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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총리 사비 들여 ‘가짜뉴스’ 책 배포 왜?

    李총리 사비 들여 ‘가짜뉴스’ 책 배포 왜?

    언론 정책 담당 문체부·방통위에 배포 100여권 구입해 다른 부처 전달 이례적 “기자출신 총리, 언론 규제 신중했으면…” “가짜뉴스와의 전쟁 나서나” 시각 많아이낙연 총리는 다독가(多讀家)입니다. 주중에도 책을 가까이 하지만 주로 정부세종청사로 내려가는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에 세종시 관저에서 나홀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시간을 즐긴다고 합니다. 이 총리의 국정에 대한 해박한 이해나 국회에서의 대정부 질문 답변 시 보여 주는 ‘사이다 발언’의 내공이 다독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싶네요. 독서 스타일은 이 총리 스스로 ‘폭독’(暴讀)한다고 말합니다. “쓴 술을 천천히 마시면 더 쓰니까 단숨에 마시는 ‘폭음’처럼 책도 가능하면 단숨에 읽으려 노력한다”는 것이지요. 이 총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읽은 책의 표지를 직접 찍어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짧은 독후감을 올리기도 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도 불평등 문제를 다룬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 등 자신의 독서 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관가에서 화제가 되는 이 총리의 ‘추천도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인제대 김창룡 교수의 ‘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뉴스’라는 책이지요. 최근 이 총리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사비를 들여 100여권 구입해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실·국장 등에게 배포했다고 합니다. 이 총리가 총리실이 아닌 다른 부처 직원들에게 책을 사서 돌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지요. 더구나 문체부와 방통위는 언론 정책 및 규제를 담당하는 곳이어서 더욱 주목됩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공무원들도 가짜뉴스가 어떻게 생성, 유통되는지 알아야 하기에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책을 나눠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정치인들의 독서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책을 읽는가를 보면 국정운영의 방향과 지향성 등이 읽히는 법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 총리가 공무원들에게 ‘가짜뉴스’ 책의 일독을 권하는 것은 “정부가 잠시 주춤하던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본격 나서는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의 자율 규제 입장을 보였던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전격 교체되고 대신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상혁 민언련 공동 대표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것과도 맞물리기 때문이지요. 사실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에 대해 “가짜뉴스를 빌미로 언론의 영역에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기자 출신인 이 총리라면 더더욱 언론에 대한 규제에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문 대통령 “경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 “경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용·가계소득 지표 개선 상황 상세히 언급“일본 경제보복, 경제발전 전화위복 삼을 것”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최근 고용 및 가계소득 개선으로 확인됐다는 판단 아래 지금의 경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고용지표와 관련해 “정부는 국정의 제1 목표를 일자리로 삼고 지난 2년 동안 줄기차게 노력해왔다. 최고의 민생이 일자리이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고용 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발표된 8월 고용통계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45만명 이상 증가했고, 같은 달 기준 통계작성 후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연간 취업자는 작년보다 20만명 이상 늘어나 당초 목표치인 15만명을 크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제조업 구조조정 등 어려운 여건과 환경 속에서 정부의 적극적 일자리 정책과 재정 정책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내수활력과 투자 활성화에도 총력을 기울여 민간 일자리 창출에 더욱 힘을 쏟겠다. 여전히 고용이 미흡한 연령대와 제조업 분야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가계소득 지표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확대 등의 정책효과로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이 늘어 올해 2분기에는 모든 분위의 가계소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 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를 멈추고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구조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거둔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아직 부족하다. 1분위의 소득을 더욱 높여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며 “정부는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 경제보복 관련한 정부 대응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며 꾸준히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세계경기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 경제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지난 두 달여간 정부의 총력대응과 국민의 결집한 역량이 합해져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소재·부품에서 국산화가 이뤄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모범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시작이다. 더욱 힘을 모으고 속도를 내서 우리 경제를 강한 경제로 탈바꿈하는 기회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짧은 연휴에 읽은 책 3권 소개한 이낙연 총리

    짧은 연휴에 읽은 책 3권 소개한 이낙연 총리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장대환의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이낙연 국무총리가 추석연휴 동안 읽은 책 3권을 SNS(소셜미디어)에 소개했다. 불평등의 구조에 대한 분석과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다룬 책들이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연휴를 맞아 읽은 책 3권의 간단한 감상평을 올렸다. 가장 먼저 소개한 ‘20 vs 80의 사회’는 미국 사상가 리처드 리브스가 쓴 책이다. 이 총리는 “상위 20%가 기회를 ‘사재기’하며 하위 80%와의 격차를 넓히고 그것을 세습하는, 그런 미국 사회를 진단하며 처방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고민하며 읽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에 이미 소개된 로버트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아이들’은 빈부 격차가 어떻게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추적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 총리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쓴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도 소개했다. 이 총리는 “세계가 놀란 한국의 기적, 기적을 일군 강점과 저력, 기적을 망치는 내부의 적들, 또 한 번의 기적을 위하여”라며 “우리를 객관적으로 돌아본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14일 저녁 이 총리가 독파한 책은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이다. 이 총리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통합 갈등해결, 평화와 국제정치, 지속적 성장과 번영, 지속가능한 민주복지 국가, 에너지와 환경문제” 등 책이 제시한 대한민국 6대 과제를 거론하며 “모두 만만찮은 과제다. 그러나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다”고 적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교육 개혁’ 천명한 정부에 ‘대학 서열화’ 해소 요구 커져 … ‘국공립대 네트워크’ 주목

    ‘교육 개혁’ 천명한 정부에 ‘대학 서열화’ 해소 요구 커져 … ‘국공립대 네트워크’ 주목

    정부가 ‘교육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교 서열화와 대입 공정성 논란의 근본 원인인 ‘대학 서열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어서 공약 이행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어떤 대학 간판을 따느냐에 따라 취업 시장에서의 유불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소위 명문대 입시의 공정성 요구는 입시를 어떻게 바꿔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 사회적 지위에 따라 교육의 불평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입시제도를 도입해도 공평한 기회로 작용하거나 결과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 국장은 “입시에서 변별력을 요구하고 점수 위주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근본 원인인 대학 서열 체제와 채용시장의 불공정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시급히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 역시 성명서를 통해 “‘출신대학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학벌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지난 대선에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공약으로 내걸어 대학 서열화 해소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공약은 전국의 국공립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공동 운영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기능·분야별로 특화하고, 경쟁력을 상향 평준화해 수도권 주요 대학 위주의 대학 서열화를 완화한다는 구상이었다. 이같은 구상은 국공립대들이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위도 공동으로 수여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정부 출범 뒤 추진된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 교류, 실험실습기자재 공유, 공동 교육혁신센터 구축·운영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정부의 국공립대 네트워크 정책에는 입학전형을 통합하고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내용이 없이 공동 교육과정에 국한됐다”면서 “대학 서열 완화보다 대학 안팎의 교류 협력을 유도하는 재정지원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권 초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상이 ‘서울대 폐지론’으로 비화되며 동력을 얻지 못한 탓이다. 송 정책위원은 “문 대통령의 교육 개혁 주문으로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있겠지만 정부의 사업은 이와 거리가 멀다”면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해 정책의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쉴 권리 보장” vs “학습자유 침해”…학원 일요휴무제 성공할까

    “쉴 권리 보장” vs “학습자유 침해”…학원 일요휴무제 성공할까

    고교생 55% 하루 여가 2시간조차 안 돼 시민포럼 “과열경쟁… 통째로 쉬게 해야” 기존 야간교습 금지와는 다른 ‘극약처방’ 학원가 “학원 쉰다고 공부 쉬겠냐” 반박 과외·스터디카페 등 타 사교육 팽창 우려 학부모 “평일 교습제한 밤 9시로 당겨야” 서울시교육청, 이달 말부터 공론화 추진“일요일에 집에 있으면 공부가 잘 안 돼서 학원에 가요.”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 박모(17)양은 일요일인 이날도 학원에서 4시간동안 수학 강의를 들었다. 박양은 월요일과 금요일은 학원을 쉬는 대신 화·수·목요일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가 4시간 동안 수학과 영어 공부를 하고 밤 10시에야 집으로 향한다. 학원에서의 4시간 수업은 주말에도 이어진다. 박양은 “일요일에 학원 문을 닫게 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쉬었다. “독서실이든 스터디카페든 가서 공부할 것 같아요. 남들은 다 공부할 텐 데, 불안하잖아요.” 서울의 대표적인 학원가 중 한 곳인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는 일요일에도 학생들로 붐볐다. 배낭 같은 책가방을 등에 맨 트레이닝복 차림의 학생들이 버스에서, 부모님의 승용차에서 내렸다. 분식집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학생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 화면에 코를 박은 채 ‘혼밥’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길가의 테이크아웃 커피숍에 줄을 서 버블 밀크티 한 잔씩 손에 든 채 종종걸음으로 학원으로 향했다. 중계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일요일 수업은 ‘필수’다. ‘A고등학교 1학년 수학’, ‘B고등학교 2학년 국어’ 등으로 수업이 잘게 쪼개지면서 일요일 오전 8시에 시작하거나 오후 10시에 끝나기도 한다.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총정리와 논술 수업은 주말에 몰려 있다. 중학교 내신 대비나 ‘특목고 대비’ , ‘예비 고1 대비’ 수업, 초등학생 대상 학원에서 평일에 놓친 수업의 보강이 일요일에 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일요일도 밤 10시까지… 쉬지 못하는 학생들 일요일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에게 휴일을 돌려주기 위해 서울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라는 처방전을 내놓았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2014년(1기) 교육감선거 공약으로, 학원과 교습소가 일요일에 운영하지 못하도록 법률을 제정하거나 서울시 조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학원의 야간 교습(밤 10시~12시 이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요일 하루를 통째로 쉬게 한다는 점에서 야간 교습 금지와는 다른 차원의 ‘극약처방’인 셈이다. “학생들을 쉬게 하려면 입시 경쟁부터 완화돼야 합니다. 하지만 녹록지 않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하자는 겁니다.” ‘학원 일요휴무제’ 추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쉼이 있는 교육 시민포럼의 김진우(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상임위원장은 일요일 ‘학원 러시’를 “학원이 문을 열고 학생들이 다니니 너도나도 학원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과열 경쟁’”이라고 정의했다. 학원의 공급을 줄여서라도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사교육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 보자고 시민포럼은 제안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주당 학습시간은 70.1시간이다. 근로자가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면 과로로 인정받는다. 초등학생의 34.5%, 중학생의 40.4%, 고등학생의 54.8%는 하루 중 여가 시간이 2시간도 되지 않는다.(2019 청소년 통계) “학원 야간교습 금지를 통해 ‘학생들이 밤 10시 이후에 학원 수업을 받는 건 지나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듯, 일요일엔 학원 문을 닫는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일요일만큼은 쉬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것입니다.”(김 상임위원장)초등학교 5학년인 김모(11)양과 최모(11)양은 이날도 책가방을 등에 메고 중계동 학원가로 나왔다. 김양은 수학학원을, 최양은 영어학원을 다녀왔다. 김양과 최양은 “일요일에도 학원에 다니느냐”는 질문에 비명을 질렀다. “이 동네 애들은 거의 다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요. 중계동엔 별별 이상한 학원들이 많아요.”(최양) 기자가 ‘학원 일요휴무제’ 이야기를 꺼내자 학생들은 “일요일도 평일도 학원은 다 싫다”고 외쳤다. “그런데 엄마가 가만 안 놔둘 걸요? 평일에 하나 더 다니라고 하실 거예요.”(김양) 일요일 학원 수업이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고등학생들에게는 절실한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목요일 하루만 학원을 쉬고 매일 4시간씩 학원에 가는 고교 1학년 김모(16)양은 “일요일에 학원에 가는 건 학생의 자유”라고 선을 그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학원에 가는 거예요. 평일에 시간이 없어 주말에 몰아서 학원에 가는 친구들은 어떡하나요. 일요일에 학원을 가든 집에서 쉬든 독서실에 가든 학생들이 선택할 일이에요.” 학원 일요휴무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학원을 쉰다고 공부를 쉬겠느냐”라는 회의론이다. 박종덕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인터넷 강의와 과외 등도 함께 금지돼야 학원도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일요일에 학원 가는 것’ 때문에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을까요? 평일 저녁에 쉬고 일요일에 학원에 가는지, 일요일에 인터넷 강의나 과외를 얼마나 이용하는지 등 실태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과외나 스터디카페 등 다른 사교육이 팽창하는 ‘풍선효과’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과외를 받을 수 있는 경제력이 되는지, 학원 대신 갈 수 있는 학습 공간이 지역에 있는지 여부가 학생들에게 격차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학원 대신 과외” vs “풍선효과 크지 않아” 그러나 일부 학생과 학원가에서 나타나는 풍선 효과에 발목 잡힐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 상임위원장은 “고액 과외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일요 휴무제와 상관없이 과외를 받는다”면서 “전체 학원의 파이를 줄여 학원 이용조차 어려운 서민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원 학습실에서 강사가 몰래 수업하는 등의 불법 행위는 단속을 강화해 대응할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학원 일요휴무제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최소한의 쉴 권리는 지켜주자는 일종의 ‘정전협정’이다. ‘사교육 특구’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학원 일요휴무제가 사교육이라는 망망대해에 미미하게나마 파장을 일으켜 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은 분명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정진후(15)군은 “‘일요일에는 학원을 쉬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요일은 쉬는 날인데 학원에 가는 걸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잖아요. 한 번쯤은 이상하다, 너무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학부모 조미경(46)씨는 ‘일요일 휴무’에 얽매이기보다 다양한 해법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평일 교습 제한을 밤 9시로 당기는 게 아이들의 건강권에 더 절실할 것 같아요. 주말에는 오후 7시까지만 수업하도록 하면 아이들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쉴 수도 있겠죠.” 초등학생과 중학생부터 제도를 도입하는 ‘연착륙’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교육청의 학원 일요휴무제 공론화는 이달 말 시작된다. 오는 27일과 다음달 22일에는 학원 관계자 등 이해 당사자들 100명이 찬반 동수로 참여하는 ‘열린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어 다음달 26일과 11월 9일에는 정식 공론화 절차인 ‘시민참여단 토론회’가 열린다. 서울교육청은 토론회 결과와 연구용역 보고서의 내용을 종합해 연내 결론을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정해진 결론이나 방향은 없다”면서 “토론회에서 찬반 양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생각나눔] 성교육이냐 성범죄냐…法심판 기로 선 교권

    [생각나눔] 성교육이냐 성범죄냐…法심판 기로 선 교권

    교육청, 전수조사 후 교사 직위해제 경찰 ‘아동복지법 위반’ 기소하기로 “교육현장 문제” “학습권 침해 성비위”“아이들이 불평등한 성(性) 구조에 얽매이지 않게 하려는 노력뿐이었어요. 근데 교육·수사 당국은 관료주의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더라고요.” 광주 지역의 도덕 과목 교사 배이상헌(56)씨는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 경찰은 그가 교실에서 성윤리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아동복지법을 위반했다며 기소 의견으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20년 가까이 학교 안에서 성윤리 교육을 맡아 온 배이 교사로선 엄청난 치욕이자 충격이다. 일부 학생들의 불쾌감이 경찰 판단의 근거가 됐지만, 교육·여성계 일각에서는 “교육 내용을 근거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교육권 침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배이 교사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수업 중 중학교 1~2학년생들에게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보여 주면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전통적 성 역할을 뒤집는 ‘미러링’ 기법을 동원해 성 불평등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제작됐다. 예컨대 여성이 윗옷을 벗고 조깅하면서 유모차를 끄는 남성 곁을 지나가거나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등이 나온다. 배이 교사는 “많은 교사들이 성윤리 수업을 할 때 학습 분위기가 잘 모아지지 않고 심할 때는 웃음거리로 전락한다”면서 “그런 고민 속에서 이 영화가 일상 속 차별을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지난 6월 국민신문고에 “수업 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민원을 넣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 일부 학생들이 비슷한 진술을 했고, 외부 기관의 조언을 구해 ‘다른 학내 성비위 사건 처리 기준에 비춰 볼 때 성비위가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이 교사는 “성윤리 교육 내용을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과도한 교육권 제한”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교육청이 교육적 맥락에 대한 이해나 합리적인 절차 없이 학생 민원만 듣고 경찰에 교사를 넘기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 도덕교사모임도 “교사가 선택한 수업 자료에 대해 학생이 문제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는 교육 현장에서 함께 고민해 토론으로 풀어 갈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여성학자인 권김현영씨는 “학생들의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성평등 교육을 하기에 좋은 자료라면 괜찮다고 본다”면서 “학생들 모두가 강의 내용에 동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교육 자료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역시 “페미니즘 교육 매뉴얼이 전무해 여러 혼란들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향후 이 논란이 체계화된 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박철현의 이방사회] 입시제도 자꾸 바꾸지 말아야

    [박철현의 이방사회] 입시제도 자꾸 바꾸지 말아야

    큰딸은 지금 도쿄의 공립중학교 2년생이다. 부모들이 벌벌 떤다는 중2라고 해서 겁을 먹었는데 실제 그 시기를 지내 보니 별 게 없다. 그는 소프트볼부 주장과 학교 학생회장을 하고 있다. 일본 중학교의 학생회장은 중2 가을부터 중3 여름까지 한다. 그 이후엔 고입 수험공부에 매진한다. 서클 활동도 하계대회가 끝나면 중3들은 은퇴한다. 역시 입시 때문이다. 몇 개월 전 아이가 책을 한 권 사왔다. 2019년 고교수험안내다. 혼자 식탁에 앉아 골똘히 책장을 넘기더니 “아빠, 난 고가네이기타고등학교 갈까 봐”라고 말한다. “그래? 좋은 학교니?”라고 물어보니 “응. 서쪽 지역에서는 위에서 다섯 번째. 편차치는 64로 나와”라고 답한다. 그러자 주방에 있던 아내가 “야, 니가 무슨 고가네이기타냐? 공부를 안 하는데. 이대로 가다간 내가 나온 고다이라고등학교 정도밖에 못 가”라고 일침을 놓는다. 편차치를 보니 고다이라는 53, 즉 중위권이다.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먼저 모든 고등학교가 공립, 사립 가리지 않고 서열이 나뉘어져 있고 그것을 당연한 듯이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뿐만 아니라 인터넷 웹사이트 ‘민나노 고교정보’에 가면 전국 1만여개 고교 서열이 매년 경신된다. 참고로 고가네이기타는 이 사이트에서 전국 758위, 도쿄도 내에서는 634개 학교 중에서 90위로 나온다. 두 번째는 아내가 고등학교 입시시험을 치렀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교입시제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친김에 찾아 보니 대학입시제도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지금 현재 통용되는, 이른바 ‘대학입시센터시험’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실시돼 왔다. 센터시험 점수를 토대로 각 대학에 지원하고 도쿄대학 등 유명 대학은 2차 시험(본고사)를 치른다. 이 전통은 30년간이나 이어져 오고 있다가 2021년부터 대학입학공통테스트시험이라는 이름으로 바뀔 전망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목 수가 차이 나고 주관식 필기가 도입된 것을 제외하면 시험 형태 및 그 방식은 기존 센터시험과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개정 논의를 2013년부터 장장 7년간 했다. 물론 일본의 학교교육을 보면 엘리트를 위한 초중고대학 혹은 중고대학 일관교 제도도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와세다실업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가 초중고대학 일관교의 전형적 예다. 와세다실업초등학교에만 들어가면 일본의 명문대라 불리는 와세다대학까지 바로 들어간다. 100% 추천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비스에 있는 게이오기주쿠요치샤도 마찬가지다. 여기도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와세다와 쌍벽을 이루는 사립 명문 게이오대학까지 무난하게 진학할 수 있다. 이해 가지 않는 불평등한 교육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금수저’들을 대놓고 용인한다. 반면 이러한 상위 1%를 제외한다면 99%는 평등한 환경에서 실력을 겨룬다. 고교ㆍ대학 입시제도가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얻는 정보는 거의 동일하다. 큰딸처럼 이런 책을 사봐도 되고, 인터넷만 접속해도 공개 페이지를 통해 수험 정보나 학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원을 한 번도 다니지 않았다는 지방 학생이 도쿄대, 교토대 등 일본 최고의 명문대에 입학한 사례를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다. 수험생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머리가 똑똑하다면 충분히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당연하고 기본적인 원리가 일본에서는 실현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대학입시제도의 전반적 개선을 지시했다고 한다. 어떻게 바뀌어도 상관없는데, 다만 이번에 바꾸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놔두면 어떨까 한다. 제도가 바뀌면 그 바뀐 정보를 손쉽게 체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서 사회적 자본의 강자과 그렇지 않은 부류가 확연히 갈린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채 계속 간다면 적어도 정보에 관해서는 언젠가 평등해질 것이다. 큰딸한테 다시 “너, 그 고등학교 들어갈 수 있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귓속말로 “공부 안 해도 돼. 나 학생회장이잖아. 후훗”이라고 답한다. 추천입학 정보를 스스로 파악한 네가 엄마나 나보다 훨씬 낫구나. 힘내라.
  • ‘특권 입시’에 분노한 민심 돌려라… 曺 임명하며 “교육 개혁”

    낙제 가까운 교육정책 막바지 실천 의지 “정치난국 타개 수단돼선 안 된다”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교육개혁’을 재차 강조한 것은 임기 반환점을 돈 정부가 그간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던 교육 정책에 막바지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이 터져 교육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진 상황에서 지금처럼 교육개혁을 방치했다가는 민심 이반이 심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열화된 고교 단계에서 형성된 교육 특권이 대입 결과로 이어지는 등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를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공감한다”면서 “기회의 공정을 뒷받침할 개혁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교육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폐지 ▲고교학점제 도입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공영형 사립대 도입 등의 국정과제를 제시했지만, 아직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목고·자사고 폐지는 시도교육감의 재지정 평가로 책임을 떠넘겼으면서도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는 교육부가 무효화시키는 이중성을 보였다. 지정 취소된 자사고들도 가처분 신청을 통해 지위를 유지하게 돼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고교 서열화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정시 비율을 확대하면서 고교학점제도 당초 계획보다 3년이나 미뤄졌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대학 서열화 해소의 기반이 될 공영형 사립대 추진은 정책연구 단계에서 답보 상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은 “대입 공정성 강화와 학종 개선은 특목고·자사고 폐지와 일반고 강화와 맞물리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교육개혁 정책들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통령 메시지를 분석했다. 특히 교육부가 고교 서열화 해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고교체제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내년 외고와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를 거친 뒤 하반기부터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고·자사고의 존립 근거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시도교육감에게 재지정 권한을 완전히 이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는 학생부에서 자기소개서와 봉사활동 등 이른바 ‘금수저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교육부가 올해 하반기 중점 추진 중인 ‘사학 혁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대통령이 강조한 ‘교육개혁’이 정부가 처한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통령의 메시지에 교육부가 즉각 입장을 내놓은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교육개혁 과정에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밝혀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공정 깨졌다” “대의가 중요”… 세대·계급 간 상처 남긴 ‘조국 대전’

    “공정 깨졌다” “대의가 중요”… 세대·계급 간 상처 남긴 ‘조국 대전’

    분노하는 2030세대 文정부 ‘기회 평등·과정 공정’ 약속 빛 바래 “부모 도움으로 만든 스펙… 너무 화가 나” 옹호하는 86세대 “檢개혁 위해 이 정도 의혹은 넘길 수 있어 저항하는 검찰이 문제… 사과해서 괜찮아” 세대 넘어 계급 갈등으로 확산 진영 무관하게 불공정 부·학벌·권력 세습 “비정상적 학벌주의 등 시스템 개혁 필요”“검찰 개혁을 위해 ‘모두의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하찮은 일로 치부하고 일단 참으라는 메시지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 직장인 윤모(32)씨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이후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다. 윤씨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정부의 약속은 빛이 바랬다”고 잘라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를 둘러싼 ‘동양대 표창장 조작’이나 ‘의학논문 제1저자 등록’ 등 의혹이 지속되면서 2030세대와 50대 86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불평등을 고착화한 우리 사회의 계급 격차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른바 ‘조국 대전’으로 인해 드러난 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를 받아들이는 세대 간, 계급 간 인식 차는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에 대한 분노는 조 후보자 딸과 비슷한 나이인 2030세대일수록 크다. 취업준비생 임모(29)씨는 “입시나 취업 등 모든 과정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왔는데 부모의 도움으로 스펙을 만든 조 후보자 딸의 의혹을 보며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블로그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아주 억울하겠지만, 너무 멀리 와 버린 거 같다”며 “(그러나) 어쩔 거냐? 엘리트들의 그런 인생관과 도덕관을 이 사회가 싫다는데, 사회는 그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했다.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이 정도 의혹은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는 진영 논리에 청년들은 더욱 반발하고 있다. 대학생인 김모(26)씨는 최근 50대인 부모님과 언쟁을 벌였다. 김씨의 부모님은 “이게 다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때문”이라면서 “가족이 한 일을 조 후보자가 모를 수 있는 것 아니냐. 사과도 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유급을 하고도 장학금을 받는 등 조 후보자의 딸이 아니었다면 못 누릴 혜택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면서 “부모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 후보자 사퇴 촉구 서울대·고려대 촛불집회의 배후에 자유한국당이 있을 수 있다”면서 “조 후보자와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해서 누가 불이익을 주느냐. 왜 마스크로 가리고 집회에 나오느냐”며 최근 대학가의 촛불집회를 비판했다. 그러나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86세대가 자신들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의 정당화만을 내세운 채 청년 세대가 지향하는 가치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흙수저’ 청년들은 세대 갈등보다 더 근본적인 계급 갈등에 대해 묻고 있다. 기존의 진보·보수라는 정치 진영과 무관하게 부와 학벌이 세습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에만 나오는 줄 알았던 ‘부모님을 잘 만나야 성공한다’는 명제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보수를 향해서만 ‘부를 대물림한다’고 비판해 왔지만, 결국 진보나 보수나 계급적으로는 똑같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청년들은 불공정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불공정한 부와 권력의 세습을 문제라고 보지 않는 것에 더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후보자 개인에 대한 도덕성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문제점이 드러난 현실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청년들은 단순한 세대 갈등을 넘어 한국 사회에 내재한 불평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초심을 잃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이상 대변하지 못하는 기존 86세대 대신 새로운 진보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학벌주의 사회가 있다”면서 “이 논란을 시작으로 학벌주의 타파나 공교육 정상화 등 시스템 개혁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경제학자가 만든 ‘주주 자본주의’ 종언… 그 이후엔

    경제학자가 만든 ‘주주 자본주의’ 종언… 그 이후엔

    미국의 유수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최근 뉴스를 만들었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십년간 충성했던 ‘주주 자본주의’를 깨고, 기업이 지역사회에도 봉사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자본주의가 급속히 퍼지면서 지구촌 대다수의 경제 여건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하층 노동자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경제전문 채널 CNBC가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기자 비냐민 아펠바움이 쓴 신작 ‘경제학자들의 시간(The Economists’ Hour)’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CEO들의 지역사회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선언데 대해 일각에서는 기업이 미덕을 추구한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서 반기업 정서를 진정시키려는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봤다. 그러나 CNBC는 미국이 자유시장에 대한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전환점이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21세기 초 미국과 영국 등에서의 부조화는 이런 가능성은 가르킨다. 아펠바움의 새책 ‘경제학자들의 시간’은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제학자들의 영향력 증가와 그들이 구체화한 가치를 추적했다. 이런 경제학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강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1883~1946)와 함께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1970년 주주 자본주의의 개념을 도입해 설파했다. 특히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자본주의라는 냉전의 후광으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번영을 지탱하고,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시장의 힘을 받아들였다.소비자들과 기업가들은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이 없는 노동자들보다 더 큰 이득을 봤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명이 외국과의 경쟁에서 생활터전을 잃었다.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붕괴했고, 개발도상국에서 생활수준은 높아졌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점점 더 통합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둔화는 멈추지 않았다. 아펠바움은 이 책에서 “시장을 받아들임으로서 전세계 수억명이 처참한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들은 상품과 자본, 아이디어의 흐름으로 서로 결속되어 있다”며 “그 결과 전세계 77억 인구 대부분이 더 부유하게,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산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혁명은 너무 나가버렸다. (현재의 부는) 미국과 다른 선진국에서 경제적 평등, 건강한 자유 민주주의, 미래 세대의 희생의 결과로 성취되었다”고 덧붙였다. 아펠바움은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시장혁명은 전통적 경제 정책이 미치지 않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예컨대 미국 사람들은 베트남전 징집에 저항했지만, 경제학자들은 자원자부대의 우월성을 옹호했다. 그 이후 모든 전쟁에서 자원자들이 전투에 참여했다. 1960년대의 경제붐을 지탱하기 위해 케인즈학파들은 감세와 소비 지출 증가라는 재정 부양책을 제공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프리드먼 추종자들은 1980년대의 잔혹한 침체기에도 긴축 금융정책을 처방했다. 스태그네이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공급 사이드에서 감세를 되풀이하는 정책을 촉발시켰다. 미국은 규제를 완화했다.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항공사와 월가의 규제를 풀었다. 반독점 집행 당국은 느즌해졌고, 보건과 안전에서도 비용 편익 분석 규칙이 적용됐다. 그 결과 산성비 오염에서부터 외환 유동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해외 정부에 의한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파견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효율적인 시장은 대체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확신에서 정치적 선택에 의한 왜곡을 제한하려는 목적이었다. 정치인들은 정부를 시장 사상자들을 돕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그러나 사상자들은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정부 투자는 줄어들었다. 사회의 넓은 범위는 경제적으로 뒤쳐졌지만,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앞으로 나갔고, 대부분의 재산은 급격히 늘어났다. 아펠바움은 “몇몇 사람들은 크로이소스 왕보다 더 많은 부를 이루었다”면서도 “중산층은 지금 자녀들이 더 풍유롭게 살지 못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와 대공황은 이런 결과들을 더욱 악화시켰고, 회복기 10년의 결과는 지워지지 않았다. 분노한 세대의 증가는 경제학자들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산업의 심장에서 살육을 끝내겠다고 명세하면서 취임했지만 그의 세금 및 관세 정책에서 그런 신호는 감지되지 않는다. 2020년 대선의 민주당 후보들은 기업과 부자들의 비용으로 일하는 계층을 부양하겠다며 세금, 소비지출 그리고 규제개입을 약속하고 있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명확히 밝힌 대로 기업가들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레이 달리오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대다수 사람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더 좋은 사회안전망과 강한 노조와 같은 구체적인 단계를 넘어서 아펠바움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즉 선출된 지도자들이 경제학자들이 찬양하는 시장 효율성보다는 유권자들의 지분을 높이는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아펠바움은 “시장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목적은 사람들에 의해 선택된다”며 “이런 것들은 바뀌고, 재건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서윤기 서울시의원, 혁신적 ‘청년출발자산제’ 도입 제안

    서윤기 서울시의원, 혁신적 ‘청년출발자산제’ 도입 제안

    서울시 저소득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위한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의 자치구간 경쟁률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2)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 참가자 선발 평균 경쟁률은 5.2:1이며, 관악구가 7.3: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중구의 경쟁률은 2.5:1에 불과해 자치구 간 경쟁률 격차가 여전해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 재설계가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사업효과성 제고를 위해 희망두배 청년통장 신규 참가자 선발인원을 기존 2000명에서 3000명으로 확대 모집했다. 자치구별 선발인원 배정 방식을 청년인구 수만 고려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최근 2년간 경쟁률 및 저소득층 비율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사업 재구조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경쟁률과 함께 지역간 극심한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서 의원은 제289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지정책실 업무보고에서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선발 평균 경쟁률을 2:1 이하로 낮춰 청년층 자산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거주 지역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대상자 선정 기준 재구조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 의원은 “청년문제의 본질은 다양한 분야에 걸친 불평등이며 이를 해소하기 정책이 필요하다”며 “복지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가졌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분배의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획기적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청년들에게 부모의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공정한 출발의 기회를 보장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청년출발자산제’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대 총학생회 “조국, 법무장관 자격 없어…사퇴하라”

    서울대 총학생회 “조국, 법무장관 자격 없어…사퇴하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 총학생회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주요한 의혹들에 대해 ‘몰랐다’,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청년들의 열망은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학 제도나 입시 제도에 존재하는 허점들은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며 “불공정함을 용인하고 심지어 악용한 후 책임을 회피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자가 어떻게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이승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사모펀드 문제 등 공직자 윤리에 대해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청와대가 공직자 임용에서 도덕성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신성민 사범대 학생회장은 “조 후보자 관련 논란은 사회 불평등을 악용한 후보자 개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며 “사회적 권력을 대물림하기 위해 법의 허점을 노리는 모습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교육은 계층의 사다리가 돼야 한다”며 “학벌이나 인맥, 권력을 이용해 특혜를 누리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좌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법무부 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등 구호를 외치고 “공정함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정부와 후보자가 올바른 결정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9일 오후 6시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兪 “정시 확대 아닌 학종 공정성 강화… 大入 변경 없다”

    대입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강화를 중점으로 추진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시 확대’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제도 재검토’ 지시에 대해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 1일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처음으로 나온 교육부의 공식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은 발표한 대로 진행하며,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의 발언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마련한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1호 안건에 부쳐 최종 방안을 도출했다. 당시에는 자율동아리와 봉사활동, 교내 수상 실적을 제한적으로 기재하는 방향으로 결론 났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들 항목도 모두 삭제해 정규 교과과정 위주로 학생부를 개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부 간소화에만 치중할 경우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한다는 근본 취지가 사라진 ‘알맹이 없는’ 학생부로 위축될 수 있다. 학생부에서 변별력을 찾기 힘들어진 대학들이 면접 등을 강화하는 ‘본고사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 관련 단체들은 각 대학의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각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에 국가가 파견하는 입학사정관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공공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교육부 산하에 ‘대학 입시 공정관리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대학들이 전형 기준과 결과를 공개하고 이의 제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학이 선발 결과와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경우 ‘맞춤형’ 사교육 상품이 등장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 밖에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신분과 처우가 불안정한 탓에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고용 안정도 학종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유은혜 “정시 확대 아닌 학종 공정성 강화… 2022 대입 변경 없다”

    유은혜 “정시 확대 아닌 학종 공정성 강화… 2022 대입 변경 없다”

    “정시·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 못 바꿔” 사걱세 “공공입학사정관제 등 도입해야” 전교조 “기준 공개… 이의제기 절차 필요”대입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시 확대’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제도 재검토’ 지시에 대해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 1일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처음으로 나온 교육부의 공식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은 발표한 대로 진행하며,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마련한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1호 안건에 부쳐 최종 방안을 도출했다. 당시에는 자율동아리와 봉사활동, 교내 수상 실적을 제한적으로 기재하는 방향으로 결론 났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들 항목도 모두 삭제해 정규 교과과정 위주로 학생부를 개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모의 영향력이나 사교육이 개입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의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도 교육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부 간소화에만 치중할 경우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한다는 근본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학생부에서 변별력을 찾기 힘들어진 대학들이 면접 등을 강화하는 ‘본고사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각 대학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학들이 전형 기준과 결과를 공개하고 이의 제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학생의 최종 점수나 탈락 이유를 공개해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 결과 공개가 ‘맞춤형’ 사교육 상품이 등장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각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에 국가가 파견하는 입학사정관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공공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교육부 산하에 ‘대학 입시 공정관리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유은혜 “대입개편, 정시 확대 아니다…학생부전형 공정성 강화”

    유은혜 “대입개편, 정시 확대 아니다…학생부전형 공정성 강화”

    “정시 확대, 굉장한 오해이자 확대 해석”“학종 투명성과 공정성 높일 방안 마련”“자기소개서, 학생부 축소·단순화 보완” 외국어 능력과 각종 인턴십 등의 경력에 힘 입어 대학에 입학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딸의 사례를 계기로 정부가 대입제도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정부가 학생부 위주로 평가하는 수시전형을 현행보다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학능력시험 점수 반영 비중이 높은 정시전형을 늘리고 수시를 줄인다고 해서 대입제도의 불평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유 부총리의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4일 오후 서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일제 식민지 피해 실태와 과제’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학종 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오늘 아침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회의에서도 그런 방안(학종 공정성 강화)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1일 문 대통령 지시 이후 대입 제도 개편과 관련해 처음 나온 교육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앞서 이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태국 방문을 수행한 뒤 전날 귀국해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 개편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올해 업무보고를 할 때부터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그 논의를 계속해 왔다”면서 “최근 이런 문제로 인해 고민하고 있던 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유 부총리는 정시 확대에 대해서는 “지금 굉장히 많이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장기적인 대입 제도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마치 곧 바뀔 것처럼,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고 확대 해석”이라면서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은 발표한 대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태국 방문 중 대통령과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해 논의했냐는 물음에는 “이 문제에 대해 말씀을 나눌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발표한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 내용에 자기소개서나 학생부를 축소·단순화했는데, 그 부분을 더 보완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전병주 서울시의원, ‘학원일요휴무제’ 부작용 대책 요구

    전병주 서울시의원, ‘학원일요휴무제’ 부작용 대책 요구

    전병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진1)은 지난 30일 제289회 임시회 교육위원회에서 평생진로교육국장 및 교육행정국장으로부터 주요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전 의원은 협동조합형 유치원 및 매입형 유치원 추진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 및 주도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출자금 부담에 따른 조합원 참여의 저조, ▲기존 조합원이 상급학교 진학시 조합원 지위 유지 불투명, ▲설립 비용 충당의 어려움 등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나타난 애로사항을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의로 개선안 도출을 재촉했다. 아울러 교육청이 추진중인 ‘학원일요휴무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현재 일부 지역에서 암암리 성행중인 ‘스터디카페’ 문제를 제기, 대책 강구를 요구했다. 스터디카페의 경우 학원일요휴무제에 따른 ‘10시 이후 교습 제한’에 해당되지 않아 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4시간 운영되며 특히, “주말 고액 개인/그룹 과외가 성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 받을 권리의 형평성과 불평등을 야기하며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소외감을 유발시키는 등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단속을 위한 법규정의 정비 및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최소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평생진로교육국장은 앞서 언급된 사항에 대해 교육청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보완책을 검토하여 정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협동조합형 유치원 및 매입형 유치원은 작년 사립유치원 회계부정사건 이후 대안으로 추진된 새로운 형태의 유치원 모델로,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잘 정비돼 유치원 시스템이 조기 안착 될 수 있도록 교육행정국장 및 교육청 관계자에게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조국을 위해’ 청년을 길들이지 마라/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조국을 위해’ 청년을 길들이지 마라/황수정 논설위원

    국민이 동의한 적 없는 대국민 셀프 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예상대로 한판 승리를 거뒀다. 기자들의 질문은 썩은 무도 못 자르게 무뎠다. 수사 중인 검사도 아니고 벼락치기로 호출됐으니 애당초 용뺄 재주가 없는 자리였다. “몰랐다”, “그땐 그랬다”,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답변에 반격은 원천 불가능. 완전무장 답안지를 쥐고 언론소집령을 내린 조 후보는 “좋은 내용”이라며 기자 질문을 품평까지 했다. 모르고 봤으면 ‘조국 교수 출장 강의실’이었다. “저런 수준으로 의혹을 보도했다니 역시나 기레기들”, “법무장관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숨죽였던 지지층의 지지가 쏟아지고 있다. 조국 압승, 기레기 참패, 여론은 또 싸움판으로 두 쪽. 조국 법무장관 임명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그를 지지하든 않든 많은 사람이 지금 위태롭게 지켜보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상처뿐일 그의 영광은 길지도, 주변을 빛나게 하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다. 조 후보는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여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강변했다. 과연 그런가. 그 자신이 그런가, 사회 저류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진보 지식인들이 그런가. 어느 쪽도 현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조국발(發) 진보의 최대 치명상은 청년세대의 불신이다. ‘금수저 스펙’ 입시의 뿌리 깊은 현실에 좌절하는 청춘들을 진심으로 위로하지 못했다. 최근 어느 조사에서는 조 후보의 임명을 가장 반대하는 연령층은 20대(68.6%)로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65%)보다 더 많다. 딸의 논문과 입시특혜 의혹에 “당시 제도가 그랬다(라거나),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말하며 나몰라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제도가 그랬으니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완곡한 대응이다. 이 마당에 그런 어법은 듣는 흙수저들을 더 비참하게 한다. “딸의 장학금을 흙수저 청년들에게 환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하늘의 별 따기 알바 전쟁에서 살아남아 학비를 모으고 있는 청춘들 귀에 그의 “흙수저” 발음은 어떻게 들렸을까. 스펙만으로 의사가 되는 딸의 고통을 눈물로써 ‘대국민 변호’해 줄 수 있는 실력자 아버지. 힘없는 부모와 흙수저들의 상처에는 그 눈물이 소금물이었다. 편 가르는 지식인들이 진보를 치명적으로 퇴보시킨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촛불집회의 대학생들을 작심하고 조롱했다. “진실을 비판하면 불이익이 우려될 때 신분을 감추고 마스크를 쓰는 것”, “물 반 고기 반,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의 손길이 어른어른거린다”고 대학생 촛불집회를 희롱했다. 사정이 급하기로서니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대학생들이 촛불을 든다고 주말 장외집회를 급조해 숟가락이나 얹으려 했던 한심한 야당은 논외다. 학교 안의 집회장에서 일일이 참석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소심한 청춘, 특정 정치색으로 오해받을까 겁이 나서 집회 일정도 주판알을 튕기는 새가슴 청춘들. 이건 진보와 보수, 내 편과 네 편의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의 사회적 발언도 할 수 없어진 청년들의 심각한 ‘저질 근력 사태’다. 진영의 유불리를 넘어 이런 약골 청춘들이 딴 사람은 몰라도 유시민의 눈에는 안쓰러워야 하는 거 아닌가. 그를 철석같이 믿는 청년들이 그의 수많은 베스트셀러 속의 언어들로 세상을 보고 있다. 두 달째 차곡차곡 인세가 쌓이는 달콤한 유럽 여행기는 지금 누가 가장 열심히 읽어 주고 있나. 유시민은 부끄러워야 한다. 현재의 명문대 재학생들 가운데는 부모 재력과 인맥을 누린 이들이 사실상 부지기수일 수 있다. 그런 흔적이 이미 도처에 있다. 대한민국 상위 1%의 학생들이 사회 전반의 불평등보다 조국의 불공정에만 집착한다는 시각도 그래서 틀리지 않다. 그래도 양심 있는 진짜 지식인이라면 청년들이 부조리한 제도에 분노할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먼저 깨우쳐 주는 게 책무다. SNS의 내로남불 발언들로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목록이 만들어지고 있다. 쌍끌이 저인망에 용케 아직 안 걸린 책 한 권이 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의 백전노장 스테판 에셀의 책 ‘분노하라’의 추천사를 하필이면 조 후보가 썼다. 2011년 봄 국내 첫 출간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던 조 후보는 이 책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교육체제가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다. 정당한 분노가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분노하라”고 그는 격문을 썼다. 이걸 알면 “분노도 내로남불이었냐”고 사람들이 또 손가락질할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청년을 더 초라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sjh@seoul.co.kr
  • [열린세상] 젊은이들이 뭔들 못 하겠는가?/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열린세상] 젊은이들이 뭔들 못 하겠는가?/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혹시 너희들이 잘나서 여기 앉아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저 우연히 있는 집에서 태어났거나,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라도 자식 위해 희생하는 부모를 만나 여기까지 온 줄 알고는 있느냐? 어디 가서 잘난 척할 생각 마라. 너희들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1990년 봄 대학 국어 수업 시간. 흰 셔츠에 은발의 중년 교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행운에 속지 말라’며 죽비를 내리쳤다. 평생의 가르침이었다. 대한민국을 장악한 386세대 일부의 성공에 운의 역할은 지대했다. 권위주의 체제의 고도성장이 취업을 보장했고, 경제 위기에는 중간 관리자로 살아남아 세계화의 단물을 빨며 시장 권력을 장악했다. 불의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 자본을 독점하고는 정치ㆍ사회ㆍ문화 권력을 구축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성공을 ‘개천의 용’ 스토리의 두 뼈대인 능력주의와 교육의 힘 덕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정의의 열망으로 충만했던 세대가 만들어 낸 오늘은 어떤가. 청소 노동자, 탈북민 모자, 젊은 비정규직은 여전히 시스템 실패로 더위에 배고픔에 사고에 죽임을 당한다. 이들은 죽어서도 선택적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정치권의 재료로 이용당할 뿐이다. 미국의 능력주의는 허구라는 사회학자 스티븐 맥나미의 지적처럼 한국의 대학 교육도 불평등 재생산의 핵심 매개체라는 불온한 혐의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어떤가. 능력주의와 학력주의의 신화 속에 모든 것들을 갈아 넣고 쏟아부어도 결국 운 좋은 소수에게만 괜찮은 삶이 허락된 사회. 공공성이 철저히 파괴된 지대추구형, 승자독식형 능력주의 경제. 구체적으로 이철승과 정승국이 말하는 ‘한국형 위계질서’와 ‘이중노동시장’에서 불안정 노동자계급(precarious proletariat)으로의 추락 위험. 젊은이들의 공정성 요구는 능력주의가 분배의 기초 원리가 돼야 한다는 절박한 실존적 외침이다. 물론 능력주의가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경제학자 벤 버냉키가 프린스턴대 졸업식에서 언급한 대로 능력주의는 타고난 건강과 재능, 집안의 정서적ㆍ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수많은 측면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 사회에서 가장 큰 보상을 받는 제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가장 운 좋은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일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 그들이 행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책임을 가장 크게 질 때만 능력주의가 그나마 도덕적이고 정의로울 수 있다고 설파했다.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어떤가. 자칭 우파는 세습적 현존 질서와 승자의 기득권을 배타적으로 해석하고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한다. 제 자식들 일자리 청탁엔 한없이 관대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은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젊은이들을 기만한다. 자칭 좌파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외치면서도 기득권 세력이 돼 불평등을 만끽한다. 제 자식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자원을 능숙하게 유용하면서도 다들 그런다. 이게 위법은 아니라며 뻔뻔하게 능청을 떤다. 능력주의의 형식적 최소 요건마저 무시되는 한국에서 능력주의가 허구라는 비판적 성찰은 그래서 사치스럽다. 이들은 젊은이들이 왜 분노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공정을 외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한쪽은 정치 선전의 장으로만 악용하고, 다른 쪽은 가짜뉴스에 낚인 특권적이고 이기적인 철부지들의 준동으로 폄하한다. ‘왜 청소 노동자를 위해서는 시위하지 않느냐’며 자신들이 책임지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젊은이에게 추궁하는 어른이란 얼마나 비루한가? 이런 염치없는 기성세대에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반능력주의 대중선동세력의 포로가 될까 봐 아찔하다.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위험도 책임도 없이 한평생을 보낸 기성세대가 세계적인 저성장과 불확실성에 대응해 한국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단순한 구세대의 퇴장과 양보가 엄중한 환경 변화에 사회를 지탱할 근본적 해결책일까. 젊은이들이 나서야 한다. ‘모르겠다, 그런데 불이익은 싫다’는 냉소적ㆍ소극적 태도를 극복하고 ‘위험과 보상, 행동과 책임, 능력과 공과(desert)의 균형’이 작동하는 공정한 세상을 건설하라. 단군 이후 최고의 스펙을 갖춘 젊은이들이 뭔들 못 하겠는가? 역사는 그대들의 편이다.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비겁하게 살 권리, 가난하게 살 권리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비겁하게 살 권리, 가난하게 살 권리

    얼마 전 ‘소확행’이란 말이 크게 유행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듣기 좋은 말이다. 부자가 아니면 어떠랴. 해외여행 맘대로 못 가고, 외식은 동네 중국집 정도로 만족하고, 아이들 사교육 좀 부족한들 무슨 대수랴. 행복은 눈높이라는 말도 있으니 형편, 사정 내에서 큰 욕심 없이 소소한 일에 만족하며 살면 그만 아닌가.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내 삶도 소위 ‘소확행’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싶다. 결혼 후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점점 외곽으로 떠밀리다가 10년쯤 전 이곳 변두리 마을에 정착했다. 아쉽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서울에서야 열 평 안팎의 비좁은 다세대주택 전세방이었지만, 이곳에 오니 똑같은 집세로도 두세 배 넓은 아파트가 생겼다. 집을 나서면 어디나 산과 계곡과 강이 있고 작은 텃밭이나마 생전 처음 내 손으로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울 기회도 주어졌다. 경쟁이 덜한 덕분인지 아이들도 큰 부침 없이 자라 주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만족, 그야말로 ‘소확행’이 아닌가. ‘소확행’이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르거나 정의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두환 정권 시절 국민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사실이든 아니든) 3S정책(sports, screen, sex)을 강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쩌면 ‘소확행’이라는 개념도 민초들의 신분상승 욕구를 막고 부자들을 향한 부질없는(?) 분노와 반감을 달래기 위해 만든 허위 개념일 수 있다. 얼마 전 어느 칼럼에선가 이런 글을 보았다. “(소확행을 권하는 책들은) 타인에게 피해 보지도 주지도 말고 나만의 작은 행복을 지키며 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약탈적 자본주의, 사회적 불평등, 민주주의의 세계적 퇴조 같은 거대 담론은 이해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바깥세상의 일이고, 창문도 없는 쪽방 속의 삶들은 내 눈에는 가려진 이 사회의 잔여물이다.” 옳은 지적이다. ‘소확행’은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동”이어야 할 수도 있겠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고 소위 기득권층에서는 불법과 탈법과 편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특권을 세습한다. 아직은 자기만족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한 친구가 강사법 시행으로 강단을 잃고 끝내 귀촌을 결심했다.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누구보다 선봉에 서서 고군분투해 그나마 강사법이라는 결실을 맺었건만 돌아온 건 해고 아닌 해고 통보,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 친구도 머지않아 낯선 자연과 만나고 농작물을 키우며 마음을 달랠 것이다. 이따금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기도 할까? 우연인지는 몰라도 내 주변엔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불의와 싸우다 상처투성이가 된 채 하루하루 회한을 어루만지며 살아가는 사람들. 왜 우리는 패배와 좌절의 기억보다 이긴 후의 배신감에 더 크게 상처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사실 이른바 ‘특혜 전쟁’에도 별 감흥이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차피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가. 부의 세습, 취업 청탁, 화려한 스펙, 어제오늘 일도 아니건만, 유독 그나마 낫다는 정권에서 늘 폭탄이 되는 것도 우습기만 하다. 불공평하니까 싸우자고?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싸운다는 건가? 그 겨울, 그렇게 치열하게 싸워서 얻어 낸 정부가 아니던가? 더이상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라는 말인가? 소확행은 없다. 그 자리엔 대신 그들의 욕망을 위한 대리 전쟁에 더이상 소모품이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싸우다 싸우다 지친 사람들의 자조적 한숨만 있을 뿐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존재도 몰랐던 ‘스펙’으로 시끄러운 요즘 난 ‘약탈적 자본주의, 사회적 불평등, 민주주의의 세계적 퇴조’ 같은 거대 담론보다 친구가 시골로 내려간다며 던진 얘기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가진 자는 점점 더 많이 가지려는데, 없는 자는 왜 자꾸 욕심 버리고 가난하게 살려는 걸까?”
  • 文대통령 한마디에 10년 前으로 되돌아간 ‘정시 확대’ 논쟁

    공정성 위한 정시확대, 고교 혁신과 배치 교육부 “2022학년도 입시 계획 변동 없어” 학부모·여론 불만 고려해 ‘학종 보완’ 유력 “정치적 위기 모면 위해 졸속 개혁 피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제도 재검토’ 지시에 교육계가 출렁이고 있다. 10여년간 끊임없는 논쟁을 거쳐 수정, 보완돼 온 대입제도가 도리어 10년 전 제도에서 불거진 논란으로부터 된서리를 맞는 격이 됐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강화 등 대입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지만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정치에 휩쓸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일 교육부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인 4일부터 대입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상신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대입 제도가 단순히 대입만 손본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고교 교육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이미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통해 확정한) 2022학년도 입시 계획에는 큰 변동은 없겠지만 학종의 개선 등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으면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4학년도 대입 제도부터 바뀌게 된다. 교육계의 반발을 피하고 여론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카드는 ‘학종 보완’이다. 이미 수년에 걸쳐 개선된 학종에 남아 있는 불평등 요소에 다시 손을 대는 방안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원단체 등은 ▲자율동아리 ▲봉사활동 ▲교내 수상경력 ▲자기소개서 등 사교육 의존도가 높거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영향받을 수 있는 비교과 영역을 대폭 줄이자고 주장한다. 학종을 학교 정규 교육과정 위주로 재편해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을 대학이 선발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학교 교육이 주입식, 강의식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교사가 학교 수업을 통해 드러나는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해 기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학종 평가요소를 지나치게 줄일 경우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다. 결국 학생 참여형 수업을 늘리는 방향의 고교 교육 혁신이 요구된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등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는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과 점진적인 축소를 전제로 하는데, 이는 ‘공정성’을 위해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은 학종과 맞물린 고교 교육 혁신보다 정시 확대에 무게추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정시 비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되는 2022학년도 대입 이후에 정시를 다시 확대할 경우 학교 교육 정상화와 미래인재 양성 등 정부의 교육 정책의 대전제들을 거스르게 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는 10년 전 대입제도로 불거진 논란을 해결한다며 지금의 대입제도를 고치려고 하는데, 지금의 대입제도는 과거의 문제점들을 이미 반영해 개선된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해법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신중하게 합의되고 추진돼야 할 교육 백년지대계가 졸속으로 바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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