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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T, 15일 통신불통 피해 100원 보상

    SKT, 15일 통신불통 피해 100원 보상

    “거래처 전화 못 받아 손해본 것만 얼만데 100원이라니….” SK텔레콤이 지난 15일 오후 발생한 문자, 음성통화 불통사태에 대해 사실상 100원 남짓한 피해 보상액을 지급한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보상 규모가 작다.”는 항의가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100원 정도의 보상금 외에 별다른 보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신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은 각 통신업체에 약관에 따르도록 돼 있고, 개별 피해액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일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통신위는 각 통신사에 통신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 항목을 약관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통신위 최윤정 재정과장은 “어떤 사고에 대해 얼마를 보상하라는 식의 규정은 없다.”면서 “통신위나 법원에 이의제기를 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문자, 음성통화 불통으로 인한 피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통신 3사의 약관에 따르면 각 사는 자사의 잘못으로 이용자가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경우, 기본료와 부가사용료의 3배에 상당한 금액을 최저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한다. 그러나 ▲전시·사변·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우 ▲불가피한 사유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 등에 한해 자사의 손해배상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명시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장애 발생 시간인 1시간을 2시간으로 확대 적용하고, 이를 3배 적용해 최대 6시간만큼의 월 기본료와 부가사용료를 시할(時割) 계산해 이달 요금에서 감면한다.”고 밝혔다. 보상을 더 받고 싶다면 ▲장애 발생 시간이 2시간을 넘었다는 것과 ▲발생 책임이 SK텔레콤측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통사 위주의 약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몇 백원만 보상하면 그만인 규정 때문에 이번처럼 사고 발생 때 사과나 사후 조치에 관한 공고조차 하루가 지나도록 없었던 것 아니냐.”며 “이통사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사회플러스] SKT 문자서비스 1시간 불통

    15일 SK텔레콤의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려 오후 5시 반부터 1시간 이상 대구·광주지역 등 국번 가입자의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서비스(SMS)가 ‘먹통’이 된 사고가 발생했다.SK텔레콤은 16일까지 문자를 가장 많이 보낸 고객에게 최고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문자왕 선발대회’를 열었다. 장애는 SMS 폭주로 인한 과부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지만 SK텔레콤측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사과와 사후 조치 등에 관한 고지를 하지 않아 이용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 [씨줄날줄] 한·일 악플 전쟁/이목희 논설위원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당시 북한의 예상밖 선전에 우리 국민들은 의기소침했다. 이때 영웅으로 떠오른 선수가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우.8강전에서 4골을 성공시켜 북한에 0-3으로 지고 있던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켰다. 대회 직후 박정희 정권은 ‘북한 타도’를 기치로 중앙정보부 밑에 양지팀을 급히 창설했다. 일류선수를 징집해 해외전지훈련 등 아낌없는 지원을 퍼부었다. 당시에는 남북 축구에서 지면 그야말로 ‘죽음’이었다. 실력이 북한에 못 미쳐 승산이 없으면 월드컵 예선전을 아예 포기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 대범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한 언론사는 잉글랜드월드컵에서 북한,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활약을 역대 10대 이변으로 꼽았다. 이웃이 잘 나가면 배가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지구촌 차원에서는 ‘동북아의 선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제 남북한 사이에는 스포츠 협력이 잘되는 편이다.6·15행사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북측 대표단장은 “남쪽이 월드컵 결승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북한 대신 미운 오리로 떠오른 상대는 일본이다. 과거에도 한·일 축구전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했다. 그러나 일본팀의 다른 경기를 놓고 희비가 극명하지는 않았다. 요즘 들어 독도 논란으로 반일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것이 자연스레 스포츠로 옮아가고 있다. 일본이 호주에 1-3으로 역전패한 뒤 한·일 네티즌간 ‘악플(악의적 댓글)전쟁’이 벌어졌다. 히딩크 호주팀 감독이 한국을 위해 일본을 이기겠다고 언급, 양국민의 민족감정에 불을 질렀다.“일본의 패배가 고소하다.”는 한국 네티즌의 반응에 일본이 발끈했다. 야후 재팬 월드컵게시판에 ‘한국, 놀리지마’라는 별도 코너가 생겼다.“프랑스, 스위스가 한국의 코를 납작하게 해달라.”는 기원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고집불통 지도자들이 미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한국인이 속좁지 않음을 보여주자. 남북한 관계처럼 스포츠가 한·일 우호회복에 도움을 줘야 한다. 중국을 포함, 동북아 3국의 민족주의를 축구 경기와 응원을 통해 누그러뜨려야 한다. 월드컵에서 한국, 일본팀이 모두 잘 싸우는 게 좋다. 아시아지역의 국제 위상이 높아지고, 월드컵 출전권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9)열광의식과 대중시대의 정신적 위험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9)열광의식과 대중시대의 정신적 위험성

    오늘은 좀 특이한 주제를 갖고 철학적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나는 20대에 20세기 프랑스 가톨릭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의 사상에 매료되었다. 지금도 그의 사상이 나의 철학적 사색의 한복판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는 나에게 ‘열광의식’(fanaticism)과 ‘추상의 정신’(spirit of abstraction)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다. 열광의식과 추상의 정신은 집단형성이 쉽게 이루어지는 정치적 종교적 활동에서 잘 나타난다. 열광의식은 정치적 종교적 의식으로 뭉친 집단이 자기 집단세력의 지배강화를 목적으로 증오의 적을 클로즈업시키는 단 하나의 추상적 목적이외에 다른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피끓는 격정적 광기를 말한다.‘추상의 정신’은 격정적 광기로 상대방을 추상적이고 적대적 구호로 몰아붙이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런 열광의식은 청소년이 어떤 연예인이 좋아서 열광하고 환호하는 의식과는 좀 다르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에는 미워해야 할 적이 없겠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정치적 종교적 열광의식만큼 독기는 없겠으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열광적으로 우상화하는 그 순간에 이른바 팬들은 그 우상에 넋을 빼앗긴다. 그와 함께 팬들은 자기의 본성을 잃고, 환영과 같은 허깨비가 그들의 주인으로 들어선다. 이것은 현대의 거대 상업주의 문화가 가장 선호하는 ‘흉내내기’(simulacrum)의 모습이다. 정치적 종교적 열광의식과 추상의 정신의 배후에는 반드시 어떤 권력의지와 진리의지의 숨은 음모가 깃들어 있다. 열광의식은 단순한 권력의지가 대중을 쉽게 격발시키기 어려우므로 늘 진리의지를 앞세워 권력의지가 진리를 위한 성스러운 투쟁의 불가피한 현상임을 믿게 한다. 그러나 그 진리의지는 아주 단순 소박한 구호에 불과하다. 대중은 복잡한 이론과 철학을 싫어한다. 대중은 깊이 사유하기를 원치 않는다. 대중은 간단하고 소박한 OX만을 바랄 뿐이다. 대중의 열광의식은 피끓는 추상적 격정의 구호에 집착되어 있어서 군중심리의 최면에 쉽게 걸린다. 그 최면에 걸리면 적은 구체적 얼굴을 지니지 않고, 다만 정답과 오답을 지닌 추상에 불과하다. 적을 제거하는 것은 오답을 지우는 것이지, 구체적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추상의 정신은 죄의식 없이 그토록 피끓는 격정의 선동을 할 수 있다. 마르셀이 그의 저서 ‘인간적인 것을 거슬리는 인간들’에서 밝힌 ‘열광의식’과 ‘추상의 정신’을 간추려 정리해 본다. 1)열광분자들은 결코 스스로가 열광분자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믿는 정의 때문에 억압받고 모략중상당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2)열광분자들은 대개 종교적 성격을 드러낸다. 그래서 열광적 정치의식은 바로 세속적 종교적 색채를 띠고 활동한다. 정치적 열광분자는 종교적 맹신자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3)개인적인 열광분자는 무의미하다. 열광분자는 서로서로 세력을 형성하기 위하여 뭉치려 한다. 그래서 열광적 군중이 된다. 군중 수가 많을수록 개인들은 익명으로 군중 속에 증발하고 오직 익명의 대중이 집단세력이 되어 사회를 지배한다.20세기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대중의 반역’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가장 강력한 사회의 지배자가 된 대중은 똑똑하면서도 바보 같다. 현대의 대중은 과거의 대중과 달라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 똑똑하고, 그 많은 정보가 대중의 익명 속에서 대중을 쥐어흔드는 한 목소리에 감추어져 남 따라 말하고 행동하니 바보스럽다는 것이다. 또 그는 그런 대중이 자기가 가장 옳다고 여겨 더 고급적인 다른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자만심의 덩어리와 같다고 보았다. 4)열광분자는 대중에게 한가하게 생각하고 사색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미 한가롭게 생각하고 사색하는 사람은 대중이 안 된다. 마음의 여유는 열광분자가 되는 것을 방해한다. 열광분자는 대중을 늘 흥분시키거나 흥분시킬 구실을 찾는다. 흥분한 마음은 쉽게 열광적 추상의 정신에 잡아먹힌다. 5)열광분자는 인간의 의식을 가급적 단순하게 만든다. 인간의 감정을 단순한 흑백논리로 무장시키기 위하여 세상을 가급적 소박한 OX식 이분법으로 분류한다. 자기들의 선을 선양하기 위하여 자기들의 불행이 저 악들의 무리 때문이라고 공격한다. 감추어진 원한의 감정을 찾아 거기에 불을 지른다. 마르셀은 말한다. 만약에 어떤 이가 철학이나 그 비슷한 사상의 이름으로 대중을 흥분시키고 현실을 단순 선악의 감상주의로 양분하여 색칠하면서 엉큼한 권력의지를 선전적인 진리의지 속에 감추고 있다면, 그는 철학자이기를 포기하고 이데올로기의 제조자 이외에 다른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플라톤이 이미 2400여년 전에 아첨과 철학은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력에 붙어 개인의 사리를 추구하는 것만이 아부가 아니다. 대중의 권력에 장단을 맞춰 인기를 노리는 것도 아부다. 마르셀은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현대 대중의 권력화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사상에 동조한다. 현대의 대중은 진부하고 단순 소박한 자기들의 주장을 너무 당돌하게 주장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와 고집불통의 자만심을 갖고 있다고 위의 두 철학자는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거기다가 현대철학의 거인, 독일의 하이데거도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세상사람’(the men in the street)의 존재론적 타락성을 심도있게 분석했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세상사람’은 그럭저럭 사회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속적 평안과 안전과 속물적인 보호막의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 ‘세상사람’의 평균성과 획일성의 수압에 못 견디어 거기에서 멍하게 헤매다가 결국 싫은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세상사람의 존재론적 타락을 그는 ‘대중성’(publicness)이라고 규정했다. 각자는 ‘세상사람’이라는 ‘대중성’속에 살면서 자신을 널리 알리고, 이름과 인기를 얻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려고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이 ‘대중성’을 우상화하고 가치판단의 공식적 기준으로 삼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려고 온갖 노력을 경주한다. 하이데거는 이 ‘대중성’을 세상사람의 타락한 비본래적 존재방식이라고 여겼다.20세기를 살았던 저 세 철학자들은 다 대중의 무서운 폭력적 힘과 편견과 오만을 읽었고, 그것이 현대생활의 공식적 표준으로 둔갑하고 있는 상업성을 보았다. 한국도 이미 대중시대의 권력을 맞고 있다.‘추상의 정신’으로 열광화한 정치종교적 세력들도 있고, 인기의 대중성을 성공의 공식적 기준으로 여겨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추게끔 하는 상업성도 거세게 불고 있다. 정치도 대중의 지지도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자연성이라는 필연법이 최고의 법이다. 어느 것도 자연에서 이 법을 어기고 생존할 수 없다. 자연의 필연법처럼, 사회생활에서는 여론이 늘 최고의 법전으로 작용하여 왔었다. 지금의 민주시대에만 여론이 최고의 법전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옛날의 왕정시대나 과두정치시대에도 왕들이나 귀족들이 다 백성의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백성의 여론을 무시한 독재정치는 기괴해서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의 필연법은 항구불변이나, 인간의 여론은 변덕스럽고 시시각각 변한다. 여기에 여론에 대한 철학적 인식의 부정견(不定見)이 있다. 더구나 지금의 여론은 과거와 달리 대중시대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열광적 ‘추상의 정신’으로 사람들을 흥분시켜 피끓게 하는, 즉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말한 ‘과잉민주주의’(hyperdemocracy)가 생기기도 한다.‘과잉민주주의’는 대중이 법을 따르지 않고, 직접적인 집단행동을 통해서 물리적 압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의 열망과 욕망을 집행하려는 기도를 말한다. 또 상업주의적 인기조종으로 거품의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인기가 ‘대중성’의 표준이 되어서 오로지 인기만이 성공과 지배의 정당성을 만든다. 대중시대의 여론이 이처럼 과잉민주주의나 상업민주주의의 위험성을 동반하여도, 사회를 운영하는 경영의 법이 여론을 떠나서 정당화되는 다른 길이 불가능하겠다. 여기서 나는 저 세 철학자들의 반(反)대중론에 깊이 동조하면서도, 과연 사회경영에 필요한 대안이 여론이외에 다른 방식이 가능한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대중시대에 대중을 직접적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처럼, 대중은 이미 기고만장 잘난 척해서 자기들을 가르치는 어떤 권위도 수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이 흔히 ‘국민의 뜻’이라든가,‘국민이 원치 않는다.’라고 언설하는 것은 기실 자기의 뜻이 국민대중의 뜻이라고 위장하면서, 동시에 대중의 뜻에 아부하려는 심리를 반영한다. 그런 사탕발림에 대중들은 국민의 익명 속에서 만족해한다. 격정적 과잉민주주의나 변덕이 죽 끓듯 부침하는 인기위주의 상업민주주의에로 여론이 오도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긴요한 문제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이 스스로 깊어지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의 마음이 깊어지기 위하여 마음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교육훈련을 받아야 한다. 가장 먼저 종교지도자가 오로지 신자 수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열광하는 자세에서부터 신자들이 마음의 본성을 찾도록 마음을 고요히 진정시키는 길을 인도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TV와 방송에서 합창음악의 효과를 살려야 한다. 한국처럼 십인십색의 마음으로 갈라진 나라에 합창의 화음이 우리를 안으로 모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철학교육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시행되어야 한다. 따따부따 시시콜콜 영양가 없이 따지는 잘난 체하는 철학논술보다 오히려 마음을 깊이 사색게 하고 세상을 통찰케 하는 종합예술로서의 철학의 지혜가 필요하겠다. 깔깔 웃고 울부짖고 악 쓰는 그림보다,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TV 연속극에서 입시생을 빼고 독서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儒林 속 한자이야기] 有敎無類(유교무류)

    儒林(560)에는 ‘有敎無類’(있을 유/가르칠 교/없을 무/무리 류)가 나온다.論語(논어) 衛靈公(위령공)편에 나오는 孔子(공자)의 가르침이다. 전통적으로는 ‘가르치면 (선악의) 分類(분류)가 없다.’고 解釋(해석)하였다.‘가르치되 분류하지 마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떤 해석이든 要點(요점)은 교육 대상자를 差別(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有’는 ‘고기 덩이를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을 나타내기 위해 ‘肉’(고기 육)과 ‘又’(오른 손을 뜻함)를 합하였다. 손에 고기를 잡고 있다는 데서 ‘가지다’‘있다’의 뜻이 派生(파생)하였다.用例(용례)에는 ‘有名無實(유명무실:이름만 그럴듯하고 실속은 없음),有耶無耶(유야무야:있는 듯 없는 듯 흐지부지함)’등이 있다. ‘敎’자는 일반적으로, 산가지의 모양인 ‘爻’(효), 어린아이의 상형인 ‘子’(자), 오른손에 막대기를 든 모양인 ‘ ’(복)이 합쳐진 會意字(회의자)로 본다.‘敎權(교권:스승으로서의 권위),敎唆(교사:남을 꾀거나 부추겨서 나쁜 짓을 하게 함),敎學相長(교학상장: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한다는 말)’ 등에 쓰인다. ‘無’자는 본래 ‘춤추다’의 뜻이었으나 점차 발음이 같은 ‘无’(없을 무)의 뜻으로 轉用(전용)되자,‘춤추는 두발 모양’의 상형인 ‘舛’(어그러질 천)을 넣은 ‘舞’(춤출 무)자로 본 뜻을 대신했다.用例로 ‘無賴(무뢰: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無不通知(무불통지:무슨 일이든 환히 통해 모르는 게 없음),無所不爲(무소불위: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 등이 있다. ‘類’자의 본래 의미는 ‘닮다’라고 한다.‘犬’(개 견)은 意符(의부)이며,犬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音符(음부)인데 ‘뢰’로 읽는다.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는 ‘같은 종류끼리는 비슷하기 마련이다. 개가 특히 더 그렇다.’고 하였다.‘무리’‘나누다’와 같은 뜻은 후대에 파생했다.‘類類相從(유유상종:같은 무리끼리 서로 사귐),類推(유추:같은 종류, 또는 비슷한 것에 기초해 다른 사물을 미뤄 추측하는 일)’등에 쓰인다. 호향(互鄕)에 사는 한 소년이 孔子(공자)를 찾아왔다. 호향은 賤民(천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風紀(풍기)가 紊亂(문란)하였다. 제자들의 挽留(만류)에도 불구하고 孔子는 그 소년을 친절히 맞아들였다.孔子는 소년을 排斥(배척)하려 한 제자들을 향해 一針(일침)을 가한다.“사람이 깨끗한 마음으로 찾아오면 마음만 받아들이면 그뿐, 그 사람의 과거와 행동까지 따질 필요는 없다.” 孔子는 실제로 배우려는 의지를 가지고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 身分(신분)의 高下(고하),財産(재산)의 過多(과다), 나이 등은 따지지 않았다.孔子는 누구나 배움을 통해 군자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人間觀(인간관)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제자들의 素質(소질)과 배움의 水準(수준)을 고려한 個別化(개별화) 교육 내지 水準別(수준별) 맞춤식 교육을 실천한 것이다.就學機會(취학기회)뿐 아니라 교육의 目的(목적),內容(내용),方法(방법),經營(경영),制度(제도)에 대한 差別(차별)이 없어져 敎育의 結果的(결과적) 平等까지 실현될 날을 기다려 본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EBS홈피 사흘새 26시간 불통

    교육방송(EBS)의 인터넷 홈페이지(www.ebs.co.kr)가 최근 잇따라 불통돼 네티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EBS 홈페이지는 13일 오후 4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4시간 이상 마비돼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앞서 11일에도 오후 4시부터 12일 오후 2시까지 22시간 동안 불통된 바 있다. EBS 홈페이지는 본방송 내용과 유아, 어린이,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들어 있으며 회원은 800만명, 하루 이용자는 30만명에 달한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새영화] 드리머

    다코타 패닝. 미국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낸 여배우라지만 어째 ‘계집애’나 ‘앞니 빠진 개오지’ 같은 단어들이 더 어울릴 것만 같다. 정신박약아 아빠와 함께 살려면 아빠보다 더 똑똑해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학교 수업을 거부하던 딸 ‘루시’(영화 ‘아이 엠 샘’)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듯.13일 개봉하는 영화 ‘드리머’(Dreamer)는 좀 더 자라 이제 12살이 된 다코타 패닝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사실 ‘드라마’로서는 그다지 볼품없다. 뛰어난 지혜가 있지만 고집불통인 할아버지 팝(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말의 모든 것을 알지만 아픈 기억 때문에 그 재능을 썩히고 있는 아버지 벤(커트 러셀), 피는 못 속인다고 그 밑에 자란 케일(다코타 패닝)은 말을 주체할 수 없이 좋아하는 꼬맹이다. 이들 가족은 돈많은 ‘물주’의 경주마를 관리해주면서 먹고 사는데, 이들 곁에는 매놀린과 한 때 기수였던 벨론처럼 순박한 ‘멕시칸’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이 관리하던 명마 ‘소냐도르’가 시합 중 다리가 부러진다. 제 아무리 명마라도 선수생활이 끝나면 밥만 축내는 애물단지. 물주는 당장 말을 죽이라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벤은 말을 집으로 데려오고, 케일은 이 명마에게 흠뻑 빠져든다. 궁둥이에 ‘메이드 인 할리우드’ 도장이 찍힌 이상, 이 정도 상황만 입력시키면 결말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돋보이는 건 잔잔한 연출과 연기다.(물론 너무 티나게 오버하는 대목도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다코타 패닝의 자연스러움은 물론, 커트 러셀의 묵묵함도 좋다. 한 예로 소냐도르 문제를 두고 케일과 다투던 벤은 우연히 딸의 학교에서 딸이 쓴 글을 발표하면서 케일을 이해한다. 이 장면, 어떻게 표현할까. 시골농장에서 말과 씨름하며 험하게 자란 사람답게, 볼록 나온 배를 티셔츠로 가리고 노안 때문에 안경을 코 끝에 건 채 우중충한 포즈로 서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말투로 쓱쓱 글을 읽어내려간다. 마침내 눈시울이 붉어지자 거칠어진 손마디로 머리를 북북 긁으며 붉어진 눈시울을 가린다. 그리고는 선생님에게 “이 글, 가져가도 되나요.”라는 말만 툭 던진다. 전체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하철 30분 기다려도 안와…” 분통

    철도공사 파업으로 2일에도 수도권 전철이 파행운행되면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파업 첫날인 1일 전국적으로 승객과 화물 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극심한 불편을 겪은 승객들은 철도 노사의 무성의와 무책임에 분통을 터뜨렸다.●여객·화물 운송 5분의1 급감 1일 KTX는 평일 94편의 38.3%인 36편,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평일 340편의 15.3%인 53편만 운행됐다.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 등을 오가는 노선은 운행률이 21.4%에 머물렀다. 화물열차도 전국적으로 평일 256편의 16.0%인 41편만 움직였다. 특히 하루 144차례 2만 2000여t의 화물운송을 담당했던 부산역 기착노선은 운행이 32편으로 줄어 수출입 화물 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충북 단양과 제천의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제천역 화물노선도 82편에서 16편으로 줄었다. 시멘트 생산업체들은 부랴부랴 대형트럭을 확보해야 했다.●2일 수도권 전철운행 평소 40%선 예상 수도권 전철도 절반만 다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체 1043편의 58.6%인 611편만 운행됐다. 이용승객은 평소 휴일 110만여명의 70%로 줄었다.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1호선 인천∼남영, 천안∼남영, 회기∼의정부, 용산∼덕소 ▲3호선 삼송∼대화(일산선) ▲4호선 선바위∼오이도 ▲분당선 선릉∼보정 구간에서 파행운행이 이어졌다. 역마다 승객들은 평소 3∼15분 간격으로 운행되던 열차를 길게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특히 휴일 후 첫 출근일인 2일에는 운행률이 1일보다 낮은 38.8%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하루 160만명에 이르는 수도권 전철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열차 못 탄 승객 분통 한편 이날 철도공사 홈페이지와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가 접속량과 전화 폭주로 마비되면서 예매 승객들이 취소 여부를 제때 확인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딸의 대학 기숙사를 알아보고 집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에 나온 하대윤(52·자영업)씨는 “오후 8시36분발 동대구행 KTX를 예매해 놓고 오전 내내 예매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홈페이지 접속도 안 되고 전화도 불통이어서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휴일을 이용해 대구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서울역을 찾은 윤지선(32·여·회사원)씨도 “며칠 전에 오늘 오후 1시45분발 KTX를 예매해 뒀는데 파업 때문에 걱정이 돼서 서울 잠실 집에서 1시간이나 일찍 나왔지만 운행이 취소됐다.”면서 “최소한 예매자들에게는 개별 통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철도공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반 사무와 관제 업무 담당 직원, 퇴직 기관사까지 동원했고 군 협조도 요청했다. 평소 5330명의 인원으로 운영되던 공사 수송업무에는 이날 일반사무와 관제업무 직원 429명, 퇴직 기관사 89명, 군과 외부기관 협조자 509명 등 1027명의 대체인원이 투입됐다.이재훈기자·전국종합 nomad@seoul.co.kr
  • [독일월드컵 D-100] 아드보카트 강력한 카리스마 선수 사로잡아

    “2002년보다 못할 것 없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해 9월 한국축구대표팀을 맡기 위해 한국땅을 밟으며 이 한마디를 내던졌다. 그리고 꼭 5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말대로 대표팀은 한·일월드컵 당시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움베르투 코엘류와 조 본프레레 전 감독 등 실패한 ‘포스트 히딩크호’ 밑에서 모래알처럼 흩어진 대표팀 선수들의 조직력과 숨어있던 승부욕을 그는 어떻게 다시 그라운드로 끌어냈을까. 지난해 11월 초 핌 베어벡 수석코치가 한 유럽축구 전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은 심사숙고한 뒤 행동에 옮기는 스타일인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본능에 따라 말과 생각을 즉시 실행하는 성향”이라고 둘의 지도 스타일을 비교했다. 사실 히딩크 감독이 ‘지장’이라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맹장’이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한국축구에서 보여준 둘의 ‘축구 방정식’에서도 이 사실은 고스란히 입증된다. 전자가 스리백을 앞세운 철저한 수비형이라면 후자는 상대적으로 포백의 양쪽 수비를 전방에까지 투입시키는 공격형이다. 물론 히딩크 감독도 초반 포백시스템을 저울질했다. 그러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주저없이 스리백을 채택했다. 그에 견줘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집’은 지금도 여전하다.10차례를 치른 해외 전훈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미지근한 평가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소장군(Little General)’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4강 멤버라도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면 집에서 쉬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나태해진 선수들에게 ‘목적타’를 날렸다. 그 뒤 이란과의 평가전을 앞두고는 “대표팀 소집 장소에 차를 몰고 오지 말라.”고까지 주문했다. 장기 해외 전훈을 앞두고 “불참 선수에게 독일행 티켓은 없다.”고 선언, 차출에 난색을 표하는 구단들로부터 백기를 받아내 ‘고집불통’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일관성있는 언행은 결국 불과 몇 개월 만에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에 참가하기 위해 27일 입국한 이영표는 “목표가 뚜렷한 감독 밑에서 서로 인정하고 신뢰하는 팀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아드보카트호의 5개월을 평가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내가 키울래” 입양 희망자 쇄도

    브라질의 한 호수에서 비닐 봉지에 담긴 채 떠다니다 극적으로 구조된 2개월 여자아기를 입양하겠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추어 작가가 촬영한 구조 장면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돼 입양을 희망하는 100여명과 얼굴을 한번 보겠다는 사람들이 아기가 입원한 병원에 몰려드는 바람에 업무가 마비되고 전화도 불통됐다고 영국의 BBC방송 인터넷판도 전했다. 이 아기는 지난 28일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북쪽으로 340㎞ 떨어진 팜풀하 호수를 떠다니던 널빤지 위에 붙여진 검정색 비닐 봉지 속에서 발견됐다. 누군가 보통 슈퍼마켓에서 나눠주는 이 봉지 속 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널빤지를 댄 것이 틀림없었다. 막대기를 이용해 널빤지를 호수 바깥으로 끌어낸 두 사람의 목격자는 봉지 속에서 핑크빛 드레스를 입은 아기를 발견했다. 목격자 중 한명인 호세 다 크루즈는 글로보 텔레비전과 인터뷰에서 “처음엔 고양이 울음처럼 들렸는데 시간이 갈수록 커져 내 주의를 끌었다.”고 말했다. 아기는 근처의 벨로 호리존테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간호사들은 이 아기가 몇 시간 전에 퇴원된 아기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예정일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이 아기는 2개월 동안 인큐베이터 병동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경찰은 아기가 구조된 이튿날 호수에 버려 아기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시모네 카시아노 다 실바(27)를 남자친구 집 앞에서 체포했다. 그녀는 살해 의도는 없었으며 아이를 양육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몇명의 홈리스들에게 아기를 넘겼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병원 대변인은 “이 아기가 매우 건강한 상태여서 퇴원해 보호 시설에 수용될 예정이며 가족에게 돌려보낼지, 아니면 계속 수용할지 여부는 법원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DMZ의 사계] 겨울

    [DMZ의 사계] 겨울

    태봉국의 왕 궁예가 도읍을 정하면서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철원. 이곳은 겨울 철새들에게 낙원이다. 드넓은 평야에 지천으로 널린 낙곡은 겨울식량으로 넉넉하다. 불린 배를 꺼뜨리려는 듯 눈밭에서 펼치는 두루미떼의 군무(群舞)는 가히 장관이다. 눈도 못 뜰 정도의 매서운 칼바람 추위가 몰아치지만 몸놀림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다. 우아한 날갯짓에서 느껴지는 고고한 기품과 자태는 여유로운 비행과 맞물려 신성해보일 정도다.‘근하신년’ 연하장에 그려지는 동양화에서 주연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꾸루룩” 묵직한 울음 소리가 적막한 전방지역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철책 너머 북녘까지 메아리친다. 비무장지대의 동물 가족들에게 겨울은 정중동(靜中動)의 계절이다. 생명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먹이활동 탓인지 한여름의 활발했던 움직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군 부대의 초소 바로 아래 붉은 철사로 금을 그어 놓은 곳. 지뢰밭이니 들어오지 말라지만 일가족으로 보이는 멧돼지 떼가 줄지어 산을 내려온다. 무서운 폭발력을 가진 무기가 눈밭 밑 어딘가에 깔려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인근 마을에서 날아온 꿩, 까치, 까마귀 등과 함께 병사들이 놓아준 잔반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먹이를 찾아 도심까지 내려왔다가 포획되는 도심 주변의 멧돼지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녀석들이다. 그런 행복을 시샘하는 듯 지축을 흔드는 전차의 케터필터 소리에 동물들은 일제히 자리를 떴다. 일순간 동물의 낙원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비정(非情)의 땅으로 변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억눌려 있던 살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두 주먹을 다소 과장하듯 움켜쥐고 상대방을 쏘아보는 군인들의 차가운 눈초리에서 ‘아직은 남북대치의 냉엄한 현장’임을 깨닫게 된다. 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민간인들은 야생동물의 밀렵을 감시하는 이들이었다.“정기적인 순찰만으로도 효과가 있지요.” 조류보호협회 김수호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잠깐. 전방이라 불통이던 기자의 것과는 달리 그의 휴대전화가 연방 울려댄다. 인근 GOP지역에서 눈밭에서 먹이를 찾다가 덫에 걸려 다친 고라니가 발견됐다는 병사의 긴급 신고전화다.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먹이지 마!” 응급조치를 알려주고 일행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간다. 긴장의 땅을 낙원으로 활용하는 야생동물에게 인간들은 불청객이다. “환경도 보존하고 관광의 이익을 본다는 게 가능합니까?” 지자체의 계획대로 DMZ 부근에 생태관광지가 생겨나면 조류보호협회 관계자들은 더 바빠질 것이다. 동물들이 먹을 것과 숨을 곳이 많아지는 새봄이 어서 오기를 그들은 바라고 있었다. 글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市·軍 싸움에 서울공항 앞 우회도로 ‘불통’

    市·軍 싸움에 서울공항 앞 우회도로 ‘불통’

    성남 구도심의 지옥같은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공항 비행안전구역에 조성된 우회도로가 군과 자치단체의 마찰로 수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 군은 단지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설된 도로의 개통을 막고 있고, 성남시는 비행안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군이 대화조차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20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월 중순경 중앙로∼수정로간 왕복 4차선 탄천변 도로(1.2㎞)를 만들면서 서울공항 비행안전 제1구역에 활주로를 따라 도로 270m를 확포장하고 가로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공군측은 “활주로 인근에 확포장된 도로 270m가 비행안전구역으로 도로개설 자체가 불법”이라며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군은 형사고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용항공기지법상 비행안전 제1구역(활주로 중심선 기준 300m 이내)은 군사시설을 제외한 건축·구조물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이 도로의 경우 새로 개설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차량들이 이용하던 2차선도로를 4차선으로 확포장한 것뿐으로 군의 주장과는 다소 다른데다 구간이 짧아 비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는 더욱이 구도심의 지옥체증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던 중 유일한 대안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더욱이 군이 원할 경우 항공기 이착륙시 차량통행을 수시로 금지하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으나 대화통로가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관계자는 “원상복구는 물론 법에 따라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호남 ‘눈 폭격’… 일부 고립

    광주, 전남·북지역에 폭설이 이어지면서 하늘과 땅 바다가 모두 막혀 호남지역이 사실상 고립됐다. 21일 광주, 전남·북 일부 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또다시 많은 눈이 내려 고속도로가 통제되고 휴교령 발령됐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붕괴가 잇따랐다. 또 복구작업을 벌이던 공무원이 철제에 깔려 숨지고 제주와 광주공항이 전면 폐쇄됐다. 이번 눈은 2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긴급 정책협의회를 여는 한편 정부는 재해지구에 준하는 지원을 하기로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10시 현재 정읍 54.8㎝를 최고로 광주 34.2㎝, 장성 35㎝, 담양 34㎝, 곡성 19㎝ 등 광주와 정읍 인근 내륙지방에 눈이 집중됐다. 정읍 적설량 54.8㎝는 1982년 이후, 광주 적설량 34.2㎝는 1939년 기상청 관측이래 이 지역에서 하루동안 내린 가장 많은 적설량이다. 이에 따라 낮 12시40분부터 호남고속도로 곡성∼백양사 양방향 구간, 하행선인 익산IC∼내장산IC 구간 등의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또 오후 4시50분부터는 서해안 고속도로 영광∼군간 구간에 차량 진입이 금지됐다. 호남고속도로 등에 진입했다가 고립된 1000여대의 차량 운전자들은 길을 빠져나오는 데 7∼8시간이 걸리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차량은 연료가 떨어져 갓길에 방치되기도 했으며, 일부 운전자들은 도로공사측이 제공한 물과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추위에 떨었다. 앞바다와 먼바다엔 풍랑 경보 등이 발효되면서 여객선·항공기 등이 운항을 중단했다. 특히 제주기점 모든 노선의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 179편 전편을 결항시켜 관광객 1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전북지역은 안내전화인 114가 불통되기도 했다. 광주·전남지역도 타지역으로부터 걸려온 안부 전화 등이 폭주하면서 통화량이 평소보다 15∼20% 증가했다. 전남·북도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군인과 공무원 등 9000여명과 덤프트럭·제설차 등 1500여대를 투입, 고속도로 및 주요 간선도로에서 제설 및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쏟아지는 눈보라 때문에 제설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날 현재 호남지역 폭설피해는 전남 1558억원, 광주 56억원, 전북 433억원 등 모두 2047억여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273개 초중고교에 22일 하루 동안 전면 휴교령을 내렸고, 전남·북도교육청도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임시휴교를 결정토록 공문을 보냈다. 호남지역에 다시 폭설이 이어지면서 이해찬 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서해안 폭설지역에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지원을 하기로 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서울 유지혜 김준석기자 cbchoi@seoul.co.kr
  • 일본도 폭설·한파 피해 잇따라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열도에도 동해안 일부지역에 18일 2m 이상의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몰아치면서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일본기상청에 따르면 12월로서는 사상 최고의 강설량을 기록한 곳이 많다. 동해와 접한 후쿠이현에서는 남자 1명이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다 떨어지면서 숨지는 등 최소 한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올들어 가장 찬 고기압이 열도를 엄습한 18일 동해 연안의 혼슈나 홋카이도, 그리고 서일본의 광범위한 지역에 폭설이 내려 고속도로가 불통되고, 도쿄와 후쿠오카를 잇는 신칸센이 30분 안팎 지연운행됐다. 선박이나 비행기편 결항도 속출했다. 아울러 이날 하루만도 니가타현 일부지역에 2m 이상의 폭설이 내렸고, 나가노현 산간부를 중심으로도 160㎝ 이상의 눈이 내렸다. 서일본지역의 히로시마에도 14㎝ 이상의 눈이 내렸다. 히로시마 영하 2.9도 등 서일본 많은 지방이 영하까지 기온이 내려갔다. 일본 기상청은 19일 오전까지 호쿠리쿠 지방이 90∼100㎝, 홋카이도·도호쿠·간토북부 등은 70∼80㎝, 서일본 일부지역에는 50㎝ 이상의 폭설이 초속 20m 안팎의 강한 바람과 함께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한편 ‘한파특수’가 소비를 자극, 난방기기 업체 등은 즐거운 비명이다. 특히 난방기기는 11월 이후 예년보다 심한 한파로 전년보다 80% 이상 늘고 있다. 가습기도 2배 이상 판매가 는 곳이 많다. 반면 한파 내습과 함께 해상에 높은 파도가 이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철 특수를 보이는 대게의 어획고가 급감,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taein@seoul.co.kr
  • [깔깔깔]

    ●솔로의 크리스마스 기도문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너무 추워 연인들이 절대 밖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소서. 오도가도 못하게 지하철, 버스, 택시 모두 파업하게 하소서. 서로 연락하려는 연인들이 있을지 모르니 휴대전화·집 전화 모두 다 불통되게 하소서. 낮에는 TV에서 아주 재미있는 프로만 하게 하소서. 매년 크리스마스 때 했던 것을 또 하지 않게 하소서. 오후 7시부터는 교회를 제외한 전지역이 정전되게 하소서. 그래도 만나는 커플이 있다면 사소한 것으로 싸우게 하소서. 아주 졸리게 하소서.24일 아침에 스르륵 잠들어 크리스마스 때 이 꼴 저 꼴 보지 않고 26일까지 쿨쿨 자게 하소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돌풍과 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가 내리게 하소서. 눈 내리면 내 눈엔 피눈물 납니다. 내년에는 부디 이런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 엎친 눈에 덮친 눈 “올 겨울농사 끝장”

    ‘설상가설(雪上加雪)’ 무너진 비닐하우스 앞에 선 최현열(48·전남 영암군 신북면 행정리 유호정마을)씨는 13일 “올 농사는 이미 끝났다.”며 망연자실했다. 폭설에 브로컬리를 재배하던 하우스 44동이 폭삭 내려앉아 복구를 포기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 4~5일에 이어 12∼13일 또다시 눈이 쏟아지자 고추 냉해를 막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하우스에 쌓인 눈을 털어내려 했다. 딸기 하우스로 유명한 전남 함평군 나산면 우치마을도 하우스 보온에 신경쓰느라 마을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100여개 학교 휴교 속출 이날 광주·전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부안 25.6㎝를 최고로 정읍 25.5㎝, 고창 23㎝, 영광 13㎝ 등 호남 서부지역에 폭설이 집중됐다. 영하 5도를 웃도는 강추위로 쌓인 눈이 얼어 붙으면서 출·퇴근 대란이 빚어졌으며 농촌 등지의 학교 100여개가 휴교했다. 폭설로 인한 피해 규모는 지난 4∼5일 집계된 1680억여원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방기상청은 “호남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이번 주말까지 3∼10㎝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서해상의 공기와 만나 눈구름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비닐하우스 폭삭 주저앉아 폭설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비닐하우스 시설물과 농작물이었다. 전남 영암·나주·함평·영광 등 서부지역 11개 시·군에서 585㏊가 파괴됐다. 기존에 무너진 비닐하우스도 43% 정도 복구되고 있었지만 이번 폭설로 이마저도 중단됐다. 기름보일러를 태워 기르던 고온작물인 고추·피망·애호박·장미 등은 모두 폐기처분됐다.●가축 80만여마리 동사 닭과 오리를 기르던 비닐하우스 축사도 피해가 심했다. 전남도내 축사 83㏊에서 닭과 오리 등 82만여마리가 얼어 죽어 피해액이 465억여원에 이른다. 전북도에서도 3.5㏊에서 닭 1만여마리가 폐사해 30억여원을 날렸다. 또 인삼재배지 669㏊에 1030억여원, 수산 증·양식시설 160개에서 58억여원, 표고버섯 재배사 23㏊ 53, 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육·해·공 발묶여 전남 도내에서는 도로 12곳, 어항시설 8곳의 시설불통 등으로 23억여원 재산피해가 났다.13일 다시 강풍이 불면서 목포와 여수, 완도를 기점으로 하는 21개 항로 여객선 24척이 한때 통제됐다. 서남해안 먼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광주공항도 여객기 3편이 결항하는 등 불편이 잇따랐다. 추위는 다음주 초까지 이어진다.14일부터 차츰 기온이 오르겠지만 상승폭이 미미해 다음주 화요일인 20일쯤에나 평년기온(서울 기준 영하 3도)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4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로 전일보다 다소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추위가 약간 누그러들겠지만 낮에도 영하 3∼4도의 낮은 기온을 보이는 등 당분간 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13일 예보했다.이번 추위는 주말을 지나 다음주 월요일인 19일까지 이어지다 20일쯤 풀릴 것으로 보인다.14일 지역별 최저기온은 서울·인천·수원·청주 영하 10도를 비롯해 춘천 영하 15도, 대전 영하 9도, 강릉 영하 8도, 전주·대구 영하 7도, 부산·광주·울산 영하 5도, 제주 2도 등이다. 한편 13일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1.6도로 떨어지고 대관령이 영하 18.8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무안 남기창 기자 kcnam@seoul.co.kr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이춘규특파원 도쿄이야기] ‘안전신화’는 없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2일 밤 일본 북부 미야기(宮城)현에서 발생한 규모 6.4의 강진과 도쿄 등 간토지방을 덮친 규모 4.3의 지진은 일본 국민에게 과거와 다른 공포 체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이날 자정까지 별다른 인명·재산 피해가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최근 들어 ‘안전신화(神話)’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107명이 사망한 열차 탈선사고(4월),12시간 신칸센 불통(8월), 항공기 이·착륙 사고 등 올해 각종 재난이 이어지며 일본인들은 신화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달 40개 동 이상의 아파트와 호텔이 부실 시공돼 중급 규모의 지진에도 붕괴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내 집은, 아이는 안전한가.”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실 파문의 진원지인 아네하 건축사무소가 최근 일본주택건설산업협회가 수여한 ‘우수사업상’을 수상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을 더욱 키웠다. 설계-감리-건설회사로 이어지는 하청구조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고, 연루업체의 파산도 2일부터 시작됐다. 앞서 국토교통성이 도쿄도와 가나가와, 지바 등 수도권 아파트 20개동과 호텔 1곳 등 21개 건물이 ‘위조서류’로 시공·준공 검사를 받은 사실을 공표했다. 단독주택까지 규정보다 철골·철근을 적게 쓴 것으로 확인됐다.20개 이상의 중견호텔이 영업을 중단, 투숙객들이 짐을 싸고, 아파트 주민이 이삿짐을 꾸리는 등 3주째 소동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부실 의혹을 신고받고도 1년 반이나 늑장 대응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며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도 보통사람들이 사는, 보통의 나라일 뿐”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taein@seoul.co.kr
  • 곳곳 ‘먹통’… 민원업무 혼선

    정부중앙청사의 전화번호가 3703국번에서 2100국번으로 변경된 17일 전화연결이 제대로 안돼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업무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전화불편은 오전에 보완을 해 다소 개선됐지만 일부에서는 오후까지도 지속됐다. 일부 사무실의 경우, 업무가 시작됐는데도 착신과 발신 양방향 모두 불통돼 애를 먹기도 했다. 정부중앙청사의 대표전화였던 ‘3703-2114’번호는 오전 한때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변경되었사오니 확인하시고 다시 걸어 주십시오.’라는 멘트만 알려주다가 뒤늦게 제대로 안내해주었다. 행자부는 당초 바뀌기 전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3개월간 바뀐 번호로 안내된다고 밝혔었다. 행자부장관실의 기존 전화 ‘3703-××××’번도 ‘전화번호가 변경됐으니 확인하라.’는 같은 말만 되풀이되고 바뀐 전화번호는 안내되지 않았다. 일부 안내멘트도 바뀐 번호로 연결을 하고 싶으면 ‘우물정(#)자’를 누르라고 알려줬지만 막상 ‘우물정(#)자’를 눌러도 수신자가 없거나,‘뚜·뚜·뚜’소리만 날 뿐이었다. 외부에서 행자부에 전화했던 한 민원인은 “행자부 한 사무실의 전화번호 ‘××04∼××15’까지 번호를 차례로 눌렀는데 한 곳도 연결되는 곳이 없었다.”면서 “최근 전화친절도를 조사한 곳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편 행자부는 정부청사의 통신시설이 노후되고 용량이 부족해 시설 교체와 함께 전화번호를 이날부터 2100국번으로 교체했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백승종 정감록 산책] (39)민족적, 유교적 천문예언과 오윤부

    [백승종 정감록 산책] (39)민족적, 유교적 천문예언과 오윤부

    구한말 대표적인 애국계몽 운동가요, 항일운동가인 단재 신채호는 우리역사를 깊이 연구했다.‘조선 상고사’처럼 널리 알려진 연구서가 있는가 하면,‘꿈하늘(夢天)’ 같이 소설 형식을 취한 것도 있다.‘꿈하늘’은 일종의 팬터지 문학으로 항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작가 신채호는 천상에 올라 ‘임’을 좌우에 모신 여러 영웅호걸을 만난다. 이순신과 세종대왕이 있고 철학자 화담 서경덕도 보인다. 도술의 달인 전우치도 함께 자리한다. 예상 밖인 것은 오윤부(伍允孚)라는 생소한 인물이다. 그는 성력(星曆)의 대가라 했다. 우선 성씨부터 낯선 오윤부. 좀 더 알고 보면 그는 ‘고려사’ 열전에 소개될 정도로 완전히 무명은 아니었다. 천문예언 전문가라고 했다. 섣부른 짐작과는 달리 고려시대에는 천문예언이 무척 중시됐다. 이름난 유학자 박상충의 전기에도 “성명(星命)에 밝아 사람들의 길흉을 점치면 많이 맞혔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다. 중국에서는 13세기 이후 사주명리학이 예언이나 점의 핵심이었다. 고려는 경우가 달랐다. 풍수지리와 더불어 천문예언이 늘 예언의 중심축이었다. 인간 만사가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 그리고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땅의 기운과 직결된다는 믿음이 고려인들의 정서에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문은 조선후기에 출현한 ‘정감록’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정조9년(1785) 정감록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이른바 하늘이 낸 사람이라는 것은, 그 성씨가 김가이고, 이름은 자세히 모릅니다만, 금년에 군사를 일으킨다고 들었습니다. 유가는 정미년에 군사를 일으키고, 정가는 무신년에 군사를 일으켜, 세 집안사람들이 장차 백 년 동안 서로 싸웁니다. 그 증거로, 객성(客星)이 남방에서 이미 서울로 들어왔습니다.”(실록, 정조 9년3월1일 경술) 조선은 장차 3국으로 분할돼 오랜 세월 다투게 된다는 예언이다. 객성이 남쪽에서 출현해 서울 쪽으로 들어왔다는 천문현상이 증거로 제시됐다. 나라의 운명은 별이 결정한다는 민중의 믿음이 읽힌다. ●대대로 별점을 본 오윤부 고려 충렬왕 때 일관(日官)으로 활동한 오윤부야말로 별점의 대명사였다. 그의 본관은 황해도 배천(白川), 한 때 부흥(復興)으로 불리기도 한 곳이다. 일제시대의 성씨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엔 배천 오(伍)씨가 없다. 오윤부는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만 전해 내려온다. 그 조상은 대물림을 해가며 고려의 수도 개성에 살았다. 배천오씨들은 자자손손 별점을 보며 태사국(太史局)을 지켰다.(오윤부의 전기는 ‘고려사’, 권 122를 참조) 고려는 귀족사회였고, 모든 신분이 세습되었다. 심지어 군졸 노릇만 하는 집안, 아전과 서리를 배출하는 집안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일관 오윤부 일가는 귀족은 아니었으나, 일반 농민이나 상인보다는 훨씬 지위가 높았다. 오윤부는 용모가 초라했고 말수가 적었다. 여간해서는 좀체 웃지도 않았다. 그는 첫눈에 호감을 살 만큼 붙임성 있고 구변 좋은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천문을 익혔다. 장성해서는 일관에 임용되어 여러 관직을 거친 뒤 판관후서사(判觀候署事)라는 고위직에 올랐다. 말년에는 천문도(天文圖)를 그려 왕에게 바쳤다. 후배 일관들이 그 천문도를 모범으로 삼았다니 그의 실력을 짐작할 만하다. 오윤부의 특기는 뭐니 뭐니 해도 별점이었다. 타고난 재주도 재주였지만 그는 무척 부지런했다. 밤을 새워가며 하늘을 수놓은 수 백 개의 별들을 샅샅이 살폈다. 날씨가 제아무리 춥거나 덥더라도 그는 늘 성실했다. 오윤부의 먼 후배 격인 조선시대 일관들은 5개 팀으로 나뉘어 하루 24시간 내내 하늘을 관측했다. 그들은 관측 대상을 23종으로 나눠 정상적인 현상과 비정상적인 것으로 구별했다. 해, 달, 흰무리, 지진, 혜성, 새별(新星) 그리고 28수로 요약되는 주요 별자리를 모두 점검했다. 일관들은 특히 새별과 흰무리 등의 모양, 정도, 자리, 바뀌는 모습을 낱낱이 기록해 ‘성변측후단자’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서운관지’) 이 보고서에 천체 약도가 첨부돼 날마다 임금님에게 제출됐다. 조선시대 일관들이 남긴 일지는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천문 보고서였다. 그 일부가 아직도 남아 천문 강국의 역사를 입증한다. 고려시대의 일관들은 그와 비슷한 활동을 했고 그것이 ‘고려사’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특히 오윤부는 이상한 천문 현상을 해석하는 데 뛰어났다. 어떤 별이 천준(天樽)을 범하자 “이번에 올 중국사신은 술꾼이다.” 고 예언했다. 천(天)은 중국, 준(樽)은 술통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또 어떤 별이 여림(女林)을 범하자, 중국 사신이 와서 소녀들(童女)을 데려갈 것이라며 걱정했다.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이런 식의 해석이 현대인의 눈엔 너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늘이 꼭 중국이어야 될 이유가 없다.‘여림’을 두고 공녀(貢女)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까닭도 없다. 그러나 그 때는 원나라의 횡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오윤부는 그런 현실을 감안해 모든 천문현상을 풀이했다. 그의 별점은 잘 들어맞았고 소문이 원나라 황제의 귀에까지 들렸다. ●원형 민족주의자 오윤부 고려 후기에는 원의 수시력과 같은 중국역법이 수입되기도 했다. 오윤부는 그 방면에도 상당한 전문가였다. 그는 달력을 고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고려의 제일(祭日)을 중국과 비교했다. 고려에서는 봄가을의 가운데 달인 음력 2월과 8월의 마지막 무일(遠戊日)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나, 중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첫째 무일(近戊日)을 제삿날로 삼았음이 확인됐다. 오윤부는 조정에 건의해 중국의 예를 따르게 했다. 그러나 그가 항상 중국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긴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의미로 그는 고려인이었다. 충렬왕은 즉위 직후 선왕인 원종의 신위를 종묘에 모셨다. 새 위패를 선대왕들의 신위와 합설하기 위해 원종의 시책(諡冊 시호를 아뢸 때 쓴 글)을 올릴 차례가 되었다. 충렬왕후는 원나라 공주였는데, 왕비로서 그 행사에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마침 오윤부가 이 행사를 주관했다. 그는 난색을 표하며 공주의 참여를 가로막았다. 선대왕들의 신령이 계신 곳에 원나라 공주가 술잔을 올리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원나라는 과거 수십 년간 고려를 침략했기 때문에, 고려인들은 원을 미워했다. 오윤부는 이런 반원의식이 강했다. 원나라 공주는 종묘 제사에서 제외됐다. 많은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통쾌해 했다. 알려진 대로 원종 이후로 고려에 대한 원나라의 간섭이 더욱 노골화됐다. 고려국왕은 대대로 원나라 황실의 사위가 되었다. 왕은 죽어서도 원나라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시호에 표기해 “충○왕”이 되었다. 고려왕실에 시집온 원나라 공주의 위세는 때로 왕권을 능가하는 경우가 있었고, 오윤부는 이 점을 못마땅해 했다. 그는 천문 현상을 빙자해 공주를 압박했다.“천문을 살펴 보니 괴이한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요즘은 심한 가뭄까지 닥쳤습니다. 청컨대 궁궐을 짓거나 고치는 공사를 중지하고 덕을 닦으십시오. 그래야 재변이 멈춥니다.” 원나라 공주는 오윤부의 제지를 받자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원나라 공주에 대한 오윤부의 공격은 계속됐다. 공주는 고려에 시집온 뒤에도 여러 차례 본국을 오갔다. 그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국고에서 지출되었음은 물론이다.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판인데 공주는 원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자기가 없는 동안 궁궐을 대대적으로 수리하라고 지시했다. 언젠가 한 번은 재상들을 불러 모아 놓고 좋은 날을 택해 아예 새 궁궐을 지어 놓으라고 졸랐다. 다들 불평은 있었지만 드러내놓고 반대는 못했다. 이 때도 오윤부가 발 벗고 나섰다.“금년에 토목공사를 일으키면 임금님께 불리하므로, 신하인 저는 절대 택일을 못하겠습니다.” 원나라 공주는 분노에 치를 떨며 오윤부의 벼슬을 빼앗았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매로 때리려 했으나 마침 그 장면을 목격한 어느 재상이 애써 말리는 바람에 매 맞는 것만은 간신히 피했다. 그 일로 분이 안 풀린 공주는 오윤부를 왕에게 고자질했다. 왕은 공주의 청을 어기지 못해 오윤부를 매질하게 했다. 그는 매를 맞으며 이렇게 변명하였다.“날을 가리는 것은 흉(凶)을 피하고 길(吉)을 맞으려는 것입니다. 신하를 협박하여 억지로 가리게 한다면 차라리 가리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신은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임금님의 뜻에 아첨할 수가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궁궐을 짓는 공사가 겨우 시작됐는데, 화성이 달을 삼키는 변이가 일어났다. 왕은 반승(飯僧 스님들에게 밥을 공양함)을 실시해 이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다. 반승은 사소한 재앙이 예측될 때마다 되풀이된 고식적인 해결책이었다. 오윤부는 동료인 문창유와 함께 왕에게 간언을 바쳤다. 화성이 달을 삼키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스님들에게 밥을 주고 부처님을 공양한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 값싼 보시를 그만 둬야 한다. 진정한 길은 불필요한 토목공사를 중지하는 것이다. 사실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왕은 반대여론을 의식해 궁궐 짓는 일을 그만뒀다. ‘고려사’에 실린 전기 기록을 검토해 보면 오윤부의 간언은 전문분야인 천문에 구애되지 않았다. 시사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한 번은 오윤부가 전법총랑(典法摠郞 법률의 집행을 담당) 박인주에게 전법사의 사무가 자꾸 지연되는 까닭을 물었다. 원나라 공주의 명령과 임금님의 명령이 한없이 쏟아져,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왕과 공주는 각기 소송 사건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해 일처리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오윤부는 이런 일이 자기 소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에게 따졌다. 이런 식으로 일관 오윤부는 가끔씩 왕과 의견충돌을 보였다. 그러나 원나라 공주에 대해 대들거나 비판하는 경우는 더욱 많았다. 그는 공주 보기를 마치 원나라 침략군을 대하듯 했던 것 같다. 오윤부는 일종의 원형(proto) 민족주의자였다. ●백성을 대변한 오윤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전혀 안 그럴 것 같지만 천문에는 변이가 많다. 그럴 때마다 오윤부는 이를 정밀하게 살펴 고려왕실의 미래 운명과 관련지었다. 그는 특히 고려백성의 편에서 국왕 내외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천문현상을 활용했다는 혐의가 있다. 천문에 이상이 있을 경우 과거의 일관들은 기도를 권하거나 굿을 하라는 권고를 주로 했다. 다분히 미신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오윤부는 달랐다. 그가 제시한 해결방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정치적이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백성의 원망이 없다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 두 곳에 파견한 왕지별감(王旨別監 왕의 특사)을 소환하고, 여러 곳에 설치된 공주식읍(公主食邑 원나라 공주에게 준 토지와 백성)을 폐지하면 되겠습니다.” 이런 권고를 듣자 왕은 한동안 망설였지만 마침내는 공주에게 줬던 식읍을 폐지하였다. 거기서 거둔 세금을 나라의 창고에 배속시켜 백관의 봉록에 충당하도록 하였다. 사실 원나라 공주는 왕을 졸라 각처에 농장을 마련해 호사가 극에 이르렀다.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수만 명의 백성들은 한숨을 짓고 있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오윤부는 백성들의 의사를 대변해 식읍의 혁파를 주장했다. 하늘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변동도 오윤부는 마찬가지로 이용했다. 언젠가 한번은 궁궐 연못에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산소부족이었든지 아니면 약물에 의한 중독이었을 것이다.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물위로 떠오른 고기떼를 두고 오윤부는 충렬왕을 몰아쳤다.“갑술년(충렬왕 즉위년 1274)에 대궐 동편 못에서 이런 괴변이 일어났고 선왕이신 원종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청컨대 임금님께서는 덕을 닦으시고 스스로를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궁궐의 물고기가 죽든 살든 그것이 왕의 목숨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러나 일관 오윤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칫하면 국왕이나 원나라 공주의 진노를 사게 될 거였지만 개의하지 않았다. 예언가 오윤부의 성공비결은 고려사회에 만연했던 반원적인 정서를 잘 이용했다는 점이다. 조정 대신들 가운데도 원나라의 정치노선에 반대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어찌 보면 충렬왕 역시 친원과 반원의 두 노선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했다. 그 틈을 비집고 오윤부는 한결 같이 자주노선을 지켰다. 그런 점에서 그는 묘청과 백수한의 후예였다. 그러나 오윤부는 묘청 등을 뛰어넘었다. 그는 일관으로서 하늘의 뜻을 왕에게 정확히 인식시켜야 될 임무가 있다고 확신했다. 만일에 왕이 자기의 ‘충언’을 듣지 않으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끝까지 졸라댈 정도였다. 오윤부의 해석은 유교의 재이론(災異論)에 가까웠다. 묘청 등이 불교적이고 무속적인 세계에 기울어 있었다면, 오윤부는 다가올 성리학 시대의 천문해석에 근접해 있었다는 말이다. 유교적인 천문예언가 오윤부의 고집불통에 충렬왕은 때로 두통을 일으켰다. ●충렬왕이 졌다! 왕은 오윤부를 골탕 먹일 생각까지도 했다. 원 나라 세조가 요동을 정벌하게 되었을 때다. 왕은 상국의 명령으로 마지못해 군사를 거느리고 평양까지 나가게 됐다. 우선 유청신을 황제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그 때 오윤부가 별점을 쳤다.“아무 날 유청신이 반드시 돌아옵니다. 임금님께서는 요동까지 가실 필요 없이 말머리를 서울로 돌리게 되십니다.” 그러나 그 날이 됐는데도 유청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오윤부를 체포했다. 점괘가 틀렸으니 벌을 받으라 했다. 하지만 오윤부는 해가 아직 저물지 않았다며, 좀더 기다리자고 했다. 과연 얼마 안 있어 먼데서 먼지를 휘날리면서 달려오는 말 한 필이 있었다. 유청신이 타고 있었다. 예언이며 점이 설마 그렇게까지 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문현상은 그저 자연계의 변화를 알릴 뿐이다. 그것이 인간 세상에 복을 불러들일 리 만무하고 화를 초래할 수도 없다. 오윤부의 사고방식은 이런 현대적 인식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시대적 한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윤부는 늘 나라와 백성을 위해 천문을 살폈고, 그 때문에 민중은 그를 사랑했다. 신채호가 그를 가장 뛰어난 천문예언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다시 조선 정조 때 일어난 ‘정감록’ 사건으로 돌아간다. 이 사건의 공범인 평민 지식인 주형채도 오윤부처럼 별점을 보았다. 주형채는 말했다.“작년 섣달 초7일, 초8일, 초9일에 위성(危星), 실성(室星), 벽성(壁星) 앞에 20여 개의 별이 벽을 쌓고 늘어섰습니다. 그 속에 붉은 기운이 있었습니다. 장군성과 태백성이 서로 싸운 지 3일 만에 서로 1도(度) 거리로 떨어졌으며, 태백성이 어깨로 장군성을 떠밀어 여러 번 물러가고 나아가기도 하였습니다.” (정조,9년3월22일 신미) 주형채는 국가의 녹을 먹는 일관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윤부처럼 밤하늘의 별자리를 많이 알고 있었고 밤새워 별을 보았다. 별자리의 이동을 1도 2도로 따질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다. 고려시대에는 오윤부 같은 특수 계층만 그런 지식을 독점했다. 그러나 조선후기에는 평민지식인들도 서적을 통해 공유하게 됐고, 그래서 주형채와 같은 평민도 직접 별을 바라보며 민중의 희망을 찾아 나섰다. 자유로운 지식은 곧 우리들의 희망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조영증의 킥오프] 아드보카트 능력을 보여주세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지난 13일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 감독에 딕 아드보카트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감독을 선임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년 월드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했다. 특히 기술위는 7명의 최종 후보 중 나란히 1·2순위였던 아드보카트와 핌 베어벡 두 사람을 함께 조합시켰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네덜란드 토털사커의 대부인 리누스 미셀의 수제자로서 그의 축구 철학을 이어받아 과감한 공격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을 중시한다. 또한 전원공격과 수비 토털사커의 교과서를 철저히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도자 경력과 경험 또한 화려하다.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을 두 차례 역임한 것을 비롯해 PSV에인트호벤, 독일의 보루시아 MG, 스코틀랜드의 레인저스 등을 거쳐 UAE 감독을 맡았다. 특히 네널란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94년 미국월드컵 8강,2004년 포루투갈 유럽선수권 4강의 성적을 올렸고 PSV에인트호벤 시절에는 96년 암스텔컵과 97년 네덜란드 리그 정상을 차지했다.99년과 2000년 스코틀랜드리그와 FA컵을 2연패하는 등 ‘우승청부사’라는 별명에 걸맞는 성적이 늘 따라다녔다. 더구나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할 베어벡 코치는 2002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과 호흡을 맞춰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일궈낸 숨은 일꾼 중의 한 사람이다. 베어벡 코치는 한국의 축구 문화와 정서, 선수 개개인의 능력, 축구협회와의 대화 채널 창구 등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외국인 지도자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세계적인 명장인 아드보카트 감독과 한국 축구의 현실을 꿰뚫고 있는 베어벡 코치의 선임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이후 두 명의 사령탑을 교체했다. 코엘류 감독은 너무 유했고, 본프레레 감독은 고집불통이었다.‘독선으로 대표팀을 이끌어 오면서 모든 결정을 혼자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한국을 떠나면서 밝혔던 얘기가 생각난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혹시 아드보카트 감독도 스스로 본프레레 감독과 비슷한 성향의 지도자는 아닌지 꼼꼼히 짚어볼 대목이다. 이제 월드컵 준비기간이 9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동안 겪어온 시행착오를 차근차근 점검하고 새롭게 준비해 2002월드컵의 환희와 감동을 다시 한 번 재현하기를 기대해 본다.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youngj-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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