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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보다 새 삶 주는 檢 취·성·패 실험…스무살, 방황의 끝에서 ‘자립의 꿈’꾸다

    벌보다 새 삶 주는 檢 취·성·패 실험…스무살, 방황의 끝에서 ‘자립의 꿈’꾸다

    다문화 가정 자녀인 최우영(20·여·가명)씨는 고교 3학년이었던 지난해 8월 편의점에 두고 간 지갑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갑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검찰이 기소했을 때 지갑 속 현금이 사라졌다며 피해자가 5만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했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경찰이 자백을 하지 않으면 ‘거짓말 탐지기나 최면 조사를 하면 더 큰 처벌을 받는다’고 겁을 줘 합의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주지검은 최씨가 학생이고 동종 전과가 없는 만큼 취성패 프로그램으로 계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취성패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라는 검사의 권유에 벌금형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의 벌을 면하자고 시작한 취성패는 삶에 대한 최씨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극심한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최씨는 상담사 면담과 직업 훈련을 거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홀로 서기’ 희망을 갖게 됐다. 최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진학보다는 취성패로 취업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내가) 철이 든 것 같다”며 “얼른 취업해서 돈도 모아 자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드 관련 자격증도 딴 그는 현재 2단계를 이수 중이며 조만간 인테리어 관련 국가훈련기관에 입소할 예정이다.이연숙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취업지원팀장은 “전주지검에서 기소유예 조건으로 넘어오는 청년 대부분이 가정환경의 어려움 등으로 자신이 사회적으로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관심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친구들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취성패 기소유예를 담당하는 박동주 전주지검 검사는 “(취성패 기소유예를 하려면) 피의자 중 가능한 대상자를 찾아 직접 불러 면담하고 계도 가능성도 판단해야 한다”면서 “약식기소로 넘기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지만 ‘사람을 죽이는(벌하는) 검사’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검사’라는 보람을 느끼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전주지검 의 취성패 기소유예 제도는 아직 한계도 분명하다. 이 같은 제도 운영을 위한 검찰의 인력과 인프라 부족, 편견 등이 큰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박 검사도 “사건을 하나하나 다시 살핀 뒤 피의자와 직접 면담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하려면 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해 시행한 당시 전주지검장이었던 권순범 현 부산지검장은 “경미한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해 기계적으로 벌금을 구형하면 다시 벌금을 마련하려고 또 어려운 처지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검찰이 이들을 조건 없이 기소유예하는 것보다는 사회 적응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 제도 안착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재기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전주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활자 너머 ‘여성과 여성 잇기’…한밭에서 한바탕 펼쳐 볼까요

    활자 너머 ‘여성과 여성 잇기’…한밭에서 한바탕 펼쳐 볼까요

    2014년 창간한 잡지 ‘보슈’(BOSHU·‘보라’는 뜻의 충청도 방언)는 지역 청년들과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대전 청년들이 만들었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보슈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여성주의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해 9월 발간한 6호 ‘발톱’에서 ‘여성 혐오’ 문제를 다룬 것을 시작으로 2018년 8월 발간한 10호 ‘방어흔으로부터’에서는 고등학생 페미니스트, 사회운동을 하는 여성들, 여성 택시 운전기사 등 여성들의 이야기로만 잡지를 채웠다. 이를 계기로 보슈는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잡지’를 표방하게 됐다. 잡지와 여성주의 문화 대전이라는 ‘지역’과 그 지역에 사는 ‘여성 청년’에 집중하는 잡지를 만드는 동시에 다른 일도 많이 벌였다. 2017년 일회성 행사로 여성들이 여성 감독으로부터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아예 여성 축구팀 ‘FC우먼스플레잉’을 창단했다. 여성 주짓수팀 ‘오버셋’도 만들었다. 여성주의 글쓰기 강연과 젠더 관점으로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법을 배우는 페미니즘 문화기획학교 ‘우리가 좋아하는 기획이 있지’, 여성 DJ가 음악을 틀고 여성들끼리 춤출 수 있는 파티 ‘우리가 좋아하는 리듬이 있지’ 등 각종 행사를 열어 여성들의 교류를 주선했다. 보슈 팀원들은 그 과정에서 종이 위 활자를 통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와 현장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나도 무언가 함께하고 싶다’, ‘나는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는 여성들의 열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보슈는 자연스레 새로 거듭났다. 페미니스트 문화 기획 그룹으로서 여성과 여성을 잇는 다양한 ‘판’을 마련하고 여성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을지 함께 골몰하기로 했다. 20대 후반 여성 다섯 명으로 구성된 보슈 운영진 가운데 권사랑·서한나 공동대표를 최근 대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역에서 여성 청년 그리고 페미니스트 기획자로 사는 것에 대해 물었다. -잡지를 만들던 ‘보슈’가 본격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그룹으로 변모한 이유가 있다면요. 서한나 약 5년간 잡지를 만들면서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했어요. 저희가 페미니즘을 내걸고 잡지를 만들다 보니까 모이는 분들도 대부분 페미니즘에 대한 욕구가 있는 분들이었어요. 이분들이 잡지를 보면서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을 넘어 ‘나도 뭔가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는 걸 확인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이분들이랑 끈끈함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보슈를 창간했을 때와 현재 활동의 결이 조금 달라진 건가요. 권사랑 저희 두 사람은 창간 멤버는 아니지만 보슈 창간 당시에는 페미니즘을 생각하고 팀에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당시에는 그냥 대전에 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인 단체였거든요. 결정적으로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멤버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면서 ‘잡지에 페미니즘 이야기를 실어야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러면서 잡지의 성격이 조금씩 바뀐 거죠. 서한나 당분간은 오프라인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잡지 제작은 잠정 중단할 것 같아요. 그래도 단행본 작업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다음달에 여성 간의 관계를 다룬 책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에요. 여성들의 좀더 깊은 우정, 여성 간의 연대와 사랑 등을 다루게 될 것 같아요. ‘비혼 후 갬’ 90명, 회원수의 의미 보슈의 한 해 활동 계획은 철저히 팀원들의 관심사에 따라 정해진다. 2018년의 화두는 ‘여성의 몸’이었다. 여성 축구팀과 주짓수팀을 창단하면서 여성들이 ‘보여지는 몸’이 아닌 ‘움직이는 몸’을 깨달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여성들만 참여하는 운동회 ‘동분서주’, 몸을 다양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익히고 특정 장면을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 수업 ‘페미활극’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2019년에 이어 올해 보슈가 주목한 주제는 ‘비혼’이다. 지난해 비혼 여성 커뮤니티 ‘비혼 후 갬’을 만들어 비혼 여성들의 생활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강연과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 1월 ‘비혼 후 갬’의 올해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올리자 90명의 여성이 신청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누군가는 100명에도 못 미치는 작은 규모라고 생각하겠지만 보슈 팀원들에게는 여성들의 결집된 욕망을 한 번에 확인하게 된 의미 있는 숫자다. -‘비혼’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권사랑 지난해부터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경제적인 불안이나 정신적인 외로움을 견디면서 사는 게 간단한 이슈가 아니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특히 ‘비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 다녀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건 어른들의 반응에 화가 나기 때문이에요. 비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어른들의 표정이 변하는 걸 많이 봤어요. 저희가 ‘여성주의 활동을 하면서 여성 청년을 90명이나 모았다’고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진짜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다가 그 모임이 ‘비혼 여성 커뮤니티’라고 하면 주춤하면서 ‘비혼만은 선택지로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거든요. 서한나 페미니즘에 대한 반응과 비슷한 면이 있죠. 비혼이라는 게 남자를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여자를 생각할 때 항상 남자를 연상시키는 관점을 뒤집고 여자도 당연히 한 개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간 이상했던 정책을 정상화시키자는 발상이잖아요. 사실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겠다고 하는 게 이기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죠. 4인 가족 이성애 부부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정책들이 더 이상하지 않나요. 권사랑 지난 1년간 비혼 여성들을 위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실질적인 정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건 마음 맞는 비혼 여성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올해는 서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려고 해요. 광역시라고는 하지만 지역 도시인 대전에서 한 달에 2만원씩 회비를 내는 여성 90명이 모였다는 게 저희에겐 어떤 신호로 다가오거든요. 페미니즘 불모지서 꽃 피우다 ‘페미니즘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대전에서 여성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행사를 꾸준히 마련해 온 젊은 단체는 보슈가 거의 유일하다. 팀원들의 돋보이는 기획력과 저돌적인 추진력 덕분에 최근에는 보슈가 행사를 연다고 하면 대전뿐 아니라 다른 지역 여성들도 관심을 보이고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보슈는 여성과 여성, 여성과 또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자처한다. -보슈가 선보이는 행사를 통해 여성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권사랑 저희는 축구·주짓수나 연기 수업을 통해 20~30년 경력의 여성 스포츠인과 문화예술가를 젊은 페미니스트들과 만나게 해주는 게 일종의 중간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또 여성 청년들과 대전시를 연결하기도 하고, 기존 여성 단체와 여성 청년을 연결하기도 하거든요. 서울과 비서울 사이에도 저희가 있다고 느끼고요. 서한나 어떤 매체에 제가 ‘지역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담은 기고를 쓴 적이 있는데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이 그 글을 보고 많이 공감해 주셨어요. 덕분에 익산, 광주, 부산 등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지역 페미니스트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강의도 많이 했어요. 지역 여성들이 저희를 보면서 기획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아, 얘네가 이렇게 살아남는 걸 보니까 희망적이다’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거의 화개장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지역에서 페미니스트로서 활동할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서한나 대부분의 담론이 서울에서 만들어지고 서울에서 유통되잖아요. 대전에서는 이걸 같이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그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배울 곳도 마땅치 않고요. 특히 저희 같은 경우에는 동료로 생각할 만한 단체가 없는 점도 아쉬워요. 사람이 뭔가 참조하고 비교하면서 나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외롭죠. 개인적으로 활동가로서 느끼는 갈증도 있어요. 대부분의 (여성주의) 강의나 학회 등이 서울에서 열리고 여성학을 배울 수 있는 대학원이 대전에는 아직 없거든요. 권사랑 어떤 의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모을 때 서울과 지역이 10배 정도 차이 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축구 강좌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서울에서는 12시간 만에 60명이 신청한다면 대전에서는 겨우겨우 참가자를 모으거든요. 그게 저희가 활동하는 데 굉장한 직격타죠. 서한나 롤모델을 찾기 어려운 점도 불안해요. 저희의 활동 경력으로 보나 일에 대한 의지로 보나 미래에 무엇이 될 수 있을지 현재 꿈꿀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으니까 ‘내가 5년, 10년 뒤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할 때가 있죠.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터전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슈는 ‘결핍’에서 본인들이 가야 할 길을 찾는다고 했다.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 서울과 지역의 불균형 등을 의제로 삼고 대전 여성 청년들의 욕구와 부합하는 지점을 찾아 부지런히 기획물로 발전시킨다. 지금 원하는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혹은 현재 느끼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방식은 보슈가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보슈 팀원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나요. 권사랑 저는 일을 할 때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믿어요. 제가 원하는 일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이 보슈가 아니면 전무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조직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런 일은 하기 힘들겠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내가 함께 일하기 싫은 사람과 매일 하는 건 끔찍하잖아요. 서한나 자신의 욕구와 갈증을 일 안에서 해결하는 건 비단 저희 단체뿐 아니라 요즘 젊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일의 방식인 것 같아요. 저희는 하루의 대부분을 일 생각을 하며 보내는데 그게 개인의 욕구와 맞닿아 있지 않으면 굉장히 고통스럽거든요. 저는 사람이 살면서 감정이든 체력이든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 있으면 내 페이스대로 조절하기 힘들잖아요. 자기 감정을 소외시키지 않고 개인과 조직이 맞닿을 수 있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일의 방식이죠. -앞으로 꿈꾸는 목표가 있다면요. 권사랑 개인적으로 보슈는 아마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이것저것 별일을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그런 가운데 보슈 팀원 개개인이 잘 생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활동하면서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괴로워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서한나 ‘비혼 후 갬’ 회원들이 커뮤니티 내에서 여러 수업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좀더 알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또 정책적인 부분에서 여성 문제에 개입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저희 팀을 통해 좀더 공적인 영역에 진입할 수도 있겠죠. 그런 식으로 저희를 많이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희가 충분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저희 스스로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지금 하는 일들을 사회적으로 좀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쪼록 저희를 밟고 어디론가 멀리 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글 사진 대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인식표 없다…찜질방 같은 온돌시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인식표 없다…찜질방 같은 온돌시설

    “코로나19 사태, 열악한 정신질환자 치료환경 민낯 드러냈다”찜질방 같은 다인실 온돌시설…인식표 없다장애인 단체 “격리수용 중단·긴급구제 명령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열악한 치료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27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인 정신질환자의 치료환경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 예의 주시한다”며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정신적 어려움을 갖은 사람들을 격리하고 열악한 상황에 방치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지원단은 “우선 감염된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선행하고 전체 보호 병동 입원환자의 감염관리와 추후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힘과 마음을 모아야 하는데 뜻을 같이해야 한다”며 “향후 만성 정신장애인들도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치료와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마련해 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원단은 정부에 전국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감염관리 현황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에 기초해 관련 전문가 단체들과 협력해 조속한 시일 내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또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기관에는 서비스 이용 회원의 증상 악화나 재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켜주길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지원단은 “향후 지원단은 보호병동 감염병 관리대책 뿐 아니라 건강보장 사각지대에 놓은 정신질환자의 건강불평등 개선, 치료환경 취약성 개선, 인권보장 등 정신보건 개혁을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망자 13명 중 7명이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13명 중 7명이 발생한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열악한 진료여건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는 곳이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이라는 것은 열악한 정신질환자 진료의 민낯을 드러낸 것으로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침상 없는 온돌방, 그것도 4인 이상 다인실에서 생활한 것은 물론 환자 인식표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대응도 느리게 이뤄져, 병원이 사실상 환자들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남아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전원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기로 했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청도대남병원에서 치료 중인 정신질환자 60명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전날부터 순차적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증환자는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옮겨 치료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단독] “같은 죄 저질러도 부자는 벌금 더 내야” 10명 중 6명, 형벌의 실질적 평등을 외쳤다

    [단독] “같은 죄 저질러도 부자는 벌금 더 내야” 10명 중 6명, 형벌의 실질적 평등을 외쳤다

    ‘법의 공정성’ 1016명 온라인 설문조사국민 10명 중 6명은 재산·소득에 비례해 벌금을 차등 부과하는 ‘일수벌금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사법 불신이 실질적인 형벌 평등에 대한 요구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총 응답자 1016명 중 일수벌금제에 찬성한 비율은 66.3%로 집계됐다. ‘매우 동의한다’는 33.4%, ‘동의한다’가 32.9%였다. 일수벌금제는 범죄 행위에 대한 징계 일수를 정해 개인의 재산·소득에 따라 일일 벌금액수를 산정해 곱하는 방식이다. 같은 범법 행위를 해도 부자에게는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한다. 법무부는 1992년 일수벌금제 도입을 처음 논의했고, 지난해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재산비례벌금제’ 추진을 공언한 바 있다. 일수벌금제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부자에게는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해야 실질적 징벌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 58.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이 25.8%로 뒤를 이었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은 벌금액을 감액해줄 필요가 있다’, ‘벌금액을 차등 부과하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8.6%, 6.8%였다. 일수벌금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나타낸 응답자들은 ‘같은 범죄에 대해 벌금을 차등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57.3%)는 의견을 이유로 꼽았다. ‘소득이 낮아 벌금액이 적은 사람은 오히려 죄를 가볍게 여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24.9%)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실질적 정의의 원칙에 따라 일수벌금제 도입이 강하게 요구됐는데 설문 결과 역시 이 같은 국민적 요구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벌은 세금과 다르게 죄의 경중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데 일수벌금제는 포퓰리즘적 요소가 많다”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자영업자 등은 소득이나 재산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일수벌금제 반대 논거로 꼽힌다. 설문조사에서 일수벌금제에 대한 찬성 응답이 높게 나타난 데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재벌 등 기득권층과 사법권력의 유착에 대한 반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자의 86.9%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이 우리 사회에 계속되고 있다’고 답변했고, 그 이유로 ‘권력층 봐주기 행태’ 가 81.7%(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외 ‘경찰·검찰 등의 부패’(56.4%), ‘물질만능주의적인 사회분위기’(45.2%)가 뒤를 이었다. 이어 ‘범죄에 대한 현재의 법원 판결이 국민 법감정에 맞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85.4%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특히 ‘고위공직자·경제인 비리 범죄, 살인·강도 등 강력 범죄, 성범죄, 생계형 범죄’ 가운데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부문에 대한 질문에는 68.0%(590명)가 ‘고위공직자·경제인 비리 범죄’를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92.1%는 이 같은 범죄들에 대해선 ‘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가장 시급히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관(복수응답 가능)’에 대한 질문에는 국회(72.9%), 검찰(65.0%), 경찰(43.9%), 법원(42.9%) 순으로 나타났다. 사법 불신도 높지만, 법을 지켜야 한다는 준법 의식도 강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나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14.1%, 38.9%로 전체의 53.0%가 동의했다.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법을 어길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각각 18.5%, 40.3%로 집계됐다. 10명 중 6명(63.9%)은 ‘법을 어기면서 잘사는 것도 능력’이라는 통념 역시 ‘전혀 그렇지 않다’나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단독] ‘주운 체크카드 쓴 기초수급자’ 벌금형…63%가 “죄에 비해 처벌 무겁다”응답

    재발 방지 해법 ‘직업교육 프로그램’ 가장 많아 ‘장발장형’ 범죄에 대한 국민의 온정은 살아 있다. 25일 서울신문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벌금 3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생계형 범죄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안타깝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인천 장발장 부자’ 사건으로 빈곤층에 대한 의구심과 배신감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난 이후라 더 의미 있다. 이들 부자는 인천의 한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고 후원까지 받았지만 과거의 부도덕한 행실이 드러나며 후원 취소가 잇달았다. 설문 응답자들은 장발장형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사회 구조적 불평등’(80.1%)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장기화된 경기 침체’(35.9%), ‘개인의 부도덕 및 탈선’(26.9%), ‘엄벌주의 법제도’(4.4%)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54.2%가 장발장형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해법으로 ‘직업교육 프로그램 제공’을 꼽았다. 이외에 ‘노역 대신 사회봉사제도 확대’(17.7%)와 ‘경미한 생계범죄 초범에 대한 훈방조치’(14.8%), ‘벌금 분납 확대’(8.8%) 등도 현 제도 내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됐다. 이 같은 응답들은 생계형 범죄자에게 사회 복귀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지원할 필요 없다’는 응답은 4.5%였다. ‘범죄자의 경제적 상황이나 건강 등에 상관없이 정해진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그렇다’가 48.6%, ‘아니다’가 43.2%로 높았다. 특히 이 항목에서는 연령대별 의견 차이가 두드러졌다. 2030 세대는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253명)이 ‘아니다’(140명)보다 많은 반면, 4050세대는 법대로 해야 한다(179명)는 의견보다 법대로만 해선 안 된다(240명)는 답변이 더 많았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며 젊은 층이 공정성에 대해 더 민감해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년층이 청년들보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범죄에 보다 관대하고 너그러워진다”면서 “이런 세대별 특징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처벌 수준과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 간 격차도 설문을 통해 드러났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실제 사건에 대한 질문 항목에서는 응답자들 다수가 “죄에 비해 과한 형벌이 내려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40대 여성 A씨는 버스에서 주운 체크카드로 5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결제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 등으로 약식명령 벌금 250만원 선고를 받았다.<2월 17일자 3면>이에 대해 63.0%가 ‘저지른 죄에 비해 처벌이 과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31.4%는 ‘적절했다’를, 5.6%는 ‘더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성천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양형 기준이 구체적으로 없다 보니 법적 판단 기준과 국민 법감정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고 봤다. 이어 “이 틈을 메우기 위해선 개별 판결에 대한 법관의 설명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억울함, 부정적 감정이 사법 불신까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단독] “돈·권력 쥔 자, 법망 피해 간다”

    [단독] “돈·권력 쥔 자, 법망 피해 간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법망을 피해 간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약계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는 같은 죄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해 사법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빈부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는 ‘형벌 불평등 사회’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답한 1016명 가운데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이 우리 사회에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86.9%에 달했다. 이 중 ‘매우 그렇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47.1%(479명)였다. ‘빈부나 권력,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법집행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1.6%)이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도 37.1%로, 10명 중 9명은 현재 법집행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30.3%, 49.2%로 집계됐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의 양형 기준이 존재하는 이유는 개인 간 편차나 계층, 직업과 상관없이 공평하게 법을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재벌이나 정치인이 죄를 저질렀을 때는 경제 논리가 개입돼 형을 감경하는 판결이 많기 때문에 사법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류상’ 남편·후배, 알고 보니 포주와 그 애인… 검증도 안 한 경찰…조서만 믿은 검찰

    ‘서류상’ 남편·후배, 알고 보니 포주와 그 애인… 검증도 안 한 경찰…조서만 믿은 검찰

    지적장애인 성매매범 내몬 사법권력“경찰이 피해자의 억울함을 벗겨 주기는커녕 범죄자를 만드는 데 앞장선 사건입니다.” 장수희(가명)씨를 변호한 국선변호사의 말이다. 장씨 사건은 경찰과 검찰의 무능과 나태함이 드러난 ‘수사 참사’였다.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짓고 수사를 벌이자 진실은 가려졌고 억울한 피해자만 남았다. ●경찰 조사에서 사라진 진짜 가해자 경찰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적장애인 장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서류상 남편 홍성화(가명)씨의 존재를 아예 배제한 채 이뤄진 것이다. 24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경찰은 단 한번도 홍씨를 불러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판단과 달리 홍씨가 장씨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은 곳곳에 있었다. 우선 장씨가 전북의 한 주점에서 ‘선불금’ 명목으로 받은 300만원이 실제로는 장씨가 아닌 다른 사람(남편 추정)에게 지급된 상태였다. 항거 능력이 부족한 장씨가 ‘성매매 영업’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주점 업주도 법정에서 “장씨 명의가 아니라 남자 이름으로 된 계좌에 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장씨 측 변호사는 “경찰은 장씨의 자발적 성매매를 전제로 수사했기 때문에 돈의 흐름은 조사하지도 않았다”며 “부실 수사가 합쳐져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서산경찰서에서 유사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장씨를 홍씨가 억지로 데려가기 위해 행패를 부리다 담당 수사관에 의해 보호 조치가 이뤄진 일도 있었다. 국선변호인과 인권단체 등은 장씨가 2014년 홍씨와의 혼인 신고 후 5년여 동안 성매매를 강요당해 온 것으로 본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홍씨는 피고인이 지적장애가 있고 피고인의 어머니도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다”고 판단했다.●후배라는 김씨 신원 왜 의심 못했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홍씨의 애인인 김선화(가명)씨가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장씨의 후배라며 조사에 동석한 뒤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진술을 했다. 장씨를 성노예로 만든 당사자로 지목되는 홍씨를 수사하지 않은 경찰은 김씨의 역할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특히 김씨는 장씨가 지적장애인이 아니라는 인식을 경찰에 심어 주는 작업에 집중했다. 장씨를 ‘성매매 피해자’가 아닌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당시 경찰 조서를 보면 ‘피의자가 진술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사회 후배인 김선화를 참여시키고 임의로 질문하다’라는 기술 내용과 ‘피의자는 긴장하면 말을 잘못함. 특별한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님’이라는 표현이 함께 등장한다. 김씨의 의도대로 경찰이 수사했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장씨 측 변호사는 “대화를 해보면 (장씨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데 동석한 김씨가 대화를 차단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씨는 피고인(장씨)의 진술서도 대신 썼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장씨는 한글을 거의 읽지 못하고 짧은 문장밖에 구사하지 못하지만, 진술서는 긴 완성형 문장으로 작성됐다. 경찰과 검찰은 이 진술서를 장씨의 자백 증거로 삼았다. 법조계는 경찰이 김씨를 사실상 장씨의 신뢰관계인으로 인정해 동석시키면서도 실제 신뢰 관계에 있는지는 검증하지 않아 수사가 왜곡됐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관련 법과 ‘장애인 수사 매뉴얼’에 따라 피조사자의 장애인 여부를 확인하고, 장애인일 경우 신뢰관계자를 동석하게 할 의무가 있지만 피조사자와 신뢰관계자의 진짜 관계를 검증하지 않았다. ●깜깜이 기소… 검찰 역할 고민해야 경찰의 수사를 받아 든 검찰은 전과 확인 등 비대면 수사만으로 장씨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장씨가 지적장애 여성으로 성매매 피해자일 가능성이나 학대 정황은 살피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 조사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약식명령 과정의 특성상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지청 고위 관계자는 “기소할 당시 경찰 조서를 보면 (피고인이) 멀쩡하게 응답하는 것으로 나와 (검찰은) 이 분이 중증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며 “통상적으로 피고인이 장애가 있으면 표시를 하는데 이 건에는 그마저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 모든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게 검찰의 역할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장씨에 대한 무죄 선고 후 이례적으로 항소를 하지 않은 건 새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 과정에서 장씨가 성매매 피해자라는 정황이 새로 드러나면서 이 사건을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소권을 행사한 주체인 만큼 장씨를 범죄자로 만든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국선변호인은 “검찰의 논리대로 하면 경찰이 잘못된 수사나 부실한 수사를 하더라도 검찰이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며 “약식명령 과정에 굳이 검찰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상황만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단순 사건이라도 억울한 피고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검찰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심 재판부의 끈기 있는 증인 심문 끝에 무죄 판결 이후 장씨는 가족의 보호를 받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홍씨는 수사망을 피해 다니며 아직 처벌받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은 장씨 보호자와 국선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그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나이와 성매매 지역, 변호인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서울신문 탐사기획 ‘법에 가려진 사람들’ 스마트폰으로 찍어 동영상으로 보세요.
  • 판사 “옷 벗고싶나”vs 대리기사 “누가 신고했나”… 같은 공무집행방해죄, 법의 기울기는 달랐다

    판사 “옷 벗고싶나”vs 대리기사 “누가 신고했나”… 같은 공무집행방해죄, 법의 기울기는 달랐다

    벌금 같다고 형벌의 무게 같을까법의 저울 은 동일한 죄에도 기울기가 달랐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받은 김정환(56·가명)씨는 판사, 최명식(57·가명)씨는 대리 운전기사다. 24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동년배인 두 사람은 공무집행방해로 각각 벌금형을 받았지만, 이들이 겪은 법 집행 과정과 형벌의 무게는 판이하게 달랐다. ●있는 자에게 유리한…기울어진 법의 관용 김씨는 2014년 3월 새벽 1시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술집에서 술값으로 실랑이를 벌이다 종업원을 폭행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얼굴을 때렸다. 김씨는 당시 경찰에게 판사라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너 옷 벗게 해줄까”라는 위협도 가했다. 김씨는 공무집행방해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폭행 피해자였던 종업원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김씨의 혐의에서 제외됐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벌할 수 없다. 3월에 사건이 벌어졌지만 기소가 된 시점은 9월, 공판은 10월이었다. 재판이 열리기까지 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법조계는 공무집행방해처럼 사안이 명백한 사건의 경우 기소와 공판까지 걸리는 시간을 통상 3개월 안팎으로 본다. 이수원 변호사는 “기소 시점과 공판 기일이 지연될수록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공판 시점을 늦춰 시간을 버는 일은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피해 경찰관과 합의를 했다. 해당 경찰관은 서울신문과 만나 “김씨가 전화로 수차례 사과를 해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써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다른 경찰은 “공무집행방해건의 경우 일반 폭행건과 달리 공적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통상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은 재판에서 피해 경찰관이 선처를 바란다는 점을 감안해 벌금 500만원 판결을 내렸다. 검찰 구형은 징역 10개월이었다. 최씨는 2017년 3월 오후 9시쯤 식당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팔을 내리치고 배로 밀쳤다. “누가 신고한거냐”고 따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이었다.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최씨에 대한 법 집행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사건 3개월 만인 6월 재판이 열렸고, 다음달인 7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경찰의 합의서는 존재하지 않았고 “본인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국선변호인의 의견이 전부였다. 다수의 공무집행방해건을 처리했던 한 변호사는 “출동한 경찰에게 현직 판사가 ‘옷을 벗고 싶으냐’고 위협하는 것과 일반인이 ‘누가 신고한 거냐’고 따진 행위는 같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라도 수위가 다르다”면서 “김씨와 최씨가 같은 형량을 받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사 된 판사, 자신 사건 인터넷 검색 제한 동일한 500만원 벌금형이었지만 두 사람이 짊어진 형벌의 무게는 달랐다. 김씨는 10월 30일 벌금형이 확정되자마자 벌금을 납부한 뒤 그해 바로 사무실을 열었다. 공판이 열리기 한 달 전 법원이 “김씨의 범죄행위가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가 아니다”라며 파면이나 해임 등의 강제면직이 아닌 의원면직 처분을 내린 덕분이다.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강제면직을 받았다면 판사 퇴직 후 변호사 활동은 불가능하다. 검찰의 구형인 징역이 아닌 벌금형을 받은 점도 김씨가 변호사 곧바로 개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각각 5년·2년이 지나야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다. 현재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변호사 개업 후인 2015년 1월 법원에 자신의 판결문을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없도록 열람·복사제한 신청을 했다. 김씨의 판결문은 사건번호만 알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찾을 수 있는 다른 이들의 판결문과 달리 직접 법원에 방문해 열람을 신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볼 수 있다. 반면 사업 실패 후 빚더미에 앉은 최씨는 벌금을 내지 못해 강제 노역의 기로에 섰다. 대리운전을 하며 한 달 15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최씨의 가족에게 벌금 500만원은 수개월치 생활비와 맞먹었다. 그는 장발장은행에서 대출받은 300만원 등으로 노역을 면하고 정상적인 생계 활동에 나섰다. 최씨는 거치기간 6개월 후 매달 25만원씩 장발장은행에 상환해 1년 6개월 만에 벌금형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탐사기획부 안동환 부장,박재홍·송수연·조용철·고혜지·이태권 기자
  • “코로나19 대응은 한국사회 공공성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

    “코로나19 대응은 한국사회 공공성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한국사회 공공성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지난 20일 한국행정연구원은 ‘공공성의 이해’란 주제로 제18차 공공리더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임의영 강원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공공성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등장했다”며 “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가 급격하게 실천적 삶의 원리로 뿌리를 내리며 정부와 공공부문 기능 축소에 대한 우려가 표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공성의 위기’ 또는 ‘공공성의 훼손’이란 압축적 표현에서는 한국 사회의 특성인 가족주의와 연고주의, 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 불평등의 심화 등의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러한 공공성의 훼손은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 정부의 관료제에 뉴거버넌스 모형 도입, 시민사회의 민주화, 사회적 경제 확대 등을 들었다. 특히 행정체계의 뉴거버넌스는 정부가 정책과정을 독점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사회의 주요 세력들과 정책 과정을 공동관리하는 모형이다. 임동진 순천향대 교수는 가족주의와 연고주의가 공적 규범을 훼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동양과 서양의 인식 및 사고 구조와 체계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디어의 공정성 확보도 언론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독재국가에서 대부분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주의의 위기 역시 투표율이 높으면 바람직하지만, 그보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도 정치가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공공성을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며 “공공성의 대비되는 개념인 사익성도 중요하고 가치 있는 개념으로 민주주의 국가는 기본적으로 국가보다 개인권과 사유재산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 원장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언론의 자유가 없고 지방정부가 중앙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손발이 묶이면서 비극이 확대됐다”며 “이는 결국 공공성 수준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정신의 확대와 제도적 혁신으로 시민들의 공감능력을 기르고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되풀이되는 감염병 사태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공공성을 제시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아시아의 병자’/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시아의 병자’/박홍환 논설위원

    중국 근대사의 거인인 루쉰(魯迅·1881~1936)은 원래 의학도였다. 국비유학생으로 1904년 일본 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한 그는 수업시간에 목도한 러일전쟁 당시의 사진 한 장을 계기로 인생의 목표를 바꿨다. 러시아에 군사기밀을 넘긴 죄로 일본군에게 참수되는 중국인 사진이었는데 건장하지만 멍청한 얼굴의 중국인들이 잔뜩 모여들어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루쉰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정신을 뜯어고치는 일이 더 시급하다”며 그 길로 학교를 때려치우고 사상 계몽운동을 시작했다. 일본 학생들의 환호소리를 들으며 그는 “어리석고 겁약한 국민은 사형수나 구경꾼밖에 될 수 없다”는 참담함을 느꼈던 것이다. 당시 중국은 19세기 중반의 아편전쟁 이후 서구 열강에 제 땅을 내주고 불평등조약을 감수해야만 했던 처지였다. 조계지에서 발행되던 영국계 신문은 중국을 ‘동아시아의 병자’(Sick man of East Asia)라 조롱했다. 상점에는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라는 팻말까지 내걸렸다. 청말 사상가인 량치차오(梁啓超·1873~1929)가 이 같은 내용을 알렸고, 이웃 국가인 일본조차도 ‘도우아뵤오후’(東亞病夫)라고 손가락질했다. 교육가 옌푸(嚴復·1854~1921)를 비롯해 많은 중국의 지식인들이 “오늘의 중국은 병든 사람과 다름없다”고 절망했다. 심지어 마오쩌둥(毛澤東)조차도. 영화에서도 많이 묘사됐다. ‘브루스 리’ 이소룡 주연의 영화 정무문(1972년)이 대표적이다. 서구 열강의 조계지가 설치돼 있던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는 주인공 브루스 리가 일본인들이 도장에 던져 놓고 간 ‘도우아뵤오후’ 편액을 떼어내 내동댕이쳐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중국인은 동아시아의 병자가 아니다”라고 외친다. 리옌제 주연의 영화 ‘무인 곽원갑’(2006)에서는 주인공이 서구의 근육질 무사들을 차례로 때려눕힌다. ‘아시아의 병자’라 조롱하는 서구 열강을 격파한다는 의미다. 중국 외교부가 ‘중국은 진정한 아시아의 병자’(China is the real sick man of Asia)라는 칼럼 제목을 문제삼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중국 주재 기자 3명의 기자증을 회수하고, 강제추방 명령을 내렸다. 지금 어느 누구도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중국을 ‘아시아의 병자’라 여기지 않는데도 중국이 100년 전의 자격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닌지 안타깝다. 스스로를 대국으로 자처하는 중국이 여전히 기자증 갱신을 무기로 외국언론까지 통제하는 악습을 버리지 않는 것도 놀랍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발표 하루 전날 미 국무부는 신화통신 등 중국 국영언론사들에 대한 규제 방침을 밝혔다. 추방조치가 그 보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tinger@seoul.co.kr
  • 靑 찾은 봉준호 “축하·짜파구리 대접, 충격의 도가니”

    靑 찾은 봉준호 “축하·짜파구리 대접, 충격의 도가니”

    “영화가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 봉 “대통령 연설이 시나리오급” 화답 金여사 “어려운 상인들 위해 대파 넣어”“제 아내가 헌정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끓인 라면·영화 ‘기생충’에서는 채끝살을 넣어 끓여 빈부격차를 보여 주는 소재로 등장)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습니다. 유쾌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제작·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오스카에서 새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아주 자랑스럽다”면서 “오스카는 ‘(백인·남성·영어권 위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기생충’이 빼어나고, 봉 감독이 탁월해서 비영어권 영화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이 보여 준 사회의식에 대해서 깊이 공감한다”며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고, 불평등 해소를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고 있는데 속 시원하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7분여간 이어진 대통령 인사말이 끝난 뒤 봉 감독이 “저나 송강호 선배 다 한 스피치(연설)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축하부터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라며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평소 체화된 주제 의식이 있으시기 때문에 줄줄줄 풀어내신 것 같은데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말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찬 중 ‘짜파구리’가 등장하자 김 여사는 “저도 계획이 있었다”(‘기생충’ 대사 차용)며 “어제 오후 내내 조합을 한 ‘짜파구리’”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지역경제가 위축돼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도 위할 겸 대파를 샀다”면서 “이연복 셰프에게 ‘짜파구리’와 대파를 어떻게 접목할지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소고기 안심을 넣으면 느끼할 것 같아 돼지고기 목심을 썼다”며 “저의 계획은 대파였다. ‘대파 짜파구리’”라고 했다. 봉 감독이 “짜파구리를 한 번도 안 먹어 보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맛있다”고 하자 김 여사는 “대파 소비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가 나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소득불평등 나아졌는데… 자영업자는 5분기째 ‘끝모를 추락’

    소득불평등 나아졌는데… 자영업자는 5분기째 ‘끝모를 추락’

    자영업 소득 2.2%↓… 역대 최장 내리막 최저임금 등 종업원 둔 자영업 감소폭 커재정투입에 저소득층 소득은 소폭 늘어 “단기 아닌 지속 가능한 일자리 개선돼야”자영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가구당 사업소득이 역대 최장인 5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특히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재정투입 확대로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소득층과의 격차는 소폭 완화됐다. 20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7만 2000원으로 1년 전보다 3.6% 늘었다. 일을 해서 번 근로소득과 정부보조금을 비롯한 이전소득이 각각 5.8%, 3.7% 증가했다. 반면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2.2% 감소했다. 사업소득은 2018년 4분기 -3.4%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 곡선을 그렸다. 5분기 연속 내리막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기간이다. 자영업 불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중산층 이상 계층에서 사업소득 감소가 두드러졌다. 소득 3분위(상위 40∼60%)가 -10.9%로 가장 감소폭이 컸고 4분위(상위 20~40%)와 5분위(상위 20% 이하)도 각각 -7.0%, -4.2%를 기록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3·4·5분위 사업소득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건 (1인 자영업자보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의 부진에 따른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2018년(16.4%)과 지난해(10.9%) 2년 연속 큰 폭으로 인상된 데다 자영업 구조조정까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우리나라 자영업이 과도하게 많았던 건 사실이고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비 활동 감소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 위주로 재편돼야 사업소득이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당분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사업소득은 물론 근로소득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소득불평등이 개선된 건 긍정적이다. 5분위 소득을 1분위(하위 20% 이하) 소득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처분가능소득 기준)은 5.28배를 기록해 3분기 5.37배보다 약간 완화됐다. 1분위 소득이 6.9% 늘어난 반면 5분위는 1.4%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5분위 배율은 지니계수와 함께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다. 1분위 소득이 증가한 건 근로소득이 7분기 만에 증가세(6.5%)로 돌아선 데다 이전소득(6.5%)도 늘었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 등 재정 일자리 사업이 효과를 냈고 기초연금과 근로장려금(EITC) 등이 확대된 덕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7분기 연속 감소하던 1분위 근로소득이 반등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4분기 취업자가 40만명 이상 증가하는 등 고용 개선이 분배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위 근로소득 증가는 재정으로 일으킨 것인 만큼 실제론 이전소득 성격을 가진다”며 “(저소득층 소득 개선이) 지속가능성을 보일지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봉준호 “대통령 말씀 듣고 충격의 도가니 빠졌다”

    봉준호 “대통령 말씀 듣고 충격의 도가니 빠졌다”

    문 대통령 “불평등 해소 최고의 국정목표 금방금방 성과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탄다” “제 아내가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함께 끓인 라면·영화 ‘기생충’에서는 소고기 고급부위인 채끝살을 넣어 끓여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재로 등장)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습니다. 함께 유쾌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 길게 말씀하시는 것 보면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봉준호 감독).”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제작진·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특별한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오스카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아주 자랑스럽다”면서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이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백인·남성·영어권 위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탁월해서 비영화권 영화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 최고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봉 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에 “별로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답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문 대통령은 ‘기생충’과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케이팝, 한국 드라마, 국제 음악콩쿠르 수상 등을 거론하며 “한국은 문화 전반에서 변방이 아닌 세계 중심부에 진입해 인정받는 문화가 됐다. 그런 특별한 자랑스러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우리 문화예술 산업 분야가 저변이 풍부하다거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문화예술계도 ‘기생충’이 보여준 것과 같은 불평등이 존재하고, 특히 영화 제작 현장에서나 제작·배급·상영 등 유통구조에 있어 불평등한 요소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대해서 아주 깊이 공감을 한다”며 “전세계적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데, 반대도 많이 있기도 하고, 속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표준 근로시간제, 주 52시간 등을 준수한 봉 감독과 제작사에 경의를 표한 뒤 “일없는 기간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복지가 잘되도록 노력하고, 영화 유통구조에서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영화산업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 지원을 늘리고,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며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7분여간 이어진 대통령의 인사말이 끝나자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선배 다 한 스피치(연설)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대통령이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거쳐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언급을 거쳐 결국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2페이지다.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라고 말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어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체화된 어떤 이슈에 대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줄줄 풀어내신 것 같은데 많은 시상식을 갔지만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도 지금 말씀하신 것의 4분의 1 정도의 짧은 스피치도 프롬프터를 보면서 한다”며 “의식의 흐름인지,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글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정숙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거들었다. 주연배우 송강호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오찬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등 제작진 12명,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선균 등 배우 10명,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이회수 김포을 후보 ”국민소환제·면책특권 등 폐지해 국민이 주인되는 국회 만들겠다“

    이회수 김포을 후보 ”국민소환제·면책특권 등 폐지해 국민이 주인되는 국회 만들겠다“

    이회수 경기 김포시을 예비후보는 20일 김포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권국회와 군림국회, 놀고먹는 국회, 난장판 국회를 갈아엎고 국민이 국회를 통제하는 국민의 국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국회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닫고 국민의 요구를 냉정하게 뿌리쳤던 사상 최악으로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분노를 넘어 혐오와 절망을 심어 주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발 아래 국회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21대 국회에 들어가면 주권자인 국민과 함께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면책특권·불체포특권 폐지, 국민투표법 개정 등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새로운 국민정치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 총선은 분단 70여년의 기득권 세력, 더 길게 보면 일제 식민지 시대로부터 지난 100년의 역사에서 친일매국세력을 청산하느냐 못하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선거라고 정했다. 또 단순히 국내 정치세력간의 땅따먹기나 표 싸움이 아니라 외세를 등에 업고 부귀영화를 누려온 세력과 민주와 개혁, 자유와 평등, 평화와 통일의 길로 전진하려는 세력간의 100년 전쟁의 결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민생선거’다. 온 세계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집중하는 것은 바로 불평등과 격차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불평등, 중앙권력의 비대화와 지방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은 물론 정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는 “우리 김포시는 내년에 50만 대도시 진입이 예견돼 새로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민행복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보다 질적인 차원의 혁신적인 김포발전 전략이 제시되고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저는 수도권 서부전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김포반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10대 핵심공약과 7대 정책추진과제를 내걸고 이번 총선에 임하겠다”고 역설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서는 윤창호법이 통과되기 전 10여년 전에 실수한 일이고 시민들께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중앙당의 정밀한 심사를 거친 사안으로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회수 후보의 10대 핵심공약. ▲동서축 GTX-D(김포↔하남)노선 등 서부권 광역교통망 조기 확정 추진 ▲김포 평화특례도시 국가지정 추진 ▲신도시 내 김포시청 제2청사 건립 추진 ▲신도시 초중고 이음터 학교 추가 건립 ▲김포시민예술의전당 건립▲청년·농어민 기본소득 신설 ▲0~14세까지 병원비 국가 책임제 시행 ▲지역 밀착형 생활 SOC 확충 ▲소상공인 육성과 풀뿌리 지역경제 활성화 ▲마곡형 테크노 파크 조성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차명계좌로 컨설팅료 수십억 꿀꺽…138명 ‘스카이캐슬 탈세’ 세무조사

    차명계좌로 컨설팅료 수십억 꿀꺽…138명 ‘스카이캐슬 탈세’ 세무조사

    다수의 SKY(서울·고려·연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입소문을 타고 강남 일대에서 유명해진 입시전문 컨설턴트 A씨는 평소 개인 블로그의 비밀 댓글을 통해 소그룹 회원을 모집했다. 입금 선착순으로 회원들을 모집한 A씨는 개별적으로 통보한 비밀 장소에서 강좌당 약 500만원 이상의 컨설팅을 진행했고, 학생이 목표 대학에 합격하면 성공 보수를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컨설팅료 등을 회사 관계자 수십명의 차명 계좌로 받았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전체 수입 금액도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탈루한 소득을 이용해 배우자 명의로 20억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를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18일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방불케 하는 고액 입시 컨설턴트와 학원 스타 강사, 고위공직자 출신의 변호사를 포함해 불공정 탈세 혐의 사업자 138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고액 수강료로 부모의 재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며 세금을 탈루한 입시컨설팅 업체 관계자, 학원 스타 강사가 35명이다. 고위공직자로 퇴직한 뒤 고액의 수입을 올리면서 세 부담을 회피하는 변호사·세무사 등도 28명이나 됐다. 전직 고위공무원 출신 변호사 B씨는 고액 대형사건을 수임하면서 성공 보수금을 포함한 수임료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세금을 탈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지인 변호사를 대표로 한 사무실을 설립해 수입액을 그쪽으로 분산해 100억원 이상 수입을 누락했다. 또 사무장 이름으로 유령 컨설팅 업체를 설립해 허위로 수십억원의 비용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성공 보수금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세무조사를 대비해 수수료 정산 서류도 허위로 작성했다. 국세청은 B씨에게 100억원이 넘는 소득세를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밖에 의약외품 도매업자 C씨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수입액을 누락해 왔으며,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사주 일가 명의의 위장업체를 통해 원가가 10억원(1개당 400원)인 마스크 230만개를 매점매석했다. C씨는 이후 차명계좌를 이용해 현금 거래를 조건으로 마스크 1개당 1300원(정상판매가 700원)씩에 비싸게 되팔아 13억원가량의 폭리를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박스오피스 2000억원 넘긴 기생충… WP “미국 현실, 한국보다 더 나빠”

    미 아카데미상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글로벌 박스오피스 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세계적으로 1억 7042만 달러(20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북미 누적 매출은 3940만 달러, 북미 외 지역에서는 1억 3102만 달러를 벌었다. 또한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수상 효과로 역대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가운데 흥행 5위에 올랐다. 기존 흥행 5위 작품은 2006년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3760만 달러)였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지난 주말 사이 기생충 상영관을 기존 1060여개에서 두 배에 가까운 2000개 이상으로 늘렸다고 이 사이트는 전했다. 다만 밸런타인데이와 대통령의 날 연휴를 맞아 대형작들이 극장가에 새로 나오며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일간 기준)는 4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해외 매체들은 기생충 상영관이 크게 늘며 누적 박스오피스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트는 “기생충의 북미 누적 박스오피스가 4400만 달러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것”이라며 북미에서만 52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불평등을 다룬 ‘기생충’의 메시지에 주목하는 외신들의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기생충은 한국의 불평등을 악몽처럼 그린다. 미국의 현실은 훨씬 더 나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불평등 문제가 한국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관객들이 특히 영화의 메시지에 크게 공감한 이유가 여기 있다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미국 내 (기생충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WP는 이 보도에서 육아휴직, 보편적 육아교육, 육아보조금 등 한국의 복지제도를 소개하며 미국에는 이같은 제도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영화의 소재가 된 한국의 반지하 실태를 조명하는 인터넷 기사를 이튿날 내보내기도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인호 서울시의원 “총선 앞둔 정치권, 영화 ‘기생충’ 속 반지하 삶이 시사하는 불평등 마주해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3)이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인 영화 ‘기생충’에 대해 극찬하며 영화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표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10일 미국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해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비영어권’, ‘아시아계’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해 수많은 ‘최초’ 기록을 세우게 됐다. 앞선 2019년 5월, 제72회 칸 영화제에서도 작품상(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1955년 미국 영화 ‘마티(Marty)’ 이후로 64년 만에 칸과 아카데미를 동시 석권한 영화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이번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석권은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저력을 알린 쾌거”라고 극찬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멋지게 극복해 낸 사례로 국민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안겨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를 통해 전 세계가 목격했을 우리나라의 반지하 삶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면서 “빈부격차, 불평등을 매일같이 겪어내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대안과 정책을 위해 서로 마주하고 소통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제21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구조적 빈부격차를 담아낸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로부터 공감 받은 것 대해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영화의 발전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는 국민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집에는 언제 가나” .. 중국 탁구 두 달째 ‘코로나 노마드’

    “집에는 언제 가나” .. 중국 탁구 두 달째 ‘코로나 노마드’

    이달 초 독일오픈 끝난 뒤에도 중국 복귀 못하고 카타르에 셋방 신세부산세계선수권 때에도 자국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산행 .. 귀향 난망중국 탁구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최강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1대1의 맞춤형 교육·훈련 시스템이 한 몫 했다. 선수 한 명에 코치 한 명, 피지컬 트레이너도 한 명이 따라붙는다. 철저한 관리를 통한 기본기 습득을 위해서다. 국가대표 뿐 아니다. 우리 식으로 치면 2군 격인 상비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러다 보니 선수단 규모도 으뜸이다. 오는 3월 22일 부산에서 막을 올리는 팀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 선수들은 남녀 각 5명이지만 대회조직위에 등록된 선수단 총인원은 무려 79명이다. 80명에 가까운 중국 탁구선수단이 지금 유랑 아닌 유랑 생활을 하고 있다. 벌써 2개월째다. 지난해 12월 자국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파이널을 축제로 마친 중국선수단은 곧바로 유럽으로 날아가 2020시즌 준비를 위한 훈련캠프를 차렸다.1월말 시작되는 월드투어 플래티넘 대회인 독일오픈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계획은 1월 중순 중국으로 돌아와 팀을 다시 꾸린 뒤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후베이성을 진앙지로 한 ‘신종 코로나’ 쓰나미가 선수단 귀가에 파장을 미쳤다. 결국 선수단은 자국 복귀를 독일오픈 참가 이후로 미뤘다. 그런데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중국내 희생자가 600명을 넘어서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선수단은 일정을 재차 수정했다. 3월 3일 도하에서 열리는 카타르오픈을 치르고 상황을 다시 체크한 뒤 22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참가한다는 ‘플랜B’를 작성했다. 그런데 지난 2일 독일오픈이 끝난 뒤 카타르오픈이 열리는 한 달 동안 머물 곳이 없었다. 서유럽에서 열리는 챌린지투어에 눈길이 갔지만 아무래도 ‘격’에 맞지 않았다. 류궈량 중국탁구협회장은 지난 3일 ITTF와 카타르협회에 도움을 청했고, 카타르는 요청 하루 만에 “그렇게 해주겠다” 즉답을 날린 뒤 15개의 테이블과 의료 장비, 최고급 호텔과 식사 등 ‘고품질’의 훈련 환경을 제공했다. 류궈량 협회장과 중국선수단은 지난 11일 자국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카타르의 도움으로 일주일째 훈련을 하고 있다. 카타르가 그렇게 짧은 기간 모든 걸 준비할 줄은 몰랐다”면서 “카타르오픈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그러나 중국은 카타르오픈 뒤에도 자국 복귀를 또 미루고 대회가 끝난 3일 뒤인 오는 3월 11일 세계선수권대회가 막을 올리는 부산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29일 부산대회가 끝난 뒤 중국 복귀가 가능해진다 해도 유랑생활은 ‘눈칫밥’ 100일을 훌쩍 넘기게 된다. 중국선수단을 맞이할 부산세계선수권 조직위는 긴장이 역력하다. 정현숙 사무총장은 12일 “잠복기를 고려해 입국 14일 전까지 선수단의 건강진단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ITTF와 공조해 입국시, AD카드 수령시, 숙소 출입시 열화상카메라 등으로 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수단에는 후베이성 출신 선수들이 없다. 정 총장은 또 “중국 측의 거센 항의로 오늘 취소된 중국선수단에 대한 부산시의 ‘특별 관리’ 계획은 조직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나온 것”이라면서 “특정 국가 선수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자칫 외교문제까지 촉발할 수 있는, 불평등하고 부당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부산시는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면서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비워 중국선수단에 배정하고 전용 엘리베이터만 사용하도록 해 동선을 분리하는 등의 특별 관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 부산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정의선 “美와 수소사회 조기 구현 노력”

    정의선 “美와 수소사회 조기 구현 노력”

    수소전지 혁신·저변확대 협력 MOU 체결 에너지부에 수소차 넥쏘 5대·충전소 지원 주행시험·내구성·연료효율 등 데이터 공유 수소의 에너지원 응용… 산업군 확장 기대현대자동차가 미국 정부와 손잡고 미국 전 지역을 대상으로 수소 기술 전파에 나선다. 수소차 ‘넥쏘’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에너지부(DOE) 청사에서 “현대차와 미국 정부가 수소와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을 혁신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데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체결식에는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 김세훈 전무와 미국 에너지부 수니타 사티아팔 국장이 참석했다. 에너지부는 미국의 에너지 관련 정책과 미래 에너지 연구개발을 주관하는 연방정부 부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마크 메네제스 에너지부 차관과 만나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소와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수소연료전지 기술 대중화에 적극적이고 에너지부가 수소의 잠재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이번 협력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미국 정부와 함께 수소 사회가 조기에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MOU를 통해 현대차는 에너지부에 수소차 넥쏘 5대를 제공하고 워싱턴DC에 수소 충전소 건립을 지원한다. 양측은 혹독한 환경과 조건에서의 넥쏘 주행 시험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내구성과 연료효율, 성능 등에 대한 상세한 실증 데이터 확보에 나선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데이터는 미국 정부기관과 학계, 산업 분야와 공유하게 된다. 현대차는 또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측에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기술 관련 전문가 육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수소 에너지 인력 개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와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대한 미국 사회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으로, 실증 데이터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응용할 수 있는 산업군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현대차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수소차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하는 수소 경제 사회 구현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도 가속력이 붙게 됐다. 미국은 수소 생산, 저장, 활용 등 가치사슬 전 단계에서 각종 투자를 이끌어 내 미국의 고질적 사회 문제인 소득 불평등과 일자리 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차세대 ‘기생충’ 멀지 않은 곳에”…美타임, 아카데미 수상 분석

    “차세대 ‘기생충’ 멀지 않은 곳에”…美타임, 아카데미 수상 분석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영화 역사를 다시 쓴 가운데,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이 수상 비결 및 영향에 대해 집중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타임은 할리우드의 베테랑 프로듀서인 자넷 양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의 성공은 외국영화, 특히 미국의 아시아 영화에 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연 뒤 “영어 이외의 언어로 된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가로막은 벽에 금이 가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임에 따르면 1980년대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영화 대부분은 저예산 및 저소득에 특화돼 있었고,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92년의 아카데미시상식 역사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외국어 영화는 단 12편에 불과하며, 2000년 당시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을 거뒀지만 이후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외국어 영화의 범위를 확대하는데 도움이 된 작품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략적 선택을 통해 ‘국제적인 스타’로 향하는 길을 간 사람은 다름 아닌 봉준호 감독이었다. 타임은 UCLA의 연극 및 공연연구전문가인 김석영 교수의 평론을 인용해 “기생충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단순히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의 수준이었다”며 “영화는 공포와 유머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볼 때 분명 한국적이지만, 격렬한 불평등에 대한 탐구는 정확한 순간에 시대정신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타임은 “한국 영화산업은 2013년부터 정체를 겪고 있다.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극장에서 점점 더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많은 관심을 끌지만, 나머지 영화 제작자들은 세계적으로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의 성공은 이미 트리클-다운(Trickel-down)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낙수효과’로 번역되는 트리클다운 현상은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타임은 김용훈 감독, 전도연, 정우성 주연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이 밝은 미래상을 수상한 것을 예로 들며, 이러한 수상 성적이 ‘기생충’ 이후 세계 유수 영화제가 아시아, 특히 한국의 영화를 눈여겨본 결과라고 분석했다. 타임은 “따라서 ‘차세대 기생충’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굳이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된다”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비일본어 영화 ‘파비안느의 관한 진실’이 제76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었고, 한인 작가 이민진(51)은 장편소설 ‘파친고’(Pachinko, 2017)로 뉴욕타임스 10 베스트 북에 선정되는 등 돌풍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기생충’ 덕분에 이들 모두 영화제뿐만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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