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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동 학부모 “박근혜, 창문 못 열어 힘들다? 우리가 더 힘들어”

    삼성동 학부모 “박근혜, 창문 못 열어 힘들다? 우리가 더 힘들어”

    지난 12일부터 열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의 탄핵 반대 집회로 동네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 행위로 인근에 있는 삼릉초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인근 주택가에 사는 주민들은 집회 참가자들의 고성·욕설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물론 기자로 오해받아 폭행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언론사 차량들이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 무분별하게 불법주차하면서 공회전을 하다보니 주민들이 매연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참다 못한 학부모들이 경찰에다가 박 전 대통령 집 앞 집회 신고를 막아달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경찰은 지난 16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새로 신고한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하는 동시에, 기존에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집회를 신고한 친박 단체에게도 ‘집회 제한’을 통고했다. 삼릉초에 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 A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아이들을 향해서가 아니라 빌딩 앞에 기자들, 방송장비를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너무나 심한 욕설을 계속하세요. (아이들이 그 욕설에) 그냥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거죠”라면서 “어떤 분들은 신체 주요 부위를 잘라라 이런 말씀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라고 전했다. A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아이들을 붙잡아놓고 ‘역사를 바로 알아야 된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있고, 편의점에 가서도 이분들이 탄핵의 문제점과 곤련해 일장연설들을 하실 때가 있어요”라면서 “아이들은 그 골목을 지나가는 걸 무서워하고요. 그리고 지나가다 들은 욕들에 대해서 (아이들이) 첫날은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무방비로 노출돼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서도 좀 놀고 싶은데 일찍 집으로 돌려보내니까 속상한 소리도 하기도 하고”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이미 박 전 대통령 집 앞에 집회를 신고한 단체에게 학교 등교 시간인 오전 7∼9시, 하교 시간인 낮 12시∼3시 사이에는 집회를 열지 못하게 했으며, 수업 시간에는 확성기 등 음성증폭장치의 사용을 금지했다. 또 행인과 기자를 상대로 시비를 걸거나 신고한 인원(20명)보다 많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A씨는 “중요한 건 통제되지 않은 분들이 많거든요”라면서 “(집회 참가자 중 아주 난폭하게 하는 분들이 발생하면) 말리고 몸싸움하다 보면 밀려서 도로 쪽으로 밀릴 때가 있어요. 얼마 전에도 경찰분이 차에 치여서 그런 일도 있었는데. 아이들도 그런 곳에 휩쓸릴 수가 있잖아요”라고 우려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 머물면서 며칠 간 창문도 못 열었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런데 그 바로 인근에 사시는 분인데, 그분의 집이 반지하시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지금 계속 쏟아지는 매연 이런 것 때문에 자신도 창문을 못 열었을 뿐만 아니라 아니, 창문을 닫아도 그 매연이나 소음이나 이것들로 고통받는데 정말 박 전 대통령이 그것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웃들의 고통도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토로하시더라고요. 정말 소통과 어떤 불통을 어쩌면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소통이 되지 않는.” 무분별한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도 문제가 되고 있다. A씨는 “주변에 기자 차량들이 불법주차하면서 공회전을 하니까 굉장히 매연에도 시달리기도 하고요. 저도 사저 근처에 있는 곳에서 업무를 보는데 아침에 빌딩 안이 매연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점거 농성에 강제해산, 폭력으로 얼룩진 서울대

    지난 주말 서울대에서 벌어진 광경을 옆에서 봤다면 참담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을 법하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물리적인 힘 대결에는 “이게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냐”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수가 없다. 수백 명의 교직원이 007 작전하듯 학생들의 농성장에 몰래 들어가 쫓아내고, 이에 맞선 학생들은 소화기까지 분사하며 재진입을 시도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런 낭패스런 싸움이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한심스럽다. 서울대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은 지난해 10월 학교 측의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학교 측이 경기 시흥시와 시흥캠퍼스 사업 협약을 기습적으로 맺자 학생들은 신뢰를 깼다며 반발했다. 협약 무효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이후 5개월째 농성을 이어 왔다. 딱하다. 학생들이 처음부터 반대했던 사업을 협약 체결 직전에야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학교 측은 이런 논란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관악캠퍼스가 좁아 글로벌 복합연구단지를 새로 짓는 데 시흥캠퍼스가 필요했다면 학교 측은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학생들도 잘한 게 없다. 학교 측과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는 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 농성이 장기화하자 지난 토요일 서울대 교직원 400여명은 긴급 해산 작전을 폈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 교직원들은 강제로 학생들을 건물 밖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는 서로 욕설도 오간 모양이다. 결국 학생들은 소화기 분말을 분사했고, 이에 흥분한 교직원들은 소방 호스를 꺼내 물을 쐈다. 그러자 학생들 입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쐈다”는 비방까지 나왔다. 최고의 지성 집단에서 이 무슨 막가는 행태들인지 기가 찬다. 이번 일은 일개 대학의 학내 갈등 해프닝으로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앞서 이화여대 사태에서도 확인했듯 최근의 대학 내 갈등이 학교가 추진하는 사업 자체가 아니라 학교 측의 독단과 불통에서 비롯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일방적인 주장만 쏟아내며 소통 불능의 갈등을 거듭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썰렁해진다. 학교와 학생은 서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머리 맞대야 할 공동체다. 상대를 인정해 양보하고 타협하는 대화 방식이 대학에서조차 부정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도 소통 사회의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
  • 아스널 또 참패… “벵거 아웃” 뿔난 팬들

    아스널 또 참패… “벵거 아웃” 뿔난 팬들

    벵거 “팬들께 죄송… 심판이 경기 망쳐”“벵거는 팀을 떠나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 서포터 수백명이 아르센 벵거(68) 감독과의 계약을 올여름엔 끝내라고 목청을 높였다. 리그 선두 첼시와 리버풀에 거푸 1-3으로,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선 1-5 참패를 당한 데 대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7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뮌헨과의 2차전을 앞두고 플래카드를 펼쳐 든 채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팀은 똑같은 스코어로 참패해 1, 2차전 합계 2-10으로 대회와 작별했다. 일곱 시즌 연속 대회 8강에 들지 못하는 수모가 이어졌다. 1996년 지휘봉을 잡은 뒤 2004년을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을 해보지도 못했고 축구협회(FA)컵을 두 차례 안았을 뿐인 벵거 감독은 여전히 속 편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시즌 말미까지는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않을 것이며 최근의 실망스러운 성적과는 무관하게 ‘큰 그림’을 보고 있다고 했다. 서포터들은 ‘새 계약 반대’ ‘고집불통에다 정체돼 있다고 볼 정도로 할 만큼 했다’와 같은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구단이 입장권 가격을 높게 책정한 데 항의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스탠 크로엔케 구단주와 이반 가지디스 최고경영자(CEO)의 열망이 부족하다고 규탄했다. 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게 지난 4일 동료와 언쟁을 했다는 이유로 알렉시스 산체스를 벤치에 앉아 있게 해 리버풀에 완패한 사건이었다.독일 분데스리가 5연패를 노리는 뮌헨은 전반 20분 시오 월콧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8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로랑 코시엘니의 파울을 유도해 직접 동점을 만들었다. 아스널은 코시엘니의 퇴장 이후 와르르 무너졌다. 23분 역습 상황에 아리언 로번이 역전골을, 10분 뒤엔 더글라스 코스타가 3-1을 만들었다. 아르투로 비달이 후반 35분과 40분 잇따라 골맛을 봤다. 산체스는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채 후반 28분 루카스 페레스와 교체됐다. 벵거 감독은 “많은 돈을 내고 온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고 밝혔다. 코시엘니의 파울 때 레반도프스키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는데 못 본 척했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나폴리 원정을 3-1 승리로 장식하고 1, 2차전 합계 6-2로 8강에 합류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말없이도 통했던 무대, 中 불통에 난타당하다

    말없이도 통했던 무대, 中 불통에 난타당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중국이 자국민들에게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 관광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관광객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주요 관광코스 중 하나인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 공연 제작사들이 서둘러 몸집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중국 관객 의존도가 높았던 공연 관광 시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한국 최초 비언어극 ‘난타’ 제작사 PMC프로덕션은 국내 전용관 4곳 중 600여석 규모로 가장 큰 서울 충정로 극장을 4월부터 휴관하기로 했다. 김용제 PMC프로덕션 대표는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기점으로 중국 관객이 급격히 줄었다”면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만 수용했던 충정로 극장의 경우 현재 손님이 ‘0’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고 충정로 극장 폐쇄 여부를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대사 없이 리듬과 비트, 상황만으로 구성된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는 1997년 10월 초연 이후 인기를 얻으며 2000년 7월 우리나라 최초로 전용 공연장을 개관, 연간 약 120만명의 관람객을 모아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한한령 여파로 충정로와 제주 전용관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긴 상황이다. 김 대표는 “제주 전용관의 경우 90%가 중국인 관광객이고 그중에서도 80~90%가 단체 관광객이기 때문에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향후 중국 이외에 한국을 많이 찾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중국인 단체 관광객보다 개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 온 ‘점프’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점프’ 제작사 예감의 김성량 홍보팀장은 “2015년부터 개인 관광객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 온 이후 이제서야 관객 수가 반등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위축이 우려된다”면서 “최근 방문율이 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을 모객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공연한 미술 넌버벌 퍼포먼스 ‘오리지널 드로잉쇼’는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내 전용관을 잠정 휴관했다. 관계자는 “공연사·극장 등 내부 사정으로 인해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면서 “향후 재개관 일정은 미정인 상태”라고 밝혔다. 명보아트홀 내 전용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여 온 타악 퍼포먼스 ‘드럼캣’도 2월 말로 계약을 만료하고 공연을 종료한 상황이다. 2004년 10월 초연 이후 2008년부터 9년간 상설 공연을 해 온 댄스 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사춤)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시네코아 전용관 공연을 마치고 오는 5월 대학로에서 ‘사춤 시즌2’로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령 탓에 공연장 이전을 앞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춤’ 제작사 두비커뮤니케이션의 최광일 대표는 “12년여 만에 작품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정비 기간을 갖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공연장 문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향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국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연관광협회장이기도 한 최 대표는 “그동안 공연 관광의 중국 의존도가 심하다 보니 공연 품질이 낮아진 면이 있었다”면서 “이번 계기를 통해 여행사·면세점 등을 통한 판촉 형태가 아닌 관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예술성 있는 공연 제작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서울시의회 남창진의원 “문정파크하비오단지 영화관 승인, 기관간 불통때문”

    서울시의회 남창진의원 “문정파크하비오단지 영화관 승인, 기관간 불통때문”

    문정파크하비오단지 내 영화관 운영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서울시의회 남창진 의원(송파2)은 지난 2월 28일 진행된 제272회 임시회 서울주택도시공사 업무보고에서 “지난 2011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각한 동남권유통단지 특별계획 6구역 내에 매매계약 체결 당시 설치할 수 없는 것으로 명시한 영화관 시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며, “주택도시공사가 계약사항을 관할 구청 재무과에만 통보하고 구청 내에서는 서로 공유가 되지 않아 준공승인 담당부서에서 승인을 그대로 내줘 발생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이 일대에는 컬쳐밸리의 썬큰광장, 가든파이브의 중앙광장 및 문화시설 공간 등이 존재하고 있어 문화시설 및 컨텐츠를 연계한 종합적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부지처리에만 급급하여 지역의 큰 발전상을 그리지 않은 채 자기 할 일만 다했다는 식으로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관련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이에 대해 서울주택도시공사 측은 “영화관 입점은 분명한 계약위반사항으로 이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용지매매계약자를 상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불법으로 운영하는 영화관에 대해서는 상영금지 가처분 등 여러 법적 조치 가능성을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문정 파크하비오단지 내 영화관 시설은 지난해 9월 사용검사를 완료하고 현재 9개 상영관 1,007석을 갖춰 운영 중에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검찰, 존폐 걸고 특검 수사 이어갈 각오 돼 있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연장 불승인으로 오늘 종료된다. 황 대행은 특검 1차 수사 시한을 하루 앞둔 어제 “특검의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다”며 불승인 사유를 밝혔다. 특검 연장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만큼 국정 안정을 위한 판단이라고도 덧붙였다. 황 대행은 특검이 요구한 연장 카드를 열흘 넘게 주물렀다. 막판 결정이 과연 국정 안정을 위한 최선의 처방이었는지 진정성은 의문스럽다. 당장 야당 쪽의 반발이 극심하다. 야권은 황 대행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강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새 특검법을 국회의장 직권상정해 특검 수사를 연장하겠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야권의 반발 자체가 아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특검 연장은 국민 10명 중 7, 8명이 희망했던 사안이다. 연장이 불발되자 반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러니 야당으로서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열차에 올라탄 처지다. 여론을 묵살한 황 대행도 그렇지만 야당의 초강수 대응도 위태롭다. 황 대행 탄핵을 밀어붙인다면 조기 대선과 맞물려 국정 혼돈은 심해질 것이 뻔하다. 특검 연장 불승인을 비판하는 여론 중에도 야권의 강경 처방에 고개를 젓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야당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검은 거대한 국민적 요구로 출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 의혹을 파헤치는 특검법이라면 수사 연장을 수사 대상인 대통령에게 승인받는 합의는 애초에 패착이었다. 황 대행의 불통과 야권의 무능에 민심은 지금 두 배로 고달프다. 박영수 특검팀은 과거 어느 특검도 견줄 수 없는 수사 성과를 거뒀다. 국민 지지를 한몸에 받은 이유다. 성역 없는 수사를 과연 검찰이 이어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권력 입맛이나 살핀 무기력한 검찰에 얼마나 분통이 터졌었나. 특검의 과속·과잉 수사가 지적되기도 했으나,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압도적 여론이 특검 연장을 지지했다. 특검이 못다 한 수사는 산적해 있다. 박 대통령 대면 조사는 불발됐고 세월호 7시간과 비선 진료 의혹은 안갯속이다. 삼성을 뺀 재벌 기업들의 뇌물죄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구속망을 빠져나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 농단 방조 의혹을 이번에는 봐주기 없이 파헤칠 각오를 검찰은 하고 있는가. 특검의 거침없는 수사 의지와 성과를 국민은 똑똑히 지켜봤다. 검찰은 존폐의 명운을 건다는 결기로 특검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 불참하고… 제외하고… 불통 트럼프 ‘언론 길들이기’

    불참하고… 제외하고… 불통 트럼프 ‘언론 길들이기’

    비공식 브리핑 ‘프레스 개글’ CNN·NYT 등 배제해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류 언론 간 ‘전쟁’이 점입가경이다.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나는 올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 잘 지내고 좋은 저녁 되기를 바란다!”며 오는 4월 29일로 예정된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불참을 선언했다. 1920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참석해 연설을 하고 언론과 소통하는 자리로, 각계 유명인사들도 초청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유명인사로 자주 참석했지만 번번이 언론의 공격 대상이 된 쓰라린 기억이 있다. 게다가 올해는 각을 세워온 일부 언론이 만찬 협찬을 거부하는 등 기자단의 보이콧 조짐이 보이자 맞불을 놓은 분위기다. 앞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비공식 브리핑인 ‘프레스 개글’(press gaggle)에 CNN과 뉴욕타임스, 더힐, 폴리티코 등 상당수 주류 언론을 배제해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며 갈등을 빚어온 매체들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이 창업한 극우 성향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 등 보수 매체들을 참여시켰다. 이에 AP통신과 타임 등은 항의의 뜻으로 브리핑을 보이콧했고, 백악관 출입기자단 제프 메이슨 간사는 성명을 내고 “강력 항의한다”며 공식 대응을 밝혔다. LA타임스는 사설에서 “트럼프 정부가 ‘언론과의 전쟁’ 수위를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일은 초짜인데… 모셔야 할 상사” “타성 젖은 나보다 의욕 높은 열정맨”

    “일은 초짜인데… 모셔야 할 상사” “타성 젖은 나보다 의욕 높은 열정맨”

    국가직 5급 공채(옛 행정고시)에 합격한 젊은 신임 사무관 317명이 올 1월 1일 각 부처에 배치됐다. ‘젊은 피’로서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들 밑에서 함께 일해야 할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모셔야 할 상사가 업무 초짜여서 한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데다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들의 ‘5급 승진’ 기회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사혁신처는 부처별로 신임 사무관이 구체적으로 몇 명씩 배치됐는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정부서울청사의 한 부처에서 7급으로 시작한 A주무관은 “5급 공채시험을 치렀지만 몇 차례 낙방한 후 7급으로 전향했다”며 “갈수록 인사 적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입직 경로에 따라 승진은 물론 국외 유학 등 여러 측면에서 차별이 존재해 이들을 보면 박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한 미래창조과학부 B씨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무실 잡무에 불과한데 신입 사무관에게는 곧바로 굵직한 업무가 맡겨진다”며 “신임 사무관들은 행정 경험이 전혀 없다 보니 매일 담당 과장에게 혼나는데 이마저도 부럽고 질투가 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C주무관은 “나이 많은 6급 이하 직원들이 이들에게 존댓말을 하고 지방 연수 때에는 ‘영감’으로 치켜세워 주다 보니 ‘불통 사무관’들도 나온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인성교육 부족일 수 있지만 경험 많은 ‘승진 사무관’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자기들만의 우월감에 취해 카르텔을 형성하는 신임 사무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6급 이하 공무원들이 새내기 사무관들을 색안경만 끼고 보는 것은 아니다. 사회부처의 한 주무관은 “9급으로 출발하면 50대가 돼야 사무관이 되는데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업무를 하다 보면 타성에 젖고 전문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약해지기 마련”이라면서 “그러나 5급 공채 출신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인재여서 그런지 일에 대한 의욕이 높고 열정도 많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공무원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경험과 젊은 사무관들의 열정이 조화를 이룬다면 조직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종합·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잠룡들 이미지 경쟁, 실상은 메시지 전쟁

    잠룡들 이미지 경쟁, 실상은 메시지 전쟁

    때로는 말 한마디보다 한 컷의 사진이 정치인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눠 본 한국인은 드물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백악관 청소노동자와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는 모습이나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엎드린 모습이 담긴 사진은 감동을 준다. 사진 속 이미지를 품고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면 더욱 감화되기 쉽다.정치인의 이미지는 곧 메시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뜻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의미 없이 정말 목이 말라 물을 한 잔 마셔도, 옆에 앉은 동료 의원에게 “식사는 하셨냐”고 귀엣말을 해도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지는 것은 그것 또한 정치이기 때문이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이미지 경쟁이 뜨겁다. 소셜미디어 라이브를 통해 주자들의 숨소리까지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앞서 누가 하는 말인지가 더 중요하다. 가뜩이나 후보도 많은데, 누가 더 대중이 원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 가느냐가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꾸미고 포장하는 것도 이제는 소통하고 공감하는 지도자의 필수 요건이 된 셈이다. ●안희정·유승민·남경필 등 예능 출연 잇따라 최근 이미지 정치를 가장 잘 활용하는 주자로 안희정 충남지사가 꼽힌다. 안 지사의 이미지 관리는 ‘엔터테이너’ 수준이다. ‘안깨비’, ‘충남 엑소’ 등 연예인 패러디도 거침없다. 안 지사가 지난달 19일 SBS 모비딕 프로그램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해 개그맨을 번쩍 안아 들고 끙끙거리던 모습은 정치보다는 ‘예능’에 가까웠다. 그 다음주 방송에선 입에 한가득 상추쌈을 물고 “어버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줬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1월 3주차 안 지사의 지지율은 4.7%에 그쳤다. 그런데 숏터뷰 1편이 방송된 뒤 1월 4주차 지지율은 6.8%, 2편이 방송된 뒤 2월 1주차 지지율은 무려 13.0%로 뛰었다. 물론 2월 첫주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등 다른 요인도 작용했지만, 방송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올리지 않았더라면 수혜를 누리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실제 대선 주자로서 유명해지기 전엔 안 지사의 이름만 보고 여성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다. 안 지사의 ‘숏터뷰 효과’는 다른 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숏터뷰’ 출연을 고려하고 있고 KBS 예능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에 대선 주자들이 함께 출연하는 일정이 조율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적이고 불통의 이미지에 실망했기 때문에 대선 주자들에게 소통과 친화적인 면모가 무엇보다 크게 요구된다”면서 “과거의 카리스마만 있는 권력자가 아니라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 같은 지도자를 원하는 만큼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소통이 효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장 쉬우면서 강하게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패션이다. 새빨간 드레스와 호피무늬 구두를 즐겨 신는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중대결심을 발표할 때마다 초록색 체크무늬 정장을 입기로 유명하다. 체크무늬만을 놓고도 갖가지 해석이 나올 정도다. 남성 리더에게는 짙은 남색 정장에 하얀색 셔츠,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가 패션의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단정하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리더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 도전자들은 이 공식에서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남성 리더 정석 ‘짙은 남색 정장’ 안 지사는 지난달 22일 출마 선언 때 처음으로 앞머리를 올리고 와이셔츠 대신 터틀넥 니트를 입고 ‘깜짝 변신’했다. 지지율이 선두 그룹에 오르면서 코디네이터도 따로 고용했다. 일정의 목적에 따라 이마를 드러내는 ‘깐희정’과 앞머리로 이마를 가리는 ‘덮희정’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협회장은 “터틀넥은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데 안 지사의 ‘대연정’ 메시지가 통합과 포용을 상징하게 되면서 패션과 메시지가 딱 들어맞아 효과가 커졌다”면서 “이 시대의 감성에 가장 잘 맞추면서 내면과 외면을 잘 표현하고 있는 베스트 주자”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장엔 구두’라는 틀을 깨고 2월 초부터 양복에 스니커스를 신고 다닌다. 리더가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소통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이 운동화는 이 시장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물했다. 제 의원은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정의로운 남자 주인공이 운동화를 신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좋아 보여 이 시장의 콘셉트도 그렇게 잡았다”고 했다. 사실 예능 출연을 통해 인기를 얻은 정치인의 원조는 2009년 6월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하지만 오히려 대선 주자가 되고선 젊은 층의 마음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 특유의 2대8 가르마와 굳은 표정에 딱딱한 말투가 정치인의 정형화된 모습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앞머리를 짧게 잘라 위로 넘기면서 이마를 드러내고 있다. 밝고 안정적인 모습과 동시에 단호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 관리에 제일 어색해하면서도 변화에 조금씩 속도를 내는 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다. 공식 행사에 나설 땐 제발 BB크림을 발라 달라고 참모진이 애원을 해도 어색하다며 거부했던 그들이다. 문 전 대표는 패션의 정석에 맞게 주로 감청색 양복에 넥타이 차림을 고수한다. 문 전 대표에게 양복은 곧 ‘예의’라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지난 1일 4차 산업혁명 정책을 발표하면서 넥타이를 풀고 콤비 정장에 푸른색 셔츠 차림으로 참석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은 문 전 대표에겐 큰 변화였다. 요즘은 방송 출연 때 간혹 붉은색 스웨터 등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주기도 했다. 옷은 대개 부인 김정숙씨가 골라 주는 것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안경’으로 더 알려진 덴마크 ‘린드버그’ 안경도 새삼 화제다. 2012년 대선에선 70만원대 고가 안경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5년째 같은 걸 쓰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소박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얇은 테 안경이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와 결연함을 동시에 풍긴다고도 평가받는다. 다만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2012년 문 전 대표는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강인한 이미지가 오히려 굳어졌다”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부드러움과 열린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유승민 측근 “BB크림 바르세요” 경제학자 이미지가 짙은 유 의원은 인위적으로 꾸미는 게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미지 관리는 없는 걸 있어 보이게 하는 게 아닌, 있는 걸 더 잘 보이게 부각시키는 것이란다. 캠프 대변인인 민현주 전 의원은 “유능하고 역량 있는 모습을 통해 믿을 수 있는 리더의 이미지를 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밝은 색의 넥타이를 주로 하고 자연스러움의 상징이었던 부스스한 앞머리는 최근 깔끔하게 올렸다. 측근들의 설득 끝에 최근 방송 출연이나 공식 행사 시 도움을 주는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동행하게 됐고 조만간 시간이 나면 미용실에 가서 가르마를 타는 머리로 바꿔 신뢰감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김 교수는 “차기 주자에게 바라는 모습 중에는 참신하고 개혁적이면서도 유능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도 크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패셔니스타’로 유명했다. 터틀넥과 카디건은 원래 남 지사의 상징이기도 했다. 남 지사는 옷차림이나 신발, 헤어 등 대부분을 혼자 결정하고 캠프 참모진에게 의견을 묻는 정도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자신이 시대를 바꾸는 젊은 리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씨줄날줄] 정치인의 별명/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치인의 별명/황성기 논설위원

    정치인에게 별명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고 대중 노출을 직업으로 삼은 자의 업보다. 별명이란 그 사람의 외모, 성격, 행동에서 추출되는 이미지다. 때론 긍정적으로, 한편으론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지만 실명이건 별명이건 기억해 주는 것이 고마운 정치인에게 별명은 한두 개씩 있게 마련이고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마다 승리를 가져왔다 해서 붙여진 ‘선거의 여왕’이 드물게 긍정적인 별명인데, 대부분은 부정적이다. 한나라당 대표 때 수첩에 적은 단어와 문장을 보고 말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수첩 공주’는 대통령이 되고서는 꼭 챙기거나 혼내 줘야 할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는 뜻이 추가됐다. ‘얼음 공주’, ‘불통 공주’, ‘발끈해’는 박 대통령의 부정적인 언행이 낳은 산물이다. 19대 대선의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대 대선 때 ‘노무현의 그림자’를 선호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우직하고 서민 냄새가 풍기는 ‘고구마’를 좋아한다. 중고등학생 때는 그 나이 또래의 별명답게 ‘문제아’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뭐든지 대든다는 뜻에서 ‘싸움닭’인데, 요새는 시원하게 쏘아 주는 ‘사이다’가 더 유통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사려 깊게 간을 보는 ‘간찰스’에서 강한 이미지로 변신을 꾀한다는 뜻에서 요즘은 ‘강철수’. 안희정 충남지사는 잘생긴 외모답게 아이돌 이름을 딴 ‘충남 엑소’이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아이돌급 미모를 지닌 딸 덕분에 ‘국민 장인’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혈통서 딸린 파시스트’. 3세 정치인이라는 혈통에 우파적 정치 행보를 빗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 ‘테플론 트럼프’였는데, 인종 및 여성 비하 등 어떤 차별적 발언을 해도 끄떡없는 것이 어떤 음식도 눌어붙지 않는 조리 기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음모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회색의 추기경’. 유럽의 인기 지도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난민 수용 정책을 일관되게 편 공로로 ‘난민의 어머니’이고, 푸근하다고 해서 ‘무티’(엄마)이기도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별명은 ‘시아저씨’란 뜻의 ‘시다다’(習大大)이다. 시 주석의 특권층 이미지를 지우고 친근함을 심으려고 관영 매체에서 써오다 개인 우상화란 비난이 일자 지난해 사용을 금지했다. 오늘 미국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가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에 오는데, 우리 국방부의 사전 브리핑이 배꼽을 잡는다. 국방부는 “동맹국 예우 차원에서 그의 별명인 매드독(미친개)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언론사에 요청했다. 미국 측 부탁이 아니라 “저희 판단”이라고 한다. 트럼프조차 아베 총리에게 매티스 장관을 가리켜 “미친 개를 잘 부탁한다”고 했다는데, 국방부는 과공비례(過恭非禮)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단독] 당국 과욕·불통… 계란 대책 ‘엇박자’

    [단독] 당국 과욕·불통… 계란 대책 ‘엇박자’

    ‘물가’ 기재부·‘유통’ 농식품부 수입 가능량 예측 등 ‘제각각’ 업체들 수입의향 해석도 엇갈려 美 선박운송분 이르면 5일 도착설 연휴 이전에 1500t의 수입 계란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던 정부의 공언이 결국 빈말로 끝났다. 실제 수입된 계란은 당초 규모의 3분의1에도 못 미쳐 시중 계란값 안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와 계란 유통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엇박자가 원인이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민생물가·수급대응 태스크포스(TF)’ 4차 회의를 열고 “수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계란 수요가 증가하는 설 전까지 1500t(약 2500만개)의 신선란이 수입돼 국내 계란 부족량을 상당 부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란 수입이 시작된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누적 수입량은 471.4t(약 785만개)에 불과했다. 수입이 당초 목표보다 1700만개 정도 적게 이뤄지다 보니 국산 계란과 수입 계란을 합해 설 직전 주(20~26일)에 국내에 공급된 계란 총량은 3300만개로 당초 목표치(4800만개)의 68.8%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의 의향을 조사해 수입량을 예측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밀검사가 늦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수입 일정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시장에 물가안정 시그널(신호)을 강력히 주려고 애초에 무리한 목표치를 발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TF에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설 전에 계란 1500t 수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많아야 700t 정도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물가 안정이 최우선인 기재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의 수입 의지에 대해서도 두 부처의 의견이 엇갈린다. 기재부는 미국 산지 가격이 크게 하락해 수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지 계란값이 오르고 있어 유통업체들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수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농무부가 매주 조사해 발표하는 계란가격 동향에 따르면 계란 수요가 많은 지난해 성탄절 전후 미국 중서부 계란 도매가는 12개 기준 120센트까지 오르다 지난달 초 반값(60센트)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 도매상들이 미국 농장을 찾아다니며 수입을 타진하자 지난달 30일 기준 80센트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체들은 항공운송 대신 선박을 통한 계란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40여t의 계란을 싣고 미국 시애틀항을 출발한 배들이 이르면 5일부터 순차적으로 부산항에 도착한다. aT 관계자는 “항공기로 수입할 때 계란 한 판의 도매가는 9000원 정도이지만 배로 수입하면 5000원 이하로 들여올 수 있다”면서 “국내 마진을 붙인다 해도 7000원대에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애틀에서 부산까지 10~14일 정도면 운송이 가능하고 냉장시스템을 갖춘 컨테이너에 보관하므로 계란 신선도와 유통기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받아적고 있나요”…박근혜 대통령의 ‘전화 지시’ 사랑

    “받아적고 있나요”…박근혜 대통령의 ‘전화 지시’ 사랑

    “대면보고를 늘려가는 방향으로 하겠지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2015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참모들의 대면보고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이 같은 대면보고를 꺼리는 박 대통령의 ‘불통’ 업무 스타일은 검찰 수사에서도 핵심 참모의 진술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29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검찰 수사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은 대면으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도청이 되지 않는 전용 폰으로 받았다”라고 진술했다. 휴대전화로 보고했던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수석비서관 사무실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 대면보고를 하려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대면보고를 너무 자주하면 업무 수행에 상당히 지장이 있다”라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직접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기도 하다”라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의 진술을 종합하면 그는 총 2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폴더폰 1대를 박 대통령과 통화 전용으로 사용했고, 스마트폰 1대는 일반 업무용으로 썼다. 원래는 휴대전화 1대로 대통령 통화 용도, 일반 업무용도로 썼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업무용 휴대전화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자 대통령 통화 전용 휴대전화를 한 개 더 받았다는 것이다. 대통령 통화 전용 휴대전화는 안 전 수석을 포함한 몇몇 수석들에게만 추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과 “정책 관련 사항에 대한 지시,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주로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대통령이 불러주는 내용을 자신의 수첩에 꼼꼼하게 받아적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종종 지시사항을 불러주다가 “받아적고 있나요”라고 물어보면서 확인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도 참모들과 통화할 때 업무용 휴대전화를 이용했다”면서 “대통령과 연결되는 전화번호는 가끔 바뀌는데 정호성 비서관이 있는 부속비서관실에서 바뀐 전화번호를 알려준다”고 진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연통과 소통

    [정찬주의 산중일기] 연통과 소통

    나의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반 전후다. 산자락 아래 절에서 도량석을 하는 목탁소리가 들리기 전이다. 캄캄한 밤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난로에 불쏘시개를 찾아 넣고 불을 지피는 일이다. 요즘 불쏘시개는 작년에 고추 줄기를 지지했던 대나무 토막들이다. 마른 대나무들은 연기가 나지 않을뿐더러 의외로 화력이 좋다. 산중 생활 17년째, 겨울철 난롯불 지피기는 하루의 첫 쪽이다. 손전등을 켜들고 땔감을 나르는 일이 번거롭지만 바늘 같은 별빛을 보면 저절로 정신이 번쩍 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산중은 산촌 농부들이 바람단지라고 부르는 곳인데, 찬 바람의 왕래가 잦아 평지인 읍내보다 기온이 4도쯤 낮다. 절 연못의 물이 찰랑찰랑할 때도 산방연못은 살얼음이 낄 때가 많다. 단열이 시원찮은 산방의 방 온도는 제각각이다. 조금 전에 확인한 온도이다. 골방은 11도, 난로가 가까이 있는 거실 겸 차 마시는 다실은 18도, 서재는 16도이다. 다리 뻗고 잠자는 침실은 눈 붙이고 잘 만하니 17도쯤 될 것이다. 뉴스의 주인공들이 들락거리는 구치소 온도는 얼마쯤인지 가 본 적이 없으므로 잘 모르겠다. 산방 안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은 까닭은 화목난로 덕분이다. 다행히 산중 오지라서 땔감은 수월하게 구할 수 있는 편이다. 달포 전에도 농부 김 노인과 함께 썩어가는 나뭇가지를 난로용 화목 크기로 톱질해 두 달분을 비축해 놓은 바 있다. 절약하면 3월까지는 화목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난로 연통 청소도 며칠 전에 했으니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쳐도 불을 피우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겨울철 산중생활의 첫째 덕목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유비무환이다. 준비를 잘하면 생고생하지 않는다는 만고의 진리가 아닐까 싶다. 초기 불경인 숫타니파타에 목동이 우기를 맞이하여 부처에게 ‘내 움막은 이엉이 덮였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란 구절도 새삼 절절하게 떠오른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이순신 장군이 육지가 아닌 강 초입에서 사변을 막아야 한다는 강구대변(江口待變)이란 방비계책도 같은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숫타니파타의 목동이나 이순신처럼 잘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준비성이 부족한 이가 바로 나다. 멀리 갈 것 없이 난로의 연통 청소만 해도 그렇다. 3년 전에는 읍내에서 연통설치 기술자를 불러 청소했고, 2년 전에는 손재주가 뛰어난 다헌도예 대표를 불러 연통 안의 검댕을 말끔하게 제거했는데, 작년 입동 무렵에는 무심코 건너뛰었다. 아내가 연통 청소를 하자고 했을 때 나는 2년 동안 했으니 괜찮다고 무시했던 것이다. 나의 그런 태도가 화근이 됐다. 며칠 전 꼭두새벽이었다. 난로에 불쏘시개와 화목을 넣고 불을 지피는데 연기만 풀풀 났다. 전기 흡출기를 돌려 겨우 불을 살렸지만 이번에는 연통이 열을 받아 발갛게 달아올랐다. 연통을 설치한 지 10년 만에 연통 마디가 붉어지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놀라서 일단 난로의 잔불부터 껐다. 연재소설 원고도 뒤로 미루었다. 뼛속을 찌르는 것 같은 한겨울의 매운맛을 실감했다. 아침에 지인 두 사람을 급히 불러 연통 청소를 하면서야 그 원인을 알았다. 석탄처럼 고체화된 검댕에 불이 붙어 연통이 달궈진 것이었다. 입동 무렵 전후로 미리 연통을 청소했어야 했는데 방관했다가 영하의 날씨에 덜덜 떨었던 셈이다. 검댕이 연통 속에 차츰 쌓여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화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깨달았다. 연통은 연기와 검댕을 밖으로 내보내는 소통의 통로인 것이다. 불통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아찔하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추위에 떨었던 것은 물론이고 내 산방마저 태워버릴 뻔했으니 말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외치는 시민들의 소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불통이 지속되다 보면 뜻밖의 상황이 우리를 더 놀라게 할 수도 있다.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이야말로 소통을 막는 연통 속의 검댕 같은 존재가 아닐까. 막힌 연통을 보고 느낀 자각이다. 만약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면 청소는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 싶다. 소설가
  • 스트리프 비판에… 트럼프 “힐러리 아첨꾼” 역공

    스트리프 비판에… 트럼프 “힐러리 아첨꾼” 역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67)가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 중 자신을 공격한 데 격분해 “스트리프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대 포장된 여배우 중 한 명”이며 “참패한 힐러리(클린턴)의 아첨꾼”이라고 공박했다. 스트리프는 지난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튼호텔에서 진행된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도중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시상하는 세실 B 데밀상을 수상한 뒤 트럼프가 장애인 리포터를 비하한 것을 지적하며 “우리가 만약 (아웃사이더와 외국인들을) 내쫓으면 풋볼과 종합격투기(MMA)밖에는 볼 게 없을 것이다. 그것들은 예술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다음날 아침 트위터에 득달같이 글을 올려 “(스트리프가) 날 전혀 모르면서 골든글로브에서 공격했다. 100번째로 말하는데 장애인 리포터를 ‘조롱’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 그러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그(리포터)가 날 나쁜 놈으로 보이게 하려고 16년 전 썼던 기사를 완전히 뒤집었을 때 ‘굴종하는’ 방법을 알려 줬을 뿐이다. 미디어란 원래 아주 정직하지 못해”라고 적었다. 당연히 MMA계도 발끈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TMZ스포츠 인터뷰를 통해 “(스트리프의 발언이) 모든 이의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이 고집불통의 80세 숙녀분에게 바라는 마지막 일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MMA 링에 서 봤으면 하는 것”이라고 비꼰 뒤 “물론 MMA는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스콧 코커 벨라토르 MMA 회장도 오는 2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대회에 그녀를 초청하는 공개서한을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UFC 회장이 메릴 스트립 향해 “고집불통 팔순 할머니 같다”

    UFC 회장이 메릴 스트립 향해 “고집불통 팔순 할머니 같다”

     미국 여배우 메릴 스트립(67)이 8일(이하 현지시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발언한 것이 종합격투기(MMA) 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스트립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시상한 세실 B 데밀상을 수상한 뒤 트럼프 당선자와 그가 장애인 리포터를 비하한 사실을 언급하며 얼핏 MMA에 불화살을 날렸다. 할리우드가 자랑하는 다양성에 대해 언급하다 “우리가 만약 (아웃사이더와 외국인들을) 내쫓으면 축구와 MMA 밖에는 볼 게 없을 것이다. 그것들은 예술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TMZ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트립의 발언이)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이 고집불통의 80세 숙녀분에게 바라는 마지막 일은 폭발적인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는 MMA 링에 서봤으면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물론 MMA는 예술“이라며 ”남자건 여자건 이들 투사들은 재능도 많고 세계 최고가 되고자 목숨을 바쳐 훈련하고 있다. 실제로는 아주 뛰어난 여배우인데 ´그녀는 재능있는 여배우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일 것“이라고 점잖게 꾸짖었다.   스콧 코커 벨라토르 MMA 회장 역시 오는 21일 로스앤젤레스 포럼에서 열리는 대회에 그녀를 초청하고 싶다는 공개 서한을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았다. 그는 ”평생 당신의 팬이었는데 어쩌다 전세계에 MMA를 프로모션하는 일을 하며 평생 격투기 팬으로 살고 있다“며 ”글로벌 스포츠로 성장한 MMA는 많은 세월 자신의 끼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래 예술이 맞다, 쉬지 않고 단려?온 전세계 남녀 선수들을 찬양하고 있다. 모든 나라, 모든 삶의 편린을 갖고 있다. 우리 벨라토르는 그들을 지원하며 그들의 기량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 MMA 경기를 보면 얼마나 예술적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MMA 단체 모두 할리우드와 연을 맺고 있는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ESPN은 지적했다.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WME-IMG는 지난해 UFC를 매입했고, 복합미디어재벌 바이어콤이 벨라토르 MMA의 주인이다.    트럼프 당선자도 다음날 아침 득달같이 트위터에 세 편의 글을 잇따라 올려 세 차례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스트립을 조롱했다. 전문을 옮긴다.   ”메릴 스트립,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대포장된 여배우 중 한 명, 날 전혀 모르면서 어제밤 골든글로브에서 날 공격했다. 그녀는“  ”참패한 힐러리 아첨꾼(flunky)이다. 100번째로 말하는데 난 결코 장애인 리포터를 ´조롱´한 적이 없으며 그러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그가“  ”날 나쁜 놈으로 보이게 하려고 16년 전 썼던 완전히 뒤집었을 때 ´굴종하는(groveling)´ 방법을 알려줬을 뿐이다. 미디어란 원래 아주 정직하지 못해!“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中 폭격기 10여대 韓방공식별구역 기습 왜...“한국 흔들기”

    中 폭격기 10여대 韓방공식별구역 기습 왜...“한국 흔들기”

    ‘사드 배치-영유권 무력시위’ 등 다목적 포석…정부 조기경보기 등 맞출격 중국 폭격기 등 군용기 10여 대가 9일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대거 기습 침범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3년 12월 이어도 인근까지 확장된 새로운 KADIZ가 발효된 이후 3년 만에 중국 군용기들이 떼를 지어 이어도 인근 KADIZ를 4~5시간 가량 수차례 침범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따른 중국의 무력시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우리나라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일련의 행동과 관련이 있는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8월에도 ‘훙-6(轟·H-6)’ 전략폭격기가 이어도 인근 상공을 침범했으나 이번처럼 6대의 폭격기가 동시에 기습 침범한 것은 처음이다. H-6 최신형 장거리 전략폭격기는 초음속 대함미사일 10여 발을 탑재하고 중국 본토에서 괌까지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행동이 상당히 계산된 의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동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 일본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무력시위 일환일 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판을 흔들기 위해 꺼내 든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류 연예인 방송 출연을 금지한 금한령(禁韓令)에 이어 중국에 진출한 롯데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 단체 관광객 규제를 염두에 둔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 잇따른 ‘보복’을 가하고 있다. 최신형 전략폭격기 6대 등을 KADIZ에 기습적으로 진입시킨 행위가 이러한 조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이런 전문가들의 해석에 대해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10일 “현재 상황과 중국의 이번 조치를 연계해서 해석해야 할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중국 군용기들이 이어도 인근 상공을 벗어난 뒤에는 KADIZ를 침범하지 않고 일본 방공식별구역 쪽으로 비행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전날 중국 폭격기와 윈(運·Y)-8 조기경보기 1대, 윈-9 정찰기 1대 등 군용기 10여 대가 이어도 인근 KADIZ를 침범하자 F-15K 등 전투기 10여 대를 대응 출격시키고 즉각 경고통신을 가했다.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는 중국 지난(濟南)군구 방공센터를 연결하는 핫라인을 통해 경고 메시지도 발신했다. 이에 중국 측은 “이번 비행이 훈련 상황”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군용기들은 이어도 인근의 KADIZ 내를 4~5시간가량 비행한 뒤 이탈해 대한해협 쪽으로 이동,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따라 동해로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국방부는 2015년 12월 31일 개통 이후 사실상 ‘불통’ 상태인 핫라인을 이번에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어도 인근 상공이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어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관측하고 있다. 중국이 2013년 11월 23일 동중국해에 일방 선포한 방공식별구역(CADIZ)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및 KADIZ와 상당히 겹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방위를 목적으로 미상의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이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영공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중첩 구역을 실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2월과 8월에도 중국 군용기가 이어도 인근 중첩된 구역을 비행했다”면서 “중국의 이어도 KADIZ 침범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월화드라마 ‘화랑’ 박서준 박형식, 주사위는 던져졌다...첫 과제 결과는?

    월화드라마 ‘화랑’ 박서준 박형식, 주사위는 던져졌다...첫 과제 결과는?

    ‘화랑(花郞)’들의 첫 과제,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지난 3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에서는 풍월주 위화랑(성동일 분)은 화랑들에게 물 수(水)와 임금 왕(王) 두 글자를 내놓았다. 이어 “물로써 왕에 대해 논하라. 단, 그 바탕에는 도덕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9일 제작진이 첫 과제에 임하는 화랑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먼저 선우(박서준 분)와 삼맥종(박형식 분)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른 화랑들이 모두 앉아 있는 가운데, 두 사람만이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글자라고는 주령구에 쓰여 있는 것밖에 모르는 선우가 도덕경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과제에서 어떤 답변을 할지, 또 왕이라는 신분을 숨긴 채 화랑이 된 삼맥종은 왕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증을 더했다. 이어 수호(최민호 분), 한성(김태형 분), 반류(도지한 분), 여울(조윤우 분)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수호와 한성은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다가도, 막상 시험이 다가오자 커닝을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돼 웃음을 자아낸다.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수호와 해맑은 막내 한성, 지성미 넘치는 반류와 여전히 신비로운 여울. 이들은 첫 과제에서 어떤 성적을 얻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들은 세 번의 불통을 받으면 선문에서 쫓겨나게 된다.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이들 모두 선문에 남아 화랑이 되고자 한다. 선우는 이미 한 번의 불통을 받은 가운데 이번 과제에서 누가 통을 받고 누가 불통을 받을지 향후 전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은 이날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설] 차기 대통령의 최고 덕목은 ‘소통과 통합’

    새해 벽두부터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다. 본래는 12월에 치러질 대선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리를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서는 상반기 중으로 실시될 가능성도 크다. 여러 언론도 조기 대선을 고려해 연말연시에 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쏟아냈다. 눈길이 먼저 가는 것은 역시 가상 대결 지지도에서 누가 1위이고 누가 2위를 차지했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놓쳐서도 잊어서도 안 될 것은 향후 5년간 중차대한 국정을 이끌어 갈 지도자의 덕목이다. 서울신문이 전국의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지난 연말 실시한 여론조사(2017년 1월 2일자 보도)를 보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1위로는 ‘소통 및 사회통합 능력’(34.3%)이 꼽혔다. 연합뉴스와 KBS의 여론조사에도 응답자의 41.0%가 ‘민주적 소통 리더십’을 차기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답했다. 소통은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 농단 사태를 야기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온 불통(不通)의 반대 개념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각 부처의 장관들과 대면 보고를 기피하는 불통의 자세가 급기야는 탄핵 사유의 하나가 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낳았다. 청와대의 수석들은 물론이고 비서실장조차도 제대로 대면 보고를 할 수 없었다니 국민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과의 간접 소통이기도 한 기자회견조차 취임 후 서너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불통의 정치는 결국 비선 실세를 키우고, 그 비선 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만들어 대한민국의 국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게 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국민의 마음은 내 고통을 살피고 헤아리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선을 보면 대통령의 덕목도 시대적 변천을 보였는데, 15대 때는 ‘신뢰성’이 으뜸으로 꼽히는가 하면 17대 때에는 ‘경제발전 능력’이 최우선으로 꼽혔다. 소통과 통합이 최고의 덕목이 된 것은 18대 때부터다. 이념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 소득격차 갈등 등 한국 사회에 내재화한 크고 작은 갈등이 분출한 것이 지난 대선이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취지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국민통합위가 갈등을 조정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탐욕에 찬 강남 아줌마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기업의 승마 훈련 지원 등에서 우리 사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을 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2강을 비롯한 대선의 유력 주자들이 지금 대선 대장정의 출발선에 섰다. 앞서 지적한 ‘소통과 통합’이란 미완의 시대적 소명은 물론 ‘청렴성’, ‘경제 활성화 능력’, ‘외교·안보·통일 능력’도 주요한 덕목으로 국민이 생각한다는 점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 [신년 인터뷰] “국가 혁신은 내 삶이자 꿈… 2020년 총·대선 동시 실시하자”

    [신년 인터뷰] “국가 혁신은 내 삶이자 꿈… 2020년 총·대선 동시 실시하자”

    “2019년 개헌… 19대 임기 3년만”… 지지율 질문엔 “오를 일만” 낙관 “제3지대 출마 생각해본 적 없다”… ‘불평등 문제 해소’ 대선공약 강조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에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면서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낡은 질서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다”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 시장은 2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결심이 섰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대한민국이 거듭나려면 유능한 혁신가가 필요하다”고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박 시장은 세밑인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시장직을 유지하며 대선 경선을 뛰겠다”고 밝혔다.<서울신문 2016년 12월 30일자> 박 시장은 “사회의 혁신, 국가의 혁신은 박원순의 삶이었고 꿈이었다”면서 “도탄에 빠진 절박한 국민의 삶을 가장 잘 일으켜 세울 수 있고 대한민국의 거대한 전환, 대혁신을 기필코 이루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3%대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는 “나는 저평가 우량주”라며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을 지지율이 급상승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얘기했다”고 했다. 그는 “대권 의지를 밝히는 것 자체가 (지지율의) 중요한 변수”라면서 “더 떨어질 것 없이 오를 일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제3지대 출마설’에 대해 “민주당은 내가 선택한 정당이고 민주당 외연이 확장하는 데 제 역량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3지대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시장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설은 “정치 평론가의 영역”이라면서 “대선 후보로 경쟁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종적으로 국민이 평가하고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개헌 시기는 2019년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탄핵과 60일 대선 기간 중 다 정리되기 어렵지 않을까”라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인 2019년까지 정치권과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헌법 개정안을 만들고 다음해인 2020년 총·대선을 동시 실시해 구체제를 청산하자”고 제안했다. 차기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제7공화국은 3·1운동 임시정부 이후 100년 만에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을 구상, 설계하는 어마어마한 역할을 할 것이다. 소시민의 삶을 제약하는 수많은 악법이 있다. 검찰·재벌개혁도 (현) 법령에 문제가 많다. 법제처를 ‘악법 개폐청’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박 시장은 “제가 이를(악법들을) 총체적으로 바꾸자고 죽어라고 일해 왔는데, 혁신가적 마인드가 있는 사람, 국민 합의를 모으는 소통·협치의 달인이 (다음 대권 후보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주요 대선 공약으로 “구태여 말한다면 불평등 문제의 해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99대1의 사회가 너무나 심각해서 개인의 삶이 고통에 빠진 것은 물론 시장실패가 경제성장의 가능성을 삭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2011년 이래 추진해 온 중소기업·경제민주화, 노동·복지·일자리 창출이 다 같은 맥락”이라고 내세웠다. 차기 대통령의 자질로 박 시장은 “첫째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통찰력, 둘째는 한 사람의 영웅이 필요한 게 아니고 국민이 위대한 시대라는 점에서 의견일치를 만드는 협력·협치의 힘, 셋째는 이를 실용적으로 실천해 낼 추진력”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차기 대선은 고질적인 지역구도, 색깔 논쟁, 진영 대결이 아니라 새 시대의 비전을 경쟁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면서 “말과 구호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왔는가, 혁신적인 삶을 살아왔는가, 어떤 성취를 보여 주었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걸어온 길을 보면 그 사람이 걸어갈 길을 알 수 있다”면서 인권 변호사 활동과 참여연대에서 인권수호, 정경유착 근절과 경제 민주화를 추구해 온 자신이 ‘불통과 적폐를 극복하는’ 최적의 대통령 후보라고 강조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등장인물 노대복 69세, 마을버스기사 양옥화 67세, 노대복의 아내 노운수 45세, 노대복·양옥화의 아들, 택시기사 노만석 22세, 노운수의 아들, 퀵서비스맨 때어느 가을 토요일 저녁 장소한눈에도 오래되고 허름해 보이는 집의 거실이다. 거실 벽은 얇은 나무합판으로 둘러쳐져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나무합판이 삐져나온 곳이 보인다. 가구나 테이블, 가전제품, 주방의 싱크대 등에도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대 뒤쪽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냉장고 등이 있고, 냉장고 앞에 식탁으로 사용하는 원목 탁자가 있다. 주방 오른쪽으로는 미닫이문이 있고, 이 문을 나가 좁고 긴 복도를 따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객석에서 현관문은 보이지 않는다). 미닫이문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걸려 있고, 그 바로 옆은 노만석의 방이다. 주방 왼쪽으로는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되는,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있다. 뒷마당에는 양옥화가 가꾸는 텃밭이 있다. 파나 고추 같은 것들을 키운다. 바로 옆에 방문이 있고(노운수의 방), 그 옆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이곳은 욕실 겸 화장실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방문이 있다(노대복, 양옥화의 방). 방문이 마치 이 집 인테리어의 전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외의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흔한 액자조차 벽에 걸려 있지 않다. 무대 앞쪽에는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패브릭 소파가 객석을 향해 디귿자로 배치되어 있고 담요 같은 것들이 걸쳐져 있다. 왼쪽 소파에는 마른 빨랫감들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꽃병이 있다. 테이블은 나무의 밑동을 잘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역시 오래돼 보인다. 무대 밝아지면 대복,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잠시 후 뭘 찾는지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기억이 났는지 서랍장을 뒤져 손톱깎이를 찾아 소파 쪽으로 온다.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자신의 발을 불만스러운 듯 이리저리 살피는 대복. 한참을 들여다보다 깎기 시작한다. 통증이 있는지 간간이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한다. 동작을 반복하다 신경질이 나는지 손톱깎이를 옆 소파에 던져 버린다. 대복 빌어먹을! 발가락을 뽑아내든가 해야지. 소파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손톱깎이를 찾는다. 다시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 대복. 곧바로 미닫이문이 열리고 휘파람을 불며 운수 등장한다. 무스로 정돈한 올백 머리, 알이 큰 선글라스를 쓰고, 동선운수라고 쓰인 택시회사의 제복을 입고 있다. 거울을 보며 한껏 폼을 잡는 운수. 그런 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는 대복. 잠시 후 둘의 눈이 마주친다. 과장되게 인사를 건네는 운수. 운수 그간 옥체 건강하셨습니까? 대복 누구? 운수 저는 그러니까, 아들입니다. 대복 그런 이름은 내 머릿속엔 없는데. 여긴 어떻게? 분명 문을 걸어 잠갔는데. 운수 수척해 보이십니다, 아버님. 들어가서 쉬시지요. (혼잣말처럼, 하지만 대복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큰일이야, 빨리 기억이 돌아와야 할 텐데. 대복 뽑아낼 게 있는데 뽑아낼 수가 없네요. 어째야 합니까, 하나님. 운수 하나님은 바쁘셔서 그런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대복 쑤욱, 하고 뽑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세상에 있는 건 다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마음에 평안을 찾으시지요. 대복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주 큰 실수를 하셨어요, 하나님. (발톱에 통증을 느끼는지 인상을 찡그린다) 운수 병원엘 가세요. 왜 가만히 두고 병을 키워요? 대복 내 병을 키우는 건 네놈이다,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또, 또 그러신다. 혈압도 높은 양반이. 대복 어디 가서 뭘 했기에 이제야 기어들어오는 거냐? 운수 뭘 하긴요, 일했죠. 대복 네놈이 야간조인 건 너만 모르고 우리 가족이 다 알아. 운수 일 끝나고 피곤해서 그냥 회사 근처에서 잤습니다. 대복 걸어서 이십 분이면 오는 너의 회사 말이냐? 운수 밤새 운전만 하면 다리가 부어요. 천근만근입니다. 대복 그래, 알지 알아. 나도 사십 년을 운전만 해서 발톱이 이 모양이지. 보이냐? (발을 들어 운수 쪽으로 내민다) 얼빠진 놈.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리려고. 운수 그만하세요. 저도 낼모레면 오십이에요. 대복 아유,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겨우 칠십밖에 처먹지 않아서. 운수 먹을 만큼 먹었다는 거죠. 대복 어디서 같잖게 나이 타령이야? 운수 조심하세요. 곧 터집니다, 제 인생에 잭팟이. 뒷일,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대복 감당 못해도 좋으니 제발 좀 터져다오 그놈의 잭팟. 운수 두고 보세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다) 대복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발톱을 깎기 시작한다) 어디 이름 모를 강에 가서 돌 껴안고 뛰어들든가 해야지. 운수 (소파에 앉으며) 그 의사 새끼 그거 돌팔이였나봐요. 수술한 지 얼마 됐다고 또 그래요? 대복 내성발톱이란 게 원래 그렇다. 운수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복 내 자식도 내 맘처럼 안 되는데, 뭔들 되겠냐? 운수 이 자식새끼는 자나깨나 아버님, 어머님 생각뿐입니다. 대복 자나깨나 노름 생각뿐이겠지. 운수 노름이라뇨. 친, 목, 도, 모. 남들이 오해하겠어요. 대복 그래. 하룻밤에 몇 백만 원이 오가는 친목도모. 운수 전 아니에요. 그런 돈도 없고. 대복 얼마나 다행이냐, 네놈이 개털인 게. 운수 총알만 있으면. (대복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농담이에요, 농담. 대복 네 엄마 한 번 더 쓰러지면 네 귓구멍에 총알을 박아주마. 운수 말씀 한번 살벌하십니다. 대복 이 집의 절반이 아직도 은행 거라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응? 내가 평생을 일해 장만한 이 집 말이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51-23번지! 운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느낌이 와요. 운의 바람이 저한테 불어오고 있다고요. 대복 여기 죄 많은 노름꾼 하나가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회개할 수 있게 정수리에 번개라도 내리쳐 주세요. 운수 요즘엔 말이죠, 상대가 어떤 패를 들었는지가 보여요. 대복 세 치 혀로 거짓을 일삼는 죄인입니다. 지옥의 문을 잠깐 열었다 닫아주실 순 없으신가요? 그 틈으로 살짝 밀어 넣고 싶습니다만. 운수 진짜라고요. 앉아서 딱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놈이 지금 땡을 쥐고 있구나, 삼팔따라지를 쥐고 구라를 치고 있구나, 하는 게 보입니다. 대복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어찌나 놀라운지 전혀 믿기지가 않아. 운수 열에 여덟은 정확하게 맞힙니다. 이제야 빛을 보는 겁니다, 그간의 세월 동안 쌓인 경험과 그리고. 대복 돈과 빚이. 운수 네, 그렇죠. 정말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터집니다, 빰빠라밤~. 대복 내 속이나 터지게 하지 마라. (사이) 그런데. 운수 네, 존경하는 아버님. 대복 상대 패가 보이는데 왜 돈을 못 따는 거냐? 운수 중요한 지적이십니다. 대복 이유가 뭐냐? 운수 제 패가 그놈들 패보다 낮아서죠. 대복 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래. 그걸 몰랐네. 내가 몰랐어. (사이) 어떤 패를 들었는지는 보이는데, 그 패를 이길 수 없는 개패만 들어온다 이거지. 그렇지? 운수 환장할 일이죠. 한 끗으로 밟히고 족보로 밟히고 땡으로도 밟히고. 대복 그러니까,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너는. 운수 기다리세요. 아스팔트는 깔렸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대복 노름꾼에 거짓말쟁이에 재수까지 없는 아이입니다. 하나님 곁에 자리가 남아 있나요? 운수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대복 정신 빠진 놈. 발톱을 정리하고 대복이 뒷마당으로 나가자 운수는 피곤한지 소파에 깊이 몸을 묻는다. 잠시 후 안방 문을 열고 옥화 등장. 손에 쥔 기저귀를 주방 쪽에 있는 휴지통에 버린 후 소파 쪽으로 와 잠든 운수를 본다. 옆 소파에 걸쳐진 담요를 들어 운수의 몸에 덮어주는 옥화. 뒷마당에서 들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복, 가만히 서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소파에 앉아 이불을 개기 시작한다. 운수 (깜짝 놀라 일어나며 잠꼬대한다) 야 이 개새끼야, 이 씨벌놈아. 내 돈이야.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며 씩씩댄다. 뜨악해하는 옥화와 눈이 마주치자 태연한 척한다) 언제 나오셨어요? 옥화 미칠 거면 저 산골 오지 같은 데 가서 미쳐다오. 내가 못 찾아갈 곳에. 운수 며칠 만에 본 아들이 조금은 반갑지 않으세요? 옥화 그럴 리가. 전~혀 반갑지가 않단다. 운수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십니다 또. 옥화 네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별일 없었어요? 옥화 없었다. 운수 정말요? 옥화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거다. 하긴, 그런 게 너한테 뭐 중요하겠니. 한 달에 반을 밖에서 자는 애가. 운수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옥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날 도와주는 거다. 운수 그럴까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청하게 손가락만 빨고 집안에 처박혀 있을까요? (사이) 빌어먹을. (일어난다) 옥화 혹시, 여자 생겼냐? 운수 무슨 소리에요? 옥화 정희 엄마가 봤다더라, 네가 어제 젊은 여자랑 시장 입구 족발집에 있는 걸. 운수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 그분. 평생을 남 얘기로 입을 털어오신 분이죠. 옥화 그래도 없는 얘긴 안 턴다. 누군데? 운수 아무 사이 아니에요. 옥화 말해봐. 어떤 사람인데? 운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옥화 너 갔다 온 거 알아? 운수 나 참. 그냥 아는 다방 여자애예요. 옥화 다방? 운수 (실망한 듯 보이는 옥화를 보며) 대체 뭘 생각했던 거예요? 아직도 저한테 무슨 기대 같은 걸 갖고 계세요? 옥화 그런 거 없다. (사이) 좀 제대로 된 여잘 만나면 세상이 무너지냐? 운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옥화 알아서 하기는. 알아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지. 운수 어머니!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아기 울음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온다.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운수 저거 아직도 안 갖다 버렸어요? 옥화 말 좀 예쁘게 해라. 저거라니. 운수 만석인 어디 갔어요? 옥화 씻는다. 운수 이 자식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옥화 이따 데려다주기로 했다더라. 운수 그래요?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되겠냐? 운수 누구요? 옥화 우리! 운수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만석인 절대 안 된다는데, 네가 얘기 좀 잘 해봐. 운수 나도 싫어요. 그리고 그게 그럴 수가 없어요. 대복 (목소리) 여보, 이리 좀 들어와 봐. 옥화,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소파에 기대서 거실을 둘러보는 운수. 욕실 문이 열리고, 바지와 러닝만 입은 만석이 머리를 털며 등장. 운수 여, 아들. (모른 체하는 만석을 향해) 인사 좀 하지. 만석 오셨어요. 운수 그래.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는 만석을 멈춰 세우며) 아들아. 이리 좀 앉아봐라. 만석 바쁩니다. 운수 나도 바빠. 딱 일 분만 얘기하자. 만석 (앉으며) 왜요? 운수 (무심하게) 너, 뭐하는 놈이야? 만석 뭐가요? 운수 (주방 쪽에 있는 종이상자를 가리키며) 저거 말이야. 만석 저게 뭐예요? 운수 저거 말이야, 저거. 벌써 며칠째야? 열흘 정도 되지 않았냐? 만석 (알아차리고)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운수 밖에는 뭐가 밖에야? 그 일주일 새에 저 방 안에 뭐가 채워졌는지 모르냐? 젖병에 딸랑이에 인형에. 그것만으로도 한 살림이다. 만석 오늘 데리고 갈 겁니다. 담당자 만나기로 했어요. 운수 그런 건 바로바로 처리했어야지. 만석 제가 알아서 합니다. 운수 아니지, 아니지. 이건 우리의 문제라고. 네가 저걸 이 집 안에 들여놓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우리 가족은 모두 공범이 된 거라고. 만석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담당공무원과도 이미 다 얘기가 됐거든요. 운수 공무원? 이 자식 순진하게. 걔네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가 알아? 다짐을 받아 놔야지 서면으로다. 만석 믿을 만한 사람들이에요. 애 있는 동안 매일 찾아와서 체크하고. 운수 (말 자르며) 확실하게 하란 말이다. (사이) 여자는? 연락은 됐고? 만석 아뇨.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어요. 운수 처음 몇 번은 받았잖아. 만석 받았죠. 운수 뭐라고 그랬댔지? 그 남자 애가 확실하니까 잘 키우든, 아님 고아원에 버리든 알아서 하라고? 만석 그랬죠. 운수 망통 같은 년. 애가 무슨 쓰레기야? (사이) 남자는? 만석 여전히 연락 두절. 출입국 기록을 보면 필리핀 쪽으로 간 것 같다던데. 운수 하긴 나라도 웬 여자가 네 애 낳았으니까 네가 알아서 키워 했으면 외국으로 떴을 거다. 만석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해결되겠죠. 운수 뭐, 하든 말든.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이해를 못 하겠어. 대체 어떤 강심장이면 애를 박스에 담아서 퀵으로 보낼 수 있나? 대단해, 대단해. 졸라게 놀라워. 안 그러냐? 만석 전 별로. 어렸을 때부터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운수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비아냥이 수준급이냐? (말이 없는 만석을 향해) 됐고. 정말 네 애 아니지? 마지막 기회다. 지금 말하면 다 용서해주마. 만석 대체 몇 번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요? 운수 근데 너도 생각을 해봐. 퀵으로 물건을 받았어. 물건을 받았는데 수취인이 없어. 수취인도 없고 돈도 착불이라 못 받고. 다시 연락을 하니까 전화기가 꺼져 있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져왔는데, 짜잔. 램프의 요정처럼 아이가 튀어나왔네? 너라면 이게 이해가 가냐? 만석 이해가 안 가면 이해를 하지 마세요. 어차피 관심도 없잖아요. 운수 네가 이 애빌 가다마사, 띄엄띄엄 보는, 아주 건방진 경향이 있는데. 만석 (말 자르며) 됐어요. 내 애 아니고, 오늘 데려다줄 거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러니 더는 아무 말 마세요. 운수 (곰곰이 생각하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우엔, 뭔가 보상금 같은 거 안 주냐? 일주일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했는데. 만석 안 줍니다. 버려진 애 돌봐주고 무슨 돈을 바래요? 양심도 없어요? 운수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양심이 무슨 소용이라고. 그러다 손가락 빨고 사는 거야. 손해만 보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거고. 만석 우리 집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죠. 누구 덕분에. 운수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반색하며) 그러니까, 뭔가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들아. 그런 의미에서, 총알 좀 있냐? 이번에야말로 빚에서 좀 벗어나보게. 만석 (어이없어하며) 없어요. 운수 갚는다, 갚아. 이번에 한꺼번에 갚는다. 얼마지 이제까지 빌린 게? 한 백만 원 되냐? 만석 이백십팔만 사천오백 원이요! 운수 거짓말하지 말고. 만석 이자 빼고 원금만! 운수 그렇게 많았냐? 사천오백원은 뭐야? 대복 지난주에 가져간 담뱃값이요. 운수 아, 그래, 백 원짜리랑 십 원짜리 말이지. 집 앞 편의점 알바애가 실실 쪼개더라. 십 원이 남네요, 하면서. 그 뒤로 내가 거길 못 가요. 만석 능력 없으면 끊으세요. 운수 담배까지 못 피우면 이 엿 같은 세상을 어떻게 견디겠냐? 만석 그래서, 얼마요? 운수, 비굴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인다. 만석,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만석 여기요. 운수 (지폐를 보며) 뭐냐 이게? 만석 담배 네 갑은 살 수 있을 겁니다. 운수 (손가락 두 개를 힘차게 펴며) 이 두 개를 말한 거지, (손가락을 굽혀서 내보이며) 이 두 개가 아니라. 만석 없어요. 운수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 지나면 바로 준다니까, 진짜로. 만석 없습니다. (사이) 다음주 할머니 병원 가는 거 알고 있죠? 운수 벌써 한 달이 지났냐? 만석 이번엔 몇 십만 원이라도 좀 내세요. 할아버지도 나도 이제 돈 나올 데가 없어요. 목구멍까지 찼다고요. 운수 알았어, 알았어. (혼잣말처럼) 그러니까 내가 신약으로 하자니까. 만석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운수 네 할머니이기 전에 내 엄마야. 어디서 돼먹지 않은 소리야? 만석 똑바로 하시라고요, 그러니까.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게 다예요. 운수 필요 없어, 새끼야. 보자 보자 하니까 지 애비를 허수아비 짚단으로 알아. 싸가지 없는 새끼.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다시 나와 지폐를 챙기고 욕실로 향한다) 두고 봐,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네놈 얼굴에 뿌려줄 테니까. 만석 이백이십오만 사천오백 원입니다. 운수, 가만히 노려보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는다. 멍하니 지갑을 들여다보는 만석. 한숨을 쉬다 옆에 놓여 있는 빨랫감을 발견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빈 분유통을 들고 나오는 옥화. 분유통을 싱크대에 넣은 후 소파로 와 앉는다. 옥화 저녁은 어떡할래? 만석 바로 나가봐야 해요. 옥화 뭐가 급하다고 밥도 걸러. 찌개 끓여 놓은 거 데우면 되니까 한술 뜨고 가. 만석 담당 직원이 곧 전화할 거예요.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나가야 해요. 옥화 그 사람은 주말에도 일한다니? 만석 그 사람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겠죠. 옥화 여기 있는다고 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뭘 그리 야박하게. 전화해서 월요일에 데리러 오라 그래라. 만석 이미 끝난 일이에요. 더이상은 안 돼요. 아까 얘기드렸잖아요. 옥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야. 애를 데려가면 재울 데는 있대? 분유는 탈 줄 알고? 이제야 겨우 적응 좀 했는데, 또 이렇게 다른 데로 보내면 애가 놀라. 월요일에 오라 그래. 만석 그 사람들은 그게 직업이에요. 버려진 애들 보살피는 거. 옥화 버려지다니. 만석 빨리 가야 적응을 하죠.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잖아요? 옥화 왜 못 살아? 그냥 살면 되지. 아버지가 아무 얘기 안 하던? 만석 (얼버무리며) 별말 없었는데요. 옥화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사이)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만석 뭘요? 옥화 우리가 키우는 거 말이다. 만석 (단호하게)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옥화 네가 말한 그 절차라는 것만 해결하면 키울 수 있는 거잖냐. 만석 그냥 들은 걸 얘기한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옥화 그 애 얼굴을 봐서 알잖니? 큰 눈망울, 둥근 콧잔등에 숱도 무성하고. 사랑받으며 크면 이쁘게 자랄 거야. 천벌받아, 그런 애 버리면. 만석 천벌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이죠. 옥화 이 할미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싶다. 만석 자식을 버리는 게 이해가 가요 할머닌? 그래요? 옥화 (당황하며) 그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게 다 인연 아니겠나 싶고. 만석 여긴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에요. 길어지면 불행한 인연이 될 뿐이죠. 옥화 애 생각을 해봐라. 어디 멀리 외국에 보내져서 소젖 짜고 양털이나 벗겨내게 할 셈이냐? 만석 누가 그래요? 옥화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 티비에서 다 봤다. 만석 팔려 가는 게 아니에요, 입양이죠. 외국 가서 더 잘 먹고 좋은 교육받고 더 사랑받고 클 거예요. 그리고 아무려면 어때요. 내 아이도 아닌데. 옥화 우리 손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졌을까. 민달팽이 집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울던 우리 착한 손자는 어디 갔을까. 응? (사이, 달래듯) 그러지 말자. 어디 보내지 말고 우리가 키우자. 만석 우리 형편을 좀 생각하세요. 옥화 입 하나 는다고 당장 내일 굶어 죽는다니? 제 먹을 건 타고나는 거야. 만석 다 있는 사람들 이야기에요. 옥화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만석 무슨 생각이요? 옥화 그 절차라는 거, 내가 하면 되지. 만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왜 말이 안 돼? 만석 할머니는 안 돼요. 옥화 내가 왜 안 돼? 만석 암 환자가 무슨 애를 키워요? 옥화 (당황하며) 그게 무슨. 암 환잔 애를 못 키운다니? 만석 입양도 못 할 거예요. 옥화 이 집에 나 혼자뿐이냐? 너도 있고, 운수도 있고, 네 할아버지도 있고. 만석 전 빼주세요. 도와 드리지 않을 거니까. 옥화 그래, 그럼 넌 빠지고. 나랑 네 애비랑, 아니 네 할아버지랑 키우지 뭐. 만석 맘대로 하세요. 근데 애는 오늘 데리고 갈 거예요. 그렇게 하기로 했고요. 얘긴 끝났습니다. 옥화 안 된다. 그렇게 안 둘 거야, 이 할미가. 만석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하셔야 해요. (방으로 향한다) 옥화 (혼잣말처럼) 커갈수록 지 애비를 닮아가는 건지. 만석, 옥화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멍하니 앉아 있다. 잠시 후 대복 안방에서 나온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다. 욕실 문을 열고 깜짝 놀라는 대복. 대복 아이고 깜짝이야. 뭔 짓이냐,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목소리만) 뭐가요? 대복 왜 그러고 섰냐고? 운수 (목소리만) 하루에 삼사 분씩 이렇게 물구나무를 서줘야 뇌경색에 안 걸린답니다. 대복 옷이나 처입고 해라. 운수 (목소리만) 아버지, 여긴 욕실이라고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는 대복. 주방으로 가 대충 손을 닦고 거실 쪽으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대복 애새끼가 갈수록 이상해져. (사이, 혼자 웃으며) 아, 고놈, 참 여자애라서 그런지 애교가 장난이 아니네. 눈웃음치는 게 어찌나 이쁜지. 안 그래? (옥화가 반응이 없자) 뭐해? 옥화 응? 왜요 왜? 대복 어따 정신을 팔고 있어? 옥화 뭐라고 했어요? 대복 밥 먹자고. 옥화 아, 그래요, 그래야죠. 대복 (일어서는 옥화를 말리며) 이 사람이 나사가 빠졌나. 있어 그냥. 저녁은 무슨. 연씨네 상갓집 가기로 했잖아. 옥화 어디요? 아, 그랬죠, 상갓집. 대복 약 때문에 그래? (문득 생각난 듯) 아, 애는 만석이가 보나? 옥화 (힘없이) 조금 있다 데려다주기로 했대요. 대복 (실망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 오늘? 뭔 사람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나. 옥화 만석일 잘못 키웠나 봐요. 대복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옥화 엄마 없는 손자새끼, 기 안 죽이고 번듯하게 키우려고 어르고 달래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어른 되더니 인정머리도 없고, 고집불통에, 저밖에 모르고. 대복 헛소리하지 마. 만석이만 한 놈이 요즘 세상에 어디 있다고. 내가 살면서 유일한 자랑거리가 있으면 만석이 놈이 내 손자라는 거야. 옥화 나도 그런 줄 알았죠. 대복 맘고생을 하면서 커서 그런지 어린놈이 어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옥화 친구도 하나 없는 거 아니겠죠? 대복 헛소리 지껄일 거면 가서 옷이나 챙겨 입고 나와.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될까요? 대복 누굴? 옥화 저 애요. 대복 어허, 이 사람. 물이나 줘. 옥화 왜요?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대복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무책임한 일이지. 옥화 (물을 가지러 가며) 풍족하게 키우진 못해도 부족하게 안 키우면 되잖아요. 딴 집에 가서 어떻게 클지 누가 알아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대복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야 그건. 옥화 그럼 난 뭘 할까요? 왜요? 당신도 암 환자가 뭔 소릴 하나 싶은 거예요? 대복 이 사람, 할 게 왜 없어? 옥화 뭐요? 대복 (무심하게) 잘 보내줘야지. 둘 다 잠시 말이 없다. 잠시 후 물을 떠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옥화. 대복, 마신다. 대복 (곧바로 잔을 내려놓으며) 찬물 없어? 옥화 따뜻한 거 드세요. 대복 사십 년 동안 내가 따뜻하게 마시는 거 봤어? 옥화 배 아프다면서요. 대복 그런 적 없는데. 옥화 지난밤에도 배 붙잡고 끙끙댄 거 다 알아요. 대복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돼. 살던 대로 살아야지. 옥화 살던 대로 살아서 이 모양 이 꼴이잖아요. 대복 우리 꼴이 어때서? 이만하면 잘살았지. (냉장고 냉동칸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담아 휘젓는다) 옥화 거기 찬장 위에 좀 봐요. 대복 왜? 옥화 만석이가 무슨 비타민인가 사왔다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했어요. 대복 (찬장을 뒤적여 약통을 꺼내 읽는다) 아쿠알렌? 이게 뭔데? 옥화 몰라요, 몸에 좋대요. 대복 당신이나 먹어. 옥화 드세요. 대복 아, 안 먹어. 내가 평생 약이란 걸 먹고 살았던가. 당신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어, 까먹지 말고. (약통을 다시 찬장에 넣는다) 옥화 난 다른 약 못 먹어요. 의사가 그랬어요, 치료하는 동안 다른 약은 먹지도 말라고. 대복 (찬장 문을 닫으며) 아, 몰라. 그럼 낫고 나서 먹든가. (그냥 물만 마신다) 옥화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좀 해봐요. 따뜻한 물도 싫다, 약도 싫다, 그놈의 고집은. 대복 칠십 년을 이렇게 살았어. (소파 테이블로 잔을 가져온다) 옥화 앞으로 반백년은 더 살 텐데, 지금부터라도 건강 챙겨야죠. 대복 시답지 않은 소리. 오늘내일하는데 새삼스럽게 뭔 건강 타령이야. 요즘엔 아주 귀가 따가워, 하도 몸 여기저기가 곡소리를 내서. 운전도 그만해야 할까봐.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젠 내가 겁이 나. 차 몰고 가다 승객들 얼굴을 보면 이 사람들, 다 내 저승길에 데려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요즘엔 정말이지 제발 곱게만 죽었으면 하는 게. (시무룩해하는 옥화를 보며) 괜찮겠어? 상갓집엔 나 혼자 가도 돼. 옥화 아니에요, 같이 가요. 연씨네가 남도 아니고. 대복 인생 참 허무하지. 그 양반이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어? 옥화 그러게요. 그렇게 시간 아깝다고, 바쁘게 살아야 한다더니 정말 바쁘게 가버렸네요. 대복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 하며 살아야 해. (사이) 몸은 어때? 옥화 그냥 그래요. 대복 그냥 그렇다고? 옥화 그냥 그렇다고요. 대복 그냥 그런 게 어떻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옥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대복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니까 그게 뭔 말이야? 옥화 아휴, 그냥 그런 줄 알아요. 대복 (멋쩍은 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자꾸, 화가 늘어. 옥화 피곤해요. 좀 누워 있다 나올게요. 대복 전기장판 켜놨어. 옥화 벌써 무슨 전기장판을 켜요, 돈 아깝게. 대복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면서 오들오들 떠는 거 보기 싫어. 이불도 깔아놨으니까 가서 누워 있어. 옥화 (문득 생각난 듯) 애들 밥을 차려줘야 하는데. 대복 내가 차려줄 테니까 들어가. 옥화 당신이 무슨. 대복 어허, 들어가. 나도 다 할 줄 알아. 옥화 (머뭇거리다) 그럼, 좀만 누울게요. 대복 들어가, 들어가. 옥화 방으로 들어가고 홀로 남은 대복.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간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지 번번이 실패한다. 욕실 문을 나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운수. 대복이 포기하고 소파로 걸어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소파로 다가오는 운수. 욕실로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운수 아, 개운하다. 대복 (시계를 보고, 운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제대로 씻기나 한 거냐? 운수 진정한 신사는 항상 한결같아야 합니다. 대복 네가 한결같이 얼간이긴 하지. 운수 또 그러신다. 하나뿐인 아들이 얼간이면 퍽도 좋으시겠네요. 대복 이럴 줄 알았다면 줄줄이 낳을 걸 그랬지. 운수 그러시지 그랬어요? 대복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네놈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울 것 같아서. 운수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대복 (놀란 얼굴로) 네놈 태어났을 때 우리 전 재산이 얼마였는 줄 아냐? 수중에 칠만 원이 있었다, 칠만 원! 자장면 한 그릇에 삼십 원이었는데, 그걸 못 사먹었다, 돈이 아까워서. 운수 귀에 인이 박이겠어요 그 얘긴. 대복 부탁이니 제발 그 쓸모없는 귀에 좀 박아 놔라. 어디 구멍이라도 뚫린 거냐? 왜 맨날 듣고 흘려, 흘리긴? 운수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사이) 어머닌요? 대복 방에 누워 있다. 운수 밥 먹고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머니! 대복 네가 차려 먹어라. 운수 왜요? 대복 내 마누라가 네놈 종이냐? 앞으론 네가 차려 먹어. 운수 나 참, 계속하실 거예요? 그만하시죠. 대복 밥솥 안에 밥 있고, 냄비 안에 찌개 있다. 그 손 노름할 때만 쓰지 말고 이젠 네 엄마 좀 도와라. 운수 아니, 밥을 나만 먹어요? 숟가락 하나만 얹자는데, 그것도 못마땅하세요 이젠? 대복 (넥타이를 살피면서) 네 엄마랑 난 초상집 갈 거다. 운수 무슨 초상집을 하루건너 하루씩 가요? 대복 난들 아냐? 줄줄이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운수 또, 또 흥분하신다. 대복 봐라. 네 애비 꼴을 봐. 나도 곧 간다. 차에 치여 가고, 산책하다 심장마비 걸려 가고, 자다 가고, 내 친구들 다 그렇게 갔어. 나도 멀지 않았다. 운수 아버진 오래 사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대복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보자. 운수 묻지 마세요. 대복 너, 나 가고 네 엄마 가면 뭐하고 살래? 그냥 지금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동네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면서 주인 없는 강아지마냥 떠돌면서 살고 싶냐? 운수 퍽도 좋겠습니다. 대복 정신 좀 차려라. 네 나이가 벌써 오십이야. 운수 오십이 뭐 어때서요? 대복 뭔가 대단한 건 못 해냈어도 대단한 척은 해야 할 나이 아니냐. 내가 딱 네 나이 때 이 집을 샀다. 빚 하나 없이. 너도 기억하지? 운수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그때 결혼했잖아요. 대복 (당황하며) 그랬냐? 운수 말 나온 김에 저도 하나 물어볼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대복 (말 자르며) 묻지 마라. 운수 그 여잘 왜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대복 그런 적 없다. 운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근본도 알 수 없는 고아여서? 술집에서 니나노 하던 여자라서? 셋 중에 골라보세요. 아니면, 주관식으로 하셔도 되고요. (대답 없는 대복을 향해 채근하듯) 네, 네? 대복 이상한 아이였다. 음침하고 말도 없고 늘 남의 눈치만 살피고. 병 걸린 사람처럼. 운수 멀쩡할 리가 있습니까? 평생을 비바람 속에서 살아가보세요. 누구라도 이상해집니다. 하지만 절 사랑해줬습니다. 저도 사랑했고요. 대복 나는 네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다. 운수 거짓말 마세요. 아버진 그냥 그 여자가 싫었던 겁니다. 아님, 제가 싫었던 건가요? 대복 그 시절 우리 대 부모들은 다 그랬다. 어떤 부모라도 그랬을 거야. 우린 옛날 사람이다. 운수 심지어 만석일 낳고 나서도 변하지 않으셨죠.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복 그 애가 도망간 게 우리 탓이라는 거냐? 운수 (어이없어하며) 그럼, 누구 잘못일까요? 두 분 말고 그 여잘 싫어한 사람이 또 있었나요? 대복 그만하자. 이십 년도 지난 얘기. 운수 그러죠. 그러니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대복 (분노하며) 쓸데없는 얘기?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개차반처럼, 한량처럼,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으면서 살겠다고? 운수 제 인생입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요. 대복 신경써라 써. 이 지옥불에 빠질 자식아. 이 동네에서 사십 년을 살았어. 모두가 우릴 안단 말이다. 운수 아버지를 아는 거죠. 어머니를 아는 거고. 대복 너는 뭐 어디서 날아 들어왔냐? 네가 우리 집안 골칫덩이인 것도 다 알아. 운수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나가 드릴까요? 대복 안 되지, 안 돼. 그럴 수야 없지. 나가서 또 무슨 사골 치려고. 수작 부릴 생각 마라. 운수 아, 그렇죠. 이 집이 아직까지 반은 아버지 거죠? 대복 (정색하며) 더는 안 된다. 한 번 더 사고 치면 그땐 정말 너랑 나랑 갈라서는 거다. 운수 갈라서는 게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라서. 대복 돈은 어떡할 거냐? 운수 무슨 돈이요? (황당해하는 대복을 향해) 갚을 테니 기다리세요. 대복 원금은 바라지도 않으니 은행이자라도 내놔라. 운수 갚습니다, 원금까지 다. 십 원짜리 하나 빼놓지 않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대복 말했다. 이자. 운수 알았다고요. 갚는다고요. 이때 방문이 열리고 만석이 거실로 나온다. 외출복 차림이다. 운수 여, 아들아. 아버지 밥 좀 차려다오. 주방으로 향하는 만석. 밥을 차리려 하는 줄 알고 득의만만해하며 대복을 향해 웃음 짓는 운수. 만석이 박스를 살펴보고 소파 쪽으로 가져오자 실망한다. 운수 아드님? 제 말 귓구멍에 들리셨어요? 만석 차려 드세요. 바로 나가봐야 돼요. 운수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밥 푸고 찌개 데우고 반찬 꺼내놓으면 되지. 만석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요. 운수 캬아, 아버지. 보셨죠. 제 아들이 저렇게 자기 소신이 있고 싸가지가 없습니다. 대복 차려 먹어라 네가. 만석아,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운수 아버지, 우리 집안에 언제부터 예의범절이란 단어가 사라진 거죠? 대복 넥타이를 못 매겠어. 만석, 대복 목에 건 채로 넥타이를 매보다가 안 되자 벗겨내 거울 앞으로 가져가 자기 목에 걸고 매듭을 맨다. 운수 하긴. 원래 대단한 집안은 아니죠 저희가. 족보도 없고. 대복 상놈의 집안이라서 미안하구나. 운수 상놈까지는 아니고. 농민이나 소작농, 그 정도 아니었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은. 대복 내 십이대손 할아버지께선 정오품 정량 별좌 교리셨다. 네놈의 십삼대손 할아버지 말이다. 운수 처음 듣는 얘기네요. 대복 그럴 리가. 삼십 원짜리 자장면 얘기 다음으로 많이 해줬을 텐데. 만석 (넥타이를 대복의 목에 걸어주며) 잠깐 봐요. (정리를 해준다) 됐어요. 운수 아들아, 너는 이 얘기 들어봤냐? 우리 조상 중에 정오품 정, 뭐, 아무튼, 그런 분이 계셨다는데. 만석 근데 이거 너무 낡았어요. 대복 괜찮다. 아직 쓸 만해. 운수 아주 개가 짖는구나, 개가 짖어. 내 말은 다 씹어 드셔들. 만석 이거밖에 없어요? 여기 실밥도 다 터지고. 다른 거 하세요. 대복 괜찮다니까. 운수 손자분 말 들으세요. 온 동네가 영감님을 아신다면서요. 만석 제 거 있는데 가져올게요. 대복 (만류하며) 됐다. 상갓집에 요란하게 하고 가는 거 아냐. 이 정도가 딱 좋아. 만석 할머니랑 같이 가세요? 대복 그래. 저녁 같이 챙겨 먹어라. 만석 저도 바로 나가봐야 해요. 운수 차리고 가라. 네 아버진 배고프다. 대복 밥은 먹어야지. 운수 그래, 밥은 먹어야지. 만석 약속 있어요. 대복 그러냐? 제대로 된 거 먹고 다녀라. 운수 난 약속 없다. 밥 차려줘라. 만석 할머닌요? 대복 방에. 슬슬 깨워야겠다. 만석 제가 들어갈게요. 애도 데리고 나와야 하고. 운수 찌개 데우고 들어가라. 밥 퍼놓고 데리고 나와. 반찬도 꺼내고. 만석 그만 징징대세요. 운수 뭐, 징징? 오냐오냐하니까 이 새끼가 정말. 만석 이젠 제발 철 좀 드시죠. 운수 아유, 그래요. 철이 일찍 들어서 몸이 무거우시겠어요 우리 아드님은. 만석 가족은 안중에도 없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생을 하든 말든 그냥 아버지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죠? 운수 핏대 세우지 마라. 한 대 치겠다 그러다? 만석 할머니 치료비도 그렇고. 할아버지 발톱 수술 못 하는 거 돈 없어서인 거 알고나 있어요? 대출이자가 한 달에 얼만지나 알고 있냐고? 운수 다 아니까 침 튀기지 마라. 만석 아시면 아는 만큼 내놓으세요. 운수 퍽이나 많이 내놓나 보지? 오토바이 그거 타서 얼마나 버냐? 백? 이백? 만석 다른 사람한테 손 안 벌릴 정도는 버니까 걱정 마세요. 운수 아주 그거 돈 조금 빌려줬다고. 만석 모범을 좀 보이시라고요. 운수 왜? 내가 못 미덥냐? 너도 네 엄마처럼 도망갈래? 대복 (엄하게) 그 입 다물어라. 네 귀방맹이 날릴 힘은 나도 아직 있으니까. 운수 좋아요! 한번 해볼까요, 오늘? 삼대가 진하게 한번 엉켜볼까요? 만석 그만하죠. 운수 왜? 막상 하려니까 쫄려? 어이, 아들, 와 봐. 와보라고. 운수, 자리에서 일어나는 만석을 따라가며 뒤통수를 톡톡 친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뒤통수를 때리자 만석이 되돌아서 운수의 양손을 잡아챈다. 바닥에 떨어지는 지폐. 곧바로 만석의 멱살을 쥐는 운수. 운수의 팔목을 강하게 쥐는 만석. 대복, 테이블에 있는 컵을 그들을 향해 던진다. 대복 나가라.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네놈들 둘 다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마. 적막이 흐르고, 잠시 후 옥화가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차분한 옷차림,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다. 바구니 안엔 아이가 잠들어 있다. 운수와 만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옥화.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대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는 옥화. 옥화 아, 또 왜 그 넥타이를 했어요. 버렸어도 벌써 버렸어야 할 걸. 대복 이 사람 버리긴 왜 버려 이걸. 옥화 멀쩡한 넥타이를 두고 왜 자꾸 그것만. 대복 다 자기 몸에 맞는 게 있는 거야. 난 이게 편해. 옥화 그놈의 고집은.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만석 통화한다. 통화가 끝난 후 옥화에게 다가오는 만석. 옥화의 눈치를 보다가 바구니에 손을 뻗는 만석. 옥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만석 가야 해요, 할머니. 옥화 알았어. 안 보내겠다는 게 아니야. 여기, 이것만 좀 하고. (바구니를 정리한다) 대복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거기, 거기.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좀 욱여넣어 봐. 옥화 알겠어요, 있어 봐요. 대복 한 번 더 포대기에 싸야 하지 않겠어? 옥화 그럴까요? 바람이 차니까 아무래도. 만석 그 사람이 집 앞까지 차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대복 그렇다는데? 옥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계속한다) 운수 (상자를 발로 툭 차며) 야, 이것도 같이 가져가. 여기다 담아왔으니 여기에 담아가야지. 옥화 저 상잔 두고 가라. 저기에 또 이 애를 가둘 수는 없어. 그럴 순 없어. 만석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게 할게요. 대복 어이쿠. 깼는데? 여보, 깼어. 옥화 (바구니 안을 보며) 간다고 또 인사한다고 깬 거야, 기특하게? 그런 거야? 대복 우루루루루, 까꿍. 웃는다 웃어. 고놈 참. 옥화 한 번 더 해봐요. 대복 그럴까? 우루루루루, 까꿍! 옥화 (만석을 향해) 아가, 방에 파란색 가방 하나 있어. 그거 좀 갖고 나와. 대복 뭔데? 옥화 애한테 필요한 것 좀 쌌어요. 대복 딸랑이도 넣지 그랬어. 그거 좋아하던데. 옥화 넣었어요. 대복 잘했네. 운수 (빈정거리듯) 참, 재미나게 사십니다, 두 분. 알콩달콩, 보기 좋네요. 대복 아직도 안 나갔냐? 운수 나가야지요. 이 집에 제가 있을 곳이 없는데. 대복 밖엔 있고? 운수 글쎄요. 정말 이제부터라도 찾아볼까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만석과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외면한다) 돈도 생겼겠다. 옥화 밥 한 숟갈 뜨고 가. 너 좋아하는 꽃게찌개 끓여놨어. 잠시 침묵. 운수 됐어요. 약속 있어요. 옥화 그럼 냉장고에 넣어 놓을 테니까 낼 아침에 들어와서 먹어. 운수 그냥 드세요. 얼마 된다고 그걸 남겨요. 갔다 올게요. (나간다) 옥화 (밖에서 들리게 큰소리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알았지? 알았지? 대복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만석에게) 왜 그러고 섰어? 앉아. 만석 집 앞에 와 있대요. 대복 벌써? 만석 네. 옥화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잘살아라. 사는 게 제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 원망 말고 운명이려니, 팔자려니, 누구 탓할 것도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언제 이만큼 왔나 싶을 테니 하루하루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 네 세상도 한세상, 내 세상도 한세상, 결국 한세상 사는 거니, 그러니까 너는 멀리멀리, (떨리는 목소리) 발길 닿는 데까지 멀리 가렴. 대복 (꽃병에서 꽃을 꺼내 바구니 옆에 감는다) 꽃바구니 타고. 옥화 그래, 꽃바구니 타고. 어디,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겠니? 대복 그래. 오늘만 같을라고. 전화벨이 울리지만 받지 않는 만석. 그런 만석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옥화. 천천히 바구니를 내어준다. 만석 갔다 올게요. 늦을지도 몰라요. 먼저 주무세요. 대복 그래. 얘기 잘하고 와. 만석 네. 저 가요, 할머니. 반응 없는 옥화. 대복 손짓으로 만석을 보낸다. 만석 밖으로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에 다가가 밖으로 나가는 만석을 지켜보는 대복.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다. 그사이 옥화 역시 일어서 서성이다가 가운데 소파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대복 그 옆에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대복 갔네. 옥화 갔네요. 대복 그래. (사이) 어떡할까? 우리도 가야지? 옥화 가야죠. 대복 안 가면 안 되겠지? 옥화 안 되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잖아요. 대복 그래. 가야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니까. 옥화 네. 대복 그럼 갈까? 옥화 그래요, 가요. 대복 그래. 가자구. 옥화 가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두 사람.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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