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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위기 넘으려면 달러 더 찍어내라”

    불황의 끝은 도대체 언제 오는가. 햇볕이 ‘쨍’ 하는 그런 날이 오긴 할까.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확산된 지 5년이 흘렀다.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빠져나올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는 좋지 않고 실업률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청년층 실업률이 50%나 되는 그리스나 스페인 등의 경우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자,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5년 전 중산층의 몰락과 소득 양극화, 의료보험 체계의 모순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기한 후 모처럼 신작을 내놨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박세연 옮김, 엘도라도 펴냄)이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경제위기의 ‘원인’을 밝히는 얘기는 그만하자고 말한다. 침체로 인한 고통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 그 원인만 파고든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책에서 그는 또 대공황 이래 최대의 침체를 몰고 온 금융위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2008년부터 경제위기를 다룬 책들이 침체의 시작을 알리면서 많아 쏟아져 나왔고 대부분 ‘왜 그런 일들이 벌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저자는 ‘대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원인’이 아닌 ‘치료법’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내린 처방은 다름 아닌 재정 지출의 확대이다. 한마디로 달러를 더 찍어내자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대규모 실업사태를 꼽는다. 실업은 개인의 인생은 물론 경제 전반에 총체적 난국을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재앙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실업문제는 과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업률이 증가한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을 하려는 의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마디로 재정 적자보다 ‘일자리 가뭄’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위기에 빠진 각국 정부들이 급박하게 지출을 삭감함으로써 실업 사태는 유럽 주변국 전반에 걸쳐 대공황 시절의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죽은 목숨’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그러는 한편 ‘우리는 지금 당장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희망적인 목소리를 높인다. 1만 6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4060도 SPA 찾는다

    경기 불황에 알뜰 소비족이 늘면서 제조·유통 일괄화(SPA) 의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회원 920만명의 패션(의류) 부문 결제 데이터를 분석, 18일 내놓은 결과다. 올 1~3월 SPA 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30대 젊은 층뿐만 아니라 40~60대 중장년층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SPA가 2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의 SPA 의류 매출이 올 1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78.6% 증가했다. 전국 평균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부산의 경우 패션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SPA 의류만 90% 이상 급성장했다. 현대카드는 “경기 둔화에 따라 중저가 의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SPA 의류 브랜드들이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린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추경예산안 의결] 16조1000억 나랏빚 내야… 재정 건전성 악화

    2009년 28조 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을 때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전체 재원의 55%인 16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추경이 17조 3000억원으로 줄었지만 빚을 내야 하는 금액은 16조 1000억원으로 비슷하다. 추경 재원 중 적자국채 비율은 93.1%로 뛰었다. 세계잉여금(3000억원), 한국은행 잉여금 추가액(2000억원), 기금 여유자금 등 정부의 가용 재원이 1조 2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지난해 세수가 2조 8000억원이나 덜 걷히는 등 나라살림 사정도 크게 어렵다. 적자 국채 발행은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뜻한다. 올해 일반회계 적자 국채 발행액은 8조 6000억원에서 24조 7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커진다. 재정수지 적자는 4조 7000억원에서 23조 5000억원으로, 국가채무는 464조 6000억원에서 480조 5000억원으로 각각 증가한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균형 수준인 -0.3%에서 -1.8%로, 국가채무는 34.3%에서 36.2%로 각각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예산안을 짜면서 올해 걷힐 세금을 과다하게 책정한 부메랑이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되돌아왔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 경기활성화를 통해 재정건전화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재정건전화 방안은 다음 달 재정전략회의 등을 거쳐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추경에 따른 국고채 물량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상환 등 시장조성용 국채 발행물량을 대폭 줄여 총발행 규모를 당초보다 8조 9000억원 늘어난 88조 6000억원으로 묶기로 했다. 올해 추경 편성의 부담을 앞으로 어떻게 메울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야당을 중심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득세·법인세 등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증세 주장에 대해 “불황기에 세금을 더 걷으면 경기 둔화가 더 심해진다”면서 선을 긋고 있다. 경제활성화와 증세 등 ‘엇박자 정책’을 함께 펼치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추경 재원의 절반은 국채로 하더라도 절반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인상이나 대기업 위주의 비과세 감면 등을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롯데, 상암DMC에 복합쇼핑몰

    롯데가 2015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대형 복합쇼핑몰을 연다. 롯데쇼핑은 15일 서울시와 ‘DMC 사업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4500억원을 투자해 올해 말 롯데백화점 본점 규모의 복합몰을 착공, 2015년 개장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이 서울 서북부 상권에 대형 쇼핑시설을 짓는 것은 처음이다. 복합몰 부지 면적은 2만 600㎡, 영업 면적은 6만 8000㎡다. 이는 롯데백화점에서 가장 큰 점포인 소공동 본점(본관, 영플라자, 에비뉴엘)과 비슷한 규모다. 롯데백화점, 롯데몰, 롯데시네마 등이 나란히 들어선다. 롯데쇼핑 측은 “서울 소재 백화점 21개 가운데 서북부에 위치한 곳은 현재 현대백화점 신촌점뿐”이라면서 “지하철 6호선, 경의선, 공항철도 환승역으로 접근성이 좋은 DMC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주변 상권과 개발을 연계해 개장 첫해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DMC는 서울시가 조성하는 대규모 디지털 미디어 산업단지로 주요 언론사와 문화·연예·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다. 신헌 롯데쇼핑 대표는 “복합쇼핑몰을 랜드마크로 삼아 서북부 상권 부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불황이지만 1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를 이끌어내 내수경기 회복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시, 상조업체 피해 돕는다

    앞으로 상조업체로부터 피해를 봤거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로 어려움을 겪은 경우 서울시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민생침해근절 10대분야 종합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기존에 시가 민생 침해 대상으로 관리해오던 7개 분야에서 3개 분야가 새로 추가됐다. 기존에는 대부업, 다단계·방문판매업, 전자 상거래, 임금 체불· 임금 착취, 취업 사기· 직업 소개, 부동산 거래 질서 위반, 가출청소년 성매매 등이었다. 여기에 시는 이번에 상조업 피해, 프랜차이즈 가맹점 불공정 피해, 어르신 민생침해 등 3개 분야를 추가했다. 시는 상조업체 피해 근절을 위해 11월까지 시내 117개 업체를 상대로 영업 실태 조사를 벌인다.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지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을 체결했는지 등을 지도 점검하고 선납식 할부 거래 업체에 대한 교육, 계약·해지 유의 사항, 피해 유형도 홍보한다. 시는 피해가 확인되면 즉각 시정 권고, 소비자 피해 조정 의뢰 등 조처를 할 방침이다. 프랜차이즈 가맹 피해 시엔 다음 달 중 ‘불공정 피해 상담 센터’를 개설해 무료 법률 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또 피해 사례가 담긴 설명서도 배포한다. 아울러 대한노인회, 어르신 상담 센터와 함께 직접 어르신들을 찾아가 각종 민생 피해 예방 교육을 하고 구제를 위한 상담도 실시한다. 최동윤 경제진흥실장은 “국내외 경기불황이 장기화돼 민생 침해가 늘고 있는데 사후 대응보다는 예방에 주력하겠다”며 “지난해에 내놓은 7대 분야의 대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대기업 인재 제1덕목 ‘도전정신’

    대기업 인재 제1덕목 ‘도전정신’

    국내 100대 기업이 바라는 인재의 첫 번째 덕목이 5년 전에는 ‘창의성’이었으나 올해는 ‘도전정신’으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인재상을 조사한 결과 1순위로 도전정신을 꼽은 기업이 88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인의식(78개사), 전문성(77개사), 창의성(73개사), 도덕성(65개사), 열정(64개사), 팀워크(63개사) 순으로 나타났다. 2008년 조사에서는 창의성(71개사), 전문성(65개사), 도전정신(59개사), 도덕성(52개사), 팀워크(43개사) 등의 순이었다. 5년 전에는 가장 중시했던 창의성이 지금은 4위로, 2위였던 전문성은 3위로 밀려나는 대신에 도전정신이 3위에서 1위로, 주인의식은 8위에서 2위로 올라선 것이다. 특히 업종별로 금융보험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전문성(90.5%)을 1순위로 꼽았다. 이 역시 불황을 감안한 보수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4중고 신음’ 재계, 투자 집행 못하고 눈치만

    ‘4중고 신음’ 재계, 투자 집행 못하고 눈치만

    재계가 경제민주화, 대북 리스크, 엔저(低), 장기 불황 등 4중고에 신음하며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장기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상황에서 일본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과 대북 리스크라는 덫까지 놓였기 때문이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업 총수·상장사 임원의 연봉공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부과, 공정거래위의 납품단가 직권 조사 등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일 이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5월 초 박근혜 대통령 방미 때 재계 총수들이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어떤 선물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뿐 아니라 신제품 출시일까지 미루고 있다. 특히 최근 감사원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시점은 2012년이 아닌 2004년부터 소급적용하겠다고 나서자 경제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4중고에 시달리는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 것이란 지적이다. 상의 관계자는 “정부가 소급과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시점을 2012년 이후로 했는데도 감사원 지적으로 2004년부터 소급과세를 추진하면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위헌 요소가 내재해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3년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 “지금은 성장 페달을 밟아야 할 때”라며 “그러려면 경제 민주화 기저에 깔린 평등주의와 국가개입주의를 극복하고, 기업에 더 많은 경제적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대북 리스크는 국내 기업들이 자체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으로 대응할 수 없는 외부환경이다. 북한의 극단적인 협박 발언에 국내 기업들이 연일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수주 불이익은 물론 계약취소까지 우려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엔저도 국내 기업의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위험요소다. 대북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오름세(원화가치 하락)를 보이고 있지만 대북 리스크라는 먹구름이 걷히면 다시 엔저가 국내기업들의 목을 죌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아직 신규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투자계획도 밝히지 못했다. 유통산업발전법 등 규제에 부딪힌 유통업계의 투자 마인드는 극도로 위축했다. 롯데그룹은 1분기에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투자변수가 심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신차의 출시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이번 주 선보일 아반떼 쿠페도 지난해 말 출시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변수로 6개월가량 늦춰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대내외 환경이 예측 가능해야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면서 “정부도 기업에 채찍만 들 것이 아니라 신규 투자와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실적 쇼크’ 건설업계 구조조정 공포

    ‘실적 쇼크’ 건설업계 구조조정 공포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가 1분기 실적 쇼크가 예상되면서 다시 구조조정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 및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 등 8개 상장 건설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9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987억원보다 75.2%가 줄어들었다. 8개 건설사 중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익이나 순이익이 늘어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1분기 삼성물산은 1330억원, 현대건설은 18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각각 41.92%와 23.97%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대림산업도 1분기 영업이익이 106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4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아보이는 것일 뿐”이라면서 “실제로 경영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GS건설을 필두로 나머지 건설사들은 줄줄이 실적 쇼크가 예상되고 있다. GS건설은 1분기에 5354억원의 영업손실과 38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산업개발(417억원)과 두산건설(190억원)도 영업이익이 각각 29.96%, 20.2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5년을 넘어가면서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건설사들이 별로 없다”면서 “그나마 GS건설이나 두산, 한라는 배경이라도 든든하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유동성이 ‘0’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실적 쇼크와 만성화된 유동성 악화로 인해 기업의 주요 자산인 사옥을 파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두산건설은 그룹차원의 지원과는 별도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을 1378억원에 매각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우림건설의 경우 서초동 사옥의 경매가 진행 중이다. 풍림산업도 지난해 사옥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사옥의 경우 대부분 입지가 좋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제값을 받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중견 건설사 4∼5곳이 조만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금호산업에 이어 쌍용건설도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중대형 건설사들 대부분이 한계 상황”이라면서 “플랜트 사업 대신 해외 주택과 초고층빌딩으로 진출한 중견사들 중 미분양으로 고전하고 있는 몇몇 곳은 다음 달쯤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아웃도어] 변화무쌍 비바람도 거침없이… 안 입은 듯 가벼워

    [아웃도어] 변화무쌍 비바람도 거침없이… 안 입은 듯 가벼워

    라푸마는 이번 봄·여름 시즌에 기능과 패션을 두루 갖춘 제품으로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소비자들까지 유혹하고 있다. 불황의 기운을 떨치려는 듯 화사하고 강렬한 색상이 주를 이뤘고, 트렌치코트형 고어텍스 재킷이나 사파리형 재킷 등 캐주얼 아이템을 접목한 디자인이 유독 눈에 띈다. 아웃도어 의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기능은 모든 제품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의 체온을 식혀주는 하이테크 패브릭이나 땀 냄새를 줄여주는 박테리아 증식 감소 소재, 커피콩으로 만들어 냄새를 줄여주는 소재 등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신개념 소재들을 적용한 제품들도 상당하다. 올해도 많은 비가 예상됨에 따라 방수 재킷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쉽게 접히면서 휴대가 용이해 항상 소지할 수 있는 패커블(Packable) 형태의 제품을 대폭 늘렸다. 아웃도어가 더 이상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위한 등산복’이 아닌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의류군으로 자리 잡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라푸마의 다양한 시도도 여기서 비롯됐다. 라푸마 사업부의 서준원 상무는 “최근 시장의 변화에 따라 10대 고객 유치가 아웃도어 브랜드들에게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며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 출시 및 마케팅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문양이나 그래픽을 적용한 제품들이 늘었고, 여가활동과 장소에 맞춰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도록 라인도 확대했다. 활동성을 높여주는 카고 팬츠나 롤업팬츠, 떼었다 붙였다 상황에 따라 연출 가능한 디태처블 재킷 등이 눈길을 끈다. 이번 시즌의 주력 상품은 트레킹용 초경량 방풍 재킷(29만원). 3중 구조인 일본산 수입 방수 소재를 사용해 얇고 가벼우면서 방수·방풍·투습 기능이 뛰어나다. 색상은 물론 디자인도 멋스럽고 특히 내구성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트레킹을 비롯한 캠핑 등 다양한 여가 활동 때도 두루 입을 수 있다. 학생용 및 여행용으로 선보인 백팩(13만 5000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방 하단에 천연 소가죽 소재를 덧대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내부에 노트북 수납공간과 여러 개의 주머니를 달아 수납 효율성을 높였다. 우측에 손잡이가 따로 달려 있고 좌측에는 조임이 가능한 고무 스트링이 달려 있어 소지품을 고정하기에도 좋아 여행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씨줄날줄] 골드바 실버바/육철수 논설위원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5년 4월 중순. 당시 베트남의 응우옌반티에우 대통령은 스위스 에어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화물 16t을 스위스로 옮겨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항공사는 화물의 내용물이 금괴임을 파악하고 정부 보유 금일지도 모른다고 여겨 수송을 거부했다. 다급해진 티에우는 사이공(현 호찌민시) 함락 아흐레 전인 4월 21일, 미국 정보당국의 협조로 군용기에 금괴 2t을 싣고 타이완으로 달아났다. 일반인들도 금괴와 달러 뭉치를 미군들에게 집어주고 군함을 겨우 얻어타고 빠져나온 이가 적지 않았다. 달러도, 금덩어리도 없는 불쌍한 난민들은 보트피플이 되어 바다에서 정처 없이 떠돌았다. 티에우는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고 개인의 욕심만 채워 천고에 씻지 못 할 중죄를 지었다.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는 경황망조에도 금괴는 이렇게 소중했다. 어떤 나라 화폐와도 당장 바꿀 수 있는 금의 위력을 알 만하다. 나라마다 외환보유고로 금을 일정 부분 갖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이나 독일은 외환보유고 가운데 무려 3분의2가 금이다. 독일의 경우 세계 1, 2차 대전에서 패전국으로 몰리면서 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이 1.5%다. 금 보유 순위는 세계 34위쯤 된다. 요즘 북한의 전쟁 위협과 장기 불황으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다. 그 와중에 새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거액의 금융거래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액 자산가들의 장롱 속 돈이 골드바(Gold Bar, 막대 모양의 금괴)로 몰린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까지 실버바(Silver Bar) 투자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은행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골드바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금값이 연초에 온스(28.35g)당 1694달러에서 지금은 1560달러로 떨어졌는데도 매입 열기를 보면 이해 못할 현상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까닭은 있는 것 같다. 우선 절세효과다. 차명계좌를 가진 일부 부자들은 금을 사서 자녀들에게 상속·증여를 하면 국세청에 걸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부가세와 수수료로 15%를 뗀다지만 세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부동산처럼 재산등록을 할 필요도 없으니 검은돈을 감추기엔 그만일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낮은 이자, 장기 불황기에 이만한 환금성 상품도 드물다. 그러나 금·은에 대한 이상 투자열기가 지하경제 단속을 피하려는 풍선효과라면 과세당국은 정신 바짝 차리고 검은돈을 잡아내야 할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伊에 경제위기 그림자… 혁신적 목제품 드물어… ‘따뜻한’ 디자인은 눈길

    伊에 경제위기 그림자… 혁신적 목제품 드물어… ‘따뜻한’ 디자인은 눈길

    유럽발 경제위기의 짙은 그림자가 ‘세계 가구의 수도’로 불리는 이탈리아에도 드리워졌다. 2008년 4250만 유로를 기록했던 이탈리아 목재가구 시장의 총매출은 2013년 2720만 유로로 급감(-36%)했고 1만 4600여곳의 가구 회사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 목재가구 종사자 수도 6만 7600여명이나 줄었다. 이 같은 기류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9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의 가구전시행사 ‘2013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서울 코엑스의 50배 정도 달하는 전시장(총면적 53만㎢)을 자랑했지만 예년과 달리 혁신적인 디자인,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나기 어려웠다. 박람회장을 찾은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2년간 전시장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가구 디자인 역시 가죽에서 천 소재로 ‘천갈이’만 했을 뿐 큰 변화를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업계 관계자들도 지난해와 비교해 새로운 디자인은 전체 전시물의 5% 정도라고 평가했다. 올해 박람회의 주제를 ‘이노베이션’(혁신)으로 내세운 것이 무색했다. 다만 사용자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배려하고 자연을 모티브로 한 ‘따뜻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무채색이 주를 이룬 가운데 노란색, 보라색, 녹색 등을 포인트 색상으로 사용한 가구들도 많았다. 유행과 상관없이 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북유럽 가구와 달리 이탈리아 업체들은 해를 거듭하며 늘 뭔가를 시도해 왔다. 이탈리아 가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한 이유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력 때문이었다. 이 같은 위기를 의식한 듯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특집기사를 통해 “경기 불황에다 아시아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가구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조력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961년 시작한 가구박람회는 올해로 52회를 맞았다. 매년 전 세계 2500여개 업체가 참가하며 브랜드 가치만 약 14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약 30만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한편 한국의 전통공예 분야 최고 장인 16명은 트리엔날레 디자인 전시관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주제로 첫 공예전을 열어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밀라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걸리면 큰일” 보험업계 민원 감축 묘안 짜내기

     “보험 민원,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알아서 하세요.”  최수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 민원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업계는 ‘행여나 걸리면 본보기로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전긍긍이다. 허둥지둥 민원 감축 태스크포스(TF)를 새롭게 꾸리거나 내부감사를 강화하는 등 민원 줄이기 묘안을 짜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국이 눈을 부릅뜨면 민원이 줄었다가 다시 고삐를 늦추면 슬그머니 늘어나는 행태가 반복돼온 터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감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까지 보험 민원을 50%로 줄일 것을 각 보험사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은 각 지역본부에 VOC(고객의 소리) 체험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직접 민원 콜센터 현장에 나가 고객이 불만사항을 접수하는 통화를 듣고 처리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한다는 구상이다. 5월에는 모든 임직원이 고객불만 체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윤병철 한화생명 고객지원실장은 “7월엔 VOC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서 각 지점에 흩어져 있는 민원 관련 사항을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정보를 분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나HSBC생명은 아예 매월 셋째주 수요일을 ‘건강한 금융검진의 날’로 정했다. 검진일마다 소비자보호팀에서 직접 주제를 정해 상품별 완전판매를 위한 핵심 사항 등을 직원들에게 교육한다. 소비자 만족 우수사례를 알리고 분쟁이 생겼던 점에 대해선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영업점별로 금융 검진표를 만들고 자체 교육이나 지시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불시 ‘암행감찰’도 나갈 방침이다.  현대해상은 매월 두 차례씩 ‘민원 개선 간담회’를 연다. 본사 주요 부서 팀장이 민원 유발 과정을 직접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한다. 기상예보를 본떠 만든 ‘민원예보제’도 가동한다. 위험도에 따라 발생건수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년 대비 건수를 기준치로 놓고 이에 대한 진도현황을 ‘주의-경고-위험’ 단계로 현업 부서에 알려 과정별로 수치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부서별로 민원발생률을 비교지표로 만들어 경쟁구도도 만들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별 민원건수도 공개하고 있지만 별 효과는 없다”면서 “전년 대비 민원 증감 건수 등을 따져 불이익을 확실하게 주는 등의 고강도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설계사는 “워낙 불황인 데다 실적 압박 때문에 일단 (보험을) 팔고 보자는 풍토여서 민원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탄력받은 아베노믹스, 日경제가 들썩인다

    탄력받은 아베노믹스, 日경제가 들썩인다

    20년 장기불황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26일 출범한 아베 신조 정권은 금융 완화, 재정 지출에 이어 기업 법인세 감면까지 검토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중의원(하원) 선거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 9737.56이던 닛케이 지수가 30% 이상 급등해 9일 1만 3192.35로 마감했다. 달러당 엔화도 총선 전 85.53엔에서 이날 오후 3시 99.19엔으로 100엔대 회복을 앞두고 있다. 경기전망 지수인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12월 92.1에서 지난 2월 97.5로 치솟았다. 2007년 10월 이래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 체감경기도 3분기 만에 개선됐다.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 따르면 대기업 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가 마이너스 8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조사 때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생활의식조사에서 “1년 후 물가가 오를 것이다”라는 응답자는 74.2%에 달했다. 이는 2008년 9월 이래 최고 수치로 지난해 12월 53%에서 무려 20% 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소비 심리가 풀리면서 지난 20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백화점에는 손님이 넘쳐나고, 긴자의 고급 술집 거리에는 수억 원대 검은 세단이 줄지어 늘어선다. 전국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2.4% 감소했지만 2월에는 0.3% 증가했다. 2월 신차 판매 역시 7개월 만에 최고치인 47만 7000대를 기록했다. 실물 경제가 살아나면서 거품 붕괴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주요 대도시 중심가에는 초고층 빌딩을 새로 짓는 재개발 사업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새 주택 착공이 지난해 12월 88만호에서 지난 2월 94만 4000호로 늘었고, 건설공사 수주도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4.8% 증가에서 지난 2월 16.3% 증가로 활기를 띠었다. 기업도 신바람이 났다. 엔저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고, 정부는 내친김에 법인세 감면도 검토하고 있다. 일반 기업은 물론 벤처기업, 의료 등 성장 분야 기업으로 감세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도산 기업 숫자도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동향 조사회사인 도쿄 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기업 도산 건수(부채액 1000만엔 이상)는 전년 대비 7.8% 감소한 1만 1719건으로, 1991년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일본 경제의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아베 총리의 전방위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자리잡고 있다. 아베 총리가 ‘3개의 화살’(금융, 재정, 성장) 정책을 통해 취임 100일 만에 일본 경제를 완전히 뒤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위적 경기부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위적 경기 부양이 설비투자와 임금인상 등 경제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식료품집 딸에서 11년 최장수 총리로…‘영국병’ 고친 여걸

    식료품집 딸에서 11년 최장수 총리로…‘영국병’ 고친 여걸

    8일(현지시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난 마거릿 대처(87) 전 영국 총리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 보수당을 이끌며 ‘철의 여인’으로 불린 영국의 대표적인 지도자다. 대처 전 총리는 1925년 영국 중서부 랭커셔주 그랜섬에서 보수적인 감리교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식료품점을 운영했던 아버지 앨프리드 로버츠는 학력은 짧았으나 성실히 일해 사업을 번창시켰으며, 대처가 두 살 때 시의원에 당선된 이래 그랜섬의 시장 자리까지 올랐다. 대처 전 총리가 여성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장관을 거쳐 총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이러한 성실함과 책임감 덕분이었다. 대처 전 총리는 옥스퍼드대학의 서머빌 칼리지에서 법학과 화학을 공부했다. 1950년 여성 후보로 최초로 총선에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하지만 11살 연상의 기업인인 남편 데니스 대처를 만나 쌍둥이 남매를 낳은 뒤 금전적인 도움에 힘입어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에 접어들었다. 1959년 보수당 소속으로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됐을 때 그의 나이는 34세였다. 1961~1964년 연금·국민보험부 차관을 지냈고 교육 장관을 거쳐 1969년에 과학장관까지 역임했다. 1975년에는 보수당 대표인 히스를 물리치고 영국 최초의 여성 야당 당수가 됐다. 이후 1987년 총선거 때까지 세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영국 사상 최장수 총리가 됐다. 대처 전 총리는 총리 취임사에서 “문제는 사회주의적 병폐”라면서 강력한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11년 재임 기간에 전후 복지 자본주의 모델인 ‘케인스주의’와 결별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과감하게 밀어붙여 당시 영국 내 만연했던 나태함을 버리고 ‘영국병’으로 불리던 고질적인 문제를 치유해 영국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동시대 정치적·역사적 친구로 ‘레이거 노믹스’라는 용어를 남긴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시장자유주의의 효시로 불린다. 취임 당시 장기 불황에 빠진 영국 경제를 강인한 지도력으로 회생시켰으며 과감한 민영화와 교육·의료 부분에 대한 복지 지출 삭감을 통해 1980년대 초 치솟던 인플레도 잡았다. 특히 경쟁력이 떨어진 공기업은 과감히 민영화하고 대대적인 탄광 노조의 파업을 강경 진압하면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통치철학을 가리켜 ‘대처리즘’이라는 단어도 생겨날 정도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한편으로는 실업자를 양산하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반공주의와 함께 ‘강한 영국’을 표방했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당시 영국 사회는 전쟁 찬반론으로 양분됐으나 “타국의 무력 침공은 영국의 주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명예와 주권을 위해서라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 해군 기동부대를 파견해 두 달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외교적으로는 레이건과 함께 옛 소련에 대해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며 강력히 대응해 냉전의 종식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반면 1983년에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미국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하고, 1986년에는 리비아 폭격을 위해 미군 전투기의 영국 공군기지 사용을 허가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로부터 ‘피의 보복’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대처의 외교 노선에 대해 ‘미국의 푸들’이라는 조소도 있었다. 하지만 1990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10%에 육박하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고, 새로 출범한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당의 반발에 부딪혀 1990년 11월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이후 미국 윌리엄메리대 총장과 필립 모리스 고문 등을 지냈다. 2002년 가벼운 뇌졸중을 겪은 이후 기력이 쇠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데니스 경은 2003년에 사망했다. 건강이 나빠진 이후로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 뇌졸중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대처 전 총리의 사망 소식에 각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버락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대처 전 총리의 서거로 전세계는 위대한 자유의 투사를 잃었고 미국은 진정한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대처는 대단한 총리였다. 그녀는 뚜렷한 의견을 가진 훌륭한 여성이었다. 지난 수십년간 그녀를 알고 지낸 사람들은 그녀가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정유 성장 한계” 미래에너지 사업 박차

    “정유 성장 한계” 미래에너지 사업 박차

    정유업계가 기존 정유사업 외에도 석유화학 제품과 자동차용 2차전지, 탄소섬유,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성장의 한계’를 체감한 업계가 고도화 설비를 통해 원유 부산물을 재가공하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등 불황 탈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피치(Pitch)계 활성탄소섬유 생산공정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60t 규모의 시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탄소섬유는 강철에 비해 강도는 10배, 탄성률은 7배에 달하지만 무게는 4분의1에 불과해 철을 대신할 ‘꿈의 섬유’로 불린다. 현재 국내에서 탄소섬유 관련 기술을 가진 곳은 도레이첨단소재와 태광산업, 효성 등이다. GS칼텍스로선 소재라는 미개척 분야에 대한 도전이다. 여기에 GS칼텍스는 식물 찌꺼기를 원료로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부탄올 양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석유화학에서 2차전지 분야까지 사업 다각화에 앞장서고 있다. SK종합화학은 JX에너지(일본)와 울산에서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SK는 미래 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바이오부탄올 상용화를 추진 중인 GS칼텍스와 향후 ‘바이오 에너지’ 격돌이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일본 코스모석유와 손잡고 연 50만t 규모의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생산시설을 150만t 규모로 확장하는 제2 BTX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셸(네덜란드)과도 윤활기유(자동차·선박·기계용 윤활유의 기초 원료) 합작사업을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상업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정유업계 실적 급락에도 30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꼴찌의 반란’을 일으켰다. 고도화 시설로 불리는 중질유 분해 시설(원유보다 싼 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와 경유 등을 생산하는 설비) 덕분에 지난해 1분기에 유가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때 두둑한 정제마진을 챙겨놓은 덕분이다. 이처럼 정유업계가 ‘탈정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원유 가격 등락에 실적이 요동치는 사업 구조로는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정유사업 영업이익이 2791억원에 그쳤다. 2011년 1조 2767억원에 비해 무려 78% 감소했다. 2, 3위인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정유사업에서 각각 5085억원, 34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제 정제마진(원유를 정제 판매해 얻은 이윤)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CEO 칼럼] 해현경장/박상진 ㈜한양 부회장

    [CEO 칼럼] 해현경장/박상진 ㈜한양 부회장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요즈음 경제 상황을 보면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악전고투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건설업계의 경우 지난 30여년 동안 한 번도 겪지 못한 극심한 침체에서 빠져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던 건설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쓰러져 가는 현실 속에서 과연 어떠한 마음 자세로 현실을 직시하고 타파해 나가야 할 것인가. 어쩌면 모든 경영자가 지닌 고민 중 하나일 테지만 가슴이 답답하다. 중국 옛 성현들이 남긴 말에 나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해현경장은 한나라 시절 학자인 동중서가 황제인 무제에게 올린 ‘현량대책’ 중 하나로, 초심의 자세를 강조한 말이다. 동중서가 진언하기를 “거문고를 연주할 때 느슨해져 소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일이 심해지면 반드시 줄을 다시 풀어서 단단하게 고쳐 매어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애초의 마음으로 돌아가 개혁해야 하는데도 실행하지 않으면 대현(大賢)이라 하더라도 잘 다스릴 수 없는 것이다”라며 부패한 세습으로 얼룩진 진나라를 그대로 답습하려는 한을 비판한다. 황제에게 전면 개혁을 권고한 동중서의 해현경장에 대한 말의 의미는 느슨한 거문고 줄처럼 초심을 잊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이들에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뛰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하나의 기업이나 개인이 성장해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고, 커졌을 때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큰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점이 그 기업에는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시점에 현실에 안주하고 기득권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면, 추락의 위기는 더욱 빨리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제의 1등이 오늘의 1등이 아니고, 어제의 꼴찌가 오늘의 꼴찌라 할 수 없다. 불과 몇 달 전의 첨단 기술이나 이슈 메이커가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리는 세상이다. 한순간이라도 자만하는 순간, 나태해지는 순간 그 기업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경영자라면 기업을 처음 일으킬 때를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돈이 없고 기술도 없던 원점의 시절, 그때를 돌이켜 보고 그때 품었던 뜻과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할 때의 눈으로 보고, 열려 있는 마음으로 다가가자. 작은 일도 쉽게 여기지 말고 중요하게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다시 창업한다는 각오로 뛰어야 한다. 임직원들은 맨 처음 그토록 원하는 취업을 이뤘을 때의 마음을 기억하자. 간절하게 입사하고 싶었던, 목표가 뚜렷했던 그 시절을 생각해 보자. 원하는 곳에서 일하게 된 지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당시 가지고 있던 간절함과 두근거림은 어느 순간 굉장한 안도감으로 바뀌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을 꿈꾸던 그 마음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는 얼마나 맨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있나, 오늘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스스로 항상 자문해 보고 채찍질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환경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은 기업,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재정비하고 개선해야 한다.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다잡고, 초심의 자세로 무장한다면 지금의 수많은 어려움은 불청객이 아닌 또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더 나은 내일을 이루게 해 줄 반가운 기회라는 사실도 가슴에 담아 두자.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킬링 소프틀리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킬링 소프틀리

    조지 V 히긴스는 다양한 경력을 쌓던 중 범죄소설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그의 범죄소설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았거니와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건조하고 사실적으로 지하세계에 접근한 그의 소설은 영화와 별 인연이 없었다. 대표작 ‘에디 코일의 친구들’이 뉴아메리칸시네마의 숨은 걸작으로 남았을 뿐이다. ‘킬링 소프틀리’는 1999년에 세상을 떠난 히긴스의 소설을 수십년 만에 스크린 위로 불러낸다. 보스턴의 범죄조직을 그린 원작 ‘코건의 거래’의 시간적 배경인 1970년대 초반을 2008년으로 바꾸었으나, 30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연출을 맡은 앤드루 도미닉은 과작의 감독이다. 2000년에 ‘차퍼’로 데뷔한 이래 그가 내놓은 작품은 단 3편에 불과하다. 에릭 바나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차퍼’와 칸영화제 진출작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은 범죄세계에 대한 낭만적 인식과 서부 신화의 실체 및 쇠퇴 과정을 냉철하게 논평한 작품이다(한국에서는 두 편 다 홈비디오로 소개됐다). 신작 ‘킬링 소프틀리’는 미국이라는 이상화된 사회와 범죄세계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조롱한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다만, 영화의 목소리는 더욱 신랄하고 혹독해졌다. 도미닉은 호주에서 자랐으나 뉴아메리칸시네마의 피를 타고난 모양이다.  뉴아메리칸시네마를 대표하는 마틴 스콜세지의 1990년 작품 ‘좋은 친구들’에서 레이 리오타는 갱을 꿈꾸다 진짜 갱으로 성장한 헨리로 분했다. 헨리와 두 친구가 왕년의 악당을 처단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분수령으로 치닫는다. 도노반의 노래 ‘아틀란티스’가 흐르는 가운데, 세 남자는 손과 다리와 칼로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폭력을 가한다. ‘킬링 소프틀리’에서 리오타는 반대의 상황에 처한 마키를 연기한다. 두 명의 주먹이 그를 무자비하게 구타한다. 이가 빠지고 갈비뼈가 부러질 동안, 영화에는 어떤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만 그의 멍든 몸을 구슬프게 적실 따름이다.  ‘제로 다크 서티’, ‘렛 미 인’등의 촬영을 맡아 주가를 올리는 그레이그 프레이저는 ‘킬링 소프틀리’가 1970년대로부터 튀어나온 영화처럼 보이게 하였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창고에서 수십 년 묵은 필름을 꺼내 상영한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암울하고 음침한 톤을 유지하는 영상 덕분에, 보잘것없는 범죄조직의 삶은 더욱 초라한 인상을 띤다. 그것은 미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기도 하다. ‘킬링 소프틀리’의 이미지는,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선진국가가 아니라 부패하고 궁핍한 제3세계 국가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킬링 소프틀리’는 부시와 오바마의 음성을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한다. 임기 말기의 부시와 새롭게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각기 경제 불황을 이겨내고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연설한다. 오바마의 취임사를 뒤로한 채, 주인공 코건이 내뱉는 말-“미국은 사업체야. 그러니 내게 돈을 지급해”-이 곧 영화의 자세다. ‘우리와 공공의 선’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은 ‘나와 개인의 욕망’이다. 뉴아메리칸시네마의 재래라 할 ‘킬링 소프틀리’는 권력과 돈을 쥔 자들을 향해 아니꼬운 얼굴을 들이민다. 그것이 뻔뻔한 범죄자의 얼굴이란 점이 이 영화의 아이러니다. 영화 평론가
  • [30대 그룹 투자 ‘허와 실’] 투자·고용 확대 의지 보인 대기업, 경제에 긍정 신호

    [30대 그룹 투자 ‘허와 실’] 투자·고용 확대 의지 보인 대기업, 경제에 긍정 신호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30대 그룹이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등 대내외 경영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 투자(148조 8000억원)와 고용(12만 8000명)을 크게 확대키로 한 것이다. 한국경제의 핵심 축인 30대 그룹이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의지에 따라 선제적 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힘을 보태려는 화답의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일부에서는 산업계의 투자 계획 발표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보면 발표와 달리 실제 투자는 저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계의 투자 의지가 사회 전반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49조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탄력적으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발표하는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경기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계획을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다만 고용에 대해선 “가급적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13조 8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올해 투자 규모는 13조 8000억~13조 9000억원 선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 9월 현대제철 고로 3기가 완공되는 것 외에는 큰 시설투자가 없어 투자 총규모가 조금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연구·개발(R&D) 부문에서의 투자는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부문별 투자 계획은 시설투자가 약 6조 8000억원, R&D 투자가 약 7조원 규모가 된다. LG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인 20조원의 투자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석제 LG화학 사장(CFO)은 “지난해 투자 규모인 16조 400억원보다 19.1% 늘어난 20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SK그룹은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16조 6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김영태 SK 사장은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강한 투자 의지를 밝혔다. 한화그룹도 지난해(1조 9000억원)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산업 침체, 김승연 회장 건강 악화 등 그룹 차원의 위기는 있지만 새 정부의 경제활성화 의지에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계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전력투구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2만 7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3급 대졸 신입사원은 총 9000여명이고 700여명의 고졸자 공채를 별도로 실시한다. 여건이 되면 채용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77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0명(2.6%)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 1750명에 달하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 정규직 채용을 더하면 올해 전체 채용 인원은 95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대규모 설비투자보다 품질 및 R&D 분야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몽구 회장과 회사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SK그룹 채용 규모는 7500여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대졸 채용은 지난해 대비 100여명 많은 4300명, 고졸 채용은 지난해 대비 500여명 늘어난 250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올해 1만 50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조선·해운업계 불황탈출 조짐

    장기 불황에 허덕이던 조선과 해운 등 ‘배 산업’이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모처럼 기지재를 켜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1분기에 전 세계 주문량의 50% 이상을 휩쓸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총 124억 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추산됐다. 고부가가치의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물론, 최근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선종을 가리지 않고 주문이 쏟아지면서, 한국 조선은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현대중공업은 1만 4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단위)급 컨테이너선 등 선박 부문과 부유식 가스생산 플랫폼 등 해양설비 부문 등 28척의 주문을 따내면서 국내 총 수주액의 41%에 이르는 53억 달러의 성과를 거뒀다. 대우조선해양은 27억 달러, 삼성중공업은 12억 달러를 수주하면서 선두인 현대의 뒤를 따랐는데, 월간 실적만 따지면 두 회사 중 누구든 1등을 꿰찰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국내 해운선사들도 영업적자를 대폭으로 줄이며 좋은 성적을 냈다. 한진해운은 영업적자 폭을 1000억원 이상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도 1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지난해 203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 아래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여야 추경·부동산대책 처리 실기 말라

    우리 경제는 안보상황만큼이나 비상시국에 처해 있다. 진작부터 대대적인 양적 완화로 경기회복에 나선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우리의 경기 부양은 시급을 다툰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통령선거와 정부 출범 과정을 겪느라 경기활성화 대책 마련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측면이 컸다. 늦어진 만큼 부동산대책과 추경 편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침체에서 벗어나 경제활력을 찾는 정책을 더욱 과감히 펼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정책 타이밍의 중요성은 빼놓을 수 없다. 한시라도 빨리 경기활성화 대책이 집행돼 온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야 하겠지만 정치권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은 추경규모를 대략 18조~20조원으로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추경의 용처를 놓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12조원으로 추정되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 추경에 무게를 두고 있고, 새누리당은 경기부양 쪽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지엽적인 논쟁으로 날 샐 일이 아니다. 재원 마련 방식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은 추경안이 순탄하게 처리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키운다. 정부와 여당은 증세에 따른 경기 위축 부작용이 염려된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을 선호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국채는 미래의 빚이기 때문에 국채 발행보다는 증세를 하자고 맞서고 있다. 재정건전성은 정부가 정책의 우선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가 80%를 넘지만 우리는 34%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4·24 재·보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에 몰입할 소지가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추경안 처리 시한을 놓칠지도 모를 일이다. 부동산대책 가운데 절반가량은 소득세법, 지방세특례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이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으면 시행될 수 없다. 이런 대책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왜곡·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거래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양도세 면제대상은 서울 강남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점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 간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본다. 정치가 안정될 때 비로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정치권이 이를 왜곡시키거나 처리를 지연시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추경안과 부동산대책을 제때에 처리해 주기 바란다. 여야 6인협의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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