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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료 19명 중 14명 교체했지만… 참신·개혁 없는 ‘반쪽 개각’

    각료 19명 중 14명 교체했지만… 참신·개혁 없는 ‘반쪽 개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단행한 개각은 경험 많고 수완이 좋은 중진, 명망가들을 앞세워 위기를 정면 극복해 보겠다는 승부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의 성과를 내기 위한 개각”이라며 정책 성과를 통해 국민 불신을 극복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내각과 집권당에서 아베 정권의 핵심들이 그대로 남아 기본 틀을 유지했다. 2012년 2차 집권 이후 세 번째인 이번 개각 및 당직 개편에서 아베 정권의 핵심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니카이 도시히로 당 간사장 등이 자리를 지킨 메시지는 분명했다. 외교 및 내정에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안정 위주의 보수적 정책 운영을 유지시켜 나가겠다는 뜻이다. 한·일 관계에서도 큰 변화 없이 아베 총리는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수정주의에 입각한 아베 정권의 과거사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도 없다. 19명의 각료 가운데 유임 각료 5명을 포함해 11명이 각료를 경험한 중진 및 명망가들이다. 나머지 8명 가운데 4명은 외무 부대신 등 차관으로서 행정경험이 있고, 다른 4명은 자민당 정조회장, 참의원 운영위원장, 내각부 정무보좌관,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 대리 등 당정 분야 요직을 거쳤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을 주관하며 2차 아베 집권 이후 줄곧 외교 수장으로 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은 당 요직인 정조회장으로 옮겼다. 당내 네 번째 파벌의 영수로서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그를 우군으로 잡아 놓기 위한 배려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장래 일본을 중심에서 짊어지고 나갈 인재”라며 기시다를 띄우면서 “당의 정책 책임자로서 역할을 기대한다”는 덕담도 보냈다. 기시다파에서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과 가미카와 요코 전 법무상이 각각 방위상과 법무상으로 복귀했다. 파벌 배려로 ‘새 피 수혈’이 어려웠음을 보여 준다. 아베 총리와 각을 세워 온 ‘철의 여인’ 노다 세이코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총무상에 기용됐다. 아베 총리를 수렁에 빠뜨린 ‘학원 스캔들’의 주무 부서인 문부과학성의 수장으로는 하야시 요시마사 전 농림수산상이 등판했다. 이들은 ‘친구 내각’, ‘아베 1인 내각’이란 비난을 불식시키고 거국 내각임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인사로 불린다. 노다 신임 총무상은 2015년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맞서 출마하려 했고,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및 정국 운영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하야시 문부과학상은 아베 총리와 같은 야마구치현이 선거구로, 집안 대대로 아베 집안과 지역 패권을 놓고 다퉈온 라이벌 집안이다. 2013년 농림수산상 재직 당시 야스쿠니 신사 하계 제사에 참의원 명의로 등(燈)을 봉납한 보수 성향이다. 당 인사에서 가케학원 스캔들 등에 연루돼 비난받아 온 ‘아베의 복심’ 하기우다 고이치 전 관방부장관은 당 간사장 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베 총리의 ‘불통’ 이미지를 씻지 못한 인사라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왔다. 아베 총리가 이번 개각으로 지지율 추락 등 위기에서 벗어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벌써부터 “각료 경험자들을 포진시켜 균형감에 신경 썼지만 참신한 ‘새 피’들을 기용하지 않아 지지율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사드 임시 배치 ‘절차적 정당성’ 논란 확산

    사드 임시 배치 ‘절차적 정당성’ 논란 확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맞대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임시 배치’를 결정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 오던 정부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그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게 아니며 최종 배치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사드를 지렛대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국익을 챙기려던 우리 정부의 외교 스텝도 꼬이게 됐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임시 배치를 결정한 건 미국과의 공조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어서다.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이 동북아 안보 구조를 바꿀 결정적 변수, 즉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상황에서 한국이 어렵게 쥔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가 있어야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1일 “사드 추가 임시 배치는 북한에 대한 압박이고 한·미 동맹을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임시 배치한 사드 발사대를 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추진’을 명시했으나 이마저도 요식행위가 될 소지가 커졌다. 국민 의견을 모으는 공론화는커녕, 경북 성주 주민들은 박근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언론 보도를 통해서 사드 배치 사실을 알게 된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완전 배치를 전제로 한 임시 배치인가’란 질문에 “지금 단계에선 말씀드릴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를 병행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임시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난제다. 애초 청와대는 사드 레이더가 북한 지역만 탐지한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입증해 중국을 설득할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임시 배치가 갑자기 결정나면서 설득 작업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으로 대중 협상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중 수교 25주년 계기 8월 한·중 정상회담 무산설도 거론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만간 미국과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며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준비를 거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배치 시기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와 마찬가지로 임시패드를 설치하고 나머지 4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설치 방법이 아니라 주민 설득이다. 사드 발사대 배치 과정에서 경북 성주 주민들과 경찰 병력이 충돌하고, 이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된다면 여론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불통’이미지로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정동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큰 정치적 부담이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 안전성 검증과 지역 공청회’를 열고 지역 주민을 참여시켜 반대 측을 설득하기로 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단체들은 연일 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국방부는 서주석 차관이 이날 성주 투쟁위와 김천 시민대책위원회를 만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드 최종 배치를 결정할 것이란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야 3당 “이효성 방통위원장 임명, 막무가내 인사·불통정치 진수”

    야 3당 “이효성 방통위원장 임명, 막무가내 인사·불통정치 진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앞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부적격 인사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이에 야 3당은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대해 “막무가내 인사이자 불통 정치”라고 비난했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이 위원장의 임명은 불통인사의 화룡점정”이라면서 “온 국민이 휴식을 취하는 휴가철에 야당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 정부가 내세운 인사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왜 필요한지 회의감이 든다”면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질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장 임명 강행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 민심을 배반한 잘못된 선택”이라면서 “결국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서면 논평에서 “야당의 부적격 의견을 또다시 무시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불통정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막무가내 인사, 불통 정치로 나라다운 나라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문제는 야당이 아니라 문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 역시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은 스스로 천명한 5대 인사배제 원칙에 전부 해당하는 ‘비리 5관왕 후보’를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 강행했다”면서 “이는 청문회를 무력화시킨 행위로, 더 이상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조조 추격 막았던 장비… 다리 함부로 가로막고 불태워도 될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조조 추격 막았던 장비… 다리 함부로 가로막고 불태워도 될까

    조조에게 습격당한 유비는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백성들뿐만 아니라 유비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중과부적(衆寡不敵) 상태에서 장비는 장판교에 이르러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낸다. 군사들에게 숲에 숨어 일부러 초목을 흔들라고 한 것. 마치 많은 군사가 매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고는 장팔사모를 들고 장판교에서 홀로 조조군과 대치한다. 장비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조조군은 겁을 먹고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조조도 ‘장비가 전쟁터에 나서면 그곳은 피바다가 된다’는 관우의 말을 떠올린다. 결국 조조는 복병을 의심해 더이상의 추격을 단념한 채 후퇴하고 만다. 조조가 물러나자 장비는 장판교를 불태운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장비의 순간적인 기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강을 건너는 유일한 수단인 장판교를 가로막고 조조군이 지나가지 못하게 한 전략은 통로를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복병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 은근히 겁을 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장비의 기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다. 조조가 물러난 직후 장판교를 불태워 버린 것이다. 장비가 떠난 후 장판교가 불탄 것을 확인한 조조는 모든 게 장비의 계략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다시 유비를 추격한다. 장판교는 강을 건너려는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런 장판교를 장비가 가로막고 조조군의 통행을 막았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통로를 가로막고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태워 버려도 되는 것일까. ●교통은 사회 발전의 기본 장비의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장판교를 가로막고 사람이 지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둘째는 조조군이 물러난 뒤 장판교를 끊어 버린 것이다. 이 두 행위는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두 행위는 이유도 같고 결과도 같다. 모두 조조군으로 하여금 장판교를 건너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일시적이나마 조조군의 통행도 막았다. 다만 전자는 폭력이나 매복을 가장한 위협이라는 수단을 썼고, 후자는 교량을 물리적으로 없애 버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로마군은 점령지와 로마를 잇는 도로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에서도 역대 황제들은 운하 건설을 통해 중앙집권체제를 정비하려고 노력했다. 교통(交通)은 사회를 유지·발전시키고, 경제와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도 제15장에서 ‘교통방해의 죄’를 규정하고 있다. 기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운송수단을 직접 파괴해 교통을 방해하는 죄도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교통방해는 장비와 같은 경우다. 길을 이용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다. 교통을 방해하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형법 제18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교통방해’다.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손괴’는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것을 말한다. 장비가 장판교를 불태운 것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불통’은 큰 바위덩이와 같은 장애물 등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장판교를 막아선 장비의 행위가 손괴나 불통에 해당하진 않는다. 이런 경우에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까? 장비가 장판교 가운데 사나운 개 두 마리를 묶어 놓았다고 치자. 일반인들이 장판교를 마음대로 건널 수 있을까. 아마도 장판교를 건널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실제로는 개가 없는데도 ‘다리 반대쪽에 사나운 개 두 마리가 있다’는 표지판을 걸어 놓고 개 짖는 소리를 녹음해 틀어 놓았다면 어떨까. 역시 장판교를 건널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장비가 폭력으로 장판교를 막아선 행위나 매복을 가장해 건너지 못한 행위는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장비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의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하지만, 가로막은 행위와 불태운 행위 하나만으로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 ●장비 소유의 길이라면… 전쟁에 지친 장비가 시골에 낙향해 농사를 짓기로 했다고 치자.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샀는데, 밭 한가운데로 폭 2m가량의 길이 나 있었다. 정식 길도 아니고 그냥 마을 사람들이 자주 다니다 보니 경운기나 리어카를 겨우 끌고 다닐 정도의 너비였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장비의 밭을 빙 둘러서 한참을 돌아서 다녀야 하다 보니 관행적으로 난 길이었다. 장비는 농사를 짓지 못하는 그 길이 아까웠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사 가라고 제의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거절했다. 화가 난 장비는 ‘내 땅인데 내가 마음대로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으로 길을 파 엎고 배추를 심어 버렸다. 이 경우에도 장비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까.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통행에 사용하는 길인 이상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행인이 많거나 적은 것도 상관없다. 길이 넓고 좁은 것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일시적으로 지름길로 사용된 도로는 제외된다. 즉 장비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오래도록 사람들이 통행에 사용해 온 이상 마음대로 길을 파 엎어서는 안 된다. ●개인땅 사용권리 보상받을 수 있나 장비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내 땅을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데다 땅을 사 가라고 해도 사가지 않는 것이다. 장비의 억울함을 풀어 줄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오래도록 통행로로 사용했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장비의 땅을 공짜로 사용할 권리는 없다. 장비가 농사를 짓지 못함으로써 손실을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장비가 농사를 짓고 싶어 땅을 샀는데 사고 보니 통행로가 없는 맹지였다. 농사를 짓고 싶어도 내 땅에 들어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장비가 농사를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민법은 이처럼 인접한 부동산의 소유나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소유권에도 일정한 한계를 정하고 있다. 민법 제216조에서 제244조까지 정하고 있는 상린관계(相隣關係)에 관한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장비는 주위 토지의 소유자에게 토지를 통행하게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또 통로의 개설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토지 소유자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택해야 한다. 물론 장비는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민법 제219조).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항상 도움만 주는 사람도, 항상 도움만 받는 사람도 없다. 지금 당장은 조금 손해일지라도 조금만 양보하면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몇 배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상린관계에 관한 민법의 정신이다.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용어 클릭] ■상린관계(相隣關係): 서로 인접한 토지의 소유자나 이용자 사이의 관계를 법적으로 규율한 것.
  • ‘왕실장’ 김기춘, 징역 3년…결국 빠져나가지 못한 ‘법꾸라지’

    ‘왕실장’ 김기춘, 징역 3년…결국 빠져나가지 못한 ‘법꾸라지’

    박근혜 정부에서 ‘왕실장’으로 불리며 권세를 떨쳤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7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모르쇠’ 입장을 견지하다 언론으로부터 ‘법꾸라지(법률 + 미꾸라지)’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빠져나가지 못했다.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에게 가장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김 전 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 집안과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1970년대 초 법무부 검사로 재직하며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드는 실무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정희 전 대통령 말년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중책을 맡아 국정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나 민주화·다양화한 시대 흐름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국민과의 교감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통’ 논란이 이어진 끝에 대통령 파면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연결되면서 최고 권부 참모로서의 마지막 공직 업무는 불행하게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과는 국회의원 시절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내며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누렸다. 그는 법조인, 정치인으로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만 20세에 고등고시 사법과에 최연소로 합격했고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까지 지냈다. 정치권에서도 15∼17대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는 법무부 장관이었던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부산지역 관계 기관장들을 식당에 불러 모아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부정선거를 모의한 ‘초원복집 사건’으로 음모론이나 공작정치에 관여했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오랜 공직 경험을 가진 법조인이고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비서실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할 임무가 있음에도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를 가장 정점에서 지시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수행계획을 수립하고 때로는 독려하기도 했으면서도 자신은 전혀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저해하고 진실 발견에 대한 국민 기대를 외면했다”고 따끔한 지적을 내놓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국·우병우 아들 미국 조지워싱턴대 재학 “친분은 없어”

    조국·우병우 아들 미국 조지워싱턴대 재학 “친분은 없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 비서관의 아들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아들이 같은 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19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조국 수석의 아들 조원(21)씨와 우병우 전 수석의 아들 우주성(25)씨는 미국 워싱턴DC 소재 조지워싱턴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조씨와 우씨는 1년가량 함께 학교에 다녔지만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2013년 한영외고를 졸업하고 이듬해 9월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부인 엘리엇스쿨에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조씨가 조용한 성품인 데다 학업에 충실해 한인 학생들과 교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그런가하면 올해 1월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 보직 특혜 논란을 뒤로하고 전역한 우씨는 이번 가을학기에 학교로 복학한다. 우씨는 한인 유학생들이 가장 많은 경영학부 학생으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어서 친구가 많고, 교내 활동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워싱턴대는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재임 시절 설립을 제안한 학교로 미국 국무장관을 역임한 콜린 파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졸업한 학교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독립운동가 서재필 선생 등이 나온 학교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청와대는 18일 우병우 전 수석의 지시로 설치된 민정수석실로 향하는 계단에 있던 검색대를 철거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해당 장비는 특수용지를 감지하는 센서로 문건 유출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조국 수석은 권위와 불통의 상징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검색대와 계단 가림막을 철거하자고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상] 청와대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특수용지’ 사용”…검색대 철거

    [영상] 청와대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특수용지’ 사용”…검색대 철거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특수용지’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비선 실세’ 문건 즉 ‘정윤회 문건’이 유출된 뒤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다.청와대는 18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수상한 장비 철거작전’이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민정수석실로 향하는 계단에 있던 검색대를 철거하는 모습이 나온다. 민정수석실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두 곳 중 한 곳은 막아뒀고, 다른 한 곳은 계단 가림막과 검색대가 있었다. 청와대는 이 검색대와 함께 놓여 있던 철제 장비를 소개하면서 “이 장비는 ‘특수용지’를 감지하는 센서”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는 모든 문건을 이 특수용지로 작성해야 했다고 한다”며 “검색대를 통과하면 경고음이 울리는 특별한 종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비선 실세’ 문건이 유출된 뒤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시해 설치된 장비”라면서 “뭔가 외부로 흘러나가면 안 되는 불법적 기밀이 많았던 걸까요”라고 반문했다.이 사실을 알게 된 조국 민정수석은 권위와 불통의 상징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검색대와 계단 가림막을 철거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색대는 지난달 30일에 철거됐다. 그러면서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구현하는 민정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 실천을 보좌하는 민정 △권력기관에 엄격하게 국민에 온화하게 다가가는 민정 △법률과 절차를 준수하는 민정 등 민정수석실 운영원칙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조 수석이 민정수석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을 선발할 때 사적 연고를 일체 배제하고 능력과 경험만을 엄청 깐깐하게 봤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문 대통령, ‘무엇’보다 ‘어떻게’를 고민하라/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 대통령, ‘무엇’보다 ‘어떻게’를 고민하라/진경호 논설위원

    이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역할극도 없다. 한 달 넘게 국회에서 이어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다 보면 처지가 뒤바뀐 여야 의원들의 능숙한 역할극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후보자가 술 먹고 운전했든, 논문을 베꼈든 감싸기 바빴다. 10년 가까이 여당으로 지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어떤가. 장관 후보들을 죄인 다루듯 목청 높여 질타하는 품새가 민주당 의원들의 야당 시절 활약상을 제대로 배운 모습이다.  청와대의 역할극은 더욱 농익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탕평 인사를 약속하곤 ‘코드’ 인사를 내놓았다. 부동산투기·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표절·병역비리 관련자는 데려다 쓰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도 속절없이 부도를 냈다. 2012년 대선 때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다. 인사검증의 관문을 통과할 사람 찾기가 정말 힘들다는 하소연까지 전임들을 빼닮았다.  ‘바쁜 대통령’의 행태는 전임들을 능가한다. 취임하자마자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고, 어느 초등학교에 가선 미세먼지 근절을 다짐했다. 요양시설을 찾아선 치매환자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탈(脫)원전’ 공약에 맞춰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중단 작업에 나섰고, 지역·학력 불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공기업 성과연봉제 폐지와 자사고·특목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그리고 ‘적폐청산’ 시리즈(국정원 정치개입, 외교부 한?일 위안부 협상,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이르기까지 ‘닥공’(닥치고 공격)의 연속이다. 하나같이 가치와 이념, 이해의 충돌을 잉태한 사안들로, 새 정부의 앞길은 삽시간에 지뢰밭이 됐다. 조만간 시동을 걸 검·경 개혁과 개헌 논의까지 더한다면 나라는 그야말로 담론의 전쟁 속으로 빠져들지 모를 판이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여, 반추의 시간이 화급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비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릇된 정치에 파탄을 선고한 민의가 새 정치를 위한 갈망을 풀어 줄 도구로 문재인 정부를 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소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탄핵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정치를 펴야 하고, 이전 대통령과는 격이 다른 대통령이 돼야 한다. 정책 뒤집기, 국정에 진보좌파적 색채 입히기 등이 국민에게 부여받은 소명이 아니라 불통과 독선, 편법과 반칙으로 얼룩진 정치를 정의와 원칙, 소통과 이해를 우선하는 정치로 치환하는 일이 소명인 것이다.  임기 초반, 유감스럽게도 징후는 좋지 않다. 국회 파행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적격 장관 후보를 붙들고 놓지 않는 불통 행태가 그렇고, 통신료 인하와 같은 포퓰리즘형 관치(官治)의 행태가 그렇다. “대입 전형료 낮추라”, “버스 추돌방지장치 서두르라” 등의 과유불급형 만기친람과 에너지 수급 대책조차 변변치 못한 상황에서 원전 공사 중단부터 밀어붙이는 독선적 자세도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심상치 않은 건 문 대통령밖에 보이지 않는 정국이다. 5년 단임의 숙명적 조바심과 높은 지지 여론이 만든 자신감 과잉에 따른 ‘닥공’형 속도전이 전임들과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무엇을 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 바꿔야 할 것은 정책보다 정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북한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정치임을 박근혜 정부 시절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몸으로 보여 줬음을 기억한다면 더더욱 어디로 가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취임했나 싶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존재감부터 당장 높여 조만간 확정할 새 정부 국정 과제를 이 총리 중심의 정부에 맡기고 문 대통령 자신은 사회 가치를 바로 세우고 이념과 정파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 일에 매진하기 바란다. 수시로 야당을 찾아 설득하며 국정의 앞길을 순탄하게 닦아 나가는 정책 세일즈맨 역할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국정 지지율 80%의 함의는 영광스러운 ‘우리 대통령’이다.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jade@seoul.co.kr
  • 오만·불통이 참패 불렀다… 국민 심판 당한 ‘아베 리더십’

    오만·불통이 참패 불렀다… 국민 심판 당한 ‘아베 리더십’

    독선적인 정권에는 일본 유권자들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2일 실시된 일본 도쿄도의회 의원선거에서 도쿄도 유권자들은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에 사상 최대의 패배를 안겼다.NHK에 따르면, 개표 결과 전체 의석(127석)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59석을 갖고 있던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23석을 얻었다. 1965년과 2009년 선거에서의 38석보다 의석수가 준 역대 가장 적은 의석이다. 반면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가 이끄는 지역정당 ‘도민퍼스트(우선)회’는 49석, 도민퍼스트회와 선거 공조를 이룬 공명당은 23석을 얻어 도쿄도 의정을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이에 따라 경쟁자 없이 총재 3선 및 2021년까지 총리를 계속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초장기 집권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베 1강’의 분위기는 깨지고, 당내 대항 세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반기를 들게 됐다. 강한 리더십을 통해 밀고 나가려던 조기 헌법 개정도 어렵게 됐다. 아베 총리 등 개헌 세력은 헌법 9조의 전쟁 및 교전권 포기 조항을 고쳐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하려 해 왔다. 선거 참패 이후 아베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면서 아베 리더십이 흔들리게 됐다. 그동안 당연시돼 오던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선도 단언할 수 없게 됐다. 당내 대항마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이 차기 총리를 향해 급부상할 조짐도 보인다. 아베 총리는 조만간 개각과 당직자 교체 등을 단행하며 국면 전환을 노릴 전망이다. 북한 위기 상황을 더 활용하거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지방 선거지만, 중앙정치에 영향을 미쳐 왔다. 중앙 정치와 정국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다. 2009년 지방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현 민진당)은 이어진 중의원 선거도 이겨 정권 교체를 이뤘다. 2013년 자민당은 도쿄도의회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38석 선이 무너지면 아베 책임론과 집권당 내 반대세력 집결 등으로 정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자민당의 선거 참패는 아베 총리와 집권당의 독선과 불통 정치가 가져온 결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가 중심에 있는 ‘사학 스캔들’도 주요 패배 원인으로 작용했다. 5년차로 접어든 아베 정권에 대한 피곤증 속에서, 독선적인 정국 운영 행태에 유권자들의 마음이 떠난 것이다. 개혁과 국민 중심의 정치를 표방해 온 고이케 지사의 행보가 먹히고 있다. 거기에 가케학원 스캔들, 지난달 15일 테러대책법(공모죄법) 강행 통과 등 독선적 국회 운영, 방위상 등 각료 및 자민당 의원들의 잇단 실언 및 각종 스캔들이 정권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견제 세력 없이 독주해 집권세력의 오만함이 불러온 업보란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학원 수의학부 특혜 신설 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쳤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다. 앞으로도 더욱 아베 총리의 발을 잡아 끌 전망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정우택 “文정부, 무대책…좌파 포퓰리즘에 망한 나라, 남 일 아냐”

    정우택 “文정부, 무대책…좌파 포퓰리즘에 망한 나라, 남 일 아냐”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문재인 정부는 무대책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이날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당 지도부 후보자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좌파 포퓰리즘으로 인해 나라가 망한 그리스, 베네수엘라가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권한대행은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일자리 증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현혹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당) 새 지도부가 자기 지지 세력에게 소통이 아닌 ‘쇼쇼쇼쇼쇼통’을 하고, 반대세력에는 ‘먹통’, 야당에는 ‘불통’하는 3통 정부가 제대로 가도록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정 권한대행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의 전면적 혁신과 대동단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흘 뒤 선출될 새 지도부가 혁신과 단결을 이뤄낼 수 있도록 성원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이 존폐위기에 서 있을 때 이 당을 지키기 위해서 발버둥 친 당원 동지 여러분의 피나는 노력은 그 어떤 말로도 폄훼될 수 없다. 더욱 겸허하고 결연한 자세로 당을 혁신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아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새 지도부가 탄생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성진 칼럼] 두 귀를 다 열어야 제대로 들린다

    [손성진 칼럼] 두 귀를 다 열어야 제대로 들린다

    국민 대다수가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느낌으로 새 정부를 보고 있다. ‘불통’의 아이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을 보고 전 국민은 환호했다. 비서관들과 허심탄회하게 정책을 논하고 정책과 인사의 배경을 국민 앞에 공개하는 모습은 당연한 것인데도 갓 딴 과일처럼 신선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 주변에서 불통의 그림자가 하나둘씩 어른거린다. 요사이 가슴이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 있다. 원자력 관계자들도 그런 사람들이다.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에 국책연구소 등의 관계자들은 할 말을 못 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새 정부 인사들은 그들과 아예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을 하지 않겠다고 한 마당에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는 뜻일까. 전 정부의 적폐를 새 정부가 손보는 것은 그른 것을 바로잡는 개혁의 이름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는다. 4대강 사업의 전면 재감사도 그런 점에서 명분이 충분하다. 그러나 적폐 청산과 개혁이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일 때는 매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교육정책도 그중 하나다. 그러잖아도 조령모개하는 교육정책은 손바닥 뒤집히듯 단칼에 바뀌고 있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정책이 교육감 단 한 사람의 소신으로 좌지우지된다면 교육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특목고가 교육적폐라 할지라도 40년의 역사가 있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친 사회적 합의는 필수적이다. 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사 논란의 원인을 전적으로 청와대에 지우기는 어렵다. 근본 원인을 따지자면 사회지도층에 광범위하게 퍼진 ‘도덕성의 몰락’이다. 우파 정부나 좌파 정부나 능력도 있고 몸가짐도 깨끗한 ‘도덕군자’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좀더 나은 사람을 찾기 위해 깊이 있는 검증을 하지 못한 것은 문제다. 지체 없이 사후 조처를 취하지 못하는 것도 새 정부에 대한 믿음을 반감시킨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건 테러를 당한 기분”이라든가 “남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상은 여교사”라고도 말한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미국 트레킹’이라는 야당의 조롱을 당하면서까지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문제의 여성관에 신임장, 면죄부를 준 모양새다. 여당 의원들과 여성단체, 언론들이 수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고요의 바다처럼 반향이 없다. 어제 인사청문회에 나온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그를 둘러싼 의혹은 부동산 투기, 편법 증여, 위장전입, 무기 중개업체 2억 자문료 등으로 전 정부 초기 37일 만에 사퇴한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송 후보자는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4년 전에도 이동흡·김용준·김종훈·김병관·한만수 후보자 등이 줄줄이 검증에 걸렸다. 흠결의 경중과 종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야당과 언론의 공세와 지적에 계속 버티지는 않고 스스로 물러났다. 지금은 ‘인사 참사’의 재현이 싫어서인지 안경환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책임지우거나 지는 태도를 찾을 길이 없다. 완전한 소통은 대통령 혼자만의 노력만으로 성취할 수 없다. 국정을 보좌하는 인물들이 소통하지 않는다면 화살은 대통령에게로 돌아간다. 경유값 인상안처럼 불쑥 던져 놓고 여론의 동태를 보는 것이 소통이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한 것 자체가 단견 정치다. “쇼(Show)통, 불통, 먹통, 호통만 치는 4통 정부”라는 야당 대표의 비난을 정치 공세라고만 할 수는 없다. 국정 농단의 주범이라는 원죄 때문에 야당의 말은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책 반대파일수록 대화와 경청을 통해 소통해야 독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두 귀를 다 막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두 귀를 다 열어야 한다. 한 귀만 열고 한 귀는 막는다면 반쪽 소통에 그칠 것이다.
  • “일방적 자사고 폐지 반대” 목소리 높인 자사고 학부모 모임

    “일방적 자사고 폐지 반대” 목소리 높인 자사고 학부모 모임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 학부모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울시 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서울 지역 자사고 학부모 모임인 ‘자사고 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오전 주최 측 추산 2000명(경찰 추산 15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집회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라고 서울시 교육청에 촉구했다. 연합회는 “학부모와 학생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일방적 자사고 폐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학부모들을 무시하는 불통 행보를 그만두고 즉각 자사고 학부모와 대화하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조 교육감은 정치적 진영논리를 앞세워 아이들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며 “자사고를 폐지하면 강남 8학군 부활과 하향 평준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자사고 폐지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조 교육감은 공청회를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보신각→세종대로 사거리→강북삼성병원→서울시교육청으로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며 행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구내식당과 쏘나타/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구내식당과 쏘나타/최광숙 논설위원

    1993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 백악관 식당 규정을 바꾸었다. 백악관 고위 관리들의 전용 식당을 하위직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백악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조치였다. 하위직 직원들도 고위직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도 ‘중요한 사람’임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이곳 식당을 애용한 클린턴은 가끔 식당 주방에 들러 일하는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우리나라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등 대부분이 직원들의 ‘급’에 따라 식사 장소를 달리한다. 정부서울청사에는 국무위원식당과 직원식당이 따로 있다. 장관을 비롯해 고위직 간부들은 청사에서 관계 부처회의, 자문회의 등이 끝난 뒤 주로 이곳 국무위원 식당을 이용한다. 감사원은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이용하는 식당과 국장급 이상이 이용하는 간부식당으로 나뉘어 있다. 국방부는 장성급, 영관급, 일반식당 등으로 더 세분화돼 있다. 최근 관가에 고위공직자들의 구내식당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예고 없이 청와대 여민2관 직원식당을 깜짝 방문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도 직원식당을 찾았다. 직접 식판을 들고 음식을 담은 뒤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주로 관저에서 홀로 TV를 보며 ‘혼밥’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비교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최근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을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재원 충남경찰청장은 아예 충남경찰청사 구내식당 내에 있는 간부식당을 없애 직급과 관계없이 직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도록 했다. 최근 임명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관용차로 지급되는 제네시스 EQ900 대신 하이브리드 쏘나타를 탄다. “환경도 생각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게 외교부 측의 설명이다. 일련의 고위공직자들의 행보는 전임 정권의 ‘불통’, ‘권위주의’를 반면교사 삼아 ‘소통’, ‘겸손한 권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감성적 접근에만 치중하는 ‘스타일 정치’, ‘퍼포먼스 정치’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나랏일을 돌보는 대통령과 장관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밥 먹고, 더 좋은 차를 탄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뭘 하든 국정을 잘 살펴 국민을 편안하고 잘 살게만 해 준다면 월급도 더 올려 주고 싶은 심정이다. 진짜 위정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직급은 위아래가 있지만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만은 ‘계급장’ 떼고 아랫사람과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는 ‘탈권위 문화’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 주호영 “문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심각한 독선상태”

    주호영 “문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심각한 독선상태”

    주호영 바른정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이 취임 한 달여 만에 심각한 독선 상태에 빠져있다”고 16일 말했다.주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이 넘는 야 3당의 반대와 부적격 판단에도 불구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도 강행할 태세에 있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큰 표차로 당선되고 정권 초기 지지율이 높은 데 빠져있다”며 “문 대통령은 그렇게 비판하고 혐오해오던 지난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라고 지적했다. 주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이 전날 ‘국민 뜻에 따르겠다’고 한 발언을 겨냥,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비상시국, 국민이라는 말은 독재자들이 쓰는 이야기”라며 “청와대에만 가면 독선과 불통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세간의 비판을 새겨들으라”고 비판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긴말은 하지 않겠다”면서 “본인들이 이전의 인사청문 대상자들에 대해 한 요구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돌아보고 안 맞으면 거취를 결정하라”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청문 과정에서 논문표절이 문제가 되자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청와대가 도덕 불감증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본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안 후보자에 대해서는 “참 안타깝다. 저도 멀찍이 아는 분인데 학자를 잘 마치고 70세를 앞둔 나이에 공직에 나오려다 온갖 아름답지 못한 옛일이 드러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적 관리는 법무부가 하고 있는데 자녀의 이중국적과 관련한 언론 기고문을 보면 국적 관리를 맡겨도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전날 불거진 ‘여성 도장 위조 혼인신고’ 논란에는 “위장전입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데 표현을 ‘위장결혼’이라고 해야 할지…”라며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적폐청산의 기준, 이념이 아니다/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적폐청산의 기준, 이념이 아니다/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의 성적표는 매우 인상적이다. 특권과 불통, 권력에 빌붙은 사악한 무리에 분노한 국민에게 감성적 서민 대통령의 모습은 신선하다 못해 경이롭다. 정권 초기라 해도 80%를 넘나드는 역대 최고 국정 지지율은 문 대통령의 행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촛불시위의 지지율과 유사한 국정 지지도는 국민들이 탄핵의 연장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와 함께 적폐청산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의 임명도, 서훈 국정원장 지명도, 그리고 이어진 문캠 출신 핵심 인사들의 요직 임명에서 강한 의지가 읽힌다. 대통령 스스로 내세웠던 5대 공직 배제 기준은 보수 정권 시절 그토록 강하게 부르짖던 민주당의 원칙이었다. 교회나 대학에서의 강연을 이유로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청문회도 해서는 안 될 인물로 규정했고, 박종철 사건의 말석 수사검사였다는 이유로 박상옥 대법관 지명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그랬던 민주당과 문 대통령이 이번엔 정반대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적절한 인사로 규정했다.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성적 표현과 여성 비하를 서슴지 않은 안경환씨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그뿐인가? 여러 칼럼에서 음주운전, 표절, 탈세, 위장전입 등의 기록을 가진 후보자를 극력 비난했던 조국 교수가 인사 검증의 최종 책임자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박근혜 정부에서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힌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하면서 우병우 라인 검찰 인사들을 핀셋으로 뽑아내는 표적 인사를 단행했다. 아무리 인사 조치가 옳다 해도 표적 인사는 문재인 정부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는 훈장을 달아 주는 것일 수 있다. 문 정부에 알아서 협조하라는 메시지로 들리지는 않을까. 이미 세 차례 감사를 받았던 4대강 사업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에서 적폐청산은 절정을 이룬다. 대통령은 감사청구권이 없는데도 감사원에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명분은 적폐청산이었다. 서훈 국정원장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의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국회 청문회와 조사특위, 특별법에 의해 진상조사를 마친 세월호 사건을 재조사한단다. 심지어 재판 중인 최순실 사건도 재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것들이 안보와 경제 위기 속에 그처럼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인가. 사드 발사대 4기의 위치를 보고하지 않는 국방부에 원천적 문제가 있지만, 이를 국기 문란 행위로 비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려는 꼼수로 몰아붙이면서 한·미 동맹을 흔들었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공약에 멈칫거리는 기업들을 반성부터 하라고 일갈하고, 기본 통신료 폐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미래부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기본 통신료 폐지의 영향이 알뜰폰 업계나 5G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민하기보다 스스로 갑질을 선택했다. 그런가 하면 과거 정연주 KBS 사장의 사퇴 요구를 그토록 비난했던 민주당이 이번엔 고대영 KBS, 김장겸 MBC 사장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적폐청산은 이 모든 일들을 정당화하는 명분이고 상징이다. 그런데 적폐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작금의 상황을 보면 집권자들이 이념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똑같은 일이 야당일 때는 정의 구현이었다가 여당이 되니 청산해야 할 적폐로 둔갑할 수 있겠는가. 마치 못된 시어머니 욕하면서 닮아 가는 며느리 같다. 십자군 원정은 1095년부터 1456년까지 361년간 유럽 기독교계가 예루살렘을 이교도의 지배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명분하에 8차례에 걸쳐 시도한 종교전쟁이었다. 당시 기독교계는 신이 부른다는 한마디로 수많은 기사와 국왕들을 동원했고, 이들은 종교적 신념에서 자신들을 선으로, 이교도를 악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행보가 ‘적폐청산’이라 쓰고 ‘정치보복’으로 읽는 것이라면, 선악의 투쟁으로 변질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적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결정해야지 이념을 기준으로 선택할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 [문화마당] 청바지가 다 어울리는 나라/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청바지가 다 어울리는 나라/김민정 시인

    얼마 전 5일 일정으로 영국에 다녀왔다. 한국과 영국의 시인들이 모여 언어 너머 그 무언가의 공동 작업을 해 보자는 프로젝트가 있어 이를 실험하고 시험해 보기 위한 목적이었다. 정확히 10년 전 스페인 방문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럽행은 꿈꿔 본 적도 없던 나는 런던 히스로공항 입국 수속을 기다리며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리기에 바빴다. 10년 전 환승역이던 프랑크푸르트공항 검색대에서 속된 말로 개망신을 당했던 경험이 오늘 아침 일처럼 생생히 떠오르는 까닭이었다. 일행이 열이나 되었음에도 유독 내게만 질문이 쏟아졌고, 결국 나는 현지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희게 칠해진 어떤 공간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그만 그들이 시키는 대로 부츠를 벗어 내 머리 위에 탈탈 털어 보이는 치욕을 경험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시아 여자인 게 어때서, 내가 어딜 봐서 테러범처럼 생겼냐, 이놈의 땅덩이 내 다신 오나 봐라, 그랬던 작심은 간 데 없고 이내 나는 입국 대기 줄 끝에 서서 사방팔방 사람 구경하는 재미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정말이지 다양한 인종에 다양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하나의 그림 같았고 책 같았고 나라 같았다. 그래 우린 이렇게 그 자체의 타고남만으로도 특별한 사람들이었지. 모아 놓으니 컬러풀한 색색의 조각보처럼 절로 아름다운데 왜 우리는 이 다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 사는 게 답답할 땐 공항에 머물다 오라고, 그곳에서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을 그저 지켜만 봐도 삶이 날 살게 한다고, 수업 시간에 한 학생에게 내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영국 시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시의 소통과 시의 불통이 다 시라는 품 안에서 수렴되는 일이라 시의 만만함과 시의 만만찮음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내 안에 뜨거운 피돌기로 남았다. 며칠 밤을 런던의 한 호텔방에서 내 시와 영국 시인의 시를 쌀과 콩인 양 섞으면서 우리는 왜 시를 쓰는가 하는 문제로 골똘했다면 며칠 낮을 런던의 여러 거리를 걷고 또 걸으면서 우리는 왜 이러고 사는가 하는 문제로 골몰했다. 이상하지, 참 묘하지, 한국의 거리에선 사람보다는 간판이 먼저 읽히는데 영국의 거리에선 간판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다니. 물론 언어의 낯섦도 문제겠지만 나는 유행으로 규정하고 규격화시킬 수 없는 런던 사람들의 흩뿌려진 스타일에 주목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우후죽순, 그러했다. 우후죽순. 말마따나 비가 온 뒤에 여기저기 돋아나는 죽순. 그 싱싱함과 그 생명력은 사실 건강함 그 자체가 아닌가. 여름 초입인데 탱크톱에 모피를 두르고 운동화를 신어도 누구의 시선 하나 쏠리지 않는 분위기. 그중 단연 압권은 청바지에 있었다. 거리 곳곳을 누비는 청바지의 스타일이라는 게 무지하게 다양해서 나는 그들 청바지들의 개성들을 휴대폰으로 찍어 모아 보기에도 바빴다. 누가 볼 게 뭐람, 누가 뭐라 할 게 뭐람, 내가 입으면 그만이고 내가 소화하면 그만인 걸. 당당하게 거리를 누비는 런던 사람들을 보면서 그간 유행 따라 청바지를 사고 유행지나 청바지를 처박던 내 눈치 봄이 상기되어 일순 우울해졌다. 옷으로 그득한 옷장 앞에서 매번 옷 없다 왜 투정이었을까. 어쩌면 내게 진짜 없던 건 옷이 아니라 자신감이 아니었나, 그 숨겼던 속내를 일순 들키는 심정이었다. 안 입는 청바지 꺼내 입어라. 너 보기에 역겨워도 나 보기에 좋으면 그게 참인 것이다. 영국 잘 다녀왔냐는 한 학생의 안부에 밑도 끝도 없이 이런 문자를 보냈던 나다.
  • [사설] 흠결 없는 후보자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미래창조과학부·통일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했다. 청와대는 “김 교수는 흠결보다 정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은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불통과 독재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향후 야당이 반대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임명을 감행할 경우 정국 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까지 인사청문회 대상인 고위공직자 후보자 17명이 내정됐다. 이들 가운데 청문회를 통과한 이는 이낙연 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2명뿐이다. 이들도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엄중한 시기에 출범한 새 정부가 하루빨리 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다잡으라는 취지에서 야당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조한 덕분이다. 그렇다면 지난 11일 발표된 5명의 후임 인선에서는 적어도 도덕성에서 문제가 없는 이들을 뽑았어야 했다. 강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진 이후 사실상 내정 상태였던 일부 인사들에 대한 발표가 늦어지자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인사 검증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발표를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정반대다. 사회부총리·고용노동부·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표절, 음주운전, 위장전입 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5년 사이 62차례 교통법규를 위반했다. 이들의 도덕적 결함도 문제지만 더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청와대의 태도다. 청와대는 음주운전에 대해 “문제가 있지만 인명 사고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인명 사고만 나지 않으면 음주운전도 괜찮다는 아전인수식 검증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국 민정수석은 불과 10개월 전에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을 놓고 “미국 같으면 애초에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맹비난했지만 지금은 말이 없다. 여권은 과거 야당 때는 송곳 검증으로 후보자를 몰아세우더니 지금은 “무결점 인재는 없다”고 항변한다. 찾아보면 흠결이 없는 인재도 있다. ‘코드’가 맞는 내 편에서 찾다 보니 없을 뿐이다. 인재의 스펙트럼을 더 넓히면 도덕성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이들이 왜 없겠는가. 과거 야당은 문제의 후보자 한두 명을 찍어 낙마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당은 야당과 ‘빅딜’을 통해 다른 후보자의 통과를 전제로 야당이 반대하는 후보자를 낙마시켜 야당의 체면을 살려 주기도 했다. 그런 행태가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여권에서 말로는 ‘협치’를 외치지만 그런 정치의 묘도 발휘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만 믿고 ‘문제의 후보자까지 모두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은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
  • 자유한국당 정우택 “문재인 정권은 쇼통·먹통·불통 3통 정권”

    자유한국당 정우택 “문재인 정권은 쇼통·먹통·불통 3통 정권”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문재인 정부가 지지자들에게는 ‘쇼통(show통)’, 여론에는 ‘먹통’, 야당에는 ‘불통’으로 3통 정권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정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에 대해 지명철회 등의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정 권한대행은 “이분들을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한다”면서 “도대체 이 정부는 5대 인사 원칙을 어디로 위장 전입시켰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그는 어 “이 세 분은 최고위 공직자로는 도저히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덕성과 직무 적합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없는 문제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 준비 없는 인선과 청와대의 부실한 검증이 빚어낸 결과”라고 비판했다.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반헌법적 사고와 인식을 드러냈다”며 “이 상태라면 김 후보자에 대해 반대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인의 불법 취업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범법 행위인 만큼 자체적으로 검찰 고발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법률 검토도 거의 마쳤다”며 “오늘 오전 중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하려 하면 장녀의 이화여고 입학과 위장전입에 대해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역들 밥그릇만” “마이크 뺏어”… 한국당 대선평가 토론회 난장판

    자유한국당이 19대 대선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30일 개최한 토론회가 ‘네 탓 공방’으로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당 외부에서 초청된 토론자와 당 내부 구성원들 간의 시각 차이가 토론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황태순 정치평론가들의 대선 평가 발언으로 시작됐다. 배 본부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끊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윤 교수는 “보수 정당이 부패와 분열로 망했다”고, 황 평론가는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무능, 도덕성 타락에 대한 응징이었다”고 진단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토론회장에는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한국당·바른정당 의원들 의리 없고 비겁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죽일 X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잘못했느냐”고 따졌고, 한 중앙위원회 당직자는 “개XX도 한 번 주인을 공경하고 따르면 영원히 따르는데…”라면서 “박근혜 사진 걸고 당선된 사람들이 자기 밥그릇만 챙긴 탓”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모두 반성하지 않는 현역 의원들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청중석에서 “그만하라”, “마이크 빼앗으라”, “사리 분별도 할 줄 모르느냐”는 등의 고성이 터져 나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제어되지 않은 날 선 비난과 고성은 20여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 내내 오갔다. 당직자와 의원 간 ‘삿대질 공방’도 벌어졌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 이우현 의원은 “솔직해지자.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절반은 선거운동 안 하지 않았느냐”면서 “처음부터 죽기 살기로 뛰었으면 35%는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국정공백 줄일 합당한 인사 기준 속히 마련해야

    문재인 정부가 취임 20일 만에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인선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어긋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탕평 인사로 박수를 받던 여론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국민의당은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수용 불가’를 당론으로 정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문 대통령의 해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 제시 등 두 가지를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어제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 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2005년 이전이라도 부동산 투기성 위장 전입자는 국무위원 지명에서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어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비서·보좌관 회의를 통해 인사 원칙 위배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논란은 인수위 등의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과 국민들에게 양해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5대 인사원칙 공약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기준 마련을 당부했다. 위장 전입에 대한 새로운 기준 요구와 대통령 해명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위장 전입 자체가 불법인 것은 확실하지만 현실을 고려해 부동산 투기 등의 범죄용과 단순 위장 전입을 차별화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마찬가지로 병역 면탈 등도 명확한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고의적인 병역 기피와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새 정부의 장·차관 인선안에 대해 새로운 인사검증 기준을 적용해 재점검에 들어갔다. 하루빨리 인사 검증 기준을 손질해 인사청문회제도가 정책·능력 평가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탄핵 정국으로 시작된 국정 공백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무위원 인선 문제로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을 시작으로 이번 주부터 내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잡혀 있다. 자칫 이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박근혜 정부 초기의 인사 참사가 재연될 수도 있다. 현 정부는 불통과 독선으로 실패의 길을 길었던 박근혜 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소통 대통령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불통 인사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면 검찰 개혁 등 적폐 청산에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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