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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다른 인터뷰] “남혐, 여혐의 리액션일 뿐… 기계적으로 나눈 ‘양성평등’의 산물”

    [색다른 인터뷰] “남혐, 여혐의 리액션일 뿐… 기계적으로 나눈 ‘양성평등’의 산물”

    우리 사회가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로 들썩인 지 1년. 여전히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을 갈 때마다 불안에 떤다. 늦은 시간 홀로 밤길을 걷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가 하면 면접장에서 “결혼하고 애 낳고도 일을 계속 할 거냐”는 질문에 할 말을 잃고,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부당함에 시정을 요구하면 “너도 메갈(리아)이냐”, “아쉬우면 너도 군대 가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되돌아온다. 우리나라의 ‘대표 여성학자’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투를 ‘6월 항쟁’에 비견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 근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그는 민주주의가 성숙하기까지 30년이 걸린 것처럼 성평등 의식이 자리잡기까지 족히 한 세대가 지나야 한다고 봤다.→“남성 혐오는 없다”고 했는데. -애초에 이수역 사건을 두고 ‘남성과 여성의 싸움’이나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의 대결’이라고 구도를 잡은 것부터 잘못이에요. 남성은 힘에서 여성보다 우위에 있어요. 폭력은 누가 하든 나쁜 거지만 이렇게 체급에서 차이가 날 때는 싸움이라고 볼 수 없어요. 물리적인 다툼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그저 남녀가 대결한 것처럼 바라보는 게 문제죠. 여성 혐오가 수천년간 축적돼 온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의 결과라면 ‘남성에 대한 부정적 표현’(그는 ‘남성 혐오’를 이렇게 불렀다)은 최근에서야 겨우 등장한 겁니다. 후자는 여성들이 여성 혐오에 대한 리액션으로서 드러낸 것인데, 그걸 어떻게 똑같이 ‘혐오’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겠어요. 수백년간 흑인을 차별한 백인들이 최근에 자신들이 흑인에 의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기계적으로 여성과 남성을 둘로 나누는 ‘양성평등’이라는 개념 때문에 ‘남성’도 ‘혐오’의 대상이 된다고 착각하게 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남성들의 목소리도 있어요. 특히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남자아이를 차별한다는 경험담이 많습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서로 싸웠는데 남자아이를 더 혼낸다? 그것은 잘못된 성인지 관점을 가진 교사 탓이에요. 남자아이를 혼내면서 “여자아이들은 너보다 약하니까 괴롭히면 안 돼”라고 말하는 건데, 그건 백인에게 “아시안인은 영어를 못하니까 잘 돌봐줘야 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죠. 여자아이에 대한 보호가 아니고 구성원에게 여성을 계속 무시하도록 하는 거예요. 교사가 이렇게 잘못된 관점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면 부모는 “제대로 된 페미니즘 교육을 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페미니즘은 남자(아이)에게 불리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죠. 페미니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보다 힘이 약한 사람에 대해 상상하는 것’입니다. 여성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생물학적 여성으로만 한정한 ‘혜화역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여 자격을 한정한 것에 대해 동의하진 않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만큼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이들에 대한 불신이 큰 거고, 그럴 만한 충분한 경험이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주체들과 대화를 하며 확장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건 아쉬워요. 그렇지만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언제까지 지금에 머물러 있진 않을 거라고 봐요. →‘페미니즘=메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페미니즘을 말하면 으레 “너도 메갈이야?”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저는 그럴 때 “그게 왜 궁금한데? 네가 뭔데 좋은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을 구별하는 거야?”라고 되물어요. 질문의 당사자가 메갈 이전에 과연 어떤 페미니스트를 알고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죠. 페미니즘의 스펙트럼은 다양해요. 각자 자신의 맥락에 맞게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죠. 그렇게 보면 메갈이 전체 페미니즘을 대표한다고 보는 게 말이 안 돼요. ‘워마드’도 메갈의 변종과도 같은데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워마드라고 생각합니다. 선정적이고 화제가 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거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메갈만큼의 화력을 낸 세력이 이전엔 없었다는 거예요. 우리 모두 메갈에게 빚을 지고 있어요. 메갈의 ‘미러링’(같은 상황을 성별만 바꿔 보여 주는 것)에 대한 사회 반응도 염려스럽습니다. 여성 차별과 억압이라는 액션에 단죄를 내려야 하는데 오히려 리액션에 심하게 반응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일베’(일간베스트)에 대해선 왜 침묵하고 있는 거죠? 결국 남성들이 일베는 아니더라도 일베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한다고 봐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 연극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오입쟁이들아! 걱정하지 마라. 오입쟁이들이 재판한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오는 미투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만한 높은 수준의 성인지적 감수성이 없습니다. 아주 일부만 갖고 있을 뿐이죠. 다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미투 1호 법안인 ‘여성폭력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여러 모로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법안입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이나 피해자 지원이 ‘의무 조항’(해야 한다)에서 ‘임의 조항’(할 수 있다)으로 바뀐 건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혹은 행동)의 일종이라고 봅니다. 정치인들의 현실 인식이 안이한 데다 상상력이 부족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죠. 하루 밥 세끼 먹고 따뜻한 데 누워 잔다고 해서 “세상에 노숙자가 어딨어?”라고 묻는 꼴입니다.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남성이나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고 말하는 작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하나의 답이 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있냐, 없냐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그 과정이 중요한 거죠. 남성이 여성만큼 진정성 있게 페미니즘을 할 수 있는지는 남성 스스로가 끊임없이 답해야 할 문제입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지금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왜 그런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문제는 언론이 그들의 말을 대표자처럼 다루는 겁니다. ‘과대 대표’되는 건 언제나 좋지 않죠. →성평등 교육이 젠더 불평등·여성폭력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나요. -교육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요. 제도 변화가 선행돼야 의식 변화도 더 쉽게 자리잡을 수 있어요. 미투 관련 법안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미투 피해자나 여성들은 오랜 시간 지난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지금까지 성평등 교육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에게 같은 내용이었어요.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배경, 입장을 고려한 맞춤화된 교육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교사와 군인, 공무원 등 직업에 따라 맞닥뜨리는 상황이 달라요.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도 마찬가지죠. 제도 변화와 교육을 통해 지금보다 나은 사회가 되리라고 봅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나윤경 원장은 누구 지난 6월 제8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으로 취임한 나윤경 원장은 여성학계 대표 전문가로서 연세대에서 여성학과 문화인류학을 가르쳤다.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젠더연구소장과 성평등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올해 3월 출범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 위원과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여자의 탄생’과 ‘엄마도 아프다’ 등이 있다.
  • 상속은 ‘생존전략’이었다

    상속은 ‘생존전략’이었다

    상속의 역사/백승종 지음/사우/272쪽/1만 6000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의 합이 가장 큰 나라는 일본(상속세 55%·소득세 45%)이고, 우리나라가 그다음이다. 상속세가 50%, 소득세가 42%에 이른다. 기업가들은 이를 피하려 온갖 편법을 쓰곤 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으로 드러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주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지 않고 편법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비판한다. 여전히 혈통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 때문일까. 다른 나라는 자수성가해 부자가 된 이들의 비율이 7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상속으로 부를 일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구약성경~조선시대 상속제도와 사회상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쓴 ‘상속의 역사’는 이런 우리 상황 속에서 눈여겨봐야 할 신간이다. 동서고금에 걸쳐 상속의 역사를 훑는 책으로, 구약성경에서부터 조선시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며 상속제도와 당시 사회상을 짚어 낸다. 상속제도는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권력을 얻거나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신분이 추락하거나 가난으로 내몰린다. 왕가의 상속 때문에 벌어진 싸움이 국제전으로 확산하고, 때론 국경이 달라지기도 했다. ●집단·사회·경제·문화 따라 달랐던 제도 집단·사회·경제·문화에 따라 상속제도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예컨대 18~19세기 독일의 한 유언장에는 “너(상속자)는 나(부모)에게 우유를 공급하고 죽을 때까지 우리를 돌봐야 한다. 그래야 내 재산이 네게 상속될 것이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권에는 이런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는 “유교 사회에서는 효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효도가 자식의 당연한 의무인 사회에서 부모가 노후를 우려해 유언장을 남기는 일은 그 자체로 납득키 어렵다는 뜻이다. 유산을 누구에게 주느냐의 문제도 제각각이었다. 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상속제도는 부계상속이다. 장자의 특권적 지위를 인정하는 장자상속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막내아들이 상속하는 말자상속, 여러 아들이 나눠 갖는 균분상속, 형제가 공동으로 상속하는 공동상속도 있다. 농업사회에서는 장자상속이 보편화했지만, 유목사회에서는 말자상속을 선호한다. 농업사회보다 불안한 까닭에 부모가 좀더 오래 부양받기 위해서였다.암투가 횡행했던 로마는 귀족층이 정치적·경제적 고려에 따라 입양제도를 정착시켰다. 황제들마저 양자를 들이곤 했다. 카이사르가 죽은 뒤 양아들 옥타비아누스가 권력을 잡고, 옥타비아누스가 또 양아들 티베리우스에게 양위하는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혈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습이 강해지며 로마의 입양제도는 자취를 감춘다. 그러다 근대 유럽 사회에서 유아 유기와 고아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다시 고개를 들다가 19세기 미국이 입양제도를 활성화하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조선 역시 입양이 활발했지만, 생판 남이 아닌 형제나 친척의 아이를 입양하는 사례가 많았다. 저자는 서양 소작농이 먹고살기 위해 지주를 ‘대부모’로 삼은 일, 조선 양반들이 지위를 유지하고자 종가를 이루고 종손을 정하는 일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들어 상속제도에 따른 생존전략을 살핀다. 이 밖에 재산을 지키고자 유전병에도 불구하고 근친혼을 서슴지 않았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결혼 당시 여성의 지참금 때문에 부인과 이혼하지 못했던 중세 귀족들의 실태 등도 흥미롭다.●사회·문화적 결과이자 사회 변화의 원인 저자는 동서양의 다양한 상속제도를 살핀 뒤, 상속제도가 사회·문화적인 결과이자 사회 변화의 큰 원인이라 결론짓는다. 모든 상속제도에서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생존’이었다. 바꿔 말하면, 상속제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양극화, 부의 불평등과 같은 문제가 완화하거나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올바른 상속제도란 어떤 것인가?’ 의문이 들게 마련이지만,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춰 버린다. 동서고금의 상속제도를 살펴보고 당시 사회상을 살피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다. 역사가인 저자에게 해결책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긴 하나, 책의 완결성으로 볼 때 아쉬운 부분이다. 또 워낙 방대한 역사를 오가며 각종 상속제도를 펼쳐 놓느라 시대별, 지역별 상속제도 간 적절한 비교가 미흡하다는 인상도 든다. 다만 상속제도와 사회변화를 묶어 내고 집단의 ‘생존전략’으로 본 점은 그 자체만으로 흥미롭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광장] 포용성장, 성공하려면 좌우 극단 논리 깨라/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포용성장, 성공하려면 좌우 극단 논리 깨라/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한국 경제는 지금 암울한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 정치권의 좌우 진영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경제 분야가 정치공세의 핵심 이슈가 되면서 묻지마식 마녀사냥으로 변질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형국이다. 보수진영은 ‘박정희식 산업화 신화’를 아직도 평가 잣대로 삼고 진보진영은 30년 전 1987년 민주화 당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보수·진보의 이런 외눈박이식 경제 사고는 공존의 공간을 없애 현실적 해법 도출을 어렵게 한다.최저임금 문제로 촉발된 소득주도성장 논란을 보자. 정부가 정확한 시물레이션 없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를 서둘러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보수진영이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을 ‘악의 근원’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마녀사냥은 정부를 궁지로 모는 효과적 수단인지 몰라도 위기의 본질인 경제구조 취약성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일갈했다. 보수진영의 논리는 우리 시대의 최대 화두인 빈부 격차나 불평등 해소의 해법은 없고 성장만능주의에 가깝다. 대안 제시 없이 국민들에게 퇴장 명령을 받은 보수 10년의 성장정책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 위기를 증폭시켜 현 정부를 끌어내리려는 정치적 흠집 내기나 다름없다. 일부 진보진영의 경제적 인식 또한 우려스럽다. 그들의 인식은 30년 전 1987년 민주화 시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노동 대 자본’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강렬한 반(反)재벌적 시각이 투영돼 있다. 광속으로 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을 들어 보자. 그는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성과 경직성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민사회의 내재된 근본주의적 성향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 것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상조 위원장의 말대로 경제는 현실이다. 실현 가능한 정책을 도출하는 것은 결코 개혁의 후퇴가 아니다. 그동안 남북 평화체체와 사법개혁 등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 분야에서 유독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반증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평가받는 장하준 교수의 현실적 대안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정부·재벌과의 대타협을 통해 대기업은 복지 조성을, 노동자는 파업 자제를 약속하면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지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한국 경제를 살리자는 현 정부의 경사노위 모델과 일맥 상통한다. 하지만 그의 스웨덴식 복지국가론은 보수가 반대하고 그의 재벌용인론은 진보에서 배척당하는 신세다. 그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명박 정권에서 국방부 금서로 지정될 정도로 진보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재벌에 대한 시각을 놓고 이견이 있다. 장하준의 재벌용인론은 재벌이 공정한 룰을 지킨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병찬 강원대 교수 역시 ‘재벌권력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응분의 책임을 갖고 헌신하는 조건’으로 사회·재벌 타협론을 지지하고 있다. 장하준은 재벌의 폐해보다 국적 없는 외국 금융자본의 폐해를 더 문제시한다. 재벌 해체로 해외 금융자본에 날개를 달아 주게 되면 국가 경제는 더욱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먹튀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 사태가 대표적이다. 재벌의 실체를 인정하고 국가 경제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는다. 이제 말과 비전 제시가 아닌, 결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하는 시점이 왔다. 홍남기 체제 출범과 함께 전면에 등장한 포용성장론에 많은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포용성장은 성장·분배 우선주의에 경도된 좌우 진영 논리를 배격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적 경제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재 공정위를 중심으로 재벌의 황제경영과 왜곡된 지배구조 상당 부분이 잡혀 가는 과정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혀 공정경제의 룰이 정립된다면 혁신성장을 위해 재벌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선비의 시각으로 바라보되 상인의 감각으로 정책을 실행하지 않으면 개혁, 특히 기득권 뿌리가 깊은 경제 분야의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oilman@seoul.co.kr
  • 이재명 경기지사, “공익위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해야”

    이재명 경기지사, “공익위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해야”

    이재명 경기지사는 13일 “특정 소수의 이익을 위한 경제활동이 아닌 공익을 위한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수원 노보텔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2018 경기도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 개회사에서 “기업 활동, 경제 활동의 목적에 자본을 투자한 사람의 이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고용을 늘리기 위한 것일 수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이어 “경제 활동에는 자본을 투자한 사람, 노동을 투자한 사람, 기업의 물건과 용역을 구매하는 사람 등 많은 관여자가 있지만, 자본을 투자한 사람만이 이익을 갖는다”고 비판한 뒤 “사회적경제는 경제 활동의 목적을 공익에 두고 우리 사회 전체가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또 “합리적 경쟁을 넘어선 약육강식의 경쟁 때문에 전 세계가 양극화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약자든 강자든 관계없이 동등한 기회를 누리고 합리적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경기도정의 목표이다”라고 강조했다. 도는 이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민선 7기 경기도가 추진할 ‘사회적 경제 5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5대 중점과제는 ▲소상공인 및 운수분야 일자리 질 개선 ▲노인돌봄, 의료, 육아 등 사회서비스 향상 ▲사회적경제 주체 주도의 사회주택 공급 ▲사회적경제를 위한 금융생태계 조성 ▲사회책임조달 제도화 및 노동정책의 연계 추진 등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협동조합 구성, 노인과 육아에 대한 사회서비스 실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추진, 사회적경제를 위한 펀드 조성 등이 핵심 내용이다. 도는 이들 5대 중점과제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경기도 사회적경제위원회와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치 등 실행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이 지사를 비롯해 10명의 해외 사회적경제 전문가, 국내 사회적경제 관련 기관 관계자, 현장 전문가, 학생 등 500여명이 참가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투표로 심판한 인도의 ‘불평등 분노’

    모디 총리, 내년 총선 앞두고 경고등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노란 조끼’ 시위가 일어난 것에 이어 인도에서도 불평등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인도인들은 시위가 아닌 투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심판했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5개 주 주의회 선거에서 완패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언론이 12일 전했다. 지난 7일 열린 선거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서 향후 모디 총리의 정치적 운명을 가늠할 풍향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5개 주 가운데 ‘중·북부 힌두 벨트’인 마디아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라자스탄 등 3개 주는 힌두 민족주의 정당 BJP의 대표적인 표밭이었다. 2014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는 이들 3개 주에서 대승을 거둬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BJP는 3개 주에서 야당 인도국민회의(INC)에 과반을 내줬다. 특히 차티스가르주에서 BJP는 15석을 얻는 데 그쳤다. INC는 65석을 획득했다. BJP는 남은 2개 주에서도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모디 총리의 재집권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선거 결과에 대해 모디 총리는 “승리와 패배는 삶의 일부”라면서 “국민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 후 치른 선거에서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의 패인은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 등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전체 인도 인구 13억 5000명 중 70%를 차지하는 농민을 소외시킨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민들은 최근 모디 정부에 친농업 정책 도입을 요구하며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1일에는 수도 뉴델리에 수만명이 모여 모디 총리와 BJP를 규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은수미 시장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 프로젝트는 양극화 넘어 경제 과실 지역이 공유하는 사업”

    은수미 시장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 프로젝트는 양극화 넘어 경제 과실 지역이 공유하는 사업”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이 12일 오전 성남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성남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성남지역 기업 CEO, 임원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은 시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변 시기에 사람들은 ‘불안과 불평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시대적 고민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고용을 통해 사회안전망이 보장됐지만 이제는 배달앱과 같은 고용 없는 노동의 형태가 생겨나고 심지어 그 노동마저 로봇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고용불안, 격차심화, 사회안전망 문제 등 시민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 시장은 또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 프로젝트는 사람중심, 혁신성장, 네트워크, 문화강화 정책을 기반으로 양극화를 넘어서고 그 경제의 과실을 지역이 공유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은 시장은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을 건립하고, 판교트램 유치, 공유자전거 도입 등 교통 개선을 통해 성남 지역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성남에서 살 수 있는 사람 중심의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시장은 또 “4차 산업혁명 시대, AI를 통해 일을 적게 하면서도 충분히 일자리를 누릴 수 있는 혁신성장을 도모하고, 원도심 재생과 더불어 판교, 위례 등 신도심을 연계하는 네트워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성남하이테크밸리 재생, 바이오벨트 조성, 마이스산업 조성 등 산업거점 간 네트워크 전략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 시장은 “이 프로젝트를 탄탄히 밟아 나간다면 아이들에게 혐오와 가학이 아닌 희망과 도전의 미래를 열어 줄 수 있다”면서 “오늘 참석하신 기업인들이 함께 시대정신에 부응하고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으로 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마크롱 “최저임금 인상”…대국민 사과하고 ‘노란 조끼’ 민의 수용

    마크롱 “최저임금 인상”…대국민 사과하고 ‘노란 조끼’ 민의 수용

    물가 인상과 서민들의 세부담 증가, 갈수록 커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맞서 시작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집회가 계속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소득 은퇴자를 위한 세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저녁 생방송 연설을 통해 “집회 초기 국면에서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고, 저의 주의 깊지 못한 발언으로 여러분께 상처를 드렸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노란 조끼 집회를 통해) 많은 분노가 있었고 많은 국민께서 이런 감정을 공유했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분노는 매우 중대했으나,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먼저 내년 1월부터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월 100유로 인상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일을 통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프랑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세후 최저임금은 현재 세후 월 1185유로(153만원 상당)다. 또 “사회경제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면서 “월 2000유로(260만원 상당) 미만을 버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사회보장기여금(CSG)의 인상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은퇴자가 내야 하는 CSG를 1.7%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후 자신이 대폭 축소 개편한 부유세(ISF)를 원상 복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유세란 주식, 보험 등 금융자산과 토지, 주택 등 부동산, 자동차 등을 포함한 부에 매기는 세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ISF와 관련한 후퇴는 없을 것이라면서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고 항변했다. 대신 탈세·탈루 등 조세회피를 강력히 대처하고 공공지출을 감시하는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자신의 전반적인 개혁노선의 유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금을 더 신속하게 내리고 정부지출을 통제하는 등 강력한 조치들로 사회경제적 위급함에 응답할 것이지만 유턴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앞에는 국가개혁이라는 과제가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 의회, 사회적 파트너,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전례가 없는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기고] 상생과 번영, 자치분권을 위한 제언/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기고] 상생과 번영, 자치분권을 위한 제언/이용섭 광주광역시장

    대한민국의 오늘은 상생과 동반 성장, 균형 발전을 요구한다. 짧은 시간 동안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저성장과 양극화, 소득 불평등과 삶의 질 저하 등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들로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문재인 정부는 ‘함께 잘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경제 분야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통해 불평등 해소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한국형 포용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 분야는 중앙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자치분권’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정부에서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중앙 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자치단체의 자율성 확대 등 중앙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어서다. 이는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에게 권한과 책임을 대폭 이양함으로써 좋은 일자리와 복지 혜택을 폭넓게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수직적 차원의 자치분권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수평적 차원의 자치분권이다. 지방과 지방 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 지방세 비중을 높이고 권한 이양을 강행하는 일은 부족한 자원과 취약한 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자체의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포용적 번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치단체 간 불균형 해소에 우선 순위가 부여돼야 한다. 자치분권과 재정분권을 이야기할 때 ‘지방재정조정제도 등을 활용해 자치단체 간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가 담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치단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민선 7기 광주시는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 시대를 열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와 성과를 창출했다. 길게는 수십년 동안 광주 시정의 발목을 잡았던 지역 현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일자리를 중심으로 시정운영 체계도 개편했다. 광주를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로 우뚝 세우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밑그림도 완성했다. 상생과 동반 성장, 균형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지방이 선도하는 변화와 혁신은 시민의 삶에 깊이 스며들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 [시론] ‘적과의 동침’과 ‘적대적 공존’/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시론] ‘적과의 동침’과 ‘적대적 공존’/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임기 말 레임덕은 한국 대통령제의 숙명이다. 1987년 9차 개헌으로 최소정의적 접근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됐으나 어느 정권이나 예외 없이 임기 3년차부터는 위기에 봉착했다.임기 초의 80%를 넘나드는 지지율의 고공행진은 집권 1년 6개월 무렵부터 하락하기 시작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 추이도 심상치 않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고용·투자·소비 등 거시경제 지표의 악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단기간에 경제가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자영업의 비중이 높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의 심화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물론 4차 산업혁명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의 비위가 적발되고, 청와대가 감찰에 나섰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근 청와대 공직 기강 해이의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청와대의 공직사회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탄력근로제 확대 등의 정책 지향과 노선을 달리하는 민주노총 등 진보연대의 정권과의 불화도 문재인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 분석도 정확해야 한다. 경제적 요인에 무게를 두는 보수적 시각이 주를 이루지만 개혁 동력의 상실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촛불집회 2년이 넘은 지금 개혁을 상징하는 촛불정신은 작동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지난 정권의 불의와 부정의의 단죄만으로 촛불시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없다. 전적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이나 소득주도성장에 경제 악화의 혐의를 두는 프레임은 정확하지도 않고 온당하지 못하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나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던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 악화의 원인을 전적으로 개혁적 정책으로 본다면 과거의 성장 프레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의하면 상위 20%와 하위 20%와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득 불평등, 사회적 양극화를 완화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의 통합은 물론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제와 민생의 난조는 개혁 동력의 약화를 결과하고 급기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경제력 집중과 부의 편중, 사학의 구조적 비리,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 등 사회 전반의 개혁의제 자체가 실종되는 형국에 이르렀다. 역사에 수구와 반동의 존재는 필연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집권세력으로서 아직도 국민에게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여 탈당했던 전력을 문제 삼고, 친박이 당내 주류로 약진하는 역사적 퇴행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기 위하여 탈당했던 일을 반성한다며 한국당에 입당했다. 주권자의 의지에 의해 진행된 전직 대통령의 탄핵에 동참했던 사실을 반성한다면 헌법 절차에 따른 전직 대통령의 파면을 전면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의 지지율은 2016년 최순실 농단 직전의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 나타나는 징후들은 개혁 의제의 상실과 수구세력의 반격으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경제 악화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같은 무게로 진보적 의제의 실종이 지적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던 2003년 화물연대 파업도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정권은 예산안 처리에서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 선거제도 개혁의 지연 등 국정농단 세력과의 정치공학에 따른 묵시적 연대가 ‘적대적 공존’이 관철되는 한국 정치 패러다임에서 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면 ‘촛불시민’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지지율을 비롯한 다양한 층위의 신호는 정권에 대한 경고음이다.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견강부회나 확증편향에 집착한다면 역대 정권의 위기를 답습할 수 있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국민 일반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거나 교만했던 정권은 급전직하했다. 냉전세력은 아직도 강고하다. 범여권 등 진보연대로 개혁 의제를 쟁점화시킴으로써 촛불의 모멘텀을 확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 마크롱, 시위 한 달만에 하는 말이…

    마크롱, 시위 한 달만에 하는 말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 발발 한달여 만에 10일(현지시간) 중대발표를 한다. 노란 조끼 시위의 도화선이 된 유류세 인상안을 이미 철회한 마크롱 대통령이 무슨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학교(PSE)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은 불평등 등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럽 각국이 800억 유로(102조원)의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주요 언론은 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10일 오후 8시(한국시간 11일 오전 4시) TV연설 형식의 대국민 담화를 한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정부는 최근 유류세 인상안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부유세 부활, 거주세 인하,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뱅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중요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노란 조끼 시위대가 요구한 것들이 마술 지팡이로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2020년 예정된 노령자 연대 수당(ASPA) 인상을 즉시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마크롱 정부는 또 기업 근로자들에 대해 특별수당 인상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피가로는 최저임금 추가 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며, 대신 중산층 및 빈곤층을 겨냥해 거주세를 폐지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극렬 시위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 앞서 노란 조끼 시위대, 노동조합, 기업인 등을 만난다. 한편 이날 피케티 교수 등 6개국 50명의 경제학자와 역사학자, 전현직 정치인들은 “분열과 환멸, 불평등, 우익 포퓰리즘이 유럽을 휩쓸고 있다”면서 ‘유럽 민주화를 위한 선언’을 내놨다. 피케티 교수 등은 기업 이익에 15%의 추가 과세, 소득 10만 유로 이상 근로자 증세, 100만 유로 이상의 자산에 부유세, 탄소 배출세 등을 통해 연간 최대 800억 유로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00억 유로는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의 약 4% 규모다. 이 예산 절반은 회원국 정부로 보내고 4분의 1은 연구와 혁신 및 교육에 사용하며, 나머지는 난민 등 이주자 관리, 환경친화적 농업 및 산업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파리發 노란 분노 유럽으로 번지나

    파리發 노란 분노 유럽으로 번지나

    佛시위에 장갑차 동원…1000여명 구금 벨기에·네덜란드서도 反정부 연대 시위삶을 짓누르는 세금과 부자들과의 차별 등 불평등 정책이 도화선이 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제4차 노란 조끼 시위에서 시민 1000여명이 당국에 구금됐다. 같은 날 벨기에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도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들이 파리 시위에 대한 연대 집회를 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집회에서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대규모 폭력 사태를 차단했다. 하지만 국민의 분노를 진화할 카드를 제시해야 할 정권 차원의 위기감은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파리에만 8000명의 경찰력과 장갑차 12대를 투입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쇠파이프 등 폭력 장비를 가진 시민 등 1000여명을 구금했다. 2005년 폭동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집무실 겸 관저인 엘리제궁 인근 등 주요 장소에 장갑차들이 배치됐다. 대부분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은 시위 참가자들은 조끼 뒤에 ‘마크롱 퇴진’,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부활’, ‘대입제도 개편 철회’ 등 다양한 요구를 쏟아냈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집회 규모는 파리 8000명 등 전국 총 12만 5000명으로 추산되며 노란 조끼 측 180여명, 경찰 20여명이 부상당했다. 이와 관련,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생방송 대국민 TV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 대화의 의제가 될 대책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 초 마크롱 대통령이 내놓을 대국민 메시지가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400여명이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과 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고 100여명이 경찰과 충돌해 연행됐다. 네덜란드 헤이그 등에서도 노란 조끼 100명이 세제 개편 등을 촉구하며 행진에 나섰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부천시어린이집연합회, “부천어린이집 87곳 최저임금법 위반 의혹제기한 정재현의원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으로 강력히 법적 대응하겠다”

    부천시어린이집연합회, “부천어린이집 87곳 최저임금법 위반 의혹제기한 정재현의원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으로 강력히 법적 대응하겠다”

    경기 부천시어린이집연합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재현 부천시의회 의원이 제기한 어린이집 87곳 최저임금법 위반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해당 어린이집들과 공동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부천시어린이집연합회는 이번 최저임금법 위반 관련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했다. 부천시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일부 어린이집이 근로기준법을 인지하지 못해 주휴수당을 확인하지 않았고 단순하게 시급(최저임금)에 근무시간 만을 곱해 지급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에 해당하는 어린이집의 누락된 조리사 인건비는 모두 12월까지 지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재현 의원이 발표한 87곳 어린이집 중 55곳 이상이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고 있고, 시에서 업무연락을 통해 파악한 사실”이라며, “공인 신분인 정 의원이 사실 확인 여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명단을 공개한 것은 심히 유감이며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이 계산한 최저임금은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이상, 매일 출근하는 것으로 적용해 사실에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조리사 인건비 지급 기준은 하루 3시간, 월15일 이상, 한달 45시간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50만원 지급한 곳은 실제 하루 3시간, 주 14시간(주 4.5일), 20일 근무했을 때 (격주로 한 주는 5일 출근하고 한 주는 4일 출근했다. 최저임금은 {2주-10일은(15시간 근무+주휴수당 3시간)×2주 =36시간}+(2주-8일은 12시간×2주=24시간)+(나머지 2일 6시간)=총 66시간×7530원=49만 6980원이라는 계산식이 나온다. 따라서 50만원 지급한 어린이집은 최저임금 위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40만원 지급한 곳은 실제 하루 3시간, 주 12시간(주 4일 근무), 16일 근무했을 때 (한 주에 4일만 출근한 경우) 최저임금은 (12시간 근무×7530원×4주(16일)=36만 144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40만원 지급한 어린이집은 최저임금 위반에 위배되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만에 급히 실시한 설문조사로 시간 기재 실수로 못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 확인 관계없이 급히 실시한 설문조사로만으로 최저임급 미지급이라고 허위발표한 곳도 있다. 심곡3동의 성*어린이집과 성곡동 예*어린이집, 도당동 라*어린이집, 한*어린이집 등 다수 어린이집은 실제로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나 허위 발표됐다. 이 중 실제로 정 의원이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인정한 곳이 있다. 부천의 국공립과 지원시설은 현재 조리사 인건비를 180만~250만원까지 전액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민간(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 어린이집 450여곳은 정부지원시설 지원액의 20%에도 못 미치는 4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나 민간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 모두 귀중한 부천의 아이들이다. 불평등한 지원을 하지 말고 민간에게도 조리사 인건비 전액을 지원해 주는 것이 보편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천시어린이집연합회는 “40인 이하 시설은 조리사 채용의무 대상이 아니나 정부 일자리창출 정책에 발 맞추고, 영유아들에게 집중하기 위해 조리사를 채용해 원장은 보육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이같은 사실에 근거하면 정 의원이 발표한 87곳 어린이집 중 55곳 이상이 최저임금법을 정확히 준수하고 있는데도 공인 신분인 정 의원이 진위 여부도 파악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통해 명단을 공개해 심각한 명예훼손을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잘못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 정재현 의원이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부천시어린이집연합회는 명예훼손을 입은 어린이집들과 함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인터뷰] 강태경 대학원생 노조 부지부장 “강사 교원화로 학문 생태계 바꿔야”

    [인터뷰] 강태경 대학원생 노조 부지부장 “강사 교원화로 학문 생태계 바꿔야”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의결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후폭풍이 거세다. 고려대, 중앙대, 한양대, 동아대 등 사립대는 시간강사 대량해고, 졸업이수 학점 축소, 강의 대형화와 같은 방법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강사법 대응에 나섰다. 2019년 8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는 임용 기간 1년,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받고, 방학 중 4대 보험 가입과 임금 및 퇴직금을 받게 돼 대학의 재정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국대학원생 노동조합은 직접적인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학문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강사법 논란에 전면으로 뛰어들었다. 강태경 대학원생노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8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논란을 예상했지만 강사가 교원지위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원이 되면 향후 대학의 행정에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며 “이는 대학이 계속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부지부장은 “지방 대학에서 시간강사가 소리 소문 없이 잘려나가는 것이 제일 큰 우려 사항”이라며 “교육부의 재정지원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건비의 상승분을 보전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하고 감사를 진행하면서 대학들의 구조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강 부지부장과의 일문일답.   →대학원생 노조가 왜 강사법 논란에 뛰어들었나.  -우리나라의 강사제도는 교원의 위치를 양 극단으로 몰아가는 제도였다. 강사들은 교수가 되기 전까지 교원 임용을 위해 학계와 대학에서 눈치를 심하게 봐야 했다. 강사법에서 강사의 공개채용을 강화하고, 부당한 징계를 받았을 때 교원소청심사를 요청할 권한을 부여한 이유다. 또한 지금처럼 한 학기마다 강의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고, 건강보험도 제공되지 않는 불안정한 지위의 일자리로 진출해야 한다는 점은 대학원생의 생활을 더욱 암울하게 하는 요소였다.  →논란을 예상했으면서도 강사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대학 내에서 교원으로서 일정한 주체로 인정받아야 학계의 위계관계도 평등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인문사회계 대학의 경우 다양한 세부전공 지식은 상당 부분 강사들에게 있다. 하지만 신분이 강사라는 이유로 이들의 지식은 ‘다른 것’이라기 보다는 ‘열등한 것’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도 강사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했다. 국회, 교육부,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등이 함께 힘을 모아 수업의 규모와 강사 자리를 지켜낼 경우, 강사들 전반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시간강사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우려는 무엇이었나?  -당장 강의를 하지 못하게 될까 봐 불안해하는 박사 수료생, 졸업생, 강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들 대학은 어떻게든 강사들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은 강사를 줄여왔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더 줄이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크더라. 또한 현장에서는 대학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있다. 오랜 경험에서 체득한 것으로, 대학은 어떻게든 편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강사법 시행 후 대학 측은 실제로 강사를 줄이려고 했다.  -대학이 강사를 줄이려는 의도는 분명히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많이 줄여왔다. 대학이 보다 수익성 있는 방향으로 대학의 교원들을 재배치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바라봐야 한다. 대학은 입학 정원에 따라 등록금이 고정이니, 강의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려 한다.  →대학은 수년째 등록금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대학에서 강사들의 인건비는 전체 예산의 1~3% 수준이다. 이는 전체 교원(전임교수, 비전임교수, 강사)의 인건비 중 3~10% 수준이다. 여기서 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얼마 없다. 비용만 생각해서 무리하게 수업을 없애다가는 반교육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에는 대학이 교육을 위해 부분적인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피해를 보는 시간강사들도 있지 않나.  -기존의 강사들 중 3~4개 강의를 하면서 그나마 생활이 안정된 분들이 다시 불안한 위치로 내몰릴 수 있다. 이분들이 한 학교에서 6학점 이하로 강의를 하게 되면서 2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분들께는 죄송한 부분이 있다.  →서울대 학장단이 강사법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을 냈는데.  -서울대 학장단은 수업 시수에 대해 팩트체크도 잘못된 상태에서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소수의 강사가 일정한 수 이상의 강의를 의무적으로 맡게 돼 강의질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강사법에서는 6학점 미만으로 강의를 맡으라고 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도 명단에 들어 있던데, 서울대의 큰 실수로 기록될 일이다. 한편으론 너무 무심한 그 성명서는 한국의 엘리트가 얼마나 계급적 차별에 무심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양대 교수들의 성명은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이번 강사법 논란에 있어서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준 사례다. 최소한 동료 교원과 연대하는 의식이 있는 조치라고 봤다.  →지방에 알려지지 않은 대학의 시간강사는 조용히 잘려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제일 큰 우려 사항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재정지원 확보가 중요하다. 인건비의 상승분을 보전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 가능해지고, 대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감사를 진행해서 투쟁이 없는 대학들의 구조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 강사법의 효과가 어떤 식이 될지는 앞으로 정부가 시행령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렸다. 그리고 이 시행령을 두고 협의하는 협의회의 결정이 중요해질 것이다.  →대학원생 노조의 향후 계획과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학부생과 강사들의 중간 연결고리가 돼 수업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싸움을 키워갈 것이다. 전체 대학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대학교, 대학원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대학이 10배 이상의 불평등한 임금격차와 최저 생계도 어려운 처지로 강사들을 몰아놓고 이걸 고치지 못하겠다고 하는 건 교육 기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문대통령 “조금씩 양보해 노사정 협력해야… 수출 1조 불·무역 2조 불 꿈 아냐”

    문대통령 “조금씩 양보해 노사정 협력해야… 수출 1조 불·무역 2조 불 꿈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성급하게 자기 것만을 요구하는 것보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시민사회와 노동자, 기업, 정부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만들어낸다면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고 전 세계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우리는 사상 최초로 수출 6000억 불을 달성할 전망으로, 수출 규모 세계 10위 권 안에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로서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전체 무역액도 역대 최단 기간에 1조 불을 달성했고, 연말까지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1000억 불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수출 품목과 시장이 다양해진 것도 중요한 성과며, 지역별로도 중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고르게 늘었다”며 “특히 신북방·신남방 정책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러시아 등 신북방국가에 대한 수출이 올해 10% 이상 늘었다. 아세안은 우리의 제2위 교역대상이고 그 중 베트남은 우리에게 제3위 수출국이자 제2위의 해외건설 시장이 됐다”고 했다. 아울러 “올해 우리는 경제 분야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 업적을 이루는데, 사상 최초로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여는 것”이라며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2000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 강국을 의미하는 소득 3만 불, 인구 5000만 명의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녹록지 않고, 주요국의 보호무역과 통상 분쟁으로 세계 자유무역 기조가 위협받고 있다”며 “내년 세계 경제 전망도 국제무역에 우호적이지 않고, 우리 수출이 여전히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중소·중견기업 참여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품목의 시장변화나 특정 지역의 경제 상황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국가 간 서로 도움되는 수출·투자 분야를 개척해 포용적 무역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수출 1조 불 시대를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산업별 수출역량을 강화하고 수출 품목·지역·기업을 더욱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수출 품목 다양화는 많은 중소·중견기업 참여로 시작되는데, 이들이 수출에 더 많이 나서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단계별로 필요한 금융·인력·컨설팅 서비스를 확대하고, 수출바우처로 수출 지원기관과 서비스를 직접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게 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무료 단체보험을 지원해 수출에 따른 위험을 줄여 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무역 안정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정부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이 내년까지 타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한·인도 경제동반자 협정 개선과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 협상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자랑스러운 수출 성과를 함께 잘사는 포용적 성장으로 이어가야 한다”며 “수출확대가 좋은 일자리 확대로 이어져야 하며 국민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낙수 효과는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수출과 기업 수익이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며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되고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과거 경제정책 기조로는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용적 성장과 포용국가 비전은 세계가 함께 모색하는 새로운 해법으로, 우리가 함께 잘살아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며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이뤄야 수출·성장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안정대책 같은 사회안전망도 특별히 필요하다”며 “격차를 줄이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갈 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정부는 올 한해 근로자 가구의 소득과 삶을 향상시켰지만 고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고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최저임금의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2005년에 우리는 10년 이내 수출 5000억 불, 무역 1조 불 비전을 제시했고 그 목표를 4년 앞당겨 2011년에 달성했다”며 “수출 1조 불, 무역 2조 불 시대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무역인 여러분의 성공 DNA와 국민의 성원이 함께한다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이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것처럼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도 무역이 이뤄낼 것이라 믿는다”며 “수출의 증가와 국민소득의 증가가 국민의 삶 향상으로 체감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기 바란다”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사적 복수로 내모는 사회/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사적 복수로 내모는 사회/홍지민 사회부 차장

    한 아버지가 학교폭력에 자녀를 잃는다. 가해자들은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간다.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사법기관에 아무리 호소를 해도 별무소용이다.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피해자를 비웃기까지 한다. 아버지는 직접 복수에 나선다. 영화에서 이따금 마주칠 수 있는 이야기다. 관객들은 그나마 사적 복수를 통해 정의가 실현됐다며 속 시원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사적 복수는 엄연한 범법 행위다.법이 지배하는 나라를 법치국가라고 한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법치국가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법에 복종하고 따라야 한다. 나 하나쯤 어겨도 괜찮겠지, 이런 마음 하나하나가 쌓이다 보면 사회가 흔들리고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전제가 있다. 법을 따르는 사람들을, 법은 보호해 줘야 한다. 계약 관계와 마찬가지다. 복종의 대가는 안전과 보호다. 그런데 법대로 하더라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법이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에는 법을 어겨도 되는 것일까. 대낮에 한 남자가 망치를 휘둘렀다. 임대료 문제로 분쟁 중인 건물주를 향해서다. 가게 주인과 건물주, 이들의 갈등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한 사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게 2년 전이다. 그사이 갈등은 터질 듯이 부풀고 또 부풀어 올랐지만, 우리 사회는 ‘법의 이름’으로 그냥 방치해 왔다. 명도 소송에서 패하고 그에 따른 강제집행 시도에 번번이 시달리던 가게 주인은 결국 망치를 들었다. 대낮에 집단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들은 회사에 단체 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노동자들이고, 피해자는 회사 임원이다. “조폭 노조”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노조 측은 폭력 사태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한편으로는 “8년간 지속된 노조 파괴가 근본 원인”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법원은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를 인정했고, 이 회사의 회장은 법정 구속돼 징역을 살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40여일 동안 노조 측의 교섭 요구에 단 한 차례 응했던 사측을 향해 일부 노동자들은 결국 폭력을 선택하고 말았다. 얼마 전에는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70대 농민이 대법원 앞에서 3개월가량 1인 시위를 벌이다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인화물질이 든 페트병을 투척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법치주의를 지키고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두 엄중하게 처벌돼야 할 사적 복수 행위들이다. 사법 당국, 행정 당국도 앞다퉈 엄벌을 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단지 엄벌한다고 해서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법에 의한 ‘정의’가 무엇인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진 시기다. 최근 신뢰와 권위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는 사법기관과 공권력이 정의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사적 복수는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개인을 처벌하는 선에 그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경고음이 있었다. 그것도 여러 번. 그 경고음에 귀를 기울였다면, 그래서 임대차 계약의 불평등을 줄였다면, 절박한 처지의 노동자들을 보듬을 수 있었더라면 일련의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경고음에 얼마나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 왔는지 돌아볼 때다. 강자보다는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더 신뢰를 받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애써 외면한 경고음은 우리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지금, 사적 복수를 부추기는 것은 도대체 누구일까. icarus@seoul.co.kr
  • 서울시, 좋은 일자리 창출 국제기구 출범 포럼

    서울시, 좋은 일자리 창출 국제기구 출범 포럼

    캐나다미디어길드·독일노총 등 모여 모범 노동모델·도시 간 협력 해법 모색서울시가 뉴욕, 빈, 밀라노 등 세계 16개 도시와 함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제기구 창립을 추진하면서 이를 위한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서울시는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시청에서 ‘2018년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일터 불평등 해법을 도시정부 차원에서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제1회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포럼에서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사무총장에게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제기구 창립을 제안했으며, 이에 따라 내년 12월 창립총회 개최를 기점으로 도시정부 단위의 일터 불평등 해법을 모색하는 국제 협의체가 출범한다. 이번 포럼에는 런던생활임금재단, 캐나다미디어길드(CMG), 독일노총(DGB) 등 좋은 일자리·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외 도시정부들이 모여 사례를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포럼 주제는 ‘일의 불평등과 유니온 시티(Union City)’이다. 유니온시티란 도시정부가 노동환경, 노동시장과 임금 등 기준을 설정해 노동자를 적극 보호하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장하는 도시를 말한다. 포럼 기조연설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노동정책을 설계한 경제학자 데이비드 와일이 ‘유니온시티를 통한 불평등과 균열일터 해결’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저서 ‘균열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에서 계약직, 하청, 프랜차이징, 아웃소싱으로 대변되는 대기업의 고용 털어버리기를 통해 일터가 균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일터가 노동자의 소득불균형에 미치는 영향과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로렐라이 살라스 뉴욕소비자보호국장은 ‘프리랜서는 무료가 아니다’를 주제로 뉴욕프리랜서보호조례와 그 효과에 대해 발표한다. 캐나다미디어길드 돈 제노바 프리랜서지부대표는 캐나다 언론 산업 내 프리랜서의 권익향상 방안과 독립계약자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울시도 도시정부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를 평가하는 지표개발 결과를 공개한다. 강병호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좋은 일자리 넘치는 도시, 노동이 바로 서는 도시가 선진도시”라면서 “포럼을 통해 도시정부가 중심이 되어 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모범적 노동모델을 만드는 한편 도시 간 공동협력을 강화해 일터에서의 차별과 격차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실력주의가 낳은 학벌사회의 역설

    실력주의가 낳은 학벌사회의 역설

    실력, 결국 승자들 세습으로 이어져 직업과 보상 사이 연결고리 줄여야‘기회의 균등과 정당한 노력, 실력에 대한 온전한 보상.’ 이른바 행복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누이 강조되는 핵심 키워드다. 그런 달콤한 구호와 실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과 차별은 갈수록 심해진다. 양극화, 부의 대물림, 신분 고착화, 정의에 대한 불신…. 열심히 노력해도 왜 여전히 불행할까.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광주교대 학급경영연구소장이 쓴 이 책은 그 의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갖은 노력을 기울여도 문제가 악화된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원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거나, 잘못된 진단에 따른 잘못된 처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책은 후자에 기울어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실력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실력주의야말로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콕 집어 지목한다. ‘개인의 실력에 따라 사회적 재화를 배분하는 사회.’ 그 실력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이렇게 유지돼 왔다. ‘실력주의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며,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하다.’ 정부의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실력주의를 ‘무한경쟁의 승자독식’이라고 잘라 말한다. 더 완벽한 실력주의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사회와 교육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보고 있다.실제로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폐해는 곳곳에서 등장한 ‘신세습’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특정 명문대 졸업생의 법조계 장악을 막기 위해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만 보더라도 법조인 세습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지적된다. 고소득 기업인 집안 출신은 로스쿨, 법조인 집안 출신은 사법연수원으로 이전보다 더 많이 몰리고 있는 추세다. 학벌 타파를 명분으로 내건 국가고시 제도 개혁안도 마찬가지다.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들에서 인턴제를 비롯한 다양한 특별 채용제 도입을 통해 고위직 세습 경항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심층면접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 수도권 대학 위주의 신학벌주의를 탄생시켰다. “학벌을 타파하면 실력주의가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력주의가 학벌사회를 만든 원인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 문제도 실력주의로 연결한다. 그러면서 개개인의 실력 형성 과정은 도외시한 채 실력 중심의 평가방법과 제도에만 골몰하면서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를 계속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청년들은 실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차별과 배제를 정당하다고 여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역차별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이룬 것은 모두 자신이 노력한 결과이므로 자신의 것이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세금을 내야 할 때 내 것을 빼앗기는 생각이 들어 편법, 탈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하려 든다는 것이다. 저자의 지론은 결국 ‘신실력주의 사회’라는 대안 제시로 귀결된다. 실력과 대학, 직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 사이의 연결 고리는 줄이자는 것이다. 근로 의욕은 유지시키면서 직업 간 사회적 재화 분배 차이를 줄이는 제도적·사회문화적 보완 장치가 마련된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로 요약된다. 여기에는 누진소득세, 최고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체계 개혁, 저소득층 조세 감면, 마이너스 소득제, 임금보호 제도, 기부문화 확산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실력주의’란 용어를 만든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1915~2002)은 ‘실력주의 사회 도래’(1958년)에서 이렇게 경고했었다. “실력주의 사회의 끝은 사회 붕괴다. 실력주의에 대한 환상을 깨라.” 저자는 그 경고에 이런 말을 얹는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취한 결과물이므로 혼자 다 누려도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난다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어떤 종류의 결실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타인과 나눈 것이 실력주의의 순수한 목적에도 더 부합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문소영 칼럼] 경제, 디테일 강화하고 고정관념 파괴해야

    [문소영 칼럼] 경제, 디테일 강화하고 고정관념 파괴해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은 부동산 경기가 폭삭 주저앉아 2006~2007년 노무현 정부의 활황 때와는 경기가 완연히 달랐다. 그 무렵 한국은행의 한 국장은 “부동산 경기가 죽어서 주택 매매도 없고,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폭등으로 집 없는 사람들이 아우성치던 시기가 1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라 무슨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그는 “주택 매매가 활발해야 부동산업자뿐 아니라 이사업체, 인테리어업자나 벽지, 타일, 가구 등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후방사업들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성장률이 올라간다”고 답했다.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연간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 대국이라는 ‘747’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첫해이니 성장률이 중요했겠으나, ‘성장률 높이자고 가계가 이사비용과 벽지·마루 교체비용 수백만원을 치르며 이사까지 가야겠나’라며 혀를 찼던 것 같다. 다만, 그날 부동산 경기의 후방효과는 매매만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즉 ‘간판´이 걸리면 그 간판을 유지하고 지지하는 다양한 연관 사업들이 뒤따르는 것이다. 올 1분기에 1% 성장을 한 뒤 2·3분기에 연속으로 전기 대비 0.6% 성장에 그쳐 경기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 둔화의 주범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로제’를 지목한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더니, 기술 없는 젊은이와 저소득층의 일자리는 사라져 역대 최대의 소득불평등이 진행되는 현상 등이 정부 통계로 드러난 탓이다. 그런데 물어보고 싶다. 최저임금은 계속 낮게 유지하고, 구로 테크노밸리 IT노동자들이 야근에 뼈와 살을 갈아 넣을 뿐만 아니라 판검사들도 과로사하는 장기노동의 현실을 외면한 채 주당 60시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인가.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고 여가를 즐기는 ‘저녁이 있는 삶’은 선진국 국민만 누릴 수 있는 호사여야 할까. ‘저임금·노동집약적 산업’ 구조를 유지해, 가격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에 상품을 파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대다수가 인정한다. 한국은 교역물량만으로는 8위권 안팎의 나라로 성장했다. 그러니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은 시대정신인 게 맞다. ‘서울의 야경이 아름다운 것은 노동자들의 야근 덕분’이라는 레토릭은 이제 우스갯소리로 끝나야 한다. 그렇다면, 시대정신에 맞는 제도는 왜 경기둔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이라는 ‘간판’을 내걸면서, 그 간판의 지지와 유지에 필요한 디테일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시대정신이라는 ‘당위’에 근거한 선언만 있을 뿐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의 매뉴얼이 빠져 있었다. 최저임금을 2년에 걸쳐 30% 가까이 인상한다면, 인력시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해고하고, 고용할 때도 생산성이 높은 경험자만을 우대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인력시장의 성격이 변화할 것을 사전에 예상하고 단계별로 대응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무방비로 있다가 신규 고용 5000명까지 하락한 뒤에야 재정을 투입해 ‘초단기 알바’를 늘리니, 생산성을 고려하는 애국적 시민들은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것이다. 52시간 노동제도 생산성 혁신방안과 함께 발표했어야 했다. 노동자의 임금이 줄고, 사업자는 생산시간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같이 마련했어야 했다. 양자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장기노동에 익숙한 산업화 세대들이 “이래도 나라가 돌아가느냐”고 우려할 때 생산성 증대 방안 등을 제시해 안심시켰어야 했다. 변화는 프레임이 바뀌고 바뀐 프레임들이 모여 패러다임을 교체해야 가능하다. 과거의 생활습관과 고정관념으로는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는 미래의 산업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없다. 바꾸고 바뀌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정부에서는 ‘토건족’에 반대한다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겠다는 고정관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수도권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결정했다면, 수도권 GTX사업 등의 속도를 내야 한다. 쪽지예산으로 시골에 신작로 닦는 SOC는 그만둬야 마땅하지만, 직장과 주거가 근접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비싼 집값에 밀려나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직장인을 위해서라도 수도권 GTX를 민자가 아닌 재정으로 편성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 한국형사소송법학회,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긴급토론회 개최

    한국형사소송법학회,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긴급토론회 개최

    한국형사소송법학회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합의문을 비롯해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들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전문가들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정부안이나 국회안 모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형소법학회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법안 검토’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인 양홍석 변호사,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면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담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자 학계에서도 내용을 짚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검경수사권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방안들이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가장 먼저 발표자로 나선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의 입장만 반영하고 국민은 빠진 조정안”이라고 평가하며 “이대로 방안이 마련된다면 변호사의 효과적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당사자만 이익을 볼 수 있는 불평등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와 통제감독 권한만 갖는 준사법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경찰도 자치경찰을 도입할 게 아니라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가 더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이미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양 변호사는 “이전의 논의들처럼 2018년에 나온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 역시 제대로된 대책이 아니다”라면서 “검찰권의 적절한 분산과 통제, 경찰권에 대한 통제 측면에서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개혁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황 교수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나눠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국회에 제출된 법안 중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안이 정부의 합의안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박 의원의 법안은) 기소권자인 검사의 직접수사를 최소화하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 조서의 경우 향후 재판에서 피고인이 부인한 경우 증거능력이 없도록 한 점이 긍정적이다”며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물론 실질적으로 지휘와 명령이 잔존하는 형태가 되지 않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경기도 제안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에 30곳 지자체 참여 의사

    경기도 제안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에 30곳 지자체 참여 의사

    경기도가 기본소득 정책 실현을 위해 전국 지방정부와 공조를 추진 중인 가운데 경기도가 제안한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에 30개 지자체가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한 달간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가입의사를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경기도내 29개 시군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등 30개 지자체가 가입희망 의사를 밝혔다.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는 기본소득 정책을 논의하고 공동 추진하는 기구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0월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40차 대한민국시도지사 협의회’에서 기본소득제 확산을 위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지사는 당시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 자산 불평등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획기적 정책”이라며 “국가 단위로 시행하기 전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도는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구성에 대한 공문을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에 발송한 상태로, 연말까지 각 지자체의 참여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다. 도는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가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지자체가 많을 것으로 보고 기본소득 관련 전국 순회 설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도는 연말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뒤 내년부터 협의회 운영을 위한 공동규약 마련 등 절차를 진행, 지방정부 차원의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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