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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간 강간죄’ 대법원도 첫 인정할까

    결혼한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이 중시되면서 ‘부부 간 강간죄 성립’ 여부를 놓고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실시한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는 11일 아내와 잦은 불화를 겪던 중 밤늦게 귀가한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A(45)씨의 상고심에 대한 공개 변론은 18일 갖는다고 밝혔다. A씨는 2001년 B(41·여)씨와 결혼해 두 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아내의 귀가가 늦어지면서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불만을 갖고 있던 A씨는 B씨가 또다시 늦게 귀가하자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가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6년에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를 인정했으나 징역 3년 6개월로 형량을 낮춰 선고했다. 1·2심은 공통적으로 “민법상 부부는 성생활 의무를 포함한 동거의무가 있지만, 형법에서는 강간죄 객체를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이 없어 ‘법률상 처’가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며 “폭행·협박 등으로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할 권리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A씨가 판결에 불복, 상고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최종 판단만 남은 상태다. 종전 판례는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혼인관계를 지속할 수 없거나 사실상 이혼에 합의한 상황에 한해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부부 간 강간죄를 인정한 판례는 없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최초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개변론에서는 부부관계의 특수성, 부부 간 성의 의미, 결혼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놓고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이번 공개변론에서 이건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과 김혜정 영남대 교수 등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한편 대법원은 사안의 성격을 감안해 중계방송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DB를 열다] 1962년 한강인도교 자살방지 안내판

    [DB를 열다] 1962년 한강인도교 자살방지 안내판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시골에 사는 젊은 처자가 당산나무에 목을 매 죽었더라도 쉬쉬하면서 넘어갔겠지만, 도시의 특정 장소에서 자살 사건이 지속되고 나서는 언론에도 흔한 기사의 소재가 되었다. 특정 장소란 바로 다리가 놓인 한강과 같은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한강에 인도교와 철로가 놓여 쉽게 물로 뛰어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자살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했다. 생활고, 가정불화, 질병, 치정 관계, 취업난 등 자살의 원인도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다. 먹일 것이 없는데 젖먹이가 배가 고파 보챈다고 엄마가 죽고, 시어머니의 학대를 못 이긴 며느리가 몸을 던지고, 실연한 청년이 배를 타고 놀다가 갑자기 강물에 뛰어들었다. 1923년에는 투신이 계속되자 다리에 전등을 설치하고 난간에는 철망을 치는 한편 망보는 사람도 두기로 했다는 기사가 있다. 1930년에 한강에 투신자살한 사람이 55명이나 되었다. 1950, 60년대에는 전후에 궁박한 삶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의 투신 사건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62년 6월부터 7월 20일까지 짧은 기간에 한강에 투신했거나 하려 한 사람이 113명이 됐다고 하니 엄청난 숫자다. 한강인도교 주변에는 자살방지상담소 직원들이 상주하며 자살 기도자들을 설득하고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활동을 했다. 한편으로 사진과 같이 ‘잠깐만 참으라’고 설득하는 팻말도 세워 놓았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자녀 우울증 부르는 ‘지속적인 부부싸움’

    부모의 불화가 자녀들의 우울증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아동 및 청소년기에 부모의 싸움을 체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같은 유형의 우울증 발병은 부모의 불화가 중요한 ‘생애초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30대 초반의 여성 19명 등 우울증 환자 26명과 같은 연령대 및 성별의 정상인을 비교 조사한 결과, 우울증 환자군에서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방임 ▲성적 학대 ▲부모 싸움 노출 등 5가지 주요 생애초기 스트레스 요소가 확인됐으나 특히 부모의 싸움을 경험한 환자에서 이런 요인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성장기에 신체 및 성적학대, 방임 등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부모의 불화가 우울증 발병과의 관련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첫 실증적 연구다. 석 교수는 “부부싸움은 부부의 문제여서 자녀들에게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매우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면서 “아이가 주의력 부족이나 학습부진, 심한 투정, 야뇨증, 손가락 빨기 등 정서불안과 관련한 행동을 보이면 부모들의 다툼 때문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부부 간의 불화에서 비롯된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회복탄력성이란 외부적 상황이나 내면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 조기에 평정심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여기에는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능력, 심리적 긍정성 등이 포함된다. 석 교수는 “오랫동안 부모의 불화를 체험한 자녀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왜곡된 결혼관이나 남녀관을 가져 정상적인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유형의 우울증 환자에게는 필요한 약물 및 상담치료와 함께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부부싸움 많이 하면 자녀 우울증 확률 높다

    부부싸움 많이 하면 자녀 우울증 확률 높다

      부모의 불화가 자녀들의 우울증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아동 및 청소년기에 부모의 싸움을 체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같은 유형의 우울증 발병은 부모의 불화가 중요한 ‘생애초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30대 초반의 여성 19명 등 우울증 환자 26명과 같은 연령대 및 성별의 정상인을 비교 조사한 결과, 우울증 환자군에서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방임 성적 학대 부모 싸움 노출 등 5가지 주요 생애초기 스트레스 요소가 확인됐으나 특히 부모의 싸움을 경험한 환자에서 이런 요인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성장기에 신체 및 성적학대, 방임 등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부모의 불화가 우울증 발병과의 관련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첫 실증적 연구다.  석 교수는 “부부싸움은 부부의 문제여서 자녀들에게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매우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면서 “아이가 주의력 부족이나 학습부진, 심한 투정, 야뇨증, 손가락 빨기, 손톱 물어뜯기, 틱(Tic)장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정서불안과 관련한 행동을 보이면 부모들의 다툼 때문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부부간의 불화에서 비롯된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회복탄력성이란 외부적 상황이나 내면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 조기에 평정심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여기에는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능력, 심리적 긍정성 등이 포함된다. 석 교수는 “오랫동안 부모의 불화를 체험한 자녀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왜곡된 결혼관이나 남녀관을 가져 정상적인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유형의 우울증 환자에게는 필요한 약물 및 상담치료와 함께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자비의 정신 품은 화불, 지친 인성의 쉼터될 것”

    “자비의 정신 품은 화불, 지친 인성의 쉼터될 것”

    “화불(畵佛)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인성의 쉼터가 돼 주는 하나의 경전입니다.” 고려 불화의 전통을 잇기 위해 40여년간 붓을 잡아온 강원 속초시 계태사 고려화불학술연구소 이사장 혜담 스님은 2일 예술의 전당 V갤러리에서 개막한 ‘고려화불 대전’에 즈음해 화불의 가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화불에는 불교의 장점인 자비와 포용의 정신이 표현돼 있다”며 “화불을 대하는 사람들이 이를 느끼고 작은 신심을 일으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려 불화는 불교문화가 꽃을 피운 고려시대에 발달한 종교미술 장르로, 비단에 색색 돌가루 안료인 석채(石彩)를 이용해 부처나 보살상 등을 그린 것이다. 화려한 색상, 신비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며 특히 옷감의 실 한 올 한 올까지 표현하는 초정밀화로 고려 회화의 정수로 꼽힌다. 하지만 상당수 작품들이 전란으로 소실됐거나 해외로 반출돼 국내에는 그 명맥이 희미한 상태다. 스님의 불화 작업은 출가 이전인 유년기 때부터 시작됐다. 스님은 “뭔지도 모르면서 불화를 그리다 부모님께 꾸중을 듣기도 했다”며 “전생의 습성이 현생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출가 이후 본격적인 작업에 나선 스님은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을 돌며 고려 불화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고증을 병행하며 작업을 했다. 그렇게 그가 일생 동안 완성한 작품은 300여점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열 번째 개인전으로 그가 지난 세월 동안 그린 작품 중 고려 불화의 전통을 착실히 이은 화불, 변상도 등 50여점을 전시했다. 특히 백미는 그가 3년에 걸쳐 완성한 5m 크기의 ‘수월관세음보살도’로 고려 불화가 가진 장엄함과 생동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스님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고 여기다 제 견해를 담아 표현한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스님은 불화 작업을 수행의 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일반적인 ‘불화’라는 표현 대신 이를 ‘화불’이라고 표현한다. 스님은 “화두(話頭)를 들고 참선하는 간화선(看話禪)에 화두 삼매(三昧)가 있듯 화불은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또 다른 길”이라며 “작업을 하면서도 부처님의 자비에 머리가 땅밑까지 숙여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 스님은 전시는 물론 해외 학술대회 등을 통해 고려 불화 알리기에 계속 힘쓸 계획이다. 그는 “화불은 우리의 망각된 역사와 기억을 상기시키는 매체”라며 “조선시대 억불숭유(抑佛崇儒)로 우리 스스로 버린 화불이라는 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가수 겸 배우 데뷔 12년 첫 뮤지컬 무대 주인공 트랜스젠더 하리수

    [김문이 만난사람] 가수 겸 배우 데뷔 12년 첫 뮤지컬 무대 주인공 트랜스젠더 하리수

    최고의 미녀는 거품에서 태어난다? 신화속으로 잠시 들어가보자. 서풍(西風)의 신 ‘제피로스’와 그의 연인이 바람을 일으켜 ‘비너스’를 해안으로 인도한다. 계절의 여신 ‘호라이’는 외투를 들고 비너스를 맞이한다. 비너스는 꿈속에서 막 깨어난 표정과 나체를 감추려는 은근한 모습으로 진주조개를 타고 바다 위에 서 있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의 걸작 ‘비너스의 탄생’에 나오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남성으로 태어났는데 왜 여성으로 살아갈까. 트랜스젠더를 볼 때마다 누구나 한번쯤 생기는 궁금증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그냥 ‘비너스의 손짓’ 때문이라고 하자. 그래서 ‘신의 부름’에 신체는 물론 정체성까지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처절함을 견디고 몸부림치도록 괴로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겪는다.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들이 가장 듣기 좋은 말이 “예쁘다, 아름답다”라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겠다. 오늘날 성 전환을 해야만 비로소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직업도 다양하다. 최근 미국의 트랜스젠더 할머니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도전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태국의 한 남성은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어 여성으로 전환했다. 또한 매년 미스 트랜스젠더 선발대회를 통해 최고의 미인을 뽑기도 하고 올해 미스 유니버스대회부터는 트랜스젠더도 출전할 수 있을 만큼 여러 영역에서 개방되고 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가 그 반대인 경우보다 더 많아지고 활동적이다. 외국의 경우 3만명당 1명꼴이고, 한국은 2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하리수(38)씨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면서 ‘사랑과 결혼’을 통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공연과 봉사활동을 자주한다. 프랑스의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유교적인 성향이 강한 한국에서 성 전환을 한 하리수의 성공은 성 혁명을 뜻한다’면서 한 페이지를 할애해 상세히 다뤘고 시사주간지 ‘파리 마치’와도 특별 인터뷰를 가질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의 이름 ‘하리수’가 ‘핫이슈’에서 나왔음을 입증한 셈이다. 그는 2001년 CF ‘도도화장품 - 빨간통페이나’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렸으니 올해로 데뷔 12년째이다. 그동안 8집앨범까지 내는 등 꾸준히 가수활동을 해오면서 영화와 방송에도 출연, 스타 연예인이 됐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뮤지컬 배우로 변신, 처음으로 무대에 선다. 다음 달 5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올리는 뮤지컬 ‘드랙퀸’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 ‘드랙퀸’은 아름다운 여장 남자들의 화려한 쇼를 소재로 탄생한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 25일 오후 대학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씨와는 두 번째 만남이다. 2004년, 그러니까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29세 때가 처음이고 이번에 마흔을 앞둔 하리수를 만나게 된 것.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동안 ‘세월이 흘렀으니 모습이 많이 달라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최근 인터넷 등에 실린 기사 ‘과거의 미모 실종’이라는 내용이 잠시 떠올랐다. 하지만 기우였다. 화사한 꽃무늬로 장식된 원피스 차림에 가슴부분까지 흘러내려오는 갈색 긴 머리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보이지 않았다. 하여 그 까닭을 먼저 물었다. “섹시한 모습이 변한 게 없습니다. 비결이 뭐죠?” “하하하.” 웃음이 천진스럽다. 대답이 곧바로 이어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잖아요. 평소 나이 먹는 거 생각 안 해요. 제 주변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술자리도 같이 하고, 노는 거 좋아하고, 세대차이를 전혀 못 느껴요.” “주로 누구랑 그렇게 지내는지요.” “후배들이 여럿 있어요. 차세빈과도 친하고, 그들 또래와 인생, 패션, 사랑 얘기를 합니다. 또 영화와 드라마 얘기도 하지요. 아주 재밌어요.” “그게 정말 비결인가요.” “저는 언제나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제가 여자로 태어났으면 별로 노력을 안했을 거에요. 그런데 트랜스젠더가 된 후 부족한 것을 알기 때문에 만족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고 있죠. 저는 겨울에는 별로 안 예뻐져요. 그래서 싫어요. 날씨가 추워 집에 있으면 먹는 것도 많고, 화장도 안 하고 뒹굴뒹굴하거든요.” “그렇다면 어느 때가 제일 예쁜가요.” “따뜻한 계절, 봄에서 여름으로 갈 때요. 올해는 이번 뮤지컬 출연때문에 겨울잠에서 빨리 깼어요. 이제부터 제대로 예뻐지겠죠. 하하하.” 뮤지컬 ‘드랙퀸’은 화려한 여성복장을 하고 음악과 댄스, 립싱크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무대. 감각적인 패션스타일과 팝 히트곡 등이 함께 어우러지며 오감을 자극하는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이다. 하씨는 여기에서 ‘이경은’이라는 자신의 본명으로 극중 ‘클럽 블랙로즈’의 사장 역할을 맡는다. 우아하고 지적인 최고의 프로 쇼걸 ‘오마담’으로 분해 퍼포먼스의 화려함을 과시한다. 또한 지금까지 앨범 등에서 보여준 고음이 아닌 본래의 진성음을 들려준다. 극중 노래 한 소절을 부탁했더니 지체 없이 ‘내 사랑을 몰라줘서 이러는 거 아냐, 내가 이러는 건, 이렇게 태어난 내가 더러워서 그래’라고 부른다. 섹시한 음성이다. 그러면서 “나머지는 직접 와서 보세요”라고 웃는다.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른 곳에서)몇 차례 제의가 왔는데 외국 일정 때문에 여건이 안 됐다”면서 “영화 ‘노랑머리2’에 출연할 때 인연을 맺은 배우가 얼마전에 권유해 대본을 읽었더니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허락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등에 출연을 했지만 모처럼 실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 만큼 진정한 ‘배우 하리수’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낸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트랜스젠더가 되기 전 드랙퀸으로 살았던 자신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실감 나는 연기를 하겠단다. 그는 친구와 후배들이 자살하는 가슴 아픈 일을 보면서 2008년 서울 압구정동에 트랜스젠더 동료들을 위한 ‘믹스 트랜스’ 클럽이라는 열린 공간을 마련해 함께 쇼무대를 펼치고 있다. 화제를 바꿨다. 1995년 성 전환 이후 18년째 트랜스젠더로 살아오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시작을 ‘1’에서 ‘2’로 바꾸면서 좌절과 실패,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아픔도 있었을 터. 어느덧 나이 40이 코앞이다. “트랜스젠더로 살아오는 동안 후회는 없었나요.” “제가 연예계 데뷔한 지 12년이 됐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여성이 됐는데 후회라니요. 다만 참아야 할 고통, 견뎌내야 할 인내들은 많았지요. 무명 시절에는 술로 살다시피 했습니다. 이태원에서 친구랑 쪽방생활도 했구요.(당시가 생각났는지 잠시 눈시울을 붉힌다)아까도 말했지만 처음부터 여자로 태어났으면 겪지 않아도 될 그런 일들로 이런저런 고생을 많이 했지요.” “결혼 전에 남성들한테 인기가 많았죠.” “하하하, 그럼요. 전화도 많이 걸어오고 대시하는 남자들도 여럿 있었어요. 고위층, 돈 많은 사람 등 재수 없는 사람들도 접근해왔어요. 아마 그런 유혹에 넘어갔더라면 지금의 신랑에게서처럼 사랑을 못 받고 결혼 1, 2년 안에 이혼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불행한 인생이잖요.” 그는 2007년 그룹 ‘이퀄라이저’ 멤버 출신 가수 미키 정과 결혼했다. 주례는 자신의 성 전환 수술을 집도해준 동아대 김석권 교수가 맡았다. “잉꼬부부로 소문났는데 정말인가요.” “그럼요, 신랑이 저를 얼마나 아끼고 이해해주는데요. 결혼 전에 ‘결혼하면 애를 못 낳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입양하면 되지 뭐’라고 할 정도예요. 그런데 뭐 불화설이다, 이혼설이다 등 각종 루머를 만들어내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거예요. 부부싸움요? 안 합니다. 제 성격 자체가 그렇고 살아오면서 어느 순간 마음의 스위치를 꺼버렸습니다. 부처가 된 듯 마음을 비우면 싸울 일이 없거든요.” “시부모께서는 선뜻 결혼 승낙을 하셨나요.” “제 남편이 독자여서 쉽지 않은 결정을 하셨겠지요. 하지만 ‘누구나 허물이 있는데 가족 될 사람을 진실 되게 받아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꺼이 승낙을 해주셔서 감동받았어요.” “입양은 언제 할 예정인가요.”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든 할 수 있고요. 제 친정엄마가 조카 5명을 키웠어요. 지금 입양하면 우리 부부는 바깥활동을 하기 때문에 또 엄마가 키워야 하거든요. 저의 집에는 친부모와 조카랑 같이 살아요. 또 마르티즈, 치와와 강아지 9마리도 함께 있어요. 결혼식 때 광기 오빠(탤런트)가 마르티즈 2마리 선물해줬고 후배 차세빈이 유기견을 한 마리 데려와 키우다 보니 많아졌어요. 잠 잘 때마다 남편과 제 옆에서 팔베개를 하고 쌔근쌔근 잘도 자요.” 그는 어릴 때의 꿈이 인어공주였다고 한다. 공주가 나오는 만화는 거의 섭렵을 했고 문방구에서 종이를 사다가 인어공주 인형을 만드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고 했다.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뱀파이어라고 할까요. 현실에 찌들지 않고 순수한 희망을 갖고 살고 싶어요.” 또 나이 50, 60대가 되면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여성부 장관이거나 여성부에서 일하고 있겠죠. 하하하”라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하리수는 앨범 8장 내고 영화 ‘노랑머리2’ 주연 맡기도 1975년 경기 성남에서 ‘이경엽’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1995년 성전환 수술후 대한민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됐다. 여자가 된 후의 호적상 본명을 이경은으로 정정했다. 예명 하리수는 ‘핫이슈’(Hot Issue)에서 따왔다. 2001년 화장품 CF모델로 데뷔한 이후 가수, 배우,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수로 첫 데뷔 앨범은 2001년에 발표된 ‘템테이션’(Temptation)이며 같은 해 영화 ‘노랑머리2’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다. 2002년과 2004년에 각각 앨범 ‘라이어’(Liar)와 ‘폭시 레이디’(Foxy Lady)를 발표했으며, 2006년 ‘하리수’(Harisu), 2007년 ‘윈터 스페셜’, 2012년 ‘쇼핑걸’ 등 모두 8장의 앨범을 내놓았다. 드라마는 ‘떨리는 가슴’, ‘폴리스 라인’ 등에 출연했다. 2007년 5월 가수 출신 미키 정과 결혼했다. 2008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클럽 믹스트랜스’를 오픈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가수활동을 하면서 다음 달 무대에 오르는 창작 뮤지컬 ‘드랙퀸’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뮤지컬 출연은 처음이다.
  • 현대차 아산공장 향우회서 칼부림… 3명 사상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직원들이 향우회를 가진 뒤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20일 충남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9시 38분쯤 아산시 용화동 A아파트 7층 한모(50)씨의 집에서 한씨가 머리와 가슴 등을 수십 차례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것을 119 구급대원들이 발견했다. 충남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주민 신고가 잇따라 들어와 출동해 보니 한씨가 거실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1층과 지하 사이 계단에 한씨의 부인 이모(48)씨, 6층 계단에는 한씨와 같은 회사 동료인 문모(34)씨가 각각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이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고, 문씨는 왼쪽 손목을 자해한 흔적이 있어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현대차 아산공장 직원들로 이날 오후 3시 30분 근무가 끝난 뒤 계장인 한씨의 집으로 몰려가 향우회를 열었다. 집주인 한씨 등 모두 9명이 모였고 저녁을 먹고 오후 7시 40분쯤 문씨만 남긴 뒤 7명은 돌아갔다. 경찰은 문씨가 한씨 집에서 술을 더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다 말다툼 끝에 한씨를 살해하고 싸움을 말리는 한씨 부인을 폭행한 뒤 자신은 흉기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와 문씨 모두 의식을 찾지 못해 정확한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둘 사이에 불화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지금&여기] 아비를 죽이고 크는 세상의 자식들/박록삼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아비를 죽이고 크는 세상의 자식들/박록삼 정책뉴스부 기자

    세상의 모든 자식은 아비와 불화한다. 그리스 신화 속 크로노스는 아비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거세해 죽인다. 그의 자식 제우스 역시 운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던 아비를 죽임으로써 최고의 신으로 우뚝 선다.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왕’도 마찬가지다. 신탁의 저주를 벗어나 선왕으로 이름을 떨치는 순간, 그는 이미 아비를 죽인 자식이 돼 있었다. 뜬구름 잡는 먼 얘기 할 것도 없다. 공부는 밑에서 세면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하고, 허구한 날 싸움박질이나 일삼는 고등학생 자식을 둔 한 선배가 있다. 보다 못해 꾸짖었더니 대번에 멱살을 잡고 덤비더란다. 그 짧은 순간,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신문에서나 보던 패륜 사건이 내게 닥쳤구나’ 하면서도 뭔 배짱인지, 만용인지 멱살을 같이 잡았단다. 힘을 주체 못하는 10대 더벅머리에게 중년의 아비는 상대가 안 됐다. 몇 번 드잡이를 하다가 “에이, 아버지 멱살을 잡은 나쁜 놈” 하면서 놔버리니 아들도 제 풀에 함께 놓았다고 한다. 신화와 고전은 물론, 우리네 현실은 자식들에게 아비의 존재란 안존과 계승의 대상인 동시에 공포와 극복의 대상임을 이렇듯 역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얘기를 하고 싶다. 그는 ‘딸 박근혜’이자 ‘대통령 박근혜’다. ‘딸 박근혜’에게 드리워진 아버지의 그림자는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숙명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딸 박근혜’가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잇겠다고 나선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5·16 쿠데타’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못해 진땀을 흘렸다. 정부 고위인사들의 상당수가 아버지와 씨줄날줄로 얽혀 있다. 미궁에 빠진 정부조직법으로 ‘반쪽 정부’, ‘식물 정부’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건만 여당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아비와 자식의 사적 관계가 국가와 정부, 국회에 음습하게 반영된 단적인 사례들이다. 50여년 전 국회의사당 앞으로 탱크를 몰고 간 ‘독재자 아버지’의 잔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정치·사회적 극부(克父)가 절실하다. 위에서 언급한 패륜의 스토리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식놈이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갔더라’는 뻔하지만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박 대통령 역시 5년 뒤 해피엔딩을 맞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youngtan@seoul.co.kr
  • 방송3사 가요프로 ‘순위제 부활’ 한다는데… 결과는?

    방송3사 가요프로 ‘순위제 부활’ 한다는데… 결과는?

    이번에는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방송 3사의 가요 프로그램이 ‘순위제 부활’을 선언하면서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순위제를 부활하는 ‘SBS 인기가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시청자 현장 투표를 대폭 강화했다. ‘SBS 인기가요’는 음원 및 음반 판매를 합산한 점수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 SNS 통합 점수, SB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소티를 통한 시청자 투표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MBC ‘쇼! 음악중심’도 다음 달 6일부터 순위제를 부활한다. 생방송 문자 투표를 반영해 현장성을 살렸다. MBC는 각 팀의 동영상 조회 수, 음원 및 음반 판매 점수, 방송 출연 점수를 합산해 매주 1위 후보를 선정한 뒤 최종 1위는 생방송 문자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KBS는 2008년부터 ‘K-차트’라는 순위제를 운영하고 있다. ‘K-차트’는 디지털 차트 점수(디지털 음원+모바일) 65%, 방송 횟수 점수 20%, 시청자 선호도 점수 10%, 음반 차트 점수 5%를 더해 순위를 정하고 있다. 가요 프로그램은 가수들이 신곡을 홍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데다 국내 가요계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다. 특히 K팝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상징성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국내 가요 프로그램은 영향력에 비해 2~4%대의 낮은 시청률에 허덕여 왔다. 가수 지망생들이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합격과 탈락, 순위에 대한 결과를 중심으로 매회 뜨거운 이슈를 만들어 내는 데 반해 정작 기성 가수들이 실력을 뽐내는 가요 프로그램은 순위제를 폐지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순위제 부활을 선언한 것은 이런 위기 위식의 발로다. 즉 순위제 부활을 통해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가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이번 순위제 부활의 목적이다. 물론 가요계도 가요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KBS ‘가요 톱 10’, MBC ‘생방송 음악캠프’ 등 과거 가요 프로그램은 대부분 순위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공정성 시비로 얼룩지면서 모두 폐지됐다. 1위 선정을 놓고 팬들이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일부 기획사와 방송사의 불화로 번지는 등 부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연말 가요 시상식이 폐지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때문에 국내 가요 산업이 음반에서 음원 중심으로 변화하고 가요 소비 방식이 달라진 현 시점에서 부활하는 순위제가 가요계의 공신력 있는 차트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가요계는 홍보 마케팅 방식의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SNS와 시청자 현장 투표를 강화한 SBS와 MBC의 경우 팬덤(열성 팬들)을 가진 대형 기획사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아이돌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이미 유명 포털사이트들과 제휴해 동영상 등의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엄청난 팬덤이 있는 SM, YG 등의 대형 기획사들은 상당히 유리하겠지만 상대적으로 팬덤이 없는 신인 가수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군소 기획사들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점수로 산출되기 전 집계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순위제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가요 기획사의 본부장은 “일부 가요 프로그램의 경우 회사에서 산출한 결과와 방송사에서 집계한 결과가 달라 순위에 변동이 생겼는데도 원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면서 “아무리 여러 방식을 동원한다 해도 선정 결과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 과정에 대형 기획사의 입김이나 PD의 주관적인 의사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SBS에는 빠졌지만 KBS의 방송 횟수 점수나 MBC의 방송 출연 점수 등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기여도를 순위 차트에 반영하는 데 대한 불만이 높다. ‘뮤직뱅크’의 방송 횟수 점수는 KBS의 뉴스, 연예 정보·교양 프로그램, 버라이어티 쇼 등에서 해당 곡이 15초 이상 방송되면 집계 대상이 되는 방식이다. 한 걸그룹 소속사 이사는 “방송 횟수 점수를 높이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뮤직 비디오나 배경음악(BGM)이라도 방송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회사에서 산출한 결과와 방송 횟수 점수가 다른 적도 많았지만 항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를 위해 PD들과의 인맥으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섭외하는 전문 매니저를 고용하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계는 이번만큼은 순위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특히 SBS는 지난 12일 각 기획사의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순위제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SBS 인기가요’ 김용권 PD는 “음원 및 SNS에 대한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식 허가를 얻은 가온차트에서 자료를 받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모바일 집계 역시 1인 1회 투표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조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팬덤을 지닌 일부 기획사가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김 PD는 “팬덤이 음악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결국은 모든 기획사가 팬덤 있는, 영향력 있는 가수를 키우려고 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 기간 준비와 검토 기간을 거쳤고, 순위제의 목표는 가요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가요계의 발전을 꾀하자는 것인 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0년 압박·대화 안 먹혀… 오바마, 中 이용해 북핵폐기 유도할 듯

    20년 압박·대화 안 먹혀… 오바마, 中 이용해 북핵폐기 유도할 듯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1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이례적이다. 다른 나라, 특히 우방국이 아니어서 속을 잘 알 수 없는 국가의 정책 변화에 대해 ‘선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매우 단정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만약 나중에 중국이 별다른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과거 북한을 비호하던 행태를 되풀이할 경우 오바마는 ‘경솔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만큼 그의 발언은 상당한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다. 반면 이런 리스크는 역설적으로 오바마가 중국의 정책 변화 기류에 대한 매우 믿을 만한 정보를 확보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실제 “여러분은 곧 중국이 ‘이제는 (북한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될 것”이라는 오바마의 구체적 발언에는 굳은 확신이 묻어난다. “중국이 달라졌다”는 관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지난 7일 강도 높은 결의안 2094호를 채택했을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중국이 결의안 채택에 협조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대사는 결의안의 전면 이행을 촉구했다. 물론 이때만 해도 중국이 ‘강경한 척’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로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예상외로 중국에 대해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중국의 대북제재 협조 여부와 관련한 질문만 나오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최근 ‘제재든, 대화든 간에 마땅한 북핵 폐기 방안이 없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한테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날 오바마의 발언은 달라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중국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법을 2기 행정부의 주요 대북전략으로 설정하고 나선 것은, 딱히 다른 방도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과 대화로 북한을 달래는 방안 둘 다 핵 포기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 거의 마지막 대안으로 북한의 ‘후견인’인 중국을 통한 압박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일종의 ‘빅딜’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예컨대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방식의 제재나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도 높은 독자적 금융제재를 취하지 않기로 중국에 ‘약속’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고강도 금융제재는 북한 금융거래의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중국 금융기관을 겨냥하게 돼 중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나아가 한반도 문제가 아닌 다른 국제적 현안에서 미국이 중국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북핵 문제에서 수확을 얻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미·중 간 빅딜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봉쇄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미국과 중국의 불화 요인은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처와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오일만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처와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오일만 정치부 차장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이 대작을 연주해야만 비로소 피아니스트로 인정받는 척도가 되는 곡이다. 150년 전 초연 당시 러시아의 피아노 거장 루빈시테인도 처음 이 곡을 받고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 연주를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피아노 연주가라면 조금만 연습하면 연주가 가능한 곡이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의 전문가가 모여 기술적인 연주법에 대해 계속 토의했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연주법에 대한 진보가 이뤄진 것이다.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의 힘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본 바둑의 몰락이다. 한·중·일 3국 가운데 바둑 선진국이었던 일본은 기타니 도장 등 바둑가문 위주로 운영되는 전통적인 폐쇄성과 속기 바둑의 경시 등 시대흐름을 좇지 못했다. 철녀(鐵女)로 불리는 루이 9단이 1990년 중국 기원과의 불화로 조국을 떠나 낭인의 신세로 전락했을 때다. 그녀는 당시 최강의 일본기원에서 활동하고 싶어했지만 일본 여류기단이 쑥대밭이 될 것을 두려워한 일본은 그녀의 입성을 거절했다. 반면 한국 기원은 과감하게 그녀를 받아 줬고 바둑 중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소통과 개방의 힘은 민주주의 본질과도 맥이 닿는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에너지를 끌어내서 국가운영에 참여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정치분야에 적용되면 통합의 정치가 꽃을 피우는 것이고, 경제분야에 접목되면 경제민주화가 되는 이치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보름을 맞으면서 불과 3개월 전 박 대통령에게 보냈던 우렁찬 박수소리가 점차 잦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과 박근혜 정부 출범 2주간을 지켜보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국민들도 많아진 듯하다. 박 대통령의 철학과 집권 비전에 동의해 표를 던졌다는 한 지인의 경우 내각과 청와대 인사 과정에서 ‘준비된 대통령’이란 믿음에 의구심을 가졌다고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지켜보면서는 박 대통령이 주장해 온 대통합, ‘100% 대한민국’이 구호로 끝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런 민심의 흐름은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 측근들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정부출범조차 못하게 막는 야당의 발목잡기를 더 부각시키고 싶을 테고 이명박 정부와 달리 측근들의 전횡을 막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평가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갖는 불안의 밑바닥을 살펴보면 ‘정치인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달라진 잣대가 자리잡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신망이 높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라도 막상 대통령직에 오르면 국민들의 평가는 더욱 엄격해진다. 언론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원칙과 소신의 정치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갈등 조정 능력이 더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통합 정치와 경제민주화 공약이 국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영의 논리에 갇혀 있는 한국의 정치는 강한 압박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설득정치가 빛을 발하는 이유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확고한 원칙의 정치를 펼친 영국의 대처 전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의 포용의 정치가 합쳐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고 싶어 한다. oilman@seoul.co.kr
  • 정신이상 범죄자 3명 중 2명 재범

    정신이상 범죄자 3명 중 2명 재범

    정신병 전력이 있는 범죄자 3명 중 2명이 재범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병을 앓은 방화범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식당가와 대한문 앞 농성장 등 최근 한 달 동안 5곳에 연달아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는데 이것이 일반적인 범죄 패턴이라는 얘기다. 10일 경찰청과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정신이상 범죄자 중 다른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3분의2에 해당하는 65.8%였다. 2008년 63.6%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정신이상자가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늘고 있다. 2008년 통계와 비교했을 때 재범률은 큰 차이가 안 난 반면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강력범죄는 지난해 501건으로 2008년 412건에 비해 21.6%나 증가했다. 김지환 치안정책연구소 경찰연구관은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 중에는 피해자와 특별한 원한관계 등이 없는 ‘묻지마 범죄’의 비율이 높다”면서 “실제로 경제적 좌절, 세상에 대한 불만 등 사회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범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의 유명 사립 초등학교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고교 중퇴생 김모(18)군은 가정 불화 등으로 우울증 전력을 갖고 있었다. 김군은 당시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자포자기 심정에서 난동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정신병력자가 일반인보다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과 보건복지부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강력범죄 중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사건은 전체의 0.4%였다. 우리나라의 정신병력자가 전체 인구의 0.6%인 것을 감안 하면 정신병 환자가 강력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오히려 낮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연구관은 “경제활동이 중단돼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과 형사사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범죄경력자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도울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31살 차 커플의 ‘사랑과 전쟁’

    서모(34·여)씨는 1994년부터 아버지의 지인인 윤모(65)씨 집에서 컸다. 친아버지는 재혼한 뒤 가정불화 때문에 당시 ‘형님’으로 모시던 윤씨에게 남매를 맡기고 매월 400만원을 양육비로 보냈다. 서씨는 윤씨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랐다. 그때 나이가 서씨는 15세, 윤씨는 46세였다. 그러나 함께 산 첫해 봄부터 두 사람은 ‘부녀’ 간의 선을 넘어서고 말았다. 대전 유성구의 집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서씨가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둘의 은밀한 성관계는 17년간이나 이어졌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윤씨의 집착도 심해졌다. 외출을 하면 누구와 언제, 왜 만나는지를 확인했고 수시로 전화를 하고 통행금지 시간을 지키게 했다. 윤씨는 “너는 결혼해 봤자 네 아빠처럼 이혼할 거다. 너는 맞고 살 거다”라는 말을 자주 하며 서씨가 독신으로 살게끔 유도했다. 대신 윤씨는 2000년 11월 “현금 2억원을 물려주겠다”는 유서를 썼고, 2006년 11월에는 “서울 송파구의 15평형 아파트를 유산으로 주겠다”며 달랬다. 그러나 2010년 서씨는 윤씨를 돌연 피보호자 간음 등으로 고소했다. 윤씨에게 불륜 관계인 다른 여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씨는 법정에서 “윤씨가 애인이 있다는 얘기를 친아버지에게 들었다. 그걸 몰랐다면 고소하지 않고 그냥 지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서울 동부지법 형사5단독 김창형 판사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언급된 각각의 간음이나 추행 당시 상황을 볼 때 강제로 성관계가 이뤄졌다는 구체적 사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2억원이나 아파트 관련 유서도 성관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씨가 건강하고 정신적으로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성교의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둘이 함께 살 당시 한 번도 폭행이 없었던 점, 욕을 한 적이 없는 점, 서씨도 윤씨에게 대들거나 화를 낸 적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 서씨가 성관계를 거부한다고 해서 용돈이 끊긴 적이 없는 점, 자유롭게 통화하고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점, 고등학교 때나 성인이 된 뒤 서씨의 친구들이 윤씨의 집에 놀러 온 점도 위계에 의한 간음 또는 추행이 아니라는 근거로 쓰였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기업 비용부담 탓 낡은시설 교체안해

    기업 비용부담 탓 낡은시설 교체안해

    전국 산업도시가 최근 잇따른 유독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구미에서는 지난해 9월 불산 누출에 이어 지난 2일과 5일 또다시 불산 혼합 화합물질과 염소가스가 누출돼 충격에 휩싸였다. 또 지난 1월에는 경기 화성 삼성전자에서 불산이, 지난해 10월에는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후성에서 NF3(삼불화질소) 30~40㎏이 누출되는 등 전국적으로 유독 화학물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설 노후화 ▲안전불감증 ▲느슨한 법과 제도가 총체적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하고 있다. 30~40년 된 유해 화학물질 시설이 전국 산단에 부지기수지만 비용 때문에 시설 교체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업체가 비용 부담 때문에 시설 교체를 꺼리고 있다”면서 “유해물질이 외부로 누출됐을 때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낡은 시설을 교체하지 않는다고 행정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공단 관계자도 “대부분 사고가 허술한 시설관리와 안전수칙 외면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낡은 시설을 교체하고, 주기적인 훈련 등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기관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문제다. 경북도는 지난 1월 14일부터 한 달간 유독물 취급 사업장에 대한 합동점검을 벌였지만 위반 사례를 적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합동점검 직후 구미에서 잇따른 사고가 발생, ‘수박 겉 핥기식’ 점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학성 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사고 발생 업체 대부분이 규모가 작아 시설교체는 고사하고 무자격자를 고용해 매뉴얼대로 하지 않는다”면서 “이들 업체는 시설점검보다 영업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유독물을 제조·판매·운반하는 영업자는 현장 경험과 일정한 교육을 받은 유독물 관리자를 임명하도록 했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행정기관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만,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따라서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서 강력히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는 “현행 법은 가벼운 사례의 경우 경고와 개선 명령에 그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만 영업정지와 등록취소, 고발 등의 처분을 한다”면서 “정부와 행정기관은 근로자와 공단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독물 취급량과 업소의 증가도 사고의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유독물 취급량은 2008년 9억 1700만t에서 2011년 10억 2400만t으로 늘어났다. 이 기간 유독물 취급 업소도 6265곳에서 6874곳으로 증가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문화마당] 스타를 권하는 사회/임형주 팝페라 가수

    [문화마당] 스타를 권하는 사회/임형주 팝페라 가수

    간만에 서재를 대청소했다.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도 모르는 음악 CD와 영화 DVD들 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필자와 같은 해(1998년)에 데뷔했고, 한 음반사에서 같은 장르로 활동했던 동갑내기 영국 팝페라 소프라노 샬럿 처치다. 샬럿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찾는 TV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었고, 노래 하나로 스타가 됐다. 12살에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뮤직에서 데뷔 음반 ‘천사의 음성’(Voice of an Angel)을 내면서 전 세계에서 수백만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세웠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세계 각국 유명인사에게 초청돼 공연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아갔다. 그러나 그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가 된 값을 톡톡히 치렀다. 10대 후반부터 타블로이드지를 장식했다. 하루 담배 2갑, 길거리 흡연 등 골초로 비쳐졌고, 어린 나이에 임신과 유산을 반복했다. 2005년 음반을 내고 섹시 콘셉트의 팝가수로 변신했지만 판매량과 평단의 평가, 흥행 모두 참패했다. 운동선수 출신인 연인과의 불화, 재결합, 결혼 등 숱한 기사를 쏟아내며 그의 애칭은 ‘천사의 음성’에서 ‘최연소 스캔들메이커’가 됐다. 2년 전 샬럿은 ‘백 투 스크래치’를 발표하면서 반짝 관심을 끌었지만 예전의 인기를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에게서 우리 대중문화계의 현실이 겹쳐 보였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참가자격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어린아이들이 대상이 된 오디션 프로그램도 있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이 탈락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참가자는 “초등학교 들어가서 공부해야죠. 제 유년기의 마지막 오디션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참 귀엽고 똘똘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며 씁쓸했다. 어린 나이에 재능을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선천적 재능이 필요한 대중문화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찍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무엇보다도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무척 힘든 일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필자도 어른들 틈바구니 속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법부터 배웠던 것 같다. 어른의 눈치를 보고 어른들이 원하는 태도와 생각을 옮기면서 훈련받는 아바타가 된 느낌이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무대 위에서는 나 자신과 끝없이 싸웠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상실감·외로움·고독과 마주했다. 이 모든 것들을 혼자 감당해 내야 했다. 자유를 찾아 반항과 일탈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앞만 보고 달렸다.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잘 춘다면, 그 재능을 키워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우리 아이가 방송이나 무대에서 재능을 펼치고 사랑을 받는 것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단순히 판을 벌여 맛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부추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아이들의 재능과 특성, 장점을 먼저 찾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 험난한 길을 걸어가기 위한 열정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를 스타로 만들기 전에 해야 할, 어른들의 몫이다.
  • ‘정선필 해악팔경’ 등 보물지정

    ‘정선필 해악팔경’ 등 보물지정

    문화재청(청장 김찬)은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鄭敾筆 海嶽八景 및 宋儒八賢圖 畵帖)과 ‘경주 불국사 영산회상도 및 사천왕 벽화’,‘남양주 흥국사 소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16나한상 일괄’등 유물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보물 제1796호로 지정된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1740년대 후반 겸재 정선이 70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금강산 진경산수화와 중국 송대 유학자 8명의 고사인물화를 함께 엮은 것이다. 보물 제1797호 ‘불국사 영산회상도 및 사천왕 벽화’는 1769년 영조의 딸 화완옹주와 상궁 김씨 등의 시주로 18세기 중후반 경상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화승(畵僧)들이 제작한 불화다. 보물 제1798호인 ‘남양주 흥국사 소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16나한상 일괄’은 1650년에 세 번째 중수된 기록과 중수 시 참여한 화원의 이름이 발견돼 대략적인 조성 시기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조규창씨 스트레스관리법

    [Weekly Health Issue] 조규창씨 스트레스관리법

    막 50대에 접어든 조규창(가명)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불안이 반복됐지만 이런 사실을 차마 가족들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여기에 심리적인 위축감까지 더해져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버텨냈다. 그러다 딸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니는가 하면 신용카드를 긁어댄 사실 때문에 심각한 가정불화를 겪었다. 상심이 깊었던 조씨는 홀로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어 중독 단계에 이르렀고, 그럴수록 수면장애가 심해져 점점 우울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술이 없으면 잠들지 못해 매일 술을 찾았고, 급기야 목을 매려다 가족들에게 발견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조씨는 “한순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차라리 죽는 게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조씨의 상태를 파악한 의료진은 정신과적 치료를 시작했다. 상담을 통해 술의 폐해를 인식시켜 금주를 실천하게 했으며 약물치료와 면담을 병행했다. 치료 후 빠르게 증상이 호전됐다. 정신적인 문제가 해결되자 조씨는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직장 생활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스스로 “삶의 목표를 분명하게 재설정했더니 의욕이 되살아 나더라”고 말했다. 가족 간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한 것도 도움이 됐다. 특히 딸과의 관계가 이전처럼 돈독해진 것이 그의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씨는 기질적으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데다 어릴 적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가 컸던 탓에 자신의 어려움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지 못했다”면서 “우선 금주와 함께 약물로 불안·우울 증상을 조절했으며, 이후 약물 투여량을 줄이면서 자신의 과거를 재인식하도록 도와 병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 교수는 “현재는 환자가 술이 아닌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무적선수 그만 무적천수 다시

    무적선수 그만 무적천수 다시

    ‘천재’와 ‘말썽쟁이’의 이미지가 늘 교차하는 이천수(32)가 인천 유니폼을 입고 국내 그라운드를 밟는다. 프로축구 전남 구단은 그에게 내린 임의탈퇴 조치를 철회하고 인천으로 이적시키는 작업을 22일 마무리했다. 구단은 “많은 관계자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의견을 존중했다”며 “이천수가 그동안 축구 발전에 기여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격수 설기현, 미드필더 김남일 등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던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게 됐다. K리그 클래식으로 이름을 바꾼 1부리그는 이천수의 달라진 면모를 보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천수는 전남의 요청에 따라 K리그 클래식 전남과의 경기에는 뛰지 못한다. 그는 재능과 기술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돌출 행동 때문에 점수를 깎였다. 한일월드컵 활약에 힘입어 이듬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해 레알 소시에다드, 누만시아에서 한 시즌을 뛴 뒤 2005년 국내로 돌아와 울산, 수원을 거쳐 2009년 전남에 입단했다. 그러나 전남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경기부터 심판을 모독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중징계를 당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코치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구단을 이탈,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로 떠나 버렸다. 이에 전남은 임의탈퇴 조치를 내려 구단의 허락 없이는 국내 리그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묶었다. 2011시즌까지 일본프로축구 오미야에 몸담은 그는 그 뒤 클럽을 찾지 못하고 무적 선수로 홀로 훈련해 왔다. 그는 지난해 전남의 홈 경기를 찾아 팬들에게 사과하고 최근에는 불화를 겪던 코치들에게도 머리 숙였지만 일부 팬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폄하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K리그 단장 모임에서 마지막 기회를 주자는 결론이 내려져 기회가 주어졌다. 이천수는 “남들이 아니라고 할 때 나를 받아준 인천을 위해서라도 멋진 모습으로, 모든 팬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며 “개막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불황 때문에… 불안 때문에

    불황 때문에… 불안 때문에

    성인 가출신고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오랜 불황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성인이 늘어 도망치듯 집을 나가는 일이 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흉포해진 범죄 탓에 가족의 귀가 시간이 조금만 늦어져도 다급히 가출 신고하는 일도 잦아졌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가출’ 신고건수는 모두 5만 2071건으로 전년의 4만 4594건보다 16.8%나 늘었다. 2008년에 3만 929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새 32.5%가 증가했다. 이에 반해 ‘청소년 가출’ 신고는 지난해 2만 690건이 접수돼 전년(2만 434건)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성인 가출 통계는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잡으며 14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치매노인 등이 제때 귀가하지 않으면 ‘실종’으로 간주해 경찰이 수색에 나선다. 가족 전문가와 일선 경찰들은 성인 가출이 급증하는 주원인으로 불황에 따른 가정 해체를 꼽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가계부채가 쌓이고 서민경제가 악화돼 가족을 더 이상 책임지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늘면서 가출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1997년 외환 위기 때에는 부모가 아동을 유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이 증가했는데 지금은 부모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정을 탈출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실종수사팀 형사는 “성인 가출은 매맞는 아내 등 가정 불화에 시달리거나 채무관계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발생한다”면서 “장기불황 탓에 빚쟁이에 쫓기는 사람이 늘어 성인 가출자가 덩달아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폭행 등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치안 불안감이 고조된 까닭에 가출 신고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형사는 “지난해 4월 오원춘 사건 이후 아내나 딸, 심지어 성인 남성의 귀가시간이 조금만 늦어져도 불안하다며 가출 신고를 하는 경향이 생겼다”면서 “오인신고가 많아 신고 접수 뒤 채 하루가 안 돼 신고를 취소하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성미애 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는 “불황, 빈곤이 장기화하면 삶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느껴 부양의무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생긴다”면서 “그러나 결혼, 가족 등은 책임이 전제된 관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대장·갑상선암 등 암 12종 상반기 중 산재 인정 받는다

    산업재해 판정의 기준이 되는 업무상 질병에 위암, 대장암 등 직업성 암 12종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근 사고가 잇따랐던 불산(불화수소) 등도 업무상 질병의 원인으로 인정하는 유해요인에 포함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산재보험법·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올해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입법 절차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산재 보상제도가 대폭 바뀌는 것은 1964년 관련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재 인정기준에 없는 질병에 걸리면 업무 연관성을 증명하기 어려워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산재 유발요인을 대폭 확대하고 법령에 명시, 더 많은 근로자가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성 암의 종류는 현행 간암, 폐암, 백혈병 등 9종에 위암, 대장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12종이 추가된다. 암과 호흡기, 신경정신, 피부, 간 등과 관련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 35종도 유해요인에 새로 포함된다. 최근 경북 구미와 경기 화성에서 잇단 누출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불산도 급성중독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에 속하게 된다. 업무 연관성이 확인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도 산재 인정기준에 명문화된다. 고용부는 1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팔레스호텔에서 노·사·정이 모인 가운데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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