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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상정 “‘황교안 민부론’은 국민 99% 가난하게 만드는 ‘민폐론’”

    심상정 “‘황교안 민부론’은 국민 99% 가난하게 만드는 ‘민폐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3일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의 대안으로 제시한 ‘민부론’에 대해 국민 99%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1% 부자를 위한 ‘민폐론’이라고 혹평했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노동시장 유연화하자는 황교안 대표의 ‘민부론’은 재벌과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1%의 ‘민부론’”이라면서 “대다수 국민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99%의 ‘민폐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런 새로운 내용도 없이 이미 10년 전 세계금융위기로 사망 선고가 내려진 시장만능주의를 다시 관 속에서 끄집어내자는 것이 제1야당의 경제 대안이라는 데 대해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심 대표는 “친기업·반노동 정책으로 가득 차 있고, 경제 위기 원인을 정부 탓으로 돌리고, 노조 비판에 집착하다 보니 민부론은 경제정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이념적 선동에 가까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부론’을 모티브로 하다 보니 경제 인식도 18세기 자유방임주의 시대로 퇴행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심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경제구조를 개혁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심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큰 정부’여서가 아니라, 오히려 과감한 경제구조개혁을 위한 정부 역할이 매우 미흡한 것이 문제”라면서 “역사적 시효가 끝난 긴축재정과 퇴행적인 불평등 성장모델을 주장하는 한국당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은 지난주 그린뉴딜경제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면서 “경제위기와 기후위기, 분배위기에 총체적으로 대응하는 미래지향적 경제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정의를 살리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경제정의를 살리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도덕 영역을 넘어 사법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딸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받은 특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노 아베’ 이슈마저 삽시간에 삼켜 버렸다. 실망, 절망, 분노로 뒤엉킨 청년층의 반응은 여론을 양분시켰고 ‘촛불정부’를 향한 일부 대학생들의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국 장관의 흠결 자체만 본다면 이미 임명된 장관들의 그것에 비해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한민국 장관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처럼 돼 버린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비리. 탈세, 논문 표절 등에서 청문회 당시까지는 결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론의 거부가 강한 이유는 조국 교수에게 특히 청년들이 걸었던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수 시절 ‘강남좌파’로 불렸을 때 그의 언행은 대부분 개혁적인 ‘좌파’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검증 과정에서 그의 ‘강남’ 생활을 보게 된 것이다. 이들을 분노케 만드는 것은 자신들은 변변한 정보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수시가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설혹 알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충족시킬 수 없었을 요건이 부모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충족됐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들의 분노를 더욱 부추겼다. 기회균등을 넓히겠다는 수시가 오히려 특혜 통로를 확대해 기회균등을 잠식하는 현장을 목격해야 했다. 취업해서 노력과 능력으로 실적을 올리려는 수많은 예비생산자들에게 현실은 취업 이전에 이미 ‘낙오자’ 낙인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수시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회균등의 확대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입시제도 개혁이 절실하고 시급하게 됐다. 한국 사회에서 경제정의의 훼손은 기회균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창 시절을 지나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문턱은 물론 시장 안에서도 경제정의의 결손은 매우 심각하다. 채용비리와 다양한 노동조건의 차별이 그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된 인사청탁은 노동시장에서 역량에 기초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다. 이에 대한 처벌이나 ‘범죄수익 환수’에 해당하는 채용 취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채용비리의 ‘원조’는 재벌들이다. 총수 자녀에게 주어지는 계열사 특채와 초고속 승진이 관행으로 자리를 잡다 보니 이들 사이에서는 폭력, 마약과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서조차 죄의식을 찾기 어렵다. 시장에서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실적정의는 노동시장에서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의 차별로 이미 실종됐다. 그럼에도 ‘노동 존중’을 표방하는 ‘촛불정부’에서도 ‘중규직’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의 기업들에 팽배한 ‘안전 불감증’의 희생자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이러한 구조화된 차별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권력관계를 낳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재벌 대기업의 ‘횡포’는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의 국면에서 유력한 전투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의 간절한 소망인 특허 탈취, 전속 거래, 단가 후려치기의 금지가 실현될지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경제활동을 통해 달성한 소득에서 불평등이 심하게 나타나면 재분배 정책으로 분배정의가 구현돼야 한다. 그런데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득불평등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거나 굶어 죽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심화된 불평등은 경제정의에 관한 논의마저 위축시켰고 경제정의의 범위마저 좁히려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까지 경제정의 논의의 중심에 있던 분배정의는 어느덧 기회균등, 출발정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기회균등은 최소한의 경제정의다. 이마저 실종된 ‘수저론’이 살아 있는 ‘헬조선’은 시장경제도 아니다. 기회균등을 뛰어넘는 경제정의를 살리지 않으면 ‘포용국가’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고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모두가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충성을 다할 것’을 태극기 앞에 자랑스럽게 맹세하는 날이 오려면 경제정의가 반드시 구현돼야 한다.
  • [데스크 시각] 조국 윤석열 끝까지 싸우라/이창구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조국 윤석열 끝까지 싸우라/이창구 사회부장

    ‘조국’과 ‘윤석열’의 싸움이 위태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조국’은 조국 법무부 장관은 물론 조 장관에 투영된 청와대와 여당까지 포괄하는 말이다. ‘윤석열’ 역시 검찰총장 개인은 물론 한국에서 가장 힘센 집단인 검사 전체를 지칭한다. 양쪽 모두 명분 있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화력(지지세력)도 든든해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조국’ 측의 명분은 검찰 개혁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실시된 전격적인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포 의혹, 청문회 마감 직전의 기습적인 기소만 보더라도 검찰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 의지가 확고한 대통령이 최적임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는데,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이 극렬 반발하는 것 자체가 개혁의 필요성을 웅변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검찰이 정치 영역을 무력화하는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는 게 이쪽 진영의 생각이다. 반면 ‘윤석열’ 측은 “범죄 혐의와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덮으라는 말이냐”고 항변한다. 살아 있는 권력까지 수사하는 게 검찰 개혁이라고 누가 말했느냐고 되묻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도려냈던 특수부의 ‘칼’을 지금 정권에 댈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의 좌초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물론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에 지지를 보낼 기미가 전혀 없는 사람들 중 상당수도 내심 검찰을 응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활을 건 이 싸움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며 타협을 주문한다. 상대 진영을 향해 일방적인 항복을 요구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양측이 타협·항복 없이 끝까지 싸웠으면 좋겠다. 타협은 집권 세력과 검찰 권력이라는 두 기득권의 야합일 뿐이며, 어느 한쪽의 투항은 권력에의 굴복 또는 검찰 개혁의 좌절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조국 사태에서 그나마 건진 건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와 각자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고 나는 믿고 싶다. 이를 ‘계급’의 자각이라고 해 두자. 말과 행동이 달랐던 ‘조국’을 욕하면서 학벌과 부동산에 찌든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정 정치 진영에 대한 관성적인 지지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았다. 사회·경제적 자본의 세습과 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인 불평등을 확인했으며, 이를 ‘조국’과 ‘윤석열’ 중 어느 한쪽이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도 명확해졌다. 다만 불평등 해소라는 장기적 과제와 달리 집권 세력의 도덕성 검증과 검찰 개혁은 양측이 끝까지 싸운다면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검찰은 조국을 둘러싼 의혹은 물론 세간에서 회자되는 집권 세력의 다른 의혹까지도 철저히 밝혀 문재인 정부가 과연 촛불혁명 이후의 나라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검증했으면 좋겠다.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법무부는 차제에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적당히 나눠주는 수준의 개혁을 넘어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해 검찰 권력을 시민에게 넘기는 개혁까지 밀고 갔으면 좋겠다. 과격한 주장이라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측이 더 처절하게 싸워야 ‘조국’이라는 기득권과 ‘윤석열’이라는 기득권이 조금이나마 해체된다. 기득권을 가져 본 적 없는 대다수 민중은 이 싸움으로 잃을 게 없다. 고속도로 요금소 건물 옥상에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대법원 판결대로 직접 고용하라”며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는 50대 여성 노동자들에게 50대 ‘386 기득 진보’의 기득권이 아무 의미가 없듯 말이다. window2@seoul.co.kr
  • [자치광장] 새판을 짜 보는 감각, 청년자율예산제/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

    [자치광장] 새판을 짜 보는 감각, 청년자율예산제/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에 대한 청년층 여론이 연일 이슈다. 모 대학 촛불이 확대될지, 다른 청년들은 어떤지 살피고 있는데, 여론은 반대와 지지로 양분됐다. 올해 서울시에서 처음 시도된 ‘청년자율예산제’는 시민 참여의 한 방법이다. 청년들이 같은 세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제시하고, 청년 감각으로 사회 변화에 따른 대안을 제시해 미래 대응력을 높이자는 취지도 있다. 청년들이 숙의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총액 500억원 내에서 정책을 상상해 보는 예산 편성 과정으로, 청년시민위원 1000여명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일자리경제, 도시주거, 교통환경 등 9개 분과 내 35개 소주제로 구성돼 있다. 지난 4월부터 100회 이상 숙의를 진행했고, 8월엔 335억원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선호도가 높은 정책으로 1인 가구의 높은 주거비를 지원하는 ‘청년주거비 지원사업’과 프리랜서 종합안전망 구축, 청년 마음건강 지원, 청년수당 규모화 등이 꼽혔다. 이 외에도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혐오 표현 규제, 환경보호를 위한 사회책임투자 강화를 위한 조례 제정 등도 있었다. 이 제도는 청년 세대의 정치적 ‘불평등’ 문제에 반응하고자 기획됐다. 청년들의 사회 진입은 늦어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급속한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사회 의사 결정 시스템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도 봉착했다. 다음 세대들이 목소리를 내고 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 숙의를 통해 나의 욕구를 ‘우리’의 필요로 조율해 보는 경험과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대해 보는 감각은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접하기 어렵다. 많은 학생과 직장인들, 구직 청년들이 개인 시간을 할애해 이 활동에 동참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기성의 틀이 짜 놓은 좁은 경쟁과 기회 격차의 울타리를 벗어나 ‘나다움’을 발휘할 수 있는 새판을 짜 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조 장관 이슈를 두고 우리 사회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안 쓰던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이를 위한 노력엔 인색하다. 어쩌면 청년자율예산제는 전환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근육을 기르는 훈련일지도 모르겠다.
  • [홍석경의 문화읽기] 보이지 않는 청년 가난

    [홍석경의 문화읽기] 보이지 않는 청년 가난

    1989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간 나에게 서구 청년들의 현실을 일깨워 준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1985년 작 ‘집도 법도 없이’(한국에서는 ‘방랑자’라는 로맨틱한 제목으로 개봉)와 에리크 로샹 감독의 1989년 작 ‘동정 없는 세계’다. 첫 영화는 프랑스 남부를 떠돌다 죽는 20살 주거 부정 여성의 이야기이고, 후자는 학업도 일도 사랑도 미래도 하늘마저도 흐릿한 파리에 사는 가난한 20대 중반 청년의 이야기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가난을 구할 수는 없고, 청년기에 맞는 가난은 더 큰 좌절로 다가온다. 프랑스의 동시대 청년들이 이 두 영화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속 최루탄 냄새 가시지 않은 캠퍼스를 벗어나 안락하고 평온해 보이는 프랑스에서 동년배 청년들이 이처럼 암울한 인생 이야기에 강하게 동일시하고 있다니 대체 내가 모르는 이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두려웠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 새로운 형제자매와의 동거로 재구성된 가족 스토리 속에서 집을 떠나 대학에 진학하면 대부분 프랑스 청년은 부모와의 직접적 유대 관계가 소원해진다. 성탄절 때나 만나는 남의 남편이나 부인이 된 부모, 더이상 경제적 지원자가 되지 못하는 부모는 갈수록 멀어진다. 이 청년들에게 대학생과 주거부정자의 차이는 크지 않다. 대학생이라는 위치가 보장하는 기숙사 거주와 생활 속 할인 혜택을 걷어내면 사회경제적으로 부랑자와 단 한 발자국 차이라고 보르도대학 시절 내 학생들은 증언했다. 1989년에 친구들의 아파트를 전전하며 담배를 빌려 피우던 파리의 휴학생은 30년이 지난 지금에는 인공지능과도 경쟁해야 하니 그의 일자리와 미래는 더욱 혼미해졌다. 이것이 무료 대학과 온갖 실업수당과 지원제도가 있는 프랑스에서 대를 물려 재생되는 보이지 않는 가난한 청년들의 모습이다. 30년 후 개인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은 한국 청년들의 모습은 어떻고, 이들은 어떤 모습에 동일시할까. 지원제도 등 객관적 지표가 말하는 한국 청년들의 가난은 훨씬 엄혹할 것인데 그 현실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 불평등에 대한 담론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 지난 한 달 특권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가르는 보이지 않은 선에 대한 분노가 ‘울타리 밖 청년’의 가난을 더욱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스카이(SKY) 진학을 둘러싼 가진 자들의 경쟁은 지방대학생들을 소외시켰고, 이를 멀리서 쳐다보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던 청년들을 소외시킨다. 한국에서 이 소외의 사슬은 가난이고, 이 사슬은 대학 내부에도 쳐 있다. 소득분위 9, 10등급 학생이 70퍼센트가 넘는다는 스카이 대학, 내 관심은 숫자로도 드러나지 않는 30퍼센트 학생이다. 점심을 못 먹는 학생이 수백 명이라는 신촌의 명문대 사례가 말해 주듯 이들 중 일부는 매우 가난하다. 이 학생들은 높은 대학 문턱을 넘은 후에도 체계화된 선행학습과 외국 체류로 영어와 수학 실력을 갖춘 부유층 학생과의 갭을 극복하기 힘들다. 지척의 집에서 부모가 해 주는 밥을 먹는 강남의 학생들과 기숙사나 반지하에 살며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은 체력까지 불평등하다. 긴 세월 사회의 주변부에서 어려움을 혼자 해결하는 데 익숙한 이 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회와 도움을 찾지도 않고 알지 못한다. 종종 장학금 신청을 놓치는 것도 많은 시간을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쏟아 넣는 이 학생들이다. 교수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식의 질적 향상, 생계형 장학금제도 정착, 이들이 당장의 학사경고를 면하게 돕는 일 정도다. 이 글을 쓰며 이러한 한국 청년의 현실을 재현하는 텍스트가 있는지 찾아봤다. 어른들이 보지 않는 웹튠이나 게임판타지소설, 웹드라마 속에 있을지언정 대중매체 어디에도 이들의 모습과 이들의 가난은 없다. ‘미생’이나 ‘프로듀스101’ 같은 프로그램이 우회적으로 분투하는 가난한 청년들을 재현하고 있을까. 새벽 3시 불켜진 기숙사로 쌩하게 달리는 오토바이 배달 청년을 본다. 저 질주의 끝에는 그걸 시킨 다른 청년의 밤샘 분투가 있다. 이들의 성취만이 가시적일 뿐 이들의 가난은 보이지 않는다.
  • [문화마당] 변화는 힘들다, 그래도 변하라/박조원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

    [문화마당] 변화는 힘들다, 그래도 변하라/박조원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환경도 변하고, 세태도 변한다. 너무나 뻔한 표현이지만 진리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노력 없이 여전히 과거의 관성, 타성에 젖어 있다면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 오히려 퇴보하고, 외면당할 수도 있다.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야당과 언론이 딱 그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듯하다. 조국 장관의 딸 논문에 독설을 쏟아내던 제1 야당의 원내대표는 정작 자신의 아들 논문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거리낌이 없다. 단순히 연구실 사용을 부탁했을 뿐인데 만약 그것이 특혜라고 인식된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사과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의 직접적인 유감 표명 정도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이번에도 ‘인식된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전제로 했다. 이전 막말 논란 당시 세월호 유가족에게도, 5·18 희생자들에게도 “아픔을 드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한다”고 했다. 아들 논문 문제도 과거 관행에 젖어 있는 처지에서 그 정도가 무슨 문제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이런 관행조차도 불법행위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병사 월급을 100만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에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병사들의 애국 충정을 돈으로 환산하는 꼴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열정 페이’를 당연시하는 발상과 하나 다를 바가 없다. 이러니 속된 말로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애국 충정과 안보를 그리 중시하는 정당이라면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통한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먼저 그런 정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이게 바로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이 제시해야 할 정책이다. 조국 청문회에서 입시 문제를 그렇게 떠들던 한국당이 이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아직 아무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이 문제 해결 강구를 언급했으니 민생을 강조한다는 야당 처지에서는 이슈 선점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야당이 지금 해야 할 것은 삭발이 아니라 계층 간 불평등으로 인한 불공정한 대입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대안 없이 관성과 타성에 젖은 투쟁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누란의 위기에 선 야당에는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학력고사 세대가 데스크를 장악한 언론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한 대학 진학이 30%를 밑도는 경우가 허다한데도 여전히 시험도 안 보고 대학에 갔다는 엉터리 기사를 내보낸다. 옛날 기준(프레임)으로는 지금의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늘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 민망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하는 이른바 ‘풍문 저널리즘’, ‘카더라 저널리즘’, 혹은 ‘아님 말고’ 식으로 넘기는 저널리즘은 끝나야 한다. 남이 하는 얘기를 전하지 말고 직접 현장을 찾아서 발로 취재를 해야 한다. 메시지의 품격도 더 높여야 한다. 이제 국민은 집권 세력을 비판하고 몰아붙이는 것만을 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TARES 원칙을 되새겨야 할 때다. ‘메시지의 진실성’(Truthfulness of the message), ‘메시지 제공자의 진정성’(Authenticity of the persuader), ‘독자·시청자 존중’(Respect for the persuadee), ‘메시지 제시의 공평성’(Equity of the persuasive appeal), ‘공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이고 사명이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변화를 읽고 이에 대응하는 건강하고 강한 야당, 공정하고 정의로운 언론은 나라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과 언론이 변해야 한다. 변화가 행동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 변하지 않고서는 살길이 없다. 물론 이는 정부, 여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서울대, 노동자 잡는 ‘성냥갑 휴게실’ 바꿔라”

    “서울대, 노동자 잡는 ‘성냥갑 휴게실’ 바꿔라”

    총장 직접 사과·휴게실 개선 등 촉구서울대 “내년 2월까지 마감재 교체”폭염을 피해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쉬던 60대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이 학교 학생과 졸업생, 교수, 일반 시민 등 1만 4000여명이 대학 측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뜻을 모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총장이 직접 사과하고 휴게 공간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여론의 압박 속에 서울대도 열악한 휴게실을 급히 고치고 있다. 서울대 학생모임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서울대시설환경분회 등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 달 동안 1만 4677명으로부터 받은 서명을 대학 본부에 전달했다. 이 서명운동에는 재학생·교수·동문·시민·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는데 ▲휴게실 개선과 대책 약속 ▲학교 당국의 책임 인정과 사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 등이 담겼다. 최분조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시설분회장은 “2000년부터 노조를 설립하고 10년 넘게 요구했지만 대학은 단 한 번도 우리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더는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측도 학내외 여론의 강한 압박 속에서 교내 노동자 휴게시설을 서둘러 개선 중이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서울대의 ‘고용노동부 점검 결과 권고사항 이행·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가 열악하다고 지적한 휴게시설 6곳 중 3곳은 폐쇄 또는 통폐합됐다. 또 지하주차장에 있던 휴게실을 대신할 공간도 마련했다. 다만 노동자 사망 사고 때 가장 큰 문제가 된 휴게공간 내 온도와 습도 문제는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불에 잘 타 문제가 된 마감재는 내년 2월까지 바꿀 예정이다. 서명운동에 동참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가장 평등하고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 현장이 가장 불평등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대학 공간에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설치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대 교수·학생단체 “청소노동자 죽음, 총장이 사과하라”

    서울대 교수·학생단체 “청소노동자 죽음, 총장이 사과하라”

    서울대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직원 휴게실에서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서울대 학생·교수·노동단체들은 대학이 책임을 인정하고, 휴게공간을 개선하도록 요구했다.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 등은 17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달 동안 벌인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했다. 청소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대학의 책임 인정과 총장 명의 사과, 노동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서울대 재학생 7845명을 포함해 졸업생과 교수, 시민 등 총 1만 4677명이 참여했다. 또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6명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노웅래·김병욱·김현권 의원, 무소속 손혜원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도 이름을 올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서울대 시설노동자와 학생, 교수의 발언이 이어졌다. 최분조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시설분회 분회장은 “귀한 목숨은 떠났지만,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현실에서 일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더는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낮 기온이 35도에 이르던 날, 교도소 독방보다 좁고 찜통같이 더운 휴게실에서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하지만 학교는 고인의 사망이 지병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 소속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사망 소식을 듣고 ‘결국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가장 평등하고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 현장이 가장 불평등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대학 공간에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설치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서울일반노조 조합원 200여명은 “인간적인 노동조건 보장하라”, “서울대는 책임지고 사과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고인의 추모 공간이 마련된 중앙도서관 통로까지 행진했다. 이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노조 간부 등 대표단은 ▲ 학내 휴게실 개선 ▲ 책임 인정 및 총장 명의 사과 등 요구를 담은 서명문을 기획부총장실에 전달했다. 앞서 서울대 청소노동자 A(67)씨는 지난달 9일 서울대 공과대학 제2공학관(302동) 직원 휴게실에서 휴식 도중 숨졌다. A씨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고, 수술을 앞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세계 곳곳에 ‘여경 전용’ 경찰서 개소…왜?

    세계 곳곳에 ‘여경 전용’ 경찰서 개소…왜?

    필리핀서 21명 전원 여경 경찰서 탄생“사법기관 여성 참여↑”…여성범죄 대응 효과도필리핀 최초로 여경만 있는 경찰서가 문을 열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필리핀 경찰청은 14일 중남부 시키호르주의 해안도시 마리아에서 특별한 경찰서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곳에 배치된 경찰관 21명은 모두 여성이다. 여경 경찰서 개소는 공공분야 성평등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시키호르주를 관할하는 데볼드 시나스 지방경찰청장은 “이번 조치로 공공 안전과 치안 서비스 활동에 여성의 참여와 권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필리핀 경찰관 19만명 중 여성은 12%에 불과한 수준이다. 필리핀은 UN이 지난해 발표한 성불평등(GII) 지수에서 189개국 중 113위를 기록했다. 특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49%로 남성보다 현저히 낮아 문제로 지적돼왔다. 앞서 필리핀 경찰청은 교통순찰대 내 여성 오토바이 운전자로만 구성된 팀을 만들기도 했다. 순찰대 관계자는 “여성 팀의 존재는 여경의 권익과 성평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 범죄 대응을 위해 여경 경찰서를 운영하는 국가도 있다. 인도는 1973년 코지코데 해안도시에 첫 여경 전용 경찰서를 연 뒤 현재 470개가 넘는 여경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에서 여경 경찰서를 운영한 이후 여성들의 범죄 신고가 2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납치 신고는 22%, 가정폭력 신고는 21% 늘었다. 영국 에식스 대학과 미국 코네티컷 대학 등이 참여한 관련 연구에 따르면 여경 경찰서는 피해여성의 심리적 장벽을 낮춰 신고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책임 연구원 소피아 아마랄은 “여성 경찰관은 피해여성을 다루는 과정에서 왜곡된 성 인식을 보일 가능성이 더 적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뉴스부 iseoul@seoul.co.kr
  • 李총리 사비 들여 ‘가짜뉴스’ 책 배포 왜?

    李총리 사비 들여 ‘가짜뉴스’ 책 배포 왜?

    언론 정책 담당 문체부·방통위에 배포 100여권 구입해 다른 부처 전달 이례적 “기자출신 총리, 언론 규제 신중했으면…” “가짜뉴스와의 전쟁 나서나” 시각 많아이낙연 총리는 다독가(多讀家)입니다. 주중에도 책을 가까이 하지만 주로 정부세종청사로 내려가는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에 세종시 관저에서 나홀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시간을 즐긴다고 합니다. 이 총리의 국정에 대한 해박한 이해나 국회에서의 대정부 질문 답변 시 보여 주는 ‘사이다 발언’의 내공이 다독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싶네요. 독서 스타일은 이 총리 스스로 ‘폭독’(暴讀)한다고 말합니다. “쓴 술을 천천히 마시면 더 쓰니까 단숨에 마시는 ‘폭음’처럼 책도 가능하면 단숨에 읽으려 노력한다”는 것이지요. 이 총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읽은 책의 표지를 직접 찍어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짧은 독후감을 올리기도 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도 불평등 문제를 다룬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 등 자신의 독서 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관가에서 화제가 되는 이 총리의 ‘추천도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인제대 김창룡 교수의 ‘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뉴스’라는 책이지요. 최근 이 총리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사비를 들여 100여권 구입해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실·국장 등에게 배포했다고 합니다. 이 총리가 총리실이 아닌 다른 부처 직원들에게 책을 사서 돌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지요. 더구나 문체부와 방통위는 언론 정책 및 규제를 담당하는 곳이어서 더욱 주목됩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공무원들도 가짜뉴스가 어떻게 생성, 유통되는지 알아야 하기에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책을 나눠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정치인들의 독서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책을 읽는가를 보면 국정운영의 방향과 지향성 등이 읽히는 법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 총리가 공무원들에게 ‘가짜뉴스’ 책의 일독을 권하는 것은 “정부가 잠시 주춤하던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본격 나서는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의 자율 규제 입장을 보였던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전격 교체되고 대신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상혁 민언련 공동 대표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것과도 맞물리기 때문이지요. 사실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에 대해 “가짜뉴스를 빌미로 언론의 영역에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기자 출신인 이 총리라면 더더욱 언론에 대한 규제에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문 대통령 “경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 “경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용·가계소득 지표 개선 상황 상세히 언급“일본 경제보복, 경제발전 전화위복 삼을 것”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최근 고용 및 가계소득 개선으로 확인됐다는 판단 아래 지금의 경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고용지표와 관련해 “정부는 국정의 제1 목표를 일자리로 삼고 지난 2년 동안 줄기차게 노력해왔다. 최고의 민생이 일자리이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고용 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발표된 8월 고용통계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45만명 이상 증가했고, 같은 달 기준 통계작성 후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연간 취업자는 작년보다 20만명 이상 늘어나 당초 목표치인 15만명을 크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제조업 구조조정 등 어려운 여건과 환경 속에서 정부의 적극적 일자리 정책과 재정 정책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내수활력과 투자 활성화에도 총력을 기울여 민간 일자리 창출에 더욱 힘을 쏟겠다. 여전히 고용이 미흡한 연령대와 제조업 분야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가계소득 지표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확대 등의 정책효과로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이 늘어 올해 2분기에는 모든 분위의 가계소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 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를 멈추고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구조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거둔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아직 부족하다. 1분위의 소득을 더욱 높여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며 “정부는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 경제보복 관련한 정부 대응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며 꾸준히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세계경기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 경제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지난 두 달여간 정부의 총력대응과 국민의 결집한 역량이 합해져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소재·부품에서 국산화가 이뤄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모범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시작이다. 더욱 힘을 모으고 속도를 내서 우리 경제를 강한 경제로 탈바꿈하는 기회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짧은 연휴에 읽은 책 3권 소개한 이낙연 총리

    짧은 연휴에 읽은 책 3권 소개한 이낙연 총리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장대환의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이낙연 국무총리가 추석연휴 동안 읽은 책 3권을 SNS(소셜미디어)에 소개했다. 불평등의 구조에 대한 분석과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다룬 책들이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연휴를 맞아 읽은 책 3권의 간단한 감상평을 올렸다. 가장 먼저 소개한 ‘20 vs 80의 사회’는 미국 사상가 리처드 리브스가 쓴 책이다. 이 총리는 “상위 20%가 기회를 ‘사재기’하며 하위 80%와의 격차를 넓히고 그것을 세습하는, 그런 미국 사회를 진단하며 처방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고민하며 읽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에 이미 소개된 로버트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아이들’은 빈부 격차가 어떻게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추적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 총리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쓴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도 소개했다. 이 총리는 “세계가 놀란 한국의 기적, 기적을 일군 강점과 저력, 기적을 망치는 내부의 적들, 또 한 번의 기적을 위하여”라며 “우리를 객관적으로 돌아본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14일 저녁 이 총리가 독파한 책은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이다. 이 총리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통합 갈등해결, 평화와 국제정치, 지속적 성장과 번영, 지속가능한 민주복지 국가, 에너지와 환경문제” 등 책이 제시한 대한민국 6대 과제를 거론하며 “모두 만만찮은 과제다. 그러나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다”고 적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교육 개혁’ 천명한 정부에 ‘대학 서열화’ 해소 요구 커져 … ‘국공립대 네트워크’ 주목

    ‘교육 개혁’ 천명한 정부에 ‘대학 서열화’ 해소 요구 커져 … ‘국공립대 네트워크’ 주목

    정부가 ‘교육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교 서열화와 대입 공정성 논란의 근본 원인인 ‘대학 서열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어서 공약 이행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어떤 대학 간판을 따느냐에 따라 취업 시장에서의 유불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소위 명문대 입시의 공정성 요구는 입시를 어떻게 바꿔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 사회적 지위에 따라 교육의 불평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입시제도를 도입해도 공평한 기회로 작용하거나 결과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 국장은 “입시에서 변별력을 요구하고 점수 위주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근본 원인인 대학 서열 체제와 채용시장의 불공정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시급히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 역시 성명서를 통해 “‘출신대학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학벌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지난 대선에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공약으로 내걸어 대학 서열화 해소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공약은 전국의 국공립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공동 운영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기능·분야별로 특화하고, 경쟁력을 상향 평준화해 수도권 주요 대학 위주의 대학 서열화를 완화한다는 구상이었다. 이같은 구상은 국공립대들이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위도 공동으로 수여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정부 출범 뒤 추진된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 교류, 실험실습기자재 공유, 공동 교육혁신센터 구축·운영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정부의 국공립대 네트워크 정책에는 입학전형을 통합하고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내용이 없이 공동 교육과정에 국한됐다”면서 “대학 서열 완화보다 대학 안팎의 교류 협력을 유도하는 재정지원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권 초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상이 ‘서울대 폐지론’으로 비화되며 동력을 얻지 못한 탓이다. 송 정책위원은 “문 대통령의 교육 개혁 주문으로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있겠지만 정부의 사업은 이와 거리가 멀다”면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해 정책의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쉴 권리 보장” vs “학습자유 침해”…학원 일요휴무제 성공할까

    “쉴 권리 보장” vs “학습자유 침해”…학원 일요휴무제 성공할까

    고교생 55% 하루 여가 2시간조차 안 돼 시민포럼 “과열경쟁… 통째로 쉬게 해야” 기존 야간교습 금지와는 다른 ‘극약처방’ 학원가 “학원 쉰다고 공부 쉬겠냐” 반박 과외·스터디카페 등 타 사교육 팽창 우려 학부모 “평일 교습제한 밤 9시로 당겨야” 서울시교육청, 이달 말부터 공론화 추진“일요일에 집에 있으면 공부가 잘 안 돼서 학원에 가요.”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 박모(17)양은 일요일인 이날도 학원에서 4시간동안 수학 강의를 들었다. 박양은 월요일과 금요일은 학원을 쉬는 대신 화·수·목요일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가 4시간 동안 수학과 영어 공부를 하고 밤 10시에야 집으로 향한다. 학원에서의 4시간 수업은 주말에도 이어진다. 박양은 “일요일에 학원 문을 닫게 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쉬었다. “독서실이든 스터디카페든 가서 공부할 것 같아요. 남들은 다 공부할 텐 데, 불안하잖아요.” 서울의 대표적인 학원가 중 한 곳인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는 일요일에도 학생들로 붐볐다. 배낭 같은 책가방을 등에 맨 트레이닝복 차림의 학생들이 버스에서, 부모님의 승용차에서 내렸다. 분식집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학생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 화면에 코를 박은 채 ‘혼밥’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길가의 테이크아웃 커피숍에 줄을 서 버블 밀크티 한 잔씩 손에 든 채 종종걸음으로 학원으로 향했다. 중계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일요일 수업은 ‘필수’다. ‘A고등학교 1학년 수학’, ‘B고등학교 2학년 국어’ 등으로 수업이 잘게 쪼개지면서 일요일 오전 8시에 시작하거나 오후 10시에 끝나기도 한다.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총정리와 논술 수업은 주말에 몰려 있다. 중학교 내신 대비나 ‘특목고 대비’ , ‘예비 고1 대비’ 수업, 초등학생 대상 학원에서 평일에 놓친 수업의 보강이 일요일에 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일요일도 밤 10시까지… 쉬지 못하는 학생들 일요일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에게 휴일을 돌려주기 위해 서울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라는 처방전을 내놓았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2014년(1기) 교육감선거 공약으로, 학원과 교습소가 일요일에 운영하지 못하도록 법률을 제정하거나 서울시 조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학원의 야간 교습(밤 10시~12시 이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요일 하루를 통째로 쉬게 한다는 점에서 야간 교습 금지와는 다른 차원의 ‘극약처방’인 셈이다. “학생들을 쉬게 하려면 입시 경쟁부터 완화돼야 합니다. 하지만 녹록지 않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하자는 겁니다.” ‘학원 일요휴무제’ 추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쉼이 있는 교육 시민포럼의 김진우(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상임위원장은 일요일 ‘학원 러시’를 “학원이 문을 열고 학생들이 다니니 너도나도 학원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과열 경쟁’”이라고 정의했다. 학원의 공급을 줄여서라도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사교육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 보자고 시민포럼은 제안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주당 학습시간은 70.1시간이다. 근로자가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면 과로로 인정받는다. 초등학생의 34.5%, 중학생의 40.4%, 고등학생의 54.8%는 하루 중 여가 시간이 2시간도 되지 않는다.(2019 청소년 통계) “학원 야간교습 금지를 통해 ‘학생들이 밤 10시 이후에 학원 수업을 받는 건 지나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듯, 일요일엔 학원 문을 닫는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일요일만큼은 쉬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것입니다.”(김 상임위원장)초등학교 5학년인 김모(11)양과 최모(11)양은 이날도 책가방을 등에 메고 중계동 학원가로 나왔다. 김양은 수학학원을, 최양은 영어학원을 다녀왔다. 김양과 최양은 “일요일에도 학원에 다니느냐”는 질문에 비명을 질렀다. “이 동네 애들은 거의 다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요. 중계동엔 별별 이상한 학원들이 많아요.”(최양) 기자가 ‘학원 일요휴무제’ 이야기를 꺼내자 학생들은 “일요일도 평일도 학원은 다 싫다”고 외쳤다. “그런데 엄마가 가만 안 놔둘 걸요? 평일에 하나 더 다니라고 하실 거예요.”(김양) 일요일 학원 수업이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고등학생들에게는 절실한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목요일 하루만 학원을 쉬고 매일 4시간씩 학원에 가는 고교 1학년 김모(16)양은 “일요일에 학원에 가는 건 학생의 자유”라고 선을 그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학원에 가는 거예요. 평일에 시간이 없어 주말에 몰아서 학원에 가는 친구들은 어떡하나요. 일요일에 학원을 가든 집에서 쉬든 독서실에 가든 학생들이 선택할 일이에요.” 학원 일요휴무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학원을 쉰다고 공부를 쉬겠느냐”라는 회의론이다. 박종덕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인터넷 강의와 과외 등도 함께 금지돼야 학원도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일요일에 학원 가는 것’ 때문에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을까요? 평일 저녁에 쉬고 일요일에 학원에 가는지, 일요일에 인터넷 강의나 과외를 얼마나 이용하는지 등 실태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과외나 스터디카페 등 다른 사교육이 팽창하는 ‘풍선효과’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과외를 받을 수 있는 경제력이 되는지, 학원 대신 갈 수 있는 학습 공간이 지역에 있는지 여부가 학생들에게 격차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학원 대신 과외” vs “풍선효과 크지 않아” 그러나 일부 학생과 학원가에서 나타나는 풍선 효과에 발목 잡힐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 상임위원장은 “고액 과외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일요 휴무제와 상관없이 과외를 받는다”면서 “전체 학원의 파이를 줄여 학원 이용조차 어려운 서민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원 학습실에서 강사가 몰래 수업하는 등의 불법 행위는 단속을 강화해 대응할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학원 일요휴무제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최소한의 쉴 권리는 지켜주자는 일종의 ‘정전협정’이다. ‘사교육 특구’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학원 일요휴무제가 사교육이라는 망망대해에 미미하게나마 파장을 일으켜 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은 분명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정진후(15)군은 “‘일요일에는 학원을 쉬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요일은 쉬는 날인데 학원에 가는 걸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잖아요. 한 번쯤은 이상하다, 너무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학부모 조미경(46)씨는 ‘일요일 휴무’에 얽매이기보다 다양한 해법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평일 교습 제한을 밤 9시로 당기는 게 아이들의 건강권에 더 절실할 것 같아요. 주말에는 오후 7시까지만 수업하도록 하면 아이들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쉴 수도 있겠죠.” 초등학생과 중학생부터 제도를 도입하는 ‘연착륙’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교육청의 학원 일요휴무제 공론화는 이달 말 시작된다. 오는 27일과 다음달 22일에는 학원 관계자 등 이해 당사자들 100명이 찬반 동수로 참여하는 ‘열린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어 다음달 26일과 11월 9일에는 정식 공론화 절차인 ‘시민참여단 토론회’가 열린다. 서울교육청은 토론회 결과와 연구용역 보고서의 내용을 종합해 연내 결론을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정해진 결론이나 방향은 없다”면서 “토론회에서 찬반 양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생각나눔] 성교육이냐 성범죄냐…法심판 기로 선 교권

    [생각나눔] 성교육이냐 성범죄냐…法심판 기로 선 교권

    교육청, 전수조사 후 교사 직위해제 경찰 ‘아동복지법 위반’ 기소하기로 “교육현장 문제” “학습권 침해 성비위”“아이들이 불평등한 성(性) 구조에 얽매이지 않게 하려는 노력뿐이었어요. 근데 교육·수사 당국은 관료주의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더라고요.” 광주 지역의 도덕 과목 교사 배이상헌(56)씨는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 경찰은 그가 교실에서 성윤리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아동복지법을 위반했다며 기소 의견으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20년 가까이 학교 안에서 성윤리 교육을 맡아 온 배이 교사로선 엄청난 치욕이자 충격이다. 일부 학생들의 불쾌감이 경찰 판단의 근거가 됐지만, 교육·여성계 일각에서는 “교육 내용을 근거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교육권 침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배이 교사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수업 중 중학교 1~2학년생들에게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보여 주면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전통적 성 역할을 뒤집는 ‘미러링’ 기법을 동원해 성 불평등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제작됐다. 예컨대 여성이 윗옷을 벗고 조깅하면서 유모차를 끄는 남성 곁을 지나가거나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등이 나온다. 배이 교사는 “많은 교사들이 성윤리 수업을 할 때 학습 분위기가 잘 모아지지 않고 심할 때는 웃음거리로 전락한다”면서 “그런 고민 속에서 이 영화가 일상 속 차별을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지난 6월 국민신문고에 “수업 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민원을 넣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 일부 학생들이 비슷한 진술을 했고, 외부 기관의 조언을 구해 ‘다른 학내 성비위 사건 처리 기준에 비춰 볼 때 성비위가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이 교사는 “성윤리 교육 내용을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과도한 교육권 제한”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교육청이 교육적 맥락에 대한 이해나 합리적인 절차 없이 학생 민원만 듣고 경찰에 교사를 넘기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 도덕교사모임도 “교사가 선택한 수업 자료에 대해 학생이 문제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는 교육 현장에서 함께 고민해 토론으로 풀어 갈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여성학자인 권김현영씨는 “학생들의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성평등 교육을 하기에 좋은 자료라면 괜찮다고 본다”면서 “학생들 모두가 강의 내용에 동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교육 자료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역시 “페미니즘 교육 매뉴얼이 전무해 여러 혼란들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향후 이 논란이 체계화된 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박철현의 이방사회] 입시제도 자꾸 바꾸지 말아야

    [박철현의 이방사회] 입시제도 자꾸 바꾸지 말아야

    큰딸은 지금 도쿄의 공립중학교 2년생이다. 부모들이 벌벌 떤다는 중2라고 해서 겁을 먹었는데 실제 그 시기를 지내 보니 별 게 없다. 그는 소프트볼부 주장과 학교 학생회장을 하고 있다. 일본 중학교의 학생회장은 중2 가을부터 중3 여름까지 한다. 그 이후엔 고입 수험공부에 매진한다. 서클 활동도 하계대회가 끝나면 중3들은 은퇴한다. 역시 입시 때문이다. 몇 개월 전 아이가 책을 한 권 사왔다. 2019년 고교수험안내다. 혼자 식탁에 앉아 골똘히 책장을 넘기더니 “아빠, 난 고가네이기타고등학교 갈까 봐”라고 말한다. “그래? 좋은 학교니?”라고 물어보니 “응. 서쪽 지역에서는 위에서 다섯 번째. 편차치는 64로 나와”라고 답한다. 그러자 주방에 있던 아내가 “야, 니가 무슨 고가네이기타냐? 공부를 안 하는데. 이대로 가다간 내가 나온 고다이라고등학교 정도밖에 못 가”라고 일침을 놓는다. 편차치를 보니 고다이라는 53, 즉 중위권이다.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먼저 모든 고등학교가 공립, 사립 가리지 않고 서열이 나뉘어져 있고 그것을 당연한 듯이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뿐만 아니라 인터넷 웹사이트 ‘민나노 고교정보’에 가면 전국 1만여개 고교 서열이 매년 경신된다. 참고로 고가네이기타는 이 사이트에서 전국 758위, 도쿄도 내에서는 634개 학교 중에서 90위로 나온다. 두 번째는 아내가 고등학교 입시시험을 치렀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교입시제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친김에 찾아 보니 대학입시제도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지금 현재 통용되는, 이른바 ‘대학입시센터시험’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실시돼 왔다. 센터시험 점수를 토대로 각 대학에 지원하고 도쿄대학 등 유명 대학은 2차 시험(본고사)를 치른다. 이 전통은 30년간이나 이어져 오고 있다가 2021년부터 대학입학공통테스트시험이라는 이름으로 바뀔 전망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목 수가 차이 나고 주관식 필기가 도입된 것을 제외하면 시험 형태 및 그 방식은 기존 센터시험과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개정 논의를 2013년부터 장장 7년간 했다. 물론 일본의 학교교육을 보면 엘리트를 위한 초중고대학 혹은 중고대학 일관교 제도도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와세다실업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가 초중고대학 일관교의 전형적 예다. 와세다실업초등학교에만 들어가면 일본의 명문대라 불리는 와세다대학까지 바로 들어간다. 100% 추천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비스에 있는 게이오기주쿠요치샤도 마찬가지다. 여기도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와세다와 쌍벽을 이루는 사립 명문 게이오대학까지 무난하게 진학할 수 있다. 이해 가지 않는 불평등한 교육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금수저’들을 대놓고 용인한다. 반면 이러한 상위 1%를 제외한다면 99%는 평등한 환경에서 실력을 겨룬다. 고교ㆍ대학 입시제도가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얻는 정보는 거의 동일하다. 큰딸처럼 이런 책을 사봐도 되고, 인터넷만 접속해도 공개 페이지를 통해 수험 정보나 학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원을 한 번도 다니지 않았다는 지방 학생이 도쿄대, 교토대 등 일본 최고의 명문대에 입학한 사례를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다. 수험생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머리가 똑똑하다면 충분히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당연하고 기본적인 원리가 일본에서는 실현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대학입시제도의 전반적 개선을 지시했다고 한다. 어떻게 바뀌어도 상관없는데, 다만 이번에 바꾸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놔두면 어떨까 한다. 제도가 바뀌면 그 바뀐 정보를 손쉽게 체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서 사회적 자본의 강자과 그렇지 않은 부류가 확연히 갈린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채 계속 간다면 적어도 정보에 관해서는 언젠가 평등해질 것이다. 큰딸한테 다시 “너, 그 고등학교 들어갈 수 있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귓속말로 “공부 안 해도 돼. 나 학생회장이잖아. 후훗”이라고 답한다. 추천입학 정보를 스스로 파악한 네가 엄마나 나보다 훨씬 낫구나. 힘내라.
  • ‘특권 입시’에 분노한 민심 돌려라… 曺 임명하며 “교육 개혁”

    낙제 가까운 교육정책 막바지 실천 의지 “정치난국 타개 수단돼선 안 된다”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교육개혁’을 재차 강조한 것은 임기 반환점을 돈 정부가 그간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던 교육 정책에 막바지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이 터져 교육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진 상황에서 지금처럼 교육개혁을 방치했다가는 민심 이반이 심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열화된 고교 단계에서 형성된 교육 특권이 대입 결과로 이어지는 등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를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공감한다”면서 “기회의 공정을 뒷받침할 개혁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교육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폐지 ▲고교학점제 도입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공영형 사립대 도입 등의 국정과제를 제시했지만, 아직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목고·자사고 폐지는 시도교육감의 재지정 평가로 책임을 떠넘겼으면서도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는 교육부가 무효화시키는 이중성을 보였다. 지정 취소된 자사고들도 가처분 신청을 통해 지위를 유지하게 돼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고교 서열화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정시 비율을 확대하면서 고교학점제도 당초 계획보다 3년이나 미뤄졌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대학 서열화 해소의 기반이 될 공영형 사립대 추진은 정책연구 단계에서 답보 상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은 “대입 공정성 강화와 학종 개선은 특목고·자사고 폐지와 일반고 강화와 맞물리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교육개혁 정책들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통령 메시지를 분석했다. 특히 교육부가 고교 서열화 해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고교체제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내년 외고와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를 거친 뒤 하반기부터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고·자사고의 존립 근거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시도교육감에게 재지정 권한을 완전히 이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는 학생부에서 자기소개서와 봉사활동 등 이른바 ‘금수저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교육부가 올해 하반기 중점 추진 중인 ‘사학 혁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대통령이 강조한 ‘교육개혁’이 정부가 처한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통령의 메시지에 교육부가 즉각 입장을 내놓은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교육개혁 과정에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밝혀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공정 깨졌다” “대의가 중요”… 세대·계급 간 상처 남긴 ‘조국 대전’

    “공정 깨졌다” “대의가 중요”… 세대·계급 간 상처 남긴 ‘조국 대전’

    분노하는 2030세대 文정부 ‘기회 평등·과정 공정’ 약속 빛 바래 “부모 도움으로 만든 스펙… 너무 화가 나” 옹호하는 86세대 “檢개혁 위해 이 정도 의혹은 넘길 수 있어 저항하는 검찰이 문제… 사과해서 괜찮아” 세대 넘어 계급 갈등으로 확산 진영 무관하게 불공정 부·학벌·권력 세습 “비정상적 학벌주의 등 시스템 개혁 필요”“검찰 개혁을 위해 ‘모두의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하찮은 일로 치부하고 일단 참으라는 메시지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 직장인 윤모(32)씨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이후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다. 윤씨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정부의 약속은 빛이 바랬다”고 잘라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를 둘러싼 ‘동양대 표창장 조작’이나 ‘의학논문 제1저자 등록’ 등 의혹이 지속되면서 2030세대와 50대 86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불평등을 고착화한 우리 사회의 계급 격차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른바 ‘조국 대전’으로 인해 드러난 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를 받아들이는 세대 간, 계급 간 인식 차는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에 대한 분노는 조 후보자 딸과 비슷한 나이인 2030세대일수록 크다. 취업준비생 임모(29)씨는 “입시나 취업 등 모든 과정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왔는데 부모의 도움으로 스펙을 만든 조 후보자 딸의 의혹을 보며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블로그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아주 억울하겠지만, 너무 멀리 와 버린 거 같다”며 “(그러나) 어쩔 거냐? 엘리트들의 그런 인생관과 도덕관을 이 사회가 싫다는데, 사회는 그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했다.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이 정도 의혹은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는 진영 논리에 청년들은 더욱 반발하고 있다. 대학생인 김모(26)씨는 최근 50대인 부모님과 언쟁을 벌였다. 김씨의 부모님은 “이게 다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때문”이라면서 “가족이 한 일을 조 후보자가 모를 수 있는 것 아니냐. 사과도 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유급을 하고도 장학금을 받는 등 조 후보자의 딸이 아니었다면 못 누릴 혜택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면서 “부모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 후보자 사퇴 촉구 서울대·고려대 촛불집회의 배후에 자유한국당이 있을 수 있다”면서 “조 후보자와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해서 누가 불이익을 주느냐. 왜 마스크로 가리고 집회에 나오느냐”며 최근 대학가의 촛불집회를 비판했다. 그러나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86세대가 자신들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의 정당화만을 내세운 채 청년 세대가 지향하는 가치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흙수저’ 청년들은 세대 갈등보다 더 근본적인 계급 갈등에 대해 묻고 있다. 기존의 진보·보수라는 정치 진영과 무관하게 부와 학벌이 세습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에만 나오는 줄 알았던 ‘부모님을 잘 만나야 성공한다’는 명제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보수를 향해서만 ‘부를 대물림한다’고 비판해 왔지만, 결국 진보나 보수나 계급적으로는 똑같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청년들은 불공정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불공정한 부와 권력의 세습을 문제라고 보지 않는 것에 더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후보자 개인에 대한 도덕성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문제점이 드러난 현실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청년들은 단순한 세대 갈등을 넘어 한국 사회에 내재한 불평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초심을 잃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이상 대변하지 못하는 기존 86세대 대신 새로운 진보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학벌주의 사회가 있다”면서 “이 논란을 시작으로 학벌주의 타파나 공교육 정상화 등 시스템 개혁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경제학자가 만든 ‘주주 자본주의’ 종언… 그 이후엔

    경제학자가 만든 ‘주주 자본주의’ 종언… 그 이후엔

    미국의 유수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최근 뉴스를 만들었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십년간 충성했던 ‘주주 자본주의’를 깨고, 기업이 지역사회에도 봉사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자본주의가 급속히 퍼지면서 지구촌 대다수의 경제 여건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하층 노동자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경제전문 채널 CNBC가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기자 비냐민 아펠바움이 쓴 신작 ‘경제학자들의 시간(The Economists’ Hour)’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CEO들의 지역사회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선언데 대해 일각에서는 기업이 미덕을 추구한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서 반기업 정서를 진정시키려는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봤다. 그러나 CNBC는 미국이 자유시장에 대한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전환점이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21세기 초 미국과 영국 등에서의 부조화는 이런 가능성은 가르킨다. 아펠바움의 새책 ‘경제학자들의 시간’은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제학자들의 영향력 증가와 그들이 구체화한 가치를 추적했다. 이런 경제학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강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1883~1946)와 함께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1970년 주주 자본주의의 개념을 도입해 설파했다. 특히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자본주의라는 냉전의 후광으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번영을 지탱하고,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시장의 힘을 받아들였다.소비자들과 기업가들은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이 없는 노동자들보다 더 큰 이득을 봤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명이 외국과의 경쟁에서 생활터전을 잃었다.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붕괴했고, 개발도상국에서 생활수준은 높아졌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점점 더 통합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둔화는 멈추지 않았다. 아펠바움은 이 책에서 “시장을 받아들임으로서 전세계 수억명이 처참한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들은 상품과 자본, 아이디어의 흐름으로 서로 결속되어 있다”며 “그 결과 전세계 77억 인구 대부분이 더 부유하게,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산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혁명은 너무 나가버렸다. (현재의 부는) 미국과 다른 선진국에서 경제적 평등, 건강한 자유 민주주의, 미래 세대의 희생의 결과로 성취되었다”고 덧붙였다. 아펠바움은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시장혁명은 전통적 경제 정책이 미치지 않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예컨대 미국 사람들은 베트남전 징집에 저항했지만, 경제학자들은 자원자부대의 우월성을 옹호했다. 그 이후 모든 전쟁에서 자원자들이 전투에 참여했다. 1960년대의 경제붐을 지탱하기 위해 케인즈학파들은 감세와 소비 지출 증가라는 재정 부양책을 제공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프리드먼 추종자들은 1980년대의 잔혹한 침체기에도 긴축 금융정책을 처방했다. 스태그네이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공급 사이드에서 감세를 되풀이하는 정책을 촉발시켰다. 미국은 규제를 완화했다.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항공사와 월가의 규제를 풀었다. 반독점 집행 당국은 느즌해졌고, 보건과 안전에서도 비용 편익 분석 규칙이 적용됐다. 그 결과 산성비 오염에서부터 외환 유동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해외 정부에 의한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파견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효율적인 시장은 대체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확신에서 정치적 선택에 의한 왜곡을 제한하려는 목적이었다. 정치인들은 정부를 시장 사상자들을 돕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그러나 사상자들은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정부 투자는 줄어들었다. 사회의 넓은 범위는 경제적으로 뒤쳐졌지만,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앞으로 나갔고, 대부분의 재산은 급격히 늘어났다. 아펠바움은 “몇몇 사람들은 크로이소스 왕보다 더 많은 부를 이루었다”면서도 “중산층은 지금 자녀들이 더 풍유롭게 살지 못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와 대공황은 이런 결과들을 더욱 악화시켰고, 회복기 10년의 결과는 지워지지 않았다. 분노한 세대의 증가는 경제학자들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산업의 심장에서 살육을 끝내겠다고 명세하면서 취임했지만 그의 세금 및 관세 정책에서 그런 신호는 감지되지 않는다. 2020년 대선의 민주당 후보들은 기업과 부자들의 비용으로 일하는 계층을 부양하겠다며 세금, 소비지출 그리고 규제개입을 약속하고 있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명확히 밝힌 대로 기업가들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레이 달리오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대다수 사람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더 좋은 사회안전망과 강한 노조와 같은 구체적인 단계를 넘어서 아펠바움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즉 선출된 지도자들이 경제학자들이 찬양하는 시장 효율성보다는 유권자들의 지분을 높이는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아펠바움은 “시장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목적은 사람들에 의해 선택된다”며 “이런 것들은 바뀌고, 재건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서윤기 서울시의원, 혁신적 ‘청년출발자산제’ 도입 제안

    서윤기 서울시의원, 혁신적 ‘청년출발자산제’ 도입 제안

    서울시 저소득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위한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의 자치구간 경쟁률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2)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 참가자 선발 평균 경쟁률은 5.2:1이며, 관악구가 7.3: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중구의 경쟁률은 2.5:1에 불과해 자치구 간 경쟁률 격차가 여전해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 재설계가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사업효과성 제고를 위해 희망두배 청년통장 신규 참가자 선발인원을 기존 2000명에서 3000명으로 확대 모집했다. 자치구별 선발인원 배정 방식을 청년인구 수만 고려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최근 2년간 경쟁률 및 저소득층 비율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사업 재구조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경쟁률과 함께 지역간 극심한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서 의원은 제289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지정책실 업무보고에서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선발 평균 경쟁률을 2:1 이하로 낮춰 청년층 자산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거주 지역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대상자 선정 기준 재구조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 의원은 “청년문제의 본질은 다양한 분야에 걸친 불평등이며 이를 해소하기 정책이 필요하다”며 “복지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가졌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분배의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획기적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청년들에게 부모의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공정한 출발의 기회를 보장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청년출발자산제’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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