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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 4050·자영업자 절망 크다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 4050·자영업자 절망 크다

    5년 전 회사를 그만둔 강모(44)씨는 퇴직금과 대출금 3억원을 몽땅 쏟아부어 서울 구로구에 반도체 부품 중개업체를 열었다. 직원은 자신과 부인, 처제 등 3명이 전부였지만 열심히 회사를 일구면 언젠가는 자리잡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도무지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근근이 버텨 오던 강씨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터지면서 더는 버틸 힘을 잃었다. 중국 거래처 납품이 힘들어지면서 한 달에 한 푼도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남들이 아무리 ‘대한민국에서는 사다리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해도 이를 악물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처제에게 말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힘없이 말했다.올해 ‘계층 상승 사다리 인식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50대와 자영업자의 절망이 특히 심화됐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13년과 2015년 조사에서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보다도 계층 사다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소득이 정해진 월급쟁이와 달리 자영업자는 사업이 잘될 경우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부정적 응답이 86.7%로 껑충 뛰었다. 정규직(82.6%)이나 비정규직(83.5%)을 크게 앞지른다. 2015년 조사 때는 자영업자의 부정적 응답(76.5%)이 정규직(83.2%)과 비정규직(86.4%)보다 월등히 낮았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자신이 속한 계층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는 응답(17.8%)도 정규직(10.5%)과 비정규직(12.7%)보다 크게 높았다. 자영업자들의 좌절감이 커진 것은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중심으로 앞다퉈 창업에 나섰지만 ‘벌이’가 따라주지 않고 이는 ‘준비 안 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기 때문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올 2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52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만 3000명 늘었다.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하지만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70%(395만명)가 종업원을 두지 않은 ‘나홀로 사장’이다. 이런 영세 자영업자는 고용시장에서 밀려나 ‘빚 내 창업’한 경우가 많다. 1인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2012년 28.3%에서 지난해 45.3%로 급증했다. 100만원을 벌면 거의 절반(45만 3000원)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40~50대의 계층 사다리 악화와도 무관치 않다. 40대 중 사다리가 끊겼다고 답변한 비율은 2013년 76.6%에서 2015년 81.8%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86.1%까지 치솟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에서 (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로 옮겨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90.6%)고 답했다. 전체 평균 84.1%를 크게 웃돈다. “벤처·창업 활동을 통해 계층 상승을 이룰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40대는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많이 “아니오”(78.1%)라고 고개를 저었다. 50대 이상도 계층 상승에 대한 부정적 답변이 2013년 73.0%에서 올해 82.7%로 늘었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기 침체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이 자영업자이다 보니 좌절감이 확산됐다”면서 “40대의 경우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 등을 다른 연령층보다 빠르게 체감하면서 계층 사다리가 더 끊어졌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응답자의 80.2%는 “공부를 통한 계층 상승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자녀를 교육하는 30대(81.9%)와 40대(84.1%)에서 이런 생각이 많았다. 그 이유는 “가정 형편과 관계없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69.4%)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는 인식은 “소득 불평등이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84.4%)는 우려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 정도를 점수로 매겨 달라는 질문에도 응답자들은 10점 만점에 4.4점만 줬다. 계층 상승(저소득층→중산층) 사다리 복구를 위해서라면 10명 중 6명(61.9%)은 “기꺼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년 전(53.3%)보다 늘었다. 구체적인 액수로는 월 평균 3만 8000원의 세금을 더 내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선출될 새 대통령에게도 ‘성장’(46.6%)보다 ‘분배’(53.4%)를 더 바랐다. 새 대통령이 계층 사다리 복원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써야 할 정책에 대해서도 “고소득층 세금 확대를 위한 중산층·서민 복지 확대”(52.5%)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는 “일자리 창출 통한 소득 증대”(26.8%), “사교육비·주거비·의료비 등 지출 부담 완화”(20.7%)가 차지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상승률이 부동산과 금융 등 자산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데다 노동시장에서도 승자 독식 현상이 나타나면서 계층 상승 사다리가 점차 붕괴되고 있다”며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닌 ‘끊어진 사다리 잇기’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계층 사다리 더 끊어졌다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계층 사다리 더 끊어졌다 ”

    공평 기회 ‘포용적 성장’ 고민해야우리 사회의 계층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 전반의 패배 의식을 심화시켜 가뜩이나 약해진 성장동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공평한 기회 보장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17일 전국 성인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계층 상승 사다리 인식조사’를 한 결과 83.4%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연구원이 2년 전 실시한 같은 조사 때(81.0%)보다 부정적 응답 비율이 2.4% 포인트 증가했다. 첫 조사가 이뤄진 2013년(75.2%)과 비교하면 4년 새 8.2% 포인트나 증가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노력이 핏줄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40대 이상과 자영업자의 부정적 답변이 크게 늘었다. 자영업자 중 “계층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답변은 2015년 76.5%에서 올해 86.7%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40대 답변(81.8%→86.1%)도 늘었다. 과거 조사 때는 별 변화가 없던 고소득층(월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부정적 응답률(76.7%→84.6%)이 크게 올라간 점도 눈에 띈다. 종전에는 계층 상승에 대한 절망감이 젊은층과 저소득층에서 강했지만 지금은 중년층과 고소득층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하다”는 답변도 93.9%나 됐다. 2년 전보다 3.2% 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20대의 급격한 동조(87.2%→94.0%)가 두드러졌다. 이런 인식은 30대(94.4%), 40대(96.0%), 50대(91.3%) 할 것 없이 모든 연령층에서 90%를 넘겼다. ‘금수저’, ‘흙수저’ 등 출신 환경에 따른 ‘수저계급론’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것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계층 이동이나 신분 상승이 가로막힌 나라는 미래가 없다”면서 “최근 선진국들이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고민하고 있듯이 우리도 소득 불평등 완화와 공평한 기회 보장을 통해 계층 상승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계층 상승 사다리 복원 수단으로 ‘소득 증대’(26.8%)보다 ‘소득 재분배’(52.4%)를 훨씬 많이 꼽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험난한 이 시대의 대통령은/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험난한 이 시대의 대통령은/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5·9 대선을 앞둔 요즘 가는 곳마다 대화 끝에 나오는 질문은 정해져 있다. “누굴 뽑아야 하나?” 이번엔 제대로 뽑겠다고 다짐하지만 정작 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선뜻 마음이 가는 후보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번엔 제발 감옥에 가지 않을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대화는 끝이 난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성과로 대통령 선거가 직선제로 바뀌고 3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중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선될 때에는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큰 기대를 모아도 대통령 임기 중·후반기를 지나면 정치력 부재나 도덕성 실추로 국가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도중, 혹은 퇴임 후에 혹독한 평가를 받곤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을 비롯해 그 주변의 참모들, 후보자와 같은 정당에 몸담은 정치인들, 지지자들의 정치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정치는 단어 뜻 그대로 바르게 다스리는 것인데 우리나라 대부분 정치인들은 ‘정치란 권력을 얻는 것’인 줄로 착각을 하고 있다. 특히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면 엄청난 권력을 얻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에 따라오는 막중한 의무와 책임감을 망각한 채 말이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 3대에 걸쳐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012년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에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6가지로 압축했다. 공직자로서 대통령직에 대한 투철한 인식, 민주주의에 대한 폭넓은 이해, 균형 잡힌 국가관, 전문적인 정책능력과 도덕성, 기품 있고 절제된 언행, 대북한 관리능력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직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폭넓은 이해’라고 강조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권력의 사유의식’인데 이는 공공성의 상징인 대통력직에 대한 인식이 투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보다 성숙한 사회, 불평등이 해소되어 국민이 통합되고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직전에 새 대통령의 자격을 거론했는데 복기해 보니 우리는 이런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차기 대통령의 자격을 논하고 있다. 상식적인 수준인 것 같지만 이런 기본적인 덕목을 갖춘 전직 대통령이 누가 있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을 이끌 한 사람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풀면서 국가를 운영하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최순실게이트를 통해 국가 지도자의 선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또한 뛰어난 능력과 자질을 갖춘 한 사람의 지도자가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민은 저마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고 했다. 평화적인 촛불시위로 잘못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 국민의 수준을 보여줄 때다. lotus@seoul.co.kr
  • [수요 에세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한국/김영목 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한국/김영목 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2015년 가을 유엔 총회에서 전 세계 유엔 회원국 정상들은 향후 15년간 경제·사회 개발의 근간으로 삼게 될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채택에 동의했다. 지속가능개발목표는 2000년 새로운 천년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합의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후속 편인 셈이었다. 새천년개발목표의 주안점은 절대 빈곤과 기아의 해소, 기본적 보건·의료 서비스의 달성, 기본 인권의 확보 등이었다. 이에 비해 지속가능개발목표는 행복의 증진, 실업과 불평등의 해소 등 보다 개인의 삶의 질에 집중한 개발에 역점을 둔다. 그리고 자원의 낭비에서 비롯한 지구 환경 파괴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는 환경과 기후변화에 민감한 개발을 촉구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배경으로 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는 그해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전 세계의 합의로 뒷받침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1995년 베를린에서 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 이후 실로 22년 만에 거의 기적적으로 197개국에 의해 채택됐다. 비준국들이 160개국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마침내 2016년 5월에 유효한 국제법으로 성립됐다. 지속가능개발목표는 총 17개로 빈곤, 기아, 건강, 교육, 성차별, 불평등, 고용, 포용적 성장과 기술, 인권과 공정한 법질서 등 사회·경제 개발과 복지 증진에서 현재 각국이 맞이하고 있는 모든 분야의 도전들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지구환경 보호와 관련해서는 깨끗한 물, 저탄소, 현대적 에너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 책임성 있는 생산과 소비, 신속한 기후변화 대응, 해양생물 보호와 육상에서의 생태계 복원 등 환경, 기후변화와 관련된 목표가 최소 8개 포함돼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감안하면 전 세계 지도자와 지식인들이 얼마나 기후변화의 피해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왜 앞으로 15년간 이어질 세계적 개발 목표를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명명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 정부는 환경보호청의 예산을 삭감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논의를 억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트럼프 정부의 예산을 보면 환경보호청 예산은 모든 정부 부처 중 가장 큰 폭인 31%가 삭감됐다. 예산이 줄어들면 3000명이 넘는 공무원을 감원하고 기후변화 관련 프로그램도 상당수 폐지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기후변화협약을 적극 지원해 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반대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과 신조의 발로다. 풍부한 석유와 화학자원을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달라는 미국 산업계와 석유업계의 이익도 적극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동향은 과거 기후변화협약을 앞장서 반대했던 중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 정도로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우리 역시 지속가능개발목표를 다른 나라의 일인 양 무심히 쳐다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산업계의 경쟁력이 쇠퇴하고 성장 잠재력이 뚝 떨어지면서 청년 실업 증가, 불평등 확대 등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제는 곧 지속가능개발목표가 설정한 포용적 성장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10대 배출국인 대한민국.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기술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믿어 온 우리나라는 기술 면에서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제사회에서 모범 성장국으로 기대를 받아 온 대한민국이 포용적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의 선도국으로 계속 선망을 받을지, 아니면 과거의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못하고 오래 고민만 계속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
  • ‘권력·자본·과학의 불평등’ 누가 만들었나

    ‘권력·자본·과학의 불평등’ 누가 만들었나

    수잔 이펙트/페터 회 지음/김진아 옮김/현대문학/460쪽/1만 4800원 추리소설 속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꼽으라면 ‘스밀라’를 꼽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덴마크 작가 페터 회의 이름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린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속 여주인공이다. 한없이 차갑고 냉철하지만 이웃 소년의 의문사를 파헤치기 위해 뜨겁게 질주하는 스밀라를 통해 작가는 현대 문명을 통렬히 비판하는 기념비적인 추리소설을 남겼다. 과작(寡作) 작가인 페터 회의 작품을 독자들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그가 2014년 펴낸 신작 소설 ‘수잔 이펙트’에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들여보냈다. 코펜하겐대 양자물리학과 강사이자 유명 작곡가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인 수잔이다. 견고한 지성과 결단력을 지닌 그는 타인의 마음을 여는 능력에 폭력을 가하는 남성을 무너뜨릴 줄 아는 대담한 폭력성까지 갖춘 전례 없는 인물이다.“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 알죠?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눈, 머리카락, 연금, 모든 걸 내놓잖아요. 그건 내 반쪽일 뿐이에요. 다른 반쪽은 뭔지 알아요? 미치광이 과학자예요. 프랑켄슈타인, 마부제 박사,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합쳐진 잡종이 나예요. 거기서 어떤 독종이 나왔는지 곧 보게 될 거예요.”(158쪽) 소설은 이 ‘독종’과 그의 기상천외한 가족들의 활약으로 달음질친다. 여주인공만 내세우던 그의 전작과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족들은 위트와 긴장감을 더하며 이야기를 변주한다.시작은 이 가족과 연루된 온통 황당한 사건들로 널려 있다. 수잔은 인도 카지노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발리우드 배우를 때려눕혀 25년 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덴마크 무형문화재 작곡가인 남편 라반은 인도 부족장의 딸과 도주해 마피아에게 쫓기는가 하면, 아들 하랄은 골동품 밀수 혐의로 고소당했다. 열일곱 살 난 딸 티트는 백만명의 신도를 거느린 승려와 사랑에 빠져 도망친 상황이다. ‘콩가루 집안’의 사건들이 수습되는 데만도 숨 가쁜 상황이다. 소설은 전 세계로 무대를 확장하며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인류의 세기말적 상상을 현실화한다. 덴마크 국가 기관은 수잔 가족에게 솔깃한 제안을 건넨다. 1972년 젊은 인재들로 결성돼 어느 싱크탱크보다 적중률 높은 미래 예측으로 이후 벌어진 대부분의 현대사를 알아 맞춘 미래위원회 위원들의 보고서를 찾아내라는 것. 수잔의 가족들은 각자의 재능으로 위원들과 접촉하는데 이제 고령이 된 위원들은 하나둘씩 죽은 채 발견되고 보고서의 실체를 벗겨갈수록 음모의 빙하는 거대한 실체를 드러낸다. “자연법칙이 주는 확실성만큼 행복감을 주는 것은 없다”는 물리학자 수잔의 말에 “과학은 오히려 진실을 가린다”, “자연과학이 다루는 건 인간의 전체 경험 중 극히 미세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미래위원회 위원의 말은 책의 메시지를 농축하는 전갈이기도 하다. 국제적 리더십이 실패한 세계, 극도의 불평등, 통제 불가능한 사회적 불안의 확산, 대재난으로 인한 독성 화학물질 누출 등 미래위원회가 그린 인류의 세기말은 현재와 무섭도록 닮은꼴이다. 발레 무용수, 배우 출신인 작가는 감각과 리듬감이 생동하는 문장으로 과학, 권력, 자본이 써나간 추악한 시나리오를 우리 앞에 내민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이 누구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찌르듯 되묻는다. “불균형은 아직 제대로 인식되지도 않았습니다. 덴마크의 현실을 보세요. 정치가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고 이해 집단들은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혈안이 돼 있고 언론은 진실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합니다. 왜? 진실을 들으려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문제는 우리밖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들 자신, 과소비와 빚더미에 앉아 있는 우리들이 문제인 겁니다.”(269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GDP 국가경제 종합적 파악… HDI 네 가지 지표로 작성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은 경제학에서 ‘최고의 발명품’으로 여겨진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GDP 통계 산출이 미국 상무부의 20세기 최대 업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GDP는 1930년대 초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개발했다. 이 공로로 쿠즈네츠는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GDP 통계가 개발되기 전에는 철도 운송량, 철강 생산량 등 파편적인 개별 지표로만 경제산업 규모를 추정했다. 전체 경제상황을 알기 어려워 정책을 세우는 데 애를 먹었는데, 대공황이 닥치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쿠즈네츠에게 국가의 수입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1년 동안 한 나라에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모두 더한 GDP 개념이 탄생하면서 정부는 종합적인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통화·재정 정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쿠즈네츠는 역설적으로 GDP의 한계를 지적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양적인 경제 성과를 측정하는 GDP가 질적인 경제성장까지 담보할 수 없다”며 “특히 경제성장이 불평등을 저절로 해소해 주는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70년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웰빙은 감소하는 ‘이스털린의 역설’ 현상이 나타났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현재 나와 있는 국제적 삶의 질 지표로는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LI) 등이 있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WHR)도 활용된다. 유엔 HDI는 기대수명, 기대교육연수, 평균교육연수, 1인당 국민총소득(GNI) 등 4가지 지표로 작성돼 100여개 이상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다. BLI는 11개 영역의 24개 지표로 구성된다. 통계청과 한국삶의질학회가 지난달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설계된 지표다. 12개 영역 80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삶의 질은 2006년보다 11.8%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같은 기간 1인당 GDP 증가율(28.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출산율은 삶의 질 낮은 탓…청년 미래 불확실성 해소해야”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출산율은 삶의 질 낮은 탓…청년 미래 불확실성 해소해야”

    인류는 오랫동안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 등 거시경제 지표를 국부(國富)의 척도로 활용해 왔다. ‘1인당 GDP’나 ‘1인당 GNI’가 높은 나라 국민들은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의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여기는 기계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왔다.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을 우리나라 선진국 진입의 필수 요건처럼 여기는 것도 이런 경제규모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GDP 등이 말해주는 경제 수준과 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 격차가 점차 커지면서 거시 지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 이를테면 1인당 GNI가 3000달러도 안 되는 부탄 같은 나라 국민들이 체감 행복지수 세계 1위를 다투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웰빙 지표’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이 지난달 16일 발표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다. 교육, 안전 등 일부 지표가 현실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으나 질적인 삶의 수준을 평가해 보려는 첫걸음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삶의 질 종합지수 개발·측정의 주역인 유경준 통계청장과 한준 한국삶의질학회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이 만났다. 삶의 질이 주목받게 된 시기는참여정부 때부터 성장·분배에 관심 유 청장 삶의 질 종합지수가 발표된 뒤로 많이 바빠지셨죠? 한 교수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면담이나 자료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삶의질학회 창립총회를 열었을 때 회원 수가 30명 정도였는데 종합지수 발표하고 나서 여기저기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많이 밝혀주셔서 학회 규모가 꽤 커질 것 같습니다. 삶의 질이란 게 건강, 가족, 소득·소비, 문화여가 등 다양한 삶의 영역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사회과학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보니 주축은 사회학자이지만 심리학, 경제학, 행정학 다양한 학계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 청장 맞습니다. 저도 국내에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GDP를 대신해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경제지표 개발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했던 참여정부 때부터 삶의 질을 논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만 해도 외환위기 해결이 시급해 분배보다는 성장이 더 큰 과제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했습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으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뉘던 시절에는 분배도 개선됐는데, 1990년대 초부터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나라는 부강해지는데 왜 개인은 그에 비례해 부유해지지 않는지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득이 일정수준 높아져서 먹고살 만큼 되니 노동의 질, 환경 등 다른 주제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지요. 한국인들은 왜 자기 행복감이 낮은가타인과 비교 잘해 상대적 박탈감 커 한 교수 그렇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을 전환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에 접어든 시점이지요. GDP가 늘어도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 시작된 때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발전을 계속하는데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는 다양해집니다. 비단 촛불시위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등 여러 주제에 걸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총량은 커졌는데 이를 대하는 개인의 가치와 의식이 바뀐 겁니다. 국제적인 환경 변화도 적잖은 영향으로 작용했습니다. 국제연합(UN)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나라별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비교해 발표하니까 우리는 왜 삶의 질 순위가 낮은지 궁금해진 겁니다. 한 교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 대신 행복감, 즉 주관적인 웰빙(안녕)으로 측정하는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경제 수준에 비해 행복감이 낮은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입니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해서 남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것 등이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유 청장 경제성장률, 기대수명처럼 객관적 지표는 한국이 높은데 주관적 행복감이 낮은 이유는 아무래도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해서 그렇다고 봐야 될 겁니다. 내가 스스로 느끼는 행복도 중요한데 다른 사람의 눈에 비쳐진 내 모습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상대적 행복감이라는 개념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GDP나 월급봉투에 찍히는 숫자는 객관적인 소득 수준만을 나타내는 데 머물고 있습니다. 한 교수 우리나라는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다 보니 정부 정책은 공급자 중심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욕구와 관심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의 정책 마인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압축성장을 한 만큼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가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에 기대가 충족되는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불만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유 청장 우리와 정반대 사례가 동남아시아의 부탄입니다. 이 나라는 경제 수준은 180개국 가운데 140~150등으로 하위권이지만 삶의 질 만족도는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툽니다. 종교적 만족도와 명상을 정책목표로 삼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도 삶의 질 향상을 경제 성장과 함께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한 셈입니다. 삶의 질과 경제발전과의 관계는GDP 영향 크지만 보완할 부분 많아 유 청장 이번에 발표한 삶의 질 종합지수가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GDP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누가 뭐래도 소득수준 아닙니까. 그러한 GDP를 넘어선다는 뜻으로 ‘비욘드(beyond·넘어서) GDP’라는 말이 나왔죠. 그러다가 GDP도 중요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GDP 플러스 비욘드’ 등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이나 공유경제처럼 GDP가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 주목하면서 사회적 이동성과 같이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지표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 그렇게 되려면 삶의 질 종합지수가 사회현상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사실 이번에 발표하고 나서 외부에서 욕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나는 불행한데 삶의 질이 왜 개선됐다고 하느냐”는 등 불만이 많았습니다. 삶의 질 종합지수는 12개 영역 80개 지표로 작성됩니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80개 지표 가운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한국적 특수성을 잘 반영한 지표라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계층 이동성 지표, 이른바 ‘흙수저’가 ‘금수저’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담고 싶었지만 관련 통계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계 자체는 유용하지만 비교적 최근 자료라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지표도 있었고요. 결국 통계가 쌓이다 보면 삶의 질 종합지수도 완성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최근엔 미세먼지 같은 환경도 중요 유 청장 맞습니다. 최근에는 환경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 통계를 삶의 질 측정에 반영하는 건 꽤나 복잡한 작업입니다. 미세먼지도 입자 크기에 따라 다양하고, 이마저도 최근 통계밖에 없기 때문에 시계열 비교가 어렵습니다. 개인의 체감과 숫자의 간극은 통계청 입장에서도 참 난감한 문제입니다. 실업률이 3.5%라고 해도 내가 실업자이면 자신의 실업률은 100%이니까요. 정책지표로서 삶의 질 지수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삶의 질 종합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지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녀, 연령, 지역, 학력, 소득수준 등 각각의 지표를 집단별로 구분해서 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데이터 분산’이라고 하는데요. 이른바 ‘평균의 함정’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 분산이 가능하려면 모집단이 커지고 기반 통계가 풍부해야 합니다. 결국 비용의 문제이지요. 한 교수 지표 작성 과정이 전문가 중심의 하향식(톱다운)으로 추진되어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와 닿았는데요. 보완할 방법이 없을까요. 유 청장 안 그래도 올 하반기에 삶의 질 지표 보완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포털사이트나 통계청 사이트에서 삶의 질 측정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표는 무엇인지 국민 의견을 받을 예정입니다. 국제적으로 삶의 질과 웰빙 측정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일본, 부탄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해서 필요한 지표를 추가할 생각입니다. 지표 개선안이 마련되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지표검토위원회에 올려서 확정할 예정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다양한 욕구 충족·사회 문제 해결해야 한 교수 많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통계청과 함께 삶의 질 지수를 발표한 이유는 암울해 보이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출산율이 낮은 배경을 따져 보면 젊은이들의 낮은 삶의 질과 연결돼 있습니다. 결혼은 미래를 기약하고 과감히 투자하는 것인데 불확실성이 크니 자꾸 꺼리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삶의 질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도 사회 갈등, 인구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은 신뢰, 자원봉사, 기부행위, 사회적 지지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단지 물질적 삶의 수준만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과 인생관, 가치관을 아우른다는 뜻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도 우리처럼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증하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향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정부 정책도 그에 맞게 많이 바뀌었습니다. 서구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각자 자기만족을 위한 삶을 추구한다면 사회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회에서 만난 경제학자들과 얘기해보면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방향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입니다. 유 청장 한국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중 하나가 삶의 질 지수 작성의 계기였습니다. 주관적 행복감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소득이 중요하고, 다른 누구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행복을 찾기도 합니다.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욕구를 취합해서 올바른 정책지표로 삼는 데 삶의 질 종합지수가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정부만의 과제는 아닙니다. 시민사회와 학계의 광범위한 참여가 절실합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정리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유경준 통계청장은 ▲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고려대 경제학과 석사, 미국 코넬대 노동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관,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한준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옌칭연구소 방문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균형경제분과 위원, 한국삶의질학회장
  • “反文연대는 적폐연대…국민과 연대하겠다”

    15분 동안 ‘국민’ 32차례 언급 “구여권과 연대 땐 적폐 연장” 안철수와 양자 대결 가능성 일축 “반문연대는 적폐연대에 불과합니다. 저는 국민과 연대하겠습니다.” 214만명이 넘는 선거인단이 참여한 13일 동안의 더불어민주당 경선 끝에 생애 두 번째 대선 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는 3일 수락연설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분열의 시대와 결별하고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겠다”면서 “대한민국 영광의 시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그 위대한 여정을 오늘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국민의당, 보수 진영, 제 3세력 간 잠복 중인 ‘비문(비문재인)연대’ 논의에 대한 쓴소리를 문 후보는 잊지 않았다. 그는 “반문·비문연대는 정권교체를 겁내는 적폐연대에 불과하다”면서 “저와 민주당은 국민과 연대해 미래를 향해 나가겠다”고 제안했다.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간 양자대결 대선 구도가 이뤄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문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별로 있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그렇게 (안 전 대표가) 구여권 정당과 함께하는 후보라면 적폐세력의 정권 연장을 꾀하는 후보라는 뜻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일격했다. 스스로의 구상을 밝히는 대신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동영상으로 지난달 24일 출마선언을 갈음했던 문 후보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의 일단을 밝혔다. 경제·안보의 새로운 정립, 불공정·부정부패·불평등과 같은 적폐의 청산,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통합 등 3가지가 문 후보의 약속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줄곧 대세론의 중심에 섰던 문 후보는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지역통합 대통령, 청년부터 노년층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세대통합 대통령, 보수·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희망했다. 또 “일자리를 해결하는 일자리 대통령, 깨끗해서 자랑스러운 대통령, 공정해서 믿음직한 대통령, 따뜻해서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15분 동안 29차례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 수락연설 동안 문 후보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32차례)이다. ‘위대한 국민’, ‘국민의 대통령’, ‘국민주권시대’ 등의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 문 후보는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민주공화국)의 정신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문 후보는 또 긍정적인 의미로 공정(7), 정의(7), 통합(7), 상식(4) 등의 단어를 강조했고 부정적인 뉘앙스로 적폐(6), 분열(5) 등을 거론했다. 문 후보는 준비(5)란 단어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검증된 후보’임을 내세웠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전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

    [전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먼저 우리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해주신 많은 국민들, 당원동지들, 그리고 아름다운 경쟁 끝에 제게 힘을 모아주신 안희정, 이재명, 최성 후보와 지지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69년 전 오늘, 제주에서 이념의 의미도 모르던 양민들이 이념의 무기에 희생당했습니다. 이념 때문에 갈라진 우리 조국은 그에 더해 지역이 갈리고, 세대가 갈리고, 정파로 갈리는 분열과 갈등과 대결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69년 후 오늘, 이제 우리 대한민국에서 분열과 갈등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저는 선언합니다. 국익보다 앞서는 이념은 없습니다. 국민보다 중요한 이념도 없습니다. 이 땅에서 좌우를 나누고 보수-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합니다. 우리 마음과 머리에 남은 대립과 갈등, 분열의 찌꺼기까지 가차없이 버려야 합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역사를 시작합니다. 분열의 시대와 단호히 결별하고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승자와 패자는 없습니다. 승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촛불을 밝혔던 우리 국민들입니다. 국민주권시대를 요구하는 온 국민의 승리입니다. 역사는 명령합니다. 국민도 명령합니다. 국민이 집권해야 정권교체다! 국민의 삶이 달라져야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시대를 바꿔라! 정치를 바꿔라! 경제를 바꿔라! 문재인, 그 명령을 받들어 국민대통령시대를 열겠습니다. 이번 대선은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닙니다. 정의냐 불의냐의 선택입니다. 상식이냐 몰상식이냐의 선택입니다. 공정이냐 불공정이냐 선택입니다. 과거 적폐세력이냐 미래개혁세력이냐 선택입니다. 적폐연대의 정권연장을 막고 위대한 국민의 나라로 가야합니다. 제가 정치를 결심한, 목표도 바로 그것입니다. 대한민국 주류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이제, 정치의 주류는 국민이어야 합니다. 권력의 주류는 시민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의 정신으로 가야 합니다. 저와 경쟁한 세 동지의 가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안희정의 통합 정신! 이재명의 정의로운 가치! 최성의 분권의지! 이제 저의 공약입니다. 이제 우리의 기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당원, 대의원 동지 여러분! 이번에 우리 당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경선을 했습니다. 저는 자부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세분 동지들 덕분에 우리당이 더 커졌습니다. 덕분에 저도 배웠습니다. 안희정 동지에게서 당당하게 소신을 주장하고 평가 받는 참된 정치인의 자세를 보았습니다.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바꿔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담대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에게서 뜨거운 열정을 배웠습니다. 그의 패기와 치열함은 남달랐습니다.  최성 후보의 도전정신도 아름다웠습니다. 끝까지 멋진 완주,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경쟁과 승복을 보여주신 세 동지의 모습을 뜨거운 박수와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세 동지와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세 동지가 저의 영원한 정치적 동지로 남기를 소망합니다. 세 동지가 미래의 지도자로 더 커갈 수 있게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민주당 정부가 다음, 또 다음을 책임지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제가 반드시 정권교체의 문을 열겠습니다. 저는 정권교체의 희망이 되고 있는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무려 214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경선 참여로 정권교체 희망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5월 9일, 반드시 승리해서 보답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부터 더불어민주당 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입니다. 국민의 열망과 당의 열망을 모두 끌어안고 제가 해야 할 모든 노력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우리당의 모든 국회의원들, 모든 당원동지들에게 요청드립니다. 모두, 함께 해 주십시오. 그동안 어느 캠프에 있었든 누구를 지지했든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입니다. 다 같이, 함께 해 주십시오. 함께 할 때 우리는 강합니다. 우리가 함께 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오늘,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께 세 가지를 약속드립니다. 첫째, 경제와 안보 무너진 두 기둥을 기필코 바로 세우겠습니다. 피폐해진 민생을 보듬고,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고, 구멍난 안보를 세우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것이 진짜 경제다! 이것이 진짜 안보다! 피부로 느끼고 눈에 보이게 성과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이미!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다! 둘째, 불공정 부정부패 불평등 확실히 청산하겠습니다. 국민을 좌절시킨 모든 적폐, 완전히 청산하겠습니다. 누구를 배제하고 배척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자는 것입니다. 불공정한 시스템을 공정한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모든 적폐는 적법 절차에 따라 청산될 것입니다. 이미!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다! 셋째, 연대와 협력으로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습니다. 국민은 상식과 정의로 통합되길 갈망합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마음이 모아지길 희망합니다. 국민의 요구는 간명합니다.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문을 활짝 열어 많은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미!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당원, 대의원 동지 여러분! 새로운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 이런 국민들이 주역이고 주류가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반문연대’ ‘비문연대’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겁내고 저 문재인을 두려워하는 적폐연대에 불과합니다. 저는 어떤 연대도 두렵지 않습니다. 저와 우리당의 뒤에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이 있습니다. 국민과 같이 하는 정치, 미래로 가는 정치여야 합니다. 저와 민주당은 국민과 연대하겠습니다. 오직 미래를 향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쓴 위대한 국민들입니다. 국민들은 준비되어 있고, 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남, 호남, 충청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지역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청년과 중년, 노년층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세대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보수 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일자리를 반드시 해결해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깨끗해서 자랑스런 대통령 공정해서 믿음직한 대통령 따뜻해서 친구같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 영광의 시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그 위대한 여정을 오늘 시작합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문재인 “정의와 통합의 시대로”…누적 득표율 57.0%로 본선 직행

    문재인 “정의와 통합의 시대로”…누적 득표율 57.0%로 본선 직행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는 3일 “저는 오늘 분열의 시대와 단호히 결별하고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겠다. 국민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 직후 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통해 “이제 우리 대한민국에서 분열과 갈등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선언한다. 국익보다 앞서고 국민보다 중요한 이념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땅에서 좌우를 나누고 보수·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은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정의와 불의, 상식과 몰상식, 공정과 불공정, 미래개혁세력과 과거 적폐세력에 대한 선택이다. 적폐연대의 정권연장을 막고 위대한 국민의 나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후보는 “대한민국 주류를 바꾸고 싶었다”며 “정치의 주류는 국민, 권력의 주류는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라이벌이던 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를 껴안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 후보는 “안희정의 통합정신, 이재명의 정의로운 가치, 최성의 분권의지, 이제 저의 공약이자 우리의 기치(旗幟)”라고 밝혔다. 그는 “안희정 동지에게서 당당하게 소신을 주장하고 평가받는 참된 정치인의 자세를 봤다.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바꿔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담대했다”고 평가하고 또 “패기와 치열함이 남달랐던 이재명 후보에게서 뜨거운 열정을 배웠고, 최성 후보의 도전정신도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세 동지가 저의 영원한 정치적 동지로 남기를 소망한다. 세 동지가 미래 지도자로 더 커갈 수 있게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어느 캠프에 있었든 누구를 지지했든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라며 “우리가 함께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문 후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께 세 가지를 약속드린다”며 “경제와 안보라는 무너진 두 기둥을 기필코 바로 세우겠다. 피폐해진 민생을 보듬고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고 구멍 난 안보를 세우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부정부패·불평등을 확실히 청산하겠다. 누구를 배제하고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나라로 가자는 것”이라며 “연대·협력으로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다. 문을 활짝 열어 많은 분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반문(반문재인)연대’, ‘비문(비문재인)연대’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겁내고 저를 두려워하는 적폐연대에 불과하다. 저는 어떤 연대도 두렵지 않다”며 “저와 우리당의 뒤에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이 있다. 저와 민주당은 국민과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저는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지역통합 대통령, 청년·중년층·노년층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세대통합 대통령·보수·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며 “깨끗하고 공정하고 따뜻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앞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 결과 지난 4차례 경선 누적 득표율이 과반인 문 전 대표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이로써 문재인 후보는 2012년 이후 두번째 대권에 도전하게 됐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수도권 경선에서 전체 60.4%(39만 9934표)의 득표율을 올렸고 이 시장은 22%(14만 5688표), 안 지사는 17.3%(11만 4212표), 최성 고양시장은 0.3%에 그쳤다. 민주당의 4차례 경선 합계에서 문재인 후보는 57.0%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안희정 후보는 21.5%, 이재명 후보는 21.2%를 득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말, 3일로 바꾸자” 英녹색당 제안

    영국에서 주말을 3일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색당 공동대표 캐롤라인 루카스와 조너선 바틀리는 2일(현지시간) BBC방송 ‘앤드루 마 쇼’에 출연해 “주말을 3일로 바꾸면 영국은 더 생산적이며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대표는 영국 싱크탱크 신경제 재단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근무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발생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제안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리버풀에서 열린 녹색당 춘계 회의에서 처음 발표됐다. 아직 검토 중이지만, 오는 2020년 공약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바틀리 공동대표는 “우리는 영국을 위해 대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이번 제안에 관심이 쏠리길 간절히 바란다”면서 “우리는 기업의 세계화로 인한 큰 압박감과 함께 매우 불확실한 세계 속에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어렸을 때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모두가 잘살게 될 것이라고 들었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불평등이 증가한 것이 전부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루카스 공동대표는 “사람들이 지쳤을 때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증거가 있다”면서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오래 일하고 있으며 건강에 더 큰 손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한발 물러나서 경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국가가 돼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단지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미래를 원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국의 네티즌들은 “좋은 생각”이라는 호평을 보이기도 했지만, “녹색당이 주말을 7일로 바꾸자고 주장해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 “업무 강도는 더 늘게 될 것”,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등 부정적인 견해를 더 많이 보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한때 세계 경제의 우등생이었던 한국은 지금 생산가능 인구, 소비, 고용,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4대 절벽에 직면해 있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의 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를 리셋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라고 말할 수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나노바이오공학 등 10개 안팎의 기반기술과 여기서 파생되는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e커머스, 스마트 팩토리 등 수많은 상품·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는 디지털 과학기술이라는 거대한 제4의 물결을 타고 산업과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급속히 변화되고 물질 중심 문명에서 무형의 데이터 중심 문명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은 이론이 아닌 전략의 문제가 됐다. 우리도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자동차, 경량소재, 스마트시티 등 5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삶의 질 향상에 연계된 정밀의료, 신약, 탄소자원화 등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보스 포럼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제4차 산업혁명 적응도에서 전 세계 139개 중 25위로 평가되고 있다. 1위는 스위스, 2위는 싱가포르이고, 일본은 12위다. 정책결정자들이 전통적인 사고에 붙잡히거나 단기적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긴 안목의 전략적 사고로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과감하면서도 정교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혁신과 파괴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공공의 이익이 아닌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수 있고, 기계가 인간노동을 대체함에 따라 노동시장의 붕괴, 기술수준 차이에 따른 임금격차 확대, 중산층 축소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는 사회갈등과 불안을 증폭하고 폭력성 범죄, 첨단과학기술을 악용한 조직범죄가 증가될 수 있다. 이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0년부터 사이버 범죄 등 첨단범죄의 흐름에 대응해 과학기술을 활용한 형사사법 제도의 선진화방안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 및 자율주행 자동차의 형사책임 문제와 인공지능 기술 활용방안, 범죄데이터를 분석해 범죄발생을 예측하는 시스템, 정확한 인과관계를 계산할 수 있는 수사지원 로봇, 피의자 신문을 보조하는 서비스 로봇 등이 다 연구 대상이다. 앞으론 재판 단계에서 증거조사에 포렌식 기법을 활용하고, 교정단계에서 순찰 로봇과 수용자처우 서비스 로봇 등이 도입될 수 있다. IBM사 왓슨과 같은 지능이 탑재된 로봇을 수용자들의 진료업무에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목소리나 얼굴인식 기능이 적용된 드론 등을 활용하여 보호관찰을 시행할 때 인권보호에 더 친화적일 수 있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어지기 마련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선물해 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자유의사가 경시되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촘촘한 감시망 속의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15년 유엔재래식무기협약회의에서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동화 병기로봇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2040년경에는 범죄를 자행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범죄자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순간인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에 온다고 예견한 바 있다. 이에 관해 스티븐 호킹도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공지능은 끊임없이 인간의 뇌를 모사한다. 인간의 감성까지 보유하거나 인간을 해치는 기술로 진화하기 전에 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향후 기술의 발전을 활용하되 기술의 부작용은 억제할 수 있도록 형사정책분야의 대응이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 “더 강력해진 사회 더 위험해진 사회”

    “더 강력해진 사회 더 위험해진 사회”

    “이 사회는 기회를 살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민주주의 시대에 살지만, 독재 치하에서 일하고 있어.”, “시험, 점수, 자격증…그 사회에는 중독이 만연했다.”2014년부터 인스타그램에 매주 게재되기 시작한 한 장의 그림과 한국어로 쓴 짧은 글이 입소문을 탔다. 스페인 만화 제목을 딴 아이디 ‘blameblameblameblame’(블레임X4)의 그림과 글은 타임라인에서 강한 여운을 남기며 팔로어 독자가 1만명으로 늘었다. 주인공은 서른 살 스페인 청년 다니엘 로드리게즈 코르네호. 그는 스페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에 왔다. 서울에서 3년간 머물며 한국문학번역원의 스페인어 번역 과정도 마쳤다. 독학으로 공부해 쓴 한국어 글과 직접 그린 그림은 최근 ‘번개’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번뜩이는 이야기’라는 부제대로 스페인 청년이 느끼는 민주주의, 정치, 재벌, 성차별 등 한국 사회의 비틀린 구조에 대한 문제 의식을 풀어낸다.한국을 사랑하는 스페인 청년이 본 우리 사회의 민낯은 무엇일까. 그는 “민주주의 틈새에 수많은 작은 독재들이 있다. 얼마나 모순적인가. 독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우리는 이런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 부른다”(27쪽)고 말하고,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슬로건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에게만 희망의 언어일 뿐 ‘기회를 살 형편’조차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사치품”(89쪽)이라고 꼬집는다.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코르네호를 만났다. 한국어로 드러낸 그의 생각은 청년 특유의 패기와 비판 의식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더 강해졌지만 더 위험해진 사회, 더 많이 가지고 있지만 더 적게 베푸는 사회”라고 진단하는 식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얘기인가’라고 묻자 “한국을 포함한 전 지구적 사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이 큰 것 같다’고 묻자 “민주주의는 없다”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한국이 스페인보다 더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부러운 눈치를 드러냈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스페인 모두 독재(박정희, 프란시스코 프랑코)와 전쟁(6·25전쟁, 스페인내전)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광화문 촛불집회를 보면서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어요. 스페인 국민들은 집권당의 부패와 무능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선거 때면 또 그들을 찍어요. 한국은 민주주의에 있어서는 스페인과 다른 길을 가지 않을까요.” 그는 한국 사회의 인상에 대해 “보수적이고 비윤리적인 가치관을 정당화하고 강요하는 사회”, “여유가 잘 느껴지지 않고 다양한 압력이 많은 사회”라고 비평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스페인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자본주의는 세계를 똑같이 만들려고 해요.” 미국의 진보적 지성인 놈 촘스키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사유를 좋아한다는 코르네호는 “저 같은 청년들이 민주주의, 부패, 불평등, 성차별, 환경 등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무관심은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현재의 부조리한 상황이 계속돼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해석될 뿐”이라고 말했다. 책 제목 ‘번개’는 그의 작명이다. “어둠 속에서는 타인의 고통과 불평등, 불의를 보지 못하죠. 잠깐 번뜩이는 번갯불 덕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실체를 볼 수 있어요. 그 세계를 밝혀줄 번개가 필요한 시대 아닌가요.”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옹진군·민간 병원 업무협약…섬 지역 의료혜택 개선 기대

    인천 옹진군이 민간 병원과 손잡고 주민들의 취약한 의료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0일 옹진군에 따르면 지역 전체가 25개 섬으로 이뤄져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주민들의 보건서비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천과 서울 목동 등 수도권 3곳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 관절·척추 전문병원인 ‘힘찬병원’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진료비로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옹진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1.3%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했다. 인천지역 평균 노인 인구 비율 10.9%보다 두 배나 높다. 그러나 도서지역 특성상 노인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비율로 볼 때 당연히 관절·척추 환자가 많음에도 병원이 백령도 한 곳밖에 없어 불편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협약은 의료 혜택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힘찬병원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관절·척추에 특화된 진료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고난도 의료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도서지역은 관절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인과 일을 많이 해서 무릎, 허리 등 치료가 필요한 주민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첨단 의료시설과 전문 의료진의 기술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기 위해 의료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옹진군 주민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 양질의 진료 혜택을 제공하고 상태가 중한 환자의 경우에는 방문 치료하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이번 협약이 섬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 사각지대의 의료 혜택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사설] 10년째 넘지 못한 1인당 소득 3만 달러 벽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7000달러대에 머물며 10년째 3만 달러 진입에 실패한 것은 우리 경제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로 봐야 한다. 한국은행의 ‘2016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2016년 국민소득은 2만 7561달러(원화 기준 3198만 4000원)로 전년보다 1.4% 느는 데 그쳤다. 2만 달러를 처음 넘어선 것은 2006년이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747 성장론’과 ‘474 정책’을 내걸고 4만 달러 달성을 약속한 바 있다. 결국 4만 달러는커녕 3만 달러 시대도 열지 못하게 됐다.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다. 국민소득이 제자리걸음한 것은 환율 영향도 적지 않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160.5원(매매기준)으로 전년보다 2.6% 올랐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화 환산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그보다는 성장세가 약화된 것이 근원적 요인이라고 봐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1년 3.7%에서 2012년 2.3%로 뚝 떨어진 뒤 2015년 이후 2년 연속 2%대에 그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통계 이면의 현실은 우리를 더 착잡하게 만든다. 물론 해석상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단순 계산해서 1인당 소득이 3198만원이라면 4인 가족 기준 소득이 1억 2800만원 가까이 돼야 한다. 과연 그런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불평등한 소득 구조가 가져온 결과다. 고소득이 편중된 일부 상위권을 빼고 나면 나머지 국민의 소득은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 국민소득이 오르려면 경제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도 민간 소비 부진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3만 달러 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신성장 동력 발굴과 수출 다변화, 경제 체질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소득 불평등 개선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어젠다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 국민총소득 중 가계 비중이 줄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1632조 6000억원 가운데 국민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인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56.9%(929조 6000억원)였다. 전년보다 0.3% 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국민의 실질적인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안 좋아졌다는 뜻이다. 실업률이 높은 데다 실질임금에 변화가 없고 순이자 소득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 경제 관건인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가계소득 확대에 공을 들여야 한다. 우리 경제 구조가 서비스업 확대 등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중소기업의 임금을 올리는 구조로 바뀌도록 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차기 대선 후보들은 왜 신성장 동력 발굴과 소득 불평등 해소가 화급한 과제인지, 왜 가계소득 확대에 진력해야 하는지 지난해 국민계정을 직시하기 바란다.
  • 박원순, OECD서 ‘위코노믹스’ 알린다

    박원순, OECD서 ‘위코노믹스’ 알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초청 강연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초청 콘퍼런스 참석 등을 위해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 순방길에 올랐다. 박 시장은 28일 출국길에 “세계 대도시가 사회양극화, 대기질 오염 등과 같은 문제에 직면한 만큼 도시 간 협력이 절실하다”면서 “이번 순방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해법을 모색하고 서울의 선도적 정책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서울시는 역대 서울시장 가운데 이들 단체의 초청을 받아 연설하는 것은 박 시장이 처음이고, 이들 단체도 지방정부 수장을 불러 강연을 듣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28일(현지시간) 파리 OECD 본부에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을 비롯한 회원국 대사 등 200여명을 상대로 박 시장의 양극화 해법인 ‘위코노믹스’를 소개한다. 위코노믹스는 ‘우리 함께 잘사는 경제’라는 의미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소득 분배율을 개선하고 재분배를 강화함으로써 경제성장 엔진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OECD가 화두로 삼는 ‘포용적 성장론’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박 시장은 30일에는 빈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오는 4월 3일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에서 ‘유례없는 평화적 촛불시위’를 소개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안보란 테러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도시 정부의 역할로 개념이 확대된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을 평화롭게 처리하는 것과 안보를 연결해 발표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시위 정국 때 시민안전을 위해 시 직원 1만 5000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주변 화장실 200여개를 개방토록 하는 한편 임시 지하철을 운행하는 등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 진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우렁각시’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처럼 유럽과 국제기구에서 박 시장에게 유독 관심을 쏟는 이유는 그가 지속가능 도시발전 부문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내놓은 공유경제의 활용,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협업을 통한 에너지 절감 등의 정책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전 세계 공유도시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을 받기도 했다. 또 끊임없는 혁신으로 달성한 서울시의 성과에도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박 시장이 2011년 10월 취임 이후 3월 현재 세계 주요 기관으로부터 받은 상은 24개이다. 국제회의하기 좋은 도시 1위, 부자 여행객들이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도시 1위,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세계 3위, 디지털전자정부 1위, 도시경쟁력 6위, 떠오르는 금융도시 7위 등이 있다. 한편 박 시장은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 파리에서 만나 차량 배출가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친환경 차량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또 주거, 보행, 친환경 에너지 등 서울형 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유럽의 정책현장도 방문한다. 빈의 국제기구 클러스터인 우노시티, 고효율 친환경 도시인 아스페른 스마트시티, 입주자가 건축가와 공동 설계한 자르파블릭 협동주택 등을 둘러본다. 영국의 3개 사회혁신기관인 로컬리티·소셜라이프·식스(SIX) 대표들과도 만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獨 ‘총선의 해’ 메르켈, 첫 전투 승리

    기민당 40.7%… 사민당 29.6% 지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자를란트 주의회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이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에 여유 있게 승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오는 9월 독일 총선까지 3차례 예정된 주의회 선거 중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는 임금 불평등 해소 등을 내세우며 인기몰이 중인 ‘슐츠 효과’가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을 저지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져 주목을 받았다. 선거 잠정 개표 집계 결과, 기민당은 40.7%의 지지를 받아 29.6%에 그친 사민당에 크게 앞섰다. 이는 선거 직전 여론조사들이 보여준 기민당 37∼35%, 사민당 32∼33%의 지지율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어서 전문가들을 당황케 했다. 슐츠 후보가 등장하기 전인 지난 1월 하순까지 기민당은 사민당을 최대 12%포인트 차이로 크게 따돌리고 있었으나 슐츠의 출현으로 사민당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해왔다. 선거 결과 ‘슐츠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민당과 메르켈 당수는 재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민당의 승리 요인으로는 슐츠 효과에 따른 사민당 등 좌파의 약진에 위협을 느낀 우파의 ‘반사 결집’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메르켈 총리는 선거운동 막바지 자를란트를 찾아가,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달라고 호소하고는 “이제는 한 표 한 표가 정말로 중요하다”라며 지지층을 파고들었다. ‘리틀 메르켈’이라고 불리며 주 정부를 비교적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현 주 총리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4)의 개인 인기도 한몫했다. 총선 전까지 독일은 5월 7일 인구 290만명의 슐레스비히홀슈타인에서, 같은 달 14일에는 인구 1800만명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차례로 주 의회 선거를 치른다. 특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독일 최대 인구 주인 데다, 앞선 주 의회 선거에서도 그 결과가 연방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 적이 있어 양당의 격전이 전망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개천에서 용 나게… 저소득층 과외하기

    개천에서 용 나게… 저소득층 과외하기

    “결승선을 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출발선에는 같이 설 수 있게 해야 한다. 소득의 격차가 기회의 차별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겠다.”서울 관악구는 사단법인 ‘티치포코리아’와 손잡고 저소득가정 고등학생 학습 지원 사업을 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1일 구청에서 열린 관련 협약식에는 유종필 관악구청장, 사단법인 티치포코리아의 이사장인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관악구는 “최근 교육부 자료를 보면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높다. 그런데 최근 교육청 예산 중 저소득층 지원은 오히려 4년 연속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부모의 경제형편으로 교육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설립된 사단법인 티치포코리아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평등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고등학생에게 무료로 입시 교육을 해 주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구는 강의실 공간 제공과 지역 내 저소득 가정의 고등학생을 추천한다. 티치포코리아에서는 서울대 재학생을 중심으로 대학생 교사를 선발해 저소득가정 고등학생들에게 입시교육과 상담 등 멘토링을 제공한다. 수업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세 시간씩 진행된다. 주말에도 개인별 학습지도와 1대1 상담을 해 준다. 유 구청장은 “티치포코리아와 함께하는 멘토링 사업이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어떤 이유로든 병역면제자는 장관으로 임명 안 할 것”

    “어떤 이유로든 병역면제자는 장관으로 임명 안 할 것”

    “어떤 이유로든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은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 지난달 16일 일찌감치 정의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심상정(58)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안보’를 강조하며 집권 시 병역 기피는 물론 민주화운동 등으로 수감됐던 병역면제자까지도 장관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방의 의무에 대한 국민 불신을 씻으려면 “책임 있고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평범한 교사지망생(서울대 역사교육과 78학번)에서 구로공단 미싱사로 위장 취업한 순간부터 10년 가까운 수배 생활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를 거쳐 3선의 진보정당 대표가 되기까지 마음속에 품어 온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슬로건으로 5월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왜 지금 ‘노동 있는 민주주의’가 시대정신인가. -두 번의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결국 친재벌 정부였다. 경제 살리기에 밀려 노동은 늘 뒷전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양극화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촛불이 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극단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최초의 친노동 정부를 구성하고자 한다. →노동 부총리를 세우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재계 노무사 역할을 해 왔다. 노동부 장관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권력의 힘이 노동에 실려야 개혁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분야를 ‘국민건강부’로 떼어내고 노동과 복지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래야 노동 부처 장관이 의제를 주도할 수 있다. →연립정부는 상수라고들 말하는데. -이번 대선에서 선거 연대는 없다. 단일화나 사퇴도 없다. 우리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개혁이 연립 정부를 통해 이뤄질 수 있는지가 연정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연정 조건을 구체적으로 구상하진 않았다. 대선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보 정당의 안보관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정의당이야말로 진짜 안보를 할 수 있다. 보수는 안보 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안보를 이용해 왔다. 저는 집권 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분들은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을 것이다. 저마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고위직 가운데 병역 회피 또는 면제자가 많고, 신성한 국방 의무에 국민이 의문과 불신을 갖고 있어 책임 있고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인지도에 비해 지지율이 좀처럼 안 오르는데. -지난 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 선거 공고가 나기 전까지 언론에서 심상정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우선 후보를 알아야 지지율이 오를 텐데, 심상정은 알아도 대선 후보인지는 모르는 분들이 많다. 각 당 경선이 끝날 때까지 지지율 5%를 돌파하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촛불 대선의 의미와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면 유권자가 주목할 것이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에서 인지도가 낮은 걸로 나오는데. -아픈 대목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다. 30~50대는 사회운동이나 진보 정치를 경험해 본 분들이 많다. 하지만 20대는 진보 정당이 실패를 거듭하던 시기에 진보 정당을 접했다. 진보 정당에 대해 긍정적인 체험을 해 본 적이 없다 보니 호감도가 낮다. 하지만 현재 정의당 당원의 80%가 40대 이하이고 그중 절반이 20~30대다. 대학 강연에도 좌석이 부족할 정도다. 빠른 속도로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청년 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복안은. -청년 실업은 정책이 없어 안 풀리는 게 아니다. 대기업을 비롯한 상위 1%의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 내야 해결할 수 있다. 19대 국회 때부터 긴급조치 차원에서 청년고용특별법을 제정,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업이 전체 고용인의 5%에 해당하는 수만큼 청년을 고용하도록 ‘한국형 로제타 플랜’(1990년대 후반 벨기에의 혁신적 청년실업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지금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해법은 단편적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가족 있는 노동’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후 6시에 퇴근해선 저녁 시간을 온전하게 쓸 수 없다. 4시나 5시에 퇴근하면 밥을 지어 가족과 먹을 수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일상을 누리는 가족 있는 노동이 제가 구상한 노동 시간 단축 공약의 핵심이다. →무엇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나. -원전 해체 기술과 재생에너지, 바로 녹색성장이다. 4차 산업혁명도, 정보통신기술(ICT)도 전략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비중을 두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해체 기술 등 생태 환경 에너지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대선 공약 1호인 ‘슈퍼우먼방지법’이 화제다. -여성들은 일도 하고 싶고 좋은 엄마도 되고 싶어 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육아휴직 3년’을 공약했는데, 실제 3년 휴직하면 영원히 퇴출당할 수 있다. 휴직 기간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슈퍼우먼방지법은 아빠들이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육아휴직자가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업에 페널티와 어드밴티지를 적용해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성소수자 보호 등을 담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견해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당연하다. 보수와 진보가 함께 차별금지법을 냈다가 일부 개신교계의 압박으로 철회했는데, 이 법은 종교, 직업, 성별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 정신을 담고 있다. 동성 결혼 합법화 여부와는 또 다르다. 동반자등록법도 제정해 혼인하지 않고 사는 동거 노인, 동성 커플, 비혼 커플 등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정리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치 뒷담화] 리더를 꿈꾸게 한 나만의 멘토

    [정치 뒷담화] 리더를 꿈꾸게 한 나만의 멘토

    책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책을 썼는지 못지않게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지도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은 과연 어떤 책을 읽고 큰 꿈을 다져왔을까. 주자들이 꼽은 ‘내 인생의 책’을 통해 이들이 꿈꾸는 가치와 정치를 읽어 본다.유신체제 지식인의 필독서, 국제정치 눈뜨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인생 책’은 고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다. 1974년 출판된 이 책은 유신체제 시절 지식인과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히던 고전적 사회계몽서다. 문 전 대표에게 현대사와 국제정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책 ‘운명’에서 대학 시절 비판의식과 사회의식을 다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리영희 선생을 꼽았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책들을 읽는데 특히 김현철 서울대 교수의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 전략’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은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 시대를 경험한 일본을 철저하게 분석해 다가오는 세계 경제의 침체 위기에 대처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정치 환멸 잠재워 준 신영복 교수의 에세이집 안희정 지사는 고 신영복 교수의 에세이집 ‘청구회 추억’과 토머스 머튼의 ‘사막의 지혜’를 인생의 책으로 추천했다. ‘청구회 추억’은 신 교수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기 2년 전 소풍길에서 우연히 만난 가난한 소년들과의 우정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정치에 환멸을 느껴 출판사 영업부장이 된 안 지사가 대구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읽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세상을 다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2013년에 읽은 수도사들의 잠언을 모은 책인 ‘사막의 지혜’를 통해서는 ‘분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선의 발언’을 비판하며 “안 지사의 말 속엔 분노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그는 “지도자의 분노는 단어 하나만 써도 피바람을 불러온다”고 말하기도 했다.호남을 이해하고 역사관 만들어준 ‘태백산맥’ 이재명 시장이 중앙대 법대 재학 시절 가장 충격을 받은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고 나머지는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은 것이다. 1948년 여수반란사건 종결 시점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좌우 갈등을 그린 이 소설에 대해 이 시장은 “호남 지역을 이해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고 대학 시절 다음 권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지켜본 경험이 더해져 이 시장의 역사관이 만들어졌다. 이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광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한낱 개가 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면서 “광주는 나의 구원이자 스승이었고 내 사회의식의 뿌리였다. 나를 바꿔 놓았다”고 밝혔다.유럽 ‘공화주의’에 쇼크… 정치를 하는 이유 2015년 2월부터 7월까지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험은 유승민 의원의 정치 인생의 큰 전환점이기도 했다. 원내대표가 되기 전 지인의 소개로 읽은 모라치오 비롤리의 ‘공화주의’는 그 변곡점을 함께한 책이다. 수백 년 전 유럽에서 이탈리아 사상가들이 고민하던 공화주의가 지금 대한민국의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 문제와 닮아 있다는 점에 놀랐다. 책에서 나온 공화의 정신은 곧 대한민국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깨닫게 됐고 “이것이 바로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믿게 됐다”고 말한다. 자유, 평등, 공정, 법치와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모두 담고 있는 정의가 바로 공화의 핵심이며 유 의원이 강조하는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이 밖에 보수주의 정치의 교과서와도 같은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후배들에게 주로 추천했던 책인 조지훈 시인의 ‘지조론’, 초등학생 시절 푹 빠져 읽었던 ‘대망’ 등이 유 의원의 생각을 다듬어 왔다.‘삼국지’에서 인생의 모든 처세술을 배우다 홍준표 지사는 ‘삼국지’를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인생의 모든 처세술이 삼국지에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지사는 정치적 상황을 설명할 때에도 삼국지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이 주유에게 ‘만사구비 지흠동풍’(모든 조건이 구비되었고 이제 동풍만 남았다)이라고 했다. 이제 누명 벗은 무죄 판결이 동풍이 됐으면 한다”고 적기도 했다. 또 “조자룡은 장판파 전투에서 단기필마로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해 왔다”며 대규모 경선 캠프를 꾸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읽었던 이병주의 ‘지리산’도 인생을 바꾸게 한 책으로 꼽았다. 지리산은 1972년 월간 ‘세대’에 연재된 소설로 해방 직후 한국의 좌우 혼란상이 극명하게 담겼다.아내가 선물한 책, 열세 번도 넘게 읽은 반려자 김관용 지사는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아내가 선물한 이 책을 13번도 넘게 읽은 “인생의 반려자 같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독일의 아우슈비츠수용소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끌려간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인간 군상을 통해 고통과 생존을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특징이다. 김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책에 대해 “생사의 갈림길 속에서도 치열하게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저자의 모습 자체가 인간 존엄성의 승리”라면서 “살아가며 겪는 힘겨운 문제들도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비춰 보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대한민국 미래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서 안철수 전 대표는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26명이 쓴 책인 ‘축적의 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현주소에 대해 평가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로 ‘축적’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오랜 기간 실패 경험이 축적된 상황에서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축적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실패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인류의 역사가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에 따라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을 서술하며 이제는 인류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책이다. 이번 대선의 중요한 과제로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안 전 대표는 이 책을 읽으며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통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키루스 대왕의 업적, 위대한 리더십을 키우다 손학규 전 대표는 크세노폰의 ‘키로파에디아: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가졌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플라톤과 동문수학한 크세노폰이 쓴 이 책은 키루스 대왕의 업적을 살펴보며 어떤 교육을 받으면 그와 같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또 어떻게 사람들을 지휘하면 대제국을 건설하는 것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를 자세히 다뤘다.사회약자를 대변하는 ‘좋은 정치’의 깊은 성찰 심상정 대표가 선택한 래리 바텔스의 ‘불평등 민주주의’는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소득 불평등과 정치의 긴밀한 관계를 실증한다. 미국 민주당 집권기에는 사회의 불평등이 줄어들고, 공화당 집권기에는 다시 불평등이 늘어난다는 결론은 곧 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과 달리 사회적 빈곤층은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이 책의 분석인데 심 대표는 여기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진보정당을 이끄는 주역으로서 사회적 약자들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을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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