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불평등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 오락실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 음악가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 연구실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 김충섭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994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10) 대안정당 가능성] “정치변화 노력부족”vs“생활정치 정당 필요”

    ■ ‘386 정치인’ 우상호 의원 민주화가 낳은 정치세력의 한가운데에는 ‘386’이라는 이름이 있다. 제도정치권의 변신 과정에서 ‘젊은 피’ 수혈로 일컬어지던 이들. 제도정치의 이념적 분화를 넓혔다는 평가도 받지만 기존 정치 권력의 틀에 안주해 정치 불신만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386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던 우상호(8일 열린우리당 탈당 선언) 의원을 통해 이들의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386정치인의 공과를 평한다면. -“반대만 했지 사회적 책임을 져본 적 있냐.” 정치 시작하며 많이 들은 비판이다. 그래서 정치 활동보다 상임위 활동에 주력했다. 실제 386 정치인들은 해당 상임위에서 우수 의원으로 인정받았다. 대안 제시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치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개혁성과 도덕성만으로 정당체제를 바꿔내기엔 한계가 있었을 텐데. -국가보안법 문제만 해도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는 노력했지만 정당끼리의 경쟁 국면이 됐을 때 우리는 ‘여럿 중 하나’에 불과했다. 정치적 실천의 계기에 섰을 때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한 책임도 크다. 노선과 정책보다 친소 관계나 정치 입문 계기 등이 잣대가 된 점도 마찬가지다. ▶대안 세력으로서 386의 역할은. -386은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됐다. 아직도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많이 남았다. 실질적 민주화를 완성하고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같은 개혁 의제도 쌓여 있다. 구혜영 박창규기자 koohy@seoul.co.kr ■ ‘정치세력화 앞장’ 정대화 교수 6월 항쟁은 ‘시민사회’의 탄생을 가져왔다.9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민사회는 16대 총선 낙천·낙선운동과 17대 총선에서 물갈이연대를 통해 의회를 감시하는 정치 활동에 주력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을 정치 의제로 쟁점화한 주역이기도 했다. 시민사회의 ‘수혈 정치’를 뛰어넘어 주도적인 정치세력화에 앞장서고 있는 정대화 상지대 교수를 만나 민주화가 남긴 정치의 과제와 대안을 들어봤다. ▶민주화 이후 정치상을 평한다면. -보스정치와 지역주의, 패거리정치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를 민주화 이전엔 따질 겨를이 없었지만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게 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 민주화 이전엔 부패정치가, 이후에는 무능정치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인사 영입과 진보정당 원내 진입을 민주화의 정치적 성과로 꼽는데. -정치민주화의 공과다. 영입된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 토대를 닦아야 하는데 ‘초대받은 정치’에 머물렀다. 준비없는 상태에서 편입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대안적 정치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했고 보스·패거리정치에 휘말려 우왕좌왕했다. 우리 정치가 민주노동당을 갖게 된 것은 근본적 발전이다. ▶바람직한 대안정치의 방향은. -좋은 정당과 좋은 정치시스템이 함께 나와야 한다. 사회의 흐름을 대변하는 정당이 나오고, 국민 의식을 대변하는 사회적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다양화된 각 분야의 계층적 이익을 대변하는 ‘생활정치’가 완성될 때 6월 항쟁은 소임을 다하게 될 것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9일 TV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10시) 하루에도 몇 차례 변덕을 부리는 날씨, 벨기에 시인 자크 브렐이 얘기했던 이 펑퍼짐한 대지를 벨기에 사람들은 끔찍하게 사랑한다. 벨기에는 경상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유럽공동체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를 가진 서유럽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작지만 큰 나라 벨기에의 동화가 된 작은 도시 브뤼셀과 브뤼헤의 매력 속으로 떠나보자. ●행복한 여자(KBS2 오후 7시55분) 바닷가로 간 지연과 태섭은 지연이 만든 결혼 반지를 나누어 끼고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태섭이 지연에게 자신의 양아버지가 지연의 친아버지인 종민이라고 힘겹게 털어놓자 지연은 심한 충격에 휩싸인다. 태섭은 달라질 것이 없다면서 지연을 안심시키지만 지연의 불안은 없어지지 않는다. 병구와 지숙은 부모님들에게 결혼 승낙을 받겠다며 단식투쟁을 한다. ●에어시티(MBC 오후 9시40분) 마약이 들어있는 줄 모르고 동창 정민의 짐을 들어준 도경은 결국 마약소지혐의로 긴급 체포된다. 도경의 집무실과 아파트는 강제 수색당하고, 도경은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다. 도경의 혐의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마약을 삼키고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장한철의 증언밖에 없자 지성은 답답하다. 도경을 면회하러 간 자리에서 막말을 하는 수사관의 얼굴을 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오후 11시5분) 화이트칼라 범죄와 일반 범죄 사이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피고인의 재력과 범죄 종류에 따라 불평등한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전문가들과 분석해 본다. 또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어떤 사유를 들어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지, 반대로 ‘가난 때문에 가혹한 형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람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본다.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개성적인 해금 연주자로 손꼽히는 강은일과 그의 프로젝트 그룹인 ‘해금 플러스’. 강은일은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끊임없이 접목을 시도하며 해금을 앞세운 ‘하이브리드 음악’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해금과 동서양의 다양한 악기, 이질적인 예술이 함께 호흡하며 전통과 현대적 어법의 조화를 지향하는 강은일과 해금 플러스를 만나본다. ●월드 투데이(YTN 오후 5시30분) 최고의 명성과 매력, 파파라치 등 독특한 요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성공가도를 달려온 프랑스의 칸국제영화제가 60주년을 맞았다. 칸영화제 첫 여성 파파라치인 캐시 버그가 엘리자베스 테일러, 브리지트 바르도 등 당대 최고 배우의 화려했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런던에서 열었다.
  • 빌 게이츠 “인간의 위대한 발전은 불평등 줄일 때 온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인류의 위대한 진보는 ‘발견’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발견들이 얼마만큼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기술 발전은 부와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불평등을 해소할 때 비로소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7일(현지시간) 중퇴한 지 30년 만에 하버드대 졸업장을 받은 자리에서 졸업생 및 동문들에게 불평등에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그는 연설에서 “공교육과 공중보건, 광범위한 경제 기회 등이 민주주의를 통해 확산돼 수 있었다.”면서 “인터넷도 사회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위대한 발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성취”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학 시절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불평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를 깨닫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졸업생들이 30년후 이 자리에 다시 돌아와 일의 성취로서만 아니라 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기여한 공로로서 자신을 평가하기를 바란다.”말했다. 또 에이즈 등 인류 당면 문제를 거론하면서 “문제해결 접근법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영향력, 당신의 성공 및 실패에서 다른 사람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회장은 연설문 준비를 위해 반 년 이상 공을 들이며 워렌 버핏 등 지인들과 의논해 왔다. 이를 위해 조지 마셜 전 미 국무장관이 1947년 6월5일 역시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마셜플랜의 내용을 발표할 당시 연설문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 붕괴된 유럽사회의 재건을 목표로 작성된 마셜의 연설문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자신의 메시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이츠는 1973년 법학과에 입학한 뒤 수학과로 전과했다.3학년 재학 중 MS를 창립하고 사업에 몰두하기 위해 77년 자퇴했다.MS는 세운 지 3년 만인 1980년에 세계 굴지의 IBM사와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게이츠는 내년부터 MS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아내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새로운 도전인 ‘불평등과의 전쟁’을 위해 인도주의 사업에 몰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dawn@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5) 화가 울리는 화랑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5) 화가 울리는 화랑

    ■ 재주는 화가가 넘고 돈은 화랑이… 조각가 최태현(39·가명)씨는 최근 전속계약을 맺었던 화랑과 관계를 정리했다. 최씨는 지난해 말부터 화랑측에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판 작품값 1000만원 중 절반인 500만원을 여러 차례 달라고 요구했다. 화랑은 차일피일하다 올 4월에야 작품값을 내줬다. 그 뒤 화랑에서 재계약을 요청해 왔지만 최씨는 거절했다. 일반적으로 작가와 화랑이 전속계약을 맺으면, 계약서 상에는 매월 수백만원에서 몇 천만원까지 지원하고 대신 1년에 한 차례 이상의 전시회에 배타적으로 작품을 출품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러나 최씨는 그 같은 혜택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최씨는 지난해 연간 24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물감이나 캔버스 등 재료비, 작업장 월세, 생활비 등을 대야 하는 작가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래도 최씨는 전업작가들 중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이 정도의 수입을 올리려면 최소 200만원인 작품을 매월 두 개씩 화랑을 통해 팔아야 한다. 현재 화랑과 작가의 이익배분 구조는 일부 특급작가를 제외하고 5대5이기 때문이다. ●화랑이 전속작가 작품가격 교란도 90년대까지만 해도 작품을 팔면 화랑과 작가가 4대6으로 나눠, 작가가 더 많이 가졌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화랑들이 하나둘씩 5대5를 요구했고, 이제는 일반화됐다. 한 작가는 화랑의 기획전이나 초대전은 대체로 5대5이고, 특급작가들이나 4대6이라고 말했다. 재주는 곰(화가)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화랑)이 버는 꼴이다. 서양화가 김모(53)씨는 “한번은 화랑이 판매에 따른 세금도 떠맡으라고 해서 5대5 구조가 무너진 적도 있다. 김씨는 지난 5월 초 개최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도 참가했는데 “화랑에서 2000만원짜리 작품을 1500만원까지 조정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한 전업작가도 “전속 화랑에서 400만원짜리 그림을 350만원에 팔으라고 종용해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화랑들이 쾰른·시카고 등 해외 아트페어에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을 출품할 때도 작가가 직접 경비를 조달하거나 특정한 작품을 화랑에 제공하도록 유도한다. 50대의 한 작가는 “해외에 출품했을 때 화랑에서 부스비를 부담하라고 해서 같이 참가했던 작가 3명과 각각 330만원씩 나눠냈었다.”고 말했다. 화랑은 작가에게 거의 모든 부담을 전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베를린 아트페어에 출품할 때 최씨도 여비는 자신이 마련했고, 화랑이 추가로 지불한 경비는 최씨가 작품을 제공해 상계했다. ●전속비를 작품으로 받아가 이에 대해 서울 사간동의 한 화랑 주인은 “홍보물을 제작하고 전시공간도 제공하기 때문에 초대전 한번에 거의 2000만원 정도가 든다. 때문에 화랑도 그만큼은 회수해야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박한다. 그는 “최근 인기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화랑 몫이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속작가로 생활비를 지원받는 ‘잘 나가는’ 작가도 고민이 있다. 동양화가인 30대 후반의 강한결(가명)씨는 국내 유명화랑으로부터 매월 20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전시회를 마치면 가장 훌륭한 작품이 화랑 몫이 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회고전 등을 위해 꼭 소장해야 할 작품들이 헐값에 팔려나가기도 한다. 또한 화랑에서는 많이 팔릴수록 이윤이 남기 때문에 예술성 강한 실험적 작품이나 100호나 150호와 같은 큰 사이즈의 작품보다는 일반인이 소장하기 쉬운 10호 안팎의 소품을 요구하고 있다. 강씨는 “요즘은 해외에서 확정된 가격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해외 아트페어에 나가야 한다. 그런데 상업작품 위주의 활동을 계속할 경우 미래가 없을 것 같아 두렵다.”고 토로했다. 한 미술계 인사는 “작가를 키우려면 화랑이 안목을 키워서 스스로 컬렉터가 돼야 한다.”면서 “인상주의 이전에 유럽사회에는 귀족중심의 패트론(후원자)이 있었고, 그 뒤에는 훌륭한 화상들이 패트론의 빈 자리를 메워나가며 이끌어갔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술시장 활황에도 혜택보는 작가는 1%도 안돼 미술계에서 ‘특급’화가 대우를 받고 있는 서양화가 오치균씨의 ‘사북 그림’은 2002년 개인전에서 호당 25만원이었다. 즉,40호짜리는 1000만원이었다.5년이 지난 지금 이 그림은 40호짜리가 1억원에 거래되고 있다.5년만에 1000% 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오씨는 “당시에 사북 그림은 외면당하고 푸대접을 받았는데 비싸게 팔린다니 감개무량하지만 내 손엔 한 점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미술계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일부 유명 작가의 작품은 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5월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관람객이 6만 4000여명, 그림 판매금액은 175억원이었다.2002년 7억 3000만원에서 2003년 18억원,2004년 20억원,2005년 45억원,2006년 100억원이었으니 전년에 비해 75%가 증가한 셈이다. 현대화가 이우환의 작품을 10년 전 5000만원에 사 최근 KIAF에서 5억원에 팔았다는 말도 있다.5월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선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가 45억 2000만원에 팔렸다. 미술시장에 왜 돈이 몰릴까. 우선 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돈들이 미술시장에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다.K옥션의 김순응 대표는 “지난해 K옥션 매출이 273억원, 서울옥션이 293억원으로,KIAF 100억원을 포함해도 700억원 남짓한 시장인데 여기에 100억원이 들어온다면 ‘활황’ ‘대박’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2005년 9월 K옥션이 설립돼 서울옥션과 함께 미술품을 유통시킬 통로가 넓어진 점이다. 미술품은 살 수는 있어도 팔 수는 없었다는 한계가 극복된 것이다. 셋째, 기업들이 작품을 사면 영업용 자산으로 인정해 세무상의 불이익을 없애준 ‘법인세법 개정’을 꼽을 수 있다. 즉, 기업·은행 등이 미술시장의 기관투자자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넷째,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 관련 법을 2003년 완전 폐기해 논란을 잠재운 것도 돈 있는 사람들이 투자처로 미술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문화부가 3년 전부터 ‘미술은행’을 운영해 그림을 사고 있는 것과 증권사 등에서 ‘아트펀드’를 판매하는 것도 큰 힘이 됐다. 작품 경향이 구상화 쪽으로 돌아선 것도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그러나 미술시장 활황의 혜택을 보는 작가들은 극소수다.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화가와 세계 경매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젊은 작가 몇몇이다. 전체 작가의 0.5∼1%밖에 안 된다고 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서울신문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기획물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를 연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칠레 등 신흥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8개국을 소개했다. 현장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은 방담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가 최고라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하고 공생하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기자들의 방담 내용을 간추린다. -무엇보다 이번 취재는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힘이 놀랄 만큼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습니다. 세계는 이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 깜짝 놀라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들 시장을 더 확보할까, 어떻게 투자하고 이들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까에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기자 스스로 세계 경제와 지구촌 부의 지도를 역동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나라들의 변화에 너무 무지했구나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이번 기획이 이들의 놀라운 성장과 부상을 확인하고 한국경제 활력의 방안을 궁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한국사람들 스스로 좀더 겸손해져야겠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 대한 홍보가 더욱 강화돼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멕시코와 칠레의 경우 한국을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삼성과 LG의 첨단제품을 사면서도 한국이란 나라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LG란 회사, 삼성이란 회사의 물건을 사는 것일 뿐인데도 일부 한국 기업인들은 그들을 한수 아래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대도시는 땅투기하는 한국인들로 넘쳐났습니다. 한국 식당에서 한국인들끼리 즉석에서 거래가 되기도 하더군요. 성공한 한국인은 땅장사 잘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그런 한국인들의 속성을 이용해 “대통령과 친하다, 총리랑 친하다.”면서 한국인에게 접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한인사회에 나도는 소문중 하나는 움베키 대통령이 한국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괄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국인들의 남아공 및 아프리카에 대한 태도와 시각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국제사회에서의 매너, 그리고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태국 장관급인사 홀대하다 되레 당해 -우리나라가 겉모습만 따지다가 큰코를 다친 적도 있답니다. 몇 년전 태국 장관급 인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가 공항에서 쫓겨났답니다. 그 인사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공항에서 불법노동자라고 판단, 입국이 거부된 것이지요. 그후 태국에서 한국기업이 활동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미국, 일본, 중국보다 훨씬 좋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부러워하고 아직도 하노이에서는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LG, 삼성, 포스코, 오리온제과 등이 다른 외국브랜드를 제치고 한국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남아 진출시 우리와 불가분 맞부딪치는 일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없으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일본과 엮여 있습니다. 예속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봉제, 원목가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이제 IT(정보기술)산업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으로 원하는 것만 빼먹으려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분석적인 접근도 배울 점인 것 같습니다. 제트로(JETRO·일본무역진흥공사)에서 얻은 자료가 코트라나 대사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준 자료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자세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외국인 소유주식의 지분·의결권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할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에 JETRO는 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700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대다수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이 개정되면 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설문조사로 태국정부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 셈이지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외에는 별다른 대응 전략이 없더군요. 위기 대처법도 한국과 일본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현지화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상당수 멕시코인들은 ‘빨리 빨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인 주재원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채근을 당하면 돌아서서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혀를 차곤 한답니다. -베트남은 유교권 국가인 데다가 얼핏 한국과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만큼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도 없습니다. 전쟁의 기억 때문인지 동포애, 민족애도 매우 강합니다.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나라를 접근할 때 한덩어리로 보면 안 됩니다. 종족이 다양하고 소득수준과 성향도 다릅니다. 기업가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주입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진출때 위축도 문제지만 과신도 문제 -현지 진출때 해당국 정보가 너무 없어 지레 위축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잘 안다고 과신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터키는 한국전 참전국가로, 우리나라와는 ‘형제의 나라’라고 불립니다. 그러다보니 터키 사람들의 ‘선호 외국인 1위’도 한국인이지요. 문제는 한국사람들이 이를 악용, 터키와 터키사람들을 은근히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사업이든, 이민이든, 별다른 준비도 없이 “형제의 나라인데 (터키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하며 만만하게 보고 덤빈다는 겁니다. 터키의 한인협회장은 “그러다가 쓴맛을 본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그래놓고는 터키의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느니, 취업 허가증을 잘 안내준다느니 터키 탓만 한다.”고 혀를 찼습니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가들은 하나같이 수하르토 군부정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과정은 부정한 채 “옛날엔 군부만 잘 다루면 쉽게 성공했는데….”라면서 옛 군부세력과 결탁해 노조를 억압한다든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기업가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취재대상이 됐던 대부분의 국가들은 양극화 현상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우선 빈부격차가 극심했고 교육기회의 불평등도 심각했습니다. 나라가 좀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현지의 지식인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업이 진출할 때 이런 방식으로 현지 사회 공헌도를 높이는 것이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차이를 우리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등 보편화된 가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이나 의료분야에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와주는 한국에 고마워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협회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에 갔더니 ‘한국에서 보내주었다´면서 자랑하듯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에나 봤음 직한 책들인 데다 워낙 자료가 빈약해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양극화는 터키에서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CJ의 사료공장이 있는 이네겔을 방문했을 때 건너편 섬유공장의 사장만 해도 자가용 헬기를 두 대나 갖고 있을 만큼 부자들은 돈이 넘쳐납니다. 인구가 7500만명이나 되는 데다 부유층이 이렇듯 확실하다 보니 터키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거지요. 하지만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각국의 빈부격차 해소에 도움주길 -카자흐스탄도 대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아스팔트길이 흙길로 변하고 담이 없는 양철지붕집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빈부격차 현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년 가까이 집권 중입니다. 일부에선 부정축재를 많이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보내고 있는데 현지인에게 ‘왜 대통령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새 사람을 세워서 또 부정한 부를 축적하느니 현재 대통령을 일하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식이 참 신기했습니다. -맞습니다. 빈부격차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재밌습니다. 태국에선 에어컨 없는 300원짜리 버스에서부터 3000원짜리 지상철, 더 비싼 택시까지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골라 타고 다니는데 이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었습니다. 태국인들이 분노할 때는 오로지 국왕을 모독할 때뿐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좀 다릅니다. 수하르토 이후 부정부패와 싸워가며 여러번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공공의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돌아서면 낙관적입니다.30평이 넘는 집에 하인이 먹고 자는 방은 2평 남짓했습니다. 한국인 집 주인이 큰 방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스스로 거절을 하더랍니다. -종교의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대부분 동남아는 이슬람국가인데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지 않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역시 베트남은 좀 다르다는 얘기인데 유교국가인 덕분에 열심히 일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마치 우리나라 1960∼70년대를 방불케 합니다. 젊은이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대학, 어학학원을 다니면서 자기개발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베트남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터키 등 이슬람국 투자의 가장 큰 애로점은 역시 ‘인샬라(신의 뜻대로)’로 모아지더군요. 투자협상을 진행할 때나, 현지 근로자들을 다룰 때나, 뭔가 일이 꼬이거나 벽에 부딪친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 인샬라를 외치는 통에 복장이 터진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터키에서 만난 한 자영업체 한국인 사장이 이슬람권 적응과정은 곧 인샬라 적응과정이라고 했겠습니까. ●이슬람국가선 ‘인샬라(신의 뜻대로)´가 애로점 -아프리카의 경우 가장 특징적인 것은 검은 자본가, 검은 중산층, 검은 기업 등 블랙파워의 빠른 성장과 확산입니다. 시장확보는 물론 전략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도 현지 흑인기업들과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합니다. 눈에 띄게 성장한 블랙파워의 부상은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지구촌 차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블랙파워의 부상에 어떻게 편승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 같은 큰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게 아니라 우리와 가까이 있는 동아시아, 그 다음 큰 나라로 확대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우리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남아공을 취재하면서 우리 경제, 우리의 생존이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해 있으면서도 이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특히 자원전쟁시대 아프리카의 중요성과, 그 관문이자 교두보인 남아공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적인 장기계획이나 대책이 정말 있기나 하는지 반문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다른나라를 제치고 올해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각국이 앞다투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기업인들이 베트남을 ‘엘도라도(황금의 나라)’라고 칭송하면서 우르르 몰려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기회의 땅인 것은 맞지만 시장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열려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국가들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쟁상대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급속도로 성장해 한국을 일본과의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처럼 만든 중국의 예에서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해당 국가들이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칠레의 경우 핀란드를 모델로 해서 IT 생명공학(BT)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연동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들과 경쟁관계가 되든 협력관계가 되든 상대국가들의 발전모델을 우리나라의 이익에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그 이후] (6) 빛바랜 평등, 팍팍한 일상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그 이후] (6) 빛바랜 평등, 팍팍한 일상

    서울 천호동에서 조그만 고깃집을 경영하는 박진형(42·가명)씨. 아랫배 두둑하고 인상 좋은, 영락없는 ‘아저씨’다. 그러나 대학 3학년이던 87년 6월 항쟁 당시에는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그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대학로와 명동 거리가 그의 강의실이었다. 더구나 민족해방(NL)계보다 급진적이었던 제헌의회(CA) 출신이었다. 구소련이 무너지던 91년.TV를 통해 철거되는 레닌 동상의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가슴속 이념의 지향을 지웠다. 졸업 뒤 그가 안착한 곳은 시중 은행. 그러나 또 한번의 ‘격동’을 맞았다.97년 외환위기 이후 그의 직장은 공중 분해됐다. 재취업의 길도 없었다. 다시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없는 일.27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1억원을 밑천 삼아 음식점을 차렸다. 특유의 성실함에 운도 뒤따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시간표는 ‘오전 10시 출근, 자정 퇴근’이다. 실직의 공포는 뼛속 깊숙이 새겨졌다.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어김없이 추락할 것 같은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6월 항쟁 이전보다 빈부격차도, 경쟁도 훨씬 심해진 것 같아요. 혁명 같은 단어는 지운 지 오래죠.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 살겠다고 민주주의를 외쳤나 싶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가 정상적인 거 아닌가요?” ●저소득 통한 고성장 6월 항쟁 ‘불씨’ ‘압축성장’이라는 단어는 한국 경제의 특성을 잘 말해 준다. 지난 1953년 국내총생산(GDP)은 13억달러,1인당 국민소득(GNI)은 67달러에 불과했다. 필리핀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세 배나 많은 ‘부자나라’였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총생산은 8883억달러,1인당 국민소득은 1만 8372달러에 이르렀다.44년 만에 각각 683.3배,274.2배가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는 악명 높은 노동시간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성과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1980년, 실질 경제성장률은 1.5% 빠졌지만 실질임금은 무려 25.3%나 떨어졌다. 이후에도 10%를 오르내리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률은 그에 턱없이 못 미쳤다. 주가는 1년에 70∼100% 뛰었다. 기업이 호황의 과실을 고스란히 독차지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80년대 초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소득 1분위(하위 10%)와 10분위(상위 10%)의 소득배율은 80년 7.97배에서 85년 8.46배로 늘었다.6월 항쟁을 단순한 민주화운동으로 국한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진전된 국민 삶 외환위기로 파탄 6월 항쟁 이후 한동안 경제적 민주화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88∼97년 실질임금 인상률은 한 해 평균 7.24%를 기록했다. 실질성장률 역시 평균 7.73%로 건실한 상승세를 계속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연소득을 나눈 상하위 20% 소득배율 역시 85년 5.13배에서 ▲90년 4.63배 ▲95년 4.42배 ▲97년 4.49배 등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하지만 90년대 초반부터 한국 경제에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95년 실질 성장률이 9.2%에 달했는데도 주가지수는 14.08% 하락했다. 기업의 해외자금 차입 증가에 따른 과잉투자와 재무건전성 하락이 경상수지 악화와 해외채무자들의 자금회수 우려 증가로 이어진 탓이다. 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한국 경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은 98년 -6.9%에서 99년 9.5%,2000년 8.5%로 급반등했다. 그러나 이때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은 중산층 붕괴, 양극화 심화라는 경제적 불평등 확산의 결과를 낳았다. 2005년 상하위 20% 소득배율은 5.43배.97년 4.49배보다 1배 가까이 벌어졌다. 소득 불평등 수치인 지니계수는 96년 0.291에서 99년 0.3을 넘은 뒤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소득 분배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은 부자에게는 자상하지만 없는 이들에게는 ‘괴물’의 얼굴을 한 사회로 변모했다. ●성장 과실 분배통로 막혀 ‘20대80’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는 ‘강남공화국’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과 ‘비강남’으로 우리 사회를 양분화시켰다. 86년 당시 강북과 강남 아파트가격, 소비자물가 지수를 100으로 잡았을 때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지수는 180.8,204.4,187.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뛴 것은 2001년 이후. 강북·강남 아파트가격 지수는 ▲2002년 234.6,352.8 ▲2003년 242.8,403.2 등에 이어 2005년 8월 현재는 247.1,448.4로 두배 가까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강남에서 ‘평당 1억원 시대’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수출 호조의 과실이 개인 대신 기업에 쏠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90년부터 96년까지 개인과 기업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각각 7.0%,6.5%로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7.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기업과 개인에 골고루 재화가 분배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2000∼2003년에 개인 소득은 겨우 2.4% 늘었지만 기업은 18.9%나 급증했다. 소득에서 세금을 뺀 순소득인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각각 0.3%,62.6%에 달한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2001년 8월 26.8%에서 올해 3월 36.7%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개인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은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뜻. 이는 소비와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올해 1·4분기 1∼5분위 중 1분위 소비성향은 156.5%,2분위는 101.5%이지만 4분위는 79.6%,5분위는 64.8%에 불과하다. 서민층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로 지출하지만 고소득층은 투자에 상당 부분의 돈을 쓴다. 전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재벌 중심주의 경제체제의 변화 없이 경제적 민주화는 물론 추가적인 한국 경제의 성장도 요원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는 “6월 항쟁의 최대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 아닌 재벌 등 경제적 상위 계층”이라면서 “정치 권력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경제 권력의 통제를 위해 일반 시민 권력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진보 진영 새 사회발전모델은 최근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잠재성장률 하락이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이 5% 안쪽에서 머물자 잠재성장률 역시 4% 초반대로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좌우 할 것 없이 현재 한국 경제가 문제 있고, 성장률을 높여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의 성장 전략은 규제 완화에 따른 투자 활성화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발전전략이 더욱 급속도로 적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눈에 띄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양극화의 영향이 좌파 진영에 의해 과장됐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진보진영 발전 전략의 공통점은 노동의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경제발전의 세 요소인 자본과 노동, 기술 가운데 현재 가장 기여도가 낮은 노동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도 강조된다. 신자유주의의 ‘작은 정부’가 아니라 자본, 노동 등과 함께 경제발전을 이끄는 주체다. 최근 가장 활발히 논의가 진행된 자리는 지난해 11,12월 두 차례에 걸쳐 열린 ‘한국 경제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토론회다. 진보정치연구소, 대안연대 등 10개 단체가 참여했다. 먼저 진보정치연구소의 ‘사회연대국가론’의 골자는 ‘똑똑한 지식노동자의 적극적 역할과 미래산업의 발굴·투자’다. 핵심 전략은 ▲지식노동자의 생산성 주도와 경영 참가 ▲교육복지 강화 미래의 성장잠재력 육성 ▲국가의 산업정책 복원으로 재생가능에너지·환경산업 육성 ▲부유세 사회복지세 등 사회연대적 조세 신설 등이다. 곧 노동의 참여와 복지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노동주도형 경제모델’ 역시 말 그대로 노동의 역할을 끌어올린다. 안정적인 노동정책은 국민적 노동창의성 보장의 필수 요건인 만큼 국가 경쟁력 향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기초로 노동자 재계약과 산업간 재배치를 국가가 책임 지고, 공공금융기관의 지원 아래 산업자본을 강화한다. 국가는 비전 제시자다. 새사연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노동창의성 중심 성장전략은 세계사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을 대체할 보편성·시대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피터 드러커의 지적처럼 인적 자원이 풍부한 한국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참여혁신 수석비서관 출신인 박주현 변호사가 만든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역시 ‘한국형 신성장동력 사회투자모형’이라는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기본 구조는 학습복지(Learnfare), 일자리복지(Jobfare), 사회적 안전망(Welfare) 등 ‘3 fare’다. 노동자의 평생학습 시스템을 갖춰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면 경제성장과 복지를 함께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신정완 교수도 사회구성원의 학습능력과 취업·혁신능력을 증진시킨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모델’을 주창했다. 다만 논의들의 현실화에는 아직까지 의문 부호가 찍힌다.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지식경쟁’ 사회로 세계 경제가 변모하고 있는 만큼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려는 진보 진영의 논의 방향은 맞다.”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교육 개혁 등이 동반돼야 하는 등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한나라 대선주자 정책토론] 본지 대선정책자문위원 총평

    [한나라 대선주자 정책토론] 본지 대선정책자문위원 총평

    서울신문 대선정책평가단 소속 자문위원들은 29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제분야 정책토론회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음은 자문위원 평가를 요약한 것이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7·4·7(연간 7% 경제성장률·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경제강국)’전략이라든지, 박근혜 전 대표의 ‘줄·푸·세(세금 줄이고·규제 풀고·법질서 세우기)’전략은 상당히 포퓰리즘적인 정책목표라고 본다. 경제 성장을 얘기하기 전에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모두 연간 경제성장률 7%를 공약했지만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 같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이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 양극화, 신뢰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를 저비용·고효율로 바꾸지 않는 한 연간 7% 이상의 높은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평등한 분배구조로 인한 양극화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없다. 경제부문의 불신만 해소해도 경제성장률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가령 노사문제에서 노사간 신뢰만 회복해도 연간 경제성장률을 1%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실증적 연구가 있다. 또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만 회복돼도 경제성장률을 연 2%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뿐 아니라 대다수 정치인이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에만 급급한 것 같다. 일자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자리가 줄어든 큰 이유는 고용 효과가 큰 제조업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막연히 일자리 창출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과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어떻게 육성할지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한반도 대운하’와 ‘열차 페리’ 논란에서는 경제적 측면의 날카로운 지적이 없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 확보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얼마가 드는지,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꼼꼼히 따졌어야 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 부동산분야에 있어서는 대다수 후보들이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이 전 시장의 ‘신혼부부 1주택’, 홍준표 의원의 ‘성인 1인 1주택’, 원희룡 의원의 ‘1가구 1주택’ 공약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아스럽다. 가령, 신혼부부 1주택 공급 공약은 신혼부부에게 그런 혜택을 줘야 하는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10년,20년 이상 집을 보유하지 못한 가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신혼 때부터 집을 소유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 ‘1가구 1주택’‘1인 1주택’ 공약도 국가가 의무적으로 나눠 주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것인지 제시했어야 했다. 전문가들이야 그런 공약을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1가구 1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적 의지 표현으로 받아들이지만 일반 국민들은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있는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문화부 “기본적으로 맞다” 인정

    문화부 “기본적으로 맞다” 인정

    문화관광부는 28일 한·미 FTA 협정문 부속서한에 명시된 ‘무단복제 허용 인터넷 사이트 폐쇄’와 ‘대학가 서적복제 단속강화’ 조항이 다른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에는 없는 불평등한 조항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맞다.”고 28일 인정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그러나 “원론적 수준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라면서 “협정문 내용은 국가간에 상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복제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요구했던 분야”라고 말해, 미국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데 대한 불평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고의로 녹화장치를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하는 시도’라고 적시한 ‘영화관에서의 촬영시도 처벌 조항’에 대해서도 문화부의 해명과는 달리 여전히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 현재 국내법으로 사적 이용을 위한 촬영이나 복제까지 처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촬영기기를 영화관에 들고 들어가는 행위만으로는 처벌받지 않고 복사나 전송의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만 처벌받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촬영행위 자체만으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4) 불법 부르는 건설 ‘다단계 하청’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4) 불법 부르는 건설 ‘다단계 하청’

    A업체 직원 김진영(가명)씨는 ‘하도급’이란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고 했다.A업체는 최근 S건설 측에 ‘공상처리비’ 지급 독촉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업체는 S건설과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울 대치동의 보습학원, 가락동과 월계동 아파트 등 6건의 콘크리트 신축공사에 대해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들이 발생했고, 합의금과 병원비로 2억 3000여만원을 관련 인부들에게 지급했다. ●불공정 노예계약에 피멍 이 일로 A업체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말았다. 김씨는 “S건설은 이미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수십억원의 계약보증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아 이익을 챙겼다.”면서 “건설공사 안전사고는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주인 원청업체가 처리해야 하는데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고 했다. 국내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대형 건설업체에서 시작, 하도급업체들을 점층적으로 옥죈다. 결국 맨 아래 단계의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입는다. 재주는 하도급 업체가 부리고 돈은 원청업체가 챙기는 격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부실업체가 난립, 근로환경이 악화되고 부실공사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B기업은 2002년 6월 K건설이 조달청으로부터 수주한 강원도 고속도로 건설공사 하도급 계약을 따냈다. 최저가낙찰제 공사로 도급금액은 892억원이며 예정가 대비 낙찰률은 65.6% 수준이었다. 그러나 B기업은 하도급 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고 2005년 5월 부도를 냈다.K건설을 상대로 85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B기업 관계자는 “K건설이 물가변동분 7억원을 선급금 명목으로 받는 조건으로 ‘일체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했는데, 거래단절이나 수주기회 박탈 등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K건설은 “선급금을 발주처로부터 받아 전달한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등 손해를 감수했다.”고 반박했다. C기업도 대기업의 횡포 속에 최근 부도가 났다.C기업은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광주지역 고속도로 우회도로 공사를 따낸 H건설과 2001년 7월 36억 7000만원 규모의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 그러나 C기업은 “공사 중 현장 여건이 변해 공사기간이 두 배로 늘어나고,H건설의 추가작업 지시에 따라 18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서 “계약 내용과 실제 공사 분량이 많이 달랐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하도급 공사현장에서만 15년을 일했다는 이상직(가명)씨는 “최저가 낙찰제로 하도급업체들이 다 죽어난다.”고 했다. 대기업 등 원청업체는 도급단가를 떨어뜨려 수지를 맞추지만, 하도급업체들은 인건비를 깎거나 고용조정을 하는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업체에 떨어지는 시공비가 턱없이 낮아져 임금체불이나 노사분규가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교통부와 건설산업연맹에 접수된 체불임금 관련 786건 가운데 하도급 과정에서 발생한 체불이 576건으로 73%를 차지했다.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는 일도 빈번하다. 인천연대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얼마전 환경관리공단이 발주한 강화도 하수관거정비공사 입찰에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인천연대측은 “일부 심사위원이 심사 전 포스코 컨소시엄측으로부터 현금이 들어 있는 카드를 받은 사실이 수사당국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면서 “환경관리공단이 포스코건설에 ‘입찰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날 경우 결정을 취소한다.’는 청렴계약이행서약서를 작성토록 했음에도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3) 뛰는 교육비… 자식이 인질인가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3) 뛰는 교육비… 자식이 인질인가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박모씨. 보습학원에 다니는 중학교 2학년 딸 학원비로 매달 54만원을 낸다. 지난해 40만원에서 사전통보 없이 35%나 올랐지만 왜 이렇게 많이 올렸느냐고 항의 한번 못했다. 그나마 보습학원에서 가르치는 5과목을 단과반으로 다니면 66만원으로 더 비싸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상무인 조모씨. 중1인 딸 학원비로 매달 80만원을 쓴다. 수학 25만원, 영어 30만원, 과학 20만원에 일주일에 한번 농구 등 운동을 배우면서 5만원을 낸다. 방학 때 이런저런 학원에 보내고 시험직전 특강까지 감안하면 학원비는 월 평균 100만원이 넘는다. 학부모는 ‘봉’이다. 자식이 ‘인질’이기 때문이다. 행여 내 자식이 미움받을까봐 불만은 마음에 담는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한 단계씩 올라갈수록 교육비가 껑충 뛰어 숨이 막힌다. 교육비에 치여 노후준비는 뒷전으로 밀린다. 학원비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웃돈다. 물가 중에서도 체감물가와 그나마 가장 가깝다는 생활물가는 지난해 3.1% 올랐다. 반면 유치원 납입금은 8.5%, 단과반 고입학원비 5.0%, 종합반 고입학원비는 7.8%씩 올랐다. 학원들이 수강료를 인상할 때 지켜야 하는 기준은 있다. 각 교육청에 설치된 수강료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회의를 2∼3년에 한번씩 하다 보니 현실을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 준수 여부를 지도해야 하는 교육청 인력도 절대 부족하다. 강남교육청의 경우 학원은 2500여개지만 담당 인력은 8명이다. 고3 수험생을 상대로 유행하던 족집게 과외가 아래 학년으로 내려왔다.2008학년도부터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중 중학교 내신성적만으로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4개로 늘어난다. 내신만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학생수는 총 119명으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고3이 다니는 서울 강남지역 논술학원 수강료는 주 1회에 월 100만원 정도. 이같은 개인과외는 수강료 기준이 없다. 강사나 학부모가 과외비를 신고해야 하는데 양쪽 다 세원노출을 꺼려 신고하지 않는다. 교육과 관련된 사회단체활동을 하는 학부모들의 속앓이는 더 심하다.‘누구누구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전학가도 소용이 없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학사모) 최혜정 서울대표는 “선생님이 ‘엄마하고는 대립해도 아들하고는 대립하지 않았으면 싶다.’는 말을 할 때 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교육비가 저축률을 낮춰 노후준비 등 미래의 삶의 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계저축률로 간주되는 개인순저축률은 2001년 5.9%에서 지난해 3.5%로 줄었다. 학사모 최 대표는 “교사는 노후대책이 마련돼 있고 학부모는 사교육으로 노후준비가 안 되는 이상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중계석] “신자유주의 확산 민중이 대항하자”/김명인 인하대 교수

    “1987년은 부르주아민주혁명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부르주아민족국가는 신자유주의 드라이브에 의해 사실상 해체될 운명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열린 대토론회 ‘민주화 20년, 문화 20년 상상변주곡’의 여섯번째 토론회가 23일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개최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다시 민중을 부른다’라는 발표문에서 1987년 6월항쟁 이후 20년을 한국이 신자유주의 세계체제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분석하고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펼치기 위해 민중 개념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지배를 받는 사회에서 자본화되지 않는 모든 인간은 사회 밖으로 내몰린다.”며 “오늘날의 극단적 양극화와 불평등, 경쟁주의는 신자유주의 시장독재의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노동계급의 분발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주체를 구성한다는 맥락에서 민중개념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0년대 탄생해 1970,80년대에 발전한 ‘민중’ 개념은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면서도 억압적인 사회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포함한 개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1970∼80년대의 민중개념은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장독재체제에 반대하는 지구상의 모든 지역 인민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개념으로 상당한 적합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규·비정규 노동자계급, 농민, 도시빈민, 이민자 등 신자유주의 시장독재체제의 희생자들이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반신자유주의 연합을 이뤄 세계적 규모의 저항운동을 펼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전망이고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2) ‘카드사의 봉’ 영세사업자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2) ‘카드사의 봉’ 영세사업자

    “요즘 같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문 닫고 싶죠. 직원 월급이다 월세다 내면 남는 게 없어요. 카드 수수료까지 숭덩숭덩 나가니 이익이 나는 게 이상한 거죠.” 25년째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조그만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나영(56·여)씨. 요즘은 계산대 위 신용카드 단말기를 보면 부아가 치민다. 결제 때마다 빠져나가는 수수료 때문이다. 5만원짜리 파마 손님을 받은 뒤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는 보통 4005원. 수수료율이 무려 4.05%로 전체 가맹점 평균인 2.37%의 1.7배다. 한달에 40만원가량을 수수료로 낸다. 손님 10명 중 일고여덟은 카드로 계산한다. 김씨 역시 카드를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얼마 전 범칙금을 내러 들른 관공서에서는 어이없게도 카드를 받지 않았다.‘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누구나 한 달에 한 번은 머리를 깎아요. 그런데 미용업이 사치업종입니까. 골프는 겨우 1.5%만 내요. 형평에 맞지 않잖아요. 결국 힘 없는 사람만 죽으라는 거죠….” ●이·미용업 수수료율 골프의 두배 가까워 1인당 두장 넘게 갖고 있고, 올해 들어서는 전체 결제금액이 한달에 2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신용카드는 가장 중요한 결제수단이 됐다. 시골에서도 카드를 받지 않는 업소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영세업종에 수수료율이 높게 책정돼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 경기 불황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은 이·미용원과 의류, 자동차정비 등 영세업종이다. 이·미용원, 의류는 3.6∼4.05%, 자동차정비는 3.6%에 이른다. 부동산중개업도 3.5∼4.0%다. 반면 골프장은 1.5∼2.2%, 종합병원은 1.5∼2.0%만 부담한다. 주유소와 대형할인점도 각각 1.5%,2.0∼2.7%로 낮은 편이다. 같은 여신협회의 학원 업종에 분류돼 있지만 대학은 1.5∼3.51%인 반면 유치원은 3.45∼3.6%이다. 수수료율 책정에 있어서도 업종의 규모와 입김 등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시흥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중도(36)씨는 “매출의 80%까지 카드로 결제된다.”면서 “수익의 7분의1이 고스란히 수수료로 나가 자동차보험 출동업무까지 맡으면서 겨우 수지타산을 맞추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장자율 책정에 동종끼리도 매장따라 수수료 차등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카드사의 현금서비스·카드론 수익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03년 25.6%에서 지난해에는 18.4%까지 떨어졌다. 반면 가맹점 수수료의 비율은 같은 기간 14.6%에서 38.9%로 뛰어올랐다. 당기순이익도 덩달아 7조 7000억여원 손실에서 2조 1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현금서비스 등을 대체한 새로운 ‘황금 어장’으로 떠오른 셈이다. 그러나 수수료율이 비교적 낮은 업종이 전체 가맹점 수수료 수익 중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한 카드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전체 신용판매 가운데 대형할인점의 매출 비율은 8.7%. 종합병원은 2.5%, 백화점은 2.6%다. 골프장은 불과 0.8%에 불과하다. 수수료율이 높은 나머지 영세업종이 카드사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지역에 있는 같은 업종의 브랜드라도 매장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수수료율도 달라진다. 인천 부평지역에서 한 의류 브랜드를 취급하는 두 매장은 지난해 각각 3.6%,2.0%의 각기 다른 카드 수수료율을 부담했다. 둘 다 월 매출 5000만원을 올렸지만 카드수수료는 각각 126만원,70만원을 따로 냈다. 연간으로는 672만원의 차이다. 전자는 재래상가, 후자는 대형할인점 매장이다. 대형할인점 입주에 따른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큰 차이다. ●세금보다 수수료 더 많아 카드사만 배불리기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카드수수료는 세금보다 더 무섭다. 지난해 12월 부평에서 한 업주가 올린 매출은 4110만원. 판매 수익은 1027만원 정도 거두고 임차료와 인건비 등 경비로 583만원을 썼다.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은 30만원. 그러나 카드수수료는 111만원을 냈다. 휴일 없이 하루 12시간 동안 가게에 매달려 손에 쥔 돈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수입의 3분의1이 카드수수료로 날아갔다. 바꿔 말하면 1%만 떨어져도 인건비나 세금은 빠진다는 뜻이다. 인천 부평구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인태연(45)씨는 “요즘은 현금영수증 제도까지 정착되면서 거의 모든 소득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카드 수수료율 조정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절대 다수가 사용하는 카드는 일종의 화폐이자 공공재”라면서 “수수료율 책정을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말은 카드사의 횡포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수수료 책정 무엇이 문제인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마다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각 업종 협회 등과 협의해 결정한다. 이런 이유로 한 업종의 수수료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신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는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해진다. 이는 은행 대출이자나 보험료가 각각 담보·신용상태나 건강상태·사고위험등급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대형할인점 등 수수료율이 낮은 업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각종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면서 “반면 영세업종은 카드 배손비용 등이 클 뿐만 아니라 평균 결제금액이 적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세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카드사와 업계의 합리적인 ‘합의’가 아닌 카드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대개 수수료율이 정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미용사중앙회 이한웅 사무총장은 “수수료율의 차이는 업계 협회와 카드사 간의 협상력의 차이”라면서 “우리처럼 단체행동을 하지 않고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업종은 열이면 열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활에 밀접한 업종의 수수료율이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 임태기 업무부장은 “골프장 수수료율에 비해 서민들이 생활필수품으로 이용하는 정비업이나 이·미용원, 세탁소 등의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면서 “카드사에서 원가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배손비용 등을 들먹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외국사례-대안은 해외와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높은 편일까. 여신금융협회는 일본의 경우 자금조달금리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데도 국내보다 높은 3.39% 수수료를 받고 있는 등 국내 가맹점이 일본 가맹점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도 우리나라보다 수수료율이 0.2%포인트 높으며, 유럽은 신용카드가 아닌 직불카드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수료율 인하를 적극 추진해 온 민주노동당은 일본의 경우 업종별 수수료 수익의 편차가 심하며 유럽연합의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만을 볼 때 2004년 기준으로 레스토랑과 렌터카 등 5개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 미만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어 호주는 1999년 1.8%에서 2004년 말에는 0.99%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민노당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정화하자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연구원에 의뢰한 원가산정 표준안 연구용역 결과도 이르면 이번 달 말 나온다. 이를 기초로 수수료율 산정의 합리적인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민생특위 신장식 위원장은 “수수료율 산정과 심의위원회 설치 및 위원 구성 요건의 법제화 등이 함께 이뤄진다면 영세업계와 카드업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입점업체 울리는 유통공룡’ 제보 봇물

    “귀금속 제조업자로 L면세점과 홈쇼핑에 입점하려고 계약을 진행 중인데 수수료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홈쇼핑은 40∼43%이고, 면세점은 55% 이상입니다. 제품원가에 수수료를 덧붙이니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겁니다.” “서울 D타워 내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고 있는데, 수수료는 25%이지만, 월 관리비 400만∼500만원, 용역비 등을 포함하면 결국 수수료가 40% 정도나 됩니다.” “수입업자인데 홈쇼핑은 제품가격의 48∼50%가 수수료입니다. 정상적인 제품으로는 납품이 어려워 주요 성분을 빼고 만들어 납품하게 됩니다.” 서울신문 5월8일자에 기획시리즈 ‘경제불평등 이제 그만’의 1회 ‘입점업체 울리는 유통 공룡’ 보도가 나간 뒤 유통업체의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제보가 기자에게 잇따라 들어왔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TV홈쇼핑이나 대형 할인마트, 대형 쇼핑센터에 대한 불만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고율의 수수료와 판촉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제조사와 소비자가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행복지기’라고 밝힌 한 독자는 “야채도 23∼25%의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린 기사의 댓글에도 불만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 ‘줄리맘’은 L백화점의 ‘반성’에 대해 ‘무늬만 반성’이라고 지적하며 “그 백화점의 한 영업점에서는 최근 주말행사 권리를 공개 입찰하는데, 매출 규모를 많이 써낸 거래처로 행사를 몰아준다고 하더라.”면서 “입점업체에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옷장사를 한다는 한 네티즌은 “본사 브랜드 보증금을 1000만원 걸고, 인테리어비를 반반 내기로 하고 입점해서 매출 3000만원을 올려도 인건비 450만원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백화점에서 7∼8년 장사했지만 결국은 깡통만 차고 백화점 담당자하고 싸움한 뒤 장사를 접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백화점 중 L·H백화점이 제일 심하다.”면서 “영세업체는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다 업체카드나 영업사원 카드로 가(가짜)매출 찍다가 밀려난다.”고 했다. ‘솔향기님’은 “기사에 공감한다. 나 또한 20년 넘게 백화점 폭리에 시달리다 다 거덜나고 접었다.”면서 “진작 그만두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약자의 설움을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웃으며 살자’는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내온 독자는 “여러 가지 문제되는 불공정거래나 강요 사항이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장사하는 기간 동안 불이익을 받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얼마 전에는 유사한 업종의 가게 2곳이 쫓겨났는데 권리금은커녕 부대시설비도 제대로 못받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경우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불공정 사례 제보가 구체적이지 않아서 공정위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사를 계기로 입점업체들이 피해사례를 적극 제보하기를 기대하며 공정위도 올해 유통업체에 대한 서면실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시정조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블레어 총리 ‘새달 27일 사임’ 공식 발표… ‘집권 10년’ 빛과 그림자

    블레어 총리 ‘새달 27일 사임’ 공식 발표… ‘집권 10년’ 빛과 그림자

    |파리 이종수특파원|1997년 20세기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등극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영욕의 10년’을 마감하고 10일(현지시간) 사임을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내달 27일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아침 각의에 참석해 퇴진 계획을 밝힌 뒤 지역구인 중부 세지필드에서 “6월27일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블레어는 새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8) 정상회의를 마지막으로 국제 무대에서 물러난다. 그의 ‘집권 10년’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지만 경제적 번영의 길을 닦았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제3의 길-경제 활성화 성공 1994년 노동당 당수에 취임한 블레어는 2년 뒤 5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총리에 취임했다. 이후 기존 노동당의 노선과 달리 중산층을 껴안는 중도노선 이른바 ‘제3의 길’을 선택했다. 분배 위주의 정책 대신 성장 강화에 무게를 뒀다. 특히 1918년부터 노동당 정책의 상징이던 국유화 강령을 폐기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규제 완화, 자본시장 육성,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영국 경제 성장률을 유럽 최고 수준인 3%대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당내 좌파들로부터 ‘토리(옛 보수당) 블레어’라고 비판받기도 했으나 강력한 카리스마로 ‘영국의 케네디’로 불리기도 했다. 블레어에 비판적인 가디언마저 최근 “블레어의 10년은 영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제3의 길이 빈부격차와 사회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지만, 노쇠한 영국을 활기 넘치는 나라로 변화시킨 점은 분명하다. 또 북아일랜드와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영원한 화약고이던 북아일랜드 분쟁을 해결하면서 2001년 6월 재선에 성공했다. ●해외 파병…날개 없는 추락 취임 초기 83%에 이르던 블레어의 지지율은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2003년 이라크 침공 때 군대를 파견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로 ‘부시의 푸들’로 불리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어 2005년 52명이 숨진 런던 시내 지하철 폭탄테러 사건과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다. 현직 총리 사상 처음으로 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수모도 겪었다.3선 불출마 약속을 깨면서 브라운 재무장관의 지지자들로부터 공개적 퇴진 운동에 직면하기도 했다. 급기야 노동당은 지난주 지방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필립 스티븐스는 “블레어는 당대의 가장 성공적인 정치인”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vielee@seoul.co.kr
  • [변화 선택한 프랑스] (하) 변화하는 유럽-대미관계

    |파리 이종수특파원|친미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답보 상태인 유럽연합(EU) 개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독일·프랑스·영국 모두 친미성향을 띠면서 EU와 미국이 소원했던 과거를 딛고 관계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만큼 사르코지 당선자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과는 달리 미국·영국식 발전 모델을 지향했고 지나치게 ‘미국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통합·개혁 논의 박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은 사르코지가 유럽개혁의 큰 축이 될 수 있다고 반겼다. 메르켈 총리는 그의 당선 확정 뒤 “EU의 핵심 주축으로서 독일·프랑스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지난 2005년 프랑스가 국민투표로 EU헌법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빚어진 EU 회원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르코지의 첫 해외순방지로 EU본부가 있는 브뤼셀과 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베를린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르코지의 대안은 EU헌법 부활 대신에 ‘미니 조약’ 체결이다.EU 대통령 대신 상임 의장·외무장관직 신설, 이민문제 등에서 만장일치가 아닌 일부 회원국끼리 공동정책을 펼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게 골자다. 또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 비준만으로 발효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을 비롯해 EU헌법 부활을 반대하는 국가들도 미니 조약에 찬성한다.EU헌법 부활을 추진해온 메르켈 총리도 조항 내용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터키의 EU 가입 문제는 난항이 예상된다. 사르코지는 이에 반대하는 대신 터키-남유럽-북아프리카 모로코로 이어지는 ‘지중해 국가 연합체’를 통한 유대강화를 제안했다. 반면 영국은 터키 가입을 찬성하고 있다. ●‘신 3각체제’ 구축, 대미 관계 강화 사르코지 집권으로 영국·프랑스·독일 유럽의 이른바 ‘3두 마차’가 모두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미 미국과 유럽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대서양 플랜’에 착수했다.‘포스트 블레어’가 누가 되더라도 영국의 친미기조는 변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국익에 부합하는 실용주의적 정책 이른바 ‘선택적 친미’ 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많다. 당선 직후 “지구온난화 방지에 주력할 것”이라며 “미국도 이 문제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한 사례다. 또 국제 무대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높이려는 그의 계획은 이란 핵문제 등 중동문제를 놓고서도 미국과 이견을 보일 수 있다. vielee@seoul.co.kr ■ 술은 입에도 안대는 스포츠마니아 사르코지와 부시는 닮은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닮은꼴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9일 보도했다. 신문은 프랑스와 미국 정상이 서로 비슷한 점이 많으며 이를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뒤 수십년 동안 불편했던 두 나라 관계가 크게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성격이 급하며 거친 표현을 쓰고, 자부심이 강한 점이 비슷하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사르코지는 내무부장관 재임 당시 소요사태와 관련,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로 규정해 큰 반발을 사는 등 종종 평지풍파를 일으키곤 했다.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점이나 스포츠 마니아인 점도 같다. 사르코지는 조깅을, 부시는 산악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미 행정부는 반미성향의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후보 대신 친미성향의 사르코지가 당선된 것을 크게 반기고 있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와 협력을 강력히 기대한다. 의견차는 있지만, 큰 범위의 이슈를 함께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도 대통령 수락연설에서 ‘미국 친구들’에게 “친구간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프랑스는 미국이 필요로 할 때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사르코지 당선자의 수석보좌관 데이비드 마르티농은 양국 정상간 당선 축하 전화통화에서 “두 정상이 매우 정답게 얘기를 나눴다.”면서 “사르코지 당선자가 대미관계 개선의지와 함께 (더 좋은 관계를 위한)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신뢰를 더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IHT는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유럽내 최대 협력자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사임 임박 속에 사르코지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정상은 다음달로 예정된 베를린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처음 회동할 예정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긴 점심·짧은 노동 시간 프랑스 특성 사라질수도” |파리 이종수특파원|긴 점심 시간, 짧은 노동시간, 방대한 양의 식사와 끝없는 수다…. 프랑스 하면 으레 떠오르는 생활 방식이다. 이런 ‘아름다운 프랑스’의 모습이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 시간) 사르코지 당선자가 국민들의 노동 패턴을 미국이나 영국처럼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려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는 징검다리 휴가를 비롯, 평소에도 휴일이 많다. 또 혁명기념일인 7월14일부터 9월까지 파리 시민들이 거의 도시를 떠날 정도로 휴가가 길다. 그러나 한편으로 프랑스는 사회보장제도 등 공공 서비스가 잘 발달돼 있다. 최빈곤층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국가가 운영하는 유아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중산층도 한달에 800유로(약 100만원)만 주면 아이 둘을 유아원에 맡기고 출근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최근 프랑스는 유럽 최고의 출산율과 여성 노동력 비율을 자랑하게 됐다. 물론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직접세 등 프랑스 국민들의 부담은 영국 국민보다 높다. 그러나 어쨌거나 프랑스가 이런 문명화된 공공 서비스 시스템을 시행한 것은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의 정신에 공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은 사르코지가 이런 프랑스 고유의 미덕을 폐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여성 언론인 아네스 푸아리는 “사르코지의 당선을 제일 먼저 축하한 이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라는 사실은 걱정”이라며 “사르코지는 미국·영국을 복사하려고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어 사르코지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빗대 “목욕 물을 버리려다 아이를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사르코지가 추구하는 영·미 시스템 개혁은 프랑스인의 심미안, 식생활, 나아가 프랑스의 정신 등 모든 프랑스적 상징을 파괴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당장에는 영·미식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더 나빠질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프랑스 사회를 빈부 계층으로 양분하면서 불평등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vielee@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롯데백화점의 ‘반성문’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롯데백화점의 ‘반성문’

    지난달 30일 롯데백화점은 입점한 업체와 협력업체 등 400개 업체의 관계자들을 불러 ‘깜짝 쇼’를 했다. 롯데백화점은 협력업체와 ‘윈-윈’하겠다면서 몇가지 약속을 했다. 백화점의 ‘횡포’에 대한 ‘반성문’ 격인데, 입점업체들에 악명이 높았던 롯데로서는 놀라운 변신인 셈이다. 롯데는 최근 협력업체 만족도 조사에서 신세계, 현대에 이어 3위였다. 매출 규모로 1위이지만 입점업체와의 관계는 꼴찌다. 롯데의 반성문 내용은 백화점 업계의 고질적인 횡포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우선 롯데는 매출 연동 마진조정제를 도입키로 했다. 매출 수준을 협력회사와 합의해 결정한 뒤 초과될 경우 수수료율을 인하해 준다는 것이다. 더 이상 매출을 업체에 떠안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5대 5로 하는 광고비용의 부담을 줄여 주겠다고 했다. 또한 1년 이내에 매장을 이동해 인테리어 비용이 발생했을 때 일정수준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셋째, 고객 초대 패션쇼나 백화점의 마진율을 대폭 높인 파격가 상품판매 등을 대폭 줄여 주겠다고 했다. 넷째, 백화점 영업사원과 입점업체 ‘영업상무’가 잘못하면 앞으로는 영업사원만 ‘벌’을 받는다. 한 의류업체 영업상무가 백화점 영업사원을 접대하면 과거에는 같이 ‘처벌’받지만, 새로운 규정에서는 백화점 직원만 인사 조치된다. 다섯째, 판매대금을 어음 등으로 지불하던 관행도 개선된다. 여섯째, 매출액을 기준으로 가차없이 적용하던 입퇴점을 지양하고 성장에 주목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롯데 영업직원들은 “사장이 직접 나서서 입점·협력업체들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면서도 “최근 백화점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렇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새로운 브랜드들이 생겼지만, 올해는 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백화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입점후 매출이 늘지 않는 ‘비효율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입주업체에서 점포를 빼겠다고 통보하기 때문에 영업직원이 같이 활성화해 보자고 매달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점업체들로부터는 롯데의 ‘반성문’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연히 개선돼야 할 ‘횡포’를 두고 생색을 낸다는 분위기다.40%에 육박하는 수수료율을 크게 줄여 주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백화점이 그동안 누려 왔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문”이라고 평가한다. 그나마 그렇게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개선해 주겠다는 것은 고맙다는 정도다. 입점업체들은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의 반성문이 현대나 신세계 등에 영향을 미쳐, 수수료 문제 등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백화점에 직매입 형태의 전문매장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1) 입점업체 울리는 ‘유통 공룡’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1) 입점업체 울리는 ‘유통 공룡’

    세상은 평등하다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결코 그렇지 못하다.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는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를 바 없는 분야들이 있다. 강자의 횡포 앞에서 무력하기만 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경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은 10회에 걸쳐서 경제적 ‘골리앗’에 억눌린 ‘다윗’들의 실태를 살펴보고 개선책을 모색해 보는 시리즈를 싣는다. 서울 청담동에서 고급 여성복점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최순녀(가명·48)씨는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운영하던 매장 2개를 철수했다. 처음 백화점에 매장을 낸 뒤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다. 백화점 입점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디자인이나 품질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당시 최씨는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최씨는 백화점에 입점했던 2년간 경제적·인격적으로 모욕에 가까운 일들을 겪었다. 최씨는 예상치 못했던 인테리어 비용을 3500만원이나 지출했다. 백화점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매출의 37%나 됐다. 백화점 행사 협력 등의 명목으로 이런저런 경비가 계속 늘어났다.100만원짜리 옷 한 벌을 팔면 40만원쯤이 백화점에 들어갔다. 자신에게 남는 것은 5만원쯤에 불과했다. 백화점이 8배의 이익을 챙긴 것이다. 최씨는 “할당된 매출이 차지 않자 봄·가을에 두 차례씩 저가의 기획상품전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와의 차별도 견디기 어려웠다. 한 고객이 구입해간 옷을 한달 만에 교체해 달라고 왔다. 옷 상태를 보니 도저히 바꿔줄 수가 없었는데, 백화점 측에서는 교체를 강요했다. 억울했지만 받아들였다. 나중에 백화점은 해외 브랜드인 버버리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기자 버버리의 손을 들어주어 최씨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백화점을 나왔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도한 수수료와 각종 부대비용을 요구하며 입점업체들을 억누른다. 최소 33%에서 최대 40%에 이르는 입점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디자이너 김경희(가명·57)씨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부분의 백화점에 있던 매장을 최근 몇년 사이에 거의 정리했다. 김씨는 “백화점이 좋은 위치에 매출이 많은 브랜드를 배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구석으로 내몰기 때문에 월말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매출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령, 지인들의 카드로 매상을 올린 뒤 나중에 취소하는 일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의 브랜드는 크게 비싸지 않고 50,60대의 단골 고객도 있어 매출이 적지 않았는데도 백화점의 강압은 지속됐다. 김씨는 “중견 디자이너이고 제법 팔리는데도 백화점의 영업과장에게 쩔쩔맸다.”면서 “젊은 디자이너들은 입점도 어렵지만 입점해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의 한 후배 디자이너는 어렵게 입점했지만 매출이 오르지 않자 1년에 매장을 3차례나 옮겼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매장을 옮기는 것은 단순히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대리석으로 바닥공사를 하고 조명과 가구 등 인테리어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든다. 결국 후배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다시피 백화점을 떠났다. 김씨는 “백화점은 디자이너나 제조업체를 발굴해 육성해야 할 책임과 자본,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데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 임대업자가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보석 디자이너 이진주(가명·52)씨는 지금은 모두 철수했지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삼성플라자 본점, 현대백화점 본점 등에 입점했었다. 남보다 적은 25∼27%를 수수료로 주었지만 원가(33%)와 직원 인건비(35%)를 빼고 이씨는 단 5% 수준의 이익만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도 계절별로 디스플레이와 매장 인테리어를 바꿔야 했다. 또한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에 맞춰서 해야 하는 고객 사은행사, 끊임없는 백화점의 이벤트에 녹초가 됐다.”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 브랜드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씨 매장을 떠밀어냈다. 이씨는 “우리는 디자인전문회사이지 유통전문회사도 아닌데 계속 백화점의 요구를 견디고, 경쟁사의 견제를 받아가면서 유지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불평등의 원인 ‘저임금’ 해부

    오늘날 세계는 인류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상위 20% 선진국이 전체 재화의 86%를 독점하고 있다. 인류 전체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 양의 식량이 생산되지만 이 중 40%는 서구 국가들의 가축사료로 쓰인다. EBS에서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1,2일 세계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인 저임금 노동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빈곤의 늪, 저임금’(미국 WGBH 제작)을 오후 9시50분에 방영한다. 저임금은 제3세계 국가 발전에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지나치게 싼 가격에 농산물을 사들이다보니 저개발국 국민들에게 ‘저축을 통한 부의 선순환’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방영된 ‘KBS스페셜-착한 거래, 페어트레이드’편은 최종 소비자가 커피 한 잔에 지불하는 돈 가운데 실제 커피농민에게 돌아간 몫은 0.5%정도이며 나머지는 중간상인, 가공·유통업자, 다국적기업들이 차지하는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임금은 제3세계 국가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3000만명에 달한다. 아이 셋을 부양하는 간병인 진은 큰딸 브리지트가 갑상선암 투병을 시작하자 네 명의 손자까지 떠맡았다. 하지만 11달러의 시급으로는 병원비는커녕 생계비도 감당하기 힘들다. 다섯 아이를 키우는 바브라는 시급이 8달러25센트에서 11달러로 오르자 정부지원이 끊겨 더욱 곤궁한 처지로 몰린다. 경비원 제리의 소원은 아이들과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 하지만 시급 11달러로 연명하는 그로서는 이조차도 사치스러운 꿈이다. 과연 이들이 빈곤의 늪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노동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 확대를 주장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여자와 당나귀와 호두, 내가 뭔가 말해도 될까? 이 셋은 맞지 않고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전은경 옮김·미래M&B 펴냄)’에 소개된 중세의 속담이다. 이 책은 캐리커처에 포착된 16∼20세기 초까지의 여성의 삶을 소개하고 있는데, 실은 유행과 아름다움이란 미명하에 고통받은 여성 육체의 수난사에 가깝다. 위에 소개된 중세의 속담이 보여주듯 여성은 코르셋이나 전족, 복대로 고통받으면서 또 조롱거리가 돼야 했다. 책에 실린 여성문제를 다룬 다양한 캐리커처는 500여점에 이른다. 그림뿐아니라 시, 민요, 노래 등도 함께 소개돼 당시의 풍속과 사회상을 이해하기 쉽다. 최근 취직을 위한 성형 열풍의 예고편격인 ‘직업도 없는데 못 생기기까지’부터 ‘마땅찮음(목사님의 딸이 저렇게 가슴이 크다니, 정말 끔찍한 일이야!)’까지 촌철살인의 풍자가 담긴 캐리커처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다. 19세기에는 가슴과 엉덩이,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유행이 기괴하게 발달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유행도 생겨났다. 쿠션을 대서 엉덩이와 허리 아래를 부풀려 강조하는 허리받이 치마와 굴렁쇠 치마는 원치 않은 임신 사실을 숨기기에 적당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쿠션이 들어간 여자 옷을 ‘잡종 숨기기’ 또는 ‘창녀의 옷’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코르셋을 풍자한 캐리커처에서 “그렇게 하다가는 간이 다 으스러지겠군.”이라고 남자가 비웃자 “세상에, 그거야 거리에서 아무도 못 보는데 뭐 어때요!”라고 여성이 응수한다. 저자 에두아르트 푹스는 서양에서 16세기 이후 여성들의 결혼관, 성적 욕구, 의복과 머리, 매춘, 상류사회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정절과 성 윤리 등을 캐리커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동서양이나 잘 살거나 못 살거나 공통적인 여성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지(남성)를 차지하기 위해 여성들이 결혼을 하려는 노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속한다. 코르셋과 전족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성형수술과 다이어트가 여전히 현대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다. 쌍거풀을 만들려고 수술대에 올랐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은 아직 허다하다. 저자는 남성이지만 “여성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노예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발전은 여성들 가운데 적은 부분, 유산계급만 해방시켰고 그것도 가사노동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끈질긴 여성 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구조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독일 사회주의 예술사가인 푹스는 전체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하는 원칙적 억압의 본질이 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 푹스는 1870년 괴팅겐에서 태어나 16살에 사회주의노동당에 가입했다.‘뮌헨 포스트’ ‘남부 독일 포스틸론’ 등에서 일하여 정치풍자 전문가로 활약했고, 여러번 옥살이도 했다.1918년 로자 룩셈부르크 등과 함께 독일공산당을 창립했으며,1940년 사망해 파리 코뮌 전사들 옆에 묻혔다.3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설] 병역특례비리 수사 확대하라

    한동안 잠잠하던 병역비리가 다시 터질 조짐이다. 서울동부지검이 그제 서울 병무청이 관할하는 병역특례업체 60여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어제는 비리혐의가 짙은 6개 업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모 병역특례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 중인 유명 남성그룹 출신 가수와 축구팀 선수 몇 명도 소환했다고 한다. 수사 대상자만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2004년 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 병역비리 사건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병역특례업체는 관리감독이 소홀해 병역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왔다. 전국 8500여개의 병역특례업체에 3만 6000명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의 선발과 관리를 모두 업체가 쥐고 있어 뒷돈을 주고 특례 혜택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껏 비리가 터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검찰은 고시준비생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병역특례자로 회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기록을 위조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공계 학생들이 병역특례자로 선정되는 대가로 교수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첩보도 입수했다고 한다. 병역특례업체가 특례를 주고 받은 돈은 1인당 2000만∼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뒷거래를 통해 특례자로 선발돼 병역의무를 면하는 일은 돈 없는 사람만 군대에 가는 불평등과 사회부조리를 조장한다. 검찰이 검사 5명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참에 서울병무청 관할 업체만 수사할 게 아니라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