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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 DOC ‘수취인분명’(미스박) 촛불집회 참여 무산…‘여성혐오’ 논란 때문

    DJ DOC ‘수취인분명’(미스박) 촛불집회 참여 무산…‘여성혐오’ 논란 때문

    그룹 DJ DOC의 시국가요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여 촛불집회 무대 출연이 취소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은 SNS를 통해 “예정된 DJ DOC 공연이 취소됐다”고 25일 밤 11시쯤 공지했다. 출연 무산은 DJ DOC가 무료가 배포한 시국가요 ‘수취인분명’(미스박)의 노랫말에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다분하다는 일부 여성 관련 단체들의 항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DJ DOC 측 관계자는 “집회 주최 측으로부터 출연 불가를 전달받았다”며 “주최 측에 여성 혐오 가사라는 일부 단체의 항의가 잇달았다는데 이 곳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 농단’을 한 인물들에 일침을 가하는 ‘디스’ 곡이다. 여성 혐오라는 지적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잘 가요 미스(테이크) 박 쎄뇨리땅’ 가사에서 ‘미스 박’에는 ‘미스테이크(mistake) 박’이란 뜻이 담겨 있고, ‘쎄뇨리땅’은 스페인어(세뇨리타)로 ‘아가씨’라는 뜻이 아니라 새누리당을 꼬집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의미 있고 평화로운 집회인 만큼 누를 끼칠까봐 불참 요구를 받아들였다”면서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촛불집회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하든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DJ DOC의 ‘수취인분명’(미스박)의 가사 (1절)박 U 노답, no doubt, 나이값쪼또 못하는 어버이연합아들뻘 우리들이 볼땐 꼴값처럼 보인답니다 노답아 좀 꺼줘~ 촟불은 안꺼져이제 좀 쉬어 집에 돌아가셔서 지금 이대로 가신다면진상 아닌 고상한 탕 문고리 삼인방국민에겐 사과없이 박그네만챙겨 양심팔아 돈을 땡겨자기들 밥그릇만 존나챙겨 얼음공주 또는 수첩공주(공)공범이자 (주)주범모두(너)몸통인데 가지보고 나무라해우린 뿌리줄기가지합쳐 나무라해!! (Hook)역대급 삥땅, 멘붕 쎄뇨리땅^^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 빵빵다왔어요 잘들어가요 깜빵이 잔당 몽땅 쓸어담아 깜빵잘가요 miss(take) 박 쎄뇨리땅~^^ (2절)난 좌우상관 없지 사실 난 오른손잡이하지만 니넨 날 또 빨갱이라 부르겠지내가 양아치 빨갱이라면 당신은 거짓말쟁이순시리의 꼭두각시 닭대가리 한국가의 원수에서 국민들의 원수우리의 소원은 통일? 틀렸어 번짓수남북통일 대박? 좌우통일 먼저해봐 아! 혼자선 못하지!! 허락받아야지전화해봐~ 대포폰으로 confirm고집불통에 꼴통 대통령단절된 소통 다른이의 고통 눈물 연기는 보통 (흉내)아무리 물어봐도 답변이 없네쥐 나간 자리에 닭변만 있네우주의 기운에 나라가 기우네저기 자기 자식을 잃은 엄마가 우네 (Hook) (3절)우리가 궁금한건 산더미 만큼많고 많지만 정말 궁금한건당신의 7시간 2014년 4월 16일 진공상태처럼 떠버린 당신의 알리바이와 상대도대체 뭘 했길래 대답을 못해국민앞에 사죄해도 모자를 판에간신배 새끼들과 또 판을 짜네무덤을 파네 결국 또 한배를 탔네우리배 삿대질은 4공 딸의 손에위험한 물가에 월급봉투를 내놓네 배후 세력에 의해 연기하는 배우그녀는 무식혜 그리고 위험혜 매우한국가의 원수 이제 국민들의 원수말바꾸기 선수 생긴건 꼭 일수이런 세상을 바꿔 생각만으론 못바꿔일단 다음 선거날에 알람을 맞춰 (Hook)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과유불급 정치/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과유불급 정치/강동형 논설위원

    한비자는 권모술수 통치술을 제시한 법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다. 마키아벨리가 한비자를 사사해 군주론을 쓰지 않았나 할 정도로 두 사람은 닮은 데가 많다. 한비자 망징편(亡徵篇)에 나라가 망하기 전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징조들이 나열돼 있다. 나라가 망하는 징조 47개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 데 그건 지나치거나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외교관계에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거나, 지나치게 나라의 재물을 낭비하거나, 지나치게 신하를 편애하거나 하면 나라에 망조가 든다는 설명이다. 그의 생각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과유불급은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여기서 과와 불급은 선악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세상과 삶을 대하는 태도인 동시에 극복의 대상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렇게까지 된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불통, 다시 말해 소통 부재에 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장 부족한 게 소통이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드러난 사실이지만 소통 부재는 국민과 야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청와대 내부, 여당의원 사이에서도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도 대통령 대면 보고를 못 하고, 문고리 3인방 등 소수의 측근과 비선인 최순실씨에게 의존했다는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소통 부재는 결국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도 귀를 닫아 놓고 나 홀로 행보를 이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행보에서 명분과 실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엊그제 해프닝으로 끝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와 철회도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지나침의 연속이다. 추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당의 이미지에도 큰 흠집을 냈다. 추 대표의 잘못은 야당대표로서 차별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명예욕이 앞섰거나 당내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야 영수회담을 놓고 갑론을박하면서 민주당은 대통령 퇴진을 반나절 만에 당론으로 정한 것이나, 영수회담을 일방적으로 철회한 것도 지나친 결과물이다. 그동안 민주당 당론이 성난 민심보다는 반 발짝 뒤따라오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지금 정치권에는 완충지대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여권, 야 3당의 통일된 주장은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과유불급이 아닐 수 없다. 과유불급 정치의 폐해를 줄이는 길은 중용지도(中庸之道)에 있다고 한다. 치우치지 않은 평범한 가운데 진리가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가득 채우면 텅 비어 버리고, 7할만 채우면 온전한 계영배(戒盈盃)의 교훈도 되새겨 봤으면 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고비마다 ‘뜬금포’… 추미애 리더십 타격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뜬금없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가 당 안팎의 거센 반대에 부닥치자 14시간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으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당내에선 추 대표의 불통과 일방적인 리더십이 결국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다른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추 대표의 스타일이 언젠가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걱정했는데 결국 터질 게 터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추 대표의 ‘이상한 리더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결정적 고비마다 독단적으로 뜬금없는 결정을 내려 상대당이나 상대정파에 유리한 국면을 초래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도대체 누구 편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 때문에 ‘독불장군’이라는 별명이 지금까지 따라다니고 있다. 지난 8월 말 당대표에 당선된 추 대표는 다음달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가 당내 거센 반발에 부닥쳐 결국 취소했다. 대표 취임 이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며 ‘국민 대통합’ 행보를 보여주겠다는 게 추 대표의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지지층의 정서에 반하는 그의 결정은 큰 비판을 불렀다. 그때도 추 대표는 최고위원들을 포함해 당 소속 의원들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9년에 추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아 복수노조 1년 6개월 유예,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6개월 유예, 교섭창구 단일화 등을 골자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수정안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은 채 상대당인 한나라당 의원만으로 단독 통과시켰다. 당내에서는 “배신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추 대표는 당론과 반대로 처리한 ‘죄’로 2개월 당원 자격정치 처분을 받았지만 “소신이며 후회는 없다”고 반박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일도 지금까지 ‘주홍글씨’로 남아있다. 그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은 내 정치인생 중 가장 큰 실수”라고 밝히며 “(당시 사죄의 의미로) 삼보일배를 한 이후 무릎 상태가 안 좋아져 아직까지 높은 구두를 신지 못한다”며 수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당 대표 선출 직후 전 전 대통령 예방 계획 파문과 이번 단독 영수회담 제안 파문을 잇따라 일으키자 당내에서는 추 대표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100만 촛불 민심을 대변해야 하는 중차대한 국면에서 야권 연대를 흐트러뜨리는 중대한 실책을 범함에 따라 여소야대 국면을 주도할 제1야당 대표로는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2년 임기를 다 채운다면 추 대표는 내년 대선 국면에서 당 대표로서 선거를 지휘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이처럼 불안하고 이상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당 대표 체제로 계속 가야 하는지 민주당으로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100만 평화 촛불] “6월 항쟁 넘어선 역사… 정권에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의미”

    [100만 평화 촛불] “6월 항쟁 넘어선 역사… 정권에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의미”

    지난 12일 100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26만명)의 국민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정권에 더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유권자 40명 중에 한 명꼴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기 위해 길 위에 섰으니 이는 ‘국민을 대표하는 민의(民意)’라고 했다. 해결책은 ‘하야 아니면 탄핵’뿐이라고 밝혔다. 또 정권 유지로 인한 혼란이 하야로 인한 혼란보다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질서 있는 퇴진’이 너무 장기화하거나 정치권이 대선을 유리하게 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0만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정권이 어떻게든 결단을 취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상징적인 의미”라며 “국민의 힘을 얻어 야당이 탄핵안을 가용수단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야당은 특검, 청문회, 국정조사 등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여당은 사람이 아니라 목표에 따라 움직였는데 지금은 사람으로 움직이고 있어 걱정이다. 여당도 상당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100만명이 모였다는 건 대통령과 국회가 국가 통치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의미로, 행정 시스템이 더이상 작동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대통령의 하야는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촛불집회는 광우병 때처럼 정책에 대한 불만이나 효순·미선이 때처럼 추모의 의미가 아니라 ‘국가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당, 야당 모두 무책임하게 행동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이며, 향후 새누리당의 해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집회는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고, 평화적인 집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1987년 6월 항쟁보다 더 큰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며 “사실상 전 국민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눈과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4000만명의 유권자 중 100만명이면 40명 중 한 명꼴로 집회에 참여한 것”이라며 “5%의 국정지지도를 감안해도 청와대나 정치권은 이러한 변화의 요구에 대해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이 유지돼 생기는 혼란이 하야·탄핵에서 오는 정치·사회적 혼란보다 더 크다”면서 “박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국가를 대표할 수 없으며 외치만 맡는 방안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가까운 시기에 퇴장하겠다는 등 6·29선언에 맞먹는 수준으로 민의를 수용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6월 항쟁 이후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는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는 6·29선언을 했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100만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며 “양적인 의미보다 질적으로 성숙한 시민들의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집회는 단순히 열받으니 물러나라는 식의 감정 폭발이 아니라 ‘더이상 이런 나라에 살 수 없다’는 이성적인 판단에 기반해 구체적인 문제점과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대통령은 하야해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 최순실 국정 개입이 낳은 사회의 부조리가 재발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만일 정당들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계기로 이용할 경우 시민들의 문제 제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권력 구조 내 부패 네트워크를 깨부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퇴진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나와 있고, 박 대통령은 국가를 위한 최선의 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하야를 하지 않으면 결국 대통령은 그 자리를 지키면서 자기방어를 하게 되는데 이 경우 정국 혼란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민들의 집회 참여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들 순 있어도 대통령에게 분노를 촉발하게 되는 사건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집회가 장기화, 만성화될 경우 남미처럼 과거로 회귀할 우려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100만명의 국민이 모인 이유는 결국 ‘소통 통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집권층은 여론에 대해 ‘그래도 국민의 뜻은 우리에게 있다’며 편한 대로 해석했고, 국민들은 최대한 많은 숫자를 모아 집결하는 것밖에 뜻을 전할 길이 없었다”고 봤다. 최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이나 언론 보도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을, 소통의 채널을 막은 채 소수와 결정하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결국 집권층은 불통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 대통령이 남긴 것/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 대통령이 남긴 것/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미증유의 국정 농단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온 나라가 벌집 쑤셔 놓은 듯 요란하다. 친박계나 재벌 및 보수 계열에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선에서 대충 마무리하고 싶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천방지축으로 날뛴 최순실의 갖가지 만행 및 대통령이 대통령이라는 공직을 사용(私用)해 그것을 전폭적으로 밀어 주는 과정에서 천지사방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끝났다.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이 하늘을 찌를 뿐 아니라 정략에 따라 2선으로 후퇴할지라도 아무런 권위가 없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저 배후에도 최순실이 있겠지?”라는 조롱만 받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유지하는 것은 국력의 낭비이자 국가의 위기일 뿐 아니라 세계인의 웃음거리만 자초하는 일이다. 그런데 무능과 불통의 극치를 선보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적지 않다. 최순실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기만 할 일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남길 교훈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은 사실상 물 건너갔으므로 지금 평가한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교훈은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많다. 첫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하고 뿌리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했는지를 초·중·고생들에게까지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1990년대부터 가시화된 민주주의 발전은 금세기 들어서면서 8부 능선을 넘어 곧 정상에 거의 다다를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완전한 허상이자 착각이었음을 국민이 절감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둘째, 대한민국이 ‘철부지’ 신생국가임을 단숨에 증명해 주었다. 우리는 ‘역사와 전통’을 입에 달고 자랑하지만, 정작 그 역사와 전통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이가 별로 없다. 이는 전근대와 근대의 단절을 심하게 겪은 한국인의 공통 현상이다. 그러면서도 역사와 전통을 막연하게 강조하던 한국인에게 우리 대한민국의 구조와 시스템이 얼마나 사상누각인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셋째, 대한민국이 선진국이기는커녕 상식조차 실종된 후진국임을 만천하에 증명해 보여 주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는 그저 과학기술만 발전하면 선진국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딸이 그런 환상과 오해를 여지없이 박살 내 주었다. 각종 유엔 지표를 보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후진국에 가까운데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당당히 들어섰다고 믿어 왔다.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이제 그 민낯이 드러났다. 넷째, 대한민국 정부가 일개 조폭만도 못한 ‘양아치’ 수준임을 생생하게 폭로하는 데에도 큰 공을 세웠다. 조폭은 불법 매매와 이권 개입 및 불법 자릿세를 거두면서 자신의 힘을 키우고 사회에 기생하는 공통점이 있다. 동네 양아치부터 전국구 조폭에 이르기까지 그들 수입의 다과는 저런 수입원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대한민국 청와대가 조폭만도 못함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었다. 다섯째, 대한민국 재벌기업들이 결코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지 않음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여 주었다. 뇌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100억, 200억을 기부(?)하고 그 이상을 정부로부터 특혜로 받아 내는 이런 막장 구조를 국민이 이제 구조적으로 알게 됐다. 여섯째, 종교적 맹신에 가까운 지역 기반의 ‘묻지마’ 투표가 대한민국의 정치를 얼마나 황폐화시킬 수 있는지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묻지마 투표는 묻지마 당선을 보장하고, 묻지마 당선은 절대부패를 초래하는데, 그래서 우리 국민의 투표 수준을 조금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일곱째, 박정희 대통령의 망령이 마침내 더이상 현실에서 어른거리지 않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이런 ‘위대한’ 교훈들이 이미 차고 넘치니, 이제는 결단을 내릴 시기다. 을지문덕 장군의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가 문득 뇌리를 스친다.
  • [길섶에서] 동죽과 불통/강동형 논설위원

    동죽은 바지락과 함께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조개다. 말린 동죽은 조림으로 먹기고 하고 국수나 미역국에 넣어도 일품이다. 회사 동료와 점심 때에 동죽을 일컫는 사투리를 놓고 논쟁을 했다. 동죽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이름을 하고 있다. 서산과 태안에서는 동죽을 동조개라고 부르고, 대천에서는 물통조개라고 한다. 남해안 쪽으로 좀더 이동해 진도에서는 동죽을 귀머거리조개로 부르기도 한다. 여수·광양·하동·남해·사천·통영 등 동부 전남과 서부 경남에서는 불통이라고 한다. 논쟁의 주제는 바로 불통에 있었다. 불통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개가 있다, 없다는 ‘있다’로 쉽게 가려졌다. 그런데 왜 불통이냐고 하는 대목에서 의견이 갈렸다. 생김생김이 배가 불룩한 것처럼 통통해 불통이라 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진도에서 귀머거리조개라 부르는 것을 보면 불통(不通)이라는 의미와도 무관한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동죽의 사투리인 불통이 현 시국과 오버랩되면서 본말이 전도되는 낭패를 경험했다. 말은 때와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1500여 시민단체 ‘박근혜 퇴진행동’ 발족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단체 1500여곳이 9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을 발족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퇴진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미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 능력이 없음이 증명된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있어 혼란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며 “내려오지 않겠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서 촛불집회를 이어 갈 계획이다. 대학가와 종교계, 시민사회단체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고려대 교수 507명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검찰 수뇌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 교수들은 “시민사회와 국회가 동의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상인유니온 등 중소상인 30여명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 212명 등도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한편 경찰은 12일 민중총궐기 대회 직후 예정된 ‘시민 10만명 청와대 방향 행진’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이남까지만 하도록 주최 측에 제한 통고했다. 사실상 행진을 금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최 측인 민주노총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불통의 금지 통고”라고 비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시론] 박근혜의 고독과 민주주의의 공백/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박근혜의 고독과 민주주의의 공백/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사회학과 교수

    과거의 철학자나 정치학자를 공부하다 보면 스피노자나 마키아벨리처럼 당대인은 물론 후대에도 오랜 기간 이해되지 못하거나 오해받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주위의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시대를 앞선 사상가의 고독. 그런데 요즘 박근혜 대통령에 관한 기사들을 보다 보니 이와 다른 종류의 ‘고독’도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주변 누구의 얘기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걸 드러내선 결코 안 되기에 누구에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을 수도 없는, 그러나 최고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있기에 어떤 식으로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그런 종류의 고독. 어디로 가는 게 옳은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해야 하는 권력자의 고독. 박 대통령이 사제나 연인관계도 아닌데 저토록 어느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기대고 의지했던 것은 이런 고독 때문이었을 게다. 거의 유일하게 고독이 야기하는 감정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결정해야 할 때 유일하게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최순실이었을 테니까. 그러니 그가 얘기해 주는 것은 비록 그것이 ‘강남 아줌마’들의 수다에서 나온 것이든, 자기 주위의 이해관계 말고는 생각할 능력이 없는 사리사욕에서 나온 것이든 어떤 것도 저 고독한 이의 텅 빈 머릿속을 채우게 됐을 것이다. 사실 지금 와서 보면 이런 징후를 일찍이 감지해 경고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말이 진실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인데 ‘설마 그럴 리가’ 했던 것이다. 더구나 그는 경제도 외교도, 아니 정치도 모르지만, 오직 하나 권력 앞에서 사람들의 속성은 잘 알고 있었고, 조금만 맘에 안 들면 가차 없이 잘라 내는 냉혹함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과묵함은 무지가 아니라 속내를 감추는 카리스마적 기질 때문이라고들 생각했다. ‘불통’이라고들 비판했지만, 그건 남 얘기를 잘 안 듣는 독선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남 얘기를 알아듣지 못하고 사태를 파악할 수 없는 무능 때문일 거라곤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며, 대통령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훌륭한 판단력을 가진 이들이나 사안마다 필요한 지식을 가진 이들을 사용할 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어떤 이가 똑똑하고 어떤 이가 사욕에 따라 행동하는지, 어떤 말이 옳고 어떤 말이 잘못된 것인지를 가릴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안목 없는 이들은 자기 머릿속의 공백을 듣기 좋은 말들로 채우고, 자신 감정의 공백을 아부하는 이들의 감각으로 채운다. 이런 것을 잘 알기에 왕조정치 시대엔 어려서부터 ‘제왕학’을 가르쳐 왕이 될 사람의 머릿속을 통치에 관한 지식이나 기술로 충분히 채우고자 했고, 똑똑한 이와 올바른 이를 가릴 줄 아는 안목을 길러 주고자 했다. 그러나 권력자가 될 인물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민주주의 체제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심지어 민주주의 체제에서 권력자의 자리는 공백으로 비워져 있으며, 적어도 원리상으론 누구든 그 자리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 그 빈자리에 똑똑하고 유능한 인물이 들어선다면 그 사회는 원활하고 공정하게 움직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엉망이 될 것이다. 권력자가 그러하듯 대중 또한 빈자리를 맡길 인물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무능한 권력자의 고독은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지만, 대중들의 잘못된 판단은 대중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이란 혼자가 아니라 끝없이 토론하고 평가하고 다투고 합심하는 수많은 이들의 ‘소란’에 의해 만들어지는 집합체이기에. 권력자의 저 난감한 ‘고독’마저 바로 이 대중들의 ‘소란’이 해결해 줄 수 있다. 누구는 ‘박근혜도 피해자’라며 동정의 감정에 호소하려 하는데, 정말 불쌍하다고 할 게 있다면 그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저 난감한 고독을 남몰래 4년 가까이 감내해야 했다는 점이다. 그 고독이 더는 지속되지 않도록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 콘크리트 지지자들마저 ‘임금님이 벌거벗었음’을 알게 된 이 마당에 그의 고독을 계속 두고 보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비어 있던 자리를 다시 비우는 것, 그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우리 대중들에게 주어진 가장 일차적인 과제다.
  • “사과 말고 퇴진” 밤샘토론·인증샷·… 분노의 촛불은 성숙했다

    “사과 말고 퇴진” 밤샘토론·인증샷·… 분노의 촛불은 성숙했다

    대규모 인원 경찰과 충돌 없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의견 표출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퇴진’과 ‘하야’를 외치는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로 가득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 충분치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불통 개각 등에 대한 실망이 분노로 표출됐다. ‘사과말고 퇴진하라’, ‘박근혜가 몸통이다’ 등의 구호는 집회와 행진이 진행된 6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는 단 1시간 만에 10만명이 모였다. ‘청계광장→종로→을지로→명동→남대문→시청→광화문’으로 이어진 촛불행진을 마친 오후 8시에는 20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4만 5000명)으로 늘었다. 주최 측이 예측했던 10만명의 2배였고 지난달 29일 1차 촛불문화제의 2만명보다 10배나 많았다. 대학생 김성주(21)씨는 “지난 4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보느라 허비한 9분이 살면서 가장 아까운 시간이었다”며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어떤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 살 딸의 손을 잡고 행진하던 정모(39·여)씨는 “결국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권력 중 어느 하나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원희(59)씨는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고, 대국민담화도 국민을 우롱하는 내용이었다”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생애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중·고등학생 참가자도 많았다. 박지수(17)양은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을 보고 이 나라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며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광장을 가득 메웠고 경찰은 220개 중대 약 2만명의 경력을 배치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인증샷을 남기고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기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행진으로 도심 도로가 통제됐지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행진을 응원했다.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고 이튿날 새벽까지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황모(35)씨는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해서 두려움이 앞섰는데 막상 와 보니 아이들과 손을 잡고 행진하는 등 평화로운 분위기라 놀랐다”며 “청와대도 이 집회를 봤다면 느끼는 것이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서울광장] ‘꼭두박씨’들의 시간/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꼭두박씨’들의 시간/황수정 논설위원

    머릿속이 곤죽인 나날의 연속이다. 아이들한테서 스마트폰을 뺏어야 하나, 밥상머리에서 저녁 뉴스를 함께 보는 게 옳은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손에 매달린 마리오네트 인형이 되어 아이들의 페이스북을 떠다닌다. 불법 내려받기로 돌려보는 B급 괴담영화보다 현실이 더 B급이다. 안종범, 문고리 3인방, 정유라, 최태민, 무당, 굿판, 호빠…. 초중생들이 이 낯 뜨거운 이름과 민망한 단어를 줄줄이 꿴다.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그 현실에 말초신경이 자극된다. 이율배반의 시간이다. “역사책에 실릴 이야기 아니냐”고 아이는 묻는다. “그렇다”고 답하는 참담한 시간이다. 최순실은 예고 없이 봉인을 뚫고 나와버린 유령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공간을 기발한 패러디로 채우며 분노조절을 하고 있다. 검찰에 출두하다 명품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최씨는 ‘순데렐라’에 ‘1+1 대통령’이 됐다. 뒷북 압수수색에 들어간 검찰의 상자들은 ‘참을 수 없는 박스의 가벼움’.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다고 현실을 자조하면서도 분위기는 묘하다. 분노와 자조 너머로 차라리 안도가 읽힌다. 그동안 왜 우리에게 ‘불통’이라는 이름의 이해 못할 일들이 이어졌는지 수수께끼가 풀린 까닭이다. 기묘한 안도 속에서 박 대통령도 패러디 이름 하나를 제대로 얻었다. ‘꼭두박씨’다. 분노의 임계점을 넘기면 맥이 풀린다. 국민 집단 공황증의 유발 인자는 단순히 그들끼리의 국정농단에만 있지 않다. 우리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대통령의 불통 퍼레이드가 개인의 인격적 결핍뿐만이 아니라 저열한 각본에서 나왔다는 충격에 있다. 기획된 어둠의 시간에 우리는 너무 오래 속았다. 박 대통령은 어제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번 사태 이후 두 번째다. 위기 국면을 어떻게든 넘어야 하므로 간절했겠지만 내 귀에는 대통령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옷과 브로치에 눈이 먼저 갔다. 고백컨대 언제부턴가 박 대통령을 살피는 좀스런 내 버릇이다. 대통령이 위기상황을 깨닫지 못한다고들 비판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취임 이후 그 어떤 고비 때보다 위기를 절감하는 중이라고 확신한다. 지난주 첫 번째 사과에서는 먹보라색, 어제 사과에서는 검정톤의 재킷을 입었다. 극단의 무채색 옷에 브로치도 목걸이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런 복식은 박 대통령에게는 파격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도 파격이다. 지엽말단을 후벼 파자는 악취미가 아니다. 눈물에 잠겼던 세월호 참사 열흘째에도, 온 나라를 정치 염증에 몰아넣은 친박 공천 파동에도,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닷새째에도 박 대통령은 별천지에 살고 있던 사람이다. 우리는 밥맛을 잃었어도, 브로치까지 곱게 챙겨 언제나 원색으로 혼자 빛났다. 그런 부지불식의 소통불능 징후들에 손발이 저릴 때가 너무 많았다. 오래 공감받지 못한 국민은 공감하는 방법을 잊어버린다. 박 대통령의 뒤늦은 ‘반성 패션’에 감동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유다. 지금 이 순간 진심이 무엇인지 궁금한 대상은 박 대통령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눈총 레이저를 피해 구린 입 한 번 떼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뭔가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던 장관들이다. 일관되게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던 사람들이다. 세월호, 메르스,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미세먼지, 전기 요금, 사드. 한 점 의문 없이 착실히 받아쓰기 했던 시간들에 입맛이 달아나야 상식이다. 대통령한테 대면보고 한 번 못하고도 청와대 수석, 장관 소리를 챙겨 들었다. 낯이 뜨거워야 정상이다. 모두 다단계 꼭두박씨들이다. 시(詩)가 다시 읽힌다. 시내에는 시집만 파는 책방도 생겼다. 근근이 계간으로 끌어오던 시 잡지를 이달부터 월간으로 펴내게 됐다고, 아는 편집장은 입이 귀에 걸렸다. 읽어 봤자 배부르지도, 팔아 봤자 돈 되지도 않는 시는 왜 지금 되살아나고 있을까. 불가항력의 시대불화에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시가 숨구멍이고 들창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의는 보증되지 않고, 시대의 왜곡 속에서 꿈은 변형되고, 고뇌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므로. 이것이 나라냐고 묻는다. 한줄기 바람길에서나 겨우 삶의 동력을 찾고 있다. 그런 국민은 가엾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sjh@seoul.co.kr
  • [사설] 권한 이양 언급은 한마디도 없는 박 대통령 담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했음에도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대국민 담화에 대한 진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퇴진 운동까지 예고하면서 청와대와 정치권의 대치 국면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불과 열흘 만에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 나설 정도로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하야·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들이 줄을 잇고 주말에는 동시 다발적인 대규모 장외집회도 열릴 예정이다. 최순실 권력 농단 사태는 과거의 권력 게이트와 달리 헌법에 규정한 국가 통치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킨 중대 사안이라는 의미다. 새누리당 소속 129명 의원이 어제 “이 모든 사태는 대통령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책임이고 잘못”이라고 사과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참회의 마음을 전달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고 있지만, 그제 김병준 총리 후보자가 밝힌 책임총리제 등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 측은 “이미 김 총리 후보자와 협의했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그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후보자 발언과 관련한 외치·내치 역할 분담 등 대통령의 권한 이양 범위 문제에 대해서 박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이 이 점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주도한 개각 역시 최씨 국정농단 사태 이후 폭발한 민심과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불통 인사라는 비판도 많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박 대통령이 “국민들이 맡겨 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국정 중단을 우려하는 박 대통령의 의지 표현이겠지만 정치권에서는 현행 권력구도를 유지하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당장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헌정 위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국정운영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새누리당 비박계나 대선주자들조차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총리에게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국정농단 사태는 너무도 엄중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5%로 추락한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 [열린세상] 차라리 대통령을 탄핵하라!/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차라리 대통령을 탄핵하라!/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대한민국이 표류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었던 시국선언이 난무하고 국정은 마비되었다. 이 모두가 최순실 일당의 전횡과 이를 방치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 분노는 공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현실을 보자. 대통령의 책임은 앞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수사를 통해 물어야 할 일이지 짧은 시간 내에 확정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 대통령의 책임 규명에는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후에도 10년이 걸렸다.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은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과 함께 무엇보다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정 공백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정치권의 행태를 되돌아보자.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감정과 분노를 앞세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이외에 무엇을 했는가? 야권은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자고 주장하더니 막상 여당이 그렇게 하자니까 진상 규명이 먼저라면서 거국내각 주장을 철회하였다. 진상 규명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아는 이들이 진상 규명 이전에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사태를 장기화시키자는 의도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잠재적 대선주자라는 사람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관리하여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냐보다 국민의 감정을 부추겨 대선주자로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여권은 또 어떤가? 이 와중에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거대 야권이 사실상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내부에서 서로 총질을 하고 있으니 문자 그대로 봉숭아학당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한광옥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등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여야 정당들과의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대통령의 불통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청와대가 협의하려 해도 야권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협의하는 모양이라도 갖추었으면 최소한 여전히 불통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야권은 소통과 협치를 무시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총리 인사청문회를 거부함과 동시에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다 좋다. 그런데 중단되고 있는 국정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이들이 진정 정치지도자라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도 국정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국회와 협의도 없이 지명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하거나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은 국정 공백을 장기화시키는 것이다. 만일 김 총리 후보자로는 현 정국을 수습하기 어렵다면 대안을 제시하라.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더이상 국정 공백을 장기화시키지 말고 헌법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대통령을 탄핵하라. 국민의 감정을 부추기고 분노에 편승하여 국정을 마비시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집권가능성이 있는 대안세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 개인의 법적 책임은 수사를 통해 엄밀히 가려서 추후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를 빌미로 국정 공백을 장기화시키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 정치권 인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국민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국민이 정치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와 안보가 동시에 위기에 봉착해 있는 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권력욕만 앞세운 정치인과 정당들에 현명한 유권자들의 단호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 [박대통령 대국민 담화] 영남도 “담화 미흡” “변명으로 일관해”

    여전히 9~10%대의 대통령 지지율을 기록하는 영남지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 반응이 엇갈렸다. 담화 내용이 미흡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지만, 그래도 사과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 대구 북구 복현동 박성찬(58)씨는 “담화에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잘못을 인정한다면 하야가 언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참여연대는 “감정적 호소와 안보, 국정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여론을 무마하려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 받아야 하고, 대통령직 유지가 국정공백·국정혼란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대구시청 공무원 권모씨는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이자”면서 “다만 국정을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대안이 전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 칠성시장 상인 하모씨는 “담화에 진실성이 있다”면서 “경기가 안 좋으니 담화를 계기로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사는 김모(54)씨는 “불통으로 버티다 뒤늦게 동정심을 기대하는 사과·변명만 담은 담화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인식에 실망했다”고 평가절하했다. 박인호 부산시민단체공동대표는 “대통령이 진작 진솔하게 고백하고 사과를 했더라면 국정 혼란이 이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진상규명은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시 이모(50)씨는 “대통령이 울먹이는 담화에 동정심을 갖는 국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정농단을 불러온 잘못을 용서할 수는 없다”면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남 김해시 정모(53)씨는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이해되지만, 여야가 이성적으로 슬기롭게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박대통령 대국민 담화] 김병준 “朴대통령, 檢수사·조사 수용 고맙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해 “어제 (제가 회견에서) 수사·조사를 얘기했는데 그걸 받아 줘 고맙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의 총리 후보자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의 말씀은 수사·조사에 방점을 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대통령은)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규정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들이 있는데, 저는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박 대통령 담화에서 책임총리 언급이 빠진 데 대해 “청와대에선 제가 얘기한 걸 다 수용하는 걸 전제로 말한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담화문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고 묻자 “뉴스에서 본 게 전부이며, 전에 (박 대통령과) 얘기한 것 외에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총리 후보자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야당 의원들을 지금 찾아가서 무엇을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그분들이 이해해 주길 기다렸다가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가 인준이 되지 않으면 총리가 아니다”라며 국회가 계속 반대하면 용퇴할 수밖에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박대통령 대국민 담화] 국정 손 뗀다는 언급 안 해… 또 민심 못 달랜 ‘9분의 사과’

    [박대통령 대국민 담화] 국정 손 뗀다는 언급 안 해… 또 민심 못 달랜 ‘9분의 사과’

    특검 수용 자청… 헌정사상 첫 현직대통령 수사 불가피 “최씨 경계 담장 낮춘 게 사실”… 사실상 국정농단 시인 국정개입 의혹엔 “檢 수사 진행 중… 말하기 어렵다” 담화 뒤 기자 질문 안 받아… “불통 스타일 여전” 비판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담화는 검찰 수사를 자청하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인정하는 등 일부 전향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의구심과 분노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박 대통령이 필요하면 특검까지도 수용하겠다고 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이라도 범죄 혐의가 있으면 언제든 수사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측면에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정표가 될 만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는 첫 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최씨가) 곁을 지켜 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는 말로 최씨의 국정농단을 사실상 시인한 것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에서는 “취임 후 일정 기간까지만 최씨로부터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좀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국정농단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최씨가 어느 정도까지 국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빠진 것은 박 대통령의 해명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준다. 박 대통령은 또 자신이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루머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최씨 관련 재단의 자금 모금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등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미흡한 해명이라는 인상을 준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아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개인사로 규정한 것은 이미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한 것을 놓고 아직도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며 불통(不通) 스타일을 벗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면서도 “국정은 한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말로 당장 하야(下野)나 ‘2선 후퇴’의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또 예상을 깨고 내치를 총리에게 일임하는 방안을 일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국정 장악력을 사실상 놓지 않겠다는 의중도 암시했다. 이 같은 담화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식 입장에서는 ‘즉각 하야’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담화에 대한 민심 동향을 아직 확신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실상 최후의 민심 수습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날 담화의 성패는 국민 여론으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한 만큼 적어도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민심이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청와대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며, 박 대통령의 최종 운명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수사에 응할지, 그리고 검찰이 얼마나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영남 “미흡했지만 사과 받아들이자”…호남 “진정성 없다 즉각 하야하라”

    영남 “미흡했지만 사과 받아들이자”…호남 “진정성 없다 즉각 하야하라”

    여전히 9~10%대의 대통령 지지율을 기록하는 영남지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4일 대국민 담화에 반응이 엇갈렸다. 담화 내용이 미흡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지만, 그래도 사과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대구시 북구 복현동 박성찬(58)씨는 “담화에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잘못을 인정하면 하야에 대해 언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참여연대는 “감정적 호소, 안보와 국정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들끓는 국민 여론을 무마하려는 그간의 태도 또한 반복하고 있다. 검찰 수사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권한을 유지하며 국정을 운영하는 그 자체가 국정 공백, 국정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대구시청 공무원 권모씨는 “대통령이 사과한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담화에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국정을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말은 전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 칠성시장 상인 하모씨는 “담화에 진실성이 있다고 본다. 야당이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안타깝다. 경기가 안 좋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담화를 계기로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사는 김모(54)씨는 “정국 혼란이 악화되는 가운데도 불통으로 버티다 뒤늦게 일방적인 인사와 동정심을 기대하는 사과·변명만 담은 담화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박일호 부산시민단체공동대표는 “대통령이 진작 진솔하게 고백하고 사과를 했더라면 국정 혼란이 이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인데 안타깝고 사과와 담화가 늦은 감이 있다”면서 “진상 규명은 철저하게 하면서, 대통령과 여야가 논의해 하루빨리 국가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국정혼란을 수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시 이모(50)씨는 “대통령이 울먹이며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동정심을 갖는 국민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국정 농단을 불러온 잘못을 용서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면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경남 김해시 정모(53)씨는 “국정 혼란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귀를 막고 있다가 뒤늦게 담화를 발표하는 대통령 모습을 보면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이해가 된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퇴진한다고 국정 혼란이 당장 수습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하루빨리 대통령과 여야가 이성적인 판단으로 슬기롭게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좌광일 제주 주민자치연대 정책국장은 “아직도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 하고 최순실씨 개인 비리로 돌리려 한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대통령을 즉각 하야해 민간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저항은 더 거세 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과 전북에서는 “진정성이 있는 사과가 아니다”며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발표한 갤럽여론조사에서 광주·호남지역의 대통령 지지율은 0%였다. 이모(48·전주시 효자동·자영업)씨는 “대통령의 검찰수사 수용은 늦은 감이 없지 않고, 진정성도 부족하다”며 “검찰이 신뢰받을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내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모(50·전주시 송천동·자영업)씨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수용한다 해도 미리 짜 맞춘 시나리오에 의해 수사가 흘러갈 우려가 크다”며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43·여·광주 서구 치평동)씨는 “아직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지 못한 무지몽매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초등학생 아이들도 집에 와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한다”고 씁쓸해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국민이 마음으로 이미 탄핵한 박근혜는 더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만큼 당장 퇴진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오는 7일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미사와 충장로에서 남동성당까지 수도자 거리행진, 촛불행진도 계획하고 있다. 30여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는 박모(55·목포시)씨는 “대국민 담화는 국민들의 사퇴 요구를 모면하기 위한 술수이므로 즉각 퇴진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임해야 한다”며 “호남 출신들이 청와대로 가고 장관에 입각해도 아무 가치가 없고, 의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모(48·순천시 연향동·건설업)씨는 “5% 지지율은 국민들이 더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남은 1년 4개월 동안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한다 해도 국민은 신뢰하지 않아 혼란과 불신만 키워 갈 뿐”이라며 하야를 요구했다. 자치단체장들도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이아 하야를 요구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고언했다. 원 지사는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과연 용납해 줄지, 근본이 흔들려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신뢰와 합의의 바탕을 다져놓고 그다음에 인사든 대통령의 권한이든 원점에서 해야 되는 데, 대통령이 상황을 매우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가급적이면 대통령이 야당과 직접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요구했다. 현재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여야가 합의 추대한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넘길 것도 촉구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박근혜 대통령께’라는 글에서 “참담하다”며 “이건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다. 국민은 진실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를 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 지사는 “분노한 대다수 국민은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길 바란다. 한편으론 나라 걱정에 불안해하며 혼란이 최소화되길 원한다”며 “길이 하나 있다. 대통령직을 제외하곤 권한을 내려놓고 2선으로 물러나시라”고 제시했다. 그는 지금의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여야가 합의 추천하는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넘길 것도 촉구했다. 이어 “이제 내려놓으시라. 분노하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인내하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잊지 마시라”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앞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협치로 국가적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협치형 총리로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하야를 거부해 사태를 수습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며 “끝까지 버틴다면 국민의 힘으로 퇴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뜻은 즉각 퇴진하라는 것이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의 몸통은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당연한 것이다. 국정 혼란을 키우는 건 퇴진을 거부하는 대통령 자신이다”고 비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창원·부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수원·성남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4면/ TK·PK 영남권 민심 엇갈린 속에 “검찰수사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받으라”는 강경론도

    여전히 9~10%대의 대통령 지지율을 기록하는 영남지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 반응이 엇갈렸다. 담화 내용이 미흡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지만, 그래도 사과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대구시 북구 복현동 박성찬(58)씨는 “담화에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는 내용이 전혀없다. 잘못을 인정하면 하야에 대한 언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참여연대 측은 “감정적 호소, 안보와 국정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들끓는 국민여론을 무마하려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는만큼 검찰 수사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받아야 한다”면서 “대통령직을 유지가 국정공백·국정혼란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대구시청 공무원 권모 씨는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이자”면서 “다만 국정을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대안이 전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 칠성시장 상인 하모 씨는 “담화에 진실성이 있는데 야당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경기가 안좋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담화를 계기로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사는 김모(54)씨는 “정국 혼란에도 불통으로 버티다 뒤늦게 일방적인 인사와 동정심을 기대하는 사과·변명만 담은 담화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박인호 부산시민단체공동대표는 “대통령이 진작 진솔하게 고백하고 사과를 했더라면 국정 혼란이 이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인데 안타깝고 사과와 담화가 늦은 감이 있다”면서 “진상규명은 철저하게 하면서, 대통령과 여·야가 하루빨리 국가기능을 정상화하고 국정혼란을 수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시 이모(50)씨는 “대통령이 울먹이는 담화에 동정심을 갖는 국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정 농단을 불러온 잘못을 용서할 수는 없다”면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경남 김해시 정모(53)씨는 “국정 혼란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귀 막고 있다가 뒤늦게 담화를 발표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이해가 된다”며 “여야가 이성적으로 슬기롭게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사설] 김 총리 인준 국회 설득 박 대통령 몫이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사회 정책을 맡겨 달라고 했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할 것”이라면서 “상설적인 협의기구, 협의 채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외치’, 자신은 ‘내치’에 전념할 것이며 책임총리로서 국회 및 여야와 협의해 사실상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기 힘들었다”며 총리 제안 수용 배경을 밝힌 김 후보자는 학자 출신답게 시종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구상 등을 설명했으며 일부 대목에서는 감정이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야 3당이 박 대통령의 일방적 개각 발표에 대해 “국면 전환용 불통 인사”라며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야권, 더 나아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후보자가 직접 저간의 과정과 국정 운영 구상 등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김 후보자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 3당의 인준 거부 입장이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국정 수습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엄중한 국정 마비 사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여전히 소통하지 않으면서 전격적인 인사 국면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야 3당은 어제 박 대통령이 새 비서실장으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임명한 데 대해서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불통 인사를 단행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일방적인 총리 지명 이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 함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하면 총리 내정은 없던 일이 된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고, 받아 주지 않는다면 두말없이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노력만으로 야 3당을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분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의 여부도 김 후보자의 설명만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길밖에는 없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데다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할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정의 불은 한순간도 꺼져선 안 되는 것이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이 직접 권한이양 등의 진정성을 밝히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길 바란다.
  • [사설] 박 대통령 자진해서 최순실 의혹 조사받아야

    최순실씨 국정 농단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청와대 개입을 부인했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검찰에서 미르·K재단 모금에 대해 ‘안종범 전 경제기획수석 지시로 모금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제 긴급 체포된 안 전 수석 역시 “미르·K재단의 모금 상황을 박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 독대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한다. 악화일로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연결 고리가 한층 더 드러나자 ‘소추 대상이 아니다’라는 검찰의 기존 입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경우 “수사를 자청하라”고 건의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검찰이 청구한 최씨의 구속영장에도 ‘최씨가 안 전 수석을 앞세워 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고 적시돼 있다. 안 전 수석의 직속 상관인 박 대통령이 재단 형성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 또 최씨의 청탁에 의한 것인지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국정 농단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만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국민적 의혹은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중진 의원들과 김병준 총리 후보자까지 대통령의 검찰 수사 필요성을 지적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박 대통령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오늘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 최씨의 파문과 관련해 처음 사과한 이후 두 번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도 받겠다는 의지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 조사가 이뤄질 경우 사안이 과거의 권력 게이트보다 훨씬 심각한 까닭에 직접 조사가 이뤄지는 게 마땅하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은 ‘헌법 파괴’라는 본질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국가 통치 시스템 자체가 붕괴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민심이 들끓는 이유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박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쏟아지고 있다. 갈수록 박 대통령의 하야·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내놓은 인사 수습책들은 민심을 달래고 수습하기는커녕 불통의 이미지만 고착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지만 대통령의 범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조사를 받아야 할 불가피한 상황에서 먼저 자청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여론에 밀려 수사를 받는 것보다 박 대통령이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씨줄날줄] 대통령의 독대/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의 독대/최광숙 논설위원

    1996년 정보통신부를 출입할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이석채 정보통신부 장관과 독대했다는 기사를 써 정통부가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당시 모 차관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말씀 자료를 쓰는 자신이 모르는 장관의 대통령 독대는 있을 수 없다”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청와대 관계자가 확인해 준 내용이었다. 당시 정통부에서 문민정부의 최대 이권 사업으로 불린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작업을 했기에 이들의 회동은 관심을 끌었다. 이 장관은 ‘소통령’이라 불리던 YS의 차남 현철씨와 같은 경복고 출신으로 ‘현철 라인’으로 불렸다. 훗날 검찰의 PCS 사업자 선정 비리 수사에서 이 장관은 무죄를 받았지만 현철씨는 한솔그룹으로부터 20억원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감옥에 갔다. 대통령의 독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배석자가 있는 경우와 배석자 없는 ‘일대일’ 회동이다. 독대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강력한 통치 수단이다. 군사독재 시절 대통령은 국정원장 등과의 독대를 통해 정적(政敵) 등을 관리했다. 거꾸로 국정원장 등은 독대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기회로 활용했다. 이런 ‘밀실정치’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김대중(DJ) 정부 시절에는 ‘독대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대통령과 총리의 독대에는 청와대 비서실장, 감사원장의 독대에는 민정수석, 국정원장의 독대에는 외교안보수석, 장관의 독대에는 관련 수석이 배석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DJ 정부의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은 “비서실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독대를 하고, 긴급 현안이 발생하면 관저에도 수시로 올라가 독대를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수석들도 대통령에게 직접 독대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DJ는 비서실장이나 수석 등과의 독대가 바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보고 자체를 받지 않는 등 ‘독대 금지령’을 내렸다. ‘밀실 정치’를 통한 인치(人治)가 아닌 시스템으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장관 입장에서는 남들이 모르는 얘기를 대통령과 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 최고통치자와 생각이 달라도 설득할 수 없게 된다”며 독대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노태우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이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무수석을 수시로 따로 불렀으며 나 역시 필요하면 언제든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럼 지금 우리는 6공만도 못한 ‘불통 시대’에 살고 있는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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