22·여)씨는 옷 욕심이 남다른 ‘패셔니스타’다. 김씨는 지난해만 해도 부모님 신용카드를 들고 한 달에 2~3차례 백화점 쇼핑을 했다. 그러나 유통업을 하던 아버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쇼핑이 금지됐다.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한 달에 80여만원을 벌고 있지만 옷 욕심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인터넷 벼룩시장을 알게 됐다. 김씨는 폴로, 한섬, 레니본 등 유명 패션브랜드 팬카페에 가입해 싫증난 옷을 팔고 대신 ‘신상(새 제품)’을 정가보다 20~30% 싼 값에 구입하고 있다. ●“불황기 고급품 안 팔리는 법칙 깨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기에는 고급의 ‘우등재’가 안 팔리고 저렴한 ‘열등재’가 많이 팔렸지만 최근에는 이런 법칙이 반드시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신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본인이 정한 기준에 따라 소비를 늘리고 줄이는 ‘신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에 대한 가치판단이 개인별로 이뤄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분야는 불황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겹치는 악재… 청주공항 뜰 날 ‘감감’

    겹치는 악재… 청주공항 뜰 날 ‘감감’

    충북도가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주변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 민영화 대상 공항으로 선정돼 어수선한 가운데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한 한성항공의 운항 재개가 불투명해지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9일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공항은 지난 3월5일 첫 민영화 대상 공항으로 선정돼 현재 민영화 작업이 추진 중에 있다. 정부는 공항시설 소유는 한국공항공사에 두면서 운영권은 민간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침체된 청주공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영화로 인해 공항이용료가 인상되고 서비스 질이 하락, 오히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민영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주에 본사를 둔 저가항공사인 한성항공의 운항 재개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운항을 중단한 한성항공이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운항 재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만간 운항 재개를 하지 못하면 국토해양부가 사업 일부정지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성항공은 그동안 청주~제주노선을 운영해 왔고, 올해에는 국제노선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청주공항 면세점도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한국관광공사는 직영으로 운영 중인 청주공항 면세점을 오는 10월까지만 문을 열 계획이다. 공항공사는 오는 8월에 면세점 사업자를 공모할 계획이지만 경기불황 등을 고려할 때 새 주인이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항 이용객들이 면세점 이용을 선호하는 점을 감안하면, 면세점이 없어질 경우 이용객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01년부터 운영된 청주공항 면세점은 64㎡ 규모로 담배와 술,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충북도는 공항활성화에 악재가 겹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면세점은 새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 연장운영을 해 달라고 관광공사를 설득하고 있다. 또 한성항공의 빈 자리를 오는 12일 청주~제주노선 운항을 시작하는 이스타항공이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며 저가항공사들의 노선 유치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상황이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희망은 있다.”며 “민영화도 지방공항을 활성화할 뚜렷한 방법이 없어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은행들 “돈줄 쥔 마더를 홀려라”

    은행들 “돈줄 쥔 마더를 홀려라”

    은행들이 엄마들의 마음 잡기에 바쁘다. 불황일수록 가정의 경제권은 엄마들이 더 움켜쥐기 마련이어서 경제권을 쥔 엄마만 잡으면 대마(大馬)는 내 것이란 판단에서인지 은행들은 유독 엄마에게 지극정성이다. “철저히 주부를 위한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8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홈플러스 중계점. 1층 한쪽 260m²(약 80평)가량 되는 공간에 띄엄띄엄 소파가 놓여 있다. 중앙 라운지를 중심으로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겉보기에 영락없는 커피숍이지만 최근 하나은행이 야심차게 문을 연 대형마트 속 은행지점(Store-in Branch)이다. 지난달 말 문을 연 경기 병점점과 서울 강동점에 이은 3호점이다. 주된 공략 대상은 주부다. 정조영 하나은행 마케팅기획부 차장은 “대형마트 손님의 70%가 30~50대 주부라는 점을 감안, 직원 12명 가운데 10명을 아예 주부로 채웠다.”면서 “같은 주부로서 편하게 재테크 상담도 하고 은행 업무도 볼 수 있게 한 것이 컨셉트”라고 말했다. 은행 안으로 카트를 밀고 들어올 수 있도록 문도 턱도 없다. 누구나 쇼핑하다 피곤하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특히 영업시간도 마트의 개·폐점시간에 맞췄다. 물론 주말에도 예외 없다. 은행 측은 “주부들에게 설문조사와 수익성을 고려해 6개월쯤 뒤 같은 영업점을 추가로 낼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이 대형마트 속까지 침투한 이유는 주부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실제 은행 방문 고객 수에서 여성은 압도적이다. 2007년 12월 하나은행이 방문한 고객의 성별과 수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 등 주거밀집 지역 지점에서 여성 비율은 80%를 넘었다. 보통 남성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무실 지역에서도 여성 손님 비율은 58%를 차지해 남자(42%)에 비해 16%포인트나 많았다. 그만큼 금융상품의 의사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는 뜻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엄마들을 향한 은행의 마케팅은 현재진행형이다. 외환은행은 오는 18일 입시전문 교육기관과 함께 입시전략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보통 가을부터 시작하는 입시설명회보다 한 박자 빨리 가겠다는 전략이다. 10일까지 예약 신청을 받는데 선착순 300명에게는 1대1 맞춤 설명회를 제공한다. 외환은행은 “주부들이 만족할 만한 유명 입시 전문가와 각 과목 유명강사를 섭외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최근엔 자녀를 유학 보낸 엄마들을 위한 은행간 환전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과 외환은행이 환전수수료를 최대 70%까지 할인하겠다고 밝히자, 씨티은행은 300달러까지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일부 은행은 대형TV와 게임기, 테마파크 이용권까지 경품을 걸고 환전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황기일수록 여성들이 가정의 경제권을 쥐는 경향이 세지는 만큼 엄마들의 환심을 끌려는 은행의 노력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한나라 쇄신논의 종착역은 ‘박근혜 대표’?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사면초가 대검 중수부 ☞‘엄숙한 도시’ 사우디 수도서 30년만에 영화상영 ☞유럽의회에 당당히 발 들여놓는 스웨덴 ‘해적당’
  • 소주 다시 찾는다

    불황 앞에 무릎 꿇었던 소주 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주요 소주회사의 판매량이 전달보다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월대비 소주 판매량은 올 3월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선 뒤 4월, 5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1위인 진로는 지난달 ‘참이슬’ 등의 판매량이 전달(494만 5000상자, 1상자=360㎖ 30병)보다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진로 측은 “정확한 집계는 이달 25일쯤 나온다.”면서 “4월에 이어 5월에도 소주 판매가 2~3% 신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업계 2위인 ‘처음처럼’의 롯데주류 측도 “5월 소주 판매량이 전달보다 5%가량 늘었다.”면서 “전년동월 대비로도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서는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설명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60%가 넘어 5월 전체 소주 판매량도 전달보다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4월 국내 소주 판매량은 총 975만 4718상자로 3월보다 58만상자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초 소주 소비가 급감했지만 경기가 최악을 지났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3월부터 (전월대비)소주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올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연말 소주값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 등이 기승을 부리면서 올초 판매량이 워낙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전년동월 대비 감소폭은 2월 -8.5%, 3월 -3.5%, 4월 -3.0%로 둔화되는 추세다. 올 1·4분기(1~3월)만 놓고 보면 소주 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올 1분기 주류 지출 증가율은 -3.6%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환란 후 첫 감소인 셈이다. 한은 통계의 주류에는 업소나 식당에서 판매되는 것은 제외된다. 주로 가정에서 마시거나 야유회, 단합대회(MT) 등에 사용되는 술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불황에 꼬리 내린 사교육비

    불황에 꼬리 내린 사교육비

    좀처럼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사교육비도 바닥을 알 수 없는 경기침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올 1·4분기(1~3월) 지출 증가율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명목 교육비 지출액은 9조 90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조 5268억원보다 4.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1999년 4분기(1.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분기 기준 교육비 지출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2006년 9.1%, 2007년 9.2%, 2008년 8.3% 등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오다 올해 가파르게 떨어졌다. 교육비 가운데 공교육을 제외한 사교육비(기타 교육비) 지출액은 4조 7487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6242억원에 비해 2.7% 늘었을 따름이다. 사교육비는 입시·예체능·어학개발 등 모든 학원비를 총칭한다. 초·중·고교생뿐 아니라 성인 학원비도 포함된다. 2000년대 들어 1분기 기준 사교육비 지출액 증가율이 2005년(5.4%) 한 해를 빼고는 2004년 13.1%, 2006년 12.3%, 20 07년 9.4%, 2008년 8.0%로 10% 안팎을 유지해 왔다. 임태욱 한은 국민소득팀 과장은 “사교육비 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은 각 가정마다 학원비 지출을 자제한 데다 학원들도 불경기를 감안해 수강료를 예년보다 덜 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현장에서 본 2009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에서 본 2009 베니스 비엔날레

    │베니스 문소영특파원│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니스는 2년에 한번씩 6월만 되면 전세계 현대미술 작가와 큐레이터, 화랑 관계자, 취재진 등으로 북적댄다. 대중교통이라고는 수상버스가 전부이고, 물가도 비싸고, 숙소조차 찾기 쉽지 않은 다소 불편한 베니스에서 1895년 이래로 현대미술대전인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대회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베니스비엔날레는 여전히 괴력을 발휘했다. 역대 최연소 감독인 스웨덴 출신의 다니엘 범바움(45)이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 ‘세상 만들기’(Making Worlds)를 통해 젊은 작가와 거장들 사이에 조화와 화음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상·회화·조각 등 작품 배치도 조화롭게 영국에서 활동하는 독립큐레이터 이지연씨는 “2007년 비엔날레는 상업화랑에서 직접 구매가 가능할 만큼 지나치게 상업적인 작품이 많이 나왔다면 올해는 30, 40대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실험적인 작품이 많이 나왔다.”면서 “경제가 불황일 때 늘 좋은 작가와 작품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1989년 미국불황, 1999년 아시아 등에서의 외환위기 때도 작품의 질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젊은 작가뿐만 아니라 1920년대에 출생한 70, 80대 작가의 작품들도 전시돼 신·구 작가들 사이에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면서 “영상과 회화, 조각작품 등도 적절하게 배치돼 어떤 곳은 어두운 전시장(영상)과 밝은 전시장(설치) 등이 잘 섞여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30대의 아르헨티나 출신의 젊은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36)는 자르디니 공원 안에 옛 이탈리아관을 개조해 만든 본 전시장에 밝고 흰 공간으로 가득 차도록 거대한 거미줄을 설치했다. 반면 또다른 본 전시장인 아르세날레의 입구에 들어서면 컴컴한 가운데 규칙적으로 사선으로 배열된 피아노 줄들이 부분 조명을 통해 마치 구름을 뚫고 지상에 떨어지는 햇빛처럼 드러난다.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특별 언급상’을 받은 브라질 출신의 작가 리지아 파페의 작품이다. 김 교수는 또한 “범바움 총감독이 관람자들의 눈높이에 대한 고민을 잘 처리했다.”고 말했다. 86세의 헝가리 출신 작가 요나 프리드맨은 천장에 실들을 얼기설기 연결한 뒤 그 위에 판지 등을 얹은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멕시코 출신 작가인 헥터 자로라(1974년생)는 우주선 모양의 광고용 풍선을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 검은 지팡이를 천장 높이에 걸어놓고 빛으로 그림자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리처드 웬트워스의 작품도 ‘수준 높은’ 관람객들을 위한 작품이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모섹와 랑가(1975년생)의 ‘스테이지(Stage)’ 작업은 바닥에 다양한 색깔의 실패나 맥주병, 디스코텍 반짝이 은공 등을 깔아놓은 ‘낮은 눈높이용’ 작품이다. ●전쟁·폭력·고문 등 사회· 정치적 풍자 작품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쾌한 정치· 사회적 풍자 작품들도 있다. 호주 오페라하우스, 발리 해변의 레프팅 현장, 동남아시아 바다 등의 엉뚱한 사진에 ‘베네치아’라고 로고를 찍은 수 만장의 엽서를 제작해 관객이 가져가게 함으로써 비로소 작업이 완성되는 폴란드 출신 작가 알렉산드로 미르의 ‘베네치아’가 눈에 띈다. 또 잠비아 출신 작가 아나와나 할로바가 선진국이 제3세계 국가에 샘플로 제공하는 가솔린, 유기농 콩과 같은 사각 컨테이너 안에 사탕과 초콜릿 등을 넣어둔 ‘더 위대한 G8이 광고하는 시장기준’과 같은 작품도 비판적이다. 섹스를 소재로 해 전쟁과 폭력, 고문, 권위주의를 고발한 작품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높다. 이탈리아관에서 펼쳐진 스웨덴 작가 나탈리 뒤버그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Experimentet’, 아르세날레 본 전시장에서 걸린 홍콩 출신 폴 챈의 ‘Sade for Sade’s Sake’라는 영상 작업 등이 그것이다. 뒤버그는 젊은 작가에게 주는 ‘은사자상’을 받았다. ●관객 줄세운 국가관 경쟁 치열 자르디니 공원에 위치한 국가관들의 경쟁도 볼 만하다. 이곳은 참가국들이 독립된 전시관을 설치해 자국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관람객이 길게 늘어선 전시가 좋은 전시’라는 입소문이 난 탓인지, 각 국가관마다 관람객 줄세우기 경쟁도 이어진다. 스티브 매퀸의 베니스 비엔날레에 관한 비평을 담은 30분짜리 영상 ‘자르디니’를 선보인 영국관의 경우 전날 오전까지 예약을 하지 않으면 관람이 불가능할 정도. 네온, 밀랍, 브론즈 등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한 브루스 나우만의 신·구작을 선보인 미국관도 30분 넘게 줄을 서야 했다. 미국관은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3개의 방향에서 국적 표시가 없는 청회색의 국기만 펄럭이는 프랑스관의 경우는 다소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러시아관에서는 ‘승리의 여신상’의 작은 유리 복제품에 러시아 군인의 실제 피를 분사하는 모습을 대형 프로젝트에 투사한 안드레 몰드킨의 작품이 주목의 대상이 됐다. 버려진 공간으로 인식됐던 아르세날레의 구석진 숲까지 전시장으로 활용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1991년부터 파리와 런던 등에서 활동하는 한국작가 구정아씨의 고목 작품이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씨는 자르디니 본 전시장 앞뜰에도 설치작업을 해놓았는데, 작품 표지판만 보이고 작품을 찾을 수 없어 곤혹스럽기도 하다. 푸른 잔디밭 위로 인조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하려면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김선정 교수는 “아마 찾아가는 예술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대표 작가이기도 한 양혜규씨는 아르세날레 본전시장에 7점의 ‘광원(光源) 조각’을 내놨다. 한편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은 독일 조각가 토비아스 레베르거가 받았다. symun@seoul.co.kr ■ 사진작가 김아타 베니스 특별전 사진 1만장 뿌리기 퍼포먼스 배우 김혜수 깜짝 출연 눈길 1만장의 사진이 하늘에서 흰 눈처럼 쏟아져내렸다. 검은색 제복을 입은 작가 김아타(53)씨가 붉은색 천으로 감싼 10m 높이의 리프트 위에서 지난해 로마를 찍었던 사진을 한지에 인쇄해 뿌린 것이다. 5일(현지시간) 베니스 팔라초 제노비오 초록 잔디밭. 김아타의 전시를 구경왔던 100여명의 사람들은 떨어지는 사진들을 주우러 돌아다녔다. 허공에서 자신의 사진을 버리는 행위는 그에게 있어서 욕망을 버리는 행위이자 자유의 선언이었다. 그러나 땅 위의 사람들에겐 회색 사진 한장으로 압축된 ‘인달라 시리즈-로마’를 해체한 사진 1만장은 총천연색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자 욕망이었다. 욕망을 뿌리는 행위와 줍는 행위가 동시에 벌어지는 찰나의 순간에 일상의 수행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는 끊이지 않고 진행됐다. 수원대 이주향 철학과 교수는 땡볕 아래 계속 절을 했고, 그늘에서는 미모의 동양 소녀가 아주 느린 동작으로 호흡을 했으며, 이탈리아 한 여인은 관람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너는 누구냐-후 아 유’(Who are you)라고 화두를 던졌다.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서양 남자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관람객 사이를 돌아다니던 서양 여자, 김아타까지 6인 1조의 퍼포먼스였다. 더 넓게 보자면 사진을 줍기 위해 우왕좌왕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관람객도 퍼포먼스의 일부였을 것이다. 베니스비엔날레 연계 특별전 ‘AttAKIM-ON AIR’ 전시 개막을 알리는…. 지난해 53회 베니스 비엔날레 연계 특별전을 열게 돼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그이지만 6개월 남짓만에 “이제 베니스 비엔날레를 초월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버리고, 변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는 “‘버린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자신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어렵지만, 버리지 않으면 또한 변할 수 없다.”면서 “지독한 욕망이 또 찾아오더라도 또 버릴 것이고, ‘인달라’가 다른 곳으로 나를 데려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명상적인 영상으로 유명한 빌 비올라를 능가하는 영상작업을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번 특별전이 열리는 2층 건물 전관에서 퍼포먼스에 사용된 사진들을 겹쳐서 만든 ‘인달라 시리즈’들과 얼음조각 파르테논 신전과 마오쩌둥이 녹아내리는 과정을 찍은 실제하는 것과 허상에 관한 ‘아이스 시리즈’, 작가가 2002년부터 진행해온 ‘온-에어’ 프로젝트 작품 22점이 전시됐다. 이날 개막전에는 여배우 김혜수씨가 검은 색 드레스 차림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혜수씨는 “2년 전쯤 잡지에서 김아타 작가의 ‘인간문화재’ 시리즈 사진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이날의 퍼포먼스와 함께 베니스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symun@seoul.co.kr
  • [길섶에서] 터줏대감/김성호 논설위원

    동네에 재래시장이 있다. 1㎞쯤 걸쳐 올망졸망 늘어선 점포들. 늦은 시간 틈날 때 기웃기웃 점포들을 훑는 재미가 쏠쏠하다. 10년 넘게 한 동네에 살면서 시장 노마드를 즐긴 덕에 얼굴 익힌 상인이 꽤 된다. 어떤 이는 멀찌감치서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재래시장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불황 탓에 점포를 접고 떠나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 한두 달 만에 주인이며 간판이 홱홱 바뀐다. ‘이웃사촌’의 살가운 정도 예전 같지 않다. 사소한 일에 언성을 높이는 실랑이가 잦다. 살기가 힘든 탓이다. 어제는 벗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일부러 시장 길을 택했다. 예전 같으면 웃고 떠드는 왁자함이 요란했는데. 헛헛한 기분으로 시장을 관통하던 중 멱살잡이가 눈에 든다.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상인과 처음 보는 젊은 상인의 실랑이. 낯익은 상인이 불러세운다. “아! 터줏대감 양반 이리좀 와보소.” 자기 편을 들어달라는 하소연. 날 보고 터줏대감이란다. 오래 살긴 살았나보다. 그런데 어제는 누구 편을 들어야 했을까. 아직도 헷갈린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사설] 분수령에 선 경제 출구전략 고민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3월 경기선행지수(CLI)가 96.8로 전월보다 2.2포인트 높아지는 등 두달 연속 큰 상승폭을 보인 점에 근거한 것이다.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지수 소비자 심리지수 등 최근의 일부 지표들을 볼 때 한국의 경제상황은 확실히 긍정적인 시선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전월 대비 산업생산 증가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내수와 수출, 고용 등 전반적인 경기는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북한 핵문제, 국제 원자재값 상승, 환율하락 등 대내외 요인까지 겹쳐 실물회복을 가로막는 형국이다. 호재와 악재가 맞물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경제가 중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 이후 상황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제대로만 하면 재도약이 가능하지만 잘못하면 영영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침체로 빠지고 만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내수와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유동성 과잉이 물가상승을 부추기면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최악의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국면에서는 치밀한 출구전략이 절대적이다. 신속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재정집행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고 투자활성화를 통한 내수진작과 실업 등 고용문제에 주력해야 한다. 급감하는 수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향후 경제여건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현재의 상황은 경제회생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경제 주체가 제대로 힘을 모을 때이다.
  • 주식·집값이 오를 거란 맹목적인 믿음…야성적 충동이 경제 움직인다

    경제학 초보적 이론은,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매년 여름·겨울에 냉난방 기름의 수요가 증가하면 국제 원유가가 오르는 이치다. 이런 경우는 어떠한가. 폭설이 내린 직후 철물점 주인은 눈삽의 가격을 15달러에서 20달러로 올렸다. 눈삽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당연하고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82%는 이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1992년 허리케인이 발생한 직후 건축자재를 판매하는 미국의 홈디포는 합판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할 때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냈다. 이는 경제학 이론보다 앞선 다른 요인들이 경제적 행위를 결정짓는 한 가지 작은 사례로 선택됐다. 케인스는 이런 비경제적인 의사결정의 원인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고 말했다. 케인스는 1936년 발표한 그 유명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인간의 적극적 활동은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 한다. …추측건대,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뤄질 수 있을 뿐” 이라고 말했다. 케인스의 야성적 충동이란 경제를 움직이는 강력한 요인으로, 주식이나 집값이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상투’를 잡는 심리를 말한다. 또한 지난해 9월 19일 미국 의회에서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지 않자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 다우존스 지수가 800포인트 가까이 추락하는 심리적 동인이기도 하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케인스의 ‘야성적 충동’(김태훈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에 주목하고 동명의 책을 펴냈다. 저자들은 지금까지 세계경제의 침체 국면에서 자본주의의 경기 순환곡선이나 내재적인 불안정성(공황 등) 등을 이같은 비이성적인 기질, 야성적 충동으로 설명해 냈다. 경제 주체들의 지나친 자신감은 직관에 의한 ‘묻지마 투자’를 불러오고 거품경제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계기로 자신감을 잃고 소비나 투자를 회피하면 불황이 온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 2007년 등에 나타난 불황은 거품경제 뒤에 발생했다고 적시한다. 또한 거품경제를 더욱 부추긴 것은 탐욕과 부패였다. 1990년대 주택대부조합의 무분별한 대출, 2000년초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 2007년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지난 30년간 신고전파 경제주의자들이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효율적·합리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정부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해 왔지만, 그것은 케인스가 간파한 ‘야성적 충동’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 2009년 월스트리트의 몰락과 전 세계 경제 침체가 왔다는 것이다. 레이건 정부 이후, 그리고 대처 총리 이후 사람들은 무규칙 경기의 효율성을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1930년 대공황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 즉 자본주의는 최고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정부가 규칙을 정하고, 심판으로 개입하는 경기장에서만 그러한 경기가 가능하다는 교훈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며 법인세를 인하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해온 금산법 등 각종 법안을 완화하는 등 한국정부의 경제정책이 현 시점에서 올바른 길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양장본으로 주석을 빼면 275쪽으로 길지 않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가 추천했다.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열리는 지갑… 내수 살아나나

    열리는 지갑… 내수 살아나나

    신용카드 사용액이 증가하고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내수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섞인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표가 호전되기는 했지만 정부 정책 등에 편승한 일시적 현상일 뿐 본격적인 소비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8.66% 늘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 경기침체로 신용카드 사용액은 올 1월 증가율(전년동월대비)이 3.89%로 주춤했으나 2월 6.67%, 3월 6.22%, 4월 7%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1~5월 소비자물가 평균상승률(3.6%)을 고려하면 실질 카드소비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내수지표인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매출은 1년 전보다 12.1%(전 점포 기준) 늘어났고,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20.3% 증가했다. 5월 한달간 자동차 판매량은 12만 4442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3% 늘었다. 고환율에 따른 외국인 여행객 증가와 정부의 노후차량 세제지원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심리지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로, 지난해 1·4분기(102)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CSI가 100을 넘으면 생활형편이나 수입 등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는 소비회복 지표로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 경제상황은 내수 침체로 수입이 줄면서 불황형 흑자를 기록하고, 고용 부진도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숲에 잠시 해가 비치는 것’과 같은 일시적인 현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주가 상승 등 소비기대심리가 늘면서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의 매출이 늘었지만 소비 회복 신호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1% 늘었지만 실질국민총소득(GNI)은 0.2% 감소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환기시켰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주말 데이트]명동예술극장장 구자흥씨

    [주말 데이트]명동예술극장장 구자흥씨

    옛 국립극장을 복원한 명동예술극장이 5일 개관한다. 국립극장이 남산으로 이전하면서 1975년 문을 닫은 이후 34년 만이다. 잔칫집 분위기 나는 연극 ‘맹진사댁 경사’가 ‘명동의 경사’를 알리는 첫 공연이다. 극장 외형의 복원이 수많은 원로·중견 연극인들과 명동 상인들의 노력의 결실이라면, 내적인 연극 정신의 회복은 구자흥(64) 명동예술극장장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중순 성황리에 열린 연극인 집들이 행사는 ‘명동 연극의 부활’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 여실히 보여줬다. 개관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구자흥 극장장을 만났다. “잘해야죠.”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를 법도 한데 그는 웃음 띤 얼굴로 명쾌하게 대답했다. “가장 중요한 건 최고 수준의 작품을 만드는 겁니다. 명동예술극장에서 하는 연극은 믿고 볼 만하다는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 명동예술극장은 연극 전문제작극장을 표방하고 있다. 대관 없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정극만을 무대에 올린다. 예술적 성취를 지향한다고 해서 대중성을 소홀히 한다는 건 아니다.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연극과 관객이 보고싶어 하는 연극 사이의 황금비율은 늘 염두에 둬야 하는 과제다. 차기작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밤으로의 긴 여로’가 예술성과 상징성에 무게를 둔 작품 선정이라면, 연말에 공연하는 ‘베니스의 상인’은 “내심 돈 벌 욕심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두번째는 관객 개발이에요. 예전 명동의 낭만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되돌아오게 해야지요.” 고등학생이던 1960년대부터 극단 실험극장 기획자로 일하던 1970년대 초까지 명동극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그는 지난해 11월 극장장에 임명되면서 30여년 만에 다시 명동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로 명작을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공연을 많은 관객이 보도록 하는 건 극장 경영자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대학(서울대 미학과) 연극반 출신으로 실험극장, 민예의 기획실장을 거쳐 광고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그는 1990년대 공연계로 되돌아와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을 지내며 예술행정가로서 뛰어난 면모를 발휘해 왔다. “연극이 위기라고들 하는데 언제 위기 아닌 적이 있었느냐.”는 그는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경영서나 처세술보다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삶이 힘들수록 인생의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은 커지는데 문화예술계가 그걸 제대로 자극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다. 그는 “관객조사를 해보면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공연을 못 본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데 실제 물리적인 시간이나 돈의 부족보다 심리적인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명동예술극장이 시민의 잠재적 문화예술 욕구를 일깨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boltagoo@seoul.co.kr
  • 대우조선 30년 우정 덕에 올 첫 수주

    올해 ‘수주실적 제로’에 묶였던 대우조선해양이 첫 신고식을 치렀다. 수주 선박은 호황 시절에 종종 퇴짜를 놓았던 해상 구조물 운송선인 ‘바지선’이다. 수주 사연도 눈물겹다. 30년 지기(知己)가 ‘친구를 돕는다’는 심정으로 발주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세계 조선시장이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대우조선해양은 4일 네덜란드의 히레마사로부터 진수 바지선 1척을 45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길이 180m, 너비 46m, 무게 1만 9100t급으로 2010년에 인도된다.이번 바지선 입찰엔 중국 조선사들이 참여해 더 낮은 입찰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히레마사가 대우조선해양에 선박 건조를 맡겼다. 여기엔 양사의 ‘30년 우정’이 한몫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히레마사는 1980년대부터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해상구조물의 운송 설치와 해체 분야에 글로벌 전문업체인 히레마사는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로서 선박·해양 사업에 참여했다. 이번 수주는 1987년 히레마사로부터 바지선을 수주한 이후 무려 22년만이다.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의 어려움을 보고 측면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시장 침체로 장기간 수주가 없었지만 이번 계약을 계기로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조만간 북유럽 선주와 해양 프로젝트의 발주의향서(LOI) 체결을 비롯해 다수의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두산, 중간 매수인 참여… 사실상 투자 이끌어내

    두산, 중간 매수인 참여… 사실상 투자 이끌어내

    3일 발표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계열사 매각 방식이 독특해 눈길을 모은다. 외형적으로는 매각이지만 사실상 투자를 이끌어낸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미래에셋PEF와 IMM 프라이빗 에쿼티를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페이퍼 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를 세워 그 회사에 3개 계열사와 KAI 지분을 매각했다. 특수목적회사는 3년 후부터 이들 회사의 지분을 경영권과 함께 다시 매각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매도인-매수인’으로 이뤄지는 전통적인 매각 방식에서 ‘매도인-중간 매수인-최종 매수인’ 순서로 매각이 진행되도록 두산이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중간 매수인’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매도자인 동시에 매수자인 셈이다. 또 한 번의 매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종 매수자에게 비싼 몸값에 팔릴 수 있도록 계속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같은 매각 방식의 장점은 자금 확보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일일이 매수자를 찾는 시간과 비용이 덜 든다. 또 불황인 M&A 시장에서 제 값을 못받는 ‘불상사’도 피할 수 있고,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다. 송인준 IMM 프라이빗 에쿼티 사장도 “(이번 매각 방식은) 일종의 맞춤형 구조조정으로 ‘하이브리드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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