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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획이 다 있었나” 김예령 전 기자 미래한국당 비례 면접

    “계획이 다 있었나” 김예령 전 기자 미래한국당 비례 면접

    신년기자회견에서 “자신감” 질문으로 논란비공개 비례대표 후보 면접장 참석 알려져 신년기자회견에서 정책에 대해 묻지 않고 자신감의 근거를 물어 논란이 됐던 김예령 전 경기방송 기자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신청했다. 김예령 전 기자는 15일 열린 미래한국당 비공개 비례대표 후보 면접을 치렀다. 김 전 기자는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인생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또 다른 어떤 세계가 펼쳐질 지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제 스펙트럼에 제 자신은 안도한다”며 다른 길로 가겠다는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김예령 전 기자가 몸 담았던 경기방송은 지난달 20일 폐업을 결정했다. 김 전 기자는 9일 전인 2월11일 경기북부 2진으로 발령이 났고 이와 관련해 신년 기자회견 논란이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방송은 방통위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고 경영 투명성 및 편성 독립성을 위한 제대로 된 개선계획을 내지 않는 등 비위 문제로 논란이 돼 지난해 말 방송사업 조건부 재허가 승인을 받았다.김 전 기자는 당시 신년기자회견에서 소속은 밝히지 않고 “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시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물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김 기자의 질문이 끝나자 ‘경기방송의 김예령 기자’라고 소속을 대신 소개했고, 문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오늘 제가 모두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린 것”이라며 “그에 대해서 필요한 보완들은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정부의 경제) 정책기조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은 이미 충분히 드렸기 때문에 또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KBS 최경영 기자는 이와 관련 “무슨 정책인지도 질문에는 나오지 않고, 무슨 경제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도 알 수 없고, 그러니 인과관계는 당연히 나오지가 않고 이미지로만 질문하는 방식”이라면서 “말을 모호하게 시작하니까 결국 마지막 나오는 질문도 추상적이고 인상비평만 하는 것 같은 이상한 질문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국민을 대표로 해서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특별한 자리고 영광”이라고 강조하고는 “조금 더 공부를 하라. 너무 쉽게 상투적인 내용으로 질문하지 마시라. 그렇게 해서 어떻게 막강한 행정권력, 대통령을 견제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예령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무례하게 굴 의도는 없었으며, 지목받은 것이 뜻밖이라 당황해 자기소개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물론 듣기에 따라 무례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왜 제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대통령께 질문하겠느냐. 대통령이 ‘자신 있다!!’ 이렇게 답변하길 바랐다”고 답했다.손석희 앵커는 JTBC ‘뉴스룸’을 통해 “과거 지난 정부에서 봤지만 대통령 간담회에서 기자는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있던 것과 비교한다면 김 기자의 질의는 권위주의 정부를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역사학자 전우용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보인 태도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기자들이 보인 태도를 보면 현재의 나라사정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사정이 나쁠 때 공손한 태도로 침묵하고, 사정이 좋아지면 패기 있는 태도로 아무 말이나 합니다. 그러니 언론에 나라 망해간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 건,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라는 의견을 적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열린세상] ‘시장실패’는 시장으로 풀 수 없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시장실패’는 시장으로 풀 수 없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했다. “핵폭탄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없지만 바이러스는 멸망시킬 수 있다”는 빌 게이츠의 진단을 새삼 떠올리는 선포이다. WHO는 면피하려는 듯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의 확산 범위나 희생자 수는 감히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한국에서 조심스럽게 코로나19 탈출구가 기대되는 사이에 전 세계에서는 팬데믹이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약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원인 진단과 대응방식에서 의학적 관점보다 정략적 관점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중국과의 국경 개방을 확산의 원인으로 들고 있는 반면 여당은 신천지의 독특한 종교활동 행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급기야 여당에 반발해 일요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일부 교회의 주장과 대구시가 신천지 추적에 늑장 대응한다는 여당의 비난이 교차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진영논리는 정치권을 넘어 시민사회까지 전파되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극심해지고 있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대로 반복돼 국민생명의 보호라는 지고의 가치가 정권투쟁이라는 하위 목표에 훼손당하고 있다. 한국의 효율적인 코로나19 방역체계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칭찬 섞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철저한 정보 공개와 자유로운 통행을 유지하면서 신속한 진단과 처치에 성공하는 모습은 ‘효율적인 민주적 대응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 모범’이 될 수 있을지는 짚어볼 일이다. 팬데믹 선언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빙 스루’나 진단키트 등 기술혁신은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도 방역체제 자체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없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한국과 선진국의 시각 차이는 한국의 방역시스템이 세계 모범이 될 수 없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이탈리아가 베네치아 도시 봉쇄는 단행할지언정 유증상자 개인의 동선 확인 및 공개는 방역전략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시장실패’에 시장으로 대응하려는 정부의 모순된 전략이 반복되고 있다. 의료부문은 대표적인 시장실패 영역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신속한 진단은 물론 확진환자의 입원과 집중적인 치료, 높은 완치율을 달성할 수 있게 해준 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행위도 공공의료 덕분에 가능하다. 게다가 청도 대남병원 사례에서 드러난 요양체계의 허점은 서울 콜센터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을 가져온 노동환경과 함께 전염병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이 소리 없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공공의료를 강화할 필요성을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마스크 수급불균형은 일시적이나마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사례이다. 적지 않은 국민이 수백m씩 줄을 서서 마스크를 샀던 기억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구조적인 수급불균형 상태에서는 공정한 배정이 중요해진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정부에 의한 ‘배급’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야당이 쳐 놓은 ‘북한식 배급’이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인지 시장공급이라는 모양새를 고수하고 있다. 우체국은 물론 주민센터, 구청 등 공공기관이 주민을 찾아가는 방문배급을 우선하면서 방문쪽지를 남겨 이를 지참한 주민에게 마스크를 배급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비상상황에는 비상대책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비상대책도 사람 중심의 대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재정정책에서 ‘민생’을 제대로 중심에 두는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우선시하면서 실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소홀히 하는 관행은 차제에 분명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보지 않고 ‘시장’만 보면 청년과 노인,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보이지 않아 결국 차별하게 된다. 개별 국민에게서 1이라는 숫자밖에 보지 못하면 디지털 격차, 정보 격차, 기동력 격차, 체력 격차 등이 초래하는 심각한 불평등이 초래된다. 전염병 퇴치는 ‘시장실패’로 심화되는 불평등 해소를 당연히 수반해야 하는 것이다.
  • “코로나 전수조사와 확진환자 동선 추적에 덜 불안해해야”

    “코로나 전수조사와 확진환자 동선 추적에 덜 불안해해야”

    “지금은 접촉자의 완전한 전수조사와 확진환자의 완전한 동선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이 일에 온 공무원들이 매달리면 정작 더 급한 일을 놓칠 수가 있습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후 60일 가까이 흘렀다. 지난달 18일부터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로 나타나자 정부는 지난달 24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집단감염 사례가 지난달 신천지 대구교회와 경북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중증장애인 시설인 경북 칠곡군 밀알사랑의집 등에 이어 최근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과 서울 구로구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정부세종청사에서도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만큼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5일 오전 0시 기준으로 확진환자가 8162명이고, 하룻밤 만에 많게는 수백명의 확진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국내 대표적인 공공보건의료 전문가인 김창엽(아래 사진·60)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김 교수는 2006~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시민건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전수조사와 동선 추적에 덜 불안해하자고 제안한 이유는.“감염 유행 초기에는 접촉자를 신속히 찾고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확진환자가 8000명이 넘는 상황이라면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확산을 막는 것보다 확진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에 집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미 감염원이 명확하지 않은 확진환자가 상당 수다. 이날 0시 기준 전체 확진환자 8162명 중 19.2%는 전파 경로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감염이다. 지금은 중증·경증환자를 치료할 병상 수를 확보하고 자가격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잘 확인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지금 더 급하게 해야 할 일이란.“코로나19 환자 증상이 중증 이상이면 빨리 음압병실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음압병실을 포함한 병상 부족 문제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대구 지역 확진환자는 6000명을 넘었고, 경북 지역 확진환자는 1000명을 넘었다. 대구·경북 지역 내 병상 수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병상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치료시설 확보를 위해 중앙·지방정부가 관리와 조정 능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으로 대중교통 이용 우려가 나오고 있다.“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지역 근처를 다니는 버스와 지하철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감염자가 과거에 그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해서 지금도 그 버스와 지하철에 감염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는 비말로 감염되고,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상당히 밀접한 접촉을 해야 감염 위험이 커진다. 바이러스는 보통 공기 중에서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사멸하고, 물건에 묻은 바이러스도 24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없어진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면 확진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이 예전에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해서 지금도 그 버스와 지하철에 감염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위험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또 확진환자가 다녀간 곳은 다 방역을 한다.”-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지만 대란은 여전하다.“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개인 행동수칙으로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증상이 있고 외출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사람 중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보살펴야 하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한다. 손을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지급돼야 한다.” -마스크가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들이란.“의료진과 방역요원들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 이를테면 식당이나 백화점, 영화관, 공항, 터미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 즉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마스크는 시급하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게도 우선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특히 방역과 감염 예방 과정에서 누락되기 쉬운,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상인회랄지 상가번영회, 입주자대표회의, 교회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이런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감염병은 사회적이다. 혼자 잘한다고 금방 해결되지 않는다. 공동체, 협력, 연대가 관건인 이유다.” -‘마스크 대란’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지.“지금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만큼 마스크 공급량을 늘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은 마스크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지급해야 한다. 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처음부터 이런 상황과 시민의 반응을 명확하게 인식했어야 한다. 물론 신천지 교인 집단감염 사건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정부도 사람들이 이렇게 마스크를 많이 찾을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기 전에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각 개인이 위생수칙을 지키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에 정부가 초기에 전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조한 측면도 있다. 정부의 상황 관리 능력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비판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코로나19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이미 있었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테면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정신장애인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었는지, 중증장애인 시설인 칠곡 밀알사랑의집에서 장애인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을 했는지가 드러났다. 이런 폐쇄적인 환경은 감염병을 확산하는 큰 요인이다. 또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빈곤층이 더 위험하고, 장애인은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생계를 위협받는다. 또 계층 간의 ‘디지털 불평등’ 문제도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무리 재난문자를 보내도, 정부가 인터넷을 통해 행동수칙을 강조해도 그것들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런 불평등한 상황이 주로 경제적 이유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비용이 많이 든다’ 등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효율성의 논리 앞에 인권이나 건강권 같은 가치는 힘이 없는 셈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보다 손님 없는 게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도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경제가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소득이 줄면 없던 병이 생기거나 기존 병세가 악화하는 등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방역당국의 권고를 지키면서 일상 경제를 살리는 데 참여하는 것을 제안한다. 오랜 시간 실내·외에서 많은 사람들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회적 활동은 피해야 하지만, 혼자 운전하는 차를 타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공간에서 평소처럼 음식을 먹고, 옷을 사고, 무언가를 구경하는 일까지 위축될 필요는 없다.” -확진환자가 늘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는데.“지금처럼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국면에서는 시민들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가 필요하다. 확진환자·사망자 숫자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중계방송식 보도는 하지 않아야 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정보역병’(인포데믹)이다.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과도한 불안을 키우는 ‘정보 과잉’도 문제다.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재난보도의 준칙이다. 재난보도는 정보 수용자에게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 나선 한국 청소년들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 나선 한국 청소년들

    청소년 기후행동 청소년 19명 헌법소원“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턱없이 부족” “기후변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당장 어떤 재난들이 저희를 덮칠지, 그로 인해 우리의 기본권이 얼마나 침해될지 알 수 없거든요.” 한국 청소년들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13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기획한 ‘청소년 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이번 ‘기후변화 소송’의 원고로 나섰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청구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청소년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와 생태계 파괴 등 환경 위기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런 기후변화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은 이날 오전 청소년 기후행동 페이스북 계정으로 생중계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하,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2015년 12월 국제사회가 체결한 ‘파리협정’을 지킬 수 없다”면서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원고 청소년들은 정부의 감축 목표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원고로 참여한 김유진(18)·성경운(19)씨를 전날 인터뷰를 해서 이번 소송을 준비한 배경과 소송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2009년 이후로 지켜지지 않은 약속 -기후변화 대응 행동으로 헌법소원청구를 선택한 배경은. 김유진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린 유엔 청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참석했고, 지난해 여러 차례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도 기획·참여했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도 만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후위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소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성경운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때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2009년 이래로 한 번도 지키지 않았어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요.” 2015년 12월 12일 당시 196개국 대표가 모여 채택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이 협정을 비준했다. 2018년 4월 18일 기준으로 175개국이 비준했다. 이 175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8%를 차지한다. 앞서 2009년 11월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현재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 연도의 배출량) 대비 30% 감축한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초로 설정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2015년 6월 “기존의 2020년 감축 목표 달성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후 2016년 5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만큼 감축한다’고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 목표대로라면 정부는 2017년 7억 91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 36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2030년 배출전망치 8억 5080만t의 37%를 줄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표현만 달라졌을 뿐 2016년과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한다면 현재 목표에서 최소 27% 이상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는 기후변화가 절박한 문제다.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 소송 진행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성경운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한 문제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한지 한참 됐잖아요. 정부도 온실가스 증가가 인류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동안 노력을 안 한 거죠. 우리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살고 있어요. 폭염,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뿐만 아니라 몇 달씩 이어지는 산불까지…. 기후변화가 닥치면 안전한 환경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지킬 수가 없으니까요.” 김유진 “저는 7살 때부터 자연 속에서 야생 동식물을 연구하는 생태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다양한 생태계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수천 년이 지난 원시림이 분 단위로 불타 사라지고, 수만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땅이 녹아내리고, 알록달록한 산호초가 새하얗게 죽어가고 있어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너무나 무서운 속도로 생물종들이 멸종되고, 곳곳에서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는 이대로라면 제가 오랫동안 품어 온 꿈은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런데 꿈을 꿀 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원고 청소년들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 “청소년들은 현재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피해를 받고 있고,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살아갈 시대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재난이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에 차별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세대 간 불평등의 문제도 야기한다”고 적었다. 세계 곳곳에서도 기후변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현지 환경 단체 우르헨다(Urgenda) 재단이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억제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8년 4월 콜롬비아 대법원은 콜롬비아 청소년 및 청년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콜롬비아 정부에게 “아마존 산림 파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벨기에 시민들이 발족한 ‘기후소송’이라는 이름의 원고인단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라”면서 벨기에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최종 판결은 올해 가을쯤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의 툰베리들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유진 “헌법재판소(헌재)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해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과감하게 설정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 또래 청소년들, 그리고 저희보다도 어린 동생 세대들이 마음껏 꿈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미래를 꿈꿨을 때 기후위기가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거잖아요.” 성경운 “헌재가 청소년들이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서 국회와 정부에서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계획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해요.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후변화가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렇게 작지도 않고, 또 우리나라 국민은 우리나라가 보호하는 게 맞잖아요. 국가가 할 일을 먼저 해야지 다른 나라의 행동만 기대할 문제가 아니에요.” 원고 청소년들은 이번 기후 소송이 비단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유진씨는 “소송은 비록 우리가 제기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청소년 등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소송을 공감하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경운씨는 “사실 저희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개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들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해 3월과 5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결석시위)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스웨덴의 ‘기후 투사’ 그레타 툰베리(17)가 시작한 기후 파업의 한국판이다. 툰베리는 지난해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여러분은 헛된 말들로 내 꿈을 빼앗아 갔다”고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오는 5월 전국 단위의 결석시위를 준비하고 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우리는 여성·청년·비정규직 후보”…민주노총, 조합원 총선 비례후보 소개

    “우리는 여성·청년·비정규직 후보”…민주노총, 조합원 총선 비례후보 소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는 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로 출마한 조합원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4·15 총선 비례후보들은 이 자리에서 ‘전태일법’ 입법, 노동자 직접 정치 등 포부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4·15 총선 비례후보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조합원인 21대 국회 비례후보 9명을 소개했다. 정당별로는 정의당 류호정(전 IT노동자)·강은미(정의당 전 부대표)·이은주(현 서울지하철노조 역무원)·양경규(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역)·박인숙(전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후보와 민중당 김해정(현 학교비정규직 급식노동자)·이상규(현 민중당 대표)·김기완(현 마트노동자) 후보, 노동당 이갑용(전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가 참석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제21대 국회에서 노동존중, 적폐청산, 반전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라면서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여성·청년·비정규직 노동자 후보들이 국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1번인 류호정 후보는 “4대보험과 야근수당을 적용받지 못 하면서 시키는 대로 일하던 때가 있었다”라면서 “모든 노동자가 차별없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최우선 입법과제로 ‘전태일법’을 강조했다. 전태일법은 ‘5인 미만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도 노동 3권 보장, 중대 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해 직접 처벌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말한다. 정의당 강은미 후보는 “올해가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다. 반드시 전태일법을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 후보는 이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하는 상황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선 코로나19로 드러난 불평등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인 민중당 김해정 후보는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나서야 콜센터 노동자들의 닭장 같은 노동환경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라면서 “국가 재난사태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박인숙 후보도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불평등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민주노총은 “노동당, 녹색당,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등 5개 정당을 오는 4·15 총선의 지지정당으로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5개 정당과 민주노총은 4·15 총선에서 공동대응하고 총선 이후에도 정책협의, 입법협의, 정례협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9명조차도 다른 시선… 페미니즘 미술, 여성을 응원하다

    9명조차도 다른 시선… 페미니즘 미술, 여성을 응원하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의 용기 있는 선언과 외침이 이어졌다. 그즈음 일러스트레이터 윤나리 작가는 남편, 친척, 애인, 범죄자의 폭력에 목숨을 잃은 여성들의 기사가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 목숨을 잃는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고 무뎌진 것은 아닌지 새삼 돌아보게 되는 시기였다. 창작자로서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지 고민하게 됐고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가 실린 기사를 모아 피해자가 겪었을 감정을 세심하게 기록했다. 윤 작가는 다양한 시각 예술가를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여성을 향한 폭력에 관한 전시를 열자고 제안했다. 되풀이되는 여성에 관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시각 이미지로 표현하는 페미니즘 시각 예술가 그룹 ‘노뉴워크’(No New Work)의 출발이다.노뉴워크는 미술 작가, 기획자, 비평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시각 예술 분야 종사자인 김정혜, 봄로야, 성지은, 안팎, 윤나리, 이충열, 자청, 최보련, 혜원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6년 ‘폭력’을 주제로 한 전시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을 시작으로 여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스쿨미투’(학교 내 성폭력 고발 운동), 낙태죄 폐지 등 페미니즘 이슈 가운데 여성으로서, 시각 예술가로서 연대할 수 있는 일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세상의 혐오를 덜어 내기 위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다양한 형태로 시각화하는 노뉴워크 팀원들을 최근 만났다. 노뉴워크는 지난해 12월 전시 ‘크고 떫게 돌려보기’와 페미니즘과 미술 사이를 짚는 책 ‘재-관람차’를 펴내며 분주한 시간을 보낸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프로젝트를 선보여 온 노뉴워크는 그간의 활동부터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팀원들의 다양한 시각, 남성 중심적인 예술계에서 여성 예술가로서 느끼는 아쉬움 등을 들려줬다. -노뉴워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윤나리 2015년에 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했을 때 시각 예술을 하는 창작자들을 만나 전시 형태로 뭔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SNS에 멤버들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고, 같은 해 5월 처음 만났어요. 처음 모였을 땐 노뉴워크의 구체적인 목표나 방향 같은 건 따로 정하지 않았어요. 그것보다 당시 (여성 관련) 이슈가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들 혹은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토로하는 자리를 많이 가졌죠. 그런 게 쌓이다 보니 작업물로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노뉴워크라는 이름이 독특한데요. 봄로야 제가 제안한 이름이에요. 여성작가 엘런 맥마흔이 1993년 출간한 책 제목에서 따왔어요. 미대 교수였던 맥마흔이 예술가로 활동하다 육아를 시작했을 때 학교와 외부에서 그에게 성과를 요구했다고 해요. 사실 육아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성과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 것들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육아하는 과정 자체를 작업물로 만든 것이 ‘노뉴워크’예요.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작업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의 의미를 담아 팀 이름으로 제안했어요. 노뉴워크는 2016년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을 시작으로 2018년 ‘경계’에 대해 질문하는 ‘구부러진 안팎’, 2019년 ‘크고 떫게 돌려보기’ 등 여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특히 노뉴워크의 프로젝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업은 2017년 국내 페미니즘 미술의 현황을 살피기 위해 실행한 리서치 및 연구 프로젝트 ‘리서치 온 페미니스트 아트 나우’(A Research on Feminist Art Now·RFAN)다. 사회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페미니즘 미술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맥락은 어디에 닿아 있고, 어떤 예술가들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마련한 작업이다. 동시대 활동 중인 페미니스트 시각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예술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동시에 미술계 내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RFAN’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연유가 있나요. 페미니스트 예술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지점이 있다면요. 봄로야 페미니즘 미술 현장에 있는 작가들과 예술가 그룹 및 비평가들이 물리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판을 짜 보고 싶었어요. 페미니즘 미술 현장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시화하고 맥락화한 후 그 안에서 예술가들 스스로 내 작업과 활동이 페미니즘과 미술 사이에 어떻게 위치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2017년 여름 내내 매주 국내 20~40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들과 관점을 치열하게 공유하면서 공통점과 차이를 정리해 2018년에 책으로 출간했죠. 그 과정에서 결국 페미니즘 미술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보다 기회와 여력이 된다면 이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페미니즘과 미술로 사고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는 자리, 작품에 필요한 언어와 방향을 면밀하게 짚어 가는 자리요. 이충열 제가 멤버들 가운데 제일 늦게 노뉴워크에 합류했는데 노뉴워크 작업 중 RFAN 프로젝트가 개인적으로 가장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페미니스트로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리하거나 조사하려는 시도가 없었거든요. 우리나라 작가들을 전수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무척 외로웠었는데 ‘나 말고도 이렇게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페미니즘 미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예술가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정의하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뉴워크 역시 같은 팀이지만 이에 대한 팀원 각자의 시선은 모두 달랐다. 노뉴워크 팀원들도 굳이 페미니즘 미술의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의하는 순간 좁은 시각에 갇히게 되고 특정한 시각은 편견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페미니즘 미술이란 무엇인가요. 이에 대해 팀원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자청 사실 처음에는 ‘페미니즘 미술은 꼭 이래야 한다’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활동하면서 그런 개념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엄브렐러 텀’(umbrella term)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가지를 포괄할 수 있는 용어’라는 개념이죠. ‘페미니즘 미술이란 이런 것’이라는 정의를 더이상 내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무엇인지, 미술이라는 제도가 지닌 형식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이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대화하려 하는지가 더 중요해진 거죠. 이충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보는 시각과 고민들을 작업하는 것 그리고 그걸 재현할 때 권력을 가진 남성의 눈이 아니라 각자 자기가 선 땅에서 볼 수 있는 것, 그것들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 미술이 아닐까요. 혜원 어떤 대상이 타자화될 때가 있잖아요. 하나의 단어로 규정됐을 때 시선들을 좀더 흩어지게 했다가 다시 다른 의미로 재정립하는 과정이 제겐 페미니즘 미술인 것 같아요. -남성 중심적인 미술계에서 여성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예술가’라고 정체화했을 때 겪게 되는 불편함이 있나요. 봄로야 페미니즘 미술의 관점으로 다른 전시를 독해하거나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여전히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선입견이 강한 편이죠.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자꾸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먼저 말하면 ‘닫힌 장르’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까워요. 자청 남성 미술가들은 사회적으로 여러 길과 선택지가 있다면 남성 외에 여성, 퀴어와 같은 소수자로서의 예술가는 현재 작업을 하고 있더라도 나중에 뭘 하고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이성애 남성 중심적인 예술계에서 저희가 마주한 롤모델이 적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에 다닐 때도 교수님 10명 중 1~2명만 여성일 때가 많았고 남성 교수가 남성 학생들 가운데 일부를 ‘키워 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미술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했을 때 여성 작가들은 손을 맞잡고 미술계 내 ‘미투’ 운동을 이끌었다. 예술계 여성단체인 여성예술인연대(AWA), 페미플로어,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최근 예술 공동체 내에서 지켜야 하는 성폭력 예방 수칙과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약속을 담은 ‘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행동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뉴워크 팀원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한 여성들의 이 같은 실천적 노력 덕분에 미술계 내에서도 자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약을 마련하고 최소한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으로서 미술계 내에서 느끼는 불편한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청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미술계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페미니스트들이 원하는 성평등을 이루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조금 더 평등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기를 바라는데 생각보다 어렵죠. 특히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불이익을 겪는 기간보다 피해자나 그들에게 공감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수십 배 크거든요. 고통의 불평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상황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이충열 맞아요. 반성보다 피해와 고통의 기간이 너무 긴 게 늘 문제예요.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주변인들이 그 사람이 활동을 재개하면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는데 그런 시각은 좀 문제죠.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볼 때 미술계 내부 환경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윤나리 (변화는) 학교에서부터 출발해야 해요. 좋은 선생님이 부족하거든요. 대학에서 전공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은 고민이 있어도 혼자서 터득하지 학교에서 매일 마주하는 선생님에게 배우는 경우가 드물어요. 이충열 남성 선생님들이 남근주의적인 시각으로 기준을 정해 놓고 학습을 시키잖아요. 미술대학 학생들이 고민을 의논할 수 있는 선생님이 없어서 호소하는 걸 많이 봤어요. 윤나리 저희가 세미나나 영화제를 열면 미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요. 학교 안에서 얻을 수 없으니 자발적으로 학교 외의 다른 장소들을 찾아다녀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도 했던 고민인데 그 고민이 계속 이어진다는 건 바뀌지 않았다는 거겠죠.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청 사실 제도적으로 그렇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아직도 전시 작가 목록을 보면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 이성애자 남성 작가들의 이름이 대부분이고 퀴어나 페미니스트는 한두 명 끼워 주는 식이거든요. 주로 중년 남성 작가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는 것 자체가 다른 성별이라든지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작가로서 미래를 그리는 것을 막는 나쁜 사례라고 생각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시험공화국’ 벗어난 한국을 생각하다

    ‘시험공화국’ 벗어난 한국을 생각하다

    시험인간/김기헌·장근영 지음/생각정원/314쪽/1만 6000원 한국만큼 시험을 많이 치르는 나라가 있을까. 그리고 한국인만큼 시험에 매달리는 이들이 또 어디 있을까. 그야말로 ‘시험공화국’에 ‘시험인간’들이 살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시험 제도가 있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객관식 형태를 유독 선호하는 데다가 국가가 주관하는 대규모 시험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인생의 길목마다 자리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고부담 시험’이라는 데에 문제가 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일하는 두 저자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시험의 문제점을 짚는다. 저자들은 시험 결과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지는 사회에서 시험인간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포착했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불공정을 해소하자는 목소리에 시험은 힘을 얻었다. 한국이 교육을 통해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은 한국전쟁 전후 토지 균등 분배 때문이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불평등이 확산하면서 시험은 공정성의 표피만 입은 신화와도 같다고 지적한다. 저출산, 정보기술의 발전,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더는 우리나라의 시험제도가 앞으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 경고한다. 경쟁교육이 아닌 평등교육으로 전환한 핀란드의 성공 사례, 교과 학습 능력 대신 역량을 기르려는 뉴질랜드의 도전, 그리고 국경 없이 공부하는 미네르바 스쿨, OECD의 데세코 프로젝트 등 여러 대안도 제시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시험 이외의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는 건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들은 ‘탈시험인간’이 되려면 문제를 푸는 교육에서 문제를 내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객관식 시험 외에 공정한 게 어디 있느냐”고 주장하는 이들, 표만 바라보고 대입 제도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정치권, 그리고 이런 구조를 돈벌이로 여기는 사교육 등이 버젓이 있는 한 ‘탈시험인간’은 요원해 보인다. 저자들은 그래서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씨줄날줄] 사교육비와 의무교육/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교육비와 의무교육/박록삼 논설위원

    “한 달 평균 사교육비가 32만원이라고?” 서울 광진구에서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윤모(43)씨는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놀랐다. 지난해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 5000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초·중·고를 합친 평균이 32만원이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7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사교육비 총액은 2009년(21조 6000억원) 이후 2015년까지 완만히 감소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4년 연속 상승해 지난해 20조 9970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윤씨가 놀란 포인트는 좀 달랐다. “초등생 수학학원 한 곳만 보내도 30만원이 훌쩍 넘는데요? 100만원 사교육비 쓰는 집도 드물지 않은데요?” 영어나 논술 같은 것까지 추가하면 서너 배도 훌쩍 넘긴다는 얘기다. 현실과 너무 다른 통계라고 푸념했다. 이마저도 사교육비 집계에 포함하기로 약속했던 영·유아 교육비는 빠진 수치다.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면서도 공교육이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원망 섞인 놀람이다. 많은 이들이 정시 확대 등 대입제도와 관련해 계속 바뀌는 교육 정책을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으로 꼽는다. 사교육 시장은 학부모와 수험생의 공포와 불안을 먹고 산다. 입시정책의 불안정성은 사교육 시장 입장에서는 대단한 호재다. 실제 2017년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 개편안이 나온 뒤 학부모의 불안심리는 요동쳤다. 공론화 절차를 거친 뒤 2018년 정시 30%룰을 내놓았고 그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절묘하게 사교육비 증가 추세와 맞물렸다. 특히 다수 여론에 밀려 채택한 정시 확대 기조가 사교육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이다. 결국 입시제도가 예측가능하지 않으면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한민국 헌법은 ‘교육’을 납세, 병역, 근로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교육은 국가를 지탱하는 수단이자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인 것이다. 사교육은 원래 공교육의 보조제였다. 현재는 사교육이 빈익빈 부익부라는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교육의 시장화를 통해 재생산하는 요술방망이로 발전했다. 능력주의 신화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사교육이 커질수록 공교육은 위축되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교육의 역할과 기능은 뒤틀릴 수밖에 없다. 계층 이동성, 즉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더욱 줄어든다. youngtan@seoul.co.kr
  • [사설] ‘마스크 5부제’이지만 양보하는 시민의식 발휘하자

    어제부터 ‘마스크 구매 5부제’가 본격 시행됐다. 구매 5부제로, 마스크는 1주일에 1인당 2장만 살 수 있다. 약국의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에 개인별 구매 이력이 입력된다. 구매 제한은 1주일 뒤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로 확대된다. 만 10세 이하 어린이와 만 80세 이상 노인을 둔 가정에선 대리구매도 가능하다. 또한 기존에 장애인에게만 허용했던 대리구매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어린이 458만명과 1940년 이전 출생한 노인 191만명,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31만명 등으로 확대된다. 마스크 수급은 이미 모든 국민을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부제 구매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도입된 것 자체가 장기간 지속된 ‘마스크 대란’ 때문이었다. 이제 국민 모두가 일정한 불편을 감수해야 큰 혼란과 불편을 막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동시에 마스크 배급제로는 불평등의 문제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스크 5부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취약계층이나 어린이와 노인 등은 약국에서 구매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어제는 첫날이라고 해도 빠른 시간 내에 사회적 약자에게 마스크를 공정하게 배분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가 ‘마스크 양보 캠페인’을 개시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었다. 대한약사회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마스크가 공급될 수 있도록 ‘나는 오케이, 당신 먼저’ 캠페인에 국민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건강한 성인이나 집안에 아직 여유분의 마스크가 있는 사람들, 면 마스크로 전환할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투를 벌이는 의료계나 사회적 약자 등에게 양보하자는 취지이다. 강원 태백시 복지센터에는 익명의 기초수급자가 마스크 구매비용으로 써 달라며 노란 고무줄로 묶은 지폐와 동전 200만원을 보내와 큰 감동을 던져 주었다. 이런 성숙한 시민 정신 덕분에 전염병 극복도 머지않을 것이다.
  • 한국 엄마들 육아·재택근무 압박 “코로나19 속 성불평등 심화”

    한국 엄마들 육아·재택근무 압박 “코로나19 속 성불평등 심화”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여성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초를 겪는다고 외신이 전해 눈길을 끈다. 영국 BBC 방송은 8일(런던 현지시간) “위기는 항상 성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유엔 전문가의 발언과 함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 여성의 모습을 소개했다. 우선 코로나19 유행으로 학교가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어머니의 육아 부담이 가중됐다며, 한국의 ‘워킹맘’ 성소영 씨의 사례가 제시됐다. 한국은 여느 아시아국가와 마찬가지로 육아와 가사 부담의 여성 쏠림이 심한 나라여서 개학 연기 조처가 여성들에게 큰 압박이며, 일부 어머니들은 우울감을 호소한다고. 성씨는 “솔직히 말해, 집에서는 집중이 안 돼서 사무실에 나가고 싶다”며, “하지만 남편이 가장이고 휴가를 낼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봉쇄령과 자가 격리가 광범위하게 시행된 중국에서는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을 호소하는 여성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활동가들이 심각한 가정폭력 사건을 인지하더라도 엄격한 봉쇄·격리 방침 탓에 피해자 보호대책을 강구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허난성의 여성 활동가 샤오리는 “피해자를 빼내는 허가를 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엄청난 설득 노력 끝에 겨우 공안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중국에선 소셜미디어에 자가 격리 중 벌어진 가정폭력 고발이 이어지고 있고, 가정폭력을 방관하지 말자는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의료와 복지 노동력의 70%가 여성이다. 간호 인력의 여성 쏠림은 아시아권에서 더욱 심한 편이다.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는 남녀가 마찬가지이지만, 여성은 생리 등 생리적 이유로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것이 더 큰 고역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진료 현장의 여성을 지원하고자 여성 위생용품 기증 캠페인이 벌어졌다. 더욱이 중국은 코로나19 진료 현장에서 피땀 흘리는 여성 간호 인력을 ‘성자’나 ‘전사’ 이미지로 포장하며 선전에도 집중적으로 동원했다. 간호사들을 모아 ‘눈물의 삭발 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시아권 가사도우미들은 늘어난 노동량과 감염 공포에 떨고 있다.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는 40만명가량인데, 이들은 대부분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이다. 마스크 값이 너무 오른 탓에 마스크를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여기는 남미] 코로나19 검사비, 칠레에선 “2만원도 비싸” 논란

    [여기는 남미] 코로나19 검사비, 칠레에선 “2만원도 비싸” 논란

    적절한 코로나19 검사비용은 얼마일까? 남미 칠레에서 코로나19 검사비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역설적으로 칠레 보건부가 국민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검사비용에 상한선을 긋고 나서면서 발단된 논란이다. 칠레 보건부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민간병원에서 받는 코로나19 검사비용을 1인당 최고 2만 칠레페소로 제한다고 밝혔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만9000원이다. 보험을 적용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사람은 최고 1만4040칠레페소까지만 비용을 내게 된다. 소득이 낮으면 검사비용에서도 우대를 받을 수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칠레 보건부는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에 따라 2800~5700페소 비용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4000~8000원대 비용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적지 않은 국민이 최고가를 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2만 9000원대 검사비용이 우리에겐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칠레에선 근로자의 이틀치 벌이에 해당한다. 칠레의 최저임금은 369.65달러, 44만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칠레 네티즌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국가 대부분이 국민에게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영업직에 종사한다는 주민 다미안은 "가족이 모두 검사를 받게 되면 100달러가 훌쩍 날아가게 된다"며 "검사비용으로 1달 월급의 1/4 이상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후아나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벌이가 신통치 않은데 정부가 검사비용을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사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자칫 불평등과 부의 편중에 불만을 가진 국민 정서까지 자극할지 모른다. 칠레에선 지난해 부의 편중에 국민적 분노가 폭발, 대규모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여름휴가시즌을 맞아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시위는 3월 들어 재개됐다. 시위는 당장 과격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 시위가 지난 2일 칠레에선 폭력행사 등의 혐의로 주민 283명에 체포됐다. 현지 언론은 "약탈 등의 폭력행위 28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는 만큼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회 일각에선 제기됐지만 칠레는 시위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칠레 보건부가 확인한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는 9일 현재 모두 8명이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비례1번 받은 20대 게임노동자 “노동 외면 인식 바꾸고파”

    비례1번 받은 20대 게임노동자 “노동 외면 인식 바꾸고파”

    정의당 류호정 후보 인터뷰청년기초자산제 등 입법 목표“노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도 노동을 외면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뽑힌 류호정(28)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은 8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환의 노동정치를 하겠다”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의당 1번 브랜드가 될 거라고 약속했기에 비례 1번이 되고 싶었다”며 “정의당 1번 브랜드는 현재의 트렌드에 잘 맞춰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유능한 채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후보는 기존 대다수 국회의원들과 정확히 반대되는 ‘청년, 여성, 노동’이라는 정체성을 지녔다. 그는 “저의 정체성을 ‘젊은 노동 진보정치 업데이트’라는 말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류 후보는 21대 국회에서 최연소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1·2·11·12번 등을 득표율이 적은 청년에게 배당해 청년 후보들을 당선권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100명 넘게 당선시키는 정당에서 청년 몇 명을 영입하는 ‘다양성 알리바이’와는 차원이 다른 정의당의 결단”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선배 활동가들이 희생됐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류 후보는 대학에서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고 게임회사에 취업한 후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며 모델도 했다. 그는 회사 후배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 증언에 나섰고 노조를 만들다 권고사직당했지만 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상근하며 민주노총 홍보의 새 기원을 연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노조와 당 모두 소외된 약자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하려고 존재한다는 점은 같다”면서도 “다만 정치는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어도 분명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청년기초자산제, 1가구 다주택 중과세 등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 활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불평등이 ‘세대’ 편에서 청년 문제가 되고, ‘성별’ 편에서 여성 문제가 되는 한국사회의 근본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시민사회가 제안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검토하는 비례연합정당과 관련해서도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을 때 우리는 약자의 곁에 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서울시의회 10대 2기 청년정책특별위원회 첫 업무보고

    서울시의회 청년정책특별위원회(김호평 위원장, 이하 청년정책특위)는 6일 서울시 청년지원정책에 관한 청년청의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제10대 청년정책특위 2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청년청은 설자리,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 등의 분야별 25개의 주요 핵심사업을 분류해 사회구조적 불평등에 놓인 청년을 위한 지원정책의 세부사항을 보고하고, 청년활동지원사업과 청년자율예산 사업 등 청년정책 전반에 대한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청년정책 특위는 지난 2월 4일, 「청년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개정사항을 반영하고자 특위 전원 공동으로 「서울특별시 청년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해 청년의 범위를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보완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청년정책특위는 민선7기 청년정책에 대한 종합점검을 실시해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발굴하고, 시의회와 청년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채널 마련으로 다양한 정책대안을 마련할 것을 계획했다. 이날 위원들은 ‘2020 서울형 청년보장 추진계획’에 대해 청년수당의 금전적 지원이 아닌 비금전적 지원을 활성화 할 것과 청년교류공간에 대한 적극적 홍보 필요, 청년활력공간 조성에 있어 특혜성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갔다. 김호평 위원장은 “서울시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피부에 와 닿는 정책 제안과 입법활동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청년정책특위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소관 부서별 정책 제언도 논의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서울특별시의회 청년정책 특별위원회는 김호평 위원장을 비롯한 송아량, 권수정 부위원장, 김재형, 서윤기, 송정빈, 문병훈, 오현정, 이경선, 이동현, 이병도, 이준형, 정진술, 최선, 한기영 의원이 활동 중에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녹색당 ‘명분없는 선거연합 안한다’···복잡해진 與셈법

    [단독]녹색당 ‘명분없는 선거연합 안한다’···복잡해진 與셈법

    진보성향 정당과 한 당에 모여 연합하는 ‘선거연합’에 녹색당이 사실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거연합정당의 핵심 중 하나였던 녹색당이 선거연합정당인 정치개혁연합(가칭)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해당 정당에 참여해 실익을 챙기려던 민주당의 입장도 난처해지게 됐다.녹색당은 4일 ‘당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선거연합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혔다. 녹색당은 “정치전략적 목적의 명분 없는 선거연합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치전략적 목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의 선거연합정당 불참 선언이다. 녹색당은 지난 2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사실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녹색당은 ▲당은 당원님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합의 없는 선거연합은 참여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막고 차별에 맞서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녹색당의 총선 준비는 흔들림 없이 진행될 것이다. ▲21대 총선의 정책과 전략에 대해 당원들께서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선대본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준비해서 공유하겠다 등 선거연합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정치개혁연합의 제안을 받은 민생당, 민중당, 정의당, 민주당, 녹색당, 미래당 중 정의당과 민생당, 녹색당 등 총 세 곳의 정당이 참여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 됐다. 원내정당인 민중당 또한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하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이 ‘참여’, ‘양보’ 등 뚜렷한 입장을 낸다면 여전히 판이 뒤집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이 미흡한 선거제 개혁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며 의석을 대폭 양보하는 방안을 밝힌다면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할 수 있는 곳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녹색당은 지난달 29일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하기 위해 공동운영위원장직에서 사퇴한 하승수 전 공동운영위원장을 대신해 성미선 선거대책본부장을 임시공동운영위원장으로 이날 선출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속보] 문 대통령 “마스크 충분히 공급 못해 불편…국민께 송구”

    [속보] 문 대통령 “마스크 충분히 공급 못해 불편…국민께 송구”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마스크 공급에 불편을 끼쳐드려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의 마스크 공급이 혼선을 빚은 것과 관련해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들이 긴밀히 협력해서 이른 시일 내 해결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이른바 ‘마스크 대란’에 문 대통령이 사실상의 사과로 받아들여질 언급을 한 것으로, 비상시국에 맞서 정부 대처에 대한 자성과 분발도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마스크 공급 불편에 사실상 대통령 사과 문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발언에서 “국가 전체가 감염병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드러내면서 “정부의 모든 조직을 24시간 긴급 상황실 체제로 전환해달라”며 비상한 대응을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확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겸해 서울청사에서 개최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는 대구에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세종청사에 있는 각 부처 장관, 15개 시도지사를 영상으로 연결하는 ‘4원 중계’ 형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중대한 국면이다. 신천지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양상”이라며 “대구 경북의 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듯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강화해 확진자를 빠르게 차단하고 치료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며 “빠른 속도로 많은 인원을 검사하면서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지역 감염을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마스크 공급 문제에 대해서는 “확진자가 폭증하고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수입도 여의치 않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히 있지만, 오랫동안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공급이 부족하면 부족함도 공평하게 분담해야”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물량 확대 지원 ▲공평한 보급 방안 강구 ▲공급 상황 투명한 홍보 등 3가지를 당부했다.문 대통령은 “생산업체들이 물량을 최대한 늘리도록 원재료 추가 확보 등을 최대한 지원하고, 나중에 수요가 줄어도 정부가 남는 물량을 사도록 해 업체들이 안심하고 생산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보급 방안을 강구해달라. 어떤 사람은 많이 구입하고, 어떤 사람은 여러 차례 줄을 서도 못 구하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사는 등 불평등한 상황을 개선해달라”라며 “공급이 부족하면 그 부족함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면 현실을 그대로 알리고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에 대해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병상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생활치료센터 확보 및 중증도 높은 환자의 치료에 힘써 달라”로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이겨내려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며 “불안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것을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경기 위축에 “긴급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 시급”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상황이 위축된 가운데 경제 지원 대책과 관련해서는 “경제 심리가 얼어붙어 투자와 소비, 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세계경제 충격이 글로벌 경영 위기 이후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그야말로 비상 경제 시국으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긴급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종합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내일 임시 국무회의 거쳐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며 “30조원의 직간접적 재원을 투입한다.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은 “소상공인·저임금 노동자 등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위축된 내수·소비를 진작할 것”이라며 “감염병 선별진료소와 음압 병상 확충 둥 감염병 체제를 강화하는 예산도 반영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성패는 속도에 달렸다. 여야 모두 신속한 추경 투입에 공감하는 만큼 이해해주길 기대한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경제활력을 위해 대승적으로 논의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서도 “추경이 통과되면 바로 현장에서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라고 주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각 부처에 특별히 당부한다. 방역과 경제에 대한 비상 태세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대본의 컨트롤타워 역할에 더해 정부의 모든 조직을 24시간 긴급 상황실 체제로 전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부처 장관들이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의 직접 방역과 민생 경제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외따로운 그곳에서 홀로 서정꽃 피우다

    외따로운 그곳에서 홀로 서정꽃 피우다

    2019년이 다 가는 세밑에 춘천에서는 이색적인 문학 행사가 하나 열렸다. 강원문학을 소설과 시 양쪽에서 이끌어 온 전상국 선생과 이상국 선생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전상국 선생의 전집 첫 권인 ‘동행’과 이상국 선생의 문학자전 ‘국수’ 출간을 기념해 두 분의 이름을 따서 ‘상국’이라는 이름의 북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우리에게 ‘아베의 가족’이나 ‘우상의 눈물’로 유명한 전상국 선생, 농촌 사회의 활력과 그늘을 동시에 투시해 온 이상국 선생은 모두 ‘강원도의 힘’을 선명하게 일군 대가급 문인이다. 특별히 이상국 선생의 ‘국수’는 40여년 동안 고향을 지키며 다듬어 왔던 삶과 생각, 시와 산문을 망라해 ‘시인 이상국’을 들여다보는 투명한 창(窓)이자 조감도가 되기에 족한 뜻깊은 지표가 돼 줄 것이다.그렇게 ‘서정시의 힘’으로 일생을 살아온 이상국 시인이 이번에 한국작가회의의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선생이 작가회의를 맡게 된 것은 두 가지 점에서 특징적인데, 하나는 선생이 주로 지역에서 활동해 온 문인이라는 점이고, 다른 것은 선생이 강한 저항시보다 깊은 서정시에 충실했던 시인이라는 점이다. 그의 이사장 선출로 인해 작가회의의 시선이 지역이나 자연 같은 문학의 다양한 심층적 원리로 확장해 갈 예감을 얻게 되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고독한 시인의 탄생 이상국 시인은 1946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 1976년 ‘심상’에 ‘겨울 추상화’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시에는 양양, 속초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동해바다의 그윽한 서정이 흐르고 있고, 윤색이나 과장, 언어 조탁 같은 인위적 색채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구성하는 시가 아니고 자연스럽고 간결하게 흐르듯이 쓰여진 맛이 깊다. 그는 시인 박목월 선생과 두 번의 인연을 떠올렸다. 먼저 스물여섯 살 때다. “강원일보로 등단했는데 그때 박목월 선생과 박남수 선생이 심사를 했어요. 돌아가신 이성선 시인이 박목월 선생이 ‘심상’을 만드셨으니 그리로 한번 나가 보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해서 몇 해 후 ‘심상’으로 재등단했습니다. 그때가 1976년이니까 벌써 45년째네요.”그 후 이상국 시인은 박목월 선생을 서울 원효로에서 한 번 봤고, 얼마 후 라디오에서 선생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첫 시집 낼 때 강원일보에 연락해서 작품을 받았습니다. 신춘문예라는 허울을 쓰고, ‘문밖’이라는 상징으로 시대를 표현하기는 했는데, 난삽하고 정말 마음에 안 들었어요. 결국 시집에 실리지 못했습니다. 그때 박목월 선생께도 죄송했지요.” 1985년에 첫 시집 ‘동해별곡’을 내고 이상국 시인은 자신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농촌 사회를 재현하면서 거기서 살아가는 이들의 소박한 삶을 따뜻하게 옹호하는 시세계를 이어 간다. 해체 일로에 있던 농촌 현실과 농민의 삶을 형상화한 그의 초기작은 잘 절제된 핍진성으로 평단의 깊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시에는 투명하고 부드러운 ‘심상’이 진하게 녹아 있어 저항적이고 사실적인 ‘농민시’와는 큰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내일로 가는 소’,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등에서 선생은 퍽 다채로운 소재와 어법을 통해 농촌 현실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고, 시적 형식의 완결성을 통해 전통 정서나 정신적 경지까지 아우르는 내밀한 욕망을 실현해 갔다. 이러한 지향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얻어낸 결과가 아니라 철저하게 고독하고 외따로운 곳에서 스스로 터득하고 심화해 간 기율 같은 것이었을 터다. 이상국 시인은 “스승이나 도반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문밖에서 서성거리며 문학을 스스로 깨우쳐 갔다”고 떠올렸다. “문학을 배워 갈 때 강원도에는 ‘갈뫼’라는 동인지가 있었어요. 고교 은사였던 소설가 윤홍렬 선생께서 1969년에 속초 지역 문인들과 함께 ‘갈뫼’를 창간하셨지요. 동인으로는 이성선, 최명길 등 선배들이 계셨습니다. 그분들은 자연이나 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셨는데 저는 그때부터 조금 겉돌았지요.” 스러져 가는 고향 지역에 대한 애정이랄까. 엄혹했던 역사를 두고 스스로 문학을 만들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사를 하거나 따끔한 말씀을 주실 분이 안 계셨다. “그게 오히려 제 나름의 방법과 생각을 정리해 가는 길도 되었으니 꼭 손해 보지는 않은 듯해요. 어쨌든 생래적으로 제 안에는 농경 정서와 산천에서 일하는 사람의 정서가 들어와 있었고, 거기에 현실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결합하면서 시세계를 일구고 지탱해 온 거지요.”●원만해진 마음과 품 초기 시에 담겼던 농경 사회의 리얼리티는 후기로 오면서 인생철학을 담은 실 존적 세계로 이월해 간다. 삶의 근원에 대한 섬세한 사유와 자연 사물에 대한 미시적 관찰 같은 데로 흘러온 것이다. 이처럼 ‘집은 아직 따뜻하다’ 이후로 근작 ‘달은 아직 그 달이다’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는 시인 자신의 세계관이나 신념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과 풍경과 순간을 스스로의 내면과 견주고 어울리게 하는 과정에서 발원돼 간다. 그래서 손쉬운 의인화나 안이한 계몽적 알레고리로 떨어지지 않는 특유의 서정적 긴장을 형성하게 된다. 그는 초기 시가 현실에 대한 부딪침과 기다림에서 나왔다면, 나이 오십을 넘기면서 인생을 다르게 본 결과를 후기 시라고 했다. “누구는 불교에 바탕을 둔 관조나 달관으로 설명했는데, 일리는 있지만 저는 그저 나이 들면서 사물이나 순간을 편하게 바라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를 썼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안에 선적 직관도 들어가 있게 된 거지요.” 쉰다섯에 절집에 들어가 10년 있었으니 알게 모르게 불교와 친해졌을 수도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모서리들도 비교적 원만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진 것 같다는 거다. “품을 키워 가면서 단정한 쪽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상국 시인은 10년 동안 만해마을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수많은 작가를 만나고 돌보고 그들과 함께했다. 작가들은 한결같이 외롭고, 소소한 일에 좋아하고, 대체로 고독이나 슬픔에 젖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래서 더 사람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술회한다. 그렇게 지역에서, 사람의 변방에서 살아온 선생이 이제 커다란 규모의 한국작가회의를 맡았으니, 그 느낌은 어떨까? 한국작가회의라면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서 민족문학작가회의를 거쳐 권위주의 정부 때 저항의 전진기지 역할을 감당했지만, 지금의 민주 정부에서는 역할이 최소화될 가능성이 혹시 있지 않을까? ●청정한 그만의 세계 “40년 전은 시절이 엄중했고 많은 작가가 감옥에 갔지요. 이제 많은 시간이 흘러 전선이 뚜렷하지 않고 작가회의의 정체성도 변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지역’이라는 의제나 소통과 배려의 문제도 크게 대두했고요. 물론 반칙이나 불평등이나 폭력을 해소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억압들과 싸워야지요. 하지만 싸움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 않겠는가, 당연히 좋은 세상을 향해 문학은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유 때문에라도 이상국의 시는 초월이나 탈속 편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은밀한 성스러움과 인간 사회의 실물성을 동시에 탐침하면서 선생은 삶의 감각과 성찰을 끊임없이 결속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이법을 온몸으로 긍정하면서 그 안에서 인간이 상실한 삶의 근원적 가치를 발견하고 노래하는 것이 선생 스스로 한 세상을 건너가는 오래된 방법이 돼 줄 것이다. “시집을 일곱 권 냈는데 6년 터울 정도였어요. 조만간 동시집이 나올 거예요. 무안하기는 한데, 모서리는 닳고 숨어 있던 부드러움이 나온 결과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 위안합니다. 어쨌든 제 시가 가지는 촌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위엄을 노래해 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상국 선생의 시를 통해 사라져 가는 것들의 잔영을 증언하는 시인의 따뜻하고도 고단한 운명을 만나게 될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신성한 순간의 마지막 기록자로서, 선생은 늙어 가는 눈으로 보는 한계가 있겠지만 바로 그 한계에 충실하면서 청정한 자신의 세계를 완성해 갈 것이다. 분주하게 속초와 서울을 오가며 감당해 낼 작가회의 이사장으로서의 큰 행보와 함께 말이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 [단독]모의배심원단 “오토바이 사고, 정식재판서 다퉜다면 일부 무죄”

    [단독]모의배심원단 “오토바이 사고, 정식재판서 다퉜다면 일부 무죄”

    [2020 서울신문 탐사기획-法에 가려진 사람들] 2부:형벌 불평등 사회 ④ 시민배심원단의 모의재판 평결어떤 판결을 내리겠습니까? 감자 다섯 개를 훔쳐 지명수배된 80대 폐지 줍는 노인과 오토바이 접촉사고의 합의금을 변제하지 못해 처벌받은 30대 중증 장애인이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마련한 모의재판의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법은 이들을 ‘유죄’로 단죄했지만 시민 배심원단이 평의한 모의재판에서 그 결과는 어떨까요. 탐사기획부가 모의재판을 통해 묻고자 했던 건 우리 사법제도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죄보다 더 무거운 죄의 무게를 지게 하는 ‘고장난 저울’인가 하는 점입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우리의 질문에 답변했습니다. 대법원 청사에는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왼손에 법전을 든 정의의 여신 ‘디케’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력과 지위에 따라 ‘저울의 기울기’가 달라진다면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가혹할 일일 겁니다. 탐사기획부는 모의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가 관용할 수 있는 죄의 무게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안동환 탐사기획부장 ipsofacto@seoul.co.kr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지난달 7일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윤경백(31·가명)씨가 피고인으로 출석한 모의재판을 열고 시민배심원단의 평결을 구했다. 배심원단은 윤씨에 대해 기존 약식명령 판단을 뒤집고 일부 “무죄”로 전원 합의 평결했다. 윤씨는 지난해 5월 오토바이 접촉사고의 합의금 50만원을 변제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서울신문 2월 18일자 1·3면>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윤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해 교통사고 과실 책임을 다퉜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은 무죄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동차 의무보험 미가입에 따른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은 약식명령대로 유죄로 봤다. 배심원단은 “약식명령 제도가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에 중점을 둬 윤씨의 사례처럼 교통사고 과실 책임이라는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며 “법의 진실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배심원단과 피고인 윤씨 질의 이수원 배심원장 “피고인 윤경백에 대한 평의를 진행한다. 질의에 앞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 윤경백(이하 피고인) “잘못을 인정한다. 하지만 합의금을 갚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은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가혹한 벌금을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이종언 배심원 “사고 당시 상대방과 합의해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후 변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어떻게 밝혔나.” 피고인 “접촉사고 후 당뇨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해도 바로 수입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변제 기일을 늦춰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상대도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고소했다.” 이 배심원장 “경찰 조사는 몇 번 받았나.” 피고인 “퇴원하고 지난해 8월 중순 1차례 받고 약식명령 통지서가 왔다.” 심정현 배심원 “현재 건강상태는 어떤가.” 피고인 “지금도 조금씩 안 좋아지고 있다.” 심 배심원 “100개월에 걸쳐서라도 벌금을 갚을 생각이 있나.” 피고인 “시간을 주신다면 반드시 갚겠다.” 이 배심원장 “통상 약식명령은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검찰이 구형해 법원으로 올린다.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 죄의 형벌을 판단하는 사람이 동일한 일종의 ‘사또 재판’이다. 피고인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피고인 “아프지 않을 때 부정기적으로 배달 일을 한다.” 이 배심원장 “현재는 보험에 가입했나.” 피고인 “그렇다.” 이 배심원장 “다른 일은 하기 어렵나.” 피고인 “배달 일은 제 상황에 맞춰 할 수 있지만 일반 회사는 정해진 시간, 근무 요일이 있어 나 같은 사람은 쓰지 않는다. 양쪽 발가락 절단뿐 아니라 만성신부전증으로 일주일에 3번 투석하는데 그런 날은 아예 일을 할 수가 없다.” 황규관 배심원 “접촉사고가 100% 본인 과실이었나.” 피고인 “신호가 없는 곳이어서 100%까지 아닌 것 같다. 조그마한 도로였는데 제가 좌우를 잘 살피지 못했지만 중앙선을 넘지 않았다.” 심 배심원 “신호 없는 비보호 좌회전 구간이었나.” 피고인 “그렇다.” 황 배심원 “상대방 차는 범퍼 앞이 부서진 것인가.” 피고인 “제 오토바이 옆면과 상대방은 거의 정면 앞 범퍼가 부딪쳤다.” 황 배심원 “그렇다면 상황상 직진하던 차가 피고인의 오토바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상대 운전자한테 피해를 보상받은 것은 없나.” 피고인 “전혀 없다. 제가 자동차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과실을 따져 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 배심원장 “전방 좌우 주시 의무는 쌍방에 다 있다. 본인 100% 과실은 아닌 것 같다. 오토바이와 직진 차량 앞범퍼가 충돌했다면 상대 차량이 전방 주시 의무를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황 배심원 “경찰은 사건 상황을 묻거나 조사하지 않았나.” 피고인 “접촉 사고 자체는 묻지 않았고 ‘합의금을 왜 변제하지 않았냐’만 따졌다.”■배심원단 평의 이 배심원장 “윤씨는 오토바이 배달을 안 하면 생계가 어렵기 때문에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접촉사고는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 과실 부분에 따질 여지가 있는데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친 것 같다.” 황 배심원 “이런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해야만 과실을 확인할 수 있는 건가.” 이 배심원장 “약식명령문을 받고 일주일 안에 정식재판 청구를 안 하면 벌금형이 확정된다. 약식명령 선고 전에 피고인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 구속영장 제도도 과거에는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서류만 보고 결정했지만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생긴 이후 영장기각률(2018년 26.5%)이 매우 높다. 윤씨가 선고받은 약식명령 또한 검사가 청구한 그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현서 배심원 “우리 약식명령 제도의 단점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효율성만 따지고 진실한 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식재판 청구의 진행 방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약식명령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폐지되면서 정식재판에서 더 많은 벌금액을 구형받을 가능성 때문에 재판 자체를 기피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약식명령이 허술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 이 배심원장 “벌금액이 올라갈 수 있을 뿐더러 벌금을 그냥 내는 게 변호사를 선임해 정식재판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사실상 피고인들에게 약식명령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 배심원 “현재 약식명령은 처벌의 목적과 교화의 목적,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하는 것 같다. 피고인은 충분히 잘못을 인지하고 있고 상황이 나아지면 갚겠다고 하고 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이 소득 활동을 할 수 없고, 본인 소득도 일정치 않다. 100만원 수입인 사람에게 100만원 벌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배심원 “피고인이 가해자가 정말 맞는지 혼란스럽다. 만약 윤씨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잘못을 따지고 싸웠다면 어느 정도의 돈만 물고 해결될까.” 이 배심원장 “그 부분을 다퉜다면 자동차손배법 위반은 처벌받고, 도로교통법의 재물 손괴 부분은 해당 안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 피해액를 모두 물어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 배심원 “슬프기도 하고 울적하다. 윤씨가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 의무보험을 가입하지 않아서 지레 겁을 먹었다. 법은 저 위에 있는 것 같고,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영역처럼 느낄 때가 많다. 이 사건의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 같다.” 이 배심원장 “유무죄를 다퉜다면 수리비를 물어 줄 의무가 안 생겼을 수 있다. 우리가 들었던 내용을 고려하면 벌금형 집행유예를 주고 싶다.” 심 배심원 “우려스러운 건 윤씨에게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또다시 벌금을 내고 가중처벌될 수 있다.” 민유리 배심원 “마음이 무겁다. 생계를 포기하지 않고,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일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벌금형 선고유예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이 배심원 “교통사고는 100% 과실이 없다고 으레 얘기한다. 약식명령 전 피고인의 앞뒤 상황을 알 수 있었다면 도로교통법상은 무죄가 맞을 것 같다. ” 최 배심원 “저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번 사건은 도로교통법상 누구의 과실인지 명확하지 않다. 자동차손배법 위반은 잘못했다. 자동차손배법 위반만으로는 벌금 100만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정식재판이었다면 벌금이 안 나왔을 수 있다. 윤씨는 법 제도에 기인한 피해자라고 본다. ” 심 배심원 “경찰 조사도 ‘합의금 준다고 했나, 왜 안 줬나’ 등 경찰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경찰의 직무태만 같다. 배심원장 말씀대로 교통사고 과실 따져서 선고유예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죄로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황 배심원 “죄는 우리가 짓는 게 아니고 법이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배심원단 평의 결과 발표 이 배심원장 “정식재판에서 과실을 다퉈 봤다면 죄가 없다고 판결 나왔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평의 결과는 좌회전 중 차량 충격한 부분을 고려했을 때 도로교통법 위반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봐 무죄로 결정했다. 자동차손배법 의무 가입하지 않은 부분은 유죄로 결정한다.” 정리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박재홍·송수연 조용철·고혜지·이태권 기자
  • [단독] 獨, 벌금형 외 선고유예 등 다양… 美·英, 전담재판부 운영

    [단독] 獨, 벌금형 외 선고유예 등 다양… 美·英, 전담재판부 운영

    해외 약식사건 처벌은 어떻게우리나라의 약식명령 제도는 벌금과 과료 또는 몰수형만 내릴 수 있다. 선고유예나 자유형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식재판을 거쳐야 한다. 경미한 범죄로 약식기소가 되면 벌금형을 피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반면 독일은 약식명령을 통해 부과할 수 있는 형벌이 다양하다. 한때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약식절차로 부과할 수 있는 형벌이 벌금형에만 국한됐지만 지금은 선고유예, 운전금지, 운전면허정지, 추징, 몰수, 유죄판결 공시 등으로 다양한 처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집행을 유예하는 1년 이하의 자유형도 약식명령으로 선고할 수 있다. 영국은 벌금 미납자를 교도소에 수감하는 대신 벌금 즉시 납부자에 대한 공제(최대 50%)와 벌금을 낼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 범죄자에 대한 전부 혹은 일부 면제 제도, 통행금지명령 등을 시행하고 있다. 송광섭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선고유예는 범죄의 여러 사정을 고려한 뒤 내려지는 판결이어서 통상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않으면 선고할 수 없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선고유예는 판사가 형 결정을 미룬 상태에서 유예기간이 지나면 최종 선고까지 면하게 하는 제도로, 경미한 범죄에 주로 내려진다. 미국과 영국은 약식사건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사실상 전담재판부인 치안법원을 운용한다. 약식사건이 판사의 별도 업무로 취급되는 것을 막고 전담 판사들에 의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되도록 사법체계를 꾸린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인구수 대비 판사수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인구수 대비 독일은 판사 1명당 4000명, 미국은 판사 1명당 9500명인 데 비해 한국은 판사 1명당 1만 7941명(2018년 12월 기준)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약식 절차를 진행하기 전 피의자에게 사전통지 절차를 밟는다. 사건을 약식 처리하는 데 이의가 없다는 서면을 피의자에게 제출받고, 만약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정식재판을 한다. 영국도 경미사건의 경우 피의자에게 정식재판 절차와 약식 절차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송 교수는 “피의자 동의와 관계없이 국가의 형벌권이 행사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사전 동의 절차가 없는 상태”라면서 “검찰의 공소유지 업무, 법원의 공판업무 부담을 줄여 주는 쪽으로 사법체계가 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 “벌금 형평성, 계속된 지적에도 정부·정치권 방관…건보료 등 현행 소득증빙자료로 충분히 개혁 가능”

    [단독] “벌금 형평성, 계속된 지적에도 정부·정치권 방관…건보료 등 현행 소득증빙자료로 충분히 개혁 가능”

    오창익 대표가 말하는 벌금제도“현재의 행정 시스템만 잘 활용해도 벌금제 개혁은 충분히 실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관심이고, 의지입니다.” 1일 서울 용산구 장발장은행에서 만난 오창익 대표(인권연대 사무국장)는 “소득 연동형 벌금제야말로 벌금제 개혁의 대안”이라며 “이미 시행 중인 행정 시스템으로 얼마든지 벌금 납부 대상자의 소득 측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 대표가 제도 개혁의 핵심으로 꼽는 소득 연동형 벌금제는 흔히 일수벌금제, 재산비례 벌금제로도 불린다. 동일 범죄에는 동일한 벌금을 내도록 하는 현행 총액벌금제와 달리 재산이나 소득에 따라 벌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법 제도다. 동일한 벌금도 상대적으로 부자들에게는 ‘위하적 효과’(처벌이 두려워 범죄를 망설이게 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에 따라 등장한 제도다. 오 대표 역시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 사이에 벌금형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치권과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재산과 소득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설사 측정이 가능하더라도 이를 위한 행정력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 대표는 제도의 한계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소득 증빙 자료들을 활용한 소득 산정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도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납입 내역을 보면 소득분위별로 당사자가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벌금 납부 대상자가 판결 전에 직접 납입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면 별도의 행정력 없이도 객관적인 소득 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른 만큼 공신력 있는 소득 측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재산비례 벌금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정책 구상을 밝히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 방침을 천명했지만 조 전 장관 사퇴 후 논의가 멈췄다. 오 대표는 현 사법 체계에서는 벌금형이 형사처벌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같은 액수라도 벌금 몇 백만원 정도는 부유층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다 보니 죄를 죄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할 만큼 미약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같은 벌금형 제도를 아무런 고민 없이 유지하고 있는 건 국가의 직무유기”라며 “형사처벌의 핵심인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부자든 가난한 자든 공평하게 책임을 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 벌금 분납제 문턱 낮추고 檢독점 풀어야…방어권 보장 위해 간이공판제 활용을

    [단독] 벌금 분납제 문턱 낮추고 檢독점 풀어야…방어권 보장 위해 간이공판제 활용을

    사법저울의 균형 맞추려면우리 사법 시스템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죄보다 더 무거운 죄의 무게를 짊어지게 하는 ‘고장 난 저울’이다. 감자 5개를 훔쳐 지명수배된 80세 폐지노인<서울신문 2월 17일 자 1·2면>과 성착취 피해자이지만 성매매범으로 처벌받은 중증지적장애 여성<2월 25일 자 1·3면>이 이를 방증한다. 사법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서 엄벌주의 형사 절차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사법 사각지대의 약자들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납 조건 까다로워 차상위계층엔 ‘별따기 ‘3만 5320명.’ 지난해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돈이 없어 감옥으로 간 환형유치자 규모다. 특히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벌금형만으로 생계 위기에 빠지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삶을 구제할 현실적 제도는 ‘벌금분납제’다. 하지만 까다로우 허가 조건으로 실효성이 낮다. 벌금 분납을 허가할지 말지는 개별 검사가 기소 단계에서 판단한다.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12조에 따르면 벌금 분납 조건으로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장애인 등에 한정된다. 하지만 검찰청마다 20~30%의 선납 조건이나 차상위 계층에게는 문턱이 높다.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사람’ 조항에 대한 검사의 판단도 천차만별이다.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다 비접촉 사고로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대호(31·가명)씨는 “벌금 분납을 신청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만 가능하다는 사실에 좌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벌금 분납 집행 건수는 4353건, 납부 연기는 123건으로 전체 벌금집행 건수 대비 각각 0.7%, 0.02%로 미미하다. 약식명령의 벌금형 선고자 상당수가 법적 대응력이 약한 저소득 취약 계층이지만 분납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기소단계의 검사에게 한정돼 있는 벌금형 분납 허가를 판사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다면 분납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속전속결 ‘약식명령’… 소명 기회 바늘구멍 현 약식명령 처벌 프로세스에는 피의자의 경제적 상황이 반영되기 어렵게 설계돼 있다.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조사 이후 검찰의 약식기소 서류만으로 절차가 완성되고 사후 고지된다. 검찰 구형대로 선고돼 사실상 재판 형식을 검찰이 결정하는 구조다. 검찰의 약식기소 통보 이후 최종 약식명령이 선고되기 전 피의자가 법원에 의견을 소명할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경찰 단계부터 약식절차에 대한 설명과 피의자의 재판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 국선변호인은 “판사들이 많게는 하루 100건씩 약식사건을 처리해 신속 처리도 어렵지만 꼼꼼한 기록 검토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약식명령 집행유예도 유효한 방안이다. 현재 집행유예는 정식재판만 가능하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판사들이 경미한 범죄에 대한 벌금형 집행유예를 통해 취약 계층 구제가 가능해진다. 이미 제도화돼 있는 간이공판제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법의 절차적 효율성을 위해 피고인이 유죄를 자백했을 경우에 한해 시행 중인 간이공판 절차를 활용하면 약식명령 사건에서도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된다. 이수원 변호사는 “법원이 약식기소 사건을 모두 재판으로 따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간이공판제를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며 “1회 공판기일에 증거조사까지 마칠 수 있는 간이공판제도를 적극 활용해 검사의 약식명령 청구에 기계적으로 명령을 발부하는 현 제도를 보완하면서 효율성과 합리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과속’ 노키아 부사장에 벌금1억여원 ‘일수(日收)벌금제’는 현행 벌금제도의 맹점을 개선할 방안으로 꼽힌다. 우리 벌금제는 총액제다. 개인의 소득·경제력과 상관없이 같은 범죄에 대해 같은 벌금이 매겨진다. 동일한 수백만원의 벌금형이라도 부유층에게는 손쉽게 죄값을 치를 수 있는 형벌이 되지만 빈곤층에게는 징역형보다 더 무거운 형벌로 작용한다. 일수벌금제는 피의자의 소득이나 재산에 비례해 하루 벌금 액수를 산정해 기간으로 벌금을 선고한다. 같은 범죄라도 소득에 따라 벌금액이 차등 부여된다. 이 제도를 시행 중인 핀란드에서는 2004년 노키아 부사장인 안시 반 요키가 과속으로 11만 6000유로(약 1억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재산비례벌금제’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 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료 납부를 소득에 따라 달리 내는 만큼 이 기준만으로도 개개인의 소득 측정이 가능하다”면서 “독일에서도 의료보험료와 직업, 과세증명서, 지방세 납부 실적 등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수준의 자료를 토대로 소득을 측정한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반영할 공공변호인제 도입 약식명령 제도는 유죄 추정주의가 강하게 작동한다. 경찰 조사 내용이 검찰의 약식기소를 거쳐 그대로 법원에 확정되기 때문이다. 법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방어권이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피의자 심문조서 단계부터 변호인을 지원하는 ‘형사공공변호제도’도 거론되는 이유다. 현재 국선변호인은 기소된 피고인 신분만 지원받을 수 있다. 앞서 경찰 단계에서 잘못된 조사나 진술이 이뤄져도 방어권을 검찰과 법원에서 행사하기 어렵다. 성매매 착취 피해자인 장수희(가명)씨가 공공변호인제도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사회적 연령 7~8세에 불과한 중증지적장애인 장씨는 사실상 ‘포주’인 서류상 남편과 그의 애인에 의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것처럼 꾸며져 처벌받았다. 공공변호인제도를 통해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를 받았다면 검찰의 깜깜이 기소나 법원의 유죄 오판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우리 형사사법절차에서 검찰과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내용에 따라 유무죄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면서 “수사단계 초기부터 취약 계층에 대한 변호인 조력의 실질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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