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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지 사업, 양성평등과 무관한 것 많다

    ‘성인지 예산 사업 집행 100%’ 달성을 자랑한 국가기관들이 실제로는 엉뚱하게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2 회계연도 성인지 결산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지 사업 예산 규모는 총 11조 2725억원으로 정부 총지출액(325조 4000억원)의 3.5%에 해당한다. 결산서를 제출한 국가기관 34곳 중 성인지 성과목표를 100% 달성한 기관은 9곳에 이른다. 그나마도 이들 기관에서 실시한 성인지 사업 중 일부는 성인지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산을 편성·집행할 때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양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인지 예산 제도의 취지다. 국세청은 지난해 ‘조세박물관 운영’ 사업을 성인지 사업으로 정하고 사업 수혜자를 여성 방문객으로 설정했다. ‘성인지’를 단순히 ‘여성 혜택’으로 인식한 것이다. 게다가 성인지 결산서 자체평가 항목에는 ‘청소년의 능동적 참여와 흥미 유발’, ‘전시실 개편 등 방문객 만족도 증가 유도’와 같이 성평등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적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관 교육훈련 지원’ 사업 결산서 자체평가 항목에 “고충민원 조사 활동시 민원인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생기지 않도록 조사관에 대해 성인지력 교육을 2회 실시해 성과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을 한 것만으로 성평등 목표를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정책처의 설명이다. 정책처는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이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째지만 아직 ‘성인지’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라면서 “각 부처에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 교육을 의무화하고 적절한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해 적극적인 성인지 사업 발굴을 유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종교 권력·불평등에 국민들이 맞서야”

    “종교 권력·불평등에 국민들이 맞서야”

    “우리 사회에서 종교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확인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종교 인권과 종교 자유에 관한 일반의 인식에 훨씬 못 미치는 종교지도자며 국가기관, 공권력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서울시를 상대로 사랑의교회 도로점용허가처분 직권취소 국민청원 운동에 돌입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박광서(64·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대표. 최근 행정법원 재판부가 공공도로 지하를 점용한 사랑의교회에 서초구청이 도로점용허가처분을 낸 것은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판결하자 국민 연대운동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서초구청의 허가처분이 위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거대 종교집단의 위세에 무기력한 사법·행정부의 위상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일상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종교의 영향을 받고 살아야 하는 국민들이 당당하게 맞서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사랑의교회 건은 결국 종교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를 절실하게 보여준 극단의 사례라고 거듭 강조했다. 종자연은 2004년 학내 종교 교육을 거부하다 제명된 대광고 강의석 군 사태를 계기로 그 이듬해 생겨난 단체. 이 사태에 문제를 제기한 참여불교재가연대의 팀과, 이미 활동하고 있던 기독교계 ‘학내 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이 합쳐 태동했다. 박 대표는 창립 때부터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종교계엔 불평등과 위법, 폭력의 사례가 적지 않아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종교계의 권리 침해와 폭력이 묻혀버린 것뿐이죠.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종자연은 참여불교 재가연대라는 불교단체에서 시작된 만큼 기독교계의 비판과 화살을 유독 많이 받아왔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학내 종교 차별 조사’와 관련한 용역을 받은 이후엔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며 개신교계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종자연엔 개신교 목회자며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연합단체인데 여전히 편견이 심한 것 같아요. 특히 왜 개신교의 사안만 집중적으로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개선해야 할 중대 사안이 개신교계에 많은 것뿐입니다. 종교의 자유와 관련한 사안이라면 불교나 다른 종교도 똑같이 문제 삼아야지요.” 이해득실을 따지는 종교계의 편견과 이기주의야말로 가장 먼저 바꿔야할 해악이란다. “올해 야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추진하려던 ‘차별금지법’이 무산된 것은 우리 사회의 종교 이기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를 보여준 셈이지요.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담은 보편적인 조치인데 교리나 교의를 핑계로 거부하는 실상이 안타깝습니다” 박 대표는 내년 2월 정년퇴직과 함께 종자연 대표직에서도 물러날 예정이라고 한다. 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앞서 임의단체인 종자연이 시민사회단체로 등록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박 대표는 “위상의 변화만큼 종자연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귀띔한다. 인터뷰 말미에 지난달 중순 중국의 조선족자치구를 돌아보면서 느꼈던 소회를 털어놓았다. “동강난 땅에서 사는 우리 정치, 사회, 종교 지도자들이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남북 통일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어요. 반쪽의 사회통합도 못하면서 외치는 통일이 말입니다” 글·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is@seoul.co.kr
  • [커버스토리] 中企 대표들이 대학문 닳도록 드나드는 까닭은

    “인맥이 밥 먹여주는 사회 아닙니까.” 경기 안산에서 전자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방의 공고를 나온 그는 대기업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1997년 사업을 시작했다. 15년간 회사를 키우고 돈도 남 부럽지 않게 벌었지만 학력 콤플렉스는 지울 수 없었다. A씨는 같은 공단 내 업체 사장의 추천을 받아 2005년과 2008년 서울 소재 사립대의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각각 700만원과 1000만원을 등록금으로 냈다. A씨는 “돈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과 군 장성, 대기업 임원처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확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두 달에 한 번 있는 동문 모임에 빠짐없이 나가고 일년에 한번 동문들과 부부 동반 해외여행도 간다. 대학의 최고위 과정은 ‘학력 업그레이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게 A씨의 생각이다. 지난해 거래처를 넓히는 과정에서 대기업 상무로 있는 동문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다. 그는 “동문이 다른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친구를 소개해줘 쉽게 거래가 성사됐다”면서 “인맥이 없었다면 갑과 을의 관계에서 불평등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개원한 안과의사인 B씨는 연 매출 1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시력교정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소문이 나서 늘 환자들로 병원 대기실이 붐빈다. B씨는 3년 전 서울 모 대학의 최고위 과정에서 언론인들을 사귄 것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사와 방송사 기자 3명과 함께 수업을 듣고 모임을 가지면서 친해졌다”면서 “이를 인연으로 인터뷰에 자주 소개되면서 손님들이 2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개원한 지 얼마 안 되는 후배 의사들에게 최고위 과정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인천에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 C씨 역시 최고위 과정에서 쌓은 인맥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공장 임대료를 밀렸다며 건물주에게 고소를 당했던 그는 최고위 과정에서 만난 경찰 총경급 간부에게 ‘민원’을 넣었다. C씨는 “서장 전화를 받은 담당 경찰관이 합의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최고위 과정을 듣지 않았다면 경찰 간부를 만날 길이 있었겠냐”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고장난 먹거리 체계 확 뜯어고쳐 봅시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건설하려는 비영리 기구인 페어 푸드 네트워크(Fair Food Network)의 창립자이자 미국 농식품 분야 운동가인 저자가 ‘페어 푸드’를 집중 조명한 글이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 작물학 교수를 지냈고 지난 15년 동안 캘로그 재단의 ‘온전한 농업체계, 먹거리와 사회 프로그램’의 공동 리더로 활동했다. 그는 미국의 먹거리 체계(food system), 즉 먹을 것을 생산·유통·소비하는 시스템이 고장나 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현재의 먹거리 체계를 혁신해 지속가능하면서도 모두를 위해 공평하고 정의로운(fair) 먹거리(food) 체계(system)를 미국 내에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주된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얼핏 온도차가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급한 처지에 놓인 한국의 먹거리 체계를 혁신하고 싶은 깨어 있는 소비자와 먹거리 활동가들에게는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고장난 먹거리 체계를 놓고 환경·음식과 건강·사회적 불평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2부는 공평성, 다양성, 생태학적 온전성, 경제적 활력 등 페어푸드의 원칙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공평성이란 사회정의의 문제다. 예를 들자면 특정지역에서 생산된 적정 가격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먹거리를 ‘모든’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거나, 농식품 생산자들이 턱없이 낮은 값을 받거나 터무니없이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노동 여건에서 일해야 하는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다양성이란 작물과 생물의 다양성, 경제와 소유구조상의 다양성, 사회적 다양성을 동시에 의미한다. 생태학적 온전성은 먹거리 생산의 근본 토대인 농지, 물과 하천, 해양 생태계의 건강을 근본 가치로 포용하는 보다 과학적인 농법의 실천이다. 경제적 활력이란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유기농산물 사업이 수익 창출로 이어져 지역경제, 녹색경제를 활성화하는 힘을 말한다. ‘의식 있는 소비자에서 참여시민으로’라는 제목의 3부는 소비자인 시민이 먹거리 체계를 혁신하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는지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구매자 모임 조직, 지역공동체 텃밭 일구기 등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병원, 초·중등학교, 대학 등 여러 기관들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지역산 유기농 먹거리를 자체 조달하여 바람직한 먹거리 생산체계 창조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식농(food and agriculture) 관련 공공정책이 혁신되도록 정치 대표자들에게 이를 촉구하고 압박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2017년 사법시험 폐지 다가오는데…수험생들 왜 포기 못하나

    2017년 사법시험 폐지 다가오는데…수험생들 왜 포기 못하나

    지난달 말 제55회 사법시험 2차 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은 오는 10월에 있을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선발 예정 인원은 300명이다. 지난해 합격자 506명과 비교하면 그만큼 합격문이 더 좁아졌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시험 선발 인원이 점차 줄고 있지만 일명 ‘돈스쿨’로 불리는 로스쿨의 학비 부담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사법시험을 놓지 못하고 있다.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수험생들이 느끼는 압박감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시생’(사법시험 준비생)에게 로스쿨 입학은 쉽지 않은 일이다. 로스쿨 입학 때 보게 되는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가 잘 나와도 합격이 100% 보장되지 않는다. 줄곧 사법시험 공부에만 매진하다 보니 대개 학부 성적이 좋지 않고, 방학 중 인턴 활동을 하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못해 처음부터 로스쿨을 겨냥한 학생보다 소위 ‘스펙’에서 밀린다. 마땅한 스펙이 없는 상태에서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한 경험마저 없으면 로스쿨 면접에서 합격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생각이다. 올해로 6년째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윤모(28·여)씨는 스스로를 “무모하다”고 표현했다. 윤씨는 아직까지 1차 시험 합격 경험이 없다. 그는 “요즘 수험생들끼리 공공연하게 2차 시험 응시 경험이 없으면 사법시험은 관두고 로스쿨로 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만약 올해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로스쿨 입학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싼 등록금이 걸림돌이다. 참여연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 25개의 로스쿨 등록금을 분석한 결과 올해 사립대 로스쿨 평균 등록금은 1860만 7429원으로 나타났고 국립대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1111만 4727원으로 조사됐다. 25곳 중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곳은 단 4곳이었다. 윤씨는 “사법시험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큰돈을 들여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거나 학교 고시반 등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로스쿨 등록금과 책값, 학원비, 숙식비 등 사법시험 준비기간에 드는 비용이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둘을 같이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로스쿨 진학을 망설이는 이유는 또 있다. 올해로 사시생 4년차를 맞은 안모(26·여)씨는 사법시험이 폐지되기 전까지는 로스쿨에 입학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교육 과정 면에서 여전히 사시 쪽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안씨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면 2년 동안 이론과 실무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다. 1년 동안은 현직에서 일하는 판검사 등으로부터 이론을 배우고, 나머지 1년은 지방을 돌며 시보로 일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서 “로스쿨에서는 방학 동안만 법원 등에서 잠깐 시보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합격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는 만큼 사시생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안씨는 “로스쿨에서는 ‘돈’이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사법시험은 등수대로 대우가 달라져서 나중에 대법관까지 하려면 연수원 성적이 우수해야 하지만, 로스쿨생들이 보는 변호사시험은 등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성적 우수자보다는 법조계에 연고가 있는 학생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취직한다”며 “집안 배경이나 돈 때문에 겪는 불평등이 로스쿨 도입 이후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올해 1월 로스쿨 2기생들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 공개가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법연수원생들은 검사와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을 임명할 때 로스쿨생과 일원화된 공개경쟁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현재 검사와 로클럭은 로스쿨생과 사법연수원생을 나눠서 선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로클럭 등 법조인 경험을 3년 이상 쌓아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사시에 합격해도 여전히 좁은 문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지역인재 채용에 수도권大 지방학생들 속앓이

    전북 순창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이모(27)씨는 최근 한국전력의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전이 서류 전형에서 지방 출신학교 지원자에게 3%의 가산점을 준다고 공고했지만 이씨와 같은 지방 출신 수도권 대학 진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23일 “1~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공기업 입사 시험에서 가산점 3%는 웬만한 자격증 하나와 맞먹을 정도로 큰 혜택”이라면서 “고향이 전북인데도 수도권 대학을 나왔다고 지역 인재로 분류받지 못한다면 이는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역인재 채용 우대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은 지역 인재의 기준을 거주지가 아닌 출신 대학 기준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작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지방 출신 인재는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방대 출신 공직 채용 할당제’ 공약과 정치권의 관련 법률 개정 움직임에 맞춰 지역인재 채용 우대 정책이 졸속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방대생 우대는 가산점 부여나 할당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기업은 대부분 해당 지역 출신 인재를 일정 비율로 채용하는 ‘채용 목표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도 지방대 출신 공직 채용 할당제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지방 소재 대학 졸업자의 단계별 합격자 비율이 30%에 미달하면 부족한 인원만큼 추가 합격시킬 수 있도록 우대 사항을 채용 공고문에 명시했다.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진정한 ‘지방 인재’는 지방대 출신이 아니라 지방에서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 “지방대 할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채용 방식이 일부 위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만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지방대학 교수들은 일부 역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대생 우대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경계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 출신 학생이 상대적으로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다면 이미 취업 경쟁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인재 배출의 통로가 되는 대학 간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만큼 기회의 균등만으로는 시정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특단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 지역 대학에 진학해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현실 속에서 지방대를 살리고 소외된 지방대 졸업생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적극적 조치”라고 항변했다. 반면 전영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군 가산점 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듯이 취업의 형평성 문제에서 지역대학 우선이라는 조치는 문제”라면서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취업시장에서 출신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보다 다른 정책으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교육현장에… 누군가에겐 모진 여름] 특목고 전기사용료, 일반고 2.3배

    [교육현장에… 누군가에겐 모진 여름] 특목고 전기사용료, 일반고 2.3배

    서울 시내 고등학교들의 학생 1인당 전기 사용료가 학교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목적고의 전기사용료는 일반고의 2.3배 수준이었고 자립형사립고 역시 일반고의 1.6배 정도였다. 이 같은 전기사용료의 차이는 여름, 겨울철 냉·난방 시설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22일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2년 학교별 전기요금 사용현황’(2012년 기준) 자료를 보면 특목고 학생 1인당 전기사용료는 15만 7332원으로 분석됐다. 일반고는 특목고의 절반에 못 미치는 6만 7753원이었다. 자사고는 11만 154원으로 나타났다. 학교별로 보면 특목고 가운데는 서울체육고(40만 5071원)가 가장 많았고, 서울과학고(30만 8617원), 세종과학고(30만 4983원)가 뒤를 이었다. 서울의 첫 자사고인 하나고는 49만 757원을 내 학교 유형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전기 사용료를 지불했다. 반면 은평구의 신도고는 일반고에서 수위를 차지했음에도 14만 8733원을 기록했다. 하나고·서울체육고 전기 사용료의 3분의1 정도 수준이다. 자사고와 특목고 중 기숙사를 소유한 학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유기홍 의원실이 서울 시내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보유 학교를 제외한 후 다시 분석한 결과 특목고 학생 1인당 전기사용료는 11만 9241원으로 일반고 6만 7048원보다 1.8배 높았다. 자사고도 9만 99원으로 일반고보다 0.7배 높은 수준이었다. 이런 결과는 학교운영비 결산액 차이에서 비롯됐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특목고 가운데 공립인 서울체육고, 서울과학고 등은 학교운영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지원되기 때문에 냉·난방을 포함한 수업 환경이 일반고보다 더 좋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전기사용료의 격차가 학습 환경의 차이로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면밀한 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학습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힐링 중] 힐링도 때론 독이 된다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힐링 중] 힐링도 때론 독이 된다

    ‘힐링’ 열풍을 타고 다양한 제품과 이벤트가 날개 돋친 듯 생산되고 판매되고 소비되고 있다. 힐링 서적, 힐링 음악, 힐링 푸드, 힐링 카페 등 앞머리에 붙은 힐링은 소비자의 주목도를 높이는 유용한 수단이 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힐링과 관련된 상표 출원은 2008년 23개에서 2011년 65개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전년의 5.3배인 343개로 급증했다. 교보문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제목에 ‘힐링’이 들어간 책을 찾아보면 240여권의 이름이 주르륵 뜬다. 교보문고는 힐링, 위로, 멘토 등 이슈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출판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직원 관리에도 힐링을 내세우고 있다. LG전자는 각 사업장에 심리상담실을 설치해 개인 상담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라이프 코칭센터’에 심리 상담 전문가들을 배치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힐링을 주제로 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사회복지사 및 사회복지서비스 실무 직원 60여명을 천안연수원으로 초청해 이틀간 ‘힐링&비전 캠프’를 열었다. 금융상품의 이름을 짓는 데도 힐링이 유행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 관련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연 3%의 금리로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새희망 힐링 펀드’란 이름을 붙였다. 신한은행의 ‘S힐링 여행적금’은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목돈을 모으는 개인 및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올 초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파란 호수와 하얀 나무를 보여주며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광고는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듣는 모습을 담는 등 감성적으로 접근해 일종의 힐링이 됐다는 호평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힐링을 필요로 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힐링을 힐링한다’라는 보고서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힐링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1인 가구의 확산 등으로 생활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위로나 배려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는 발전했지만, 이와 반대로 자살률은 세계 최고인 것을 볼 때 경제 발전과 개인의 행복의 정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힐링 열풍이 분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치유법을 찾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힐링 열풍의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다. 힐링을 상술로 이용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서모(40·여)씨는 어머니의 휴식과 치료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강원도에 있는 힐링센터에 1주일 일정으로 보낼 것을 계획하고 100만원을 이용대금으로 결제했다. 서씨는 칠순이 넘은 어머니가 힐링센터에서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상담 직원으로부터 반드시 꼭 센터 내 프로그램에 참석할 필요는 없고 식사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고령의 어머니는 4일 동안 혼자 쓸쓸하게 밥을 먹었을뿐더러 센터 관계자들은 서씨의 어머니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서씨가 계약을 취소하려 하자 센터 측은 4일간의 이용료 외에 위약금 10만원을 공제하려고 했다. 서씨는 한국소비자원에 이곳을 신고했다. 악덕 상혼으로 인한 피해 외에 힐링은 순간의 위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힐링받은 순간 ‘괜찮아’ 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더라도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그런 위로의 말이 지겨워질 수 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인 위로를 궁극적인 치유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힐링을 통해 심리적으로 위안받는 것은 좋지만 미래가 불안한 현재의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생계에 쫓기는 사람은 힐링에서조차 소외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힐링의 상업화 속에서 또 다른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있어 진정으로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심리 상담이나 생활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공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우면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개인의 욕구를 억누르게 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성숙해지면 개인들의 마음 속 욕구가 터져나오게 된다”면서 “그것이 지금의 힐링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바람직한 힐링을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면서 “직장, 학교 등 조직에서 잠시라도 짬을 내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거나 명상 시간을 갖는 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盧 NLL’ 옹호 중 발언… 예전 트위터엔 “18대 대선 결과는 무효”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은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홍 원내대변인은 국정원의 ‘대변인 성명’ 발표 다음 날인 11일 오전 이를 반박하는 브리핑을 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각각 ‘귀태’와 ‘귀태의 후손’에 빗대는 발언을 했다. 파문이 커지자 홍 원내대변인은 12일 “귀태 발언은 ‘사람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국가주의적 운영시스템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정보기관이나 경찰 등을 활용해 통제하는 만주국의 운영시스템이 과거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대한민국에 이식됐다는 점을 비판하기 위한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홍 원내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원내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나온 발언인 만큼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지도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원내대변인의 과거 문제 표현들도 새삼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18대 대선 결과는 무효”라면서 “아버지 박정희는 군대를 이용해서 대통령직을 찬탈했고, 그 딸인 박근혜는 국정원과 경찰 조직을 이용해서 사실상 대통령직을 도둑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일에는 “문재인 후보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지난 대선에서 약속했다”며 “그러나 18대 대선 결과는 국정원당과 새누리원의 합작으로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은 더욱 불공정했으며, 그 결과는 전혀 정의롭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홍 원내대변인은 문제의 ‘귀태’ 발언 당시 브리핑에서 “새누리당과 국정원인지, 국정원당과 새누리원인지 구별되지 않는다”며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을 꼬집었다. 홍 원내대변인은 19대 총선 때 서울 성동을(乙)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으로 지난 5월 김한길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원내대변인으로 발탁됐다. 한양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등을 거치며 북한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조윤선 “곤충이라도 남성이 부럽다니 외국인도 공감”

    조윤선 “곤충이라도 남성이 부럽다니 외국인도 공감”

    “국제회의에서 연설할 때 다음 생에는 비록 곤충이라도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더니 참석자들이 다들 공감하더라고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WSJ 카페 인 서울’ 행사의 대담에 출연해 이런 일화를 전했다. 조 장관이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럼에 참석해 ‘불평등 해소를 통한 보다 포용적인 사회 실현’을 주제로 연설했을 때의 일이다. 이전에도 그는 첫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는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종종 이렇게 언급했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크고, 국가에서 무엇인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 때를 떠올리면서 그는 “전적으로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돌봄 부담을 나누는 사회 시스템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날 대담에서 조 장관은 한국이 성평등이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 관련 지수가 낮은 것에 대해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쿠웨이트의 사이에 있다”면서 “지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2 때까지 놀다가 고3 때 반짝 공부한다고 바로 등수가 올라가진 않는다. 모든 나라가 노력하니 쉽지 않다. 주무장관으로서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시행해 온 가족 친화 인증기업 제도에 관한 한 대기업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 구자영 부회장이 전해 준 얘기”라면서 “가족 친화 인증 전에 100대1일이었던 입사 경쟁률이 인증 뒤에는 1000대1로 높아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국민 공공적 삶 만족도 9점 만점에 4.17

    세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공서비스에는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지만, 경제 안정화에는 만족도가 낮았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대도시에서 살수록, 또 상위계층일수록 만족도는 높아졌다. 10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 공공적 삶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공공적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지수는 9점 만점에서 4.80으로 평균적인 수준이었다. 반면 재분배 만족도 지수는 4.10, 경제안정화 만족도 지수는 3.60으로 더 낮아졌다. 세 분야 모두를 종합한 ‘국민 공공적 삶 만족도’는 4.17로 나타났다. 경제 관련 정책 및 그 결과물이 공공행정서비스의 제도적 발전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공공적 서비스 만족도는 아동보육, 초·중·고 교육, 보건의료, 치안, 노인복지, 식품안전, 구급 및 소방안전, 대중교통, 환경오염 관리 등 9가지 분야 서비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5가지를 골라 그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했다. 재분배 만족도는 국민소득분배의 형평, 교육기회의 평등, 지역의 균형발전, 남녀차별, 장애·다문화 차별 등 중 3가지를 골라 측정한 것이다. 경제 안정화 만족도는 물가안정과 실업해결 수준 및 불공정·부당거래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수준에 대한 만족도로 측정했다. 특히 20대 이하에서 60대 이상까지 연령별로 나눠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3개 지수 모두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3개 지수를 모두 종합한 공공적 삶 만족도 지수는 20대 이하가 4.0738, 30대가 4.0708, 40대가 4.08, 50대가 4.35, 60대 이상이 4.43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정치, 사회, 경제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면서 정치적으로 보수화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방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득계층별로 분석하면 하위계층은 공공적 삶 만족도가 3.75에 그쳤지만, 중상위계층은 4.62, 상위계층은 4.79에 달했다. 공공적 삶 만족도 불평등 지니계수는 0.25였다.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한 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공공적 서비스, 재분배, 경제 안정화 등 모든 분야에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불균형한 지역별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공서비스의 지역별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은 지방교부세 등 재정조정제도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소득에 대한 지니계수가 0.4를 넘어서면 불평등이 대단히 심화한 상태로 간주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공공적 삶 만족도 불평등 지니계수(0.25)는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소득불평등 심하면 학교폭력도 심해져”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악화될수록 학교 폭력이 더 심해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건의료 연구공동체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해외논문 ‘학교폭력과 살인, 소득불평등의 관계’를 분석, 공개했다. 국제 학술저널 ‘국제 공중보건’ 최근 호에 실린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4년 단위로 벌인 ‘학령기 아동의 건강행동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117개 국가의 소득불평등(지니계수)과 학교폭력 경험률을 추적했다. 학교폭력 경험은 가해 경험, 피해 경험, 가해와 피해 중복경험으로 측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학교폭력 경험률도 높아졌다. 지니계수가 10% 악화하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2.9%, 가해 경험은 2.5%, 가해와 피해 중복경험은 4.0%가 각각 상승하는 등 상호 연관성을 보였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이 연구 결과는 학교폭력의 원인과 책임을 학생 개인과 폭력 게임이나 영상물이 넘치는 주변환경으로 돌리면서 인성교육 강화를 해결 방안으로 내놓는 한국 사회에 문제 의식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를 비롯한 한국 사회가 학교폭력을 부르는 근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더는 무의미한 정책들의 실험대상으로 청소년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오승호의 시시콜콜] 고임금보다 최저임금에 관심 가질 때다

    [오승호의 시시콜콜] 고임금보다 최저임금에 관심 가질 때다

    차관급 출신으로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한 지인은 사석에서 “처음에는 월급통장을 보고 돈이 잘못 입금된 것 아닌가”하고 의심을 가진 적이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액수가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에 근무할 때는 대출과 신용카드 등으로 매월 빠듯하게 살았는데, 공직을 떠난 뒤에는 월급만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금감원장 연봉은 3억 3500만원이다. 차관급의 2배를 웃돈다. 최근 한국은행의 한 간부가 전화를 했다. 한은 임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높다는 지적과 관련해서였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2월 조사한 결과, 한은 총재 연봉은 선진국 중앙은행에 비해서는 적고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와 비교하면 중간 또는 약간 낮은 수준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비해 많은 것은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버냉키 의장은 연봉 이외에 공무원연금이 나오는 데다, BIS에서도 추가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뉴욕 연준 총재 연봉이 버냉키에 비해 많은 점을 고려하면 특이한 구조인 것은 맞다. 지난 1일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에 임명된 캐나다인 마크 카니(47)의 연봉은 10억 7000만원이다. 한은 총재의 3배에 해당한다. 금융지주회사들도 급여가 많다는 얘기가 나오면 곤혹스러워한다. 임직원 수와 평균 근무 기간 등의 요인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라고 해명하곤 한다. 급여 액수만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인당 생산성이나 수익성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임금이 화두가 되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도 현안이다. 정년 60세 연장법과 관련해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조정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에 비해 최저임금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공히 지난 대선 때 최저임금 향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근로자 평균 임금의 34% 수준인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참여정부 때는 9.2~12.3%, 이명박 정부 때는 2.75~8.3%였다. 그러나 경영계는 법정 시한인 지난달 27일까지 1%(50원) 인상 수정안을 제시해 과거 정부와 큰 격차를 보였다. 최저임금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이나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하는 청년 또는 가장들의 주된 소득원이다. 남녀 또는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최저임금과 관련된 이들은 고임금 구조로 분류되는 금융공기업이나 대기업 정규직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취약계층이다. 최저임금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논설위원 osh@seoul.co.kr
  • [민선5기 3년! 구정의 품격] 차성수 금천구청장

    [민선5기 3년! 구정의 품격] 차성수 금천구청장

    “공교육이 희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겠습니다.” ‘금천의 맹모(孟母)’로 불리는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26일 이렇게 각오를 다졌다. 맹자를 제대로 가르치려고 노심초사했던 맹모처럼 교육을 고민하는 그다. 남은 1년도 교육을 가장 큰 이정표로 삼는다. 금천에 부임했을 땐 곤혹스러웠다. 학생들이 떠나는 도시였다. 학부모들은 열악한 교육 환경 문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러는 특목고 유치를 요구했다. 차 구청장은 설득했다. 특정 소수가 아니라 우리 아이 모두가 잘 될 수 있는 길을 찾자고. 재산과 소득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공교육 살리기를 목표로 세 가지 밑그림을 그렸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주자, 시야를 넓혀 주자, 인성과 창의력을 키워 주자. 20억원 수준이던 교육 예산을 100억원으로 늘렸다. 서너명에 그치던 담당 직원도 전문 부서를 만들어 25명으로 늘렸다. 씨앗 뿌리기에 나섰다. 다양한 장학 제도와 멘토·멘티 시스템을 도입했다. 1인 1기 교육도 시작했다.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으랏차차 대입승리 프로젝트’를 꾸렸다. 국제환경봉사활동과 어학연수도 보냈다.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창의학교와 영어학습체험센터도 직접 운영했다. 구 혼자 뛴 것은 아니다.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내도록 이끌었다. 공공과 민간이 어우러지자 시교육청까지 나섰다. 교육혁신지구로 지정되며 올해부터는 시교육청이 힘을 보태 새로운 공교육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선진국 수준인 25명 이하로 낮추는 게 주요 목표다. 열매는 서서히 영글고 있다. 성적 우수 학생들의 지역 내 고교 진학률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떠났던 학생들도 돌아오고 있다. 특성화고 취업률이 높아졌다. 2010년 37.8%였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41.1%로 뛰었다. 초·중·고 학업성취도 검사에서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중학교의 경우 2010년 10.8%에서 지난해 6.1%로 줄고,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은 고교의 경우 39.5%에서 66.6%로 늘었다. 서울시 평균 증감률을 웃돌아 더욱 고무적이다. 누군가는 건물을 짓고 도로를 뚫고 넓히는 일이 쉽게 티가 나고 쉽게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차 구청장은 사람 투자는 시기를 놓치면 힘들다고 강조했다. 물론, 인프라 확충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생활체육 복지 문제는 군부대 및 대한전선 이전 부지 개발 등을 통해 풀어나갈 계획이다. “온갖 사회 문제는 교육을 통해 풀 수 있어요. 금천은 이제 막 싹을 틔운 만큼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거예요. 자치구 혼자 앞장서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시와 정부의 관심, 지원도 필요합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광장] 진보의 레일 바로 깔아야 한다/김종면 수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보의 레일 바로 깔아야 한다/김종면 수석 논설위원

    진보적 자유주의가 새삼 정치 공론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가치논쟁에 저마다 한자리 걸친다. 정치권 재편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 지향점, 나아가 예상되는 신당의 정체성을 가늠할 이념적 푯대로 간주되기에 한층 주목받는 양상이다. 왜 지금 진보적 자유주의인가. 보수가 강조해온 이념인 자유주의에 ‘진보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신자유주의의 시장근본주의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개선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시장주의로 나아가겠다는 데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건 허공을 맴도는 고상한 이념이나 선언적 담론이 아니다. 진보가 됐든 보수가 됐든 포즈만 취하지 말고 구체적인 정치개혁의 결과물을 하나라도 보여 달라는 게 국민의 뜻이다. 안철수식 새 정치는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신의 싱크탱크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공식 제시했음에도 정작 안 의원은 새 정치를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명토 박아 말하지 않는다. 진보적 자유주의 간판이 결국 좌우 어느 한쪽으로 규정되지 않고 ‘중도의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진보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모호한 개념보다 차라리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일직선적인 주장이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결 설득력 있고 정치적으로도 유효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패는 던져졌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한없이 투명한 이념이 아니다. 그런 만큼 분명하게 맺고 끊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결선투표제만 해도 그렇다. 사실상 양당체제처럼 운영되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결선투표제라도 없으면 의미 있는 제3 정치세력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결선투표제를 당론으로 정했고, 진보정의당은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치개혁연대 구성을 제안했다. 현재의 양당 구도를 ‘적대적 공존관계’라고 비판한 안 의원 역시 제3 섹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결선투표제 제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한 바 없다는 식이다. 이건 불신의 정치다. 자신의 대안정당이 궁극적으로 보수 대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구도의 양당제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에서 미국이 “1퍼센트의, 1퍼센트를 위한, 1퍼센트에 의한 나라”가 됐다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의 지적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 또한 ‘1대99 사회’니 ‘갑과 을의 나라’니 하는 말을 예사로 하는 분열된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양극화에 따른 불평등 해소가 물론 진보의 가치로만 추구할 문제는 아니다. 진보의 오래된 의제를 보수가 선점하는 시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래도 진보다운 진보가 좀 나서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정직하게 대변해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게 사실이다.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마침 진보가 쓴 ‘진보정치 반성문’도 나왔다. 진작 했어야 할 고해성사다. 정치적 존재감을 상실한 채 야위어 가는 진보정당이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진보에 의한 진보의 재구성이 절실한 때다. 혁신의 외길로 내달려야 한다.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해보기로 마음먹었으면 그 길을 가면 된다. 진보의 종착역은 민생이다. 성장과 안보 담론까지 진보의 몫이라는 자각에 이를 때 진보의 미래가 있다. 진보정당의 문패를 내릴 심사가 아니라면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진보와 어떻게 다른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보는 진보로 살아남아야 한다. 진보정당은 먼저 궤도를 이탈한 진보의 레일부터 바로 깔아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진보적 자유주의와 회통(會通)을 해도 늦지 않다. 서늘한 진보의 항심(恒心)을 기억하라. jmkim@seoul.co.kr
  • 너! 나가~ 갑·을

    구로구가 모든 계약 문서에서 갑·을 표기를 추방하기로 했다. 불공정한 갑·을 관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눈길을 끈다. 구는 24일 “공직사회에서도 불합리한 계약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구에서 갑·을 관계를 표기하는 계약 문서는 200여건이다. 구는 대신 근로 계약서의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 위·수탁 계약서에는 위탁자와 수탁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 밖엔 계약 당사자명을 쓴다. 갑의 우월적 지위를 드러내는 불평등 조항도 고친다. 대개 계약서에는 ‘계약서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갑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상호 협의에 의한 계약 원칙에 발맞춰 ‘계약 당사자의 상호 협의에 따라 정하도록 한다’로 바꿀 계획이다. 또 ‘갑이 공공 목적 수행을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로 표현되는 계약 해지 관련 조항은 ‘계약 당사자에 의해 계약 이행이 심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때’로 바꾼다. 해당 조항이 너무 포괄적이라 계약 외의 사유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을의 일방적인 의무만 규정한 손해배상 조항도 쌍방 의무를 곁들인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CEO칼럼]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지요?/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칼럼]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지요?/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2013년 상반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갑을(甲乙)관계였다. 갑을관계라는 말은 본래 계약서를 작성할 때 계약 당사자의 명칭이 자꾸 반복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갑과 을이라는 말은 힘의 논리에 따라 우리 사회의 강자와 약자 사이의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관계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계약서 작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와 신의성실이다. 이것은 갑과 을이 상호신뢰의 바탕 위에 신의성실을 원칙으로 맺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계약이란 갑과 을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업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이를 통해 상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평적인 거래 관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춘추시대 말기, 진(晉)나라 헌공이 소국인 괵(?)나라를 정벌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진나라와 괵나라 사이에는 우(虞)나라가 있었다. 이에 헌공은 우나라의 우공에게 괵나라를 정벌하기 위한 길을 빌려주면 보물을 바치겠다고 제안하였다. 보물을 주겠다는 헌공의 제의에 솔깃해진 우공이 진나라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자, 우나라의 중신인 궁지기가 극구 반대하였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사이라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입니다. 옛 속담에도 덧방나무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와 괵나라의 사이를 이르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와는 이와 입술 같은 관계인 괵나라를 정벌하려는 진나라에 길을 빌려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눈앞의 보물에 눈이 먼 우공은 결국 진나라 군대에 괵나라를 칠 수 있도록 길을 빌려주었고, 괵나라를 멸망시킨 진나라 헌공은 귀국하던 길에 기세를 몰아 우나라마저 멸망시켜 버렸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갑과 을의 관계도 입술과 이의 관계와 같다. 갑이 없으면 을이 어려워지고, 을이 없으면 갑이 힘들어진다. 요즘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동반성장이란 동반(同伴)과 성장(成長)이란 말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동반은 어떤 일을 하거나 길을 갈 때 함께하는 것, 또는 함께 행동하는 짝을 말한다. 성장은 사람이나 동식물 등이 자라서 점점 커지거나 사물의 규모나 세력 따위가 점점 커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동반성장이란 함께 크는 것을 말한다. 지금 갑과 을 사이에도 동반성장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상호신뢰와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계약서의 기본으로 돌아가 갑을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계약서에서 갑과 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계약서에 아예 갑과 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갑과 을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청산하고, 함께 살아간다는 기업윤리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항상 갑의 역할만 할 수는 없다. 갑도 때로 을이 되기도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내가 을로서 느꼈던 불공정함을 생각하고, 그것을 바로잡아 나간다면 갑을관계의 재정립은 아주 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사람은 혼자일 때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매사가 이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에는 빨리 커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갑과 을이 서로 힘을 모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며,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함께할 때 새로운 힘은 더욱 크게 생겨날 테니까.
  • 쓰레기를 통해 본 ‘소비문화와 숨은 경제

    쓰레기를 통해 본 ‘소비문화와 숨은 경제

    2001년 12월 미 애리조나주립대의 종신교수인 제프 페럴은 돌연 강단을 떠난다. 안락한 둥지를 박차고 나온 이 대학교수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쓰레기 더미였다. 8개월간 고향인 텍사스 포트워스에 머물며 이렇다 할 소득없이 쓰레기 더미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을 채집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쓰레기에 관한 인문·사회·문화범죄학적 고찰에 나선다. 그는 지금 손꼽히는 원로 인류사회학자다. 책은 쓰레기 더미를 통해 ‘소비문화의 그늘’을 엿보고, 길거리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쓰레기 더미는 개인이 소유한 물건과 법적으로 공인된 재활용 자원 간의 경계가 수시로 변하는, ‘숨은 경제’가 지배하는 세계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공무원들에게는 골칫거리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원의 공급처가 된다. 페럴은 “거리의 쓰레기통만큼 사회의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상이 또 있겠느냐”고 묻는다. 아울러 줍고 털고 뒤지는 도시 이면의 모습을 통해 어쩌면 길거리에 함부로 버려졌을 삶을 주우면서 ‘길거리 탐색자들’의 삶을 추적한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집 없는 노숙자나 거지가 아니었다. 상당수는 제대로 된 집을 갖고 있었고, 더러는 정규 직업을 가진 이도 있었다. 불법 쓰레기 수집인부터 노숙자, 금속 수집가, 재활용 운동가, 대안건축물 건축가, 아웃사이더 예술가까지 다양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8개월간 페럴 교수가 보고 겪고 느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폐기업자나 공중위생 기관보다 한발짝 앞서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를 뒤져 내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다. 저자는 이들을 ‘쓰레기 탐색자’라고 부른다. 책의 원제는 ‘Empire of Scrounge’. 저자는 Scrounge가 내포한 ‘찾아 모으다’ ‘훔치다’ ‘뒤지다’ 등의 뜻에 주목한다. 책에 따르면 이 단어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쓰레기 수집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대변한다. 한때 ‘범죄의 가장자리’ ‘시간제 도둑질’ 등으로 불렸던 쓰레기 수집이 지금은 미국의 TV쇼 ‘정크야드 워즈’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쓰레기 수집에 대해 너그러운 판례를 남긴 것과 달리 지방정부들은 여전히 최고 2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 버려진 음식물을 재활용해 무료급식하는 ‘폭탄 대신 식량을’과 같은 단체의 회원들을 체포하고, 폐건축물을 활용한 해비탯 운동을 규제한다. 책 곳곳에는 페럴 교수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깨알같은 재미도 숨어 있다. 2002년 초 구입한 15달러짜리 스췬자전거에 노끈으로 재활용 바구니를 달고 쓰레기 수집에 나선다거나,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올린 가장 괜찮은 물건으로 기어변속이 되지 않는 BMX 자전거를 꼽는 대목이 그렇다. 환경파괴적인 자동차 정책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페럴 교수는 또 괜찮은 물건들은 노숙자 캠프나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필요 이상 집어가지 않는다는 ‘쓰레기 탐색자들’의 불문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쓰레기 수집을 시공을 초월한 선(禪)의 경지로 끌어올리며, 동시에 소비문화의 확산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반세계화 운동에 입각해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을 덮고 나면 ‘쓰레기’라는 단어가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성장세 둔화… 어깨 짓누르는 빚더미… 늙어가는 인구… 서양문명에 닥친 위기와 처방

    서기 1500년 이후로 500년간 세계를 지배한 서양문명이 퇴보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장세 둔화, 어깨를 짓누르는 부채, 노쇠해진 인구, 반사회적 징후는 유럽과 미국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많은 논평가들은 과도한 채무나 은행관리 부실, 불평등의 확산 같은 것들을 거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하버드대 교수, 옥스퍼드대 선임연구원,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겸하고 있는 경제사학자이자 세계적 지성인 저자가 보기에 이런 것들은 근본적인 제도들의 병폐에 불과하다. 퍼거슨은 서양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 두 가지밖에 없다고 처방한다. 하나는 영웅적인 리더의 지휘 아래 개혁의 지지자들이 젊은이들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들에게도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재정정책을 내세우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투표하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유권자들이 경험상 알고 있듯 정부 지출 삭감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항상 공공부문 근로자와 정부 보조금 수혜자 등 두 부류의 조직적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구조적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부는 결국 권좌에서 쫓겨나게 되어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공공부문의 대차대조표도 채무와 자산을 비교하는 식으로 작성할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투자에 들어가는 적자와 현재의 소비를 지탱하는 데 들어가는 적자를 명확히 구분짓는 데 도움이 된다. 과도한 공공부채에 대한 정부재정 개혁을 시작하지 않으면 아르헨티나와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는 2007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의 문제점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나쁜 규제가 포함된 지나치게 복잡한 규제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나쁜 규제의 예를 한 가지 들어보자. 도산한 담보대출은행 컨트리와이드의 CEO(최고경영자)였던 안젤로 모질로는 CEO로 근무할 당시 저지른 금융사기와 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벌금과 ‘환수’ 명목으로 총 6750만 달러(약 775억원)를 납부하기로 미국 당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그는 사기와 내부거래로 5억 2200만 달러(약 5997억원)의 거금을 벌었다. 그가 형사적 처벌을 모면하고 벌어들인 돈의 일부만 벌금으로 납부한 것은 이 분야의 형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또한 강력한 이익단체를 구성한 변호사들이 미국 의회를 점령한 것, 시민사회의 급격한 쇠퇴 등도 서양문명의 퇴보에 일조했다고 본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생존율도 빈부격차? 암보험 비교가입 중요

    생존율도 빈부격차? 암보험 비교가입 중요

    18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건강 형평성 현황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암 생존율이 저소득층보다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태호 부산대 교수 등이 국가 암 등록자료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암 환자 4만 3000여 명의 소득계층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남성 기준 소득 5분위(상위 20%)와 1분위(하위 20%)의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각각 37.84%, 24.04%로 무려 13.8%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경우에도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소득 5분위 60.81%, 소득 1분위 52.35%로 7.46%의 차이가 났다. 이처럼 암 생존율도 고소득층에 한하여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계층 간의 건강 불평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암의 경우 평균 치료비용이 2,000여 만원으로 최근 그 경제적인 부담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크게 양극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암 치료비용의 부담을 대비하고자 암 보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암 보험이란 건강할 때 가입을 해뒀다가 나중에 암에 걸렸을 때 암 진단비를 받는 보험을 말한다. 암 발생률이나 암 사망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암 보험에 가입하는 이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암 보험의 내용과 혜택은 보험사별, 상품별로 달라서 자신의 조건에 맞는 보험가입에는 다양한 보험비교와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봤다. 우선 기존에 가입한 보험 중 암에 관한 보장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통 암을 대비하고자 암 보험에 가입하지만 다른 보험에 가입하고 특약으로 암 보장을 구성하는 경우도 많아 이를 미리 확인하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 물론 더욱 많은 보장을 원한다면 기존에 특약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신규로 가입해도 무방하다. 또한 가족력이 있거나 성별에 따른 발생확률이 높은 암은 충분히 염두에 두고 보장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액 암이나 갑상선, 유방에서 발생하는 암은 가족력이나 성별에 따른 발생확률이 다르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암 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보험 상품 중에서 가입자의 나이, 성별, 건강 상태 등의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거나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는 방법이 있다. 또 최근에는 온라인 암 보험 가격비교 추천견적사이트(www.insvalley.com/shield.jsp)를 활용한 비교가입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 전문 비교사이트는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삼성생명 암 보험 등 국내 주요 인기 암 보험회사의 상품별 보장 내용, 특약 구성, 암 보험료 견적서비스를 제공하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 정보나 보장내용에 관한 설명도 전문가가 무료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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